공수처 ‘채 상병 사건’ 수사 속도 높이는 내막

인력 늘리고 국방부 소환 재개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공수처가 채 상병 사건에 관한 수사 속도를 높이고 있다. 주 부서인 수사3부에 인력을 충원한 데 이어 핵심 관계자 소환을 재개했다. 채 상병 사건은 최근까지 특검 목소리가 컸다. 그러나 윤석열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와 국회 본회의 문턱에 가로막히면서 이슈가 수면 아래로 가라앉기 시작했다. 이 때문에 공수처 내부에서는 정치권의 도움만 기다릴 순 없다는 기류가 형성된 분위기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가 지금 기회를 잘 살려야 한다.” 공수처 출신 한 변호사의 말이다. 채 상병 특검 현실화 가능성이 상당히 낮은 만큼 공수처가 실적을 내야 한다는 지적으로 해석된다. 실제 공수처는 최근 국방부 관계자를 소환 조사하면서 수사에 드라이브를 걸기 시작했다. 공수처 내부서도 유의미한 성과라도 내야 한다는 목소리가 감지되고 있다.

수사 가속화
드라이브

공수처는 지난달 말 국방부 관계자들에 대한 참고인 조사를 진행하기 시작했다. 사건 관계인 조사가 재개된 건 약 4개월 만이다. 앞서 공수처는 지난 7월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에 대한 ‘구명 로비’ 의혹을 받는 이종호 전 블랙펄인베스트 대표를 불러 조사한 이후 한동안 사건 관계인 조사를 진행하지 않았다.

당시 채 상병 사건 수사팀을 이끌었던 이대환 수사3부장, 차정현 수사4부장 등에 대한 윤석열 대통령의 연임 재가가 나오지 않아 수사가 중단됐다는 지적이 제기된 바 있다.

최근 공수처가 소환 조사한 이모 중령은 채 상병 사건 외압 의혹의 통로로 지목된 국방부 법무관리관실의 핵심 인사로 꼽히는 인물이다. 유재은 법무관리관을 보좌하는 이 중령은 김동혁 군 검찰단장과 같은 육군사관학교 출신으로 친분을 유지하는 사이로 알려져 있다.

공수처는 이 중령이 유 관리관과 김 단장의 매개 역할을 했다고 보고 있다.

유 관리관과 김 단장은 지난해 8월2일 통화하면서 채 상병 사건을 경찰로부터 회수해오는 과정을 주도한 의혹을 받는다. 이날은 해병대 수사단이 채 상병 순직과 관련해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 등 8명에게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를 적용해 경북경찰청에 이첩했지만, 윤석열 대통령이 격노하자 국방부가 회수한 것으로 알려진 날이다.

두 사람은 그 후 이어졌던 국방부 조사본부의 재검토 과정 등에서도 소통을 이어갔다고 한다. 공수처는 이 중령에게 당시 상황 등을 캐물은 것으로 알려졌다.

공수처 관계자는 이번에 조사를 받은 참고인들이 “한번도 조사 안 받은 분들”이라며 “당시 (이첩 보류)권한이 있던 분들의 핵심 참모들”이라고 설명했다.

공수처는 이번 참고인 조사를 바탕으로 박진희 전 국방부 군사보좌관과 이종섭 전 장관을 비롯한 윗선 수사에 속도를 낼 전망이다.

군검찰단·법무관리관 연결고리 조사
포항지청 사건 개입? “진술 확보했다”

공수처가 대통령실 관계자에 대한 조사 필요성도 밝혔던 만큼, 국방부 윗선을 향한 조사가 끝나면 대통령실과 국가안보실 관계자 조사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이시원 전 대통령실 공직기강비서관, 임기훈 전 국가안보실 국방비서관을 비롯한 전·현직 대통령실 관계자들은 채 상병 사망사건에 수사외압을 가한 의혹으로 공수처 수사 대상에 올랐다.

다만 핵심 피의자인 임 전 사단장에 대한 조사 일정은 아직 불투명하다. 공수처는 경찰청에 맡긴 임 전 사단장의 휴대전화 포렌식 결과를 받아본 후 추가 포렌식 조사 일정 등을 진행할 방침이다.

공수처는 포렌식을 위해 지난 7월 경찰로 넘겼던 임 전 사단장의 휴대전화를 조만간 돌려받아 구명 로비 의혹 수사도 재개할 것으로 전해졌다. 공수처는 자체 포렌식을 통해 문자메시지 등 휴대전화 일부를 포렌식했지만, 전체를 풀지는 못했다.

법조계에선 로비 의혹 수사가 경찰의 포렌식 결과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검사 출신 한 변호사는 “경찰 포렌식 결과에 따라 공수처의 수사 방향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외부 전문기관에 의뢰하는 방법도 있으나 그만큼 시간이 오래 걸린다”고 말했다.

공수처는 포항지청 소속 검사들이 채 상병 사건에 개입했다는 진술도 확보했다. 채 상병 사건 당시 해병대 수사에 검찰이 개입했다는 의혹은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제기됐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박주민 의원은 당시 조주연 대구지검 포항지청장에게 “포항지청 소속 검사들이 해군 검찰단 쪽으로 9차례 전화한 것으로 확인된다. 맞느냐?”고 질문했다. 조 지청장은 “맞다”고 인정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검찰이 개정된 군사법원법에 보장된 군사경찰의 독립성을 보장하지 않고 개입을 시도한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지적이 나왔다.

포렌식
결과 따라…

채 상병 사건 사정에 밝은 한 변호사는 “지난해 8월1일에 포항지청 소속 검사가 해군 군검사에게 전화해 ‘채 상병 사건을 포항지청으로 넘겨달라’고 말하는 걸 들었다는 진술을 공수처가 확보한 것으로 알고 있다. 다른 수사관도 ‘군검사에게 자료를 요구했고 군검사가 ‘변사사건 자료를 달라는 건지, 사망 원인 범죄 자료까지 달라는 건지’ 묻자 ‘다 주면 검토해 보겠다’고 답하는 것을 들었다’는 진술까지 확보했다”고 전했다.

공수처 안팎에서는 내년 초까지 공수처가 유의미한 성과를 낼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오동운 공수처장이 취임 후 첫 전보인사를 단행해 조직을 재정비한 결과물이 나올 것이라는 전망이다.

오 처장은 지난달 4일 검사 및 수사관 전보인사를 발표하면서 “국민적 관심이 높은 사건들에 대해 차질 없는 수사를 하기 위해 제한된 인력 여건서 효율적 인력 재배치를 했다”면서 “수적천석(水滴穿石·물방울이 바위를 뚫는다)의 자세로 수사에 임해 성과를 거두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현재 공수처 부장검사 보직은 인권수사정책관, 수사기획관, 수사1~4부 부장검사 등 6개가 있지만 차정현 수사기획관, 송창진 수사2부 부장검사, 이대환 수사4부 부장검사의 자리를 제외하면 공석이다. 송 부장검사 역시 사의를 표명해, 공수처는 수사4부를 제외한 모든 수사 부서가 부장검사 없이 운영될 위기에 처했다.

이번 인사로 이 부장검사는 수사3부 부장검사로, 차 부장검사는 수사4부 부장검사로 연쇄 이동해 빈자리를 채운다. 직접 수사 부서가 아닌 인권수사정책관실과 수사기획관실은 당분간 이재승 차장이 직접 지휘한다.

평검사들도 함께 이동했다. 평검사 4명으로 구성된 수사3부를 제외하면 모든 수사 부서가 검사가 없거나 1명만 배치돼 인력 문제가 심각했다. 이에 일단 주요 수사가 배당된 수사3부와 수사4부에 화력을 집중하는 응급처치를 했다.

수사3부 소속 송영선·최문정 검사와 수사기획관실 소속 김지윤 검사가 수사4부로 이동해 빈자리를 채우고, 수사4부 소속 박상현 검사는 이 부장검사와 함께 수사3부로 옮겼다. 결과적으로 수사 3부와 수사4부에 부장검사 1명, 평검사 3명이 분배됐다.

유의미한
진술 확보?

오 처장의 조치로 채 상병 사건 수사팀은 다소 부담을 덜게 됐다. 기존에 사건을 맡아 온 이 부장검사와 차 부장검사, 박 검사가 수사를 이어가지만, 차 부장검사가 수사기획관직을 내려놓게 됐고 박 검사 혼자 수사4부 사건을 모두 맡는 상황을 면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박 검사 외 수사3부 검사 2명도 추가로 수사에 참여 중이다.

한 공수처 출신 변호사는 “임시방편에 불과한 조치지만 이마저도 하지 않았으면 채 상병 사건 수사가 언제 끝날지 알 수도 없었을 거다. 우선 시급한 과제부터 해결하자는 오 처장의 계획이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오는 10일 채 상병 순직 사건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실시계획서를 처리할 계획이다. 민주당은 ▲순직 사건 처리 과정서 외압 유무에 대한 진상규명과 책임소재 규명 ▲대통령실·국방부·해군본부·해병대사령부·검찰 등 정부 관계자의 압력 행사 및 관여 사항 ▲이종섭 당시 국방부 장관의 출국금지 해제 과정과 호주대사 임명 과정서 정부 관계자의 직권남용 및 범인 도피 의혹 등 3대 의혹 우선 규명을 최우선으로 두고 있다.

다만 공수처 수사와 국정조사가 ‘투트랙’으로 진행되다 보니 시간과 자원의 중복 문제 등 실효성을 놓고 여야 간 의견이 분분하다. 그간 여당은 국정조사가 시작되면 공수처 수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해 왔다.

관련 증인들 역시 특위에 나오더라도 공수처 수사를 핑계로 침묵할 가능성이 크다. 문제는 여야가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인원 구성부터 입장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민주당 노종면 원내대변인은 지난 3일 국회서 열린 원내대책회의를 마치고 기자들에게 “국정조사 계획서는 10일 처리할 예정”이라며 “이달 중순부터는 국정조사를 시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특검 잇단 불발…사활 걸었나
“국정조사 별개로 수사 진행”

애초 민주당은 지난 4일 본회의서 국정조사 실시계획서를 처리할 방침이었으나, 국민의힘서 참여 의사를 밝히면서 처리가 미뤄졌다.

다만 국정조사특위 위원 구성을 둘러싸고 여야가 강 대 강 대치를 이어가고 있다. 국민의힘이 특위 위원으로 국회의장실에 제출한 주진우 의원에 대해 민주당은 부적합하다는 목소리다.

민주당 국조특위 위원들은 이날 성명서를 내고 “주 의원은 과거 유재근 전 국방부 법무관리관(채상병 순직 사건 외압 의혹 피의자)과 통화한 사실이 확인됐다”며 “수사를 받아야 할 분이 국정조사 특위 위원으로 (합류하는 것은)합당치 않다”고 주장했다.

이어 “사건 진상을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되기는커녕 방해 요소가 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며 “스스로 물러나지 않으면 교체를 요구할 수밖에 없다”고 날을 세웠다.

주 의원은 입장문을 내고 “순직 해병 사건과 전혀 무관함이 명백하다”며 “대통령실에 근무했었기 때문에 대통령실 관련 번호로 1년 전 44초 통화한 내역이 한 건 있었을 뿐”이라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법사위만 보더라도 감사원의 감사를 받고 수사 의뢰되거나,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으로 재판을 받는 민주당 의원들은 버젓이 참여하고 있다”며 “이 대표의 변호인을 맡았던 민주당 의원들이 법사위서 법무부, 법원의 업무에 꼬투리를 잡아 질타하는 모습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또 “이번 민주당의 일방적 국정조사 개최도 민생과 상관없는 ‘이재명 대표 방탄’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특위 활동을 통해 입증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일반적인
절차대로

공수처는 국정조사와 별개로 수사를 이어갈 방침이다. 공수처 관계자는 “국회는 국회의 시간표대로 가고 공수처는 공수처의 수사 계획대로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일반적인 수사 절차대로 진행하고 있다”며 “소환 계획이 있는 대상자를 선별하는 중이다. 참고인 조사가 계속될 것”이라고 밝혔다. 핵심 피의자 조사에 관해선 “현재는 참고인 조사에 주력하고 있다”며 “이후 조사는 조사 결과를 토대로 검토해야 할 문제”라고 선을 그었다.

<hounder@ilyosisa.co.kr>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단독> ‘BBQ 정보 유출 사건’ 위증 재판으로 확대⋯박현종 목줄 잡혔다

[단독] ‘BBQ 정보 유출 사건’ 위증 재판으로 확대⋯박현종 목줄 잡혔다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대법원에서 집행유예로 확정된 사건이 다시 법정으로 끌려 나왔다. ‘BBQ 내부망 불법 접속’ 사건의 핵심 증거였던 ‘ID·비밀번호 메모장’을 둘러싼 위증 여부를 다투는 후속 재판이다. 박현종 전 bhc 회장의 집행유예가 확정된 사건임에도 검찰은 관련 증인들을 위증 혐의로 직접 고발했다. 핵심은 과연 BBQ 직원의 ID와 비밀번호가 적힌 그 메모장은 어떻게 만들어졌고, 유창성 전 bhc 정보전략팀장의 손을 어떻게 거쳐 전달됐는가다. 그리고 그 과정을 둘러싼 법정 진술의 신빙성이다. 검찰은 최근 공판에서 “피고인(박현종 등)에게 유리한 허위 증언이 반복됐다”는 판단 아래 유 전 팀장 등 관련자 3명을 위증 혐의로 고발했다. 메모장 전달자 통상 위증 여부는 재판부 판단 이후 별도 절차로 넘겨지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이번처럼 검찰이 직접 칼을 빼든 것은 이례적이다. 그만큼 단순한 진술 번복이나 기억 착오 수준이 아닌 사건의 본질을 뒤흔들 수 있는 중대한 허위 진술이 있었다고 본 셈이다. 이번 공판의 중심에는 ‘메모장 전달자’로 지목된 유 전 bhc 정보전략팀장이 있다. 그는 과거 재판에서 결정적 증거로 채택된 BBQ 직원들의 아이디와 비밀번호가 적힌 메모를 박현종 전 bhc 회장에게 전달한 인물이다. 이 메모장은 박 회장의 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를 입증하는 핵심축이었다. 이 메모장의 출처와 작성 경위가 흔들리면, 사건 전체의 구조도 다시 흔들릴 수밖에 없다. 검찰은 유 전 팀장이 박 전 회장에게 건넨 메모장의 내용 자체를 문제 삼았다. 메모장에 기재된 임직원 계정 정보 뒤에는 ‘퇴사자 임시’라는 내용이 덧붙어 있었다. 이는 BBQ 내부망에서만 확인 가능한 정보라는 점을 강조했다. 외부에서 추정이나 기억만으로 재구성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주장이다. 더 나아가 성명불상자가 BBQ 내부망에 관리자 권한으로 접속해 계정을 취득했다는 것이다. 검찰은 이를 유 정보팀장을 거쳐 박 전 회장에게 전달했다는 구체적 시나리오까지 제시했다. 재판부 역시 “기억과 추리로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떠올렸다는 설명은 쉽게 납득되지 않는다”며 검찰 주장에 일정 부분 무게를 싣는 듯한 반응을 보인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재판부는 “특정한 심증을 가진 것은 아니”라며 추가 심리를 이어가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피고인 측은 거칠게 반격했다. 변호인은 검찰 주장을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되는 이야기”라고 일축했다. bhc와 BBQ가 극도로 적대적인 관계였던 상황에서, bhc 소속 직원이 BBQ 내부 직원과 접촉해 계정 정보를 빼냈다는 가정 자체가 성립할 수 없다는 논리다. 나아가 검찰이 실제 내부망 침입을 입증하지 못한 채 추측만을 쌓고 있다고 공격했다. 60억원대 횡령·배임 혐의에 리스크 추가 ‘BBQ 직원 ID·비밀번호 유출’ 둘러싼 공방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피고인 측은 기존 재판에서 채택된 증거와 증인 진술 전반에 대해 신빙성을 문제 삼으며, 데이터베이스(DB) 조작 가능성까지 거론했다. 사실상 1·2심은 물론 대법원 판단의 기초 자체를 뒤흔드는 주장이다. 확정 판결 이후 재판에서 “증거 자체가 위조됐다”는 취지의 주장을 반복하는 것은 법조계에서도 보기 드문 강수로 평가된다. 유 전 팀장은 BBQ 정보전략팀장으로 근무하다가 bhc 매각과 함께 bhc 정보전략팀장으로 이직한 인물이다. 이후 그는 박 전 회장에게 BBQ 직원의 개인정보를 적은 쪽지를 전달했다. 개인정보가 유출된 인물은 BBQ 재무임원과 재무 실무진이다. 2021년 11월3일 서울동부지방법원에서 열린 박 전 회장의 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 관련 7차 공판에 유 전 팀장이 증인으로 출석했다. 유 전 팀장은 박 회장에게 BBQ 직원의 개인정보를 건넨 이유에 대해 “박현종 회장이 국제상공회의소(ICC) 중재 소송 때문에 BBQ 직원들의 아이디만 필요하다고 했다”며 “해당 직원들의 개인정보가 업무 수첩에 적혀있어 이를 그대로 전달했다. 당시 위법성에 대해서는 생각하지 못했다”고 증언했다. 박 전 회장은 검찰 조사에서 ‘BBQ 직원들의 개인정보와 비밀번호가 있으면 좋겠다’고 진술했다. 박 전 회장과 증인의 진술이 일치하지 않는 데 대해 묻는 검찰 질문에 유 전 팀장은 “박 전 회장의 진술은 모르겠고 아이디만 필요하다고 말한 것으로 기억한다”고 말했다. 유 전 팀장은 BBQ와 bhc의 ICC 중재 소송에 대해 자세히 알지도 못하고 소송에 관여하지도 않았다고 증언했다. BBQ 직원들의 개인정보 취득 경위와 관련해서는 “BBQ 정보전략팀장으로 일할 당시 BBQ 재무임원이 그룹 전산망의 데이터가 다르다고 확인 문의가 왔다”며 “당시 물류 전산망이 바뀐 지 얼마 안 돼 시스템에 익숙하지 않아 문제 해결을 위해 임원에게 개인정보를 요청해 받은 뒤 이를 업무 수첩에 적은 이후 가지고 있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유 전 팀장이 개인정보를 받았다고 지목한 BBQ 재무임원은 앞서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개인정보를 아무에게도 전달한 적 없다”며 “업무 처리도 유씨가 아닌 다른 직원과 했다”고 증언했다. 또한 검찰은 유 전 팀장이 그룹 전산망에 접근할 모든 권한을 가지고 있었다고 지적했다. 내부 정보 취득 시점이… 유 전 팀장은 재무임원의 개인정보를 취득한 시점에 대해서도 그간 검찰 조사에서 했던 진술을 번복했다. 그는 2011년~2012년 즈음에서 2013년 1월로 시점을 바꿨다. 검찰은 증인에게 진술을 번복한 이유가 물류 전산망이 바뀐 시점으로 맞추기 위함이냐고 묻자 유 전 팀장은 “단순 착오”라고 답했다. 유 전 팀장은 bhc 직원으로 일할 당시 BBQ 퇴사자의 개인정보를 어떻게 알 수 있냐는 검찰 질문에 “자신이 BBQ 정보전략팀장으로 일할 당시 퇴사자의 개인정보를 어떻게 다루는지 알고 있어 이를 바탕으로 추측해 박 회장에게 전달했다”고 답했다. 검찰은 유 전 팀장의 증언에 BBQ가 퇴사자에게 부여하는 임시 비밀번호를 줄 때 증인이 말한 방식을 쓴 것은 증인 퇴사 이후라고 지적했다. 검찰은 유 전 팀장이 박 전 회장에게 BBQ 전·현직 직원들의 정확한 개인정보를 전달할 수 있었던 배경에 대해 bhc가 BBQ의 데이터베이스(DB)를 모조리 빼내 가능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와 관련, 박 전 회장은 검찰 조사에서 “BBQ 허락하에 BBQ DB를 모두 가져왔다”고 진술했다. 박 전 회장 진술 이외에 검찰 판단을 뒷받침하는 정황도 있다. 2013년 6월 말 bhc 매각 이후 bhc는 자체 전산망 구축을 위해 BBQ와 bhc 전산망 분리 작업이 필요했다. 그해 7월2일 외부 업체는 해당 작업이 최소 한달 이상 걸릴 것이라고 진단했다. 하지만 유 전 팀장과 부하 직원 한 명, 그리고 한달 이상이 걸릴 것으로 판단했던 외부업체는 2013년 7월5일 오후 9시부터 다음날 오전 9시까지 불과 12시간 만에 BBQ로부터 분리된 bhc 전산망을 구축했다. 이와 관련해 유 전 팀장은 “bhc 직원이 100명 남짓에 불과해 수작업으로 데이터를 옮겨 가능했다”며 “BBQ DB는 가져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BBQ DB 관련 박 회장과 유씨의 진술이 배치되는 데 대해 유 전 팀장에게 묻자 “자신은 박 회장에게 BBQ DB를 가져왔다고 말한 적 없다”며 “박 회장이 검찰에서 왜 그리 말했는지 모르겠다”고 답했다. 다만 유 전 팀장은 노트북 하드 교체 관련 재판 과정에서도 말이 일치하지 않았다. 뻔히 보이는 해킹의 목적 첫 증언에서는 bhc 매각 시기인 2013년 이후 노트북 감가상각 5년을 계산해 2018년에 바꿨다고 했지만 이후 2017년으로 고쳤다. 기존 사건이 ‘불법 접속이 있었느냐’는 사실관계 다툼이었다면, 이번 후속 재판은 ‘그 사실을 둘러싸고 법정에서 거짓말이 있었느냐’는 문제로 이동했다. 그리고 그 거짓말이 조직적으로 이뤄졌는지 여부가 새로운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대법원은 지난해 2월, 박 전 회장에게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박 전 회장이 BBQ 직원 계정을 정상적인 방법으로 취득할 수 없었고, 불법적 경로일 가능성을 인식했을 것으로 판단했다.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는 무죄였지만, 정보통신망법 위반은 명확히 유죄로 못 박았다. 그러나 사건은 집행유예 판결로 끝나지 않았다. 검찰이 위증을 별도의 범죄로 끌어올린 이상, 수사는 ‘위증교사’를 밝히는 단계로 향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만약 법원이 관련자들의 위증을 인정할 경우, 그 진술을 누가, 어떤 방식으로 유도했는지가 핵심 수사 대상이 된다. 화살이 결국 박 전 회장을 향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위증교사는 기존 사건과는 별개의 범죄로, 추가 기소로 이어질 경우, 사법 리스크도 한층 더 커진다. 문제는 입증이다. 위증교사는 단순한 정황만으로는 성립하기 어렵다. 구체적인 지시나 교감, 사전 조율 정황이 확인돼야 한다. 하지만 검찰이 이미 “유리한 허위 증언 반복”이라는 판단을 내리고 고발까지 단행한 점을 감안하면, 단순한 가능성 제기를 넘어선 그림을 그리고 있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BBQ 출신 정보전략팀장 진술 번복 검, 증인들 위증 혐의로 직접 고발 이 사건을 관통하는 또 하나의 축은 bhc와 BBQ 사이의 오랜 분쟁이다. 박 전 회장은 삼성전자와 삼성에버랜드에서 근무하다가 2012년 BBQ 글로벌 대표로 영입됐다. 이어 2013년 BBQ 자회사 bhc가 미국계 사모펀드에 팔린 뒤 bhc 대표로 옮겨가며 양사 갈등의 중심에 섰다. 2018년 사모펀드 운용사 MBK파트너스 등과 함께 bhc를 사들여 오너 경영자가 된 동시에 각종 소송과 형사적 리스크의 한가운데에 서게 됐다. 이번 사건 역시 단순한 개인 비위가 아니라, 기업 간 치열한 법적 분쟁 속에서 벌어진 일이라는 점에서 무게가 다르다. 검찰에 의하면 박 전 회장은 2015년 7월3일 서울 송파구 신천동 bhc 본사에서 BBQ 직원 2명의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무단 도용해 BBQ 전산망에 접속한 뒤 bhc와 BBQ가 연루된 국제 중재 소송 관련 자료들을 살펴봤다. 이로 인해 박 전 회장은 2020년 11월 재판에 넘겨졌다. 아울러 박 전 회장은 유 정보팀장으로부터 BBQ 직원 이메일 아이디, 비밀번호, 전산망 주소가 적힌 메모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2022년 6월 1심 재판부는 박 전 회장의 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를 인정해 징역 6개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에 대해선 입증이 부족하다며 무죄 판결을 내렸다. 사건은 항소심으로 넘어갔다. 항소심 3차 공판 때 검찰과 변호인은 파워포인트(PPT)를 통해 2시간 동안 치열한 공방을 펼쳤다. 먼저 의견 개진 기회를 얻은 변호인은 “BBQ가 여러 차례 박현종 회장을 영업비밀 침해 등의 이유로 고소했지만 계속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며 “그런데 검찰이 정보통신망법을 무리하게 적용해 박현종 회장을 기소했다”고 주장했다. 당시 변호인은 “검찰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 없이 혐의를 입증한 것도 아니”며 “왜곡 가능성이 큰 간접 증거만 제시됐을 뿐”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박현종 회장은 2015년 7월3일 순댓국 프랜차이즈 인수 회의에 참석해 BBQ 전산망에 접속할 상황이 아니었다”고 부연했다. 반면 검찰은 “bhc가 2013년부터 BBQ 전산망에 무단 접속한 횟수가 236회에 달하지만 행위자가 드러나지 않아 기소하지 못했다”며 “박현종 회장은 무단 접속이 명백해 기소했다”고 반박했다. 지시했나 사면초가 검찰은 박 전 회장의 범행 동기에 대해 “2015년 BBQ 직원들이 박현종 회장이 bhc 매각을 총괄했다”는 진술서를 국제 중재 법원에 냈다. 국제 중재 소송에서 질 경우 지위가 불안정해질 수 있었던 박 전 회장은 “해당 진술서를 검토하고 반박해야만 했다”고 했다. 이어 “박현종 회장 휴대전화에서 BBQ 직원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적은 메모 사진이 나왔다. BBQ 전산망 접속 데이터 분석 결과, 박현종 회장이 BBQ 사내 메일을 포워딩(전달)한 개인 메일을 2년 만에 열람한 기록도 있다”며 혐의를 입증할 물적 증거가 많다고 했다. 검찰은 “2015년 7월3일 순댓국 프랜차이즈 인수 회의 참석자 2명은 박현종 회장을 회의에서 보지 못했다고 했다”며 박 전 회장의 알리바이를 부인하기도 했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