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속 동화마을 ②분천산타마을

날마다 크리스마스 기차 타고 떠나자

365일 날마다 크리스마스인 마을이 있다. 멀고 먼 유럽의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나라 경북 봉화군 분천산타마을 이야기다. 첩첩산골 봉화는 전국서도 손꼽히는 오지다. 겨울이면 내린 눈이 채 녹기도 전에 또 쌓이면서 설국으로 변신한다. 

분천산타마을은 간이역인 분천역에 조성돼있다. 동화 속 그림 같은 산촌마을 풍경과 크리스마스 기분을 365일 선사한다. 느릿느릿 기차를 타고 분천역에 내리면 겹겹이 둘러선 산을 배경으로 빨간 지붕의 아담한 역사가 서 있다. 역사 앞 광장은 계절에 아랑곳없이 온통 크리스마스 분위기다. 

썰매를 끌며 달려가는 귀여운 루돌프 모형이 제일 먼저 눈에 띈다. 빨간 코와 뿔이 달린 네 마리의 루돌프가 끄는 썰매에는 흰 수염에 빨간 옷을 입은 산타 할아버지도 보인다. 썰매에 올라타면 산타 할아버지 옆자리에 앉아 기념사진을 남길 수 있다. 광장 주변에는 갖가지 포토존이 줄을 잇는다. 익살스러운 산타, 알록달록한 기차, 하트로 꾸민 의자 등을 배경으로 즐겁게 사진을 찍다 보면 잊고 살았던 동심의 세계로 돌아간다. 

분천역 광장

역사 안으로 들어서면 작은 대합실이 반긴다. 빨간 벽면에 하얀 크리스마스 장식이 그려졌고, 빨강 체크 커튼이 달린 창가에 긴 나무의자가 놓였다. 셔터를 누르기만 해도 작품이 되는 포토존이며, 잠시 몸을 녹이고 쉬어 가기 좋은 장소다. 역사를 통과하면 V-Train과 무궁화호가 달리는 영동선 철길이 나온다.

역사 옆으로 여러 가지 체험 공간이 자리 잡고 있다. 산타우체국은 산타복을 입고 사진 찍을 수 있도록 벽난로와 예쁜 인형으로 꾸며놨다. 내년 크리스마스 때 엽서가 도착하는 노란 우체통도 보인다. 오랜만에 손글씨로 편지를 쓰는 여행객들 얼굴마다 잔잔하게 미소가 퍼진다.


그 외에도 분천산타마을의 사계절과 V-Train 풍경을 감상할 수 있는 분천 사진관, 자매결연을 맺은 스위스 체르마트를 상징하는 포토존 등을 루돌프 열차를 타며 즐기다 보면 겨울 하루가 짧기만 하다. 

분천역 광장 아래로 빨간 지붕이 옹기종기 모인 분천산타마을이 내려다보인다. 마을 곳곳에 맛집과 카페가 들어서 있다. 겨울이면 생각나는 어묵, 군고구마, 붕어빵 등 옛 추억을 떠올리며 몸을 녹일 수 있는 먹거리도 수두룩하다.

365일 한결같은 분천산타마을도 한여름과 겨울에는 축제가 열린다. 이번 겨울에는 오는 21일일부터 내년 2월16일까지 진행된다. 축제 기간에는 진짜 산타클로스와 사진을 찍을 수 있고, 팝업 놀이터, 버스킹 공연, 크리스마스 음악콘서트, 산타 썰매, 이글루, 요정의 집 푸드코트 등으로 크리스마스 분위기가 더 풍성해진다.

분천산타마을을 더욱 재미있게 즐기고 싶다면 백두대간협곡열차인 V-Train을 타보자. 분천역서 양원역, 승부역을 지나 철암역까지 왕복하는 V-Train은 오직 기차로만 갈 수 있는 백두대간의 V자형 협곡 사이를 지난다. V-Train의 V는 협곡을 뜻하는 ‘Valley’의 첫 글자이며, V자 협곡 모양을 상징하기도 한다.

양원역 매력부터 봉화 자연과 정자문화까지
겨울 축제와 오일장을 만나는 봉화 여행

일반 열차보다 창을 더 크게 내고, 창을 향해 앉을 수 있는 특별석도 마련해 놓아서 협곡의 비경을 감상하기 제격이다. 

기차는 양원역과 승부역서 5~10분씩 정차한다. 비록 짧은 시간이지만 사진을 찍거나 마을 주민들이 직접 기른 농산물을 사고, 따끈한 어묵과 찐 옥수수, 그리고 노릇노릇 부추전에 시원한 막걸리 한잔 맛보기에 충분한 시간이다. 양원역에 내리면 성냥갑만 한 역사가 서 있다.


1988년에 탄생한 양원역은 국내서 가장 작은 간이역이며, 마을 주민들이 한 푼, 두 푼 모은 돈으로 만든 최초의 민자 역사다. 대합실부터 역 간판까지 전부 주민들의 손으로 직접 만들었다.

당시 산간 오지인 원곡마을로 오는 유일한 교통수단은 오직 영동선뿐이었다. 그마저도 역사가 없어서 열차가 서지 않았고, 마을을 지날 때 보따리를 창문으로 던져놓고, 분천역이나 승부역에 내려서 걸어 다녔다. 양원역을 세운 뒤 주민들의 간절한 소원대로 기차가 정차하게 됐다.

하늘도 세 평, 꽃밭도 세 평이라는 승부역은 깊은 산골 작은 역이다. 이용자가 별로 없는 역사는 결국 무인역으로 바뀌었다. 홀로 19년 역사를 지키던 역무원은 사라졌지만, 그가 담벼락에 남긴 시는 비석이 되어 승부역을 지키고 있다. 

때 묻지 않은 오지 풍경을 두 발로 누리는 낙동정맥트레일은 수해 피해를 복구하고 다시 개통됐다. 낙동정맥트레일은 석개재서 승부역과 분천역을 지나 울진 광회리에 이르는 산길이다. 전체 3개의 구간 중에 승부역서 분천역으로 가는 2구간이 가장 인기가 높다. 

승부역서 현수교를 건너면 장승이 길목을 지키고 있다. 본격적인 숲길을 지나 배바위고개를 넘고, 비봉마을로 들어서면 분천역까지 낙동강을 곁에 두고 걷는다. 보통 걸음으로 대략 4시간이 소요된다. 낙동정맥트레일과는 달리 오롯이 낙동강을 따라 걷는 낙동강세평하늘길은 안타깝게도 여전히 폐쇄 중이다.

분천산타마을서 차로 30분 거리에 있는 국립백두대간수목원은 봉화가 가진 천혜의 자연환경을 다시 한번 느껴볼 수 있는 곳이다. 아시아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넓은 공간 안에서는 다채로운 정원을 계절별로 즐길 수 있다.

정원을 구경하며 걷거나, 귀여운 호랑이 모양의 트램을 타거나 끝자락에 자리한 호랑이숲에 닿는다. 호랑이숲에는 6마리의 백두산호랑이가 산다. 어슬렁어슬렁 산책을 즐기거나, 커다란 입을 쩍 벌리며 하품을 하는 생생한 장면을 눈앞에서 볼 수 있다.

산골 오일장인 억지춘양시장은 요즘 뜨는 봉화 여행지 중 하나다. 장이 서는 4일과 9일이면 적막한 산골 마을이 시끌벅적 활기를 띤다. 장날 외에도 여름철에 열리는 산골야시장을 비롯해 핼러윈 축제, 주말 장터 등 풍성한 볼거리와 푸짐한 시골 인심이 넘치는 시장이다.

억지춘양시장

봉화는 우리나라서 정자가 가장 많은 곳이다. 우리나라 650여개의 정자 중에 봉화 지역에만 103개가 존재한다. 봉화정자문화생활관은 누정전시관, 전통놀이마당, 누정오경 등 살아 숨쉬는 누정문화를 느끼게 한다. 솔 향기 그윽한 솔향촌에서는 하룻밤 머물며 정자의 매력을 몸소 체험해 볼 수 있다.

 

<여행 정보>
당일 여행코스

분천산타마을→V-Train→국립백두대간수목원

1박2일 여행 코스
-첫째 날 분천산타마을→ V-Train→낙동정맥트레일
-둘째 날 국립백두대간수목원→억지춘양시장→봉화정자문화생활관


관련 웹 사이트 주소
-봉화관광 https://www.bonghwa.go.kr/open.content/tour/
-V-train https://www.letskorail.com/ebizprd/EbizPrdTra inOtrainIntro_vW_htm54120.do
-국립백두대간수목원 https: //www.bdna.or.kr/intro

운영 정보
-분천산타마을 주소: 경북 봉화군 소천면 분천길 49 분천역 일원 
문의: 봉화군 문화관광과 054-679-6342, 6355, 운영시간: 상시, 휴무: 연중무휴

-V-Train 노선: 분천-양원-승부-철암, 1일2회 (목~월요일) 운행,  휴무: 화요일, 수요일 미운행, 요금 8400원

문의 전화
-봉화문화관광과 054)679-6351
-백두대간수목원 054)679-1000
-억지춘양시장 054)674-3080

대중교통
기차 서울-영주-분천, 청량리역서 영주역까지 하루 9회(06: 18~21:45) 운행, 약 1시간55분 소요. 영주역서 분천역까지 하루 5회(08:14~20:06) 운행, 약 1시간 소요

*문의: 코레일 1544-77 88 https://www.letskorail.com/


자가운전
중앙고속도로 풍기 IC→소백산국립공원, ‘풍기, 봉화’ 방면 우회전→봉현교차로서 ‘안동, 영주, 봉화’ 방면 약 9㎞ 진행→기흥교차로서 ‘울진, 봉화’ 방면 36번 국도따라 약 50㎞ 진행→분천1교차로서 ‘분천역’ 방면 우회전→분천산타마을

숙박 정보
-봉화정자문화생활관: 봉성면 부랭이길, 054)679-6967, https://www.bonghwa.go.kr/open.content/facility/
-만회고택: 봉화읍 바래미1길, 054)673-7939, http://manhoegotaek.modoo.at
-성암재: 춘양면 서동길, 054)673-5011, https://seongamje.modoo.at

식당 정보
-오시오숯불식육식당(돼지숯불구이): 명호면 광석길, 054)673-9012
-대가한정식(돌솥곤드레정식): 춘양면 의양로, 054)674-3126 
-산타육칼(가마솥육칼국수): 소천면 분천2길, 054)673-5159

주변 볼거리
청량사, 국립청옥산자연휴양림, 봉화목재문화체험장, 만회고택, 닭실마을, 청암정, 범바위전망대

<webmaster@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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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유튜버 데뷔 진짜 이유

문재인 유튜버 데뷔 진짜 이유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잊히고 싶다던 사람의 행보는 절대 아니지 않나?” 문재인 전 대통령이 대국민 행보를 시작했다. 전임 대통령과 달리 퇴임 후에도 활발한 활동으로 입길에 오르더니 최근에는 그 행보를 본격화하는 모양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이 퇴임을 얼마 앞둔 시점에 남긴 “잊히고 싶다”는 말이 두고두고 회자되고 있다. 보수 정당은 문 전 대통령의 말을 ‘허언’이라고 치부하는 중이고 진보 세력에서도 “좀 너무한 게 아니냐”는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다. 전임 대통령의 행보라고 하기엔 과하다는 지적이다. 의도 없어도 정치 행보로 문 전 대통령은 2022년 3월30일 불교계 원로들과 만난 자리에서 “남은 기간 최선을 다하고 자연으로 돌아가서 잊혀진 삶, 자유로운 삶을 살겠다”고 말했다. 퇴임을 40일 정도 남긴 시점이었다. 앞서 2020년 1월 신년 기자회견에서도 “대통령 이후에 전직 대통령 기념사업이라든지, 현실 정치와 계속 연관을 갖는다든지 그런 것은 일절 하고 싶지 않다”며 “대통령을 하는 동안 전력을 다하고 대통령이 끝나고 나면 잊혀진 사람으로 돌아가고 싶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문 전 대통령은 퇴임 후 얼마 지나지 않은 시점부터 대국민 소통을 이유로 SNS를 시작했다. 책을 추천하거나 시국과 관련해 발언하는 용도로 사용됐다. 행사에 참석해 직접 정권을 비판하는 목소리를 낸 적도 있다. 선거 때 유세에 나서기도 했다. 역대 대통령에게서는 보기 힘들었던 모습이다. 문 전 대통령의 행보는 매번 입길에 올랐다. 전직 대통령인 만큼 행보 하나하나가 정치적으로 해석되는 부분에 대한 우려도 나왔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전직 대통령이다. 백번 양보해서 정치적 의도가 없다고 해도 정치적으로 해석될 수밖에 없는 자리”라고 말했다. 실제 문 전 대통령의 언행은 정치권은 물론 국민에게도 얘깃거리가 되곤 했다. 그런 문 전 대통령이 이번에는 유튜버로 깜짝 변신했다. 전직 대통령이 유튜버로 데뷔한 사례 역시 역대 최초다. 무엇보다 영상 제작을 방송인 김어준씨가 운영하는 ‘겸손방송국’이 맡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정치적 해석이 줄을 잇고 있다. 역대 대통령 가운데 최초 친명 측서 민감하게 반응 문 전 대통령은 지난 17일 유튜브 채널 ‘평산책방’에 게재된 ‘EP. 1 시인이 된 아이들과 첫 여름, 완주’ 영상에 출연했다. 채널명인 평산책방은 문 전 대통령이 퇴임 후 머무는 경남 양산에서 운영 중인 서점이다. 앞서 문 전 대통령은 지난 16일 ‘평산책방’ 계정에 45초 남짓의 영상을 올려 유튜버로서의 출발을 알린 바 있다. 영상은 문 전 대통령과 탁현민 전 청와대 의전비서관의 대담 형식으로 구성됐다. 문 전 대통령은 평산책방의 ‘책방지기’로 소개됐다. 첫 번째 추천작은 시집 <이제는 집으로 간다>였다. 소년보호 사건 재판에서 보호위탁 처분을 받은 경남 청소년위탁센터의 청소년 76명이 작성한 시를 엮어 만든 책이다. 문 전 대통령은 “이 아이들은 앞으로 우리 정상적인 삶으로 돌아오느냐, 안 그러면 계속 빗나간 생활을 하느냐는 갈림길에 서 있다”며 “절대적으로 부족한 게 애들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이다. 애들은 들어주기만 해도 달라진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시집의 표제시인 ‘가만히’를 가장 기억에 남는 시로 꼽았다. 두 번째 책으로는 류기인 창원지방법원 소년부 부장판사 등이 엮은 <네 곁에 있어줄게>를 추천했다. 청소년회복센터 교사, 자원봉사자 등이 소년재판과 소년사건 현장을 바라보는 다양한 시선을 담은 책이다. 문 전 대통령은 “이 책은 평산책방이 직접 출판했기 때문에 적은 비용으로 출판할 수 있었다”면서 “책이 많이 팔려서 아이들에게 인세(저작권 사용료)를 나눠주고 아이들이 ‘시집도 냈고 인세도 받았다’는 자긍심으로 세상을 살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문 전 대통령의 유튜버 데뷔는 정치권을 흔들었다. SNS 글, 직접 발언 등으로 메시지를 던진 적은 있지만 고정 출연을 명목으로 한 주기적인 방송 활동은 그 영향력에 있어서 결이 다르다는 의견이 나왔다. 특히 흥미로운 대목은 문 전 대통령의 행보에 이재명 대통령을 지지하는 이른바 ‘친명(친 이재명)계’ 쪽에서 불만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는 점이다. 뜬금없이 갑자기 왜? 실제 유튜브 영상은 물론 이 대통령을 지지하는 커뮤니티 등에는 문 전 대통령을 비판하는 의견이 다수 올라왔다. ‘잊혀지고 싶다고 했으면 조용히 있어달라’ ‘왜 대통령이 순방길에 나선 시점에 유튜브를 하나’는 등의 댓글이 달렸다. 영상 제작을 맡은 김씨와의 연관성을 언급하면서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문 전 대통령의 행보를 내년 6월에 있을 지방선거와 연결 짓고 있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공천 전쟁이 본격화할 즈음에 ‘친문(친 문재인)’ 세력을 규합해 영향력을 발휘하려는 게 아니냐는 의구심이다. 국민의힘 등 야권을 상대로 목소리를 내는 게 아니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내부에 영향을 끼치겠다는 의도로 비친다는 것이다. 지방선거 후보 공천 시기가 다가오면 민주당 지지층이 친명과 친문(친 문재인)으로 갈릴 수 있다는 관측까지 나온다. 이미 민주당 내부에서는 이 대통령과 정청래 대표 사이가 미묘하게 흔들리는 상황이 자주 연출되고 있다. 정 대표는 임기 초부터 이 대통령이 주목받아야 할 시기마다 ‘자기 정치’를 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았다. 최근에도 정 대표는 당원 주권 강화를 취지로 대의원과 권리당원의 표값을 1인1표로 하겠다는 내용을 두고 의견 수렴을 하겠다며 전 당원 여론조사를 밀어붙였다. 이번 여론조사는 당 대표 선거에서 ‘당심’을 등에 업고 당선된 정 대표가 당헌·당규 개정을 통해 연임을 노리고, 앞으로 있을 지방선거의 공천권을 쥐겠다는 의지로 해석되고 있다. 여기에 문 전 대통령의 지지층이 힘을 더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정 대표는 대표적인 친문 스피커로 불리는 김어준씨와 친분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는 당 대표가 되기 전부터 김씨가 운영하는 <딴지일보> 온라인 게시판에 자주 글을 남겼다. 당 대표 취임 후에는 “사법개혁안을 당론으로 추진해 본회의에 통과시킬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인사 글을 남기기도 했다. 공천 전쟁 친문 결집? 지난 6일 제주도에서 열린 민주당 초선 의원 모임 ‘더민초’ 워크숍 강연에선 “민주당 지지 성향으로 봤을 때 <딴지일보>가 가장 바로미터”라고 발언해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특정 지지층에 휘둘린다는 지적이다. 정치권에서는 문 전 대통령이 전면에 나타나면서 지방선거가 ‘진흙탕 싸움’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또 한편으로는 문 전 대통령에 대한 민심이 과거와 비교해 많이 훼손된 상황에서 지방선거를 망칠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임기 내내 40% 안팎의 높은 지지율을 기록하고도 정권 재창출에 실패한 점, 퇴임 후의 행보가 지지세를 깎아 먹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이 같은 현상이 두드러지게 나타난 게 지난해 총선 때다. 문 전 대통령은 지난해 4·10 총선 당시 부산·울산·경남 지역에서 민주당 후보를 지원하는 유세 활동을 펼쳤다. 당시 그는 “이렇게 못하는 정부는 처음”이라며 윤석열정부를 연일 공격했다. 국민의힘이 “최악의 정부는 문재인 정부”라고 정면 반박하면서 문 전 대통령이 선거 전면에 등장했다. 하지만 결과는 ‘폭망’이었다. 문 전 대통령은 부·울·경 일대를 돌며 민주당 후보 11명을 지원했다. 이 가운데 9명이 낙선한 것이다. 당시 민주당 대표였던 이 대통령의 지지층을 중심으로 ‘문재인 책임론’이 불거졌다. 문 전 대통령의 등장이 역풍으로 작용했다는 것이다. 보수층에서 ‘문 전 대통령 덕분에 보수가 결집했다’는 조롱이 나올 정도였다. 지난해 총선 유세 ‘폭망’ 조국 사면으로 민심 악화 이재명정부가 출범한 이후에도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의 사면을 요구한 사실이 드러나 논란의 중심에 섰다. 조 대표는 자녀 입시 비리 혐의 등으로 대법원에서 징역형이 확정돼 수감된 상태였다. 조 대표가 받은 형량은 2년으로 만기 출소는 내년 2월로 예정돼있었다. 그런 그를 ‘광복절 사면’ 대상에 포함해달라는 요구를 했다는 것이다. 문 전 대통령의 조 대표 사면 요구는 이정부의 임기 초반을 완전히 뒤흔들었다. 처음 정치권에서 조 대표의 사면 이슈가 흘러나왔을 당시 불가능할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역대 정부에서 임기 초에 정치인 사면을 한 적이 없던 점, 조 대표에 대한 민심이 부정적인 점 등이 근거로 떠올랐다. 이른바 ‘조국 사태’는 대학 입시에 민감한 한국 사회에서 공정성 논란과 결합하면서 엄청난 폭발력을 보여줬다. 문 전 대통령의 지지율이 가장 크게 흔들린 시점도 조국 사태였고, 결정적으로 윤정부의 탄생에 단초가 됐다는 의견도 많았다. 하지만 문 전 대통령이 사면 요구를 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기류가 변했다. ‘조국에게는 마음의 빚이 있다’는 문 전 대통령의 생각이 사면 요구로 나타나면서 조 대표의 사면을 지지하는 쪽의 목소리가 커지기 시작했다. 이 대통령 지지층에서는 ‘(대통령) 임기 때에도 못 한 일을 왜 현 정부에 해달라고 하느냐’는 의견이 분출했다. 문 전 대통령 재임 당시 조 대표의 배우자인 정경심 전 동양대 교수에 대한 사면 요구가 있었지만 이뤄지지 않은 점을 꼬집은 것으로 보인다. 현 정부에 부담 주지 말라는 의견도 빗발쳤다. 정치권에서도 갑론을박이 이어졌다. 대통령실은 ‘사면권은 대통령의 고유 권한’이라면서 말을 아꼈다. 그러다 이 대통령이 조 대표의 사면을 결정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전직 (대통령이) 현직 (대통령)을 이겼다’ ‘친문 살아 있다’는 등의 말이 나왔다. 후폭풍은 거셌다. 60%대를 견고하게 유지하던 이 대통령의 지지율이 50%대로 주저앉았다. 공정 이슈가 훼손됐다고 생각한 2030세대가 지지율 하락을 이끌었다. 영향력은 두고 봐야 문 전 대통령은 매주 월요일 오전 10시 ‘평산책방’ 계정에 올라오는 영상 중 ‘평산책방 TV’라는 코너에 고정 출연할 예정이다. 문 전 대통령이 내놓는 발언, 추천하는 책, 출연자 등이 하나하나 입방아에 오를 가능성이 크다. 문 전 대통령은 민주당의 ‘트로이 목마’가 될까, ‘서포터’가 될까?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