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엽 밟으며 걷는 길 ④대전 장태산자연휴양림

발끝에 흩어진, 가을이었다

이생진 시인은 ‘낙엽’이라는 시에서 ‘한 장의 지폐보다 / 한 장의 낙엽이 아까울 때가 있다’ 말한다. 그리고 ‘그때가 좋은 때다’라고 덧붙인다. 그러니 스산한 11월, 가난한 마음에 떨어진 낙엽은 기꺼움으로 마주해 봐도 좋겠다.

장태산자연휴양림은 가녀린 침엽의 메타세쿼이아가 가을을 물들인다. 메타세쿼이아는 활엽낙엽수가 단풍을 떨굴 때 즈음 뒤늦게 단풍이 드는 ‘낙엽침엽수’다. 침엽수는 소나무나 주목처럼 사철 푸른 잎을 뽐낼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메타세쿼이아는 다르다. 가을에는 무리 진 침엽에 붉은 단풍이 들고 낙엽 또한 돗자리를 깔아놓은 듯 바닥 위에 얕고 넓게 흩어진다.

장태산자연휴양림에 처음 메타세쿼이아 숲을 조성한 이는 고 임창봉씨다. 장태산자연휴양림 초입에는 그의 흉상이 있고 ‘1972년부터 24만여평에 20만그루의 나무를 심었다’고 적혀 있다. 흉상 뒤편에는 그가 쓴 ‘나의 신조’가 남아 있다. “나는 여생을 나무를 심고 가꾸며 진실하고 정직하게 자연의 섭리를 배우며 성실하게 살겠다. 흙과 나무는 사람과 같이 속이지 않음을 확신하기 때문이다.”

낙엽 침엽수

그러니 장태산자연휴양림의 메타세쿼이아 숲을 거니는 건, 나무를 사랑한 그의 삶 속으로 스미는 여정이기도 하다. 낙엽 밟는 소리가 소란스럽지 않은 것 또한 그런 까닭이겠다. 현재는 대전광역시 소유다. 임창봉씨의 사업이 어려워지며 경매에 나왔고, 이를 대전광역시가 인수해 산림문화휴양관 등을 새로이 지어 오늘에 이르고 있다. 

휴양림에서 가장 인기 있는 장소는 역시나 스카이웨이와 스카이타워. 지상 10~16m 높이에 놓인 스카이웨이는 메타세쿼이아 숲 사이를 비집고 지난다. 메타세쿼이아를 곁에 두고 공중으로 난 산책로를 걷는 일은 꽤 신비롭다. 그런데도 여전히 나무의 중간 높이 정도에 다다랐을 뿐인데, 가지는 머리 위로 또 한참을 올라간다.


메타세쿼이아는 중생대 백악기부터 공룡과 함께 살아 ‘살아있는 화석’이라 불린다. 멸종한 것으로 알려졌다가 1940년대 군락이 발견되며 부활했다. 생장 속도가 무척 빠르고 보통 35m 높이까지 자란다. 그 사실까지 알고 나면 왠지 공룡의 어깨 위에 올라탄 듯도 하다. 

스카이웨이가 끝나는 지점에는 스카이타워가 방점을 찍는다. 높이 27m의 스카이타워는 나선형 덱으로 빙글빙글 몇 바퀴를 돌아 정상부에 다다른다. 정상부 전망대에 오르고서야 비로소 메타세쿼이아의 꼭대기, 우듬지와 눈을 맞춘다.

타워서 발 아래를 내려 보면 아찔하다. 스카이웨이 높이는 비할 바가 아니다. 먼 산에는 앞선 단풍들이 번지기 시작한다. 장태산은 해발고도 374m로 그리 높은 산은 아니지만, 임창봉씨가 왜 ‘높고 깊은 산(長泰山)’이라 이름을붙였는지 알 법하다.

장태산자연휴양림의 메타세쿼이아 숲
고 임창봉씨의 나무 사랑을 볼 수 있는 곳

장태산자연휴양림은 과거 문재인 전 대통령 부부가 여름 휴가차 방문해 더 유명해졌다. 관리사무소 앞에는 대통령 탐방 코스 안내도가 있다. 스카이웨이 쪽이 아니라 메타세쿼이아 삼림욕장으로 방향을 잡으면 된다. 삼림욕장과 숲속교실을 지나 전망대까지 다녀오는 구간으로 약 50분 정도 걸린다.

초입의 메타세쿼이아 삼림욕장 정도만 다녀와도 좋다. 고요하고 편안한 시간을 보내기에는 메타세쿼이아 숲 아래가 스카이웨이 쪽보다 낫다. 선베드와 들마루 등 쉼의 자리가 잘 갖춰져 있어, 하늘을 보며 눕는 이들이 많다. 메타세쿼이아의 높이를 다시 실감한다. 

늦은 가을에는 메타세쿼이아 낙엽을 밟으며 산책하기에도 좋은 장소다. 침엽의 낙엽은 ‘바스락’거리는 대신 빗질처럼 쓸리는데, 그럴 땐 발끝서 가을이 소리 없이 저무는 것만 같다. 그 밖에 스카이웨이서 이어지는 140m의 출렁다리나 다정한 산책을 즐길 수 있는 생태연못 등도 장태산자연휴양림의 명물이다.


숲속의집이나 산림문화휴양관 등이 있어 하룻밤 묵어가며 메타세쿼이아의 숲을 마주할 수도 있다. 

대전트래블라운지는 대전광역시가 관광객을 위해 마련한 쉼터이자 문화공간이다. 대전역서 도보 10분 거리라 여행의 출발로 삼기에 알맞다. 대전의 제철 여행 정보를 얻거나 여행 가방 무료 보관서비스만 이용해도 충분하다. 2층으로 이뤄진 라운지 내에는 무인 카페, 여행책 서가, 굿즈숍 등이 있어 숨을 고르며 여행 계획을 짜기에도 안성맞춤이다. 대전 원도심에 관심 있는 이들은 문화관광해설사에게 원도심 동행투어(무료)를 청할 수 있다. 

메타세쿼이아의 가을만으로 아쉬울 때는 한밭수목원을 찾을 일이다. 도시의 숲에 공원이 아닌 수목원이라 이름 붙인 이유는 가보면 안다. 1993년 대전엑스포를 계기로 조성한 부지는 지난 2005년 서원, 2009년 동원이 차례로 개원했다. 약 20년이 지난 지금은 ‘2023~2024 한국관광100선’에 이름을 올릴 만큼 울창하다.

한밭수목원

특히 서원 명상의 숲 인근은 붉은 단풍과 대숲의 초록이 조화롭다. 명상의 숲에서 습지원을 지나 단풍숲까지 가을 산책을 누려봄 직하다.

한밭수목원 남쪽은 이응노미술관이 위치한다. 고암 이응노는 파리를 중심으로 활동한 우리나라 대표 추상화가다. 동양의 필묵을 기반으로 한 그의 작품은 우리 전통의 미가 짙게 묻어난다. 특히 <군상> 연작 시리즈와 문자 추상이 눈여겨볼 작품이다.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 한강의 <소년이 온다>가 5·18 광주민주화운동의 참상을 써나갔다면 이응노 화백은 <군상>으로 그려냈다. 건축가 로랑 보두엥이 디자인한 미술관 건물 역시 흥미롭다. 고암의 작품 <수(壽)>의 문자 추상을 건축적으로 표현했다. 야외는 우리 전통 건축의 담과 마당 그리고 초입의 두 그루 소나무가 고암의 작품처럼 짙은 여운을 남긴다.

 

<여행 정보>
당일 여행코스

장태산자연휴양림→한밭수목원→이응노미술관

1박2일 여행 코스
-첫째 날 장태산자연휴양림→한밭수목원→이응노미술관
-둘째 날 대전트래블라운지→계족산→소제동 카페골목

관련 웹 사이트 주소
-장태산자연휴양림 www.jangtaesan.or.kr 
-이응노미술관 www.leeungnomuseum.or.kr 
-한밭수목원 www.daejeon.go.kr/gar 
-대전관광 https://www.daejeontour.co.kr

운영 정보
장태산자연휴양림 운영시간: 24시간, 숙박 입실 15시 이후, 퇴실 11시 이전, 휴무: 연중무휴, 요금: 무료

문의 전화
-장태산자연휴양림 042)270-7885
-이응노미술관 042)611-9800
-한밭수목원 042)270-8452~3
-대전트래블라운지 042)221-1905


대중교통
-기차 | 서울역-대전역, KTX 수시(05:03~23:28) 운행, 약 1시간 소요. 대전역/역전시장 정류장서 20번 버스 이용 장태산자연휴양림 하차.

*문의: 레츠코레일 1544-7788 www.letskorail.com, 대전광역시버스운송사업조합 042)522-2254 www.daejeonbus.or.kr

-버스 | 서울-대전, 서울고속터미널서 15~20분 단위(06:00~ 24:00) 운행, 약 2시간 소요. 대전복합버스터미널서 용전네거리 정류장까지 560m 이동 후 615번 버스 이용. 도마삼거리 정류장서 22번 환승 후 장태산자연휴양림 하차.

*문의: 서울고속버스터미널 1688-4700, 고속버스통합예매 www.kobus.co.kr, 대전광역시버스운송사업조합 042)522-2254 www.daejeonbus.or.kr

자가운전
대전남부순환고속도로 서대전IC→계백로→벌곡로→장안로→장태산자연휴양림

숙박 정보
-호텔더에이치: 한국관광 품질인증, 대덕구 신탄진동로, 042)932-0005, http://www.hoteltheh.com/ 
-베니키아 테크노밸리 호텔: 유성구 테크노중앙로, 042)671-0500, www.hotel technovalley.com 
-호텔ICC: 유성구 엑스포로, 042)866-5000, www.hoteli cc.com


식당 정보
-태화장(맨보샤): 동구 중앙로, 042)256-2407
-호숫가에서 본점(오리훈제 쌈밥정식): 서구 장안로 042)581-3303
-이태리국시 본점(숯불갈비쌈피자): 서구 둔산로31번길 042)485-0950

주변 볼거리
국립중앙과학관, 으능정이문화의거리, 대전근현대사전시관, 금강로하스해피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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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지난 6월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후보가 서영교 의원을 누르고 22대 더불어민주당 2기 원내대표로 당선됐다. 김 원내대표는 내란 종식과 헌정 질서 회복, 권력기관 개혁을 외쳤다. 이로부터 두 달 뒤인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정청래 신임 당 대표가 선출됐다. 이재명정부 첫 여당 지도부가 제모습을 갖추면서 안정 궤도에 접어드는 듯했다. 약 한 달도 지나지 않아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와 정청래 대표의 첫 갈등이 불거졌다. 정 대표가 지난 9월11일 여야 원내 지도부가 합의한 3대 특검법 합의안에 대해 “협상안을 수용할 수 없고, 지도부 뜻과 달라 재협상을 지시했다”고 밝히면서다. 불안불안 이인삼각 특검법 개정안의 핵심인 기간 연장을 제외한 채 합의해 특검법의 취지와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게 정 대표의 입장이다. 김 원내대표는 곧바로 반박했다. 원내 지도부와의 긴급회의를 거듭하던 그는 밖에서 기다리던 취재진을 향해 “정청래한테 공개 사과하라고 그래!”라며 소리쳤다. 이후 당 안팎에서 원성이 쏟아지자 김 원내대표는 오히려 취재진을 향해 “왜 자꾸 합의라고 그러느냐”고 물었다. 그는 “(합의가 아니라) 1차로 논의한 것이고, 무엇보다도 의원총회에서 추인을 받아야 한다”며 “수사 기간과 규모에 다른 의견에 있으면 그 의견을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제 총론만 (발표)하고 나갔는데 원내수석들이 각론에서 너무 많이 나갔다. 마치 합의가 된 것처럼 보도됐다”며 합의문이 아니라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두 사람 간의 갈등은 사흘 만인 13일 봉합됐다. 김 원내대표는 자신의 SNS에 “심려 끼쳐서 죄송하다. 심기일전해 내란 종식과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 분골쇄신하겠다”고 게시글을 작성했다. 이렇게 냉전은 끝났지만 지지층의 비난은 거셌다. 김 원내대표를 향해 ‘수박’ ‘변절자’ 등 원색적인 비판을 쏟아내며 의심의 눈길을 보냈다. 문재인정부 당시 민주당 대표를 지냈지만 지난 대선에서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의 손을 들어준 이낙연 전 국무총리의 행보와 비교하는가 하면 ‘역시 서영교 의원을 뽑아야 했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도 나왔다. 지지층의 미묘한 기류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번에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검사 징계안을 놓고 두 번째 갈등이 터졌다. 법사위 소속 범여권 의원들이 대장동 항소 포기에 반발한 검사장 18명을 고발한다고 밝힌 데 대해 “협의가 없었다”고 선을 그으면서 개혁 의지가 부족하다는 비판이 나온 것이다. 지난달 19일 법사위 소속 민주당·조국혁신당·무소속 등 범여권 의원들은 검찰의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에 이의를 제기한 검사장 18명을 국가공무원법 위반으로 경찰에 고발했다. 여당 간사인 민주당 김용민 의원은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 조직 기강과 헌정 질서를 무너뜨린 검사장 18명의 집단 항명 행위에 대해서 국가공무원법 위반 혐의로 고발한다”고 밝혔다. ‘당심’이 뽑은 정, ‘의심’이 뽑은 김 연일 삐거덕…벌써 이재명 리더십 부재? 김 원내대표는 고발 소식이 알려진 뒤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지금 봤다”며 “그렇게 민감한 것은 정교하고 일사불란하게 해야 한다. 협의를 좀 해야 했다”고 당혹한 기색을 보였다. 이어 “뒷감당은 거기서 해야 할 것”이라며 고발장을 제출한 법사위 쪽에 책임을 물었다. 법사위의 검사장 고발은 원내 지도부뿐 아니라 당 지도부와도 사전 논의가 없었다는 게 김 원내대표의 설명이다. 하지만 김용민 의원은 검사장 고발 문제에 대해 “당의 기조와 흐름이 잡혀 있는 상태에서 저희가 고발장을 그날 제출하는 기자회견을 한 것뿐, (원내 지도부와) 소통이 없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김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원내(지도부)와 소통할 때 이 문제를 법사위는 고발할 예정이라는 걸 얘기했다”며 “원내가 많은 사안을 다루다 보니까 (고발 문제를) 진지하게 듣거나 기억하지 못하셨을 가능성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저희가 더 적극적으로 설명을 해야 했지 않았느냐는 지적을 한다면 겸허하게 받아들이겠다”면서도 “소통이 아예 없지는 않았다”고 덧붙였다. 당시 한 여권 관계자는 “당 대표가 당 전체를 이끄는 일이라면 원내대표는 말 그대로 원내 상황을 조율하고 총괄하는 위치인데, 오히려 갈등을 키우고 있으니 (민주당) 의원들도 혼란스러운 것”이라며 “이런 상황이 조금씩 노출되면서 지지층까지 불안함을 느끼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당과 원내, 강경파와 온건파로 나뉜 민주당의 배경에는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의 선출 방식이 거론된다. 강경 지지층이 밀어 올린 정 대표와 달리 김 원내대표는 당내 의원 선거를 통해 당선됐다. 당시 원내에 친명(친 이재명)계가 다수 포진했던 만큼 김 원내대표 의중은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에 가깝다. 더 강하고 더 빠르게 개혁을 외치는 정 대표의 지지층과 사사건건 부딪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런 강성 지지층에게 김 원내대표는 이미 ‘투아웃’이다. 여기에 정 대표의 공약이었던 대의원과 권리당원 간 표 반영 비율을 ‘1대 1’로 변경하는 당헌·당규 개정이 부결되면서 지지층의 반발이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밑서 치솟고 위서 누르고 그동안 민주당은 당 대표나 최고위원 등 선출 시 대의원과 권리당원 투표 반영 비율을 20:1 미만으로 규정해 왔다. ‘동등한 1인1표제’는 정 대표가 당 대표 경선 당시 공약으로 내건 정책 중 하나로 “나라의 선거에서 국민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하듯 당의 선거에서도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해야 한다”고 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일부 의원들 사이에서조차 ‘졸속 추진’이라는 비판이 나오면서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 두 사람 모두 시험대에 올랐다. 정 대표 쪽에선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는 ‘이재명 대통령이 당 대표였던 때부터 추진됐던 개혁의 실현’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일각에서 ‘시기’와 ‘방법’을 문제 삼는 등 반대 의견에 부딪혔다. 권리당원의 힘으로 대표직에 오른 지 3개월이 조금 지난 상황에서 1인1표제를 추진하자 친명계 조직인 ‘더민주혁신회의’와 일부 당원 등을 중심으로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1인1표제를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이 최고위원은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논란이 커지고 있는데 이는 찬반의 문제라기보다 절차의 정당성·민주성 확보, 그리고 취약 지역(영남 등)에 대한 전략적 규제와 과소 대표성이 핵심”이라고 분석했다. 친명계인 윤종군 의원도 SNS를 통해 “당원주권 강화 방향에 동의한다”면서도 “전 지역 권리당원 표를 1인1표로 하는 것에는 이견이 있다. TK(대구·경북) 등 영남지역 당원 자긍심 저하, 당세 확장 장애 조성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현 상황과 관련해서 한 정치권 관계자는 “당 대표는 당 컨트롤이 안 되고, 원내대표는 의원들 컨트롤이 안 되는 상황”이라며 “지난 지도부(이재명 당 대표, 박찬대 원내대표)가 워낙 합이 좋았고 당 대표 리더십도 강했기 때문에 더욱 비교된다. 중심축이 없으니 엎치락뒤치락하면서 반 발자국만 앞서도 자기 정치라는 뒷말이 나오는 것”이라고 봤다. 결국 정 대표의 1인1표제는 중앙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지난 5일 치러진 투표 결과 중앙위원 총 593명 중 373명이 투표에 참여해 찬성 277표, 반대 102표로 과반이 찬성하지 않아 부결된 것이다. 남은 고비 얼마나? 원내 일각에서는 무리하게 밀어붙인 ‘정청래발 개혁’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김 원내대표의 고충 역시 이와 궤를 같이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대통령실에서조차 몇 차례 속도 조절을 주문했지만, 지지층을 등에 업은 정 대표는 ‘개혁 골든 타임’을 필두로 숨 가쁘게 달리고 있다. 그런 김 원내대표가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을 못 박으면서 ‘쓰리아웃’은 겨우 면했다는 분석이다. 그는 지난달 2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내란전담재판부는 국민의 명령이기 때문에 당연히 설치한다”며 “여기에 대해 더는 설왕설래하지 않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 제한’ 조치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김 원내대표는 “시간이 지나면 내란 사범이 사면돼 거리를 활보하지 못하도록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을 제한하는 법안도 적극 관철하겠다”며 “내란 사범을 사면하려면 국회 동의를 받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만일 윤석열 전 대통령 등 내란 주요 피의자에 대한 내란죄가 확정될 경우 사면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로부터 약 일주일 뒤인 지난 4일 범여권의 주도로 ‘내란전담재판부(내란특별재판부)’ 설치법이 법사위 전체회의를 통과했다. 법사위는 해당 법안을 이달 중 본회의에서 처리하겠다며 속도를 냈다. 해당 재판부는 12·3 내란 사태와 관련해 윤 전 대통령 등이 연루된 내란 사건 전담을 골자로 한다. 내란전담재판부 판사 및 영장전담법관 추천위원회는 헌법재판소장을 비롯한 법무부 장관과 판사회의에서 추천한 총 9명으로 구성된다. 내란전담재판부로 성난 지지층 달래도… 위헌 폭탄 껴안고 걸어가는 ‘불’꽃길 구성을 마친 추천위원회는 2주 안에 영장전담법관과 전담재판부를 맡을 판사 후보자를 각각 정원의 2배수로 추천해야 하며 최종 임명은 대법원장의 몫이다. 또 형사소송법상 피고인의 구속기간은 최대 6개월이지만 특별법에서는 내란·외환 관련 범죄에 대해 구속기간을 1년까지 연장할 수 있도록 했다. 국민의힘은 위헌 소지가 있다며 반발했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한마디로 판사가 마음에 안 든다고 골라 쓰겠다는 ‘지귀연 판사 바꾸자는 법’”이라며 “사법부의 무작위 배당 원칙을 위반하는 것일 뿐 아니라 이미 재판하는 사건도 뺏어서 다른 판사한테 맡기겠다는 삼권분립의 침해”라고 지적했다. 이날 법사위에 출석한 천대엽 법원행정처장 역시 “1987년 헌법 아래 누렸던 삼권분립, 사법부 독립이 역사의 뒤안으로 사라질 수 있다”며 “내란특별재판부법에 여러 가지 위헌 요소가 있다”고 반대했다. 천 처장은 “헌법재판소가 결국 이 법안에 대해 위헌 심판을 맡게 될 텐데 헌재소장이 추천권에 관여한다면 심판이 선수 역할을 하게 돼 룰에 근본적으로 모순이 생긴다”며 “헌법재판소장과 직·간접적 관계에 있는 헌법재판관들이 재판(위헌심판)을 맡을 수 없게 된다면 ‘내란특별헌법재판부’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이 법이 예정하고 있는 바”라고 설명했다.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으로 개혁 동력을 얻었지만 후폭풍까지 감당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위헌 가능성을 지닌 사법개혁을 진행하는 건 위험요소가 다분할뿐더러 원내대표로서 지방선거를 6개월 앞두고 중도층 민심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출신 의원은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지금 민주당은 집단 의존 증상이 있다. 지난 총선에서 이재명 당시 대표에게 충성하는 정치인만 대거 유입되다 보니 여당이 된 지금 제대로 갈피를 못 잡는 것”이라며 “2차 종합 특검 문제를 어떻게 할 것인지, 내란전담재판부를 어떻게 꾸릴 것인지, 조희대 대법원장을 어떻게 할 것인지 등에서 국민의 피로도를 높이지 않으면서도 종합적인 전략을 짤 사람이 없다”고 지적했다. 175석 버거웠나 그러면서 “내란전담재판부가 설치되면 국민의힘이 위헌을 걸 것이고, 법원에서 위헌 소지가 있다고 보는 만큼 위험성도 크다. 하지만 헌재에서 위헌 판결을 내리지 못하게 하려면 민심을 우리 편으로 끌고 와야 하는, 법률 싸움이 아닌 고도의 민심 싸움에서 이겨야 한다”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원팀’ 원내대표단?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단에 때아닌 ‘내 편 봐주기’ 논란이 일었다. 민주당 문진석 당 원내운영 수석 부대표가 인사청탁 의혹에 휩싸였지만 ‘엄중 경고’에 그치면서 팔이 안으로 굽은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앞서 지난 2일 문 수석이 본회의장에서 김남국 대통령실 디지털소통비서관에게 문자로 특정 인물을 거론하며 “내가 추천하면 강훈식 실장이 반대할 거니까 아우가 추천해줘”라고 보냈고, 이에 김 비서관이 “제가 (강)훈식이 형이랑 (김)현지 누나한테 추천할게요”라고 답한 것이 언론에 포착됐다. 인사 청탁 논란이 불거지자 문 수석은 “부적절한 처신에 송구하다”고 고개를 숙였지만 국민의힘은 ‘김현지 실세’ 프레임을 다시 띄우며 이재명정부를 압박했다. 김 원내대표의 엄중 경고로 논란을 수습하려는 분위기가 이어지자 강성 지지층은 “과감히 내쳐야 한다”며 더 강한 징계를 요구하고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