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들 옥시 50억 거부하는 이유

손 놓은 환경부 머리만 굴린다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옥시레킷벤키저가 출연한 기부금 50억이 낮잠만 자고 있다. 가습기살균제 참사 책임 인정이 아닌 ‘인도적 차원’의 기부금이다 보니 피해자들도 받길 거부하고 있다. 사용된 금액은 2700만원. 쌓인 이자만 8억이 넘는다. 환경부는 10년째 활용 방안을 찾지 못하고 있다.

“배·보상도 제대로 받지 못한 상황서 돈을 받을 수 없다. 피해구제법을 재정비하는 게 급선무.” 가습기살균제 참사 한 유가족의 말이다. 옥시레킷벤키저(이하 옥시)가 압박을 받아 토해낸 50억원은 1%도 사용되지 않았다. 피해자들의 거부도 한몫하고 있지만 사실상 환경부가 마땅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까닭이다.

사실상 방치

옥시는 지난 2014년 3월 폐 손상을 입은 피해자들을 지원한다며 환경부 산하기관인 환경보전협회에 50억원을 기탁했다. 법적 책임과 무관하게 ‘인도적 차원’의 기부금 형태로 출연한 것으로, 제대로 된 사과를 하기 2년 전이다.

피해자들은 옥시가 책임 인정과 피해에 대한 정식 배·보상 없이 기부금으로 면피하려 한다며 수령을 거부했다. 기부금을 받으면 책임 문제를 흐리게 할 수 있고 추후 배·보상에도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이란 우려 때문이었다.

반대로 환경부는 당시 옥시, 환경부, 환경보전협회가 체결한 협약에 따라 옥시의 기부금을 활용하기 위한 별도의 운영위원회를 꾸리려 했다. 운영위는 피해자들에게 기부금을 어떻게 배분할지 결정하는 역할을 할 계획이었으나 구성 과정서 피해자들의 강한 반발을 사면서 설립이 무산됐다.


이후 옥시의 출연금 50억원은 어느 곳에도 활용되지 못한 채 환경보전협회 계좌에 예치돼 10년째 방치되고 있다. 환경부에 따르면 이자만 8억4900만원이 쌓여있는 상황이다.

환경부는 방치 사실을 인지하고 있으나 옥시의 기부금 50억원을 활용할 방도가 없다는 입장이다. 수령을 거부하는 피해자들의 생각도 달라지지 않았고 10년 전 협약을 당장 이행할 수 없다는 게 핵심이다.

환경부 관계자는 “’급속히 호흡곤란으로 진행되는 원인미상의 간질성 폐질환 환자들 및 가족들을 지원’한다는 게 협약서 내용인데 현재는 이에 해당하는 피해자 범위가 넓어져 협약을 이행할 실효성이 사실상 상실됐다”고 말했다.

옥시·애경, 법적 책임 여전히 나 몰라라
10년 넘게 피해자 늘어 협약 실효성 의문

‘원인미상’은 당시 가습기살균제와 피해자들의 폐질환 간 인과관계가 명확히 밝혀지지 않아 삽입된 문구다. 당시 신고된 피해자 규모는 100~200명 수준이다. 그러나 환자가 늘어나면서 현재는 정부로부터 공식적으로 인정받은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만 5000명이 넘는다.

시민단체 일각에서는 환경부가 사실상 손을 놓고 있다고 비판이 나온다. 사회적 참사 특별조사위원회(이하 사참위) 출신 한 관계자는 “협약 내용을 수정하거나 피해구제법을 손봐야 하는데 10년 동안 활용 방안을 찾지 못했다는 건 핑계가 아니냐”고 지적했다.

가습기살균제 살인 기업이라고 비판받는 옥시와 애경산업은 여전히 제대로 된 책임을 지지 않고 있다. 지난 2022년 4월 피해구제 조정안을 거부한 걸 보면 알 수 있다. 당시 가습기살균제 피해보상을 위한 조정위원회는 피해자 유족에 2억~4억원, 최중증(초고도) 피해자들에게 연령에 따라 최대 5억여원을 지급하라는 최종 조정안을 마련해 피해자 단체와 기업에 보냈다.


SK케미칼·SK이노베이션·LG생활건강·이마트·홈플러스 등 9개 기업이 이를 위해 마련해야 하는 재원은 최대 9240억원 수준으로, 가습기살균제 판매율이 가장 높은 옥시는 절반 이상을, 애경도 수백억원을 부담할 것으로 추정됐다.

최예용 환경보건시민센터 소장은 “옥시가 폐 손상 1·2단계에 대해 배상해 왔다고 주장하지만 그동안 배상한 피해자는 405명에 불과하다”며 “3000명 넘는 피해자가 옥시 제품을 사용했는데 나머지에 대해서는 책임지지 않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가습기살균제 피해자 수는 7000여명으로 수가 매우 많고, 피해자 단체도 30곳에 달한다. 2011년 사건이 세상에 알려진 뒤 10년 이상 진상규명과 피해구제가 미뤄지면서 상황은 더욱 복잡해졌다. 피해자마다 처한 상황이 다양해 조정안에 대한 입장도 다를 수밖에 없었다. 조정안에 피해자 단체들도 절반은 반대했다고 한다.

피해 지원 안건도 거부 “돈 많이 든다”
정부 공식 인정 사망자만 약 1900명

하지만 피해자들이 모두 수용했더라도, 돈을 내야 하는 기업이 반대할 경우 애초 조정안은 성립될 수 없었다.

무산된 조정안은 가장 높은 피해등급인 ‘초고도’ 피해자의 경우 최소 8392만(84세 이상)~최대 5억3522만원(1세)을 받고, 사망자 유족들은 최소 2억(60세 이상)~4억원(0~19세)을 받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피해자들은 조정안에 지속적인 치료가 필요한 이들을 위한 ‘미래 치료권’을 확실하게 보장하는 내용이 포함돼야 한다고 주장해 왔지만, 관련 내용은 담기지 못했다.

정부로부터 인정받은 가습기살균제 사망자는 1900여명에 육박한다. 환경보건시민센터 등 환경단체와 가습기살균제 피해자, 유족 등은 지난 7월 서울 여의도 옥시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2011년부터 가습기살균제 피해를 겪어온 임성호씨가 향년 58세로 사망했다고 밝혔다.

지난 5월31일 기준 정부에 신고된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는 총 7948명으로, 임씨의 사망 전까지 피해자 중 사망자는 1859명이었다.

임씨는 2008년부터 2010년까지 옥시싹싹 가습기살균제와 롯데마트의 PB상품 가습기살균제를 사용했다. 그가 가습기살균제를 사용했던 때는 자녀 중 첫째가 3살이고, 둘째와 셋째가 태어난 시기다. 임씨의 자녀 셋은 모두 가습기살균제 피해를 겪고 있다.

2020년쯤 임씨는 백혈병 진단을 받았는데 병원 측은 폐이식 이후 복용해 온 약물 부작용이 원인이라고 진단했다. 올해 초 상태가 악화된 임씨는 서울아산병원에 입원했고 6개월간 투병했지만 끝내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그의 자녀 중 2006년생인 첫째는 폐손상 가능성이 크다는 판정을 받았고, 둘째와 셋째는 천식 피해자로서 피해구제법 판정을 받은 바 있다.

임씨가 사망한 날 대법원은 원고 측 피해자와 피고 측 국가가 각각 제기한 상고를 모두 기각했다. 이로써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들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소송서 국가가 원고 5명 중 3명에게 300만∼5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단한 2심 판결이 확정됐다.

모르쇠 일관


이는 가습기살균제 사태가 공론화된 뒤 정부의 배상 책임을 인정한 첫 판결이다.

이 확정판결은 염화에톡시에틸구아니딘(PGH)과 폴리헥사메틸렌구아니딘(PHMG)이라는 살균성분이 포함된 ‘세퓨’ 가습기살균제를 사용하다가 아이가 사망하고, 상해를 입은 두 가족이 가해 기업과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민사소송에 대한 것이다.

<hounder@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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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정보사, ‘북한 무인기’ 30대 남 수차례 접촉 확인

[단독] 정보사, ‘북한 무인기’ 30대 남 수차례 접촉 확인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북한에 무인기를 보낸 당사자’라고 주장한 30대 오모씨의 행위와 이력을 두고 파장이 일고 있다. 그는 윤석열정부 대통령실 출신이자 ‘평양 무인기 작전’을 목적으로 설립된 무인기 설계·제작 업체 이사였다. 2년 전부터의 행적도 수상하다. 정보사령부 휴민트 요원들과 수차례 접촉해 사실상 대북 공작을 준비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지난 17일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오씨와 정보사의 직접적 연결고리가 형성된 건 2024년 5월 이후다. 정보사와 오씨와의 접촉은 A 대령의 승인하에 이뤄졌다. 그는 정보사 블랙요원 명단 유출 사건 이후 속초 HID 부대장을 마치고 돌아온 인물로 조직개편 TF(태스크포스) 팀장 및 기반조성단장을 맡았다. 수상한 접촉 앞서 윤석열정부 대통령실 출신인 오씨는 윤정부 시절 ‘북한 무인기 대통령실 상공 침투’에 대응할 목적에서 설립된 무인기 설계·제작 업체의 이사로 근무했다. 그는 지난 16일 채널A와의 인터뷰에서 “북한이 공개한 무인기 외관과 위장 무늬, 색 등이 자신이 북한으로 보낸 무인기와 일치한다”며 북한에 무인기를 보낸 목적에 대해 “북한 우라늄 공장의 방사선과 중금속 오염도 측정”이라고 했다. 단순한 호기심으로 무인기를 북한으로 보냈다는 취지로 읽힌다. A 대령은 ‘정보사 기능·역량 강화’를 위해 추가적인 수도권 안가 설립을 기획했다. A 대령의 계획대로 B 소령은 오씨와 C 상사는 김모씨를 접촉했다. B 소령은 휴민트(HUMINT·820·인간정보) 요원이다. 이들은 오씨와 김모씨를 통해 북한으로 무인기를 날려 확보한 영상 증거를 확인했다. 이 시기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박선원 의원이 언급했던 정보사의 국방과학연구소(ADD) 접촉 및 무인기 개발 의혹이 시작되던 때와 겹친다. 당시 정보사는 ADD에 “드론에 전단통을 달 수 있느냐”고 문의한 바 있다. ADD 관계자는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했다”고 내란 특별검사팀에 진술했다. 정보사 간부는 “누구의 지시로 국방과학연구소에 드론과 관련해 연락했냐”는 특검팀의 질문에 “문상호의 지시였고 문 전 사령관이 원천희 전 국방정보본부장에게도 관련 내용을 보고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답했다. 오씨의 영상 증거가 북한의 상황을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판단한 A 대령은 이후에도 B 소령과 오씨의 접촉을 허가했다. ‘지속적 협력 관계’가 된 것으로 풀이된다. A 대령은 오씨에게 이른바 ‘협조비’를 제공한 의혹을 받는다. 사비가 아닌 ‘정보사 공작금’ 수십만원을 정기적으로 전달했다는 게 골자다. 이 같은 행위는 정보기관과 협조·정보원 간 이뤄지는 정상적 거래로 알려져 있다. 실제 정보기관은 국제범죄 및 마약 관련 첩보를 제공한 ‘야당’에게 많게는 수백만원의 금품을 제공하기도 한다. 정보사가 오씨의 행위를 적극적으로 지원했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2024년 여름 ‘대북 공작’ 의심 정보사와 지속적 접촉 정보사·ADD 연락 시기 겹쳐 ‘김태효 안보실’ 연루설도 <일요시사>와 접촉한 복수의 정보기관 관계자들은 A 대령이 오씨가 일반적 협력 관계에 불과하다고 전했다. 한 정보기관 관계자는 “대북 공작이라고 하기도 애매하다. 정보기관이라면 늘 하는 업무다. A 대령이 오씨에게 ‘무인기를 북으로 보내라’는 지시를 한 적이 없고 그저 오씨가 회사를 설립하는 데 지원해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B 소령은 오씨가 북한 전문 매체를 설립하는 데 도움을 줬던 것으로 파악됐다. 이 언론사는 오씨가 발행인으로 있는 곳으로 2025년 3월 중순부터 첫 기사가 작성되기 시작했다. 지난 11일을 끝으로 기사가 작성되지 않을 점을 보면 오씨가 언론 인터뷰를 시작하면서 회사 운영에도 차질이 생긴 것으로 보인다. 정보사 출신 한 소식통은 “오씨가 채널A 인터뷰에서 무인기를 세 번 날렸다고 하는데 그건 사실이 아닌 걸로 보인다. 적어도 수십번은 날렸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북한으로 무인기를 날린 건 정보사 조직 차원의 지시가 아니라 오씨의 독단적 행동이다. 오씨와 접촉했던 담당자들도 그의 무리수 때문에 거리를 둬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군 안팎에서는 단순히 넘길 일이 아니라는 목소리가 거세다. 오씨가 대통령실 출신임과 동시에 정보사와 접촉한 배경을 명확하게 규명해야 한다는 것이다. 윤정부 안보실 2차장 산하 정보 현안 대응팀에 파견됐던 HID 출신 오모 중령과 관련이 있는 게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오 중령은 2022년 8월 국정원장 비서실에 근무하다가 다음 해 3월 대통령실로 자리를 옮겼다. 그는 자신이 확보한 첩보를 인성한 전 2차장이 아닌 ‘안보실 실세’ 김태효 전 1차장에게 수차례 보고했다. 오 중령의 행위를 두고 대통령실 내부에서는 “비정상적 보고”라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김 전 1차장은 국방이 아닌 외교 전문가로 알려져 있다. 대북 문제에 어떤 군사적 방법으로 접근해야 하는지 전략을 세우는 데는 신원식 전 안보실장보다 한 수 아래였다는 평가다. 사실상 ‘국방 문외한’인 김 전 1차장은 2023년 강원도 속초에 위치한 HID 부대를 방문했다. 그는 “2023년 6월 초 정보 당국 관계자들과 HID 부대를 격려 방문한 바 있지만 1년7개월 전에 있었던 군 부대 격려 방문을 이번 계엄 선포와 연결 짓는 것은 터무니없는 비약”이라고 반박한 바 있다. "'평양 작전' 준비하려 일종의 테스트 아니었나 의심” "오씨 독단적 행동 무인기 날리라 지시한 적 없어” 정보사 고위 관계자는 <일요시사>에 “윤석열 전 대통령도 오려고 했다는 건 사실이다. 김태효가 그때 왜 왔는지 모르겠다. 와선 안 되는 건 아닌데 올 일이 없다. 우리 입장에서는 이해 가지 않는 해명”이라고 지적했다. 다른 정보사 관계자도 “윤 전 대통령이 오고 싶어 했고 안보실이 그의 HID 방문이 검토된 바 없다고 하는데 (이건) 말도 안 된다. 당시에 대통령 방문 가능성 때문에 대비 회의까지 한 바 있다”고 강조했다. 오 중령이 2023년 12월 안보실 2차장 산하 국가위기관리센터 안보현안대응팀에 들어가게 된 건 김 전 1차장이 HID를 방문한 직후다. 오 중령은 인 전 2차장의 통제를 받지 않았다. 인 전 2차장도 “공개된 자리서 말하기 어렵지만 제가 통제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오 중령을 포함한 팀원들의 보고서는 인 전 2차장이 아닌 김 전 1차장이 검토했다. 안보실은 이 비밀 TF가 “규정화된 테두리 밖에서 대북 특수정보를 분석하는 팀”이라며 계엄과 관련해 정보사와 소통한 적은 없다고 해명했다. 또 “비밀 조직이 아니라 위기관리센터에 배치된 ‘정보융합팀’이다. 정보융합팀은 문재인정부의 정보융합비서관실을 대북 정보 분석에 특화시켜 슬림화한 조직으로, 2022년 5월1일 대통령직 인수위 브리핑서도 해당 조직의 신설 취지와 배경을 밝힌 바 있다”고 설명했다. 한 정보기관 관계자는 “정보사 차원에서 북한으로 무인기를 보내는 건 부담이 크다. 그래서 민간과 협업해 일종의 테스트를 진행한 후 ‘나쁘지 않다’고 판단한 안보실이 평양 무인기 침투 작전을 적극적으로 기획 및 실행한 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든다”고 했다. 대북 공작 준비? 그러나 이는 아직 사실로 확인되지 않았다. 오 중령의 경우 내란 특별검사팀 소환 조사에서 김 전 1차장에게 정보 보고를 했던 사실은 인정했으나 ‘평양 무인기 침투 작전’을 기획하지는 않았다고 진술했다. 정부는 현재 군·경합동조사TF를 꾸려 무인기를 북한에 보낸 정확한 목적이 무엇이었는지 등을 수사 중이다. 무인기를 보냈다고 주장한 사람의 과거 이력과 정보사와의 접촉이 확인된 만큼 숨겨진 목적에 대해 수사가 이뤄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