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마나’ 10·16 재보궐 후폭풍

여야 막론 꿈보다 해몽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10·16 재보궐선거가 여야 2대2 무승부로 마침표를 찍었다. 선거는 이변 없이 마무리됐지만 한 장의 성적표를 놓고 저마다 다른 해석을 내놨다. 계파 간 아전인수식 평가가 여의도를 뒤덮으면서 선거의 열기는 여전히 가시지 않고 있다.

이번 재보궐선거에서는 ▲부산 금정구청장 ▲인천 강화군수 ▲전남 곡성군수 ▲전남 영광군수 ▲서울시교육감 등을 뽑았다.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각자 강세 지역에 당선자를 배출하면서 두 당 대표 모두 리더십 타격은 피했다.

반전 없는
2:2 무승부

먼저 부산 금정구청장 선거서는 국민의힘 윤일현 후보가 61.03%를 득표하면서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 야권 단일화에 성공한 민주당 김경지 후보(38.96%)를 제치고 1위에 올랐다.

인천 강화군수 선거서도 국민의힘 박용철 후보가 50.97%를 득표해 당선됐다. 이어 ▲민주당 한연희 후보 42.1% ▲무소속 안상수 후보 6.25% ▲무소속 김병연 후보 0.64%로 집계됐다.

야당의 격전지였던 전남 영광군수 선거서는 민주당 장세일 후보가 41.08%를 얻으며 1위를 차지했다. 막판에 활약을 보인 진보당 이석하 후보가 30.72%로 2위를, 혁신당 장현 후보는 26.56%로 3위에 올랐다. 무소속 오기원 후보의 득표율은 1.62%로 집계됐다.


전남 곡성군수 선거 역시 민주당 조상래 후보가 득표율 55.26%로 혁신당 박웅두 후보(35.85%)를 제치고 당선됐다. 이어 ▲무소속 이성로 후보 5.39% ▲국민의힘 최봉의 후보 3.48%로 나타났다.

서울시교육감 선거는 진보진영 정근식 후보가 50.24%를 득표해 45.93%를 얻은 보수진영 조전혁 후보를 뒤로하고 1위에 올랐다. ‘조희연 교육 계승’을 공약으로 내세운 정 후보가 당선됨에 따라 지난 10년 동안 이어진 정책이 유지될 전망이다.

지방자치단체장을 뽑는 소규모 선거였으나 총선 이후 처음으로 드러난 민심의 잣대인 만큼 여야 대표 모두가 화력을 쏟아부었다. 선거 기간 동안 야당은 ‘2차 정권 심판’을, 여당은 ‘지역 일꾼’을 내세웠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선거 하루 전날인 지난 15일 “국민의 엄중한 경고를 무시한 채 민심을 거역하는 정권에 민심이 얼마나 무서운 것인지 일깨울 절호의 기회”라며 지지를 호소했다.

이 대표는 자신의 SNS를 통해 이같이 밝히며 “이번 선거는 단지 전남 영광·곡성군수, 부산 금정구청장, 인천 강화군수 한 명을 선택하는 선거가 아니다”라며 “단호한 주권의지가 담긴 투표야말로 주권자의 가장 강력한 무기”라고 강조했다.

혁신당 조국 대표는 ‘윤석열 김건희 공동 정권’을 겨냥했다.

특히 부산 금정구를 찾은 날에는 “지난 8번의 선거 중 7번을 국민의힘에 기회를 줬는데 그사이 침례병원이 문을 닫았고, 부산대 상권도 쇠락하고 있고, 노년층 인구가 가장 많고 생기와 활력이 사라진 곳이 됐다”고 말했다. 이어 “국민의힘은 이러고도 다시 구청장 자리를 달라는 것인가”라며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 양심 좀 있어라”고 날을 세우기도 했다.


보수 텃밭 부산·인천 승기 꽂은 한
“그래도 야” 영광·곡성 사수한 이

야당은 지난 4·10 총선서 정권 심판론을 내세웠고 192석을 얻었다. 이번에도 같은 전략으로 정부여당을 밀어붙이자 국민의힘에서는 “지역 일꾼을 뽑는 선거와 심판이 무슨 상관이냐”며 지역을 발전시키고 삶을 바꿀 수 있는 후보에게 투표할 것을 호소했다.

야당이 보수 텃밭인 부산 금정구서 심판론을 거듭 강조한 만큼 이곳에서 표가 어떻게 나오느냐에 따라 양쪽의 희비가 엇갈릴 수 있는 상황이었다.

정권 심판론은 보수의 벽을 넘지 못했지만 야당은 의미 있는 성과를 거뒀다고 해석했다.

민주당은 “전통적으로 보수세가 강한 지역인 강화와 금정에서는 상당한 지지율 상승을 이끌어냈으나 당선에는 이르지 못했다”면서도 “윤석열정부에 분노한 민심이 민주당 지지로 이동하고 있는 중”이라고 말했다. 8회 지방선거와 비교했을 때 민주당 후보의 지지율은 지난번보다 상승한 반면 보수 후보의 지지율은 하락했다는 이유에서다.

투표함이 열리고 야당의 희비가 엇갈렸다. 호남을 놓고 민주당과 혁신당, 진보당이 마지막까지 전면전에 나섰지만 유권자들은 민주당에 양 손을 들어줬다.

혁신당은 곡성과 영광서 한 달간 월세살이할 정도로 호남에 공을 들였지만 당선자를 배출하지 못한 것은 물론, 영광서는 진보당에 밀려 3위에 그쳤다. 지난 총선서 ‘조국 돌풍’을 일으켰던 혁신당 조 대표의 입장에서는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성적표를 받아들인 셈이다.

선거 다음 날인 지난 17일 혁신당은 논평을 내고 “겸허하게 결과를 받아들인다”고 밝혔다. 지난 3월 창당해 7개월 만에 지역 선거를 뛰게 된 만큼 “첫술에 배부르겠냐”며 모두 전국정당과 대중정당으로 발돋움하는 발판으로 삼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혁신당에 있어 이번 재보궐선거는 호남 민심을 가늠할 수 있는 자리였다. 비록 12석 비교섭단체지만 호남을 기반으로 탄탄한 뿌리를 내린다면 민주당의 대항마로 우뚝 설 가능성도 점쳐졌다.

호남 사수에 실패한 혁신당이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는 경고의 목소리도 나온다.

울다가
웃다가

한 혁신당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준비된 경험’이 부족한 점을 실패 원인으로 꼽았다. 이 관계자는 “관우처럼 호남으로 떠난 조 대표는 차가 다 식어서 돌아왔다”며 “국정감사 기간에 의원과 의원실 인력까지 총동원했지만 조직적 한계를 넘어서지 못했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당초 혁신당은 정권 심판을 위해 만들어진 정당인데 ‘심판론’은 호남에서는 크게 효과가 없는 전술”이라며 “오히려 조 대표가 자신의 고향인 부산을 집중적으로 노렸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다”고 짚었다.

곡성과 영광서 승리를 거둔 민주당은 자만하지 않고 더욱 겸손하게 민심을 경청하겠단 입장이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지금까지 중요하지 않은 선거는 단 하나도 없었지만 이번 재보선은 유독 의미가 큰 느낌”이라며 “어떤 결과가 나오든 국민의 선택이라는 점은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다만 이 관계자는 “막판에 진보당이 약진하면서 박빙 승부가 벌어졌다. (당에서도)투표함을 열기 전까지 긴장해야 한다는 분위기였다”며 “오죽하면 호남 출신인 한준호 최고위원이 영광서 한 달 살기를 했다”며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실제 진보당은 선거를 앞두고 영광서 민주당 후보와 오차범위 내에서 엎치락뒤치락하는 지지율을 보였다.

이와 관련해 진보당 김재연 상임대표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이제는 ‘민주당 텃밭론’을 바꿔야 한다는 생각이 호남 유권자의 마음을 움직인 것 같다”며 “진보당은 지역 현안을 밀착해서 살펴보고 또 직접 논밭서 일손을 도왔다. ‘돈 대신 땀을 뿌리겠다’는 슬로건을 부각한 게 도움이 됐다”고 설명했다.

선거 결과에 대해서는 “유권자분들께서 30%가 넘는 결과를 만들어주신 것만으로도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최근 치러지는 모든 선거가 ‘미니 대선’ ‘대선 전초전’ 성격을 띠는 것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야당의 정권 심판론이 두드러질수록 지역 일꾼을 뽑겠다는 선거의 본질을 흐릴 수 있다는 점에서다. 관련해 김 상임대표는 “현 정부의 상황이 도무지 눈 뜨고 못 봐줄 정도다 보니, 유권자분들께서도 정권 심판론을 호소하는 목소리에 답하신 결과”라고 해석했다.

비록 당선인을 배출하지 못했지만 혁신당과 진보당 모두 각각 거둔 득표율이 유의미하단 점을 강조했다. 이들은 이번 선거를 발판 삼아 다가오는 2026년 지방선거서 다시 한번 ‘건강한 경쟁’을 치르겠다고 예고했다.

반대로 민주당은 호남서 승리를 견인했지만 마냥 기쁨에 젖을 수만은 없는 모양이다. 호남서의 승리는 큰 감동이 없을뿐더러 거대 야당의 수장인 이 대표가 적극 지지에 나선 만큼 당연한 결과였다는 평이 뒤따랐기 때문이다.

이제부터
한의 시간

문제는 생각보다 크게 벌어진 부산과의 격차다. 당내에서는 부산서 국민의힘과의 근소한 격차를 보이는 등 의미 있는 결과를 기대했지만 22%p 차이로 벌어지면서 당내서도 당혹스러운 기류가 감지된다.

부산서의 선거 결과를 두고 각종 여론조사에서 차기 대선주자 1위를 달리는 이 대표가 나서도 민주당이 부산 민심을 끌어오는 데 실패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민주당 김영배 의원의 ‘혈세 낭비’ 발언이 원인이라고 지목했지만 이 대표에게 있어 두 자릿수 격차는 뼈아픈 실점이다.

국민의힘 사정도 복잡하기는 마찬가지다. 친한(친 한동훈)과 친윤(친 윤석열)계가 선거 결과를 다르게 해석하면서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와 윤석열 대통령 사이에 놓인 보이지 않는 벽만 점점 높아지는 모양새다.

이번 재보궐선거는 여야 당 대표 모두에게 부담이었지만 특히 한 대표에게 영향이 클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각종 용산발 리스크가 터져 나오는 상황서 야당 대표들이 입 모아 정권 심판론을 외치던 탓에 국민의힘은 벼랑 끝에서 선거를 치렀기 때문이다.

한 대표는 선거 전날까지 부산 금정구를 찾아 총력을 기울였다. 이날로 금정구만 6번 방문한 한 대표는 “여러분께 진심을 보이기 위해서 6번이고, 60번이고, 600번이고 얼마든지 오겠다”고 소리 높였다.

악조건서도 부산 금정에 이어 인천 강화까지 수성에 성공하자 친한계는 비로소 한숨 돌릴 수 있게 됐다. 전당대회 직후부터 지금까지 한 대표를 향한 당 내 견제가 끊이지 않던 만큼 이번 선거를 계기로 당 대표로서의 입지를 넓힐 수 있지 않겠냐는 점에서다.

지난 강서구청장 선거서 국민의힘 김태우 후보가 패배하자 당시 대표였던 김기현 의원이 책임을 지고 자리서 내려왔다. 김 후보는 ‘유재수 감찰무마 의혹’ 폭로로 징역형의 집행유예 확정판결을 받은 상태였다. 하지만 윤 대통령이 형 확정 3개월 만에 그를 특별사면하는 등 전적으로 힘을 실어줬음에도 국민의힘이 패배하면서 여권 내에서는 불만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이를 예시로 친한계는 이번 선거 결과는 용산의 도움 없이 한 대표 혼자 일궈낸 결과라는 점을 강조했다. 그러나 친윤계에서는 “국민의힘이 부산서 패배하는 건 말도 안 되는 일”이라며 “이겨야 본전” “체면은 살렸다” 등 반대 해석을 내놨다.

정권 심판론 한계? 민주당 또 다른 과제
영부인 저격 ‘한동훈표’ 선거 청구서

한 여권 관계자는 “금정구청장 야권 후보 단일화 과정서 민주당과 혁신당은 깨질 듯이 싸웠지만 약속 대련이라는 해석이라도 나왔다”며 “그런데 국민의힘은 선거를 앞두고도 용산과 충돌하는, 더 나아가 대립각을 세웠다는 이야기까지 나오면서 도대체 어떤 결과가 나올지 개인적으로 무척 걱정했다”고 토로했다.

안정 궤도에 오른 ‘한동훈호’가 이대로 순풍을 타고 본격적으로 용산과 차별화에 나설지 주목된다. 한 대표는 지난 17일 대통령실의 인적 쇄신과 김 여사의 대외활동 중단 등을 요구하면서 곧바로 용산 압박에 나섰다.

이날 한 대표는 최고위원회의서 “야당의 무리한 정치 공세가 있다”면서도 “그간 국민의 눈높이에 맞지 않는 행동이 있었고 의혹의 단초를 제대로 설명하지 못해 민심이 나빠졌다”고 말했다. 이어 “김 여사와 관련해 대통령실의 인적 쇄신이 반드시 필요하다”며 “이는 어떤 잘못에 대응하는 게 아니라 좋은 정치와 민심을 위해 필요한 때 과감하게 하는 것이고 지금이 그럴 때”라고 설명했다.

이날 가장 주목 받은 대목은 한 대표가 김 여사를 향해 대외활동 중단을 요청한 것이다.

한 대표는 이같이 주장한 뒤 “나아가 제기되는 의혹에 대해서 솔직히 설명드리고 의혹을 규명하기 위해 필요한 절차가 있다면 적극적으로 협조해야 한다”며 “국민들께서 이번 선거를 통해서 저희에게 마지막 기회를 주셨고 이 기회를 놓쳐서는 안 된다”는 말도 덧붙였다.

공식 석상서 김 여사의 활동 자제를 넘어 중단하라는 의견을 밝힌 만큼 앞으로 한 대표의 발언 수위가 더욱 높아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이번 선거는 한 대표의 리더십이 한층 견고해지는 계기가 됐다는 점에서 이견이 없다. 한동안 잠잠했던 친한계 스피커도 다시 볼륨을 높이기 시작했다.

김종혁 최고위원은 “야당의 단일화로 인해 박빙이 예상된 부산 금정과 여권 분열로 힘든 인천 강화서 유권자는 국민의힘에 마지막 기회를 줬다”며 “김대남·명태균 파동으로 상징되는 김 여사 논란과 지금도 진행 중인 의정 갈등을 국민의힘이 책임지고 해결하라고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현재 용산이 가장 꺼려하는 김대남·명태균 두 사람을 동시에 언급하면서 용산의 쇄신을 촉구한 것으로 풀이된다.

민심은
나의 편?

한 대표가 광폭 행보에 시동을 걸자 부산 금정의 승리는 한 대표가 아닌 보수 지지층의 성과라는 해석도 나온다. 최악의 상황서도 국민의힘이 민주당을 크게 따돌릴 수 있었던 이유는 부산서 한 대표가 패배하면 국민의힘이 무너질 것이란 우려가 나왔고, 보수의 붕괴로 이어지는 걸 막기 위해 지지층이 빠르게 결집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결국 이번 선거의 최대 수혜자가 누구인지 가려내기 위한 여야의 치열한 입담이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지금부터는 주도권을 당기기 위한 세력 간의 힘겨루기 싸움이다.

<hypak28@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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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흔든 트럼프 1년 풀 스토리

전 세계 흔든 트럼프 1년 풀 스토리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처음에는 ‘설마, 그렇게까지?’라는 반응이었다. 하지만 불과 1년여 만에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모두가 ‘미친 짓’이라고 말하지만 당사자는 거칠 게 없다는 태도다. 문제는 그 여파가 전 세계로 확산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구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가 ‘천조국’ 미국을 어디로 끌고 가는 걸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행보가 충격과 경악으로 물들고 있다. ‘이보다 더 놀랄 일이 있을까?’라는 반응이 거듭되는 모양새다. 되짚어 보면 이제 와 말이 안 된다고 하기엔 등장부터 파격적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처음 대선 출마를 선언할 당시에는 조롱과 웃음이 난무했다. 하지만 미국은 그를 선택했다. 그것도 두 번이나. 예상보다 더 파격 사실 트럼프 대통령은 첫 임기 때나 지금이나 크게 다르지 않다. 선거 기간 동안 공약으로 내세운 내용은 임기 중에 어떤 식으로든 진행했다. 그 공약이 ‘미치광이’ ‘사이코’ 등의 원색적인 비난으로 이어져도 요지부동이었다. 되레 외부 자극이 커질수록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는 더욱 거칠어졌다. 문제는 그 행보에 전 세계가 영향을 받는다는 점이다. 과거 미국이 ‘유일한’ 패권국으로 군림하던 시기와 비견될 정도라는 말이 나온다. ‘세계의 경찰’로 각국 상황에 관여했던 때보다도 영향력이 크다는 분석도 있다. 그 배경으로 지목되는 게 바로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세계 질서를 유지했던 틀이 무너져 내리고 있다. 대표적인 게 관세 부과에서 비롯된 통상 전쟁과 국제 질서 유지를 내세운 타국에 대한 물리적 개입이다. 두 사안 모두 ‘평범한’ 미국 대통령이라면 생각은 해도 실제로 행하기는 어려운 내용이다. 당장 전 세계의 지도자가 반발할 테고 각국의 이해관계도 복잡하게 얽혀있다. 무엇보다 대통령 자신이 겪어야 할 정치적 리스크가 매우 크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했고 또 하려 하고 있다. 모두가 ‘설마’라고 손사래 치던 일이 실제로 벌어지는 데 걸린 시간은 1년 남짓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재선에 도전하면서 ‘미국 우선주의’를 앞세우며 관세 부과를 예고했다. 캐나다, 그린란드, 파나마 운하 등을 미국 소유로 하겠다는 야욕을 드러냈다. 영토 확장이라는 제국주의 시기에나 빈번하게 일어났던 일을 공언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에게 관세는 ‘무기’나 다름없다. 원하는 것을 얻어내기 위해 상대국에 관세를 부과하는 방법으로 압박을 가하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직후부터 전 세계와 통상 전쟁을 벌이기 시작했다. 특히 미국의 자리를 노리는 중국과는 서로 수천%의 관세를 부과하면서 세계 경제를 흔들었다. 관세 부과로 흔들더니 그린란드로 공포 조장 과거 FTA 체결로 미국과의 무역에서 관세 0%를 유지했던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었다. 우리나라보다 앞서 협상한 일본의 관세 부과율을 기본으로 깔고 조율이 이뤄졌다. 줄다리기 끝에 협상이 타결됐지만 관세 문제는 현재진행형이다. 국가 간 외교에서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은 상황인 셈이다. 전 세계가 통상 전쟁의 여파를 겪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에는 영토 확장 문제가 불거졌다. 최근 미국은 베네수엘라에서 군사 작전을 진행해 전 세계를 경악에 빠뜨렸다.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 부부를 미국으로 데려와 법정에 세운 것이다. 표면상으로는 베네수엘라 내부 상황을 언급했지만 속내는 석유라는 말이 나왔다. 베네수엘라는 제1의 석유 매장국이다. 미국이 베네수엘라의 석유 사업을 지배하겠다는 의지를 실행으로 옮겼다는 것이다. 미국이 베네수엘라 석유를 차지하게 되면 세계시장이 요동칠 가능성이 크다. 베네수엘라 석유를 등에 업은 미국이 세계 석유시장 개편에 나설 길이 생긴다. 이렇게 되면 주변국은 물론 산유국은 크든 작든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더 나아가 미국은 베네수엘라 자체를 통치하려는 모습도 보인다. 미국에 적대적인 정권을 몰아내고 권력 지형을 ‘친미’ 또는 친미 우호 세력으로 개편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 세계는 미국의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을 시작으로 보는 시각이 존재한다. 정가에서는 공산 정권을 유지 중인 쿠바가 다음 표적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비판에도 마이웨이 베네수엘라 충격이 가시기도 전에 ‘그린란드’가 화두로 떠올랐다. 그린란드는 덴마크 자치령의 섬으로 한반도보다 9배나 큰 섬이다. 인구가 6만여명에 불과하고 두꺼운 얼음으로 뒤덮인 땅이라 가치 평가가 낮았다. 하지만 최근 들어 온난화로 얼음이 녹으면서 아래에 묻힌 광물을 채취할 수 있는 길이 열렸고 지정학적으로도 좋은 위치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관심이 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임기 초부터 그린란드를 미국에 편입시키겠다는 뜻을 감추지 않았다. 사실 트럼프정부 이전에도 그린란드를 미국령으로 하려는 시도는 있었다. 과거 미국정부는 그린란드를 사기 위해 돈을 제시한 적도 있고, 세계 2차대전 기간에는 점거하기도 했다. 하지만 덴마크의 반발, 무엇보다 그린란드 주민의 반대로 이뤄지지 못했다. 그러다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노골적인 요구가 시작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안보상 이유를 들었다. 그린란드를 지킬 수 있는 건 미국뿐이라고 주장하는 것이다. 하지만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 때와 마찬가지로 트럼프 대통령의 ‘속내’는 그린란드에 묻혀 있는 자원일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외신들은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으로 마두로 대통령 부부를 미국으로 압송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감이 붙은 상태라고 보도했다.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이 국제법 위반이라는 비판이 쏟아졌지만 트럼프 대통령 본인은 ‘승리’라고 평가한다는 것이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그린란드에 무력을 사용할 수 있다는 뜻을 비치면서 극대화됐다. 협상의 기술 자유자재로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에 북대서양조약기구(이하 나토)에 참여 중인 국가들은 일제히 반기를 들었다. 미국과 유럽 간 오랜 시간 유지돼 온 ‘대서양 질서’가 뿌리째 흔들릴 수 있는 상황이 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발 더 나아가 그린란드에 병력을 파견한 덴마크·노르웨이·스웨덴·프랑스·독일·영국·네덜란드·핀란드 등 8개국에 대해 대미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관세 부과, 무력 충돌 가능성 등으로 전운이 감돌던 미국과 유럽의 관계는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리고 있는 세계경제포럼 연차총회, 이른바 다보스 포럼에서 출구를 찾는 듯한 모습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1일 자신의 SNS 트루스소셜에 “마르크 뤼터 나토 사무총장과의 매우 생산적인 회담을 바탕으로, 그린란드와 사실상 전체 북극 지역에 관한 미래 합의의 틀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유럽 8개국을 상대로 다음 달 1일부터 부과하기로 한 관세를 “부과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적었다. 미국이 그린란드 병합을 위한 무력 사용 가능성을 철폐하면서 상황 반전의 여지가 생겼다. 실제 그의 발언 이후 미국 증시 등은 오름세를 보였다. 전문가들은 유럽의 집단 반발, 금융시장 동요 등이 트럼프 대통령의 한발 후퇴를 이끌었다고 진단했다. 계속 가다간 나토의 내부 분열은 물론 유럽의 실력행사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계산이 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극단적인 방법으로 전 세계를 공포로 몰아넣고 원하는 것을 취하는 ‘협상의 기술’을 또 사용했다는 말이 나오기도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른 나라로부터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각종 협상 기술을 사용해 왔다. 과도한 관세 부과, SNS 사용 등이 그 예다.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 이어 광물 자원 노리고 장악 시도 그러면서도 전문가들은 아직 갈등의 불씨가 꺼지지 않았다고 분석했다. 무력 사용 가능성을 배제했을 뿐 그린란드에 대한 병합 의지 자체가 꺾인 건 아니라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보스 포럼에서 진행한 연설을 통해 그린란드 병합의 당위성을 긴 시간을 할애해 설명했다. 그는 그린란드를 ‘전략 요충지’이며 ‘북미 대륙의 일부, 서반구 최북단에 있는 우리의 영토’라고 주장했다. 우리나라는 트럼프 대통령이 만든 ‘불확실성’의 토대 위에서 실리를 찾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좌충우돌’이라는 말로는 부족할 만큼 예측불가의 행보가 계속될 때마다 우리나라 또한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외교에서 가장 중요한 게 미국과의 관계인 만큼 안정화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은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전후 관리를 위해 만든 ‘평화위원회’ 가입 초청장을 60여개국에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표면상으로는 가자지구의 평화지만 속내는 국제연합(UN) 등을 대체할 다자간 기구를 만들려는 게 아니냐는 의심이 일고 있다. 캐나다, 프랑스, 영국 등 서방 및 친서방 국가와 러시아, 벨라루스 등이 초청장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나라, 일본, 베트남 등 아시아 국가도 포함됐다. 우리나라 외교부는 지난 20일 “미국 측 초청에 따라 검토 중에 있다”고 밝혔다. 한 언론에서는 우리나라가 평화위원회 가입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표면상으로는 가자지구 평화를 내세웠지만 실제로는 전 세계 분쟁에 개입할 명분을 만들려 한다는 우려가 나온다. 언제나 영향권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0일(현지시각) 임기 1주년을 맞았다. 불과 1년 만에 트럼프 대통령이 전 세계에 일으킨 풍파는 엄청나다. 앞으로 불어닥칠 태풍의 크기도 도무지 가늠할 수 없는 지경이다. 미국 대통령의 임기는 4년으로 트럼프 대통령은 2029년 1월20일 정오까지다. 아직 3년이나 남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