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마나’ 10·16 재보궐 후폭풍

여야 막론 꿈보다 해몽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10·16 재보궐선거가 여야 2대2 무승부로 마침표를 찍었다. 선거는 이변 없이 마무리됐지만 한 장의 성적표를 놓고 저마다 다른 해석을 내놨다. 계파 간 아전인수식 평가가 여의도를 뒤덮으면서 선거의 열기는 여전히 가시지 않고 있다.

이번 재보궐선거에서는 ▲부산 금정구청장 ▲인천 강화군수 ▲전남 곡성군수 ▲전남 영광군수 ▲서울시교육감 등을 뽑았다.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각자 강세 지역에 당선자를 배출하면서 두 당 대표 모두 리더십 타격은 피했다.

반전 없는
2:2 무승부

먼저 부산 금정구청장 선거서는 국민의힘 윤일현 후보가 61.03%를 득표하면서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 야권 단일화에 성공한 민주당 김경지 후보(38.96%)를 제치고 1위에 올랐다.

인천 강화군수 선거서도 국민의힘 박용철 후보가 50.97%를 득표해 당선됐다. 이어 ▲민주당 한연희 후보 42.1% ▲무소속 안상수 후보 6.25% ▲무소속 김병연 후보 0.64%로 집계됐다.

야당의 격전지였던 전남 영광군수 선거서는 민주당 장세일 후보가 41.08%를 얻으며 1위를 차지했다. 막판에 활약을 보인 진보당 이석하 후보가 30.72%로 2위를, 혁신당 장현 후보는 26.56%로 3위에 올랐다. 무소속 오기원 후보의 득표율은 1.62%로 집계됐다.


전남 곡성군수 선거 역시 민주당 조상래 후보가 득표율 55.26%로 혁신당 박웅두 후보(35.85%)를 제치고 당선됐다. 이어 ▲무소속 이성로 후보 5.39% ▲국민의힘 최봉의 후보 3.48%로 나타났다.

서울시교육감 선거는 진보진영 정근식 후보가 50.24%를 득표해 45.93%를 얻은 보수진영 조전혁 후보를 뒤로하고 1위에 올랐다. ‘조희연 교육 계승’을 공약으로 내세운 정 후보가 당선됨에 따라 지난 10년 동안 이어진 정책이 유지될 전망이다.

지방자치단체장을 뽑는 소규모 선거였으나 총선 이후 처음으로 드러난 민심의 잣대인 만큼 여야 대표 모두가 화력을 쏟아부었다. 선거 기간 동안 야당은 ‘2차 정권 심판’을, 여당은 ‘지역 일꾼’을 내세웠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선거 하루 전날인 지난 15일 “국민의 엄중한 경고를 무시한 채 민심을 거역하는 정권에 민심이 얼마나 무서운 것인지 일깨울 절호의 기회”라며 지지를 호소했다.

이 대표는 자신의 SNS를 통해 이같이 밝히며 “이번 선거는 단지 전남 영광·곡성군수, 부산 금정구청장, 인천 강화군수 한 명을 선택하는 선거가 아니다”라며 “단호한 주권의지가 담긴 투표야말로 주권자의 가장 강력한 무기”라고 강조했다.

혁신당 조국 대표는 ‘윤석열 김건희 공동 정권’을 겨냥했다.

특히 부산 금정구를 찾은 날에는 “지난 8번의 선거 중 7번을 국민의힘에 기회를 줬는데 그사이 침례병원이 문을 닫았고, 부산대 상권도 쇠락하고 있고, 노년층 인구가 가장 많고 생기와 활력이 사라진 곳이 됐다”고 말했다. 이어 “국민의힘은 이러고도 다시 구청장 자리를 달라는 것인가”라며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 양심 좀 있어라”고 날을 세우기도 했다.


보수 텃밭 부산·인천 승기 꽂은 한
“그래도 야” 영광·곡성 사수한 이

야당은 지난 4·10 총선서 정권 심판론을 내세웠고 192석을 얻었다. 이번에도 같은 전략으로 정부여당을 밀어붙이자 국민의힘에서는 “지역 일꾼을 뽑는 선거와 심판이 무슨 상관이냐”며 지역을 발전시키고 삶을 바꿀 수 있는 후보에게 투표할 것을 호소했다.

야당이 보수 텃밭인 부산 금정구서 심판론을 거듭 강조한 만큼 이곳에서 표가 어떻게 나오느냐에 따라 양쪽의 희비가 엇갈릴 수 있는 상황이었다.

정권 심판론은 보수의 벽을 넘지 못했지만 야당은 의미 있는 성과를 거뒀다고 해석했다.

민주당은 “전통적으로 보수세가 강한 지역인 강화와 금정에서는 상당한 지지율 상승을 이끌어냈으나 당선에는 이르지 못했다”면서도 “윤석열정부에 분노한 민심이 민주당 지지로 이동하고 있는 중”이라고 말했다. 8회 지방선거와 비교했을 때 민주당 후보의 지지율은 지난번보다 상승한 반면 보수 후보의 지지율은 하락했다는 이유에서다.

투표함이 열리고 야당의 희비가 엇갈렸다. 호남을 놓고 민주당과 혁신당, 진보당이 마지막까지 전면전에 나섰지만 유권자들은 민주당에 양 손을 들어줬다.

혁신당은 곡성과 영광서 한 달간 월세살이할 정도로 호남에 공을 들였지만 당선자를 배출하지 못한 것은 물론, 영광서는 진보당에 밀려 3위에 그쳤다. 지난 총선서 ‘조국 돌풍’을 일으켰던 혁신당 조 대표의 입장에서는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성적표를 받아들인 셈이다.

선거 다음 날인 지난 17일 혁신당은 논평을 내고 “겸허하게 결과를 받아들인다”고 밝혔다. 지난 3월 창당해 7개월 만에 지역 선거를 뛰게 된 만큼 “첫술에 배부르겠냐”며 모두 전국정당과 대중정당으로 발돋움하는 발판으로 삼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혁신당에 있어 이번 재보궐선거는 호남 민심을 가늠할 수 있는 자리였다. 비록 12석 비교섭단체지만 호남을 기반으로 탄탄한 뿌리를 내린다면 민주당의 대항마로 우뚝 설 가능성도 점쳐졌다.

호남 사수에 실패한 혁신당이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는 경고의 목소리도 나온다.

울다가
웃다가

한 혁신당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준비된 경험’이 부족한 점을 실패 원인으로 꼽았다. 이 관계자는 “관우처럼 호남으로 떠난 조 대표는 차가 다 식어서 돌아왔다”며 “국정감사 기간에 의원과 의원실 인력까지 총동원했지만 조직적 한계를 넘어서지 못했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당초 혁신당은 정권 심판을 위해 만들어진 정당인데 ‘심판론’은 호남에서는 크게 효과가 없는 전술”이라며 “오히려 조 대표가 자신의 고향인 부산을 집중적으로 노렸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다”고 짚었다.

곡성과 영광서 승리를 거둔 민주당은 자만하지 않고 더욱 겸손하게 민심을 경청하겠단 입장이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지금까지 중요하지 않은 선거는 단 하나도 없었지만 이번 재보선은 유독 의미가 큰 느낌”이라며 “어떤 결과가 나오든 국민의 선택이라는 점은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다만 이 관계자는 “막판에 진보당이 약진하면서 박빙 승부가 벌어졌다. (당에서도)투표함을 열기 전까지 긴장해야 한다는 분위기였다”며 “오죽하면 호남 출신인 한준호 최고위원이 영광서 한 달 살기를 했다”며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실제 진보당은 선거를 앞두고 영광서 민주당 후보와 오차범위 내에서 엎치락뒤치락하는 지지율을 보였다.

이와 관련해 진보당 김재연 상임대표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이제는 ‘민주당 텃밭론’을 바꿔야 한다는 생각이 호남 유권자의 마음을 움직인 것 같다”며 “진보당은 지역 현안을 밀착해서 살펴보고 또 직접 논밭서 일손을 도왔다. ‘돈 대신 땀을 뿌리겠다’는 슬로건을 부각한 게 도움이 됐다”고 설명했다.

선거 결과에 대해서는 “유권자분들께서 30%가 넘는 결과를 만들어주신 것만으로도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최근 치러지는 모든 선거가 ‘미니 대선’ ‘대선 전초전’ 성격을 띠는 것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야당의 정권 심판론이 두드러질수록 지역 일꾼을 뽑겠다는 선거의 본질을 흐릴 수 있다는 점에서다. 관련해 김 상임대표는 “현 정부의 상황이 도무지 눈 뜨고 못 봐줄 정도다 보니, 유권자분들께서도 정권 심판론을 호소하는 목소리에 답하신 결과”라고 해석했다.

비록 당선인을 배출하지 못했지만 혁신당과 진보당 모두 각각 거둔 득표율이 유의미하단 점을 강조했다. 이들은 이번 선거를 발판 삼아 다가오는 2026년 지방선거서 다시 한번 ‘건강한 경쟁’을 치르겠다고 예고했다.

반대로 민주당은 호남서 승리를 견인했지만 마냥 기쁨에 젖을 수만은 없는 모양이다. 호남서의 승리는 큰 감동이 없을뿐더러 거대 야당의 수장인 이 대표가 적극 지지에 나선 만큼 당연한 결과였다는 평이 뒤따랐기 때문이다.

이제부터
한의 시간

문제는 생각보다 크게 벌어진 부산과의 격차다. 당내에서는 부산서 국민의힘과의 근소한 격차를 보이는 등 의미 있는 결과를 기대했지만 22%p 차이로 벌어지면서 당내서도 당혹스러운 기류가 감지된다.

부산서의 선거 결과를 두고 각종 여론조사에서 차기 대선주자 1위를 달리는 이 대표가 나서도 민주당이 부산 민심을 끌어오는 데 실패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민주당 김영배 의원의 ‘혈세 낭비’ 발언이 원인이라고 지목했지만 이 대표에게 있어 두 자릿수 격차는 뼈아픈 실점이다.

국민의힘 사정도 복잡하기는 마찬가지다. 친한(친 한동훈)과 친윤(친 윤석열)계가 선거 결과를 다르게 해석하면서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와 윤석열 대통령 사이에 놓인 보이지 않는 벽만 점점 높아지는 모양새다.

이번 재보궐선거는 여야 당 대표 모두에게 부담이었지만 특히 한 대표에게 영향이 클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각종 용산발 리스크가 터져 나오는 상황서 야당 대표들이 입 모아 정권 심판론을 외치던 탓에 국민의힘은 벼랑 끝에서 선거를 치렀기 때문이다.

한 대표는 선거 전날까지 부산 금정구를 찾아 총력을 기울였다. 이날로 금정구만 6번 방문한 한 대표는 “여러분께 진심을 보이기 위해서 6번이고, 60번이고, 600번이고 얼마든지 오겠다”고 소리 높였다.

악조건서도 부산 금정에 이어 인천 강화까지 수성에 성공하자 친한계는 비로소 한숨 돌릴 수 있게 됐다. 전당대회 직후부터 지금까지 한 대표를 향한 당 내 견제가 끊이지 않던 만큼 이번 선거를 계기로 당 대표로서의 입지를 넓힐 수 있지 않겠냐는 점에서다.

지난 강서구청장 선거서 국민의힘 김태우 후보가 패배하자 당시 대표였던 김기현 의원이 책임을 지고 자리서 내려왔다. 김 후보는 ‘유재수 감찰무마 의혹’ 폭로로 징역형의 집행유예 확정판결을 받은 상태였다. 하지만 윤 대통령이 형 확정 3개월 만에 그를 특별사면하는 등 전적으로 힘을 실어줬음에도 국민의힘이 패배하면서 여권 내에서는 불만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이를 예시로 친한계는 이번 선거 결과는 용산의 도움 없이 한 대표 혼자 일궈낸 결과라는 점을 강조했다. 그러나 친윤계에서는 “국민의힘이 부산서 패배하는 건 말도 안 되는 일”이라며 “이겨야 본전” “체면은 살렸다” 등 반대 해석을 내놨다.

정권 심판론 한계? 민주당 또 다른 과제
영부인 저격 ‘한동훈표’ 선거 청구서

한 여권 관계자는 “금정구청장 야권 후보 단일화 과정서 민주당과 혁신당은 깨질 듯이 싸웠지만 약속 대련이라는 해석이라도 나왔다”며 “그런데 국민의힘은 선거를 앞두고도 용산과 충돌하는, 더 나아가 대립각을 세웠다는 이야기까지 나오면서 도대체 어떤 결과가 나올지 개인적으로 무척 걱정했다”고 토로했다.

안정 궤도에 오른 ‘한동훈호’가 이대로 순풍을 타고 본격적으로 용산과 차별화에 나설지 주목된다. 한 대표는 지난 17일 대통령실의 인적 쇄신과 김 여사의 대외활동 중단 등을 요구하면서 곧바로 용산 압박에 나섰다.

이날 한 대표는 최고위원회의서 “야당의 무리한 정치 공세가 있다”면서도 “그간 국민의 눈높이에 맞지 않는 행동이 있었고 의혹의 단초를 제대로 설명하지 못해 민심이 나빠졌다”고 말했다. 이어 “김 여사와 관련해 대통령실의 인적 쇄신이 반드시 필요하다”며 “이는 어떤 잘못에 대응하는 게 아니라 좋은 정치와 민심을 위해 필요한 때 과감하게 하는 것이고 지금이 그럴 때”라고 설명했다.

이날 가장 주목 받은 대목은 한 대표가 김 여사를 향해 대외활동 중단을 요청한 것이다.

한 대표는 이같이 주장한 뒤 “나아가 제기되는 의혹에 대해서 솔직히 설명드리고 의혹을 규명하기 위해 필요한 절차가 있다면 적극적으로 협조해야 한다”며 “국민들께서 이번 선거를 통해서 저희에게 마지막 기회를 주셨고 이 기회를 놓쳐서는 안 된다”는 말도 덧붙였다.

공식 석상서 김 여사의 활동 자제를 넘어 중단하라는 의견을 밝힌 만큼 앞으로 한 대표의 발언 수위가 더욱 높아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이번 선거는 한 대표의 리더십이 한층 견고해지는 계기가 됐다는 점에서 이견이 없다. 한동안 잠잠했던 친한계 스피커도 다시 볼륨을 높이기 시작했다.

김종혁 최고위원은 “야당의 단일화로 인해 박빙이 예상된 부산 금정과 여권 분열로 힘든 인천 강화서 유권자는 국민의힘에 마지막 기회를 줬다”며 “김대남·명태균 파동으로 상징되는 김 여사 논란과 지금도 진행 중인 의정 갈등을 국민의힘이 책임지고 해결하라고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현재 용산이 가장 꺼려하는 김대남·명태균 두 사람을 동시에 언급하면서 용산의 쇄신을 촉구한 것으로 풀이된다.

민심은
나의 편?

한 대표가 광폭 행보에 시동을 걸자 부산 금정의 승리는 한 대표가 아닌 보수 지지층의 성과라는 해석도 나온다. 최악의 상황서도 국민의힘이 민주당을 크게 따돌릴 수 있었던 이유는 부산서 한 대표가 패배하면 국민의힘이 무너질 것이란 우려가 나왔고, 보수의 붕괴로 이어지는 걸 막기 위해 지지층이 빠르게 결집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결국 이번 선거의 최대 수혜자가 누구인지 가려내기 위한 여야의 치열한 입담이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지금부터는 주도권을 당기기 위한 세력 간의 힘겨루기 싸움이다.

<hypak28@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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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터질’ 11월 국회 막전막후

‘박 터질’ 11월 국회 막전막후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9월 정기국회 첫날부터 한복과 상복으로 기싸움을 벌이던 여의도 전쟁은 현재 진행형이다. 12월 정기국회 종료까지 겨우 한 달 남았지만 여야 간의 파열음은 여전하다. 더불어민주당은 개혁 추진 동력을 얻기 위해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이에 질세라 국민의힘은 야당으로서 거대 여당의 폭주에 맞서겠다며 맞불을 놨다. 고성과 퇴장이 난무하던 이재명정부 첫 국정감사(이하 국감)가 종합감사만 남긴 채 막바지에 돌입했다. 수많은 안건 속에서도 처음부터 끝까지 언급된 건 김현지·조희대 두 사람의 이름이다. 여전히 베일에 싸인 김현지 제1대통령실 부속실장과 사퇴 압박에도 꼿꼿하게 버티는 조희대 대법원장을 둘러싼 국감 후폭풍이 이어질 전망이다. 김현지 조희대 오는 6일 열리는 국회 운영위원회가 대통령실을 대상으로 한 종합감사에 김 실장 이름을 증인으로 올렸지만 끝내 불발됐다. 그동안 국민의힘은 김 실장을 증인으로 불러 모든 의혹을 검증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감사가 아닌 정치공세”라며 이를 거부했다. 민주당은 김 실장이 국감 당일 오전 또는 오후 1시까지만 출석할 수 있다고 밝혔고 ‘반반 출석’ 논란을 키웠다. 국민의힘 김은혜 의원은 “김현지 증인 출석을 놓고 민주당이 내놓은 안은 오전 출석, 오후 불출석이라고 하는데 국감이 치킨인가? 반반 출석하게”라며 “김 실장 한 사람을 지키려고 하니 이런 코미디가 나오는 것”이라고 비꼬았다. 국민의힘이 ‘김현지 흔들기’에 나서자 민주당은 조 대법원장을 도마 위에 올렸다. 민주당은 “국감이 끝난 이후 사법개혁을 처리하겠다”며 조 대법원장이 스스로 거취를 정할 수 있는 데드라인을 그어줬다. 민주당 전현희 최고위원은 “이번 사법개혁안은 제왕적 대법원장의 전횡을 막고 재판의 민주적 절차를 강화하기 위한 사법정상화법이다. 사법 독립성과 책임성을 두텁게 하고 국민의 공정한 재판받을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라며 사법부 장악 논란을 사전에 잠재웠다.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은 조 대법원장에 대한 탄핵 시도를 이어가고 있다. 혁신당 조국 비상대책위원장은 “대법원이 조 대법원장의 사퇴 요구를 외면할 경우 탄핵을 포함한 모든 법적·정치적 수단을 강력히 추진하겠다”며 으름장을 놨다. 두 사람의 이름은 오는 12월 정기국회를 마치고 해를 넘겨서도 호명될 것으로 보인다. 여야 모두 내년에 있을 지방선거를 겨냥해 상대편의 아킬레스건을 물고 늘어지겠다는 전략이다. 한 야권 관계자는 “김건희 특검이 12월까지 갈 것으로 봤는데 조희대라는 새로운 공격 포인트가 생겼다. 민주당이 쉽게 놔주지 않을 것”이라며 “‘내란 세트’로 묶어서 지방선거까지 끌고 가겠다는 심산이다. 내란이라는 키워드만큼 국민의힘을 공격하기 좋은 소재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반면에 민주당은 부동산 실책이 뼈아프다. 그걸 덮기 위해 조 대법원장을 계속해서 끌어들일 것”이라며 “국민의힘 권성동 의원과 추경호 의원에 대한 수사가 이뤄지면 이제 그쪽을 노리지 않겠나? 여아가 머리채만 안 잡았지, 아마 역대급 국회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여야 ‘사이좋게’ 하나씩 쥔 약점 특검 앞 권성동·추경호 운명은? 추 의원은 지난달 30일 국회의 계엄해제 의결을 방해한 혐의로 첫 조사를 받았다. 특검은 당시 원내대표였던 추 의원을 비롯한 국민의힘 지도부가 의원총회 장소를 여러 차례 변경함으로써 고의로 표결을 방해했는지를 들여다볼 예정이다. 이날 추 의원은 조은석 내란특검에서 진행되는 1차 피의자 소환조사에 응해 “무도한 정치 탄압”이라며 “당당하게 특검에 임하겠다”고 밝혔다.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구속 수감 중인 권성동 전 원내대표의 첫 재판은 오는 3일로 예정돼있다. 권 전 원내대표는 불법 정치자금 1억원을 수수한 혐의를 받아 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처럼 각종 악재가 국민의힘을 단단히 휘감자 부동산으로 한차례 휘청한 민주당이 반사이익 효과를 볼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여기에 여론조사 대납 의혹을 받는 오세훈 서울시장과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의 대질이 오는 8일 예정돼 내년 6월 치러질 지방선거 판까지 흔들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오는 5일부터 시작되는 내년도 예산안 심사를 놓고 긴장감이 고조된다. 이정부 출범 후 첫 예산 심사로 국민의힘은 지역사랑 상품권 등 이 대통령의 트레이드마크인 지역 화폐를 겨냥해 맹공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 올해 두 차례에 걸쳐 민주당 주도로 추경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국민의힘이 크게 반발했고, 지난 8월 정부 예산안이 공개되면서 본격적으로 ‘이재명식 포퓰리즘’ 프레임 굳히기에 나섰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는 오는 5일 있을 예산안 공청회를 시작으로 6∼7일 이틀간 종합정책질의를 실시할 예정이다. 10~11일에는 경제부처, 12∼13일에는 비경제부처 부별 심사가 진행되고 17일에는 소위원회 예산안의 감·증액을 심사하는 예산안조정소위가 가동된다. 각 소위의 논의를 거친 예산안은 전체회의 의결을 통해 본회의에 상정된다. 예산안 국회 본회의 처리 법정 시한은 매년 12월2일이지만 늘 그렇듯 여야의 예산 샅바싸움으로 해당 날짜를 넘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앞서 정부는 지난 8월 728조원의 예산을 편성했다. 올해 본예산에 견줬을 때 8.1% 늘어난 규모다. 이 대통령은 초혁신 경제 분야 등에 큰 폭으로 투자해 경제의 마중물 역할을 하겠다는 방침이다. 예산안이 의결되던 날 이 대통령은 “지금은 어느 때보다 재정의 적극적 역할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씨앗을 빌려서라도 뿌려서 농사를 준비하는 게 상식이고 순리”라고 말했다. 역대급 규모 쩐의 전쟁 이어 “현재 우리 경제는 신기술 주도의 산업 경제 혁신, 그리고 외풍에 취약한 수출 의존형 경제의 개선이라는 두 가지 과제를 동시에 안고 있다”며 “국무회의에서 의결되는 내년도 예산안은 이런 두 가지 과제를 동시에 해결하고 경제 대혁신을 통해 회복과 성장을 이끌어내기 위한 마중물”이라고 설명했다. 가장 눈에 띄는 점은 AI 투자다. 그동안 이 대통령은 AI 3대 강국을 강조한 만큼 예산 역시 이에 맞춰 전년 대비 3배 이상 증가한 10조1000억원으로 책정했다. 자동차·조선, 반도체 등 주요 산업에 AI를 접목하고 휴머노이드 로봇용 AI 모델 등 ‘피지컬 AI’ 분야에도 집중 투자를 예고했다. 과학기술 연구개발(R&D) 예산은 지난해보다 19.3% 증가한 35조3000억원이다. 역대 규모인 이번 예산 중 10조6000억원이 AI·바이오·콘텐츠·방산·에너지·제조 등 6대 첨단산업의 핵심 기술개발을 지원하기 위해 투입된다. 이 중에서도 국민의힘은 26조2000억원으로 책정된 ‘민생경제 회복과 사회연대경제 기반 구축’ 부문을 눈여겨보고 있다. 정부는 24조원 규모로 지역사랑상품권 발행을 지원하고 지역별 여건을 고려해 국비 보조율을 상향 조정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민주당은 24조원은 총 발행되는 상품권의 액면가이며 이 중 3~7%를 예산으로 지원하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디지털 온누리상품권 예산은 4000억원으로 도합 4조5000억원 규모로 책정됐다. 또 정부는 연 매출 1억400만원 미만인 소상공인 230만개 사에 경영안정 바우처 25만원을 지급하겠다고 밝혔다. 예산안이 발표되자 국민의힘은 곧바로 ‘국민 부담 가중 청구서’라고 반박했다. 국민의힘 박성훈 수석대변인은 “이정부 예산이 올해보다 8.1% 늘어난 728조원 규모로 편성됐다. 조세감면까지 포함하면 실질 지출은 무려 808조5000억원에 달한다”며 “내년도 국가채무는 1415조원, 2029년에는 무려 1789조 원으로 폭증할 전망이다. 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은 올해 49.1%에서 내년 51.6%, 2029년에는 58%까지 치솟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지난 문재인정부 5년 동안 국가채무 비율이 33.9%에서 46.8%로 뛰어올랐는데 이정부는 걷잡을 수 없이 불어나는 나랏빚을 통제하기는커녕, 폭발 직전까지 끌어올릴 심산”이라고 지적했다. 민주당은 “거짓 선동”이라며 민생 최우선에 초점을 맞췄다고 반박했다. ‘올려’ ‘내려’ 본회의 난타전 쟁점 법안 처리 여부도 관전 포인트다. 민주당은 사법개혁을 위한 법 왜곡죄를, 국민의힘은 이정부의 부동산을 겨냥한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폐지를 밀어붙이고 있다. 앞서 민주당과 혁신당은 각각 법 왜곡죄를 발의했다. 해당 법안은 판·검사가 증거를 조작하거나 사실관계를 왜곡하는 등 잘못된 사실관계에 법을 적용해 기소나 유죄 판결을 내리는 경우 처벌토록 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현재 법 왜곡죄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소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민주당 김현정 원내대변인은 지난달 28일 국정감사 대책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사법개혁안에 대해 “이번달 까지 (입법을) 마무리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당 백혜련 사법개혁특별위원장도 MBC 라디오를 통해 “특위에서 낸 5대 개혁안은 상당한 공감대가 이미 이뤄져 있다”며 “당내, 국민적으로 그리고 법원과도 대법관 증원 문제 빼고는 의사소통이 이뤄졌다. 법사위 논의 과정을 거친다고 한다면 이번 정기국회 내 충분히 처리 가능하다”고 밝혔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 역시 최고위원회의에서 “민주당은 개혁 골든타임을 절대로 실기하지 않고 연내에 반드시 마무리 짓겠다”며 힘을 실었다. 헌법 제84조이자 형사소송법 개정안인 ‘대통령 재판중지법’에도 군불을 땠다. 법사위 국감에서 국민의힘 송석준 의원이 “이 대통령 파기환송심은 다시 기일을 잡아 (재개)할 수 있느냐” 고 물은 데 대해 김대웅 서울고등법원장이 “이론적으로는 그렇다.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라고 답한 것이 도화선이 됐다. 헌법 제84조는 ‘대통령은 내란·외환죄를 제외하고는 재직 중에 발생한 범죄로 형사상 소추를 받지 않는다’고 규정한다. 당시 사법 리스크 족쇄를 풀지 못한 이재명 대표의 당선이 확실시되자 ‘대통령의 불소추특권’ 조항을 놓고 여러 갈래의 해석이 제기됐다. 민주당은 법안이 당론은 아니라면서도 향후 사법부의 행동에 따라 결정하겠다고 압박에 나섰다. 민주당 박상혁 의원은 YTN 라디오를 통해 “많은 국민이 지난 국감에서 서울고등법원장의 발언을 보고 깜짝 놀라셨을 것”이라며 “벌써 몇 달째 계류 중인 법안을 처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있다. 국민이 만들어주신 대통령을 지켜야 한다는 생각을 자연스럽게 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사법개혁? 부동산? 마음은 지선 노발대발 ‘쇼츠각’ 잡는 의원들 거대 여당인 민주당이 의석수로 법안을 통과시킨다면 국민의힘은 막아낼 도리가 없다. 대신 국민의힘은 부동산 규제를 파고들면서 이정부의 가장 아픈 곳을 찔렀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을 향해 이번 정기국회에서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이하 재초환) 폐지 법안을 여야 합의로 처리하자고 제안했다. 재건축 활성화의 핵심인 재초환은 재건축으로 얻은 초과이익에 부담금을 부담하는 규제다. 앞서 민주당은 재초환 폐지 가능성을 언급했다가 “당 차원의 결정은 아니”라며 입장을 선회했다. 10·15 부동산 대책 발표 후 예상보다 후폭풍이 크자 신중론을 내세운 것이다. 여당의 갈지자 부동산 행보가 오히려 시장 혼란을 부추겼다는 비판이 나오는 지점이다. 국민의힘 김도읍 정책위의장은 국회에서 열린 국정감사 대책회의에서 “민주당이 10·15 부동산 대책 발표 이후 국민적 비난과 여론의 뭇매로 궁지에 몰리자 이제야 국민의힘이 줄곧 주장해 온 재초환 폐지를 검토하겠다고 한다”며 “이미 김은혜 의원이 법안을 발의해 놨다. 정기국회에서 재초환 폐지 법안을 여야 합의로 신속 처리하자”고 말했다. 하지만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이 국감에서 재초환 유지 방향에 공감한다는 뜻을 밝히면서 여야 간 이견만 커지는 모양새다. 민주당 이연희 의원이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재초환 폐지는 투기 광풍을 불러올 조치기 때문에 결코 안 된다. 반드시 유지해야 한다”고 말했고 이에 김 장관은 “공감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민주당은 재초환 폐지를 정기국회 내 처리하자는 국민의힙 요구에 대해 “원내 중심의 대화를 기대한다”며 협상의 여지를 열어뒀다. 다만 더 이상 부동산 문제로 자책골을 넣어서는 안 된다는 여론이 강한 만큼 국민 여론을 충분히 반영하겠다는 방침이다. 문제는 여당인 민주당이 언제까지나 ‘신중하게’ 입장을 보류할 수 없다는 점이다. 부동산 시장 혼란이 가중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지만 “국민의힘 페이스에 말려들어가서는 안 된다”는 기류가 흐르는 만큼 돌파구를 모색해야 한다. 어느 각도에서 보더라도 여야의 강대강 대치는 불가피해 보인다. 지난달 26일 국회가 이례적으로 국감 도중 본회의를 열고 비쟁점 민생 법안 70여건을 일괄 처리하면서 협치의 물꼬가 트이나 싶었지만 또다시 서로를 향해 날을 세우는 형국이다. 앞서 민주당은 APEC 주간을 앞두고 국민의힘을 향해 “무정쟁 주간을 갖자”고 제안했으나 국민의힘은 “경제 참사·부동산 참사를 덮기 위한 침묵 강요이자 정치적 물타기”라고 오히려 비판 수위를 높였다. 김도읍 정책위의장은 “이정부와 민주당이 독선과 독재를 멈추고 정치를 회복시키면 정쟁은 없어진다”고 훈수했다. 손 내밀어도 고개만 팽 한 정치권 관계자는 “여당인 민주당은 정부의 외교 성과를 띄우고 야당인 국민의힘은 야당으로서 잘한 것과 아쉬운 것을 구분해 견제해야 하는데 지금 의원 한 명 한 명이 국회를 자기 정치의 장으로 쓰고 있다”며 “내년 지방선거 영향이 크다. 선거를 앞뒀는데 어떤 정당이든 서로 의견을 받아들이는 모습을 보여주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회의감을 내비쳤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