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혐한에 맞선 일본인 이야기

  • 김성민 기자 smk1@ilyosisa.co.kr
  • 등록 2024.10.21 16:26:50
  • 호수 150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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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대신 싸우는 ‘현대판 준사’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오혁진 기자 = 한일 갈등 원인에 관해 일본의 책임론을 주장한 이시바 시게루가 총리로 취임하면서 혐한 문제 해소 등의 기대감이 형성되는 추세다. 그동안 혐한에 맞서던 일본인들의 목소리도 동시에 높아졌다. 거꾸로 일본 내 혐한 기조가 최근까지도 존재했다는 의미다. <일요시사>는 대표적인 친한파로 거론되는 두 일본인을 만났다.

일본 현지서 탈북자의 인권 피해 실상과 혐한 문제를 고발한 고다 하지메와 윤석열정부의 친일 행태를 비판하고 있는 호사카 유지 세종대학교 교수는 흔들림 없는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이들은 마치 임진왜란 때에 활약한 항왜 장수 ‘김충선(일본명 사야가)’이나 ‘준사’를 연상케 했다. 

든든한
열도인

앞서 취재진은 일본 오사카서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이하 조총련) 간부 출신 홍경의 Free 2 Move(이하 F2M) 공동대표를 지난 9월 중순에 만났던 바 있다. 과거 조총련 실세인 허종만 의장을 법적으로 보좌하며 10년 가까이 ‘브레인’ 역할을 담당한 홍 대표는 북한을 30여차례 방문하면서 인권 탄압 등을 목도했다.

그러다 2000년 초, 조총련 내부서 민주화 활동을 벌였다는 이유로 제명당해 인권단체인 F2M을 설립했다.

홍 대표는 ‘든든한 일본인 파트너’라며 고다 하지메 F2M 부대표를 소개했다. 고다 대표는 ‘북한 귀국자의 기록을 기억하는 모임’의 대표로도 활동하며 바쁘게 살아가고 있다. 고다 대표는 아버지의 뜻을 계승한 것이라는 취지로 말했다.


그의 아버지인 고다 사토루 목사는 1970~1990년대에 걸쳐 배우 문성근의 아버지이자 통일운동가인 문익환 목사와 함께 민주화 운동에 앞장선 일본인 중 한 사람이다. 특히, 고다 사토루 목사는 1989년 7월 말 한국 방문 후 일본으로 귀국하던 중 한국민주화운동 지원 문제로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를 받아 제주교도소에 일주일간 구류 끝에 일본 정부의 항의로 석방됐다.

재일한국인·조선인의 인권운동에도 지도적 역할을 담당했던 고다 목사는 1977년 ‘일본과 한국 문제를 생각하는 동오사카 시민회’ 대표로 활동했다. 그의 업적을 아들인 고다 대표가 이어받은 셈이다.

‘북한 귀국자의 기록을 기억하는 모임’ 대표로 활동하게 된 이유를 묻자 고다 대표는 “북송재일교포 문제는 조선인들에게 국한되는 문제가 아니다”라며 “일본인에게 내재된 약자를 향한 혐오와 차별 문화와 연관된 문제”라고 답했다. 예상치 못한 대답에 취재진은 자세를 고쳐 앉았다. 

그는 “일본 대중 입장서 북송 재일교포와 조총련 문제는 과거사 등 문제와 같은 맥락서 볼 수 있다”며 “조총련이 북한 정권과 한 몸이라는 부정적인 시선이 있다. 하지만 내가 만난 조총련은 북한과 다르다는 것을 느꼈다”고 말했다.

이어 “북한이라는 독재국가의 탄생 배경이 일본의 식민지 역사가 낳은 잔재라는 것을 일본인들이 인정하고 반성해야 한다”며 “일본인으로서 속죄의 마음이 있기에 조총련 및 북한에 대해 노골적인 비판을 할 자격이 없다. 그렇기에 북한의 인권 피해 실상을 알리는 데 앞장서게 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국인 못잖은 열사들은 왜?
“일 혐오 대상, 한국만 아냐”

고다 대표는 한반도의 분단이 일본의 식민지배와 이를 부정하려는 일본 정부 및 국민에게 책임이 있다고 한다. 그렇기에 일본 내에 만연하는 혐한과 탈북자 등을 향한 차별과 비판은 멈춰야 한다는 입장이다. 재일동포 청년들은 여전히 취업시장서 유리천장에 막혀, 학생들은 국·공립학교에 입학해 한반도 역사를 왜곡하는 교육을 받는 등 어려움을 겪게 된다.


일본 내 헤이트스피치(Hate Speech, 혐오 발언) 대책법은 비교적 뒤늦게 발의됐다. 지난 2016년 5월에 일본 상원 본회의를 통과했으며, 같은 해 6월에 시행됐다. 부당한 차별적 언동을 용서하지 않는다는 내용의 법률이다. 주요 입법 계기는 극우 단체 등이 주도하는 빈도 높은 혐한, 혐중 시위 등 재일 외국인 및 외국계 일본인에 대한 혐오 시위를 억제하기 위한 것이다.

실제로 처음으로 해당 법률의 처벌을 받게 된 인물 역시 혐한 발언으로 인해 체포됐다.

‘헤이트스피치 대책법’은 한국의 ‘단통법(단말기 유통구조 개선법)’과 마찬가지로 편의상 부르는 명칭일 뿐이며, 정식 법률 명칭은 ‘일본 외 출신자에 대한 부당한 차별적 언동의 해소를 위한 대응 추진에 관한 법률’이다. 문제는 당국의 혐한 시위 제재가 가해지자, 극우 세력이 쿠르드족, 중국, 베트남 등에 과녁을 돌렸다는 점이다.

이를 두고 고다 대표는 “조총련이나 한국만이 차별 대상이 아니고, 일본 사회 자체에 뿌리 박힌 차별 구조가 있다”며 “일본 사회가 성숙해지기 위해선 인권운동가들이 더욱 많이 나서줘야 하는데, 부끄럽지만 한국이 일본보다 시민단체 활동이 왕성한 것으로 보인다”고 토로했다. 

고다 대표의 말을 빌리자면, 그동안 일본서 북한 인권 문제, 혐한 문제 등에 관해 크게 관심을 가진 정부가 없었다. 애당초 지난 일본 정부의 정책서 인권 개념이 확립된 적이 없으며, ‘인권 문제’라는 국가 어젠다 역시 들어본 적이 없다는 것이다.

결국 일본 내 헤이트스피치 세력은 재일교포보다 약한 존재를 향해 혐오 발언을 일삼을 뿐, 근본적인 개선이 없다.

약자 향해
독한 발언

고다 대표는 F2M이 북한 문제를 다루면서 일본 국민들이 식민지 지배에 대한 역사 인식을 가지고 한반도를 어떻게 대할 것인가를 꾸준히 고민할 예정이라고 한다. 인권 보장이라는 보편적인 가치를 넘어 ‘한반도를 어떻게 대할 것인가’에 관한 인식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기 때문이다.

한편, 고다 대표가 속한 ‘북한 귀국자의 기억을 기록하는 회’는 재일 북송 한인들 가운데 탈북해 한국과 일본에 정착한 500여명(한국 300여명, 일본 200여명) 중 약 50명을 만나 심층 인터뷰를 진행했다. 이 과정서 재일 북송 한인들이 목도한 북한의 인권유린 실태를 파악했다. 

북한 정권이 지난 1959년에서 1984년까지 벌인 재일 한인 북송사업은 유엔 북한인권 조사위원회(COI)가 2014년 최종보고서에서 납치와 강제실종 등 반인도적 범죄로 분류한 대표적인 사례 중 하나다. COI는 보고서에서 25년 동안 북한의 지상낙원 선전에 속아 북한으로 이주한 재일 한인과 가족은 9만3340명에 달하며 여기에는 1831명의 일본인 아내도 포함돼있다고 밝혔다.

독도영유권 문제를 여느 한국인보다 치밀하게 연구하고, 친일세력을 향해 거침없이 비판해온 호사카 유지 교수도 최근 공격적인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호사카 교수는 일본계 한국인이자 한일관계 전문가로 1956년 일본 도쿄서 태어나 도쿄대학교 공학부를 졸업하고, 고려대학교서 정치학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1988년부터 한일관계 연구차 서울서 지내다가 2003년 귀화했다. 그해 부임한 세종대서 줄곧 강단에 서다 2021년 2월 정년 퇴임했다. 현재 세종대 독도종합연구소 소장을 맡고 있다. 사실상 한일 양국의 역사를 철저하게 고증하고 분석해 합리적으로 설득해 온 한일 역사 분야의 권위자다. 


그는 최근 일본군 위안부 문제와 관련해 명예를 훼손하고 모욕한 유튜버들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 2심서 일부 승소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항소10-3부(이상아·송영환·김동현 부장판사)는 호사카 교수가 위안부법폐지국민행동 대표 김모씨 등 3명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소송서 “호사카 교수에게 4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한국 사랑한
독도 지킴이

김 대표 등은 2020년 11월~2021년 8월까지 집회와 유튜브 채널 등을 통해 호사카 교수의 저서 <신친일파> 일부 내용이 허위라며 비난했다. 또 “호사카 교수가 근거 없이 위안부가 강제 동원됐다고 주장해 한일관계를 이간질했다”거나 “일본군이 위안부 대상서 일본인 여성을 제외했다고 썼다”고 주장했다.

호사카 교수는 이들이 허위 사실로 자신의 명예를 훼손하고 모욕했다면서 8500만원 상당의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했다.

지난해 1심 법원은 “피고들이 일부 허위 사실을 적시해 모욕성 발언을 했다”면서 김 대표가 400만원, 정모씨와 고모씨가 각각 50만원씩 총 500만원을 호사카 교수에게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다만 2심 재판부는 1심서 모욕으로 인정된 발언 중 일부에 대해선 법적으로 인정되는 모욕으로 볼 수 없다며 피고들이 400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손배소송서 승소한 것에 관해 그는 특별한 의견을 내비치지 않았다. 호사카 교수는 <일요시사>와 인터뷰서 “뉴라이트의 주장에 대한 반박이나 그들과 일본 극우의 관계 등에 관한 강연을 하고 있다”며 근황을 전했다.


그러면서 석동현 전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사무처장이 “호사카 유지 교수가 일본 내 혐한을 부추긴다”는 취지로 비난한 것에 대해선 “어떤 근거도 없는 애기”라고 잘라 말했다.

그는 “석 전 사무처장은 내가 한국 정부 내에 친일파 밀정이 있다고 하니 되려 나를 혐한 세력의 밀정이라고 반박했다. 내가 친일 정부라고 주장하는 내용에는 역사적 맥락서 근거가 있지만, 그가 나를 향해 비판하는 내용에는 근거가 전혀 없다”고 강조했다. 

석 전 사무총장은 윤석열 대통령의 ‘40년 지기’로 알려져 있다.

또, 윤 대통령이 일본과 외교 관계에 있어 저자세를 취하는 것에 관해 “한국의 ‘저자세 외교’는 국익을 해치고 일본의 국익을 챙겨줬다. 일본 측은 윤 대통령과 함께 어려운 사도광산 문제도 해결했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며 “윤 대통령은 한일 관계의 현안을 일본 중심으로 해결하기로 마음먹은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뉴라이트 지적 나선 호사카 교수
이시바 총리 조기 몰락설도 제기

겉보기에 한층 개선된 한일 관계에 대해서는 한국이 국익, 남북 화해, 한반도 평화를 위해 매진해야 한다고 일축했다.

호사카 교수는 “한일 관계는 이를 위한 디딤돌인데, 한일 관계 개선을 위해 북한을 적으로 돌리고 한반도의 평화를 분쟁 상태로 향하게 하는 것은 한일 관계 개선이 아니라 미국과 일본 등 강국에 의해 한국을 유린당하게 하는 행동”이라고 우려했다.

일각에선 최근 일본이 국방력을 끌어올리는 이유가 제2의 한국전쟁 시나리오를 준비하는 것 아니냐는 주장도 있다. 이에 호사카 교수는 “일본은 남한을 활용해 미국과 함께 북한, 중국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지난 2013년부터 현재까지 갖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2차 식민지배적 시나리오에 관해선 “한·미·일 삼각군 가동맹을 핑계로 주일미군의 심부름으로 자위대가 군사물자를 한국의 주한미군에 운반해준다는 활동이 그 첫 번째 시작”이라며 “일본에 입국하는 한국인의 입국 간소화를 위해 한국 공항에 일본이민국 직원들이 다수 파견된다고 보도된 바 있다”고 언급했다.

이어 “그다음 단계는 한국 내에 많아질 일본인들을 보호한다는 명목하에 일본 경찰이 행정적 지배를 위해 한국으로 다수 입국할 것인데, 이것이 일제강점기 이전에 일제가 사용한 방법”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일본이 지정학적으로 한반도를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는 무대로 만들어야 하는데, 한국과 일본의 시각이 다르다는 점이 문제라고도 짚었다. 일본의 속뜻을 우리 정부가 파악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그는 “이시바 총리는 오는 27일 중의원을 조기에 해산하고 총선을 실시하겠다고 밝혔는데, 이때 크게 패배할 우려가 있어 이시바 내각은 단명할 수 있다는 예측이 많이 나왔다”며 “아마 여성 아베로 불리는 다카이치가 사실상 총리가 될 것이라고 흔히들 말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시바 총리가 성공한다는 것은 한국 내 뉴라이트의 몰락을 의미하지만, 위안부는 매춘부였고 강제 노동이 없었고, 독도는 한국 영토가 아니라는 뉴라이트 측의 주장은 일본 정부와 같다”며 “일본 측은 자민당이라도 한국 정부의 뉴라이트가 존재한다는 것이 싫지만은 않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친일 정부
밀정 논란

호사카 교수는 뒷배로 일본 극우세력을 지목하고 이들에게 포섭된 신친일파들이 국내서 활동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일본 극우세력은 한국이나 중국서 ‘일본은 나쁜 짓을 하지 않았다’고 하면 ‘아, 그런가’하고 세계가 믿을 거라고 본다”며 “그래서 여러 사람을 포섭해 목소리를 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한국 극우와 일본 극우를 이어주는 일본 사이트인 ‘나데시코 액션’에서는 한일 극우세력 위안부 규탄 소식이 항상 뉴스화되고, 한국의 신친일파 모습이 전달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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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르고 보는 정청래 두 번째 카드

지르고 보는 정청래 두 번째 카드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스스로 리더십 도마 위에 올라섰다. 1인1표제 재추진과 조국혁신당과의 합당이라는 두 개의 승부수를 동시에 던지면서다. 양쪽에서 후폭풍이 몰아치는 형국이다. ‘자기 정치’ VS ‘당원의 뜻’이라는 명분과 명분이 거칠게 붙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의 합당 논의가 여전히 뜨거운 감자다. 지난달 22일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혁신당을 향해 “지방선거를 따로 치를 이유가 없다”며 손을 내밀었지만, 민주당의 반발과 ‘흡수 합당은 싫다’는 혁신당의 주장이 부딪히면서 합당 테이블조차 마련되지 못하고 있다. 중구난방 가쁜 숨만 합당 논의 초반부터 혁신당 측의 반발이 이어졌다. 혁신당 서왕진 원내대표는 최고위원회의서 “본격적인 통합 논의가 시작되기 전에 오해가 형성되는 것에 강력한 유감을 표한다. 통합은 뻔한 몸집 불리기가 아니라 새로운 희망을 제시하는 가치 연합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앞서 민주당 조승래 사무총장이 합당과 관련해 “민주당이라는 큰 생명체 내에서 혁신당의 DNA도 잘 섞이게 될 것”이라고 밝히자 이를 ‘흡수 합당’이라고 받아들인 것에 대한 유감 표명으로 풀이된다. 혁신당이 합당 논의를 중단해야 한다는 의견도 전했다. 서 원내대표는 MBC 라디오를 통해 “이미 민주당은 162명 거대 정당이고 (여기에) 혁신당 12명이 합쳐지는 것은 단순한 몸집 불리기”라며 “그 이상 의미는 없다”고 평가했다. 이어 “합당 논의 자체를 본격적으로 할 필요가 없다. 제안 방식이나 준비된 내용 자체가 없고, 오히려 지금 준비하고 있는 지방선거에 상당히 악영향이 있으니 당장 (논의를) 중단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도 “동시에 합당 논의라는 것 자체가 불가피한데 우리 원칙과 기준에 맞게, 질서 있게 논의는 진행할 필요는 있다는 긍정적 입장도 상당히 있었다”고 설명했다. 민주당에서도 합당에 대한 문제를 제기했다. 지도부에서 친명(친 이재명)계로 불리는 이언주·황명선·강득구 최고위원은 합당 발표 다음 날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제대로 된 통합을 위해서라도 정청래식 독단은 이제 끝나야 한다”며 정 대표를 겨냥하고 나섰다. 이들은 “이번 합당 제안에 앞서 정 대표와 이재명 대통령 간 교감이 있었던 것처럼 언론 보도가 됐는데, 이는 사실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이어 “당무는 당의 책임이고, 당이 결정해야 한다. 마치 대통령이 관여하는 것처럼 오해를 불러일으키는 방식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며 합당 논의에 이 대통령을 끌어들인 것에 이의를 제기했다. 이들은 기자회견 말미에 ▲정 대표의 공식 사과 ▲독선적 당 운영에 대한 재발 방지 대책 마련 ▲합당 제안을 언제, 누구와, 어디까지, 어떻게 논의하였는지 등을 밝힐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합당·1인1표제, 쏟아지는 안건 “뭐부터 해결해야…” 여당도 혼란 이런 상황서 정 대표의 대표 공약인 ‘1인1표제’가 최종 관문인 당 중앙위원회(이하 중앙위) 표결에 다시 부쳐지면서 논란이 재점화할 전망이다. 당 대표 및 최고위원 선출 시 대의원과 권리당원의 표 행사 가치 비율을 현행 20대 1 이하에서 1대 1로 변경하는 것을 골자로 지난해 중앙위원회에서 재적위원 과반수를 채우지 못해 부결됐다. 정 대표가 압도적 당심으로 당선된 만큼 정치권 일각에서는 1인1표제 통과로 인한 권력 재편을 견제해왔으나 두 달 만에 또다시 날 선 공방이 예고된 것이다. 지난달 19일 당무위원회는 해당 안건 상정을 중앙위서 결정한 뒤 같은 달 22~24일 권리당원 투표 절차를 마무리했다. 1인1표제 안건에 대한 투표 결과 ▲찬성 85.3%(31만5827명) ▲반대 14.7%(5만4295명)로 집계됐다. 당은 이달 2일 중앙위원회를 개최해 당헌·당규 개정에 대한 안건을 투표로 부칠 예정이며 중앙위원 온라인 투표는 3일까지 진행된다. 권리당원 투표 결과가 발표되자 정 대표는 “당원들의 압도적 다수의 뜻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며 1인1표제 굳히기에 나섰다. 정 대표는 “당원들의 뜻을 받들어 민주당을 더 좋은 민주주의 정당으로 만들겠다”며 “당의 모든 의사와 진로는 당원들이 가라는 대로 가고 당원들이 하라는 대로 하겠다”고 설명했다. 민주당 조승래 사무총장도 페이스북에 “참여율은 지난번 16.81%에 비해 15% 가까이 높아졌고, 찬성률은 비슷하다. 압도적인 찬성 여론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며 힘을 실었다. 1인1표제를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질 때마다 정 대표는 이 대통령을 방패처럼 소환했다. 정 대표는 “1인1표제는 당원이 주인 되는 정당, 당원주권정당, 당원주권시대 등 여러 가지 표현으로 이재명 당 대표 시절부터 3년여간 꾸준히 요구되고 논의했던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이리 튀고 저리 튀고 이어 “당원과 대의원 1대 20 미만을 결정할 때도 많은 반대와 저항이 있었다. 그 당시에도 많은 논의가 있었다”며 “1인1표제는 논의할 만큼 논의했고 영남권 등 전략 지역 원외위원장들께서도 그 당시 어느 정도 이해하고 양해했던 사안으로 저는 기억하고 있다”고 밝혔다. 1인1표제는 이 대통령이 추진했던 사안인 만큼 민주당이 이를 반대할 명분이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민주당과 당원들은 정 대표가 충분한 논의 없이 중요한 사안을 본인 페이스대로 밀어붙인다는 것에 불만을 제기했다. 지난해 27표 차이로 1인1표제가 처음 부결됐을 당시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과반에 가까운 상당수 최고위원이 우려를 표하고 숙의를 원했음에도 강행, 졸속 혹은 즉흥적으로 추진된 부분에 대해 유감”이라며 정 대표를 공개 지적하기도 했다. ‘자기 세력 강화’를 위해 합당 카드를 꺼내 들었다는 의심이 가라앉기도 전 1인1표제로 또다시 당을 흔들면서 반청(반 정청래) 정서가 퍼졌다. 이재명정부가 출범한 지 1년도 되지 않은 시점에서 여당이 흔들리자 정 대표의 진퇴를 물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합당 발표 이튿날 서울 여의도 민주당 당사 앞에선 당원들이 주도하는 합당 반대 집회가 열렸다. 이들은 ‘정청래 사퇴’ 등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합당 반대”를 외쳤다. 민주당 일각에도 정 대표의 ‘졸속 추진’ 행보가 이어진다면 사퇴 요구 가능성을 열어두겠다는 이들이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정 대표의 모든 행동이 ‘자기 정치’ 프레임으로 귀결되면서 승부수가 자충수가 됐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에 정 대표는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라는 도종환 시인의 ‘흔들리며 피는 꽃’ 전문을 자신의 SNS에 공유했다. 자신의 선택을 두고 당내 반발이 이어지자 우회적으로 심경을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이를 겨냥한 듯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자신의 SNS에 “뿌리 깊은 나무는 바람에 흔들리지 않고, 당원의 뜻은 독단으로 결코 꺾을 수 없나니, 흔들리는 것은 뿌리 없는 꽃뿐”이라며 저격 글을 게시했다. O? X? △도 필요 여의도 안팎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민주당은 혁신당과의 합당과 1인1표제 추진에 큰 이견이 없는 것으로 전해진다. 문제는 사전 논의 없이 진행된 점 등 정 대표의 독단적인 행동이 우려스럽다는 것이다. 민주당 김지호 대변인 역시 “당내 문제 제기는 합당 자체보다는 의견수렴 절차가 급작스럽게 진행된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정 대표가 당권을 쥐었을 당시 잡음은 예상됐으나, 일단 지르고 수습하는 예측 불허한 행동이 반복되면서 신뢰를 잃은 게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정 대표 취임 이후 ‘명청 갈등’ ‘당정 불협화음’ 등으로 민주당은 계속해서 흔들렸다. 최고위원들의 반발 역시 당에서도 정청래 체제에 대한 위험성에 어느 정도 공감대가 형성됐다는 근거로 해석된다. 당 대표 임기 종료까지 반년이 남았지만 정 대표의 연임 의혹은 여전한 만큼 갈등 역시 쉽게 봉합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그동안 정 대표는 당원주권시대를 거듭 강조했지만 막상 중요한 사안은 독단으로 결정하면서 당 안팎으로 불만이 제기된 것으로 전해진다. “1인1표제로 당원 중심 원칙을 강화하자”면서 합당 등 중요한 사안을 대표 혼자 결정하는 건 모순이라는 설명이다. 혁신당과의 합당 제안에 당내 반발이 이어지자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당원들이 이 문제를 최종 결정할 것”이라며 진화에 나섰다. 박 수석대변인은 “(합당이라는) 당 대표의 제안은 정무적 판단과 그에 따른 정치적 결단의 영역”이라며 “그렇기에 앞으로 이런 문제에 대해 전 당원 토론, 투표 등 정해진 절차를 거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활발하게 당원의 의견을 묻는 그런 토론의 장을 마련하겠다”며 “당원주권시대에 걸맞게 당원의 뜻을 최종적으로 묻고, 최종 결정을 내리게 될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말씀드린다”고 거듭 강조했다. 아울러 “당원이 합당하라면 하는 것이고 하지 말라고 하면 못 하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그러나 정 대표가 논의를 띄우고 당원에게 ‘예’ ‘아니오’로만 의견을 묻는 행위가 당원주권정당의 취지에 어긋난다는 비판을 피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말로만 당원 주권 시대? “이제는 숙의 민주주의로” 이에 한 정치권 관계자는 “1인1표제의 경우 정 대표는 당원들의 찬성률이 압도적이었다고 말하지만 투표율은 저조했다. 이것이 무엇을 시사하는지 들여다 보지 못하고 숫자에만 매몰됐다”며 “이것을 당원주권정당이라고 말할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현재 소수의 당원이 당의 여론을 이끌고 있다. 일반 국민의 시선에서 ‘나머지 당원들은 무책임하게 방관하느냐’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지금까지 과정을 보면 당 대표가 논의를 띄우고 ‘자, 여기에 O, X로만 투표해!’ 하는 식이니 당과 당원 간의 간극이 생기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1인1표제와 혁신당과의 합당 모두 찬성 여론이 높다. 그럼에도 정 대표를 향한 반발은 거칠다. 결국 민주당이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이 아니라 배의 키를 쥔 선장을 향한 불만이 표출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합당 방식에 반발한 민주당 최고위원들 역시 “정 대표의 선택적 당원주권”이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대통합을 가로막는 정 대표의 독선과 비민주성을 강력하게 문제를 제기한다”며 “선출된 최고위원들이 의견조차 낼 수 없는 구조, 대표 결정에 동의만 강요하는 구조는 민주적 당 운영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가고자 하는 방향은 같지만 목적지에 도달하기까지의 과정서 파열음이 나는 만큼 결국 정 대표의 리더십이 관건이다. 3대 개혁의 빠른 추진, 혁신당과의 합당을 통한 지방선거 승리, 이정부의 성공 등 각종 요구가 쏟아지면서 이를 한데 어우르는 ‘통합형 당 대표’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정 대표의 자기 정치 프레임이 가장 큰 걸림돌이다. 그동안 자기 정치 의혹이 숱하게 제기된 만큼 조 사무총장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당내 가장 큰 경쟁자인 한동훈 전 대표를 내치려고 하는 것은 당권을 계속 강화하거나 유지하기 위한 그야말로 자기 정치 아닌가”라며 “반면 정 대표는 경쟁자가 될 수 있는 조국 대표와 함께하자고 하는 것인데 이걸 자기 정치라고 하는 것은 어울리지 않는다”고 엄호에 나섰다. 민주당의 민주주의 체제에 경고등이 켜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모자이크 민주주의 평화 그룹 백왕순 대표는 <일요시사>를 통해 “숙의 민주주의의 부재”를 꼬집었다. 민주주의 제자리걸음 백 대표는 “1인 1표제가 맞냐 틀리냐 갑론을박이 이어지는데 당원주권시대에는 이 방법이 옳다. 다만 이득을 놓고 계파 간의 힘겨루기만 이어지니 문제가 풀리지 않는 것”이라며 “혁신당과의 합당도 마찬가지다. 통합하면 이기고 분열하면 진다. 그런데 이를 차기 당권 문제와 연결해 해석하니 복잡해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 대한민국은 숙의 민주주의가 아닌 절차 민주주의 수준에 머물러 있기 때문에 찬반이 극명한 사안에 대해 쉽게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며 “당원이 직접 토론하고 의견을 내는 오프라인 공간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불안한 민주당 혁신당도 ‘흔들’ 합당이라는 중대한 사안을 놓고 조국혁신당이 자당 의원들 입단속에 나섰다. 혁신당 황운하 의원이 “민주당과 합당할 경우 혁신당 조국 대표가 통합한 당의 공동대표를 해야 한다”고 주장하자 경고한 것과 더불어 입조심을 당부한 것이다. 혁신당은 조국 대표가 즉각 황 의원의 이날 발언에 경고했다고 밝혔다. 혁신당 대변인실은 입장문을 통해 “혁신당 최고위는 이 문제(황 의원 발언)에 대해 논의하고, 이 같은 논의를 전혀 한 바가 없으며 매우 부적절한 발언이라고 지적했다”며 “조 대표 역시 강한 경고를 했음을 알린다”고 밝혔다. 이어 “혁신당은 공식적 기구를 통해 합당과 관련된 논의를 해왔으며 위와 같은 논의는 전혀 언급된 바가 없음을 분명히 밝힌다. 조 대표를 비롯한 혁신당 구성원 누구도, 민주당과 합당과 관련된 실무 논의를 진행한 바가 없다”고 강조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