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혐한에 맞선 일본인 이야기

  • 김성민 기자 smk1@ilyosisa.co.kr
  • 등록 2024.10.21 16:26:50
  • 호수 150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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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대신 싸우는 ‘현대판 준사’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오혁진 기자 = 한일 갈등 원인에 관해 일본의 책임론을 주장한 이시바 시게루가 총리로 취임하면서 혐한 문제 해소 등의 기대감이 형성되는 추세다. 그동안 혐한에 맞서던 일본인들의 목소리도 동시에 높아졌다. 거꾸로 일본 내 혐한 기조가 최근까지도 존재했다는 의미다. <일요시사>는 대표적인 친한파로 거론되는 두 일본인을 만났다.

일본 현지서 탈북자의 인권 피해 실상과 혐한 문제를 고발한 고다 하지메와 윤석열정부의 친일 행태를 비판하고 있는 호사카 유지 세종대학교 교수는 흔들림 없는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이들은 마치 임진왜란 때에 활약한 항왜 장수 ‘김충선(일본명 사야가)’이나 ‘준사’를 연상케 했다. 

든든한
열도인

앞서 취재진은 일본 오사카서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이하 조총련) 간부 출신 홍경의 Free 2 Move(이하 F2M) 공동대표를 지난 9월 중순에 만났던 바 있다. 과거 조총련 실세인 허종만 의장을 법적으로 보좌하며 10년 가까이 ‘브레인’ 역할을 담당한 홍 대표는 북한을 30여차례 방문하면서 인권 탄압 등을 목도했다.

그러다 2000년 초, 조총련 내부서 민주화 활동을 벌였다는 이유로 제명당해 인권단체인 F2M을 설립했다.

홍 대표는 ‘든든한 일본인 파트너’라며 고다 하지메 F2M 부대표를 소개했다. 고다 대표는 ‘북한 귀국자의 기록을 기억하는 모임’의 대표로도 활동하며 바쁘게 살아가고 있다. 고다 대표는 아버지의 뜻을 계승한 것이라는 취지로 말했다.


그의 아버지인 고다 사토루 목사는 1970~1990년대에 걸쳐 배우 문성근의 아버지이자 통일운동가인 문익환 목사와 함께 민주화 운동에 앞장선 일본인 중 한 사람이다. 특히, 고다 사토루 목사는 1989년 7월 말 한국 방문 후 일본으로 귀국하던 중 한국민주화운동 지원 문제로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를 받아 제주교도소에 일주일간 구류 끝에 일본 정부의 항의로 석방됐다.

재일한국인·조선인의 인권운동에도 지도적 역할을 담당했던 고다 목사는 1977년 ‘일본과 한국 문제를 생각하는 동오사카 시민회’ 대표로 활동했다. 그의 업적을 아들인 고다 대표가 이어받은 셈이다.

‘북한 귀국자의 기록을 기억하는 모임’ 대표로 활동하게 된 이유를 묻자 고다 대표는 “북송재일교포 문제는 조선인들에게 국한되는 문제가 아니다”라며 “일본인에게 내재된 약자를 향한 혐오와 차별 문화와 연관된 문제”라고 답했다. 예상치 못한 대답에 취재진은 자세를 고쳐 앉았다. 

그는 “일본 대중 입장서 북송 재일교포와 조총련 문제는 과거사 등 문제와 같은 맥락서 볼 수 있다”며 “조총련이 북한 정권과 한 몸이라는 부정적인 시선이 있다. 하지만 내가 만난 조총련은 북한과 다르다는 것을 느꼈다”고 말했다.

이어 “북한이라는 독재국가의 탄생 배경이 일본의 식민지 역사가 낳은 잔재라는 것을 일본인들이 인정하고 반성해야 한다”며 “일본인으로서 속죄의 마음이 있기에 조총련 및 북한에 대해 노골적인 비판을 할 자격이 없다. 그렇기에 북한의 인권 피해 실상을 알리는 데 앞장서게 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국인 못잖은 열사들은 왜?
“일 혐오 대상, 한국만 아냐”

고다 대표는 한반도의 분단이 일본의 식민지배와 이를 부정하려는 일본 정부 및 국민에게 책임이 있다고 한다. 그렇기에 일본 내에 만연하는 혐한과 탈북자 등을 향한 차별과 비판은 멈춰야 한다는 입장이다. 재일동포 청년들은 여전히 취업시장서 유리천장에 막혀, 학생들은 국·공립학교에 입학해 한반도 역사를 왜곡하는 교육을 받는 등 어려움을 겪게 된다.


일본 내 헤이트스피치(Hate Speech, 혐오 발언) 대책법은 비교적 뒤늦게 발의됐다. 지난 2016년 5월에 일본 상원 본회의를 통과했으며, 같은 해 6월에 시행됐다. 부당한 차별적 언동을 용서하지 않는다는 내용의 법률이다. 주요 입법 계기는 극우 단체 등이 주도하는 빈도 높은 혐한, 혐중 시위 등 재일 외국인 및 외국계 일본인에 대한 혐오 시위를 억제하기 위한 것이다.

실제로 처음으로 해당 법률의 처벌을 받게 된 인물 역시 혐한 발언으로 인해 체포됐다.

‘헤이트스피치 대책법’은 한국의 ‘단통법(단말기 유통구조 개선법)’과 마찬가지로 편의상 부르는 명칭일 뿐이며, 정식 법률 명칭은 ‘일본 외 출신자에 대한 부당한 차별적 언동의 해소를 위한 대응 추진에 관한 법률’이다. 문제는 당국의 혐한 시위 제재가 가해지자, 극우 세력이 쿠르드족, 중국, 베트남 등에 과녁을 돌렸다는 점이다.

이를 두고 고다 대표는 “조총련이나 한국만이 차별 대상이 아니고, 일본 사회 자체에 뿌리 박힌 차별 구조가 있다”며 “일본 사회가 성숙해지기 위해선 인권운동가들이 더욱 많이 나서줘야 하는데, 부끄럽지만 한국이 일본보다 시민단체 활동이 왕성한 것으로 보인다”고 토로했다. 

고다 대표의 말을 빌리자면, 그동안 일본서 북한 인권 문제, 혐한 문제 등에 관해 크게 관심을 가진 정부가 없었다. 애당초 지난 일본 정부의 정책서 인권 개념이 확립된 적이 없으며, ‘인권 문제’라는 국가 어젠다 역시 들어본 적이 없다는 것이다.

결국 일본 내 헤이트스피치 세력은 재일교포보다 약한 존재를 향해 혐오 발언을 일삼을 뿐, 근본적인 개선이 없다.

약자 향해
독한 발언

고다 대표는 F2M이 북한 문제를 다루면서 일본 국민들이 식민지 지배에 대한 역사 인식을 가지고 한반도를 어떻게 대할 것인가를 꾸준히 고민할 예정이라고 한다. 인권 보장이라는 보편적인 가치를 넘어 ‘한반도를 어떻게 대할 것인가’에 관한 인식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기 때문이다.

한편, 고다 대표가 속한 ‘북한 귀국자의 기억을 기록하는 회’는 재일 북송 한인들 가운데 탈북해 한국과 일본에 정착한 500여명(한국 300여명, 일본 200여명) 중 약 50명을 만나 심층 인터뷰를 진행했다. 이 과정서 재일 북송 한인들이 목도한 북한의 인권유린 실태를 파악했다. 

북한 정권이 지난 1959년에서 1984년까지 벌인 재일 한인 북송사업은 유엔 북한인권 조사위원회(COI)가 2014년 최종보고서에서 납치와 강제실종 등 반인도적 범죄로 분류한 대표적인 사례 중 하나다. COI는 보고서에서 25년 동안 북한의 지상낙원 선전에 속아 북한으로 이주한 재일 한인과 가족은 9만3340명에 달하며 여기에는 1831명의 일본인 아내도 포함돼있다고 밝혔다.

독도영유권 문제를 여느 한국인보다 치밀하게 연구하고, 친일세력을 향해 거침없이 비판해온 호사카 유지 교수도 최근 공격적인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호사카 교수는 일본계 한국인이자 한일관계 전문가로 1956년 일본 도쿄서 태어나 도쿄대학교 공학부를 졸업하고, 고려대학교서 정치학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1988년부터 한일관계 연구차 서울서 지내다가 2003년 귀화했다. 그해 부임한 세종대서 줄곧 강단에 서다 2021년 2월 정년 퇴임했다. 현재 세종대 독도종합연구소 소장을 맡고 있다. 사실상 한일 양국의 역사를 철저하게 고증하고 분석해 합리적으로 설득해 온 한일 역사 분야의 권위자다. 


그는 최근 일본군 위안부 문제와 관련해 명예를 훼손하고 모욕한 유튜버들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 2심서 일부 승소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항소10-3부(이상아·송영환·김동현 부장판사)는 호사카 교수가 위안부법폐지국민행동 대표 김모씨 등 3명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소송서 “호사카 교수에게 4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한국 사랑한
독도 지킴이

김 대표 등은 2020년 11월~2021년 8월까지 집회와 유튜브 채널 등을 통해 호사카 교수의 저서 <신친일파> 일부 내용이 허위라며 비난했다. 또 “호사카 교수가 근거 없이 위안부가 강제 동원됐다고 주장해 한일관계를 이간질했다”거나 “일본군이 위안부 대상서 일본인 여성을 제외했다고 썼다”고 주장했다.

호사카 교수는 이들이 허위 사실로 자신의 명예를 훼손하고 모욕했다면서 8500만원 상당의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했다.

지난해 1심 법원은 “피고들이 일부 허위 사실을 적시해 모욕성 발언을 했다”면서 김 대표가 400만원, 정모씨와 고모씨가 각각 50만원씩 총 500만원을 호사카 교수에게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다만 2심 재판부는 1심서 모욕으로 인정된 발언 중 일부에 대해선 법적으로 인정되는 모욕으로 볼 수 없다며 피고들이 400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손배소송서 승소한 것에 관해 그는 특별한 의견을 내비치지 않았다. 호사카 교수는 <일요시사>와 인터뷰서 “뉴라이트의 주장에 대한 반박이나 그들과 일본 극우의 관계 등에 관한 강연을 하고 있다”며 근황을 전했다.


그러면서 석동현 전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사무처장이 “호사카 유지 교수가 일본 내 혐한을 부추긴다”는 취지로 비난한 것에 대해선 “어떤 근거도 없는 애기”라고 잘라 말했다.

그는 “석 전 사무처장은 내가 한국 정부 내에 친일파 밀정이 있다고 하니 되려 나를 혐한 세력의 밀정이라고 반박했다. 내가 친일 정부라고 주장하는 내용에는 역사적 맥락서 근거가 있지만, 그가 나를 향해 비판하는 내용에는 근거가 전혀 없다”고 강조했다. 

석 전 사무총장은 윤석열 대통령의 ‘40년 지기’로 알려져 있다.

또, 윤 대통령이 일본과 외교 관계에 있어 저자세를 취하는 것에 관해 “한국의 ‘저자세 외교’는 국익을 해치고 일본의 국익을 챙겨줬다. 일본 측은 윤 대통령과 함께 어려운 사도광산 문제도 해결했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며 “윤 대통령은 한일 관계의 현안을 일본 중심으로 해결하기로 마음먹은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뉴라이트 지적 나선 호사카 교수
이시바 총리 조기 몰락설도 제기

겉보기에 한층 개선된 한일 관계에 대해서는 한국이 국익, 남북 화해, 한반도 평화를 위해 매진해야 한다고 일축했다.

호사카 교수는 “한일 관계는 이를 위한 디딤돌인데, 한일 관계 개선을 위해 북한을 적으로 돌리고 한반도의 평화를 분쟁 상태로 향하게 하는 것은 한일 관계 개선이 아니라 미국과 일본 등 강국에 의해 한국을 유린당하게 하는 행동”이라고 우려했다.

일각에선 최근 일본이 국방력을 끌어올리는 이유가 제2의 한국전쟁 시나리오를 준비하는 것 아니냐는 주장도 있다. 이에 호사카 교수는 “일본은 남한을 활용해 미국과 함께 북한, 중국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지난 2013년부터 현재까지 갖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2차 식민지배적 시나리오에 관해선 “한·미·일 삼각군 가동맹을 핑계로 주일미군의 심부름으로 자위대가 군사물자를 한국의 주한미군에 운반해준다는 활동이 그 첫 번째 시작”이라며 “일본에 입국하는 한국인의 입국 간소화를 위해 한국 공항에 일본이민국 직원들이 다수 파견된다고 보도된 바 있다”고 언급했다.

이어 “그다음 단계는 한국 내에 많아질 일본인들을 보호한다는 명목하에 일본 경찰이 행정적 지배를 위해 한국으로 다수 입국할 것인데, 이것이 일제강점기 이전에 일제가 사용한 방법”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일본이 지정학적으로 한반도를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는 무대로 만들어야 하는데, 한국과 일본의 시각이 다르다는 점이 문제라고도 짚었다. 일본의 속뜻을 우리 정부가 파악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그는 “이시바 총리는 오는 27일 중의원을 조기에 해산하고 총선을 실시하겠다고 밝혔는데, 이때 크게 패배할 우려가 있어 이시바 내각은 단명할 수 있다는 예측이 많이 나왔다”며 “아마 여성 아베로 불리는 다카이치가 사실상 총리가 될 것이라고 흔히들 말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시바 총리가 성공한다는 것은 한국 내 뉴라이트의 몰락을 의미하지만, 위안부는 매춘부였고 강제 노동이 없었고, 독도는 한국 영토가 아니라는 뉴라이트 측의 주장은 일본 정부와 같다”며 “일본 측은 자민당이라도 한국 정부의 뉴라이트가 존재한다는 것이 싫지만은 않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친일 정부
밀정 논란

호사카 교수는 뒷배로 일본 극우세력을 지목하고 이들에게 포섭된 신친일파들이 국내서 활동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일본 극우세력은 한국이나 중국서 ‘일본은 나쁜 짓을 하지 않았다’고 하면 ‘아, 그런가’하고 세계가 믿을 거라고 본다”며 “그래서 여러 사람을 포섭해 목소리를 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한국 극우와 일본 극우를 이어주는 일본 사이트인 ‘나데시코 액션’에서는 한일 극우세력 위안부 규탄 소식이 항상 뉴스화되고, 한국의 신친일파 모습이 전달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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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 최대 변수 송영길, 왜?

여당 최대 변수 송영길, 왜?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전 대표가 돌아왔다. 3년의 옥살이 끝에 무죄를 선고받은 만큼 명분과 서사를 모두 거머쥐었다. 두 팔 벌려 환영했지만 송 전 대표를 바라보는 정청래 지도부의 고심이 깊은 모양새다. 앞으로 치러질 각종 선거의 변수가 된 송 전 대표의 쓰임새는 무엇일까? 지난달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송영길 전 대표의 무죄가 확정됐다. ‘돈봉투 사건’을 주도하고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으나 검찰이 상고를 포기하면서다. 송 전 대표는 “돈봉투 의혹 사건, 2심 무죄에 이어 최종 무죄가 확정됐다”며 “긴 시간 함께 걱정해 주시고, 흔들림 없이 믿어주시며 끝까지 곁을 지켜주신 많은 분의 성원에 다시 한번 깊이 감사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진실은 결국 가려지지 않았다. 이제 더 단단해진 마음으로, 책임 있게 앞으로 나아가겠다”고 강조했다. 돌아온 큰형님 송 전 대표는 지난 2021년 민주당 전당대회 경선을 앞두고 6000만원의 상당의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지역 본부장에게 현금이 든 돈봉투를 건네고, 민주당 윤관석 의원을 통해 국회의원에게 나눠줄 돈봉투 6000만원을 제공하는 데 개입한 혐의 등을 받았다. 아울러 그의 외곽 후원 조직인 ‘사단법인 먹고사는문제 연구소(이하 먹사연)’를 통해 기업인 7명으로부터 후원금 명목의 불법 정치자금 총 7억6300만원을 챙긴 혐의 등도 있다. 당초 1심 재판부는 송 전 대표에게 징역 2년을 선고했으나 서울고법 형사1부(부장판사 윤성식)는 이를 뒤집고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원심 판단이 돈봉투 사건과 먹사연 사건 범죄 사실의 관련성을 인정한 것은 받아들이기 어렵다”며 “먹사연 사건 관련 공소 사실의 경우 압수물이 영장 없이 증거로 사용됐다”고 판단했다. 송 전 원내대표의 복귀는 화려했다. 무죄가 선고된 날 서울고등법원 현장에는 민주당 강득구·김교흥·김상욱·박선원·부승찬·전현희 의원 등 10여명이 모였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 역시 자신의 SNS에 “송 대표의 무죄 판결을 축하한다. 그동안 고생 많으셨다”며 “검찰 전횡을 바로잡는 검찰개혁에 더 매진하겠다”고 작성했다. 이 판결로 송 전 대표는 ‘정치 검찰의 희생양’이라는 강력한 명분을 얻었다.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도 논평을 통해 “정치 검찰의 서슬 퍼런 칼날을 이겨내고 돌아오신 송 전 대표를 환영한다”며 “이재명정부 성공을 향해 연대와 통합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송 전 대표는 이날 민주당 인천시당을 찾아 복당 신청서를 제출했고, 그달 27일 최종 의결됐다. 정 대표는 “송 전 대표의 복당을 진심으로 환영한다”며 “앞으로 민주당 발전과 이정부의 성공을 위해 큰 역할을 해줄 것으로 기대하고 요청드린다”고 말했다. 또한 정 대표는 “탈당 후 당의 요청이 아니면 다른 경선에서 20% 감산되는 불이익을 받는데, 당 대표인 제가 요청해 (감산이 없도록) 처리하는 것이 맞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인천시당에 복당을 신청한 것이 서울시당으로 이첩됐던 것을 중앙당 당원자격심사위원회로 보내라고 지시해 복당했다”고 말했다. “정치 검찰 피해자” “이재명의 은인” 정점 찍은 서사…‘송 사용법’ 고심 송 전 대표는 2021년 전당대회서 당의 주류였던 친문(친 문재인)계를 꺾으며 비주류에서 주류로 거듭났다. 그런 그에게는 이재명 대통령과 끈끈한 연결고리가 있다. 같은 해 치러진 민주당 대선 경선 과정서 두 사람의 관계가 본격화됐고, 송 전 대표가 당시 이재명 경기도지사를 밀어줬다는 이른바 ‘이심송심’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대선에서 패배한 이재명 후보를 국회로 이끈 인물 역시 송 전 대표다. 그는 2022년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하기 위해 인천 계양을 지역구에서 사퇴했고, 그때 이 후보가 보궐선거를 통해 당내에 입성했다. 당시 그는 이 후보의 전략공천을 환영하는 입장을 밝히며 “당의 단단한 결정과 이재명 (당시) 상임고문의 결단이 당원과 지지자들에게 희망의 메시지가 됐다. 이 상임고문은 우리 민주당과 현재 한국 정치에 큰 자산”이라고 치켜세우며 “이번 지방선거 승리의 큰 구심점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 후보가 국회 입성에 성공하고 당 대표직을 따내는 등 정치인으로서 성공가도를 걸었던 반면, 송 전 대표는 서울시장 선거에서 패배하며 정치적 치명상을 입게 됐다. 이때부터 민주당 지지자 사이에서는 송 전 대표가 ‘자신을 희생하고 후배에게 지역구를 물려준 정치인’이라는 인식으로 남았다. 2023년 두 사람에게 본격적인 위기가 찾아왔다. 돈봉투 의혹 수사가 송 전 대표를 덮쳤고, 이재명 대표는 거리를 두는 전략을 택했다. 민주당은 당 전체의 타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송 전 대표의 자진 탈당을 압박했고, 송 전 대표 역시 당에 부담을 주지 않겠다며 당의 요구를 받아들였다. 3년 만에 무죄를 선고받은 송 전 대표가 자신의 서사를 어떻게 활용할지 이목이 쏠린다. 과거의 영광을 누렸던 그가 복귀하자 현 수장인 정 대표의 셈법만 복잡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지방선거, 전당대회, 나아가 다음 대선까지 송 전 대표가 차후 진행될 모든 선거의 변수가 됐다. 6월 치러지는 지방선거 및 재보궐선거가 첫 번째 관문이다. 복당 이후 송 전 대표는 자신의 지역구였던 계양을로 이사오면서 이곳에서 치러질 보선에 출사표를 던질 것이란 해석이 나왔다. 계양구는 송 대표의 정치적 고향으로, 지난 2000년 해당 지역에서 당선돼 16대 국회에 입성한 뒤 17·18·20·21대 총선까지 내리 승리했다. 이때 쌓은 조직력을 기반으로 2010 민선 5기 인천시장에도 당선됐다. 굴리는 주판알 인천 계양에 출마가 유력한 김남준 청와대 대변인과의 교통정리 여부가 변수다. 송 전 대표는 YTN과의 인터뷰서 김 전 대변인도 계양을 출마 의사를 밝힌 것에 대해 “당 지도부가 잘 판단하고 결정할 것”이라며 “지역구라는 게 정치인들이 마음대로 정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고, 국민과 당원의 뜻이 중요하다. 당 지도부가 여러 가지를 검토해서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에게 지역구를 물려준 중진과 대통령의 최측근인 신인 정치인의 대결구도가 예상되는 만큼 시선은 지도부의 교통정리에 쏠렸다. 정 대표와의 신경전도 예상된다. 정 대표가 당 대표 연임에 도전할 것이란 관측이 우세한 가운데 송 전 대표가 국회에 입성하면 차기 당권을 노릴 것이란 관측이 나오면서다. 송 전 대표가 실제 당권에 도전할 경우 정 대표를 비롯해 ‘차출설’이 제기되는 김민석 총리와 함께 3파전 구도를 형성할 것으로 전망된다. 여론조사에서는 벌써 송 전 대표의 이름이 거론된다. 지난달 26일 <뉴스토마토>가 23일부터 24일까지 이틀간 만 18세 이상 전국 성인남녀 1034명을 대상으로 ‘민주당 8월 전당대회에서 다음 세 사람이 맞붙는다면, 누가 민주당을 이끌 차기 당대표로 적합하다고 보는지’를 묻는 말에 답변은 ▲정청래 대표 21.6% ▲송영길 전 대표 19.4% ▲김민석 국무총리 18.8%로 집계됐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0%이며 ARS(RDD) 무선전화 방식으로 진행됐다. 응답률은 1.8%로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그동안 정 대표는 강경 개혁파로서 외연 확장성이 부족하다는 게 단점으로 지적돼 왔다. 정 대표의 강경 노선이 지지층 결집에는 효과적이지만, 중도층과 무당층을 포섭해야 하는 전국 단위 선거에서는 한계를 보일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제기된 것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이 대통령과 비슷한 중도·실용주의적 성향인 송 전 대표는 민주 당원의 또다른 선택지가 될 수 있다. 이미 온라인 공간에서는 ‘뉴이재명’ 그룹이 송영길 역할론에 불을 지피면서 그의 존재감을 키워주는 상황이다. 거침없는 저격수 따라서 송 전 대표 본인이 나서지 않더라도 정 대표의 리더십에 불만을 가진 세력이 정청래 VS 송영길 구도를 만드는 등 당내 경선을 앞두고 판이 깔릴 가능성이 제기된다. 결국 모든 권력투쟁의 종착지가 그렇듯 그가 2027년 치러질 대통령 선거에까지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송 전 대표는 복귀와 동시에 활발한 활동을 이어갔다. 최근 친청(친 정청래)·친문으로 분류되는 김어준씨의 유튜브 채널 ‘뉴스공장’을 정면으로 비판하는가 하면, 코로나바이러스 백신을 두고 ‘대국민 사기’라며 문재인 전 대통령의 책임을 거론하기도 했다. 그는 한 라디오를 통해 ‘이재명 대통령 공소 취소 거래설’의 근원지인 ‘뉴스공장’을 향해 “괴물과 싸우다가 괴물이 되고 있는 건 아닌지 돌아보라”고 충고했다. 송 전 대표는 “(‘뉴스공장’에) 섭외를 받아도 안 나가고 싶다”며 “특정 언론 유튜브에 국회의원들이 줄 서서 알현하듯이 있는 모습이 좋은 건 아니다. 우리가 국민의힘에 대해서 고성국이나 전한길 비판하듯이 우리 스스로도 돌이켜볼 면이 있다”고 꼬집었다. 여기에 친명인 강득구 의원도 김씨의 방송에 출연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히면서 그에게 힘을 실었다. 강 의원은 “큰 틀에서 송 전 대표의 문제 제기에 뜻을 같이 한다”며 “(최근) 김씨는 김 총리의 미국 출장을 두고 ‘차기 주자 육성 프로그램처럼 보인다’고 해석했다. 해석은 자유이지만 다소 자의적인 판단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고 비판했다. 8월 전대 ‘정·송·김’ 3파전? 6월 지선·재보선 첫 번째 관문 코로나 백신 논란에 대해서는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 조국 대표가 참전하면서 사태를 키웠다. 조 대표는 “송 전 대표는 두 가지 음모론을 여전히 믿고 주장하고 있다. 첫째, 극우 변희재가 주장한 최순실 태블릿 PC 조작론. 둘째, 코로나 백신 국가적 사기론”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송 전 대표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최순실 태블릿PC 조작설’을 주장해 온 변희재씨와 손을 잡은 이유를 묻는 질문에 “(JTBC와 검찰, 특검이 태블릿 PC 조작을 통해 박근혜 탄핵 수사에 활용했다는 의혹이) 법률가인 제가 보기에도 일리 있는 주장이라 공감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조 대표의 부산 출마’ 필요성을 언급한 송 전 대표를 비판했다. 조 대표는 “최근 송 전 대표께서 느닷없이 저와 혁신당을 향해 ‘호남 이삭줍기 말고 영남으로 가라’고 말씀하셨는데, 호남 출마자들이 어떻게 이삭이냐”며 “모욕과 폄훼”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혁신당 후보들은 지난 총선 시기에 송 전 대표가 손을 잡았던 극우 인사 변희재·최대집씨보다 훨씬 훌륭한 사람들”이라며 다시 한번 송 전 대표의 과거 행적을 거론했다. 광폭 행보를 보이는 송 전 대표는 ‘뉴이재명 바람’에 올라탔다. 지난 15일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이 개최한 ‘뉴이재명 토론회’ 현장에 나타나 지지자와 인사를 나눴다. 송 전 대표의 축사가 끝나자 지지자들은 연신 “송영길”을 외치기도 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송 전 대표는 이 대통령이 쓸 수 있는 최고의 칼”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송 전 대표와 이 대통령, 두 사람은 혁신과 쇄신을 강조하는 등 성격이 비슷하다”며 “정부·여당에 타격을 입히는 ‘당정 갈등설’을 부인하는 것도, 논란을 만드는 것도 정 대표다. 이정부의 성공을 바라는 지지층이 봤을 때 이 대통령이 어떤 의중을 전달할 때 정 대표가 아닌 송 전 대표의 입을 빌리는 편이 쉬울 수도 있다”고 예상했다. ‘쏘리재명’ ‘쏘리영길’ 그러면서 “뉴이재명은 송 전 대표에 대한 부채 의식이 있다. 3년 동안 옥살이를 하게 했다는 미안함과 이 대통령에게 지역구를 물려준 일 등, 송 전 대표의 희생정신을 높게 평가할 것”이라며 “이런 여론이 확산하면 앞으로 치러질 모든 당내 선거에서 송 전 대표가 승산이 있다고 계산해 어떤 방식이든 (출마를) 결심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송영길 소나무당 어디로?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전 대표가 지난 2024년 옥중 창당했던 소나무당이 해체했다. 송 전 대표는 무죄를 선고받자 “소나무당을 해산하고 더불어민주당으로 복당하겠다”고 말했다. 소나무당 시도당위원장 협의회(이하 협의회)는 입장문을 내고 송 전 대표의 결정을 받아들였다. 협의회는 “송영길 대표의 소나무당 해산 및 더불어민주당 복당 천명은 바로 그 위임에 따른 책임 있는 정치적 결단”이라며 “이는 개인의 정치적 유불리를 위한 선택이 아니라, 소나무당이 존재했던 이유와 역할을 다른 방식으로 완성해 나가겠다는 결정이라 우리는 이해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소나무당은 해산하지만, 이 과정에서 만들어진 정치적 신뢰와 연대의 경험은 각자의 자리에서 계속 이어질 것”이라며 “송 대표의 정치적 결단을 존중하며 그의 정치적 행보를 함께 지켜보고 응원하는 시민들과 새로운 방식의 역할을 모색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