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익는 마을을 찾아 ④진주진맥브루어리

수제 맥주와 야시장의 낭만

먹거리가 여행이 되는 시대다. 진주진맥브루어리는 맥주 마니아들은 물론 여행객들에게 진주 명소로 떠올랐다. 진맥은 진주 한가운데를 흐르는 1급수 남강과 진주 땅에서 자라는 앉은키밀을 주원료로 만든 고급 수제 맥주다. 진주밀로 만든 맥주, 풍미가 진한 맥주, 진짜 맥주라는 이름처럼 맥주 마니아들의 취향을 단숨에 사로잡았다.

진주진맥브루어리는 지난 4월에 문을 열었다. 오픈은 4월이지만 본격적인 개발은 21년부터다. 진주시상권르네상스사업의 하나로 개발한 특화상품이다. 20여곳 이상의 업체가 참여해 6000여명의 블라인드 테스트를 거쳤다. 진맥의 주원료인 진주밀은 다른 밀보다 키가 작다. 그래서 앉은키밀이라 불린다.

앉은키밀

웬만한 바람에도 잘 쓰러지지 않고, 병충해에 강하다. 그래서 수확률이 높은 것은 물론 일반 밀가루에 비해 부드럽고, 맛이 구수하다. 

앉은키밀은 ‘노벨평화상’을 받기도 했다. 전 세계가 기아에 헤매던 1945년, 미국 농학자인 노먼 볼로그 박사가 한국 토종 밀인 앉은키밀을 발견하고 식량난으로 어려움을 겪던 지역에 전파해 세계 기아 해결에 이바지했다. 그 공로로 노벨평화상을 받았다.

한때 앉은키밀은 수입밀에 밀려 명맥이 사라질 뻔했으나 진주 금곡정미소서 3대에 이어 도정해오고 있었고, 우리밀 살리기 운동과 함께 되살아났다. 지금은 금곡면을 비롯해 진주서 드넓은 밀밭을 다시 볼 수 있게 됐다. 


진주논개시장 입구에 자리한 진주진맥브루어리는 건물 외관부터 예사롭지 않다. 오래된 폐가구점을 리모델링했다. 붉은빛에 가까운 외벽은 잘 익은 앉은키밀의 색깔이라고 한다. 1층은 수제 양조장과 맥주 펍, 그리고 굿즈숍이 있고, 2층은 맥주 펍과 아카이브 공간, 3층은 진주시상권활성화재단과 교육장이다.

1층 양조장은 커다란 통창 안으로 맥주 만드는 장면이 훤히 들여다보인다.

안으로 들어서면 오래된 가구점 이미지는 온데간데없다. 앉은키밀의 불그스름한 색은 내부 인테리어에도 이어진다. 주황과 붉은빛 그 사이 앉은키밀 색은 검은색 의자와 가구들과 어우러져 고급스럽고 독특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2층에는 LP와 턴테이블이 주르륵 놓여 있는 독특한 공간이 있다. 헤드폰과 멋진 조명까지 연출해 놓았다.

진주밀로 만든 부드럽고 구수한 맛
맥주 마니아들의 취향 저격

원하는 LP를 고른 다음 헤드폰을 끼고 맥주를 마시는 로망을 실현하게 해준다.

맥주는 두 종류다. 밀의 고소함과 풍부한 향을 느낄 수 있는 에일과 시원함과 청량감을 자랑하는 라거다. 첫 모금에 밀의 구수함과 감칠맛이 입안에 가득 찬다. 목 넘김은 부드럽고 뒷맛은 깔끔하다. 깊은 풍미와 보디감, 그리고 그 뒤에 이어지는 청량함이 정말 매력적이다. 지금은 두 가지를 선보이고 있지만, 앞으로 호핑에일, 페일에일, 스타우트 등 5종의 라인업으로 손님을 맞을 예정이다. 진주진맥브루어리 애호가들의 관심이 벌써 뜨겁다. 

맥주와 어울리는 특별한 메뉴들도 준비돼있다. 나초&살사소스, 트러플 프라이즈는 깔끔한 라거와 잘 어울리고, 진주 토마토 라구파스타와 진주 토마토 카프레제는 진한 에일과 찰떡궁합이다. 모양도 예뻐서 메뉴가 나오면 너도나도 휴대폰으로 사진 찍기 바쁘다.


집에서나 밖에서 진맥을 즐기고 싶은 사람들을 위해 캔맥주와 페트병 맥주를 판매한다. 캔에 그려진 수달은 진주를 대표하는 캐릭터다. 진주 남강에 사는 천연기념물 수달이 주인공이다. 진주진맥브루어리가 자리 잡은 논개시장에서는 토요일마다 올빰토요야시장이 열린다.

진주하면 생각나는 육전부터 삼겹말이, 납작만두, 해물부추전, 대왕고기완자, 스테이크새우꼬치까지 먹거리 천국이다. 야시장 입구 양쪽에 테이블이 놓여 있어서 구매한 음식을 식기 전에 맛볼 수 있다. 

평소 진주진맥브루어리는 외부 음식물 반입이 금지되지만, 토요일 야시장 음식은 대환영이다. 진주진맥브루어리에서 판매하는 캔맥주와 페트병 맥주를 사 들고 야시장에서 즐겨도 좋다. 진주의 토요일 밤이 낭만으로 익어가는 이유다.

유등테마공원

10월에 진주 여행을 계획 중이라면 남강유등축제를 놓쳐서는 안 된다. 해마다 10월에 열리는 대한민국 대표축제다. 7만여개의 등불이 진주성 아래 남강 위를 형형색색 수놓는 장면은 잊을 수 없는 가을을 선사한다. 임진왜란 때 진주성 전투서 김시민 장군이 남강에 유등을 띄워 강을 건너려는 왜군을 물리쳤던 것에서 유래한다. 

소망진산 유등테마공원은 진주를 상징하는 유등을 365일 감상할 수 있는 곳이다. 남강과 진주성이 한눈에 들어오는 야경 명소로 자리 잡았다. 공원 내에 있는 진주남강유등전시관은 유등 전시부터 체험까지 가능한 복합문화공간이다. 화려한 소망등으로 장식된 터널은 인생샷 성지로 손꼽힌다.

온몸으로 남강을 즐기려면 물빛나루쉼터로 가보자. 이곳에는 남강 유람선인 ‘김시민호’를 운행한다. 김시민호에 몸을 실으면 아름다운 남강을 따라 진주성과 촉석루, 의암 등 진주의 절경이 이어진다. 진주성의 야경과 화려한 음악분수대를 눈에 담을 수 있도록 밤에도 운영한다.
 

<여행 정보>
당일 여행코스

진주남강유등전시관→물빛나루쉼터와 김시민호→진주성→진주진맥브루어리→올빰토요야시장(진주논개시장)

1박2일 여행 코스
-첫째 날 진주남강유등전시관→물빛나루쉼터와 김시민호→진주성→진주진맥브루어리→올빰토요야시장(진주논개시장)
-둘째 날 경상남도수목원→진양호 호반전망대→까꼬실둘레길

관련 웹 사이트 주소
-진주관광 https://www.jinju.go.kr/tour.web
-진주문화관광재단 https://jjct.or.kr
-진주진맥브루어리 https://www.insta gram.com/jinmacbeer/
-진주시상권활성화재단 https://www.jinjumr.or.kr
-물빛나루쉼터(김시민호) https://www.jinju.go.kr/cruiseship/

운영 정보
진주진맥브루어리 운영시간: 17:00~23:00(22:00 라스트오더), 휴무: 월요일, 메뉴: 에일맥주 7000원, 라거맥주 7000원, 진주 토마토 라구파스타 1만7000원, 진주 토마토 카프레제 1만6000원, 나초&살사소스 1만4000원, 트러플 프라이즈 1만4000원

문의 전화
-진주진맥브루어리 0507)1410-1466
-진주관광안내 055)749-2114
-진주시관광안내소 055)749-7449
-진주역관광안내소 070)4916-1489
-진주남강유등전시관 055)762-8583
-물빛나루쉼터(김시민호) 055)761-3691


대중교통
-버스 서울-진주, 서울고속버스터미널서 개양고속버스정류장 하루 29회(06:00~00:10) 운행, 약 3시간35분 소요. 개양고속정류장서 20m 정촌초등학교 정류장서 120 버스 승차, 논개시장 하차, 도보 117m 진주진맥브루어리 도착. 
-기차 서울-진주, 서울역서 하루 10회(05:03~20:38) 운행, 약 3시간35분 소요. 진주역서 200, 150 버스 이용, 경상국립대학교가좌캠퍼스후문 하차, 도보 170m 경상국립대학교가좌캠퍼스후문 120 버스 승차, 논개시장 하차, 도보 117m 진주진맥브루어리 도착.

*문의: 서울고속버스터미널 1688-4700, 고속버스통합예매시스템 (www.kobus.co.kr), 개양고속버스정류장 055)752-5167~8

자가운전
통영대전고속도로 서진주 IC→공설운동장 방면 2시 방향→숙호산로 진행 후 신안광장오거리서 10시 방향→진양호로 직진 후 인사광장서 ‘진주성’ 방면 우회전→시외버스터미널서 ‘산청, 중앙시장’ 방면 좌회전→구부산교통사거리서 ‘진양호, 진주성’ 방면 좌회전→진양호로567번길 방면 우회전→진주진맥브루어리

숙박 정보
-주식회사제이스퀘어호텔: 진주시 솔밭로, 055)749-0022, http://www.jsquarehotel.com
-뉴라온스테이: 진주시 영천강로, 055)751-1111, https://www.newraonstay.com
-골든튤립호텔남강: 진주시 남강로673번길, 055)760-9600~2, http://hotelnam gang.com

식당 정보
-천황식당(육회비빔밥): 진주시 촉석로, 055)741-2646
-하연옥(진주냉면): 진주시 진주대로, 055)746-0525
-유정장어(장어구이): 진주시 진주성로, 055)746-9235

주변 볼거리
밀알영농우리밀체험장, 월아산자연휴양림, 진주시립이성자미술관, 국립저작권박물관, 철도문화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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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생기업 잡은’ 신정훈 의원실 수상한 보도자료

[단독] ‘생기업 잡은’ 신정훈 의원실 수상한 보도자료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한 업체가 국회의원실발 보도자료에 직격탄을 맞았다. 해당 업체는 보도자료의 내용이 사실과 다르다고 억울함을 토로했다. 보도자료를 쓴 의원실 보좌관은 “잘못된 부분이 없다”고 반박했다. 양측의 입장이 첨예하게 엇갈리는 상황에서 <일요시사>가 사건의 전말을 파헤쳐 봤다. 국회의원은 최고 헌법기관인 국회의 구성원인 동시에 개개인이 헌법기관이라는 이중적 지위를 갖는다. 법률을 만들고 개정하는 입법 기능 외에도 인사청문회, 국정감사 등을 통해 행정부를 견제하고 감시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투표로 선출된 ‘국민의 종’으로서 국회의원은 기자회견, 보도자료 등을 통해 국민에게 활동 상황을 보고한다. 국회의원 민원 창구? 국회의원 이름으로 하루에도 수건씩 보도자료가 쏟아진다. 법안을 발의하거나 지역구 예산을 수주했다는 내용, 자료와 데이터를 바탕으로 정부 기관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내용 등이다. 언론은 국회의원실발 보도자료를 받아 기사로 작성한다. 언론 보도는 사정기관의 감사나 수사 등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최근 한 국회의원실에서 나온 보도자료가 논란이 되고 있다. 보도자료에 언급된 정부 기관, 그 기관과 일하는 업체 등이 후폭풍에 휘말렸다. 보도자료를 받아 쓴 일부 매체는 언론중재위원회에 제소됐다. 언론사 기자들의 이메일로 배포된 보도자료는 국회의원실 보좌관이 직접 작성한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5월14일 더불어민주당 신정훈 의원실 오모 보좌관은 ‘경찰청, 순찰차 납품 지연 및 특정 업체 유착 의혹에도 자료 제출 거부!’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작성해 언론사 기자들에게 보냈다. 신정훈 의원은 전남 나주·화순을 지역구로 하는 3선 의원으로, 현재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다. 경찰청은 행정안전위원회의 피감기관이다. 순찰차는 일반 차량에 특장 작업을 거쳐 경찰청에 납품된다. 멀리서도 순찰차임을 확인할 수 있는 리프트 경광등을 달고 겉면에 스티커를 부착하는 ‘데칼’ 작업을 거쳐 수배·체납·도난 차량을 확인할 수 있는 멀티캠을 내부에 다는 등의 작업을 거친다. 순찰차 한 대를 특장하는 데 약 1700만원의 비용이 드는 것으로 알려졌다. 매년 1000여대의 노후 순찰차가 교체된다. 신정훈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해 노후 순찰차 959대를 교체하기 위해 총 491억원의 예산이 집행됐다. 하지만 이 중 약 225억원 상당인 343대가 납기를 맞추지 못했고 완성 검사를 통과하지 못했다. 또 납품업체의 문제로 순찰차 납품이 늦어졌는데도 불구하고 발주 기관인 경찰청은 지체상금 부과, 계약 해지 등의 조치를 하지 않는 등 직무유기를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신정훈 의원실의 자료 요구에 경찰청이 제출을 거부하고 있다고도 덧붙였다. 신정훈 의원실은 ‘공공계약에 정통한 한 법조계 관계자’의 “경찰청이 계약성 권리조차 행사하지 않고 이를 묵인한 데다 국회의 자료 제출 요구도 거부한 것은 행정 편의주의를 넘어 법적 의무의 명백한 방기”라며 “이 정도 사안이면 감사원 감사는 물론 직권남용과 배임 혐의까지 적용될 수 있는 중대한 사안”이라는 코멘트를 인용했다. 순찰차 납품 과정 지적 해당업체 “사실과 달라” 납품업체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신정훈 의원실은 “동일한 지배 구조를 가진 Y사(보도자료에는 A사)와 N사(B사)가 10여년간 경찰청의 대형 계약을 반복적으로 수주해 왔다”며 “수의계약이나 경쟁입찰의 형식을 빌린 사실상의 내정 또는 담합 행위로 해석될 수 있다. 공정거래법상 ‘부당 공동행위’ 및 ‘입찰 방해’에 해당될 여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N사는 Y사의 임직원이 만든 회사로 두 업체는 모회사-자회사 관계다. 신 의원은 “국민의 세금으로 집행되는 치안 장비 도입 사업이 법적 절차와 원칙을 무시한 채 일부 업체에 특혜로 왜곡되고 있다”며 “기존 계약분에 대한 의혹이 해소되지 않은 상태에서 신규 발주가 진행돼서는 안 된다. 철저한 진상 조사와 책임자 처벌, 재발 방지 대책이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보도자료를 바탕으로 몇몇 언론이 기사를 냈다. 보도 이후 납품업체인 Y사가 보도자료 내용에 사실과 다른 부분이 있다고 주장했다. Y사는 경찰, 법무부 등에 차량을 개조해 납품하는 특장업체다. Y사 관계자는 “보도자료가 배포되기 전, 기사가 나가기 전에 신정훈 의원실이나 언론으로부터 단 한 차례의 연락도 받지 못했다. 보도가 나간 이후 오 보좌관을 만나 사실과 다른 부분을 상세히 설명했지만 아무것도 반영되지 않았다. 오히려 지난달에 관련 보도가 한 차례 더 나갔다”고 주장했다. Y사는 경찰청과 직접 계약을 맺거나 현대자동차로부터 하도급을 받는 형태로 이번 납품에 참여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경찰청은 현대자동차로부터 616대(소나타), Y사로부터 73대(스타리아 37대, 넥쏘 36대), N사로부터 270대(아이오닉 181대, 그랜저 89대) 등 총 959대를 납품받았다. Y사 관계자는 신정훈 의원실에서 지적한 납품 지연과 검사 불합격에 대해 “제작은 이미 완료됐고 출고를 기다리던 중에 검사 하나가 마무리되면 또 다른 검사를 요청하는 식으로 5개월 동안 시간을 끌었다”며 “2015년부터 경찰청에 순찰차를 납품해 왔지만 이번을 제외하고 단 한 번도 납기에 늦은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우리와 N사의 계약 차량은 납품까지 5개월 넘게 걸렸고 H사의 계약 차량은 검사 하루 만에 출고 처리됐다”며 “그동안 경찰청 검사가 미진했다고 주장하려면 우리든 H사든 같은 잣대로 진행해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사실 확인 안 했다? H사는 순찰차에 설치하는 리프트 경광등을 제작하는 업체로 현대자동차와 하도급 계약을 맺고 납품한 것으로 알려졌다. Y사와 N사가 담합해 경찰청 계약을 10년 동안 수주해 왔다는 내용에 대해서는 “경찰청은 조달사업법에 따른 나라장터 종합쇼핑몰 우선 구매 제도를 통해 (업체들과) 계약했다. 나라장터에 물건을 올리면 경찰청에서 선택하는 방식”이라면서 “우리와 N사는 같은 차종으로 경쟁한 적이 단 한 차례도 없다”고 반박했다. 반면 오 보좌관은 순찰차 사업과 관련해 드러난 문제를 고치라고 여러 차례 얘기했는데 시정되지 않자 보도자료를 통해 지적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난 1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비서실에서 <일요시사>와 만나 “공무원이 어떤 업무를 하다가 다소간 실수가 발생할 수 있고 관행적으로 잘못된 부분이 있을 수 있다. 그걸 인정하고 시정하면 끝까지는 안 간다”고 말했다. 이어 “순찰차 관련 문제를 (경찰청에) 수도 없이 얘기했는데 고쳐지지 않았다. 1차 차량 검사에서 불합격이 나왔는데 2차 검사를 할 때 보니 1차에서 나온 문제가 하나도 시정되지 않았다. 3차 검사는 나도 모르게 진행됐다. 시험성적서를 달라는 말에도 개인 정보를 이유로 주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번에 납품한 순찰차에 설치된 경광등이 사양서에 맞지 않는다고도 지적했다. 오 보좌관은 “리프트 경광등의 핵심 기능은 주야간 150m 구간에서 잘 보여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번에 납품된 것은 그게 안 된다. 30m만 떨어져도 잘 보이지 않는다. 순찰차에 치명적인 장애”라고 비판했다. Y사 관계자는 “사양서가 존재하는데 30m 밖에서 안 보인다는 건 말이 안 된다. 경찰청에서 3회가량 시연회를 진행했고 현장에서도 더 밝다는 의견이 있었다. 경광등이 사양서와 일부 맞지 않는 건 애초에 사양서 자체가 H사의 제품에 맞춰진 것이기 때문”이라면서 “오히려 H사의 경광등이 경찰청 순찰차 사양서에 적용돼 2015년부터 2024년, 우리와 문제가 생기기 전까지 10여년간 독점적으로 사용됐다”고 반박했다. “현장 직원들 사이에서 고장이 잦아 수리 비용이 많이 나온다는 말을 들은 적 있다”는 이 관계자는 “이번 일이 일어난 것도 H사가 자사의 경광등을 납품하기 위해 오 보좌관에게 문제 제기를 한 게 시발점이 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시정 안 해” “문제 없다” 순찰차를 납품하는 업체들이 자사의 경광등이 아닌 다른 업체의 것을 사용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H사가 민감하게 반응하면서 이번 일이 일어났다는 것이다. Y사 관계자는 “2022~2023년 H사 경광등에 문제가 발생해 현대자동차가 납기를 놓치는 일이 일어났다. 이 일을 계기로 지난해 5~6월 경광등 납품업체를 바꾸려는 시도가 있었던 걸로 안다”고 주장했다. Y사 역시 H사와 경광등 발주 문제로 갈등을 겪었다. Y사 관계자는 “지난해 6월부터 11월까지 H사에 경광등 발주 견적서를 달라고 요청했지만 답을 받지 못했다. 납기가 (지난해) 12월12일까지라 우리한테도 시간이 많지 않았다. 그래서 (지난해) 11월15일 경찰청과 경광등 업체를 바꾸는 문제로 협의를 진행했고, 11월26일에 바뀐 업체의 경광등으로 우리 공장에서 시연회를 열었다”고 말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H사는 순찰차 납품업체들과의 갈등을 ‘민원’을 통해 해결하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 H사 대표가 신정훈 의원실 오 보좌관을 만나 억울함을 토로했고 그 내용이 지난 5월 나온 보도자료의 배경이 됐다는 의혹이다. 실제로 오 보좌관은 처음에는 민원을 받아 보도자료를 작성한 게 아니라고 했다가 나중에는 H사 대표를 만났다고 인정했다. 지난해 8월경 지역의 향우회장과 함께 H사의 대표가 찾아왔다는 것이다. 공교롭게도 오 보좌관이 경찰청의 순찰차 사업을 들여다보기 시작한 시기와 일치한다. 오 보좌관은 지난 5월14일에 나온 보도자료에 대해 묻자 “지난해 8월부터 이 문제를 파고 있었다”며 “내부에서 나온 정보도 있고 경찰청에서도 (순찰차 사업에 대해) 문제 의식을 갖고 있었다. 이 문제로 경찰청 관계자를 30~40번 만났다”고 밝혔다. 눈여겨볼 대목은 H사 대표가 같은 시기 신 의원에게 정치후원금을 냈다는 점이다. <일요시사>가 나주시·화순군 선거관리위원회를 통해 입수한 신 의원의 ‘연간 300만원 초과 기부자 명단’을 확인한 결과 H사 대표는 지난해 8월22일 500만원을 기부했다. 신 의원은 2014년 7월30일 보궐선거에서 당선돼 국회의원이 됐고 20대(2020년), 21대(2024년) 총선에서 배지를 달았다. 2014~2016년, 2020~2024년 등 신 의원이 국회의원 활동을 하는 동안 H사 대표가 후원금을 낸 건 지난해 8월이 유일하다. 경광등 업체 변경 문제 때문? “사기업 갈등에 보좌관이 왜?” 오 보좌관은 H사 대표가 신 의원에게 후원금을 낸 사실을 알았냐는 질문에 “몰랐다”면서 “회계를 관리하는 직원은 나주에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H사 대표에 대해 “이전까지 전혀 몰랐던 사람”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전체 정치후원금 모금 한도) 3억원 중에 500만원을 후원했다고 해서 지난해 8월부터 지금까지 이 문제에 매달리겠느냐”며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한 업체의 문제 제기가 합당하다고 생각했고, 자료를 받아보니 문제가 있다고 판단해 진행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보좌관은 “경찰차 특장 시장 자체가 그렇게 크지 않아 뛰어드는 업체도 많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맨날 같이 했던 업체를 빼버리면 가만히 있겠나. 나는 Y사가 욕심을 부리면서 이 상황까지 왔다고 생각한다. 기존에 해왔던 곳과 똑같이 하면 되지, 더 이익을 취하려 하느냐”고 되물었다. 업체 간 중재의 의도도 있었다는 것이다. H사 대표는 신 의원에게 후원금을 낸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민원과는 전혀 관계가 없다고 주장했다. 신 의원을 지지하는 차원에서 후원금을 냈다는 것이다. H사 대표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일을 잘하신다는 말을 들어서 후원금을 냈다. 지금 이 문제와는 무관하다”며 “사업을 접을까 생각할 정도로 머리 아픈 문제”라고 말했다. 지난해 8월 오 보좌관을 만나 민원을 넣었는지는 “오래돼서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고 했다. Y사는 신정훈 의원실발 보도자료로 큰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했다. Y사 관계자는 “정부 기관에 납품하는 제품을 만드는 건 맞지만, 엄연히 사기업 간 일어난 일에 국회 보좌진이 개입하는 게 맞는지 모르겠다”며 “기사가 나간 이후 우리 회사는 경제, 이미지 부분에서 큰 타격을 받았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경찰청과 지체상금에 대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업체 문제로 인한 지연이 결정되면 지체상금을 물어야 하는 상황이다. 차량 출고가 늦어지면서 보관을 위한 토지 대여료가 1억2000만원 정도 나갔다. 무엇보다 자회사인 N사의 신용등급 하락, 기사로 인한 이미지 훼손 등 무형적인 피해도 만만찮다”고 하소연했다. 받아쓴 언론 “취하해 달라” 한편 Y사는 신정훈 의원실에서 나간 보도자료로 기사를 작성한 매체 3곳을 언론중재위원회에 제소했다. Y사는 “언론의 잘못된 보도로 인해 명예가 심각하게 훼손됐으며 국민에게 경찰 장비 도입 과정에 대한 불신을 초래했다”며 “신청인(Y사)의 업무 수행 능력과 투명성에 대한 의구심을 야기해 치안 활동에 대한 신뢰도 저하로 이어질 수 있는 회복할 수 없는 피해를 입어 정정보도를 구한다”고 조정을 신청했다. Y사 관계자는 “2곳의 매체에서 ‘기사를 내릴 테니 소를 취하해 달라’는 내용의 답변을 언론중재위원회에 보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