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탄 돌리기’ 김건희 엄호 한계

결국 용산도 버릴까?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대통령도 아닌 영부인에게 스포트라이트가 집중되는 이상한 날들이 계속되고 있다. 주요 이슈에는 ‘김건희’ 석 자가 으레 따라붙는다. 여권 내에서조차 김건희 여사의 사과 표명이 필요하다며 우려 목소리를 내고 있다. 여사를 지키려는 자와 보수를 지키려는 자가 한 치의 양보도 없이 팽팽하게 맞섰다.

김건희 여사를 놓고 용산의 고심이 깊다. 끝까지 품고 가자니 야당의 칼날이 턱 끝까지 다다랐다. 반대의 경우에는 보수층의 분노가 예상된다. 지난 2021년에 이어 두 번째 대국민 사과가 이뤄질지 이목이 쏠린다. 문제는 그때보다 훨씬 더 복잡하고, 더 많은 의혹이 김 여사를 겨냥하고 있다는 점이다.

두 번은
못 숙인다?

지난 2021년 12월16일 검은 정장을 입은 김 여사(당시 코바나컨텐츠 대표)는 어두운 표정으로 단상에 섰다. 대선을 앞두고 허위 이력 논란이 불거지자 대국민 사과를 위해 국민의힘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연 것이다.

그동안 김 여사는 2001년부터 2014년까지 약 13년간 5개의 대학에 제출한 이력서에 경력을 허위로 기재했다는 의혹을 받아왔다. 윤석열 대통령이 이재명 당시 대선후보와 초박빙 대결을 벌이고 있던 때라 작은 리스크조차 큰 걸림돌이 되던 시점이었다.

이날 기자회견장서 김 여사는 “두렵고 송구한 마음으로 이 자리에 섰다”며 고개를 숙였다. 김 여사는 “일과 학업을 함께 하는 과정서 제 잘못이 있었다. 잘 보이려 경력을 부풀리고 잘못 적은 것이 있었다”고 자신의 논란에 대해 일부 인정했다.

이어 “그러지 말았어야 했는데 돌이켜보니 너무나도 부끄러운 일이었다. 모든 것이 저의 잘못이고 불찰”이라며 “부디 용서해달라. 국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아울러 “앞으로 남은 선거 기간 동안 조용히 반성하고 성찰하는 시간을 갖겠다”며 “남편이 대통령이 되는 경우라도 아내의 역할에만 충실하겠다”고 말했다.

그로부터 약 3년이 지났다. 대선서 윤석열 후보가 당선된 이후 김 여사는 “아내의 역할에만 충실하겠다”고 말한 것과 달리 광폭 행보를 보여왔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을 비롯한 야권은 관저 증축 문제부터 최근에는 KTV 국악 공연 관람 논란까지 다방면으로 의혹을 제기해 왔다. 민주당이 정권 심판을 겨냥해 내세운 윤석열정부의 5대 실정인 ‘이채양명주(▲이태원참사 ▲채상병 순직 ▲양평고속도로 ▲명품가방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중 세 개가 김 여사와 관련된 사안이다.

특히 명품가방 수수 논란은 총선을 3개월 앞두고 터진 문제로 ‘김건희 리스크’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국민의힘은 해당 논란이 소위 말하는 ‘몰카 공작’이자 ‘정치적 공작’이라며 선을 그었다. 원내 중진 의원을 중심으로 “김 여사가 직접 사과함으로써 본인 리스크를 털어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지만 “김 여사가 함정에 빠졌다”는 주장이 압도적이었다.

“사과해” vs “못 해” 정치권 연일 기싸움
‘활동 자제’ 꺼낸 친한계…여권 폭풍전야

민주당은 “김 여사를 구하기 위해 측근들이 고작 생각해 낸 핑계가 ‘몰카 범죄 피해자’라니 지나가던 소도 웃을 일”이라며 “(김 여사는)국민을 기만하지 말고 그렇게 억울하다면 당장 경찰에 신고해 법의 판단을 받아보자”고 주장했다.

날이 갈수록 악화하는 여론에 두 번째 대국민 사과가 이뤄질지 초미의 관심이 집중됐다. 윤 대통령은 설날 특별 대담서 “대통령이나 대통령 부인이 누구한테도 박절하게 대하긴 참 어렵다”며 “여튼 아쉬운 점이 있다”는 입장을 반복했다.

김 여사는 검찰의 비공개 조사를 받던 도중 변호인을 통해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고 사과한 것이 전부다.

당이 뒤숭숭하던 당시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일요시사> 취재진과 만난 자리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며 고충을 털어놓았다. 이 관계자는 “민주당이 눈에 불을 켜고 용산만 쳐다보고 있다. (김 여사가)사과를 한다 해서 민주당이 곧바로 공세를 멈출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며 “그렇다고 묵살하고 가자니 여론이 심상치 않다”고 설명했다.

결국 김 여사의 사과 공방은 4·10 총선을 거쳐 국민의힘 전당대회까지 번지면서 보수 분열의 뇌관이 됐다는 평이 나온다.

지난 8월22일 검찰이 명품가방 수수 의혹에 대해 무혐의로 결론을 내리면서 김 여사의 행보에 탄력이 붙었다. 바로 다음날인 8월23일 김 여사는 서울역에 있는 쪽방촌을 방문한 데 이어 지난달 2일에는 청와대에 미국 상원의원 부부를 초대해 함께 만찬 자리를 가졌다.

이날 생일인 김 여사가 상원의원 부부로부터 꽃다발을 받고 환하게 웃는 모습이 언론에 보도되기도 했다. 야권에서는 “아직 남은 의혹이 산더미인데 검찰의 무혐의로 마치 면죄부를 받은 것처럼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고 비판했다.

지난달 10일에는 제복을 입은 경찰과 함께 마포대교를 찾았다. 대통령실은 이날 김 여사가 비공개로 서울시 119특수구조단 뚝섬 수난구조대를 비롯한 한강경찰대 망원치안센터, 용강지구대 등을 방문해 간식을 전달하고 구조 현장을 살폈다고 전했다.

머리 한 올
안 보이게…

이날 행보를 두고 여권은 유독 크게 반응했다. 이로부터 약 일주일 뒤인 19일 민주당이 ‘김건희 특검법’을 국회 본회에 상정하겠다며 벼르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를 의식해서라도 김 여사가 여론을 자극할 만한 공개 행보는 자제하는 게 낫지 않았겠냐는 판단이다.

국민의힘 신지호 전략기획부총장은 채널A 유튜브를 통해 “김 여사의 마포대교 순찰에 대해 비판 여론이 굉장히 높다”며 “현장의 민심이 어떤지 민정수석실이 대통령 부부께 전달했으면 좋겠다”고 우려를 표했다.

홍준표 대구시장조차 CBS 라디오서 “답답하더라도 지금은 나올 때가 아니다”라며 “공개 활동을 한다는 건 국민을 더 힘들게 할 수도 있다. 좀 참고 있는 게 좋지 않을까”라고 의견을 전했다. 홍 시장은 “각종 구설수 때문에 국민이(김 여사의 행보를) 악의적으로 본다”며 “소나기가 내릴 땐 피해 가는 게 옳다”고 훈수했다.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의 갈등에도 김 여사가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 용산을 비롯한 친윤(친 윤석열)계는 김 여사를 옹호하고 나섰지만 친한(친 한동훈)계를 중심으로 다른 결의 목소리가 나오면서 여권의 불협화음이 이어지고 있다.

최근 한 대표와 친한계 의원은 김 여사의 공개 행보와 관련해 “자제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에 동의한다”는 뜻을 드러내면서 용산과 대립각을 세웠다. 그동안 한 대표는 김 여사와 관련된 의혹이 불거질 때마다 ‘국민 눈높이’를 언급하며 간접적으로 사과 필요성을 말해왔다.

그런 한 대표가 이제는 사과 표명이 아닌 김 여사의 행동에 브레이크를 걸면서 또다시 정부여당이 삐걱거리기 시작했다.

한 대표는 지난 7일 원외 당협위원장과의 비공개 자유토론서 김 여사 리스크에 대한 주제가 나오자 “행동할 때가 됐다. 선택의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선택을 해야 한다면 민심을 따를 것” 등의 말을 한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 9일에는 ‘일부 친한계 의원 사이서 김 여사가 활동을 자제했으면 좋겠다는 요구가 나오고 있다’는 취재진의 질문에 “의원들이 뭐라고 말했는지 모르겠지만 저도 그게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답하면서 파장이 일었다.

어디로
튈지 몰라

단순히 사과를 넘어 김 여사의 거취를 직접적으론 언급한 것을 두고 정치권에서는 친한계 세력이 본격적으로 윤정부와 거리두기에 나선 것이라고 해석했다. 김 여사가 사과하기에는 너무 늦었을뿐더러 야당의 공격 수위가 잦아들 것이란 기대가 없으니, 특검법을 수용하는 것보다 느슨한 수준인 ‘활동 자제 요구’로 논란을 일단락시키려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

이 같은 친한계의 여론에 친윤계가 따가운 눈총을 보내자 한 대표는 “김 여사를 공격하거나 비난한 게 아니다”라며 “국민 눈높이에 맞는 정치가 필요하고, 국민의힘은 그런 정치를 해야 한다. 당초 대선서 국민에게 약속한 것 아닌가. 그것을 지키면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야당도 아닌 여당 내에서 공개 활동을 자제해야 한다는 요구가 나왔다. 아직은 친한계 세력이 탄탄하지 않지만 김 여사의 사과 표명 여론을 타고 급성장한다면 용산서도 결단을 내려야 한다.

용산이 제2부속실 설치를 띄우며 진화에 나선 와중에도 김 여사 이름은 주변 인물의 입을 통해 야금야금 새어 나오고 있다. 여의도서 가장 뜨거운 감자인 명태균씨가 폭로한 공천 개입 논란부터 “한 대표를 치면 김 여사가 좋아할 것”이란 김대남 전 대통령실 행정관의 녹취까지 잇달아 터져 나온 것이다.

명씨가 주장한 김 여사의 공천 개입 의혹은 텔레그램 대화 내용이 쟁점이었으나 지금은 여권 인사의 갑론을박 진흙탕 싸움으로 번졌다. 김 전 행정관은 논란 이후 국민의힘을 탈당했지만 한 대표가 이에 정면으로 맞서면서 여진이 이어지고 있다.

각종 비공식 라인을 통해 정보가 새어 나간 게 원인으로 지목되는 만큼 용산과 여권은 바짝 긴장하고 있다. 추가 폭로로 인해 감당할 수 없을 만큼 민심이 돌아선다면 그때는 김 여사의 거취를 신중하게 고민해야 하기 때문이다.

바로 이 지점서 용산과 여당이 줄다리기를 이어가고 있다. 김 여사가 국민 눈높이에 맞는 결단을 내려야 한다는 주장과 의혹이 불거질 때마다 매번 영부인이 고개를 숙이는 건 맞지 않다는 입장으로 갈렸다.

신평 변호사는 김 여사의 사과가 탄핵의 방아쇠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신 변호사는 자신의 SNS에 ‘탄핵 정국의 전야’라는 제목의 글 통해 “여러 언론의 논조나 야권의 동향을 종합적으로 살피면 지금은 탄핵 정국의 전야인 것 같다. 머지않아 탄핵정국이 조성된다는 뜻”이라며 “국회는 탄핵소추 결의안을 발의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신 변호사는 윤 대통령의 가장 큰 실수가 바로 한 대표를 중용한 것이라는 점을 거듭 강조하며 “지난 ‘박근혜 탄핵 정국’의 복기서 유추할 수 있듯 그(한 대표)나 야권서 집요하게 요구하고 있는 김 여사의 사과는 바로 탄핵 정국 조성의 화려한 트리거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다만 신 변호사는 윤 대통령에게는 탄핵의 사유인 직무상의 중대한 위법 사유가 없어 탄핵소추안이 발의되더라도 헌법재판소서 탄핵 기각 결정이 선고될 것이라고 확신했다.

벼랑 끝에서도 아내 지키는 이유?
“윤, 누구보다 특검법 잘 아는 검사”

그는 오히려 “이를 계기로 한 대표 세력은 보수 진영서 확실하게 추방돼 엄청난 화근이 사라지게 된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은 ‘박근혜 대통령 탄핵’이 아닌 ‘노무현 대통령 탄핵’의 전철을 밟을 것이란 말도 덧붙였다.

하지만 당내 상황은 여의치 않은 듯하다.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국민의힘이)언제까지 영부인의 방패막이 되어줄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최선을 다해 특검법 통과를 막고 있지만 (이탈하는 의원이)하나가 둘이 되고 둘이 넷 되는 건 시간 문제”라며 “야당에서는 (특검법이) 서너 번만 더 왔다 갔다 하면 통과될 것으로 자신하고 있다. 그때마다 보수가 합심해야 하는데, 보다시피 지금 당 상황이 좀 그렇다”고 말했다.

지난 4일 윤 대통령의 거부권으로 국회에 돌아온 김건희 특검법을 재표결에 부친 결과 출석 의원 300명 중 ▲찬성 194명 ▲반대 104명 ▲기권 1명 ▲무효 1명 등으로 최종 폐기됐다. 국민의힘이 총 108석이라는 점에 비춰 봤을 때 반대 2표와 무효, 기권이 각각 1표로 총 4표의 이탈표가 나왔다는 분석에 힘이 실렸다.

비록 재의결 문턱을 넘지는 못했지만 민주당을 비롯한 야권에서는 “8표까지 거의 다 왔다”며 통과될 때까지 특검법을 발의하겠다며 압박에 나섰다.

‘김 여사가 사과할 것으로 보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국민의힘 관계자는 “용산에 달려있다고 본다. 김 여사의 판단도 중요하지만 일반인이 사과하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문제인 만큼 여러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조심스레 말을 아꼈다.

현시점서 살아 있는 권력은 윤 대통령인 만큼 국민의힘은 무슨 수를 써서라도 특검법 통과를 막아야 한다. 안에서는 용산이, 밖에서는 야당이 압력을 가하고 있지만 8표만 넘기지 않으면 해결될 일이다.

이에 한 야권 관계자는 “김 여사 한 명이 사과하면 끝날 일을 두고 108명이나 되는 의원을 일일이 단속하고 있다”며 “3년 내내 서로 힘 빼는 일”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언제 끝날지 모르는 싸움에 양쪽 모두 사활을 걸고 있으니, 민생이 제대로 돌아가겠냐”는 비판도 덧붙였다.

남다른
아내 사랑

윤 대통령은 대선후보 시절 SNS에 자신을 ‘애처가’라고 소개했다. 김 여사를 끊임없이 괴롭혔던 ‘쥴리’ 의혹을 반박하고 당시 불거졌던 각종 처가 리스크도 정면 돌파했다.

취임 이후 점점 거세지는 야당의 공세에도 거부권을 행사하겠다는 그의 의지에는 흔들림이 없다. 결국, 모두가 찬성하더라도 윤 대통령 오직 한 사람은 김 여사를 버리지 않을 것이라는 게 여의도 관계자들의 공통된 설명이다.

<hypak28@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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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성 정청래’ 험지 공략법

‘강성 정청래’ 험지 공략법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행보는 거침이 없다. 한 달에도 몇 번씩 험지를 찾아 선거 유세에 힘을 싣고 있다. 그런 그는 진보 진영에서조차 ‘강성 중 강성’으로 꼽힌다. 차가운 보수의 심장을 녹일 정 대표의 험지 공략법은 무엇일까? 6·3 지방선거가 채 50일도 남지 않았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선거가 100일도 더 남은 시점부터 선거 전략을 고심해 온 것으로 전해진다. 정 대표는 지난 3월 시·도당 비례대표후보자추천관리위원장 연석회의에서 “당 대표가 된 순간부터 6월3일 출구조사 발표 날을 상상했다”며 “실무자들에게 새벽 5시 일정을 좀 잡으라고 했다. 새벽 시장에 가겠다. 그리고 동서남북 가리지 않고 종횡무진 다니겠다고 이야기했다”고 밝혔다. 후보들 앞으로 이어 “‘대표부터 우리 후보, 당원들, 선거운동원들까지 지극 정성을 다하면 결국 하늘도 움직이지 않겠는가’ 그런 생각을 하고 있다”며 “이번 선거에서 승리하는 것이 이재명정부를 가장 든든하게 뒷받침하는 길이라고 믿는다”고 설명했다. 험지인 지역에는 각각 ▲전재수 부산시장 ▲김부겸 대구시장 ▲오중기 경북도지사 ▲김상욱 울산시장 등이 후보로 나선다. 정 대표는 이곳에 도전한 후보를 소개할 때마다 “승리를 위한 필승카드”라며 자신감을 북돋웠다. 지난 18일 16개 광역단체장 후보 공천 작업을 마무리한 민주당은 재보궐선거 준비에 박차를 가했다. 먼저 울산 남부갑에 전태진 변호사를 공천했다고 밝혔다. 민주당 황희 공관위원장은 “울산 남구갑은 이번 재보궐 선거구 중 민주당 험지에 해당하는 곳”이라면서 “인재 영입 1호 인물을 울산 남구갑에 배치하는 전략공관위 결정은, 가장 험지에 가장 참신하고 뛰어난 후보를 배치한다는 상징성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는 ‘낮은 자세’와 ‘주민 스킨십’을 투트랙으로 험지 표심 사냥에 나섰다. 정 대표는 험지에 출마한 후보의 손을 잡고 재래시장 등 바닥 민심을 훑으며 주민과의 스킨십을 늘려가고 있다. 지난 8일 정 대표는 대구를 찾았다. 정 대표는 김부겸 대구시장 후보를 치켜세우며 “대구 선거에서 이길 유일한 필승 카드라고 생각한다. 지방선거 때마다 대구·경북 그러면 그늘진 생각부터 들었는데 이번에는 그렇지 않다. 김 후보께서 대구에 밝은 희망의 빛을 쏘아 올려주시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18일에는 울산을 찾아 김상욱 울산시장 후보와 울산 남부갑에 출마하는 전태진 후보 지원사격에 나섰다. 이날 정 대표는 남구 신정시장에서 시민들과 만난 뒤 “울산은 민주당이 어려운 지역이라고 많이 말씀한다”면서도 “오늘 와서 보니까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한 상인이 귓속말로 ‘제가 지금은 빨간 옷을 입고 있는데 마음은 파랗다’고 전했다”며 “울산에도 조심스럽게 파란 바람이 일렁이고 있다. 최선으로 울산 시민을 섬기겠다”고 강조했다. 후보 손잡고 적진으로 정면 돌파 “막상 오니 파란 물결” 자신감도 충남 보령에서는 “이곳 보령을 누가 민주당에 어려운 지역이라고 말하느냐”며 “오늘 와서 보니까 단 한 명도 웃지 않은 분이 없었다. 다들 웃어주고 엄지척 해주고 우리 민주당 잘하고 있으니 더 잘해주면 좋겠다고 말씀하셔서 어깨에 무거운 역사적 책임감을 느꼈다”고 말했다. 지난 22일에는 약 한 달 만에 경남을 다시 찾았다. 이날 정 대표는 욕지도 앞바다에서 선상 현장 최고위원회의를 주재하고 “육지 중심적인 사고에서 잠시 벗어나 섬마을 주민들의 삶의 애환을 듣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최고위에는 김경수 경남도지사 후보와 허성무 경남도당위원장 등이 함께했다. 정 대표는 최근 약 한 달 사이에 경남만 세 차례를 방문했다. 지난달 18일 하동·진주를 찾은 데 이어 23일에는 김해 봉하마을·양산으로 향했다. 정 대표는 현장에서 기자들과 만나 “경남 선거를 분석해 봤을 때 대체로 민주당이 약간 우세한 정도인 것 같다”며 “그래서 부산과 울산, 경남 중에서 민주당이 가장 집중해야 할 지역으로 경남을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경남은 무당층이 다른 지역보다 좀 많은 것으로 제가 파악하고 있다”며 “경남 통영시 욕지도에서부터 파란 바람을 불러일으키려고 오늘 섬에 왔다. 경남을 파란 바람으로 물들일 때까지 최선을 다하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정 대표는 험지에서 ‘이곳은 예전처럼 보수 지지세가 강하지 않다’는 여론을 거듭 강조하고 있다. 민심이 과거와 다르게 흐른다는 점을 부각시키면서 민주당에 우호적인 여론을 형성하기 위한 밑 작업으로 풀이된다. 당초 정치권에서는 정 대표가 험지를 방문하지 말아야 한다는 의견이 우세했다. 김부겸 대구시장 후보 역시 출마 선언 당시 ‘민주당’ ‘이재명’ ‘내란’ 등 보수 지지자에게 반감을 살 만한 내용은 제외하고, “경제 도시 대구를 만들 사람”이라는 실용주의 가치를 내세웠다. 따라서 민주당 지도부가 보수의 심장인 TK를 찾는다면 오히려 대구 표심이 돌아설 것이란 관측도 제시됐다. 그러나 정 대표가 광폭 행보를 보이는 데에는 이미 험지에서조차 표 계산이 끝났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이유 있는 자신감 한 민주당 관계자는 “강성 이미지에 묻혀서 그렇지 정 대표는 이기고 지는 싸움에 있어서 굉장히 예리하게 분석하는 능력을 갖췄다. 어느 지역에서 어떻게 행동하고 무슨 단어를 써야 민심에 먹히는지 전략을 굉장히 잘 세우는 편”이라고 말했다. 이어 “여담이지만 일머리가 좋고 힘쓰는 일도 무척 잘한다고 한다”며 “시장에서 딸기를 상자째 나르고 농촌에서 밭을 갈아엎는 노동 현장에 특화된 인물”이라고 부연하기도 했다. 여권 프리미엄도 무시할 수 없다. 보수 지지세가 강한 지역에서는 오히려 여권 프리미엄이 핸디캡이 될 것으로 우려했지만 코스피 상승과 이재명 대통령의 외교 성과 등이 맞물려 지금의 여론이 형성됐다는 것이다. 국민의힘이 텃밭을 비운 사이 높은 지지율을 등에 업고 경쟁하면 험지도 겨뤄볼 만하다는 판단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신인규 정당바로세우기 대표 역시 <일요시사>를 통해 “예산 배정과 정책 입법 등은 정부에서 하지만 국회의 역할도 크다. 지금 이 대통령이 정치를 잘하고 있고 보수를 지지했던 사람들도 이 대통의 실용주의에 공감하는 분위기”라며 “그 기조와 맞물려 집권 여당 대표의 목소리에도 힘이 실리고 있다”고 진단했다. 신 대표는 “국민의힘이 완전히 망가진 상황인 만큼 민주당 지도부의 행동이 더 눈에 띌 수밖에 없다”며 보수 결집력이 느슨해진 점 역시 민주당에 우호적인 여론을 가져왔다고 봤다. 지난 20일 이 대통령은 취임 이후 역대 지지율을 기록했다. 리얼미터가 <에너지경제신문> 의뢰로 지난 13~17일 전국 18세 이상 2519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이 대통령의 국정 수행에 대한 긍정 평가는 65.5%로 나타났다. 부정 평가는 30.0%, ‘잘 모름’이라고 응답한 비율은 4.5%다. 리얼미터는 “중동 위기 속 원유 대량 확보 및 코스피 6200선 회복 등 경제·에너지 안보 성과가 지지율 상승을 견인했다”며 “이스라엘에 대한 강경 인권 발언, 현직 대통령 최초 세월호 12주기 참석 등으로 중도층과 청년층의 지지를 확대했다”고 분석했다. 압승 어게인? 민주당도 정당 지지율 50%대를 유지하고 있다. 지난 16~17일 전국 18세 이상 1011명을 대상으로 한 정당 지지도 조사에서는 민주당은 50.5%, 국민의힘은 31.4%를 각각 기록해 19.1%p 격차를 벌렸다. 두 조사는 모두 무선 자동응답 방식으로 이뤄졌다. 대통령 국정 수행 지지도 조사의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2.0%p, 응답률은 5.4%다. 정당 지지도 조사 응답률은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1%p, 응답률은 3.9%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민주당은 2018년에 치러진 제7회 지방선거를 기대하는 모양새다. 해당 지방선거는 2017년 문재인정부가 출범한 지 1년여 만에 실시된 첫 전국 단위 선거로, 민주당은 17곳 광역단체장 선거에서 14곳에서 승리해 중앙 권력에 이어 지방 권력까지 쥐게 됐다. 당시 민주당은 처음으로 서울·인천·경기 등 수도권 3곳에 모두 승기를 꽂았다.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이하 한국당·국민의힘 전신)은 대구와 경북 단 2곳의 광역단체 수성에 그쳐 ‘보수 침몰’ 직전까지 내몰렸다. 최대 승부처였던 부울경(부산·울산·경남)에서도 ▲부산 오거돈(55.2%) ▲울산 송철호(52.9%) ▲경남 김경수(52.8%) 후보 등이 과반을 넘겨 당선됐다. 민주 계열 정당이 부·울·경 광역단체에서 승리한 사례는 처음인 만큼 정치권에서도 ‘성공한 동진 전략’으로 평가했다. 국회의원 재보선도 사실상 민주당의 압승이었다. 민주당은 ▲서울 송파을 ▲부산 해운대을 ▲울산 북구 ▲경남 김해을에서 당선을 확정 지었다. 기초단체장 선거 역시 총 226곳 가운데 민주당이 151곳, 한국당이 53곳에 승기를 꽂았다. 서울시 25개 구청장 선거도 서울 서초구를 제외하고는 24개 모두 민주당이 차지했다. 다시 한번 기대하는 ‘2018 지선 압승’ 지지율 업고 싹쓸이…이번에도 통할까? 당시 민주당의 당대표는 추미애 의원이었다. 선거 기간 동안 추미애 대표는 특유의 ‘추다르크’ 성격을 앞세워 험지를 찾았고, 투표 전날에는 마지막 유세로 부산에서 서울까지 이어지는 경부선 라인을 따라 움직였다. 추 대표는 “영남지역은 저희가 조직을 갖추지 못했는데, 한 분 한 분 눈빛을 지켜보니 과거와 다르다는 게 느껴졌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8년 전 추 대표가 문정부 국정 기조에 맞춰 ‘한반도 평화’를 슬로건으로 내걸었다면, 지금 정 대표는 ‘강력한 개혁’과 ‘일하는 정부’를 강조하고 있다. 선거 유세 역시 추 대표는 연설로 표심을 공략한 반면 정 대표는 선상 최고위 회의 등 입체적인 퍼포먼스에 공을 들인다는 분석이 나온다. 역대 선거와 마찬가지로 2018년 지방선거 역시 ‘보수 막판 결집’이 최대 분수령이었다. 한국당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사태로 목소리를 낮춘 ‘샤이 보수’에게 희망을 걸었지만, 끝내 그들의 마음을 돌리지 못한 채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들어야 했다. 결국 샤이 보수의 반란은 없었다는 게 당시 정치권 관계자들의 공통된 설명이다. 한국당을 비롯한 야권은 선거 마지막 날까지 ‘문정부 심판론’을 밀어 붙였지만 민심은 집권여당 쪽으로 기울었다. 과거 사례를 이정표 삼기에 앞서 민주당이 마지막까지 자세를 낮추고 겸손함을 유지해야 한다는 조언도 나온다. 정 대표 역시 “대통령 지지율도 고공행진이고 민주당 지지율이 상당히 높다 보니 일부 후보나 당에서 마치 선거가 쉬운 것처럼, 다 이길 것처럼 생각하는 경향이 없지 않다”며 “쉬운 선거는 없다. 모든 선거는 다 어렵다”며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선거는) 뚜껑을 열어봐야 한다”고 경계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 역시 “이번 지방선거가 2018년 지방선거와 같은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확정해서는 안 된다”고 전했다. 방심했다 ‘훅’갈라 이 관계자는 “지금 각종 여론조사 수치는 샤이 보수가 포함되지 않은 결과”라며 “최근 현장 사진을 보면 험지를 찾은 민주당과 그들을 반기는 시민이 한 컷에 담기는데 이는 민주당을 지지하는 사람들이 자연스레 모였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민주당 유세 현장에 나타나지 않는 사람은 물론 샤이보수 성향 때문에 자신의 의견을 드러내지 않는 유권자가 변수”라며 “보수 결집력이 민주당 험지 선거를 판가름할 하나의 척도”라고 전망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집 나갔다 돌아오니 ‘싸늘’ 아직도 시달리는 대표님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지도부가 뚜벅뚜벅 험지로 향하는 사이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여전히 방미 논란에 발목이 잡혔다. 장 대표는 “지방선거를 위해 방미했다”고 밝혔으나 뚜렷한 성과 없이 귀국했다는 점에서 비판을 받았다. 서울시당위원장인 배현진 의원은 당무가 지연된 점을 언급하며 “열흘이나 집을 비운 가장이 언제 와서 정리하려나 실소만 터져나온다”고 지적했다. 당내에서조차 날 선 목소리가 나오자 장 대표는 기자회견을 열고 ‘맹탕 방미’ 논란을 반박했다. 장 대표는 “미국 정부와 의회, 조야를 아울러 많은 분을 만나 우리 입장을 충실히 전달했다”며 “미국 공화당 핵심 인사들과 실질적인 핫라인을 구축해 한미 동맹을 지탱할 신뢰 토대를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다만 구체적인 접촉 인사를 묻는 질문에는 “외교 관례상 공개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며 즉답을 피했다. 한편 당 지지율 하락에 따른 사퇴 압박에는 “저는 당원들이 선택한 대표”라며 “필요한 거취는 제가 결정할 것”이라며 사퇴에 선을 그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