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탄 돌리기’ 김건희 엄호 한계

결국 용산도 버릴까?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대통령도 아닌 영부인에게 스포트라이트가 집중되는 이상한 날들이 계속되고 있다. 주요 이슈에는 ‘김건희’ 석 자가 으레 따라붙는다. 여권 내에서조차 김건희 여사의 사과 표명이 필요하다며 우려 목소리를 내고 있다. 여사를 지키려는 자와 보수를 지키려는 자가 한 치의 양보도 없이 팽팽하게 맞섰다.

김건희 여사를 놓고 용산의 고심이 깊다. 끝까지 품고 가자니 야당의 칼날이 턱 끝까지 다다랐다. 반대의 경우에는 보수층의 분노가 예상된다. 지난 2021년에 이어 두 번째 대국민 사과가 이뤄질지 이목이 쏠린다. 문제는 그때보다 훨씬 더 복잡하고, 더 많은 의혹이 김 여사를 겨냥하고 있다는 점이다.

두 번은
못 숙인다?

지난 2021년 12월16일 검은 정장을 입은 김 여사(당시 코바나컨텐츠 대표)는 어두운 표정으로 단상에 섰다. 대선을 앞두고 허위 이력 논란이 불거지자 대국민 사과를 위해 국민의힘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연 것이다.

그동안 김 여사는 2001년부터 2014년까지 약 13년간 5개의 대학에 제출한 이력서에 경력을 허위로 기재했다는 의혹을 받아왔다. 윤석열 대통령이 이재명 당시 대선후보와 초박빙 대결을 벌이고 있던 때라 작은 리스크조차 큰 걸림돌이 되던 시점이었다.

이날 기자회견장서 김 여사는 “두렵고 송구한 마음으로 이 자리에 섰다”며 고개를 숙였다. 김 여사는 “일과 학업을 함께 하는 과정서 제 잘못이 있었다. 잘 보이려 경력을 부풀리고 잘못 적은 것이 있었다”고 자신의 논란에 대해 일부 인정했다.


이어 “그러지 말았어야 했는데 돌이켜보니 너무나도 부끄러운 일이었다. 모든 것이 저의 잘못이고 불찰”이라며 “부디 용서해달라. 국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아울러 “앞으로 남은 선거 기간 동안 조용히 반성하고 성찰하는 시간을 갖겠다”며 “남편이 대통령이 되는 경우라도 아내의 역할에만 충실하겠다”고 말했다.

그로부터 약 3년이 지났다. 대선서 윤석열 후보가 당선된 이후 김 여사는 “아내의 역할에만 충실하겠다”고 말한 것과 달리 광폭 행보를 보여왔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을 비롯한 야권은 관저 증축 문제부터 최근에는 KTV 국악 공연 관람 논란까지 다방면으로 의혹을 제기해 왔다. 민주당이 정권 심판을 겨냥해 내세운 윤석열정부의 5대 실정인 ‘이채양명주(▲이태원참사 ▲채상병 순직 ▲양평고속도로 ▲명품가방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중 세 개가 김 여사와 관련된 사안이다.

특히 명품가방 수수 논란은 총선을 3개월 앞두고 터진 문제로 ‘김건희 리스크’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국민의힘은 해당 논란이 소위 말하는 ‘몰카 공작’이자 ‘정치적 공작’이라며 선을 그었다. 원내 중진 의원을 중심으로 “김 여사가 직접 사과함으로써 본인 리스크를 털어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지만 “김 여사가 함정에 빠졌다”는 주장이 압도적이었다.

“사과해” vs “못 해” 정치권 연일 기싸움
‘활동 자제’ 꺼낸 친한계…여권 폭풍전야


민주당은 “김 여사를 구하기 위해 측근들이 고작 생각해 낸 핑계가 ‘몰카 범죄 피해자’라니 지나가던 소도 웃을 일”이라며 “(김 여사는)국민을 기만하지 말고 그렇게 억울하다면 당장 경찰에 신고해 법의 판단을 받아보자”고 주장했다.

날이 갈수록 악화하는 여론에 두 번째 대국민 사과가 이뤄질지 초미의 관심이 집중됐다. 윤 대통령은 설날 특별 대담서 “대통령이나 대통령 부인이 누구한테도 박절하게 대하긴 참 어렵다”며 “여튼 아쉬운 점이 있다”는 입장을 반복했다.

김 여사는 검찰의 비공개 조사를 받던 도중 변호인을 통해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고 사과한 것이 전부다.

당이 뒤숭숭하던 당시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일요시사> 취재진과 만난 자리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며 고충을 털어놓았다. 이 관계자는 “민주당이 눈에 불을 켜고 용산만 쳐다보고 있다. (김 여사가)사과를 한다 해서 민주당이 곧바로 공세를 멈출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며 “그렇다고 묵살하고 가자니 여론이 심상치 않다”고 설명했다.

결국 김 여사의 사과 공방은 4·10 총선을 거쳐 국민의힘 전당대회까지 번지면서 보수 분열의 뇌관이 됐다는 평이 나온다.

지난 8월22일 검찰이 명품가방 수수 의혹에 대해 무혐의로 결론을 내리면서 김 여사의 행보에 탄력이 붙었다. 바로 다음날인 8월23일 김 여사는 서울역에 있는 쪽방촌을 방문한 데 이어 지난달 2일에는 청와대에 미국 상원의원 부부를 초대해 함께 만찬 자리를 가졌다.

이날 생일인 김 여사가 상원의원 부부로부터 꽃다발을 받고 환하게 웃는 모습이 언론에 보도되기도 했다. 야권에서는 “아직 남은 의혹이 산더미인데 검찰의 무혐의로 마치 면죄부를 받은 것처럼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고 비판했다.

지난달 10일에는 제복을 입은 경찰과 함께 마포대교를 찾았다. 대통령실은 이날 김 여사가 비공개로 서울시 119특수구조단 뚝섬 수난구조대를 비롯한 한강경찰대 망원치안센터, 용강지구대 등을 방문해 간식을 전달하고 구조 현장을 살폈다고 전했다.

머리 한 올
안 보이게…

이날 행보를 두고 여권은 유독 크게 반응했다. 이로부터 약 일주일 뒤인 19일 민주당이 ‘김건희 특검법’을 국회 본회에 상정하겠다며 벼르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를 의식해서라도 김 여사가 여론을 자극할 만한 공개 행보는 자제하는 게 낫지 않았겠냐는 판단이다.

국민의힘 신지호 전략기획부총장은 채널A 유튜브를 통해 “김 여사의 마포대교 순찰에 대해 비판 여론이 굉장히 높다”며 “현장의 민심이 어떤지 민정수석실이 대통령 부부께 전달했으면 좋겠다”고 우려를 표했다.

홍준표 대구시장조차 CBS 라디오서 “답답하더라도 지금은 나올 때가 아니다”라며 “공개 활동을 한다는 건 국민을 더 힘들게 할 수도 있다. 좀 참고 있는 게 좋지 않을까”라고 의견을 전했다. 홍 시장은 “각종 구설수 때문에 국민이(김 여사의 행보를) 악의적으로 본다”며 “소나기가 내릴 땐 피해 가는 게 옳다”고 훈수했다.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의 갈등에도 김 여사가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 용산을 비롯한 친윤(친 윤석열)계는 김 여사를 옹호하고 나섰지만 친한(친 한동훈)계를 중심으로 다른 결의 목소리가 나오면서 여권의 불협화음이 이어지고 있다.

최근 한 대표와 친한계 의원은 김 여사의 공개 행보와 관련해 “자제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에 동의한다”는 뜻을 드러내면서 용산과 대립각을 세웠다. 그동안 한 대표는 김 여사와 관련된 의혹이 불거질 때마다 ‘국민 눈높이’를 언급하며 간접적으로 사과 필요성을 말해왔다.

그런 한 대표가 이제는 사과 표명이 아닌 김 여사의 행동에 브레이크를 걸면서 또다시 정부여당이 삐걱거리기 시작했다.

한 대표는 지난 7일 원외 당협위원장과의 비공개 자유토론서 김 여사 리스크에 대한 주제가 나오자 “행동할 때가 됐다. 선택의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선택을 해야 한다면 민심을 따를 것” 등의 말을 한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 9일에는 ‘일부 친한계 의원 사이서 김 여사가 활동을 자제했으면 좋겠다는 요구가 나오고 있다’는 취재진의 질문에 “의원들이 뭐라고 말했는지 모르겠지만 저도 그게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답하면서 파장이 일었다.

어디로
튈지 몰라


단순히 사과를 넘어 김 여사의 거취를 직접적으론 언급한 것을 두고 정치권에서는 친한계 세력이 본격적으로 윤정부와 거리두기에 나선 것이라고 해석했다. 김 여사가 사과하기에는 너무 늦었을뿐더러 야당의 공격 수위가 잦아들 것이란 기대가 없으니, 특검법을 수용하는 것보다 느슨한 수준인 ‘활동 자제 요구’로 논란을 일단락시키려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

이 같은 친한계의 여론에 친윤계가 따가운 눈총을 보내자 한 대표는 “김 여사를 공격하거나 비난한 게 아니다”라며 “국민 눈높이에 맞는 정치가 필요하고, 국민의힘은 그런 정치를 해야 한다. 당초 대선서 국민에게 약속한 것 아닌가. 그것을 지키면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야당도 아닌 여당 내에서 공개 활동을 자제해야 한다는 요구가 나왔다. 아직은 친한계 세력이 탄탄하지 않지만 김 여사의 사과 표명 여론을 타고 급성장한다면 용산서도 결단을 내려야 한다.

용산이 제2부속실 설치를 띄우며 진화에 나선 와중에도 김 여사 이름은 주변 인물의 입을 통해 야금야금 새어 나오고 있다. 여의도서 가장 뜨거운 감자인 명태균씨가 폭로한 공천 개입 논란부터 “한 대표를 치면 김 여사가 좋아할 것”이란 김대남 전 대통령실 행정관의 녹취까지 잇달아 터져 나온 것이다.

명씨가 주장한 김 여사의 공천 개입 의혹은 텔레그램 대화 내용이 쟁점이었으나 지금은 여권 인사의 갑론을박 진흙탕 싸움으로 번졌다. 김 전 행정관은 논란 이후 국민의힘을 탈당했지만 한 대표가 이에 정면으로 맞서면서 여진이 이어지고 있다.

각종 비공식 라인을 통해 정보가 새어 나간 게 원인으로 지목되는 만큼 용산과 여권은 바짝 긴장하고 있다. 추가 폭로로 인해 감당할 수 없을 만큼 민심이 돌아선다면 그때는 김 여사의 거취를 신중하게 고민해야 하기 때문이다.

바로 이 지점서 용산과 여당이 줄다리기를 이어가고 있다. 김 여사가 국민 눈높이에 맞는 결단을 내려야 한다는 주장과 의혹이 불거질 때마다 매번 영부인이 고개를 숙이는 건 맞지 않다는 입장으로 갈렸다.

신평 변호사는 김 여사의 사과가 탄핵의 방아쇠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신 변호사는 자신의 SNS에 ‘탄핵 정국의 전야’라는 제목의 글 통해 “여러 언론의 논조나 야권의 동향을 종합적으로 살피면 지금은 탄핵 정국의 전야인 것 같다. 머지않아 탄핵정국이 조성된다는 뜻”이라며 “국회는 탄핵소추 결의안을 발의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신 변호사는 윤 대통령의 가장 큰 실수가 바로 한 대표를 중용한 것이라는 점을 거듭 강조하며 “지난 ‘박근혜 탄핵 정국’의 복기서 유추할 수 있듯 그(한 대표)나 야권서 집요하게 요구하고 있는 김 여사의 사과는 바로 탄핵 정국 조성의 화려한 트리거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다만 신 변호사는 윤 대통령에게는 탄핵의 사유인 직무상의 중대한 위법 사유가 없어 탄핵소추안이 발의되더라도 헌법재판소서 탄핵 기각 결정이 선고될 것이라고 확신했다.

벼랑 끝에서도 아내 지키는 이유?
“윤, 누구보다 특검법 잘 아는 검사”

그는 오히려 “이를 계기로 한 대표 세력은 보수 진영서 확실하게 추방돼 엄청난 화근이 사라지게 된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은 ‘박근혜 대통령 탄핵’이 아닌 ‘노무현 대통령 탄핵’의 전철을 밟을 것이란 말도 덧붙였다.

하지만 당내 상황은 여의치 않은 듯하다.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국민의힘이)언제까지 영부인의 방패막이 되어줄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최선을 다해 특검법 통과를 막고 있지만 (이탈하는 의원이)하나가 둘이 되고 둘이 넷 되는 건 시간 문제”라며 “야당에서는 (특검법이) 서너 번만 더 왔다 갔다 하면 통과될 것으로 자신하고 있다. 그때마다 보수가 합심해야 하는데, 보다시피 지금 당 상황이 좀 그렇다”고 말했다.

지난 4일 윤 대통령의 거부권으로 국회에 돌아온 김건희 특검법을 재표결에 부친 결과 출석 의원 300명 중 ▲찬성 194명 ▲반대 104명 ▲기권 1명 ▲무효 1명 등으로 최종 폐기됐다. 국민의힘이 총 108석이라는 점에 비춰 봤을 때 반대 2표와 무효, 기권이 각각 1표로 총 4표의 이탈표가 나왔다는 분석에 힘이 실렸다.

비록 재의결 문턱을 넘지는 못했지만 민주당을 비롯한 야권에서는 “8표까지 거의 다 왔다”며 통과될 때까지 특검법을 발의하겠다며 압박에 나섰다.

‘김 여사가 사과할 것으로 보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국민의힘 관계자는 “용산에 달려있다고 본다. 김 여사의 판단도 중요하지만 일반인이 사과하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문제인 만큼 여러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조심스레 말을 아꼈다.

현시점서 살아 있는 권력은 윤 대통령인 만큼 국민의힘은 무슨 수를 써서라도 특검법 통과를 막아야 한다. 안에서는 용산이, 밖에서는 야당이 압력을 가하고 있지만 8표만 넘기지 않으면 해결될 일이다.

이에 한 야권 관계자는 “김 여사 한 명이 사과하면 끝날 일을 두고 108명이나 되는 의원을 일일이 단속하고 있다”며 “3년 내내 서로 힘 빼는 일”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언제 끝날지 모르는 싸움에 양쪽 모두 사활을 걸고 있으니, 민생이 제대로 돌아가겠냐”는 비판도 덧붙였다.

남다른
아내 사랑

윤 대통령은 대선후보 시절 SNS에 자신을 ‘애처가’라고 소개했다. 김 여사를 끊임없이 괴롭혔던 ‘쥴리’ 의혹을 반박하고 당시 불거졌던 각종 처가 리스크도 정면 돌파했다.

취임 이후 점점 거세지는 야당의 공세에도 거부권을 행사하겠다는 그의 의지에는 흔들림이 없다. 결국, 모두가 찬성하더라도 윤 대통령 오직 한 사람은 김 여사를 버리지 않을 것이라는 게 여의도 관계자들의 공통된 설명이다.

<hypak28@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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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발’ 검찰·법원 피바람 플랜

‘이재명발’ 검찰·법원 피바람 플랜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윤석열정부 당시 ‘정적 죽이기’로 가장 많은 피해를 봤던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3일 당선됐다. 이 대통령은 대선 기간 내내 검찰개혁과 사법개혁을 공약으로 내놨다. 이 대통령이 당선되자 검찰 내부는 ‘어쩔 수 없다’는 분위기가 나오고 있다. 다만 법조계와 학계에서는 검찰개혁과 사법개혁을 신중하게 진행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된다. 이재명 대통령이 임기를 시작하면서 검찰 내에는 긴장감이 돌고 있다. 이 대통령이 후보 시절까지 포함해 취임 전 법원·검찰과 여러 차례 대립각을 세웠고 선거 과정서 사법개혁과 검찰개혁을 주요 공약으로 내세운 만큼 빠른 시일 내에 개혁에 착수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 수차례 대립각 이재명정부서 문재인정부 시절 ‘미완’으로 끝난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이 완성될지 관심이 모이고 있다. 이 대통령은 선거 기간부터 “검찰개혁을 완성하겠다”며 “수사와 기소를 분리하고 수사기관의 전문성을 확보하겠다”고 공약했다. 이는 문정부 때부터 줄곧 추진해 온 검찰개혁 방안과 유사하다. 문정부 당시 부패·경제 범죄 등에 대한 수사권만을 검찰에 남겨두고 다른 범죄에 대한 수사권은 경찰로 옮겼다. 하지만 윤정부 들어 이른바 ‘검수원복(검찰 수사권 원상복구)’ 시행령과 수사준칙 개정 등으로 여타 범죄에 대한 수사권도 일부 복구됐다. 이 대통령의 수사와 기소 분리는 문정부와는 궤를 달리할 것으로 예상된다. 검찰청을 기소와 공소 유지를 담당하는 ‘기소청’으로 전환하고 중대범죄수사청과 같은 새로운 수사기관을 신설한다는 것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구상이다. 이를 통해 검찰의 기소권 남용에 대한 사법 통제가 강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여기에 검사를 일반 공무원처럼 자체 징계만으로도 파면할 수 있도록 하는 ‘검사 징계 제도’까지 도입한다는 구상이다. 또 ▲압수·수색영장 사전심문제 도입 ▲대통령령인 수사 준칙 상향 입법화 ▲피의사실공표죄 강화 ▲수사기관의 증거 조작 등에 대한 처벌 강화 및 공소시효 특례 규정 내용이 담긴 수사 절차법도 제정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이 대통령은 개헌을 통해 검찰총장 임명 시 국회 동의가 필요하도록 하고, 검사의 영장 청구권 독점도 폐지하겠다고 공약했다. 사실상 무소불위였던 검찰 권력을 수술대에 올리겠다는 취지다. 이에 대해 한 법조인은 “이 대통령이 현재 12개 혐의로 5건의 재판을 받고 있는데 이 가운데 상당수는 지난 정부서 검찰이 수사·기소한 것”이라며 “이 대통령으로서는 검찰에 대해 부정적 시각을 가질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검사 출신인 다른 법조인은 “앞서 민주당의 검사 탄핵이 모두 헌법재판소서 기각 결정을 받았는데, 이 대통령 공약대로 기소권 남용 통제, 검사 징계 파면 등이 도입된다면 검찰에 대한 견제가 매우 강화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 다른 법조인은 “이 대통령이 공수처와 국가수사본부에 힘을 실어준 뒤 두 기관을 적극 활용해 이른바 ‘적폐 청산’을 하려는 것 아니냐”고 전망했다. 수사청과 기소·공소청 분리 원칙 줄사표 신호탄…내부는 ‘초긴장’ 검찰 내부에서는 착잡한 기류가 팽배하다. 앞서 민주당이 추진했던 검사 탄핵이나 특활비 전액 삭감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강도 높은 개혁이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대검찰청 한 관계자는 “검찰의 운명은 민주당에 달려있는 것 아니겠느냐”며 “이재명정부와 여당이 된 민주당이 몰아칠 텐데 검찰의 협상력은 사실상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재경지검의 한 부장검사도 “개혁을 하든, 무엇을 하든 담담하게 운명을 받아들여야지 별 수 있냐”며 “다들 숨죽이고 지켜보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서울중앙지검의 한 부장검사는 “대개 검찰을 지원하는 이유가 국가에 대한 사명감 때문인데, 검찰개혁에 포함된 검사징계법에 파면을 명문화하게 되면 리스크를 감수하고 공익을 위해 일할 사람이 몇이나 되겠냐”며 “4~5명의 평검사가 각 부서에 있어야 수사가 원활하게 진행되는데 지금도 2~3명의 평검사만으로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검찰개혁 이후에는 부장 검사 밑에 직접 수사를 할 평검사가 전혀 없을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오고 있다”고 토로했다. 특수부 검사들 사이에서는 인사보복에 대한 우려가 강하게 나오고 있다. 특히 이 대통령을 수사했던 특수부 검사들은 ‘검찰개혁 이전에 인사보복을 당할 것’이라고 사석에 이야기하고 다닌다고 한다. 반면, 일선 형사 사건을 수사했던 검사들은 “우리에겐 직접적인 피해는 없을 것”이라며 선을 긋는 분위기다. 다만, 형사부·특수부 검사들이 공감대를 이루며 우려하는 부분도 있다. 과거 문정부 시절 검경수사권 조정으로 경찰의 권한이 비대해진 바 있는데, 이번 검찰개혁으로 경찰이 영장 청구권을 확보하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검찰 단계서 경찰의 영장청구를 판단하지 않아 문제가 생길 것이라는 분석이다. 검찰 내부서 특수부와 형사부가 갈리는 상황에 이들을 모을 구심점도 없다. 과거 문정서 검찰개혁이 추진될 때 검사들이 단일대오로 뭉쳐 저항했던 것처럼 먼저 움직일 사람이 없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결국 수사로 검찰의 존재 의의를 보여야 하지만 ▲12·3 비상계엄 사태 ▲도이치 주가조작 의혹 ▲명태균·건진법사 선거개입 의혹 등 굵직한 주요 사건 관련 특검법이 국회 본회의에 부의돼있다. 특검이 시작되면 검찰의 역할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새 정부의 법무부 장관 인선 직후 대규모 인사도 예상된다. 당장 고검장·지검장 물갈이에 이 대통령 관련 사건을 맡았던 검사들의 줄퇴사도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실제 지난달 20일 사의를 표했던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의 사직서는 지난 3일 수리됐다. 검 운명은 민주당에 이 지검장은 수원지검 성남지청장 재직 당시엔 성남FC 및 선거법 위반 등으로 이 대통령을 기소했다. 이미 2022년부터 업무 과부하 등을 이유로 매년 100명 이상의 검사들이 퇴직했는데 이번엔 이보다 더 큰 규모로 검찰 대탈출이 벌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실제 윤정부가 들어섰던 해인 2022년엔 직전 해(79명)보다 2배쯤 많은 검사 142명이 퇴직한 바 있다. 다만 퇴사를 희망하는 검사가 많더라도 대형 로펌에 이들을 다 수용할 수 있는 자리가 없어 실제 퇴사 규모는 예상보다 적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검찰개혁 신중론도 나오고 있다. 검찰 내부에선 피할 수 없는 문제지만 속도전이 아닌 과거 수사권 조정에 따른 부작용에 대한 반추와 함께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차원의 정책 설계가 우선돼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문정부 시절 검찰개혁으로 인한 수사권 조정 등으로 인한 영향을 복기해봐야 한다는 것이다. 한 검사장급 간부는 “다 예상했던 것들로 놀랍진 않지만 수사가 효율적으로 될 수 있도록 제도를 설계했으면 좋겠다”며 “과거 수사권 조정으로 대표되는 검찰개혁이 왜 실패했다고 평가를 받겠나? 수사권 조정 등 앞선 검찰개혁에 대해 복기한 다음 추진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한 차장검사는 “수사기관 간 견제는 경쟁으로 이어진다”며 “수사는 합리적이고 치밀하게 해야 하는데 다른 기관을 의식해 무리하게 하다 보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간다”고 우려했다. 한 부장검사는 “구조적인 문제가 없도록 꼼꼼히 설계해야 한다”며 “수사권, 수사력의 문제도 있지만 법 자체가 구조적으로 난점이 있다는 것에 더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형사소송법 등 근간이 되는 법에 속도전으로 나선다면 이번 비상계엄 사태 수사 때처럼 향후 여러 문제가 드러날 것”이라고 밝혔다. 또 다른 부장검사도 “수사기관끼리 경쟁하게 되면 결국 윤 전 대통령 내란 수사처처럼 어느 사건이든 번번이 망가질 것”이라며 “검찰 등 수사기관, 학계, 정계 등이 참여하는 공론의 장에서 시간을 갖고 충분히 논의해야 할 문제”라고 했다. 이재명정부는 검찰개혁과 더불어 수사기관 개혁과 사법개혁도 같이 추진하려고 준비 중이다. 이 대통령은 검찰의 권한은 축소하면서 경찰과 공수처의 권한은 더욱 강화하겠다는 공약을 펼쳤다. 민주당은 공수처 검사 정원을 현행 25명에서 최대 300명까지 확대하고, 고위 공직자의 모든 범죄에 대해 영장 청구 및 기소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꼼꼼히 설계해야 법조계 안팎에서는 성급한 수사기관 확대가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공수처가 2021년 출범 이후 뚜렷한 수사 성과를 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특히 12·3 비상계엄 사건서도 윤석열 전 대통령 대면조사에 실패하는 등 수사력 한계를 노출했다. 게다가 윤 전 대통령의 내란 우두머리 혐의 수사에서 검찰과 경찰, 공수처가 각자 수사권을 주장하며 혼선을 빚기도 했다. 이창현 한국외국어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검경 수사권이 조정된 지 5년이 지난 시점서 경찰 국가수사본부, 공수처, 검찰의 수사 성과를 냉정히 평가한 뒤 수사권 분리를 논의해도 늦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 대통령이 가장 먼저 개혁할 것으로 보이는 것은 사법개혁이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지난달 1일, 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에 대한 파기환송을 결정하고, 다음날에 파기환송심 첫 공판기일을 그달 15일로 지정했다. 그러나 공판기일을 지정한 지 5일 만에 다시 공판기일을 대선 이후인 오는 18일로 변경했다. 연기 사유는 “대통령 후보인 피고인에게 균등한 선거운동의 기회를 보장하고, 재판의 공정성 논란을 없애기 위해서”였다. 일련의 과정 이후 민주당 내에서는 ‘대법관 증원’을 비롯한 사법부 개혁이 대선 국면의 핵심 의제 중 하나로 떠올랐다. 민주당 의원들은 대법관 증원 법안을 연달아 발의했고, 박범계 의원이 법조인이 아닌 사람도 대법관으로 임명할 수 있도록 하는 법원조직법 개정안을 발의했다가 논란 끝에 철회하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대선 기간 발표한 공약집서 ‘내란 극복과 민주주의 회복’의 하위 범주로 “사법개혁을 완수하겠다”며 대법관 증원을 비롯한 여러 정책을 공약했다. 대법원 등 사법기관도 엎는다 “신중하게 진행해야” 의견도 공약집에는 실제 증원 규모가 명시되지 않았으나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개정안은 대법관 수를 30명으로 늘리는 방안을 담고 있다. 대법관 수를 100명으로 늘리는 법안도 발의됐으나 논란이 일자 민주당은 지난달 26일 철회했다. 대법관이 증원되면 현재 1인당 연평균 약 4000건을 처리해야 하는 대법관들의 업무 부담이 줄면서 ‘재판 지연’의 주된 원인으로 꼽히는 상고심 적체 현상은 상당수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대법관 전원이 참여하는 전원합의체를 통해 법적 안정성을 확보하고 사회적 갈등에 해답을 제시하는 최고 법원의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30명이 모두 모여 깊이 있는 합의에 도달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아 보이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대법관 증원에 따라 이 대통령 임기 중 총원의 절반이 넘는 대법관이 대통령 임명을 받아 합류하면 사법부 구성이 편향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법원의 재판에 관한 헌법소원 심판을 허용하는 ‘재판 소원’이 도입될지도 관심사다. 민주당 의원들이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을 발의해 국회에 계류 중이다. 재판소원이 허용되면 법원이 법률을 헌법에 어긋나게 해석·적용하거나, 재판의 절차적 측면서 국민의 기본권이 침해됐다고 판단된 경우 헌재가 결정으로 위헌임을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은 헌재가 법원의 재판에 관여하는 것은 ‘사법권은 법관으로 구성된 법원에 속한다’고 정한 헌법 101조에 반하고 불필요한 법적 분쟁을 초래할 수 있다는 이유로 법안에 반대해 왔다. 법조계의 의견은 엇갈린다. 재판소원 추진 논의가 이 대통령에 대한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 이후 급물살을 탔다는 점에서 대법원을 견제하려는 시도로 보는 시각도 있다. 사실상의 ‘4심제’가 돼 최고법원으로서 대법원의 기능이 약화하고 법적 안정성이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반면 헌법기관 간 상호 견제를 강화하고 국민의 기본권을 보호할 안전망을 두텁게 만든다는 점에서 도입을 긍정하는 견해도 있다. 실제로 법조계에서는 오랜 기간 재판소원 도입의 필요성에 관한 논의가 이어져 왔다. 헌재 역시 최근 국회에 “국민의 충실한 기본권 보호를 위해 개정안의 취지에 공감한다”는 찬성 의견을 냈다. 이밖에 판결문 공개 범위 확대, 공개변론 중계 의무화 추진, 법관평가위원회 설치 등 국민의 사법 접근성을 제고하는 정책 등도 이 대통령 임기 중 추진될 전망이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25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는 “사법개혁 문제는 최우선 문제에 속하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당시 “제도 개혁이나 특히 사법·경찰·검찰개혁은 중요하다. 수사권 조정이든 다 중요하다”면서도 “여기에 주력해서 힘을 뺄 상황은 아닌 것 같다”고 덧붙였다. 민생이 우선 일단 후순위 이후 지난 6월4일 취임사에선 “먼저 민생 회복과 경제 살리기부터 시작하겠다. 불황과 일전을 치르는 각오로 비상경제대응TF를 바로 가동하겠다”며 “국가 재정을 마중물로 삼아 경제의 선순환을 되살리겠다”고 강조했다. 검찰 및 사법개혁이 중요하지만 민생 회복이 중요하다고 재차 강조한 셈이다. 이로 인해 검찰·사법개혁은 후순위로 미뤄질 것으로 보인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