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엇갈린 판결’ 이임재·박희영

구청은 봐주고 경찰만 잘못?

[일요시사 취재1팀] 최윤성 기자 = 158명의 사망자를 낸 이태원 참사 부실 대응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주요 책임자 2명에 대한 판결이 엇갈렸다. 이임재 전 서울 용산경찰서장과 박희영 용산구청장 모두 참사 당시 안전 관리 대책 마련에 소홀했다는 이유로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가 적용됐지만, 재판부는 이 전 서장의 혐의만 인정했다. 이에 유가족은 무책임으로 일관한 박 구청장의 무죄판결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서울 한복판서 158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이태원 참사’와 관련해 부실하게 대응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임재 전 서울 용산경찰서장이 1심 재판서 금고형을 선고받았다. 참사가 발생한 지 약 2년 만에 핵심 책임자에 대한 선고가 이뤄진 것이다. 

부실 대응
과실 인정

반면, 이날 같은 혐의로 기소된 박희영 구청장에게는 무죄를 선고했다. 사고 당시 책임을 다했는지를 놓고 법원이 경찰과 용산구청 관계자들에 대해 엇갈린 판단을 내놓은 셈이다.

서울서부지법 형사합의11부(배성중 부장판사)는 지난달 30일 업무상 과실치사상 등 혐의로 기소된 이 전 서장에게 금고 3년을 선고했다. 참사 2주기를 약 한 달 앞두고 나온 판결로, 당시 현장 경찰 대응을 지시한 책임자의 업무상 과실이 인정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다만 재판부는 이 전 서장이 국회 청문회서 허위 증언한 혐의(국회증언감정법상 위증)와 허위공문서작성·행사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무려 158명이 소중한 목숨을 잃었는데, 2014년 세월호 이후 우리나라 발생 최대의 참사이자 삼풍백화점 이후 서울 도심서 발생한 최대 인명사고”라며 “이태원 참사가 자연재해가 아니라 각자 자리서 주의의무를 다하면 예방할 수 있었던 인재임을 부인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 전 서장 측은 그간 대규모 압사사고 발생을 예상할 수 없었으며, 핼러윈 축제 관련 사전 대책 마련이나 참사 발생 후 조처와 관련해서도 주어진 여건서 최선을 다했다는 취지로 주장해 왔으나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언론 보도와 경찰의 정보 보고 등을 종합하면 2022년 핼러윈데이를 맞은 이태원 경사진 골목에 수많은 군중이 밀집돼 보행자가 서로 밀치고 압박해 (보행자의)생명, 신체에 심각한 위험성이 있다고 예견할 수 있었다고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이 전 서장에게 상황을 통제·관리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보고 “참사 당일 오후부터 이태원에 유입되는 인파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오후 6시30분께부터 사고 부근 압사의 위험 및 인원 통제를 요청하는 112신고가 있었지만, 112 자서망(교신용 무전망)을 제대로 청취하지 않거나 소홀히 대처했다”고 지적했다. 

이 전 서장은 지난 2022년 10월29일 참사 당일 이태원 일대에 대규모 인파로 인한 사고 방지 대책을 세우지 않고 경비 기동대 배치와 도로 통제 등 조치를 제때 하지 않아 인명피해를 키운 혐의 등으로 지난해 1월 구속 기소됐다.

또 부실 대응을 은폐하기 위해 자신의 현장 도착 시각을 허위로 기재하도록 직원들에게 지시한 혐의와 국회 청문회서 참사를 더 늦게 인지한 것처럼 증언하고 서울경찰청에 경비기동대 지원 요청을 지시했다고 허위 증언한 혐의로도 기소됐다. 

재판부는 이날 “증거인멸 우려가 있다고 보기 어렵고 방어권을 보호해야 한다”며 이 전 서장의 보석을 취소하지는 않았다. 이 전 서장은 구속 기소 후 약 6개월 뒤인 지난해 7월6일 보석으로 풀려나 불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아왔다. 


이태원 참사 부실 대응 혐의
용산경찰서장 안전 소홀 인정

이 전 서장의 위증 혐의 등에 대해서는 “오후 11시1분께 이전에 대량 인명 사상 사고 발생 및 피해 규모를 대체로 인식했다고 보기 어렵고 용산서 직원들에게 경비기동대를 요청하라고 지시했다는 것도 허위라고 평가하기 어렵다”며 무죄로 판단했다.

재판이 끝난 뒤 이 전 서장은 기자들과 만나 선고 결과에 대해 “법원의 결정을 존중한다”고 밝혔다. 항소 계획을 묻는 질문에도 같은 답변을 했다. 유가족을 향해서는 “죄송하고 또 죄송스럽다”고 말했다.

앞서 검찰은 지난 7월 이 전 서장에게 징역 7년을 구형했다. 검찰은 결심공판서 “이 전 서장은 지역 내 인파 집중에 따른 사고를 예측해 대책을 마련하고, 인명피해를 막아야 할 권한과 책임이 있는 지역 경찰의 컨트롤타워”라며 “자신에게 부여된 책임을 전혀 이행하지 않고 사고를 막기 위한 실질적인 조치를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런데도 자신에게 부여된 책임을 전혀 이행하지 않고 사고를 막기 위한 어떠한 실질적 조치도 하지 않았다”며 “피고인은 오히려 자신의 과오를 은폐하기에 바빴고 과실로 인한 결과가 너무 중대해 준엄한 처벌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전 서장은 이태원 참사 당일 압사 위험 신고가 쇄도하는 가운데 한 식당서 느긋하게 식사하는 장면이 공개돼 많은 이들에게 공분을 사기도 했다.

이 전 서장은 참사 발생 당일 용산 일대서 열린 집회 대응을 지휘한 뒤 오후 9시24분쯤 식사를 하러 용산서 정보과장, 경비과장 및 직원 등과 함께 용산서 인근의 한 설렁탕집을 찾았다. 이들은 20여분간 식사했다. 

그사이 이 전 서장에게 이태원 현장이 ‘긴급 상황’이라는 보고가 있던 것으로 추정되나, 이 전 서장 등은 다급한 기색 없이 태연히 식사를 마친 뒤 자리서 일어났다. 결제하고 식당을 나서는 순간까지도 급박한 분위기는 느껴지지 않았다. 

식당서 나온 이 전 서장은 관용차량에 탑승한 뒤 이태원 현장으로 향했다. 오후 10시쯤 사고 현장서 도보 10분 거리인 녹사평역에 도착했으나 길이 막히는 상황서도 차량 이동을 고집했다.

이에 50여분이 지난 오후 11시쯤 차량에 내려서 뒷짐을 지고 느긋하게 걷는 모습이 CCTV에 포착돼 논란이 된 바 있다. 또 오후 11시5분경 이태원 파출소에 도착했음에도 48분 전인 오후 10시17분경 도착했다는 허위 보고를 하기도 했다.

이어진 재판서 업무상 과실치사상 등 혐의로 기소된 박 구청장은 무죄를 선고받았다. 법원이 구청 쪽 책임은 인정하지 않은 결과로 앞서 재판부가 이 전 서장에 대해 실형을 선고한 것과 대조적이다.

재판부는 “이 사건 당시 재난안전법령에 다중 운집에 의한 압사사고가 재난 유형에 분류되지 않았고 특히 재난안전법령은 주최자가 없는 행사에 대해 별도의 안전관리계획을 수립해야 한다는 의무규정 역시 마련하고 있지 않다”고 판시했다.


이에 따라 “사전대비 대책 마련 과정서 피고인들에게 형사 책임 물어야 할 업무상 과실이 있다고 보이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예견된 위험
소홀한 대처

이태원 참사의 직접 원인은 ‘다수 인파의 유입과 그로 인한 군중의 밀집’에 있다고 봤는데, 자치구는 대규모 인파를 분산·해산시킬 권한이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그러면서 “경찰·소방 등을 통해 사고 일대를 확인해 달라는 요청도 받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용산구청의 재난 대응조직도 “특별히 다른 자치구와 비교해 미흡하다고 볼 수 없다”고 봤다. 

박 구청장이 참사 당일 오후 9시께 당직실 직원에게 삼각지역 인근 집회 현장서 시위 전단지를 수거하라고 지시하면서 대응이 늦어졌다는 검찰의 주장에 대해서는 “검찰의 충분한 주장과 입증이 부족해 전단지 수거와 사고 발생 사이의 인과관계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박 구청장은 선고 후 법정을 나오면서 ‘판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유족이나 희생자에게 할 말은 없는지’ 등을 묻는 취재진에게 묵묵부답으로 자리를 떠났다.


공직선거법상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은 지방자치단체장은 피선거권을 잃고 퇴직 대상이 된다. 박 구청장은 이날 무죄를 선고받으면서 구청장직 상실은 면하게 됐다.

앞서 검찰은 박 구청장이 대규모 인파 사고를 예견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안전관리계획을 세우지 않았고, 상시 재난안전상황실도 적절히 운영하지 않았다며 지난해 1월 기소했다. 이후 박 구청장은 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아오다 지난해 6월 보석금을 내고 풀려나 구청장 직무를 이어왔다. 

검찰은 “피고인은 참사에 가장 큰 책임 있는 사람 중 한 명”이라며 “용산구 안전을 총괄 책임지는 재난관리책임자로 (재난을)예측하고 예방할 책임이 있는데도, 자신에게 부여된 책임을 전혀 인정하지 않고 사고를 막기 위한 조치도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어 “피고인이 사고 당일 현장 부근에 도착했음에도 (상황을)확인하는 최소한의 노력조차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박 구청장은 재판 내내 “이태원 곳곳이 다 특색이 있어 특정 어떤 지역으로 많이 몰릴 것이라는 생각은 하지 못했다”면서 “참사와 관련해 소방과 경찰의 지휘 감독 권한이 구청장에게 있지는 않다. 사고 발생을 예측하기 어려웠다”고 반박했다.

대조적 선고
운명 갈림길

박 구청장은 참사 발생 직전 두 차례 현장 근처를 지나고도 별다른 조치를 하지 않아 비판받은 바 있다. 박 구청장은 참사 당일 오후 8시20분과 9시를 조금 넘은 시각 두 차례 이태원 ‘퀴논길’을 지나갔다.

퀴논길은 참사가 발생한 해밀톤 호텔 옆 골목의 도로 맞은편에 있는 상가 뒷길로, 사고 현장서 184m, 걸어서 4분 거리에 불과한 곳이다.

박 구청장에 대한 무죄판결이 나오자, 방청석에 자리하고 있던 이태원 참사 유가족들 사이에선 오열이 터져 나왔다. 판결 직후 유가족들은 서부지법 앞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박 구청장 등에 대한 무죄판결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반발했다.

이날 재판은 오후 2시 이 전 서장, 오후 3시30분 박 구청장 순으로 진행됐다. 이 전 서장 선고 땐 상대적으로 차분한 모습을 보였던 유가족들은 박 구청장의 무죄 사실을 듣고 오열하거나 고성을 지르는 등 격앙된 모습이었다. 이 중 일부는 주먹으로 박 구청장이 탄 차를 치거나 가만히 한 자리에 서서 오열하기도 했다.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이하 유가협)와 시민대책회의는 지난달 30일 입장문을 통해 “이번 판결은 기존 사회적 참사에 관한 사법부의 판단과 달리 피고인들의 업무상 과실을 인정하지 않아 면죄부를 주고 말았다”고 비판했다. 

이어 “참사 전날과 당일 저녁 내내 이태원 일대는 핼러윈데이 인파로 인해 극심한 혼잡과 다수의 민원이 제기됐으며, 피고인들은 이를 충분히 확인하고 알 수 있는 상태에 있었다”면서 “피고인들이 인파 운집 가능성을 몰랐다는 것은 무지와 무관심서 비롯된 것인데, 이는 도저히 무죄의 근거가 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또 “참사 예방·대응·수습에 모두 실패한 박 구청장은 이날 선고 전까지도 그 직을 유지했다”며 “참사 발생에만 책임이 있는 것이 아니고, 참사의 진상규명을 방해하고 참사 책임을 일반 시민에게 돌리는 행태를 보였고 참사 이후 유가족의 회복과 우리 사회의 회복을 방해했다”고 날을 세웠다. 

용산구청장은 무죄 선고
“무책임 일관”유가족 반발

유가족들은 “공판 내내 자신들의 책임을 끝까지 부정하고, 온갖 변명을 일삼고, 일선 공무원과 경찰들에게 그 책임을 떠넘기는 모습에 비통한 가슴을 부여잡고 눈물 흘릴 수밖에 없었다”면서 “정부와 사법에 대한 불신 속에서도 끝까지 법원을 믿고 엄중한 처벌을 하길 간곡히 바라던 유가족의 믿음과 한 가닥의 희망마저 저버렸다”고 한탄했다. 

이들은 이번 판결에 대한 검찰의 즉각적인 항소를 촉구하며 “법원은 이들에게 무죄를 선고했지만, 우리는 법정서, 그리고 법정 밖에서 이들의 죄책을 끝까지 밝혀나갈 것이며, 이날의 이 슬픔과 절망과 분노를 안고 끝까지 싸울 것”이라고 결의를 다졌다. 

유가족들은 ‘10·29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과 재발 방지를 위한 특별조사 위원회’(이하 특조위)로 철저한 진상규명을 다짐했다. 이정민 유가협 위원장은 법원 앞 기자회견서 “경찰 특수본과 검찰의 수사는 부실하기 짝이 없었다”며 “그 부실하기 짝이 없는 수사 결과를 갖고 오늘의 재판 결과가 나온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이런 결과를 예견했기 때문에 (이태원 참사)특별법을 통해서 특조위 조사를 강력하게 요구했던 것”이라며 “이제 우린 특조위 결과를 통해 이들의 잘못을 밝혀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유가족과 시민단체는 이날 선고에 앞서 피고인들의 엄벌을 촉구하며 서울시청부터 선고가 예정된 서울서부지법까지 행진을 열었다.

이날 이 전 서장과 함께 기소된 송병주 전 용산서 112상황실장은 금고 2년형, 박인혁 전 서울경찰청 112치안총압상황실 팀장은 금고 1년에 집행유예 2년형을 선고받았다. 허위 보고서 작성에 개입한 혐의를 받는 정현우 전 용산서 여성청소년과장, 최용원 전 용산서 생활안전과 경위에게는 각각 무죄가 선고됐다.

박 구청장과 함께 재판에 넘겨진 유승재 전 용산구 부구청장, 최원준 전 용산구 안전재난과장, 문인환 전 용산구 안전건설교통국장에게도 모두 무죄가 선고됐다.

현재 이태원 참사와 관련해 재판에 넘겨진 피고인은 해밀톤관광 등 법인 2곳을 포함해 총 23명이다. 이날 선고 후 남은 1심 재판은 김광호 전 서울청장 등 서울청 3인의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 사건 등 4건이다. 

납득 불가능
무너진 억장

박성민 전 서울청 공공안녕정보외사부장은 앞서 용산서 정보관들에게 업무 컴퓨터에 보관 중인 다른 이태원 핼러윈 관련 자료 4개를 삭제하도록 지시한 혐의로 기소돼 지난 2월, 1심서 징역 1년6개월을 선고받은 뒤 서울고법서 항소심 재판을 받고 있다.

건축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해밀톤호텔 관계자들의 2심은 서부지법서 진행 중이다. 1심에서는 호텔 대표 이씨와 호텔 법인 해밀톤관광에 각각 벌금 800만원이 선고됐다.

<yuncastle@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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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면초가’ 민희진·뉴진스 어두운 미래

‘사면초가’ 민희진·뉴진스 어두운 미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처음 사태가 불거졌을 당시 여론은 한쪽으로 급격하게 쏠렸다. SNS와 인터넷 커뮤니티가 힘을 실어주면서다. 하지만 무대가 법정으로 옮겨간 이후부터 상황이 반전됐다. 동시에 여론도 뒤집혔다.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이 있다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아 보인다. 2024년 4월 연예기획사 하이브가 민희진 전 어도어 대표를 상대로 내부 감사에 착수한다는 내용의 보도가 나왔다. 민 전 대표가 경영권을 탈취해 어도어를 독립시키려 한 정황을 발견했다는 것이다. 당시 어도어 소속 가수는 아이돌 뉴진스가 유일했기에 분쟁의 크기는 순식간에 커졌다. 상처 입은 톱 아이돌 민 전 대표와 하이브 간의 분쟁, 이른바 ‘민-하 대전’이 2년째로 접어들었다. 처음에는 민 전 대표가 전면에서 하이브와 이른바 ‘맞다이’를 벌였지만 이후 뉴진스가 직접 판에 뛰어들면서 새 국면을 맞이했다. 동시에 빌리프랩 등 하이브의 다른 레이블, 어도어의 전 직원, 광고 제작사 돌고래유괴단 등이 전선에 합류했다. 민-하 대전에서 여론은 급격한 변화를 보였다. 처음 민 전 대표에 대한 감사 소식이 전해진 이후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이라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민 전 대표의 기자회견은 이런 분위기에 기름을 부었다. 온라인 커뮤니티, SNS 등은 민 전 대표를 옹호하는 목소리로 가득 찼다. 민 전 대표는 ‘선’, 하이브는 ‘악’이라는 구도가 형성된 것이다. 뉴진스는 2024년 11월 긴급 기자회견을 통해 어도어와의 전속계약을 해지한다고 밝혔다. 민-하 대전이 시작된 지 7개월 만에 뉴진스가 전면에 나서면서 파장이 커졌다. 뉴진스는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갤럽이 연말마다 발표하는 ‘올해를 빛낸 가수’ 순위에서 2023년과 2024년 연달아 1위를 기록할 만큼 대중성이 높다. 그런 가수가 소속사와 정면 대결을 선택하자 연예계는 충격에 휩싸였다. 뉴진스가 소송 대신 구두로 계약 해지를 선언한 방식이 합당한지를 두고 갑론을박이 이어졌다. ‘황금알을 낳는 거위의 배를 갈랐다’ ‘소속사 간 다툼에 아티스트를 끌어들이면 안 된다’ 등 다양한 의견이 쏟아졌다. 뉴진스의 멤버 하니가 국정감사에 참고인 자격으로 참석하면서 갈등의 무대는 정치권으로까지 넓어졌다. 하이브와 뉴진스, 민 전 대표 간의 갈등 양상을 비롯해 연예인의 노동자성까지 화두로 떠올랐다. 뉴진스 상대 전속계약 유지 인정 해인 혜린 하니 복귀 다니엘 해지 일각에서는 뉴진스에 대한 긍정적인 여론이 부정적인 방향으로 바뀌기 시작한 시점을 국감 때로 보기도 한다. 연예계 갈등을 국정감사에서 다루는 게 맞느냐는 비판이 제기됐다. 이때까지만 해도 민 전 대표와 뉴진스에 대해 여론은 나름 호의적이었다. 방시혁 하이브 의장이 미국에서 여성 BJ와 만났다는 내용의 사생활 이슈 등이 도마 위에 오른 점도 영향을 미쳤다. 하지만 SNS나 기자회견 등 민 전 대표와 뉴진스가 이른바 여론전을 위해 올랐던 무대가 법정으로 바뀌면서 상황이 뒤집혔다. 하이브와 어도어, 민 전 대표와 뉴진스 등이 연루된 소송은 10여개에 이른다. 소속사와 아티스트 간 전속계약, 민 전 대표가 하이브와 맺은 풋옵션 계약, 민 전 대표와 어도어 전 직원 간의 직장 내 괴롭힘 문제, 표절 논쟁에서 시작된 민 전 대표와 빌리프랩 간의 손해배상 소송, 지식재산권 침해와 관련한 어도어와 돌고래유괴단의 손해배상 소송 등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다. 흥미로운 대목은 여론과 법원 판결의 괴리다. 특히 어도어가 뉴진스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은 여론까지 뒤집을 정도로 ‘원사이드’ 판결로 이어졌다. 뉴진스 측이 제시한 전속계약 해지 이유를 법원은 단 한 건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어도어의 전속계약 유효 소송에 법원이 연이어 ‘인용’ 판결을 내리면서 뉴진스는 벼랑 끝까지 몰렸다. 뉴진스는 1심 판결에 항소하지 않았다. 어도어로는 절대로 돌아갈 수 없다며 ‘끝까지 싸우겠다’던 뉴진스의 태도가 누그러진 것도 이 시기다. 독자 활동이 완벽하게 막혔고 활동을 위해서는 어도어에 돈을 지급하라는 판결도 나왔다. 연예계에서는 뉴진스가 복귀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여론도 뒤바뀌어 실제 뉴진스는 복귀했다. 멤버 5명 모두가 함께 어도어로 돌아가는 ‘완전체’ 복귀는 아니었기에 각종 설이 흘러나왔다. 연예계에서는 판결을 기점으로 멤버들 사이가 갈라진 것 같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법원이 어도어의 손을 들어준 만큼 향후 발생할 손해배상, 위약벌 등이 천문학적 금액에 이를 수 있다는 상황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결국 지난해 11월 뉴진스 멤버 해린과 혜인이 먼저 복귀했다. 어도어는 두 멤버의 복귀를 발표하면서 전폭적으로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남은 세 멤버(하니, 다니엘, 민지)와도 논의를 진행하겠다고 했다. 이후 하니 복귀, 다니엘 계약 해지라는 결론이 나왔다. 민지는 논의 중인 상황이다. 어도어는 완전체를 깨더라도 다니엘과는 함께 갈 수 없다고 했다. 실제 어도어는 다니엘과 그의 가족 1인, 민 전 대표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청구했다. 다니엘 등에게 이번 사태와 관련한 책임이 있다고 본 것이다. 어도어가 다니엘 등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액은 총 431억원에 달한다. 세부적으로 다니엘에게 청구된 소송 액수는 331억원으로 이중 300억원은 위약벌, 31억원은 활동 중단과 광고 촬영 미이행 등에 따른 손해배상이다. 그외 100억원은 민 전 대표와 다니엘의 모친에게 뉴진스 이탈과 복귀 지연 등으로 인한 책임을 묻는 손해배상 청구액으로 알려졌다. 다니엘은 지난 12일 어도어로부터의 피소 이후 첫 라이브 방송을 통해 심경을 전했다. 9분간 이어진 라이브 방송에서 다니엘은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였다. 수백억원대의 소송에 휘말려 있는 상황에서 한마디, 한마디가 불리한 증거로 쓰일 수 있다는 사실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재판 간 연쇄 반응 뉴진스와의 소송전에서 압승을 거둔 어도어는 이제 급할 게 없는 상황이다. 뉴진스가 이미지 훼손, 금전적 손해 등 치명적인 타격을 입은 반면, 어도어는 뉴진스라는 이름을 지켜냈다. 특히 다니엘 등을 상대로 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그간의 사정이 드러나면 여론 자체가 급격하게 기울 가능성도 보인다. 한때 ‘뉴진스의 엄마’로 불렸던 민 전 대표도 코너에 몰렸다. 최근 민 전 대표가 증인으로 나섰던 돌고래유괴단 관련 소송에서 법원이 어도어의 손을 들어준 것도 현 시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2015년 설립된 돌고래유괴단은 지난해 경북 경주에서 열린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정상회의 홍보 영상 ‘주차장에서 생긴 일’을 제작한 것으로 유명하다. 지난 13일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62부는 어도어가 돌고래유괴단과 그 대표인 신우석 감독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 소송에서 돌고래유괴단이 어도어에 10억원과 지연이자를 지급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신 감독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는 기각했다. 어도어 측은 “돌고래유괴단 측을 상대로 낸 소송액 11억원 중 법인의 계약 위반 10억원이 인정됐고, 명예훼손으로 별도로 제기한 1억원은 기각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돌고래유괴단은 뉴진스의 곡 ‘디토’ ‘OMG’ ‘ETA’ 등의 뮤직비디오를 제작했다. 문제가 된 부분은 2024년 8월 ETA 뮤직비디오를 ‘디렉터스컷(감독판)’으로 제작해 자신들의 유튜브 채널에 게시한 일이다. 어도어는 “당시 광고주로부터 해당 영상에 대한 컴플레인을 접수했다”며 “뉴진스 관련 영상 소유권은 어도어에 있고 계약서에 명시된 사전 동의 절차가 없었으므로 영상을 내려달라고 요구했다”고 전했다. 돌고래유괴단 10억원 배상 판결 주주 간 계약 해지&풋옵션 쟁점 그러자 돌고래유괴단은 ETA 감독판은 물론 자신들이 운영하던 비공식 뉴진스 팬덤 유튜브 채널인 ‘반희수’에 게시돼있던 뉴진스 관련 영상을 전부 삭제했다. 어도어는 ETA 감독판 영상에 대한 게시 중단을 요청했을 뿐 뉴진스 관련 모든 영상 삭제는 요구한 적이 없다고 반박했다. 결국 이 문제는 법정 공방으로 이어졌다. 이 과정에서 민 전 대표는 증인으로 출석해 감독판 영상을 별도로 게시하는 것에 대한 구두 협의가 있었으며 어도어 측 주장에 “바보 같고 어이없다”고 말한 바 있다. 눈여겨볼 부분은 이번 판결이 민 전 대표의 소송에 미칠 영향이다. 민 전 대표는 현재 하이브와 주주 간 계약 및 풋옵션(주식매수 청구권) 행사 관련 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뉴진스와 어도어가 벌인 전속계약 관련 소송 등도 판결이 나왔을 당시 민 전 대표와 하이브 사이의 재판에 끼칠 영향을 두고 법조계의 의견이 분분했다. 지난 15일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31부는 하이브가 민 전 대표 등 2명을 상대로 제기한 주주 간 계약 해지 확인 소송과 민 전 대표 등 3명이 하이브를 상대로 낸 풋옵션 행사 관련 주식 매매대금 청구 소송의 마지막 변론기일 재판을 열었다. 하이브는 민 전 대표가 경영권 찬탈을 시도했다고 주장하며 주주 간 계약 해지를 요구했고 민 전 대표와 전 어도어 이사진은 풋옵션 행사에 따른 주식 매매대금 지급을 청구한 게 골자다. 이날 하이브는 데뷔도 하지 않은 뉴진스를 위해 어도어에 210억원을 투자하는 등 민 전 대표의 요구를 수용했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런데도 민 전 대표가 신뢰 관계를 파괴하고 하이브에 타격을 주는 언론플레이를 하는 등 고의로 해를 끼쳤다고 주장했다. 민 전 대표 측은 어도어를 탈취할 지분을 갖고 있지 않았고 투자자를 만난 사실도 없다고 반박했다. 2월이면 결론 난다 법적 흐름은 민 전 대표에게 단연 불리한 상황이다. 모든 소송이 민-하 대전에서 파생된 만큼 각각 재판에 미칠 영향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주주 간 계약 해지 및 풋옵션 행사 관련 소송이 향후 어도어가 다니엘과 그 모친, 민 전 대표에게 제기한 소송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뜻이다. 주주 간 계약 해지 및 풋옵션 행사 관련 소송의 선고기일은 다음 달 12일로 예정돼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