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엇갈린 판결’ 이임재·박희영

구청은 봐주고 경찰만 잘못?

[일요시사 취재1팀] 최윤성 기자 = 158명의 사망자를 낸 이태원 참사 부실 대응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주요 책임자 2명에 대한 판결이 엇갈렸다. 이임재 전 서울 용산경찰서장과 박희영 용산구청장 모두 참사 당시 안전 관리 대책 마련에 소홀했다는 이유로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가 적용됐지만, 재판부는 이 전 서장의 혐의만 인정했다. 이에 유가족은 무책임으로 일관한 박 구청장의 무죄판결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서울 한복판서 158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이태원 참사’와 관련해 부실하게 대응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임재 전 서울 용산경찰서장이 1심 재판서 금고형을 선고받았다. 참사가 발생한 지 약 2년 만에 핵심 책임자에 대한 선고가 이뤄진 것이다. 

부실 대응
과실 인정

반면, 이날 같은 혐의로 기소된 박희영 구청장에게는 무죄를 선고했다. 사고 당시 책임을 다했는지를 놓고 법원이 경찰과 용산구청 관계자들에 대해 엇갈린 판단을 내놓은 셈이다.

서울서부지법 형사합의11부(배성중 부장판사)는 지난달 30일 업무상 과실치사상 등 혐의로 기소된 이 전 서장에게 금고 3년을 선고했다. 참사 2주기를 약 한 달 앞두고 나온 판결로, 당시 현장 경찰 대응을 지시한 책임자의 업무상 과실이 인정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다만 재판부는 이 전 서장이 국회 청문회서 허위 증언한 혐의(국회증언감정법상 위증)와 허위공문서작성·행사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무려 158명이 소중한 목숨을 잃었는데, 2014년 세월호 이후 우리나라 발생 최대의 참사이자 삼풍백화점 이후 서울 도심서 발생한 최대 인명사고”라며 “이태원 참사가 자연재해가 아니라 각자 자리서 주의의무를 다하면 예방할 수 있었던 인재임을 부인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 전 서장 측은 그간 대규모 압사사고 발생을 예상할 수 없었으며, 핼러윈 축제 관련 사전 대책 마련이나 참사 발생 후 조처와 관련해서도 주어진 여건서 최선을 다했다는 취지로 주장해 왔으나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언론 보도와 경찰의 정보 보고 등을 종합하면 2022년 핼러윈데이를 맞은 이태원 경사진 골목에 수많은 군중이 밀집돼 보행자가 서로 밀치고 압박해 (보행자의)생명, 신체에 심각한 위험성이 있다고 예견할 수 있었다고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이 전 서장에게 상황을 통제·관리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보고 “참사 당일 오후부터 이태원에 유입되는 인파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오후 6시30분께부터 사고 부근 압사의 위험 및 인원 통제를 요청하는 112신고가 있었지만, 112 자서망(교신용 무전망)을 제대로 청취하지 않거나 소홀히 대처했다”고 지적했다. 

이 전 서장은 지난 2022년 10월29일 참사 당일 이태원 일대에 대규모 인파로 인한 사고 방지 대책을 세우지 않고 경비 기동대 배치와 도로 통제 등 조치를 제때 하지 않아 인명피해를 키운 혐의 등으로 지난해 1월 구속 기소됐다.

또 부실 대응을 은폐하기 위해 자신의 현장 도착 시각을 허위로 기재하도록 직원들에게 지시한 혐의와 국회 청문회서 참사를 더 늦게 인지한 것처럼 증언하고 서울경찰청에 경비기동대 지원 요청을 지시했다고 허위 증언한 혐의로도 기소됐다. 

재판부는 이날 “증거인멸 우려가 있다고 보기 어렵고 방어권을 보호해야 한다”며 이 전 서장의 보석을 취소하지는 않았다. 이 전 서장은 구속 기소 후 약 6개월 뒤인 지난해 7월6일 보석으로 풀려나 불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아왔다. 

이태원 참사 부실 대응 혐의
용산경찰서장 안전 소홀 인정

이 전 서장의 위증 혐의 등에 대해서는 “오후 11시1분께 이전에 대량 인명 사상 사고 발생 및 피해 규모를 대체로 인식했다고 보기 어렵고 용산서 직원들에게 경비기동대를 요청하라고 지시했다는 것도 허위라고 평가하기 어렵다”며 무죄로 판단했다.

재판이 끝난 뒤 이 전 서장은 기자들과 만나 선고 결과에 대해 “법원의 결정을 존중한다”고 밝혔다. 항소 계획을 묻는 질문에도 같은 답변을 했다. 유가족을 향해서는 “죄송하고 또 죄송스럽다”고 말했다.

앞서 검찰은 지난 7월 이 전 서장에게 징역 7년을 구형했다. 검찰은 결심공판서 “이 전 서장은 지역 내 인파 집중에 따른 사고를 예측해 대책을 마련하고, 인명피해를 막아야 할 권한과 책임이 있는 지역 경찰의 컨트롤타워”라며 “자신에게 부여된 책임을 전혀 이행하지 않고 사고를 막기 위한 실질적인 조치를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런데도 자신에게 부여된 책임을 전혀 이행하지 않고 사고를 막기 위한 어떠한 실질적 조치도 하지 않았다”며 “피고인은 오히려 자신의 과오를 은폐하기에 바빴고 과실로 인한 결과가 너무 중대해 준엄한 처벌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전 서장은 이태원 참사 당일 압사 위험 신고가 쇄도하는 가운데 한 식당서 느긋하게 식사하는 장면이 공개돼 많은 이들에게 공분을 사기도 했다.

이 전 서장은 참사 발생 당일 용산 일대서 열린 집회 대응을 지휘한 뒤 오후 9시24분쯤 식사를 하러 용산서 정보과장, 경비과장 및 직원 등과 함께 용산서 인근의 한 설렁탕집을 찾았다. 이들은 20여분간 식사했다. 

그사이 이 전 서장에게 이태원 현장이 ‘긴급 상황’이라는 보고가 있던 것으로 추정되나, 이 전 서장 등은 다급한 기색 없이 태연히 식사를 마친 뒤 자리서 일어났다. 결제하고 식당을 나서는 순간까지도 급박한 분위기는 느껴지지 않았다. 

식당서 나온 이 전 서장은 관용차량에 탑승한 뒤 이태원 현장으로 향했다. 오후 10시쯤 사고 현장서 도보 10분 거리인 녹사평역에 도착했으나 길이 막히는 상황서도 차량 이동을 고집했다.

이에 50여분이 지난 오후 11시쯤 차량에 내려서 뒷짐을 지고 느긋하게 걷는 모습이 CCTV에 포착돼 논란이 된 바 있다. 또 오후 11시5분경 이태원 파출소에 도착했음에도 48분 전인 오후 10시17분경 도착했다는 허위 보고를 하기도 했다.

이어진 재판서 업무상 과실치사상 등 혐의로 기소된 박 구청장은 무죄를 선고받았다. 법원이 구청 쪽 책임은 인정하지 않은 결과로 앞서 재판부가 이 전 서장에 대해 실형을 선고한 것과 대조적이다.

재판부는 “이 사건 당시 재난안전법령에 다중 운집에 의한 압사사고가 재난 유형에 분류되지 않았고 특히 재난안전법령은 주최자가 없는 행사에 대해 별도의 안전관리계획을 수립해야 한다는 의무규정 역시 마련하고 있지 않다”고 판시했다.

이에 따라 “사전대비 대책 마련 과정서 피고인들에게 형사 책임 물어야 할 업무상 과실이 있다고 보이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예견된 위험
소홀한 대처

이태원 참사의 직접 원인은 ‘다수 인파의 유입과 그로 인한 군중의 밀집’에 있다고 봤는데, 자치구는 대규모 인파를 분산·해산시킬 권한이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그러면서 “경찰·소방 등을 통해 사고 일대를 확인해 달라는 요청도 받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용산구청의 재난 대응조직도 “특별히 다른 자치구와 비교해 미흡하다고 볼 수 없다”고 봤다. 

박 구청장이 참사 당일 오후 9시께 당직실 직원에게 삼각지역 인근 집회 현장서 시위 전단지를 수거하라고 지시하면서 대응이 늦어졌다는 검찰의 주장에 대해서는 “검찰의 충분한 주장과 입증이 부족해 전단지 수거와 사고 발생 사이의 인과관계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박 구청장은 선고 후 법정을 나오면서 ‘판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유족이나 희생자에게 할 말은 없는지’ 등을 묻는 취재진에게 묵묵부답으로 자리를 떠났다.

공직선거법상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은 지방자치단체장은 피선거권을 잃고 퇴직 대상이 된다. 박 구청장은 이날 무죄를 선고받으면서 구청장직 상실은 면하게 됐다.

앞서 검찰은 박 구청장이 대규모 인파 사고를 예견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안전관리계획을 세우지 않았고, 상시 재난안전상황실도 적절히 운영하지 않았다며 지난해 1월 기소했다. 이후 박 구청장은 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아오다 지난해 6월 보석금을 내고 풀려나 구청장 직무를 이어왔다. 

검찰은 “피고인은 참사에 가장 큰 책임 있는 사람 중 한 명”이라며 “용산구 안전을 총괄 책임지는 재난관리책임자로 (재난을)예측하고 예방할 책임이 있는데도, 자신에게 부여된 책임을 전혀 인정하지 않고 사고를 막기 위한 조치도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어 “피고인이 사고 당일 현장 부근에 도착했음에도 (상황을)확인하는 최소한의 노력조차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박 구청장은 재판 내내 “이태원 곳곳이 다 특색이 있어 특정 어떤 지역으로 많이 몰릴 것이라는 생각은 하지 못했다”면서 “참사와 관련해 소방과 경찰의 지휘 감독 권한이 구청장에게 있지는 않다. 사고 발생을 예측하기 어려웠다”고 반박했다.

대조적 선고
운명 갈림길

박 구청장은 참사 발생 직전 두 차례 현장 근처를 지나고도 별다른 조치를 하지 않아 비판받은 바 있다. 박 구청장은 참사 당일 오후 8시20분과 9시를 조금 넘은 시각 두 차례 이태원 ‘퀴논길’을 지나갔다.

퀴논길은 참사가 발생한 해밀톤 호텔 옆 골목의 도로 맞은편에 있는 상가 뒷길로, 사고 현장서 184m, 걸어서 4분 거리에 불과한 곳이다.

박 구청장에 대한 무죄판결이 나오자, 방청석에 자리하고 있던 이태원 참사 유가족들 사이에선 오열이 터져 나왔다. 판결 직후 유가족들은 서부지법 앞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박 구청장 등에 대한 무죄판결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반발했다.

이날 재판은 오후 2시 이 전 서장, 오후 3시30분 박 구청장 순으로 진행됐다. 이 전 서장 선고 땐 상대적으로 차분한 모습을 보였던 유가족들은 박 구청장의 무죄 사실을 듣고 오열하거나 고성을 지르는 등 격앙된 모습이었다. 이 중 일부는 주먹으로 박 구청장이 탄 차를 치거나 가만히 한 자리에 서서 오열하기도 했다.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이하 유가협)와 시민대책회의는 지난달 30일 입장문을 통해 “이번 판결은 기존 사회적 참사에 관한 사법부의 판단과 달리 피고인들의 업무상 과실을 인정하지 않아 면죄부를 주고 말았다”고 비판했다. 

이어 “참사 전날과 당일 저녁 내내 이태원 일대는 핼러윈데이 인파로 인해 극심한 혼잡과 다수의 민원이 제기됐으며, 피고인들은 이를 충분히 확인하고 알 수 있는 상태에 있었다”면서 “피고인들이 인파 운집 가능성을 몰랐다는 것은 무지와 무관심서 비롯된 것인데, 이는 도저히 무죄의 근거가 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또 “참사 예방·대응·수습에 모두 실패한 박 구청장은 이날 선고 전까지도 그 직을 유지했다”며 “참사 발생에만 책임이 있는 것이 아니고, 참사의 진상규명을 방해하고 참사 책임을 일반 시민에게 돌리는 행태를 보였고 참사 이후 유가족의 회복과 우리 사회의 회복을 방해했다”고 날을 세웠다. 

용산구청장은 무죄 선고
“무책임 일관”유가족 반발

유가족들은 “공판 내내 자신들의 책임을 끝까지 부정하고, 온갖 변명을 일삼고, 일선 공무원과 경찰들에게 그 책임을 떠넘기는 모습에 비통한 가슴을 부여잡고 눈물 흘릴 수밖에 없었다”면서 “정부와 사법에 대한 불신 속에서도 끝까지 법원을 믿고 엄중한 처벌을 하길 간곡히 바라던 유가족의 믿음과 한 가닥의 희망마저 저버렸다”고 한탄했다. 

이들은 이번 판결에 대한 검찰의 즉각적인 항소를 촉구하며 “법원은 이들에게 무죄를 선고했지만, 우리는 법정서, 그리고 법정 밖에서 이들의 죄책을 끝까지 밝혀나갈 것이며, 이날의 이 슬픔과 절망과 분노를 안고 끝까지 싸울 것”이라고 결의를 다졌다. 

유가족들은 ‘10·29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과 재발 방지를 위한 특별조사 위원회’(이하 특조위)로 철저한 진상규명을 다짐했다. 이정민 유가협 위원장은 법원 앞 기자회견서 “경찰 특수본과 검찰의 수사는 부실하기 짝이 없었다”며 “그 부실하기 짝이 없는 수사 결과를 갖고 오늘의 재판 결과가 나온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이런 결과를 예견했기 때문에 (이태원 참사)특별법을 통해서 특조위 조사를 강력하게 요구했던 것”이라며 “이제 우린 특조위 결과를 통해 이들의 잘못을 밝혀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유가족과 시민단체는 이날 선고에 앞서 피고인들의 엄벌을 촉구하며 서울시청부터 선고가 예정된 서울서부지법까지 행진을 열었다.

이날 이 전 서장과 함께 기소된 송병주 전 용산서 112상황실장은 금고 2년형, 박인혁 전 서울경찰청 112치안총압상황실 팀장은 금고 1년에 집행유예 2년형을 선고받았다. 허위 보고서 작성에 개입한 혐의를 받는 정현우 전 용산서 여성청소년과장, 최용원 전 용산서 생활안전과 경위에게는 각각 무죄가 선고됐다.

박 구청장과 함께 재판에 넘겨진 유승재 전 용산구 부구청장, 최원준 전 용산구 안전재난과장, 문인환 전 용산구 안전건설교통국장에게도 모두 무죄가 선고됐다.

현재 이태원 참사와 관련해 재판에 넘겨진 피고인은 해밀톤관광 등 법인 2곳을 포함해 총 23명이다. 이날 선고 후 남은 1심 재판은 김광호 전 서울청장 등 서울청 3인의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 사건 등 4건이다. 

납득 불가능
무너진 억장

박성민 전 서울청 공공안녕정보외사부장은 앞서 용산서 정보관들에게 업무 컴퓨터에 보관 중인 다른 이태원 핼러윈 관련 자료 4개를 삭제하도록 지시한 혐의로 기소돼 지난 2월, 1심서 징역 1년6개월을 선고받은 뒤 서울고법서 항소심 재판을 받고 있다.

건축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해밀톤호텔 관계자들의 2심은 서부지법서 진행 중이다. 1심에서는 호텔 대표 이씨와 호텔 법인 해밀톤관광에 각각 벌금 800만원이 선고됐다.

<yuncastle@ilyosisa.co.kr>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일요시사 단독 보도> ‘3조 도박 조직’ 최이동 송환 막전막후

[일요시사 단독 보도] ‘3조 도박 조직’ 최이동 송환 막전막후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10년 가까이 해외에서 도피 생활을 이어온 3조원대 불법도박 조직의 핵심 인물들이 국내로 송환됐다. 이번에 국내로 송환된 조직원 중 한 명은 지난 7월 <일요시사>가 단독 보도를 통해 언급한 인터폴 적색수배자 최이동씨로 확인됐다. 최씨는 개그맨 조세호씨와의 친분으로 논란이 됐던 인물이다. 해외 불법도박 조직의 부총책이며, 함께 적색수배된 도박 사이트 조직 총책 김현규씨와 친동생 김찬규씨는 국내 송환 대기 중이다. 경찰에 따르면, 국내 송환이 이뤄진 인물은 1982년생 최이동씨와 조직원 A씨, 개발자 B씨 등 3명이다. 이 가운데 최씨는 3조1000억원 규모의 불법 도박 사이트 운영 및 범죄수익 세탁 혐의를 받는 조직의 부총책이다. A씨는 조직 관련자로 파악됐다. 개발자 B씨는 불법 도박 사이트의 프로그램 개발과 운영에 관여한 혐의를 받고 있다. 조세호 친구 최이동 범정부 합동 ‘초국가범죄 특별대응 TF’는 UAE 당국과 공조해 불법 도박 사이트 총책 김현규씨와 부총책 최이동씨를 현지에서 검거하고, 최씨부터 지난 14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국내로 송환했다고 밝혔다. 이번 검거 작전은 한국과 UAE 수사 당국의 국제공조를 통해 진행됐다. 양국은 아랍어로 파멸 또는 멸망을 뜻하는 ‘HALAK’을 작전명으로 정하고 피의자들의 거주지와 이동 동향을 실시간으로 공유했다. 이를 바탕으로 UAE 당국은 현지 검거 작전을 벌여 주요 피의자들의 신병을 확보했다. 수사 당국이 공개한 전체 도박 사이트 운영 규모는 3조1000억원이다. 이 가운데 김씨와 최씨가 관여한 것으로 지목된 조직의 운영 규모는 2조6000억원에 달한다. 나머지 5000억원 규모의 불법도박 사이트는 별도 조직에서 운영한 것으로 파악됐다. 프로그램 개발과 운영을 담당한 개발자는 검거되는 과정에서 중학생 등 청소년까지 불법도박 영업에 동원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수사 당국의 추적을 피하려고 2016년 해외로 도주한 뒤 제3국 여권을 사용해 신분을 감추고 여러 차례 거주지를 옮기며 10년 동안 도피 생활을 이어왔다. 또 국내 유명 인사들을 현지로 불러들이거나, 고급 식당과 유흥업소를 이용하고 명품을 구매하는 등 호화 생활을 누린 것으로 드러났다. 최이동·김현규·김찬규 인터폴 적색수배 단독 보도 수조원대 도박 사이트 운영·자금세탁 추적 국내 불법 스포츠 도박 사이트를 해외 축구팀 유니폼과 경기장에 광고하기도 했는데, 이렇게 벌어들인 돈은 다시 대포통장으로 세탁했다. 정부는 TF를 중심으로 해외 거점을 둔 사이버 도박 조직을 추적해 검거하고, 자금 세탁망과 해외 은닉 재산 추적을 통해 범죄수익 환수도 추진할 방침이다. 도박 조직의 총책으로 지목된 김씨는 UAE 현지에서 국내 송환을 기다리고 있다. 김씨의 친동생 김찬규씨 역시 국내 송환 대기 상태인 것으로 파악됐다. 이들은 <일요시사>가 보도한 ‘조세호 82 멤버 조폭 최이동 정체’(https://www.ilyosisa.co.kr/news/article.html?no=257069) 단독기사에서 실명과 함께 범죄 혐의 및 해외 도피 행적을 추적했던 조직이다. 당시 <일요시사>는 최이동·김현규·김찬규 등 3명이 해외 불법도박 사이트 운영과 범죄수익 세탁 등의 혐의로 인터폴 적색수배 상태라는 사실을 보도했다. 세 사람의 구체적인 관계는 물론 국내 유명 인사들과의 연결고리, 자금 세탁에 활용됐다는 의혹을 받는 국내 사업체까지 추적했다. 최씨의 국내 송환으로 과거 김병수 전 김포시장과의 관계도 재조명되고 있다. <일요시사>는 지난 7월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촬영된 단체 사진을 토대로 최씨와 김찬규씨가 김 전 시장과 함께 여행 일정을 소화했던 사실을 보도했다. 해당 사진에는 김포시 자문변호사로 활동한 경찰 출신 이상훈 변호사도 등장했다. 김포시장 지인? 당시 김 전 시장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2023년경 이 변호사의 권유로 말레이시아를 방문했다고 설명했다. 김 전 시장은 “이 변호사가 바람을 쐬러 가자고 제안해 금요일에 출국한 뒤 일요일에 돌아오는 일정으로 해외를 다녀왔다”는 것이다. 김 전 시장은 최씨에 대해 몇 차례 만난 적은 있지만 사업가로만 알고 있었다는 취지로 설명했다. 이어 당시 최씨와 김찬규씨가 인터폴 적색수배 상태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는지 묻자 김 전 시장은 “몰랐다. 수배자라면 당연히 검거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최씨는 김포FC 홈경기장 VIP석에서도 목격된 바 있다. 김포FC는 김포시가 운영하는 시민구단으로, 당시 구단주는 김 전 시장이었다. 이에 김포FC 측은 “구단이 최씨를 직접 초청한 사실은 없으며 다른 멤버십 회원이나 후원사를 통해 티켓을 전달받았을 가능성이 있다”는 취지로 해명했다. 김 전 시장 역시 취재진에 “VIP석은 스폰서에게 배정되는 자리로, 구체적인 출입 경위는 구단에 문의하라”고 반박했다. 조세호와 친분 과시하던 조직 부총책 최이동의 두 얼굴 김병수 전 김포시장과 말련 동행…김포FC VIP석도 등장 특히 최씨와 김 전 시장을 연결한 이 변호사는 경찰 출신으로 김포시 자문변호사를 지낸 인물이다. 그는 다른 사건에서도 수사를 받던 차가원 빅플래닛메이드엔터테인먼트 대표와 현직 경찰관의 만남을 주선한 인물이다. <일요시사>는 이 변호사가 소유한 서울 용산구 한남동 소재 건물에 최씨 명의의 대부업체가 법인 본점 주소지로 등록돼있다는 사실도 확인했다. 부동산 등기부와 법인 등기사항을 대조한 결과, 이 변호사는 한남동 S 빌딩의 소유자였으며 최씨 명의 H 대부업체는 해당 건물을 사업장 소재지로 사용하고 있다. 최씨 등이 국내에서 수익을 현금화하거나 다른 사업자금으로 전환했다면 범죄수익 추적의 실마리가 될 수 있다. 수사 관련 자료와 복수의 제보를 종합하면 김씨는 해외 도박 조직의 전반적인 운영과 자금 흐름을 관리하고, 김찬규씨는 현지 실무와 도박 사이트 관리 등에 관여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김찬규씨는 올해 4월 말레이시아에서 발생한 한국인 납치사건의 피해자로 등장하면서 처음 신원이 드러났다. 말레이시아 현지 보도에 따르면 한국인 권모씨 등 3명은 지난 4월17일 겐팅하이랜드에서 쿠알라룸푸르로 이동하던 김찬규씨를 납치해 감금한 뒤 거액의 몸값을 요구한 혐의로 기소됐다. 남은 수배자는? 현지 수사 당국은 사건 발생 나흘 만에 김찬규씨를 구조하고 납치 용의자들을 체포했다. 김찬규씨가 인터폴 적색수배 대상자라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사건은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전개됐다. 현지 법원에서 그는 불법체류 혐의 등으로 징역형을 선고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납치사건에서는 피해자였지만, 한국에서는 해외 불법도박 사이트 운영 등에 관여한 혐의로 수사를 받는 피의자 신분이었던 셈이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