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엇갈린 판결’ 이임재·박희영

구청은 봐주고 경찰만 잘못?

[일요시사 취재1팀] 최윤성 기자 = 158명의 사망자를 낸 이태원 참사 부실 대응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주요 책임자 2명에 대한 판결이 엇갈렸다. 이임재 전 서울 용산경찰서장과 박희영 용산구청장 모두 참사 당시 안전 관리 대책 마련에 소홀했다는 이유로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가 적용됐지만, 재판부는 이 전 서장의 혐의만 인정했다. 이에 유가족은 무책임으로 일관한 박 구청장의 무죄판결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서울 한복판서 158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이태원 참사’와 관련해 부실하게 대응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임재 전 서울 용산경찰서장이 1심 재판서 금고형을 선고받았다. 참사가 발생한 지 약 2년 만에 핵심 책임자에 대한 선고가 이뤄진 것이다. 

부실 대응
과실 인정

반면, 이날 같은 혐의로 기소된 박희영 구청장에게는 무죄를 선고했다. 사고 당시 책임을 다했는지를 놓고 법원이 경찰과 용산구청 관계자들에 대해 엇갈린 판단을 내놓은 셈이다.

서울서부지법 형사합의11부(배성중 부장판사)는 지난달 30일 업무상 과실치사상 등 혐의로 기소된 이 전 서장에게 금고 3년을 선고했다. 참사 2주기를 약 한 달 앞두고 나온 판결로, 당시 현장 경찰 대응을 지시한 책임자의 업무상 과실이 인정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다만 재판부는 이 전 서장이 국회 청문회서 허위 증언한 혐의(국회증언감정법상 위증)와 허위공문서작성·행사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무려 158명이 소중한 목숨을 잃었는데, 2014년 세월호 이후 우리나라 발생 최대의 참사이자 삼풍백화점 이후 서울 도심서 발생한 최대 인명사고”라며 “이태원 참사가 자연재해가 아니라 각자 자리서 주의의무를 다하면 예방할 수 있었던 인재임을 부인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 전 서장 측은 그간 대규모 압사사고 발생을 예상할 수 없었으며, 핼러윈 축제 관련 사전 대책 마련이나 참사 발생 후 조처와 관련해서도 주어진 여건서 최선을 다했다는 취지로 주장해 왔으나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언론 보도와 경찰의 정보 보고 등을 종합하면 2022년 핼러윈데이를 맞은 이태원 경사진 골목에 수많은 군중이 밀집돼 보행자가 서로 밀치고 압박해 (보행자의)생명, 신체에 심각한 위험성이 있다고 예견할 수 있었다고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이 전 서장에게 상황을 통제·관리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보고 “참사 당일 오후부터 이태원에 유입되는 인파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오후 6시30분께부터 사고 부근 압사의 위험 및 인원 통제를 요청하는 112신고가 있었지만, 112 자서망(교신용 무전망)을 제대로 청취하지 않거나 소홀히 대처했다”고 지적했다. 

이 전 서장은 지난 2022년 10월29일 참사 당일 이태원 일대에 대규모 인파로 인한 사고 방지 대책을 세우지 않고 경비 기동대 배치와 도로 통제 등 조치를 제때 하지 않아 인명피해를 키운 혐의 등으로 지난해 1월 구속 기소됐다.

또 부실 대응을 은폐하기 위해 자신의 현장 도착 시각을 허위로 기재하도록 직원들에게 지시한 혐의와 국회 청문회서 참사를 더 늦게 인지한 것처럼 증언하고 서울경찰청에 경비기동대 지원 요청을 지시했다고 허위 증언한 혐의로도 기소됐다. 

재판부는 이날 “증거인멸 우려가 있다고 보기 어렵고 방어권을 보호해야 한다”며 이 전 서장의 보석을 취소하지는 않았다. 이 전 서장은 구속 기소 후 약 6개월 뒤인 지난해 7월6일 보석으로 풀려나 불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아왔다. 


이태원 참사 부실 대응 혐의
용산경찰서장 안전 소홀 인정

이 전 서장의 위증 혐의 등에 대해서는 “오후 11시1분께 이전에 대량 인명 사상 사고 발생 및 피해 규모를 대체로 인식했다고 보기 어렵고 용산서 직원들에게 경비기동대를 요청하라고 지시했다는 것도 허위라고 평가하기 어렵다”며 무죄로 판단했다.

재판이 끝난 뒤 이 전 서장은 기자들과 만나 선고 결과에 대해 “법원의 결정을 존중한다”고 밝혔다. 항소 계획을 묻는 질문에도 같은 답변을 했다. 유가족을 향해서는 “죄송하고 또 죄송스럽다”고 말했다.

앞서 검찰은 지난 7월 이 전 서장에게 징역 7년을 구형했다. 검찰은 결심공판서 “이 전 서장은 지역 내 인파 집중에 따른 사고를 예측해 대책을 마련하고, 인명피해를 막아야 할 권한과 책임이 있는 지역 경찰의 컨트롤타워”라며 “자신에게 부여된 책임을 전혀 이행하지 않고 사고를 막기 위한 실질적인 조치를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런데도 자신에게 부여된 책임을 전혀 이행하지 않고 사고를 막기 위한 어떠한 실질적 조치도 하지 않았다”며 “피고인은 오히려 자신의 과오를 은폐하기에 바빴고 과실로 인한 결과가 너무 중대해 준엄한 처벌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전 서장은 이태원 참사 당일 압사 위험 신고가 쇄도하는 가운데 한 식당서 느긋하게 식사하는 장면이 공개돼 많은 이들에게 공분을 사기도 했다.

이 전 서장은 참사 발생 당일 용산 일대서 열린 집회 대응을 지휘한 뒤 오후 9시24분쯤 식사를 하러 용산서 정보과장, 경비과장 및 직원 등과 함께 용산서 인근의 한 설렁탕집을 찾았다. 이들은 20여분간 식사했다. 

그사이 이 전 서장에게 이태원 현장이 ‘긴급 상황’이라는 보고가 있던 것으로 추정되나, 이 전 서장 등은 다급한 기색 없이 태연히 식사를 마친 뒤 자리서 일어났다. 결제하고 식당을 나서는 순간까지도 급박한 분위기는 느껴지지 않았다. 

식당서 나온 이 전 서장은 관용차량에 탑승한 뒤 이태원 현장으로 향했다. 오후 10시쯤 사고 현장서 도보 10분 거리인 녹사평역에 도착했으나 길이 막히는 상황서도 차량 이동을 고집했다.

이에 50여분이 지난 오후 11시쯤 차량에 내려서 뒷짐을 지고 느긋하게 걷는 모습이 CCTV에 포착돼 논란이 된 바 있다. 또 오후 11시5분경 이태원 파출소에 도착했음에도 48분 전인 오후 10시17분경 도착했다는 허위 보고를 하기도 했다.

이어진 재판서 업무상 과실치사상 등 혐의로 기소된 박 구청장은 무죄를 선고받았다. 법원이 구청 쪽 책임은 인정하지 않은 결과로 앞서 재판부가 이 전 서장에 대해 실형을 선고한 것과 대조적이다.

재판부는 “이 사건 당시 재난안전법령에 다중 운집에 의한 압사사고가 재난 유형에 분류되지 않았고 특히 재난안전법령은 주최자가 없는 행사에 대해 별도의 안전관리계획을 수립해야 한다는 의무규정 역시 마련하고 있지 않다”고 판시했다.


이에 따라 “사전대비 대책 마련 과정서 피고인들에게 형사 책임 물어야 할 업무상 과실이 있다고 보이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예견된 위험
소홀한 대처

이태원 참사의 직접 원인은 ‘다수 인파의 유입과 그로 인한 군중의 밀집’에 있다고 봤는데, 자치구는 대규모 인파를 분산·해산시킬 권한이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그러면서 “경찰·소방 등을 통해 사고 일대를 확인해 달라는 요청도 받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용산구청의 재난 대응조직도 “특별히 다른 자치구와 비교해 미흡하다고 볼 수 없다”고 봤다. 

박 구청장이 참사 당일 오후 9시께 당직실 직원에게 삼각지역 인근 집회 현장서 시위 전단지를 수거하라고 지시하면서 대응이 늦어졌다는 검찰의 주장에 대해서는 “검찰의 충분한 주장과 입증이 부족해 전단지 수거와 사고 발생 사이의 인과관계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박 구청장은 선고 후 법정을 나오면서 ‘판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유족이나 희생자에게 할 말은 없는지’ 등을 묻는 취재진에게 묵묵부답으로 자리를 떠났다.


공직선거법상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은 지방자치단체장은 피선거권을 잃고 퇴직 대상이 된다. 박 구청장은 이날 무죄를 선고받으면서 구청장직 상실은 면하게 됐다.

앞서 검찰은 박 구청장이 대규모 인파 사고를 예견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안전관리계획을 세우지 않았고, 상시 재난안전상황실도 적절히 운영하지 않았다며 지난해 1월 기소했다. 이후 박 구청장은 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아오다 지난해 6월 보석금을 내고 풀려나 구청장 직무를 이어왔다. 

검찰은 “피고인은 참사에 가장 큰 책임 있는 사람 중 한 명”이라며 “용산구 안전을 총괄 책임지는 재난관리책임자로 (재난을)예측하고 예방할 책임이 있는데도, 자신에게 부여된 책임을 전혀 인정하지 않고 사고를 막기 위한 조치도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어 “피고인이 사고 당일 현장 부근에 도착했음에도 (상황을)확인하는 최소한의 노력조차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박 구청장은 재판 내내 “이태원 곳곳이 다 특색이 있어 특정 어떤 지역으로 많이 몰릴 것이라는 생각은 하지 못했다”면서 “참사와 관련해 소방과 경찰의 지휘 감독 권한이 구청장에게 있지는 않다. 사고 발생을 예측하기 어려웠다”고 반박했다.

대조적 선고
운명 갈림길

박 구청장은 참사 발생 직전 두 차례 현장 근처를 지나고도 별다른 조치를 하지 않아 비판받은 바 있다. 박 구청장은 참사 당일 오후 8시20분과 9시를 조금 넘은 시각 두 차례 이태원 ‘퀴논길’을 지나갔다.

퀴논길은 참사가 발생한 해밀톤 호텔 옆 골목의 도로 맞은편에 있는 상가 뒷길로, 사고 현장서 184m, 걸어서 4분 거리에 불과한 곳이다.

박 구청장에 대한 무죄판결이 나오자, 방청석에 자리하고 있던 이태원 참사 유가족들 사이에선 오열이 터져 나왔다. 판결 직후 유가족들은 서부지법 앞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박 구청장 등에 대한 무죄판결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반발했다.

이날 재판은 오후 2시 이 전 서장, 오후 3시30분 박 구청장 순으로 진행됐다. 이 전 서장 선고 땐 상대적으로 차분한 모습을 보였던 유가족들은 박 구청장의 무죄 사실을 듣고 오열하거나 고성을 지르는 등 격앙된 모습이었다. 이 중 일부는 주먹으로 박 구청장이 탄 차를 치거나 가만히 한 자리에 서서 오열하기도 했다.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이하 유가협)와 시민대책회의는 지난달 30일 입장문을 통해 “이번 판결은 기존 사회적 참사에 관한 사법부의 판단과 달리 피고인들의 업무상 과실을 인정하지 않아 면죄부를 주고 말았다”고 비판했다. 

이어 “참사 전날과 당일 저녁 내내 이태원 일대는 핼러윈데이 인파로 인해 극심한 혼잡과 다수의 민원이 제기됐으며, 피고인들은 이를 충분히 확인하고 알 수 있는 상태에 있었다”면서 “피고인들이 인파 운집 가능성을 몰랐다는 것은 무지와 무관심서 비롯된 것인데, 이는 도저히 무죄의 근거가 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또 “참사 예방·대응·수습에 모두 실패한 박 구청장은 이날 선고 전까지도 그 직을 유지했다”며 “참사 발생에만 책임이 있는 것이 아니고, 참사의 진상규명을 방해하고 참사 책임을 일반 시민에게 돌리는 행태를 보였고 참사 이후 유가족의 회복과 우리 사회의 회복을 방해했다”고 날을 세웠다. 

용산구청장은 무죄 선고
“무책임 일관”유가족 반발

유가족들은 “공판 내내 자신들의 책임을 끝까지 부정하고, 온갖 변명을 일삼고, 일선 공무원과 경찰들에게 그 책임을 떠넘기는 모습에 비통한 가슴을 부여잡고 눈물 흘릴 수밖에 없었다”면서 “정부와 사법에 대한 불신 속에서도 끝까지 법원을 믿고 엄중한 처벌을 하길 간곡히 바라던 유가족의 믿음과 한 가닥의 희망마저 저버렸다”고 한탄했다. 

이들은 이번 판결에 대한 검찰의 즉각적인 항소를 촉구하며 “법원은 이들에게 무죄를 선고했지만, 우리는 법정서, 그리고 법정 밖에서 이들의 죄책을 끝까지 밝혀나갈 것이며, 이날의 이 슬픔과 절망과 분노를 안고 끝까지 싸울 것”이라고 결의를 다졌다. 

유가족들은 ‘10·29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과 재발 방지를 위한 특별조사 위원회’(이하 특조위)로 철저한 진상규명을 다짐했다. 이정민 유가협 위원장은 법원 앞 기자회견서 “경찰 특수본과 검찰의 수사는 부실하기 짝이 없었다”며 “그 부실하기 짝이 없는 수사 결과를 갖고 오늘의 재판 결과가 나온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이런 결과를 예견했기 때문에 (이태원 참사)특별법을 통해서 특조위 조사를 강력하게 요구했던 것”이라며 “이제 우린 특조위 결과를 통해 이들의 잘못을 밝혀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유가족과 시민단체는 이날 선고에 앞서 피고인들의 엄벌을 촉구하며 서울시청부터 선고가 예정된 서울서부지법까지 행진을 열었다.

이날 이 전 서장과 함께 기소된 송병주 전 용산서 112상황실장은 금고 2년형, 박인혁 전 서울경찰청 112치안총압상황실 팀장은 금고 1년에 집행유예 2년형을 선고받았다. 허위 보고서 작성에 개입한 혐의를 받는 정현우 전 용산서 여성청소년과장, 최용원 전 용산서 생활안전과 경위에게는 각각 무죄가 선고됐다.

박 구청장과 함께 재판에 넘겨진 유승재 전 용산구 부구청장, 최원준 전 용산구 안전재난과장, 문인환 전 용산구 안전건설교통국장에게도 모두 무죄가 선고됐다.

현재 이태원 참사와 관련해 재판에 넘겨진 피고인은 해밀톤관광 등 법인 2곳을 포함해 총 23명이다. 이날 선고 후 남은 1심 재판은 김광호 전 서울청장 등 서울청 3인의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 사건 등 4건이다. 

납득 불가능
무너진 억장

박성민 전 서울청 공공안녕정보외사부장은 앞서 용산서 정보관들에게 업무 컴퓨터에 보관 중인 다른 이태원 핼러윈 관련 자료 4개를 삭제하도록 지시한 혐의로 기소돼 지난 2월, 1심서 징역 1년6개월을 선고받은 뒤 서울고법서 항소심 재판을 받고 있다.

건축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해밀톤호텔 관계자들의 2심은 서부지법서 진행 중이다. 1심에서는 호텔 대표 이씨와 호텔 법인 해밀톤관광에 각각 벌금 800만원이 선고됐다.

<yuncastle@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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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승자박’ 정청래 리더십 위기

‘자승자박’ 정청래 리더십 위기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리더십이 위기다. 1인1표제가 통과된 이후 힘을 받나 싶더니,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문제와 2차 종합특검 후보 논란 등 악재가 겹치면서 연임에 적신호가 켜졌다. 이재명 대통령도 시시각각 리더십 시험대에 올랐지만 결국 대권가도의 길을 걸었다. 정 대표도 무사히 ‘이재명의 길’을 걸을 수 있을까? 지난 10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를 ‘일시 중지’하기로 결론지었다. 늦은 시간까지 이어진 의원총회서 민주당 의원들은 대체로 지방선거 전 합당 추진을 중단하자는 의견을 낸 것으로 전해진다. 충분한 논의 없이 합당을 띄워 당을 혼란스럽게 하고, 당·청 관계까지 어색해진 만큼 ‘정청래 책임론’이 불거지면서 리더십은 타격을 입게 됐다. 더 좁아진 운신의 폭 이날 정 대표는 국회에서 비공개 최고위원회의를 연 뒤 브리핑에서 “오늘 민주당 긴급 최고위와 함께 지방선거 전에 합당 논의를 중단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대신 지방선거 후 통합을 추진하기 위한 ‘연대와 통합을 위한 추진준비위원회(이하 통합추진준비위)’ 구성을 결정하고, 혁신당에도 준비위를 구성할 것을 제안했다. 정 대표는 “당 대표로서 혁신당과 통합을 제안한 것은 오직 지방선거 승리와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한 충정이었다”며 “그러나 통합 제안이 당 안팎에서 많은 우려와 걱정을 가져왔고, 통합을 통한 상승 작용 또한 어려움에 처한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러 자리에서 의원들의 말씀을 경청했고 민주당 지지층 여론조사 지표도 꼼꼼히 살피는 과정에서 더 이상 혼란을 막아야 한다는 당 안팎의 여론을 무겁게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당을 혼란케 한 점에 대해서도 사과했다. 정 대표는 “그동안 통합 과정에서 있었던 모든 일들은 저의 부족함 때문”이라며 “국민 여러분과 민주당 당원들, 혁신당 당원들께 사과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당초 이달 13일 입장을 밝히겠다던 혁신당은 날짜를 앞당겨 지난 11일 긴급 최고위원회를 열고 사안에 대해 입을 열었다. 혁신당 조국 대표는 통합추진준비위 구성에 동의하며 6월 지방선거 연대 가능성을 열어뒀다. 민주당을 향한 뼈있는 말도 이어졌다. 조 대표가 “선거 후에는 통합의 의미가 무엇인지 확인하고 내용과 방식에 대한 논의를 책임감 있게 이어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한 것이다. 그동안 혁신당은 민주당에 흡수되는 방법을 피하고자 했던 만큼 합치는 방식에 대한 합의점을 찾는 것이 합당의 최대 과제로 남아있다. 조 대표는 “양당 간 회동이 이뤄지면 먼저 민주당이 제안한 연대가 지방선거에서의 연대인지 아니면 추상적 구호로서의 연대인지 확인해야 한다”며 “지방선거 연대가 맞다면 추진준비위에서 그 원칙과 방법을 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모든 과정에서 양당은 상호 신뢰와 존중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진행해야 한다”며 “특정 정치인 개인과 계파의 이익이라는 관점에서 접근하면 반드시 역효과가 난다. 국민과 양당 당원께 또다시 실망을 드리고 말 것”이라고 경고했다. 제동 걸린 민주당-혁신당 합당…다음 복안은? ‘쌍방울 변호인’까지…제대로 꽂힌 ‘2연타’ 조 대표는 정 대표의 사과를 수용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조 대표는 “정 대표께서 혁신당 당원에게 표명한 사과를 받아들인다”며 “혁신당 당원은 당으로 향해지는 비방과 모욕에 큰 상처를 입었다. 다시는 이런 일이 없어야 한다”고 밝혔다. 혁신당 박병언 선임대변인도 회견 후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이) 단순히 연대라고만 표현했는데 우당 간 레토릭적 연대를 의미하는지, 실질적으로 두 당이 지선을 치러낸다는 선거 연대인지 분명히 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며 민주당의 답변을 요구했다. 앞서 민주당은 합당이 아닌 ‘지선 이후 통합’이라는 단어를 썼는데, 민주당의 답변에 따라 향후 당의 대응이 달라질 것으로 풀이된다. 합당 논의가 중지되면서 당이 숨 고르기에 들어가나 싶더니 2차 종합특검으로 추천된 전준철 변호사가 새로운 불씨가 됐다. 민주당이 추천한 전 변호사는 2023년 ‘불법 대북 송금 사건’으로 구속 기소된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 등의 변호인으로 선임된 인물이다. 1심 이후 사임했지만, 친명(친 이재명)계에서는 “이재명 죽이기” “제2의 체포동의안 사태” 등 격하게 반발했다. 친청(친 정청래)계로 분류되는 이성윤 최고위원이 전 변호사를 추천하면서 반발이 더욱 거세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전 변호사는 검사 시절 김건희 주가조작 사건, 한동훈 채널A 사건 등을 담당했다. 이 최고위원은 “(전 변호사가) 윤석열·김건희 수사를 할 때 서슬 퍼런 윤 총장하에서도 결코 소신을 굽히지 않고 강직하게 수사했다”며 “이번 2차 종합특검의 중요성에 비춰 적임자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확한 팩트 확인 없이 전 변호사가 김성태 대북 송금 조작 의혹 사건을 변호했고, 그런 변호사를 추천함으로써 마치 정치적 음모가 있는 것처럼 의혹이 확산하는 것을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정·이 차이는? ‘윤정부에서 탄압을 받은 변호사’를 강조했지만, 민주당을 설득시킬 명분이 부족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러자 이 최고위원은 “이번 2차 종합특검 추천 과정에서 조금 더 세밀하게 살피지 못한 것을 유감스럽게 생각하고, 앞으로는 더 세심히 살피겠다”고 사과했다. 정 대표도 거듭 고개를 숙였다. 정 대표는 해당 사태를 인사 검증 실패에 따른 ‘사고’로 규정하고 “당에서 벌어지고 있는 모든 일의 책임은 당 대표인 저에게 있다. 대단히 죄송하다”며 사과의 뜻을 밝혔다. 지도부가 진화에 나섰지만 사태는 이 최고위원을 향한 사퇴 압박으로 이어졌다. 이번 사태가 단순한 인사 사고가 아닌 정청래 체제를 향한 불만이 표면화된 결과라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무산과 후보자 논란으로 정 대표의 리더십이 2연타를 맞으며 8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연임 가능성도 불투명해졌다. 정 대표는 직접 연임 여부를 밝히지 않았지만 1인1표제 등 당원의 힘을 강화하는 작업에 공을 들이며 대권주자로 나서기 위한 입지를 다지고 있다는 해석이 우세했다. 혁신당과의 합당 이후 지방선거를 승리로 이끈다면 공은 정 대표에게 돌아간다. 그 성과를 토대로 대표 연임에 성공한 뒤 차기 대권까지 밟는 이른바 ‘이재명의 길’을 염두에 뒀다는 것이다. 여의도가 바라본 이재명의 길은 순탄치만은 않았다. 친문(친 문재인)계가 민주당을 꽉 쥐던, 시절 그는 한 줌의 계파도 없이 고군분투하며 기득권에 맞섰다. 온건파 사이에서 파격적인 개혁을 앞세워 당원들의 갈증을 해소했고, 이들을 ‘개딸(개혁의 딸)’로 묶어 본격적인 팬덤 정치에 나섰다. 당 대표 시절에는 대선에 출마하려는 대표의 사퇴 시한인 ‘대선 1년 전’에 예외를 두는 내용의 당헌을 바꾸면서 극심한 내홍에 시달렸다. 그럼에도 당시 이재명 대표는 자신 있게 뜻을 밀어붙였고 전당대회서 최종 득표율 85.4%로 연임에 성공했다. 리더십 심폐소생 권력의 정점에 선 이 대통령이 걸어온 길은 비주류에서 주류로 거듭나고 싶어하는 정치인들의 ‘롤모델’로 자리 잡았다. 정 대표는 그런 거친 이재명의 길 초입에 들어섰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사이다 화법’으로 지지 세력을 키우는 시도는 이 대통령과 매우 유사하다. 이 대통령도 성공하지 못했던 1인1표제를 정 대표는 해냈다”면서도 “서둘렀던 게 문제다. 합당도 시기가 적절하지 못했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어 “이 대통령은 당 대표이던 시절부터 모든 것이 순차적으로 맞아떨어졌다. 그때는 민주당이 야당이었고 윤석열·김건희라는 공공의 적이 있으니 친명과 비명(비 이재명)이 매일같이 싸워도 봉합할 명분이 충분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과 정 대표의 차이는 측근의 유무다. 이 대통령은 성남시장일 때부터 함께해 온 이른바 ‘성남 라인’이 존재했고, 김현지 대통령비서실 제1부속실장 등 측근이라고 부를 수 있는 사람이 존재했다”며 “친청을 자처하는 의원들이 있지만 이들을 측근이라고는 볼 수 없다. 김어준·유승민 두 사람이 정 대표에게 영향을 주는 인물로 꼽히지만, 그들조차도 자기 정치에 당 대표를 쓰는 느낌이 든다. 누가 중심이고, 누가 휘둘리는지 알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승부수를 던지지 않는 한 지방선거가 정 대표의 마지막 리더십 시험대가 될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린다. 지방선거에 사활을 걸어 ‘압승’을 끌어낸다면 무너진 리더십을 다지는 건 물론 8월 전당대회 출마 명분까지 얻을 수 있다. 당장은 정 대표가 타격을 받았지만 선거 국면을 통과하면서 과오가 희석되는 흐름에 기대를 건 셈이다. 민주당은 오는 4월 중순까지 모든 지방선거 공천을 마무리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다만 경선 규칙과 공천 룰 등을 두고 계파 간 갈등이 재점화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모든 권력에는 비판이 따르기 마련”이라는 한 정치권 관계자의 말처럼 반대 여론을 찬성 여론으로 바꾸는 과정에서 리더십이 판가름 난다. 시계를 돌려 2024년 4월, 이 대통령 역시 당 대표이던 시절 공천 시즌을 앞두고 ‘비명횡사’ 논란에 휩싸였다. 현역 의원 의정평가 하위 20% 통보를 박은 이는 6명으로 모두 비명계였던 만큼 의원들 대다수가 ‘친명’을 내세워 마케팅을 이어갔다. 이, 비주류서 180석 야당 대표로 지선 앞둔 대표님의 큰 그림은? 공천 갈등은 당 지지율 하락으로 이어졌고 민주당이 패배했던 2012년 총선이 되풀이될 것이란 당내 우려가 커졌다. 하루가 멀다고 나오는 사퇴 요구에 이 대표는 “툭 하면 사퇴 요구를 하는 분들이 있는데, 그런 식으로 사퇴하면 1년 내내 대표를 바꿔야 한다”며 오히려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친명과 비명 간의 갈등은 “환골탈태 과정에서 생기는 약간의 진통”으로 진단했다. 이 대표의 리더십이 총선의 최대 걸림돌로 여겨졌지만, 180석 공룡 야당을 탄생시키면서 여론을 뒤집었다. 정 대표 역시 “비 온 뒤에 땅이 굳는다고 (합당 논란을)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아 지방선거 승리에 올인하겠다”며 반전의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그러나 어떤 기습 행동으로 당을 흔들지 종잡을 수 없어 잃어버린 신임을 되찾는 것이 지방선거를 앞둔 첫 번째 과제로 여겨진다. 정 대표는 ‘억울한 컷오프를 최소화하는 것’에 방점을 찍었다. 지난 11일에는 “공천 과정 전반의 불공정·불합리한 사례를 사전에 점검해 신뢰받는 공천 시스템을 구축하고자 노력하겠다”며 공천신문고 구성 안건을 의결했다. 이날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민주당이 합당 과정에 여러 가지 내홍을 겪고 걱정을 끼쳐드렸지만 그런 와중에도 할 일은 빈틈없이 해왔다”며 “민주당은 공정한 경선을 통한 공천, 투명한 공천이 지방선거 승리의 요체임을 여러 차례 밝혀왔다. 당 대표의 이 같은 의지가 (공천신문고) 제도를 통해서 충실히 반영되고 있다는 점을 다시 한번 말한다”고 강조했다. 정 대표가 ‘이재명 모델’로 노선을 잡았지만 ‘제2의 ○○○’이라는 꼬리표가 오히려 발목을 잡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대선을 앞두고 과감하게 오른쪽으로 핸들을 꺾은 이 대통령의 ‘중도 보수’ 전략까지 정 대표가 따라 할 수 있겠냐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문재인 전 대통령에 실망한 사람들이 정권교체에 손을 들어줬다. 이 대통령이 임기를 마칠 때 즈음이면 정권 유지든 교체든 국민의 마음속에 새로운 잣대가 세워질 것”이라며 “시간이 걸리더라도 좌우 통합을 이뤄낼 지도자를 원할지, 지금보다 조금 더 강경한 지도자를 원할지는 현 정부에 달려 있다. 그 시대에 맞는, 또 국민이 원하는 사람이 차기 대권주자로 분류될 것”이라고 봤다. 신선한 뉴페이스? 이어 “이 대통령은 후임자를 키우지 않는다고 한다. 미래의 민주당은 당 대표도, 차기 대권주자도 ‘포스트 이재명’이 아닌 새로운 모델이 필요하다”며 “이 대통령의 행보가 잘못됐다는 것이 아니라 이재명 그림자에만 메어서는 민주당이 앞으로 나아갈 수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극단으로 치닫는 여야 갈등 지난 12일 이재명 대통령이 설을 앞두고 민생 회복과 국정 안정을 위한 초당적 협력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여야 대표를 오찬에 초대했지만, 약속 시간을 한 시간 앞두고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불참을 통보했다. 장 대표는 “(이번 회동이) 부부 싸움하고 둘이 화해하겠다고 옆집 아저씨 불러놓는 꼴이라는 것을 충분히 알고 있었다”며 불쾌한 기색을 드러냈다. 이어 “오늘 회동에 가면 여야 합치를 위해 무슨 반찬을 내놨고, 쌀에 무슨 잡곡을 섞었고 그런 것들로 오늘 뉴스를 다 덮으려 할 것”이라며 “대한민국 사법시스템 무너지는 소리를 덮기 위해 여야 대표와 대통령이 악수하는 사진으로 모든 걸 다 덮으려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날 밤 민주당이 추진하는 이른바 ‘재판소원법’과 ‘대법관증원법’이 국민의힘 반발 속에 여당의 주도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를 통과한 것에 대한 불만을 표현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정청래 대표는 SNS를 통해 “국민과 대통령에 대한 예의는 눈곱만큼도 없는 국민의힘의 작태에 경악한다”며 “본인이 요청할 때는 언제고 약속 시간 직전에 이 무슨 결례인가. 국민의힘, 정말 ‘노답(답이 없음)’”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청와대도 “이번 회동은 국정 현안에 대한 소통과 협치를 위한 자리였다. 그런 취지를 살릴 수 있는 기회를 놓쳤다는 데 깊은 아쉬움을 전했다”고 밝혔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