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의 재활용 ②평창무이예술관

산골 학교라서 더 낭만적인 평창무이예술관

“훌륭한 인재가 많이 배출되라고 마을에서 좋은 터를 골라 학교를 지었다고 합니다.” 평창무이예술관(이하 무이예술관) 김권종 대표가 마을 어르신들의 말을 빌려 들려준 이야기다. 겹겹의 산이 빙 둘러싼 온화한 평지에 들어선 학교 풍경은 누가 봐도 그림 같다. 폐교로 방치됐다면 아까울 뻔했는데 다행히 무이예술관이라는 새로운 역할을 부여받았다.

지난 1999년 폐교한 무이초등학교는 조각가 오상욱, 서양화가 정연서, 서예가 이천섭 등의 예술가를 만나 2001년 무이예술관으로 변신했다. 기존 학교 틀을 그대로 살린 채 학교 운동장은 조각공원으로, 교실은 전시실로 꾸몄다. 그 덕에 예술관에 머무는 내내 옛 시골 학교 정취를 고스란히 만끽할 수 있다.

예술관 정문으로 변신한 교문을 지나면 조각공원이 먼저 반긴다. 오상욱 작가의 작품들로 채워진 조각공원은 쉬는 시간이나 방과 후 학교 운동장 풍경처럼 자유로운 분위기다. 공식에 얽매이지 않고 작품을 전시했고 방문객은 각자 원하는 방식대로 자유롭게 관람한다. 관람객들은 작품에 저마다의 상상을 덧붙이는가 하면 작품 속 인물의 자세를 따라 하며 즐거운 한때를 보낸다. 

조각공원을 한 바퀴 돌아본 후에는 내부 전시관으로 향하자. 갤러리 카페를 통해 입장하면 된다. 전시관 입구에 서면 반질반질한 나무 복도가 먼저 눈에 들어온다. 복도 바닥은 세월의 흔적이 묻어나지만, 관리 상태가 아주 양호하다. 무이예술관 대표가 때마다 손수 콩기름으로 바닥칠을 한 결과다.

자유로운 분위기의 조각공원

복도를 걸을 때 들려오는 삐걱삐걱 소리마저 정겹다. 복도 초입에는 무이초등학교 시절 사용하던 커다란 칠판이 놓여 있다. 누구나 낙서할 수 있는 칠판에는 이미 관람객들이 남겨 놓은 흔적이 빼곡하다. 김 대표는 이 칠판 역시 하나의 작품이라고 설명한다.


매일매일 변하는 특별한 작품으로 작품명은 ‘흔적’이라고. 내부 전시관 관람 동선은 단순하다. 복도를 따라 이동하면 자연스레 전체를 돌아보게 된다. 무이예술관을 꾸린 작가별 전시 공간과 기획 전시실로 이뤄지는데 작가들의 분야가 서양화, 서예, 조각으로 각각 달라 다양한 장르의 예술품을 감상할 수 있다.

수십년간 메밀꽃을 화폭에 담아 온 정연서 화백의 작품이 전시된 공간은 지역적 특색을 잘 담아낸다. 예술관이 자리한 봉평은 소설 <메밀꽃 필 무렵>의 주 무대이자 지금도 메밀꽃밭으로 유명하다. 메밀꽃 그림이 사방을 둘러싼 전시실에 서면 마치 실제 메밀꽃밭에 있는 듯한 착각이 든다.

그림이 워낙 정교하고 세밀해 메밀꽃이 살아 숨 쉬는 느낌이다. 때를 놓쳐 봉평에서 메밀꽃을 구경하지 못했다면 이곳에서 아쉬움을 달랠 수 있다. 전시 공간 사이에는 아담한 아트숍이 있다. 작가들이 만든 아트 상품을 비롯해 소소한 굿즈를 판매하며 어린이를 위한 체험 키트도 준비했다.

<메밀꽃 필 무렵> 도시
폐교서 예술관으로

창가에는 무이초등학교서 쓰던 낡은 풍금이 놓여 있다. 학생들과 함께 신나게 노래 불렀을 풍금의 찬란했던 한때를 자연스레 상상하게 된다.

무이예술관서 빼놓을 수 없는 또 하나의 공간은 바로 갤러리 카페다. 카페는 2층으로 이뤄지며 각 층에 야외 테라스를 두고 있다. 1층에서는 조각공원을 바로 눈앞에 두고 쉬어갈 수 있고 2층에서는 주변 산세와 무이예술관의 조화를 한눈에 담을 수 있다.

내부에는 작품, 포토존, 풍금 같은 볼거리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갤러리 카페의 인기 메뉴는 봉평 감자 피자. 이미 입소문이 자자해 피자를 먹으러 예술관을 찾는 이들도 많다. 이름처럼 봉평 지역서 생산한 감자를 넣어 만드는데 담백하면서도 고소한 맛이 일품이다.


원적외선이 나오는 화덕에서 구운 피자에는 수제 피클과 소스가 곁들여 나온다.

봉평 감자 피자 탄생에는 남다른 사연이 있다. 김 대표는 지난 2020년 무렵 감자 농사를 지은 지역 농민들이 제대로 값을 받지 못해 밭을 갈아엎고 빚더미에 오르는 모습을 지켜봤다. 지역에 뿌리내린 공간으로서 어떤 역할이라도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 봉평 감자를 알리기 위한 피자를 개발했다.

여러 시도 끝에 지금의 감자 피자를 완성했고 호평을 얻고 있다. 화덕 피자 만들기를 비롯한 다양한 문화예술 체험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사전 문의는 필수다.

무이예술관 운영 시간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9시까지며 실내 전시관은 오후 6시까지만 이용할 수 있다. 수요일은 휴관이나 공휴일, 성수기, 평창효석문화제 기간은 예외다. 입장료는 5세 이상부터 64세까지 5000원, 65세 이상 4000원이고 야간 입장(오후 6시 이후)은 무료다. 

“산허리는 온통 메밀밭이어서 피기 시작한 꽃이 소금을 뿌린 듯이 흐믓한 달빛에 숨이 막힐 지경이다.” 대한민국 국민 누구나 알 법한 이효석 소설 <메밀꽃 필 무렵>에 나오는 문장이다. 작가의 고향이자 소설의 무대인 봉평에는 이효석의 생애와 문학세계를 소개하는 문학관이 자리한다.

실내 전시실에는 작가의 창작실을 재현한 코너나 옛 봉평장터 모형 등이, 야외에는 기념사진 찍기 좋은 이효석 좌상이 있다. 바로 이웃한 효석달빛언덕에는 복원한 이효석 생가, 근대문학체험관, 작가의 평양 집을 재현한 평양푸른집이 있어 함께 관람하면 알차다.

이달 초에 방문하면 메밀꽃이 흐드러진 풍경과 평창효석문화제(2024년 9월 6~15일)까지 함께 즐길 수 있다.

소설 <메밀꽃 필 무렵>에 등장하는 봉평장도 들러보자. 봉평전통시장은 상설시장으로도 운영되지만, 오일장(매달 2, 7일로 끝나는 날)이 열리는 날에 방문해야 살 거리와 먹거리가 풍성하다. 막국수, 메밀전, 메밀전병, 메밀 닭강정 등 메밀로 만든 음식이 인기 품목이다.

시장 입구의 봉시크몰도 들러봄직하다. 봉시크(‘봉평 시니어 크리에이터’의 줄임말)몰은 중장년층 신규 창업자가 주축이 되어 운영하는 전국 최초의 시니어몰로 분식집, 빵집, 카페 등이 입점해 있다.

‘2023 한국관광의 별’에 선정된 발왕산 천년주목숲길도 놓치면 아쉽다. 해발 145 8m 발왕산 정상에 신비의 주목군락을 따라 완만한 덱 산책로가 조성돼있다. 산 정상까지는 관광케이블카를 타고 이동할 수 있고 산책로는 유모차나 휠체어를 타고도 이용 가능해 남녀노소 누구에게나 열려 있는 관광지라는 점이 큰 매력이다. 

봉평장

산책로를 따라 거닐며 왕발주목, 8자주목, 어머니주목, 고해주목 등 저마다의 이야기를 품은 나무를 만나고 저 멀리 대관령 산세까지 조망하는 재미가 있다. 숲길을 걸은 후에는 국내서 가장 높은 곳에 세워진 스카이워크서 탁 트인 전망을 감상하며 상쾌하게 여행을 마무리하자.

 


<여행 정보>
당일 여행코스

광평창무이예술관→이효석문학관→봉평전통시장

1박2일 여행 코스
-첫째 날 평창무이예술관→이효석문학관→봉평전통시장
-둘째 날 월정사→발왕산 천년주목숲길

관련 웹 사이트 주소
-평창문화관광 https://tour.pc.go.kr/
-이효석문학관 www.hyoseok.net
-모나용평 발왕산 천년주목숲길 https://www.yong pyong.co.kr/kor/guide/ypWellnessSummit.do

운영 정보
평창무이예술관 운영시간: 10:00~21:00 (실내 전시관은 18:00까지) 휴무: 매주 수요일 (단, 공휴일, 성수기, 평창효석문화제 기간 제외) 요금: 5~64세 5000원 / 65세 이상 4000원 (오후 6시 이후 야간 입장 무료)

문의 전화
-평창무이예술관 033)335-4118
-이효석문학관 033)330-2700
-모나용평 033)335-5757
-평창군종합관광안내소 033)330-2771

대중교통
-버스 서울-장평, 동서울터미널서 하루 8회(06:40~20:20) 운행, 약 1시간50분 소요. 장평시외버스터미널 정류장서 151· 152·153번 등 버스 이용, 무이예술관 정류장 하차 후 도보 약 5분.


*문의: 동서울터미널 1688-5979 시외버스 통합예매시스템 https://txbus.t-money.co.kr 장평시외버스터미널 033)332-4209 평창군 대중교통정보 www.pyeongchang-pti.kr

-기차 서울역-평창역, KTX 하루 12회(05:06~21:31) 운행, 약 1시간35분 소요. 평창역서 택시 이용. 약 15분 소요

*문의: 레츠코레일 1544-7788 

자가운전
영동고속도로→면온톨게이트→면온IC서 휘닉스평창 방면 우회전→태기로→청량로→태기사거리서 장평·봉평 방면 우회전→경강로→봉평 방면 좌회전→사리평길 방면 우회전→평창무이예술관

숙박 정보
-화이트캐빈: 봉평면 태기로, 033)333-7444, http://www.white cabin.com/
-가재와곰 펜션: 봉평면 흥정계곡4길, 033)336-3357, http://www.gajaewagom.com/ 
-평창자연휴양림: 봉평면 팔송로, 033)339-9028, www.foresttrip.go.kr/indvz/main.do?hmpgId=ID02030003

식당 정보
-메밀꽃필무렵(메밀국수): 봉평면 이효석길, 033)335-4594, www.gasanhouse.com
-꼬로베이(파스타): 봉평면 태기로, 033)332-2649, www.instagram.com/kkorovei_local_food_cafe
-트리고 평창본점(메밀 소금빵): 봉평면 메밀꽃길, 033)333-5757, https://www.instagram.com/cafe_trigo_/

주변 볼거리
-평창효석문화제: 2024년 9월6~15일, 효석문화마을 일원, www.hyoseok.com
-흥정계곡, 허브나라농원, 광천선굴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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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 축출’ 장동혁 용꿈의 비밀

‘한동훈 축출’ 장동혁 용꿈의 비밀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와 한동훈 전 대표는 한때 ‘짝패’였다. 장 대표는 용꿈을 꾸는 것으로 알려졌다. 장 대표가 한 전 대표 제명에 몰두한 이유를 이해하려면, 그의 욕망 ‘용꿈’을 이해해야 한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지난 5일 국회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자신에 대한 재신임 투표를 제안했다. 조건은 “다음날까지 정치 생명을 걸고 재신임·사퇴를 요구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누군가의 ‘정치 생명을 건 재신임·사퇴 요구’가 있으면, 곧바로 전 당원투표를 시행하겠다”는 제안이었다. 요구 기간 불과 이틀 지난 6일까지 장 대표에 대한 재신임 투표를 제안한 국민의힘 구성원은 아무도 없었다. 국민의힘 최수진 원내 수석대변인은 지난 7일 “반응이 없었으니 종결된 것”이라고 말했다. 장 대표에 대한 당내 친한(친 한동훈)계·소장파의 비판이 시작된 시점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를 제명한 지난달 29일이었다. 친한계 일원인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 제명 조치도 지난 9일 확정됐다. 국민의힘 중앙윤리위원회는 지난달 26일 “현직 당협위원장 신분으로 장 대표 등을 공개 비판해 왔다”는 이유로 지난달 26일 김 전 최고위원에게 ‘탈당 권유’ 징계를 결정했다. 김 전 최고위원이 탈당하지 않았기 때문에 자동 제명 처리됐다. 오 시장은 지난달 29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기어이 당을 자멸의 길로 몰아넣었다”면 장 대표를 비판했다. 이어 “장 대표는 국민의힘을 이끌 자격이 없으니, 물러나서 책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론조사기관 조원씨앤아이가 <스트레이트뉴스>의 의뢰를 받아 지난 7일부터 이틀 동안 서울 거주 18세 이상 남녀 806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ARS 여론조사(휴대전화 가상번호 100%)에 따르면, 오 시장은 33.3%의 지지를 얻어 47.5%의 지지를 얻은 정원오 서울 성동구청장보다 14.2% 뒤처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참조할 수 있다. 친한계는 한 전 대표를 중심으로 뭉친 수도권·부산 내 보수 성향 엘리트 집단이다. 국민의힘이 지난 2016년부터 총선에서 연패한 탓에 당내 수도권 엘리트들의 영향력이 줄었다. 양당 체제를 선호하는 한국인의 특성상 ‘집단 탈당 후 창당’을 선택하기도 어렵다. 바른정당·국민의당·바른미래당 등 보수 성향 제3지대 정당 실험은 모두 실패했다. 현 시점에선 국회 의석 3석을 보유한 개혁신당만이 유일한 원내 보수 성향 제3지대 정당으로 존재한다. 4개월여 앞둔 선거가 총선이 아닌 지방선거·재보궐선거란 사실도 이들이 쉽게 움직일 수 없는 이유 중 하나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지난 2022년 대선·지방선거를 지휘해 연이어 이긴 경험이 있다. 반면 한 전 대표는 선거를 지휘해 이긴 경험이 없다. 한 전 대표는 지난 2024년 비상대책위원장 자격으로 총선을 지휘했다. 당시 국민의힘은 108석만을 확보하는 참패를 당했다. 한 전 대표 제명을 사실상 주도한 장 대표에 대해선 “집단 탈당 후 신당 창당’이란 정치 실험이 성공한 사례가 드물고, 한 전 대표의 선거 지휘 능력은 아직 검증되지 않았다는 것을 토대로 강행한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지방선거는 대선·총선에 비해 투표율이 낮고 중앙 정치에 미치는 영향력도 적지만, 그래도 선거는 선거다. 지역 기반을 확보하는 선거가 중요하지 않을 리는 없다. 통상 선거를 앞둔 시점에선 빅텐트 설치 등 이합집산 움직임이 활발해진다. 선거를 4개월여 앞둔 시점에서 당내 계파 중 하나를 와해시켜 ‘다이어트’를 시도하는 사례는 드물다. 이 대표가 개혁신당을 창당한 시점은 총선을 약 3개월 앞둔 지난 2024년 1월이었다. 당시 국민의힘 탈당 후 개혁신당으로 옮긴 현역 의원은 허은아 대통령실 국민통합비서관 1명이었다. 그리고 개혁신당이 거둔 의석은 지역구 1석·비례대표 2석 등 총 3석이라서 정치 구도를 바꿀 만큼의 영향력을 얻은 것은 아니었다. 한 제명 후 오 반발 “장 물러나 책임져야” 하나뿐인 꿈…정치적 오이디푸스 콤플렉스? 장 대표의 한 전 대표 등 제명 및 오 시장과의 갈등은 “국민의힘이 수도권 내 지방선거를 포기한 것 아니냐”는 의문으로 이어질 만큼 집요하다. 선거에선 어제 없던 조직이라도 오늘 만들어서 돌려야 하고, 어제의 원수와도 악수해서 표로 바꿔야 한다. 일정한 영향력을 당내 구성원을 내쫓아 선거에 악영향을 주는 것을 감수하는 선택은 “의아하다”는 의심으로 연결될 가능성이 큰 지점이다. 국민의힘은 지난 2016년 이후 수도권 패배·중도층 표심 공략 실패 여파로 총선에서 연패했다. “중도층 표심을 공략하면서 수도권에서 이겨야 한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선거 승리 공식이다. 국민의힘 지도부 구성원 중 가장 강경한 보수 성향을 드러내는 김민수 최고위원조차 지난 9일 보수 유튜버들이 공동 주최한 ‘대한민국 자유 유튜브 총연합회 토론회’에 출연해 “윤 어게인을 외쳐선 지방선거에서 이길 수 없다”며 “중도층을 설득해야 하는데, 부정선거론을 10년 동안 외쳐도 영역은 좁아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김 최고위원의 발언은 누구나 아는 선거 승리 공식을 그가 현실적으로 외면할 순 없으리라는 근거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한나라당 정옥임 전 의원은 지난 11일 CBS 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 출연해 “김 최고위원이 우파의 짠물 지지자들을 우습게 보는 것”이라며 “윤 어게인·탄핵 반대 구호로 그들의 성원을 받았으니, 노선을 바꾸더라도 그들이 따라올 것이란 기대감을 깔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장 대표는 지난 2022년 6월 지방선거와 동시에 치러진 충남 보령·서천 재보궐선거에서 당선돼 금배지를 달았다. 지난 2024년 총선에서 승리하면서 형식적으로는 재선 의원이지만, 실질적으로는 아직 초선 의원 임기 4년도 마치지 않았다. 비상대책위원장이었던 한 전 대표는 지난 2023년 12월 장 대표를 파격적으로 사무총장에 임명했다. 지난 2024년 전당대회에선 한 전 대표와 장 대표가 나란히 당 대표와 수석 최고위원으로 당선됐다. 지난 2024년 12월 윤석열 전 대통령이 선포한 비상계엄 해제에 참여한 국민의힘 의원 18명 중엔 장 대표도 있었다. 한 전 대표와 장 대표는 이때까진 누가 보더라도 ‘짝패’였다. 그로부터 1주가 지난 12월11일에 이르러, 이들은 명백한 결별 신호를 언론·대중에게 드러냈다. 윤 전 대통령 탄핵에 찬성한 한 전 대표와 달리 장 대표는 반대했고, 굳게 입술을 다문 채 당 대표실을 나서는 모습이 포착됐다. 3일 후 장 대표는 가장 먼저 사퇴해 ‘한동훈 체제’ 붕괴에 결정적으로 일조했다. 누구나 아는 승리 공식 장 대표는 지난해 2월엔 윤 전 대통령 파면에 반대하는 세이브코리아 국가비상기도회에 참석해 “비상계엄에도 하나님의 계획이 있고, 하나님이 승리로 이끌 것”이라고 말하는 등 강경 보수 전향을 선언했다. 이는 장 대표가 한 전 대표와 차별화하면서 강경 보수의 지지를 선점하는 계기가 됐다. 지난해 8월 전당대회에선 강경 보수의 압도적 지지를 업고 당 대표에 당선됐다. 당 사무총장엔 통상 3선 의원이 발탁된다. 그래서 국회의원이 된 후 약 1년6개월이 지난 장 대표가 사무총장으로 발탁된 것은 한 전 대표의 파격 인선으로 해석됐다. 이후 장 대표는 원내 수석대변인·수석 최고위원을 지내는 등 승승장구했다. 하지만 지난 2024년 12월 이후엔 정치적 원수가 돼 한 전 대표 제명을 주도했다. 장 대표의 변화에 대해선 “정치적 오이디푸스 콤플렉스일 수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같은 분석이 나오는 배경은 “장 대표가 용꿈을 꾸고 있다”는 평가로부터 비롯된다. 이 대표는 지난해 9월 채널A 유튜브 채널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장 대표는 국회의원이 되기 전부터 ‘충청에서 몇 안 되는 용꿈 꾸는 분’이란 평가를 받았다”며 “용꿈을 꾸는 사람답게 유연한 정치 행보를 이어왔다”고 주장했다. 이어 “장 대표가 당 대표 당선 이후엔 굉장히 유연하게 노선을 바꿔 탈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장 대표는 ‘한동훈’이란 이름 석 자 앞에선 유연하지 못하단 사실을 몸소 보여줬다. 정신분석학자 지그문트 프로이트에 따르면, 남성은 3~5세에 이르러 처음 만나는 이성인 어머니로부터 사랑받으려고 한다. 이 때문에 아버지는 어머니의 사랑을 두고 싸워야 하는 경쟁자로 인식된다. 그런데 모든 조건에서 아버지가 우월하다. 그래서 “아버지가 나를 거세할 것”이란 무의식적인 공포를 느낀다. 아버지의 거세 시도를 막기 위해 어머니에 대한 사랑을 포기하면서 아버지에 대한 증오·공포는 선망으로 바뀐다. 이를 일컬어, 프로이트는 ‘초자아 형성 과정’이라고 주장했다. 그리스 신화 속 오이디푸스는 “아버지를 살해하고, 어머니와 결혼한다”는 불행한 신탁을 받는다. 오이디푸스 신화는 “이미 정해진 운명에서 벗어나기 위해 노력했지만, 그 노력 때문에 정해진 운명을 맞는다”는 전형적 구조로 유명하다. 프로이트는 신화의 구조를 토대로 “아들은 어머니의 사랑을 독차지하면서 자신을 지키기 위해 아버지와 경쟁한다”는 무의식 구조를 규정한 것이다. 한 전 대표는 윤 전 대통령이 선포한 비상계엄에 반대했고, 체포 대상 중 1명으로 지정됐다는 사실이 널리 알려지면서 정치적 절정을 누렸다. 한 전 대표의 정치적 절정은 장 대표의 ‘용꿈’과 결정적으로 충돌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한 전 대표가 날아오를수록 장 대표의 용꿈은 거세 공포를 느낄 수도 있다. 용꿈도 날아오르려는 욕망이다. 두 사람 모두 날아오를 순 없다. 한 전 대표의 최측근으로서 비상계엄 해제에 참여했던 장 대표는 하루아침에 한 전 대표와 결별했다. 절정·비상 거세 공포 장 대표의 용꿈이 현실이 되기 위해선 ‘한동훈’이란 압도적인 권위를 극복해야 한다. 당내 가장 막강한 그룹으로 거론되는 언더 찐윤엔 자체적으로 내세울 수 있는 대권주자가 없다. 용꿈을 실현하기 위해선 국민의힘이란 어머니를 차지해야 한다. 장 대표의 용꿈은 한 전 대표라는 ‘이미 결별한 정치적 아버지’를 제거해야 이룰 수 있다. 한 전 대표 제명은 “한동훈의 측근이란 옛 흔적을 완전히 부순 후 독립적인 용꿈을 추구하려는 것”으로 해석될 소지가 있다. 또 용꿈을 실현하기 위해선 언더 찐윤이란 막강한 집단도 굴복시켜야 한다. 구 친윤계 핵심이었던 국민의힘 윤한홍 의원은 지난해 12월 장 대표 앞에서 “국민의힘은 여전히 어이없는 비상계엄은 잘못됐단 인식을 갖지 못한다는 평가를 받는다”며 “아무리 정부를 비판해도 국민 마음에 다가가지 못하니 백약이 무효”라고 주장했다. 이어 “더불어민주당의 국정 마비가 비상계엄의 원인이란 얘기를 더는 하면 안 된다”며 “몇 달 동안은 강성 지지층으로부터 배신자 소리를 들어도 되니, 지방선거에서 이겨 대한민국을 살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경 보수를 자신의 정치적 배경으로 삼으려고 한다”고 평가받는 장 대표를 정면 비판한 것이다. 이후 장 대표는 한동안 “언더 찐윤이 장 대표를 2월에 실각시킨 후, 국민의힘 신동욱 수석 최고위원에게 비상대책위원장직을 맡길 것”이란 소문에 시달렸다. 언더 찐윤은 “국민의힘의 텃밭 대구·경북·강원에서 토호들과 밀착하면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한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런데 장 대표는 윤 의원의 비판을 받는 등 구 친윤계로부터도 압박당하는 상황에서 당내 소수 계파 친한계 수장인 한 전 대표 제명에 더욱 집중했다. 이는 하향 전치란 심리학적 개념이 성립된 것으로 볼 여지가 있다. 전치는 자신의 감정·욕구를 그대로 표현하기 어려울 때, 그 감정을 덜 위협적인 대상에게 표출하는 방어기제를 말한다. 특히 자신보다 만만한 대상에게 표출하는 것을 일컬어 하향 전치라고 한다. 일상 언어로는 ‘화풀이’라고 한다. 장 대표의 정치적 상황은 프랑스 철학자 르네 지라르의 모방 이론에 비유할 수도 있다. 지라르에 따르면, 사람의 욕망은 다른 사람을 모방하는 삼각형 구도로 발생한다. 유명 연예인이 광고·사용하는 제품을 구입하는 것처럼, 욕망의 주체·대상·체계는 상호 의존 삼각관계를 형성한다. 지라르가 규정한 욕망은 다른 사람으로부터 인정받거나 확고한 정체성을 가지는 것도 포함한다. 이를 욕망의 삼각형이라고 한다. 언더 찐윤 압박에 제명 더 집착…화풀이? 한은 장의 희생양…전한길도 장 노리나 이 대표 주장대로, 장 대표가 처음부터 용꿈을 염두에 두고 정계에 진출해 국회의원으로 당선된 것이라면, 장 대표는 한 전 대표와 함께 ‘짝패’를 구성하면서 자신의 용꿈도 아울러 키운 것으로 해석될 수도 있다. 하지만 비상계엄 반대 및 해제 참여로 정치적 절정에 오른 한 전 대표가 먼저 대권이나 보수 진영 주도권을 차지한다면, 장 대표로서는 “한 전 대표가 있는 한, 내 욕망 실현은 불가능하다”고 판단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장 대표가 갑자기 한 전 대표와 결별한 후 강경하게 ‘윤 전 대통령 탄핵 반대’을 외친 이유는 여전히 명확하게 알려지지 않았다. 또 한 전 대표가 ▲언더 찐윤 ▲강경 보수 ▲장 대표 등과 두루 갈등한다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지라르는 “한 집단의 갈등은 내부에서 가장 만만하고 약한 대상을 희생시켜 해소한 후 단결한다”고 주장했다. 지라르는 이 과정을 ‘희생양 메커니즘’이라고 설명했다. 장 대표는 이후 전한길씨·고성국씨 등 강경 보수 성향 유튜버를 당에 유입시켜 한 전 대표와 친한계의 공백을 채우고 언더 찐윤과 맞설 세력으로 양성할 뜻을 내비치고 있다. 하지만 두 유튜버를 통해 한 전 대표 고유의 영향력을 재현하기는 어렵다. 특히 전씨는 지난 8일 자신의 팬카페 ‘자유한길단’에 “장 대표의 해명을 요구한다”는 제목의 글을 작성했다. 전씨는 이 글을 통해 “국민의힘 지도부는 ‘내란 세력·부정선거를 주장하는 세력·윤 어게인을 주장하는 세력과 함께할 수 없다’는 박성훈 수석대변인의 논평이 장 대표의 공식 입장인지 3일 안에 답변하라”고 요구했다. 이어 “장 대표가 답변 요구에 침묵한다면, 박 대변인의 논평이 장 대표의 공식 입장이라고 받아들일 것”이라며 “그렇다면 장 대표는 당원·윤 전 대통령을 함께 배신한 것이므로 이후 일어날 일에 모든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는 장 대표가 한 전 대표 제명을 주도한 것처럼, 전씨가 장 대표를 강하게 압박할 수 있단 가능성을 암시한 것이다. 한 전 대표가 장 대표 주도로 ‘희생양’이 된 것처럼, 장 대표가 전씨 주도로 ‘희생양’이 될 수도 있단 압박으로 해석될 소지가 있다. 국민의힘 최보윤 수석대변인은 전씨의 요구에 대해 “답변드릴 내용이 없다”면서 침묵했다. 직설적인 욕망의 덫 장 대표의 정치 행위는 직설적이어서 ‘용꿈’이란 욕망이 쉽게 드러난다. 하지만 지방선거에서 패배하면 국민의힘의 바닥 지지 기반이 무너진다. 이 때문에 구 친윤계 핵심이었던 윤 의원도 장 대표를 비판했다. 지방선거에서 패배하면 ‘용꿈’은 한여름 밤의 꿈이 될 가능성이 크다. 장 대표는 ‘욕망의 덫’에서 어떻게 벗어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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