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의 재활용 ①부천아트벙커B39

쓰레기 소각장이 예술 중심지가 되다

경기도 부천시 오정구에 자리한 복합문화공간 ‘부천아트벙커B39’는 원래 부천 중동신도시 개발 때 설치된 쓰레기 처리시설 ‘삼정동 소각장’이었다. 1995년 5월 완공된 이 소각장은 하루 200t 규모의 쓰레기를 처리하며 끊임없이 돌아갔다. 그러던 중, 문제가 터졌다. 1997년, 서울 난지도 매립장과 경기도 안양 소각장 등에서 다이옥신이 과다 배출되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난 것이었다.

정부는 전국 쓰레기 처리시설의 다이옥신 배출량을 조사했고, 이곳 또한 논란을 피해갈 수는 없었다. 이른바 ‘다이옥신 파동’의 시작이었다. 결국, 삼정동 소각장은 지난 2010년 문을 닫았다. 시설 노후화에 따른 운영의 효율성이 감소했고, 정부의 폐기물 관리 정책에도 변화가 있었기 때문이다.

아트벙커의 탄생

부천시는 소각장 부지를 버려두기보다는, 새로운 복합문화공간을 만들기로 했다. 부천아트벙커B39는 그렇게 탄생했다. 

지난 2018년, 부천아트벙커B39는 수년간의 재정비 끝에 문을 열었다. 기존의 소각장 모습을 오롯이 보존하면서도 예술적인 면모를 담아낼 수 있는 공간으로 구성하는 데 중점을 두었다. 쓰레기를 쌓고, 태우고, 처리해야 했던 소각장 특유의 구조는 더욱 더 새로운 예술적 시도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꾸며졌다.

1층부터 3층까지는 전시실을 만들고, 4층과 5층은 보존 구역으로 남겨 옛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1층은 벙커와 멀티미디어홀, 에어갤러리, 재벙커, 유인송풍실 등으로 구성돼있다. 벙커는 쓰레기 저장조였던 시설로, 높이만 39m에 달하는 거대한 구조물이다. 부천아트벙커B39라는 이름이 여기서 나왔다. 압도적인 크기의 구조물은 옛 모습을 유추할 수 있게 해준다. 부천시에서 수거한 쓰레기가 이곳에 가득 찼었다. 

멀티미디어홀은 과거에 쓰레기 수거 차량이 드나들었던 반입실이었다. 쓰레기를 가득 실은 트럭이 이곳에 도착한 뒤, 벽면에 설치된 철제문 너머로 처리하는 과정이 진행되었다고 한다. 트럭 몇 대가 오갈 정도로 규모가 큰 곳이어서인지, 여러 전시가 열리는 공간으로 활용된다.

때로는 그림이나 사진이, 때로는 미디어아트 전시가 이뤄지기도 한다. 

벙커와 멀티미디어홀 사이를 벙커브릿지가 연결한다. 원래 삼정동 소각장에는 이 같은 연결로가 없었다. 벙커브릿지는 삼정동 소각장을 복합문화공간으로 리모델링할 때 새롭게 설치한 시설이다. 이 다리 위에서 벙커의 모습을 살펴볼 수 있다.

삼정동소각장 부지를
복합문화공간으로 재탄생

계단을 이용하면 벙커 바닥까지 내려가 보는 것도 가능하다. 쓰레기를 저장했던 곳인 만큼, 거대한 크레인과 조종실의 흔적이 지금도 남아 있다. 독특한 구조와 여전히 음침한 분위기, 쓰레기 저장소였다는 특수성이 있어서인지 영상 작품이 주로 전시된다. 

다시 로비로 나와 통유리창 너머를 살펴보면, 콘크리트에 철제 구조물이 더해진 거대한 공간인 ‘에어갤러리’를 만나게 된다. 에어갤러리는 저장소에 쌓인 쓰레기를 태우는, 소각로가 있던 자리다. 상단의 철제 구조물은 개방형으로 만들어져 있는데, 한쪽의 콘크리트 벽을 철거한 뒤 햇볕이 들어오게 하여 부천아트벙커B39의 새로운 시작을 환영하는 것만 같은 모양새다. 마치 중정을 연상케 하는 부분이다.


에어갤러리 옆으로는 재벙커와 유인송풍실이 이어진다. 재벙커는 쓰레기를 소각하고 남은 재가 모이는 공간이다. 지금도 벽면 전체가 새까맣게 그을려 있어, 당시의 모습을 가늠케 한다. 1층부터 4층까지 수직으로 길게 설치된 유인송풍실은 쓰레기 소각 과정에서 발생하는 매연을 정화해 외부로 내보내는 역할을 담당했다.

이 구역은 보존 구역으로 지정해 옛 모습을 남겨두고 있다. 이색적인 배경 덕분인지 각종 드라마와 영화, 예능프로그램은 물론, 뮤직비디오 촬영 명소로도 인기가 있다. 

2층으로 올라가면 직원 숙직실, 중앙제어실 등을 살펴볼 수 있다. 중앙제어실은 말 그대로 삼정동 소각장의 모든 시설을 제어, 관리했던 곳이다. 지금도 당시 사용했던 컴퓨터 등 장비가 남아 있다. 크레인 조종실은 재벙커에 쌓인 재를 정리하는 시설이었다.

3층서도 유인송풍실과 같은 보존 구역을 찾을 수 있다. 배기가스 처리장, 물탱크와 펌프, 각종 파이프가 설치된 응축수 탱크 지역이다. 옛 모습이 그대로 남은 이 공간에서는 종종 특별한 전시와 공연이 펼쳐진다.

현재 부천아트벙커B39는 지역의 대표적인 복합문화공간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과거의 산업 유산이 실험적인 융복합 문화 콘텐츠를 선보이는 공간으로 재탄생한 것이다. 이곳에서는 다양한 전시, 공연 등 문화예술 프로그램이 꾸준히 열린다.

삼정동 소각장 시절의 모습과 현대미술 작품의 조화가 기술·산업과 예술이 한껏 어우러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환경오염의 대명사로 여겨졌던 곳인 만큼, 친환경을 주제로 한 전시와 공연, 콘퍼런스도 종종 개최된다. 

이달, 부천아트벙커B39에서는 융복합예술축제 ‘벙커페스타’가 열린다. 오는 6일부터 8일까지 3일간 열리는 이 축제에서는 지그문트 바우만의 사회 이론인 ‘액체 사회 이론’을 주제로 한 전시를 비롯해 예술을 즐기면서 휴식도 취할 수 있는 피크닉 프로그램, 각종 창의적인 예술 활동을 경험해 볼 수 있는 교육 및 체험 프로그램이 마련된다.

부천아트벙커B39는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개관(월요일, 공휴일 휴관)하며, 관람요금은 기본적으로 무료로 운영된다.

급격한 도시 개발, 산업화의 유산이 우리 곁으로 돌아온 사례가 하나 더 있다. 부천의 중심부를 흐르는 도심 하천, 심곡천이다. 1980년대 교통 편의성을 이유로 복개한 하천을 지난 2017년 생태복원 사업을 통해 복원했다. 총 1.2㎞ 길이를 복원해 산책로를 조성했으며, 곳곳에 쉬어갈 만한 장소가 마련돼있다. 

예술적 영감을 얻고 싶다면, 부천에 새롭게 문을 연 몰입형 미디어아트 전시관 ‘레노부르크뮤지엄’으로 향하는 것은 어떨까? 이곳에서는 빛을 주제로 8개의 대형 미디어아트 작품을 선보인다. 출구 지점에는 레노부르크뮤지엄의 콘셉트를 공유하는 카페가 운영 중이다. 카페 중앙 천장에 설치된 450개의 크리스털 조명 또한 전시관의 테마를 관통하는 또 하나의 작품이다. 

몰입형 미디어아트 전시관

부천 하면 빼놓을 수 없는 것 중 하나가 만화다. 오랫동안 만화와 애니메이션 산업에 지원을 해왔던 도시 중 하나기 때문이다. 2001년 개관한 한국만화박물관이 그중 하나다. 한국 만화의 역사를 일목요연하게 소개하며, 시대별 주요 작품에 관한 이야기도 다루고 있다. 2층 만화도서관에서는 만화책을 무료로 열람하는 것도 가능하다.

 


<여행 정보>
당일 여행코스

부천아트벙커B39→레노부르크뮤지엄→한국만화박물관→부천호수식물원 수피아→심곡천

1박2일 여행 코스
-첫째 날 부천아트벙커B39→레노부르크뮤지엄→부천호수식물원 수피아→웅진플레이도시
-둘째 날 한국만화박물관→무릉도원수목원→부천시립박물관→심곡천

관련 웹 사이트 주소
-부천시청 https://www.bucheon.go.kr/site/homepage/me nu/viewMenu?menuid=148006001021006 
-부천아트벙커B39 https://artbunkerb39.org 
-레노부르크뮤지엄 https://www.instagram.com/renoburgmuseum 
-한국만화박물관 https://www.komacon.kr/comicsmuseum

운영 정보
-부천아트벙커B39 관람시간: 10:00~17:00 휴관일: 매주 월요일, 공휴일 휴관(프로그램 진행에 따라 휴관일과 관람시간이 변경될 수 있으니 방문 전 공지사항 확인 필수) 관람요금: 무료

-레노부르크뮤지엄 관람시간: 평일 10:00~19:00, 주말 및 공휴일 10:00~20:00 (마감 1시간 전 입장 종료) 연중무휴 관람요금: 성인(19세 이상) 1만2000원, 청소년(중고등학생) 9000원, 아이(36개월~초등학생) 6000원, 특별권(70세 이상, 장애인 4~6급, 국가유공자) 7000원, 단체(20인 이상, 사전 전화 예약) 각 1000원 할인 36개월 미만, 장애인 1~3급(동반 1인 포함)은 무료 관람 신분증, 학생증, 복지카드, 가족관계증명서 등 증빙자료 미지참 시 할인 및 무료 관람 불가, 중복 할인 불가, 단체는 방문 전 전화 예약 후 현장서 할인 구매 가능

-한국만화박물관 관람시간: 10:00~18:00 (17:00 입장 마감) 휴관일: 매주 월요일, 1월1일, 설날 및 추석 연휴 관람요금: 일반권 5000원, 부천시민(20세 이상) 2500원, 3인 가족 1만2000원, 4인 가족 1만6000원. 자매도시 시민(경기 화성시, 강원 강릉시, 충남 공주시, 충북 옥천군, 전북 무주군, 전남 진도군, 경북 봉화군) 2500원 할인, 무료 혜택 적용 시 반드시 증빙자료를 제시해야 함


문의 전화
-부천아트벙커B39 032)321-3901
-레노부르크뮤지엄 032)672-9725
-한국만화박물관 032)310-3090
-부천시 콜센터 032)320-3000

대중교통
버스 7호선 부천시청역 4번 출구서 중4동행정복지센터, 고용노동지청 버스정류장으로 223m 도보 이동→5번 버스 탑승 후 부천아트벙커B39 정류장으로 이동→버스 하차 후 소각장사거리 방향으로 326m 도보 이동→부천아트벙커B39

*문의: 인천교통공사(7호선 관련) 032)451-1343, 소신여객(5번 버스 관련) 032)666-3911

자가운전
부천IC서 ‘김포, 부천’ 방면으로 오른쪽 고속도로 출구, 301m 이동→부천IC서 ‘부천’ 방면으로 좌회전, 275m 이동→부천IC삼거리서 ‘신흥로441번길’ 방면으로 우회전, 745m 이동→‘시청, 시의회, 부천체육관’ 방면으로 좌회전, 248m 이동→소각장사거리서 오른쪽 4시 방향 진입→부천아트벙커B39

숙박 정보
-고려호텔 원미구 길주로, 032)329-0001, www.hotelkoryo.net
-포스타호텔 오정구 석천로531번길, 0507)1336-6006, four star-bucheon.jalib.site 
-메이필드호텔 서울 강서구 방화대로, 02)2660-9000, www.mayfield.co.kr

식당 정보
-황해도김치만두전골 오정구 원종로51번길, 032)672-5509
-한촌설렁탕&갈비 부천본점 소사구 경인로, 032)668-2566
-조마루감자탕 본점 원미구 조마루로, 032)664-7394

주변 볼거리
상동호수공원, 부천시립박물관, 부천활박물관, 부천물박물관, 부천중앙공원, 무릉도원수목원, 부천호수식물원 수피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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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신학원 이사의 수상한 영전

[단독] 한신학원 이사의 수상한 영전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한신학원 이사였던 A씨가 한신대학교 총장과 이사장을 상대로 고소장을 제출했다가 취하했다. 공교롭게도 고소를 취하하기 직전에 열린 이사회에서 그는 교육인사위원장으로 임명됐다. 그동안 무슨 일이 벌어진 걸까? 고소가 이뤄진 배경은 지난 5월22일 열린 한신대학교 이사회에서 비롯됐다. 이날 회의에는 총장을 비롯해 이사 17명이 참석했다. 당시 학교법인 한신학원의 감사가 “그동안 한신대에서 사내 공사를 한 금액이 70억원이 넘는데 모두 입찰을 피하기 위한 쪼개기 공사로, 수의계약으로 공사를 했다”고 보고하면서다. 학원 감사 내부 폭로 당시 감사의 충격적인 발언으로, 한신학원 이사 A씨는 고민 끝에 업무상 배임 및 횡령으로 한신대 총장과 이사장을 상대로 고소를 진행했다. A씨가 지적하는 부분은 세 가지다. 첫 번째로 한신학원 재산인 거제도 땅과 관련한 배임을 주장했다. 고소장에 따르면 한신학원은 거제시에 임야 약 55만평을 보유하고 있었고, 도로가 연결되지 않은 ‘맹지’로 분류된 해당 부지에 대해 논의 중이었다. 그 곳은 수익용 기본재산임에도 장기간 활용이 어려운 상태였다. 한신학원 측은 이 토지를 단순 보유할 경우 관리비만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가치 상승도 제한적이라고 판단해 활용 방안을 모색 중이었다. 당시 M 건설은 2016년부터 경남 거제시 아주동 일원에서 ‘공공지원 민간임대주택사업’을 추진하고 있었다. 그런데 사업 대상 부지 중 일부가 학교법인 한신학원 소유의 임야로 포함돼있었고, 한신학원 역시 해당 지역 임야를 공동개발 방식으로 참여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M 건설은 경상남도로부터 지구 지정에 대한 조건부 허가를 받았다. 그러나 사업 추진 과정에서 한신학원 이사들은 당시 이사장이 학원 소유 토지를 공공임대주택 개발에 제공하는 대가로 20억원을 받기로 했다는 사실을 용역업체 대표의 제보를 통해 알게 됐다. 이사회는 즉시 M 건설 측에 협상단을 파견해 토지에 대한 정당한 보상을 요구했지만, 협상은 결렬됐다. 이 사실을 뒤늦게 파악한 한신학원의 상급기관인 한국기독교장로회 총회(이하 기장총회)는 사업 자체를 중단시켰다. 이로 인해 M 건설은 한신학원 측의 토지 사용 승낙을 얻지 못하게 됐고, 결국 조건부 지구 지정이 취소될 위기에 놓이면서 개발사업은 사실상 좌초됐다. 이후, 한신학원 법인 산하 ‘한신영림운영위원회’는 열린 회의에서 해당 부지를 공공지원 민간임대주택 사업에 참여하는 형태로 개발하는 방안을 보고했다. 이 회의에는 삼부토건 관계자라고 주장하는 B씨와 C씨가 직접 참석해 사업 구조와 예상 수익, 한신학원의 참여 방식 등을 설명했다. 이들은 명함까지 주며 자신들을 “삼부토건 고문”과 “부사장”이라고 소개하며 접근했다. 한신대 상대로 업무상 배임·횡령 혐의 고소 불법 매각·쪼개기 공사·교비 횡령 의혹 제기 두 사람이 제안한 내용은 “삼부토건이 M 건설로부터 사업권을 인수해 시행하며, 한신학원은 부동산투자회사(REITs)에 현물출자하고 주식 지분을 배당받는 방식으로 수익을 창출한다”는 계획이었다. 이때 M 건설에도 B씨와 C씨가 접근했다. 이들은 “한신학원과 협의를 주선해 사업을 재개시키겠다”고 제안했다. M 건설은 이 제안을 믿고 2023년 8월 ‘사업시행대행 용역계약’을 체결했다. 계약조건은 B씨 측이 같은 해 9월20일까지 한신학원으로부터 토지 사용 승낙서를 받아오면 용역비를 지급한다는 내용이었다. M 건설은 계약금 명목으로 1억원을 지급했다. 같은 해 이사회는 한신영림운영위원회의 보고를 바탕으로 관련 헌의안을 기장총회에 제출하기로 했다. 한신학원은 기장총회가 한신대 운영을 위해 설립한 법인으로, 모든 사업은 기장총회의 허가가 필요하다. 보고서에는 구체적인 사업 예측치도 포함됐다. “지구 단위 승인을 거쳐 2종 일반주거지역으로 변경될 경우 평당 100만~150만원의 감정가가 예상되며, 현물출자 후 10년 임대 기간이 끝나 분양 전환 시 내부수익률(IRR)은 약 6.77% 이상”이라는 계산이었다. 하지만 기장총회는 “한신학원 소유 토지는 공공개발 참여 대신 현금 매매로 전환한다”는 결의를 내렸다. 한편, 약속된 기한이 지나도 M 건설에 토지 사용 승낙서는 발급되지 않았다. M 건설이 계약 해지를 통보하자 B씨 측은 “승낙서가 곧 발급된다”며 시간을 연장해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승낙서는 끝내 발급되지 않았다. M 건설은 곧바로 계약을 해지하고, 실제 B씨가 대표로 있는 S사를 상대로 계약금 1억원 반환소송을 제기했다. 이 시기 한신학원은 삼부토건에 이들의 신원을 확인했다. 삼부토건은 “B씨와 C씨는 우리 회사와 아무 관계가 없다”고 답변했다. 즉, 자신들을 삼부토건 관계자라고 밝힌 B씨와 C씨가 실제로는 삼부토건 관계자가 아니었다는 것이다. 삼부토건 본사는 “이들과 별도의 위임이나 계약관계를 맺은 사실이 없다”고 확인했다. 대형 건설사인 삼부토건의 이름을 내세워 사업을 추진하려 한 것이다. 실체 없는 부동산 리츠 이후 B씨는 자신의 배우자 명의의 P사로 이름을 바꿔 사업을 계속 추진했다. B씨 일행의 만행을 알게 된 M 건설은 지난해 3월, 한신학원에 ‘토지 매수의향서’를 보내 “거제 아주동 임야를 평당 50만원에 매수할 의사가 있다”고 전달했다. M 건설은 인근 토지를 이미 평당 44만원에 매입했다고 밝히며, 한신학원 토지는 “13% 이상 높은 가격으로 정당하게 매입하겠다”고 제안했다. 그러면서 “B씨는 신뢰할 수 없는 인물”이라고 경고했다. 그럼에도 한신학원은 같은 해 5월30일, B씨의 부인이 대표로 있는 P사와 ‘부동산 매매계약’을 체결했다. A씨는 “총장과 이사장이 이 제안을 알고도 이사회나 총회에 보고하지 않았다”면서 “M 건설의 제안이 있었음에도 총장과 이사장이 P사와 불공정한 계약을 맺었다”고 주장했다. 문제로 지적한 점은 계약 내용이었다. 부동산 매매계약서에 따르면 계약금 총액은 10억5000만원으로 명시됐지만, 실제 한신학원이 받은 금액은 1억원뿐이었다. 잔금 9억5000만원은 “4년 이내 부동산투자회사(REITs)와의 매매계약 재체결 시 지급한다”는 조건이 붙어 있었고, 심지어 한신학원은 받은 계약금 1억원을 매수인에게 반환하기로 명시돼있었다. 또 특약 사항에는 ‘매도인은 계약 체결 시 토지 사용 승낙서를 발급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즉, 계약금 실수령액이 전체의 100분의 1에 불과한 상황에서 매수인이 토지를 사용할 수 있도록 허가한 셈이었다. 고소인은 이를 “매매계약을 가장한 사실상 사용 허가서”라고 주장했다. 한신학원 정관 시행세칙 제18조에는 “기본재산의 매도·증여·교환 또는 용도 변경 시에는 재적 이사 3분의 2 이상 찬성으로 이사회 의결을 거쳐 관할 관청 허가를 득해야 한다”고 명시돼있다. 그러나 고소인은 “삼부토건으로 의결된 사업을 P사로 변경하면서 이사회가 새로이 의결을 거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교육부 토지 처분 신고도 문제점으로 꼬집었다. 한신학원은 지난해 1월 교육부에 ‘수익용기본재산 처분 신고서’를 제출하면서 “감정가 이상(16억7000만원 이상)에 토지를 처분하고 대체 부동산을 구입하겠다”고 보고했다. 이후, 교육부는 이 신고를 ‘처분 허가’로 정정해 승인했으며 “1년 내 매각 완료, 대금 완납 전 소유권 이전 불가”를 조건으로 달았다. 그러나 P사와의 계약서에는 잔금 지급 시점이 명확히 적시되지 않았다. 이에 대해 고소인은 “교육부에는 단기 매각으로 보고하고 실제로는 장기 임대 형태로 계약했다”며 기망 가능성을 제기했다. 계약서상 ‘잔금 수령일’이 없고, 2차 계약금도 부동산투자회사와의 별도 계약 체결 이후로 미뤄져 있다. 쪼개기 공사? 교비도 횡령? 가장 큰 문제점은 잔금을 받기로 한 부동산투자회사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해당 회사는 현재 설립 예정으로 실체가 없는 곳이다. 게다가 사립학교법에 따르면 토지 사용 허락서는 교육부의 허락을 받아야만 사용이 가능하다. 하지만 이 토지 사용 허락서가 교육부에 신고되지 않은 채 발급됐다는게 A씨의 주장이다. 실제 교육부는 민원 답변을 통해" 해당 토지의 사용 승낙 신청을 접수하거나 허가한 내역이 없으며, 우리부 허가가 없는 토지 사용 승낙은 효력이 없다"고 못 박았다. 두 번째로, 한신대가 진행한 각종 시설공사와 관련해 수의계약 체결 과정의 절차 위반이 있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A씨는 “학교법인 및 산하 대학이 사립학교법과 학내 재정세칙에 따라 공개경쟁입찰을 원칙으로 해야 하는 공사계약을 다수 수의계약 형태로 처리했다”고 주장했다. 한신학원 정관과 세칙에는 ‘2000만원 이상의 공사는 공고를 해서 경쟁에 부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며, 2인 이상의 견적서와 시방서, 설계서를 징수해야 한다’고 명시돼있다. 그러나 한신대학교는 2022년부터 2024년 사이 약 40억원 규모의 공사 57건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이 같은 절차를 대부분 생략했다는 게 A씨의 주장이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법인 내부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2024년도 교내 공사 57건이 40억원에 진행됐다. 동일 공사인데도 나눠서 계약을 하고, 2억원까지 수의계약이 가능하다는 명목으로 쪼개기 공사와 공사 지정 업체의 중복이 발견되는 등 부실 흔적이 많다. 앞으로 전자입찰이 되도록 공사 입찰 규정을 반드시 만들기 바란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A씨는 “공개경쟁입찰 방식으로 진행했다면 계약단가가 낮아져 수억원의 예산을 절감할 수 있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규정을 어긴 업무처리로 한신학원 및 한신대에 수억원의 재산상 손해를 입혔다”며 이를 업무상 배임 행위라고 주장했다. 세 번째로 한신대학교 교비 회계 자금이 학교 운영과 직접 관련 없는 법률 비용으로 사용됐다는 점도 지적했다. A씨는 “교비 회계는 학교 운영과 교육에 필요한 경비로만 사용할 수 있다고 명시돼있음에도, 교비 자금이 법적 분쟁 비용으로 전용됐다”고 강조했다. 문제가 된 것은 노무사 선임비용 약 6800만원이다. 고소장에 따르면, 한신대 총장은 2023년 고용노동부에 진정이 제기된 사건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노무사 및 법률대리인 선임 비용을 교비 회계에서 지출했다. 해당 진정은 한신대 내부 인사·노무 관련 사안으로, 교직원 고용 문제 및 근로계약 분쟁에 대한 것이었다. 이사회 후 돌연 취하, 왜? 학원 교육인사위원장 임명 A씨는 이를 업무상 횡령에 해당하는 행위로 판단했다. 사립학교법에 따르면 ‘교비는 학생 교육에 직접 필요한 용도로만 집행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따라서 법인 소송이나 노무 분쟁처럼 학교 운영 전반과 직접 관련이 없는 항목은 교비에서 부담하면 안 된다는 것이 고소인 측의 입장이다. 이 사건의 핵심 쟁점은 비용 지출의 성격이다. 즉 ‘노무사 선임이 학교 교육활동에 직접 관련된 행위인가’가 판단 기준이 된다. 실제로 올해 대법원은 노무법인 자문 비용을 교비회계 자금으로 집행한 행위를 업무상 횡령으로 판단하는 판결을 내렸다. 제주의 한 대학교 총장 A씨는 소속 교수가 자신을 상대로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제기하자, 이에 대응하기 위해 변호사를 선임하고 그 비용 330만원을 포함해 총 1880만원의 변호사 비용을 교비 회계에서 지출한 혐의로 기소됐다. 재판부는 1심의 판단을 그대로 유지하며 “교수 및 노조 등과 관련한 분쟁 대응을 위한 변호사 비용은 학교의 교육활동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며 업무상횡령죄가 성립한다고 판시했다. 현재 해당 고소 건은 취하된 상태다. 지난달 <일요시사>가 이 사건을 취재하던 과정에서 한신대 비서실을 통해 A씨가 고소를 취하한 사실을 확인했다. 이후 제보자 역시 “해당 이사가 면직 압박을 받고 고소를 취하했으며, 그 직후 인사위원장 보직을 받았다”고 말했다. <일요시사> 기자가 한신학원 관계자에게 확인한 결과 지난달 10일 인사위원장으로 임명됐고, 같은 달 11일부터 공식 업무가 시작됐다. 추가로 확보한 녹취에서 A씨는 고소를 취하한 이유에 대해 “이사회에서 강제로 면직시키겠다고 해서 어쩔 수 없었다”고 언급했다. 한신학원 인사위원회는 내부 교직원의 인사와 징계 등을 담당하는 핵심 기구로, 교육인사위원장은 실질적인 권한이 큰 자리로 알려져 있다. 통상 이사장은 교육인사위원장 출신 가운데에서 선출되는 경우가 많아, 해당 보직이 사실상 이사장 자리로 가는 주요 루트인 셈이다. 대가성 보직? 이사장 루트 한편, 한신대는 해당 고소 건에 대해 전면 부인했다. 한신대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토지 매각 문제의 경우 한신학원의 문제고 한신대와 관련이 없다”고 말했다. 수의계약 문제에 대해서는 “법적으로 2억원 미만이면 가능하다”고 밝혔고, 교비 횡령 의혹은 “사건 조사 관련된 비용으로 지출된 부분이라 문제는 없다”고 설명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