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의 재활용 ①부천아트벙커B39

쓰레기 소각장이 예술 중심지가 되다

경기도 부천시 오정구에 자리한 복합문화공간 ‘부천아트벙커B39’는 원래 부천 중동신도시 개발 때 설치된 쓰레기 처리시설 ‘삼정동 소각장’이었다. 1995년 5월 완공된 이 소각장은 하루 200t 규모의 쓰레기를 처리하며 끊임없이 돌아갔다. 그러던 중, 문제가 터졌다. 1997년, 서울 난지도 매립장과 경기도 안양 소각장 등에서 다이옥신이 과다 배출되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난 것이었다.

정부는 전국 쓰레기 처리시설의 다이옥신 배출량을 조사했고, 이곳 또한 논란을 피해갈 수는 없었다. 이른바 ‘다이옥신 파동’의 시작이었다. 결국, 삼정동 소각장은 지난 2010년 문을 닫았다. 시설 노후화에 따른 운영의 효율성이 감소했고, 정부의 폐기물 관리 정책에도 변화가 있었기 때문이다.

아트벙커의 탄생

부천시는 소각장 부지를 버려두기보다는, 새로운 복합문화공간을 만들기로 했다. 부천아트벙커B39는 그렇게 탄생했다. 

지난 2018년, 부천아트벙커B39는 수년간의 재정비 끝에 문을 열었다. 기존의 소각장 모습을 오롯이 보존하면서도 예술적인 면모를 담아낼 수 있는 공간으로 구성하는 데 중점을 두었다. 쓰레기를 쌓고, 태우고, 처리해야 했던 소각장 특유의 구조는 더욱 더 새로운 예술적 시도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꾸며졌다.

1층부터 3층까지는 전시실을 만들고, 4층과 5층은 보존 구역으로 남겨 옛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1층은 벙커와 멀티미디어홀, 에어갤러리, 재벙커, 유인송풍실 등으로 구성돼있다. 벙커는 쓰레기 저장조였던 시설로, 높이만 39m에 달하는 거대한 구조물이다. 부천아트벙커B39라는 이름이 여기서 나왔다. 압도적인 크기의 구조물은 옛 모습을 유추할 수 있게 해준다. 부천시에서 수거한 쓰레기가 이곳에 가득 찼었다. 

멀티미디어홀은 과거에 쓰레기 수거 차량이 드나들었던 반입실이었다. 쓰레기를 가득 실은 트럭이 이곳에 도착한 뒤, 벽면에 설치된 철제문 너머로 처리하는 과정이 진행되었다고 한다. 트럭 몇 대가 오갈 정도로 규모가 큰 곳이어서인지, 여러 전시가 열리는 공간으로 활용된다.

때로는 그림이나 사진이, 때로는 미디어아트 전시가 이뤄지기도 한다. 

벙커와 멀티미디어홀 사이를 벙커브릿지가 연결한다. 원래 삼정동 소각장에는 이 같은 연결로가 없었다. 벙커브릿지는 삼정동 소각장을 복합문화공간으로 리모델링할 때 새롭게 설치한 시설이다. 이 다리 위에서 벙커의 모습을 살펴볼 수 있다.

삼정동소각장 부지를
복합문화공간으로 재탄생

계단을 이용하면 벙커 바닥까지 내려가 보는 것도 가능하다. 쓰레기를 저장했던 곳인 만큼, 거대한 크레인과 조종실의 흔적이 지금도 남아 있다. 독특한 구조와 여전히 음침한 분위기, 쓰레기 저장소였다는 특수성이 있어서인지 영상 작품이 주로 전시된다. 

다시 로비로 나와 통유리창 너머를 살펴보면, 콘크리트에 철제 구조물이 더해진 거대한 공간인 ‘에어갤러리’를 만나게 된다. 에어갤러리는 저장소에 쌓인 쓰레기를 태우는, 소각로가 있던 자리다. 상단의 철제 구조물은 개방형으로 만들어져 있는데, 한쪽의 콘크리트 벽을 철거한 뒤 햇볕이 들어오게 하여 부천아트벙커B39의 새로운 시작을 환영하는 것만 같은 모양새다. 마치 중정을 연상케 하는 부분이다.


에어갤러리 옆으로는 재벙커와 유인송풍실이 이어진다. 재벙커는 쓰레기를 소각하고 남은 재가 모이는 공간이다. 지금도 벽면 전체가 새까맣게 그을려 있어, 당시의 모습을 가늠케 한다. 1층부터 4층까지 수직으로 길게 설치된 유인송풍실은 쓰레기 소각 과정에서 발생하는 매연을 정화해 외부로 내보내는 역할을 담당했다.

이 구역은 보존 구역으로 지정해 옛 모습을 남겨두고 있다. 이색적인 배경 덕분인지 각종 드라마와 영화, 예능프로그램은 물론, 뮤직비디오 촬영 명소로도 인기가 있다. 

2층으로 올라가면 직원 숙직실, 중앙제어실 등을 살펴볼 수 있다. 중앙제어실은 말 그대로 삼정동 소각장의 모든 시설을 제어, 관리했던 곳이다. 지금도 당시 사용했던 컴퓨터 등 장비가 남아 있다. 크레인 조종실은 재벙커에 쌓인 재를 정리하는 시설이었다.

3층서도 유인송풍실과 같은 보존 구역을 찾을 수 있다. 배기가스 처리장, 물탱크와 펌프, 각종 파이프가 설치된 응축수 탱크 지역이다. 옛 모습이 그대로 남은 이 공간에서는 종종 특별한 전시와 공연이 펼쳐진다.

현재 부천아트벙커B39는 지역의 대표적인 복합문화공간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과거의 산업 유산이 실험적인 융복합 문화 콘텐츠를 선보이는 공간으로 재탄생한 것이다. 이곳에서는 다양한 전시, 공연 등 문화예술 프로그램이 꾸준히 열린다.

삼정동 소각장 시절의 모습과 현대미술 작품의 조화가 기술·산업과 예술이 한껏 어우러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환경오염의 대명사로 여겨졌던 곳인 만큼, 친환경을 주제로 한 전시와 공연, 콘퍼런스도 종종 개최된다. 

이달, 부천아트벙커B39에서는 융복합예술축제 ‘벙커페스타’가 열린다. 오는 6일부터 8일까지 3일간 열리는 이 축제에서는 지그문트 바우만의 사회 이론인 ‘액체 사회 이론’을 주제로 한 전시를 비롯해 예술을 즐기면서 휴식도 취할 수 있는 피크닉 프로그램, 각종 창의적인 예술 활동을 경험해 볼 수 있는 교육 및 체험 프로그램이 마련된다.

부천아트벙커B39는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개관(월요일, 공휴일 휴관)하며, 관람요금은 기본적으로 무료로 운영된다.

급격한 도시 개발, 산업화의 유산이 우리 곁으로 돌아온 사례가 하나 더 있다. 부천의 중심부를 흐르는 도심 하천, 심곡천이다. 1980년대 교통 편의성을 이유로 복개한 하천을 지난 2017년 생태복원 사업을 통해 복원했다. 총 1.2㎞ 길이를 복원해 산책로를 조성했으며, 곳곳에 쉬어갈 만한 장소가 마련돼있다. 

예술적 영감을 얻고 싶다면, 부천에 새롭게 문을 연 몰입형 미디어아트 전시관 ‘레노부르크뮤지엄’으로 향하는 것은 어떨까? 이곳에서는 빛을 주제로 8개의 대형 미디어아트 작품을 선보인다. 출구 지점에는 레노부르크뮤지엄의 콘셉트를 공유하는 카페가 운영 중이다. 카페 중앙 천장에 설치된 450개의 크리스털 조명 또한 전시관의 테마를 관통하는 또 하나의 작품이다. 

몰입형 미디어아트 전시관

부천 하면 빼놓을 수 없는 것 중 하나가 만화다. 오랫동안 만화와 애니메이션 산업에 지원을 해왔던 도시 중 하나기 때문이다. 2001년 개관한 한국만화박물관이 그중 하나다. 한국 만화의 역사를 일목요연하게 소개하며, 시대별 주요 작품에 관한 이야기도 다루고 있다. 2층 만화도서관에서는 만화책을 무료로 열람하는 것도 가능하다.

 


<여행 정보>
당일 여행코스

부천아트벙커B39→레노부르크뮤지엄→한국만화박물관→부천호수식물원 수피아→심곡천

1박2일 여행 코스
-첫째 날 부천아트벙커B39→레노부르크뮤지엄→부천호수식물원 수피아→웅진플레이도시
-둘째 날 한국만화박물관→무릉도원수목원→부천시립박물관→심곡천

관련 웹 사이트 주소
-부천시청 https://www.bucheon.go.kr/site/homepage/me nu/viewMenu?menuid=148006001021006 
-부천아트벙커B39 https://artbunkerb39.org 
-레노부르크뮤지엄 https://www.instagram.com/renoburgmuseum 
-한국만화박물관 https://www.komacon.kr/comicsmuseum

운영 정보
-부천아트벙커B39 관람시간: 10:00~17:00 휴관일: 매주 월요일, 공휴일 휴관(프로그램 진행에 따라 휴관일과 관람시간이 변경될 수 있으니 방문 전 공지사항 확인 필수) 관람요금: 무료

-레노부르크뮤지엄 관람시간: 평일 10:00~19:00, 주말 및 공휴일 10:00~20:00 (마감 1시간 전 입장 종료) 연중무휴 관람요금: 성인(19세 이상) 1만2000원, 청소년(중고등학생) 9000원, 아이(36개월~초등학생) 6000원, 특별권(70세 이상, 장애인 4~6급, 국가유공자) 7000원, 단체(20인 이상, 사전 전화 예약) 각 1000원 할인 36개월 미만, 장애인 1~3급(동반 1인 포함)은 무료 관람 신분증, 학생증, 복지카드, 가족관계증명서 등 증빙자료 미지참 시 할인 및 무료 관람 불가, 중복 할인 불가, 단체는 방문 전 전화 예약 후 현장서 할인 구매 가능

-한국만화박물관 관람시간: 10:00~18:00 (17:00 입장 마감) 휴관일: 매주 월요일, 1월1일, 설날 및 추석 연휴 관람요금: 일반권 5000원, 부천시민(20세 이상) 2500원, 3인 가족 1만2000원, 4인 가족 1만6000원. 자매도시 시민(경기 화성시, 강원 강릉시, 충남 공주시, 충북 옥천군, 전북 무주군, 전남 진도군, 경북 봉화군) 2500원 할인, 무료 혜택 적용 시 반드시 증빙자료를 제시해야 함


문의 전화
-부천아트벙커B39 032)321-3901
-레노부르크뮤지엄 032)672-9725
-한국만화박물관 032)310-3090
-부천시 콜센터 032)320-3000

대중교통
버스 7호선 부천시청역 4번 출구서 중4동행정복지센터, 고용노동지청 버스정류장으로 223m 도보 이동→5번 버스 탑승 후 부천아트벙커B39 정류장으로 이동→버스 하차 후 소각장사거리 방향으로 326m 도보 이동→부천아트벙커B39

*문의: 인천교통공사(7호선 관련) 032)451-1343, 소신여객(5번 버스 관련) 032)666-3911

자가운전
부천IC서 ‘김포, 부천’ 방면으로 오른쪽 고속도로 출구, 301m 이동→부천IC서 ‘부천’ 방면으로 좌회전, 275m 이동→부천IC삼거리서 ‘신흥로441번길’ 방면으로 우회전, 745m 이동→‘시청, 시의회, 부천체육관’ 방면으로 좌회전, 248m 이동→소각장사거리서 오른쪽 4시 방향 진입→부천아트벙커B39

숙박 정보
-고려호텔 원미구 길주로, 032)329-0001, www.hotelkoryo.net
-포스타호텔 오정구 석천로531번길, 0507)1336-6006, four star-bucheon.jalib.site 
-메이필드호텔 서울 강서구 방화대로, 02)2660-9000, www.mayfield.co.kr

식당 정보
-황해도김치만두전골 오정구 원종로51번길, 032)672-5509
-한촌설렁탕&갈비 부천본점 소사구 경인로, 032)668-2566
-조마루감자탕 본점 원미구 조마루로, 032)664-7394

주변 볼거리
상동호수공원, 부천시립박물관, 부천활박물관, 부천물박물관, 부천중앙공원, 무릉도원수목원, 부천호수식물원 수피아

<webmaster@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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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터질’ 11월 국회 막전막후

‘박 터질’ 11월 국회 막전막후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9월 정기국회 첫날부터 한복과 상복으로 기싸움을 벌이던 여의도 전쟁은 현재 진행형이다. 12월 정기국회 종료까지 겨우 한 달 남았지만 여야 간의 파열음은 여전하다. 더불어민주당은 개혁 추진 동력을 얻기 위해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이에 질세라 국민의힘은 야당으로서 거대 여당의 폭주에 맞서겠다며 맞불을 놨다. 고성과 퇴장이 난무하던 이재명정부 첫 국정감사(이하 국감)가 종합감사만 남긴 채 막바지에 돌입했다. 수많은 안건 속에서도 처음부터 끝까지 언급된 건 김현지·조희대 두 사람의 이름이다. 여전히 베일에 싸인 김현지 제1대통령실 부속실장과 사퇴 압박에도 꼿꼿하게 버티는 조희대 대법원장을 둘러싼 국감 후폭풍이 이어질 전망이다. 김현지 조희대 오는 6일 열리는 국회 운영위원회가 대통령실을 대상으로 한 종합감사에 김 실장 이름을 증인으로 올렸지만 끝내 불발됐다. 그동안 국민의힘은 김 실장을 증인으로 불러 모든 의혹을 검증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감사가 아닌 정치공세”라며 이를 거부했다. 민주당은 김 실장이 국감 당일 오전 또는 오후 1시까지만 출석할 수 있다고 밝혔고 ‘반반 출석’ 논란을 키웠다. 국민의힘 김은혜 의원은 “김현지 증인 출석을 놓고 민주당이 내놓은 안은 오전 출석, 오후 불출석이라고 하는데 국감이 치킨인가? 반반 출석하게”라며 “김 실장 한 사람을 지키려고 하니 이런 코미디가 나오는 것”이라고 비꼬았다. 국민의힘이 ‘김현지 흔들기’에 나서자 민주당은 조 대법원장을 도마 위에 올렸다. 민주당은 “국감이 끝난 이후 사법개혁을 처리하겠다”며 조 대법원장이 스스로 거취를 정할 수 있는 데드라인을 그어줬다. 민주당 전현희 최고위원은 “이번 사법개혁안은 제왕적 대법원장의 전횡을 막고 재판의 민주적 절차를 강화하기 위한 사법정상화법이다. 사법 독립성과 책임성을 두텁게 하고 국민의 공정한 재판받을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라며 사법부 장악 논란을 사전에 잠재웠다.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은 조 대법원장에 대한 탄핵 시도를 이어가고 있다. 혁신당 조국 비상대책위원장은 “대법원이 조 대법원장의 사퇴 요구를 외면할 경우 탄핵을 포함한 모든 법적·정치적 수단을 강력히 추진하겠다”며 으름장을 놨다. 두 사람의 이름은 오는 12월 정기국회를 마치고 해를 넘겨서도 호명될 것으로 보인다. 여야 모두 내년에 있을 지방선거를 겨냥해 상대편의 아킬레스건을 물고 늘어지겠다는 전략이다. 한 야권 관계자는 “김건희 특검이 12월까지 갈 것으로 봤는데 조희대라는 새로운 공격 포인트가 생겼다. 민주당이 쉽게 놔주지 않을 것”이라며 “‘내란 세트’로 묶어서 지방선거까지 끌고 가겠다는 심산이다. 내란이라는 키워드만큼 국민의힘을 공격하기 좋은 소재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반면에 민주당은 부동산 실책이 뼈아프다. 그걸 덮기 위해 조 대법원장을 계속해서 끌어들일 것”이라며 “국민의힘 권성동 의원과 추경호 의원에 대한 수사가 이뤄지면 이제 그쪽을 노리지 않겠나? 여아가 머리채만 안 잡았지, 아마 역대급 국회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여야 ‘사이좋게’ 하나씩 쥔 약점 특검 앞 권성동·추경호 운명은? 추 의원은 지난달 30일 국회의 계엄해제 의결을 방해한 혐의로 첫 조사를 받았다. 특검은 당시 원내대표였던 추 의원을 비롯한 국민의힘 지도부가 의원총회 장소를 여러 차례 변경함으로써 고의로 표결을 방해했는지를 들여다볼 예정이다. 이날 추 의원은 조은석 내란특검에서 진행되는 1차 피의자 소환조사에 응해 “무도한 정치 탄압”이라며 “당당하게 특검에 임하겠다”고 밝혔다.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구속 수감 중인 권성동 전 원내대표의 첫 재판은 오는 3일로 예정돼있다. 권 전 원내대표는 불법 정치자금 1억원을 수수한 혐의를 받아 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처럼 각종 악재가 국민의힘을 단단히 휘감자 부동산으로 한차례 휘청한 민주당이 반사이익 효과를 볼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여기에 여론조사 대납 의혹을 받는 오세훈 서울시장과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의 대질이 오는 8일 예정돼 내년 6월 치러질 지방선거 판까지 흔들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오는 5일부터 시작되는 내년도 예산안 심사를 놓고 긴장감이 고조된다. 이정부 출범 후 첫 예산 심사로 국민의힘은 지역사랑 상품권 등 이 대통령의 트레이드마크인 지역 화폐를 겨냥해 맹공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 올해 두 차례에 걸쳐 민주당 주도로 추경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국민의힘이 크게 반발했고, 지난 8월 정부 예산안이 공개되면서 본격적으로 ‘이재명식 포퓰리즘’ 프레임 굳히기에 나섰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는 오는 5일 있을 예산안 공청회를 시작으로 6∼7일 이틀간 종합정책질의를 실시할 예정이다. 10~11일에는 경제부처, 12∼13일에는 비경제부처 부별 심사가 진행되고 17일에는 소위원회 예산안의 감·증액을 심사하는 예산안조정소위가 가동된다. 각 소위의 논의를 거친 예산안은 전체회의 의결을 통해 본회의에 상정된다. 예산안 국회 본회의 처리 법정 시한은 매년 12월2일이지만 늘 그렇듯 여야의 예산 샅바싸움으로 해당 날짜를 넘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앞서 정부는 지난 8월 728조원의 예산을 편성했다. 올해 본예산에 견줬을 때 8.1% 늘어난 규모다. 이 대통령은 초혁신 경제 분야 등에 큰 폭으로 투자해 경제의 마중물 역할을 하겠다는 방침이다. 예산안이 의결되던 날 이 대통령은 “지금은 어느 때보다 재정의 적극적 역할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씨앗을 빌려서라도 뿌려서 농사를 준비하는 게 상식이고 순리”라고 말했다. 역대급 규모 쩐의 전쟁 이어 “현재 우리 경제는 신기술 주도의 산업 경제 혁신, 그리고 외풍에 취약한 수출 의존형 경제의 개선이라는 두 가지 과제를 동시에 안고 있다”며 “국무회의에서 의결되는 내년도 예산안은 이런 두 가지 과제를 동시에 해결하고 경제 대혁신을 통해 회복과 성장을 이끌어내기 위한 마중물”이라고 설명했다. 가장 눈에 띄는 점은 AI 투자다. 그동안 이 대통령은 AI 3대 강국을 강조한 만큼 예산 역시 이에 맞춰 전년 대비 3배 이상 증가한 10조1000억원으로 책정했다. 자동차·조선, 반도체 등 주요 산업에 AI를 접목하고 휴머노이드 로봇용 AI 모델 등 ‘피지컬 AI’ 분야에도 집중 투자를 예고했다. 과학기술 연구개발(R&D) 예산은 지난해보다 19.3% 증가한 35조3000억원이다. 역대 규모인 이번 예산 중 10조6000억원이 AI·바이오·콘텐츠·방산·에너지·제조 등 6대 첨단산업의 핵심 기술개발을 지원하기 위해 투입된다. 이 중에서도 국민의힘은 26조2000억원으로 책정된 ‘민생경제 회복과 사회연대경제 기반 구축’ 부문을 눈여겨보고 있다. 정부는 24조원 규모로 지역사랑상품권 발행을 지원하고 지역별 여건을 고려해 국비 보조율을 상향 조정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민주당은 24조원은 총 발행되는 상품권의 액면가이며 이 중 3~7%를 예산으로 지원하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디지털 온누리상품권 예산은 4000억원으로 도합 4조5000억원 규모로 책정됐다. 또 정부는 연 매출 1억400만원 미만인 소상공인 230만개 사에 경영안정 바우처 25만원을 지급하겠다고 밝혔다. 예산안이 발표되자 국민의힘은 곧바로 ‘국민 부담 가중 청구서’라고 반박했다. 국민의힘 박성훈 수석대변인은 “이정부 예산이 올해보다 8.1% 늘어난 728조원 규모로 편성됐다. 조세감면까지 포함하면 실질 지출은 무려 808조5000억원에 달한다”며 “내년도 국가채무는 1415조원, 2029년에는 무려 1789조 원으로 폭증할 전망이다. 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은 올해 49.1%에서 내년 51.6%, 2029년에는 58%까지 치솟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지난 문재인정부 5년 동안 국가채무 비율이 33.9%에서 46.8%로 뛰어올랐는데 이정부는 걷잡을 수 없이 불어나는 나랏빚을 통제하기는커녕, 폭발 직전까지 끌어올릴 심산”이라고 지적했다. 민주당은 “거짓 선동”이라며 민생 최우선에 초점을 맞췄다고 반박했다. ‘올려’ ‘내려’ 본회의 난타전 쟁점 법안 처리 여부도 관전 포인트다. 민주당은 사법개혁을 위한 법 왜곡죄를, 국민의힘은 이정부의 부동산을 겨냥한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폐지를 밀어붙이고 있다. 앞서 민주당과 혁신당은 각각 법 왜곡죄를 발의했다. 해당 법안은 판·검사가 증거를 조작하거나 사실관계를 왜곡하는 등 잘못된 사실관계에 법을 적용해 기소나 유죄 판결을 내리는 경우 처벌토록 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현재 법 왜곡죄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소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민주당 김현정 원내대변인은 지난달 28일 국정감사 대책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사법개혁안에 대해 “이번달 까지 (입법을) 마무리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당 백혜련 사법개혁특별위원장도 MBC 라디오를 통해 “특위에서 낸 5대 개혁안은 상당한 공감대가 이미 이뤄져 있다”며 “당내, 국민적으로 그리고 법원과도 대법관 증원 문제 빼고는 의사소통이 이뤄졌다. 법사위 논의 과정을 거친다고 한다면 이번 정기국회 내 충분히 처리 가능하다”고 밝혔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 역시 최고위원회의에서 “민주당은 개혁 골든타임을 절대로 실기하지 않고 연내에 반드시 마무리 짓겠다”며 힘을 실었다. 헌법 제84조이자 형사소송법 개정안인 ‘대통령 재판중지법’에도 군불을 땠다. 법사위 국감에서 국민의힘 송석준 의원이 “이 대통령 파기환송심은 다시 기일을 잡아 (재개)할 수 있느냐” 고 물은 데 대해 김대웅 서울고등법원장이 “이론적으로는 그렇다.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라고 답한 것이 도화선이 됐다. 헌법 제84조는 ‘대통령은 내란·외환죄를 제외하고는 재직 중에 발생한 범죄로 형사상 소추를 받지 않는다’고 규정한다. 당시 사법 리스크 족쇄를 풀지 못한 이재명 대표의 당선이 확실시되자 ‘대통령의 불소추특권’ 조항을 놓고 여러 갈래의 해석이 제기됐다. 민주당은 법안이 당론은 아니라면서도 향후 사법부의 행동에 따라 결정하겠다고 압박에 나섰다. 민주당 박상혁 의원은 YTN 라디오를 통해 “많은 국민이 지난 국감에서 서울고등법원장의 발언을 보고 깜짝 놀라셨을 것”이라며 “벌써 몇 달째 계류 중인 법안을 처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있다. 국민이 만들어주신 대통령을 지켜야 한다는 생각을 자연스럽게 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사법개혁? 부동산? 마음은 지선 노발대발 ‘쇼츠각’ 잡는 의원들 거대 여당인 민주당이 의석수로 법안을 통과시킨다면 국민의힘은 막아낼 도리가 없다. 대신 국민의힘은 부동산 규제를 파고들면서 이정부의 가장 아픈 곳을 찔렀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을 향해 이번 정기국회에서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이하 재초환) 폐지 법안을 여야 합의로 처리하자고 제안했다. 재건축 활성화의 핵심인 재초환은 재건축으로 얻은 초과이익에 부담금을 부담하는 규제다. 앞서 민주당은 재초환 폐지 가능성을 언급했다가 “당 차원의 결정은 아니”라며 입장을 선회했다. 10·15 부동산 대책 발표 후 예상보다 후폭풍이 크자 신중론을 내세운 것이다. 여당의 갈지자 부동산 행보가 오히려 시장 혼란을 부추겼다는 비판이 나오는 지점이다. 국민의힘 김도읍 정책위의장은 국회에서 열린 국정감사 대책회의에서 “민주당이 10·15 부동산 대책 발표 이후 국민적 비난과 여론의 뭇매로 궁지에 몰리자 이제야 국민의힘이 줄곧 주장해 온 재초환 폐지를 검토하겠다고 한다”며 “이미 김은혜 의원이 법안을 발의해 놨다. 정기국회에서 재초환 폐지 법안을 여야 합의로 신속 처리하자”고 말했다. 하지만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이 국감에서 재초환 유지 방향에 공감한다는 뜻을 밝히면서 여야 간 이견만 커지는 모양새다. 민주당 이연희 의원이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재초환 폐지는 투기 광풍을 불러올 조치기 때문에 결코 안 된다. 반드시 유지해야 한다”고 말했고 이에 김 장관은 “공감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민주당은 재초환 폐지를 정기국회 내 처리하자는 국민의힙 요구에 대해 “원내 중심의 대화를 기대한다”며 협상의 여지를 열어뒀다. 다만 더 이상 부동산 문제로 자책골을 넣어서는 안 된다는 여론이 강한 만큼 국민 여론을 충분히 반영하겠다는 방침이다. 문제는 여당인 민주당이 언제까지나 ‘신중하게’ 입장을 보류할 수 없다는 점이다. 부동산 시장 혼란이 가중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지만 “국민의힘 페이스에 말려들어가서는 안 된다”는 기류가 흐르는 만큼 돌파구를 모색해야 한다. 어느 각도에서 보더라도 여야의 강대강 대치는 불가피해 보인다. 지난달 26일 국회가 이례적으로 국감 도중 본회의를 열고 비쟁점 민생 법안 70여건을 일괄 처리하면서 협치의 물꼬가 트이나 싶었지만 또다시 서로를 향해 날을 세우는 형국이다. 앞서 민주당은 APEC 주간을 앞두고 국민의힘을 향해 “무정쟁 주간을 갖자”고 제안했으나 국민의힘은 “경제 참사·부동산 참사를 덮기 위한 침묵 강요이자 정치적 물타기”라고 오히려 비판 수위를 높였다. 김도읍 정책위의장은 “이정부와 민주당이 독선과 독재를 멈추고 정치를 회복시키면 정쟁은 없어진다”고 훈수했다. 손 내밀어도 고개만 팽 한 정치권 관계자는 “여당인 민주당은 정부의 외교 성과를 띄우고 야당인 국민의힘은 야당으로서 잘한 것과 아쉬운 것을 구분해 견제해야 하는데 지금 의원 한 명 한 명이 국회를 자기 정치의 장으로 쓰고 있다”며 “내년 지방선거 영향이 크다. 선거를 앞뒀는데 어떤 정당이든 서로 의견을 받아들이는 모습을 보여주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회의감을 내비쳤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