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속 불가’ 금연구역의 한계

꽁초만 쌓이는 ‘노 스모킹 존’

[일요시사 취재1팀] 최윤성 기자 = 최근 전국 어린이집, 유치원을 비롯한 보육시설과 초·중·고등학교 주변의 금연구역이 확대됐지만, 단속이 어렵고 사유지의 경우 규제서 제외되는 등 제도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해당 금연구역 곳곳서 여전히 흡연자가 목격되는 등 아직 실효성은 부족한 상황이다. 

지난 17일부터 국민건강증진법이 개정되면서 어린이집과 유치원, 초·중·고등학교 경계선으로부터 10m 이내였던 금연구역이 30m 이내로 확대됐다. 아동·청소년들의 간접흡연 피해를 줄이고 건강한 교육환경을 조성하자는 취지다. 법 개정에 따라 금연구역 내에서 흡연 행위가 적발될 시 1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되지만, 현장에서는 지켜지지 않는 모습이었다. 

겉핥기

<일요시사>는 지난 16일과 20일 서울 강북구, 중랑구 두 지역의 어린이집·초등학교를 찾았다. 시행 하루 전날인 지난 16일, 두 지역의 어린이집과 초등학교 총 3곳을 방문했는데 30m도 안 되는 골목길과 음식점 등에서 흡연자를 목격할 수 있었다. 

이날 오후 3시께 강북구 번동 지역의 한 초등학교 인접 주택가. 학교로부터 30m 이내 주택단지 곳곳서 버려진 담배꽁초들을 쉽게 발견할 수 있었다. 또 학교 주위를 한 바퀴 돌아보면서 담배꽁초가 없는 곳을 찾아보기란 어려웠을 정도였다.

10m 이내 흡연 금지를 안내하는 표지판이 붙어 있었지만, 그 주위조차 담배꽁초들이 널브러져 있었다. 

심지어 학교 정문으로부터 22m가량 떨어진 골목길에서는 초등학생이 지나가고 있음에도 교문 양쪽서 개의치 않는 듯 흡연자들을 목격하기도 했다. 당시 지나가던 초등학생은 코를 막고 있었다. 

학교 앞 건너편서 편의점을 운영하는 점주 A씨는 “학교가 바로 앞에 있지만, 인근 주민들이 골목길이나 집 밖에서 흡연하는 경우가 많다”며 “그동안 단속하는 건 못 봤다”고 말했다. 

해당 학교로부터 5분 거리에 있는 유치원서 걸어가면서는 담배를 피우며 빗물받이에 버리고 떠나는 주민을 목격하기도 했다. 이후 같은 날 오후 5시께 중랑구 면목동 지역의 한 유치원을 찾았다. 

해당 유치원 근방에는 음식점이나 술집 등이 몰려 있어 흡연자를 몇몇 찾아볼 수 있었다. 유치원 맞은편 4m 거리에 있는 식당 야외 테이블 위에는 재떨이용 뚝배기가 놓여 있었다.

그 안에는 종이컵과 담뱃갑, 담배꽁초들이 가득 차 있었다. 식당 야외 테이블에서 흡연했을 때 유치원 창문으로 연기가 흘러 들어가기 충분해 보였다. 

시행 이후 달라진 점 없어
“냄새 나서 창문도 못 열어”

해당 유치원 교사 B씨는 “(유치원이)시장 인근에 있다 보니 바로 앞에 있는 식당이나 옆 골목길서 담배를 피우고 가는 분들이 많다”며 “창문을 열어 놓으면 담배 냄새 때문에 열지도 못한다”고 토로했다. 시행 하루 전날임에도 불구하고 개정된 금연구역 법안에 대해 경계하는 모습은 없었다. 

본격적인 시행일이 지나고 지난 20일 앞서 3곳을 다시 찾아갔지만 달라진 점을 찾아보기란 어려웠다. 3곳 이외에도 중랑구 면목동 내에 있는 유치원과 초등학교 2곳을 추가로 방문했다. 

이날 총 5곳의 어린이집·학교를 찾아가 본 결과 2곳은 법 개정 전의 범위인 10m 이내 흡연 금지 표지판이 붙어 있었고, 나머지 3곳에만 변경된 어린이보호구역 내 금연구역 표지판이 있었다.

오후 1시께 앞서 찾아갔던 중랑구 면목동의 유치원을 다시 가 본 결과 건너편에 있는 식당 야외 테이블 위에는 여전히 재떨이용 뚝배기가 놓여 있었다. 

유치원 인근서 담배를 피우고 있는 주민은 찾아볼 수 없었지만, 금방 담배를 피우고 자리를 떠난 듯 재떨이에는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이 시각 해당 유치원은 창문이 닫혀 있었다. 

이후 같은 지역의 한 어린이집도 찾아가 봤다. 해당 어린이집은 골목길에 있었는데, 들어서는 순간 담배 냄새가 코를 찔렀다. 어린이집으로부터 10m 안 되는 곳에서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어린이집 인근서 담배를 피우고 있던 주민 C씨는 “골목길에 유치원이 있는지도 몰랐다”며 “앞으로 다른 곳을 가거나 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같은 지역 한 초등학교도 찾아갔다. 학교 담벼락에는 담배꽁초가 한두 개씩 있었다. 학교 인근 편의점 앞에서 담배를 피우는 주민을 목격하기도 했지만, 30m 이내는 아니었다. 그러나 편의점 바로 옆은 어린이공원으로 불과 9m 거리였다. 

이후 같은 날 오후 3시께 앞서 찾아갔던 강북구 지역의 한 초등학교는 지난 16일과 마찬가지로 학교 인근 골목길과 보행로에 버려진 담배꽁초가 눈에 들어왔다. 

사유지는 흡연 적발 불가
감시 인력은 턱없이 부족

그러다 학교 앞 빌라 밑에서 담배를 피우고 있는 주민을 만났다. 주민 D씨는 “항상 여기서 담배를 피우고 있는데, 학교 30m 이내가 금연구역인 줄 오늘 알았다”며 “(초등학교)30m 이내 금연구역이라는 기준이 모호해 정확한 범위를 알려줘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앞서 찾아갔던 유치원에서는 지난번처럼 담배를 피우며 지나가는 주민은 없었지만, 유치원으로부터 30m 이내 주택가나 골목길 바닥에는 버린 지 얼마 지나지 않은 담배꽁초를 볼 수 있었다. 

금연구역 내 흡연 단속은 각 지자체 관할 보건소가 담당하고 있지만, 관리엔 현실적인 어려움이 크다. 전체 금연구역에 비해 단속 인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특히 학교 인근 주차장이나 공터가 사유지인 경우에는 해당 장소서 흡연하더라도 단속이 불가능하다.

중랑보건소 관계자는 “법적으로 금연구역이 확대된 것이기 때문에 해당 위치서 흡연 행위가 있다면 단속할 수 있다”며 “대신 사유지는 법적으로 강제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기 때문에 그 부분은 제외한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중랑구 내 금연구역은 8010개소가 있는데, 단속 인력은 4명 정도라 항상 부족하다고 느낀다”며 “사무실 직원들도 같이 나가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강북보건소 관계자는 “과태료를 부과해서 근절하겠다는 취지도 물론 없다고 볼 수는 없으나 흡연자가 담배를 끊을 수 있도록 하는 정책 일환으로 봐야 한다”며 “강북구 내 금연구역이 7000개가 넘어간다. 현장서 적발하지 않으면 과태료 물리기 어려워 이 부분은 애로사항이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는 금연구역 범위 확대가 흡연자들의 금연에 큰 효과가 있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담배 규제 정책을 강화하기보다는 흡연자가 줄어들 수 있는 방향으로 정책을 내세우는 것이 효과적인 대책이라고 것이다.

이성규 한국담배규제연구교육센터장은 “흡연자에게 과태료 10만원을 부과하면 사회적 갈등을 유발하게 될 것”이라며 “금연 정책에 있어 준비성이 조금 부족했다고 생각되며, 실행력에 있어 한계가 있는 법안”이라고 지적했다.

불신론

이 센터장은 “흡연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 방안은 흡연자가 줄어드는 방향에 정책을 정부가 내세워야 한다”면서 “흡연자들을 위해 흡연 부스나 흡연시설을 계속 만들어주기보다는 담뱃세 인상이나 금연 정책을 위한 예산 투입 등 포괄적 담배 규제 정책에 나서야 한다”고 제언했다.

<yuncastle@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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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경찰 압수 비트코인 ‘1400억’ 털린 내막

[단독] 경찰 압수 비트코인 ‘1400억’ 털린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경찰이 압수한 비트코인 1700여개 중 1400개 이상이 사라졌다. 전체 피해액은 최소 1300억원에서 최대 1500억원 수준으로 추산된다. 충격적인 것은 탈취 시점과 방식, 그리고 접속 기기까지 모두 경찰 수사 과정과 맞물려 있다는 점이다. 단순 해킹으로 보기 어려운 정황이 잇따라 확인되면서 사건의 성격이 ‘내부 연루 의혹’으로 급격히 기울고 있다. 사건의 출발은 2021년 11월 광주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의 불법 도박사이트 수사였다. 광주청 수사과 소속 경사 김모씨 등은 범죄수익은닉 혐의 압수수색영장을 집행하며 불법 도박장 개설 혐의 등을 받은 비트세븐 거래소 대표 이모씨의 블록체인닷컴 지갑에 접속했다. 6분 간격 연결고리 당시 경찰은 피의자 이씨의 블록체인닷컴 지갑 계정에 접속해 비트코인 1798개를 확인했다. 경찰은 같은 날 오전 11시58분부터 약 40분간 27차례에 걸쳐 135개를 이체하며 1차 압수를 진행했다. 이후 접속이 차단됐다고 주장했지만, 불과 몇 시간 뒤인 11월10일 새벽과 오후, 경찰청 사무실에서 추가로 185개를 더 이체했다. 총 320개가 ‘정식 압수’됐다.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2021년 11월10일 오후 8시28분. 김 경사는 압수된 계정의 연동 이메일을 자신의 구글 계정으로 변경한다. 그리고 불과 12분 뒤인 8시40분부터, 지갑에 남아 있던 비트코인 1477개가 195차례에 걸쳐 외부 주소로 빠져나갔다. 압수 직후, 그것도 계정 권한이 경찰에게 완전히 넘어간 직후 벌어진 대규모 탈취였다. 블록체인닷컴이 제출한 IP 로그는 더욱 노골적이다. 11월9일부터 10일 오후 8시32분까지 모두 한국 IP를 사용한 수사관 접속 기록이다. 이후 마지막 김 경사의 접속 6분 뒤, 미국·우크라이나·캐나다 IP를 통한 접속이 연속으로 발생한다. VPN을 이용한 김 경사로 의심되는 ‘탈취자’의 접속이다. 수사관 로그인 → 6분 후 탈취 로그인 → 즉시 대량 이체로 이어진 것이다. 외부 해커의 우연한 침입이라 보기에는 타이밍이 지나치게 촘촘하고 정교하다. 결정적인 단서는 디바이스 로그다. 블록체인닷컴 측이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해당 계정에는 단 두 종류의 기기만 기록돼있다. 하나는 윈도우 기반 데스크톱, 다른 하나는 안드로이드 모바일이다. 이 중 안드로이드 접속은 단 한 번, 우크라이나 IP를 통해 이뤄졌다. 나머지 탈취 접속은 모두 윈도우 데스크톱이다. 문제는 그 윈도우 기기다. 로그에는 수사관이 사용한 윈도우 기기 외에 다른 데스크톱 기록이 존재하지 않는다. 즉, 탈취자가 사용한 윈도우 PC가 별도 기기였다면 반드시 추가 로그가 남아야 하지만 그마저도 없다. 탈취 접속에 사용된 윈도우 기기가 수사관이 사용한 기기와 동일하다는 것이다. 수사관 접속 후 VPN 유출 시작 경찰이 사용한 기기가 쓰였다? 탈취 당시 상황도 석연치 않다. 계정 연동 이메일이 김 경사의 개인 계정으로 바뀐 직후 탈취가 시작됐다. 이 과정에서 최소 198건의 출금이 발생했다. 정상이라면 동일 수량의 알림 이메일이 수신돼야 한다. 그러나 김 경사의 이메일에는 단 7건만 남아 있다. 나머지 191건은 흔적조차 없다. 더욱이 김 경사는 당시 사무실에 남아 있었고, 탈취 시간 동안 계정 재접속을 시도했다고 진술했다. 그럼에도 본인 이메일로 전송된 출금 알림을 전혀 인지하지 못했다는 설명이다. 단순 실수로 보기엔 삭제 규모가 과도하다. 선택적 삭제 가능성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수사 협조 전문가 박모씨의 분석 자료에서도 이해하기 어려운 정황이 발견됐다. 박씨는 11월11일 저녁, 탈취 자금 흐름을 분석한 노드 자료를 김 경사에게 전달했다. 그런데 해당 자료에는 그 시점 기준 아직 발생하지 않은 미래 트랜잭션이 포함돼있었다. 실제 해당 거래는 다음 날 새벽에야 블록체인에 기록된 것으로 확인된다. 블록체인 구조상 발생하지 않은 거래를 사전에 확인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불가능하다. 이 때문에 해당 자료가 사후 수정됐거나, 탈취 경로를 사전에 알고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이씨는 사건 발생 한 달 뒤 탈취 사실을 인지하고 검찰에 진정을 제기했다. 이후 추가 진정까지 제출했지만, 수사는 2024년까지 사실상 진행되지 않았다. 그러다 뒤늦게 수사가 이뤄졌고, 결과는 반전이었다. 탈취 의혹은 규명되지 않은 채, 오히려 피해자가 허위 고발을 했다며 무고 혐의로 기소된 것이다. 국가 수사기관이 압수한 비트코인이 경찰 손을 거친 직후 대량으로 사라졌으나, 코인의 주인은 구속되고 경찰은 의심에서 벗어났다. 단순 해킹이라 보기에는 시점과 방식, 그리고 이후 수사 흐름까지 모든 것이 비정상적이다. 법원도 이미 “누군가 계정에 접근해 비트코인을 이체했다”고 판단했고, 검찰은 수사 정보 유출 의혹까지 제기하고 경찰을 상대로 압수수색을 벌였다. 정작 탈취 의혹을 제기한 당사자는 무고 혐의로 법정에 서 있는 상황이다. ‘누가 훔쳤는가’라는 본질적 질문은 여전히 답을 얻지 못한 채 사건은 미궁으로 빠졌다. 알림 191건 흔적 없이… 경찰은 1일 전송 한도 때문에 압수가 며칠에 걸쳐 이뤄지는 사이, 이씨 측이 이를 빼돌렸다고 판단했다. 반면 이씨 측은 정반대 주장을 펼쳤다. 계정 접근권한을 사실상 장악한 수사기관 내부에서 탈취가 이뤄졌을 가능성을 제기한 것이다. 사건은 단순 범죄수익 환수 문제를 넘어 ‘압수된 국가 관리 자산이 어떻게 사라졌는가’라는 근본적 의문으로 확장됐다. 광주지법 항소심은 도박공간 개설과 범죄수익은닉 혐의 자체는 유죄로 인정하면서도, 사라진 1476개 비트코인에 대해서는 이씨의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누군가 이씨의 블록체인 계정에 접근해 당시까지 남아있던 비트코인 대부분을 다른 지갑으로 이체해 갔다”고 판시했다. 이는 곧 해당 비트코인의 이동 주체가 이씨로 특정되지 않았음을 의미한다. 그 결과 1심에서 600억원대에 달했던 불법 도박장 개설 혐의 등에 대한 추징금은 항소심에서 15억원 수준으로 대폭 줄어들었다. 이 판결은 중요한 함의를 갖는다. 법원이 최소한 “외부 혹은 제3자의 개입 가능성”을 인정했다는 점에서다. 즉, 단순히 피고인이 숨기거나 빼돌린 사건이 아니라, 압수된 계정에 대한 추가 접근이 있었고 실제 자산 이동이 발생했다는 사실 자체는 부정되지 않았다. 검찰 역시 이 사건을 단순히 피고인 책임으로만 보지 않았다. 2023년 11월 검찰은 광주경찰청과 서부경찰서를 상대로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수사 정보가 외부로 유출됐을 가능성과 압수 과정의 적법성을 확인하기 위한 조치였다. 이 과정에서 사건 브로커와 거액 자금 흐름까지 거론되며 사건은 더욱 복잡한 양상으로 번졌다. 단순한 도박사이트 수사가 아니라 수사 기밀, 로비, 가상자산 이동이 뒤엉킨 구조적 사건으로 확장된 것이다. 최근 공판에서는 또 다른 쟁점이 드러났다. 증인으로 출석한 전문가 박씨 측 인물은 사라진 비트코인의 이동 경로를 분석한 결과 특정 거래소 계열 지갑으로 이어지는 흐름이 확인된다며, 도박사이트 운영 세력이 직접 자금을 이동시켰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의심받는 수사관 반면 이씨 측은 사건 직후 오히려 검찰에 진정을 제기하며 탈취 의혹을 먼저 제기한 점을 강조하며, 스스로 범행을 저질렀다면 그런 행동을 할 이유가 없다고 반박했다. 또 블록체인닷컴 측 자료에 따르면 ‘탈취자’는 VPN을 이용해 해외 IP로 접속했으며, 일부 접속은 데스크톱 환경에서 이뤄진 것으로 분석됐다. 만약 이 분석이 사실이라면, 압수 과정에서 사용된 기기와 탈취에 사용된 기기가 동일하거나 밀접하게 연관됐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다만 이 같은 기술적 분석은 현재까지 법원에서 확정된 사실이 아니라는 점에서 추가적인 검증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메일 기록 역시 의문을 키운다. 탈취 과정에서 수백건에 달하는 출금이 발생했다면 이에 상응하는 알림 메일이 존재해야 정상이다. 그러나 일부 기록만 남아 있고 상당수는 확인되지 않는다는 주장도 나온다. 만약 실제로 알림이 발송됐음에도 기록이 남아 있지 않다면, 이는 단순 오류가 아니라 의도적 삭제 가능성까지 의심할 수 있는 대목이다. 결국 이 사건은 세 가지 축으로 압축된다. 첫째, 경찰이 압수한 가상자산이 왜 완전히 확보되지 못했는가. 둘째, 압수 이후 누가 해당 계정에 접근해 자산을 이동시켰는가. 셋째, 그 과정에서 수사기관 내부 혹은 외부 세력의 개입이 있었는가다. 상식적으로 국가가 압수한 자산은 그 어떤 개인소유보다도 안전하게 보호돼야 한다. 그러나 이 사건에서는 정반대 결과가 나타났다. 압수 직후 대규모 자산이 사라졌고, 책임 소재는 규명되지 않았으며, 의혹을 제기한 당사자는 오히려 피고인 신분이 됐다. 계정 변경 직후 사라져 이메일 변경 직후 작업 이 사건이 단순한 형사사건을 넘어서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만약 압수된 자산조차 안전하게 관리되지 못한다면, 국가 형사사법 시스템에 대한 신뢰 자체가 흔들릴 수밖에 없다. 특히 가상자산과 같이 추적과 관리가 기술적으로 가능한 자산에서 이런 일이 발생했다는 점은 더욱 심각하다. 현재까지 드러난 정황만 놓고 보면, 이 사건은 ‘탈취’가 아니라 ‘내부 유출’ 가능성을 강하게 의심케 한다. 한편, 지난달 15일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인물은 범행 주체가 경찰이 아니라 탈취범으로 지목된 이씨와 그의 아버지일 가능성이 크다는 취지로 증언했다. 광주지방법원 형사10단독 유형웅 판사는 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 등을 받고 있는 이씨 부녀에 대한 속행 공판기일 재판을 열었다. 이씨 부녀는 2021년 11월 경찰 압수수색이 진행되던 중 자신의 블록체인 지갑에 있던 비트코인 1476개를 빼돌린 혐의로 기소됐다. 검사는 이날 A씨를 증인으로 신청해 신문했다. A씨는 과거 이씨 측 부탁을 받고 비트코인 환전에 도움 준 인물이다. 현재는 코인 관련 별도 사기 혐의로 보석 상태에서 재판을 받고 있다. A씨는 이날 검사의 질문을 받고 “이씨 지갑에서 사라진 비트코인 1400여개의 행방을 쫓기 위해 거래 내역을 분석한 결과, 비트세븐 거래소와 연결된 지갑이 다수 등장했다”고 말했다. 이어 “당시 경찰은 일일 전송 제한량이 걸려 있어 이씨 지갑에 있던 비트코인을 여러 날에 걸쳐 경찰 지갑으로 옮겨 압수했는데, 같은 시기 탈취범은 순식간에 이씨 지갑에 있던 비트코인 1400여개를 빼간 것으로 나타났다”고 증언했다. 그러면서 “경찰과 달리 이씨 지갑에서 순식간에 다량의 비트코인을 탈취해 간 점, 탈취된 비트코인 이동 경로에 비트세븐 거래소 지갑이 활용된 점을 고려할 때 탈취범은 비트세븐 거래소를 통제할 수 있는 사람들”이라며 사실상 이씨 부녀를 겨냥했다. 구속된 코인 주인 A씨가 언급한 비트세븐 거래소는 정상적인 가상자산 거래소가 아니라, 이씨 부녀가 해외에 서버를 두고 운영했던 도박사이트라는 주장이다. 비트세븐 거래소와 관련해 이씨는 도박공간 개설 혐의 등으로 대법원에서 유죄 판결을 확정받았다. 다만 해당 재판에서 사라진 비트코인 1476개에 관한 추징(현 시세 기준 약 1620억원) 책임은 인정되지 않아, 검찰은 범죄수익은닉 혐의를 적용해 이씨를 부친과 함께 추가 기소했다. A씨의 증언에 대해 이씨 부녀 측은 즉각 반박하는 대신 별도 의견서를 재판부에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