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안세영발’ 태풍의 눈 김택규

동호인이 프로선수 컨트롤?

[일요시사 취재1팀] 최윤성 기자 = 김택규 대한배드민턴협회장의 ‘내부 갑질’ 폭로가 나온 가운데 후원사로부터 셔틀콕 ‘페이백’을 받아 장부에 적지 않고 임의로 사용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진상조사에 나선 상황서 협회 운영에 대한 문제 제기가 곳곳서 터져 나오고 있다.

대한배드민턴협회(이하 배드민턴협회)에 복종 강요 규정과 개인 스폰서 제한, 실업 선수들의 불공정 계약 등의 문제를 개선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아지는 가운데, 김택규 배드민턴협회장이 갑질과 폭언을 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배드민턴협회 운영 문제에 대한 강도 높은 조사에 들어간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가 김 회장의 독단적 협회 운영에 대해서도 들여다볼 것으로 전망된다. 

독단 운영
내부 폭로

지난 13일 <세계일보> 보도에 따르면, 김 회장의 폭언과 억압적인 태도로 인해 배드민턴협회 직원들이 견디기 힘들어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배드민턴협회 전 직원 A씨는 “김 회장은 자기중심적으로 협회를 운영하며 자신의 말을 따르지 않을 경우 욕하고 소리를 지르는 건 일상이었다”며 “이런 폭압적인 분위기로 인해 협회 내부에선 아닌 것도 아니라고 말을 못 하는 상황이었다”고 토로했다. 

이어 “이를 견디지 못하고 퇴사하는 직원도 있었고, 한 임원은 직원 회식 자리서 ‘새X가 할 줄 아는 게 뭐냐’는 폭언을 듣기도 했다”고 말했다. 


김 회장이 주말과 휴일에도 직원들을 개인 기사처럼 부리고 과도한 의전을 요구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서울 송파구 소재의 협회 사무실이 아닌 본인의 거처와 회사가 있는 충남 서산까지 협회 직원을 주 1~2회씩 불러 업무를 처리하고, 주말과 휴일에도 직원을 개인 기사처럼 부렸다는 것이다. 

한 직원은 “주말 전라남도서 오전 11시 열리는 생활체육대회 참석하면서 서울 직원을 서산으로 불러 이동했고, 평일·휴일 가리지 않고 개인 기사처럼 부리기도 했다”며 “하루에도 1000㎞를 운전한 것 같다고 토로한 직원도 있었다”고 주장했다. 

갑질 의혹뿐 아니라 협회가 회계 산입 없이 스폰서십의 30%를 추가로 받았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앞서 해당 매체는 지난 14일 문체부가 협회와 김 회장이 스폰서인 요넥스로부터 받은 비용 중 30%의 ‘페이백’을 절차 없이 임의로 사용했다고 보도했다. 

배드민턴협회는 지난해 요넥스와 계약을 체결하면서 대회에 사용된 셔틀콕의 30%를 추가로 받는 ‘페이백 부속 합의’를 체결했다. 요넥스가 제공한 셔틀콕은 배드민턴 승강제 리그(BK5), 유·청소년 클럽 대회인 아이리그, 여학생 배드민턴 교실 등 국가 공모사업서 사용됐으며, 총 2만타가 사용됐다. 

해당 합의에 따라 배드민턴협회는 6000타를 확보했으며, 대회용 셔틀콕 1타의 가격이 1만7900원이므로 대회서 사용된 셔틀콕의 총 가치는 3억5800만원에 달한다. 협회는 1억740만원어치의 추가 장비를 페이백 받은 것이다.

요넥스서 받은 30%의 페이백은 배드민턴협회 장부에 기록되지 않았으며, 김 회장은 이를 절차 없이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문제는 지난 이사회서도 지적된 것으로 보인다. 


배드민턴협회 내부 관계자는 “지난 2월 열린 제90차 이사회서 페이백에 대한 문제가 제기됐다”며 “당시 ‘공장서 남은 철 찌꺼기를 팔아먹어도 문제가 되는 세상이 된 만큼 이제 투명해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까지 나왔지만 김 회장은 ‘그동안 문제가 없었는데 이것도 회장 마음대로 못하느냐’고 화를 냈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난해는 페이백이 30%였지만 2022년까지는 40%를 지급한다는 부속 합의가 있었다”며 “국가공모사업서 관례라는 이유만으로 투명하지 못해 안타깝다”고 지적했다. 

김 회장이 이렇게 얻은 물품들을 자신의 측근이나 지역 대회에 배분했다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이에 대해 배드민턴협회 측은 문제가 될 것이 없다는 입장이다. 

안세영 폭로 후 내부고발 이어져
직원들을 비서·기사처럼 마음대로

지난 14일 <CBS 노컷뉴스> 보도에 따르면 배드민턴협회 측은 “2022년 승강제 리그 사업 공모에 선정돼 대회를 치르기 위해 셔틀콕을 구입해야 하는 상황에 협회 공식 후원사인 요넥스에 간곡히 요청해 정상가보다 낮은 원가에 공급계약을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대한배드민턴협회는 일종의 보너스 개념인 페이백 사용에 대해 “생활체육이 어려운 상황서 지원을 요넥스에 요청해 받은 것”이라며 “김 회장이 이를 착복하거나 사적으로 사용한 것이 아니라 승강제 등 대회를 치르는 각 시도협회에 배분했다”고 해명했다.

아울러 배드민턴협회의 한 관계자는 “추가 셔틀콕 사용에 대해서는 변호사 자문을 통해 문제가 없다는 소견을 들었다”며 “페이백 관련 규정이 없기 때문에 장부 산입 등 절차를 어겼다는 주장은 맞지 않고, 각 시도협회에 배분된 자료를 확보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요넥스도 난감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요넥스 관계자는 “사실 막대한 금액을 후원하는 만큼 협회 사업에는 정당한 가격으로 계약해 합리적으로 이익을 보는 게 회사 입장에서는 맞다”면서도 “그러나 생활체육의 열악한 상황과 종목 발전을 위해 대승적으로 원가에 계약했고, 추가로 용품을 공급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지난 2021년 제31대 배드민턴협회장으로 취임했던 김 회장의 임기는 오는 2025년까지다. ‘생활체육 동호인’ 출신인 김 회장은 당초 협회의 엘리트 스포츠 분야는 크게 관여하지 않았다.

그러나 점차 엘리트 쪽도 관여하기 시작했고 결국 전권을 잡으면서 강압적으로 변했다는 후문이다.

권력의 돌변
드러난 민낯

협회 창립 이래 처음 경선으로 진행된 회장 선거서 당선된 김 회장은 당선 당시 공약으로 ▲배드민턴 동호인 저변 확대 및 회원관리 체계화 ▲투명한 국가대표 선발 및 발전적 운영 방안 강구 ▲유소년 배드민턴 육성 정책 강화 ▲해외 및 북한과의 경기 훈련 교류 모색 등을 내세운 바 있다.


이번 2024 파리올림픽 배드민턴 여자 단식 금메달리스트 안세영의 작심 발언에 따른 논란이 거세지면서 배드민턴협회의 민낯이 드러났다. 배드민턴협회가 선수촌 안팎서 지시에 무조건 복종하라거나 선수들 연봉과 후원 계약도 하나하나 제한한 점들이 논란으로 떠올랐다. 

지난 11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강유정 의원이 배드민턴협회로부터 제공받은 ‘국가대표 운영 지침’에 따르면, 배드민턴협회는 배드민턴 국가대표 선수에게 선수촌 내외 생활과 훈련 중 ‘지도자의 지시와 명령에 복종해야’ 하는 임무를 부과하고 있다. 

배드민턴협회는 운영지침 제6조 제2항의 1호서 ‘촌내외 생활과 훈련 중 지도자의 지시와 명령에 복종’하도록 했고, 2호서 ‘국가대표 담당 지도자의 허가 없이는 훈련에 불참하거나 훈련장 이탈 불가’라고 규정했다. 

강 의원은 “생활과 훈련 중이라는 조건이 있으나 조건을 만족한다면 지도자의 어떠한 부당한 지시라도 따라야 하도록 악용할 수 있는 가능성이 다분하다”며 “상명하복이 엄격한 군인의 명령 복종 의무도 ‘상관의 직무상 명령’이라고 한정돼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배드민턴협회가 국가대표 선수에게 부과한 의무가 다른 종목이나 군인에 비해 지나치게 포괄적이고 과도하다는 지적”이라며 “배드민턴협회도 안세영 선수와 진실 공방으로 다툴 것이 아니라 시대착오적이고 반인권적인 조항을 개정해 우수한 선수를 양성한다는 협회 본연의 임무에 집중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개인 스폰서 제한 문제도 불거졌다. 해외 선수들은 스폰서와 광고 등을 자유롭게 받을 수 있지만, 국내 선수는 규정상 개인 후원이 모두 금지됐기 때문이다. 


안세영은 지난 11일 <연합뉴스> 인터뷰서 “(선수들이)광고가 아니더라도 배드민턴으로도 경제적인 보상을 충분히 누릴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스폰서나 계약적인 부분을 막지 말고 많이 풀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날 인터뷰서 부상 관리에 대한 부분과 선수단 운영 등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다만 “선수들에게 차별이 아니라 동기 부여가 될 수 있다”며 “모든 선수를 다 똑같이 대한다면 오히려 역차별이 아닌가 싶다”고 강조했다. 안세영이 지적한 부분은 현재 국가대표 선수의 개인 후원 및 실업 선수의 연봉·계약금 관련 규정으로 개선이 필요하다는 주장으로 해석된다. 

배드민턴협회의 국가대표 운영지침에는 ‘국가대표 자격으로 훈련 및 대회 참가 시 협회가 지정한 경기복 및 경기 용품을 사용하고 협회 요청 시 홍보에 적극 협조한다’고 명시돼있다. 

김 협회장
그는 누구?

개인 후원 계약에 대해선 ‘그 위치는 우측 카라(넥)로 지정하며 수량은 1개로 지정한다. 단 배드민턴 용품사 및 본 협회 후원사와 동종업종에 대한 개인 후원 계약은 제한된다’고 적혀 있다. 

또 ‘개인 후원 계약기간에 올림픽 및 아시아경기대회 등 대한체육회서 주관해 파견하는 종합 경기대회에 참가할 경우 대한체육회의 홍보 규정을 준수해야 한다’고 돼있다. 

선수가 태극마크를 다는 순간 개인적인 후원을 받을 수 있는 여지는 줄어들고, 반대로 협회나 대한체육회 차원의 후원사에 종속되는 셈이다. 이에 안세영은 선수 개개인의 상황을 고려한 유연한 규정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과거 안세영은 대표팀 후원사 신발에 불편함을 느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다행히 후원사에서 미끄럼 방지 양말을 맞춤형으로 제작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다.

안세영은 지난 5일, 프랑스 파리 포르트드라샤펠 경기장서 열린 대회 여자 단식 결승전서 허빙자오(중국)를 꺾고 금메달을 차지한 뒤 “제 부상은 생각보다 심각했고 너무 안일하게 생각한 대표팀한테 조금 크게 실망했었다” “이 순간을 끝으로 대표팀이랑은 계속 가기 힘들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고 작심 발언했다.

이어 “제가 부상을 겪는 상황서 대표팀에 대해 너무 크게 실망했다” “처음에 오진이 났던 순간부터 계속 참으면서 경기했는데 작년 말 다시 검진해 보니 많이 안 좋더라” “꿋꿋이 참고 트레이너 선생님이 도와주셔서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에 김 회장은 배드민턴협회와 안세영 측의 갈등은 없었다고 해명했다.

지난 7일 인천 국제공항을 통해 조기 귀국한 김 회장은 취재진 앞에서 “나와 선수, 협회와 선수는 갈등이 없었다”며 “(안세영은)제대로 다 선수 생활을 했고 오진이 났던 부분에 관해서만 파악해서 보도자료로 배포하겠다”고 말했다. 

‘안세영의 발언에 관해 회장으로서 어떤 생각을 갖고 있냐’는 질문에는 “심적으로는 가슴이 아프다”며 “사실 협회서 무슨 잘못을 많이 한 것처럼 보이는데 보도자료를 보면 이해할 부분이 많을 것”이라고 답했다.

안세영이 “대표팀과 함께 할 수 없다”고 말한 부분에 대해서는 “그것도 확인하겠다”며 “왜 그런 소리를 했는지”라고 말했다. 

김 회장은 당초 안세영 등 대표팀 선수단과 이날 오후 4시에 귀국하려 했지만 안세영의 작심 발언 후 일부 배드민턴협회 임원들은 항공편을 변경해 조기 귀국길에 올랐다.

제왕적 협회 운영 도마에
부실한 선수 관리도 논란

김 회장은 “보도자료를 오늘 중으로 배포하기 위해서였다”며 “(원래대로 오면)도착 시간이 오후 4시인데, 그때 만들 수가 없다”고 말했다.

안세영은 지난 6일 한국행 비행기를 타기 전 대한체육회 코리아하우스 기자회견 불참과 관련해 “(협회가)저한테는 다 기다리라고 하고 아무 말도 하지 말라고 하는데, 저도 지금 아무것도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김 회장은 “그런 적 없다” “나도 (안세영이)안 나온 게 좀 의아스러웠다”고 말했다.

이 같은 논란이 불거지자 문체부는 지난 12일, 배드민턴협회에 대해 조사에 착수하겠다고 밝혔다.

문체부는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안세영의 인터뷰로 논란이 된 미흡한 부상 관리, 복식 위주 훈련, 대회 출전 강요 의혹 등에 대한 경위 파악뿐만 아니라 그동안 논란이 됐던 제도 관련 문제, 협회의 보조금 집행 및 운영 실태까지 종합적으로 살펴볼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국가대표 선발 과정의 공정성 및 훈련과 대회출전 지원의 효율성 ▲협회의 후원 계약 방식이 ‘협회와 선수 사이에서 균형을 갖추고 있는지’ 여부 ▲배드민턴 종목에 있는 선수의 국제대회 출전 제한 제도의 합리성 ▲선수의 연봉 체계에 불합리한 점이 없는지를 들여다본다는 계획이다. 

문체부는 “이번 조사가 단순히 ‘협회가 선수 관리를 적절히 했는지’를 확인하는 것이 아니라 그동안 제기됐던 여러 현안에 관해 의견을 수렴하게 될 것”이라며 “배드민턴뿐만 아니라 다른 종목 발전에도 파급될 수 있는 미래지향적 방안을 마련하는 계기로 삼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문체부는 올해 기준 배드민턴협회에 71억2000만원의 보조금을 지원하고 있다. 

문체부는 “협회와 대표팀 등 관계자 의견을 청취하고 현장조사와 전문가 자문회의 등 다각적인 조사를 실시할 예정”이라며 “12일 조사를 시작해 다음 달 중 결과 발표를 목표로 뒀다”며 “국민적 의혹이 남지 않도록 엄정하고, 어느 한쪽에 편향됨 없이 공정함을 원칙으로 실시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12일 소속팀 삼성생명을 통해 안세영은 이달 출전 예정이었던 두 국제대회에 불참하겠다는 의사를 대한배드민턴협회에 전달했다. 그의 무릎과 발목 부상이 원인이었다.

안세영이 불참하는 대회는 이달 20~25일에 열리는 세계배드민턴연맹(BWF) 월드투어 슈퍼 750 일본오픈과 이달 27일부터 다음 달 1일까지 열리는 슈퍼 500 코리아오픈이다. 안세영은 두 대회 모두 디펜딩 챔피언 자격으로 뛸 예정이었다. 

작심 발언
거센 비판

안세영은 지난해 열린 2022 항저우아시안게임 결승전서 오른쪽 무릎 부상을 당했고, 이번 파리올림픽 사전캠프서 발목 힘줄을 다쳤다. 그럼에도 여자 단식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안세영의 이달 대회 불참은 최근 작심 발언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yuncastle@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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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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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한때 연예계를 떨게 했던 ‘마의 11월’이 다시 온 걸까? 매년 11월마다 연예계와 방송가에서 각종 이슈가 터진다는 말에서 비롯된 표현이다. 아슬아슬하게 11월은 넘기는가 싶더니 12월이 되자마자 연예계 이슈가 온 세상을 뒤덮었다. 동시다발로 터져 나온 연예계 사건·사고에 정작 중요한 이슈들이 가라앉고 있다. SNS에서 의혹이 제기되고, 이는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게재된다. 얼마 가지 않아 기사로 보도된다. 유튜브 쇼츠로 제작돼 확산한다. 다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다. 방송으로 퍼진다. 방송분이 편집돼 다시 유튜브 영상으로 제작된다. 이 모든 과정에서 생산된 콘텐츠는 SNS를 통해 재생산된다. 다른 이슈가 불거진다. 반복된다. 하루 사이 연달아서 최근 이슈가 퍼지는 방식이다. 기사 등을 통해 정보가 대중에게 전달되던 시기는 이제 끝났다. 이제는 오히려 언론이 온라인 커뮤니티 글을 소스로 기사를 작성하는 판이다. 동시에 레거시 미디어를 통해 정보가 확산하던 시기도 지나간 지 오래다. 이제 모두가 유튜브로 이슈를 확인하고 댓글을 통해 의견을 표출한다. 문제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레거시 미디어로, 또다시 유튜브로 대표되는 뉴미디어로 정보가 전달되는 과정에서 자극도가 높아진다는 점이다. 동시에 확인되지 않은, 왜곡된 내용이 처음 올라온 정보에 덕지덕지 달라붙는다. 확산 속도 또한 어마어마하게 빠르다. 몇 시간이면 대형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를 비롯해 유튜브까지 퍼진다. 이 사이클은 무한정 돌아간다. 시간이 가면서 대중은 짧은 영상에 목말라 하고 있다. 분 단위의 영상보다는 초 단위 쇼츠에 더 열광한다. 영상 제작자는 조회수가 곧 돈이기에 대중의 입맛에 콘텐츠를 맞출 수밖에 없다. 도파민을 바라는 대중의 눈에 들기 위해선 흡인력 있는 영상을 만들어야 한다. 사실이든 아니든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불과 일주일 새 연예계에서 동시다발로 이슈가 터졌다. 과거, 약물, 갑질, 조폭 의혹 등 언급되는 단어만으로 충격이 일었다. 여기에 의혹에 연루된 연예인의 면면이 전부 각 분야에서 잘 알려진 사람이라는 점은 이슈 확산에 기름을 부었다. 순식간에 커뮤니티와 유튜브 등이 불타올랐다. 배우 조진웅이 과거에 소년범이었다는 보도가 나왔다. 올해 광복절 경축식을 비롯해 정부 행사에 자주 얼굴을 드러냈던 터라 처음에는 반신반의하는 반응이 많았다. 비상계엄 사태 때에도 SNS에 글을 올리는 등 말할 때는 하는 이른바 ‘개념 연예인’으로 알려져 있어 대중은 조진웅의 반응을 기다렸다. 기사, SNS로 한꺼번에 유튜브 타고 빠른 확산 하지만 소년범이었던 과거가 사실로 드러나고 그가 은퇴를 선언하면서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동시에 조진웅의 은퇴를 두고 ‘과거의 일’이라는 의견과 ‘피해자를 생각하라’는 의견이 대립하기 시작했다. 일부 진보 진영 정치인이 한두 마디씩 말을 보태면서 의견 대립은 정치권으로까지 번졌다. 여기에 소년범 의혹을 최초로 기사화한 언론의 보도 윤리도 도마 위에 올랐다. 개그우먼 박나래는 매니저 갑질 의혹과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이 동시에 불거졌다. 매니저들이 박나래를 상대로 고소했다는 보도가 나온 이후 줄줄이 이어진 후속 보도에서 드러난 의혹들이다. 박나래가 매니저들과 진실 공방을 벌이는 내용이 거듭해서 언론 보도, 유튜브 쇼츠 등으로 이어지면서 불씨가 꺼지지 않고 있다. 특히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은 ‘주사 이모’라는 존재가 등장하면서 판이 커질 기미를 보이고 있다. 주사 이모는 박나래에게 주사 등을 통해 투약한 인물로 추정된다. 해당 인물의 SNS가 공개되면서 몇몇 연예인이 연루 의혹을 받고 있다. 경찰 조사가 예정돼있어 장기전이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개그맨 조세호는 조폭 연루설에 휘말렸다. 조세호 의혹은 SNS를 통해 사진이 공개되면서 확산했다. 폭로자가 조세호와 조폭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함께 찍은 사진을 올리고 글을 쓰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그 여파로 조세호는 고정 출연하고 있던 <유 퀴즈 온 더 블럭>과 <1박 2일>에서 하차했다. 유명 연예인 도마 위에 아이돌 그룹 BTS의 정국과 에스파 윈터의 열애설도 비슷한 시기에 터졌다.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두 사람이 비슷한 위치에 ‘커플 타투’를 했다는 의혹이 나왔다. 두 멤버의 소속사인 하이브와 SM엔터테인먼트는 ‘노코멘트’라고 입장을 밝혔다. 두 그룹이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만큼 계속 언급되는 중이다. 한 건만으로도 상당한 파급력을 지닐 사건이 연이어 터지면서 일각에서는 누군가가 민감한 이슈를 덮기 위해 연예계 사건·사고를 일부러 수면 위로 끌어올린 게 아니냐는 이른바 ‘음모론’이 제기되고 있다. 앞서 매년 11월마다 연예인 관련 사건이 일어나는 것을 두고 나왔던 이야기가 이번에 다시 나온 것이다. 정치나 사회 이슈와 비교해 연예계 관련 사건·사고 소식은 대중에게 직관적으로 다가가는 편이라 몰입도가 높다. 동시에 휘발성도 크다. 또 대중에게 잘 알려진 연예인일수록 사건의 파급력이 크다. 물론 연말연시를 앞두고 머리 아픈 이슈에 질린 대중에게 연예계 문제는 더할 나위 없이 흥미로운 소재라 말이 나오는 것일 뿐 확인된 바는 없다. 말 그대로 ‘도시괴담’에 가깝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이번에는 상황이 묘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말이 심심찮게 보인다. 실제 여야가 한데 얽힌 것으로 추정되는 통일교 문제, 야당에서 강하게 반발 중인 국가보안법 폐지 논란 등이 연예계 이슈에 묻혀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3300만명이 넘는 고객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쿠팡 사태도 그 사건 규모에 비해 관심도가 떨어지고 있다. 마의 11월 12월로? 통일교 관련 논란은 당초 야당인 국민의힘에 포커스가 집중됐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통일교로부터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의혹이다. 그러다 최근 그 범위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으로까지 확대됐다.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이 통일교에서 금품을 제공한 정치인을 진술하면서 민주당 인사들도 입길에 올랐다.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지난 8월 윤 전 본부장으로부터 ‘통일교가 국민의힘 외에 민주당 소속 정치인들도 지원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했다. 윤 전 본부장이 언급한 인물 가운데 1명이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당시 민주당 의원)이었다고 한다. 명품 시계 2개와 함께 수천만원을 한일 해저터널 추진 등 교단 숙원사업을 위해 줬다는 것이다. 금품수수 의혹이 보도되자 전 전 장관은 지난 11일, 전격 사의를 표명했다. 그는 “불법 금품수수는 없었다”면서 “장관직을 내려놓고 당당하게 응하는 것이 공직자로서 해야 할 처신”이라고 했다. 이어 “저와 관련된 황당하지만 전혀 근거 없는 논란”이라며 “해수부가 또는 이재명정부가 흔들려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정권이 흔들릴 수도 있는 사안이라는 목소리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동안 통일교 관련 논란으로 국민의힘에 맹공을 퍼부었는데 역풍이 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실제 국민의힘은 ‘통일교 특검’을 주장하면서 민주당과 이 대통령을 몰아가는 중이다. 공수가 뒤바뀐 것이다. 범여권에서 추진 중인 국가보안법(이하 국보법) 폐지를 두고 정치권이 갈등을 빚고 있다. 국민의힘이 국보법 폐지에 강하게 반발하면서 여야 간 힘겨루기로 비화했다. 정치권 이슈 묻히고 쿠팡도 잠잠해지나? 지난 7일 민주당 민형배, 조국혁신당 김준형, 진보당 윤종오 의원은 국보법 폐지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의원들은 “국보법은 제정 당시 일본제국주의 치안유지법을 계승해 사상의 자유를 억압한 악법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며 “국보법의 대부분 조항은 형법으로 대체 가능하며 남북교류협력법 등 관련 법률로도 충분히 규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국보법 폐지를 용인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는 ‘국가보안법 폐지, 누구를 위한 것인가’ 토론회에서 “국가정보원에서 대공수사권을 떼어내 경찰에 이관했지만 경찰은 그만한 준비가 제대로 안 돼 사실상 대공수사가 공중에 붕 뜬 느낌”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국보법을 폐지하려는 시도가 있다는 건 굉장히 심각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연예계 이슈에 바로 직전 가장 큰 이슈였던 쿠팡 사태도 상대적으로 잠잠해졌다. 지난달 말 문자메시지 등을 통해 알려진 쿠팡 사태는 3370만명의 개인정보가 해외로 유출된 사건이다. 사실상 모든 고객의 정보가 털린 셈이다. 올 한 해 통신사, 카드사 등에서 개인정보 유출을 겪은 이용자는 또 한 번 직격탄을 맞았다. 쿠팡 사태는 해킹 등으로 정보가 유출된 여타 업체와 달리 전 직원의 소행으로 드러나면서 이커머스 업체의 보안 실태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고 있다. 동시에 2010년 창업 이래 이커머스 시장을 독점하다시피 한 쿠팡 생태계의 민낯이 낱낱이 알려졌다. 동시에 쿠팡에서 일어난 노동자 사망사고도 재조명받는 중이다. 지난 10일에는 박대준 쿠팡 대표가 사임했다. 쿠팡은 “최근의 개인정보 사태에 대해 국민께 실망하게 한 점에 대해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이번 사태의 발생과 수습 과정에서의 책임을 통감하고 모든 직위에서 물러나기로 했다”고 밝혔다. 사실상 경질이라는 의견이 많다. 당분간은 계속될 듯 일각에서는 음모론에서 한발 더 나아가 여당 쪽에서 연예계 이슈를 터트린 게 아니냐는 의심이 나오고 있다. 통일교 논란, 국보법 폐지, 쿠팡 논란 등 대형 이슈가 여당 쪽에 불리한 내용이 아니냐는 설명이다. 한편에서는 여야가 동시에 발을 걸치고 있는 사안인 만큼 특정 진영의 유불리를 따질 수 없다는 반박도 나온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