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두 마리 토끼 잡은 정의선

골드보다 빛난 양궁 뒷바라지

[일요시사 취재1팀] 최윤성 기자 = 대한민국 양궁 대표팀이 파리올림픽서 압도적인 기량으로 전 종목을 석권한 가운데 대한양궁협회장인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주목받고 있다. 정 회장을 중심으로 한 현대차그룹의 전폭적 지원이 좋은 성적을 거두는 데 큰 힘이 됐다는 분석이다. 이 같은 진정성 있는 양궁협회의 모습은 다른 스포츠 팬들에게 부러움의 대상이 됐다. 

대한민국 양궁 국가대표팀이 이번 2024 파리올림픽서 전 종목을 석권하고 금메달 5개를 포함해 은메달 1개, 동메달 1개를 휩쓸며 대기록을 썼다. 3~4개를 예상했던 대한양궁협회도 예상하지 못한 성과를 낸 것이다. 한국 양궁은 지난 2016 리우올림픽서도 전 종목을 석권했지만, 당시에는 혼성 단체전이 없어 획득한 금메달은 4개였다. 

금빛 신화
독식 비결

양국 국가대표팀이 우수한 성적을 낼 수 있었던 배경에는 현대차그룹 정의선 회장의 꾸준한 지원이 큰 힘이 됐다는 분석이다. 현대차그룹은 국내 단일 종목 스포츠단체 후원 중 최장기간인 40년간 한국 양궁을 지원해 왔다. 

양궁계는 선수들과 코치진이 자신의 한계를 뛰어넘는 치열한 훈련에 나선 것을 한국 양궁의 강점으로 꼽고 있다. 또 이를 지원하는 대한양궁협회와 협회 회장을 맡은 현대차그룹 정 회장의 진정성도 높은 뒷바라지가 성적의 비결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김우진 선수가 지난 4일(현지시각) 프랑스 파리 앵발리드 경기장서 열린 양궁 남자 개인전서 금메달을 따면서 전 종목 석권의 대기록을 달성하자 언론의 눈은 정 회장에게 쏠렸다. 


정 회장은 한국 양궁의 전 종목 석권 비결을 묻는 질문에 “미국을 비롯해 유럽, 아시아 등 잘하는 국가가 많아 전 종목 석권은 예상하지 못했다”면서도 “선수들이 노력한 것만큼, 그 이상으로 잘하도록 협회가 도와서 잘하려 했는데 그보다 훨씬 더 잘해줘서 메달이 늘어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선대 회장(정몽구 명예회장)의 노력을 통해 구축된 양궁협회의 시스템”이라고 말했다. 그는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협회와 선수들, 스태프의 믿음”이라며 “서로 믿고 한마음으로 했기에 더 잘할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정 회장은 이번 파리올림픽 개막 전부터 직접 준비 과정을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대한양궁협회에 따르면, 정 회장은 지난해 경제사절단으로 동행한 윤석열 대통령의 프랑스 순방길 당시 바쁜 일정에도 파리 현지 상황을 사전 점검했다. 

파리올림픽 개막식 현지에 도착한 정 회장은 선수들의 전용 훈련장과 휴게 공간, 식사, 컨디션 등 준비 상황을 꼼꼼히 점검했다. 양궁 경기 내내 현지에 체류하며 선수들의 컨디션까지 세심히 배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 회장이 양궁 국가대표팀 마지막 경기가 끝날 때까지 현지서 선수들을 지원하고 격려한 사실도 눈길을 끄는 대목이다. 

양궁 국가대표팀 선수들은 정 회장의 지극 정성에 입을 모아 “한국 양궁 대표팀이 좋은 결과를 낼 수 있도록 가장 큰 도움을 준 분은 정의선 회장님”이라고 치켜세웠다. 

선수들 마지막까지 직접 챙겨
“무엇보다 중요한 건 한마음”


정 회장은 한국 여자 양궁 국가대표 선수들이 10연패를 달성한 시상식서 선수들 한 명마다 부상을 수여하며 축하 인사를 건네기도 했다. 정 회장은 평소에도 선수들과 격의 없이 소통하며 친근하게 스킨십을 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선수들에게 필요한 조언을 아끼지 않으며 정신적 멘토 역할까지 하고 있다는 평도 들린다. 

남자 단체전 결승 상대가 개최국 프랑스로 정해지자 긴장한 선수들을 격려한 일화가 대표적이다.

결승전을 위해 이동 중인 남자 국가대표 선수들과 마주친 정 회장은 “홈팀이 결승전 상대인데 상대 팀 응원이 많은 건 당연하지 않겠느냐”며 “주눅 들지 말고 하던 대로만 하자” “우리 선수들 실력이 더 뛰어나니 집중력만 유지하자”고 격려했다. 

정 회장이 지난해 12월 대한민국 양궁 60주년 기념행사에서 했던 발언도 다시 주목받고 있다. 당시 정 회장은 “최선을 다해 준비하고 공정하게 경쟁했는데 성적이 기대에 못 미쳐도 괜찮다”며 “중요한 것은 모두가 어떤 상황서도 품격과 여유를 잃지 않는 진정한 일인자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여자 개인전서 아쉽게 메달을 따지 못한 전훈영 선수를 별도로 찾아 격려한 것도 정 회장의 진정성을 보여준다. 정 회장은 여자 개인전이 끝난 후 대회 기간 내내 후배 선수들을 이끌고 자신의 경기서도 최선을 다한 전 선수에게 감사를 표했다. 

파리올림픽에서는 양궁 대표팀 선수들이 메달을 딴 후 정 회장에게 달려가는 모습이 자주 포착됐다. 평소에도 격의 없이 대표팀 선수들과 소통하며 이들을 격려한 덕에, 대표팀 선수들이 정 회장에게 감사를 표하고자 했다는 후문이다. 

도쿄올림픽 때도 3관왕 안산 선수가 양궁 여자 개인전 시상식이 끝나자 정 회장에게 직접 금메달을 걸어줬고, 리우올림픽 때는 모든 경기가 끝난 후 선수들이 정 회장을 헹가래 하기도 했다. 

항저우아시안게임 때도 남자선수들이 단체전 금메달을 정 회장에게 걸어주고 함께 기쁨을 나눴다. 

전폭적 지원
숨은 조력자

정 회장은 평소에도 선수들과 식사를 함께하며 소통하고 블루투스 스피커, 태블릿 PC, 마사지건, 카메라, 책 등을 선물하기도 했다. 

지난해 말에는 항저우아시안게임서 선전한 선수들과 함께 현대차 제로원데이 행사를 둘러보기도 했다. 명소로 꼽히는 성수동서 미래 이동성, 증강현실, 가상현실, 자율주행 등 다양한 창의적 아이디어로 구현된 프로젝트 전시를 함께 체험했다. 

정 회장은 선수들과 점심을 함께하며 <챔피언의 마인드>라는 책을 선물했다. 자기 분야서 최고를 경험했던 선수들이 자신과의 싸움서 이기는 법을 알려주는 멘탈 트레이닝 서적으로 아시안게임서 치열한 경쟁을 치르고 최고의 자리에 오른 뒤 일상으로 돌아온 선수들에게 큰 도움이 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021년 도쿄대회를 앞두고는 선수들에게 두려움을 극복하는 노력을 풀어낸 도서 <두려움 속으로>와 마사지건을 선물하며 긴장을 극복하고 건강하게 최선의 경기를 펼쳐달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현대차그룹은 도쿄대회가 끝난 직후부터 대한양궁협회와 함께 이번 파리올림픽서 선수들이 최고의 컨디션으로 자신의 역량을 아낌없이 쏟아부을 수 있는 데 필요한 모든 것을 양궁협회와 협의하며 준비했다. 

우선 선수들의 체계적인 훈련을 지원했다. 파리올림픽 양궁경기장인 앵발리드 경기장과 똑같은 시설을 진천 선수촌에 건설하도록 했으며, 이 경기장서 국가대표팀은 경기장의 특성을 몸에 익히며 체계적인 연습을 시행했다. 

간판, 대형 전광판 등 구조물을 대회 상징색까지 반영해 세트 경기장을 구현해 냈다. 재현한 경기장서 대표팀 선수들은 하루 최고 600발씩 화살을 쏘면서 파리올림픽을 미리 경험했다. 파리올림픽서 예상되는 음향, 방송 환경 등을 적용해 모의대회를 치르고. 한계에 도전하는 연습도 했다. 

전북현대모터스와 협의해 전북 전주월드컵경기장서 소음 적응 훈련도 진행했다. 지난 6월29일 전북현대와 FC서울의 경기를 앞두고 대규모 관중 앞에서 약 40분가량 남자선수들과 여자선수들이 각각 팀을 이뤄 실전과 같은 방식으로 경기를 펼쳤다. 

앵발리드 경기장이 파리 센강에 인접해 바람이 강할 것이라는 예상으로 경기도 여주 남한강변서 환경 적응 훈련도 시행했다. 이와 더불어 앵발리드 경기장서 약 10km 떨어진 곳의 스포츠클럽을 통째로 빌려 양궁 국가대표팀만을 위한 전용 연습장을 마련했다. 


휴식과 훈련을 위한 시설들이 갖춰진 곳으로, 양궁 국가대표 선수들은 올림픽에 출전하기 위한 통상적인 출국 날짜보다 4일 정도 빠른 지난달 16일 출국해 전용 연습장서 체계적인 훈련을 했다. 이 덕분에 선수들이 시차에 빠르게 적응할 수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공정성 강조
철저한 경쟁

전용 훈련장과는 별도로 경기장서 약 300m 거리에 대표팀 휴게 공간을 마련해 틈틈이 휴식을 취할 수 있도록 했다. 

파리올림픽 대회 기간 선수들이 안정적인 심리상태와 높은 집중력을 유지하기 위해 스포츠심리 전문가, 정신건강의학 전문의도 동행하도록 했다. 선수들은 스트레스가 심할 때 호흡 및 명상으로 긴장을 컨트롤할 수 있는 훈련과 함께 심리적인 고충에 대한 상담을 받았다. 

여자 양궁 단체전 10연패를 달성한 후 임시현 선수는 “한국 양궁 대표팀이 좋은 결과를 낼 수 있도록 가장 큰 도움을 준 분은 정 회장님”이라며 “정 회장님이 많은 지원을 해주셨기 때문에 저희가 더 좋은 환경서 결과를 만들어 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특히 여자 대표팀은 단체전 10연패의 위업을 달성함으로써 세계 양궁 역사에 금자탑을 쌓았다. 이와 함께 남자 단체전은 3연패, 혼성 단체전은 처음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도쿄대회에 이어 2연패를 기록했다.

김우진 선수는 남자 양궁 사상 첫 3관왕에 등극했으며 리우대회부터 파리대회까지 금메달 5개로 한국 최다 금메달리스트가 됐다. 

양궁 대표팀의 기량을 높이기 위한 현대차그룹의 첨단 기술도 화제였다. 지난 2012년부터 양궁협회와 기술 지원 방안을 본격적으로 논의해 온 현대차그룹은 한국 양궁 훈련을 위한 ‘맞춤형 R&D’에 돌입했다. 

현대차그룹은 도쿄대회 직후부터 프로젝트에 착수해 양궁 선수들과 코치진을 심층 인터뷰하고, 훈련 과정서 필요한 것들에 대해 다양한 의견을 청취했다. 그중 선수들이 가장 필요로 하고, 현대차그룹 기술력으로 지원해 줄 수 있는 기술 개발에 매진했다.

기존 제공 기술들도 선수들 훈련에 최적화되도록 업그레이드했다.

이를 통해 ▲선수와 1대1 대결을 펼치며 경기 감각을 향상하는 ‘개인 훈련용 슈팅로봇’ ▲슈팅 자세를 정밀 분석해 완벽한 자세를 갖출 수 있도록 돕는 ‘야외 훈련용 다중 카메라’ ▲어디서든 활 장비의 상태를 확인할 수 있는 ‘휴대용 활 검증 장비’ ▲직사광선을 반사하고 복사에너지 방출을 극대화하는 신소재를 개발해 적용한 ‘복사냉각 모자’를 지원했다.

협회 운영 관여하지 않아
“세계 최강 비결은 시스템”

또 ▲3D 프린터로 선수의 손에 최적화해 제작한 ‘선수 맞춤형 그립’ ▲비접촉 방식으로 선수들의 생체 정보를 측정해 선수들의 긴장도를 파악하는 ‘비전 기반 심박수 측정 장치’ ▲최상 품질의 화살을 선별하는 ‘고정밀 슈팅 머신’ 등을 파리대회 준비 과정과 실전 경기서 선수단과 코치진이 활용할 수 있도록 제공했다.

지난 1985년 정몽구 명예회장에 이어 2005년 정의선 회장이 대한양궁협회장을 물려받으면서 한국 양궁은 재정 안정화, 스포츠 과학화를 통한 경기력 향상, 우수선수 육성 시스템 체계화, 국제적 위상 강화 등을 달성했다. 

그러면서도 현대차그룹은 대표팀 선발이나 협회 운영에는 전혀 관여하지 않고 오로지 투명성과 공정성만 당부하고 있다. 

그 결과 양궁협회에는 지연, 학연 등 파벌로 인한 불합리한 관행이나 불공정한 선수 발탁이 없다. 국가대표는 철저하게 경쟁을 통해서만 선발된다. 명성이나 이전 성적보다는 현재의 성적으로만 국가대표가 될 수 있고, 코치진도 공채를 통해 공정하고 투명하게 선발된다.

지난 도쿄대회와 항저우아시안게임의 경우도 코로나 팬데믹으로 대회가 1년 연기되자 양궁 국가대표 선발전을 다시 열었다. 이미 지난해에 선발된 선수들이 있었지만, 확고한 원칙에 따라 경쟁을 통해 대회가 열리는 해에 가장 성적이 좋은 선수들을 선발한 것이다.

이번 파리대회 국가대표도 치열한 선발전을 거쳐 전 금메달리스트들을 제치고 전훈영, 남수현 선수가 선발됐다.

단체전부터 혼성, 개인전까지 제패하며 대회 3관왕에 오른 김우진은 “대한양궁협회는 어느 선수나 선발전을 통해 국가대표가 될 수 있게 만들어준다”며 “공정하고 클린한 과정을 통해 과거 실적이나 이력 등의 계급장을 떼고 모두가 동등한 위치서 경쟁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초·중·고교를 넘어 대학교와 실업팀까지 이어지는 시스템을 만들어준 것 자체가 한국 양궁이 최강을 유지하는 비결”이라고 설명했다. 

40년간 후원
최장기 기록

현대차그룹은 지난 40년을 넘어 대한양궁협회의 회장사로서 대한양궁협회의 미래 혁신을 지원하고, 대한민국 양궁이 국민에게 사랑받고 글로벌 무대서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후원을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정 회장은 4년 뒤인 2028년에 열리는 하계 LA올림픽 준비에 나서고 있다. 정 회장은 “로스앤젤레스(LA) 올림픽을 준비하기 위해 곧 회의를 진행할 예정”이라며 “이번 대회서 좋았던 점과 아쉬운 점을 분석해서 잘 준비하겠다”고 전했다.

<yuncastle@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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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국방부 TF, 정보사 못 뒤진 내막

[단독] 국방부 TF, 정보사 못 뒤진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국방부는 내란 특별검사팀이 해소하지 못한 건을 발본색원하려 했다. 특별수사본부 외에도 TF팀을 꾸렸으나 역부족이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진상규명 핵심 기관인 정보사는 여전히 미스터리다. 의혹의 상당수가 근거가 빈약해 실마리를 풀지 못했다. 인사도 문제다. 내란에 연루된 핵심 기관임에도 인적 쇄신이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비판이 적지 않다. “본부에 조사관들이 상주까지 했는데 밝혀진 게 없다.” 한 정보사령부 영관급 장교의 말이다. 정보사를 둘러싼 의혹이 제대로 해소되지 않고 있다는 주장이다. 군 안팎에서는 국방부 차원의 특별수사본부와 헌법존중 TF(테스크포스)만으론 어림도 없다는 지적이 거세다. 제보와 투서 내란 특별검사팀의 후신인 2차 종합 특검이 출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이유다. 정보사에는 대북공작 전문가들인 휴민트(HUMINT·인간정보·820)가 있다. 휴민트 부대인 HID(북파공작부대)와 이들을 지휘하는 100여단이 핵심 중의 핵심이다. 이들은 대북공작 실행 부대로 전략·기획은 특수사업처가 담당한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정보사 특수처는 최근 특수·대외·훈련평가 등 3개의 부서를 특수·대외로 개편했다. 신임 정보사령관에는 1988년 이진백 사령관 이후 38년 만에 처음으로 비육사 출신인 조선대학교 학군장교(ROTC)출신 박민영 육군정보학교장이 임명됐다. 참모장은 육사 출신 한모 준장, 정보단장은 하모 준장(3사)이 맡게 됐다. 100여단장이던 육사 출신 정모 준장은 제2작전사령부로 전보됐다. 국방부는 당분간 100여단장 자리를 공석 상태로 놔두기로 했다. 휴민트 조직이 12·3 내란에 깊숙하게 연루된 만큼 특수본의 수사가 끝난 이후 진급 심사 절차를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정보사는 검찰과 경찰, 내란 특검팀 수사에 의해 부서명이 노출돼 기밀이 새 나가고 있다는 우려가 끊이지 않았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내홍도 격화되고 있다. 국방부 특수본과 TF에 제보와 투서가 빗발치고 있는 점이 정보사 내부 분위기가 악화되고 있다는 관측에 무게를 더한다. 한 군 관계자는 “‘진급 시즌’ 때문이라고 해도 의혹에 그치는 제보가 많다. 중요한 내용도 있지만 타 부서의 간부를 언급하며 ‘문제가 있어 강도 높은 조사가 필요하다’는 식”이라고 말했다. ‘약물 공작’ 문건 본거지 특수처 압수수색 패스 논란의 인물들 되레 진급 “장군 인사로도 거론” 지난달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박선원 의원을 통해 드러난 ‘약물 공작 문건’ 이후에는 관련자들을 처벌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졌다. 문건 작성자인 이모 대령(현 속초 HID 부대장)과 군무원 외에도 당시 특수처장이던 A 대령과 관련자들에 대한 인사 조처가 필수적이라는 지적이다. 박 의원이 확보한 해당 문건은 정보사 특수처 산하 대외 담당실에 존안돼있었다. 문건 작성 및 책임자인 A 대령과 이 대령 모두 특검팀의 소환 조사를 받았다. 다만 특검팀의 수사 기한이 얼마 남지 않았던 터라 어떤 목적으로 문건을 작성하게 됐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특검팀에 파견됐던 한 경찰 관계자는 “특수처 간부 중 일부는 수사에 협조했다. 문상호 전 정보사령관의 지시로 작성하게 됐다는 것 외에는 확인된 사실이 없다. 노상원 전 사령관과의 연결고리가 의심됐으나 정황을 포착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국방부 특수본과 TF는 관련 의혹을 면밀하게 들여다봤다. 실제 담당 조사관들은 정보사 안양 본부에 상주하면서까지 적극적인 모습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약물 공작 문건 외에도 지난해 2월 박민우 전 정보사 100여단장(준장)이 국회에서 증언했던 ‘2016 계획(가칭)’도 조사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박 준장은 국회 청문회에서 “2016년 속초 HID 부대장으로 있을 때 당시 노상원의 지시가 일반적이지 않았다”며 “대북 중요 임무를 6개월간 준비한 적이 있었는데, 여러 불합리한 지시가 많았지만 특히 요원들을 폭사시키라던 지시가 생각난다. 노상원은 요원들에게 ‘원격 폭파 조끼’를 입혀 보낸 뒤 임무를 끝내면 폭사시키라고 지시했다”고 했다. 이 계획은 노상원 전 사령관이 취임 이후 자신의 비서실장과 특수처장, 사업단장을 해임한 이후 모의됐다. 일반적 공작처럼 북한 내 쿠데타를 야기하거나 우회적으로 설득하는 작업이었다. 실제 수십명의 공작관들이 강제로 동원돼 노 전 사령관의 비상식적 계획을 준비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노상원 폭사 지시 ‘2016 계획’도 조사 바짝 붙었는데 빈손…진상규명 어려울 듯 한 국방부 관계자는 “TF에서 해당 사안을 조사했던 건 사실”이라며 “차후 어디서 수사하게 될지는 정해지지 않았다”고 했다. 복수의 전·현직 정보기관 관계자들은 ‘2016 계획’이 2차 종합 특검이 출범한 이후에도 드러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문건 자체가 존재하지 않거나 소실됐을 수 있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노 전 사령관은 2016 계획 외에도 대북공작 관련 보고서를 ‘특수’가 아닌 ‘일반’ 문서로 만들도록 지시했고 제한된 공간에 보관한 후 통제했다고 한다. 정보기관 관계자는 “담당자들이 안양 본부에 가서 보고하는 절차에서 노상원이 직접 100여단을 방문해 보고를 받았다. 시스템이 이상하게 바뀌었는데 문상호도 똑같았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도 “일반 문서로 분류한 대북공작 문건들은 김용현에게 따로 보고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 노상원은 사실상 수년간 김용현에게 휴민트들이 작성한 첩보를 갖다 바친 것”이라고 비판했다. 군 정보기관 간 갈등도 폭발 직전이다. 또 다른 군 정보기관인 777사령부에 대한 ‘인사 차별’이 원인으로 거론된다. 앞서 777사령부에 소속된 시긴트(SIGINT·신호정보·820) 전문가들은 휴민트와 같은 820 정보병과다. 다만 ‘인간’과 ‘신호’로 구별될 정도로 업무 자체가 전혀 다르다. 정보사는 관행대로 육군 소장이 신임 정보사령관을 맡게 됐지만 777사령부는 공군 준장으로 격하 보직된 데 이어 지휘관의 군종까지 뒤집히는 전례 없는 조치가 단행됐다. 777사령부는 정보사와 다르게 내란에 연루된 사실이 드러난 바 없다. 인사만 놓고 보면 두 군 정보기관 간 인사에 차이가 있다는 건 명확하다고 볼 수 있다. 주먹구구 인사 국방부 인사를 담당하던 한 소식통은 “777 입장에서 불만이 터져 나올 수밖에 없는 인사”라며 “정보사 육사 출신들의 진급이 대거 배제됐다고 해도 외형적으로만 그럴듯해 보이지 속사정은 다르다. 실질적 지휘 체계는 뒤바뀌지 않았다고 봐도 무방하다. 인적 쇄신이라고 볼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했다. TF도 이 같은 문제를 인지했다. 16일 조사를 마무리한 TF는 조만간 결과를 검토해 다음 달 13일까지 승진 취소 및 징계성 전보 등 인사 조처를 마무리할 방침이다. 적어도 이날까지는 군 정보기관 내 파열음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