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선에 선 경찰들’ 일선 경찰서 무슨 일이…

잇단 죽음, 도대체 왜?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경찰의 가혹한 업무 강도에 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일선 경찰관이 쓰러지거나 극단 선택을 하는 사건이 연이어 발생하면서다. 조지호 경찰청장 후보자가 실태 점검 이후 대책을 마련한다고 말한 만큼 경찰들의 처우 개선이 이뤄질지 귀추가 주목된다. 

최근 경찰관이 쓰러지거나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사건이 연이어 발생하면서 경찰관의 높은 업무 강도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일선 경찰관들은 부족한 인원, 성과 압박, 열악한 근무 환경개선의 목소리를 내고 있는 상황이다.

열흘 새
3명 사망

경찰에 따르면 지난달 27일 오전 4시30분께 서울 혜화경찰서 수사과 소속 A 경감이 동작대교서 한강으로 투신했다. A 경감은 반포수난구조대에 의해 구조돼 인근 병원으로 이송됐다. A 경감은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달 19일에는 서울 동작경찰서 경무과 소속 B 경감이 사무실서 의식을 잃고 쓰러져 병원으로 이송됐다. 하지만 그는 결국 치료를 받다 지난달 27일 숨졌다. B 경감은 당시 뇌출혈 증세를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정확한 사망 원인을 조사 중이다.

지난달 18일에는 서울 관악경찰서 수사과 소속 C 경위가 숨진 채 발견됐다. C 경위는 평소 업무 과중을 주변에 호소했으며, 사망 전 업무 부담에 따른 고충 등을 이유로 부서 이동을 신청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22일에는 충남 예산경찰서 경비안보계 소속 20대 D 경사가 숨진 채 발견됐다. D 경사도 평소 가족들에게 업무 과중을 호소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내부에서는 열악한 근무 환경이 일선 경찰관들을 죽음으로 내몰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이에 전국경찰직장협의회(이하 경찰직협)는 지난달 29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실적 위주의 평가 문화 개선과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일선 경찰관들이 극단적 선택이나 과로사로 내몰리는 원인으로 지나친 실적 위주의 줄세우기식 평가와 조직개편으로 인한 현장 인력 부족 문제를 꼽은 것이다.

경찰직협은 기자회견 당시 “자기 사건을 책임지고 끝내야 하는 책임수사제와 고강도 수사 감찰 등이 스트레스로 작용했을 가능성이 크다”며 “초임 수사관들은 발령과 동시에 40∼50건의 사건을 배당받고, 수사 능력을 키울 새도 없이 사건 감축 압박을 받는다”고 밝혔다.

수사 직무 관련 10% 극단적 선택
한 명이 매달 40건 이상 사건 맡아

이어 “장기사건 처리 하위 10% 팀장 탈락제 운용 등 수사관들에게 과도한 압박을 가해 스트레스를 유발했다”며 “기동순찰대와 형사기동대 등 신설 등에 따른 조직개편으로 인한 현장 인력 부족 현상은 수사 경찰의 업무에 더욱더 어려움을 겪게 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모든 실적 위주 성과평가를 즉각 중단하고 경찰청장과 국가수사본부장은 책임을 지고 근본적인 개선 대책을 마련하라”며 “기동순찰대와 형사기동대를 폐지하고 인력을 원상 복귀하라”고 촉구했다.

실제로 C 경위는 주변 동료들에게 사건 과중으로 인한 고충을 꾸준히 토로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C 경위는 생전 동료들에게 “사건이 73개인데 미친, 진짜 이러다 죽어”라는 메시지를 보내기도 했으며 “사건은 쌓여만 가고” “(하반기 인사에서 다른 곳으로 나가려면) (사건)인계서를 써야 하는데 인계서도 못 쓸 만큼 열심히 했는데”라고 카톡을 보내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스스로 목숨을 끊은 현직 경찰관은 125명이다. 연도별로는 2019년 20명, 2020년 24명, 2021년 24명, 2022년 21명, 2023년 24명, 2024년 6월 기준 12명이다. 특히 지역 경찰과 수사 직무 경찰의 비중이 두드러졌는데, 지난 2019년부터 올 상반기까지 경찰관 극단적 선택 인원 125명 중 58명이 지역 경찰 직무(46.4%), 13명이 수사 직무(10.4%)에 해당됐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채현일 의원실이 서울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기준 서울청 산하 31개 경찰서 수사과 통합수사팀의 총 보유 사건 수는 4만8604건이었다. 이는 통합수사팀의 전신인 경제팀·사이버팀의 전년 동기(3만8096건) 대비 무려 1만건(26% 증가) 넘게 늘어난 수준이다.

고소‧고발 건수로 보면 증가된 폭은 더 크다. 올해 1~5월 경찰이 접수한 고소·고발 건수는 25만4663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6만9646건)보다 큰 폭으로 증가했다. 반면 수사 인력은 같은 기간 3만7252명서 3만5917명으로 감소했다.  

일선 경찰관들은 사건 수가 늘어난 이유를 지난해 11월 시행된 법무부의 수사준칙 개정을 꼽는다. 수사준칙 개정안에는 ▲수사기관의 고소·고발장 접수 의무 ▲수사 지연 해소를 위한 단계별 수사기한 ▲검경의 송치 사건 보완수사 분담 ▲경찰의 불송치 결정에 대한 사법통제 기능 강화 ▲검경 협력 강화 방안 등 내용이 담겼다.

어쨌든
실적부터

여기서 중요한 점은 수사기관이 고소·고발장을 반려할 수 없도록 고소·고발장 접수 의무 조항이 신설된 것이다. 앞서 경찰은 지난 2006년부터 고소·고발 반려제를 운영해 왔다. 경찰에 따르면 경찰은 연평균 170만건의 접수 사건 가운데 12만건을 반려해 왔다.

해당 12만건 중 10만건 정도는 악성 민원이나 근거없는 투서였지만 개정된 수사준칙으로 인해 고소·고발 뿐 아니라 진정·탄원·투서 등 수사 민원을 모두 받아야 하고, 접수 후에는 3개월 내에 수사를 마쳐야 한다. 경찰은 원칙적으로 모든 사건을 통상의 고소·고발 수사 절차를 밟아 처리해야 하게 된 것이다.

이에 대해 한 일선 경찰서 수사과 관계자는 “일단 모든 고소·고발 사건을 접수받으면서 말도 안 되는 사건 각하를 위한 서류를 준비해야 하는 업무가 추가된 셈”이라며 “‘이 접수가 말이 안 된다’를 증명하기 위한 수사도 해야 해 진짜 사건에 쏟을 시간이 없다”고 지적했다.

여인환 경찰청직장협의회 위원장은 “경찰이 수사하는 것은 계속 해왔던 업무이지만 최근 들어 더 힘들게 하는 요인이 늘어난 것”이라며 “일선 경찰관이 맡고 있는 사건이 매당 40건 정도가 있는데 간단한 사건, 심지어 악성 민원과 같은 사건을 처리하느라 복잡한 사건을 뒤로 미뤄질 수 밖에 없는 구조”라고 꼬집었다.

한 일선 형사팀장도 “사소한 민원 하나가 들어와도 일일이 응대해야 하고, 정작 중요한 사건을 처리할 시간은 부족한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며 “경찰관 재량권을 강화하는 등 제도적 개선을 하지 않으면 이런 일은 계속 생길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같은 문제는 수사준칙 개정 이후 계속 대두됐다. 경찰청서도 지난 4월 격무 해소 방안으로 ‘사건 각하 요건 확대 방침’을 추진했지만 법제처에서 개정 불가 판정을 받았다.

한 경찰직협 관계자는 “지난 4월 추진한 사건 각하 요건 확대 방침 중 가장 중요한 고소·고발이 수사할 공공의 이익 등이 없는 경우에 대해 확대되지 않은 것이 가장 큰 문제”라며 “이는 악성 민원에 대한 고소·고발을 전혀 막을 수 없다는 것을 말한다”고 토로했다.

고소‧고발 
스트레스

가장 큰 문제는 실적에 대한 압박이다. 서울경찰청은 지난달 16~26일, 전체 31개 경찰서 가운데 1년 이상 장기사건이 많이 남은 경찰서 등 실적이 부진한 13곳의 현장점검을 계획한 바 있다. ‘과·팀장 역량 관리, 고의 방치, 수사 미진 사항 여부 등을 점검한다’는 취지였다. 

한 경찰청 관계자는 “신고 사건 전건 접수 이후 사건이 늘어나 수사관 부담이 커진 것을 이해하지만, 장기사건을 계속 둘 경우 오히려 시민들이 권리를 침해당할 수 있다”고 현장점검 실시 이유를 설명했다.

실제 현장점검은 이들에게 적잖은 부담이 됐던 것으로 보인다.

전국경찰직장협의회가 관악서 C 경위의 지인 증언을 기록한 <사건진상파악보고서>를 보면, C 경위는 사망 직전 “(현장점검이 있는)월요일이 두렵다”는 말을 반복적으로 했다고 한다.

관악서의 한 수사관은 “현장점검을 위해서는 사건별로 수사가 장기화된 이유를 적고 정리해야 하는데 사건이 40~50개에 달했다면 이 과정이 매우 부담스러웠을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장점검은 올해 내내 이어진 서울경찰청 차원의 지표 개선 압박의 일환이었다고 현장 경찰들은 설명한다. 지난 1월 조지호 서울경찰청장이 부임한 뒤 서울경찰청은 ‘장기사건(접수 뒤 6개월이 지난 사건) 비율’ ‘치안 고객만족도’ 등 지표 개선을 한층 더 강조해 왔다.

각 경찰서로 전해지는 ‘서울청장 메시지’서 치안 고객만족도 제고를 위한 적극적인 관심과 노력을 당부하거나, 장기사건 비율을 전국 평균 이하로 줄이겠다며 ‘장기사건 집중 조사기간’(5월7일~6월28일)을 이전보다 강도 높게 운영하는 식이었다.

서울 관내 경찰서의 장기사건 비율은 지난 3월 11.1%에서 6월 6.7%로 3개월 만에 4.4%포인트 감소했다.

반면 이로 인한 현장 스트레스는 극심했다. 지난 5월 작성된 서울경찰청의 ‘장기사건 집중처리기간 운영 계획’을 보면 매주 단위로 경찰서별 장기사건 비율을 통계로 내 공개하고, 하위 10%에 해당하는 수사부서 팀장은 지난달 대책보고회에도 참석해야 했다.

높은 업무 강도에 미흡한 대책
실적 압박에 인력 부족 문제도

한 경찰 수사관은 “수사에 평균 석 달이 걸리는데, 매주 실적 통계를 낸다는 것은 지나친 압박”이라고 말했다. 

조지호 경찰청장 후보자의 인사청문회서도 현장점검을 실시한 이유에 대한 질의가 오갔다.

더불어민주당 한병도 의원은 “장기 사건 비율이 3개월 동안 4.4% 감소했다지만 일선 경찰서 수사관들을 성과 위주로 압박한 결과가 아니냐”며 “정말로 성과가 있었는지 살펴보면 전체 평균 처리시간은 69.71일에서 69.9일로 변화가 없다. 사건 처리의 신속성이 ‘아랫돌 빼서 윗돌 막기 식’이란 비판을 받을 수밖에 없는 지점”이라고 지적했다.

당시 조 후보자는 “4.4%라는 이야기는 오늘 처음 듣는다. 개별적으로 왜 특정 경찰서에 장기 사건이 많은지를 확인하고, ‘뭐가 문제인지 한번 들여다보고, 만약 인력이 부족하면 정원 조정을 해라’라고 지시를 했다”고 답했다.

그러자 한 의원은 “그렇게 지시하면 일선에겐 당연히 강한 압박이 된다. 현장의 애로사항이 뭔지 듣고, 구조적으로 인력을 충원하는 게 필요하다”며 “일선 경찰도 경찰관이기 전에 국민”이라고 강조했다.

이외에도 지난 2월 발족한 경찰 조직재편의 핵심 신설조직인 기동순찰대에 인원을 충원하면서 수사 인력이 부족해졌다는 문제 제기도 나오는 상황이다. 기동순찰대는 도보 순찰 중심 범죄예방활동이 주요 업무로, 지역주민들과 스킨십을 강화하고 직접 소통하며 발견된 문제들을 관계 기관들과 연계하는 등의 역할을 하는 경찰 조직이다.

여 위원장은 “기동순찰대를 운영하는 것이 국민적으로 치안에 체감을 하고 실효를 거두고 있는지 의문”이라며 “실효가 있다고 하더라도 그쪽으로(기동순찰대) 빠져나가는 인력 때문에 다른 수사, 다른 경찰에게 주는 나쁜 영향력을 상회할 만큼 좋은 효과를 내고 있는지 분석하고 정책을 변화시키는 지도부의 모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과중한 업무 스트레스로 죽음에 내몰리는 경찰관에 대한 보호 대책도 부족하다. 경찰의 직무 스트레스 치유를 위해 ‘마음동행센터’가 운영되고 있지만 시설과 인력이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보호 시설?
상담도 미비

경찰청은 지난 2014년 각종 사건·사고로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를 겪는 경찰관들을 돕기 위해 마음동행센터를 세웠다. 문제는 시설과 상담 인력 부족이다. 마음동행센터는 전국 18개 시도청에 18곳 운영 중이다. 서울에만 보라매병원과 경찰병원 2곳이고 나머지 지역에는 각각 1곳씩 운영하고 있다. 세종시에는 한 곳도 없다. 상담 인력도 턱없이 모자라다. 18곳에 근무 중인 상담사는 36명에 그친다. 강원과 충북, 제주 등 일부 지역의 경우 마음동행센터 1곳에 상담사는 단 한 명밖에 없다.

<kcj5121@ilyosisa.co.kr>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단독> 진주교대 교수 논문 표절 의혹

[단독] 진주교대 교수 논문 표절 의혹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대학의 교수 수준은 강의의 질과 비례한다. 학교는 학생에게 양질의 교육을 제공해야 할 의무를 지고 있다. 과거와 비교해 그 의미가 많이 퇴색했지만 ‘상아탑’으로 불리는 대학의 본질은 여전히 유효하다. 사회에 보탬이 되는 인재 양성, 특히 초등학생을 가르칠 선생님을 배출하는 ‘교대’라면 그 본질을 향해 한 발 더 나아가야 한다. 진주교육대학교(이하 진주교대)에서 2020년 시작된 교수 채용 논란이 6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1932년 공립사범학교로 시작해 100여년 동안 초등교육 발전에 힘을 보태 온 학교로서는 불명예스러운 논란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진주교대가 마치 ‘제3자’인 것처럼 멀찍이서 논란을 지켜만 보고 있다는 점이다. 첫 단추 잘못 끼웠나 2020년 10월 진주교대는 미술교육과, 수학교육과 등에 각 1명씩 총 4명의 교수를 채용하기 위한 계획을 수립했다. 2021년 1학기 임용을 목표로 같은 해 11월부터 채용 절차가 시작됐다. 교육공무원법에 명시된 결격사유가 없어야 한다는 일반 요건과 함께 ‘전공 분야별 박사학위 소지자’라는 자격 요건이 붙었다. 전형은 ▲자격 심사 ▲전공 적부 및 전공 심사 ▲경력 심사 ▲면접 심사(심화 과정) ▲면접 심사(최종) 등으로 이뤄졌다. 논란은 미술교육과 교수 채용 과정에서 불거졌다. 진주교대는 채용 계획에서 미술교육과 전공 분야를 ‘도자공예 또는 미술교육(도자공예)’으로 정했다. 도자공예 교수가 정년 퇴임을 앞두고 있어 그 후임자를 뽑기 위한 채용이었다. 문제는 미술교육과에 최종 합격한 A 교수가 도자 관련 전공을 이수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A 교수는 진주교대에서 초등교육을 전공(학사)했고, 석사 학위는 초등미술 교육(진주교대), 박사학위는 디자인학(광주대) 전공으로 받았다. 미술교육과 채용에 지원하려면 ‘전공 분야별 박사학위’ 즉, 도자 관련 전공 박사학위가 있어야 하는데 그가 자격 요건에 못 미친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실제 A 교수의 전공 적부 논란은 면접 심사 과정에서 언급됐다. 면접에 들어간 한 심사위원이 A 교수의 전공이 채용 분야와 맞지 않는다고 이의를 제기한 것이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면접 심사(5배수) 대상자 명단’ 자료에 따르면 A 교수를 제외한 4명의 지원자는 학사, 석사, 박사 과정 등에 도자 관련 전공을 이수한 사실이 확인된다. 당시 면접 심사위원으로 참여했던 미술교육과 B 교수는 “전공 적부와 관련해 다시 심사해야 한다고 이의를 제기했고 재심사가 이뤄지긴 했다”며 “그런데 첫 번째 전공 적부 전형에 참여했던 위원들이 재심사를 담당했다. 결과가 바뀔 리가 있겠나”라고 한탄했다. A 교수는 2021년 2월 최종 임용됐다. A 교수를 둘러싼 논란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그가 쓴 <프리미티비즘의 조형 표현 요소 및 특성을 통한 현대 도자 작품 연구> 논문이 표절 시비에 휘말린 것이다. 광주대학교 대학원 디자인학 전공으로 박사 과정을 밟은 A 교수의 학위 논문이다. 2020년 6월경 논문 심사를 통과한 것으로 파악된다. 진주교대 교수 채용공고가 뜨기 3~4개월 전이다. 채용 과정에서 전공 적부 논란 임용 이후 추가 문제 제기됐다 2021년 3월, B 교수는 A 교수의 연구 부정행위(표절)를 광주대에 제보했다. A 교수가 해당 논문으로 광주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기에 검증도 광주대에서 진행해야 했다. 교육부 훈령 제449호 ‘연구윤리 확보를 위한 지침’ 제18조(연구부정행위 검증 절차)에 따르면 연구 부정행위를 검증하려면 예비조사와 본조사, 판정의 절차를 거쳐야 한다. 이 절차를 총괄하는 게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다.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는 예비조사와 본조사를 위한 위원회 구성과 운영에 대한 심의, 의결 권한을 갖는다. 또 예비조사와 본조사에서 나온 결과를 승인한다. 제보를 받은 광주대는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를 소집했다. 황당한 지점은 광주대에서 A 교수의 논문을 두고 예비조사와 본조사를 수차례 반복했다는 사실이다. B 교수가 마지막에 나온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 결과를 두고 민사소송을 제기한 시점은 2024년 8월로, 처음 제보했던 2021년 3월 이후 무려 3년5개월이나 걸렸다. 그나마도 표절 여부는 여전히 판명 나지 않았다. 교육부의 연구윤리 확보를 위한 지침 제25조(판정)에 따르면 예비조사 착수 이후 판정까지의 모든 조사는 6개월 이내에 종료해야 한다고 돼있다. 물론 이 기간 안에 조사가 이뤄지기 어렵다고 판단될 경우 연장도 가능하다. 하지만 광주대의 경우는 ‘절차상 하자’가 연이어 발생했다. 제보자나 피조사자 양측에서 이의를 제기하고 재조사하는 일이 반복됐다. 2021년 8월 광주대 본조사위원회는 A 교수의 논문에 대해 만장일치로 표절 판정을 내렸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A 교수에게 의견 진술권을 부여하지 않은 점이 문제로 떠올랐다. 다시 말해 A 교수가 자신의 논문이 표절이 아니라고 반론할 기회를 주지 않은 것이다. 결국 모든 조사는 원점으로 되돌아갔다. 2022년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가 재구성됐는데 5월 예비조사와 8월 본조사에서 정반대의 결론이 나왔다. 예비조사위원회는 ▲A 교수 논문의 총 1234개 문장 중 425개(34.4%)가 표절로 의심되며 ▲특정인의 논문을 몇 페이지에 걸쳐 연속적으로 사용했고 ▲독창적인 부분을 적시해 달라는 요청에 피조사자가 답변을 회피하며 적극적 방어를 하지 않아 비교 대조표를 그대로 인정할 수밖에 없는 점 등을 근거로 표절로 판정했다. 거듭된 하자 조사만 4번 반면 본조사위원회는 “이 사건 논문은 ‘작품 논문’이라는 특성상 다른 분야와 같은 기준으로 표절 여부를 판단하기 쉽지 않다”며 “작품 논문의 특수성을 감안할 때 논문의 핵심 부분인 작품 그 자체에는 독창성이 인정되므로 논문 자체를 표절이라고 판정할 수 없다”고 했다. 두 번째 조사에서도 또다시 ‘하자’가 발견되면서 판정이 무효로 돌아갔다. B 교수는 피조사자인 A 교수가 심사위원 제척 여부를 이유로 외부위원 명단을 요청했고 실제 공개된 점, 제보자에게 의견 진술의 기회를 주지 않은 점 등의 절차상 하자가 있다고 주장했다. 또 본조사위원회 보고서에 각 당사자의 진술 요지와 조사 결과 등이 반드시 포함돼야 하는데도 이 부분을 빠뜨리면서 실체상 하자도 발생했다고 강조했다. B 교수는 광주대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에 이의를 제기하면서 동시에 법원에 본조사위원회 판정 효력 정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이 건은 피고(광주대 측)가 “원고 측 이의를 받아들이고 기존 본조사 판정을 무효화하고 다시 본조사위원회를 소집하겠다”고 약속하고 B 교수가 소를 취하하는 것으로 일단락됐다. 2023년 세 번째로 소집된 본조사위원회는 A 교수의 논문을 표절로 판정했다. 의견서에는 ▲전체 1200여개 문장 중 출처 표시 없이 인용된 문장이 360여개로 과도하게 많은 점 ▲저자의 독창성을 보여주는 부분이 많지 않은 점 ▲논문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제4장과 결론에서도 타인의 학술 논문과 내용이 유사하거나 출처 표시가 없는 문장이 다수인 점 등이 근거로 기재됐다. 하지만 이 결과도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의 구성 문제가 대두되면서 전면 무효화됐다. ‘광주대학교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의 설치 운영에 관한 규정’에 따르면 ‘학장, 교무처장 및 산학협력단장은 당연직으로 하고 교무처장이 위원장이 된다’는 조항이 있는데 이를 일부 준수하지 않은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다시 해를 넘겨 2024년 6월 예비조사위원회는 표절이 아니라는 결론을 내놨다. 예비조사위원회는 A 교수의 논문이 박사학위 논문 심사를 통과했고, A교수가 KCI 논문 유사도 검사에서 1%의 유사도를 보인 결과서를 제출한 점을 근거로 들었다. 저작위원회 “유사성 인정” 또 A 교수가 인용 표시를 하지 않은 부분이 타인의 아이디어나 창작물을 침해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다른 저자의 논문 역시 다른 논문이나 저서를 그대로 따른 것으로 ‘독창적인 아이디어나 창작물’로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눈여겨볼 대목은 표절이 아니라고 판정한 예비조사위원회의 결론을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에서 승인했다는 점이다.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는 본조사를 실시할 필요가 없다는 판정을 내리고 결론을 확정했다. 3년5개월여 동안 진행된 조사에서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의 판정 승인이 떨어진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일단 표면상으로는 최종 결론이 난 셈이다. 첫 채용 공고 시기로 따지면 4년 가까이 이어진 논란은 B 교수의 반발로 법정에 가게 됐다. B 교수는 2024년 7월 광주대가 자신의 이의 신청을 기각하자 같은 해 8월 광주대의 운영 주체인 학교법인 호심학원을 상대로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 판정 무효확인 등’의 소송을 제기하기에 이른다. 예비조사위원회의 결론을 승인한 부분과 본조사위원회가 불필요하다고 한 부분을 무효로 판단해 달라는 취지였다. 이 과정에서도 절차상 하자가 언급됐다. B 교수는 “광주대 연구윤리위원회 규정에 따르면 연구 부정행위에 대한 충분한 혐의를 인지했을 경우에 예비조사를 생략할 수 있고, 피조사자가 연구 부정행위 사실을 모두 인정할 경우 본조사를 생략하고 바로 판정을 내릴 수 있다”며 “또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는 예비조사 결과를 확정해 판정할 근거가 없다. 본조사 결과만 승인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A 교수 논문에 대한 표절 여부도 제대로 다시 확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예비조사와 본조사를 거치는 과정에서 표절 판정이 엇갈린 만큼 저작권법, 연구윤리 확보를 위한 지침 및 한국연구재단이 제시하는 인용 방법 및 논문 표절 기준 등에 따라 A 교수의 논문을 구체적으로 살펴봐야 한다는 설명이다. 실제 B 교수는 A 교수의 논문을 한국저작권위원회에서 감정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법원에 요청했다. 한국저작권위원회는 저작권법 제112조에 따라 설립된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공공기관이다. 법원이 B 교수의 요청을 받아들이면서 한국저작권위원회는 A 교수가 박사학위 논문을 쓰는 과정에서 표절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12편의 논문을 비교, 감정했다. 반복된 조사 엇갈린 판정 결국 법정 공방으로 번져 <일요시사>가 입수한 감정 결과서에 따르면 A 교수의 논문은 총 12편의 비교 대상 논문 중 총 11편에 대해 저작권법상 보호를 받는 창작적인 표현 형식을 상당 부분 복제하고 있다며 저작권법상 실질적인 유사성이 인정된다고 했다. 또 ‘단순히 학술적 아이디어나 이론적 사실을 공유하는 수준을 넘어 선행 저작자들이 자신의 학문적 관점과 예술적 주관에 따라 논리적으로 체계화한 문장 구조, 단어 선택, 서술 방식 등을 그대로 사용했다’ ‘외국 문헌을 연구자 본인의 시각으로 재해석해 요약하거나 번역한 문장의 경우에도 원저작자의 창작적 개성이 반영돼 저작권법의 보호 범위에 포함됨에도 불구하고 A 교수의 논문은 이를 무단으로 복제해 논문에 활용했다’ 등의 감정 결과를 내놨다. B 교수는 “저작권법 위반 여부는 표절보다 그 인정 범위가 좁다. 논문의 독창성을 저작권으로 인정해 그 부분을 침해했는지를 살펴보는 것이다. 한국저작권위원회의 결론은 A 교수가 다른 사람이 쓴 논문의 독창성을 인용 없이 가져다 썼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광주대의 운영 주체인 호심학원 관계자는 “소송 중인 사안으로 드릴 말씀이 없다”는 답변을 해왔다. 문제는 상황이 여기까지 흘러오는 동안 손 놓고 있는 진주교대의 태도다. A 교수의 박사학위 논문 표절 여부는 진주교대의 교수 채용과 밀접하게 얽혀있다. 채용 공고에서 지원 자격으로 박사학위 소지자가 명시됐던 만큼 논문 표절 여부는 이번 논란의 중요한 요소다. 표절로 판명되면 학위 자체가 취소되는 사례도 있어 A 교수가 진주교대 교수 채용에 아예 지원조차 할 수 없었을 가능성도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진주교대는 ‘강 건너 불구경 하듯’ 광주대와 B 교수 간의 소송 결과가 나오고 그에 따라 광주대가 조치한 뒤에야 행동을 취할 수 있다는 입장을 보였다. 진주교대 교무처 관계자는 “(학교가) 손 놓고 있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라며 “소송이 진행 중인 만큼 결과를 기다리는 과정에서 법률 검토 등 내부에서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B 교수는 “학교는 학생들의 수업권에는 조금도 관심이 없다. 그저 누가 학교에 책임을 물을까 봐 전전긍긍할 뿐이다. 학교 측에서 했다는 법률 검토도 현재 손 놓고 있는 학교의 행보가 나중에 직무유기로 문제가 될까 알아본 것이라고 한다. 교대는 학생들이 커리큘럼에 따라 수업을 신청해야 하는 구조라 교수에게 문제가 있어서 어쩔 수 없이 수업을 들을 수밖에 없다”며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학생들만 뒷전 됐다 그러면서 “광주대와의 소송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면 그 결과가 나올 때까지만이라도 A 교수가 수업을 하지 못하도록 제한해야 한다. 공무원의 경우 문제가 발생하면 일단 ‘직위해제’ 조치를 하지 않나. 그런 조치가 필요하다. 초등학교 교사를 길러내는 대학이다. 학교가 그 이름에 걸맞은 행보를 보여야 한다”고 거듭 주장했다. 한편, A 교수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드릴 말씀이 없다”고 답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