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선에 선 경찰들’ 일선 경찰서 무슨 일이…

잇단 죽음, 도대체 왜?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경찰의 가혹한 업무 강도에 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일선 경찰관이 쓰러지거나 극단 선택을 하는 사건이 연이어 발생하면서다. 조지호 경찰청장 후보자가 실태 점검 이후 대책을 마련한다고 말한 만큼 경찰들의 처우 개선이 이뤄질지 귀추가 주목된다. 

최근 경찰관이 쓰러지거나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사건이 연이어 발생하면서 경찰관의 높은 업무 강도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일선 경찰관들은 부족한 인원, 성과 압박, 열악한 근무 환경개선의 목소리를 내고 있는 상황이다.

열흘 새
3명 사망

경찰에 따르면 지난달 27일 오전 4시30분께 서울 혜화경찰서 수사과 소속 A 경감이 동작대교서 한강으로 투신했다. A 경감은 반포수난구조대에 의해 구조돼 인근 병원으로 이송됐다. A 경감은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달 19일에는 서울 동작경찰서 경무과 소속 B 경감이 사무실서 의식을 잃고 쓰러져 병원으로 이송됐다. 하지만 그는 결국 치료를 받다 지난달 27일 숨졌다. B 경감은 당시 뇌출혈 증세를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정확한 사망 원인을 조사 중이다.

지난달 18일에는 서울 관악경찰서 수사과 소속 C 경위가 숨진 채 발견됐다. C 경위는 평소 업무 과중을 주변에 호소했으며, 사망 전 업무 부담에 따른 고충 등을 이유로 부서 이동을 신청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22일에는 충남 예산경찰서 경비안보계 소속 20대 D 경사가 숨진 채 발견됐다. D 경사도 평소 가족들에게 업무 과중을 호소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내부에서는 열악한 근무 환경이 일선 경찰관들을 죽음으로 내몰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이에 전국경찰직장협의회(이하 경찰직협)는 지난달 29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실적 위주의 평가 문화 개선과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일선 경찰관들이 극단적 선택이나 과로사로 내몰리는 원인으로 지나친 실적 위주의 줄세우기식 평가와 조직개편으로 인한 현장 인력 부족 문제를 꼽은 것이다.

경찰직협은 기자회견 당시 “자기 사건을 책임지고 끝내야 하는 책임수사제와 고강도 수사 감찰 등이 스트레스로 작용했을 가능성이 크다”며 “초임 수사관들은 발령과 동시에 40∼50건의 사건을 배당받고, 수사 능력을 키울 새도 없이 사건 감축 압박을 받는다”고 밝혔다.

수사 직무 관련 10% 극단적 선택
한 명이 매달 40건 이상 사건 맡아

이어 “장기사건 처리 하위 10% 팀장 탈락제 운용 등 수사관들에게 과도한 압박을 가해 스트레스를 유발했다”며 “기동순찰대와 형사기동대 등 신설 등에 따른 조직개편으로 인한 현장 인력 부족 현상은 수사 경찰의 업무에 더욱더 어려움을 겪게 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모든 실적 위주 성과평가를 즉각 중단하고 경찰청장과 국가수사본부장은 책임을 지고 근본적인 개선 대책을 마련하라”며 “기동순찰대와 형사기동대를 폐지하고 인력을 원상 복귀하라”고 촉구했다.


실제로 C 경위는 주변 동료들에게 사건 과중으로 인한 고충을 꾸준히 토로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C 경위는 생전 동료들에게 “사건이 73개인데 미친, 진짜 이러다 죽어”라는 메시지를 보내기도 했으며 “사건은 쌓여만 가고” “(하반기 인사에서 다른 곳으로 나가려면) (사건)인계서를 써야 하는데 인계서도 못 쓸 만큼 열심히 했는데”라고 카톡을 보내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스스로 목숨을 끊은 현직 경찰관은 125명이다. 연도별로는 2019년 20명, 2020년 24명, 2021년 24명, 2022년 21명, 2023년 24명, 2024년 6월 기준 12명이다. 특히 지역 경찰과 수사 직무 경찰의 비중이 두드러졌는데, 지난 2019년부터 올 상반기까지 경찰관 극단적 선택 인원 125명 중 58명이 지역 경찰 직무(46.4%), 13명이 수사 직무(10.4%)에 해당됐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채현일 의원실이 서울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기준 서울청 산하 31개 경찰서 수사과 통합수사팀의 총 보유 사건 수는 4만8604건이었다. 이는 통합수사팀의 전신인 경제팀·사이버팀의 전년 동기(3만8096건) 대비 무려 1만건(26% 증가) 넘게 늘어난 수준이다.

고소‧고발 건수로 보면 증가된 폭은 더 크다. 올해 1~5월 경찰이 접수한 고소·고발 건수는 25만4663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6만9646건)보다 큰 폭으로 증가했다. 반면 수사 인력은 같은 기간 3만7252명서 3만5917명으로 감소했다.  

일선 경찰관들은 사건 수가 늘어난 이유를 지난해 11월 시행된 법무부의 수사준칙 개정을 꼽는다. 수사준칙 개정안에는 ▲수사기관의 고소·고발장 접수 의무 ▲수사 지연 해소를 위한 단계별 수사기한 ▲검경의 송치 사건 보완수사 분담 ▲경찰의 불송치 결정에 대한 사법통제 기능 강화 ▲검경 협력 강화 방안 등 내용이 담겼다.

어쨌든
실적부터

여기서 중요한 점은 수사기관이 고소·고발장을 반려할 수 없도록 고소·고발장 접수 의무 조항이 신설된 것이다. 앞서 경찰은 지난 2006년부터 고소·고발 반려제를 운영해 왔다. 경찰에 따르면 경찰은 연평균 170만건의 접수 사건 가운데 12만건을 반려해 왔다.

해당 12만건 중 10만건 정도는 악성 민원이나 근거없는 투서였지만 개정된 수사준칙으로 인해 고소·고발 뿐 아니라 진정·탄원·투서 등 수사 민원을 모두 받아야 하고, 접수 후에는 3개월 내에 수사를 마쳐야 한다. 경찰은 원칙적으로 모든 사건을 통상의 고소·고발 수사 절차를 밟아 처리해야 하게 된 것이다.

이에 대해 한 일선 경찰서 수사과 관계자는 “일단 모든 고소·고발 사건을 접수받으면서 말도 안 되는 사건 각하를 위한 서류를 준비해야 하는 업무가 추가된 셈”이라며 “‘이 접수가 말이 안 된다’를 증명하기 위한 수사도 해야 해 진짜 사건에 쏟을 시간이 없다”고 지적했다.

여인환 경찰청직장협의회 위원장은 “경찰이 수사하는 것은 계속 해왔던 업무이지만 최근 들어 더 힘들게 하는 요인이 늘어난 것”이라며 “일선 경찰관이 맡고 있는 사건이 매당 40건 정도가 있는데 간단한 사건, 심지어 악성 민원과 같은 사건을 처리하느라 복잡한 사건을 뒤로 미뤄질 수 밖에 없는 구조”라고 꼬집었다.

한 일선 형사팀장도 “사소한 민원 하나가 들어와도 일일이 응대해야 하고, 정작 중요한 사건을 처리할 시간은 부족한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며 “경찰관 재량권을 강화하는 등 제도적 개선을 하지 않으면 이런 일은 계속 생길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같은 문제는 수사준칙 개정 이후 계속 대두됐다. 경찰청서도 지난 4월 격무 해소 방안으로 ‘사건 각하 요건 확대 방침’을 추진했지만 법제처에서 개정 불가 판정을 받았다.


한 경찰직협 관계자는 “지난 4월 추진한 사건 각하 요건 확대 방침 중 가장 중요한 고소·고발이 수사할 공공의 이익 등이 없는 경우에 대해 확대되지 않은 것이 가장 큰 문제”라며 “이는 악성 민원에 대한 고소·고발을 전혀 막을 수 없다는 것을 말한다”고 토로했다.

고소‧고발 
스트레스

가장 큰 문제는 실적에 대한 압박이다. 서울경찰청은 지난달 16~26일, 전체 31개 경찰서 가운데 1년 이상 장기사건이 많이 남은 경찰서 등 실적이 부진한 13곳의 현장점검을 계획한 바 있다. ‘과·팀장 역량 관리, 고의 방치, 수사 미진 사항 여부 등을 점검한다’는 취지였다. 

한 경찰청 관계자는 “신고 사건 전건 접수 이후 사건이 늘어나 수사관 부담이 커진 것을 이해하지만, 장기사건을 계속 둘 경우 오히려 시민들이 권리를 침해당할 수 있다”고 현장점검 실시 이유를 설명했다.

실제 현장점검은 이들에게 적잖은 부담이 됐던 것으로 보인다.

전국경찰직장협의회가 관악서 C 경위의 지인 증언을 기록한 <사건진상파악보고서>를 보면, C 경위는 사망 직전 “(현장점검이 있는)월요일이 두렵다”는 말을 반복적으로 했다고 한다.


관악서의 한 수사관은 “현장점검을 위해서는 사건별로 수사가 장기화된 이유를 적고 정리해야 하는데 사건이 40~50개에 달했다면 이 과정이 매우 부담스러웠을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장점검은 올해 내내 이어진 서울경찰청 차원의 지표 개선 압박의 일환이었다고 현장 경찰들은 설명한다. 지난 1월 조지호 서울경찰청장이 부임한 뒤 서울경찰청은 ‘장기사건(접수 뒤 6개월이 지난 사건) 비율’ ‘치안 고객만족도’ 등 지표 개선을 한층 더 강조해 왔다.

각 경찰서로 전해지는 ‘서울청장 메시지’서 치안 고객만족도 제고를 위한 적극적인 관심과 노력을 당부하거나, 장기사건 비율을 전국 평균 이하로 줄이겠다며 ‘장기사건 집중 조사기간’(5월7일~6월28일)을 이전보다 강도 높게 운영하는 식이었다.

서울 관내 경찰서의 장기사건 비율은 지난 3월 11.1%에서 6월 6.7%로 3개월 만에 4.4%포인트 감소했다.

반면 이로 인한 현장 스트레스는 극심했다. 지난 5월 작성된 서울경찰청의 ‘장기사건 집중처리기간 운영 계획’을 보면 매주 단위로 경찰서별 장기사건 비율을 통계로 내 공개하고, 하위 10%에 해당하는 수사부서 팀장은 지난달 대책보고회에도 참석해야 했다.

높은 업무 강도에 미흡한 대책
실적 압박에 인력 부족 문제도

한 경찰 수사관은 “수사에 평균 석 달이 걸리는데, 매주 실적 통계를 낸다는 것은 지나친 압박”이라고 말했다. 

조지호 경찰청장 후보자의 인사청문회서도 현장점검을 실시한 이유에 대한 질의가 오갔다.

더불어민주당 한병도 의원은 “장기 사건 비율이 3개월 동안 4.4% 감소했다지만 일선 경찰서 수사관들을 성과 위주로 압박한 결과가 아니냐”며 “정말로 성과가 있었는지 살펴보면 전체 평균 처리시간은 69.71일에서 69.9일로 변화가 없다. 사건 처리의 신속성이 ‘아랫돌 빼서 윗돌 막기 식’이란 비판을 받을 수밖에 없는 지점”이라고 지적했다.

당시 조 후보자는 “4.4%라는 이야기는 오늘 처음 듣는다. 개별적으로 왜 특정 경찰서에 장기 사건이 많은지를 확인하고, ‘뭐가 문제인지 한번 들여다보고, 만약 인력이 부족하면 정원 조정을 해라’라고 지시를 했다”고 답했다.

그러자 한 의원은 “그렇게 지시하면 일선에겐 당연히 강한 압박이 된다. 현장의 애로사항이 뭔지 듣고, 구조적으로 인력을 충원하는 게 필요하다”며 “일선 경찰도 경찰관이기 전에 국민”이라고 강조했다.

이외에도 지난 2월 발족한 경찰 조직재편의 핵심 신설조직인 기동순찰대에 인원을 충원하면서 수사 인력이 부족해졌다는 문제 제기도 나오는 상황이다. 기동순찰대는 도보 순찰 중심 범죄예방활동이 주요 업무로, 지역주민들과 스킨십을 강화하고 직접 소통하며 발견된 문제들을 관계 기관들과 연계하는 등의 역할을 하는 경찰 조직이다.

여 위원장은 “기동순찰대를 운영하는 것이 국민적으로 치안에 체감을 하고 실효를 거두고 있는지 의문”이라며 “실효가 있다고 하더라도 그쪽으로(기동순찰대) 빠져나가는 인력 때문에 다른 수사, 다른 경찰에게 주는 나쁜 영향력을 상회할 만큼 좋은 효과를 내고 있는지 분석하고 정책을 변화시키는 지도부의 모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과중한 업무 스트레스로 죽음에 내몰리는 경찰관에 대한 보호 대책도 부족하다. 경찰의 직무 스트레스 치유를 위해 ‘마음동행센터’가 운영되고 있지만 시설과 인력이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보호 시설?
상담도 미비

경찰청은 지난 2014년 각종 사건·사고로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를 겪는 경찰관들을 돕기 위해 마음동행센터를 세웠다. 문제는 시설과 상담 인력 부족이다. 마음동행센터는 전국 18개 시도청에 18곳 운영 중이다. 서울에만 보라매병원과 경찰병원 2곳이고 나머지 지역에는 각각 1곳씩 운영하고 있다. 세종시에는 한 곳도 없다. 상담 인력도 턱없이 모자라다. 18곳에 근무 중인 상담사는 36명에 그친다. 강원과 충북, 제주 등 일부 지역의 경우 마음동행센터 1곳에 상담사는 단 한 명밖에 없다.

<kcj5121@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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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힘 축출’ 가시화 한동훈 광야에 서나

‘국힘 축출’ 가시화 한동훈 광야에 서나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회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 가족의 당원 게시판 연루 의혹 가능성을 사실로 확정 짓고 있다. 같은 당 장동혁 대표도 한 전 대표 축출 의지를 공개적으로 드러내고 있는 상황에서 한 전 대표는 점점 광야로 내몰리고 있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지난 2일,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사실상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 축출 의지를 드러냈다. 장 대표가 한 전 대표를 직접 겨냥한 것은 아니었으나 ‘걸림돌’이라고 호칭했다. “제거돼야 통합 가능” 장 대표는 이날 “당내 통합에 걸림돌이 있다면 제거돼야 대표가 통합을 이루는 공간이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대표는 개인적 감정에 따라 움직이거나 결정하는 자리가 아니”라며 “당원과의 관계를 해결해야 할 당사자인 어떤 걸림돌은 그걸 해결하지 않고는 연대·통합을 함부로 얘기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최근 국민의힘의 주요 화제 중 하나는 “한 전 대표 가족이 연루됐다”는 당원 게시판 의혹이다. “한 전 대표 가족들의 명의를 이용한 아이디로 국민의힘 당원 게시판에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 비난 글을 다수 작성했다”는 것이 핵심이다.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회는 지난달 30일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당무감사위는 이날 “비난 글을 작성한 문제 계정들은 한 전 대표 가족 5인의 명의와 같고, 전체 87.6%는 2개의 IP로 작성된 여론조작 정황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언론 보도 후 연루자들의 탈당·대규모 게시글 삭제가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국민의힘 이호선 당무감사위원장도 별도의 자료를 발표했다. 그는 “해당 IP를 사용한 계정 10개 중 4개는 같은 휴대전화 뒷번호·같은 선거구(서울 강남병)을 공유한다”며 “동명이인이 이 모든 조건을 우연히 공유할 확률은 사실상 0%고, 탈당 시점도 4일 이내로 집중됐다”고 주장했다. 이어 “문제는 당 대표 본인·가족 명의 계정을 이용해 다수 당원이 지지하는 것처럼 위장한 것”이라며, “당심을 왜곡한 후 언론을 통해 확대 재생산해서 일반 여론까지 움직이려 했다면 드루킹 사건보다 더 심각한 범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당원 게시판 의혹을 드루킹 사건과 비교했던 사람은 장예찬 여의도연구원 부원장이다. 장 부원장은 지난달 15일 임명된 후 장 대표의 측근으로 분류되고 있다. 그는 지난 2024년 11월 이 사건을 일컬어 ‘온가족 드루킹’ 혹은 ‘한가족 드루킹’ 등 표현을 사용하면서 한 전 대표를 비난했다. 장에 한은 당내 통합 걸림돌 취급 “게시글, 드루킹 사건보다 더 심각” 한 전 대표와 가족을 강하게 비판한 장 부원장이 사용하는 표현을 위원장 발표 자료에 담은 것을 봐선, 이날 당무감사위의 발표는 “국민의힘에서 한 전 대표를 확실하게 내보내겠다”는 의지가 담긴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당무감사위에 따르면, 한 전 대표에게 소명을 요구하는 질의서를 보냈지만, 아무런 답변을 받지 못했다고 한다. 한 전 대표는 방송 출연으로써 하루 격차를 두고 상반된 의견을 냈다. 그는 지난달 30일 SBS <주영진의 뉴스브리핑>에 출연해 “당시엔 저와 제 가족에 대한 입에 담을 수 없는 욕설 게시물이 당원 게시판을 뒤덮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제 가족이 익명 보장된 국민의힘 당원 게시판에 윤 전 대통령 부부에 대한 비판적 사설·칼럼을 올렸단 사실을 나중에 알았다”고 말했다. 한 전 대표는 이날 “가족이 게시물을 올렸다”고 처음 인정하면서도 “저는 글을 쓴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가족 명의로 게시물을 올리는 게 비난받을 일이라면 가족이 아닌 저를 비난하라고 말하고 싶다”면서도 “제가 제 이름으로 글을 쓴 게 있는 것처럼 발표한 것은 명백한 허위 사실”이라고 반박했다. 한 전 대표는 다음 날 조작 의혹을 제기했다. 그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 위원장이 ‘동명이인 한동훈’ 게시물을 제 가족 게시물인 것처럼 조작해서 발표했다”면서 이 위원장에 대한 법적 조치를 예고했다. 이어 “게시물 작성 시기는 제가 정치를 시작하기 전·최근 등 무관한 것을 대표 사례라고 조작해 발표했는데, 저는 당원 게시판에 아예 가입하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이런 가운데 장 대표는 지난 7일 국민의힘 당사에서 진행된 ‘이기는 변화’ 기자회견에서 윤 전 대통령이 자행한 12·3 비상계엄 사태에 대한 대국민 사과를 했다. 장 대표는 이날 “12·3 비상계엄은 상황에 맞지 않는 잘못된 수단으로써, 국민께 큰 혼란·불편을 끼쳤고, 당원께 큰 상처가 됐다”며 “국정 운영의 한 축이었던 여당이 그 역할을 다하지 못한 책임이 크다”고 고개를 숙였다. 이어 “그 책임을 무겁게 통감하고, 국민께 깊이 사과드린다. 국민의힘이 부족했으니, 잘못·책임은 국민의힘 안에서 찾겠다”면서 “국민의힘은 오직 국민 눈높이에서 새롭게 시작하겠으니, 과거의 일은 사법부의 공정한 판단·역사의 평가에 맡겨놓고, 계엄과 탄핵의 강을 건너 미래로 나아가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당명 개정 추진 의사도 밝혔다. 장 대표의 이날 기자회견을 놓고, 일각에선 “윤 전 대통령과의 절연 의사를 밝히지 않았다”는 평가가 나왔다. 이어 윤 전 대통령을 강하게 지지하는 강경 보수 유튜버 고성국씨가 자신의 유튜브 채널 ‘고성국 TV’에 출연한 국민의힘 김재원 최고위원에게 입당 원서를 직접 전달하는 형식으로 국민의힘에 입당했다. 이에 대해선 “장 대표가 국민의힘 안에 강경 보수 세력을 끌어들여 세력화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 있다. 이어 “고씨를 입당시킨 것과 장 대표의 비상계엄 관련 대국민 사과는 모순 아니냐”고 보는 시각도 존재한다. 고씨는 평소 한 전 대표를 강하게 비판하는 의견을 공개적으로 밝혀왔다. 이날 김 최고위원도 고씨의 입당 원서 작성을 지켜보면서 “혹시 당원 게시판에 글 올리시면 들통난다”는 등 뼈 있는 농담을 건넸다. 거를 타선 없는 국힘? 정의당 박원석 전 의원은 지난 6일 MBC 라디오 <권순표의 뉴스 하이킥>에 출연해 “국민의힘이 한 전 대표 세력을 축출하고, 완전히 윤 어게인 세력의 당으로 만들어 훨씬 더 극우화된 정당으로 가겠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이미 고씨와 한국사 강사 전한길씨가 입당했고, 윤 전 대통령 변호인 김계리 변호사도 곧 입당 심사를 통과할 것으로 보인다”며 “국민의힘은 거를 타선이 없는 정당이 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국민의힘이 한 전 대표를 내보낼 것”이라는 예측은 “한 전 대표에겐 뚜렷한 정치적 기반이 없는 것 아니냐”는 평가로부터 비롯된다. 한 전 대표의 핵심 기반은 팬클럽 ‘위드후니’다. 위드후니는 40대 이상 여성 중심으로 구성돼있고, 활동하는 노년 여성도 다수다. 하지만 선거는 결국 지역 기반으로부터 비롯된다. 한 전 대표의 가장 큰 정치적 약점으로는 지역 기반이 없다는 것이 주로 거론된다. 한 전 대표의 정치 기반에 대해선 ‘중도층·수도권 화이트칼라 계층에서 일정한 지지를 얻고 있다’는 분석이 많았다. 여론조사기관 미디어토마토가 지난 4일 <뉴스토마토> 의뢰로 지난 1일부터 이틀 동안 만 18세 이상 중도 성향을 지닌 전국 18세 이상 남녀 515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 중 15%는 보수 진영을 이끌면 가장 두려운 상대로 한 전 대표를 지목했다. 하지만 “한 전 대표가 중도층을 국민의힘으로 유도하고 있는지 의문”이라고 보는 시선도 있다. 그 객관적 지표는 지난 2024년 총선이다. 당시 한 전 대표는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겸 총괄 선거대책위원장으로서 총선을 지휘했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108석만 겨우 건지는 참패를 당했다. 한 전 대표는 당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과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를 묶어 ‘이조심판론’을 주장하면서 “야당이 2/3 의석을 차지하지 못하게 해달라”고 호소했다. 일각에선 “선거에서 이기려면 중·수·청(중도·수도권·청년)을 잡아야 하는데, 왜 안 하느냐”며 비판했다. 당시 국민의힘은 서울 전체 48석 중 11석을 차지했고, 인천·경기 60석 중 6석만을 차지했다. 국민의힘 지도부가 “한 전 대표가 수도권·중도층에 영향력을 가지고 있었다면, 나올 수 없는 총선 결과”라고 판단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중도층 영향력 장 대표는 지난달 28일 일각에서 주장했던 ‘장·한·석(장동혁·한동훈·이준석)’ 연대 성립 가능성을 부정했다. 그 이유도 한 전 대표였다. 장 대표는 “개혁신당과의 연대에 대한 표현에 특별히 문제 삼지 않겠다”면서도 “당내 인사와 어떻게 정치를 풀어가느냐는 문제에 왜 연대란 이름을 붙이는 건지 동의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 ‘당내 인사’도 한 전 대표를 뜻한다. 따라서 장 대표의 지난 2일 발언한 “당내 통합 걸림돌을 제거해야 대표가 통합을 이루는 공간이 생길 것”에서 ‘걸림돌’이 한 대표라면, ‘통합’ 범위엔 개혁신당과의 연대가 포함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국민의힘과 개혁신당은 지난달부터 통일교 특검법을 함께 추진하고 있다. 장 대표도 “자강을 논하는 단계에서 연대를 논하는 것은 맞지 않는다”면서도 개혁신당과의 연대 가능성 자체를 부정하진 않는다. 개혁신당은 이준석 대표가 국민의힘 소속이었을 당시 윤석열 전 대통령·친윤(친 윤석열)계와의 갈등 때문에 당원권 정지 6개월 징계를 받은 후 탈당해 창당됐다. 개혁신당 지지자들은 당시 과정에서 쌓인 앙금을 잊지 않고 있다. 윤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 선포 이후 자멸했기 때문에 더욱 조심스럽다. 일각에선 장 대표가 한 전 대표를 축출한 후 강경 보수 세력을 당내 세력화해 ‘자강’을 이룬 후 개혁신당과의 연대에 나설 가능성을 제기한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6월 대선에서 ▲서울 41.55% ▲경기 37.95% ▲인천 38.44% 등을 득표했다. 약 12% 이상의 부족분을 중도층으로부터 얻어와야 한단 사실을 모를 가능성은 낮다. 당시 이 대표는 ▲서울 9.67% ▲경기 8.84% ▲인천 8.74% 등 득표했다. 개혁신당 지지자들은 개혁보수·중도 제3지대에 두텁게 포진해 있다. 국민의힘으로선 개혁신당이 확보한 8~9%의 지지가 필요하다. 중도층의 지지를 얻는 게 확실한지 아직 선거에서 검증되지 않은 한 전 대표와 달리 이 대표는 대통령선거에서 거둔 실적이 뚜렷하다. 장 대표는 “국민의힘 최대 아킬레스건인 중도·수도권 공략을 개혁신당과 이 대표의 힘을 빌려 해결하겠다”고 생각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한 수도권 영향력 의문…이준석으로 대체? 지방선거 앞두고 신당 창당 가능할지 의문 국민의힘이 한 전 대표를 중징계하거나 한 전 대표가 탈당하면, 한 전 대표의 운신 폭은 매우 좁아질 수도 있다. 정치의 중심은 국회라서 총선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둬야 정치적 영향력을 얻을 수 있다. 하지만 오는 6월 지방선거는 말 그대로 ‘지방선거’다. 함께 진행되는 재보궐선거는 현시점에선 ▲인천 계양을 ▲충남 아산을 ▲경기 평택을 ▲전북 군산·김제·부안갑 등 4곳이 확정됐다. 지방선거 출마를 선언한 의원들의 지역구도 가능성이 있지만, 후보로 확정된 의원만 사퇴해 재보선을 치른다. 그 외 의원의 공직선거법 위반 재판이 진행 중이라서 재보선을 치를 가능성이 있는 지역구로는 3곳이 거론된다. 이 정도 규모의 선거에서의 선전을 바라보고 창당하는 것은 모험에 가까우며, 동력이 얼마나 될지 확인하기도 어렵다. 국민의힘 친한(친 한동훈)계 의원들이 모두 한 전 대표의 정치 행보에 무조건 동참할 것으로 기대하기도 쉽지 않다. 지역 구도가 특히 큰 힘을 발휘하는 한국 선거에서 각각 호남·영남을 지역 기반으로 둔 민주당·국민의힘과 달리 한 전 대표는 독자적인 지역 기반을 갖추고 있지도 않다. 그와 비슷한 이 대표도 젊은 유권자들이 다수 거주하는 데다 민주당·국민의힘에서도 모두 후보를 공천한 경기 화성을에서 3자 구도를 만들어 승리했다. 특히 지방선거·재보선은 대선·총선에 비해 투표율이 낮은 만큼 보수성이 강하며 그만큼 바람을 일으키기도 어렵다. 한 전 대표는 광야에 설 가능성이 크지만, 신당 창당은 동사·벼랑 끝에 서는 것과 비슷할 수 있다. 한 전 대표의 절정은 12·3 비상계엄 사태였다. 당시 한 전 대표는 계파 소속 의원들과 함께 국회에 진입해 비상계엄 해제에 동참했다. 이어 윤 전 대통령이 숙청을 시도하던 반대파 중 1명이 됐다. 하지만 한 전 대표의 절정은 여기서 끝이었다. “한 전 대표가 가족 관리에 실패했다”는 취지의 당원 게시판 의혹은 12·3 비상계엄 사태 이전 한 전 대표를 서서히 옥죄고 있었다. 하지만 12·3 비상계엄 사태 발생 이후 한 전 대표는 비상할 수 있었다. 그는 한덕수 당시 국무총리와 ‘총리·여당 당정 협력 담화’ 형식의 일명 ‘한덕수·한동훈 체제’ 성립을 시도했다. 한덕수·한동훈 체제는 각계각층의 강한 비난 때문에 실제로 성립되진 못했다. 이후 한 전 대표는 친한계 일원이란 평가를 받는 진종오 의원을 포함한 최고위원 4명이 전원 사퇴해 지도부가 붕괴하는 상황을 겪었다. 한때 핵심 측근이었던 장 대표는 국민의힘 대표로서 한 전 대표 퇴출을 주도하고 있다. 따라서 현 상황으로 이어진 한 전 대표 최대의 패착은 2024년 12월11일 장 의원이 입을 굳게 다물고 당 대표실을 나갈 때, 문을 잡고 미소 지었던 순간이다. 폭발까지 도화선은? 폭발이 일어날 때 트리거는 하나다. 하지만 폭탄까지 가는 도화선은 여러개일 수도 있다. 트리거가 터져 폭발이 일어나면, 폭발까지 가는 도화선도 모두 다 터진다. 장 대표는 총선이 아닌 지방선거·재보선을 앞두고 그 트리거를 만지고 있다. 트리거가 당겨지면 한 전 대표는 광야에 선다. 한 전 대표는 과연 광야에 서게 될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