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사찰 파문’ 타워팰리스에 무슨 일이…

  • 김민주 기자 alswn@ilyosisa.co.kr
  • 등록 2024.07.22 14:24:35
  • 호수 1489호
  • 댓글 3개

21년 만에 바꾸려다 진흙탕 싸움

[일요시사 취재1팀] 김민주 기자 = 서울의 한 대단지 아파트서 “누구가 잘못했습니다!”라고 전 세대가 다 들리도록 방송하는 게 상식적으로 맞는 일일까? 심지어 사실도 아닌 거짓말이었다. 여기엔 해당 아파트 관리업체가 엮여 있었다. 해당 업체는 20년 넘게 독점으로 아파트를 관리했고, 아파트 대표가 관리업체를 바꾸려 하자 마녀사냥이 시작된 것으로 파악됐다.

“신정이 전 회장의 횡령으로 인해 단지의 회계자금 업무가 일시 중단돼 각종 공과금 납부 연체 및 주민의 관리비 납부 확인, 직원 급여 이하 보안 급여 지급 등 모든 관리업무가 마비되는 심각한 상황에 있다…주민 여러분의 소중한 110억원이 해임된 신정이 전 회장의 횡령으로 단지의 회계자금 업무가 일체 중단되어…이미 사정당국에 고소·고발됐으나, 신속한 수사가 요청되기 위해 주민 여러분은 탄원 서명에 적극적으로 동참해 주실 것을 간청드린다.”

누구가 
잘못했다?

“…입주자대표회 회장은 2022년 2월7일 약 114억원이 예치된 타워팰리스 1차 관리비와 장기수선 충당금 통장을 독단적으로 재발급받고 인감, 비밀번호, OTP를 모두 변경했다.…이에 회장의 범죄행위에 대해 즉시 형사고발 조치할 예정이다.”

2022년 2월경, 서울시 강남구 도곡동의 타워팰리스 위탁관리업체 타워피엠씨가 입주민들을 대상으로 이 같은 방송을 내보냈다. 타워팰리스는 1499세대로 하루에도 여러 번 방송됐다. 해당 방송에 나온 ‘신정이 전 회장’ 역시 해당 타워팰리스 거주자로, 2021년 10월경 동대표 및 회장으로 선출된 사람이다. 

방송뿐만이 아니었다. 관리업체는 ‘신정이의 거짓말을 알려드립니다’라는 제목의 유인물을 타워팰리스 전 세대에 배포했다.


여기에는 “신정이의 거짓말(강남구청 실태 조사 결과 2022년 2월23일~25일) 해임된 신정이 전임 회장의 해임된 사유는 ‘주택관리업자 사업자 선정 불법 입찰로 법령 제4조, 제5조, 제13조 공동주택관리법 제93조’ ‘공동주택관리법 제23조, 시행령 제23조 위반으로 과태료 1000만원 부과됨’이라고 기재돼있다.

또 “잡수입 소송 사용 관련 입주민께서 부동의한다면, 입주자대표회의는 해임 무효소송에 응소할 수 없어 패소해 신정이는 복귀하게 되며(본인이 복귀한다고 지라시에 밝히고 있음) 불법 입찰로 선정된 A 업체가 정말로 타워 1차를 관리하게 될 수 있다”고까지 적어놨다.

신씨의 당선 이후, 무슨 일이 있었기에 타워팰리스 관리업체 측은 이 같은 방송으로 신씨의 명예와 인격까지 훼손했던 것일까?

<일요시사>가 해당 타워팰리스를 취재한 결과, 관리업체 측 주장은 사실이 아니었다. 먼저 신씨가 타워피엠씨의 표적이 된 이유를 알기 위해선 2021년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해당 타워팰리스는 2002년 10월에 입주한 주상복합아파트로, 타워피엠씨는 2002년부터 타워팰리스의 관리를 도맡아왔다. 20년 동안 단 한 번도 타워팰리스의 관리업체가 바뀐 적이 없었다.

110억원 횡령한 아파트 동대표?
실상은 관리업체 독점 위해서?

타워피엠씨는 삼성물산 출신 강병찬 회장과 장세준 대표이사가 타워팰리스 운영관리를 위해 설립한 회사로, 한남더힐, 트리마제, 아크로리버파크, 아크로비스타 등 고급 아파트 단지들의 관리를 맡아 왔다. 지난해 말 기준 매출액 676억원, 직원 수 3766명 기업으로, 해당 타워팰리스 관리업체가 되면서 매출이 늘었다.


신씨는 입주자대표회의를 통해 위탁관리업체를 바꾸는 것에 대해 의논했다. 공동주택관리법 시행령 제5조제2항 및 우리단지 관리규약 제58조 제1항에는 전체 입주자 등의 10분의 1이상의 서면 이의가 없는 경우 의견청취 결과에 따라 재계약 절차를 진행할 수 있다고 명시돼있다.

당시(2021년 10월20일) 1499세대 중 183세대(12.2%)가 타워피엠씨 재계약에 부동의해, 입찰을 통해 위탁관리업체를 선정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타워피엠씨는 해당연도 11월24일에 계약만료를 통보받았다.

무려 21년 만에 위탁관리업체의 교체가 이뤄지는 듯했다. 이때부터 기존 타워피엠씨는 신씨에게 회장 직무정지 가처분 신청을 냈고 그가 110억원을 횡령했다며 고소까지 했다. 갖가지 구설수를 만들어냈고, 전 세대에 방송을 하거나 단지 내 현수막까지 내걸었다.

심지어 타워피엠씨는 신씨를 사찰하기에 이르렀다. 해당 타워팰리스 입주민 중 한 명은 이 일을 두고 “사람 생명을 끊는 데 일조하고 주민을 사찰했다. (대표가)어디 업체한테 돈 받았다는 누명을 씌우고 거짓 안내 방송을 해 주민 간에 싸움을 붙였다. 타워피엠씨가 악행을 저지른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같은 사실은 카카오톡 증거로도 남아 있다. 해당 업체 관리팀장이 업체 관계자와 “7시 현재 신정이 출입기록 없습니다” “19시 현재 신정이 출입기록 없습니다” “신정이 19:29분 B동 1층 주출입구, 19:30분 B동 저층부 승강기 이후 카드기록 없습니다”라고 나눈 대화가 기록돼있다. 

저녁 늦은 시각에는 “신정이 출입기록 특이사항 없습니다. 편안한 밤 되십시오”라고 안부를 묻기도 했다.

관리 업체
교체 갈등

이 같은 사찰은 신씨 가족에게도 행해졌다. 관리팀장은 “20:20분경 신정이 세대로 귀가한 것 같다”고 정보를 공유했다. 관리팀장은 “신정이 출입기록 20:27분경 A동 2층 주출입구, 21:16 분경 B동 1층 저층부 승강기 세대 귀가/CCTV 확인→2층 응접실서 A동 ○○○○호 ○○○ 전 선관위원 만남”이라고 보고하기도 했다. 

관리팀장은 경찰서에서 신씨에게 보낸 등기물 사진을 찍어서 공유하며 “경찰서에서 보낸 등기가 있어서 알려드린다”고도 했다.

이처럼 신씨의 일거수일투족이 관리업체에 의해 감시당했고, 신씨와 신씨 가족을 괴롭혔다. 여기에 강 회장의 사위인 홍종기 국무총리비서실 민정실장(당시 국민의힘 대통령선거 선거대책본부 미디어법률단장)은 강 회장을 신씨를 대표직서 해임시키는 데 손을 더했다.

관리업체 관계자가 홍 민정실장에게 3개의 플래카드 도안을 보여주면서 “현수막을 만들려고 하는데 문제가 없을지 걱정된다. 3번을 ‘타워 관리 마비시킨 신정이는 감옥으로~!!’에서 ‘타워관리 마비시킨 신정이는 사죄하라!!’로 바꾸는게 어떨까”라고 물었다.

이에 홍 민정실장이 “별 차이가 없다”고 답하자, “감옥이 자극적인 것 같다”고 하니, 다시 “큰 문제는 없다. 그럼 ‘신정이는 사죄하라’로 고치자”고 제안하기도 했다. 이 밖에도 신씨가 우편함에 유인물을 넣어 놓은 것에 대해 업무방해 고소가 가능한지 등의 법적 조언을 하기도 했다.


다른 업체가 선정되자 강 회장은 ‘누가 회장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지시까지 했다.

“(신씨의 해임 소송이 진행되는)지금 상황서 ○○○이 회장을 맡는 건 타워피엠씨를 위해서라도 절대 안 된다. 타워피엠씨가 유리한 입장이 아니다. 주민 여론이 좋으면 ○○○이 해도 무방하지만, 불리한 상황서 ○○○까지 합세하면 점입가경이다. 센터장이 누구 말을 듣고 전략을 짜는지 모르겠지만, 타이밍을 놓치면 성공하지 못한다”는 카카오톡을 받은 강 회장은 “잘 알겠다. 센터장에게 엄정 중립지키고 경찰서와 법원 판결에 최선을 다하라고 지시했다. 지금 어느 쪽을 편들면 큰일난다는 것을 저와 저희 직원 모두 잘 알고 있다”고 답했다.

고위 인사
이름 거론

그렇다면 신씨는 정말 110억원을 횡령했을까? 타워피엠씨 측의 주장처럼 신씨가 횡령을 했다면 법원 판결문에 해당하는 내용이 적시돼야 한다.

하지만 신씨가 제기한 ‘해임결의 무효소송’ 판결문에는 “이 사건 해임 결의에는 적법한 해임 요청서가 제출되지 않았고, 선거관리위원회가 해임 절차를 진행하지 않은 중대한 절차상의 위법이 존재하므로, 신씨가 주장하는 다른 절차적 하자와 실체적 하자에 대해 나아가 살펴보지 않더라도 무효임이 명백하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어 “다만, 동대표 자격 제한은 해임된 날부터 2년인데, 신씨의 결격사유가 해소되는 2024년 2월10일까지 신씨가 출마할 수 있는 동대표 선거가 있다고 보기 어렵고, 이 사건 아파트의 제12기 동대표 선고에는 신씨가 제한 없이 출마할 수 있어, 추후 동대표 선거에 출마하기 위해 이 사건 해임결의의 무효 확인이 필요하지 않다”고 판결했다.


즉, 신씨가 횡령이나 부적절한 행위를 했다면 해임 결의 자체엔 문제가 없다고 판결해야 맞지만, 판결문은 신씨가 동대표 선거 출마에 문제가 없으므로 소송을 기각했다.

반면, 타워피엠씨는 신씨가 해임됐다는 사유로 입찰로 당선된 관리업체를 오지 못하게 하고 자신들이 계속 아파트를 관리했다.

강 회장은 카카오톡을 통해 “○○업체서 집집마다 우편물을 배달했는데 확인 후 조치 바란다. 우편물을 계속 넣는 것은 실효적 점유를 하기 위한 노력을 성의껏 하고 있다는 것. 재판서 유리하게 작용하므로 타워피엠씨도 빨리 세대별 우편을 투입한 뒤 모아서 재판에 제출 바란다”고 지시하기도 했다.

신씨와 가족은 이들과 법적 다툼을 벌였다. 업체 측은 횡령, 사문서위조, 업무방해, 업무방해 교사, 특수건조물침입, 특수건조물침입교사, 문서은닉, 업무방해 등 온갖 혐의를 씌워 소송을 걸었다. 그러나 법원은 신씨의 손을 들어줬고, 모두 혐의 없음 결정이 나왔다.

현 민정실장이 플래카드 코치까지
“정상적 법적 조언만 해줬다” 해명

반대로 신씨가 관리업체를 상대로 제기한 명예훼손과 폭행은 모두 법원서 유죄로 인정받았다. 신씨는 지난 2년간의 지리한 법적 공방 중이던 지난해 11월, 갑작스러운 심장마비로 남편을 보내야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타워피엠씨는 지난 6일, 다시 해당 타워팰리스의 위탁관리업체로 선정됐다. 해당 입주민은 이 과정서도 불법적인 요소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당시 입찰에 참여했던 업체는 타워피엠씨를 포함해 5개 업체였지만, 4개 업체는 입찰을 포기했다. 이들 업체 관계자는 “입찰을 포기한 4개 업체 관계자에게 직접 들었는데 어차피 타워피엠씨에 몰아주는 입찰이었다고 했다”고 설명했다.

한 업체 관계자에 따르면, 입찰공고문에는 참가 자격으로 5년간 공동주택을 관리한 업체였는데, 적격 심사표에는 ‘커뮤니티 주상복합을 관리한 업체라고 써 있었다. 하지만, 이들 5개 업체중 주상복합 커뮤니티를 관리한 업체는 타워피엠씨가 유일했다.

그는 “지난 5월에 강남구청이 공고문을 내서 관리규약을 바꾸라고 했는데, 소장이 과거의 관리 계약표를 적격 심사표에 넣어 입찰공고를 끼워 넣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다른 업체들은 개정된 관리규약이 아닌 과거 관리규약 배점표다 보니 ‘어차피 타워피엠씨가 될 것’이라고 판단해 입찰을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점수 배점표도 타워피엠씨만 입찰이 가능했는데, 또 적격 심사위원들은 전부 삼성 출신 원로라서 삼성 출신인 강 회장의 타워피엠씨가 되는 게 당연했다”고 말했다. 오히려 강 회장이 입찰공고문을 심의했냐는 말까지 나오는 실정이다.

게다가 입찰 후 입주자대표 5인의 의결이 필요한데 5인일 경우 전원이 찬성해야 하고, 6인 이상일 경우는 다수결의 원칙으로 결정한다. 당시 타워팰리스 입주자대표 6명 중 1명은 사퇴서를 낸 상황이었고, 1명은 불참했다. 하지만 이를 감추고 입주자대표가 모두 입찰에 동의했다고 한 것이다.

입주자 중 한 명은 “타워피엠씨가 다시 입찰된 것 자체가 말이 안 되고, 불법적인 일이 일어난 것”이라고 분개했다.

“법대로
구두 자문”

한편, 홍 민정실장은 ‘타워피엠씨를 도와 신씨를 해임한 것’이라는 의혹에 대해 적극 부인했다. 홍 민정실장은 <일요시사>에 “구두로 자문한 것이 몇 개 있을 뿐이다. 각각 변호사가 따로 있었다. 타워피엠씨 회장이 장인어른이라고 내가 그 활동만 한 것이 아니다”며 “신정이씨 해임에 관여한 적 없다. 그 동네 살아서 아는데, 맨날 현수막이 걸리고 그랬다. 법적인 정상적인 자문 변호사로 활동한 것뿐”이라고 해명했다.

<alswn@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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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