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사찰 파문’ 타워팰리스에 무슨 일이…

  • 김민주 기자 alswn@ilyosisa.co.kr
  • 등록 2024.07.22 14:24:35
  • 호수 1489호
  • 댓글 3개

21년 만에 바꾸려다 진흙탕 싸움

[일요시사 취재1팀] 김민주 기자 = 서울의 한 대단지 아파트서 “누구가 잘못했습니다!”라고 전 세대가 다 들리도록 방송하는 게 상식적으로 맞는 일일까? 심지어 사실도 아닌 거짓말이었다. 여기엔 해당 아파트 관리업체가 엮여 있었다. 해당 업체는 20년 넘게 독점으로 아파트를 관리했고, 아파트 대표가 관리업체를 바꾸려 하자 마녀사냥이 시작된 것으로 파악됐다.

“신정이 전 회장의 횡령으로 인해 단지의 회계자금 업무가 일시 중단돼 각종 공과금 납부 연체 및 주민의 관리비 납부 확인, 직원 급여 이하 보안 급여 지급 등 모든 관리업무가 마비되는 심각한 상황에 있다…주민 여러분의 소중한 110억원이 해임된 신정이 전 회장의 횡령으로 단지의 회계자금 업무가 일체 중단되어…이미 사정당국에 고소·고발됐으나, 신속한 수사가 요청되기 위해 주민 여러분은 탄원 서명에 적극적으로 동참해 주실 것을 간청드린다.”

누구가 
잘못했다?

“…입주자대표회 회장은 2022년 2월7일 약 114억원이 예치된 타워팰리스 1차 관리비와 장기수선 충당금 통장을 독단적으로 재발급받고 인감, 비밀번호, OTP를 모두 변경했다.…이에 회장의 범죄행위에 대해 즉시 형사고발 조치할 예정이다.”

2022년 2월경, 서울시 강남구 도곡동의 타워팰리스 위탁관리업체 타워피엠씨가 입주민들을 대상으로 이 같은 방송을 내보냈다. 타워팰리스는 1499세대로 하루에도 여러 번 방송됐다. 해당 방송에 나온 ‘신정이 전 회장’ 역시 해당 타워팰리스 거주자로, 2021년 10월경 동대표 및 회장으로 선출된 사람이다. 

방송뿐만이 아니었다. 관리업체는 ‘신정이의 거짓말을 알려드립니다’라는 제목의 유인물을 타워팰리스 전 세대에 배포했다.

여기에는 “신정이의 거짓말(강남구청 실태 조사 결과 2022년 2월23일~25일) 해임된 신정이 전임 회장의 해임된 사유는 ‘주택관리업자 사업자 선정 불법 입찰로 법령 제4조, 제5조, 제13조 공동주택관리법 제93조’ ‘공동주택관리법 제23조, 시행령 제23조 위반으로 과태료 1000만원 부과됨’이라고 기재돼있다.

또 “잡수입 소송 사용 관련 입주민께서 부동의한다면, 입주자대표회의는 해임 무효소송에 응소할 수 없어 패소해 신정이는 복귀하게 되며(본인이 복귀한다고 지라시에 밝히고 있음) 불법 입찰로 선정된 A 업체가 정말로 타워 1차를 관리하게 될 수 있다”고까지 적어놨다.

신씨의 당선 이후, 무슨 일이 있었기에 타워팰리스 관리업체 측은 이 같은 방송으로 신씨의 명예와 인격까지 훼손했던 것일까?

<일요시사>가 해당 타워팰리스를 취재한 결과, 관리업체 측 주장은 사실이 아니었다. 먼저 신씨가 타워피엠씨의 표적이 된 이유를 알기 위해선 2021년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해당 타워팰리스는 2002년 10월에 입주한 주상복합아파트로, 타워피엠씨는 2002년부터 타워팰리스의 관리를 도맡아왔다. 20년 동안 단 한 번도 타워팰리스의 관리업체가 바뀐 적이 없었다.

110억원 횡령한 아파트 동대표?
실상은 관리업체 독점 위해서?

타워피엠씨는 삼성물산 출신 강병찬 회장과 장세준 대표이사가 타워팰리스 운영관리를 위해 설립한 회사로, 한남더힐, 트리마제, 아크로리버파크, 아크로비스타 등 고급 아파트 단지들의 관리를 맡아 왔다. 지난해 말 기준 매출액 676억원, 직원 수 3766명 기업으로, 해당 타워팰리스 관리업체가 되면서 매출이 늘었다.

신씨는 입주자대표회의를 통해 위탁관리업체를 바꾸는 것에 대해 의논했다. 공동주택관리법 시행령 제5조제2항 및 우리단지 관리규약 제58조 제1항에는 전체 입주자 등의 10분의 1이상의 서면 이의가 없는 경우 의견청취 결과에 따라 재계약 절차를 진행할 수 있다고 명시돼있다.

당시(2021년 10월20일) 1499세대 중 183세대(12.2%)가 타워피엠씨 재계약에 부동의해, 입찰을 통해 위탁관리업체를 선정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타워피엠씨는 해당연도 11월24일에 계약만료를 통보받았다.

무려 21년 만에 위탁관리업체의 교체가 이뤄지는 듯했다. 이때부터 기존 타워피엠씨는 신씨에게 회장 직무정지 가처분 신청을 냈고 그가 110억원을 횡령했다며 고소까지 했다. 갖가지 구설수를 만들어냈고, 전 세대에 방송을 하거나 단지 내 현수막까지 내걸었다.

심지어 타워피엠씨는 신씨를 사찰하기에 이르렀다. 해당 타워팰리스 입주민 중 한 명은 이 일을 두고 “사람 생명을 끊는 데 일조하고 주민을 사찰했다. (대표가)어디 업체한테 돈 받았다는 누명을 씌우고 거짓 안내 방송을 해 주민 간에 싸움을 붙였다. 타워피엠씨가 악행을 저지른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같은 사실은 카카오톡 증거로도 남아 있다. 해당 업체 관리팀장이 업체 관계자와 “7시 현재 신정이 출입기록 없습니다” “19시 현재 신정이 출입기록 없습니다” “신정이 19:29분 B동 1층 주출입구, 19:30분 B동 저층부 승강기 이후 카드기록 없습니다”라고 나눈 대화가 기록돼있다. 

저녁 늦은 시각에는 “신정이 출입기록 특이사항 없습니다. 편안한 밤 되십시오”라고 안부를 묻기도 했다.

관리 업체
교체 갈등

이 같은 사찰은 신씨 가족에게도 행해졌다. 관리팀장은 “20:20분경 신정이 세대로 귀가한 것 같다”고 정보를 공유했다. 관리팀장은 “신정이 출입기록 20:27분경 A동 2층 주출입구, 21:16 분경 B동 1층 저층부 승강기 세대 귀가/CCTV 확인→2층 응접실서 A동 ○○○○호 ○○○ 전 선관위원 만남”이라고 보고하기도 했다. 

관리팀장은 경찰서에서 신씨에게 보낸 등기물 사진을 찍어서 공유하며 “경찰서에서 보낸 등기가 있어서 알려드린다”고도 했다.

이처럼 신씨의 일거수일투족이 관리업체에 의해 감시당했고, 신씨와 신씨 가족을 괴롭혔다. 여기에 강 회장의 사위인 홍종기 국무총리비서실 민정실장(당시 국민의힘 대통령선거 선거대책본부 미디어법률단장)은 강 회장을 신씨를 대표직서 해임시키는 데 손을 더했다.

관리업체 관계자가 홍 민정실장에게 3개의 플래카드 도안을 보여주면서 “현수막을 만들려고 하는데 문제가 없을지 걱정된다. 3번을 ‘타워 관리 마비시킨 신정이는 감옥으로~!!’에서 ‘타워관리 마비시킨 신정이는 사죄하라!!’로 바꾸는게 어떨까”라고 물었다.

이에 홍 민정실장이 “별 차이가 없다”고 답하자, “감옥이 자극적인 것 같다”고 하니, 다시 “큰 문제는 없다. 그럼 ‘신정이는 사죄하라’로 고치자”고 제안하기도 했다. 이 밖에도 신씨가 우편함에 유인물을 넣어 놓은 것에 대해 업무방해 고소가 가능한지 등의 법적 조언을 하기도 했다.

다른 업체가 선정되자 강 회장은 ‘누가 회장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지시까지 했다.

“(신씨의 해임 소송이 진행되는)지금 상황서 ○○○이 회장을 맡는 건 타워피엠씨를 위해서라도 절대 안 된다. 타워피엠씨가 유리한 입장이 아니다. 주민 여론이 좋으면 ○○○이 해도 무방하지만, 불리한 상황서 ○○○까지 합세하면 점입가경이다. 센터장이 누구 말을 듣고 전략을 짜는지 모르겠지만, 타이밍을 놓치면 성공하지 못한다”는 카카오톡을 받은 강 회장은 “잘 알겠다. 센터장에게 엄정 중립지키고 경찰서와 법원 판결에 최선을 다하라고 지시했다. 지금 어느 쪽을 편들면 큰일난다는 것을 저와 저희 직원 모두 잘 알고 있다”고 답했다.

고위 인사
이름 거론

그렇다면 신씨는 정말 110억원을 횡령했을까? 타워피엠씨 측의 주장처럼 신씨가 횡령을 했다면 법원 판결문에 해당하는 내용이 적시돼야 한다.

하지만 신씨가 제기한 ‘해임결의 무효소송’ 판결문에는 “이 사건 해임 결의에는 적법한 해임 요청서가 제출되지 않았고, 선거관리위원회가 해임 절차를 진행하지 않은 중대한 절차상의 위법이 존재하므로, 신씨가 주장하는 다른 절차적 하자와 실체적 하자에 대해 나아가 살펴보지 않더라도 무효임이 명백하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어 “다만, 동대표 자격 제한은 해임된 날부터 2년인데, 신씨의 결격사유가 해소되는 2024년 2월10일까지 신씨가 출마할 수 있는 동대표 선거가 있다고 보기 어렵고, 이 사건 아파트의 제12기 동대표 선고에는 신씨가 제한 없이 출마할 수 있어, 추후 동대표 선거에 출마하기 위해 이 사건 해임결의의 무효 확인이 필요하지 않다”고 판결했다.

즉, 신씨가 횡령이나 부적절한 행위를 했다면 해임 결의 자체엔 문제가 없다고 판결해야 맞지만, 판결문은 신씨가 동대표 선거 출마에 문제가 없으므로 소송을 기각했다.

반면, 타워피엠씨는 신씨가 해임됐다는 사유로 입찰로 당선된 관리업체를 오지 못하게 하고 자신들이 계속 아파트를 관리했다.

강 회장은 카카오톡을 통해 “○○업체서 집집마다 우편물을 배달했는데 확인 후 조치 바란다. 우편물을 계속 넣는 것은 실효적 점유를 하기 위한 노력을 성의껏 하고 있다는 것. 재판서 유리하게 작용하므로 타워피엠씨도 빨리 세대별 우편을 투입한 뒤 모아서 재판에 제출 바란다”고 지시하기도 했다.

신씨와 가족은 이들과 법적 다툼을 벌였다. 업체 측은 횡령, 사문서위조, 업무방해, 업무방해 교사, 특수건조물침입, 특수건조물침입교사, 문서은닉, 업무방해 등 온갖 혐의를 씌워 소송을 걸었다. 그러나 법원은 신씨의 손을 들어줬고, 모두 혐의 없음 결정이 나왔다.

현 민정실장이 플래카드 코치까지
“정상적 법적 조언만 해줬다” 해명

반대로 신씨가 관리업체를 상대로 제기한 명예훼손과 폭행은 모두 법원서 유죄로 인정받았다. 신씨는 지난 2년간의 지리한 법적 공방 중이던 지난해 11월, 갑작스러운 심장마비로 남편을 보내야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타워피엠씨는 지난 6일, 다시 해당 타워팰리스의 위탁관리업체로 선정됐다. 해당 입주민은 이 과정서도 불법적인 요소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당시 입찰에 참여했던 업체는 타워피엠씨를 포함해 5개 업체였지만, 4개 업체는 입찰을 포기했다. 이들 업체 관계자는 “입찰을 포기한 4개 업체 관계자에게 직접 들었는데 어차피 타워피엠씨에 몰아주는 입찰이었다고 했다”고 설명했다.

한 업체 관계자에 따르면, 입찰공고문에는 참가 자격으로 5년간 공동주택을 관리한 업체였는데, 적격 심사표에는 ‘커뮤니티 주상복합을 관리한 업체라고 써 있었다. 하지만, 이들 5개 업체중 주상복합 커뮤니티를 관리한 업체는 타워피엠씨가 유일했다.

그는 “지난 5월에 강남구청이 공고문을 내서 관리규약을 바꾸라고 했는데, 소장이 과거의 관리 계약표를 적격 심사표에 넣어 입찰공고를 끼워 넣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다른 업체들은 개정된 관리규약이 아닌 과거 관리규약 배점표다 보니 ‘어차피 타워피엠씨가 될 것’이라고 판단해 입찰을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점수 배점표도 타워피엠씨만 입찰이 가능했는데, 또 적격 심사위원들은 전부 삼성 출신 원로라서 삼성 출신인 강 회장의 타워피엠씨가 되는 게 당연했다”고 말했다. 오히려 강 회장이 입찰공고문을 심의했냐는 말까지 나오는 실정이다.

게다가 입찰 후 입주자대표 5인의 의결이 필요한데 5인일 경우 전원이 찬성해야 하고, 6인 이상일 경우는 다수결의 원칙으로 결정한다. 당시 타워팰리스 입주자대표 6명 중 1명은 사퇴서를 낸 상황이었고, 1명은 불참했다. 하지만 이를 감추고 입주자대표가 모두 입찰에 동의했다고 한 것이다.

입주자 중 한 명은 “타워피엠씨가 다시 입찰된 것 자체가 말이 안 되고, 불법적인 일이 일어난 것”이라고 분개했다.

“법대로
구두 자문”

한편, 홍 민정실장은 ‘타워피엠씨를 도와 신씨를 해임한 것’이라는 의혹에 대해 적극 부인했다. 홍 민정실장은 <일요시사>에 “구두로 자문한 것이 몇 개 있을 뿐이다. 각각 변호사가 따로 있었다. 타워피엠씨 회장이 장인어른이라고 내가 그 활동만 한 것이 아니다”며 “신정이씨 해임에 관여한 적 없다. 그 동네 살아서 아는데, 맨날 현수막이 걸리고 그랬다. 법적인 정상적인 자문 변호사로 활동한 것뿐”이라고 해명했다.

<alswn@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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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점’ 더 깊은 늪에 빠진 국민의힘

‘점점’ 더 깊은 늪에 빠진 국민의힘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지방선거 공천에선 인물난 속에서도 조직표를 놓지 못하는 흔적들이 감지된다. 서울시장 경선 참여자들은 장동혁 대표의 지원 유세에 난감해하고 있다. 조직표에 기반한 정당이 집권하지 못했던 과거 사례들은 국민의힘을 더 깊은 늪으로 몰고 있다. 리얼미터·한국갤럽이 지난달 각각 진행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이재명 대통령·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지지율은 높지만,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리얼미터가 발표한 이 대통령의 지지율은 62.2%로 확인됐다. 이 조사는 지난달 23일부터 27일까지 5일 동안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2513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가면 갈수록 지지율 격차 민주당 지지율은 51.1%로 집계됐고, 국민의힘 지지율은 30.6%로 집계됐다. 이 조사는 지난달 26일부터 27일까지 이틀 동안 전국 18세 이상 유권자 1006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다. 두 조사 모두 무선 자동응답 방식을 활용해 무작위 생성 표집틀을 통한 임의 전화걸기 방법으로 실시했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한국갤럽도 비슷한 기간 동안 유사한 조사를 진행했다. 한국갤럽이 발표한 이 대통령 지지율은 65%였다. 정당 지지율은 민주당 46%로 집계됐고, 국민의힘은 19%로 집계됐다. 이 조사는 지난달 24일부터 26일까지 3일 동안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두 조사 모두 무작위로 추출된 무선전화 가상번호에 전화 조사원이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이 조사 결과들을 놓고 “민주당과 국민의힘 간 지지율 격차가 상당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는 지방선거에서 언제나 중요한 승부처로 거론되는 서울시장·경기도지사 선거와 관련해 국민의힘이 인물난을 겪고 있는 현 상황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국민의힘에선 양향자 최고위원·새누리당 함진규 전 의원 등 2명이 경기도지사 선거 출마를 선언했다. 민주당에서 김동연 경기도지사·추미애 의원·한준호 의원이 치열한 경쟁을 하는 것과 대비된다. 이 때문에 국민의힘에선 유승민 전 의원에게 지속해서 출마를 권유했다. 국민의힘으로선 “중도 성향 유권자에게도 설득력이 있다”는 평가를 받는 유 전 의원이 경기도지사 후보로 적임이란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유 전 의원은 “국민의힘 의원들이 지난달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선언한 이후에도 당의 강경 노선에 큰 변화가 없다”는 인식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지난달 27일 서해수호의 날 기념식에서 만났던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의 출마 권유에도 “불출마한다는 생각엔 변화가 없다”면서 끝내 거절했다. 그러자 양 최고위원은 같은날 KBS 라디오 <세상의 모든 정보 윤인구입니다>에 출연해 “정당·국가 운영과 공천은 원칙·절차적 정당성 확보가 중요하다”며 “어떤 분이 제게 ‘절대로 떠밀려서 나오는 선거는 하면 안 된다’고 말했는데, 확실한 소명 의식을 가진 사람이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이정현 전 공천관리위원장은 지난달 30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공천이 마무리되는 대로 당이 필요로 하는 가장 어려운 곳에서 제 역할을 다할 준비를 하겠다”며 “아무도 가지 않으려는 곳에서 또 다른 역할을 할 것”이라고 썼다. 이는 전남·광주통합특별시장 출마 암시로 해석됐고, “유 전 의원에게도 출마를 간접 압박하는 것”이란 해석도 나왔다. 겹치는 악재에 강경 보수 조직표 의존? 장동혁 지원 유세? 각지 후보들 ‘난색’ 하지만 유 전 의원은 불출마 의사를 바꾸지 않았다. 이 전 위원장은 지난달 31일 “유 전 의원의 뜻을 존중하기로 했다”며 “현재 신청하신 훌륭한 두 분을 포함해 여러 방안을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지방선거 공천이 사실상 완료됐다”며 전남·광주통합특별시장 출마를 선언한 후 사퇴했다. 부산에선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과 부산시장 후보 경선을 치러야 하는 박형준 부산시장이 손영광 울산대 교수를 공동선대본부장으로 임명했다. 손 교수는 윤 전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를 주도한 손현보 목사의 아들이다. 이는 박 시장이 직접 지난달 24일 CBS 라디오 <박성태의 뉴스쇼>에 출연해 “손 교수는 역량이 뛰어난 사람이고, 누구의 아들이라고 매도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해명해야 할 정도로 큰 논란이 됐다. 박 시장은 국민의힘 내에서 합리적 보수 이미지가 강한 인물로 평가된다. 손 교수 영입에 대해선 “경선을 앞두고, 부산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가진 대형 교회 조직표를 의식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대구시장 후보 경선에서 공천 배제된 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에 대해서도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이 전 위원장은 지난달 29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진행된 2026 KBO리그 개막전을 방문해 ‘대구시장 예비후보 이진숙’이란 어깨띠를 두르고 시민들에게 인사했다. 이에 대해선 “이 전 위원장이 대구시장 선거에 무소속 출마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반대로 “국민의힘이 이 전 위원장의 공천 자체를 배제한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는 분석도 있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지난달 24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전 위원장은 정권의 무도함에 맞선 최전선 투사”라며 “대구시장 후보에 현역 의원이 공천되면, 그 지역구 재보궐선거에 이 전 위원장을 공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전 위원장을 경기도지사 후보로 공천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국민의힘 조광한 최고위원은 지난달 26일 기자들을 만나 “이 전 위원장이 경기도지사 후보로도 추천되고 있다”며 “이 전 의원장의 결심 여하에 따라 선택지가 굉장히 다양하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이 전 위원장은 경기도지사 공천 가능성은 강하게 부정하고 있다. 이 전 위원장은 지난달 25일 <조선일보>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경기도지사 출마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제 인지도 하나만 달랑 갖고 경기도지사를 하겠다는 건 경기도민에 대한 우롱”이라고 주장했다. 그러자 <경기일보>는 지난달 27일 ‘국힘, 경기지사가 경선 탈락자 처리장이냐’는 제목의 사설을 공개했다. 이 사설엔 “국민의힘 경기도지사 후보 경선에 나선 주자는 중량감·연고성 등이 모두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는 2명”이라며 “급기야 대구시장 탈락자 차출설도 나오는데, 이쯤 되면 경기도민 모욕 아니냐”고 비판했다. 낮은 당 지지율과 공천 과정의 잡음이 이어지면서 급기야 지방선거 출마자들이 장 대표의 지원 유세에도 난감해하는 상황도 이어졌다. 유권자에게 “공개적 절윤 선언과 달리 인적 절연이 제대로 안 되고 있다”는 인상을 준 영향이라고 분석되고 있다. 7년 만에 대표 거부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달 27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저도 장 대표를 선거 유세에 모시고 싶다”면서도 “변신한 모습으로 와주시면 감사하겠다”고 말했다. 서울시장 선거 출마를 선언한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도 지난달 26일 같은 프로그램에 출연해 “장 대표의 지원 유세는 조금 예민한 문제”라며 “시민 눈높이에서 해결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선거는 후보가 시민이 듣고 싶어 하는 말을 잘 전하는 시민을 위한 시간”이라며 “장 대표는 노선형 정치인이 됐으므로, 정책 선거 현장이 정치 선거로 비화하면 유불리를 떠나 서울시민께 도리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다 논란이 이어지자 지난 1일엔 의견을 바꿔 채널A 라디오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저는 국민의힘이 확장해야 한다는 것에 공감대가 확실히 있다고 생각한다”며 “정공법을 선택하겠다”고 말했다. 주요 선거 후보들이 당 대표의 지원 유세에 난감해하는 것은 지난 2018년 지방선거 당시 주요 후보들이 자유한국당 대표였던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지원 유세를 거부한 상황을 연상시킨다. 낮은 지지율과 혼란을 거듭하는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해선 “이미 예고됐던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국민의힘은 윤석열 전 대통령이 지난 2024년 12월 비상계엄을 선포한 이후 대규모 집회 개최 및 참여 등 강경 보수 행보를 유지했다. 당시 진행됐던 대규모 집회는 손 목사·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담임목사·유튜버 전한길씨 등이 주도했다. 울림이 큰 방에서 나는 소리는 메아리가 돼 돌아온다. 이는 특정 성향·신념이 일치하는 사람들이 모여 비슷한 정보·주장을 계속 접하면서 그 의견이 굳어지는 현상을 비유하는 데 활용된다. 이를 두고 에코 체임버 현상이라고 한다. 보통은 SNS에서 일어나지만, 최근엔 정치권에서도 구조화되고 있다. 정치인의 관점에서 대규모 집회에서 동원한 인파·우호적인 사이트에서 확인할 수 있는 열렬한 지지는 쉽게 눈에 띈다. 선거에선 이게 독이 되는 경우가 많다. 후보의 캠프에선 이를 유권자의 보편적 정서로 착각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기 때문이다. 아울러 최근엔 당원투표의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 당원의 뜻이 공천에 반영되면, 정당의 민주적 구조가 탄탄해진다. 하지만 조직표 동원 경선이 될 위험이 커진단 치명적인 단점도 있다. 당내 강경파·특정 조직의 관성은 중도층·무당층까지 포함하는 전체 민심과 방향이 다른 경우가 많다. 집권은 불가능 후보도 선거를 치르면서 조직표를 움직이는 지역 토착 세력·강경 지지층을 만나는 과정에서 현장 분위기를 착각한다. 설령 당선되더라도 이들의 포로가 되는 경우가 많다. 이와 같은 확증 편향 현상은 “누구나 현실을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대부분 사람은 자신이 보고 싶은 현실만을 본다”던 고대 로마 정치인 율리우스 카이사르의 격언이 현재진행형임을 알 수 있게 한다. 조직표는 장단점이 명확하게 나뉜다. 일정한 득표를 보장하는 것은 분명한 장점이다. 하지만 득표 이상의 목표 달성을 불가능하게 만든다. 전형적인 사례는 일본 공명당이다. 공명당은 창가학회란 종교를 배경으로 두고 있다. 덕분에 공명당은 엄청난 조직력을 동원할 수 있다. 창가학회 회원 1명은 강력한 선거운동원이 된다. 그 1명은 주변 지인 모두에게 공명당 선거운동을 한다고 보면 된다. 정치와 종교의 결합이 흔히 발생하는 중요한 원인이다. 일본 자유민주당(이하 자민당)은 공명당과 연정을 하면서 창가학회·공명당의 조직력을 토대로 많은 정치적 이익을 얻었다. 공명당 후보가 출마하지 않는 지역구에선 그 조직력이 고스란히 자민당 후보의 선거 조직이 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공명당은 종교 기반 정당이기 때문에 그 틀을 벗어나긴 어려웠다. 그래서 공명당이 정치적으로 확장할 수 있는 최대치는 집권당의 연정 파트너였다. 공명당과 손을 잡았다고 무조건 선거에서 좋은 결과를 얻는다고 보긴 어렵다. 이는 지난 2월 진행된 제51회 일본 중의원 의원 총선거(이하 중원선)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제1야당 입헌민주당(이하 입민당)은 자민당과 결별한 공명당과 손잡고 ‘중도개혁연합’이란 선거 연대를 구성했다. 하지만 선거 결과는 참혹했다. 입민당·공명당은 원래 총 169석을 보유했지만, 선거 결과 49석만 확보하는 대참패를 당했다. 이 중 입민당이 확보한 의석수는 21석에 불과했다. 중도개혁연합이 해체되면 각각 28석을 확보한 공명당·국민민주당이 제1야당 반열에 오를 수 있을 정도의 대참패였다. 조직력보다 더 중요한 것은 민심이란 걸 보여준 선거였다. 경기도지사 후보 인물난…유승민은 거듭 고사 손현보 아들 등장·컷오프 이진숙 못 놓는 이유? 절대로 몰락하지 않는 안정적인 하한선을 보유했지만, 상한선·기대치도 낮은 사례로 일본 공명당만 있는 것은 아니다. 성향이 강한 특정 집단을 기반으로 유지되는 정당은 그에 대한 다른 유권자의 거부감 때문에 집권이 불가능하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독일 좌파당 ▲영국 민주연합당 ▲이스라엘의 샤스·유대교 토라 연합 등을 거론할 수 있다. 독일 좌파당은 독일 통일 이후 구동독 지역 사회주의 통합당 후신이 모여 조직됐다. 따라서 구동독 지역의 고령 유권자·옛 공산당 관료·강성 노동계급 등이 핵심 지지층을 이루고 있다. 이런 연유로 구동독 지역에선 큰 영향력을 행사하지만, 전체 민심과 조화를 이루긴 어렵고, 주요 정당의 연정 파트너로 주로 거론된다. 영국 민주연합당은 북아일랜드 강성 개신교·연합주의자 조직에 기반한다. 이들의 강경한 종교 성향은 잉글랜드·스코틀랜드 등의 정서와 많이 멀다. 따라서 이들도 북아일랜드 지역 정당 겸 주요 정당의 연정 파트너로 거론된다. 지난 2017년엔 영국 보수당이 과반 확보에 실패하자 민주당과 신임 공급 협약을 맺고 정부를 구성할 수 있었다. 이스라엘의 샤스·유대교 토라 연합은 이스라엘 내 극단적인 유대교 원칙주의자들로서 사회적 민폐라고 거론되는 하레디를 기반으로 구성된 정당이다. 이들은 사회적인 활동보다 경전 공부에 몰두한다. 극단적인 일부 하레디는 19세기 생활 양식을 고집하고, 일체 생산 활동을 하지 않면서 정부 보조금에 의존한다. 이들은 출산율이 높아 이스라엘 재정에 부담을 주지만, 이스라엘 내 유대인 인구 비율 유지를 고려하면, 정부가 이들을 지원하지 않을 수 없는 측면도 있다. 이들은 랍비의 지시에 따라 절대적인 투표 성향을 유지한다. 이스라엘의 보수 정당 리쿠드당은 이들과의 연정을 통해 조직표를 동원한다. 일본 자민당은 원래 다양한 성향의 여러 파벌이 모여 구성된 특성을 역설적으로 정권 유지 비결로 활용했다. 총리를 배출하는 회파만 바뀌어도 국정 기조가 바뀌어 유권자에게 정권교체 체감을 주는 유사 정권교체 효과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 2월 중의원 의원 선거 대승은 자민당으로서도 기존과 다른 형태였다.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의 기민한 유튜브·SNS 활용 ▲실용적 포퓰리즘으로 통하는 사나에노믹스 등 다카이치 총리의 개인 팬덤이 강력하게 형성된 것이 승리로 연결됐다. 공명당 등 해외 사례 표면적으로는 국민의힘은 이미 지난 2월에 입증된 자민당의 승리 비결을 외면하고, 공명당의 길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주요 후보들이 당 대표 지원 유세에 신중한 반응을 보이는 것 자체가 국민의힘이 ‘더 깊은 늪’에 들어가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는 일면일 수도 있다. 국민의힘은 늪에서 나올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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