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툭튀’ 욱일기 논란, 왜?

  • 김민주 기자 alswn@ilyosisa.co.kr
  • 등록 2024.07.15 10:23:50
  • 호수 148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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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과 달리…막을 방법 없다

[일요시사 취재1팀] 김민주 기자 = 독일은 이른바 ‘반나치법’인 형법 86조를 통해 헌법에 반하는 단체에 대한 상징물(하켄크로이츠) 등 사용을 금지하며, 실제로 나치 상징물 옷을 입은 10대가 총을 맞아 사망하기도 했다. 그렇다면 한국의 경우는 어떨까? 욱일기가 아파트, 차 등에 무분별하게 붙어 있어도 막을 방법이 없다.

국내서 욱일기를 봤다는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 8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욱일기 벤츠’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글 작성자 A씨는 “어제(7일) 오후 5시 대전 방향 죽암휴게소 지나서 욱일기 차량을 봤다. 처음에는 눈을 의심했다”고 밝혔다.

군국주의 상징

A씨는 “참다 못해 옆에서 창문 열고 욕했다. 그러자 보복 운전을 당했다”며 “창문 열고 욕설과 손가락 욕을 했는데 보복 운전까지 당할 줄은 몰랐다”고 주장했다.

이어 “인터넷서만 욱일기 차량을 봤지, 직접 본 건 처음인데, 어떻게 저러고 돌아다닐 수가 있느냐”고 분노했다.

해당 글을 접한 누리꾼들은 “저 정도면 정신에 이상이 있는 것 아니냐” “차주가 일본 사람이라고 해도 이해가 안 되는 상황이다” “사람들 자극해서 합의금 받으려는 거 아니냐?” 등의 반응을 보였다.


실제로 온라인에선 국내서 욱일기를 봤다는 사람을 종종 발견할 수 있다.

본인을 탁송 기사라고 밝힌 B씨는 “지난 3일 12시에 수원서 경부고속도로를 타고 부산으로 향하고 있는데 눈앞에 믿을 수 없는 광경이 펼쳐졌다”며 “차 뒷유리에 욱일기를 두 개나 붙이고 고속도로를 달리는 벤츠를 보고 내가 더위를 먹었나 싶었는데, 그 차량 앞을 보니 조수석 앞 유리에도 욱일기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B씨는 운전자가 어떤 사람인지 궁금해서 차량을 따라갔지만, 차량 앞 유리 전체가 썬팅이 짙어서 운전자의 얼굴을 볼 순 없었다.

그는 “끝까지 따라가 얼굴이라도 한번 보려고 했는데 갑자기 차선을 바꿔 휴게소로 들어가는 바람에 아쉽게 놓쳤다. 그런데 이런 차량은 뉴스에 제보해야 하나, 관심을 그치지 않고 (욱일기를 사용하지 않게)계속 지적해야 한다”고 말했다.

부착 지적했다고 보복 운전
하필 현충일에 게양했다고?

현충일에도 욱일기 논란이 있었다. 지난달 6일, 부산 수영구 남천동에 있는 43층짜리 아파트 36~37층에 욱일기가 걸렸다.

이날 맞은편 아파트에 사는 최모씨는 “아이와 함께 아침에 태극기를 게양하려고 창문을 열었다가 맞은편 아파트 고층에 내걸린 욱일기를 보고 깜짝 놀랐다. 호국영령 등을 기리고 추모하는 현충일에 욱일기를 내건 것에 화가 나 해당 아파트 관리사무소에 항의했다”고 말했다.


당시 해당 아파트 관리사무소에는 욱일기를 내려 달라는 요청이 빗발쳤다.

관리사무소 관계자는 “전화가 불이 날 정도로 많이 왔다. 내부 방송으로도 욱일기를 내려 달라고 요청하는 등 할 수 있는 방법은 다 했는데도, 해당 입주민은 답이 없었다. 욱일기 게양 이유도 알지 못한다. 강제로 (욱일기를)내리는 방법이 없어 발만 구르고 있다”고 말했다.

경찰 관계자는 “욱일기를 내건 것에 대해 옥외광고법 위반 여부 등을 검토했지만, 규제하려고 해도 적용할 수 있는 마땅한 법률이 사실상 없어 보인다”고 난처해했다.

욱일기를 게양했던 입주민이 의사인 것으로 알려지자, 온라인에는 그의 실명과 병원명 등 신상정보가 노출되기도 했다. 입주민은 욱일기를 바로 철거했지만, 해당 아파트 현관 앞은 음식물로 추정되는 오물과 ‘토착 왜구’ 등의 비난 글로 뒤덮였다.

지자체까지 나서 해당 집을 찾아가 욱일기를 내리라고 설득하려 했지만, 집 앞에는 ‘여행 가서 아무도 없다’는 내용의 종이만 붙어 있고 아무도 응답하지 않았다. 이 과정서 동명이인 의사가 근무하는 병원의 홈페이지가 다운되는 소동이 일기도 했다.

욱일기를 내걸었던 주민은 지방자치단체와 법적 갈등을 빚는 문제를 공론화하기 위해 이 같은 일을 벌였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제헌절, 광복절에도 욱일기를 게양하겠다는 뜻을 내비친 바 있다.

정부가 자위대함 입항 허락해서?
“욱일기 게양은 용서 없는 범죄”

욱일기가 화두에 오른 것은 당연히 정치권부터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지난 5월29일 “윤석열정부가 기어코 욱일기를 단 일본 자위대 함의 입항을 허용해 국민 자존심을 짓밟았다”고 비판했다.

민주당 강선우 대변인은 이날 국회서 브리핑을 열고 “일본의 식민지배에 면죄부를 준 것도 부족해 일본의 군국주의마저 눈감아주려고 하나. 욱일기는 일본 군국주의의 상징이다. 우리 군은 ‘자위함기는 욱일기가 아니다’라고 변명하지만, 일본은 ‘자위함기는 욱일기가 맞고, 욱일기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이어 “강제동원 문제에 대한 면죄부,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문제에 대한 모호한 태도를 모두 고려하면 윤석열정부의 국가관과 역사관을 의심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이런 상황서 욱일기를 단 자위대 함의 입항을 허용하는 게 맞느냐”고 질타했다.

일각에선 욱일기 자위대 함정의 입항 이후 국내서 욱일기를 쉽게 찾을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이런 일을 예방하고자 민주당 문금주 의원은 지난 2일, 군국주의 상징물 사용을 처벌하기 위한 ‘형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일본 욱일기를 아파트에 내걸거나 자동차에 부착하는 등의 사례가 이어지면서 국민적 공분이 일었기 때문이다. 현행법에서는 이 같은 행위를 규제할 법적 근거가 명확하지 않다. 문 의원이 발의한 법률 개정안에는 욱일기 등 군국주의 상징물을 제작·유포 또는 공중이 밀집된 장소서 사용하거나, 주거지서 타인이 볼 수 있도록 사용하는 행위를 한 자에게 2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하는 내용이 담겼다.


옥외광고물법의 금지광고물 조항에 군국주의를 상징하는 내용을 포함해 지자체장 등이 욱일기 철거를 명령하거나 이를 제거할 수 있는 법적 근거도 마련했다.

금지법은?

문 의원은 “욱일기 등 군국주의 상징물을 내거는 행위는 대한민국의 역사적 정당성을 짓밟고, 우리의 존엄성을 모독하는 용서할 수 없는 범죄”라며 “어떤 경우에도 이런 상징물들이 다시는 우리 사회서 모습을 드러내지 않도록 강력히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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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입수> 노상원 수사 기록 ②부정선거에 꽂힌 내막

[단독 입수] 노상원 수사 기록 ②부정선거에 꽂힌 내막

[일요시사 취재1·정치팀] 오혁진·박희영·김철준 기자 = 12·3 내란 사태가 발생한 지 6개월이 지났다. 특검이 출범하면서 관련 수사도 발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현재까지 여러 언론을 통해 핵심 인물들의 수사 기록이 일부 보도됐다. 그러나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에 대한 내용은 구체적으로 언급된 바 없다. <일요시사>는 경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단의 ‘노상원 수사 기록’을 단독으로 입수해 공개하기로 했다. “부정선거 증거가 차고 넘치고 나중에는 드러날 것이다.”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이 수사기관에 진술한 내용이다. 그가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처럼 부정선거 음모론에 꽂혀 있다는 걸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노 전 사령관은 윤 전 대통령의 지지자들이 주최하는 집회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사실상 수년 전부터 망상에 빠져있었다고 볼 수 있다. 같은 생각 노 전 사령관이 윤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주도하는 부정선거 음모론 집회에 참여하기 시작한 건 2년 전부터로 추정된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노 전 사령관 수사 기록에 따르면 그는 부정선거 음모론 집회와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의 집회에 여러 차례 참여했다. 노 전 사령관이 전 목사와 개인적으로 알았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노 전 사령관은 김 전 장관에게 집회에 참여할 때마다 당시 분위기와 참석자들이 윤 전 대통령을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대해 텔레그램으로 자신의 의견을 전달했다. 1년간 ‘극우 집회’를 분석한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 음모론에 집착하기 시작했다. 그는 “문상호, 정성욱, 김봉규 등과 만날 때 주로 어떤 말을 했느냐”는 경찰 측의 질문에 “선관위를 얘기했는지는 잘 모르겠는데 선관위가 부정선거의 온상이라고 김용현 전 장관이 많이 말씀하셨다. 나에게도 여러 번 선관위의 부정선거에 대해 알아보라고 지시했고 네이버로 찾아도 봤다”고 말했다. “부정선거를 주로 누구에게서 들었냐”는 경찰 측의 질문에는 “관련 집회에 여러 번 참여하면서 들었고 특정 인물이 누구인지 실명을 거명하긴 그렇다. 나도 김 전 장관에게 보고를 해야 해서 스스로 공부도 많이 했다. 여론조사 조작이나 선거 부정은 합리적인 근거가 있다”고 했다. 전 주도 윤 지지자 극우 집회 직접 참석 김과 텔레그램으로 부정선거 자료 공유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의 근거로 “선관위 산하에 여론조사심의위원회가 있다. 여론조사기관은 여론조사심의위에 등록해야 한다. 여론조사기관의 갑이다. 여론조사심의위원회는 9명으로 위원장 이대영 사무총장과 강성봉 등이고 그 밑에 쭉 있는데 7명이 진보 계열 인물이다. 여론조사기관이 편향되어 있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고 주장했다.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 음모론자들이 주장하는 임시선거사무소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네이버에 검색하면 다 나오는데 2021년 국회의원 선거 때 동작구 선거사무소가 있는데 옆을 임대해서 임시선거사무소를 만들었었다. 언론에 나오니까 발뺌했었고 김 전 장관에게 보고하자 김 전 장관이 더 많은 자료를 보내 줬었다”고 했다. 노 전 사령관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의 부정선거가 확실하다며 “결국에는 다 까질 것이다. 전산은 한 번 까지면 되돌릴 수가 없다. 폭파하거나 고물상에 갖다 버리지 않는다면 전산은 결국 까진다. 북한이 쳐들어온 것도 아니고 서울 상공에 포를 쏜 것도 아니지만 윤석열 전 대통령께서는 선관위의 부정선거가 확실하다고 생각하시고 정국이 전시에 준하는 사태라고 민감한 상황이라고 보신 것 같다. 그런 상황이 아닌데도 그렇게 행동한 건 그만큼 절박했기 때문이라고 본다. 2시간짜리 호소였다. 만약 국회 결정을 윤 전 대통령께서 받아들이지 않았다면 유혈사태가 났을 것”이라고 윤 전 대통령을 옹호했다. 노 전 사령관은 지난해 12월 초, 선관위가 서버 교체를 검토했다가 교체하려 했던 것을 두고 “윤 전 대통령께서 어디에선가 확실하고 핵심적인 정보를 들으셨을 것 같다. 서버 조작이 있었기에 그 서버를 우리가 확보하려 할 때 선관위 측이 폭파했을 수도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의 군검찰·검찰 피의자 신문조서를 보면 윤 전 대통령은 지난해 8월 초 ‘정보사 군무원 간첩 사건 수사 결과’를 보고받는 자리에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을 포함한 정치인 등 인물들에 대해 “비상대권을 사용해 이 사람들에 대해 조치를 해야 한다”며 “현재의 사법체계, 형사소송법, 방탄국회 및 재판지연 아래에선 이런 사람들을 어떻게 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재명 조치’ ‘2시간짜리 계엄’ 겹치는 윤·노 발언 "서버 확보하려 했다면 선관위가 폭파했을 것” 주장 윤 전 대통령이 “비상대권을 사용한 조치”를 언급한 건 한두 번이 아니다. 그만큼 이 대통령과 자신의 의견을 거스르는 인물들에 대한 복수심이 극에 달했던 것으로 해석된다. 이는 노 전 사령관도 마찬가지다. 노 전 사령관은 경찰에 “김용군(대령)과 구삼회 등에게 ‘이재명은 죄가 7개인데 봐주고 지연시키고 구속도 안 되고 당 대표까지 하는데 더불어민주당이 감사원장, 중앙지검장, 판사 등을 모두 탄핵하려고 하는 게 과연 올바른 세상이냐’고 한 적이 있다”고 진술했다. 윤 전 대통령과 노 전 사령관이 언급한 말이 일치하는 건 이뿐만이 아니다. 윤 전 대통령은 지난해 12월12일 “국정원 직원이 해커로서 해킹을 시도하자 얼마든지 데이터 조작이 가능했고 비밀번호도 아주 단순해 ‘12345’ 같은 식이었다”고 주장한 바 있다. 노 전 사령관도 “선관위가 헌법기관인데 스스로 깨끗해야 하거나 아무런 문제가 없어야 하는데 황제·세자 채용 등 문제가 나왔다. 각종 할 수 있는 최악의 것은 다 저질렀다. 그리고 전산 해킹이 언급될 때 서버 본체를 보여준 것도 아니고 일부 샘플만 살짝 보여줬는데 얼마든지 전산 조작이 가능하고 해킹에 얼마나 취약하면 비밀번호가 ‘1234’냐. 이미 그런 게 다 나왔다. 그렇게 떳떳하면 왜 본체를 못 열어주나”고 말했다. 그러나 조태용 국정원장은 같은 해 12월 검찰 조사에서 “선관위 시스템에 보안상 취약점이 발견됐지만, 부정선거에 관한 단서는 전혀 포착하지 못했다”는 내용으로 보고했다고 진술했다. 일각에서는 노 전 사령관이 윤 전 대통령과 직접 비화폰으로 연락을 주고받았을 것이라는 보고 있다. 실제 노 전 사령관도 지난해 12월2일 자신의 지인에게 윤 전 대통령과의 친분을 과시했다. 노 전 사령관은 당시 “나 같은 경우는 브이(V, 윤 전 대통령 지칭)하고 이렇게 좀 도와드리고 있다. 원래 한 4~5년, 3~4년 전에 알았다뿐이고 그래서 이제 뭐 이렇게 여러 가지로 좀 도와드리고 있다. 비선으로”라고 했다. 친분 과시 노 전 사령관은 안산 ‘롯데리아 회동’에 참석했던 구삼회 전 육군 2기갑여단장에게도 “며칠 전에는 김용현과 함께 대통령도 만났다. 갈 때마다 대통령이 나한테만 거수경례를 하면서 ‘사령관님 오셨습니까’라고 한다. 내가 이런 사람이다. 대통령과 장관 같이 만난다. 나는 벌써 여러 번 만났다”고 했다. <hounder@ilyosisa.co.kr> <hypak28@ilyosisa.co.kr>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