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바다 ②여름엔 역시 동해!

어달해변과 대진해변에서 즐기는 푸른 바다

피서가 당장의 숙제가 되는 때가 왔다. 행여 더운 기운이 밀고 들어올까 싶어 문이든 창이든 꽁꽁 닫아둔 채로 에어컨에 의지하지만 밀폐된 실내서 느낄 답답함까지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이럴 때일수록 더위를 피할 여행지로 바다만 한 곳이 또 있을까? 광활한 바다 앞에서라면 맹렬한 더위도 힘을 잃을 게 분명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모래 해변서만 누릴 특별한 체험까지 할 수 있다면 닫힌 공간서 느끼던 갑갑함 따위 모두 잊을 것만 같다.

강원도 동해시에선 바다 풍경을 무시로 접한다. 짙푸른 수면과 하얀 파도를 보고 있노라면 불볕더위의 계절을 무사히 보낼 기운을 얻는다. 남쪽으로 묵호항과 북쪽으로 대진항 사이에 자리하는 어달해변은 여름 휴가철에도 피서객들이 크게 붐비지 않아 여유로운 시간을 즐기기 좋은 여행지다.

어달항

여행의 시작점을 어달항으로 삼았다. 어달해변서 지척에 있는 항구다. 규모는 소박하지만 어선들이 수시로 입출항하고 해안도로를 따라 식당과 편의점, 숙소가 영업 중이다. 일과를 마치고 들어오는 배들을 품에 안기라도 하듯 방파제가 바다 쪽으로 길게 두 갈래로 뻗어 있다. 그 끝에 고깃배들을 안전하게 안내하는 빨간 등대와 하얀 등대가 서 있어 평화로운 정감을 자아낸다.

어달항서 볼 수 있는 독특한 풍경이 있는데 파스텔색으로 칠한 테트라포드(tet -rapod 방파제 앞에 설치하는 원추형 네 개 발이 달린 콘크리트 블록)다. 거센 파도로부터 방파제를 보호하기 위해 설치한 대형 시설물에 색으로 멋을 내니 항구에 활기찬 분위기가 돈다. 해안도로 바로 옆에도 테트라포드와 짝을 이룬 듯 빨간색, 녹색, 노란색의 작은 건물들이 줄을 섰다.

다름 아닌 샤워시설과 화장실이다. 어달항의 남다른 색감이 어느새 입소문을 탔는지 기념사진을 찍으려는 이들의 발길이 최근 이어지고 있다.


인도를 따라 걷다 보면 자연스럽게 계단을 따라 아침햇살정원으로 오르게 된다. 항구 주변과 방파제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장소다. 어달항을 꾸민 이들의 색깔에 대한 고급스러운 취향이 또 한 번 반짝이는 초승달 조형물도 있다. 초승달 위에 단순한 선으로 새겨 넣은 등대와 별, 물고기 문양까지 보고 있으니 영락없는 포토존이다.

언제 밤하늘에 걸린 달 위에 앉을 기회가 있을까? 어달항에 뜬 고운 색깔의 초승달에 앉아 기념사진을 찍어본다. 때마침 먼 바다로 나갔던 어선이 항구의 품으로 돌아오는 중이다.

어달항에 왔다면 꼭 들러야 하는 곳이 있는데 바로 카페어달이다. 초승달 조형물을 지나면 바로 나온다. 카페 인테리어를 꾸밀 때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우리나라의 지형서 아이디어를 얻은 걸까? 실내로 들어가자 세 개 면으로 둘러싸인 통창 너머로 바다가 한눈에 잡힌다.

어느 방향으로 시선을 향해도 시원한 동해 경치에 풍덩 마음을 던질 수가 있다. 카페어달은 어달동 어촌계서 운영을 맡은 곳이다. 메뉴 중에는 카스텔라가 특히 맛이 좋다. 빨간 등대가 보이는 테라스 쪽에 자리를 잡으면 항구의 여름 경치를 보며 시간을 보낼 수 있다.

다음으로 어달해변으로 향했다. 어달항서 걸어서 10여분이면 닿는 가까운 거리다. 동해안에 있는 많은 해변과 비슷해 보이지만 여름이면 내세우는 어달해변만의 자랑거리가 하나 있다. 이곳에 오는 여행객들을 위해 약 300m 거리 모래사장에 설치하는 테이블 120여개다.

테이블 설치한 ‘어달해변’
서퍼들의 천국 ‘대진해변’

지난해까지 포차해변으로 운영하던 방침을 일부 변경해 해수욕장을 방문하는 피서객들이 자유롭게 음식을 가져와 테이블서 즐길 수 있도록 했다. 저녁 시간에는 마을서 운영하는 식당 등에서 음식을 배달하도록 유도할 계획이다. 해수욕장 개장 시간(7월10일~8월18일, 09:00~ 18:00)에 테이블을 이용하는 여행객들에게는 주변 환경 정리를 위해 이용요금을 받을 예정이다.


어달해변서 대진해변까지 도보로 30분이면 도착할 만큼 가깝다. 갯바위 주변으로 잔잔한 파도가 밀려드는 어달해변이 순한 바다라면 대진해변은 훨씬 더 많은 이들을 품어주는 넉넉한 바다다. 특히 파도가 적당히 쳐야 재미를 느끼는 서핑을 하기에 좋다.

1년 내내 여름만 기다렸다는 듯 전국의 서퍼들이 동해로 모이는데 그중 대진해변도 손꼽힌다. 서퍼들은 서프보드를 타고 파도 위에서 여름을 보내고, 서핑을 하지 않는 이들은 모래 위에서 푸른 바다를 보며 휴가를 만끽하는 곳이 바로 대진해변이다.

바다를 가까이에서 봤다면 이제는 멀찍이 떨어진 자리서 망망대해를 보기 위해 묵호등대로 향했다. 동해시 곳곳을 지그시 살펴보듯 논골담길 마을 정상에 하얀색 등대가 듬직하게 서 있다. 등대를 처음 설치한 1963년 이후 오랜 시간 동안 아득한 바다로 향하던 뱃사람들의 무사한 귀항을 보장해주던 존재다.

묵호등대를 나오면 다음 코스인 도째비골스카이밸리로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20 21년 개방한 이후 동해시의 떠오르는 여행지가 된 곳이다. 밤이면 마을 주변에 푸른색 도깨비불이 보였다고 전하는데, 여기서 착안해 도깨비의 방언인 ‘도째비’를 이름에 붙였다. 

해발 59m 높이에 설치한 길을 걷는 스카이워크와 케이블 와이어 위로 자전거를 타고 달리는 스카이사이클, 약 27m 아래로 원통형 미끄럼틀을 타고 내려가는 자이언트슬라이드 등 하나같이 아찔한 체험을 할 수 있는 시설들로 채워져 있다. 도째비골스카이밸리는 ‘한국관광 100선’에 선정된 바 있다. 특히 멋진 야경으로도 유명해 밤바다를 보며 산책하다 이곳에 들러도 좋겠다.

도째비골스카이밸리

계단을 따라 내려가면 바다 쪽으로 성큼 나가 있는 해상 전망대가 나온다. 넘실대는 파도 위를 걷는 듯한 기분을 낼 수 있는 도째비골해랑전망대다. 강화유리로 만든 바닥을 지날 때면 아슬아슬한 느낌에 절로 발걸음이 멈칫해진다. 마음속까지 후련해지는 파도 소리와 바람 소리를 가까이서 느낄 장소다.

 

<여행 정보>
당일 여행코스

대진항→어달해변→도째비골스카이밸리→묵호항

1박2일 여행 코스
-첫째 날 대진항→어달해변→도째비골스카이밸리→묵호항
-둘째 날 논골담길→묵호등대→도째비골해랑전망대→바닷가책방마을→연필뮤지엄

관련 웹 사이트 주소
동해시 동해관광 https://www.dh.go.kr/tour/index.do

운영 정보
-묵호등대 운영시간: 09:00~18:00, 휴무: 연중무휴, 요금: 무료
-도째비골스카이밸리 운영 시간: 하절기(4~10월) 10:00~18:00,  동절기(11~3월) 10:00~17:00, 휴무: 매주 월요일, 요금: 어른 2000원, 청소년 및 어린이 1600원, 자이언트슬라이드 3000원, 스카이사이클 15000원
-도째비골해랑전망대 운영 시간: 10:00~21:00, 휴무: 연중무휴, 요금: 무료

문의 전화
-어달해변 033)530-2272
-묵호관광안내소 033)534-8012
-동해시청 문화관광과 033)530-2116
-묵호등대 033)531-3258
-도째비골스카이밸리 033)534-6955
-도째비골해랑전망대 033)534-6955


대중교통
기차 서울-묵호(KTX이음) 평일·주말 4회 운행, 2시간27분~2시간33분 소요

*문의: 철도공사 1544-7788, https://www.lets korail.com/ebizprd/prdMain.do 묵호역서 어달항까지 택시 이용, 약 2.5㎞ 버스 서울-동해, 서울고속버스터미널서 하루 17회(06:20~22:30) 운행, 약 3시간5분 소요 동해시종합버스터미널에서 어달항까지 택시 이용, 약 5.5㎞.

*문의: 서울고속버스터미널(경부 영동선) 1688-4700 고속버스통합예매 www.kobus.co.kr 동해시종합버스터미널 033)532-3800

자가운전
동해고속도로 망상IC→묵호항·망상 방면으로 우측 고속도로 진출, 983m→7번 국도 직진, 33m→동해대로 강릉 방면으로 좌회전, 330m→일출로 어달항 대진 묵호항 방면으로 우회전, 2.6㎞→어달해변

숙박 정보
-망상오토캠핑리조트: 동해대로 6370, 033)539-3600 https://www.campingkorea.or.kr/main/
-피카소: 동굴로, 033)533-2500 https://picaso-dh.jalib.site
-동해한옥동안재: 천곡1길, 010-2974-3007 http://www.donganjae.com

식당 정보
-일출곰치국(곰치국·홍합탕·성게비빔밥): 일출로 131, 033)532-7272
-숟가락젓가락(쌈밥정식·고갈비정식·김치찌개): 감추 7길 18, 033)531-5318
-동해횟집(모듬회·생선구이): 촛대바위길 22, 033)521-3250


주변 볼거리
천곡황금박쥐동굴, 한섬감성바닷길, 해암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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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여발 사법 전쟁 ‘끝까지 간다’

거여발 사법 전쟁 ‘끝까지 간다’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회 문턱을 넘은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이 사법부를 강타했다. 검찰은 1999년 특별검사제 도입 이후 권한을 조금씩 잃다가 올해 해체가 결정됐다. 검찰이 26년 전 느끼다가 현실이 된 불안을 이젠 사법부가 느낄 차례일지도 모른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등 범여권이 지난 24일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을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시켰다. 대법원은 지난 18일 “내란 사건만 맡는 전담재판부를 만들어 운영한다”는 취지의 예규 제정 방침을 밝혔다. 특별재판부 영장전담 법관 하지만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같은 날 논평을 통해 ‘24일 처리 방침’을 밝혔다. 이날 법안 처리는 이미 예고된 결과였다. 박 대변인은 지난 21일 오전 기자 간담회에서도 “민주당은 국회 본회의에서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을 예정대로 처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당이 원래 처리하려던 법안은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법’이었다. 이 법안이 통과됐다면, 12·3 비상계엄 관련 재판을 맡을 특별재판부가 설치되고, 영장 심사를 맡을 특별영장 전담 법관이 따로 배정됐을 것이다. 이들은 국회·판사회의·대한변호사협회가 3명씩 추천한 위원으로 구성되는 9인 규모의 추천위원회의 2배수 추천과 대법원장의 임명을 거칠 예정이었다. 아울러 상고심에선 윤석열 전 대통령이 임명했던 대법관은 모두 제척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에 대해선 각계에서 위헌 논란을 제기했다. 그러자 민주당은 지난 16일 내용을 대폭 수정했다. 명칭도 특별재판부에서 전담재판부로 바뀌었다. 전담재판부 후보추천위원회는 법무부 장관·헌법재판소 사무처장 등 외부 인사를 제외한 후 법관으로만 구성될 예정이다. 추천위원회에 들어갈 법관 중엔 각급 판사회의·전국법관대표자회의가 포함된다. 전담재판부에 소속될 법관은 추천위원회·대법관회의를 거쳐 대법원장이 임명한다. 윤석열 전 대통령 등 12·3 비상계엄 주요 연루자들은 이미 형사재판 제1심을 받고 있다. 전담재판부는 항소심부터 맡을 예정이다. 대법원은 민주당의 공세에 맞서 반격에 나섰다. 대법원은 지난 18일 대법관 행정회의를 열어 ‘국가적 중요 사건에 대한 전담재판부 설치 및 심리 절차에 관한 예규’를 제정하기로 했다. 여기엔 “형법상 내란·외환죄와 군형법상 반란죄 사건을 전담해 집중 심리하는 전담재판부를 설치할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된다. 대법원이 규정하는 전담재판부는 무작위 배당을 거쳐 사건을 배당받을 재판부가 지정되는 방식이다. 전담재판부로 지정된 재판부가 원래 맡던 재판은 다른 재판부로 재배당된다. 예규엔 “해당 재판부는 이후 내란·외환과 관련 없는 새로운 사건은 맡지 않는다”는 규정이 포함됐다. 하지만 민주당의 반응은 시큰둥했다. 박 대변인은 “사법부가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을 왜 이렇게 늦게 했느냐”며 “왜 그동안 국민을 불안과 혼란에 빠뜨렸느냐”고 비판했다. 이어 “국회의 입법권을 대법원의 예규 제정에 맞춰야 한다는 의견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내란 전담재판부 신설이 갖는 ‘진짜 함의’ 대법원 예규 제정…반격 혹은 타협안 제시 민주당 정청래 대표도 같은 날 최고위원회의 중 “대법원이 헐레벌떡 자체 안이라고 내놨다”며 “더 일찍 해야 하지 않았느냐. ‘조희대 사법부’답다는 생각이 든다”고 비판했다. 국내 헌정사에서 특별재판부는 단 2회만 설치됐다. 제헌헌법 부칙엔 “이 헌법을 제정한 국회는 단기 4278년 8월15일 이전의 악질적인 반민족 행위를 처벌하는 특별법을 제정할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돼있었다. 이후 국회는 반민족행위처벌법 등을 제정하고, 반민족행위특별조사위원회(이하 반민특위)를 설치했다. 반민특위엔 특별검찰부와 특별재판부가 설치됐다. 특별검찰부는 검찰총장 등 9명으로 구성됐고, 특별재판부는 ▲국회의원 5명 ▲법조인 6명 ▲사회 저명 인사 5명 등 총 16명으로 구성됐다. 이들은 국회가 선출했다. 두 번째 특별재판부는 1960년 4·19 혁명 이후 개정된 제4차 개정 헌법을 근거로 설치됐다. 당시 개정 헌법엔 “3·15 부정선거 및 4·19 혁명 관련자들과 관련된 형사사건을 처리하기 위해 특별재판소와 특별검찰부를 둘 수 있다”는 취지의 부칙이 포함돼있었다. 이후 설치된 특별재판부는 부정선거관련자처벌법 제정을 거쳐 설치됐다. 민주당조차 ‘특별재판부’를 ‘전담재판부’로 수위를 낮춰 처리했다는 이유로 내란 특별재판부에 대해 불거진 위헌 시비를 거론한다. 법원은 ‘무작위 전산 재판 배당’ 원칙을 유지하고 있다. 따라서 “특정 재판부에 특정 재판을 배당한다”는 취지의 특별재판부에 대해선 기본적으로 위헌 시비가 불거질 가능성이 높다. 아직 헌법재판소가 관련 합헌·위헌 여부를 가린 적도 없다. 하지만 헌법 제27조는 “모든 국민은 헌법·법률이 정한 법관에 의해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고, 제103조는 “법관은 헌법·법률에 의해 양심에 따라 독립해 재판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재판 배당의 무작위성은 재판에 대한 외부의 부당한 압력·영향력으로부터 법관을 보호해 재판의 공정성을 유지하기 위해 세운 원칙이다. 이는 위헌 시비가 불거진 핵심 이유였다. 그래서 과거엔 특별재판부를 설치하기 전에 개헌 과정 중 헌법 부칙에 그 근거를 규정했다. 헌법 부칙은 헌법 본문과 똑같은 효력을 가진다. 그래서 위헌 시비가 불거질 일은 없었다. 피해 가는 위헌 시비 하지만 위헌 시비를 피하려고 제시한 ‘내란 전담재판부’에 대해서도 논란이 이어졌다. 역설적으로 “기존 재판부 배당과 큰 차이가 없다”는 취지의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사법부는 이미 무작위 배당의 예외를 운용하고 있다. ▲특허법원 ▲서울행정법원 ▲지역별 가정법원 등 특정 분야를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법원이 따로 설치돼있는 것도 무작위 배당의 예외다. 또 각급 법원은 이미 지식 재산·환경·의료 등 특정 전문 분야를 전담할 재판부를 분류한다. 법원장 재량에 따라, 재판장들과의 협의를 거쳐 특정 사건은 ‘적시 처리 필요 중요 사건’으로 분류해 특정 재판부에 배당해서 신속한 재판 진행을 추진한다. 기소된 사건이 이미 진행 중인 재판과 사실 관계·쟁점·피고인이 같으면, 이미 진행 중인 재판을 담당하는 재판에 배당한다. 물론 민주당이 거둘 수 있는 실익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정 대표는 민주당이 ‘특별’을 ‘전담’으로 바꿔가면서도 서둘러 개정안을 추진하는 이유를 분명히 짚었다. 그는 “조희대 대법원장의 사법부와 지귀연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의 재판부는 내란·외환 사건의 심리를 의도적으로 침대 축구하듯 질질 끌었다”며 “조 대법원장은 경고·조치를 해야 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보다 못한 입법부가 나서기 전에 사법부가 진작 내란 전담재판부를 설치했다면, 지난 1년 동안 허송세월하는 것을 보면서 국민이 분통 터지는 상황은 없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 대표의 주장 중 핵심 단어는 ‘조희대’와 ‘지귀연’이다. 민주당이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를 추진할 당시 민주당 전현희 최고위원은 지난 9월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지 부장판사를 지칭해 “재판의 공정성에 의구심을 갖도록 하는 인사들을 전보·징계한다면, 굳이 내란 특별재판부를 만들기 위한 입법 조치를 할 필요가 있겠느냐”고 주장했다. 정 대표는 지난 15일 최고위원회의 도중 “조희대 사법부는 특검 수사 훼방꾼이 됐다”며 “조 대법원장이 지휘하는 대법원이 지난해 12월3일 내란에 동조한 건 아닌지 강한 의구심을 갖는다”고 지적했다. 사법행정사무를 총괄하는 조 대법원장의 권한 일부를 사실상 박탈하고, 지 부장판사를 내란 관련 재판에서 손 떼게 할 수 있다면, 민주당은 상당한 실익을 거둘 수 있다. 특히 중요한 것은 재판부 배당에 전국법관대표자회의를 개입시키는 것이다. 힘 실어준 진짜 이유? 전국법관대표자회의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 재임 당시 사법행정권 남용 사태 이후인 지난 2018년 4월 “권한이 집중된 제왕적 대법원장을 견제하고, 법관의 독립성을 보장해야 한다”는 취지를 갖고 설치됐다. 보수 진영 일각에선 이를 일컬어 “지나치게 민주당에 친화적”이라고 비판한다. 전국법관대표자회의 설치 직후 첫 의장으로 선출됐던 최기상 당시 서울북부지법 부장판사는 현재 민주당 의원이다. 전국법관대표자회의는 지난 9월 민주당이 주장한 의제 ‘대법관 증원론’을 포함한 상고심 제도 개선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어 “사법부는 대법관 증원안을 경청하고 자성해야 한다”는 취지로 보고서를 작성·공개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전국법관대표자회의를 일컬어 “민주당에 힘을 설어주기 위해 토론회를 개최한 게 아니냐”는 비판 목소리도 제기됐다. 대법원의 이재명 대통령에 대판 파기환송 판결에 대해서도, 정 대표는 지난 9월 전국법관대표자회의에 “조 대법원장 사퇴 권고 등 사법부에 대한 국민적 신뢰 회복 방안을 논의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일각에선 “대법원의 예규 제정은 반격”이라고 해석한다. 그 근거로는 “내란 전담재판부를 줄곧 반대하다가 갑자기 예규 제정을 밝힌 의도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는 점을 들었다. 민주당은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 외에도 기존 사법 체계를 모두 바꿀 만한 사법개혁안을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시킬 준비를 하고 있다. 대법원의 예규 제정에 대해선 “민주당의 공세를 적절한 선에서 수용해 더 큰 공세에 대비하려는 의도”라고 보는 시선도 있다. 하지만 ‘특별재판부’가 ‘전담재판부’로 바뀌었다고 해서 다른 사법개혁안 통과 시도가 중단되는 것은 아니다. 법원으로선 기존 사법 체계를 모두 바꾸려는 민주당의 시도를 보면서 검찰이 해체되는 과정을 되새길 가능성이 아예 없는 건 아니다. 이미 민주당이 주도하는 사법개혁안 자체가 사실상 ‘기존 법원 해체’로 해석될 소지가 있다. 조금씩 권한 잃다 해체 결정 검 종착역은 헌재 최고법원 등극? 민주당 등 범여권이 검찰을 중대범죄수사청·공소청으로 분리해 완수했던 검찰 해체에 대해선 “헌법은 검찰 조직의 존재를 전제로 검찰총장의 존재를 규정했다”면서 위헌 논란을 제기하는 반대 측 의견이 있었다. 하지만 범여권은 이를 강행했다. 큰 틀에서 보면, 검찰은 ▲특별검사제도 도입 ▲검경 수사권 조정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설치 ▲중대범죄수사청·공소청 분리 등 과정을 거쳐 해체됐다. 최초의 특별검사(이하 특검)는 지난 1999년 김태정 전 검찰총장 부인에 대한 옷 로비 의혹과 한국조폐공사 노조 파업 유도 사건에 대해 진행됐던 최병모 특검이었다. 특검이 성립됐던 배경은 “검찰이 검찰총장의 부인이 연루된 사건을 제대로 수사할 수 있겠느냐”는 회의적인 시선이었다. 아울러 당시 국회 구도는 여소야대였다. 한나라당은 “사건을 축소·은폐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흐름을 타고 강하게 밀어붙여 특검법 제정을 주도했다. 이후 현재까지 개별 특검법은 총 16개가 통과됐고, 상설 특검은 6회 추진됐다. 검찰로서는 1999년 최병모 특검 설치가 수사권·기소권 독점이 무너지는 순간이었다. 현재까지 총 22회의 특검이 성립됐다는 것은 검찰에 대한 각계의 불신을 상징하는 중요 사실관계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이것이 끝은 아니었다. 검찰을 노리는 다음 단계는 검경 수사권 조정이었다. 최초의 검경 수사권 조정은 지난 2011년 진행됐다. 이명박 당시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사법경찰관이 검사의 수사 지휘에 이의를 제기하는 재지휘 건의 제도 신설 등의 내용이 담긴 안을 대통령령으로 제정해 의결했다. 지난 2016년엔 ▲진경준 게이트 ▲정운호 게이트 ▲김형준 전 부장검사의 스폰서 의혹 ▲최순실 게이트 등이 연이어 발생해 검찰의 신뢰도에 대한 강한 문제 제기가 이어졌다. 이는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 장기간 논의된 검경 수사권 논의로 연결된다. 공수처도 설치됐다. 민주당 집권 후 노무현 전 대통령 사망 사건을 강하게 기억하는 지지자들의 비원을 외면하긴 어려웠던 측면도 있었다. 그렇게 검찰은 서서히 권한을 빼앗겼다. 그러다가 지난 9월에 이르러 검찰은 내년부터 중대범죄수사청과 공소청으로 갈라질 운명에 처했다. 특히 중대범죄수사청은 행정안전부로 옮겨진다. 서서히 권한을 빼앗기다가 끝내 해체를 앞둔 운명을 맞게 된 것이다. 민주당 등 범여권은 ▲법원행정처 폐지 ▲법 왜곡죄 도입 ▲대법관 증원 ▲재판소원 도입 등 사법개혁안을 시도하고 있다. 범여권이 사법개혁안을 모두 통과시킨다면, 사법부로서는 “검찰에 이어 사법부도 한순간에 와해된다”고 인식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한순간에 와해된다 법원행정처가 없어지면 대법원장의 권한이 줄어든다. 법 왜곡죄가 도입되면, 판사의 재판도 법적 처벌 범위 안에 포함될 위험에 노출된다. 대법관이 늘어나 대법관의 권위·희소 가치가 줄어든 후 재판은 헌법소원 제기 범위 안에 포함된다. 최종 종착지는 헌법재판소가 대법원을 제친 후 최상위 사법기관으로 규정될 순간임을 배제하기 어렵다. 지난 24일은 사법부가 느낄 법한 공포가 처음 피부에 와닿은 날이었을 수도 있다. 새해엔 민주당과 사법부의 전쟁이 더욱 거칠게 진행될지도 모른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