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원별곡 ④화순 무등산 바우정원

자연과 버려진 것의 재발견

흔한 바윗돌서 수천년의 역사를 읽는다. 폐품인 쇳덩이가 멋스러운 작품이 되고, 버려진 나뭇조각은 생명력 가득한 조형물로 변한다. 5만평 규모의 무등산 ‘바우정원’은 걸음마다 무한의 상상이 따라오는 전라도 제11호 민간정원이다.

이곳의 수목(樹木)은 안목 있는 주인을 만나 참모습을 발휘한다. ‘자연 그대로의 자연스러움’을 추구하는 설립자 안국현 대표의 인생 작품이기도 하다. 정원, 건축, 공연문화, 휴양, 체험, 교육, 치유 등의 공간으로 결실을 맺은 것은 안 대표가 깊은 산속 오지였던 지금의 터를 가꾼 지 꼬박 20년 만의 일이다. 인위적인 조성을 최소화하고 자연의 지형과 지물을 최대한 활용한 덕에 정원이 하나의 자연 미술관 같다. 

자연 그대로의 자연스러움

초입서 만나는 ‘수만리 커피’는 바우정원서 운영하는 카페로 정원의 쉼터다. 비탈길과 경사가 많은 산림 정원이기 때문에, 산책 중 쉬어갈 공간으로 제격이다. SNS를 통해 뷰 맛집으로 소문나 이제는 연간 10만명 이상이 찾는 핫플레이스가 됐다. 카페 문을 열고 들어서면 녹음이 파도처럼 물결치는 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 

‘바우정원’은 버려진 물건이 ‘임자’를 만나 작품으로 재탄생한 업사이클링 정원이다. 화가, 조각가, 설치미술가, 목공예가, 문화재 석공들과 공동 작업을 통해 정원의 조형물 하나도 기능과 디자인에 초점을 두어 제작됐다. 카페 난간만 봐도 그렇다. 

안국현 대표는 우연히 고물상서 구부러진 철재를 보고 무릎을 ‘탁’ 쳤단다. 일제강점기에 만든 화순 동복교가 철거된 후 남은 철제였던 것.


카페가 5.2m 높이의 2층 건물이기 때문에 난간이 필요하던 차였다. 당시 굴삭기로 철거하면서 자연스럽게 만들어진 구부러진 형태 역시 그대로 살려 조각가 박병철 작가가 카페 난간을 완성시켰다. 작품명은 ‘동복교 100년의 추억’이다. 정원 곳곳에 수많은 작품에 이렇게 사연이 녹아들어 있다. 

카페를 뒤로하고 가장 먼저 만나는 수평창고는 정원을 가꾸면서 수집한 자재들을 전시한 공간이다. 창고 벽면에 바우정원의 지도를 보며 이곳의 공간감과 동선을 익힐 수 있다. 이끼정원, 쑥부쟁이 갤러리, 벼락바우, 노루잠자리, 수평계곡, 고래눈물바우, 비틀깡통 등 호기심이 절로 생겨나는 작명이다.

약 5만여평의 바우정원 중심만 가볍게 돌아보는 코스는 40여분, 큰 원형으로 편백숲 트리하우스와 수평계곡까지 전체를 살펴보는 것은 약 1시간30분 정도 소요된다. 각 공간에 매료돼 머물고 싶은 만큼 머문다면 반나절도 모자라다.  

‘이끼정원’은 최은태 작가의 독창적인 나선형 안개 분사 방식의 조형으로 작은 골짜기에 이끼가 자생하는 신비로운 공간이다. 석굴이 있는 ‘노루잠자리’는 해가 지면 노루가 잠을 자러 올 것만 같다고 해서 이름 붙여졌다. 6·25 전쟁 때는 피란민들이 몸을 피한 역사적 현장도 있다.

물탱크를 잠수함 모양으로 리모델링한 ‘비틀깡통’은 비틀스의 ‘옐로 서브마린’을 연상시킨다. 바로 옆 울창한 편백 숲 사이 2층 트리하우스에 오르면 피톤치드 향 가득한 바람이 불어온다. 무심히 놓인 의자에 앉아있노라면 모든 시름 내려놓고, 달콤한 낮잠에 빠질 듯하다.

쑥부쟁이 갤러리는 이곳 수평커뮤니티의 소장 작품을 상설 전시 중이다. 곧 갤러리를 둘러싼 언덕에 쑥부쟁이가 한가득 피어날 게다. 

바우정원 숲속을 거닐면 덜꿩나무, 박쥐나무, 고욤나무, 광대싸리, 물푸레나무 등 수십종이 빽빽이 그늘을 드리운다. 그 아래 약초와 야생화들이 자생한다. 보편적으로 정원은 장비를 사용해 땅을 갈아엎은 후 조경계획을 세워 식재를 하는 식이다.


화려한 외국 꽃이 많은 정원은 눈에는 확 들어오지만, 잔상과 여운이 남지 않는다는 것이 안 대표의 설명이다. 

바우정원은 한국의 미로 꼽히는 지붕과 산의 곡선과 은근과 끈기의 정신을 정원에 그대로 담아내는 데 초점을 뒀다. 그 어느 하나 함부로 해치지 않고, 자연 상태보다 더 나은 상태로 복원시키기 위해 노력 중이다. 바우정원은 지질학적으로는 8600만년 전 형성된 주상절리대 서석대, 입석대와 같은 무등산 지형과 비슷하다.

땅을 파보면 열에 아홉은 바위란 얘기다. 그런 바위투성이 악산(惡山)이 인간과 공존하는 정원으로 바뀌어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지붕·산의 곡선, 은근·끈기 정신
그대로 정원에 담아낸 모습

바르셀로나 구엘공원의 도마뱀을 떠올리게 하는 숲속 야영장의 아이콘, 치코스밸리(Chico’s Valley, 작은계곡)를 지나면 수평계곡에 다다른다. 산골짜기에 흐르는 시냇물의 유량을 조절하는 무등산 바우정원의 정점이다. 바우정원은 숲속 야영장 수만리 캠핑, 게스트하우스 등 힐링할 수 있는 공간으로 확장 중이다.

미술관, 박물관에는 국내외 유명작가 600여점의 미술작품과 석물, 목제품 등의 민예품, 100여점의 전 세계 라디오 등 볼거리도 다양하다. 

화순의 또 다른 힐링코스는 만연저수지를 품은 ‘동구리호수공원’과 ‘화순군립최상준미술관’이다. 30분 남짓 둘레길 코스를 걷는 수변산책로와 잔디광장, 어린이 놀이터가 있어 언제든 휴식하기 좋다. 그 곁의 화순군립최상준미술관은 화순을 대표하는 문화 예술기관으로 지역 작가들의 예술세계를 선보이며, 다양한 시민 참여 교육 프로그램도 진행한다. 

화순 4경으로 꼽히는 ‘고인돌 유적지’는 도곡면 효산리를 잇는 고개의 양계곡 일대에 분포한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한국의 고인돌유적지 가운데, 화순은 3㎞ 반경에 596기의 고인돌이 집중적으로 분포하고, 200t이 넘는 고인돌과 채석장이 발견됐으며, 주변 자연환경이 원형대로 보존돼 왔다는 데 큰 평가를 받고 있다. 

고인돌 유적지

국가 민속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양참사댁’은 화순고인돌공원 인근에 위치한 제주 양씨의 종택이다. 사대부가의 형태를 갖춘 300년 된 고택으로 소유주의 이름을 따서 ‘양동호 가옥’이라 불린다. 곳간이 많은 부유한 살림집의 전형을 살펴볼 수 있다. 현재는 지역 농산물과 제철 식재료로 소반에 차려진 별식 소반, 밥상 체험, 움직임명상 등 각종 고택문화체험 공간으로 운영 중이다. 

 

<여행 정보>
당일 여행코스

무등산편백자연휴양림 → 무등산 바우정원 → 화순군립최상준미술관 → 동구리호수공원 → 화순 꽃강길 음악분수 

1박2일 여행 코스
-첫째 날 무등산편백자연휴양림 → 무등산 바우정원 → 화순군립최상준미술관 → 동구리호수공원 → 화순 꽃강길 음악분수 
-둘째 날 양참사댁 → 세계문화유산화순고인돌공원 → 화순군립운주사문화관 → 운주사


관련 웹 사이트 주소
-화순군 문화관광 https://www.hwasun.go.kr/culture/index.do?S=S09
-세계유산화순고인돌유적 https://www.dolmen.or.kr/
-화순군립최상준미술관 http://sbart.or.kr/
-양참사댁 https://www.instagram.com/Livin_HANOK/

운영정보
-운영시간 10:00~17:00(마지막 입장~16:00)
-휴일 연중무휴
-요금 없음(※숲속야영장 오픈 후 변경가능)

문의 전화
-화순군청 관광기획팀 061)379-3501
-화순군청 문화예술과 세계유산팀 061)379-3515
-무등산 바우정원 061)374-1121
-화순군립최상준미술관 061)379-3835
-양참사댁 0507-1485-1230
-화순 꽃강길 음악분수 061)379-3777

대중교통
-기차 용산역-광주송정역-화순역, KTX(무궁화호 환승) 하루 4회 (08:20~17:44) 운행, 2시간45분~3시간5분 소요. 화순역서 무등산 바우정원까지 택시 이용, 약 20분(12㎞)소요

*문의: 레츠코레일 1544-7788, 예매: https://www.letskorail.com/

-버스 서울-화순, 센트럴시티터미널서 하루 2회(09:50, 16 :05) 운행, 약 4시간15분 소요. 화순시외버스공용정류장서 택시 이용, 무등산 바우정원까지 약 16분 소요. 고속버스통합예매 https://www.kobus.co.kr/mrs/rotinf.do


*문의: 센트럴시티터미널 02)6282-0114 화순시외버스공용정류장 061)374-22 54 

자가운전
경부고속도로 → 논산천안고속도로 → 호남고속도로 → 동광주TG → 문흥분기점서 ‘제2순환도로, 나주, 화순’ 방면 왼쪽 방향 → 소태TG → 내지교차로서 ‘보성, 화순’ 방면 왼쪽도로 → 교리교차로서 ‘화순전남대병원’ 방면으로 왼쪽 방향 → 신기교차로서 ‘만연폭포’ 방면 자회전 → 무등산 바우정원  

숙박 정보
-무등산편백자연휴양림: 이서면 안양산로, 061)373-2065, http://moodoong.com/
-금호화순스파리조트: 백아면 옥리길, 061) 372-8000, http://www.kumhoresort.co.kr
-더원비즈니스호텔: 도곡면 온천1길, 0507)1488-5000, https://www.theonehotel.co.kr/
-화순스테이호텔: 화순읍 칠충로, 061)374- 8844, https://stayhotelhwasun.modoo.at/

식당 정보
-벽오동(보리밥정식): 화순읍 안양산로, 061)373-9997
-구지가(갈치조림): 화순읍 지강로, 061)373-9452
-수림정(굴비백반): 화순읍 진각로, 061)374-6560
-홍제네 인생등갈비(등갈비): 화순읍 학포로, 0507)1441-6660

주변 볼거리
화순무등산 양떼목장, 세량제, 영벽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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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쪼개는 민주당발 음모론

민주당 쪼개는 민주당발 음모론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을 둘러싼 ‘공소 취소’ 논란이 뜨겁다. 진위는 사라지고 무수히 많은 뒷말과 갈라치기만 남았다. 단순 해프닝으로 끝내기엔 “도를 넘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당정청 모두 “황당하다”는 입장이지만 ‘스피커’로 불리는 외부 인사가 계속해서 당을 흔든다면 그 목적을 두고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는 우려가 나온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 대형 폭탄이 떨어졌다. 소위 말하는 ‘정부 고위 관계자’가 ‘고위급 검사’ 다수에게 “내 말이 곧 대통령의 뜻이다. 나는 대통령이 시키는 것만 한다. 공소 취소해 줘라”라고 주장했다는 것. 지난 10일 유튜브 채널 ‘저널리스트’를 운영하는 MBC 기자 출신 장인수씨는 친청(친 정청래)·친문(친 문재인) 성향으로 알려진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단독”이라고 강조하며 이같이 말했다. 안으로 겨눈 칼날 왜? 장씨는 “검찰은 이 메시지를 ‘아, 이재명정부가 우리랑 거래하고 싶어하는구나’(라고 생각할 것)”이라며 “여기까지는 팩트”라고 부연했다. 검찰과 정부가 보완수사권·검찰개혁 수위 등을 놓고 일종의 ‘거래’를 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는 부분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대장동·위례·백현동 개발 및 성남FC 후원금 ▲쌍방울 대북 송금 ▲경기도 법인카드 유용 ▲위증교사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등 5개 재판을 받았으나 대통령 당선 뒤 중단됐다. 장씨는 “이미 검찰은 이재명정부 말기 혹은 퇴임 후에 이 대통령을 털 생각을 하고 있다. 직권남용이라는 죄목까지 정해놨다”며 “이 대통령의 업무보고나 국무회의 생중계에서 지시하는 사안들을 직권남용으로 걸 생각”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이 임은정 동부지검장의 인천세관 마약 사건 수사팀에 백해룡 경정을 배치하라고 지시한 일을 사례로 들었다. 그러자 김어준씨는 “대통령의 뜻이라는 건 사실이 아닐 것이라 본다. 이 대통령이 법률가이기 때문에 법무부 장관을 통해 절차대로 하면 되는 것이지, 누굴 만나서 부탁할 일은 아니라는 걸 (잘 알고 있다)”면서도 “어떤 사람이 그런 발언을 하거나 메시지를 보냈다면 대단히 부적절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방송 직후 해당 발언은 ‘공소 취소 거래설’로 압축돼 여의도 전역에 퍼졌다. 코너에 몰렸던 국민의힘은 이를 ‘공소 취소 거래 게이트’로 규정하고 이 대통령에 대한 특검을 요구했다. 국민의힘 최수진 원내 수석대변인은 “특검을 통해 이 추악한 뒷거래 시도의 실체를 낱낱이 밝혀낼 것”이라며 “이 황당한 ‘사법 거래설’이 세간에 설득력을 얻는 이유는 명백하다. 최근 친명(친 이재명)계 주도로 이른바 ‘대통령 공소 취소 모임’이 결성됐고, 심지어 민주당은 오늘 그 빌드업의 일환으로 억지스러운 ‘국정조사 요구서’까지 제출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발등에 불이 떨어진 민주당과 친명계는 아수라장”이라며 “정권의 사법 거래 의혹을 두고 여권 내부에서 서로 삿대질해대는 참담한 촌극이 벌어지고 있다”고 혹평했다. 정부 고위급 관계자의 수상한 거래? “사법 농단 탄핵감” 국민의힘 맹공 국민의힘 박성훈 수석대변인 역시 “대통령 사건의 공소 취소와 검찰 수사권 문제를 맞바꾸려 했다면 이는 헌정질서를 뒤흔드는 중대한 범죄”라며 “관련자 처벌은 물론이고 사실로 확인될 경우 관련 정도에 따라 대통령 탄핵까지 가능한 사안”이라고 압박 수위를 높였다. 민주당은 곧바로 받아쳤다. 대표 친명계인 한준호 의원은 자신의 SNS에 ‘음모론도 모자라 탄핵까지, 정말 선을 넘었다. 참담하다’는 제목의 게시글을 통해 “확인되지 않은 음모론을 근거로 대통령 탄핵까지 입에 올리는 발언이 아무렇지 않게 방송에서 흘러나온다”며 “사실 확인도 없는 이야기로 음모론을 키우고 급기야 탄핵까지 거론하는 행위는 국정을 흔드는 무책임한 선동”이라고 지적했다. 민주당 이언주 의원은 직접적으로 여권 세력을 지적하고 나섰다. 이 의원은 “검찰개혁에 대해 조금이라도 진정성이 있는 사람이라면 공소 취소 거래설 자체를 감히 꺼낼 수 없다”며 “이 대통령에 대한 부당한 공소가 취소되기를 바라지 않는 이들이 많은 것 같다”고 꼬집었다. 이어 “윤석열 검찰 세력도, 국민의힘 윤 어게인 세력도 그렇지만 우리 내부에서도 대통령을 쥐고 흔들려는 이들이 많은 모양”이라고 비판했다. 이번 공소 취소 사건의 고위급 검사로 지목된 이들이 직접 해명에 나서기도 했다. 고위급 검사 중 한 명으로 지목된 임은정 서울동부지검장은 정성호 법무부 장관과 주고받은 문자 내역을 공개하며 “장관님께 문자메시지와 이메일로 종종 건의사항을 보내고 있는데, 가장 최근 문자를 받은 것은 지난 12월”이라고 밝혔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검사들에게 특정 사건 관련 공소 취소에 대해 말한 사실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정 장관은 “최근 제기된 황당한 음모론으로 인해 진지하게 숙의돼야 할 검찰개혁 논의가 소모적 논쟁에 휩싸이고 있다”며 “다시 건설적인 개혁의 논의에 집중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분명히 말씀드린다”고 말했다. 정 장관은 ‘의혹이 제기된 경위를 조사할 계획이냐’는 질문에는 “어디서 문제가 됐는지 조사한다는 게 불가능하고 적절치 않다고 생각한다”면서 “중요한 검찰개혁 문제가 엉뚱한 데로 빠지지 않았으면 좋겠고, 제 말씀을 국민이 합리적으로 잘 판단해 주시길 바란다”고 설명했다. 마지막 치명타 여권 인사들은 불씨를 댕긴 장씨를 향해 “출처를 밝히라”며 근거 제시를 요구했다. 이에 장씨는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긴급 라이브’ 공지를 띄우고 “방송 후 한준호 의원은 페이스북에 ‘저잣거리 소문만도 못한 근거 없는 음모론’이라고 표현했다. 다시 한번 말씀드리지만 누가 뭐라고 하든 제 취재 내용은 이미 벌어진 일이고 흔들릴 수 없는 팩트”라고 강조했다. 이어 “한 의원은 ‘누가 말했는지, 어떤 방식으로 전달됐는지 무슨 근거로 확인했는지 하나도 빠짐없이 공개하라’고 하는데 고민해 보겠다”며 “공개할 경우 후폭풍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다만 이날 라이브 방송에서 “죄송하지만 출처를 밝힐 수 없다. 출처를 밝히지 않기로 약속하고 취재했다”며 한 발 물러섰다. 공소 취소를 지시한 정부 고위 관계자의 신원도 “그 사람을 저격하기 위해 해당 취재 내용을 밝힌 것이 아니”라며 공개를 거부했다. 결국 공소 취소에 대한 사실관계는 사라지고 진영 논리와 경쟁구도만 남았다. 또다시 ‘정청래 VS 청와대’ ‘친명 VS 친청’ 프레임이 굳어지면서 오는 8월 치러질 전당대회를 향한 당권 경쟁이 벌써 과열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정 대표는 평소 김씨가 운영하는 인터넷 커뮤니티 ‘딴지일보’를 “민심의 척도”로 강조하는 등 김씨와 우호적인 관계였던 만큼 친청·친문계의 모든 행동이 ‘김민석 총리 당대표 차출설에 대응했다’는 주장으로 귀결된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어준의 뉴스공장’은 김 총리를 견제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 이름을 넣지 말아달라”는 총리실의 요청이 있었음에도 “내가 알아서 하겠다”며 거부하거나 이 대통령의 순방 기간에 벌어진 중동 사태에 대한 국무총리실의 대응을 두고 “국무회의도 없었다”며 국정 공백을 지적했다. 이에 총리실은 “대통령 순방 중에 정부는 중동 상황 발발 직후부터 매일 오후 비상 점검을 위한 관계 장관회의를 개최했다. 회의 후에는 대국민 브리핑을 진행해 왔다”고 직접 해명하기도 했다. 검찰개혁 뒷다리만 최근에는 ‘KTV 이매진(KTV의 유튜브 채널)’에 공개된 이재명 대통령의 싱가포르·필리핀 국빈 방문 출국길 영상을 논란 삼으면서 직접적으로 정부와 각을 세웠다. 해당 영상에 이 대통령과 정 대표가 악수하는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을 발견한 정 대표 지지자들이 ‘딴지일보’ 게시판을 통해 “의도적 삭제”라고 반발한 것. 김씨는 자신의 방송을 통해 “대통령과 당 대표자의 악수 장면이 없다는 것이 아니다. 실수일 수 있다”면서도 “그런 실수가 민주정부 정권 재창출을 막으려는 악의적인 시도에 이용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몇 차례 마찰이 있었지만 민주당 의원들은 공개적으로 비난하지 않았다. 조금씩 갈라지던 민주당 지지층이 이번 사태를 통해 정면으로 충돌하면서 누적된 갈등이 분출된 것으로 보인다. 공소 취소라는 민감한 소재에 대통령을 엮었다는 점이 도화선으로 작용한 것이다. 김씨와 정 대표가 한 달에 한 번꼴로 민주 진영에 내분을 일으켜 국정 운영의 발목을 잡는다는 게 이 대통령 지지자들의 설명이다. 기존 지지자와 더불어 ‘뉴이재명’으로 분류되는 이들은 전통 민주당 당권파와 다른 양상을 띠면서 표심이 어디를 향할지 예측할 수 없다는 특징을 지녔다. 전당대회를 앞두고 당권 투쟁 전선이 넓어진 것 역시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과 ‘당심(당원의 의중)’이 대척점에 서면서 모든 사안이 권력투쟁으로 흘러가기 때문이다. 이미 민주당 몇몇 의원들은 ‘공취모(이재명 공소 취소와 국정조사 추진을 위한 의원 모임)’를 중심으로 움직임에 나섰지만, 외부에서 여론을 흔드는 식으로 접근해서는 현 정부에 오히려 부담이 가중될 것이라며 불만을 표출했다. 민주당 한정애 정책위의장은 “‘대통령의 뜻’인지 ‘참칭’인지조차 불분명한 상황에서 대통령 직접 개입이라는 최대 해석을 전제로 했다는 점에서는 화가 치밀어 오른다”며 “정치적 파장이 큰 주장일수록 더 엄격한 증거 기준이 요구된다는 것을 잘 알면서 이렇게 음모론적으로 접근하는 이유는 대체 무엇 때문이냐”고 되묻기도 했다. ‘김어준 VS 청와대’ 유튜버에 휘청 8월 전대 앞두고 사방서 권력투쟁 정 대표는 “당에서 엄정한 조치를 취하겠다”며 갈등 진화에 나섰다. 그는 “윤석열 검찰 독재정권 치하도 아니고 가장 민주적인 이정부에서 이런 일은 상상할 수 없다”며 “있을 수도 없는 일이지만, 있어서도 안 되는 일이고 실제로 있는 일도 아니”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공소 취소는 거래로 될 일이 아니”라며 “합법적인 방법인 국정조사와 특검으로 윤석열 정권 치하에서 벌어진 조작 기소 사실이 드러나면 상응하는 조치와 대가를 치르게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정 대표와 김씨가 친분이 두터운 사이이나 강경 대응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커지자 수습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갈등 진화에도 민주 진영 커뮤니티는 이미 격양된 사용자들의 게시글로 도배가 됐다. “이 대통령이 보완수사권을 갖고 거래를 시도했다”는 주장이 있는가 하면, 다른 한쪽에서는 “유튜버가 정부를 흔드는 게 말이 되느냐”며 비대해진 유튜브 권력을 규탄하기도 했다. 정부의 검찰개혁인 이른바 ‘정부안’에 반대하는 세력이 의도적으로 공소 취소 거래설을 퍼뜨린 게 아니냐는 의심의 눈빛을 보내는 이들도 있었다. 친명·친청계 유튜버들이 이번 사태에 대거 참전해 분석에 나섰고, 해당 주장은 게시글로 가공돼 또다시 커뮤니티로 퍼지는 순환이 이어졌다. 청와대는 이번 논란에 대해 공식 대응을 삼가고 있다. 해명할 가치가 없을뿐더러 사사건건 대응한다면 오히려 국정 운영에 힘만 빠진다는 점에서다. 일각에서는 이번 사태가 일종의 ‘프레임 작전’이라며 상대방에 휘둘려서는 안 된다는 주장도 나온다. 민주당 노종면 의원은 “‘거래설 제기’가 정말인지부터 확인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별도 방송을 확인한 결과 어디에서도 ‘우리 정부 고위 관계자가 검찰과 공소 취소로 거래를 시도했다’는 말은 없었다”고 밝혔다. 노 의원은 ‘검찰개혁-공소 취소 거래설’의 근원지를 추적했다. 노 의원은 “네이버 기사 검색 결과에 따르면 가장 먼저 거래설을 띄운 건 <조선일보>”라며 “장씨의 주장 전체를 거래설 제기로 인식케 하는 교묘한 프레임이라 할 만하다. 이후 나온 보도들에서는 대놓고 거래설 제기로 규정했다”고 말했다. 배후는 누구? 이어 “장씨가 거론한 ‘거래’는 ‘우리랑 거래하자는 거구나’라는 검찰의 일방적 반응을 전하면서 말한 게 전부”라고 말했다. 논란의 문장 자체를 ‘거래 시도’로 해석한다면 해석하는 쪽과 다퉈야 할 문제라는 것이다. 아울러 장씨를 향해 “섣부르고 무책임했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다”면서도 “프레임에 갇혀 지금처럼 우리끼리 싸우면 별것도 아닌 것만 나와도 수습하기 어렵다. 잠시 숨을 고르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칼 빼든 민주당 “법적 조치 나서겠다” 더불어민주당이 공소 취소설을 제기한 MBC 기자 출신 장인수씨를 고발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공소 취소 거래설에 대해 강력 대응 방침을 밝힌 데 따른 것으로 해석된다. 지난 12일 민주당 국민소통위원장인 김현 의원과 허위조작 정보 대응 특별위원회 부위원장인 김동아 의원은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장씨를 정보통신망법 제70조 허위사실 적시 명예훼손 혐의로 고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논란이 된 발언이 ‘대통령과 정부의 명예를 훼손하는 허위 주장’이라는 게 주요 골자다. 앞서 시민단체인 사법정의바로세우기시민행동(이하 사세행)은 장씨와 더불어 김어준씨를 정보통신망법상 허위사실적시 명예훼손과 형법상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 위반 혐의로 고발했다. 사세행은 “김씨는 장씨 발언 내용에 대해 방송 이전에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음에도 장씨의 발언을 사전에 승인하고 그대로 방송에 출연시켰다”며 “장씨와 함께 공동으로 허위 사실을 유포, 정 장관의 검찰개혁 업무 특히 공소청법 및 중수청법 입법 추진을 심대하게 방해했다”고 설명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