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분이면 뚝딱’ 신분증 위조 실상

3만원이면 어른 된다

[일요시사 취재1팀] 최윤성 기자 = SNS를 통해 위조 신분증을 검색만 해도 관련 업체가 수두룩하게 쏟아져 나온다. 앱을 이용해 QR코드를 위조하는 등 수법도 날로 진화하고 있다. 신분증을 확인한 사실만 증명되면 행정처분은 면제되고 있지만 미성년자의 문서·인장 범죄 피의자 수는 증가하고 있다. 이에 행정·수사기관의 위조 신분증 범죄 강력 규제 목소리가 나온다.

최근 온라인서 위조 신분증 제작·판매가 다시 기승을 부리고 있다. 지난 2022년 6월부터 행정안전부가 정부24 앱을 통해 실물 주민등록증과 동일한 효력을 가진 주민등록증 모바일 확인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는 가운데, SNS를 통해 위조 신분증을 손쉽게 구입할 수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최저가 유혹

위조 모바일 신분증 제작은 엑스(X, 옛 트위터), 텔레그램 카카오톡 오픈채팅 등 익명성이 높은 SNS서 검색만으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이와 관련된 글에서는 사기 걱정 X, 정부24 최초 QR 구현, 후기 다수 보유 등 불법적인 내용을 당연시하게 홍보하고 있었다.

<일요시사>는 엑스를 통해 불법 신분증을 제작하는 업체 3곳과 접촉했다. 신분증 위조 업자 A는 문의한 지 1분도 채 되지 않아 신분증에 들어갈 이름, 주소, 사진, 생년월일 등을 요구해왔다. 그는 자신의 계좌번호를 알려주며 돈을 입금해달라고 했다.

제작 비용을 문의하자 “사진과 영상, 어느 것으로 구매하시고 싶으냐?”며 “5000원 차인데 차라리 더 내시고 영상으로 받는 걸 추천드린다”고 답했다. 이어 “가격은 트위터에 기재했듯이 3만원”이라고 설명했다.

‘(위조 신분증을)만드는 데 얼마나 걸리냐’는 질문에 “30분 안에는 충분히 완성된다”며 “지금 당장 사용하셔야 하는 거라면 10분 안으로 되도록 사장님 먼저 주문 넣겠다”고 답변했다.

또 다른 업체 B에 연락하자 이미 만들어놨던 신청서 양식 사진을 보냈다. 보내 온 사진은 ‘정부24 구매 전 필독 사항’으로 가격, 양식, 주의 사항이 기재돼있었다.

B 업체의 경우, 카카오페이로는 3만5000원을 받고 문화상품권으로 구매 시 4만원을 받고 있었다. 보내야 하는 양식은 앞서 접촉했던 A 업체와 동일했다. 제작 시간은 최대 15분이며 악의적인 목적이 보일 시 차단이라고 나와 있었다.

마지막으로 접촉했던 C 업체는 가격이 좀 달랐다. 위조된 신분증을 만드는 데 12만원을 받고 있었다. 이외에도 임시 신분증 7만원, 주민등록증 20만원, 운전면허증 20만원, 특수면허증 20만원, 공무원증 30만원 등 다양한 위조 신분증을 제작하고 있다. 각종 위조 서류 작성 상담까지도 가능했다.

불법인데 사기는 안 친다?
싼값으로 호객 경쟁 치열

위조 업자의 게시글에는 주로 구매자에게 후기를 요청해 답변받은 내용을 캡쳐 후 판매 작성 게시글에 함께 올려놨다. 구매자와의 대화 내역에는 “사장님이 친절하고 사기 아님” “미자 여러분 이곳입니다” “생각보다 빠르게 됐습니다” “감사합니다”라는 내용이 담겨있다.

해당 게시글을 접한 몇몇 누리꾼은 “어디로 연락해야 하나요” “쪽지 확인 부탁드립니다” “팔로우 받아주세요” 등의 구매 의사를 보였다. 

또 위조 모바일 신분증 앱을 구동하는 영상도 같이 게시해 놨는데 정부24 앱에서 보이는 모습과 유사하게 만들어져 맨눈으로는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였다. 심지어 각 해당 계정에서는 서로 가격 경쟁을 하듯 ‘최저가’라는 문구를 명시하고 있었다. 

위조 모바일 신분증은 행정안전부가 제공하는 모바일 신분증 검증 앱이나 가게의 바코드 스캐너로 QR코드를 직접 찍어보면 곧바로 진위 여부를 판별할 수 있다. 

하지만 실제 현장서 QR코드를 스캔하거나 확인하는 데는 여건상으로나 시간적으로도 여력이 없는 게 현실이다.

신촌의 한 호프집 직원 D씨는 “모바일 신분증을 보여주시는 분들이 좀 있다”며 “QR코드 스캔을 하기는 하는데 사람이 몰리면 일일이 (스캔)하기는 좀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저희는 신분증 검사할 때 눈앞에서 정부24 앱 켜는 과정부터 확인하거나 신분 확인이 어려우신 분이 있으면 주민등록증으로 대신 확인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인근서 술집을 운영하는 사장 E씨는 “주로 연령층이 낮은 분들이 모바일 신분증을 보여주고 있다”며 “위조된 모바일 신분증을 봤을 때 스캔하기 전까지는 육안으로 파악하기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맨눈으로 파악하기 어려워
“CCTV 설치만이 방어 수단”

이렇듯 많은 사람이 몰려 신원 확인을 일일이 파악하기 어려운 가게에 미성년자나 신분을 속인 성인이 출입했을 경우 범죄 대응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실제로 신분증 위조를 의뢰·제작·사용했다가 적발되는 경우는 최근 3년 사이 급증했다. 경찰청에 따르면, 만 19세 미만의 문서·인장 범죄 피의자 수는 지난 2021년 656명서 2022년 875명으로 증가했으며 지난해는 1229명으로 급증했다. 2년 만에 두 배 가까운 미성년자들이 적발된 셈이다.

만약 다른 사람의 개인정보나 실물 사진을 도용해서 위조 신분증을 만드는 경우 이는 또 다른 문제를 야기시킬 수도 있다.

세종경찰서 사이버수사대의 한 관계자는 “위조 업자들은 보통 텔레그램으로 대화한다”며 “텔레그램은 그 사람의 신원조차 확인이 되지 않을 정도로 고도의 보안성 때문에 잡기가 어렵다”고 토로했다.

국가서 발급하는 신분증은 개인의 신분을 보장하는 증명서로 위조해 사용할 경우 공문서위조죄나 공문서도용죄가 적용될 수 있다. 공전자기록을 위작 또는 변작한 사람은 10년 이하의 징역형을 받을 수 있다.

청소년 보호법 개정안 이전에 일부 미성년자들은 자신들의 신분을 속이고 주류나 담배를 구매해 처벌을 빌미로 업주를 협박하기도 했다.

그러나 지난 3월29일부터 청소년 보호법 개정안이 시행됨에 따라 현재 편의점이나 음식점 등을 운영하는 업주가 미성년자에게 주류나 담배를 판매했더라도 CCTV 등으로 신분증을 확인한 사실만 증명되면 행정처분은 면제된다. 

구제 속 규제

가짜 신분증에 속은 가게 주인이 과도한 책임을 져야 하거나 영업정지를 당하는 상황이 부당하다는 지적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다만 행정처분 면제 사유가 확대됨에 따라 신분증 단속 부담을 덜어준 만큼 행정·수사기관 측이 위조 신분증 범죄를 더욱 강력히 규제해야 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yuncastle@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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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맹 청구서 받은 한국 제3의 선택

동맹 청구서 받은 한국 제3의 선택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호르무즈 해협 파병을 요구했다. 결국 한국은 선택의 기로에 섰다. 원유 수입의 61%는 호르무즈와 연결돼있다. 하지만 미국의 대이란 전쟁에 사실상 편입되면 헌법·여론·대이란 관계까지 부담으로 돌아올 수 있다. 2020년 청해부대 독자 파병 모델이 다시 주목받는 가운데, 과연 한국은 한미동맹의 ‘청구서’와 국익 사이에서 제3의 길을 찾을 수 있을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16일(현지시각) 피트 헤그세스 국방부 장관에게 한미 연합 군사 훈련 규모의 대폭 축소를 지시했다. 그 근거는 “나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매우 좋은 관계를 맺고 있다”는 것이었다. 해협은 열고 전쟁 선 긋기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자신의 트루스소셜 계정을 통해 이같이 주장하면서 “오래전부터 미국이 한국과의 연합 군사 훈련에 참여하기로 동의해 온 사실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그 이유는 “한미 연합 훈련은 비용이 많이 들고, 그 비용의 상당 부분을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미국이 부담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북한을 일컬어 “내가 취임한 이래로 미국에 위협적이지 않고, 미국을 존중해 온 국가”라고 하며 “전적으로 부적절하고 적대적인 신호를 보내는 것”이라고 언급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칭한 한미 연합 훈련은 지난달 17일부터 27일까지 진행된 한미 연합 훈련 ‘을지 자유의 방패’였다. 트럼프 대통령이 ‘대폭 축소’를 지시한 이유는 “취소하기엔 너무 늦었다”는 것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훈련 대폭 축소의 근거로 자신과 김 위원장과의 관계를 들었지만, 국내에서는 다른 신호로 받아들였다. 국내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압박을 “호르무즈 파병을 위한 압박” 신호로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3월14일 자신의 트루스소셜 계정을 통해 중국·프랑스·일본·한국·영국 등 5개국을 지명하면서 “미국이 홀로 해상을 보호하는 시대는 끝났다”고 주장했다. 이어 5개국에 “즉각 군함을 파견해서 호르무즈 해협 통행로 확보에 나서라”고 요구했다. 요구의 명분은 “이란이 해협을 봉쇄하면 이들 국가의 원유 공급에도 영향이 간다”는 것이었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Hopefully’라는 표현을 활용했다. 명령보다는 조금 약한 표현이었지만, 전 세계는 ‘명령 아닌 명령’ 혹은 ‘요구 아닌 요구’로 해석했다. 5개국이 거론된 기준은 경제적 이익이었다. 이 때문에 동맹국이 아닌 중국도 파병 요구 대상으로 거론된 것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이 석유의 90%를 호르무즈 해협에서 조달하고 있다”는 명분을 제시했다. 물론 실제로는 경유분 40% 미만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해 오가고 있었다. 프랑스·영국은 미국과 나토 동맹을 맺고 있다. 한국·일본은 각각 미국과 상호방위조약을 맺고 있다. 그런데 중국은 미국의 전략적 경쟁국이다. 중국에 대한 파병 요구가 없었다면 트럼프 대통령이 동맹국에 끊임없이 반복해 온 전형적인 부담 분담이 될 뻔했다. 중국이 파병 요구 대상에 포함된 순간 우리에 대한 파병 요구도 더욱 진지해진 것이다. 지난해 기준 우리 원유 수입의 약 61%와 나프타 수입의 약 54%가 호르무즈 해협과 연결돼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를 마냥 무시할 수 없는 형편인 것이다. 중국도 참전? 트럼프식 부담 분담 새 기준 헌법 제5조 앞 고민 “무엇을 할 것인가?” 하지만 호르무즈 항행 보호와 미국의 대이란 전쟁 상황은 현실적으로 구분하기 어렵다. 이 때문에 대부분의 국가는 군함 파견을 거부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최초의 압박을 가했던 지난 3월 독일·스페인·이탈리아는 “즉각적인 함정 파견 계획이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특히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는 “미국과 이스라엘이 전쟁을 시작하기 전에 독일과 협의하지 않았고, 독일군 파견에 필요한 유엔·유럽연합·나토 차원의 근거도 없다”고 반발했다. 프랑스도 미국의 대이란 작전과 거리를 두면서 미국 주도가 아닌 별도의 호르무즈 통행 확보 구상을 추진했다. 전투 상황이 안정된 후 이란과의 긴장 완화까지 병행하면서 유조선을 호송한다는 취지의 구상이었다. 영국·프랑스는 “방어적이고 독립적인 다국적 임무”라는 명분으로 다국적 방어 임무에 한정해 작전에 참여했다. 영국은 지난 5월 ▲자율 기뢰 탐색 장비 ▲타이푼 전투기 ▲구축함 HMS 드래곤 ▲대드론 장비 등을 보냈다. 하지만 “미국과 함께 이란과 싸운다”는 인상을 지우는 방식의 파병이었다. 애초 트럼프 대통령이 원했던 것은 미국 중심의 연합군이었다. 한국·일본·독일·호주 등은 영국·프랑스의 다국적 임무 공동성명을 지지했다. 그런데 이제는 상황이 바뀌었다. 우리나라에도 한미 연합 훈련 대폭 축소라는 현실적인 체감이 닥쳐왔다. 이 때문에 우리나라도 해상 초계기·군수 지원함·기뢰 제거 전력 등 구체적인 군사 옵션을 공개적으로 검토하기 시작했다. 이는 “미국이 한국 안보를 위해 비용을 부담하고 있는데, 한국은 미국이 필요로 할 때 왜 중동에서 역할을 하지 않느냐”는 트럼프식 계산에 대한 한국 정부의 응수였다. 한국의 호르무즈 파병에는 여러 쟁점이 있다. 그런데 그중 특히 두드러지는 것은 헌법적 쟁점이다. 우리 헌법 제5조 제1항은 “대한민국은 국제평화의 유지에 노력하고 침략적 전쟁을 부인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미국·이란 전쟁의 성격에 대한 논란이 불거질 수밖에 없다. 진보 진영 일각에서는 이미 미국·이란 전쟁을 침략 전쟁으로 규정하고 있다. 범여권에서도 반대 목소리가 공개적으로 나오고 있다. 지난 3월에는 더불어민주당 이기헌 의원이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파병 요구는 동맹국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도 없는 요구”라며 “국회는 국익과 헌법 가치를 지키기 위해 무리한 파병 요청에 동의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당시엔 독자 지금은 실전 조국혁신당 김준형 의원도 “호르무즈에 단 한 척의 군함도 보내서는 안 된다”며 “한·미 상호방위조약에도 위반된다”고 주장했다. 그 근거는 “어떠한 국제적 분쟁이나 국제적 평화와 안전과 정의를 위태롭게 하지 않는 방법으로 평화적 수단에 의해 해결한다”는 취지로 규정된 한·미 상호방위조약 제1조였다. 이 의원은 지난 7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다시 파병 반대 주장을 펼쳤다. 그는 “국제 평화 유지에 노력하고 침략 전쟁을 부인한다는 헌법적 가치가 중요한 판단 근거였다”며 “전쟁에 직접 개입하는 것은 이후 에너지의 안정적 공급에도, 국익에도 부합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유엔 헌장 제2조 제4항은 유엔 회원국 간 영토 보전·정치적 독립에 대한 무력 위협·무력 행사를 금지하고 있다. 이에 대한 예외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승인을 받은 공격과 무력 공격에 대응하는 개별적·집단적 자위권이다. 따라서 파병의 성격을 명확하게 규정하지 않으면 위헌 논란이 불거질 수도 있다. 결국 파병을 결정하더라도 파병 동의안의 문구와 파병 시 수행할 작전의 내용에 따라 성격이 달라질 수밖에 없다. 파병 이전에 파병의 성격부터 명확하게 규정해야 한다. 특히 미국은 선전포고 없이 전쟁을 시작했다. 선전포고는 법적 판단의 충분조건은 아니다. 하지만 정치적·역사적 문제 제기는 충분히 가능하다. 정식 전쟁 선언과 명확한 전쟁 목표 없이 군사행동부터 선행됐다는 불안정성을 충분히 환기할 수 있는 것이다. 우리 입장에서는 이 전쟁의 성격을 명확하게 규정하기 어렵기 때문에 헌법적 논란이 불거질 수도 있다. 아울러 우리 군의 임무가 무엇으로 규정되느냐에 따라 헌법적 논란이 불거질 수도 있다. 가령 한국군이 ▲상선 호위 ▲기뢰 제거 ▲수색 구조 ▲해상 초계 ▲군수 지원 등에 한정된 임무만 수행한다면 이는 국제 항행 보호 및 자국민·자국 선박 보호 목적의 방어적 해외 파병이라고 설명할 수 있다. 하지만 ▲이란 함정 선제 타격 ▲이란 본토 공격 지원 ▲미군의 공격 작전에 정보·표적·화력 측면에서 직접 결합 ▲미국의 작전지휘체계에 편입 등의 상황이 파병의 성격으로 확정된다면 이는 전쟁의 일부로 평가될 수도 있다. 이미 이란은 지난 7일(현지시각) 에스마일 바가이 외교부 대변인 명의로 X에 한국어 성명을 발표했다. 이란은 이 성명을 통해 “현재 이란 국민은 미국의 침략적 행위에 맞서 자위하고 있으며, 여성·어린이를 상대로 한 미국의 전쟁범죄에 단호히 대응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다른 국가가 페르시아만과 호르무즈 해협에서 군사적으로 주둔하거나 작전에 참여하는 것은 침략 행위의 당사자를 직접적으로 지지하는 것으로 간주될 수밖에 없고,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우리에 대해서는 “이란과 대한민국의 관계는 64년 넘는 역사를 지니고 있으며, 양국 관계는 줄곧 상호 존중을 바탕으로 발전해 왔다. 이란은 대한민국과의 우호 관계를 매우 중요하게 여긴다”고 경고했다. 청해부대 딜레마 여론 문제도 간단하지 않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는 지난 3월 <에너지경제신문>의 의뢰로 전국 18세 이상 유권자 1002명을 상대로 무선(100%) RDD 자동응답조사(ARS) 방식으로 진행한 미국의 해군 파병 요청 관련 긴급 현안 여론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응답자의 60.9%는 파병에 반대했고, 37.2%는 “매우 반대”였다. 찬성 의견은 34.4%였고 “매우 찬성”을 선택한 사람의 비율은 17.9%였다. 당시에는 파병 반대 목소리가 더 컸다는 간접 근거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압박을 가한 현시점에서는 의견이 첨예하게 엇갈리는 것으로 확인됐다. 개혁신당 개혁연구원이 지난 6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17명을 대상으로 무선 RDD 방식의 ARS 자동응답 방식을 적용해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여론은 첨예하게 엇갈리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 중 34.9%는 군 병력 파병을 지지했지만, “방어용 무기만 지원하자”는 의견도 31.8%였다. “군사 지원에 참여하지 말아야 한다”고 응답한 사람의 비율도 27.6%였다. 이렇듯 여론도 첨예하게 엇갈리고 있어 위헌·여론 비판을 피할 절충점을 찾아야 한다. 하지만 개혁연구원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 3월 미국의 요청 이후 현재까지 호르무즈 해협 파병 여부를 최종 결정하지 않았다. 이 같은 정부의 대응을 어떻게 평가하느냐는 질문을 받은 전체 응답자 중 50.9%는 “잘못하고 있다”는 응답을 선택했다. “잘하고 있다”는 응답을 선택한 비율은 42.2%였고, “잘 모르겠다”는 응답을 선택한 비율은 6.9%였다. 지난 3월부터 파병 결정 시 실제 파병할 수 있는 유력한 부대로는 청해부대가 거론된 바 있다. 정부는 문재인 전 대통령 재임 당시인 2020년 국회 동의 없이 청해부대의 작전 범위를 확대해 호르무즈 해협에 파병한 적이 있다. 미국과 이란은 당시에도 충돌했다. 당시 정부는 ‘국군부대의 소말리아 아덴만 해역 파견 연장 동의안’의 단서 조항을 근거로 국회의 별도 동의를 받지 않았다. 동의안에는 “유사시 우리 국민 보호 활동 시에는 지시되는 해역을 포함한다”는 문구가 포함돼있었다. 이를 토대로 문재인정부는 청해부대의 활동 영역을 한시적으로 확대했다. 병력? 무기? 불참? 세 갈래 갈린 민심 다만 당시 청해부대 파병은 미국의 연합군 참여 요청과 무관하게 독자 파병 형식을 취했다. 이 옵션이 다시 부활할 수도 있다. 하지만 현 상황은 2020년과 다르다. 미국이 다시 ‘미국이 요청한 다국적 호르무즈 군사작전 참여’를 요구하며 강하게 압박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당시에는 그해 5월에 이르기까지 청해부대가 실제로 호르무즈 해협에 투입된 적이 없었다. 아울러 당시와 달리 현재 임무·지휘 체계·교전규칙이 질적으로 달라진다면 기존 파병 동의안을 확대 해석해 처리하는 것보다는 새로운 국회 동의를 받는 게 헌법 제60조의 취지에 부합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을 수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현재 ‘나폴레옹 놀이’를 시도하고 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프랑스의 나폴레옹 1세는 1806년 베를린 칙령을 통해 영국을 대상으로 한 대륙봉쇄령을 발동했다. 이는 유럽 전체와 영국 간 무역·교류를 모두 차단해 영국 경제를 질식시키려는 전략이었다. 그러던 중 러시아가 경제적 피해 때문에 대륙봉쇄령에서 이탈했고, 나폴레옹은 1812년 러시아 원정을 시도했다가 실패해 몰락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도 나폴레옹 1세의 대륙봉쇄령과 비슷한 측면이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동맹국은 물론 전략적 적대국인 중국에까지 해협 확보를 공개적으로 요구한 상황이다. 이란에 대한 해상 봉쇄와 강한 경제 압박도 병행하고 있다. 여기에는 ▲적국의 경제적 생명선 조이기 전략 ▲봉쇄의 성공이 제3국의 협조에 달려 있다는 점 ▲패권국의 강력한 협조 요구 ▲경제·안보 조치가 동맹국 통제 문제로 확대된다는 점 등의 공통점이 있다. 실제로 이란은 미국의 봉쇄 조치 이후 원유 수출이 크게 감소해 경제적 압박에 시달리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군사적 부담 분산과 이란 고립이라는 정치적 효과를 극대화하려고 한다. 대륙봉쇄령은 비현실성에서 비롯된 유럽 각국의 비협조·밀무역을 시작으로 러시아의 이탈을 거쳐 러시아 원정의 대실패로 연결됐고, 결국 나폴레옹 1세의 몰락으로 이어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동맹 균열과 국내 이익의 경계선을 교묘하게 오가면서 21세기판 대륙봉쇄령을 시도하려고 한다. 이란의 경고 우리의 응수 패권국이 자신의 전략적 목적을 위해 참여국이 감수할 수 있는 국익의 한계를 넘어서는 순간, 강제로 만든 연합은 내부로부터 붕괴되기 시작한다. 이 같은 흐름이 보이는 현 상황에서 지지율 하락세에 시달리고 있는 이재명정부는 과연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23년 전 이라크 파병 문제에 시달리다가 지지율 하락과 진보 진영의 비토에 직면했던 노무현 전 대통령의 고뇌가 이 대통령의 눈가에 아른거리고 있진 않을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