짜릿함이 가득한 액티비티 ④평창 어름치마을

정선과 영월 등 강원특별자치도의 남부를 흐르다가 남한강으로 합류하는 ‘동강’은 깨끗한 자연환경의 대명사로 알려져 있다. 교통이 불편한 탓인지, 비교적 오지 상태로 남아 있어 생태환경이 잘 보존된 것이 특징이자 장점이다. 2002년 환경부서 이 일대를 생태경관 보전지역으로 지정해 관리할 정도로 깨끗한 자연을 자랑한다.

험준한 태백산맥의 중추를 굽이치며 흐르는 동강의 매력은 거기서 그치지 않는다. 감입곡류(산이나 구릉지서 구불구불한 골짜기 안을 따라 흐르는 하천)와 기암괴석, 깎아지를 듯한 절벽 등이 이어진다. 어디 그뿐일까? 강원 지역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석회암 지대에 해당해 동굴이 많기도 하다. 동강 유역이 매력적인 여행지로 손꼽히는 이유가 바로 거기에 있다. 

동강의 매력

동강이 품은 아름다운 자연을 온몸으로 느끼기 위해 어름치마을로 향하자. 평창군의 남쪽 끄트머리, 미탄면 마하리에 자리한 이 마을은 다양한 야외 활동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대표적인 것이 동강 래프팅이다. 1994년에 동강 래프팅 코스를 개발한 동강레포츠가 이곳에서 액티비티 프로그램을 꾸려나가고 있다. 어름치마을은 래프팅의 성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마을 앞을 지나는 동강은 비교적 수심이 얕은 편인 데다가, 물줄기가 불규칙한 속도로 흐르는 등 래프팅을 다채롭게 즐길 수 있는 지형을 뽐낸다. 

현재 어름치마을은 3개 코스서 래프팅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가장 오랜 시간 사랑받아 온 어라연코스는 어름치마을서 출발해 영월군 섭세강변까지 약 13㎞ 길이를 내달리는 장거리 코스다. 절매코스는 비교적 최근에 생겨난 코스다.


절매나루터와 진탄나루터를 연결하는 생태 탐방도로가 개설돼 운영이 가능해졌다. 5㎞ 길이에 불과하지만, 동강의 여러 생태환경을 몸소 체험해 볼 수 있어서 매력적이다. 동강 특유의 기암절벽과 감입곡류 등 때묻지 않은 자연 풍경을 오롯이 누리고 싶다면 황새여울코스가 제격이다. 

래프팅만 하기에는 동강과 어름치마을의 매력이 넘친다. 동강의 비경을 찾아 동굴 탐사를 떠나보는 것은 어떨까?

천연기념물인 백룡동굴 탐험 등 
래프팅 외 다양한 야외활동 체험

어름치마을 인근에 자리한 백룡동굴은 1976년에 마을 주민이 발견하고, 1979년에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신상’ 동굴이다. 전체 길이 1.6㎞에 달하는 이곳은 쉽게 드나들 수 없다. 일일 최대 240명에게만 개방하는 생태체험학습장으로 운영하기 때문이다.

탐방객을 위한 철제 덱, 상시 조명 등을 최대한 설치하지 않은 채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지키고 있다. 

백룡동굴을 탐험하고 싶다면 방문 전에 예약하는 것이 좋다. 하루 총 12회차에 걸쳐 생태체험학습을 진행하는데, 1회당 최대 20인의 탐방객만 동시에 입장할 수 있다. 자유 관람은 금지돼있으며, 동굴 가이드의 안내에 따라 둘러보는 방식으로 탐방이 이뤄진다.

준비물은 없다. 백룡동굴 방문객센터서 탐방 장비를 무료로 대여해준다. 전신을 덮는 점프슈트와 장화, 머리 보호를 위한 헬멧과 헤드랜턴, 장갑 등이다. 어둡고 미끄러운 동굴 내부를 안전하게 돌아볼 수 있도록 한 안전 조치이자, 생태계를 보호하려는 방법이다.


모든 인원이 준비를 마칠 때까지 방문객센터 내에 마련된 전시관서 시간을 보낼 수도 있다. 

준비를 마친 뒤에는 본격적으로 백룡동굴 탐험이 시작된다. 우선, 백룡동굴 입구까지는 모터보트 ‘백룡호’를 이용해 5분 정도 이동한다. 동강의 물줄기를 가르고 나아가는 순간부터 탐험가가 된 느낌을 받을 수 있다. 동굴 가이드가 굳게 잠긴 철문을 열면 한 명씩 천천히 내부로 들어서게 된다. 내부는 습도가 높아 바닥이 미끄럽다. 자신의 차례에 따라 천천히 입장하자. 

동굴 내부는 암흑 그 자체다. 입구로부터 새어 들어오는 빛 말고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탐방객 헬멧에 헤드랜턴을 달아뒀지만, 진행요원이 지시할 때만 사용할 수 있다. 모든 탐방객은 오로지 동굴 가이드가 들고 있는 손전등 불빛에 의존해 탐험에 나서야 한다.

불빛과 레이저가 가리키는 방향에 따라 시선을 옮겨보자. 탐방 내내 긴장을 늦추지 말 것. 고개를 숙이고 들어가야 하는 통로도, 기어서 이동해야 하는 구간도 존재한다. 말 그대로 ‘탐험 정신’이 필요한 순간이다. 

백룡동굴은 전형적인 석회암 동굴이다. 석회암 동굴의 특징인 종유석과 석순, 석주, 동굴산호 등등 다양한 종류와 형태의 동굴생성물이 여기저기서 눈에 띈다. 한때 사람이 살았던 흔적도 남아 있다. 동굴 규모에 비하자면 광장이라고 해도 좋을 장소가 바로 그곳이다.

발걸음을 내디딜 때마다 흥미로운 풍경이 이어진다. 탐험 막바지에는 백룡동굴서 발견한 여러 생성물을 바닥에 펼쳐두고 그 형태를 자세히 관찰하는 시간도 갖는다. 

백룡동굴과 동강 래프팅을 함께 묶어서 체험하는 방법이 있다. 어름치마을서 절매코스와 백룡동굴 탐사를 묶은 패키지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이곳에서 진행하는 모든 체험 프로그램은 어름치마을 또는 동강레포츠 홈페이지를 통해 예약해야 한다는 점을 참고할 것. 

동강 탐험만으로 아쉽다면, 스키장으로 향하자. 한겨울 액티비티를 책임졌던 스키장이 색다른 시설로 탈바꿈하고 있다. 경사로를 활용할 수 있는 루지가 대표적이다.

루지는 무동력 썰매를 이용해 경사로를 중력의 힘으로 내려가며 스릴을 즐기는 놀이시설이다. 봄부터 가을까지 휘닉스평창이 루지를 운영한다. 초급자용 슬로프인 펭귄 코스에 1.4㎞ 길이의 트랙을 조성했다. 루지를 타고 스키장 슬로프를 질주하며 남다른 속도감을 느껴보자. 

사방을 뒤덮은 미디어아트 속에서 특별한 시간을 마주하고 싶은 이들에게 뮤지엄 딥다이브 평창을 추천한다. 모나용평 내에 자리한 이 전시관은 2023년 7월, 모나용평이 새롭게 선보인 미디어아트 전시관이다. ‘대자연의 신비한 세계로의 여행’을 대주제로 한 10개의 미디어아트 작품을 차례로 선보인다. 다채로운 형태의 몰입형 미디어아트 작품을 차례로 감상하며 가상 세계를 탐험할 수 있다.

월정사 전나무숲길

잠시 숨을 고르고 싶다면 월정사 전나무숲길을 거닐어 보자. 월정사 일주문과 금강교 사이를 잇는 1.9㎞ 길이의 순환형 무장애 탐방로가 조성돼있다. 그중 약 절반에 해당하는 900m 길이의 탐방로에는 1700여그루의 전나무가 울창하게 자라고 있다. 고개를 바짝 치켜들어야 할 정도로 높이 솟은 전나무가 사방을 가득 메운 탐방로에는 신비로운 분위기가 감돈다.

 


<여행 정보>
당일 여행코스

-A 코스 월정사 전나무숲길→휘닉스평창 루지랜드→백룡동굴→어름치마을 동강래프팅
-B 코스 휘닉스평창 루지랜드→뮤지엄 딥다이브→백룡동굴→어름치마을 동강래프팅

1박2일 여행 코스
-첫째 날 월정사 전나무숲길→휘닉스평창 루지랜드→태기산
-둘째 날 뮤지엄 딥다이브→어름치마을 동강 래프팅→백룡동굴

관련 웹 사이트 주소
-평창문화관광 https://tour.pc.go.kr
-어름치마을 http://www.mahari.kr
-동강레포츠 http://www.raft.co.kr
-백룡동굴 https: //pc.go.kr/cave
-뮤지엄 딥다이브 https://www.museumdeepdive.co.kr
-휘닉스평창 루지랜드 https://lugeland.kr

문의 전화
-평창군 종합관광안내소 033)330-2771
-어름치마을 033)332-1260
-동강레포츠 033)333-6600
-백룡동굴 033)334-7200
-뮤지엄 딥다이브 033)333-1122
-휘닉스평창 루지랜드 033)330-6232

대중교통
버스 서울-영월, 서울고속버스터미널서 하루 4회(11:05, 13:30, 19:00, 20:30) 운행, 약 2시간30분 소요, 영월시외버스터미널서 78번 버스(기화리 행) 이용, 마하 종점 하차

*문의: 서울고속버스터미널 1688-4700 고속버스통합예매 www.kobus.co.kr, 영월군 대중교통정보 080)850-9486, www.yeongwol-pti.com


자가운전
영동고속도로 평창 IC→장평, 평창 방면으로 우측 고속도로 진출→평창톨게이트서 새이들교차로까지 149m 이동→새이들교차로서 ‘평창, 장평’ 방면으로 좌측 방향, 366m 이동→새이들교차로서 우회전, 209m 이동→‘평창, 방림’ 방면으로 우회전, 4.1㎞ 이동→재신교차로서 ‘평창, 방림’ 방면으로 회전교차로 12시 방향, 3㎞ 이동→대화회전교차로서 ‘평창, 방림, 대화면사무소’ 방면으로 회전교차로 12시 방향, 129m 이동→대화회전교차로서 ‘평창, 방림’ 방면으로 회전교차로서 직진, 1.8㎞ 이동→방림교차로서 ‘영월, 평창’ 방면으로 좌회전, 8.8㎞ 이동→하리교차로서 ‘정선, 미탄’ 방면으로 좌회전, 780m 이동→천변회전교차로서 ‘정선, 미탄’ 방면으로 회전교차로서 2시 방향, 929m 이동→‘정선 미탄’ 방면으로 우회전, 11㎞ 이동→미탄교차로서 ‘백룡동굴, 미탄’ 방면으로 좌회전, 37m 이동→‘백룡동굴, 백운리’ 방면으로 우회전, 2.1㎞ 이동→백운삼거리서 ‘평창동강로’ 방면으로 우회전, 6.4㎞ 이동→‘마하길’ 방면으로 우회전, 333m 이동→우회전→어름치마을

숙박 정보
-아스테리아펜션: 미탄면 마하길, 010-5363-4321, http://www.asteriaps.com
-욜로하우스: 미탄면 마하길, 010-5106-6689, http://www.myolo.co.kr
-어름치마을 캠핑장: 미탄면 마하길, 033)662-1260, http://www.mahari.kr

식당 정보
-동강식당(곤드레밥): 미탄면 마하길, 033)333-5560
-미탄송어횟집(송어회): 미탄면 서동로, 033)332-8780
-아라리보리밥(보리밥): 미탄면 미탄시장길, 033)332-8080

주변 볼거리
청옥산 육백마지기, 평창돌문화체험관, 어라연계곡

<webmaster@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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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여발 사법 전쟁 ‘끝까지 간다’

거여발 사법 전쟁 ‘끝까지 간다’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회 문턱을 넘은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이 사법부를 강타했다. 검찰은 1999년 특별검사제 도입 이후 권한을 조금씩 잃다가 올해 해체가 결정됐다. 검찰이 26년 전 느끼다가 현실이 된 불안을 이젠 사법부가 느낄 차례일지도 모른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등 범여권이 지난 24일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을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시켰다. 대법원은 지난 18일 “내란 사건만 맡는 전담재판부를 만들어 운영한다”는 취지의 예규 제정 방침을 밝혔다. 특별재판부 영장전담 법관 하지만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같은 날 논평을 통해 ‘24일 처리 방침’을 밝혔다. 이날 법안 처리는 이미 예고된 결과였다. 박 대변인은 지난 21일 오전 기자 간담회에서도 “민주당은 국회 본회의에서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을 예정대로 처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당이 원래 처리하려던 법안은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법’이었다. 이 법안이 통과됐다면, 12·3 비상계엄 관련 재판을 맡을 특별재판부가 설치되고, 영장 심사를 맡을 특별영장 전담 법관이 따로 배정됐을 것이다. 이들은 국회·판사회의·대한변호사협회가 3명씩 추천한 위원으로 구성되는 9인 규모의 추천위원회의 2배수 추천과 대법원장의 임명을 거칠 예정이었다. 아울러 상고심에선 윤석열 전 대통령이 임명했던 대법관은 모두 제척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에 대해선 각계에서 위헌 논란을 제기했다. 그러자 민주당은 지난 16일 내용을 대폭 수정했다. 명칭도 특별재판부에서 전담재판부로 바뀌었다. 전담재판부 후보추천위원회는 법무부 장관·헌법재판소 사무처장 등 외부 인사를 제외한 후 법관으로만 구성될 예정이다. 추천위원회에 들어갈 법관 중엔 각급 판사회의·전국법관대표자회의가 포함된다. 전담재판부에 소속될 법관은 추천위원회·대법관회의를 거쳐 대법원장이 임명한다. 윤석열 전 대통령 등 12·3 비상계엄 주요 연루자들은 이미 형사재판 제1심을 받고 있다. 전담재판부는 항소심부터 맡을 예정이다. 대법원은 민주당의 공세에 맞서 반격에 나섰다. 대법원은 지난 18일 대법관 행정회의를 열어 ‘국가적 중요 사건에 대한 전담재판부 설치 및 심리 절차에 관한 예규’를 제정하기로 했다. 여기엔 “형법상 내란·외환죄와 군형법상 반란죄 사건을 전담해 집중 심리하는 전담재판부를 설치할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된다. 대법원이 규정하는 전담재판부는 무작위 배당을 거쳐 사건을 배당받을 재판부가 지정되는 방식이다. 전담재판부로 지정된 재판부가 원래 맡던 재판은 다른 재판부로 재배당된다. 예규엔 “해당 재판부는 이후 내란·외환과 관련 없는 새로운 사건은 맡지 않는다”는 규정이 포함됐다. 하지만 민주당의 반응은 시큰둥했다. 박 대변인은 “사법부가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을 왜 이렇게 늦게 했느냐”며 “왜 그동안 국민을 불안과 혼란에 빠뜨렸느냐”고 비판했다. 이어 “국회의 입법권을 대법원의 예규 제정에 맞춰야 한다는 의견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내란 전담재판부 신설이 갖는 ‘진짜 함의’ 대법원 예규 제정…반격 혹은 타협안 제시 민주당 정청래 대표도 같은 날 최고위원회의 중 “대법원이 헐레벌떡 자체 안이라고 내놨다”며 “더 일찍 해야 하지 않았느냐. ‘조희대 사법부’답다는 생각이 든다”고 비판했다. 국내 헌정사에서 특별재판부는 단 2회만 설치됐다. 제헌헌법 부칙엔 “이 헌법을 제정한 국회는 단기 4278년 8월15일 이전의 악질적인 반민족 행위를 처벌하는 특별법을 제정할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돼있었다. 이후 국회는 반민족행위처벌법 등을 제정하고, 반민족행위특별조사위원회(이하 반민특위)를 설치했다. 반민특위엔 특별검찰부와 특별재판부가 설치됐다. 특별검찰부는 검찰총장 등 9명으로 구성됐고, 특별재판부는 ▲국회의원 5명 ▲법조인 6명 ▲사회 저명 인사 5명 등 총 16명으로 구성됐다. 이들은 국회가 선출했다. 두 번째 특별재판부는 1960년 4·19 혁명 이후 개정된 제4차 개정 헌법을 근거로 설치됐다. 당시 개정 헌법엔 “3·15 부정선거 및 4·19 혁명 관련자들과 관련된 형사사건을 처리하기 위해 특별재판소와 특별검찰부를 둘 수 있다”는 취지의 부칙이 포함돼있었다. 이후 설치된 특별재판부는 부정선거관련자처벌법 제정을 거쳐 설치됐다. 민주당조차 ‘특별재판부’를 ‘전담재판부’로 수위를 낮춰 처리했다는 이유로 내란 특별재판부에 대해 불거진 위헌 시비를 거론한다. 법원은 ‘무작위 전산 재판 배당’ 원칙을 유지하고 있다. 따라서 “특정 재판부에 특정 재판을 배당한다”는 취지의 특별재판부에 대해선 기본적으로 위헌 시비가 불거질 가능성이 높다. 아직 헌법재판소가 관련 합헌·위헌 여부를 가린 적도 없다. 하지만 헌법 제27조는 “모든 국민은 헌법·법률이 정한 법관에 의해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고, 제103조는 “법관은 헌법·법률에 의해 양심에 따라 독립해 재판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재판 배당의 무작위성은 재판에 대한 외부의 부당한 압력·영향력으로부터 법관을 보호해 재판의 공정성을 유지하기 위해 세운 원칙이다. 이는 위헌 시비가 불거진 핵심 이유였다. 그래서 과거엔 특별재판부를 설치하기 전에 개헌 과정 중 헌법 부칙에 그 근거를 규정했다. 헌법 부칙은 헌법 본문과 똑같은 효력을 가진다. 그래서 위헌 시비가 불거질 일은 없었다. 피해 가는 위헌 시비 하지만 위헌 시비를 피하려고 제시한 ‘내란 전담재판부’에 대해서도 논란이 이어졌다. 역설적으로 “기존 재판부 배당과 큰 차이가 없다”는 취지의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사법부는 이미 무작위 배당의 예외를 운용하고 있다. ▲특허법원 ▲서울행정법원 ▲지역별 가정법원 등 특정 분야를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법원이 따로 설치돼있는 것도 무작위 배당의 예외다. 또 각급 법원은 이미 지식 재산·환경·의료 등 특정 전문 분야를 전담할 재판부를 분류한다. 법원장 재량에 따라, 재판장들과의 협의를 거쳐 특정 사건은 ‘적시 처리 필요 중요 사건’으로 분류해 특정 재판부에 배당해서 신속한 재판 진행을 추진한다. 기소된 사건이 이미 진행 중인 재판과 사실 관계·쟁점·피고인이 같으면, 이미 진행 중인 재판을 담당하는 재판에 배당한다. 물론 민주당이 거둘 수 있는 실익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정 대표는 민주당이 ‘특별’을 ‘전담’으로 바꿔가면서도 서둘러 개정안을 추진하는 이유를 분명히 짚었다. 그는 “조희대 대법원장의 사법부와 지귀연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의 재판부는 내란·외환 사건의 심리를 의도적으로 침대 축구하듯 질질 끌었다”며 “조 대법원장은 경고·조치를 해야 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보다 못한 입법부가 나서기 전에 사법부가 진작 내란 전담재판부를 설치했다면, 지난 1년 동안 허송세월하는 것을 보면서 국민이 분통 터지는 상황은 없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 대표의 주장 중 핵심 단어는 ‘조희대’와 ‘지귀연’이다. 민주당이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를 추진할 당시 민주당 전현희 최고위원은 지난 9월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지 부장판사를 지칭해 “재판의 공정성에 의구심을 갖도록 하는 인사들을 전보·징계한다면, 굳이 내란 특별재판부를 만들기 위한 입법 조치를 할 필요가 있겠느냐”고 주장했다. 정 대표는 지난 15일 최고위원회의 도중 “조희대 사법부는 특검 수사 훼방꾼이 됐다”며 “조 대법원장이 지휘하는 대법원이 지난해 12월3일 내란에 동조한 건 아닌지 강한 의구심을 갖는다”고 지적했다. 사법행정사무를 총괄하는 조 대법원장의 권한 일부를 사실상 박탈하고, 지 부장판사를 내란 관련 재판에서 손 떼게 할 수 있다면, 민주당은 상당한 실익을 거둘 수 있다. 특히 중요한 것은 재판부 배당에 전국법관대표자회의를 개입시키는 것이다. 힘 실어준 진짜 이유? 전국법관대표자회의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 재임 당시 사법행정권 남용 사태 이후인 지난 2018년 4월 “권한이 집중된 제왕적 대법원장을 견제하고, 법관의 독립성을 보장해야 한다”는 취지를 갖고 설치됐다. 보수 진영 일각에선 이를 일컬어 “지나치게 민주당에 친화적”이라고 비판한다. 전국법관대표자회의 설치 직후 첫 의장으로 선출됐던 최기상 당시 서울북부지법 부장판사는 현재 민주당 의원이다. 전국법관대표자회의는 지난 9월 민주당이 주장한 의제 ‘대법관 증원론’을 포함한 상고심 제도 개선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어 “사법부는 대법관 증원안을 경청하고 자성해야 한다”는 취지로 보고서를 작성·공개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전국법관대표자회의를 일컬어 “민주당에 힘을 설어주기 위해 토론회를 개최한 게 아니냐”는 비판 목소리도 제기됐다. 대법원의 이재명 대통령에 대판 파기환송 판결에 대해서도, 정 대표는 지난 9월 전국법관대표자회의에 “조 대법원장 사퇴 권고 등 사법부에 대한 국민적 신뢰 회복 방안을 논의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일각에선 “대법원의 예규 제정은 반격”이라고 해석한다. 그 근거로는 “내란 전담재판부를 줄곧 반대하다가 갑자기 예규 제정을 밝힌 의도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는 점을 들었다. 민주당은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 외에도 기존 사법 체계를 모두 바꿀 만한 사법개혁안을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시킬 준비를 하고 있다. 대법원의 예규 제정에 대해선 “민주당의 공세를 적절한 선에서 수용해 더 큰 공세에 대비하려는 의도”라고 보는 시선도 있다. 하지만 ‘특별재판부’가 ‘전담재판부’로 바뀌었다고 해서 다른 사법개혁안 통과 시도가 중단되는 것은 아니다. 법원으로선 기존 사법 체계를 모두 바꾸려는 민주당의 시도를 보면서 검찰이 해체되는 과정을 되새길 가능성이 아예 없는 건 아니다. 이미 민주당이 주도하는 사법개혁안 자체가 사실상 ‘기존 법원 해체’로 해석될 소지가 있다. 조금씩 권한 잃다 해체 결정 검 종착역은 헌재 최고법원 등극? 민주당 등 범여권이 검찰을 중대범죄수사청·공소청으로 분리해 완수했던 검찰 해체에 대해선 “헌법은 검찰 조직의 존재를 전제로 검찰총장의 존재를 규정했다”면서 위헌 논란을 제기하는 반대 측 의견이 있었다. 하지만 범여권은 이를 강행했다. 큰 틀에서 보면, 검찰은 ▲특별검사제도 도입 ▲검경 수사권 조정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설치 ▲중대범죄수사청·공소청 분리 등 과정을 거쳐 해체됐다. 최초의 특별검사(이하 특검)는 지난 1999년 김태정 전 검찰총장 부인에 대한 옷 로비 의혹과 한국조폐공사 노조 파업 유도 사건에 대해 진행됐던 최병모 특검이었다. 특검이 성립됐던 배경은 “검찰이 검찰총장의 부인이 연루된 사건을 제대로 수사할 수 있겠느냐”는 회의적인 시선이었다. 아울러 당시 국회 구도는 여소야대였다. 한나라당은 “사건을 축소·은폐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흐름을 타고 강하게 밀어붙여 특검법 제정을 주도했다. 이후 현재까지 개별 특검법은 총 16개가 통과됐고, 상설 특검은 6회 추진됐다. 검찰로서는 1999년 최병모 특검 설치가 수사권·기소권 독점이 무너지는 순간이었다. 현재까지 총 22회의 특검이 성립됐다는 것은 검찰에 대한 각계의 불신을 상징하는 중요 사실관계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이것이 끝은 아니었다. 검찰을 노리는 다음 단계는 검경 수사권 조정이었다. 최초의 검경 수사권 조정은 지난 2011년 진행됐다. 이명박 당시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사법경찰관이 검사의 수사 지휘에 이의를 제기하는 재지휘 건의 제도 신설 등의 내용이 담긴 안을 대통령령으로 제정해 의결했다. 지난 2016년엔 ▲진경준 게이트 ▲정운호 게이트 ▲김형준 전 부장검사의 스폰서 의혹 ▲최순실 게이트 등이 연이어 발생해 검찰의 신뢰도에 대한 강한 문제 제기가 이어졌다. 이는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 장기간 논의된 검경 수사권 논의로 연결된다. 공수처도 설치됐다. 민주당 집권 후 노무현 전 대통령 사망 사건을 강하게 기억하는 지지자들의 비원을 외면하긴 어려웠던 측면도 있었다. 그렇게 검찰은 서서히 권한을 빼앗겼다. 그러다가 지난 9월에 이르러 검찰은 내년부터 중대범죄수사청과 공소청으로 갈라질 운명에 처했다. 특히 중대범죄수사청은 행정안전부로 옮겨진다. 서서히 권한을 빼앗기다가 끝내 해체를 앞둔 운명을 맞게 된 것이다. 민주당 등 범여권은 ▲법원행정처 폐지 ▲법 왜곡죄 도입 ▲대법관 증원 ▲재판소원 도입 등 사법개혁안을 시도하고 있다. 범여권이 사법개혁안을 모두 통과시킨다면, 사법부로서는 “검찰에 이어 사법부도 한순간에 와해된다”고 인식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한순간에 와해된다 법원행정처가 없어지면 대법원장의 권한이 줄어든다. 법 왜곡죄가 도입되면, 판사의 재판도 법적 처벌 범위 안에 포함될 위험에 노출된다. 대법관이 늘어나 대법관의 권위·희소 가치가 줄어든 후 재판은 헌법소원 제기 범위 안에 포함된다. 최종 종착지는 헌법재판소가 대법원을 제친 후 최상위 사법기관으로 규정될 순간임을 배제하기 어렵다. 지난 24일은 사법부가 느낄 법한 공포가 처음 피부에 와닿은 날이었을 수도 있다. 새해엔 민주당과 사법부의 전쟁이 더욱 거칠게 진행될지도 모른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