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으로 튄 흉악범 6인 추적> <단독> ‘필리핀 도박왕’ 은닉 재산 추적

감쪽같이 사라진 400억 “본부인 뒤지면 나온다”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필리핀 도박왕’ 김모씨가 송환된 지 8개월이 지났다. 하지만 범죄수익 환수는 아직 진행되지 않았다. 수사기관은 차명계좌와 가상화폐를 가지고 있는 두 번째 부인에 집중했지만 <일요시사>는 범죄수익을 현물로 들고 있는 첫 번째 부인에 집중했다. 

온라인 도박장을 운영하며 1조3000억원의 매출을 올린 ‘필리핀 도박왕’ 김모씨가 검거됐지만 범죄수익은 아직 환수되지 않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사정기관에서는 수사 중이라고 하지만 김모씨의 부인인 양모씨는 꾸준하게 부를 축적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인터폴
적색수배

김씨의 도박사이트 운영은 2014년 10월부터 이뤄졌다. 서울경찰청 마약범죄수사대는 2019년 9월 국가정보원으로부터 김씨가 필리핀서 사무실을 마련하고 불법 온라인 도박사이트를 운영한다는 결정적인 첩보를 입수했다.

경찰은 관련 첩보 자료를 국정원과 함께 분석한 뒤 김씨를 포함해 22명에 대한 국제형사경찰기구(이하 인터폴) 적색수배를 발부받고, 국정원·필리핀 수사 당국과 2년간 이들의 행방을 쫓았다. 

김씨는 최고급 리조트에 거주하며 마이바흐 등 고가 외제차량 10대를 타는 초호화 생활을 하고 있었다. 평소 무장 경호원들도 대동하고 있어 검거하기도 쉽지 않았다.


지난 2021년 9월18일, 경찰과 필리핀 코리안데스크 담당관, 필리핀 이민청 도피사범 추적팀 FSU, 현지 경찰특공대 등 30여명으로 꾸려진 검거팀은 김씨의 거주지를 급습해 그의 신병을 확보했다. 

그러나 필리핀 형사사법체계를 잘 아는 그는 현지서 형사사건에 엮이면 재판 종결 전까지는 한국으로 추방되지 않는다는 점을 악용해 국내 송환을 계속 미뤘다. 이에 경찰은 주필리핀 한국대사관을 통해 필리핀 법무부에 조기 송환 협조를 요청했다.

경찰은 지난해 7월부터 필리핀 법무부와 매주 실무회의를 열었고, 양국 간 공조로 필리핀 법무부의 추방 결정을 끌어냈다.

그는 막판까지 국내 송환을 늦추려고 발버둥 쳤다. 추방 결정이 난 뒤에도 다시 제3자로 하여금 자신을 위조수표 사용 등 조세법 위반 혐의로 고소하게 한 것이다. 필리핀 법무부가 추방 결정을 번복하자 이 같은 사실을 보고받은 이상화 필리핀 주재 한국대사는 송환 협조를 재차 강력하게 요청했다.

결국 필리핀 법무부가 이 대사의 요청을 받아들이며 그의 시도는 불발됐다.

결론적으로 경찰은 김씨와 2020년부터 필리핀에 체류 중이던 조직원 20명 중 16명을 국내로 송환했다. 서울청 마약범죄수사대를 중심으로 국내 조직원 177명 중 166명을 검거해 사실상 범죄조직을 와해시켰다. 김씨는 지난해 8월 말 송환돼 구속 기소된 것으로 확인됐다. 

1조3000억 매출에 40억만 추징?
콘도 300여채·골프장 회원권도


수사기관서 김씨의 조직을 와해시켰지만 아직 범죄수익 환수는 이뤄지지 않았다. 법원이 필리핀서 함께 검거된 조직원들에게 평균적으로 2억원의 추징금을 선고했으며 검찰은 총책인 김씨에게 단 40억원만 특정했을 뿐이다. 김씨에게 구형된 40억원의 추징금이 인용되더라도 1조3000억원 중 80억원은 매우 적은 금액이다. 

당초 수사기관들은 김씨의 범죄수익을 환수하기 위해 노력했지만 필리픽 길거리 환전소서 대량으로 환전하는 일명 ‘환치기’, 가상화폐 계좌에 수익을 넣었다가 빼는 방식, 차명계좌 등의 방식으로 수익을 은닉해 환수가 쉽지 않았다. 

사정당국 관계자는 “코인 거래소와 환전소, 대포통장 추적은 어려운 편”이라며 “범죄수익환수를 담당하는 수사관들이 들여다보고 있다”고 말했다.

수사기관은 당초 김씨의 두 번째 와이프 A씨가 차명계좌, 가상화폐 계좌 등을 관리하고 있다고 봤다. 마땅한 직업도 없고 집안이 좋지 않은데 필리핀의 청담동으로 꼽히는 곳에서 생활하고 자녀를 사립국제학교에 보내며 호화생활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요시사>는 김씨의 첫 번째 와이프에 주목했다. 

김씨의 첫 번째 와이프인 양씨가 김씨의 검거 이후에도 김씨와 생활하던 초고급 주택서 경호원을 대동하고 골프를 치러 다니는 것이 필리핀 현지서 매우 유명하다는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이다. 또 양씨는 김씨가 검거된 이후에도 홍콩, 대만, 싱가포르 등 해외여행을 지속적으로 다녀왔으며 최소 10여명의 경호원을 데리고 시내를 누비고 다니기도 한 것으로 드러났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양씨는 김씨의 범죄수익을 이미 현물화해 둔 상황인 것으로 파악됐다. 그는 필리핀 마닐라에 콘도 300여채, 골프장 회원권을 구매했으며 필리핀 법인도 운영 중이다.

양씨는 김씨와 자신의 친척, 직원들의 명의, 필리핀 차명 등을 이용해 콘도를 매입해 왔다. 해당 콘도의 평균적인 공시지가는 500만페소(23일 기준 한화 약 1억1700만원)이다. 다시 말해 양씨가 차명 등으로 매입한 콘도의 총가격은 한국 돈으로 351억원에 달한다.

양씨는 해당 콘도들을 임대하면서 부가적인 수입을 올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양씨가 가지고 있는 콘도들은 마닐라서도 부촌에 꼽히는 지역에 몰려 있다. 필리핀은 부촌과 외곽지역의 월세가 많이 차이 나는 편이다.

환치기
숨겼다

마닐라의 부촌으로 꼽히는 타기그에 있는 보니파시오 글로벌시티의 경우 가구가 냉장고와 에어컨 정도만 구비돼있는 콘도 한 유닛의 월세가 필리핀 돈으로 13~15만 페소(약 304만~351만원)에 달한다. 필리핀은 주차장도 주인이 따로 있기 때문에 주차장을 포함하면 월세도 10만원서 15만원 정도 더 늘어나게 된다.

같은 도시의 원룸 형식의 콘도도 5만5000페소(약 128만원)에 달한다.


양씨가 매입한 콘도는 모두 부촌에 발코니까지 있는 대형 콘도로 평균 가격이 13~15만페소의 임대료를 받고 있다. 즉 양씨는 범죄수익으로 매입한 콘도 임대료로만 4500만페소(10억5345만원)를 달마다 벌어들이고 있는 셈이다.

게다가 해당 콘도의 SPA(Special Power of Attorney)를 모두 양씨가 가지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SPA는 우리나라로 치면 전권위임장으로 해당 콘도서 나오는 임대료는 물론 매매 등 행위의 전권을 모두 SPA를 가지고 있는 사람에게 위임된다.

다만 필리핀서도 한 사람이 여러 개의 부동산을 가지고 있는 것은 매우 부담이 심한 편이다. 그래서 양씨는 필리핀에 부동산 대행 업체를 설립해 해당 콘도들을 관리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양씨는 필리핀서 최고급 골프장에 프리미엄 회원권 3장을 갖고 있는데 사우스 우드, 하이랜드CC 등 3곳으로 파악된다.

필리핀 골프장 회원권 중계사이트에 따르면 지난 3월 기준 하이랜드CC의 회원권은 300만페소(7035만원)에 거래 중이다. 사우스 우드는 A와 B로 나뉘어 있는데 A 회원권은 550만페소(1억2897만원), B 회원권은 600만페소(1억4070만원)이다. 썬벨리CC의 경우 국민 골프장 답게 40만페소(937만원)에 팔리고 있다. 

두 번째?
첫 번째!


<일요시사>가 파악한 바로는 양씨는 사우스 우드나 하이랜드 정도의 골프장 회원권을 2장 정도 더 갖고 있었으나 최근 일어난 골프붐에 맞춰 더 많은 가격을 받고 팔기도 했다. 그는 콘도 및 골프장 회원권으로 범죄수익 354억4939만원을 현물화했으며 골프장 회원권 (약 1억원으로 산정)매매가 2억원과 최소 10억5345만원을 달마다 번 것으로 계산된다.

김씨가 송환됐을 때부터 계산하더라도 양씨는 범죄수익 439억7499만원가량을 운용하고 있는 것이다.

여기서 문제가 되는 지점은 양씨는 이미 국내 법원서 김씨의 범죄수익은닉을 도운 혐의로 구속영장이 발부된 상태라는 것이다. 이미 범죄수익은닉죄로 구속영장이 청구됐지만 버젓이 범죄수익을 통해 수익을 얻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통상 범죄수익은닉의 공범의 재산은 동결된다. 한 예로 화천대유자산관리의 대주주 김만배씨가 대장동 개발 수익을 숨기는 데 가담한 측근과 가족 등의 재산이 동결된 바 있다. 재산 동결은 보통 수사했던 검찰팀서 법원에 공범에 대한 추징보전을 신청하고 법원서 인용돼야 한다.

하지만 김씨에 대한 재판이 진행 중이지만 해당 절차는 전혀 진행되지 않았다.

수사기관은 추가 범행 정황이 포착돼 신중을 가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수사기관에 따르면 필리핀 현지에는 아직 붙잡히지 않은 김씨의 조직원들이 다시 온라인 도박장을 개설해 운영 중이다. 양씨가 범죄수익을 운용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조직원들이 운영하는 온라인 도박장에 대한 수사를 위해 신중하고 있다는 것이다.

구속영장 발부에도 수사 스톱
“김씨 보석되면 추적 어려워”

사정기관 관계자는 “양씨의 경우 필리핀서 한인식당 프랜차이즈를 운영하는 등 소재지가 분명하다”며 “다만 조직원들이 운영 중인 온라인 도박장에 대한 정보는 아직 부족한 실정”이라고 말했다.

한 경찰 관계자는 “해당 범죄수익과 온라인 도박장 운영 모두 수사 중인 사안”이라며 “자세한 내용은 수사 중인 사안이라 자세히 말할 수 없다”고 말했다.

대검 관계자는 “필리핀에 수사관이 2명 나가 있는 것은 맞지만 해당 사건을 수사하기 위해 파견됐는지에 대한 것은 답변이 불가하다”고 말을 아꼈다.

하지만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아직 수사기관들은 필리핀 현지 경찰이나 이민청과 공조 등을 하지 않고 있으며 그저 범죄수익은닉으로 구속영장만 청구된 상황인 것이 드러났다.

필리핀 이민청 관계자는 “양씨는 현재 해당 범죄 전력으로 장기간 타국가 체류가 불가능하다”며 “다만 출국금지 등의 조치는 아직 취해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경찰 국제공조팀 관계자도 “현재 양씨에 대한 국제공조는 아직까지 없다”고 했다. 

이에 대해 한 검사 출신 변호사는 “김씨가 온라인 도박장을 운영하며 1조300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면 순이익은 최소 3000~4000억원이 된다”며 “하지만 양씨가 운용한 범죄수익은 400억도 되지 않는 상황서 수사기관은 해당 정보를 알고 있더라도 처음 수사 방향을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하지만 A씨가 가지고 있다는 차명계좌나 가상화폐를 추적하는 것은 더욱 시간이 많이 드는데 확실한 범죄수익을 환수하고 계속 수사를 진행하는 것이 더 나아 보인다”고 지적했다.

법조계에서는 이들에 대한 정보나 노출돼있는 범죄수익도 놓칠 것을 우려하고 있다. 김씨가 보석을 신청했기 때문이다. 

이미 현물화
시간이 없다

한 서초동 변호사는 “김씨는 필리핀 감옥서부터 감옥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며 “김씨가 기소된 범죄 혐의는 국민체육진흥법 위반, 범죄단체조직뿐이라 형량이 낮게 나올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인 만큼 김씨가 형량 3분의 2 이상 구속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런 상황에 김씨가 보석 신청을 했으니 이번엔 인용될 가능성이 있다”고 예상했다. 그러면서 “김씨의 구속이 풀리면 지금 현물화된 범죄수익도 자취를 감출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앞서 서울중앙지법은 지난 3월7일 김씨의 보석 청구를 기각한 바 있다. 당시 김씨 측 변호인은 도주나 증거인멸 우려가 없다며 불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게 해 달라고 요구했다. 반면 검찰은 김씨가 필리핀서 검거된 뒤에도 허위 사건을 만들어 송환을 지연시키는 등 또다시 해외로 도피할 우려가 있다고 반박했다.

<kcj5121@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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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위기설’ 보수 합종연횡 시동

‘2월 위기설’ 보수 합종연횡 시동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일각에서 “장동혁 체제를 무너트린 후 비상대책위원회를 가동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된다. 장동혁 대표는 ‘중도 확장’을 언급하면서도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를 몰아낼 준비를 하고 있다. 친한계는 개혁신당과 갈등하면서도 친윤계와 일시적 휴전을 하고 있다. 장동혁·친윤·친한·개혁신당은 얽히고설킨 합종연횡을 시작했다. 국민의힘 윤한홍 의원·주호영 국회부의장이 각각 지난 5일과 9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의 강경 보수 노선을 비판했다. 이후 국민의힘에선 장 대표가 물러난 후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가 출범할 가능성도 언급된다. 장 다음은 신 비대위? 장성철 공감과 논쟁 정책센터 소장은 지난 9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언더 찐윤 그룹 내 대구·경북에 지역구를 둔 몇몇 의원이 장 대표에 대해 ‘이 사람으로 되겠느냐’는 얘기를 하는 것 같다”면서 “장 대표가 물러나면 누구에게 비대위원장을 시키면 좋겠느냐는 얘기까지 나온다”고 주장했다. 장 소장은 “그들이 국민의힘 신동욱 최고위원에게 비대위원장을 맡기려 한다”고도 했다. 그에 따르면, 국민의힘 일부 의원들이 신 최고위원에게 비대위원장직을 맡기려는 이유로 경북 상주·언론사 앵커 출신이란 점이 거론된다. 장 소장은 “급소에 침을 넣을 수 있는 핵심은 국민의힘 박성민 의원”이라고 강조했다. 박 의원이 핵심인 이유는 “언더 찐윤의 구심점이자, 장동혁 체제를 만든 5인방 중 1명”이란 것이다. 구 친윤(친 윤석열)계 일원으로 알려진 국민의힘 김대식 의원은 지난 12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장 대표에게 제시할 노선 변경 시한은 연말”이라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비상계엄 관련 대국민 사과를 하지 않은 장 대표가 판단을 잘했다고 보긴 힘들다”며 “국민이 원하면 국민의 뜻을 따라야지, 국민을 이기려고 정치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도부가 연말까지 노선 변경에 대한 전향적 의견을 밝히지 않으면, 상당한 혼선이 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여기서 ‘상당한 혼선’은 장 대표 체제 붕괴 가능성을 언급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하지만 장 대표는 국민의힘 김민수 최고위원과 함께 흔들림 없이 강경 보수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장 대표는 지난 15일 국민의힘 김민수 최고위원을 당 국민소통위원장에 임명했다. 국민의힘 장예찬 전 청년 최고위원은 국민의힘의 싱크탱크 여의도연구원 부원장에 임명됐다. 김 최고위원은 그로부터 4일 전인 지난 11일 TV조선 유튜브 채널 ‘엄튜브’에 출연해 “지난해 12월3일 계엄군의 총구를 잡은 안귀령 대통령실 부대변인의 행동은 사실상 즉각 사살해도 되는 행동”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다시 같은 방송에 출연해 국민의힘 지지율이 낮게 집계되는 여론조사에 대한 강한 불만을 제기하는 방식으로 장 대표를 엄호했다. 김 최고위원은 국민의힘 지지율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지지율을 오차범위 내에서 앞섰단 결과가 나온 유튜브 채널 ‘고성국 TV’ 등이 발표한 여론조사를 제시했다. 이어 “한국갤럽 여론조사 외엔 국민의힘 지지율이 오른단 여론조사 결과가 대부분”이라며 “장 대표의 투쟁에 모두 단결했으면 더 올라갔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공개 제시된 장동혁의 시간은 ‘연말’ ‘통일교 특검’ 매개로 손잡은 장·이 장 부원장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청년 참모 1호로 알려졌던 친윤계 일원으로서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의 가족이 연루됐다”는 논란이 발생한 당원 게시판 의혹에 강하게 대응하고 있다. 그는 지난해 총선에서 부산 수영구 공천을 받았다가 “과거에 부적절한 발언을 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한동훈 당시 비대위원장은 장 부원장 공천을 취소했고, 이후 장 부원장은 친한(친 한동훈)계와 대립하고 있다. 장 부원장은 같은 날 MBC 라디오 <권순표의 뉴스하이킥>에 출연해 “김 의원은 지도부를 흔들기 위한 게 아니라 건설적 대안을 제시하겠다는 취지로 말씀하신 것”이라며 “연말까지 고름 같은 당내 문제를 해결하면, 새해부터는 대여 투쟁·민생에 집중해서 중도·외연 확장을 할 길을 열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가 언급한 ‘고름 같은 당내 문제’는 당원 게시판 의혹을 말한다. 국민의힘 이호선 당무감사위원장은 지난 9일 당원 게시판 의혹 중간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 위원장은 “한 전 대표와 가족 명의로 게시된 글들의 실제 작성자를 확인하고 있다”며 “한 전 대표 가족과 같은 이름을 사용하는 3명은 서울 강남병 소속이고, 휴대전화 끝자리가 같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중 1명은 재외국민 당원으로 확인됐고, 거의 같은 시기에 탈당했다”면서 한 전 대표 가족 실명도 공개했다. 지난 16일엔 친한계 일원으로서 활발한 방송 활동을 하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에 대해 “당원권 정지 2년 중징계를 내려달라”고 윤리위원회에 요청했다. 당무감사위는 지난달 26일부터 김 전 최고위원을 조사했다. 윤리위가 당무감사위의 의견대로 징계를 확정하면, 김 전 최고위원은 내년 지방선거에 출마할 수 없다. 정당 활동이 멈춰 총선 공천에서도 큰 불이익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김 전 최고위원은 같은 날 “터무니없는 결정”이라며 “윤리위가 당원권 정지를 결정하면 가처분을 신청할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 위원장이 밝힌 김 전 최고위원 징계 사유는 “우리 당 운영을 파시스트적이라고 표현하면서, 북한 노동당에 비유했다”는 것이었다. 이어 “당원을 망상에 빠진 정신질환자에 비유하는 등 모욕적 표현을 했고, 사이비 교주의 영향을 받아 입당했다는 특정 종교 비난·종교 차별 발언을 했다”는 점도 덧붙였다. “영혼을 팔았다”는 등 장 대표를 비판한 것도 징계 사유로 제시됐다. 고름 같은 당내 문제 한편 장 대표는 통일교 특검법을 매개로 개혁신당에 연대를 제안했다. 장 대표는 지난 15일 최고위원회의 중 “통일교 특검법 통과를 위해 개혁신당과 뜻을 모으겠다”고 말했다. 그 이유로는 “지금껏 찾아볼 수 없었던 무자비·포악한 이재명 정권을 막기 위해선 모두 함께 힘을 모아 맞서 싸워야 한다”는 것을 제시했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곧바로 “16일부터 특검법 논의에 착수하겠다”고 화답했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와 개혁신당 천하람 원내대표는 지난 17일 만나 큰 틀에서 ‘통일교 특검 추진’에 합의했다. 이 대표는 지난달 26일 YTN 라디오 <김영수의 더 인터뷰>에 출연해 “장 대표는 미래통합당 황교안 전 대표와 다르지 않은 선택을 하는 것 같다”며 “같은 선택을 하면서 다른 결과를 바라는 것은 멍청한 행동”이라는 등 장 대표의 강경 보수 노선을 강하게 비판했다. 이어 “장 대표가 용꿈을 꾼다”는 평소 지론을 다시 강조하면서 “국민의힘 대표를 하면, 대권주자로서 약 20% 정도의 지지를 얻으니, 다른 주자가 사라지면 내가 유일한 대권후보란 착각에 빠진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민주당의 통일교 유착 의혹이 제기된 후 두 사람은 제한적으로라도 연대할 가능성을 내비치고 있다. 최근 언론 보도에 따르면, 통일교 관계자들은 민주당 일부 정치인들에게도 후원금을 제공했다. 하지만 김건희 특검은 “교단의 지시를 어긴 관계자 개인의 일탈이었다”면서 기소하지 않았다. 보수 야권으로선 특검의 공정성 문제를 대대적으로 제기할 수 있는 소재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의원 상당수가 특검의 수사 대상이었던 국민의힘으로선 “되돌려줄 기회가 온 것 아니냐”고 바라보는 시선도 있다.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은 “지난 2018년부터 3년 동안 현금·명품 시계 등을 받았다”는 의혹이 불거져 수사 대상이 된 후 장관직에서 물러났다. 아울러 장 대표가 친한계 정리 작업을 이어가는 상황에서 친한계와 개혁신당도 사이가 매우 좋지 않단 사실도 주목받고 있다. 친한계와 개혁신당은 쿠팡 새벽 배송 논란 관련 토론회 개최를 놓고 크게 갈등했다. 국민의힘 김은혜·우재준 의원은 지난 15일 ‘새벽 배송 금지, 누구의 새벽을 위한 선택인가’라는 토론회를 개최했다. 개혁신당은 사흘 뒤인 지난 18일, 김성열 수석 최고위원이 주관하는 ‘새벽 배송 금지, 누구를 위한 것인가’라는 토론회를 개최했다. 친윤·친한 여전한 갈등 김 최고위원은 지난 12일 자신의 페이스북 게시글을 통해 “김·우 의원이 토론회 개최를 예고했다가 취소해서, 개혁신당이 마음 다친 관계자들을 모시고 토론회를 기획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개혁신당 주최 토론회가 개최될 것이란 사실을 뻔히 알면서 다시 토론회를 개최하는데, 눈치 보다가 남의 것을 빼앗아서 하는 토론회에 무슨 진정성이 있겠느냐”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앞으로는 토론회에도 ‘원조’ 표기를 하고, 상표권도 등록해야겠다”고 덧붙였다. 우 의원은 곧바로 반박했다. 그는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 게시글을 통해 “새벽 배송 논쟁은 국민의힘이 먼저 제기했고, 우리 토론회는 원래부터 15일 개최가 예정돼있었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토론회 개최 직전 발생한 쿠팡 개인정보 유출 사태로 사회적 관심이 분산될 가능성을 우려해 일정 연기도 검토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여론 흐름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결과, 원래 계획대로 진행하는 게 적절하다고 판단됐다”고 설명했다. 우 의원이 15일 개최를 중요시 여긴 이유 중 하나는 지난 16일 진행된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전체 회의라고 한다. 구도를 정리하면, 장 대표는 당내 친윤계·친한계와 갈등하면서 개혁신당과 제한적 연대를 추진해 중도 확장·대여 공세라는 두 마리 토끼를 한번에 잡으려고 한다. 개혁신당은 장 대표와의 제한적 연대를 통해 오랜 갈등 관계인 친한계와의 다툼을 이어가고 있다. 친한계는 장 대표·개혁신당과 갈등하면서 마찬가지로 오랜 갈등 관계인 친윤계와 중도 확장·지방선거 승리라는 대의 앞에서 일시적으로 휴전한 것 같은 구도를 만들었다. 이를 단순하게 볼 수만은 없다. 장 대표는 지난 17일 경기 고양에서 연탄 배달 봉사활동 이후 기자들을 만나 “국민의힘이 새롭게 태어나기 위해선 방향·보수 가치 재정립 과정이 필요하다”며 “그에 수반돼 많은 의원이 말씀하시는 당명 개정도 필요하다면 함께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당명 개정’은 당내 다수를 차지하는 친윤계와의 갈등을 진화하기 위한 승부수가 될 수 있다. 다만 선거에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을지는 쉽게 장담하기 어렵다. 김민수·장예찬 내세워 한동훈 축출 작전? 개혁신당과 쿠팡 갈등…친윤과 일시 휴전? 개혁신당은 국민의힘 내 이준석계와 구 친윤계의 갈등 끝에 이준석계가 국민의힘을 이탈한 후 창당됐다. 이 대표는 지난 대선에 출마한 후 각계에서 언급했던 국민의힘 대선후보와의 단일화를 끝까지 뿌리친 후 완주했다. 이는 구 친윤계와의 화학적 결합은 창당 배경·당 정체성이란 측면에서 사실상 불가능했기 때문에 진행된 흐름이었다. 하지만 민주당의 통일교 게이트 연루 가능성이 제기되자, 천 원내대표가 특검 추진 합의를 위해 구 친윤계의 일원이었던 송 원내대표와 손을 맞잡는 그림을 연출했다. 제한적 빅텐트가 구성된 것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이 구도가 ‘화학적 결합’으로 해석된다면, 지난해 2월 이낙연 전 총리와 함께 빅텐트를 치려다가 당원의 강한 항의를 들은 후 무산됐던 것과 같은 사태가 재현될 수도 있다. 이 때문인지 이 대표는 지난 17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장 대표는 황 전 대표처럼 굉장히 대통령이 되고 싶어하는 것 같다”며 “장 대표가 주장한 ‘우리가 황교안’이란 구호대로라면, 황 전 대표의 좋은 점·나쁜 점·정치적 진로 및 결과까지 다 답습할 것”이라는 등 선을 그었다. 이 전 대표가 지난 2022년 당원권 정지 6개월을 받은 후 탈당해 개혁신당을 창당하기까지의 과정은 개혁신당 구성원·지지자들에게 분명하게 각인돼있다. 이들은 국민의힘을 틈을 비집고 들어간 후 언젠가 극복해야 할 대상으로 여긴다. 친한계는 김 전 최고위원에 대한 징계가 현실이 될 위기에 처했다. 당원 게시판 의혹에 대한 조사·징계가 막힘없이 흐르는 현 상황대로라면, 한 전 대표에 대한 징계가 현실이 될 수도 있다. 이 경우 한 전 대표가 국민의힘 후보로서 선거에 출마하는 방법이 막힐 위험이 있다. 이렇게 되면 친한계는 생존 자체를 걱정해야 한다. 개혁신당과의 갈등은 이로부터 비롯된다. 유권자를 상대로 “한 전 대표와 이 전 대표 중 누가 보수의 젊은 적자냐”는 질문에 대한 답을 얻어야 한다. 이 전 대표를 제치고 ‘보수의 젊은 적자’라는 명분을 얻어야 장 대표·구 친윤계와의 당내 다툼에서 명분을 얻을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국민의힘에 비상이 걸릴 수도 있는 여론조사 수치가 발표됐다. 여론조사기관 리서치뷰는 지난 12일부터 이틀 동안 만 18세 이상 서울시민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서울시장 선거 양자구도 관련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만약 최근 주목받는 정원오 성동구청장이 오세훈 서울시장과 양자구도를 이루면, 45.2%의 지지를 얻어 38.1%의 지지를 얻은 오 시장을 이길 수도 있단 결과가 확인됐다. 비상 걸린 지방선거 이는 민주당이 여의도 정치와 거리를 두고 행정 경험이 풍부한 새로운 후보를 내세우면 서울시장 선거에서 이길 가능성을 암시한다. 이는 ▲장 대표 ▲구 친윤계 ▲친한계 ▲개혁신당 등 보수 4자 합종연횡 구도가 더욱 복잡하게 얽히고설킬 가능성도 함께 내포한다. 장 대표에게 사실상 주어진 시한은 연말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형사재판 제1심 선고가 진행될 예정인 내년 2월까지 윤 전 대통령과 절연하는 등 매듭 짓지 않으면, 지도부가 무너질 수도 있다”는 ‘2월 위기설’이 현실화될지도 모른다. 장 대표와 국민의힘은 과연 어떤 연말·연초를 맞이할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