짜릿함이 가득한 액티비티 ③가평 ‘브릿지짚라인’

짜릿하게 신록의 계절을 즐기는 방법

바야흐로 누구나 신록 예찬자가 되는 5월이다. 이맘때 산과 들을 뒤덮은 초록은 온전히 영글지 않은 앳된 빛을 띤다. 그래서 유독 맑고 산뜻하며 신선하다. 그리 길지 않은 신록의 절정을 온몸으로 만끽할 수 있는 곳, 가평 ‘브릿지짚라인’을 소개한다.

가평은 산림청서 선정한 100대 명산에 속하는 명지산, 운악산, 유명산, 축령산, 화악산을 비롯해 연인산, 호명산, 칼봉산 등 많은 산에 둘러싸여 신록의 산을 즐기기 좋은 여행지다. 그중 가평 중심지서 가까우면서도 천혜의 자연림이 잘 보존된 칼봉산은 짚라인으로 짜릿하게 산을 누비는 특별한 체험 기회를 제공한다.

국내 최장 길이

칼봉산 자락에 자리한 가평 ‘브릿지짚라인’은 전체 길이 2418m로 코스형 짚라인으로는 국내 최장 길이를 자랑한다. 총 8개 코스로 이뤄지는데 흔들다리를 건너는 1개 구간을 제외하고는 모두 짚라인을 타는 체험 코스다. 짧게는 100m대부터 길게는 500m대까지, 다양한 길이와 난도의 짚라인으로 구성돼 지루할 틈이 없다.

짚라인 체험에 앞서 가장 먼저 할 일은 안전모와 안전 장비를 착용하는 것이다. 원활한 장비 착용을 위해 긴 머리는 묶고 무릎을 덮는 길이의 바지를 입길 권고한다. 코스 간 이동 시 숲길과 계단을 걸어야 하므로 활동하기 편한 운동화를 신는 게 좋다. 운동화를 미리 준비하지 못했다면 현장서 대여(유료)도 해준다. 

짚라인 타는 방법과 안전 사항에 대한 교육까지 마치면 전문 가이드와 차량을 이용해 출발점인 1코스로 이동한다. 짚라인은 와이어로프를 타고 높은 곳에서 아래로 하강하는 레포츠라 1코스가 가장 높은 곳에 자리한다. 1, 2코스는 체험객의 실전 적응을 돕기 위해 각각 210m, 125m 길이의 초급자 수준으로 설계했다.


1코스 출발대에 서면 처음이라 조금 긴장될 수도 있지만, 가이드가 다시 한번 탑승 방법을 설명하고 시범을 보이며 긴장감을 풀어준다. 출발대서 바라보는 온화한 초록빛 풍경 역시 마음을 안정시키는 데 한몫한다.

짚라인 코스 내내 가이드 도움
안전하고 편안하게 체험 가능

줄 하나에 의지한 채 상공으로 발을 내디뎌 바람을 가르는 순간, 한 마리 새가 된 듯한 자유로움이 온몸을 감싼다. 짧은 구간이라 금세 목적지에 도착하는데 먼저 이동한 가이드가 안전한 착지를 도와준다. 전 구간 내내 출발점과 도착점서 가이드가 도움을 주기 때문에 편안하게 체험에 임할 수 있다.

1, 2코스를 통해 짚라인과 친숙해진 후 3코스에서는 흔들다리를 건너며 잠시 호흡을 가다듬는다. 상공을 가로지르는 흔들다리를 걸으며 주변 산세를 천천히 감상한다. 심하게 흔들리지는 않지만 와이어에 안전 장비를 연결하고 걷도록 설계돼 누구든 안심하고 체험할 수 있다. 인증사진 포인트이기도 해 가이드가 산과 다리를 배경으로 멋진 사진도 남겨준다.

초반 적응 단계를 거친 후 4코스부터 좀 더 본격적으로 짚라인의 묘미에 빠져든다. 이때부터 코스에 따라 손을 놓고 타거나 몸을 웅크리는 등 다양한 자세를 취할 수 있다. 짚라인은 바람, 온도 등에 따라 속도에 영향을 받기 때문에 그날의 기상 상태와 코스 특성에 맞게 가이드가 적합한 자세를 알려준다. 

후반으로 갈수록 점차 여유가 생기면서 짚라인의 짜릿함과 주변 풍경에 온전히 집중하게 된다. 후반부는 300m대부터 500m대에 이르는 긴 코스로 구성되는데, 칼봉산 능선을 따라 반대편 산으로 날아가는 7코스와 전 구간 중 가장 긴 528m 길이의 8코스가 하이라이트로 꼽힌다.

8코스까지 완주하면 수료증을 수여한다. 운영시간은 오전 9시~오후 7시(동절기는 오후 6시/마지막 탑승은 운영시간 1시간 전까지)이며 기상 및 현지 상황에 따라 변동될 수 있다. 회당 체험 인원이 제한되므로 전화, 네이버 등을 통해 사전 예약을 권장한다. 체험비는 1인당 6만6000원.


5월에 가평을 방문한다면 자라섬도 가볼 일이다. 2023~2024 한국관광 100선에 선정된 자라섬은 우수한 자연 생태 환경을 바탕으로 캠핑장, 잔디광장, 산책로, 자전거 대여소 등 다채로운 시설을 완비해 힐링 여행지로 사랑받는다. 

남도, 중도, 서도 등의 섬으로 이뤄지며 꽃을 테마로 꾸민 남도는 봄날 산책 코스로 인기가 높다. 해마다 봄과 가을에는 남도를 중심으로 꽃 축제가 열려 볼거리를 더한다. 올봄 자라섬꽃페스타는 오는 25일부터 다음 달 16일까지 진행된다. 

가평8경에 속하는 호명호수 역시 봄나들이 장소로 제격이다. 호명호수는 양수 발전을 위해 호명산에 조성한 인공 호수로, 수려한 산세와 어우러져 그림 같은 풍광을 연출한다. 호수를 즐기는 방법은 다양하다. 둘레를 따라 산책하거나 자전거를 대여해 달리거나 친환경 전기차를 타고 돌아볼 수 있다. 일반 차량으로는 호수까지 진입 불가다. 호수서 약 3.8㎞ 떨어진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걷거나 버스를 이용해야 한다.

음악역1939

가평 읍내서 만나는 음악 중심의 복합문화공간 음악역1939가 이색적이다. 옛 가평역 폐선 부지에 조성한 공간으로 가평역이 영업을 시작한 1939년이란 숫자를 넣어 역사적 의미를 살렸다. 공연장, 스튜디오, 영화관 등의 시설을 갖추고 다채로운 공연과 행사를 진행한다. 어린이를 위한 음악놀이터와 옛 무궁화호 열차를 활용한 음악문화 전시 공간도 놓치지 말자.
 

<여행 정보>
당일 여행코스

가평 ‘브릿지짚라인’→음악역1939→자라섬→호명호수

1박2일 여행 코스
-첫째 날 가평 ‘브릿지짚라인’→음악역1939→가평레일파크→자라섬
-둘째 날 호명호수→쁘띠프랑스→청평호반

관련 웹 사이트 주소
-가평‘ 브릿지짚라인’ https://bridgezipline.co.kr
-가평군 문화관광 www.gptour.go.kr
-음악역1939 https://musicvilla ge1939.com

운영 정보
 ‘브릿지짚라인’ 운영시간 하절기 09:00~19:00(마지막 탑승 18:00), 동절기 09:00~18:00(마지막 탑승 17:00) 체험비 일반 체험권 6만6000원(실버 회원, 가평 주민, 장애인, 국가유공자 및 가평 펜션/시설물 사용자 할인 있음.)

문의 전화
-가평 ‘브릿지짚라인’031)581-7335
-가평역 관광안내소 031)582-8830
-호명호수 관리사무실 031)580-2062
-음악역1939 031) 580-4321

대중교통
-기차 청량리역-가평역, ITX 하루 18~26회(06:17~23:05) 운행, 약 40분 소요. 가평역서 택시 이용.

*문의: 코레일 1544-7788 www.letskorail.com


전철 수도권 전철 경춘선 가평역 1번 출구, 가평 ‘브릿지짚라인’까지 택시 이용.

*문의: 코레일 1544-7788 www.letskorail.com 

-버스 서울-가평, 동서울종합터미널서 하루 9회(06:45~20:50) 운행, 약 1시간10분 소요. 가평터미널서 택시 이용.

*문의: 동서울종합터미널 1688-5979 시외버스 통합예매시스템 https://txbus.t-money.co.kr 가평터미널 031) 582-2308

자가운전
서울양양고속도로→화도톨게이트→춘천·청평 방면→경춘로→가평역입구교차로서 좌회전→대곡교차로서 좌회전→경반리·칼봉산 방면→가평 ‘브릿지짚라인’

숙박 정보
-브룩5: 가평읍 태봉두밀로, 010-4451-9390, www.brook5.com
-취옹예술관: 상면 수목원로, 031)585-8649, https://site.onda.me/20419
-칼봉산자연휴양림: 가평읍 경반안로, 031)8078-8062, www.gpfmc.or.kr/kalbong/main/main.php


식당 정보
-골목집(제육볶음·오징어볶음): 가평읍 보납로34번길, 031)582-2851
-송원막국수(막국수): 가평읍 가화로, 031)582-1408
-하늘땅별땅(산더덕양념불고기·잣묵사발): 청평면 상지로, 031)584-3384, https://skyandstar.modoo.at/

주변 볼거리
2024 자라섬꽃페스타: 5월25일~6월16일, 자라섬 일원, www.instagram.com/jarasum_flower_festa 아침고요수목원, 에델바이스스위스테마파크, 더스테이힐링파크, 경기도잣향기푸른숲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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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엄 1년’ 여전히 요동치는 정치판

‘계엄 1년’ 여전히 요동치는 정치판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2024년 12월3일 오후 10시27분, 윤석열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했다. 국가 최고 통수권자의 선택은 정치권을 넘어 대한민국 전역을 강타했다. 내란의 밤이 지나고 탄핵의 강을 건너 마침내 대선 정국까지 넘었다. 1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지만 여전히 여의도 곳곳에 계엄의 여파가 남아 있다. 그날 오후 10시 무렵 윤석열 전 대통령이 예산안 관련 긴급 발표를 진행할 예정이라는 정보지가 돌았다. 얼마 뒤 정장 복장으로 대통령실 브리핑룸 카메라 앞에 나타난 윤 전 대통령은 다소 격양된 어투로 당시 야당이었던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을 강하게 비판했다. 스스로 걸어간 자멸의 길 민주당이 주요 예산을 전액 삭감해 국가 기능을 훼손하고 대한민국을 공황 상태로 만들었다는 것이다. 그러더니 돌연 야당을 반국가 세력으로 몰아세웠다. 윤 전 대통령은 “북한 공산 세력의 위협으로부터 자유 대한민국을 수호하고 우리 국민의 자유와 행복을 약탈하고 있는 파렴치한 종북 반국가 세력을 일거에 척결하고 자유 헌정 질서를 지키기 위해 비상계엄을 선포한다”고 밝혔다. 1979년 이후 45년 만에 내려진 비상계엄이었다. 한 시간도 지나지 않아 국회가 봉쇄됐고 헬기를 타고 도착한 무장 군인들이 안으로 들이닥쳤다. 국회 밖에서는 시민이, 안에서는 야당 보좌진들이 군인과 대치하면서 그야말로 일촉즉발의 상황이 이어졌다. 먼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가 입장을 냈다. 한 전 대표는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에 대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는 잘못된 것”이라며 “국민과 함께 막겠다”고 밝혔다. 이후 한 전 대표는 탄핵을 찬성한다는 의미의 ‘찬탄파’로 찍혀 친윤(친 윤석열)계의 거센 비난을 받았다. 민주당 당시 이재명 대표는 실시간 방송을 통해 “대통령의 불법적인 비상계엄 선포는 무효”라며 민주주의의 마지막 보루인 국회를 지키기 위해 신속히 국회로 와달라는 말을 남겼다. 내란 사태가 지나고 난 뒤 이 대통령은 이날을 회상하며 “이 상황을 최대한 빨리 많은 시민에게 알려야 한다는 생각에 실시간 방송을 시작했다”고 전했다. 뒤이어 국민의힘 추경호 전 원내대표가 비상 의총을 소집했다. 추 전 원내대표는 국회 예결위 회의장으로 의총을 소집했다가 10분 뒤 장소를 여의도 당사로 옮겼다. 그리고 약 20분 뒤 다시 국회 예결위장으로 바꿨다. 이는 현재 추 전 원내대표가 받는 ‘비상계엄 해제 표결 방해 의혹’과 연결된다. 다음 날 새벽인 4일 오전 1시 비상계엄 해제 요구안이 국회에 상정됐다. 국회경비대가 국회 출입을 통제하자 담을 넘어서 국회로 진입한 우원식 국회의장은 결의안 상정에 앞서 “(윤 전 대통령이) 계엄령을 선포하면 국회에 지체 없이 통보해야 한다는 의무조항이 있으나 통보가 없었고, 이는 대통령의 귀책사유”라며 “우리는 그와 관계없이 (비상계엄 해제 의결을 위한) 절차를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결의안은 여야 의원 190명이 참석한 가운데 190명 전원이 찬성해 가결됐다. 국회 본청에 투입됐던 계엄군은 철수했고 이로써 윤 전 대통령이 선포한 비상계엄은 약 세 시간 만에 무효가 됐다. 비상계엄의 끝은 탄핵 정국의 시작으로 이어졌다. 민주당을 비롯한 ▲조국혁신당 ▲개혁신당 ▲진보당 ▲기본소득당 ▲사회민주당 등 야6당은 계엄이 해제된 당일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이들은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을 ‘내란’으로 규정하고 “하야하지 않으면 탄핵소추를 진행할 것”이라고 압박했다. 국민의힘은 탄핵 반대를 당론으로 추인했다. 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되는 과정을 겪으며 당이 벼랑 끝까지 몰렸던 점 등을 의식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렸다. 대통령에서 내란수괴 피의자로 썩은줄 알면서도 못 놓는 윤 동아줄 이날을 기점으로 국민의힘에서는 분열의 조짐이 보였다. 탄핵을 반대하는 ‘반탄파’의 친윤계와 찬탄파 친한(친 한동훈)계로 당원들이 갈라서면서 내부 총질이 시작된 것이다. 당초 한 전 대표 역시 탄핵에 반대하는 입장이었지만 비상계엄 당시 자신을 포함한 주요 정치인을 체포하려고 한 정황이 드러나면서 입장을 선회한 것으로 보인다. 여기서부터 시작된 두 계파의 갈등 또한 현재진행형이다. 비상계엄이 선포된 나흘 뒤인 7일, 윤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정족수 미달로 국회에서 부결돼 자동 폐기됐다. 재적 의원 300명 중 195명이 참석한 가운데 탄핵이 상정됐지만 국민의힘 의원 대다수가 불참하면서 투표가 불성립된 것이다. 이날 표결에 참여한 국민의힘 의원은 김예지, 김상욱, 안철수 의원뿐이었다. 민주당 박찬대 의원은 표결에 참여하지 않은 의원 105명의 이름을 한 명 한 명 호명하며 본회의장으로 와줄 것을 요구했다. 두 번째 탄핵소추안은 일주일 뒤인 14일 국회에 상정됐다. 당시 국민의힘은 “표결 참석을 제안한다”면서도 탄핵 반대 당론을 유지했다. 결국 300명 가운데 ▲찬성 204표 ▲반대 85표 ▲기권 3표 ▲무표 8표로 비상계엄이 선포된 지 11일 만에 윤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가결됐다. 공은 헌법재판소(이하 헌재)로 넘어갔고 긴 진통 끝에 지난 4월4일 헌법재판관의 만장일치로 윤 전 대통령이 파면됐다. 현직 대통령의 파면에 따라 조기 대선이 치러졌고 민주당에서는 이변 없이 이재명 대표가 대선주자로 나섰다. 국민의힘에서는 여전히 찬탄파와 반탄파가 대립했고 어느 날 늦은 밤을 틈타 ‘대선후보 날치기’를 시도하는 등 웃지 못할 촌극도 벌어졌다. 민주당은 ‘내란 세력 청산’을 앞세웠다. 이 후보는 대통령으로 당선되면 비상 경제 대응 태스크포스(TF) 구성을 약속하는 등 경제 성장을 강조하면서도 “내란 세력의 죄는 단호하게 벌하겠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역시 “이번 선거는 내란 정권에 대한 준엄한 심판”임을 강조하며 윤 전 대통령과 국민의힘 심판론을 부각시켰다. 두 번의 선거 강경파만 남았다 6·3 조기 대선 투표 결과 이재명 후보가 49.42%를 득표하면서 21대 대통령으로 선출됐다.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41.15%로 이 후보가 8.27%p 차이로 앞섰다. 계엄 극복과 내란 청산을 외친 민주당이 국민의 선택을 받은 것이다. 국민의힘이 윤 전 대통령과 완전히 절연하지 못한 점 또한 보수가 정권 재창출에 실패한 원인으로 꼽힌다. 탄핵 정국 당시 앞장서서 윤 전 대통령을 엄호한 국민의힘 윤상현 의원은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표결 불참’에 따른 역풍을 우려하던 당 의원에게 자신이 박 전 대통령 탄핵에 앞장서서 반대한 점을 언급하며 “나는 끝까지 갔다. 그때 욕 많이 먹었다. 그런데 1년 후에는 ‘윤상현 의리 있어 좋아’(라고 하면서) 무소속으로 나와도 다 찍어줬다”고 말했다. 김문수 후보 역시 대선 투표 직전까지 윤 전 대통령에게 단호히 탈당을 요구하지 못했다. 김 후보는 “대통령 탈당(여부)은 본인 뜻”이라며 “자기가(국민의힘이) 뽑은 대통령을 탈당시키는 방식으로 책임이 면책될 수 없고, 도리도 아니”라고 설명했다. 국민의힘은 대선에서 패배했지만 아직도 윤 전 대통령의 그림자로부터 벗어나지 못했다. 친윤계를 비롯한 중진 의원의 지역구가 보수의 심장인 TK(대구·경북)임을 고려했을 때, 윤 전 대통령과 결별하는 것은 핵심 지지층을 놓는 것과 같다는 우려에서다. 지난 8월 국민의힘 전당대회서도 반탄파인 장동혁 후보가 김문수 당 대표 후보를 누르고 당선됐다. 장 후보는 탄핵 정국 당시 극우 색채가 짙은 탄핵 반대 집회를 찾아가 강성 지지층에게 표심을 구애하는가 하면 찬탄파들을 향해 “내부 총질 세력과는 같이 갈 수 없다”는 발언도 서슴치 않았다. 당선 직후에는 “우파 시민들과 연대해 이재명정부를 끌어내리는 데 모든 것을 바치겠다”며 강경 노선을 예고하기도 했다. 그의 말처럼 장 대표는 지난 9월 장외투쟁을 통해 이정부와 본격적으로 각을 세우기 시작했다. 국민의힘이 장외투쟁에 나선 것은 ‘조국 사태’ 이후 6년 만이다. 당 지도부는 대구를 시작으로 전역을 돌며 여론전을 통해 반격에 나설 기회를 보고 있다. 민주당은 “내란 옹호 대선 불복 세력의 장외‘투정’”이라고 비꽜다. 마찬가지로 지난 8월 강성 지지층의 지지를 받아 대표로 당선된 정청래 대표는 “윤어게인 내란 잔당의 역사 반동을 국민과 함께 청산하겠다”며 국민의힘 청산을 강조했다. 강경파인 정 대표와 장 대표가 당권을 잡으면서 국회는 점차 극한으로 치달았다. 정면충돌 치킨 게임 계엄 1년을 앞두고는 민주당의 ‘내란 세력 척결’에 국민의힘이 ‘내란 팔이’라고 맞불을 놓는 지경에 이르렀다. 국민의힘 강경파 의원들의 입은 점점 더 거칠어지고 있고, 민주당은 그때마다 계엄 카드를 꺼내며 “내란 옹호 세력과 협치할 수 없다”고 반격했다. 내란 팔이라는 단어는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의 메시지로 시작됐다. 나 의원은 자신의 SNS를 통해 “특검 연장은 오로지 내란 정국을 연장하려는 민주당의 정략일 뿐”이라며 “내란팔이 없이는 국민의 마음을 얻을 자신도, 국정을 책임질 정책 능력도 없으니 이 지경”이라고 몰아세웠다. 민주당 주도로 ‘더 센 특검법’이 통과하자 이를 지적한 것이다. 나 의원은 “에라잇, 맨날 내란, 내란하다 보면 국민들도 결국 지쳐버릴 것”이라며 “소위 내란 약발도 곧 떨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 여권 관계자는 “계엄 1년이 지나도록 제대로 된 사과나 해명도 없이 여전히 민주당 뒷다리만 잡는 게 국민의힘”이라며 “내란팔이라는 말을 하기 전에 그동안 국민의힘이 보여준 태도를 돌아보시라. 윤 전 대통령을 면회하기 위해 구치소로 뛰어간 것이며 극우 집회에서 마이크를 든 것까지, 사과의 기미가 전혀 없는 상황에서 벌써부터 ‘지겹다’는 경솔한 표현은 국민께 비판받을 일”이라고 지적했다. 오는 3일 계엄 1년 메시지를 통해 양당의 향배를 가늠할 수 있을 것이란 해석이 나오는 가운데 민주당은 정당해산 심판을 꺼내든 반면, 국민의힘은 메시지 톤을 놓고 여전히 갈팡질팡하면서 하나의 목소리를 내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지난달 26일 “내일(27일) 국회 본회의에서 추경호 전 원내대표 체포동의안 표결이 이뤄진다. 추 전 원내대표는 윤 전 대통령의 불법 계엄 당시 의원총회(이하 의총) 장소를 여러번 변경하며 국회의 계엄 해제 표결을 의도적으로 방해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며 “총을 든 계엄군이 국회 창문을 깨고 진입하는 긴박한 상황 속에서 의총 장소를 국회 밖으로 공지한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는 처사”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것은 다분히 의도적이고 적극적인 계엄 해제 방해로밖에 볼 수 없는, 충분히 의심되는 상황”이라며 거듭 위헌정당 해산심판 청구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강경파만 살아남은 포스트 탄핵 여의도 계엄 1년 메시지, 여야 모두 주목 국민의힘 내에서는 메시지의 세기를 놓고 충돌 조짐이 보인다. 강성 지지층을 의식한 지도부는 강경 메시지를 주장한 반면, 원내지도부를 비롯한 일부 초선 의원들 사이에서는 사과를 포함한 톤다운된 메시지를 요구하는 등 온도 차가 생긴 것이다. 초선인 국민의힘 김용태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지난해 극한 여야 대립 속에 다수 야당(민주당)의 입법 전횡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계엄으로 군대를 동원해서 정치적 문제를 해결하려 했던 건 국가 발전이나 국민통합, 보수 정치에 있어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다. 불법적이고 무모하고 과격한 행동”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그간 1년 동안 국민의힘이 비상계엄을 어떻게 생각해 왔는지 등에 대한 규명이 필요하다. 그것이 규명되면 사과와 반성은 당연한 일”이라며 “단순히 사과와 반성으로만 끝나서도 안 된다. 앞으로 국민의힘이 어떻게 바뀔 것인지에 대한 메시지까지 내놔야 한다”고 주장했다. 비상계엄이 지난 특수성을 감안하더라도 현재 여야가 보이는 양상은 박 전 대통령 탄핵 이후와 비슷하다는 평이다. 탄핵 이후 조기 대선에서 당선된 문재인 전 대통령은 해결 과제로 적폐 청산을 내걸었고, 이 대통령은 ‘내란 청산’을 주장했다. 사면초가인 국민의힘 상황 역시 10년 전 탄핵 후폭풍을 직면하고 분열한 새누리당과 닮아있다. 이듬해 6월 지방선거가 예정된 점까지, 지금의 여야가 과거를 그대로 답습할지 이목이 쏠린다. 당시 새누리당은 자유한국당으로 간판까지 교체했지만 2018년 지방선거에 참패하면서 국회 바닥에 무릎을 꿇고 국민에게 사죄했다. 지금 국민의힘이 어떤 선택을 하는지에 따라 내년 지방선거의 운명이 달라질 것이란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이와 관련해 국민의힘 김재원 최고위원은 CBS 라디오에서 ‘중도층 등 외연 확장을 위해 계엄에 대한 사과가 필요하지 않느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투표율을 55%에서 60% 정도로 봤을 때 중도층은 투표를 하지 않는 계층일 경우가 많다. 오히려 진영에 속한 사람들이 투표한다”고 분석했다. 김 최고위원은 “정치 고관여층보다는 정치 무관심층을 따라가야 한다고 했을 때 어떤 일이 벌어질 건가. 보수는 아직도 분열돼있고 내부 싸움도 있는 상황에서 지금 당장 이동해 갔을 때 벌어질 손실도 굉장히 클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발언은 선거에 직면하면 중도층 포섭을 위한 전략을 세워야 하지만, 아직 당이 불안정한 만큼 중심이 되는 지지층을 단단히 잡아야 한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10년 전 데자뷔? 비상계엄 사과 메시지에 대해서는 “우리가 배출한 대통령이 탄핵당한 것이 우리 숙명인데 그분들이 탈당했다고 해서 벗어나 지겠느냐”며 “자꾸 절연, 절연하는데 인연이 끊기겠느냐. 없어지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일회성 사과로 과거 잘못을 끊어내고 새롭게 출발할 수 있다고 믿는 것 자체가 잘못”이라며 “역사적 공과를 안고 가면서 우리가 어떤 정치를 할 것인가를 보다 고민하는 그런 모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쉽게 사과하고 끝날 문제가 아니”라며 “사과하는 모습보다는 우리가 앞으로 이런 정치를 해나가고 국민에게 믿음을 드리겠다는 것이 더 낫다”고 주장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