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부활한 왕수석 김주현

공약 깨고 빗장을 풀다

[일요시사 취재1팀] 최윤성 기자 = 민정수석이 그동안 민심 청취가 부족했다는 판단에 따라 윤석열정부의 출범과 더불어 폐지됐던 민정수석실이 부활했다. 대선공약을 백지화한 데 대해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면서 사정기관 장악 의도가 아닌지 우려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7일, 현 정부서 폐지했던 대통령실 민정수석실을 취임 2년 만에 다시 설치하고 신임 민정수석비서관에 전 법무부 차관 출신인 김주현 변호사를 임명했다. 대선공약을 파기한 것으로 모자라 다시 검찰 출신을 민정수석으로 앉혔다.

남은 3년 
민심 잡기

사정기관 장악 우려는 물론 사실상 대통령 직속 특수부 신설이라는 비판에도 불구하고 윤 대통령은 끝내 검사로 채운 민정수석실을 부활시켰다. 

현재까지 민정수석의 기능을 대신해 오던 법률비서관실과 공직기강비서관실을 두고 여기에 추가로 민심 정보를 수집할 민정비서관실을 신설하는 구도다. 이전 청와대서 사정기관을 담당했던 반부패비서관실은 불필요한 논란을 방지하기 위해 별도로 설치하지 않을 것으로 알려졌다.

대선 과정서 정부혁신 분야 공약으로 민정수석 폐지를 내걸었던 윤 대통령은 대선 직후 당선인 신분이던 지난 2022년 3월14일 종로구 통의동 집무실서 당시 안철수 인수위원장, 권영세 부위원장, 원희룡 기획위원장과 차담을 가지며 “앞으로 대통령실 업무서 사정·정보조사 기능을 철저히 배제하고 민정수석실을 폐지하겠다”고 못박았다. 


당시 그는 “사직동팀은 있을 수 없다. 과거 사정기관을 장악한 민정수석실은 합법을 가장해 정적, 정치적 반대 세력을 통제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했고 세평 검증을 위장해 국민 신상 털기와 뒷조사를 벌여왔는데 이런 잔재를 청산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렇게 줄곧 민정수석 폐지를 호언장담했음에도 불구하고 또 말을 뒤집은 것이다.

민정수석 부활은 민심 수집 기능 강화를 위해서라는 게 대통령실의 입장이다. 역대 대통령들은 청와대 민정수석을 통해 사정기관을 좌지우지한다는 비판을 받아왔고 이에 따라 윤 대통령은 민정수석 폐지를 공약으로 내걸고 실제 용산 대통령실 시대를 열면서 없앴다. 

총선 참패 이후…2년 만에 재설치
용도 주목…사정기관 장악 시도?

하지만 민심 파악을 전담하는 수석급 조직이 없다 보니 그동안 여권 안팎에서는 민정수석의 필요성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윤 대통령은 지난달 29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대표와 영수회담서도 과거 김대중 전 대통령이 취임 2년 차에 민정수석을 부활한 점을 거론했다.

윤 대통령은 당시 “국정을 운영하다 보니 민심 정보 정책이 현장서 이뤄질 때 어떤 문제점과 개선점이 있을지 정보가 부족한 부분이 있는 것 같다”며 “과거에 김대중 대통령께서도 역기능을 우려해서 법무비서관실만 두셨다가 결국은 취임 2년 만에 다시 민정수석실을 복원하셨다”고 말했다.

민정수석 부재는 국민 눈높이에 맞는 신속한 현안 대응과 정확한 민심 파악을 바탕으로 하는 정무적 대처 실패로 이어져 4·10 총선 참패의 결과를 낳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국민과 여권의 중론으로 자리 잡자 민정수석을 되살린 것으로 해석된다.


해병대 채 상병 특검과 김건희 특검 등을 앞두고 민정수석을 통한 사정기관 장악의 포석이 아니냐는 공세도 야권을 중심으로 제기되고 있지만 윤 대통령은 “사법 리스크가 있다면 제가 설명하고 풀어야지, 민정수석이 할 일은 아니다”라고 일축했다. 

과도한 권한 
실세 역할은?

이날 김 수석은 “민심 청취 기능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있어서 저는 앞으로 가감 없이 민심을 청취해 국정운영에 반영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각 정책 현장서 이뤄지는 국민의 불편함과 문제점이 있다면 국정에 잘 반영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수사 정보수집 여부에 대해선 “구체적 정보 내용 등은 이미 공직기강비서관실이나 법률비서관실이 운영하고 있었다”며 “민정수석실서 어떻게 운영할 것인지는 차차 검토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부패비서관이 신설되지 않더라도 기존 법률수석실 등을 통해 진행된 권력기관 보고와 공직기강비서관실의 외부기관 감찰 기능 등이 김 수석 아래에 유지된다. 이로써 용산 대통령실은 3실장 7수석 체제로 확대 재편된다. 

지난 2022년 5월 정부 출범 당시 2실장(비서실장·국가안보실장) 5수석(정무·홍보·경제·시민사회·사회) 체제로 시작했으나 정책 기획·조율 기능 등의 보강이 절실하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같은 해 8월 정책기획수석을 신설했다. 

이어 정책기획수석은 국정기획수석으로 이름을 바꿨고 이관섭 국정기획수석이 지난해 12월 신설된 정책실장으로 옮기면서 국정기획수석은 사라졌다. 대신 올해 1월 과학기술수석이 새로 만들어지면서 3실장(비서실장·정책실장·국가안보실장) 6수석(정무·홍보·경제·시민사회·사회·과학기술) 체제가 됐고 다시 민정수석이 추가됐다. 

범죄·첩보 등 사정 기능을 담당하는 반부패비서관은 신설되지 않지만 구체적인 기능과 역할은 미정이다. 4·10 총선서 여당이 참패하면서 민심 청취 기능을 강화하겠다는 구상이지만 공약 폐기에 대한 비판이 나온다.

특히 검사 출신이 민정수석에 임명됐다는 점에서 사정 기능이 부활 혹은 강화될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된다. 과거 민정수석실은 민심 청취보다 사실상 사정기관을 총괄·지휘하는 기능을 했다. 특히 민정수석은 왕수석으로 불리며 과도한 권한을 휘두른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실제로 노무현정부의 문재인 민정수석, 박근혜정부의 우병우 민정수석, 문재인정부의 조국 민정수석 등이 실세라는 평가를 받았다. 민정수석의 법무부 장관 직행 문제도 번번이 재연됐다. 야당이 줄줄이 특검을 추진하고 있다는 점에서 용산 로펌으로 전락할 것이라는 비판의 목소리도 있다.

서울대, 검사
차관, 김앤장

김 수석은 서울 서라벌고와 서울대 법대를 졸업하고 제28회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사법연수원 18기로 박성재(17기) 법무부 장관보다는 한 기수 후배이며 이원석 검찰총장(27기)보다는 아홉 기수 선배다.


김 수석은 사법연수원을 수료한 1989년부터 2017년 변호사로 개업할 때까지 30년 가까이 검찰과 법무부에 몸담았다. 법무부 검찰과장,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장, 법무부 대변인, 서울중앙지검 3차장검사, 법무부 기획조정실장, 법무부 검찰국장 등 핵심 보직을 두루 거치며 법무행정과 특별 수사, 공보 업무를 폭넓게 경험했다.

박근혜정부 때인 2015∼2017년 법무부와 검찰 조직의 2인자인 법무부 차관과 대검 차장검사를 연이어 지냈다. 2017년 5월 검찰을 떠난 뒤 변호사로 일했다. 이후 2021년부터 김앤장 법률사무소에 재직 중이다. 

윤 대통령과는 평검사 때 대구지검, 서울지검에 함께 소속돼 일한 인연이 있다. 원칙을 중시하는 치밀한 성품으로 대인관계가 원만하고 정책 판단과 기획 능력이 탁월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김 수석이 정치검사라는 비판을 받은 대표적 사건은 ‘세월호 사건’ 수사 개입 의혹이다. 그는 2014년 법무부 검찰국장 재직 당시 해경 123정장에게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 적용을 하지 못하도록 조은석 대검 형사부장을 압박했다는 의혹을 받은 바 있다.

당시 황교안 법무부 장관은 세월호 사건이 일어난 뒤 박근혜 대통령과 정부를 비판하는 여론이 거세지자 지난 2014년 11월 이 사건과 정부 책임의 연결고리인 업과사 적용을 하지 못하도록 대검찰청과 광주지검을 압박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특검 추진되는 와중에…
‘용산 로펌’ 전락 비판


이 과정서 김주현 법무부 검찰국장이 광주지검 수사팀을 지휘하던 조은석 대검찰청 형사부장과 여러 차례 언성을 높이며 충돌했다. 윤석열 검찰총장 시절 꾸린 세월호 참사 특별수사단이 해당 의혹에 대해 수사했지만 업과사 혐의가 공소장에 결국 반영됐다는 등의 이유로 황 전 장관을 무혐의 처분했다. 

김 수석은 2013년 국가정보원 정치·선거개입 사건 수사 당시에도 법무부 검찰국장으로 재직하며 수사팀에 각종 외압을 행사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윤 대통령은 당시 특별수사팀을 이끌다 지시 불이행 등으로 법무부로부터 정직 1개월의 중징계 처분을 받았는데 변호인을 통해 검사징계위에 황교안 장관, 김주현 검찰국장은 외압의 당사자다.

이들에게 징계 처분을 받을 수 없다며 기피신청을 내기도 했다.

또 서울중앙지검 3차장을 지내던 2010년엔 한명숙 전 국무총리의 5만달러 뇌물수수 의혹 사건 수사를 지휘했다. 1심과 2심에 이어 대법원서 무죄를 확정받으면서 과거 정부에 몸담았던 인사를 대상으로 한 표적 수사라는 비판을 받았다.

그가 기소한 한명숙 2차 사건은 최종 유죄판결이 났지만 이 역시도 수사 착수 과정의 문제점 등 때문에 정치수사라는 지적을 받은 바 있다.

민주당은 지난 7일 윤 대통령이 민정수석비서관에 김주현 전 법무부 차관을 임명한 것에 대해 “총선 패배 후 약화되는 사정기관 장악력을 높이려는 의도”라고 비판했다.

민주당 최민석 대변인은 이날 국회 브리핑서 “대통령실은 민심 청취를 위한 인사라고 하지만 민심은 핑곗거리일 뿐”이라며 “검찰 장악력 유지가 고단한 민생과 무슨 상관인가”라고 따져 물었다. 이어 “민정수석을 통해 민심을 청취하겠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며 “사정기관들을 앞세워 여론 동향이라도 파악할 셈이냐”고 비판했다.

우병우 사단
검 내부 통제?

조국혁신당 배수진 대변인도 이날 서면 논평을 통해 “김 수석은 박근혜정부 시절 우병우 민정수석 같은 인물이라는 평이 많다”며 “그래서 우려가 집중됐던 딱 그 인물을 신임 민정수석에 앉혔다”고 말했다.

배 대변인은 “4·10 총선 참패 직후부터 간을 보더니 채 상병 특검법이 국회를 통과하자마자 우병우 사단으로 분류되는 검찰 출신을 민정수석으로 임명한 것은 궁여지책 방탄 수석”이라며 “한동훈식에서 우병우식으로 검찰을 장악하는 방식만 바뀔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정치 검사들 줄 세워 서울중앙지검장 인사와 김건희 여사 수사를 둘러싼 검찰 내부의 동요를 잠재우려 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yuncastle@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인사 검증’ 다시 민정수석실로?

대통령 민정수석실이 부활하면서 법무부 인사정보관리단이 수행하고 있는 고위공직자 인사 검증 기능의 주도권이 다시 대통령실로 넘어갈지 관심이 쏠린다.

윤석열정부는 출범 직후 2022년 5월 민정수석실을 폐지하고 6월 법무부 산하에 인사정보관리단을 창설해 민정수석실이 맡아온 공직 후보자 인사 검증 기능을 수행하도록 했다.

인사정보관리단에 국무조정실, 국방부, 경찰청, 국정원 등에서 파견받은 인력과 검사 3명을 배치, 1차 자료를 수집해 넘기면 대통령공직기강비서관실이 검토해 판단하도록 한 것이다.

인사정보관리단을 설치하기 위해 ‘공직후보자 등에 관한 정보의 수집 및 관리에 관한 규정’과 ‘법무부와 그 소속기관 직제’ 등 2개 대통령령 일부개정령도 공포됐다.

법무부는 당시 인사정보관리단에 대해 “공직자 검증이 밀실에서 이뤄진다는 과거 민정수석실에 대한 비판에서 벗어나 통상의 부처 업무에 편입시킨 것”이라며 “인사 검증의 투명성을 획기적으로 제고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관리단 설치 이후 국가수사본부장에 임명됐던 정순신 변호사와 김행 여성부장관 후보자,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 등 법무부가 인사 검증한 후보자들에게 문제가 계속 발생하자 공직 후보자를 부실하게 검증했다는 비판이 지속됐다.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의 주호주대사직 인사 검증 과정서도 법무부가 채 상병 사건 고발 내용을 검토했는지 여부를 두고 논란이 일었다.

논란마다 법무부 책임론이 제기됐지만 법무부 측은 기계적으로 ‘1차 검증만 담당한다’며 책임을 피해갔다. 

이런 논란 끝에 민정수석실이 신설되고 검찰 요직을 두루 거친 김주현 민정수석이 임명되면서 공직자 인사 검증 과정서 민정수석실이 주도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미 대통령실은 기존 비서실장 관할서 2차 인사 검증을 맡아왔던 대통령공직기강비서관을 민정수석실 산하로 이관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공직자 인사 검증 역할의 무게추가 민정수석실로 기울 수는 있지만 인사검증관리단 자체가 당장 폐지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인사정보관리단 출범 취지와 1차 검증 업무 등 역할에 비춰 볼 때 당분간 체제를 유지하지 않겠냐는 것이다.

법무부 관계자는 인사 검증단 이관과 관련해 “법무부 인사정보관리단은 만들어질 때부터 인사 검증 역할이 분산돼 (민정수석실 신설과) 상관관계가 있지 않다”고 의혹을 부인했다. <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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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리면 철퇴’ 대법정 417호의 저주

‘걸리면 철퇴’ 대법정 417호의 저주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법원은 내란 혐의로 기소된 전직 대통령에게 철퇴를 내렸다. 2024년 12월 비상계엄 사태 이후 400여일 만이다. 이날 선고로 서울중앙지법 대법정 417호는 ‘전직 대통령의 무덤’이라는 악명을 이어가게 됐다. 5명의 전직 대통령에게 가해진 ‘대법정의 저주’를 <일요시사>가 살펴봤다. 지난달 19일은 윤석열 전 대통령에게 ‘운명의 날’이었다. 각종 혐의로 받는 재판 중에 가장 핵심 사안에 대한 법원의 첫 번째 판결이 이날 나왔다. 1심 재판부는 윤 전 대통령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앞서 관련자들에 대한 판결이 나오는 족족 유죄였기에 반전이라고 할 만큼 놀라운 결과는 아니었다. 443일 걸렸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 25부 지귀연 부장판사는 지난달 19일 내란 우두머리 혐의 사건 선고 공판에서 윤 전 대통령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내란 우두머리죄의 법정형은 사형, 무기징역, 무기금고로 윤 전 대통령은 최고형을 피해갔다. 재판부는 12·3 비상계엄이 형법상 내란죄가 맞다고 판시했다. 지 판사는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자체는 헌법상 권한 행사로서 내란죄에 해당할 수 없고 사법 심사의 대상이 된다고 보기 어렵다면서도 그 목적에 따라 내란죄가 성립할 수 있다고 했다. 비상계엄의 목적이 국회나 행정·사법의 본질적 기능을 침해했다면 내란죄가 성립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재판부는 사실관계의 핵심으로 군을 국회로 보낸 점을 꼽았다. 지 판사는 “무력을 동원해서라도 국회를 제압해야겠다고 결심했기 때문에 비상계엄을 선포했다는 게 실체에 부합한다”고 밝혔다. 결국 군을 국회로 보낸 행위 자체가 내란죄 성립 요건인 ‘국헌문란 목적’과 ‘폭동’에 부합한다는 취지다. 이어 “윤 전 대통령은 국회에 군을 보내 봉쇄하고 주요 정치인 등을 체포하는 방법으로 국회 활동을 저지·마비시켜 국회가 상당 기간 기능을 제대로 할 수 없게 하려는 목적을 내심으로 갖고 있었음을 부정하기 어렵다”며 “군대를 보내 폭동을 일으킨 사실도 인정된다”고 설명했다. 야당의 연이은 탄핵, 예산 삭감 등에 따른 국가 위기를 타개하고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수호하기 위한 비상계엄이었다는 윤 전 대통령 측 주장에는 “명분과 목적을 혼동한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이 대목에서 지 판사는 “성경을 읽는다는 이유로 촛불을 훔칠 수는 없다”고도 언급했다. 전두환·노태우·박근혜·이명박 법정에 선 전직 대통령 5명 국가 위기 상황 타개는 명분에 불과할 뿐 본질은 헌법기관의 마비였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재판부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의 내란죄 수사에 대해서도 인정했다. 윤 전 대통령 측은 공수처가 내란죄를 수사할 권한이 없다며 수사의 적법성을 문제 삼아 왔다. 재판부는 “공수처에 내란죄 수사권이 없다고 하더라도 검찰은 공수처 송부 기록 외 다른 증거들을 종합해 기소한 것으로 보이고 공수처가 수집한 증거를 다 빼더라도 피고인에 대해 유죄 판단을 할 증거가 충분하다”고 정리했다. 검찰과 조은석 내란특별검사팀(이하 내란 특검)의 주장 중 윤 전 대통령이 장기 독재를 하기 위해 2023년께부터 비상계엄을 선포하고 국회를 제압할 의도로 내외적 여건을 조성했다는 공소 사실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렇다고 보기엔 지나치게 준비가 허술했다는 것이다. 또 국회를 무력화할 계획 등에 관한 별다른 증거나 자료, 흔적도 찾아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윤 전 대통령 무기징역 선고 외에도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은 내란 중요임무종사죄가 인정돼 징역 30년,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은 징역 18년, 조지호 전 경찰청장은 징역 12년, 김종식 전 서울경찰청장은 징역 10년, 목현태 전 서울경찰청 국회경비대장은 징역 3년을 각각 선고받았다. 최고형 피했다 윤 전 대통령 측은 선고 닷새 만인 지난달 24일 항소했다. 윤 전 대통령 측 변호인단은 “법정의 기록은 물론, 훗날 역사의 기록 앞에서도 이번 판단의 문제점을 분명히 남겨야 할 책임이 있다고 생각한다”며 “특검의 무리한 기소, 그 전제 위에서 이뤄진 1심의 모순된 판단과 그 정치적 배경에 대해 저희는 결코 침묵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윤 전 대통령이 중형을 선고받으면서 서울중앙지법 대법정 417호의 ‘저주’가 이번에도 나타났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대법정 417호는 150석 규모의 형사 법정이다. 대법정 417호가 주목받는 이유는 이곳에서 윤 전 대통령을 포함한 전직 대통령 5명이 재판을 받았기 때문이다. 전직 대통령의 ‘무덤’이라는 별칭이 생길만한 대목이다. 전두환씨, 노태우 전 대통령의 하늘색 반팔 수의 차림은 국민의 뇌리에 깊게 남아 있다. 최고 권력이라 할 수 있는 대통령이 법정에 서서 판결을 듣고 있는 모습 자체가 충격인 시대였다. 12·12 군사반란과 5·18 광주민주화항쟁 관련 내란 우두머리(당시 내란 수괴) 등 혐의로 넘겨진 전직 대통령은 대법정 417호에서 중형을 선고받았다. 1996년 당시 검찰은 반란 및 내란 수괴 외에도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수수 혐의 등 총 10개 죄목으로 전씨에게 사형을 구형했다. 노 전 대통령에게는 내란 중요임무 종사 등 9개 죄목으로 기소, 무기징역을 구형했다. 전 씨는 1심에서 사형을 선고받았으나 2심에서 무기징역으로 감형됐고 대법원에서 형이 확정됐다. 노 전 대통령은 1심에서 징역 22년6개월, 2심에서 징역 17년, 이후 대법원에서 확정 판결을 받았다. 국정 농단 다스 재판 그로부터 30여년 뒤 윤 전 대통령이 같은 장소에서 같은 혐의로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검찰 측 구형도 사형으로 같았다. 내란 특검은 지난 1월13일 “법률가로서 검찰총장까지 지낸 피고인은 대통령으로서 누구보다 앞장서 헌법을 준수하고 헌법 질서를 수호해야 할 의무가 있다는 점을 잘 알면서도 헌법 질서 파괴로 나아간 점에서 비난받아 마땅하다”며 “피고인은 반성하지 않는다. 양형에 참작할 사유가 없고 오히려 중한 형을 정해야 한다”고 구형 배경을 밝혔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국정 농단 사건의 1심 선고도 대법정 417호에서 이뤄졌다. 박 전 대통령은 헌정사상 처음으로 탄핵으로 지위를 잃고 구속 기소됐다. ‘비선 실세’ 최순실씨가 국정을 좌지우지하는 등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은 권한을 사적으로 남용했다는 혐의를 받았다. 국민의 공분이 하늘을 찌르던 시기였다. 2018년 4월6일 서울중앙지법 형사22부는 대기업 등으로부터 231억9427만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박 전 대통령에게 징역 24년, 벌금 180억원을 선고했다. 당시 재판부는 2016년 10월 이후 불거진 국정 혼란의 장본인으로 박 전 대통령을 지목했다. 박 전 대통령이 국정 농단 사태에 궁극적인 책임을 져야 한다는 취지였다. 그러면서 “국정 혼란과 대통령 파면의 주된 책임은 피고인과 최순실에게 있다”며 “그럼에도 잘못을 반성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고 납득하기 어려운 변명으로 일관하면서 책임을 주변에 전가했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박 전 대통령이 받던 18개 혐의 중 ‘문화계 블랙리스트’ 사건 등 16개를 유죄로 봤다. 150명 규모 방청석 역사적 재판의 현장 이명박 전 대통령도 ‘저주’를 피하지 못했다. 자동차 부품업체 ‘다스’ 자금을 횡령하고 삼성 등에서 거액의 뇌물을 챙긴 혐의로 기소된 이 전 대통령은 2018년 10월5일 1심 재판에서 징역 15년, 벌금 130억원을 선고받았다. 법원이 다스의 실소유주를 이 전 대통령으로 결론 내리면서 ‘다스는 누구 겁니까’라는 논란에 종지부가 찍힌 순간이었다. 당시 재판부는 “2007년 대통령선거 기간 내내 피고인에 대한 각종 의혹이 제기됐지만 피고인의 결백을 믿는 다수의 국민 덕분에 피고인은 대통령으로 당선됐다”며 “피고인은 대통령으로서의 막강한 권한을 오직 헌법과 법률에 따라 국민 전체를 위해 행사해야 할 책무를 부담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러나 재판 결과 피고인이 친인척 명의를 빌려 다스를 설립해 실소유하면서 246억원가량 횡령한 사실이 드러났다”며 “범행 기간이 길고 이득액이 상당하며 범행 당시 이미 국회의원, 서울시장으로 활동했다는 점에서 죄질이 나쁘다”고 비판했다. 또 “의혹만 가득했던 사건의 실체적 진실이 밝혀지는 과정에서 대통령 재임 시절 저질렀던 다른 범행이 함께 드러남으로써 당시 피고인을 믿고 지지했던 국민은 물론 사회 전반에 큰 실망과 불신을 안겼다”며 “그런데도 친인척이나 측근이 범행을 저지른 것이라는 등 책임을 전가해 엄중한 처벌이 불가피하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되풀이된 30년 역사 전직 대통령 관련 재판 등 사회적 관심이 높은 사건이 대법정 417호에서 열리는 건 규모 때문으로 알려져 있다. 많은 사람이 방청을 원하기에 대형 법정에서 재판을 진행한다는 것이다. 5명의 전직 대통령은 방청석의 150여명과 실시간으로 중계된 재판을 본 국민 앞에서 단죄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