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기획 부동산 대부 김현재 회장 실체

  • 김성민 기자 smk1@ilyosisa.co.kr
  • 등록 2024.05.13 16:47:32
  • 호수 1479호
  • 댓글 4개

자선사업·땅 사기 ‘야누스’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과거 기획부동산 사기와 횡령 혐의로 복역한 김현재 ㈜케이삼흥 회장이 출소 이후 ‘폰지 사기’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고 있다. 1999년 삼흥그룹의 모체인 삼흥월드를 설립한 그는 5개 계열사를 거느렸다. 김 회장이 돈 될 만한 땅을 찍으면 계열사 사장들이 그 땅을 한꺼번에 사들이기 위함이었다. 그는 이를 다시 쪼개 제3자에게 “주거·상업지역으로 개발이 불가능한 임야를 용도변경이 가능하다”고 속여 팔다가 사기 혐의로 구속돼 실형을 선고받은 바 있다.

김 회장은 토지를 싼 가격에 산 뒤 호재가 있다는 소문을 내고 쪼개 파는 이른바 ‘기획부동산’을 국내에 처음 도입한 거물이다. 2003년 기획부동산 사기로 210억원을 가로채고, 회삿돈 수백억원을 횡령한 혐의로 2006년 징역 3년을 선고받아 복역했다. 출소한 김 회장은 “나를 기소한 검사들이 사실은 무죄였다고 말했다”고 투자자들을 설득한 것으로 전해졌다.

부동산 
플랫폼

지난 6일 경찰에 따르면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특경법)과 유사수신행위규제법 위반 등 혐의로 케이삼흥 김현재 회장 등 경영진을 수사 중이다. 2021년 설립된 케이삼흥은 정부가 개발할 토지를 미리 매입한 뒤 개발이 확정되면 보상금을 받는 ‘토지 보상 투자’를 권유하며 급성장했다. 

개발사업이 확정되면 소유권을 넘겨 보상금을 받는 방식으로 수익을 만들 수 있다며 전국에 7개 지사를 세우고 투자자를 모았다. 지난 몇 년 동안 수익금을 정상적으로 지급하며 피해자들과 신뢰를 쌓았던 김 회장은 지난 3월부터 무더기 수익금 미반환 사태를 일으켰다.

현재까지 파악된 피해자는 1000명 이상이며 대부분은 50대 중장년층이었다. 이들 중에는 평생 모아온 자산 대부분을 투자한 이들도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한 달에 2%(연 24%) 넘는 배당수익에 현혹된 투자자들은 지난달부터 배당금과 원금을 돌려받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김 회장이 일당이 최대 3000억원 규모의 부동산 투자금을 가로챈 것으로 보고 있다. 출소한 김 회장이 플랫폼을 활용한 진화된 수법과 솜방망이 처벌로 인해 재기에 성공할 수 있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케이삼흥 일부 피해자는 김 회장이 20여년 전 비슷한 사기를 벌였다는 점을 뒤늦게 확인하고 아연실색했다. 김 회장의 행보는 30여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는 1980년대 후반 한 부동산 사무소의 사무장으로 재직한 경험을 토대로 1999년 삼흥그룹의 모체인 삼흥월드를 설립했다. 

삼흥월드 등 5개 계열사 왕회장 
텔레마케터 700여명 “땅 사세요”

삼흥인베스트, 삼흥에스아이, 삼흥피엠, 삼흥센추리, 삼흥에프엠 등 5개 계열사를 거느린 가운데 삼흥센추리는 2000년대 중반 부성윈플러스로 사명을 변경했다. 부성윈플러스(당시 삼흥센추리)는 2003년 충북 제천시와 협약을 맺고 330억원 규모의 펜션단지 개발을 추진했다. 

특이한 점은 부동산 회사인 부성윈플러스가 전화권유판매(텔레마케팅) 사업자로 등록돼있었다는 것이다. 이 회사의 등기상 대표는 박모씨였는데 부성윈플러스 홈페이지에 접속하면 삼흥그룹으로 연결됐다. 삼흥그룹 본사 격인 삼흥건설과 그 계열사 사무실은 강남구 서초동에 있었다.

그러나 김 회장의 개인 집무실은 강남구 역삼동에 있었다. 삼흥그룹은 이처럼 사실상 하나의 회사를 삼성동, 역삼동, 서초동으로 나눠 운영했다.

각 회사를 분할 관리한 이유는 혹시 있을 압수수색을 피하기 위함이었다. 김 회장은 부동산 판매에 텔레마케팅 기법을 도입하는 혁신적인 사례를 만들었다. 부동산업을 주력으로 하는 삼흥그룹 대부분의 직원이 텔레마케터였다. 600∼750명의 텔레마케터는 무작위로 전화를 걸어 땅을 사라고 부추겼다.


텔레마케터를 활용해 투자자를 모았던 삼흥그룹이 최근 부동산 투자플랫폼을 운영하는 케이삼흥으로 변신한 것이다.

삼흥그룹의 자금 동원력은 2003년 최고조에 이르렀다. 그해 1687억원의 매출을 올린 삼흥그룹은 2004년에도 1667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삼흥그룹이 전후 5년간 올린 매출은 5300여억원에 이르렀다. 삼흥그룹의 성공을 본 많은 부동산 업자들은 김 회장에게 몰려들었다.

“검사들이…
난 무죄였다”

업자들은 삼흥그룹을 ‘기획부동산 사관학교’라고 불렀다. 당시 김 회장은 충북 제천 외에도 경기 이천·용인, 전북 무주 등 4곳에서 212억원의 차익을 남겼다. 특히 무주에선 평당 2만5000원에 구입한 땅을 37만원에 되팔아 15배에 가까운 영업이익을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이 뿐만이 아니다. 검찰은 김현재의 정치권 로비 의혹을 내사하기도 했으나, 실체에 접근하지 못했다. 2004년 서울중앙지검 강력부는 사기 등 혐의로 김 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법원은 이를 기각했다. 

전남 영암 출신으로 알려진 김 회장은 자선사업가로 변신해 사회적 신뢰를 쌓고 정치권으로 발을 넓혔다. 1990년대 초반부터 수형자를 위한 장학사업을 벌이기도 했다. 2003년에는 사회복지재단을 만들어 소년 수형자 지원활동에 나섰다. 장학금도 수차례 쾌척한 것으로 전해진다.

전남 영암향교는 지난해 11월 향교 내 교궁서 김 회장의 공적비를 세우기도 했다. 김 회장은 영암군 시종면 출신으로 지난 2004년 영암향교 경서학원 설립기금 6000만원 기탁을 계기로, 시종면민 장학금 46억원, 청소년 교도소 뮤지컬 공연 4억원, 천안 청소년 교도소 재소자 장학금 7억5000만원을 기탁했다.

1990년대 후반에는 광주 지역신문인 <호남매일신문>을 사들여 지방 언론 사주가 됐다. 지방 언론 소유는 그의 정치권 인맥을 넓히는 데 도움이 됐다.

달콤한 유혹
투자자 설득

김 회장은 김대중·노무현정부 인사들과 교류가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2000년 새천년민주당(현 새정치민주연합) 경기도지부 국정자문위원을 맡았던 그는 열린우리당 민생경제특별위원회 위원으로도 활동했다. 일각에선 정치권이 김 회장을 비호했다고 의심했지만 구체적으로 확인되지는 않았다.

2006년 검찰은 김 회장에 대한 수사를 진행하는 과정서 “한나라당(현 새누리당)이 김현재와 관련한 각종 의혹을 알고 있다. 지금 터뜨리지 않으면 곤란하다”고 의논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회장과 선후배로 지냈던 민주당(현 새정치민주연합) 김상현 전 의원은 검찰의 1호 타깃이 됐다. 

검찰은 “김 전 의원이 16대 국회의원이던 2003년 7월부터 이듬해 11월까지 김씨로부터 모두 22차례에 걸쳐 13억7000여만원의 불법 정치자금을 받았다”고 밝혔다. 또 검찰은 김 회장이 김 전 의원에게 건넨 정치자금 총액을 41억6000만원으로 파악했지만, 공소시효가 지난 돈에 대해서는 공소를 포기했다.


2007년 대법원은 김 전 의원의 정치자금법 위반에 대해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확정 판결했다.

해당 수사에 대해 ‘정치적 보복’이라는 주장도 있었다. 김 전 의원은 당시 <주간경향>과의 인터뷰서 “평소 나를 도와주는 후배가 청소년문화를 연구하는 (내)재단에 기부한 것이다. 그것을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거니 할 말이 없더라”고 말했다.

제 버릇 남 못 주고···과거 재조명
언론과 정치권 아우른 ‘검은 손’

한편, 김 회장의 주된 혐의는 정치자금법 위반이 아니었다. 당시 법원은 210억원대 토지판매 사기를 저지르고, 법인세 88억원을 탈루했으며, 회삿돈 245억여원을 빼돌린 김 회장에 대해 징역 3년에 벌금 81억원을 선고했다.

출소 후 동종범죄를 저지르는 범죄 순환에 업계 전문가는 재범을 막을 장치가 미비한 탓에 끊임없는 대규모 사기 피해가 벌어진다고 지적했다. 또 출소 후 비슷한 방식의 사기 범죄를 기획했다는 점에 대해 ‘일확천금’을 꿈꾸는 피해자의 심리를 이용했다고 분석했다.

실제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이 지난 2016년부터 6년간 사기범 확정 판결문 2061건을 분석한 결과에 의하면 재범인 경우가 65.8%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재범 사기의 경우 약 40%가량이 동일한 피해자를 대상으로 재차 벌인 사기인 점도 분석됐다. 


반복되는 사기를 막기 위해선 처벌 강화를 비롯해 사기범 출소 후 관리에 역량을 모아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경찰청에 따르면 2023년 사기 범죄는 총 34만7597건으로 5년 전 대비 50% 가까이 증가했다. 경찰대학 치안정책연구소가 올해 발간한 <치안전망 2024>에 따르면 올해는 투자리딩방, 보이스피싱 등 악성 사기 범죄가 5대 강력범죄보다 더 큰 폭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측됐다.

일각에선 사기 범죄가 많이 늘어나 유죄 확정판결이 난 경우 신상 공개도 검토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언론사 대표
정치권 개입

김대근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실장은 “사기 범죄가 형사 처벌로까지 이어지는 상황이면 피고인이 재산을 이미 다 빼돌리거나 갚을 능력이 없는 경우가 많아서 민사로 가도 구제가 쉽지 않다”며 “사기로 유죄 확정판결을 받은 경우 신상 공개를 할 수 있도록 관련 제도를 손질하는 등 정보의 비대칭성을 완화할 수 있는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smk1@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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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에 판 깔린 ‘명심’ 선발전

경기도에 판 깔린 ‘명심’ 선발전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이 6·3 지방선거 경기도지사 선거판을 달구고 있다. 여당 강세 지역인 만큼 민심은 물론 당심까지 한번에 훑어볼 절호의 기회다. 1차 예비경선도 ‘기승전 이재명’으로 막을 내렸다. ‘찐명’ 타이틀을 거머쥘 최후의 승자는 누가 될지, 여당의 이목이 경기도에 쏠리는 이유다. 지난 22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경기도지사 예비경선을 실시했다. ▲김동연 현 경기도지사 ▲추미애 의원 ▲한준호 의원 등으로 후보가 압축되면서 3강 체제가 굳어졌다. 권칠승·양기대 후보는 고배를 마셨다. 100% 권리당원 투표로 진행된 만큼 오직 당심으로만 결정했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다. 현역인 김동연 후보는 행정력을, 추미애 후보는 검찰개혁 선봉자와 6선의 중량감을, 한준호 후보는 친명(친 이재명)계 조직력을 바탕으로 1차 관문을 통과했다는 평을 받는다. 당심 100% 첫 관문 본경선은 다음 달 5~7일 진행되며 과반 득표자가 없을 경우 상위 2명이 15~17일 결선투표를 치른다. 본경선 투표는 권리당원 50%와 국민 여론조사 50%가 반영된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위원장으로 검찰개혁에 앞장선 추 후보는 강성 지지층의 두터운 신뢰를 받고 있다. 추 후보 역시 이를 동력 삼아 사법 3법(법 왜곡죄, 재판소원법, 대법관 증원법)과 중수청·공소청 설치 법안 강행 처리를 주도했다. 추 후보는 출마 선언을 통해 선명한 개혁과 강인한 리더십을 강조했다. 그는 “이재명 대통령이 재난지원금과 청년기본소득을 적극 추진하며 사회적 기본권을 보장하고, 수십 년간 지지부진했던 불법 계곡을 정비해 경기도가 새로운 기준을 만들었던 것처럼 경기도에도 도민을 행정 중심에 놓는 사고의 전환과 강한 결단력의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저 추미애는 개혁이 필요하면 정면으로 돌파했다. 원칙 앞에서 물러선 적이 없었고 어려운 이웃을 외면한 적이 없었다”며 “책임지는 행정, 실천하는 행정으로 경기도정을 이끌겠다”고 밝혔다. 한 후보는 “경기도가 성공해야 이재명정부가 성공한다”며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을 전면에 내세웠다. 한 후보는 “이정부의 실용주의를 경기도에서 가장 먼저, 가장 분명하게 성과로 완성하겠다. 지금 경기도에 필요한 것은 망설임이 아니라 실행, 말이 아니라 결단, 계획이 아니라 책임지는 도정”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당시 한 정치권 관계자는 “추 후보는 정부를 이끌 리더십을 강조했다면 한 후보는 보조하는 조력자 역할에 방점을 찍었다. 두 사람은 공통적으로 명심을 내세웠지만 이를 활용하는 방법은 다른 셈”이라며 “민주 당원도 어떤 역할이 이정부 성공에 도움이 될지 저울질하면서 선거 과정을 지켜볼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역인 김 후보는 “일잘러(일을 잘하는 사람) 대통령에게는 일잘러 도지사가 필요하다”며 행정 경험을 강점으로 내세웠다. 김 후보는 이 대통령이 경기도지사를 지내던 당시 추진하던 기본소득과 지역화폐 등의 정책을 이어받아 발전시킨 사례를 성과로 제시했다. 김 후보는 “지금 이 대통령이 가장 강조하는 것은 ‘속도와 체감’이다. 좌충우돌, 시행착오로 낭비할 시간이 우리에겐 없다”며 자신이 이정부의 성공을 뒷받침하는 ‘국정 제1동반자’임을 거듭 강조했다. ‘강경’ 추 ‘친명’ 한 ‘비명’ 김 앞다퉈 “내가 국정 파트너 적임자” 정치권은 세 사람의 성향이 모두 다른 점에 주목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강성 추미애’ ‘친명 한준호’ ‘비명(비 이재명)이었던 김동연’이 한자리에 모였다. 경기도지사 선거를 빙자한 ‘친명 선발 토너먼트’인 격”이라며 “최종 후보가 선정되는 과정을 따라가다 보면 민주당 권력이 어디를 향하는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이어 “국민의힘이 끼어들 틈이 없다 보니 민주당만의 리그가 됐다. 민주당 최종 후보는 경기도지사직뿐만이 아니라 ‘이재명의 복심’이라는 타이틀까지 얻는 효과를 본다. 민심과 당심의 향배를 모두 주목해야 한다”고 봤다. 세 사람 모두 네거티브 경쟁을 최소화하겠다는 방침이지만, 예비경선 득표율을 놓고 신경전이 벌어지기도 했다. 한 후보 측이 “(예비경선) 2위를 확신한다”고 주장하며 불을 지핀 것. 득표율은 후보 본인에게만 공개되지만 본선 진출을 위해 각자 유리한 여론 조성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예비경선이 치러진 다음 날인 23일, 민주당 염태영 의원은 경기도의회 브리핑룸에서 ‘한준호 후보 본경선 전략 브리핑’을 갖고 “당이 후보별 전체 순위와 득표율을 공개하지 않고 있어 추정치라는 점을 전제로 한다”면서도 “한 후보가 상당히 약진했고, 권리당원 투표에서는 2위를 했다는 것을 확신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제 중요한 것은 현재 수치보다 추세와 흐름”이라며 “경기도민과 권리당원들이 경기도의 미래를 이끌 새로운 지도자의 기준을 바꾸기 시작한 결과가 이번 예비경선에 반영됐다”고 해석했다. 이에 김 후보는 “순위 발표도 안 됐는데 각자 자기주장 하는 것”이라고 받아쳤다. 이번 경기도지사 선거는 권리당원의 당심과 경기도민의 민심,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사람의 승리다. 김 후보는 당심이, 나머지 두 후보는 민심에 취약한 만큼 각각 절반이 부족하다는 평이다. 민심과 당심이 언제나 같은 방향으로 흐르지 않는 만큼 후보들은 전략 수정에 나섰다. 그동안 추 후보는 각종 개혁에 앞장서는 등 강성 이미지를 굳혀왔다. 하지만 강성 이미지는 양날의 검이 돼 2024년 하반기 국회의장 선거 당시 낙선 원인이 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강성 당심은 추 후보를 밀었지만, 의원 투표 결과 온건파인 우원식 후보가 당선되면서 급제동이 걸린 것. 추 후보는 6선의 중진이지만 이번 경기도지사까지 패배하게 되면 정치적 타격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역풍 불라” 완급 조절 이를 의식한 듯 최근 추 후보는 ‘추다르크’라는 별명을 내려놓고 행정가로서의 면모와 실용성을 강조하고 있다. 추 후보는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입법·사법·행정을 골고루 경험한 유일 후보”라며 “입법을 통해 큰 틀 아이디어를 냈다면 이제는 현장에 뛰어들어 성과를 내보고 싶다”고 말했다. 검찰개혁 완수를 본인의 최대 성과로 내세운 추 후보가 법사위원장을 내려놓고 선거에 뛰어든 것 역시 중도를 설득하기 위한 행보로 해석된다. 권리당원 100%로 치러진 예비경선과 달리 본경선은 일반 여론조사와 당원 조사가 각각 50%씩 반영된다. 결국 줄어든 강성 당원의 영향력 만큼 중도층을 최대한 끌어오는 것이 관건이다. 추 후보는 사퇴 기자회견을 통해 “지난 7개월간 법사위원장으로서 총 682건의 개혁법안과 민생법안을 처리했다”며 “법 왜곡죄를 도입하는 ‘형법’, 재판소원을 허용하는 ‘헌법재판소법’, 대법관 증원안이 담긴 ‘법원조직법’ 개정안 등 사법개혁 3법과 검찰청 폐지, 공소청·중수청 법안까지 검찰개혁 과제를 완수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여러 어려움이 있었지만 언제나 제 중심에는 국민이 있었고, 어떠한 가시밭길도 외면하지 않았다”며 “2021년 검찰개혁을 완수하지 못한 채 법무부 장관 자리를 떠나야 했던 무거운 발걸음이 아니라 이처럼 뜻깊은 결과를 여러분께 보고드릴 수 있게 되어 영광”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힘이 되어주신 여러분께 깊이 감사드린다”며 “대한민국의 중심 경기도를 승리로 이끌고 이정부와 함께 국민주권시대를 만들어 내겠다”고 덧붙였다. 한 후보는 오히려 ‘이재명 픽’을 앞세웠다. 이정부를 흔드는 세력을 향해 각을 세우면서 전투력을 강조하는 등 기존 지지층 결집에 나섰다. 최근 한 후보는 ‘이재명 공소 취소설’의 근원지인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대통령의 생각을 자꾸 언급하는 것 자체가 당을 지휘하고 있는 당 대표로서 맞냐는 생각이 있다”며 김어준씨와 정청래 대표 등을 겨냥한 듯한 발언을 했다. 여권 갈등의 뇌관이 된 유시민 작가의 ‘ABC론’을 놓고 설전이 이어지기도 했다. 유 작가는 민주당 지지층을 A(가치 중시), B(본인 이익 추구), C(A, B의 교집합) 등 세가지 그룹으로 분류했으며 특히 B그룹은 “이익과 생존을 위해 친명을 자처하는 이들”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한 후보는 “갈라쳐서 얻는 게 뭔지 모르겠다”고 반응했고 유 작가가 재반박에 나섰다. 이후 한 후보는 자신의 SNS를 통해 “작가님의 말씀, 무겁게 듣고 있다. 그래서 더 안타깝다”며 “저를 향한 비판과 비난은 기꺼이 감당하겠다. 하지만 이 대통령님과 정부는 다른 차원의 문제”라고 꼬집었다. 이어 “지금의 모습은 불안한 외줄타기 같다”며 “선은 분명하다. 그 선은 지켜달라”고 요구했다. 끊지 못한 명 꼬리표 한 후보는 “53% 싸움”을 내세우며 본경선 승리를 위한 지지층 결집을 호소했다. 오는 6월 선출되는 경기도지사의 임기는 4년으로 이 대통령의 남은 임기와 맞물린다. 따라서 이정부와 합을 잘 맞추는, 명심을 잘 꿰뚫는 후보가 경기도지사에 당선되어야 한다는 게 한 후보 측 지지층의 핵심 메시지다. 한 후보 역시 “‘이재명 지사였다면 벌써 해결했을 일들’을 한준호가 가장 스마트하고 빠르게 해결하겠다”며 “딱 세 표가 부족하다. 나의 한 표에 더해, 가장 가까운 두 분만 더 설득해 달라”고 밝혔다. 김 후보는 후보 적합도 여론조사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다. 1위의 김 후보를 추 후보가 뒤쫓고, 한 후보가 마지막 뒤집기 기회를 엿보는 구도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 24일 여론조사기관 ㈜엠브레인퍼블릭이 <중부일보> 의뢰로 경기 거주 만 18세 이상 남녀 800명을 대상으로 지난 23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오는 6월 경기도지사 선거에서 누가 가장 적합하다고 생각하는가’라고 물은 결과 김 후보는 25%, 추 후보는 22%, 한 후보는 11%로 집계됐다. 해당 조사는 전화면접조사 방식(CATI)으로 진행됐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5%p, 응답률은 12.7%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김 후보는 당심 100%라는 가장 어려운 관문을 뚫었지만 질긴 비명 꼬리표에 곤욕을 치르고 있다. 그의 최대 약점은 경기도지사 선거 당시 본인에게 도움을 줬던 민주당 핵심 지지층과의 관계를 소홀히 했다는 국민 인식이다. 유 작가는 한 유튜브 방송을 통해 “(당시 이재명) 대표한테 붙어 지사가 된 사람이지 않나. 배은망덕”이라며 원색적으로 비난하기도 했다. 2024년 임기 후반기 접어들자 본격적으로 비명 프레임이 굳어졌다. 당시 김 후보는 민주당 전해철 전 의원 등 대표 친문(친 문재인)계 인사를 영입했고, 친명계에서는 “유력 대권후보 주자인 이재명 당 대표에 맞서기 위한 결집 시도” 등 견제가 이어졌다. 김 후보는 표를 분산시키는 친비명 프레임을 깨고 인물론에 승부를 걸었지만 민주당 여론이 심상치 않다. 일부 친민주당 성향 커뮤니티에서 “친명계와 개딸(개혁의 딸)이 벼르고 있다”는 여론이 형성되자 김 후보는 자세를 낮추고 당원에게 호소하는 메시지를 냈다. 2% 부족한 후보들…해법은? 이제 와서 고개 숙인 김동연 김 후보는 예비경선이 시작된 지난 21일 자신의 SNS에 “‘나는 동지들의 헌신에 보답했는가’ 되묻는다. 많이 부족했다”는 장문의 글을 올렸다. 김 후보는 “경기도의 저력도, 제가 여기에 서 있는 것 자체도, 당원 동지들이 없었으면 불가능한 일이었다”며 “갚을 길은 하나라고 믿는다. 이재명 대통령의 성공을 위해 제가 가진 모든 것을 쏟아붓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제 저는 선택의 시간 앞에, 당원동지들 앞에 서 있다. 감히 청한다.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 죽을 힘을 다해 뛰어라, 당원의 마음을 명심하고 다시 한번 일하라.’ 저 김동연에게 그 기회를 주십시오. 당원 동지들의 뜻을 간절히 기다린다”고 호소했다. 김 후보는 친비명 논란에 거듭 선을 그었다. 그는 “이 대통령 중심으로 성공한 나라를 만드는 게 중요하기 때문에 당의 친명(친 이재명)·비명은 의미가 없다”며 “경기도는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서 국정 제1파트너로서 충분히 뒷받침하면서, 필요하다면 앞에서 끌면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김 후보는 한 후보와 마찬가지로 유 작가의 ABC론을 꼬집었다. 김 후보는 JTBC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가나다’론을 제시하며 “ABC 때문에 논쟁이 벌어진 거 같은데 저는 ‘가나다’로 얘기하면 어떨까 싶다”고 말했다. 김 후보는 “‘가’는 김대중 대통령을 좋아하는 민주당의 토대다. ‘나’는 그 뒤를 이은 노무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하고 지지했던 분들, ‘다’는 이재명 대통령의 실용과 성과로 보여주는 리더십을 좋아하는 분들”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ABC론이 조선시대 노론이나 소론도 아니고 가나다로 한데 뭉치고 더하는 민주당이 됐으면 좋겠다”고 부연했다. 민주당은 이번 경기도지사 선거가 계파 분열의 초입이 될까 노심초사하는 모양새다. 이에 민주당 원조 친명 핵심으로 꼽히는 김영진 의원은 김 후보를 향한 ‘반명 공세’에 “이 대통령과 어려움을 함께했던 소중한 민주당의 멤버”라며 직접 엄호에 나섰다. 또 김 의원은 2022년 대선 당시 김동연 대선후보(새로운 물결)와의 단일화 과정을 회상하며 “안철수 후보는 윤석열 후보에게 갔지만 김 후보는 이재명 후보 지지를 선언하고 어려운 선거를 함께 뛰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분열은 ‘독’ 친명 지원전 한 민주당 관계자는 김 지사의 화합 메시지와 호소력에 주목했다. 이 관계자는 “골수 친명은 김 후보에 대한 반감이 크다. 김 후보에게 친문 표가 약 30% 정도 있다고 본다”며 “김 지사가 막판에 승리하려면 이 30%를 유지하면서 당원에게 호소하는 전략을 써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친명을 적으로 돌리면 답이 없다. 등 돌린 사람이 있는 곳에 가서 그 사람이 원하는 메시지를 내야 한다”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