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따라 강 따라 ⑤나주 영산강둔치체육공원

영산강에 샛노란 봄이 오나봄

 

영산강은 담양의 가마골 용소서 발원해 광주와 나주 등을 거쳐 목포서 바다로 흘러든다. 남도의 구석구석을 지나는 셈이다. 하지만 강의 이름은 나주 영산포서 기인한다. 영산포라는 이름은 신안 흑산도 동쪽 섬 영산도서 왔다는 말이 있다.

남도의 구석구석

고려 시대 영산도에 왜구의 노략질이 잦자 섬사람들을 내륙으로 이주해 살게 했다. 그들이 사는 나주의 강변 동네를 영산도 사람들이 사는 포구라고 해서 영산포라 불렀다. 나주 영산포는 바다까지 뱃길로 이어지는 교역의 중추라 자연스레 강의 이름 역시 영산포를 따서 영산강이 됐다고 전한다. 

영산강둔치체육공원은 나주시 영산포 일대를 아우르는 시민들의 쉼터이자 휴식처다. 약 13만㎡ 너비의 공원으로 축구장, 농구장, 인라인스케이트장 등을 갖추고 전용 주차장이 있어 편리하다. 지역 사람의 일상이 묻어나는 이런 장소는 어김없이 여행의 의미를 되묻게 만든다. 화려하고 아름다운 여행지도 좋지만 때로는 현지의 일상에 가까이 다가설 때, 여행은 한층 여행다워진다. 하물며 우리나라 5대 강의 하나인 영산강둔치의 공원이다.

영산포홍어거리가 영산강둔치체육공원 강변에 있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영산포 사람들이 고향의 홍어 맛이 그리워 가져다가 먹던 게 오늘에 이르러 나주 홍어의 명성을 만들었다. 다른 지역의 맛 골목과 달리 홍어 삭힌 향이 코끝을 간질여 어렵잖게 눈치챌 수 있다.

그런데도 봄에는 유채꽃이 홍어에 맞서 영산강의 주인공을 다툰다. 오감 가운데 제일 오래가는 건 후각이지만 가장 먼저 반응하는 건 역시 시각이다. 홍어 맛보러 왔던 이들조차 식후경을 놓치지 않는다. 


유채꽃은 영산교 상류 공원 북단이 주 무대다. 홍어 맛이 깊고 영산강이 푸르러도 이맘때는 봄날의 노란 유채꽃을 압도하기가 쉽지 않다. 영산교나 영산대교 위에서 내려다보면 온통 노란빛이다. 봄바람이라도 불라치면 절로 맘이 설렌다.

물론 다리 위보다 곁에 두고 보는 게 한층 아름답고 다정하다. 이를 모르지 않는 이들은 유채꽃 사이를 거닐며 사진 찍기에 여념이 없다. 특히 영산대교 동쪽의 동섬은 좀 더 로맨틱한 장소다. 공원서 조금 더 올라가야 하지만 영산강 안에 있는 자그마한 섬으로 다리를 건너 들어간다. 섬이 주는 고립감이 동섬만의 낭만적인 분위기를 만든다. 

행여 유채꽃이 만개하는 시기를 놓쳤다 해도 걱정할 필요는 없다. 영산강둔치체육공원을 여행하는 방법으로 영산강 황포돛배 체험과 자전거 타기를 빼놓을 수 없다. 황포돛배는 육상 교통이 발달하며 1977년 이후 자취를 감췄다가, 지난 2008년부터 관광 목적으로 부활해 운영 중이다.

영산교 남쪽 영산포선착장서 출발해 한국천연염색박물관선착장까지 왕복 50분을 유람한다. 천연염색박물관에 내리지는 못하고 그 앞에서 뱃머리를 돌려 돌아온다.

전체 구간은 왕복 약 10㎞로 백제 아랑사와 아비사의 전설을 간직한 앙암(仰巖)바위, 영모정과 기오정 등 나주 역사를 살펴볼 수 있는 강변의 유적을 곁에 두고 지난다. 3인 이상이 모여야 출발하며 탑승 인원에 따라 운행하는 배가 다르다.

나주시민들의 쉼터이자 휴식처

영산포 선창의 영산포 자기수위표(국가등록문화재)도 옛 정취를 전한다. 흔히 영산포등대로 불리며 일제강점기인 1915년에 건립한 우리나라 유일의 강변 등대다. 영산강의 수위를 측정하는 용도로도 쓰였기 때문에 공식 명칭은 영산포 자기수위표다.


공원 둔치 둑으로는 영산강자전거길이 지난다. 영산강자전거길은 담양댐 물문화관부터 목포 영산강하구언까지 총 133㎞다. 그 일부는 황포돛배가 지나는 구간과 나란한데 황포돛배와 석관정서 바라보는 풍경은 석관귀범이라고 해 영산5경에 해당한다.

공원서도 가벼운 자전거 여행이 가능하다. 영산교 북쪽 교각 아래는 자전거무료대여센터가 자리한다. 1인승과 2인승 자전거를 갖췄고 신분증만 있으면 누구나 이용할 수 있다. 다만 이용 범위는 영산강둔치체육공원 내로 제한한다. 물론 강변의 바람을 맞으며 봄의 감각을 깨우기에는 부족함이 없다.

영산강체육둔치공원서 영산포철도공원이 지척이다. 영산교서 약 500m거리에 있다. 영산포철도공원은 옛 영산포역을 복원한 영산포역사문화체험관과 레일바이크 등으로 이뤄져 있다. 영산포역은 1913년 호남선 개통과 함께 문을 열었으나 한국전쟁 때 소실됐다. 이를 1969년에 다시 지었고 2004년 철거 전까지 존재했다. 

현재 공원 내에 있는 영산포역은 1969년에 두 번째로 지은 건물 형태를 따랐다. 내부는 기관사·승객 VR체험, 역무원 복장 체험 등은 물론 대합실 홍익 매점을 재현한 세트와 역무원들이 쓰던 검표 가위, 옛 무궁화 승차권 등의 전시물이 호기심을 불러일으킨다.

별도의 입장료가 없고 야외 폐철로 600m 구간을 오가는 레일바이크 역시 무료여서 알뜰하게 여행할 수 있다.

전라도는 전주와 나주의 머리글자를 딴 지명이다. 나주는 이미 고려 시대부터 호남의 중심지였다. 나주 읍내를 산책하며 돌아다니다 보면 그 영화를 짐작할 수 있다. 고샅길은 마을의 좁은 골목을 가리키는 옛말로 옛 나주읍성의 골목골목을 걸어볼 수 있는 코스다.

크게 서부길(3㎞)과 동부길(5㎞)로 나뉜다. 서부길은 나주목의 상징과도 같던 금성관(보물), 나주목사가 살았던 금학헌, 나주목 관아의 정문 정수루 등 조선 시대 나주읍성의 흔적이 주를 이루고 동부길은 일제강점기의 근현대사 흔적을 연결한다.

따로 안내 지도가 없어 나주읍성관광안내소(정수루 앞) 안내판을 참고해야 하지만, 복잡한 길은 아니어서 표식 없이도 걸을 만하다. 

고샅길이 옛 나주를 여행할 수 있는 여행지라면 빛가람호수공원과 전망대는 현재의 나주를 만날 수 있는 장소다. 빛가람호수공원은 나주혁신도시의 초록 쉼터다. 배메산과 호수공원이 산책의 즐거움을 안긴다는 측면서 영산강둔치체육공원과 비슷하다.

빛가람호수공원

빛가람호수공원만의 특징은 배메산 정상의 전망대를 들 수 있겠다. 정상부에 들어선 높이 20.7m의 빛가람호수공원전망대는 나주혁신도시의 랜드마크다. 전망대에 오르면 한층 실감이 난다. 나주혁신도시 전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모노레일(편도 1000원)을 이용하면 정상까지 손쉽게 이동할 수 있다. 


<여행 정보>
당일 여행코스

영산강둔치체육공원→영산포철도공원→빛가람호수공원과 전망대


1박2일 여행 코스
-첫째 날 영산강둔치체육공원→영산포철도공원→고샅길
-둘째 날 빛가람호수공원과 전망대→빛가람 치유의숲→다도 도래마을

관련 웹 사이트 주소
나주시 문화관광 https://www.naju.go.kr/tour

문의 전화
-나주시청 관광과 061)339-8724
-영산강둔치체육공원 061)339-4523
-빛가람전망대 061)339-2715

대중교통
-버스 서울-나주혁신도시, 센트럴시티터미널서 하루 3회(08:50, 10:50, 15:05)운행, 3시간30분 소요. 빛가람시외버스정류장서 택시 이용

*문의: 센트럴시티터미널 02)6282-0114, 빛가람시외버스정류장 061)332 8315, 나주시버스운행정보 061)339-8831, https://bis.naju.go.kr

-기차 용산역-나주역, KTX 하루 16회(05:47~21:17) 운행, 약 2시간~2시간10분 소요. 나주역정류장서 400번 일반버스, 160번 광역버스, 순환2, 순환3번 버스 이용 영강동행정복지센터 정류장 하차. 도보 160m


*문의: 레츠코레일 1544-7788, www.letskorail.com 

자가운전
광주외곽순환도로 남광산IC→ 빛가람장성로 나주 방면 19.8㎞→ 빛가람로  금천 나주시청 방면 5.8㎞→ 예향로 영암, 해남 방면 1.5㎞→ 영산포로 180m→ 영산강둔치체육공원

숙박 정보
-호텔 코어: 나주시 배멧3길, 061)337-0700
-목서원: 나주시 향교길, 061)331-3917
-은신히: 나주시 금성관길, 010-6319-2244, www.eunsinhee.com

식당 정보
-나주곰탕 하얀집(곰탕): 나주시 금성관길, 061)333-4292, www.hayanjib.com
-홍어1번지(홍어삼합): 나주시 영산3길, 061)332-7444, www.nskates.com
-스테이케이션(까눌레): 나주시 석전2길, 070-4799-5693

주변 볼거리
느러지전망대, 한수제, 국립나주박물관, 나주학생독립운동기념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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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빅텐트 타령 국민의힘, 왜?

또 빅텐트 타령 국민의힘, 왜?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이 당심 반영 비율을 늘린 지방선거 경선 규칙을 발표했다. 이어 장동혁 대표를 필두로 지방선거 전략으로 ‘반명 빅텐트론’을 지난 대선에 이어 또 거론했다. 국민의힘이 6년째 내리 실패한 전략을 또 끌고 오는 이유는 무엇일까? 국민의힘이 지난달 25일 지방선거 경선 규칙을 발표했다. 국민의힘 지방선거 총괄기획단 대변인을 맡은 조지연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진행된 기획단 회의 후 “내년 지방선거 경선에서 당원투표 비중을 기존 50%에서 70%로 늘리기로 했다”고 밝혔다. 민심보다 당심으로? 국민의힘 지방선거 공천은 당원투표 70%와 국민 여론조사 결과 30%가 혼합돼 결정된다. 만 44세 이하 청년은 가점을 부여받고, 여성 신인은 만 45세 이상이어도 가산점이 부여된다. 광역의원 비례대표 후보자는 청년 인재 오디션을 거쳐 선출해 최우선 순위로 당선권에 배치할 예정이다. 지난 2022년 지방선거 당시 국민의힘 대표였던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가 시행했던 공직 후보자 기초 자격 평가는 기초자치단체장·기초의원 후보자들을 대상으로 진행된다. 국민의힘 지방선거 총괄기획단장은 5선 나경원 의원이 맡고 있다. 나 의원은 서울시장 출마 후보군 중 1명으로 거론된다. 현 시점에선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로 오세훈 서울시장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일각에선 “나 의원이 사심 때문에 경선 규칙을 정한 것 아니냐”고 의심한다. “오세훈 서울시장의 대중적 인기는 높지만, 당내 기반은 약하다”는 평가로부터 비롯되는 의심이다. 새로 정한 경선 규칙에 대해선 당내에서도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을 맡았던 김용태 의원은 지난 25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내년 지방선거를 시작으로 실질적인 수권 전략을 실현하려면, 공직선거 후보자 선출 규칙은 국민경선 100% 제도를 채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윤상현 의원도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비판했다. 윤 의원은 “민심이 곧 천심이고, 민심보다 앞서는 당심은 없다”며 “민의를 줄이고 당원 비율을 높이는 것은 민심과 거꾸로 가는 길이고, 폐쇄적 정당으로 비칠 수 있는 위험한 처방”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최근 사법부 압박 논란과 대장동 항소 포기 문제까지 있었는데도 우리 당 지지율은 떨어지고 여당 지지율이 오르는 이유는 무엇이겠느냐”며 “여당이 잘해서가 아니라 진정성 있는 성찰과 혁신 없이 표류하는 야당에 대한 국민적 실망이 더 크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라고 강조했다. 한국갤럽이 지난 18일부터 20일까지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정당 지지도 여론조사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지지율은 43%였고,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24%였다. 지난 7월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만 18세 이상 1003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전화 면접 여론조사 당시 국민의힘 지지율이 19%를 기록했던 것에 비하면 높지만, 두드러진다고 보긴 어렵다. 내부 비판 이어지는데 당심 비중↑ 비상계엄 사과 두고도 ‘옥신각신’ “국민의힘의 지지율이 당분간 크게 오르긴 어렵다”는 일각의 예측도 있다. 다음 달 3일은 비상계엄 1주년이라서 윤석열 전 대통령의 재임 중 실정과 ▲윤 전 대통령 탄핵소추 표결 불참 ▲윤 전 대통령 체포 저지 시도 ▲심야 대선후보 교체 시도 등 지난 1년 동안 국민의힘이 여론으로부터 비난을 받았던 행보들이 다시 주목받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국민의힘 일부 소장파 의원들은 비상계엄 사과 등을 통한 윤 전 대통령과의 확실한 절연을 요구하고 있다.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은 지난 24일 CBS 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 출연해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좀 더 명확한 메시지를 낼 필요가 있다는 얘기가 당내에서도 나온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역사와 국민 앞에 누군가 사과해야 할 상황이고, 국민의힘이 사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예측할 수 없었던 돌발적인 계엄이 있었고, 탄핵에 이어 정권을 잃은 후 국정의 주도권을 넘겨줬다”고 강조했다. 반면 같은 당 김재원 최고의원은 같은 달 26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일회성 사과로 과거의 잘못을 끊어내고 새로 출발할 수 있다고 믿는 것 자체가 잘못”이라며 “사과를 자꾸 하는 것은 오히려 현 상황을 악화시킬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국민의힘은 역사적 공과를 안고 가면서 어떤 정치를 할 것인지 고민하는 게 필요하다”며 “사과하는 것보단 앞으로 국민에게 믿음을 드리는 게 더 낫다”고 역설했다. 장 대표도 부정적인 의견을 밝히고 있다. 그는 같은 달 25일, 경북 구미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를 방문한 후 “사과 메시지를 내는 것은 지금 말씀드릴 단계는 아닌 것 같다”며 “국민의힘이 지금 싸워야 할 대상은 무도한 이재명정권과 의회 폭거를 이어가는 민주당”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구미역 광장에서 진행된 민생 회복·법치 수호 경북 국민대회에 참석해 “저들이 똘똘 뭉쳐 우리를 공격하고 손가락질할 때, 우리가 우리를 향해 손가락질·비판하는 게 부끄럽다”고 목소리 높였다. 그러면서 “대한민국과 자녀 세대를 위해 소리치는 우리가 아스팔트 세력이라고 손가락질당하는 게 부끄러운 게 아니라, 나라가 쓰러져가는데도 한마디도 못하는 게 부끄러운 것”이라고 강조했다. 해당 발언은 “사과해야 한다”는 일부 주장에 대한 반박으로 풀이된다. 돌발적인 계엄이다? 이재명 대통령·민주당에 대한 투쟁을 강조하는 장 대표의 주장은 빅텐트론으로 해석될 소지가 있다. 나 의원도 지난 10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대통령과 민주당을 비판하면서 “국민의힘은 네 탓 공방을 벌이면서 분열에 빠져 있다”며 “정당의 뿌리를 흔드는 내부는 경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하나로 뭉쳐 민주당의 독재 완성 계략에 단호히 맞서야 한다”고 했다. 국민의힘에선 각종 선거와 정국에 대응할 때마다 빅텐트론이 거론됐다. 시작은 황교안 당시 자유한국당 대표가 재임했던 지난 2019년이다. 이듬해엔 “각 정당·정파가 참여하는 통합추진위원회를 구성해 모든 자유민주 세력과 손을 맞잡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황 전 대표는 “통합 없이는 절대 이길 수 없단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며 “이 나라를 망치려는 사람들은 통합을 두려워한다”고 말했다. 황 전 대표가 주장했던 빅텐트론은 “자유민주주의·시장경제란 헌법 가치를 공유한다면, 태극기 세력부터 중도 보수 인사까지 아우른다”는 것이었다. 그의 주장을 토대로 자유한국당은 미래통합당으로 바뀌었다. 황 전 대표는 제21대 총선 패배 후 물러났다. 이 대표는 빅텐트론에 일관적으로 반대하면서 세대 포위론을 토대로 지난 2022년 대선을 지휘했다. 지난 6월 대선에 출마했던 이 대표는 국민의힘 등 보수 각계로부터 후보 단일화 요구를 받았다. 이 대표는 당시에도 국민의힘 등에서 주장했던 ‘반명 빅텐트론’을 강하게 비판하면서 대선을 완주했다. 일각에선 국민의힘의 빅텐트론을 놓고 “혁신 요구가 나올 때마다 제기되는 주장”이라고 비판한다. 빅텐트론의 핵심은 통합이다. 통합은 정치권에서 반대 계파·의견을 억압하는 수사로 활용되는 예가 잦다. 빅텐트의 핵심은 조정 능력이다. 여기엔 다양한 계파·의견을 조율해 갈등을 최소화하는 리더십이 필요하다. 장 대표는 지난달 16일 유튜브 채널 ‘이영풍 TV’에 출연해 “체제 전쟁 깃발 아래 모일 수 있는 모든 우파가 함께 모여서 이재명정권이 사회주의 독재체제로 가려는 걸 막기 위해 연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장 대표가 주장하는 ‘체제 전쟁’의 근거는 ▲검찰의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 ▲민주당의 배임죄 폐지·대법관 증원 시도 등이다. 장 대표는 공식적으로 국민의힘과 관계없는 황 전 대표가 지난 12일 내란 선동 혐의를 받아 내란 특검에 의해 체포되자 “우리가 황교안이다”라는 구호를 외쳤다. 이어지는 재탕 삼탕 이어 “국민의힘만으로 이재명정부·민주당과 싸우긴 어렵다”며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가 주도하는 자유통일당 ▲고영주 전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이 주도하는 자유민주당 ▲새누리당 조원진 전 의원이 주도하는 우리공화당 ▲황 전 대표가 주도하는 자유와혁신 등을 연대 대상으로 지목했다. 이들은 모두 부정선거론을 강하게 주장하고 있다. 그에 반해 개혁신당과 이 대표는 부정선거론을 강하게 비판한다. 장 대표가 주장하는 빅텐트론은 김문수 전 대선후보 등이 주장했던 빅텐트론과 큰 차이가 없다. 당시 김 전 후보는 “민주당 이재명 후보를 이기기 위해선 어떤 경우든 힘을 합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한덕수 전 총리 ▲황 전 대표 ▲이낙연 전 총리 ▲이 대표 등을 통합 대상으로 지명했다. 권성동 당시 원내대표는 김 전 후보·한 전 총리의 단일화를 지지하면서, 당시 당내 주류와 불화했던 국민의힘 김상욱 당시 의원(현 민주당 의원)에게 “스스로 거취를 결정하라”고 요구했다. 이는 장 대표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에게 당원 게시판 의혹 관련 압박을 가한 것과 비슷하다. 당시 권 전 원내대표는 “당원 대부분은 민주당 이 후보에게 대항하기 위해선 반명 빅텐트가 필요하단 의견을 갖고 있다”며 “지도부는 당원들의 의견을 존중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장 대표는 부정선거론을 주장하는 원외 강경 보수 4당과의 연대를 주장하면서, 개혁신당과의 연대설도 공개적으로 부정하진 않는다. 일각에선 “오 시장이 장 대표·이 대표의 가교 역할을 한다”고 관측하고 있다. 오 시장은 지난 9월 “개혁신당과의 연대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한 이후 꾸준히 개혁신당과의 연대를 주장하고 있다. 이후 정치권 일각에선 “오 시장이 서울시장으로 다시 출마하고, 이 대표가 경기도지사 야권 단일 후보로 출마하면 수도권에서 보수 진영이 선전할 수 있다”는 기대를 하고 있다. <미디어토마토>가 지난달 28일부터 이틀 동안 서울특별시 거주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무선·ARS 방식으로 진행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오 시장은 보수 진영에서 민심 27.5%·당심 50.3%의 지지를 얻어 서울시장 후보 중 가장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민주당이 서울시장 후보를 선출한 후 ‘여당 프리미엄’을 앞세워 오 시장에 대한 공세를 이어간다면, 재선을 장담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국민의힘이 중도층의 민심을 끝내 얻지 못하면, 오 시장으로선 힘겨운 선거가 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체제 전쟁” 명분으로 사과 거부 홍 “국힘은 보수 참칭 사이비 레밍” 당내에서도 나 의원 등 막강한 경쟁자가 있어 본선행을 확실하게 장담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하지만 이 대표는 지난달 23일 “국민의힘 내부에서 변화·쇄신 목소리가 전혀 안 나온다”며 “연대를 함께할 가능성은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국민의힘은 지난 대선에 이어 1990년대식 ‘뭉치면 이긴다’ 구호만 내세운다”며 “그 전략으로 패배한 사람은 황 전 대표였는데, 같은 선택을 하면서 다른 결과가 나오길 기대하는 건 이해가 안 간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내부에도 연대를 반대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국민의힘 지도부에서 강경 보수의 주장을 가장 강하게 내세우는 김민수 최고위원은 같은 달 25일, 채널A 유튜브 채널 ‘정치시그널’에 출연해서 “이 대표는 당내 많은 분쟁을 가져온 사람이라서 화합을 해칠 가능성이 있다”며 “개혁신당과의 연대는 득보다 실이 더 많을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김 최고위원의 주장은 오 시장의 주장에 대한 반박으로 해석되고 있다. 김 최고위원은 “개혁신당은 보수 정당인지, 진보 정당인지 모르겠고, 그 사이에 있다고 생각한다”며 “저는 최고위원이 되기 전부터 우측으로의 연대를 주장했다”고 설명했다. 대선은 기동전·총력전 성격이 강한 반면, 지방선거는 진지전 성격이 강하다. 선거의 성격이 다르지만, 국민의힘에선 똑같이 ‘반명 빅텐트’라는 구호를 거론하고 있다. 역사엔 위기 상황에서 변화를 거부했다가 돌이킬 수 없는 위기를 맞이한 사례가 다수 기록돼있다. 변화를 거부하는 세력이 그 집단을 주도할 때, 이 사례는 더욱 빈번하게 재현된다. 중국 청나라에선 수구파를 이끌던 서태후가 변법자강운동을 주도하던 광서제에게 반대해 정변을 일으켜 성공한 후 광서제를 유폐했다. 중국 정부가 지난 2008년 광서제의 능을 공식 발굴 조사한 결과, 광서제는 급성 비소 중독으로 사망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어 3세 나이로 즉위한 청나라 황제는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 감독의 영화 <마지막 황제>의 주인공인 선통제다. 선통제는 영화 제목 그대로 마지막 황제였다. 광서제의 개혁 시도는 청나라의 마지막 몸부림이었다. 자신에게 유리한 정보만 취사 선택해 그 정보를 근거로 자신의 주장을 전개하고, 불리한 정보는 의도적으로 외면하는 성향을 확증편향이라고 한다. 국민의힘에 대해선 “지역구 관리에만 능하고, 기득권·이익 추구에만 관심을 두는 의원들이 당을 주도하고 있다”는 의미에서 ‘언더 찐윤’이란 집단이 거론된다. 확증편향 소탐대실 일각에선 국민의힘이 변화·혁신에 거부감을 느끼면서 같은 선택을 반복하는 핵심 이유로 언더 찐윤을 거론한다. 홍준표 전 대구시장은 지난 6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은 이념도 없는, 보수를 참칭한 사이비 레밍 집단”이라고 주장했다. 이미 여러 번 선거에서 패배한 전략임에도 확증편향·소탐대실을 근거로 같은 선택을 고집한다면, 무리 지어 절벽에서 떨어지는 레밍과 비교되는 수모를 또 겪을 수도 있다. 하지만 국민의힘에선 또 빅텐트론이 반복되고 있다. 빅텐트는 국민의힘 주변을 배회하는 유령인 걸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