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13호 세미나?’ 검찰청 쌍방울 술판 파문

공범들 모여 연어 놓고 건배?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쌍방울그룹의 대북송금 의혹 등으로 재판을 받고 있는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의 ‘검찰청 술판 회유’ 발언 논란이 점차 불어나고 있다. 검찰과 이 전 부지사 측이 반박에 재반박하며 진실 공방을 벌이는 가운데 더불어민주당도 검찰을 강하게 압박하며 논란은 사그라들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일각에서는 민주당이 이재명 구하기에 다시 나섰다는 의견도 나온다.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의 법정 진술이 논란의 중심에 섰다. 이 전 부지사가 검찰청서 술 먹으며 진술 회유를 당했다고 주장하자, 민주당이 검찰에 대한 총공세에 나섰다. 검찰은 그런 사실이 없다고 부인하고 있다.

이 전 부지사는 수원지법 형사11부(부장판사 신진우) 심리로 지난 4일 열린 특정범죄 가중처벌법 위반 혐의 등에 대한 재판 과정서 “내 진술이 결정적 고리가 돼 이재명 지사(현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구속시키려는 상황이 만들어진 게 도저히 아니라는 생각에 진술을 번복했다”며 검찰청사 내에서 ‘세미나’가 이뤄졌다고 주장했다.

“술 마셨다”
법정 진술

그는 ‘세미나’가 무엇인지 묻는 변호인의 질문에 “(수원지검)1313호 검사실 바로 앞에 ‘창고’라고 붙은 세미나실이 있었다”며 “회의용 테이블에 나, 김성태, 방용철을 다 모아놨고, 외부서 두 사람을 뒷바라지하는 쌍방울 직원들도 와서 음식도 갖다주고 심지어 술도 먹은 기억이 있다”고 했다. 

이어 “계속 토론도 하고 설득도 당하고 그런 과정이 있었는데, 김성태가 나와 단둘이 있을 때 ‘이재명이 제3자 뇌물로 기소되지 않으면 형님이 큰일난다. 이재명이 들어가야 한다’고 말했다”고 주장했다. 또 “술을 마신 게 맞다”며 “김성태가 연어를 먹고 싶다고 해서 연어를 깔아놨더라. 성찬이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후 검찰은 곧장 이 전 부지사의 진술이 허위라고 반박했다.

수원지검 관계자는 “당시 구속 수감돼 교도관의 엄격한 계호 하에 있었던 이 전 부지사가 검찰청서 김 전 회장 등과 술을 마시며 진술을 조작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다”며 “이 전 부지사는 법정서 자신의 진술을 번복한 이후에도 이 같은 주장을 전혀 하지 않다가 재판 종결을 앞둔 피고인 신문 과정서 명백히 사실과 다른 일방적 허위 주장을 했다”고 말했다.

해당 발언이 논란이 되자 대검찰청은 이 전 부지사의 사건을 수사한 수원지검에 재소자 출정기록, 음식 주문·결제 내역, 폐쇄회로(CC)TV 유무 등을 확인하라고 지시했다. 

이 전 부지사와 검찰은 서로 반박에 재반박을 하며 진실 공방을 이어가고 있다. 검찰이 자료 확보에 나서자 이 전 부지사 측은 검찰청사 도면까지 그리며 지난해 6월 말 검찰 청사 안에서 술자리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 전 부지사 변호인은 “술자리가 벌어진 시기는 지난해 6월 말에서 7월 초순경”이라며 “6월30일 19회차 조서를 쓴 직후에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지난 4일 이화영 법정 진술
반박에 재반박하며 진실게임

이어 “술자리에는 이 전 부지사와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 방용철 전 쌍방울그룹 부회장, 수사 검사와 수사관 1~2명, 쌍방울 관계자 1명에 추가로 1명이 더 있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술자리 장소는 당초 이 전 부지사가 재판서 말한 1315호 창고가 아니라 맞은편 1313호 검사실 오른편 진술녹화실이라고 주장했다.

이 전 부지사 측은 “진술녹화실 대기공간에 교도관을 위치시키고 칸막이 안에서 중요한 얘기를 나눴다고 한다”며 “녹화는 안된 걸로 안다”고 설명했다. 또 “쌍방울 관계자가 연어를 가져온 게 오후 5~6시”라며 “김 전 회장이 얼굴이 시뻘게질 때까지 술을 마셔서 (검찰이)시간을 끌어서 술을 깨게 만들어서 보냈다고 한다”고도 덧붙였다.

이 전 부지사의 반박에 진상조사를 마친 수원지검은 지난 17일 장문의 입장문을 내놨다.

수원지검은 “검찰 조사에 입회한 변호사, 계호 교도관 38명 전원, 대질조사를 받은 김성태, 방용철 등 쌍방울 관계자, 음식 주문 및 출정기록을 확인한 결과 검찰청사에 술이 반입된 바가 없어 음주는 물리적으로 불가능하고, 쌍방울 관계자가 음식조차도 반입한 사실이 일체 없으며, 음주 장소로 언급된 사무실(1315호)은 식사 장소로 사용된 사실 자체가 없고, 오늘 음주 일시로 새롭게 주장된 2023년 6월30일에는 검사실이 아닌 별도 건물인 구치감서 식사를 했음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이어 “이 전 부지사가 주장하는 시기에(2023 5~7월) 계호 교도관 전원(38명)에 대해 전수조사 결과, 밀착 계호하는 상황서 음주는 불가능하며 이를 목격한 적도 없고, 외부인이 가져온 식사를 제공한 사실은 전혀 없다고 진술했다”고 설명했다. 

또 청사 CCTV를 확인하라는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주장에 대해 “청사 CCTV는 개인정보보호법에 따라 청사 방호 용도로 복도에만 설치돼 복도 이동 상황만 녹화되며(보존기간 30일), 사무실에는 설치돼있지 않다”며 “검사실 음식 주문 내역과 식당 관계자를 상대로 확인한 결과, 검사실서 주문된 식사에 주류는 포함되지 않은 사실이 명백히 확인됐다”고 반박했다.

“김성태·방용철
검사·수사관과…”

그러면서 수원지검은 “이 전 부지사는 2023년 7월 민주당 관계자 등과 접촉한 이후부터 조작·회유를 주장하기 시작한 후 재판서 수많은 객관적 증언과 물증에도 불구하고 그 증거들이 조작됐다는 등 상식 밖의 허위 변명으로 일관했다”며 “이 전 부지사의 근거 없는 일방적인 허위 주장을 마치 진실인 양 계속해 주장하는 것은, 검찰에 대한 부당한 외압을 넘어 현재 진행되고 있는 법원의 재판에도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것이므로 깊은 유감의 뜻을 표하며, 이 같은 일이 계속될 경우 법적 대응 조치를 적극 검토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검찰의 법적 대응 예고에도 이 전 부지사 측은 지난 18일, 10쪽 분량의 입장문을 내놓으며 다시 재반박에 나섰다. 

이 전 부지사 측은 입장문을 통해 “김성태 등을 통한 회유·압박은 주로 3곳에서 이뤄졌다”며 “1313호실(검사실) 앞 창고, 1313호실과 연결되는 진술녹화실(이하 진술녹화실), 1313호실과 연결되는 검사 개인 휴게실”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창고에는 교도관이 들어와 감독했지만 진술녹화실과 검사 휴게실에는 교도관이 들어오지 못했다”며 “검사가 휴게실에 이화영과 김성태 등만 남겨놓고 이화영을 회유·압박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했다”고 주장했다.

또 “진술녹화실 안의 상황에 대해 교도관들이 정확히 파악할 수 없었다”며 “이 같은 사정을 소상히 아는 수원지검이 교도관을 확인하고 음주 사실이 없다고 발표하는 것은 언어도단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이 밖에도 수원지검 지하 1층 출입구를 통해 사전에 허가된 일반인의 출입이 가능하다며 음주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밝힌 수원지검의 주장엔 지하 1층으로 술 반입이 가능했다고 반박하기도 했다.

회유 주장
지검 입장은?

이 전 부지사 측은 “검찰이 교도관 출정 일지 등을 통해 확인했다지만, 일지를 구체적으로 작성하지 않는다는 점을 고려하면 일지를 통해 김성태 등이 함께 식사했는지 확인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검찰은 변죽만 울리지 말고 전 기간 김성태, 방용철, 안부수, 이화영의 출정 기록과 쌍방울 직원들의 검찰 출입 기록, 교도관의 출정일지를 공개하라”고 요구했다.

검찰은 이 전 부지사 측의 술판 주장이 연일 이어지자 출정일지 사본과 호송계획서 사본을 공개했다. 해당 자료에는 이 전 부지사 측이 주장한 시간에 검찰청서 이 전 부지사가 나온 것으로 적혀 있다.

민주당은 총선 이후 해당 발언을 두고 검찰에 총공세를 펼치고 있다.

이 대표는 지난 15일 “구속 수감자들이 검찰청에 불려가서 다 한 방에 모여서 술 파티를 하고 연어 파티하고 무슨 모여서 작전회의를 했다는 게 검사 승인 없이 가능하냐”며 “교도관들이 술 먹는 술 파티하는 걸 방치했다는 건 검사 명령, 지시 없이는 불가능하다. 나라가 정상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엄정하게 진상규명해야 되지 않겠느냐”며 “어떻게 누군가를 잡아넣기 위해서 구속 수감자들을 불러 모아서 술 파티하고 진술조작 작전회의를 하고, 검찰이 사실상 승인하고 이게 나라냐”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또 대장동·성남FC·백현동 관련 배임·뇌물 등 혐의 재판에 참석하면서 “검찰의 태도로 봐서 이 전 부지사의 진술은 100% 사실로 보인다”며 “검찰이 CCTV, 출정 기록, 담당 교도관 진술을 확인하면 간단하다”며 진상 규명을 촉구하기도 했다.

총선 끝나자 민주 총공세
본격적인 이재명 구하기?

지난 17일에는 당 최고위원회의 후 진상조사단을 꾸리기로 했다. 그러면서 수원지검과 대검찰청, 수원구치소에 항의 방문을 계획했다. 민주당 검찰독재정치탄압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와 민주당 현직 의원, 민주당 당선인 등 30여명은 지난 18일, 수원지검과 대검찰청을 항의 방문해 “수사 농단, 국기문란”이라며 대검의 감찰을 촉구했다.

박찬대 의원은 “정치 검찰이 야당 대표를 탄압하고 죽이기 위해 없는 죄를 만들기 위한 수사 농단”이라면서 “대검이 공식적으로 감찰해야 한다”고 소리쳤다.

김승원 의원도 “수원지검은 수사 주체가 아닌 수사 대상”이라면서 “검찰이 명백한 허위라고 주장하면 명백한 허위가 되느냐”고 반문했다.

대책위는 “사실이라면 검찰을 해체해야 할 국기문란 사건”이라며 “대통령이 직접 답해라. 이 전 부지사가 이 일을 거짓으로 이야기해서 얻을 이익이 단 한 개도 없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술 파티 의혹에 대해 수원지검이 진실을 밝히지 않으면 국정조사와 특검까지 하겠다고 으름장을 놓기도 했다.

민주당이 이 전 부지사의 법정 발언에 총공세를 펼치는 이유는 이 대표가 피의자로 대북송금 사건에 연루돼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법조계에선 이 전 부지사의 주장이 1심 선고만 남겨놓은 상황서 수사의 절차적 정당성을 흔들어 재판 결과를 뒤집으려는 의도라는 의견이 나온다.

검찰이 이 전 부지사의 재판 결과가 나온 이후 이 대표를 기소할 방침이니 재판 결과를 뒤집어 이 대표 기소 시기를 늦추려는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검찰의 회유·협박 등 의혹이 제기돼야 이 전 부지사에게 유죄가 선고되면 야권서도 ‘정당하지 않은 판결’이라는 주장을 펼칠 수 있지 않겠느냐”며 “결국은 이 대표의 기소를 막기 위한 주장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진실게임 
양상으로

한 검찰 출신 변호사는 ““이 전 부지사가 1심서 유죄를 선고받으면 이 대표도 공모 혐의로 재판에 넘겨질 가능성이 있다”며 “위법 수사로 몰아가기 위한 포석인 것 같다”고 말했다.

한 정치권 인사는 “과거 한명숙 국무총리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수사 당시에도 검찰이 재소자들을 회유했다는 의혹을 두고 민주당서 강하게 반발한 바 있다”며 “한명숙 구하기서 이재명 구하기로 구하는 사람만 바뀐 민주당의 행보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한편 이 전 부지사는 결심공판서 뇌물 및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에 대해서는 징역 12년과 벌금 10억, 추징금 3억 3427만5000원을, 외국환 거래법 위반 및 증거인멸교사는 징역 3년을 구형받았다. 

<kcj5121@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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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문 가득한 보완수사권 폐지 후폭풍

의문 가득한 보완수사권 폐지 후폭풍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70년 넘게 유지된 우리나라 형사제도에 지각변동이 일어났다. 오는 10월 검찰청 폐지와 맞물려 사회에 많은 변화를 일으킬 것으로 예상된다. 문재인정부 때부터 힘을 키워온 경찰은 이번 개정안으로 강력한 권한을 갖게 됐다. 동시에 경찰은 국민의 질문에 답해야 할 상황에 이르렀다. 경찰을 믿을 수 있나? 지난달 31일 형사소송법 개정안이 국회 문턱을 넘었다. 형소법 개정안은 검찰의 수사권을 완전히 없애는 것을 골자로 한다. 이제 검사는 사법경찰관에게 보완수사를 ‘요구’할 권한만 갖는다. 1954년 형사소송법이 제정된 이래 72년 만에 가장 큰 사법체계 변화를 마주하게 됐다. 격변하는 형사제도 형소법 개정안의 국회 본회의 통과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주도로 이뤄졌다. 표결 결과 재석 의원 178명 가운데 찬성 175명, 반대 2명, 기권 1명으로 가결됐다. 민주당 곽상언 의원과 개혁신당 이주영 의원이 반대했고, 민주당 이소영 의원이 기권표를 던졌다. 국민의힘은 표결에 불참했다. 이번 개정안에는 보완수사권을 포함해 오는 10월 신설되는 공소청 검사의 수사권을 전면 폐지하는 내용이 담겼다. 또 수사 과정에서의 모든 자료를 형사사법정보시스템(KICS)에 기록하도록 했다. 피해자 보호를 위한 장치로는 경찰이 사건을 불송치할 경우 고소인‧피해자‧고발인이 이의 신청할 수 있도록 하고 이에 필요한 사건 기록 열람‧등사 권한도 부여했다. 이번 형소법 개정안이 통과되면서 그동안 민주당이 주도해 온 검찰개혁은 마무리 수순에 접어 들었다. 앞서 민주당은 지난해 9월 검찰청 폐지를 골자로 하는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개정안에 따라 오는 10월2일 공소청과 중대범죄수사청이 출범하는데, 공소청 검사는 공소 제기와 재판 유지만 맡는다. 일각에서는 이재명 대통령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써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지만 국회 본회의 통과 직후 청와대에서 환영의 메시지가 나오면서 가능성은 사라졌다. 이날 청와대는 “국회의 입법 과정과 최종 판단을 존중한다”며 “수사와 기소의 분리를 통해 권력의 독점과 남용을 막는 한편, 피해자와 국민 인권 보호 수준을 높임으로써 형사사법 시스템이 국민 곁으로 한걸음 더 다가서도록 할 것”이라는 내용의 입장문을 내놨다. 국민 10명 중 6명 반대 여당 주도 본회의 통과 이 대통령은 거부권 대신 ‘사필귀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난 4일 국무회의에서 “국민의 삶을 더욱 안정적으로 지키기 위해 모든 권력기관은 예외 없이 국민의 통제 아래 두겠다는 사필귀정의 필연적 조치”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수사·기소 분리는 비정상적 형사사법 시스템을 정상화하는 첫걸음”이라고도 했다. 국회 본회의 통과, 국무회의 의결 등 법안 공포 과정이 일사천리로 진행되면서 우리나라 사법체계는 그동안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길을 걷게 됐다. 그리고 그 중심에 ‘경찰’이 놓였다. 문재인정부 당시 검·경 수사권 조정으로 검찰의 기소 독점주의가 깨지면서 경찰에 실리기 시작한 힘은 이번 형소법 개정안으로 절정에 이르렀다. 이번 형소법 개정안이 통과되기까지 검찰에 ‘보완수사권’이라는 견제 기능을 남겨둘지를 두고 진통이 상당했다. 형소법 개정안이 검찰의 수사권을 완전히 박탈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만큼 경찰에 집중되는 권한을 견제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보완수사권은 그 최후의 보루로 여겨졌다. 실제 보완수사권 폐지에 관한 여론조사 결과는 압도적으로 반대가 높았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길리서치가 <쿠키뉴스>의 의뢰로 지난 1~3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보완수사권 존치 여부에 대한 조사를 진행했다. 그 결과 62.5%가 ‘검찰에 보완수사 권한을 줘야 한다’고 답했다. ‘불필요하다’는 응답은 31.8%로 나타났다. 민주당 지지층에서도 53.8%가 ‘보완수사가 필요하다’고 답했고 모든 지역에서 과반을 기록했다. 대구‧경북 지역에서 73.1%로 가장 높았고 서울 64.7%, 호남권에서도 59.9%가 ‘보완수사권을 존치해야 한다’고 응답했다. 남녀노소, 지지 정당, 정치 성향을 불문하고 ‘보완수사권이 필요하다’는 쪽에 손을 든 것이다. 존치 의견 우세해도… 존치 찬성자들은 경찰의 수사 능력을 의심했다. 검찰보다는 경찰이 국민과의 접점이 더 넓은 상황에서 ‘억울한 피해자가 나오지 않도록’ 수사를 제대로 처리할 수 있겠느냐는 지적이다. 무엇보다 ‘장윤기 사건’이 불거지면서 형소법 개정안에 대한 우려가 더 커진 감도 없지 않았다. 장윤기 사건은 지난 5월 광주 광산구 월계동 남부대학교 인근에서 장윤기가 여고생을 흉기로 살해한 내용이다. 이 여고생의 비명을 듣고 달려간 남학생도 크게 다쳤다. 장윤기와 여고생이 일면식도 없는 사이로 알려지면서 ‘묻지마 범죄’라는 말이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 장윤기 사건에 경찰인 그의 아버지가 개입한 사실이 드러났다. 장윤기의 부친을 비롯한 경찰 관계자가 사건에 개입해 증거를 인멸하고 수사 관련 정보를 누설하는 등의 행위를 한 게 검찰의 보완수사 과정에서 나타난 것이다. 특히 장윤기의 아버지가 아들의 방에서 없앤 리얼돌은 성범죄 가능성을 입증할 수 있는 증거로 여겨졌다. 10대 여고생이 피살된 사건에서 경찰이 가해자 측과 유착했다는 의혹이 제기되자 보완수사권이 쟁점으로 떠올랐다. 경찰에 대한 최소한의 견제 장치라도 남겨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받기 시작한 것이다. 범죄 피해자들의 목소리도 더해졌다. 부산 ‘돌려차기’ 사건 피해자 김모씨는 보완수사권 폐지와 관련해 강한 분노를 드러냈다. 김씨는 지난 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무소속 한동훈 의원 주최로 열린 보완수사권 폐지 긴급 간담회에 참석했다. 피해자들 나섰지만… 김씨는 “세금을 내고 열심히 사는 사람들을 보호하지 않고 왜 그들(범죄자)을 보호하고 감싸려고 하는지, 죄를 짓지 않은 피해자는 잘 모르겠다”며 “변호사와 검사도 반대하고 경찰도 난리 나고 피해자도 반대하는데, 도대체 누구를 위한 법인가 하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이어 “지금 이 시점에도 피해받는 피해자에 대한 장치는 아무것도 없다는 게 화가 난다”고 덧붙였다. 이 대통령도 형소법 개정안에 대한 국무회의 의결 전 경찰 수사에 대한 우려를 표한 바 있다. 형소법 개정안이 국회 입법권을 부정할 만큼 심각하진 않다고 전제하면서도 경찰에 집중되는 거대한 권한을 걱정한 것이다. 이 대통령은 “경찰이 엄청난 권한을 갖게 되는데 ‘앞으로 안전할 걸까’라는 우려를 안 할 수가 없다”며 “경찰 스스로 책임 의식이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경찰이) 높은 책임감으로, 높은 윤리 의식으로 엄정하고 중립적으로 철저하게 범죄 피해자들이 억울하지 않게, 또 억울한 피의자가 생기지 않게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경찰의 수사 비리에 대해 엄중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수사에 관한 비리를 저지르면 국민이나 피해자로서는 내 사건을 저렇게 망가뜨려서 가해자, 피해자를 뒤집어 놓으면 자살하고 싶을 정도가 됐는데, 담당 경찰은 감봉 몇 개월하고 또 딴 데 가서 수사하는 게 이해가 안 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엄청난 힘” 우려하면서도 거부권 요구에 “심각하지 않아” 이어 “(경찰이) 증거를 숨기고 없애 버리고 내 사건을 뒤집어서 반대로 만들면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에 대한 엄중함을 갖고 있냐. 전 자신이 없다”며 “수사와 관련된 비리나 비위에 대해 더 높은 책임을 요구해야 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명백한 수사상의 비위가 발생하면 최소 해임, 파면 등의 조치를, 아니면 아예 영구적으로 수사를 하지 말고 다른 일을 하는 등의 엄중한 책임을 언급했다. 형소법 개정안 통과로 사실상 수사의 전 과정을 맡게 된 경찰은 조직의 명운을 걸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경찰청은 지난 4일 유재성 경찰청장 직무대행과 전국 시‧도 경찰청장, 경찰서장 등이 참석한 지휘부 회상회의를 열었다. 형소법 개정안에 따른 후속 조치를 논의하는 자리였다. 이 자리에서 현장 수사관과 중간관리자를 대상으로 개정 내용을 집중 교육하고 보강이 필요한 수사 인력과 예산을 검토해 관계 부처와 협의하기로 하는 등의 내용이 나왔다. 유 직무대행은 “국민께서 경찰 수사의 공정성과 신속성, 범죄 피해자에 대한 실질적인 보호, 경찰의 비대화 등에 대해 걱정하고 계신 것을 잘 알고 있으며 경찰은 이를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다”며 “국민의 우려를 불식시키고 새로운 형사사법 체계가 성공적으로 안착할 수 있도록 조직의 명운을 걸고 철저히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또 “견제받지 않는 권력은 부패하기 마련이고 경찰도 예외가 아니”라며 “경찰관 배우자 및 존‧비속 상피제와 경찰 수사 인권‧감찰 조사기구, 경찰 수사 개혁위원회 권고 사항 등을 포함한 촘촘한 통제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전했다. 아울러 “경찰 수사의 유일한 지향점은 국민이며 기준은 오직 법과 원칙”이라며 “새로운 형사사법 체계가 국민의 신뢰 속에 제대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분골쇄신의 각오로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불신 의심 극복되나 이 대통령의 당부, 경찰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국민의 불신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여기에 경찰 내부에서도 이번 개정안을 크게 반기는 분위기는 아니라고 한다. 검‧경 수사권 조정 이후 경찰에 일이 몰려 과부하가 걸린 부분도 아직 해결되지 않았는데, 이제는 수사에 대한 책임까지 모두 짊어져야 하는 상황에 이른 것이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