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0 이후···4인 파워게임> 고비 넘긴 이재명

‘공룡 야당’ 목줄을 쥐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22대 총선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압승으로 막을 내렸다. 말도 많고 탈도 많던 민주당 공천이 ‘비명 학살’서 ‘과반 압승’으로 바뀐 순간이었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정치 행보에 마침내 파란불이 켜졌다. 대권주자로서의 행보도 탄력을 받는 모양새다.

지난 10일, 국회 의원회관 대회의실에 민주당 이재명 대표를 비롯한 지도부가 한자리에 모였다. 오후 6시 정각을 알리는 카운트다운과 동시에 화면에는 지상파 3사(KBS·MBC·SBS)가 발표한 출구조사 결과가 공개됐다. 그동안 민주당이 바라던 151석을 훌쩍 넘은 숫자였다.

당과 지역구
모두 승리로

화면을 바라보던 이 대표의 얼굴에 엷은 미소가 피었다. 개표 방송을 참관하던 지지자들은 박수와 함께 환호했다. 곧이어 인천 계양을 출구조사 결과가 발표됐다. 이 대표가 국민의힘 원희룡 후보를 꺾으며 당선이 확실시됐다. 연이은 호재에 회의실은 또 한 번 지지자들의 함성으로 가득 찼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선거 이튿날인 11일, 22대 국회의원 선거 최종 개표 결과 민주당은 175석(지역구 161+비례 14), 국민의힘은 108석(지역구 90+비례 18)으로 집계됐다. 국민이 정권 심판론과 야당 심판론 사이서 전자를 택한 것이다. 이로써 민주당이 과반을 넘기면서 다시 한번 여소야대 정국이 펼쳐지게 됐다.

이 대표의 득표율은 54.12%로 45.45%를 얻은 국민의힘 원희룡 후보를 꺾고 재선에 성공했다. 원 후보는 자신의 SNS를 통해 “계양 주민들의 뜻을 겸허히 받아들이겠다. 그동안 저와 함께해주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며 패배를 인정했다.


이 대표는 지역구 승리에 대해 “유권자 여러분의 요구대로 이 나라 국정의 퇴행을 멈추고 다시 미래를 향해 나아가도록 하겠다”며 “저에 대한 여러분의 선택은 윤석열정권에 대한 심판이기도 하지만, 민생을 책임지고 더 나은 세상을 만들라는 책임을 부과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 대표는 이번 선거서 당과 지역구를 모두 승리로 이끌었다. 정치권은 민주당의 심판론이 제대로 먹혔다고 봤다. 지난해까지만 하더라도 “민주당이 180석이라는 거대 의석수를 가지고 그동안 대체 뭘 했냐”는 여론이 들끓었는데, 이를 뒤집을 만큼 민심이 크게 일렁였다는 분석이다.

이로써 제1당을 지켜낸 민주당은 막강한 입법 권력을 계속 행사할 수 있게 된다. 범야권을 합하면 192석까지 가능한 만큼 신속처리안건인 패스트트랙으로 법안을 강행할 수 있고 반대 측의 필리버스터를 강제 종료하는 권한도 생긴다. 국무총리나 대법관 등 임명동의안은 물론 국회의장도 당에서 배출할 수 있다.

계양·민주당 둘 다 지켰다
리더십 회복에 대권도 탄력

정치권에서는 민주당이 22대 국회에 들어섬과 동시에 범야권과 힘을 합쳐 법제사법위원장 자리를 사수할 것으로 예측했다. 법사위원장은 법안 처리를 비롯한 체계자구 심사권을 가지고 있다. 지난 21대 국회의 법사위원장은 국민의힘 권성동 의원이었는데 당시 쟁점 법안을 두고 여야가 강하게 부딪히면서 갈등이 빚어졌다.

초반부터 법안·예산 처리의 주도권을 잡아 22대 국회에서 우위를 선점하겠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선거 이튿날 이 대표는 선거대책위원회 해단식서 “이제 선거는 끝났다. 여야 정치권 모두가 민생 경제 위기 해소를 위해서 온 힘을 함께 모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민주당은 당면한 민생 문제 해결에 적극적으로 앞장서겠다”며 “대한민국을 살리는 민생 정치로 국민의 기대와 성원에 반드시 보답하겠다”고 강조했다.


이해찬 상임공동선대위원장은 “이번에는 처음부터 당이 단결해서 꼭 필요한 개혁 과제를 단호하게 추진해나가는 의지와 기개를 잘 보여야 한다”며 당선인에게 사명감을 갖고 활동할 것을 당부했다.

김부겸 상임공동선대위원장도 “무능과 불통의 윤석열정부의 국정운영 스타일을 견제함과 동시에 민생을 최우선시해 내일을 탄탄히 준비해 나가는 정당이 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면서 “윤석열 대통령은 조속한 시일 내에 제1야당의 이재명 대표를 만나서 향후 국정운영의 방향에 대해서 논의하고 국가적 과제 해결 방안에 대해 큰 틀에서 합의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민주당은 지난 국회서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시행한 각종 법안을 다시 띄우면서 용산 압박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이미 ‘이종섭 특검법’을 발의하겠다며 22대 국회 들어서기 전부터 정부여당을 몰아세우는 이들도 있었다.

숨 가쁜
법안 릴레이

윤 대통령은 지난해 4월 양곡관리법을 시작으로 총 9번의 거부권을 행사했다. 그중에는 노란봉투법, 방송3법, 간호법, 이태원참사특별법 등이 포함됐다.

특히 민주당은 김건희 여사 주가조작 의혹과 대장동 50억 클럽 의혹 특별검사법을 다루는 일명 ‘쌍특검’을 강하게 재추진하겠단 입장이다. 쌍특검은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지 55일 만에 재표결에 부쳐졌지만 국회의 문턱을 넘지 못해 결국 최종 폐기됐다.

이를 기점으로 민주당은 ‘민심을 거부했다’는 주장을 펼치며 심판론을 띄우기 시작했다.

이 대표는 선거를 하루 앞둔 지난 9일 법원에 들어서기 전까지 윤정부의 실점을 강조했다. 이날 이 대표는 서울중앙지법서 예정돼있던 대장동·성남FC·백현동 관련 재판 참석에 앞서 기자회견을 열고 11분간 말을 이어갔다.

이 대표는 “잡으라는 물가는 못 잡고 정적과 반대 세력만 때려잡는다”며 “총선을 겨냥해 사기성 정책을 남발해 분명한 불법 관권선거를 하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기자회견 도중 이태원 참사와 채 상병 순직 사건을 언급하기도 했다.

그는 “오직 은폐에만 혈안이 된, 비정하기 이를 데 없는 정권”이라며 “‘입틀막’ ‘칼틀막’도 모자라서 ‘파틀막’까지 일삼는 바람에 독재화가 진행된 국가라고 국제사회로부터 비난받고 있다”고도 주장했다.

이어 “국민통합에 앞장서야 할 대통령이 최일선에서 이념전쟁을 벌이고 폭압적인 검찰통치가 이어지면서 대화·타협·공존은 사라지고 법치주의·삼권분립·헌정질서는 급격히 무너져 내리고 있다”며 “국민을 완전히 능멸하는 정권”이라고 쏘아붙였다.

이날 기자회견은 다른 때와 달리 날이 서 있다는 평을 받았다. 총선이 하루 남긴 시점이었던 만큼 자신을 향한 정치 수사의 부당함과 윤정부 심판론을 동시에 부각시킨 것이다.


계파 갈등
정면 돌파

결과적으로 이 같은 이 대표의 전략은 대성공이었다. 대선 패배의 쓰린 상처를 뒤로하고 자신의 얼굴로 치른 선거서 압승을 거두면서 대권주자로서 또 한 번 입지를 다졌다.

그동안 이 대표는 크고 작은 풍파를 겪었다. 2022년 3월 대선서 패했지만 곧바로 당권을 잡으면서 계파 갈등의 시작점을 알렸다. 이후 친명(친 이재명)과 비명(비 이재명)이 충돌하면서 ‘심리적 분당’이라는 말도 생겼다.

지난 1월부터 친명과 친문(친 문재인)이 크게 부딪혔다. 공천 파동이 끝나지 않을 것처럼 이어지면서 민주당이 이대로 총선에서 패배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까지 제기됐다. 이 대표는 계파 갈등을 정면으로 돌파했다. 지지율을 깎으면서까지 친명 체제 구축에 힘을 쏟았다.

줄 탈당이 이어지고 당적을 옮기는 이들이 생겼지만 이 대표는 노선을 틀지 않았다.

이 과정서 본인의 사법 리스크를 덜어내기 위한 ‘방탕 정당’이라는 비판도 적잖게 나왔다. 지난해 9월 자신의 불체포특권 가결 사태를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점에서다.


당시 국회서 이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표결에 부친 결과 재석 295명 가운데 찬성 149표, 반대 136표로 국회를 통과됐다. 국민의힘 111명과 정의당 6명 등 가결표를 던졌을 것으로 예상되는 120명을 제외하고도 최소 29명의 이탈표가 민주당서 나온 셈이다.

경선이 거듭되고 공천이 마무리될 때 즈음 더 이상 당내서 날선 목소리는 들려오지 않았다. 이 대표를 구심점으로 한 친명계가 당을 장악한 것이었다.

‘공천 학살’ 논란이 불거질 때마다 이 대표는 혁신 공천을 강조했다. 결국 이번 총선서 민주당이 승기를 거머쥐면서 이 대표의 선택이 옳았다는 여론이 형성됐다. 이 대표가 재선에 성공하면서 불체포특권도 지켜냈다. 민주당의 발목을 잡았던 방탄 프레임의 덫에 또다시 놓일 수 있는 상황이다.

공천 학살, 경선 후폭풍…
큰 그림 마지막 목표는?

방탄 논란은 여당은 물론 비명계 인사들이 여러 차례 지적했던 부분이다. 현재 민주당이 친명 일색으로 꾸려졌다지만 또다시 갈등이 터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관건은 오는 8월에 열리는 전당대회다. 친명 지도부가 들어선다면 대선을 치르기 전 남은 3년 동안 이 대표의 정치 행보가 평탄할 것이라는 게 정치권 관계자의 설명이다.

이는 문재인 전 대통령의 발자취와도 닮았다. 문 전 대통령도 2016년 총선을 석 달 앞두고 김종인 당시 선거대책위원장에게 권한을 넘긴 뒤 사퇴했다. 자신이 영입한 인물에게 모든 걸 맡긴 상태서 안정적으로 대권을 준비한 것이다. 이처럼 이 대표가 자신의 세력을 당 곳곳에 심고 떠날 것이란 해석에 무게가 실린다.

지난해부터 정치권 안팎에서는 차기 당 대표를 추려내기도 했다. 경력이 많은 거물급 인사를 비롯해 ‘강경 친명’으로 분류되는 이들이 하나둘 이름을 올렸다.

전남 해남·완도·진도에 당선돼 4년 만에 여의도로 돌아온 ‘정치 9단’ 박지원 당선인도 그중 하나다. 그는 선거 기간 동안 자신의 지역구는 물론 다른 민주당 후보를 찾아 선거유세에 나서기도 했다. 이 같은 행보를 두고 더 많은 지지자에게 자신을 알리는 등 차기 당 대표를 염두에 둔 ‘셀프 홍보’라는 해석도 나온다. 민주당 정청래·박찬대·우원식 등 굵직한 친명 의원 또한 자칭타칭 차기 당 대표로 거론된다.

현재 이 대표는 ‘전당대회 출마설’에 대해 강하게 선을 긋고 있다. 그는 지난달 기자회견서 전당대회와 관련한 질문에 “당 대표는 정말 3D 중에서도 3D”라며 “누가 억지로 시켜도 다시 하고 싶지 않다”고 손사래를 쳤다.

일각에서는 친명으로 뭉친 민주당이 오히려 이 대표의 약점이 될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대권주자로서 활약하기 위해서는 중도층 표심을 확보해야 하는데 현재 상황에서는 폭넓은 확장이 어렵다는 것이다.

어제의 적이
오늘의 아군?

한 정치권 관계자는 이번 총선서 컷오프된 임종석 전 청와대비서실장과 경선서 탈락한 비명계 박용진 의원을 차기 당 대표로 거론했다. 이른바 ‘비명횡사 친명횡재(비 이재명계는 죽고 친 이재명계는 산다)’ 공천으로 논란이 됐던 인사를 지도부로 내세우면서 중도층에게 단합의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는 점에서다.

지금의 민주당은 이 대표를 중심으로 똘똘 뭉쳤다. 한몸이 된 민주당은 21대 민주당과 확연히 다른 분위기를 띨 것으로 보인다. ‘정치 호황기’를 맞은 이 대표의 두 손에 민주당의 생명이 달렸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이화영 15년 구형, 이재명 재판 영향은?

선거를 이틀 앞둔 지난 8일 검찰이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에게 징역 15년을 구형했다.

이 전 부지사는 쌍방울 그룹으로부터 뇌물을 받고 대북송금 사건에 연루된 혐의를 받는다.

이날 이 부지사는 최후 변론서 “검찰 조사 내내 저는 이재명 대표를 구속시키기 위한 수단에 불과하구나 생각했다”며 “변호인도 ‘검찰이 사건을 이렇게 만들어가는구나’라고 표현할 정도로 검찰이 정치적 도구가 돼 없는 사실을 만들어내고 거짓 증언과 허위진술을 강요하는 건 이제 그만했으면 좋겠다”고 호소했다.

민주당은 서면 브리핑을 통해 “‘이재명 죽이기’ 공작 수사를 해놓고 군사 독재 연상케 하는 정치검찰의 잔인한 구형”이라고 비판했다.

이 전 부지사가 검찰 수사 과정서 대북송금 의혹에 이 대표가 연루돼있다는 진술을 하라는 압박을 받았다는 게 민주당 측의 주장이다.

현재 이 대표 또한 대북송금 의혹으로 재판을 받는 만큼 이 전 부지사의 형량이 영향을 끼칠 것이란 분석이 제기된다. <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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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도이치 브로커’ ‘청담동 사기꾼’ 연결고리 추적

[단독] ‘도이치 브로커’ ‘청담동 사기꾼’ 연결고리 추적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김건희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의 핵심 인물인 이준수가 3년간 수백 차례 연락에 사용한 휴대전화를 특검팀이 확보했다. 이준수는 주식·코인 주가조작으로 수백억원의 부당이득을 챙기다 구속된 이희진에게 오광수 전 청와대 민정수석을 소개한 인물이다. 앞서 이희진이 구속된 2016년에도 그를 옹호하는 영상을 웹사이트에 올려 친분을 과시했다. 이준수는 과거 무자본 인수합병(M&A) 혐의 등으로 여러 차례 형사처벌을 받았던 인물이다. 그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당시에도 김건희 계좌와 연관된 거래를 한 정황이 드러나 검찰 수사를 받았지만, 불기소 처분된 바 있다. 같은 부류 서로 옹호 지난 7월15일 김건희 특검은 김건희와 이준수가 주고받은 문자메시지 내용에서 단순한 투자 조언을 넘어선 사적 관계가 확인됐다고 밝혔다. 2013년부터 2016년까지의 메시지에는 주식 매매 관련 대화뿐 아니라, 사적인 감정 표현과 비공식적 만남 정황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포렌식 결과 이준수는 김건희에게 건진법사 전성배씨를 처음 소개한 인물로 드러났다. 2013년 이준수는 김건희에게 보낸 문자에서 “무당이라기보다는 거의 로비스트에 가깝다. 정치권 네트워크가 막강하다”고 표현하며 전씨를 추천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검은 이 관계를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이준수→건진법사→김건희’로 이어지는 핵심 연결고리로 보고 있다. 특히 건진법사가 윤석열 전 대통령 당선 후에도 대통령실 인사들과 접촉하고 영향력을 행사 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만큼, 특검은 이 라인과 김건희의 대선 이후 행보와의 연속성을 주시하고 있다. 이후 특검은 이준수의 최근 행적 단서를 발견했다. 지난해 10월, 이준수가 음주 운전 혐의로 적발됐는데, 경찰 조사에서 “가까운 지인이 검찰 수사에서 무혐의를 받아 술을 마셨다”고 진술했다는 것이다. 당시 ‘무혐의’를 받은 인물은 도이치모터스 사건에서 불기소 처분을 받은 김건희를 의미한다. 경찰 조사 조서에는 ‘지인’이라고만 기록됐지만, 특검은 실제 진술 내용과 시점을 대조해 그 ‘지인’이 김건희임을 확인했다. 이는 2023년 말까지도 김건희와 이준수 간에 연락이 이어졌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특검은 수사 과정에서 이준수가 차명계좌 등을 통해 거래에 참여한 정황을 새롭게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그는 음주 운전 혐의로 경찰에 수배된 상태였으며, 특검팀은 지난달 압수수색 현장에서 그를 발견하고 체포를 요청했으나, 경찰이 도착하기 직전 건물 2층에서 뛰어내려 달아난 것으로 전해졌다. 이준수는 김건희의 금융 거래와 밀접한 인물로 여러 차례 거론됐다. 특히 2022년 대선 당시 김의겸 의원은 김건희가 2010년 4월 주가가 급등락하던 태광이엔씨 주식을 대량 매수한 뒤 하루 만에 1000만원이 넘는 이익을 보고 매도했다며, 미공개 정보를 이용한 투자 의혹을 제기했다. 이준수, 김건희-건진법사-도이치모터스 핵심 코인판으로 진화한 주가조작 조직 ‘VIP’까지 당시 태광이엔씨를 실질적으로 인수해 주가를 띄우고 회사 자금을 횡령한 혐의로 기소돼 징역형을 확정받은 인물이 바로 이준수였다. 김건희가 이준수로부터 미공개 정보를 받아 주식을 사고 팔았던 것 아니냐는 과거 의혹이 재조명되고 있다. 김건희 측은 이에 대해 “이준수가 일방적으로 투자와 관련해 연락을 취한 적은 있으나, 김건희는 미공개 정보를 이용한 적이 없으며 이준수와 밀접한 관계도 아니”라고 반박했다. 또 “이준수와 지난해까지 연락을 주고받았다는 주장도 사실이 아니”라며 선을 그었다. 이준수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의 핵심으로 불린다. 과거 증권사 애널리스트 출신으로 유명한 그는 여러 투자자 명의 계좌를 동시에 관리하며 시세조종에 관여했다는 의혹을 받아왔다. 김건희의 계좌 출고 명령을 직접 수행했다는 내부 증언도 있었다. 그러나 당시 검찰은 그를 기소하지 않아 ‘봐주기 수사’ 논란이 불거졌다. 이준수는 “주가조작 전과 4범, 닉네임 ‘새강자’”로 유명했다. 이희진 주가조작 사건 당시 검찰 전관 변호사 오광수 전 청와대 민정수석을 중개했다. 해당 사실은 이준수가 이희진에게 변호사를 알선하고 대가를 받아 챙긴 혐의를 받으면서 드러났다. 이희진은 지난 2016년 9월 무인가 투자매매사를 설립했고, 2014년 7월부터 2016년 8월까지 1600억원대의 주식을 판매해 자본시장법·유사수신법 위반 등의 혐의로 구속됐다. 이희진과 조기축구 모임에서 친해진 이준수는 2016년 8월 이희진에게 오광수 등 변호사를 알선하고 그 대가를 받거나 약속받은 혐의를 받았다. 당시 이희진은 증권방송 회원들에게 비상장 주식을 매도한 의혹 등으로 수사를 받고 있었다. 끼리끼리 축구 모임 이희진은 수사기관에서 이준수가 검사·수사관과의 친분을 과시하며 변호사들을 소개하고, ‘착수금’ 2000만원과 불구속 수사를 받을 경우 성공 보수 5000만원을 달라는 요구를 했다고 진술했다. 이준수의 혐의에 관한 증거는 대부분 이희진의 진술에서 비롯됐다. 이희진에 따르면 이준수는 “변호사들에게 적지 않은 선임료를 주는데 나도 그동안 너를 위해 열심히 노력했으니 돈을 달라. 변호사들은 앞선에서 일하고 나는 뒷선에서 일을 볼 것”이라고 했다고 한다. 이를 승낙한 이희진은 자신의 주거지에서 이준수에게 현금 1000만원을 줬다. 또 며칠 뒤 이준수는 이희진에게 “검찰 수사관에게 알아보니 너 골인(구속)될 것 같다. 약속한 1000만원을 달라”고 해 나머지 1000만원을 더 지급했다고 한다. 이에 관해 이준수는 “1000만원은 비상장 주식을 담보로 한 담보대출을 추진하기 위해 수고비 명목으로 받았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이희진의 공소 사실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 없이 증명됐다고 보기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진술을 그대로 믿을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재판부는 이희진과 다른 증인의 진술이 상반된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재판부는 “이희진은 변호사를 선임하고 이준수와 돌아오는 차 안에서 착수금·성공 보수를 요구받았다고 했지만, 해당 차량 운전사는 이 같은 말을 들은 사실이 없다고 진술했다”고 짚었다. 이희진의 진술은 동생 이희문의 말과도 일치하지 않았다. 이희진은 동생과 이준수에게 돈을 지급할지, 깎을지 상의했다고 했지만, 동생은 “당시 변호사 소개비 등 명목으로 2000만원을 줬다는 것은 전혀 알지 못했고 나중에 들었을 뿐”이라고 말했다. 이어 2017년 2월14일 서울남부지검 증권범죄합동수사단은 이희진과 그의 동생을 사기 혐의 등으로 추가 기소했다. 검찰은 이들이 2015년 4월부터 지난해 4월까지 피해자 28인에게 허위, 과장된 내용을 말하며 대략 41억원 상당의 비상장 주식을 판매한 혐의를 받고 있다고 전하며 추가 조사를 이어갈 방침이라고 밝혔다. 미인가 금융투자업을 영위하며 비상장주식 종목을 추천한 뒤 선행 매매한 주식을 판매해 122억6000만원의 부당이득을 챙긴 혐의로 2020년 2월 징역 3년6개월, 추징금 122억6000만원이 확정됐다. 최근 이씨 형제는 현재 가상화폐(피카코인) 시세조종 사건에 연루돼 구속 상태로 재판받고 있다. 국가권력으로 범죄 네트워크 이희진의 절친이자 김건희와 주가조작 사건의 공범으로 지목된 이준수는 주가조작 전담 브로커로서 “증권사 내부망 접근, 차명계좌 운용, 대포폰 관리” 등을 통해 시세조작을 총괄했다고 알려져 있다. 이는 이희진 코인 사건의 자전거래 구조 및 주식시장 조작 방식과 유사하다. 통정·자전 거래 구조가 동일하다. 차명계좌·직원을 동원해 리딩방을 운영하고, 허위 보도자료·루머형 호재를 유포하는 패턴도 동일하다. 지난 2016년 이준수는 웹사이트를 통해 이희진을 두둔하는 영상을 올리기도 했다. 그는 해당 방송에서 “언론이 사건을 과장했다”며 혐의 전반을 축소하고, “1600억 허가 안 받은 것뿐이지 큰 죄는 아니”라고 말했다. 이어 “유사수신죄는 원금 보장 약속이 있어야 성립한다. 계약서엔 그런 말이 없다”며 기소 자체의 정당성을 부정했다. 또 이준수는 “주가가 4배, 5배 간다고 했다가 떨어졌다고 죄는 아니”라며, 주가조작을 단순한 ‘예측 실패’로 치부했다. 또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이 목표가를 제시하는 것도 죄냐”고 반문하며, 이희진이 진행했던 거래를 “시장 참여자의 일반적 행위”로 표현했다. 영상에서 이준수는 전환사채 거래와 내부자 정보 이용 혐의를 언급하며 “브로커들이 조작했고, 희진이는 오히려 그 사실을 검찰에 말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IS동서 전환사채권은 큰 잘못이지만 희진이는 계약 불이행 피해자”라며 범죄의 고의성을 부정했다. 이는 공소장과 재판기록상 사실과는 상충되는 주장이다. 수백억 먹은 이희진 절친 전 청와대 민정수석 소개 또 다른 발언에서 그는 “사기적 부정거래는 회사가 거짓말로 주식을 파는 행위”라며 “이희진은 단지 회사 공시를 믿었을 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올리패스 등 현재 상장폐지된 기업을 언급하며 “공시가 취소됐다고 사기라 할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이는 금융감독 규정상 ‘허위 공시 정보 활용’과 ‘공모 행위’의 구분을 의도적으로 축소한 해석이다. 영상 말미에서 이준수는 피해자들의 법적 구제 가능성마저 부정했다. “이희진한테 피해 입었다고 나라가 받아주지 않는다. 민사·형사도 성립 안 된다”며 “다 변호사들이 사기 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법조계를 “돈에 눈먼 집단”이라 비난하며, 피해자들의 소송을 “쓸데없는 짓”이라 재차 강조했다. 한편, 이준수가 옹호한 주가조작범 이희진은 코인 시세조종 혐의로 기소된 상태다. 서울남부지방검찰청이 2023년 10월4일자로 제출한 공소장에 따르면, 피고인 이희진과 이희문은 A, B, C 토큰을 이용한 대규모 가상자산 시세조종·사기 조직을 운영한 혐의로 기소됐다. 공소장에 따르면, 두 형제는 실체가 불분명한 ‘스캠(Scam) 코인’을 발행해 거래소 상장을 추진하고, 허위 공시와 자전거래(봇 프로그램 활용)를 통해 시세를 인위적으로 부풀린 뒤 투자자들에게 고점 매도를 유도하는 ‘물량 털기(Pump & Dump)’ 방식으로 약 700억원대의 피해를 입혔다. A 토큰 피해자는 1만564명으로 피해액은 약 217억원, B 토큰 피해자는 4342명, 피해액은 약 341억원, C 토큰 피해자는 1만5641명, 피해액은 약 339억원이다. 김건희 특검의 휴대전화 포렌식 결과는 그의 단순한 과거 인연을 넘어, 사적 네트워크가 실제 정치권력의 형성 과정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특검은 현재 ‘김건희·이준수·건진법사’로 이어지는 삼각관계의 실체를 밝히는 데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현재까지 드러난 정황을 종합하면 이희진과 이준수는 변호사·브로커 인맥을 공유하고, 자전거래 기술을 활용해 주식과 코인 양쪽의 시장 조작 기술도 공유했다. 이희진과 김건희의 접점은 없으나 이준수를 경유했을 것이라는 추측이 나오는 상황이다. 현재까지 이희진 형제는 ‘코인판 사기’ 혐의로 기소됐지만, 이준수에 대한 직접 수사는 진행되지 않았다. 그러나 공소장과 언론 보도를 교차 검증할 때 자전거래 시스템, 차명계좌 운용, 허위 호재 유포 패턴 등이 모두 이준수의 과거 주가 조작 수법과 유사하다는 점에서, 검찰의 보강 수사 필요성이 높다. 국정으로 연결 범죄 네트워크 이씨 형제의 범행은 과거 주가조작 사건의 복제판이며, 그 배후에는 이준수 같은 ‘조작 기술자’가 존재한다는 정황이 공소장 등에서 확인된다. 김건희 계좌가 활용된 도이치모터스 사건과의 연계가 입증될 경우, 이 사건은 단순한 금융 사기가 아닌 ‘국가권력과 민간 조작 네트워크의 교차 지점’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