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0 이후···4인 파워게임> 고비 넘긴 이재명

‘공룡 야당’ 목줄을 쥐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22대 총선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압승으로 막을 내렸다. 말도 많고 탈도 많던 민주당 공천이 ‘비명 학살’서 ‘과반 압승’으로 바뀐 순간이었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정치 행보에 마침내 파란불이 켜졌다. 대권주자로서의 행보도 탄력을 받는 모양새다.

지난 10일, 국회 의원회관 대회의실에 민주당 이재명 대표를 비롯한 지도부가 한자리에 모였다. 오후 6시 정각을 알리는 카운트다운과 동시에 화면에는 지상파 3사(KBS·MBC·SBS)가 발표한 출구조사 결과가 공개됐다. 그동안 민주당이 바라던 151석을 훌쩍 넘은 숫자였다.

당과 지역구
모두 승리로

화면을 바라보던 이 대표의 얼굴에 엷은 미소가 피었다. 개표 방송을 참관하던 지지자들은 박수와 함께 환호했다. 곧이어 인천 계양을 출구조사 결과가 발표됐다. 이 대표가 국민의힘 원희룡 후보를 꺾으며 당선이 확실시됐다. 연이은 호재에 회의실은 또 한 번 지지자들의 함성으로 가득 찼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선거 이튿날인 11일, 22대 국회의원 선거 최종 개표 결과 민주당은 175석(지역구 161+비례 14), 국민의힘은 108석(지역구 90+비례 18)으로 집계됐다. 국민이 정권 심판론과 야당 심판론 사이서 전자를 택한 것이다. 이로써 민주당이 과반을 넘기면서 다시 한번 여소야대 정국이 펼쳐지게 됐다.

이 대표의 득표율은 54.12%로 45.45%를 얻은 국민의힘 원희룡 후보를 꺾고 재선에 성공했다. 원 후보는 자신의 SNS를 통해 “계양 주민들의 뜻을 겸허히 받아들이겠다. 그동안 저와 함께해주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며 패배를 인정했다.

이 대표는 지역구 승리에 대해 “유권자 여러분의 요구대로 이 나라 국정의 퇴행을 멈추고 다시 미래를 향해 나아가도록 하겠다”며 “저에 대한 여러분의 선택은 윤석열정권에 대한 심판이기도 하지만, 민생을 책임지고 더 나은 세상을 만들라는 책임을 부과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 대표는 이번 선거서 당과 지역구를 모두 승리로 이끌었다. 정치권은 민주당의 심판론이 제대로 먹혔다고 봤다. 지난해까지만 하더라도 “민주당이 180석이라는 거대 의석수를 가지고 그동안 대체 뭘 했냐”는 여론이 들끓었는데, 이를 뒤집을 만큼 민심이 크게 일렁였다는 분석이다.

이로써 제1당을 지켜낸 민주당은 막강한 입법 권력을 계속 행사할 수 있게 된다. 범야권을 합하면 192석까지 가능한 만큼 신속처리안건인 패스트트랙으로 법안을 강행할 수 있고 반대 측의 필리버스터를 강제 종료하는 권한도 생긴다. 국무총리나 대법관 등 임명동의안은 물론 국회의장도 당에서 배출할 수 있다.

계양·민주당 둘 다 지켰다
리더십 회복에 대권도 탄력

정치권에서는 민주당이 22대 국회에 들어섬과 동시에 범야권과 힘을 합쳐 법제사법위원장 자리를 사수할 것으로 예측했다. 법사위원장은 법안 처리를 비롯한 체계자구 심사권을 가지고 있다. 지난 21대 국회의 법사위원장은 국민의힘 권성동 의원이었는데 당시 쟁점 법안을 두고 여야가 강하게 부딪히면서 갈등이 빚어졌다.

초반부터 법안·예산 처리의 주도권을 잡아 22대 국회에서 우위를 선점하겠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선거 이튿날 이 대표는 선거대책위원회 해단식서 “이제 선거는 끝났다. 여야 정치권 모두가 민생 경제 위기 해소를 위해서 온 힘을 함께 모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민주당은 당면한 민생 문제 해결에 적극적으로 앞장서겠다”며 “대한민국을 살리는 민생 정치로 국민의 기대와 성원에 반드시 보답하겠다”고 강조했다.

이해찬 상임공동선대위원장은 “이번에는 처음부터 당이 단결해서 꼭 필요한 개혁 과제를 단호하게 추진해나가는 의지와 기개를 잘 보여야 한다”며 당선인에게 사명감을 갖고 활동할 것을 당부했다.

김부겸 상임공동선대위원장도 “무능과 불통의 윤석열정부의 국정운영 스타일을 견제함과 동시에 민생을 최우선시해 내일을 탄탄히 준비해 나가는 정당이 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면서 “윤석열 대통령은 조속한 시일 내에 제1야당의 이재명 대표를 만나서 향후 국정운영의 방향에 대해서 논의하고 국가적 과제 해결 방안에 대해 큰 틀에서 합의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민주당은 지난 국회서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시행한 각종 법안을 다시 띄우면서 용산 압박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이미 ‘이종섭 특검법’을 발의하겠다며 22대 국회 들어서기 전부터 정부여당을 몰아세우는 이들도 있었다.

숨 가쁜
법안 릴레이

윤 대통령은 지난해 4월 양곡관리법을 시작으로 총 9번의 거부권을 행사했다. 그중에는 노란봉투법, 방송3법, 간호법, 이태원참사특별법 등이 포함됐다.

특히 민주당은 김건희 여사 주가조작 의혹과 대장동 50억 클럽 의혹 특별검사법을 다루는 일명 ‘쌍특검’을 강하게 재추진하겠단 입장이다. 쌍특검은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지 55일 만에 재표결에 부쳐졌지만 국회의 문턱을 넘지 못해 결국 최종 폐기됐다.

이를 기점으로 민주당은 ‘민심을 거부했다’는 주장을 펼치며 심판론을 띄우기 시작했다.

이 대표는 선거를 하루 앞둔 지난 9일 법원에 들어서기 전까지 윤정부의 실점을 강조했다. 이날 이 대표는 서울중앙지법서 예정돼있던 대장동·성남FC·백현동 관련 재판 참석에 앞서 기자회견을 열고 11분간 말을 이어갔다.

이 대표는 “잡으라는 물가는 못 잡고 정적과 반대 세력만 때려잡는다”며 “총선을 겨냥해 사기성 정책을 남발해 분명한 불법 관권선거를 하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기자회견 도중 이태원 참사와 채 상병 순직 사건을 언급하기도 했다.

그는 “오직 은폐에만 혈안이 된, 비정하기 이를 데 없는 정권”이라며 “‘입틀막’ ‘칼틀막’도 모자라서 ‘파틀막’까지 일삼는 바람에 독재화가 진행된 국가라고 국제사회로부터 비난받고 있다”고도 주장했다.

이어 “국민통합에 앞장서야 할 대통령이 최일선에서 이념전쟁을 벌이고 폭압적인 검찰통치가 이어지면서 대화·타협·공존은 사라지고 법치주의·삼권분립·헌정질서는 급격히 무너져 내리고 있다”며 “국민을 완전히 능멸하는 정권”이라고 쏘아붙였다.

이날 기자회견은 다른 때와 달리 날이 서 있다는 평을 받았다. 총선이 하루 남긴 시점이었던 만큼 자신을 향한 정치 수사의 부당함과 윤정부 심판론을 동시에 부각시킨 것이다.

계파 갈등
정면 돌파

결과적으로 이 같은 이 대표의 전략은 대성공이었다. 대선 패배의 쓰린 상처를 뒤로하고 자신의 얼굴로 치른 선거서 압승을 거두면서 대권주자로서 또 한 번 입지를 다졌다.

그동안 이 대표는 크고 작은 풍파를 겪었다. 2022년 3월 대선서 패했지만 곧바로 당권을 잡으면서 계파 갈등의 시작점을 알렸다. 이후 친명(친 이재명)과 비명(비 이재명)이 충돌하면서 ‘심리적 분당’이라는 말도 생겼다.

지난 1월부터 친명과 친문(친 문재인)이 크게 부딪혔다. 공천 파동이 끝나지 않을 것처럼 이어지면서 민주당이 이대로 총선에서 패배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까지 제기됐다. 이 대표는 계파 갈등을 정면으로 돌파했다. 지지율을 깎으면서까지 친명 체제 구축에 힘을 쏟았다.

줄 탈당이 이어지고 당적을 옮기는 이들이 생겼지만 이 대표는 노선을 틀지 않았다.

이 과정서 본인의 사법 리스크를 덜어내기 위한 ‘방탕 정당’이라는 비판도 적잖게 나왔다. 지난해 9월 자신의 불체포특권 가결 사태를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점에서다.

당시 국회서 이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표결에 부친 결과 재석 295명 가운데 찬성 149표, 반대 136표로 국회를 통과됐다. 국민의힘 111명과 정의당 6명 등 가결표를 던졌을 것으로 예상되는 120명을 제외하고도 최소 29명의 이탈표가 민주당서 나온 셈이다.

경선이 거듭되고 공천이 마무리될 때 즈음 더 이상 당내서 날선 목소리는 들려오지 않았다. 이 대표를 구심점으로 한 친명계가 당을 장악한 것이었다.

‘공천 학살’ 논란이 불거질 때마다 이 대표는 혁신 공천을 강조했다. 결국 이번 총선서 민주당이 승기를 거머쥐면서 이 대표의 선택이 옳았다는 여론이 형성됐다. 이 대표가 재선에 성공하면서 불체포특권도 지켜냈다. 민주당의 발목을 잡았던 방탄 프레임의 덫에 또다시 놓일 수 있는 상황이다.

공천 학살, 경선 후폭풍…
큰 그림 마지막 목표는?

방탄 논란은 여당은 물론 비명계 인사들이 여러 차례 지적했던 부분이다. 현재 민주당이 친명 일색으로 꾸려졌다지만 또다시 갈등이 터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관건은 오는 8월에 열리는 전당대회다. 친명 지도부가 들어선다면 대선을 치르기 전 남은 3년 동안 이 대표의 정치 행보가 평탄할 것이라는 게 정치권 관계자의 설명이다.

이는 문재인 전 대통령의 발자취와도 닮았다. 문 전 대통령도 2016년 총선을 석 달 앞두고 김종인 당시 선거대책위원장에게 권한을 넘긴 뒤 사퇴했다. 자신이 영입한 인물에게 모든 걸 맡긴 상태서 안정적으로 대권을 준비한 것이다. 이처럼 이 대표가 자신의 세력을 당 곳곳에 심고 떠날 것이란 해석에 무게가 실린다.

지난해부터 정치권 안팎에서는 차기 당 대표를 추려내기도 했다. 경력이 많은 거물급 인사를 비롯해 ‘강경 친명’으로 분류되는 이들이 하나둘 이름을 올렸다.

전남 해남·완도·진도에 당선돼 4년 만에 여의도로 돌아온 ‘정치 9단’ 박지원 당선인도 그중 하나다. 그는 선거 기간 동안 자신의 지역구는 물론 다른 민주당 후보를 찾아 선거유세에 나서기도 했다. 이 같은 행보를 두고 더 많은 지지자에게 자신을 알리는 등 차기 당 대표를 염두에 둔 ‘셀프 홍보’라는 해석도 나온다. 민주당 정청래·박찬대·우원식 등 굵직한 친명 의원 또한 자칭타칭 차기 당 대표로 거론된다.

현재 이 대표는 ‘전당대회 출마설’에 대해 강하게 선을 긋고 있다. 그는 지난달 기자회견서 전당대회와 관련한 질문에 “당 대표는 정말 3D 중에서도 3D”라며 “누가 억지로 시켜도 다시 하고 싶지 않다”고 손사래를 쳤다.

일각에서는 친명으로 뭉친 민주당이 오히려 이 대표의 약점이 될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대권주자로서 활약하기 위해서는 중도층 표심을 확보해야 하는데 현재 상황에서는 폭넓은 확장이 어렵다는 것이다.

어제의 적이
오늘의 아군?

한 정치권 관계자는 이번 총선서 컷오프된 임종석 전 청와대비서실장과 경선서 탈락한 비명계 박용진 의원을 차기 당 대표로 거론했다. 이른바 ‘비명횡사 친명횡재(비 이재명계는 죽고 친 이재명계는 산다)’ 공천으로 논란이 됐던 인사를 지도부로 내세우면서 중도층에게 단합의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는 점에서다.

지금의 민주당은 이 대표를 중심으로 똘똘 뭉쳤다. 한몸이 된 민주당은 21대 민주당과 확연히 다른 분위기를 띨 것으로 보인다. ‘정치 호황기’를 맞은 이 대표의 두 손에 민주당의 생명이 달렸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이화영 15년 구형, 이재명 재판 영향은?

선거를 이틀 앞둔 지난 8일 검찰이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에게 징역 15년을 구형했다.

이 전 부지사는 쌍방울 그룹으로부터 뇌물을 받고 대북송금 사건에 연루된 혐의를 받는다.

이날 이 부지사는 최후 변론서 “검찰 조사 내내 저는 이재명 대표를 구속시키기 위한 수단에 불과하구나 생각했다”며 “변호인도 ‘검찰이 사건을 이렇게 만들어가는구나’라고 표현할 정도로 검찰이 정치적 도구가 돼 없는 사실을 만들어내고 거짓 증언과 허위진술을 강요하는 건 이제 그만했으면 좋겠다”고 호소했다.

민주당은 서면 브리핑을 통해 “‘이재명 죽이기’ 공작 수사를 해놓고 군사 독재 연상케 하는 정치검찰의 잔인한 구형”이라고 비판했다.

이 전 부지사가 검찰 수사 과정서 대북송금 의혹에 이 대표가 연루돼있다는 진술을 하라는 압박을 받았다는 게 민주당 측의 주장이다.

현재 이 대표 또한 대북송금 의혹으로 재판을 받는 만큼 이 전 부지사의 형량이 영향을 끼칠 것이란 분석이 제기된다. <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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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POP 1위 하이브, 수사 리스크 타개책 있나?

K-POP 1위 하이브, 수사 리스크 타개책 있나?

[일요시사 취재1팀 ] 장지선 기자 = 국내 최대 연예기획사가 사면초가 상태에 빠졌다. 업계에서는 부동의 1위를 달리고 있지만 내부는 엉망진창이라는 풍문이 돌고 있다. 레이블 간의 갈등이 법정 공방으로 번졌고 주력 IP는 과거와 비교해 힘을 못 쓰는 모양새다. 연예계 ‘미다스의 손’으로 불리는 수장은 이 위기를 어떻게 타개하려는 걸까? 2024년 5월 엔터테인먼트 기업 하이브가 대기업집단으로 지정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계열사 자산 총액과 자본 총액을 더한 자산이 5조원을 넘긴 곳을 대기업집단으로 지정한다. 2024년 3월 공개한 사업보고서 기준으로 하이브 자산 총계는 5조원을 넘었다. 당시 기준으로 재계 순위 85위에 올랐다. 빛 좋은 개살구? 대기업집단으로 지정되면 공정거래법상 기업의 의무가 늘어난다. 엄격한 법의 테두리 안으로 들어가게 되는 것이다. 동시에 상징성도 얻는다. 실제 하이브는 국내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 최초로 대기업집단에 지정됐다. 국가 차원에서 하이브가 ‘업계 1위’로 인정받은 셈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K팝의 세계화로 앨범, 공연, 콘텐츠 등이 주요 수익원인 엔터테인먼트 업계가 급격히 성장한 것이 반영됐다”고 지정 배경을 밝혔다. 하이브의 대기업집단 지정은 민희진 전 어도어 대표와의 갈등이 한창 불거질 무렵에 이뤄졌다. 앞서 2024년 4월 하이브는 그룹 뉴진스 등이 소속된 레이블 어도어를 이끌고 있던 민 전 대표가 경영권을 탈취하려 했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감사를 진행했다. 민 전 대표와 하이브 간 이른바 ‘민-하 대전’의 시작이었다. 이후 뉴진스, 다른 레이블까지 싸움에 뛰어들었다. 뉴진스는 자신들의 프로듀서는 민 전 대표라고 주장하면서 계약 해지를 요구했고 다른 레이블은 민 전 대표가 제기한 표절 의혹 등에 반발해 소를 제기했다. 민 전 대표와 하이브 간의 계약 문제도 송사로 번졌다. 그 사이 뉴진스는 쪼개졌고 멤버 1명은 계약 해지 후 피소됐다. 내부 문제 외에도 SM엔터테인먼트(이하 SM)의 경영권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불거진 카카오와의 갈등도 현재 진행형이다. 카카오와 하이브는 ‘아이돌 명가’로 불리는 SM을 인수하기 위해 엄청난 출혈 경쟁을 벌였다. 인수전이 과열되면서 카카오가 주가를 조작했다는 의혹이 제기됐고 김범수 의장이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구속됐다가 보석 석방되기도 했다. 1900억원대 부당이득 혐의 경찰 영장 청구, 검찰 반려 이 모든 과정이 진행되는 동안 방시혁 하이브 의장은 두문불출 상태였다. 미국에 머물다가 인터넷 방송 BJ ‘과즙세연(본명 인세연)’과 거리를 걷는 사진이 찍혀 입길에 오른 것을 제외하면 행보를 알기 어려웠다. 방 의장이 프로듀싱을 도맡아 온 방탄소년단(BTS)도 ‘군백기(군대+공백기)’ 상태였다. 하지만 BTS의 광화문 공연 이후 방 의장에 대한 언급이 늘었다. BTS는 멤버 전원이 군대에 다녀온 뒤 ‘완전체’ 첫 행보로 광화문 공연을 선택했다. 정부와 서울시가 하이브의 제안을 받아들이면서 성사된 공연은 각종 논란으로 이어졌다. 정부가 하이브에 특혜를 주고 있는 게 아니냐는 의심이 제기된 시점도 이때다. 지난달 21일 광화문 일대는 경찰 등에서 동원된 경비 인원으로 삼엄했다. 광화문 인근을 지나가는 사람들에 대한 대대적인 검문이 이뤄졌고 그 수위는 살벌했다. 공연과는 전혀 관계가 없어 보이는 이들도 검문 대상으로 지목됐고 결혼식 등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모인 사람도 어김없었다. 정부와 전폭적인 지원에도 BTS 공연을 위해 광화문에 모인 인파는 예상에 크게 미치지 못했다. 앞서 26만명이 몰릴 것으로 예상했지만 공연 직후 경찰은 4만명으로 추산했고 하이브는 10만여명으로 발표했다. 어떤 기준을 갖다 대도 예상치보다 적은 인원이 모이면서 공연 자체를 비판하는 목소리와 모두의 광장인 광화문을 사기업이 특정 시간대에 독점하는 게 맞느냐는 지적이 이어졌다. 회사 뒤에 숨어 있나 실제 BTS의 광화문 공연은 ‘관급 행사’를 방불케 하는 모습을 보였다. 공연 전 국무총리가 하이브를 방문했고 서울시는 공연 당일 경비를 위한 회의를 여러 번 진행했다. 물 샐 틈 하나 없는 경비 체제를 구축한다는 명분으로 안전 관리에만 경찰 6700여명 등 모두 1만5000명에 이르는 인력이 동원됐다. 이재명 대통령도 가세했다. 이 대통령은 공연 전에는 안전 관리를 당부하는 목소리를 냈고 공연 이후에도 호평을 남겼다. 이 대통령은 공연 이후인 지난달 24일 열린 국무회의에서 “이번 공연은 광화문 홍보를 넘어 대한민국 홍보에 결정적이었다”며 “기획을 잘 해서 잘 진행했다”고 평했다. 대통령까지 언급한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은 공교롭게도 방 의장에 대한 비판으로 튀었다. 방의장이 현재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는 점, 그 내용이 주식과 관련된 것이라 정부 정책에 반한다는 점 등이 화두가 됐다. 이 대통령은 ‘주가조작은 패가망신’이라면서 엄하게 처벌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바 있다. 방 의장은 하이브 IPO(기업 공개) 이전인 2019년 기존 투자자들에게 상장 계획이 지연될 것처럼 설명하는 등 기망행위를 통해 주식을 매수하고 이후 자신과 관련된 사모펀드가 설립한 특수목적법인(SPC)에 지분을 넘기는 방식으로 부당이득을 취한 혐의를 받는다. 경찰이 추산한 부당이득 액수는 1900억원에 이른다. 지난해 7월 이 대통령의 ‘주가조작은 패가망신’ 경고 이후 주식시장을 교란한 혐의를 받는 인사들에 대한 금융 당국의 제재가 강해졌다. 당시 지목당한 인물 가운데 한 명이 바로 방 의장이었다. 금융위원회 증권선물위원회는 지난해 7월16일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 행위 금지 위반 혐의로 방 의장을 검찰에 고발했다. 경찰도 같은 혐의로 방 의장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 미국 압박 경찰 발끈? 검․경의 중복 수사 우려까지 불거졌던 사안은 경찰이 내사에 착수한 2024년 말 이후 1년 반이 지나도록 어떤 결론에도 이르지 못했다. 경찰은 지난해 9월 방 의장을 처음 소환한 이후 같은 해 11월까지 총 5차례 조사했다. 이후 5개월간 추가 소환이나 신병 확보가 진행되지 않으면서 ‘늑장 수사’라는 비판이 일었다.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는 지난 21일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방 의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박정보 서울경찰청장은 구속영장 청구 하루 전인 지난 20일 정례 기자간담회에서 “방 의장 수사는 거의 마무리됐다”며 “법리를 검토 중이고 머지않은 시간 내에 종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고 다음 날 방 의장에 대한 신병 확보에 나선 것이다. 방 의장 측은 즉각 유감을 표명했다. 그의 변호인단은 “장기간 성실히 수사에 협조했음에도 구속영장이 신청된 것은 유감”이라며 “향후 법적 절차에도 충실히 임해 최선을 다해 소명할 것”이라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주한미국대사관의 압박에 영향을 받은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주한미국대사관은 최근 방 의장의 미국 방문과 관련해 출국 협조를 요청하는 서한을 경찰에 전달한 것으로 확인됐다. 서한에는 오는 7월4일 예정된 미국 독립기념일 250주년 행사 참석과 BTS의 월드투어 지원 필요성 등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방 의장은 출국금지 상태다. BTS 광화문 공연부터 특혜 의혹 솔솔 나와 주한미국대사관의 행보에 경찰 내부는 격앙된 상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BTS 콘서트나 독립 250주년 기념행사 등을 고리로 미국 측을 움직여 수사 편의를 우회 압박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나왔다. 이번 사건의 공범으로 의심되는 인물이 지난해 미국으로 출국한 뒤 귀국하지 않는 상황이라 방 의장이 입을 맞추거나 도주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고, 경찰의 신병 확보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하이브는 국민 정서를 자극할 수 있는 ‘무리수’를 둘 이유가 없다는 입장이다. 오히려 주한미국대사관의 서한 발송이 당혹스럽다는 분위기다. 하이브 관계자는 “공식적으로 행사 참석을 요청받은 적도 없고 출국금지를 해제해 달라고 요청할 수도 없다”고 전했다. 구속 갈림길에 서 있던 방 의장은 검찰의 구속영장 반려로 한숨 돌리게 됐다. 서울남부지검 금융.증권범죄합동수사부는 지난 24일 방 의장에게 신청된 구속영장을 돌려보냈다. 검찰은 “현 단계에서 구속을 필요로 하는 사유 등에 대한 소명이 부족하다고 판단해 보완수사를 요구했다”고 밝혔다. 일단 구속 위기는 피했지만 방 의장의 사법 리스크가 다시 수면 위로 올라오면서 하이브의 최대 변수가 되는 모양새다. 하이브는 핵심 IP인 BTS 컴백으로 최대한 분위기를 띄워야 하는 상황에서 광화문 공연이 한 차례 논란이 된 데 이어 오너 리스크까지 덮쳤다. 무엇보다 방 의장이 하이브에 끼치는 영향이 절대적인 만큼 향후 상황에 따라 발생할 예측 불가능한 수준의 후폭풍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오너 리스크 K-팝도 영향 연예계 관계자 사이에서는 방 의장의 사법 리스크가 하이브를 넘어 K-팝 업계에 미칠 영향이 상당할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우리나라 문화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K-팝의 이미지가 업계 1위 수장의 오너 리스크로 얼룩질 수 있다는 걱정이다. 방 의장은 이 위기를 어떻게 타개할까?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