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따라 강 따라 ②단양 선암골생태유람길

바위 따라 느릿느릿 봄과 발맞춤

선암골생태유람길은 단양 느림보유람길의 1구간으로, 선암계곡을 따라 걷는 14.8㎞의 산책코스다. 느림보유람길은 4개(선암골생태유람길, 방곡고개넘어길, 사인암숲소리길, 대강농촌풍경길, 총 42.4㎞)의 코스로 구성된 순환형 길인데, 이 가운데 1구간인 선암골생태유람길은 난이도가 쉬운 편이다. 자연휴양림과 펜션, 오토캠핑장 등 다채로운 숙박시설과 편의시설을 갖춘 점도 장점이다. 

선암골생태유람길은 남한강의 지류인 단양천을 따라 화강암과 사암이 아름다운 경관을 이루고, 단양팔경으로 꼽히는 하선암, 중선암, 상선암이 차례로 등장한다. 신선이 이 세 곳 암반지대의 절경에 취해 노닐었다는 전설이 전해지는 명소들이다.

신선이 노닐던 곳

단양팔경의 다른 곳들이 기암괴석으로 각자의 모습을 자랑하지만, 사람들이 들어가서 온전히 앉아볼 곳은 이 세 곳뿐이다. 이 밖에도 소선암, 은선암, 특선암 등 길 따라 만나는 절경에 지루할 틈이 없다. 특히 봄에는 새색시의 발그레한 뺨처럼 아름다운 진달래와 철쭉이 풍성한 데다, 출발 지점부터 길 양옆으로 벚나무가 펼쳐져 봄을 만끽하기에 충분하다.

출발점은 단성생활체육공원이다. 우회교를 지나 소선암오토캠핑장과 백두대간녹색테마체험장서 숲길을 따라 걸으면 된다. 코스 내내 흙길, 아스팔트, 임도길 등 다양한 길이 나타난다. 선암계곡은 다른 계곡과는 다르게 부대시설, 상업적인 시설이 거의 없어 깨끗한 대자연 속 트레킹의 묘미를 느낄 수 있다. 

단성생활체육공원서 한 시간 반 정도(5.9㎞) 걸으면 삼선구곡의 첫 경승지, 하선암을 만난다. 조약돌 탑이 즐비한 하선암 계곡의 느릿한 물 흐름을 바라보는 여행자가 마냥 여유롭다. 너럭바위가 층암을 이루고, 그 위에 커다란 바위가 얹혀 있다.


이곳을 다녀간 문인들은 시를 읊으며 절경에 화답했다. 퇴계 이황은 단양 군수로 재임하면서 단양팔경을 선정했는데, 하선암을 두고 “속세를 떠난 듯한 신선이 노닐던 곳”이라고 극찬하기도 했다.

이어진 숲속 오솔길을 한참 걷다 보면 단성면 가산리 마을이 나오는데, 이곳 쉼터에 화장실과 편의시설이 마련돼있다. 마을을 지나 다시 숲길로 이어진다. 상선암을 향해 오를수록 소나무와 기암절벽이 많아지는데, 절벽의 기암은 때론 붉고 때론 검은빛을 띠기도 한다. 

세차게 흐르는 물소리와 탁 트인 계곡이 나오면 중선암에 다다른 때다. 봄꽃에 한눈을 팔았는데, 바위 사이를 뚫고 흐르는 폭포 소리에 저절로 시선이 옮겨진다. 이 작은 폭포는 쌍룡이 승천했다 해서 ‘쌍룡폭’이라고 부른다. 중선암에 앉아보려면 출렁다리를 건너 도락산장 매점 뒤편으로 걸어 들어가면 된다.

깨끗한 대자연 속에서의 트레킹

옥렴대(玉簾臺)라 부르는 바위에 새겨진 글씨를 들여다보니 ‘사군강산(四郡江山) 삼선수석(三仙水石)’이라 써 있다. 사군(四郡)은 조선 시대 단양, 영춘, 제천, 청풍 4개의 군으로, 이 가운데 상선암, 중선암, 하선암의 물과 돌이 가장 아름답다는 뜻이다. 

중선암서 약 1㎞ 남짓 걸으면 단양의 명산 도락산과 월악산국립공원 단양분소가 나온다. 국립공원 정보도 얻고 잠시 쉬어갈 장소로 제격이다. 우암 송시열 선생이 ‘깨달음을 얻는 데는 나름대로 길이 있어야 하고, 거기에는 반드시 즐거움이 있어야 한다’는 뜻에서 지은 도락산 등산코스도 여기서 시작한다.

단양분소 주차장을 가로질러 지난 3월 단장을 마친 상선암숲쉼터를 지나면 삼선구곡의 마지막 경승지인 상선암에 다다른다. 옛 선인들은 상선암을 두고 학처럼 맑고 깨끗한 사람이 유람하기에 좋은 장소라고 노래하기도 했다. 


상선암출렁다리를 건너 상선암교를 지나 약 1.3㎞를 걸으면 특선암이 위용을 자랑한다. 수직으로 벽을 이룬 기암절벽이 마치 호위무사 같다. 선암골생태유람길은 벌천삼거리서 끝나고, 2구간인 고개넘어길로 이어진다. 대중교통을 이용해 출발점으로 돌아오면 수몰의 아픔을 간직한 단성면을 만난다.

옛 단양의 군청 소재지이자 최대 번화가였던 단성면 일대는 댐의 건설로 마을의 90%가 수몰돼 주민 대부분이 삶의 터전을 잃고 고향을 떠났다. 하지만 도시재생사업을 펼쳐 ‘단성벽화마을’로 단장해 알록달록 옷을 입었으니 함께 둘러봐도 좋다.

단양의 랜드마크로 자리 잡은 만천하스카이워크에 오르면 단양 읍내, 남한강, 소백산, 금수산, 월악산까지 눈에 넣을 수 있다. 해발 320m의 만학천봉 산꼭대기까지 셔틀버스로 이동한 뒤, 말발굽처럼 생긴 시설물을 빙글빙글 걸어 오르면 한눈에 단양 풍광이 들어온다. 짚와이어와 알파인코스터, 만천하슬라이드 등 레포츠도 함께 즐겨보자. 

단양의 다누리아쿠아리움은 국내외 민물고기 234종, 총 2만3000여마리를 보유한 국내 최대 규모의 민물고기생태관이다. 높이 8m, 수량 650t 규모에 달하는 대형수족관과 도담삼봉, 선암계곡, 석문 등 단양의 비경을 수조의 배경으로 꾸민 것도 인상적이다.

천연기념물인 수달의 재롱도 보고, ‘남한강의 귀족’으로 불리는 황쏘가리, 행운을 불러온다는 중국의 보호 어종 홍룡, 아마존의 거대어 피라루크 등 희귀한 민물고기를 만날 수 있다. 

고수동굴

고수대교를 지나면 바로 고수동굴(천연기념물)이 나온다. 4억5000만년 전에 만들어진 이 동굴은 총 길이가 1395m로, 고수동굴의 수호신인 사자바위를 비롯해 만물상, 독수리상, 용바위 등 기묘한 종유석이 감탄을 자아낸다. ‘천년의 사랑’이라고 불리는 종유석과 석순은 곧 닿을 듯하지만 둘이 만나려면 최소 천년이 걸린단다. 

 

<여행 정보>
당일 여행코스

단성면벽화마을 → 선암골생태유람길(하선암, 중선암, 상선암) → 월악산국립공원단양분소

1박2일 여행 코스
-첫째 날 단성면벽화마을 → 선암골생태유람길 → 월악산국립공원단양분소 → 수양개선사유물전시관 
-둘째 날 만천하스카이워크 → 단양구경시장 → 다누리아쿠아리움 →고수동굴

관련 웹 사이트 주소
-단양군 문화관광 www.danyang.go.kr/tour
-만천하스카이워크 www.dytc.or.kr/mancheonha/89
-다누리아쿠아리움 www.danyang.go.kr/aquarium/1383
-고수동굴 www.gosucave.co.kr
-수양개선사유물전시관 https://www.danyang.go.kr/su yanggae/1385

문의 전화
-단양군청 관광기획팀 043)420-2903
-만천하스카이워크 043)421-0014~5
-수양개선사유물전시관 043)423-8502
-월악산국립공원단양분소 043)422-5062
-다누리아쿠아리움 043)423-4235
-고수동굴 043)422-3072

대중교통
-버스 서울-단양, 동서울종합터미널서 하루 9회(07:00∼18:00) 운행, 약 2시간30분 소요. 다누리센터앞정류장서 531, 405, 801, 416, 403, 412번 버스 승차, 하방정류장 하차. 약 30분 소요. 300m 도보 이동, 선암골생태유람길 시작표지판서 출발.


*문의: 동서울종합터미널 1688-5979, 시외버스통합예매시스템 https://txbus.t-money.co.kr, 단양시외버스공영터미널 043)421-8801

-기차 청량리역-단양역, KTX·무궁화호·새마을호 하루 12회(05:38~20:32) 운행, 1시간20분~2시간10분 소요 단양역정류장서 415, 531번 버스 승차, 하방정류장 하차. 약 20분 소요. 300m 도보 이동, 선암골생태유람길 시작표지판서 출발.

*문의: 레츠코레일 1544-7788, www.letskorail.com

자가운전
중앙고속도로→북단양 IC 단양 방면 우회전→평동사거리 산업단지 방면 우회전→각시봉터널 진입→우덕사거리 단양 방면 좌회전→우덕삼거리 단양 방면 우회전→단양삼거리 영주, 단양IC 방면 지하차도→북하삼거리 문경, 충주방면 우회전→단성생활체육공원

숙박 정보
-한국관광 품질인증업소 단촌서원고택: 단성면 북상하리길, 010-7230-5415, hanokpension.modoo.at
-대명리조트단양: 단양읍 삼봉로, 1588-4888, https://www.sonohotelsresorts.com/dy/
-단양관광호텔: 단양읍 삼봉로, 043)423-7070, www.danyanghotel.com
-소선암자연휴양림: 단성면 대잠2길, 043)422-7839, https://www.foresttrip.go.kr/indvz/main.do?hmpgId=ID02030041

식당 정보
-부엉이식당(백반): 단양읍 중앙2로, 043)421-7188
-박쏘가리(쏘가리매운탕): 단양읍 수변로, 043)421-8825
-서울식당(수제떡갈비): 단양읍 고수동굴길, 043)422-2808
-경주식당(올갱이해장국): 단양읍 도전6길, 043)421-0504


주변 볼거리
단양강 잔도, 도담삼봉, 사인암, 온달관광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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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제성 없는 ‘내란 TF’ 겉핥는 내막

강제성 없는 ‘내란 TF’ 겉핥는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이재명정부가 내란을 방조하거나 간접적으로 가담한 이들을 가리기 위해 TF를 구성했다. 내년 1월까지 공무원 75만명을 대상으로 참여·협조 여부를 조사한다. 일부 기관은 자체적으로 판단해 TF를 구성하는 걸 두고 고민하고 있다. TF는 강제성이 없으며, 이미 조사를 끝내 인사에 반영한 기관도 존재한다. 헌법 존중 정부 혁신 TF(태스크포스)는 중앙행정기관 49곳에 구성됐다. 구체적으로 각 부처 25곳이 포함됐다. TF는 총 48개다. 활동 목표가 인사에 합리적으로 반영하기 위한 것이라지만 각 기관 안팎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 사실상 내란 특검팀(조은석 특별검사)의 연장선이 아니냐는 것이다. 방조·간접 가담자들 김민석 국무총리는 지난달 24일 TF 실무 책임자들과 첫 간담회를 갖고 “TF의 조사 활동은 대상, 범위, 기간, 언론 노출, 방법 모두 절제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 총리는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절제하지 못하는 TF 활동과 구성원은 즉각 바로잡겠다”면서 “TF 활동의 유일한 목표는 인사에 합리적으로 반영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이 TF는 공무원 75만명의 ‘내란 참여·협조’ 여부를 개인 휴대전화까지 제출받아 조사한다는 방침 등이 인권침해란 논란이 일었다. 총리실에 설치된 ‘총괄 TF’는 이날까지 부처 25곳을 포함한 기관 49곳에서 TF 48개가 출범했다. 국무조정실·국무총리비서실로 구성된 총리실에 단일 TF가 설치되면서 TF 숫자는 하나 줄었다. TF는 대부분 10~15명으로 구성됐지만, 전체 인원이 많은 국방부(53명), 경찰청(30명), 소방청(19명) 등은 대규모 조사단을 꾸렸다. TF 48개의 총인원은 정부 내부 인사 536명을 포함해 661명에 달한다. TF 48개 중 32개에 외부 인사 125명이 참여했고 그중 76명(60.8%)은 법조인, 31명(24.8%)은 학자, 18명(14.4%)은 시민단체 관계자 등이 참여했다. TF는 ‘내란의 사전 모의나 실행, 사후 정당화, 은폐’를 한 공무원은 ‘내란 참여’로, ‘내란의 일련의 과정에 물적·인적 지원을 도모하거나 실행’한 공무원은 ‘내란 협조’를 한 것으로 보기로 했다. 적발된 공무원에게는 내년 2월13일까지 ‘징계’나 ‘승진 배제’ 같은 인사 조치할 방침이다. 또 ‘내란 행위 제보 센터’를 설치해 동료 공무원들에게 제보·투서를 받고, 의심 공무원은 개인 휴대전화를 들여다보기로 했다. 한 정부 관계자는 “의혹이 상당하다고 판단되면 대상자의 휴대전화를 제출받아 들여다볼 예정이다. 의혹이 상당한 데도 조사에 협조하지 않으면 수사 의뢰까지 가능한 선을 정했다”고 말했다. 법조계에서는 TF 조사 권한을 두고 이견이 나온다. 형사가 아닌 행정 절차이지만 일반적인 조사가 아닌 만큼 행정법이 지켜져야 한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공무원 75만명 전방위 조사 문제없나 형소법 원칙 유명무실…권력남용 소지 한 서초동 변호사는 “영장 없는 조사를 두고 많은 문제 제기가 이뤄질 수밖에 없다. 행정조사기본법에 따르면 인사상 불이익으로 압박하거나 진술을 강요하면 직권남용 혐의가 성립될 수 있다. 최소한의 범위를 규정하고 조사해야 하는데 TF가 정한 선이 어느 지점까지인지가 핵심일 것 같다”고 조언했다. 국회도 과거 비슷한 문제를 지적한 바 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2022년 발간한 ‘권력적 행정조사의 쟁점 및 개선 과제’ 보고서에서 행정조사 과정에서 영장주의·진술거부권이 침해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행정조사에서 수집된 자료가 수사기관으로 넘어가 형사 처벌 근거로 활용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형사소송법상 원칙이 유명무실해지고, 국가권력이 남용될 소지도 있다. 업무용 PC나 이메일에서는 변호사와 상담한 내용까지 확보되는 사례도 있어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가 위축될 가능성도 있다. 행정조사 위법성과 관련해서는 판례도 존재한다. 지난 2012년 서울고법은 기관이 업무용 휴대전화 통화 기록과 문자메시지를 동의 없이 확보해 공무원을 해임한 사건에서 이를 위법한 증거수집으로 보지 않았다. 법원은 기관이 통신비를 부담했고, 감사 목적이 공익적이었다고 판단했다. 대법원도 상고를 기각했다. 조직 내부 감사는 세무조사·공정거래위원회 조사·근로감독 등과 달리 별도의 법적 근거가 불명확한 경우가 많아 조사의 한계 역시 모호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정부 차원의 대규모 내부 감사가 법적 문제를 일으킨 선례 역시 많지 않다. 민간인의 TF 참여도 새로운 논란이다. 정부는 감사부서 공무원 외에 민간인을 포함하거나 아예 외부 전문가로만 구성된 TF를 둘 수 있다는 지침을 내렸다. 명확한 법적 근거 없이 민간인이 공무원에 대해 조사권을 행사하는 셈인데, 정부는 TF 설치를 위한 별도 입법을 마련하지 않았다. 논란 불구 조사 시작 공직사회는 뒤숭숭한 분위기다. 조사 기준이 모호해 억울한 문책 인사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 반면 계엄을 방관했거나 동조한 세력을 처벌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상당하다. 핵심 조사 대상으로 거론되는 기관은 기획재정부·국방부·행정안전부·경찰·검찰·법무부 등이다. 기재부의 경우 최상목 전 기재부 장관 겸 경제부총리가 대통령 권한대행까지 겸했다. 최 전 장관이 12·3 비상계엄 당시 윤석열 전 대통령으로부터 국가비상입법기구 예비비 편성 등 계엄 지시 문건 등을 받고 1급 고위직들을 소집해 회의를 연 바 있어, 당시 회의에 참석했던 이들이 조사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10월 국회 국정감사 때 김동일 전 예산실장과 신중범 전 대통령실 경제금융비서관 등이 아시아개발은행(ADB)과 아시아거시경제감시기구(AMRO)로 파견되기 직전 명예 퇴직금을 수령한 것을 두고 ‘해외도피’ 논란이 제기되기도 했다. 외교부는 이번 국감에서 비상계엄 직후 대통령실이 외교부 장관 명의로 ‘합법적 계엄’이란 내용의 공문을 주미한국대사관에 보내고, 이를 ‘3급 기밀’로 지정한 점을 지적받은 바 있다. TF가 가동되면서 외교부 인사는 사실상 ‘중단’ 상태다. 외교부는 애초 올해 말까지 1급 인사를 마무리할 계획이었지만, TF 활동이 시작되면서 어렵게 됐다. 새 정부가 출범한 지 반년이 다 되어가지만, 그동안 외교부 실·국장 및 재외 공관장 인사가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 외교부 인사는 특임 대사 임명과도 맞물려 있지만 인사 속도는 더디기만 하다. 특히 현 정부는 특임 대사를 확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외교부는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특임 대사는 직업 외교관이 아닌 전문가·정치인·학자 등을 대통령이 재외공관장으로 임명하는 제도다. 주요 공관장 인사가 늦어지면서 사안이 터졌을 때 제대로 대응할 수 있느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지난 9월 미국 조지아주 현대자동차·LG에너지솔루션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에서 발생한 한국인 불법구금 사태 당시에도 조지아주를 관할하는 주애틀란타총영사직은 공석이었고, 캄보디아 사태 때도 주캄보디아 대사직이 비어있었다. 필요는 한데… 이중 감사 검찰 TF는 최근 검찰 내부망인 ‘이프로스’에 다음 달 12일까지 제보용 익명 게시판과 별도의 이메일 계정을 통해 관련 제보를 받겠다고 공지했다. 단장은 구자현 검찰총장 대행이 김성동 대검 감찰부장과 주혜진 대검 감찰1과장이 각각 부단장과 팀장을 맡아 10여명이 참여했다. 법무부에 설치된 TF 역시 같은 날 공지를 게시했다. 법무부에선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TF 단장을 맡고 내외부 인사 10여명이 구성원으로 참여한다. 법무부는 내부 익명 게시판을 통해 제보를 접수하는 한편, 검찰과 별도의 이메일 계정을 개설해 운영할 예정이다. 경찰은 경무관 승진, 총경 인사를 앞두고 숨죽이는 분위기다. 앞서 계엄 수사로 조지호 경찰청장 등 수뇌부가 재판에 넘겨졌지만, 계엄 당시 국회 출입 통제나 체포조 투입에 관여됐던 간부 상당수는 기소를 피했다. 국방부는 이중 감사 논란이 일고 있다. 이미 12개 기관을 대상으로 내부 감사를 진행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안규백 국방부 장관은 취임 직후 감사관실 주도로 중령급 이상 간부를 전수 조사해 지난주 보고서를 대통령실에 제출했고, 이는 이번 3성 장군 인사에도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국방부는 총리실의 지시에 따라 기존 감사자료를 제출하는 수준에서 협조할 것으로 알려졌다. 감사관실은 조사본부를 합류시켜 TF를 꾸릴 것으로 보인다. 지난 국방부의 자체 감사는 합참 현역 장교뿐 아니라 본부 군무원과 민간 공무원까지 포함한 대대적 감사였다. 지난 9월 진영승 합참의장 취임 이후, 권대원 합참차장을 제외한 합참 장군 전원과 2년 이상 근무한 중령·대령에 대한 대규모 인적 쇄신이 실제로 단행됐다. 합참의 지시에 따라 장교들의 진급이 보류되거나 보직이 변경됐다. 국정원은 이미 이종석 국정원장 취임 이후 직원들의 비상계엄 관련 여부 등 내부 조사를 마쳤다. 특히 의무적으로 TF를 구성해야 하는 기관이 아니다. 국정원은 지난 8월 첫 1급 인사를 단행하고 최근까지 2∼4급 인사를 마무리했다. 애매한 의혹 제기 투서 남발 우려 일부 기관 자체 판단 별도 TF 설치 이 인사는 이 원장 취임 이후 진행한 내부 조사 결과를 반영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국정원은 이 원장 취임 두 달 만인 8월 1급 간부 20여명의 인사를 단행하면서 그간 정권이 바뀐 뒤 1급 간부를 모두 교체하던 관행과 달리 윤석열정부에서 임명된 간부들을 일부 유임시켰다. 국정원은 대통령 직속 기관이다. TF 설치를 두고 대통령실이 직접 관리할 수 있다. 정부 관계자는 “본래 정권이 바뀔 때마다 신임 국정원장이 취임하면 국정원은 윗선 지침이 없어도 원장 지시하에 내부적으로 감찰이나 조사를 철저하게 해 왔다”며 “대통령실에서 직접 관리해 TF 조사가 이뤄져도 추가로 드러날 문제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국회 정보위원회 간사인 더불어민주당 박선원 의원은 지난달 4일, 국정원 국정감사 이후 브리핑에서 “국정원이 불법적 비상계엄 상황에서 내란·외환 정보수집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했다는 점을 인정했다”면서 “국정원은 국정원법 4조에 따라 내란죄·외환유치 관련 자료를 특검에 이미 제출했고 계엄 시 국정원 역할 재정비와 실효적 안보조사체계 복원을 추진하겠다고 보고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인권침해 진정이 들어온 기구를 인권위가 설치하면 모순”이란 이유로 TF 설치를 거부했던 국가인권위원회는 TF 구성 반대 의결 과정에서 절차상 흠결이 지적되자 다음 전원위원회에 다시 상정해 논의하기로 했다. 앞서 인권위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등 독립기관은 TF 설치를 자율적으로 판단하기로 정해졌다. 안창호 인권위원장은 지난달 24일 열린 제21차 전원위원회에서 “정부에서 부처 내 헌법존중 TF를 자율적으로 만들라는 권고가 있는데 어떻게 할 것이냐”고 위원들에게 물었다. 이에 한석훈 위원이 구두로 안건 발의를 제안했다. 이후 안건 발의자로 참여한 김용원·이한별 위원 포함 발의자 세 명과 강정혜·김용직 위원, 안 위원장 등 6인이 ‘TF 구성 반대’에 손을 들면서 의결됐다. 부역자 남았나 인권위 안팎에선 자율적 설치라고 해도, TF 설립 취지에 비쳐 조사 대상이 될 수 있는 위원들이 안건을 즉석에서 상정해 반대 의결까지 한 건 부적절했다는 비판도 나왔다. 특히 반대 의견을 낸 안 위원장과 김용원 위원 등은 지난 2월 ‘윤석열 방어권 안건’ 의결에 찬성해 특검에 내란 선동·선전 혐의로 고발된 상태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