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화로 본 정준양 포스코 회장 내정자

‘펄펄’ 끓는 용광로처럼 뜨거운 가슴·열정 지녔다

거함 포스코를 이끌 차기 회장으로 내정된 정준양 포스코건설 사장. 지난 1975년 공채 8기로 포스코에 입사해 30여년간을 줄곧 생산현장에서 보내 ‘아이언맨’이라고도 일컬어진다.

이런 정 내정자는 특유의 소탈한 성격과 친화력으로 직원들을 아우를 줄 아는 인물로 평가받고 있다. 업무에 있어서는 상황 진단을 정확하게 하고 신속하게 처방을 내린다고 직원들은 입을 모은다. 독서광에다 지적 호기심도 강한 정 내정자와 관련된 일화를 들어봤다. 

정준양 포스코 회장 내정자는 직원사랑이 각별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를 뒷받침하는 일화가 있다. 광양제철소 제강부장으로 근무할 당시 제강부 직원들은 1000여명이었다.

그만큼 직원들의 애경사가 많았다. 그런 와중에도 정 내정자는 직원뿐만 아니라 사망한 직원의 유가족을 지속적으로 도와 줄 수 있는 방안을 고심했다고 한다.

“재직 중 직원 사망 시
유자녀 장학금 지급하자”

정 내정자는 당시 ‘성과증진경쟁력 강화’ 대상과 포상금 1억원을 수상하면서 각 대표에게 “직원의 자녀들은 대학졸업 시까지 장학금을 지급받을 수 있어 학비 걱정 없이 공부할 수 있는데 재직 중 사망한 직원들의 자녀들이 배움의 기회를 놓칠까 걱정된다”며 “우리는 다 같은 한 가족인데 우리가 돕자”라고 설득했다.
이어 “포상금 1억원의 20%를 기증해 가칭 강우회(鋼友會)를 만들고 제강부 직원으로 재직 중 사망 시 유자녀에게 대학까지 전액 장학금을 지급하도록 하자”고 제안하자 각 대표들은 박수로 동의했다.

소탈한 성격·특유의 친화력 가진 ‘아이언맨’
온화한 카리스마로 리더십 발휘하는 ‘독서광’   
직원사랑 각별한 호탕하고 대중적인 미식가
작은 것에 귀 기울일 줄 아는 아이디어뱅크


회비는 부포상금 20%와 각 공장 포상금 10%, 제강부 직원이 월 1000원을 회비로 내기로 했다. 단 직원들이 내는 회비는 기금이 1억5000만원이 되면 회비 각출을 하지 않기로 했다. 이렇게 발족된 강우회는 15년 동안 총 11명의 자녀들에게 1억5400만원을 지급했으며 현재는 기금 1억5200만원으로 운영되고 있다.
포스코 관계자는 “강우회의 발족으로 인해 한 집안의 가장이 질병으로 사망한 후에 각자 연고를 찾아 전국 각지로 흩어진 유가족이지만 언제나 포스코 가족임을 생각하고 서로 연락하는 등 인간 사랑의 고귀한 실현이 지속적으로 이뤄지고 있다”고 밝혔다.

정 내정자는 또 아이디어를 귀하게 생각하고 연구소에서 돌아다니는 이야기도 소중하게 생각하는 성품이다.
아이디어를 접하게 되면 이를 실행으로 옮겨야 한다는 의지도 강하다. 아이디어도 고유의 지적재산으로 이를 현장에서 살아 움직이도록 하지 않으면 낭비라고 여기는 것이다. 아이디어가 조업기술로 정착이 될 때까지 집요하게 사람과 조직을 총동원해 본연의 온화한 카리스마가 넘치는 리더십을 통해 구현시킨다.

온화한 리더십 발휘
집요하고 끈질긴 추진력

이와 관련된 일화가 있다. 1980년대 초반 포항 제강부 기술과장 시절 신입 연구원이 찾아와 연구과제 수행을 위해 도움을 청했다.
‘고급강 제조를 위한 청정한 강을 제조하기 위한 방안인데 현장에서 협조가 잘 안 돼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것이었다. 이야기를 듣고 있던 정 내정자는 즉석에서 신입 연구원과 같이 관련부서에 연락을 취해 아이디어가 실현되도록 한 일이 있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지고 현장에서 테스트를 직접 보면서 격려를 하고 연구원들의 실험이 잘되도록 배려했다. 당시에는 이런 형태의 업무처리를 상상하기조차 어려웠던 시절이었다.
그 연구원은 “지금도 그때의 일을 잊지 못하고 있다”고 회상했다. 정 내정자는 또 2002년 당시 광양제철소 상무시절 제강공장 슬래그 야드장을 순찰 중 고질적인 문제였던 슬래그 처리에 대한 열간 재사용이라는 획기적인 발상이 떠올랐다고 한다.

냉각 후에 파쇄, 선별해 재사용하던 철 찌꺼기를 열간에서 바로 재사용하는 친환경·원가절감 방안이었다. 정 내정자는 이를 적용하도록 해 POS-LEAD라는 잔탕 재활용기술을 정립시켰다. 이 기술로 청정한 슬래그 야드장 실현과 더불어 연간 300억원의 원가절감을 거두고 있다.
정 내정자의 혁신활동에 대한 통찰력을 보여주는 사례도 있다. 포스코는 2004년 트리즈 기법을 도입하기 위해 전문가를 양성했다. 하지만 기존의 식스시그마와 같이 하게 되면 선택과 집중의 차원에서 역량결집이 어렵다는 판단으로 트리즈의 활용이 보류됐다.
그러나 식스시그마는 통계적 기법을 이용한 최적조건의 도출로 창의적 문제해결에 한계가 있다.

이에 정 내정자는 2006년 식스시그마와 상충이 되지 않도록 조화를 이루면서 트리즈기법을 적용하라는 지시를 했다. 이런 새로운 패러다임을 도입하는 과정에서 혁신에 대한 흔들림 없고 확고한 철학과 소신에 기반을 둔 리더십을 십분 발휘한 것이다.
이를 확산시키기 위해 연구소, 포항제철소, 광양제철소에서 트리즈 컨퍼런스를 주재해 활용을 강조했다. 그 결과 다수의 지적재산권을 확보했고 2년간 60여개의 고질적인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었다.

포스코 관계자는 “창의적 문화를 위한 혁신을 이끌어 가는 모습을 정착시키고 솔선수범을 보여 온 결과”라고 평가했다.
정 내정자는 전로 노체수명 향상에도 큰 획을 그었다. 광양제철소 첫 가동은 지난 1984년 4월. 당시 전로의 노체수명은 700~800회였다. 아무리 발버둥을 쳐도 1200회를 달성할 수 없었다. 노체수명은 제강공장의 원가, 생산, 품질 등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중요 요소였다.

업무처리엔 정확·신속한 진단·처방
대중음식 좋아하는 소탈한 미식가

그는 이를 개선하기 위해 전로종점온도 및 종점산소를 하향화하는 T/F팀을 구성, 정기적으로 검토회의를 실시하면서 문제점에 따른 대응방안을 속속 적용했다. 또한 잔류슬래그코팅기술을 개발, 노체수명을 향상시켜 지난 1998년에는 6500회를 상회해 연간 30억원이 넘는 원가절감도 실현했다.
포스코 관계자는 “‘꿈은 이루어진다’는 신념이 늘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 오는 원동력으로 보인다”며 “이런 결과는 집요하고 끈질긴 추진력의 결과”라고 평가했다.

정 내정자는 EU 사무소장 재직시절 세계 각국 철강전문가 및 CEO들과의 만남을 통해 국제 비즈니스 감각을 쌓았다. 또 세계 철강기술의 진보에 대한 다양한 정보 분석을 통해 미래 철강기술의 발전방향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됐다고 한다.
정 내정자는 철강 산업의 지속성장을 위한 미래 신기술개발 아이디어 창출과 타 분야에서 적용되고 있는 우수한 첨단기술의 접목에 대해서도 혁신적인 실행에 착수했다.

또한 세계 철강기술학회나 세미나 등에 전문가를 참여토록 하고 있으며 그 결과를 직접 보고 받으면서 실무 전문가와의 열띤 토론을 좋아한다. 미래를 위한 기술개발과 설비투자 등에 대해 구체적인 플랜을 구상하는 열정도 보이곤 한다.
포스코 관계자는 “토론을 할 때면 전문가 입장이자 상사 입장, 실제로 도입해 운영해야 할 당사자 입장 등 여러 역할을 망라해 총체적으로 보신다”며 “이럴 때는 초롱초롱한 눈망울이 더욱 빛난다”고 전했다. 이어 “이러한 정 내정자의 열정은 엔지니어 초년시절에 세운 ‘산업발전의 역군이 되겠다’는 목표를 위해 온몸을 던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업무 처리에 있어서 정 내정자의 가장 큰 장점으로 꼽히는 것은 정확한 진단과 신속한 처방이다. 지위가 높아질수록 업무의 범위도 넓어지고 그러다 보면 새로운 분야에 대한 전문성이 떨어지게 마련이다. 그러나 정 내정자는 사전에 보고서를 제공하지 않고 바로 보고할 경우에도 그 분야의 전문가를 놀라게 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포스코 관계자는 “그만큼 지적 호기심이 많아 평소에 스쳐지나가는 것도 스펀지에 물이 스미듯 기억돼 있다가 보고 시에 단편적인 사항들이 연결되고 전체적이고 전문가적인 시각으로 보게 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라고 말한다.

진단이 정확한 만큼 정 내정자는 신속하게 처방을 내린다.
포스코 관계자는 “이런 것은 직위가 낮은 시기에도 높은 사람의 시각에서 보면서 맡고 있는 부문을 위주로 한 부문최적화가 아닌 전사최적화를 늘 지향해온 결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정 내정자는 소탈한 미식가로도 알려져 있다. 정 내정자는 일반직원들과 함께 식사를 하면서 회사의 경영현황을 설명하고 시너지를 모으는 경우가 많다. 그런 경우에도 식당과 메뉴를 손수 정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렇지 않으면 비싼 음식, 맛없는 음식으로 낭비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탕이나 빈대떡 등 대중적인 음식을 대중적인 식당에서 식사하기를 좋아한다. 계절과 맛에 따라 좋은 식당을 잘 선택하는 미식가라고 직원들은 평가 하고 있다.

포스코 관계자는 “흔히들 높은 사람과 식사는 소화가 안 된다고 하는데 부담이 없어 다시 하고 싶은 식사자리로 인식이 되고 있다”며 “식사 시 개인별로 애로와 의견을 듣는 데 인색하지 않다”고 밝혔다. 이런 이유로 식사 후엔 직원들이 ‘회사를 위해 최선을 다해야겠다’는 각오를 다지게 된다고 한다.
정 내정자는 또 역사와 문화 등에 대한 조예가 깊고 독서를 좋아하며 직원들에게 이를 전파해 준다. 이로 인해 회사 내에 한국역사연구회, 무경칠서연구회 등 스터디그룹이 생겼을 정도다.

<사진제공=포스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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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쥐고 흔드는’ 민주당 꽃놀이패

‘쥐고 흔드는’ 민주당 꽃놀이패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지난 1일 이재명정부의 첫 정기 국회가 열리면서 100일 대장정이 시작됐다. 늘 그렇듯 각종 입법과 개혁, 예산안 등을 두고 여야가 거세게 충돌할 것으로 예상된다. 개회 첫날부터 기싸움이 만연한 가운데 거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국회 고삐를 틀어쥐면서 주도권 잡기에 나섰다. 9월에 접어듦과 동시에 빽빽한 일정이 여야를 기다리고 있다. 9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과 오는 10일, 국민의힘의 교섭단체 대표연설이 진행되고, 15~18일 나흘 동안 정부를 상대로 ▲정치▲외교 ▲통일·안보 ▲사회 ▲교육 ▲경제 등 대정부질문이 예정됐다. 벌써부터 국정감사 제보센터를 개설하는 의원실도 눈에 띄었다. 사면초가 국민의힘 민주당은 이번 정기국회에서 민생과 성장, 개혁 안전 등 4대 핵심 과제를 골자로 한 224개 법안을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검찰개혁, 금융위원회 등 정부조직법 개정을 포함해 언론개혁, 대법원 개혁 등 공약으로 내걸었던 법안도 지체 없이 빠르게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반면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계획을 ‘입법 폭주’라고 비판하며 ‘경제·민생·신뢰 바로 세우기’를 기조로 하는 100대 입법 과제를 선정하겠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는 미래 첨단산업 육성을 비롯한 경제 활성화 및 민생경제 회복, 청년 희망 및 취약계층 돌봄 등을 통해 국민신뢰를 회복하겠다는 계획이다. 큰 틀에서 봤을 때 이번 정기국회는 인사청문회와 대정부질문을 둘러싼 치열한 공방이 예상된다. 특히 인사청문회서 국민의힘은 최교진·주병기 후보를 정조준하면서 이정부의 ‘인사 실패’ 프레임을 부각시키겠다는 전략을 내세웠다. 먼저 국민의힘은 최 후보의 과거 음주 운전 전력과 천안함 폭침 관련 음모론을 제기한 것을 문제 삼았다. 당내 교육위원회 간사인 조정훈 의원은 기자회견을 열고 “최 후보는 인사청문회에서 음주 운전, 학생 체벌, 막말, 천안함 음모론 제기, 부산·대구 폄하 발언, 입시 비리 조국 사태 옹호 등 셀 수 없는 범죄와 논란에 고개 숙여 사과했다”며 “그 사과가 진심이라면 자진 사퇴하라. 이재명정부는 후보를 즉각 지명 철회하라”고 요구했다. 주 후보에 대해선 세금 ‘상습 체납’ 이력 등을 파고들었다. 국민의힘 강민국 의원실에 따르면 주 후보와 배우자가 공동 소유한 아파트에는 압류 등기가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밖에도 주 후보는 종합소득세 납부기한도 여러 차례 어겼으며 2023년(406만원)과 2024년(183만원) 종합소득세도 올해 6월에야 낸 것으로 전해진다. 반면 민주당은 통일교 측으로부터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국민의힘 권성동 의원 체포동의요구서에 대한 국회 표결을 벼르고 있다. 앞서 지난 1일 권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국회에 제출된 만큼 국회의장은 요구서가 접수된 후 다음 본회의인 오는 9일에 국회 보고를 거쳐 72시간 이내에 표결 절차에 들어가야 한다. 다만 국민의힘 교섭단체 연설일인 10일에 체포동의안을 처리하는 것은 부담스럽다는 의견이 있어 이날을 제외한 11일 또는 12일 처리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이정부 첫 정기국회 100일 대장정 권성동 체포동의안 변수도 ‘주목’ 체포동의안은 무기명 투표로 진행돼 국회 의석 과반을 차지한 민주당의 주도하에 가결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에 힘이 실린다. 권 의원은 혐의를 부인하며 체포동의안 처리와는 관계없이 구속 적부심사를 받겠다는 입장이다. 그는 지난달 31일 자신의 SNS를 통해 “민주당은 야당 교섭단체 대표연설 일정에 저의 체포동의안 표결을 집어넣으려 한다”며 “이는 야당 대표 연설을 덮으려는, 국회를 정치 공작 무대로 삼으려는 행태”라고 주장했다. 이어 “우원식 국회의장은 민주당과 정치적 일정 거래에 저의 체포동의안을 이용하지 말라”고 밝혔다. 국회 문이 열리기도 전부터 살얼음판을 걷는 분위기였던 만큼 결국 개원 첫날부터 여야가 격돌했다. 우 의장은 “차이보다 공통점을 통해 함께할 수 있는 일이 많다는 것을 보여주는 화합의 메시지”를 예로 들며 개회식에서 한복 착용을 권유했지만, 국민의힘은 “국회 민주주의를 말살하는 이재명정권의 독재정치에 맞서자는 심기일전의 취지”라며 검정 양복과 검정 넥타이, 근조 리본을 맨 상복 차림으로 참석했다. 민주당 한준호 최고위원은 “정부와 여당에 항의하는 차원의 퍼포먼스라고 들었지만 정작 애도해야 할 대상은 국민의힘 자당”이라고 비판했다. 민주당 황명선 최고위원 역시 “국민이 국회에 바라는 것은 희망과 미래지, 장례식이 아니”라고 일침을 가했다. 국회 상임위에서도 크고 작은 해프닝이 발생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전체회의서 추미애 법사위원장이 ‘검찰개혁 공청회 계획서 채택의 건’을 표결하려 하자 국민의힘 의원이 위원장석 앞으로 몰려가 항의했고, 초선인 민주당 이성윤 의원이 자리에서 일어나 “들어가시라”고 목소리를 높이자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이 “초선은 가만히 앉아 있어” “아무것도 모르면서, 앉아 있어”라고 반말로 말한 것이 문제가 됐다. 굽히지 않는 강대강 매치 이를 두고 범여권에서는 나 의원을 향한 질타가 쏟아졌고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초선 의원은 의정활동을 하지 말라는 것이냐”며 “5선 의원이 가만히 있으라면 무조건 따라야 하냐. 초선 의원이 가마니인가”라고 직격했다. 정 대표는 “초선 의원이 무엇을 모른다는 것인지는 알 수 없으나, 나 의원은 일단 예의를 모르는 것 같다”고 공개적으로 저격했다. 검찰개혁 관련 공청회에서도 설전이 오갔다. 오는 25일 본회의에서 처리할 정부조직법 개정안에 담길 검찰개혁안의 핵심은 검찰청 폐지와 수사·기소권 분리 및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공소청 신설인데, 국민의힘이 이를 두고 “검찰해체법을 통해 독재 국가로 가는 길”이라고 반발하면서 제동을 건 것이다. 그럼에도 민주당은 태도를 굽히지 않고 있다. 민주당은 검찰개혁에 대한 국민적 여론이 높다는 점을 들어 추석 전에 개혁을 완수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에 오는 25일 민주당은 국회 본회의에서 검찰개혁안을 통과시킬 것으로 보인다. 3대 특별검사(내란·김건희·순직해병)의 수사 인력과 기한을 확대하고 재판 중계를 가능하게 하는 내용을 담은 ‘더 센 특검법(특검법 개정안)’도 민주당 주도로 상정됐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특검 수사 기간은 기존 한 차례 30일 연장에서 두 차례, 최대 60일까지 연장할 수 있게 된다. ‘3대 특검(내란·김건희·순직해병)’ 재판의 녹화 방송 중계도 가능해진다. 재판 내용이 공개돼야 윤석열 전 대통령의 친위 쿠데타 같은 일이 벌어지지 않을 것이란 교훈을 후손에 남겨야 한다는 게 민주당의 주장이다. 마찬가지로 민주당 주도로 통과된 노란봉투법도 쟁점이다. 국민의힘이 ‘사용자’와 ‘노동쟁의 대상’ 범위를 제한하는 보완 입법으로 맞불을 놓으면서 여야의 입법 주도권 싸움이 전개될 것으로 예상된다. 국민의힘은 “파업 시 대체 근로 허용, 사업장 점거 금지, 형사처벌 규정 개선, 최소한의 방어권 보장도 필요하다”고 주장하며 오는 12월까지인 정기국회에서 추진하겠다는 계획이다. 민주당도 쉽게 물러서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정 대표는 소상공인연합회를 찾아 중소기업계의 의견을 청취하는 등 기업 달래기에 나서면서 경제 행보를 넓히고 있다. 저항해도 질질∼ 국민의힘은 매일같이 보이콧과 논평을 쏟아내지만 무용지물이다. 의석수로 민주당을 이길 수 없을 뿐더러, 특검의 대대적 압수수색 등 당 내부도 시끄러운 만큼 민주당이 휘두르는 대로 속절없이 끌려다니는 형국이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을 겨냥해 ‘야당 탄압’ ‘야당 말살’ 프레임 씌우기에 나섰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정치 특검이 연이틀 국민의힘 심장부에 쳐들어왔다”며 “법사위에서는 특검 기간을 연장하고, 특별재판부도 설치하고, 재판까지 검열하겠다는 무도한 법들이 통과될 예정”이라고 소리 높였다. 오세훈 서울시장도 민주당을 향해 “요즘 정부여당을 보면 폭주 기관차를 떠올리게 된다”며 “역사적 전례를 보면 폭주 기관차는 반드시 궤도를 이탈해 전복된다”고 꼬집었다. 특검이 국민의힘 압수수색을 시도하고 민주당이 내란특별법을 추진하는 것에 대해 “지금처럼 과도한 행태를 계속 보이면 국민의 냉엄한 견제가 시작될 것”이라고도 주장했다. 오 시장은 “지금 국민의힘은 정권을 잃어버리고 이제 겨우 전열을 재정비하는 중”이라며 “그런 타이밍을 놓치지 않고 과도한 정치 공세로 야당을 뒤흔드는 폭주 기관차의 모습에서 저는 정말 전복이 멀지 않았구나 하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다”고 주장했다. 같은 당 송언석 원내대표도 “(이번 특검은) 이재명정부의 앞잡이를 자처하고 있는 조은석 정치특검”이라며 “국회의 권위와 헌정 질서를 파괴하려는 이재명정권과 특검의 야당 탄압에 맞서 끝까지 싸우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역풍 기우제” 오히려 똘똘 뭉쳤다 윤석열·김건희 지지율 올리는 주역 오히려 민주당은 단일대오로 뭉치면서 “역풍 기우제”라고 주장하고 있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민주당이 야당이던 당시 개혁을 앞세워 조금이라도 앞서 나가려고 하면 역풍 타령이 이어졌다”며 “이는 개혁에 걸림돌이 된다. 지금이 개혁 적기다. 순풍이 부는데 이를 자꾸 역풍이라 하는 건 민주당이 돛을 펼치는 걸 막는 꼴”이라고 지적했다. 이재명 대통령을 당선시킨 민주당 강성 지지층의 목소리가 당원 전체의 목소리로 인식돼 당분간은 이들이 주도권을 쥘 것이라는 게 정치권 관계자의 중론이다. 정치 효능감을 느낀 강성 지지층이 당 분위기는 물론 방향까지 주도하는 만큼 기대에 부응하기 위한 민주당 의원들의 강경한 태도가 요구된다는 설명이다. 날이 갈수록 민주당 의원들의 혀가 독해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게다가 강성 지지층에게 있어 지금은 ‘이재명과 개혁의 시간’이다. 아직 국민의힘이 ‘내란 동조범’이라는 꼬리를 떼지 못한 만큼 여야 협치에서 국민의힘은 논외 대상으로 여겨진다. 범여권 의석수를 합하면 180석이 넘는 만큼 입법 과정에서도 국민의힘 눈치를 보거나 숙일 필요가 없다. 정부여당 지지율이 소폭 하락하더라도 다시 솟아날 방법은 얼마든지 있다. 윤 전 대통령과 김건희씨가 수사에 비협조적일수록 민주당을 향한 여론이 다시 우호적으로 변하는 상황을 노리는 것이다. 그 예시가 바로 윤 전 대통령의 구치소 CCTV 사건이다. 윤 전 대통령이 체포영장 집행을 거부하며 속옷만 입고 있었다는 민주당 의원들의 증언이 이어지면서 국민의 관심이 다시 전 정권으로 쏠렸다. 국회 법사위원장인 추미애 의원은 자신의 SNS에 “체포영장을 모면하려 한참 나이 차이가 나는 젊은 교도관들을 상대로 온갖 술수와 겁박을 늘어놓는 궁색하고 옹졸한 모습뿐이었다”고 비판했다. 추 의원에 따르면 윤 전 대통령은 “한때 대통령이셨던 분 아닌가, 옷을 입어달라”는 말에 “나 검사 27년 했다” “내 몸에 손대지 마라” “이거 따르면 앞길이 구만리인 여러분 어떻게 할 거냐” 등 극구 반발했다. 추 의원은 “(윤 전 대통령은) 내란의 밤에 불법 명령을 내리고, 사령관들에게 따르라고 거듭 재촉해 군 간부들의 신세를 망쳐 놨다”며 “재판 거부와 수사 방해, 회피로 책임지기를 거부하면서 자다가 봉창 두드리는 소리를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갈수록 첩첩산중 여기에 국정감사까지 줄지어 있어 민주당의 강경한 태도가 더욱 강해질 것이란 해석이다. 국정감사는 흔히 야당의 시간으로 여겨지지만, 국민의힘은 여전히 탄핵의 강에서 헤어나오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제 막 정기국회가 시작된 만큼 국민의힘은 갈 길이 멀다.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일요시사>와 만난 자리서 “악재가 동시다발적으로 사방에서 터지니 빠르게 수습해도 세월이 걸릴 것 같다”고 푸념했다. 이어 “걱정인 건 국민의 신뢰를 잃었다는 점이다. 수사가 끝나고 상황이 일단락돼도 속은 여전히 곪아 있을 것”이라며 “(민주당은) 계속해서 밀고 들어올 텐데 여기에 대응할 현실적인 방법이 아직은 없어 보인다. 언제까지나 민주당의 실책에 기댈 수만은 없는 노릇”이라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민주당 또 다른 솟아날 구멍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2차 민생회복 소비쿠폰 띄우기에 나섰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오는 22일부터 지급되는 정부의 2차 민생회복 소비쿠폰을 언급하며 “지난번 1차 소비쿠폰이 마중물이었다면, 이번에는 좀 더 물이 콸콸 나오는, 경제계에 활기가 넘치도록 하는 역할을 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재명정부가 출범한 것만으로 재계엔 긍정의 시그널을 줬다”며 “주가도 3200을 오르락내리락하고 있고 시총이 700조원 늘었다고 한다”고 설명했다.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 역시 “이정부 출범 이후 실행한 민생소비쿠폰 효과가 서서히 나타나고 있다. 22일부터 발급되는 2차 소비쿠폰은 내수와 소비 회복을 더욱 앞당길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같은 여당 의원들의 평가로 미뤄볼 때, 민주당은 정기 국회에 돌입하면서 정쟁으로 치우친 국회를 벗어나 민생과 경제로 시선을 돌리며 다시 한번 지지율 견인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