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화로 본 정준양 포스코 회장 내정자

‘펄펄’ 끓는 용광로처럼 뜨거운 가슴·열정 지녔다

거함 포스코를 이끌 차기 회장으로 내정된 정준양 포스코건설 사장. 지난 1975년 공채 8기로 포스코에 입사해 30여년간을 줄곧 생산현장에서 보내 ‘아이언맨’이라고도 일컬어진다.

이런 정 내정자는 특유의 소탈한 성격과 친화력으로 직원들을 아우를 줄 아는 인물로 평가받고 있다. 업무에 있어서는 상황 진단을 정확하게 하고 신속하게 처방을 내린다고 직원들은 입을 모은다. 독서광에다 지적 호기심도 강한 정 내정자와 관련된 일화를 들어봤다. 

정준양 포스코 회장 내정자는 직원사랑이 각별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를 뒷받침하는 일화가 있다. 광양제철소 제강부장으로 근무할 당시 제강부 직원들은 1000여명이었다.

그만큼 직원들의 애경사가 많았다. 그런 와중에도 정 내정자는 직원뿐만 아니라 사망한 직원의 유가족을 지속적으로 도와 줄 수 있는 방안을 고심했다고 한다.

“재직 중 직원 사망 시
유자녀 장학금 지급하자”

정 내정자는 당시 ‘성과증진경쟁력 강화’ 대상과 포상금 1억원을 수상하면서 각 대표에게 “직원의 자녀들은 대학졸업 시까지 장학금을 지급받을 수 있어 학비 걱정 없이 공부할 수 있는데 재직 중 사망한 직원들의 자녀들이 배움의 기회를 놓칠까 걱정된다”며 “우리는 다 같은 한 가족인데 우리가 돕자”라고 설득했다.
이어 “포상금 1억원의 20%를 기증해 가칭 강우회(鋼友會)를 만들고 제강부 직원으로 재직 중 사망 시 유자녀에게 대학까지 전액 장학금을 지급하도록 하자”고 제안하자 각 대표들은 박수로 동의했다.

소탈한 성격·특유의 친화력 가진 ‘아이언맨’
온화한 카리스마로 리더십 발휘하는 ‘독서광’   
직원사랑 각별한 호탕하고 대중적인 미식가
작은 것에 귀 기울일 줄 아는 아이디어뱅크


회비는 부포상금 20%와 각 공장 포상금 10%, 제강부 직원이 월 1000원을 회비로 내기로 했다. 단 직원들이 내는 회비는 기금이 1억5000만원이 되면 회비 각출을 하지 않기로 했다. 이렇게 발족된 강우회는 15년 동안 총 11명의 자녀들에게 1억5400만원을 지급했으며 현재는 기금 1억5200만원으로 운영되고 있다.
포스코 관계자는 “강우회의 발족으로 인해 한 집안의 가장이 질병으로 사망한 후에 각자 연고를 찾아 전국 각지로 흩어진 유가족이지만 언제나 포스코 가족임을 생각하고 서로 연락하는 등 인간 사랑의 고귀한 실현이 지속적으로 이뤄지고 있다”고 밝혔다.

정 내정자는 또 아이디어를 귀하게 생각하고 연구소에서 돌아다니는 이야기도 소중하게 생각하는 성품이다.
아이디어를 접하게 되면 이를 실행으로 옮겨야 한다는 의지도 강하다. 아이디어도 고유의 지적재산으로 이를 현장에서 살아 움직이도록 하지 않으면 낭비라고 여기는 것이다. 아이디어가 조업기술로 정착이 될 때까지 집요하게 사람과 조직을 총동원해 본연의 온화한 카리스마가 넘치는 리더십을 통해 구현시킨다.

온화한 리더십 발휘
집요하고 끈질긴 추진력

이와 관련된 일화가 있다. 1980년대 초반 포항 제강부 기술과장 시절 신입 연구원이 찾아와 연구과제 수행을 위해 도움을 청했다.
‘고급강 제조를 위한 청정한 강을 제조하기 위한 방안인데 현장에서 협조가 잘 안 돼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것이었다. 이야기를 듣고 있던 정 내정자는 즉석에서 신입 연구원과 같이 관련부서에 연락을 취해 아이디어가 실현되도록 한 일이 있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지고 현장에서 테스트를 직접 보면서 격려를 하고 연구원들의 실험이 잘되도록 배려했다. 당시에는 이런 형태의 업무처리를 상상하기조차 어려웠던 시절이었다.
그 연구원은 “지금도 그때의 일을 잊지 못하고 있다”고 회상했다. 정 내정자는 또 2002년 당시 광양제철소 상무시절 제강공장 슬래그 야드장을 순찰 중 고질적인 문제였던 슬래그 처리에 대한 열간 재사용이라는 획기적인 발상이 떠올랐다고 한다.

냉각 후에 파쇄, 선별해 재사용하던 철 찌꺼기를 열간에서 바로 재사용하는 친환경·원가절감 방안이었다. 정 내정자는 이를 적용하도록 해 POS-LEAD라는 잔탕 재활용기술을 정립시켰다. 이 기술로 청정한 슬래그 야드장 실현과 더불어 연간 300억원의 원가절감을 거두고 있다.
정 내정자의 혁신활동에 대한 통찰력을 보여주는 사례도 있다. 포스코는 2004년 트리즈 기법을 도입하기 위해 전문가를 양성했다. 하지만 기존의 식스시그마와 같이 하게 되면 선택과 집중의 차원에서 역량결집이 어렵다는 판단으로 트리즈의 활용이 보류됐다.
그러나 식스시그마는 통계적 기법을 이용한 최적조건의 도출로 창의적 문제해결에 한계가 있다.

이에 정 내정자는 2006년 식스시그마와 상충이 되지 않도록 조화를 이루면서 트리즈기법을 적용하라는 지시를 했다. 이런 새로운 패러다임을 도입하는 과정에서 혁신에 대한 흔들림 없고 확고한 철학과 소신에 기반을 둔 리더십을 십분 발휘한 것이다.
이를 확산시키기 위해 연구소, 포항제철소, 광양제철소에서 트리즈 컨퍼런스를 주재해 활용을 강조했다. 그 결과 다수의 지적재산권을 확보했고 2년간 60여개의 고질적인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었다.

포스코 관계자는 “창의적 문화를 위한 혁신을 이끌어 가는 모습을 정착시키고 솔선수범을 보여 온 결과”라고 평가했다.
정 내정자는 전로 노체수명 향상에도 큰 획을 그었다. 광양제철소 첫 가동은 지난 1984년 4월. 당시 전로의 노체수명은 700~800회였다. 아무리 발버둥을 쳐도 1200회를 달성할 수 없었다. 노체수명은 제강공장의 원가, 생산, 품질 등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중요 요소였다.

업무처리엔 정확·신속한 진단·처방
대중음식 좋아하는 소탈한 미식가

그는 이를 개선하기 위해 전로종점온도 및 종점산소를 하향화하는 T/F팀을 구성, 정기적으로 검토회의를 실시하면서 문제점에 따른 대응방안을 속속 적용했다. 또한 잔류슬래그코팅기술을 개발, 노체수명을 향상시켜 지난 1998년에는 6500회를 상회해 연간 30억원이 넘는 원가절감도 실현했다.
포스코 관계자는 “‘꿈은 이루어진다’는 신념이 늘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 오는 원동력으로 보인다”며 “이런 결과는 집요하고 끈질긴 추진력의 결과”라고 평가했다.

정 내정자는 EU 사무소장 재직시절 세계 각국 철강전문가 및 CEO들과의 만남을 통해 국제 비즈니스 감각을 쌓았다. 또 세계 철강기술의 진보에 대한 다양한 정보 분석을 통해 미래 철강기술의 발전방향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됐다고 한다.
정 내정자는 철강 산업의 지속성장을 위한 미래 신기술개발 아이디어 창출과 타 분야에서 적용되고 있는 우수한 첨단기술의 접목에 대해서도 혁신적인 실행에 착수했다.

또한 세계 철강기술학회나 세미나 등에 전문가를 참여토록 하고 있으며 그 결과를 직접 보고 받으면서 실무 전문가와의 열띤 토론을 좋아한다. 미래를 위한 기술개발과 설비투자 등에 대해 구체적인 플랜을 구상하는 열정도 보이곤 한다.
포스코 관계자는 “토론을 할 때면 전문가 입장이자 상사 입장, 실제로 도입해 운영해야 할 당사자 입장 등 여러 역할을 망라해 총체적으로 보신다”며 “이럴 때는 초롱초롱한 눈망울이 더욱 빛난다”고 전했다. 이어 “이러한 정 내정자의 열정은 엔지니어 초년시절에 세운 ‘산업발전의 역군이 되겠다’는 목표를 위해 온몸을 던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업무 처리에 있어서 정 내정자의 가장 큰 장점으로 꼽히는 것은 정확한 진단과 신속한 처방이다. 지위가 높아질수록 업무의 범위도 넓어지고 그러다 보면 새로운 분야에 대한 전문성이 떨어지게 마련이다. 그러나 정 내정자는 사전에 보고서를 제공하지 않고 바로 보고할 경우에도 그 분야의 전문가를 놀라게 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포스코 관계자는 “그만큼 지적 호기심이 많아 평소에 스쳐지나가는 것도 스펀지에 물이 스미듯 기억돼 있다가 보고 시에 단편적인 사항들이 연결되고 전체적이고 전문가적인 시각으로 보게 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라고 말한다.

진단이 정확한 만큼 정 내정자는 신속하게 처방을 내린다.
포스코 관계자는 “이런 것은 직위가 낮은 시기에도 높은 사람의 시각에서 보면서 맡고 있는 부문을 위주로 한 부문최적화가 아닌 전사최적화를 늘 지향해온 결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정 내정자는 소탈한 미식가로도 알려져 있다. 정 내정자는 일반직원들과 함께 식사를 하면서 회사의 경영현황을 설명하고 시너지를 모으는 경우가 많다. 그런 경우에도 식당과 메뉴를 손수 정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렇지 않으면 비싼 음식, 맛없는 음식으로 낭비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탕이나 빈대떡 등 대중적인 음식을 대중적인 식당에서 식사하기를 좋아한다. 계절과 맛에 따라 좋은 식당을 잘 선택하는 미식가라고 직원들은 평가 하고 있다.

포스코 관계자는 “흔히들 높은 사람과 식사는 소화가 안 된다고 하는데 부담이 없어 다시 하고 싶은 식사자리로 인식이 되고 있다”며 “식사 시 개인별로 애로와 의견을 듣는 데 인색하지 않다”고 밝혔다. 이런 이유로 식사 후엔 직원들이 ‘회사를 위해 최선을 다해야겠다’는 각오를 다지게 된다고 한다.
정 내정자는 또 역사와 문화 등에 대한 조예가 깊고 독서를 좋아하며 직원들에게 이를 전파해 준다. 이로 인해 회사 내에 한국역사연구회, 무경칠서연구회 등 스터디그룹이 생겼을 정도다.

<사진제공=포스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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닻 올린 이재명호 눈앞 암초들

닻 올린 이재명호 눈앞 암초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가 21대 대통령으로 당선됐다. 비상계엄 사태와 대통령 탄핵으로 치러진 조기 대선서 국민은 정권교체를 선택했다. 3년 만에 정권교체를 이뤄냈지만 이재명 대통령의 앞길이 마냥 순탄치만은 않아 보인다. 지난 3일 치러진 6·3 조기 대선서 이재명 신임 대통령은 득표율 49.42%로 역대 대통령 중 최다 득표수를 기록했다.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41.15%,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는 8.34%, 민주노동당 권영국 후보는 0.98%를 각각 기록했다. 넘지 못한 과반의 벽 잠정 집계된 이번 대선 투표율은 지난 20대 대선보다 2.3%p 높은 79.4%였다. 이는 지난 1997년 투표율 80.7%를 기록한 15대 대선 이후 28년 만에 가장 높은 대선 투표율이다. 이를 두고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내란 세력을 심판하기 위한 국민의 뜨거운 의지”라고 입 모아 말했다. 지난 20대 대선서 양 후보 간의 득표율 차이는 0.7%p이었던 만큼 이번 역시 두 후보 간의 격차가 관전 포인트로 제시됐다. 지난 3일 지상파 방송 3사(KBS·MBC·SBS)가 한국방송협회와 함께 실시한 대선 출구조사에 따르면 이재명 후보는 51.7%, 김문수 후보는 39.3%로 두 후보간의 격차는 두 자릿수로 크게 벌어졌다. 이때까지만 하더라도 이 대통령의 과반이 예상됐지만, 실제 투표함을 열자 김 후보가 40%대로 진입한 반면 이 대통령은 50%를 넘지 못했다. 두 사람 간의 격차는 289만표인 8.27%p였다. 한 민주당 초선 의원 역시 출구조사 발표 직후 <일요시사>와 만난 자리서 “4%만 더 얻어서 55%로 안정 궤도를 유지하면 좋았을 것”이라며 내심 아쉬움을 비쳤다. 민주당은 선거 기간 동안 공을 들인 TK(대구·경북)서도 약세를 보였다. 선거관리위원회 개표 마감 결과 대구서 김 후보가 67.62% 득표한 반면, 이 대통령은 23.22%에 그쳤다. 경북서도 김 후보는 66.87%, 이 대통령은 25.52%로 지난 20대 대선과 비슷한 양상을 띠었다. 초유의 사태인 비상계엄으로 치러진 조기 대선임에도 격차가 크지 않고 보수 지역서 30% 벽을 넘지 못했다는 한계점이 제시된다. 40% 지지율을 등에 업은 국민의힘과 거대 여당인 민주당의 충돌은 불가피해 보인다. 이전까지는 민주당이 과반 의석수로 법안을 통과시키면 대통령 혹은 국무총리가 거부권을 행사해 국회로 되돌리는 방식이었지만, ‘찐명’으로 꼽히는 김민석 전 최고위원이 국무총리로 내정된 마당에 더는 국민의힘이 손쓸 방법이 없다. 빗나간 출구조사…TK도 20%대 ‘뚝’ 여대야소 정국 ‘동물 국회’ 재연? 이번 하반기 국회가 역대급 ‘혐오 정치’로 얼룩질까 벌써부터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이 대통령은 거듭 통합을 강조했다. 지난 4일 국회서 열린 취임 선서식서 “분열의 정치를 끝낸 대통령이 되겠다”며 “국민 통합을 동력으로 삼아 위기를 극복하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대선서 누구를 지지했든 크게 통합하라는 대통령의 또 다른 의미에 따라 모든 국민을 아우르고 섬기는 ‘모두의 대통령’이 되겠다”고도 말했다. 우원식 국회의장은 국민 대통합을 위해 대통령 취임 후 첫 오찬 메뉴를 비빔밥으로 준비했다. 우 의장은 “지역과 세대, 계층, 다양한 의견이 모두 대한민국이고, 서로 조화를 이루고 화합하도록 이끄는 통합력이 도약의 동력이 될 것이라고 믿는다”고 설명했다. 머뭇거릴 새도 없이 이 대통령은 곧바로 업무를 시작했다. 함께 국정을 운영할 내각 구성도 시급하다. 당분간은 윤석열 전 정부 출신인 각료들과 한 지붕 밑에서 일을 해야 한다. 조기 대선서 당선된 문재인 전 대통령 또한 정부 출범 76일 만에 전원 ‘문재인의 사람들’로 불리는 국무위원과 국무회의를 진행했다. 이날에 앞서 문 전 대통령은 취임 후 처음으로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진행했는데, 이때 통일·외교·안보 기조가 다른 박근혜정부 인사가 함께였던 만큼 제대로 된 국정 운영이 어려웠다는 푸념도 들려왔다. 이 대통령도 마찬가지로 새 내각 구성 전까지는 ‘윤석열의 사람들’과 나라를 이끌어야 한다. 국무총리를 시작으로 각 부처 장관 등 주요 인사들을 검증하기 위한 인사청문회 등 절차가 남아 있어 내각 전부를 임명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측된다. 어수선한 여의도 안팎 국무위원 선출을 위한 인사청문회 과정도 험난할 전망이다. 지난 3년간 이동관·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 김행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 박장범 KBS 사장 후보까지 피 튀기는 청문회가 밤낮으로 이어졌다. 공수교대가 이뤄진 이번 청문회서 국민의힘이 호락호락하게 넘어가지 않을 전망이다. 이 대통령을 둘러싼 다섯 건의 재판도 주목된다. 김혜경 여사의 법인카드 유용 논란과 대선 정국서 불거진 아들 도박 의혹도 논란이지만, 아직 털어내지 못한 본인의 재판들이 가장 큰 걸림돌이다. 법조계 등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현재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파기환송심 ▲대장동 배임 및 성남FC 뇌물 의혹 1심 ▲경기도 법인카드 유용 혐의 1심 ▲불법 대북송금 혐의 1심 ▲위증교사 혐의 항소심 등 총 5개의 재판을 받고 있다. 국민의힘 김용태 비상대책위원장은 투표 하루 전날 이 대통령의 사법 리스크를 꼬집으며 “설사 이재명 후보가 당선된다고 하더라도 재판이 예정대로 열리고 대법원의 유죄 취지 파기환송 결정에 따라 벌금형 100만원 이상의 판결을 받을 경우, 두 달 안에 대선을 또다시 치러야 하는 헌정사상 초유의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가장 먼저 예정된 재판은 오는 18일에 열리는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이다. 이는 지난달 1일 대법원이 1심의 무죄 판결을 엎고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한 사안이다. 만일 재판부가 예정대로 사건을 처리한다면 대법원의 파기환송 결정에 따라 유죄 판결이 나올 가능성이 크다.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벌금 100만원 이상의 형이 확정되면 피선거권이 박탈되는데, 이때 대통령직 유지가 가능한지에 대한 논란이 예상된다. 아울러 대통령의 불소추특권을 다루는 헌법 제84조의 해석 논란도 다시 불붙을 예정이다. 막 내리는 용산 시대 민주당은 최악의 상황을 막기 위한 장치를 마련해뒀다. 대선 전부터 민주당은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공표죄의 구성 요건서 ‘행위’를 삭제하는 법률 개정안을 발의했다. 거대 여당인 민주당이 의석수로 법안을 처리할 수 있지만 국민의힘이 주장하는 ‘입법 독재’ 프레임을 우려해 속도 조절에 나섰다. 윤 전 대통령이 개방한 청와대도 풀어야 할 숙제다. 윤 전 대통령은 지난 2022년 “청와대를 국민께 돌려드리겠다”며 영빈관과 녹지원, 상춘재 등을 일반인에게 공개했다. 이 대통령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없이 바로 업무를 시작하는 만큼 우선은 청와대 수리를 기다리며 용산 대통령실을 사용할 예정이다. 이 대통령은 지난 2일 유튜브 채널 ‘김어준의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에 출연해 “일반적으로 이야기하면 용산으로 가는 게 맞다. 대통령실 이전은 큰 비용이 들고 시간이 오래 걸리고 고생도 심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빨리 청와대를 수리해서 그 (수리) 기간만 (용산에) 있다가 청와대로 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대통령은 대선 예비 후보이던 시절에도 대통령 집무실에 대한 질문에 “상당히 고민이다. (용산 대통령실이) 보안 문제가 매우 심각해 대책이 있어야 되는 것은 분명하다”면서도 “지금 당장 어디 딴 데로 가기가 마땅치가 않다”고 밝혔다. 이어 “국민 혈세를 들여 미리 준비할 수도 없다. 그래서 보안 문제가 있긴 하지만 일단 용산을 쓰면서 다음 단계로 청와대를 신속하게 보수해 그 길로 들어가는 것이 제일 좋겠다”고 덧붙였다. 이 대통령은 윤 전 대통령이 사용하던 용산 집무실 환경에 “황당무계하다”고 밝혔다. 지난 4일 용산 대통령실서 가진 첫 기자회견서 “꼭 무덤 같다. 아무도 없다”며 “필기도구를 제공해 줄 직원도 없다. 컴퓨터도 없고 프린터도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직업 공무원 전원을 복귀시켜버린 모양”이라며 “곧바로 다시 원대복귀 명령을 해서 제자리로 복귀시켜야 할 듯싶다”고 덧붙였다. 청와대 보수가 끝나는 대로 이 대통령이 집무실을 옮길 것이란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파기환송 선거법, 재판부 의지에 달려 청와대 복구, 극우 반격…험난한 여정 대통령 집무실이 불특정 다수에게 공개된 만큼 보안과 경호 등이 늘 지적 대상이 됐다. 관련해 한 민주당 관계자는 “청와대가 100% 개방된 건 아니기 때문에 빠르게 보안 작업을 거친다면 올해 안에는 (청와대를) 집무실로 쓸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정부종합청사 등 제3의 장소에 임시로 집무실을 마련하는 방안에는 선을 그었다. 그는 JTBC와의 인터뷰서 “국정 책임자의 불편함 또는 찝찝함 때문에 수백억, 수천억을 날리는 게 말이 되느냐”며 “잠깐 (용산서) 조심해서 쓰든지 하고 청와대를 최대한 빨리 보수해서 가야 한다”고 말했다. 끝나지 않은 극우와의 싸움과 테러 위협도 현재 진행형이다. 계엄 옹호, 탄핵 반대 그리고 부정선거를 주장해 온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와 자유통일당 중심의 극우 성향 단체는 이번 대선 결과에 불복해 선동을 이어갔다. 광화문서 지지자들과 개표를 기다리던 전 목사는 출구조사 결과가 공개되자 “선거관리위원회에 쳐들어가자” “불법 선거, 부정 투표”라고 소리쳤다. 황교안 전 국무총리 역시 부정선거론에 다시 불을 지피고 있어 대선이 끝난 후에도 잡음은 이어지고 있다. 황 전 총리는 용인의 한 사전투표소의 관외 회송용 봉투서 이미 기표된 용지가 나온 사례를 언급하며 “지난 대선서도 같은 현상이 발생했고 문자 그대로 부정선거의 스모킹 건”이라며 “그럼에도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투표자의 자작극으로 몰아가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선관위 시스템이 얼마든지 조작 가능해서 투표 안 한 사람을 한 사람으로 만들고 한 사람을 안 한 사람으로 만들 수 있다. 국가정보원 조사 결과와 정확히 일치한다. 이런 선관위를 도저히 믿을 수 있겠나”라며 “선거가 아니라 사기”라고 말했다. 현실 부정 테러 위협 이와 관련해 여권 관계자는 “망상에 불과하다. 갈라치기 정치의 원인”이라고 일축하며 “정치 성향이 맞지 않는 분들께선 지금 시국이 어수선하다고 느낄 수 있지만, 이번 대선은 내란 세력을 심판한 국민의 선택이라는 걸 잊지 않았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