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푸바오 할부지’ 강철원 사육사

아주 특별한 판다와 너무 아쉬운 작별식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37년 차 베테랑 사육사가 돌보던 판다 곰과 헤어졌다. ‘푸바오 할부지’ 강철원 사육사의 이야기다. 국내 최초 판다 자연분만 번식에 성공한 강철원 사육사는 1354일 동안 푸바오와 특별한 궁합을 선보이며 대중에게 관심을 받았다. 게다가 모친상을 당하고도 푸바오의 중국행에 동행하며 누리꾼들에게 감동을 안겨주기도 했다.

강철원 사육사가 마지막까지 책임감을 보였다. 그는 모친상 중에도 푸바오의 중국행에 동행했다.

지난 2020년 7월20일 에버랜드서 태어난 첫 번째 자이언트 판다가 1354일 만에 중국으로 떠났다. 푸바오는 2016년 3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한중 친선 도모의 상징으로 한국에 보내온 판다 러바오와 아이바오 사이서 2020년 7월20일, 에버랜드서 태어났다. 푸바오는 국내 첫 자연번식 출생 판다로, ‘용인 푸씨’ ‘푸공주’ ‘푸뚠뚠’ 등으로 불리며 국내서 많은 사랑을 받았다.

국내 태어난 
첫 번째 판다

에버랜드는 푸바오 팬들을 위해 지난 3일 오전 10시40분부터 20분간 판다월드서 장미원까지 푸바오 배웅 행사를 열었다. 푸바오의 마지막 길을 보기 위해 6000여명의 인파가 아침부터 몰렸다.

판다월드서부터 출발한 트럭이 에버랜드 장미원 분수대 앞에서 멈춰 섰다. 이날 강 사육사와 송영관 사육사가 판다 팬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다.

강 사육사는 “새로운 판생을 찾아 여행을 떠나는 푸바오를 지금까지 사랑해 주셔서 감사하고, 푸바오를 영원히 기억해달라”고 말했다. 송영관 사육사는 “팬들의 사랑 덕분에 푸바오가 잘 성장했다. 푸바오와의 행복하고 아름다운 이야기에 1354일간 함께해 주셔서 고맙다”고 소회를 전했다.

푸바오 팬들은 사육사에게 “그동안 잘 길러주셔서 감사하다”며 인사를 건네기도 했다.

사육사들이 중국으로 떠나는 푸바오를 향해 편지를 낭독하기도 했다. 강 사육사는 편지를 통해 “푸바오, 검역을 받는 중에 번식기까지 잘 견뎌낸 네가 정말 고맙고 대견하다. 이제 푸바오는 어른 판다로 손색이 없을 정도로 모든 과정을 다 해냈구나. 떠나기 전 모든 과정을 이뤄낸 푸바오가 할부지는 대견스럽단다”고 말했다.

행사를 마친 강 사육사는 푸바오와 함께 트럭에 탑승한 채 인천국제공항으로 떠났다. 푸바오가 중국으로 가기 전날 갑작스레 모친상을 당했지만, 일정은 예정대로 진행됐다. 

에버랜드 한 관계자는 “푸바오와 이별을 하루 앞두고 전해진 갑작스러운 소식에 강 사육사도 상심이 매우 큰 상태”라며 “강 사육사에게 모친의 장례를 치르라고 권고했으나 강 사육사가 ‘돌아가신 어머님도 푸바오를 잘 보내주길 원하실 것’이라는 가족들의 격려를 듣고 계획대로 일정을 진행하기 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주한중국대사도 강 사육사의 모친상에 애도를 표하며 깊은 감사와 위로의 뜻을 전하기도 했다. 싱하이밍 주한중국대사는 푸바오 환송행사에서 “강 사육사가 오랜 기간 한국에 온 판다 가족에 사랑과 세심한 배려로 한중 우의를 보여줬다”며 “이에 대해 깊은 감사의 뜻을 표한다”고 말했다.

이어 “특수한 날(모친상)임에도 사육사가 푸바오가 중국으로 동행하기로한 데 대해 깊이 감동했다”며 “주한중국대사관을 대표해 숭고한 경의를 표하고 가족에게도 진심으로 위로의 말을 전한다”고 덧붙였다.

37년 차 베테랑 수의사
국내 첫 맹수 인공 포육

강 사육사는 1969년 7월18일 전라북도 순창군 복흥면 산정리서 태어났다. 그는 어린 시절부터 동물을 좋아했다. 강 사육사의 아버지가 토끼를 잡아 오자 몰래 풀어주기도 했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강 사육사는 농업고등학교 축산과를 졸업하고 자연농원(현 에버랜드)에 재직 중이던 선배의 취업설명회를 들은 것을 계기로 1988년 1월 공채에 합격했다. 입사 초기엔 쥐, 고슴도치와 같은 소동물을 담당하며 사육사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당시 인도표범이 수많은 관람객이 보는 앞에서 새끼를 낳았다가 스트레스로 인해 새끼를 포기했다. 강 사육사는 담당 동물도 아니었지만 살아 있는 동물을 포기할 수 없다는 생각에 인공 포육을 자원했다,

하지만 당시 맹수 인공 포육은 대부분 40일을 넘지 못하고 장염으로 폐사하는 등 성공한 사례가 없었다. 강 사육사는 당시에는 인공 포육에 관한 자료가 없어 외국 원서를 찾아보고, 입대 이틀 전까지 밤낮으로 오토바이를 타고 동물원을 오가며 하루 8번, 3시간 간격으로 수유시켜 국내 최초로 맹수 인공 포육을 성공시켰다.

이후 말, 낙타 등을 돌보다 1990년대 들어 맹수 사육을 맡기 시작했으며 1994년에는 사파리서 곰을 담당한다는 이유로 한중수교 2주년 기념으로 도입된 판다 밍밍과 리리를 맡으면서 판다와의 인연을 시작했다. 당시 사파리 근무 중이었는데 사파리 일이 너무 재미있고 본인의 적성에 딱 맞는 일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단칼에 부서 이동을 고사했으나 다음 날 근무지가 바뀌어 있었다고 한다.

당시에는 중국과 한국이나 둘 다 동물 사육이나 판다 연구가 걸음마 단계에 머물러 있어 문제가 많았다. 

당시 한국서 사육사를 바라보는 시선은 ‘동물 밥 주고 똥 치워주는 사람’의 이미지가 강했고, 중국은 대약진운동 및 문화대혁명이 불러온 빈곤 때문에, 판다 자체는 보호받았으나 번식 및 습성 연구는 거의 되지 않았다. 1980년대 들어 본격적으로 연구가 시작됐으나, 중국서도 사육사는 밥 주고 똥 치우는 것 외에는 별로 할 일이 없었다. 

1354일간
함께하다

그런 이유로 당시 중국이나 한국서 판다 사육사라고 해봐야 비슷한 종류의 동물(주로 곰)을 오래 다뤄본 이들을 차출해 급하게 판다의 습성, 생태계 같은 간단한 노하우를 연수시킨 후 배치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고, 이로 인해 한국에서는 판다들을 위해 열어준 파티의 상차림이 백설기, 생크림 케이크 같은 사람이 먹는 음식들이라 화난 판다가 밥상 뒤집기를 시전하는 해프닝이 벌어지기도 했다. 

또 판다 종주국인 중국도 연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성별도 구분하지 못해 한국에는 암컷 판다로 한 쌍을, 소련에는 수컷 판다로 한 쌍을 보내는 일도 있었다.

그러나 1997년 외환위기로 인해 동물원을 찾는 이들이 줄어들면서 국가 경제 자체가 벼랑 끝에 몰린 마당에 외국에 거액의 판다 임대료를 지급해야 하냐는 범국민적 여론이 조성됐고, 설상가상으로 에버랜드를 운영하는 삼성그룹도 경영난에 시달리면서 1998년 판다 밍밍과 리리를 중국에 다시 반환할 수밖에 없었다.

이때도 강 사육사 본인이 직접 판다 밍밍과 리리를 김포공항으로 배웅했다.

이후 본래 담당 부서인 맹수 종류로 돌아가 1997년에는 국내 최초로 백호 번식을 성공시켰고, 2005년 몽키밸리(현 알버트 스페이스 센터)로 이임해 1년10개월간 오픈 준비를 맡아 2007년 몽키밸리를 오픈시켰다. 2009년에는 오랑우탄을 번식시키는 등 국내 번식이 어려웠던 동물들을 연달아 번식시키는 기염을 토했다.

2017년에는 어미에게 버림받은 황금머리사자타마린 찬이의 인공 포육과 재활을 성공시키며 부모에게 돌려보냈다.

그러던 중 강 사육사가 다시 판다를 담당하게 됐다. 지난 2014년 중국 시진핑 주석이 방한했을 당시 박근혜 전 대통령과의 회담서 판다 재도입이 논의되면서다.

강 사육사는 논의 당시 판다 사육 경험이 있는 본인이 담당자가 되지 않을까라는 기대를 했고 제의가 왔을 때 몽키밸리에서 함께 일했던 송 사육사, 이세현 사육사를 합류시키는 조건으로 판다월드를 맡기로 했다.

그는 판다 재도입 이전인 2016년 1월13일부터 3월3일까지 2개월간 중국 쓰촨성 두장옌 판다 기지에 머무르며 연수를 받았다. 연수 당시 자신이 담당했던 리리가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찾아갔더니 늙은 판다 한 마리가 구부정하게 앉아 있었다고 한다.

대나무 찾아
매일 출장길

강 사육사가 자연농원 시절에 불렀던 것처럼 “리리~ 리리~” 하고 부르자 갑자기 돌아보며 뚜벅뚜벅 걸어와 쳐다보며 아는 체를 해줬다고 한다. 이때 동행한 중국 당국 관계자들이 “리리가 평소에는 저렇지 않으며 당신은 판다 아버지로 불릴 자격이 있다”고 치켜세우며 ‘슝마오빠바(판다 아빠)’라고 불렀다고 한다.

이것이 판다 할아버지로 불린 시초인 셈이다.

강 사육사는 판다와의 벽을 허물기 위해 판다 우리 옆에 야전침대를 놓고 자는 등 각고의 노력을 기울였다. 그는 지난 2019년 tvN 예능프로그램 <유퀴즈 온 더 블록>에 출연해 “중국 연수 당시 두 달간 교감을 위한 시간을 가졌는데 러바오는 철이 없어 보이는 만큼 쉽게 친해졌지만 아이바오는 낯선 사람을 두려워해 친해지는 데 2~3주 걸렸다”고 말했다.

강 사육사는 식성이 예민한 판다들을 위해 매일 경상남도 하동군서 당일 채취한 대나무를 가지러 매일 출장을 다니기도 했다.

그는 “동물원의 사육사로 있으면서 꼭 해보고 싶은 게 있다”면서 “판다를 번식시켜서 국내 최초로 아기 판다를 볼 수 있게 만드는 것이 꿈이다. 올해에는 아기를 만들어보려고 애쓰고 있다. 판다 할아버지라고 불리는 게 꿈”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판다의 임신과 출산은 1년에 약 3~4일밖에 되지 않는 짧은 가임기 탓에 시도 자체가 어려운 데다가, 독립적으로 생활하는 판다의 기질 탓에 번식기에 잠깐 만나 짝짓기에 성공할 확률 역시 매우 낮은 편이다. 강 사육사도 2018년부터 판다 번식을 시도했지만 번번이 실패했다.

한번은 러바오가 갑자기 성호르몬이 급상승하면서 아이바오와 짝짓기하고 싶어 하는 모습을 보여 아이바오가 외출한 사이에 러바오를 아이바오 사육장에 들여보냈고 러바오의 체취를 남겼다. 그러나 아이바오가 아직 마음의 준비가 안된 것인지 들어오자마자 다른 판다가 들어왔다는 사실에 마구 화를 내기도 했다.

중국서도 판다 아빠로 인정
모친상에도 귀환 동행 감동

그러던 중 코로나19로 관람객이 줄자 아이바오와 러바오 모두 스트레스가 해소됐는지 합사 후 임신에 성공했다. 

2020년에는 국내 최초로 판다의 자연분만 번식에 성공하며 푸바오를 얻었다. 당시 강 사육사는 “한국에서는 판다 번식에 대한 경험이 없었다”며 “처음 겪는 과정이다 보니 어려움이 있었다”고 털어놨다.

통상 판다가 출산하면 중국서 판다 전문가를 파견한다. 그러나 당시엔 코로나로 국제이동이 막혀 중국 전문가 1명만 국내로 파견됐고, 나머지는 CCTV를 통해 아이바오의 출산을 지켜봤다. 

대중은 푸바오와 사육사들의 교감을 3년이 조금 넘는 시간 동안 영상으로 지켜봤다. 그리고 강철원, 송영관 사육사를 각각 ‘강바오·할부지’ ‘송바오·작은 할부지’로 부르고 있다. 마치 사육사들이 ‘진짜’ 판다 가족이 된 것처럼 느껴지는 별명이다.

게다가 이들은 지난해 7월7일 암컷 판다 쌍둥이를 다시 자연분만 번식으로 얻으며 판다 할아버지라는 타이틀을 더욱 견고히 했다.

판다 외교는 1972년 리처드 닉슨 미국 대통령의 깜짝 중국 방문을 계기로 중국 정부가 미국에 판다 2마리를 선물하면서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판다는 ‘죽의 장막(Bamboo curtain)’으로 불리던 중국의 이미지 개선에 크게 기여했다.

중국은 판다를 자원확보와 무역을 위한 수단으로도 활용했다. 우라늄 공급계약체결 후 캐나다·프랑스·호주에 판다를 보냈고, 싱가포르·태국·말레이시아에는 자유무역협정(FTA)에 대한 보답으로 판다를 선물했다.

해외로 임대된 판다들은 ‘어느 대사보다 유능한 외교관’으로 불리며 교류와 우호의 상징이 됐다. 문제는 각국서 사랑받던 판다들이 푸바오처럼 4세가 되기 전에 다시 중국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것이었다.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에서는 미국서 태어난 판다는 반환하지 않도록 하는 법안까지 발의됐을 정도로 비판 여론이 거셌다.

중국 정부는 최근 미국 샌디에이고 동물원에 판다를 다시 보내기로 결정하는 등 판다 외교 재개에 나섰지만, 세계 곳곳 동물원서 ‘눈물의 작별식’이 이어진다면 판다 외교의 효과는 반감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지난 3일 늦은 오후 중국 청두국제공항에 도착한 푸바오는 케이지 가림막 없이 소음과 카메라 플래시에 노출돼 긴장한 모습을 보여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거기서도
행복하렴”

한 관계자가 장갑을 끼지 않은 손으로 푸바오를 찌르는 모습과 푸바오가 낯선 손길에 움츠러드는 모습도 고스란히 온라인으로 생중계되면서 누리꾼들은 ‘저럴 줄 알았다’ ‘다시 한국으로 보내달라’며 반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연구센터 측은 “이들은 센터의 전문 수의사들로 손가락 터치는 푸바오의 컨디션 확인을 위해 필수적인 검사였다”면서 “푸바오는 안전하고 건강한 상태”라고 밝혔다. 함께 중국에 간 강사육사도 “푸바오가 조금 긴장해서 예민했지만 이건 정상”이라면서 “중국 사육사들이 사육 방법을 잘 알고 높은 기술을 가졌기 때문에 문제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kcj5121@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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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BBQ 정보 유출 사건’ 위증 재판으로 확대⋯박현종 목줄 잡혔다

[단독] ‘BBQ 정보 유출 사건’ 위증 재판으로 확대⋯박현종 목줄 잡혔다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대법원에서 집행유예로 확정된 사건이 다시 법정으로 끌려 나왔다. ‘BBQ 내부망 불법 접속’ 사건의 핵심 증거였던 ‘ID·비밀번호 메모장’을 둘러싼 위증 여부를 다투는 후속 재판이다. 박현종 전 bhc 회장의 집행유예가 확정된 사건임에도 검찰은 관련 증인들을 위증 혐의로 직접 고발했다. 핵심은 과연 BBQ 직원의 ID와 비밀번호가 적힌 그 메모장은 어떻게 만들어졌고, 유창성 전 bhc 정보전략팀장의 손을 어떻게 거쳐 전달됐는가다. 그리고 그 과정을 둘러싼 법정 진술의 신빙성이다. 검찰은 최근 공판에서 “피고인(박현종 등)에게 유리한 허위 증언이 반복됐다”는 판단 아래 유 전 팀장 등 관련자 3명을 위증 혐의로 고발했다. 메모장 전달자 통상 위증 여부는 재판부 판단 이후 별도 절차로 넘겨지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이번처럼 검찰이 직접 칼을 빼든 것은 이례적이다. 그만큼 단순한 진술 번복이나 기억 착오 수준이 아닌 사건의 본질을 뒤흔들 수 있는 중대한 허위 진술이 있었다고 본 셈이다. 이번 공판의 중심에는 ‘메모장 전달자’로 지목된 유 전 bhc 정보전략팀장이 있다. 그는 과거 재판에서 결정적 증거로 채택된 BBQ 직원들의 아이디와 비밀번호가 적힌 메모를 박현종 전 bhc 회장에게 전달한 인물이다. 이 메모장은 박 회장의 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를 입증하는 핵심축이었다. 이 메모장의 출처와 작성 경위가 흔들리면, 사건 전체의 구조도 다시 흔들릴 수밖에 없다. 검찰은 유 전 팀장이 박 전 회장에게 건넨 메모장의 내용 자체를 문제 삼았다. 메모장에 기재된 임직원 계정 정보 뒤에는 ‘퇴사자 임시’라는 내용이 덧붙어 있었다. 이는 BBQ 내부망에서만 확인 가능한 정보라는 점을 강조했다. 외부에서 추정이나 기억만으로 재구성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주장이다. 더 나아가 성명불상자가 BBQ 내부망에 관리자 권한으로 접속해 계정을 취득했다는 것이다. 검찰은 이를 유 정보팀장을 거쳐 박 전 회장에게 전달했다는 구체적 시나리오까지 제시했다. 재판부 역시 “기억과 추리로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떠올렸다는 설명은 쉽게 납득되지 않는다”며 검찰 주장에 일정 부분 무게를 싣는 듯한 반응을 보인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재판부는 “특정한 심증을 가진 것은 아니”라며 추가 심리를 이어가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피고인 측은 거칠게 반격했다. 변호인은 검찰 주장을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되는 이야기”라고 일축했다. bhc와 BBQ가 극도로 적대적인 관계였던 상황에서, bhc 소속 직원이 BBQ 내부 직원과 접촉해 계정 정보를 빼냈다는 가정 자체가 성립할 수 없다는 논리다. 나아가 검찰이 실제 내부망 침입을 입증하지 못한 채 추측만을 쌓고 있다고 공격했다. 60억원대 횡령·배임 혐의에 리스크 추가 ‘BBQ 직원 ID·비밀번호 유출’ 둘러싼 공방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피고인 측은 기존 재판에서 채택된 증거와 증인 진술 전반에 대해 신빙성을 문제 삼으며, 데이터베이스(DB) 조작 가능성까지 거론했다. 사실상 1·2심은 물론 대법원 판단의 기초 자체를 뒤흔드는 주장이다. 확정 판결 이후 재판에서 “증거 자체가 위조됐다”는 취지의 주장을 반복하는 것은 법조계에서도 보기 드문 강수로 평가된다. 유 전 팀장은 BBQ 정보전략팀장으로 근무하다가 bhc 매각과 함께 bhc 정보전략팀장으로 이직한 인물이다. 이후 그는 박 전 회장에게 BBQ 직원의 개인정보를 적은 쪽지를 전달했다. 개인정보가 유출된 인물은 BBQ 재무임원과 재무 실무진이다. 2021년 11월3일 서울동부지방법원에서 열린 박 전 회장의 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 관련 7차 공판에 유 전 팀장이 증인으로 출석했다. 유 전 팀장은 박 회장에게 BBQ 직원의 개인정보를 건넨 이유에 대해 “박현종 회장이 국제상공회의소(ICC) 중재 소송 때문에 BBQ 직원들의 아이디만 필요하다고 했다”며 “해당 직원들의 개인정보가 업무 수첩에 적혀있어 이를 그대로 전달했다. 당시 위법성에 대해서는 생각하지 못했다”고 증언했다. 박 전 회장은 검찰 조사에서 ‘BBQ 직원들의 개인정보와 비밀번호가 있으면 좋겠다’고 진술했다. 박 전 회장과 증인의 진술이 일치하지 않는 데 대해 묻는 검찰 질문에 유 전 팀장은 “박 전 회장의 진술은 모르겠고 아이디만 필요하다고 말한 것으로 기억한다”고 말했다. 유 전 팀장은 BBQ와 bhc의 ICC 중재 소송에 대해 자세히 알지도 못하고 소송에 관여하지도 않았다고 증언했다. BBQ 직원들의 개인정보 취득 경위와 관련해서는 “BBQ 정보전략팀장으로 일할 당시 BBQ 재무임원이 그룹 전산망의 데이터가 다르다고 확인 문의가 왔다”며 “당시 물류 전산망이 바뀐 지 얼마 안 돼 시스템에 익숙하지 않아 문제 해결을 위해 임원에게 개인정보를 요청해 받은 뒤 이를 업무 수첩에 적은 이후 가지고 있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유 전 팀장이 개인정보를 받았다고 지목한 BBQ 재무임원은 앞서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개인정보를 아무에게도 전달한 적 없다”며 “업무 처리도 유씨가 아닌 다른 직원과 했다”고 증언했다. 또한 검찰은 유 전 팀장이 그룹 전산망에 접근할 모든 권한을 가지고 있었다고 지적했다. 내부 정보 취득 시점이… 유 전 팀장은 재무임원의 개인정보를 취득한 시점에 대해서도 그간 검찰 조사에서 했던 진술을 번복했다. 그는 2011년~2012년 즈음에서 2013년 1월로 시점을 바꿨다. 검찰은 증인에게 진술을 번복한 이유가 물류 전산망이 바뀐 시점으로 맞추기 위함이냐고 묻자 유 전 팀장은 “단순 착오”라고 답했다. 유 전 팀장은 bhc 직원으로 일할 당시 BBQ 퇴사자의 개인정보를 어떻게 알 수 있냐는 검찰 질문에 “자신이 BBQ 정보전략팀장으로 일할 당시 퇴사자의 개인정보를 어떻게 다루는지 알고 있어 이를 바탕으로 추측해 박 회장에게 전달했다”고 답했다. 검찰은 유 전 팀장의 증언에 BBQ가 퇴사자에게 부여하는 임시 비밀번호를 줄 때 증인이 말한 방식을 쓴 것은 증인 퇴사 이후라고 지적했다. 검찰은 유 전 팀장이 박 전 회장에게 BBQ 전·현직 직원들의 정확한 개인정보를 전달할 수 있었던 배경에 대해 bhc가 BBQ의 데이터베이스(DB)를 모조리 빼내 가능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와 관련, 박 전 회장은 검찰 조사에서 “BBQ 허락하에 BBQ DB를 모두 가져왔다”고 진술했다. 박 전 회장 진술 이외에 검찰 판단을 뒷받침하는 정황도 있다. 2013년 6월 말 bhc 매각 이후 bhc는 자체 전산망 구축을 위해 BBQ와 bhc 전산망 분리 작업이 필요했다. 그해 7월2일 외부 업체는 해당 작업이 최소 한달 이상 걸릴 것이라고 진단했다. 하지만 유 전 팀장과 부하 직원 한 명, 그리고 한달 이상이 걸릴 것으로 판단했던 외부업체는 2013년 7월5일 오후 9시부터 다음날 오전 9시까지 불과 12시간 만에 BBQ로부터 분리된 bhc 전산망을 구축했다. 이와 관련해 유 전 팀장은 “bhc 직원이 100명 남짓에 불과해 수작업으로 데이터를 옮겨 가능했다”며 “BBQ DB는 가져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BBQ DB 관련 박 회장과 유씨의 진술이 배치되는 데 대해 유 전 팀장에게 묻자 “자신은 박 회장에게 BBQ DB를 가져왔다고 말한 적 없다”며 “박 회장이 검찰에서 왜 그리 말했는지 모르겠다”고 답했다. 다만 유 전 팀장은 노트북 하드 교체 관련 재판 과정에서도 말이 일치하지 않았다. 뻔히 보이는 해킹의 목적 첫 증언에서는 bhc 매각 시기인 2013년 이후 노트북 감가상각 5년을 계산해 2018년에 바꿨다고 했지만 이후 2017년으로 고쳤다. 기존 사건이 ‘불법 접속이 있었느냐’는 사실관계 다툼이었다면, 이번 후속 재판은 ‘그 사실을 둘러싸고 법정에서 거짓말이 있었느냐’는 문제로 이동했다. 그리고 그 거짓말이 조직적으로 이뤄졌는지 여부가 새로운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대법원은 지난해 2월, 박 전 회장에게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박 전 회장이 BBQ 직원 계정을 정상적인 방법으로 취득할 수 없었고, 불법적 경로일 가능성을 인식했을 것으로 판단했다.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는 무죄였지만, 정보통신망법 위반은 명확히 유죄로 못 박았다. 그러나 사건은 집행유예 판결로 끝나지 않았다. 검찰이 위증을 별도의 범죄로 끌어올린 이상, 수사는 ‘위증교사’를 밝히는 단계로 향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만약 법원이 관련자들의 위증을 인정할 경우, 그 진술을 누가, 어떤 방식으로 유도했는지가 핵심 수사 대상이 된다. 화살이 결국 박 전 회장을 향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위증교사는 기존 사건과는 별개의 범죄로, 추가 기소로 이어질 경우, 사법 리스크도 한층 더 커진다. 문제는 입증이다. 위증교사는 단순한 정황만으로는 성립하기 어렵다. 구체적인 지시나 교감, 사전 조율 정황이 확인돼야 한다. 하지만 검찰이 이미 “유리한 허위 증언 반복”이라는 판단을 내리고 고발까지 단행한 점을 감안하면, 단순한 가능성 제기를 넘어선 그림을 그리고 있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BBQ 출신 정보전략팀장 진술 번복 검, 증인들 위증 혐의로 직접 고발 이 사건을 관통하는 또 하나의 축은 bhc와 BBQ 사이의 오랜 분쟁이다. 박 전 회장은 삼성전자와 삼성에버랜드에서 근무하다가 2012년 BBQ 글로벌 대표로 영입됐다. 이어 2013년 BBQ 자회사 bhc가 미국계 사모펀드에 팔린 뒤 bhc 대표로 옮겨가며 양사 갈등의 중심에 섰다. 2018년 사모펀드 운용사 MBK파트너스 등과 함께 bhc를 사들여 오너 경영자가 된 동시에 각종 소송과 형사적 리스크의 한가운데에 서게 됐다. 이번 사건 역시 단순한 개인 비위가 아니라, 기업 간 치열한 법적 분쟁 속에서 벌어진 일이라는 점에서 무게가 다르다. 검찰에 의하면 박 전 회장은 2015년 7월3일 서울 송파구 신천동 bhc 본사에서 BBQ 직원 2명의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무단 도용해 BBQ 전산망에 접속한 뒤 bhc와 BBQ가 연루된 국제 중재 소송 관련 자료들을 살펴봤다. 이로 인해 박 전 회장은 2020년 11월 재판에 넘겨졌다. 아울러 박 전 회장은 유 정보팀장으로부터 BBQ 직원 이메일 아이디, 비밀번호, 전산망 주소가 적힌 메모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2022년 6월 1심 재판부는 박 전 회장의 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를 인정해 징역 6개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에 대해선 입증이 부족하다며 무죄 판결을 내렸다. 사건은 항소심으로 넘어갔다. 항소심 3차 공판 때 검찰과 변호인은 파워포인트(PPT)를 통해 2시간 동안 치열한 공방을 펼쳤다. 먼저 의견 개진 기회를 얻은 변호인은 “BBQ가 여러 차례 박현종 회장을 영업비밀 침해 등의 이유로 고소했지만 계속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며 “그런데 검찰이 정보통신망법을 무리하게 적용해 박현종 회장을 기소했다”고 주장했다. 당시 변호인은 “검찰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 없이 혐의를 입증한 것도 아니”며 “왜곡 가능성이 큰 간접 증거만 제시됐을 뿐”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박현종 회장은 2015년 7월3일 순댓국 프랜차이즈 인수 회의에 참석해 BBQ 전산망에 접속할 상황이 아니었다”고 부연했다. 반면 검찰은 “bhc가 2013년부터 BBQ 전산망에 무단 접속한 횟수가 236회에 달하지만 행위자가 드러나지 않아 기소하지 못했다”며 “박현종 회장은 무단 접속이 명백해 기소했다”고 반박했다. 지시했나 사면초가 검찰은 박 전 회장의 범행 동기에 대해 “2015년 BBQ 직원들이 박현종 회장이 bhc 매각을 총괄했다”는 진술서를 국제 중재 법원에 냈다. 국제 중재 소송에서 질 경우 지위가 불안정해질 수 있었던 박 전 회장은 “해당 진술서를 검토하고 반박해야만 했다”고 했다. 이어 “박현종 회장 휴대전화에서 BBQ 직원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적은 메모 사진이 나왔다. BBQ 전산망 접속 데이터 분석 결과, 박현종 회장이 BBQ 사내 메일을 포워딩(전달)한 개인 메일을 2년 만에 열람한 기록도 있다”며 혐의를 입증할 물적 증거가 많다고 했다. 검찰은 “2015년 7월3일 순댓국 프랜차이즈 인수 회의 참석자 2명은 박현종 회장을 회의에서 보지 못했다고 했다”며 박 전 회장의 알리바이를 부인하기도 했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