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리·테무 등’ 중국 이커머스 불편한 상륙기

  • 김성민 기자 smk1@ilyosisa.co.kr
  • 등록 2024.04.04 09:53:30
  • 호수 147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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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대한 자금이 몰려온다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저가 물품으로 무장한 알리익스프레스(알리), 테무 등 중국 이커머스(전자상거래)의 국내 공습이 심상치 않다. 최근 알리는 한국에 1조5000억원의 투자 계획을 밝혔다. 이에 질세라 쿠팡은 3조원 이상 쏟아부어 2027년까지 ‘로켓배송’ 지역을 전국으로 확장하겠다고 나섰다. 일각에선 토종 업계 침체를 우려하고 있다. 사실상 ‘유통 전국시대’의 막이 올랐다는 분위기다.

‘알·테·쉬(알리·테무·쉬인의 합성어)’를 필두로 중국 이커머스가 국내시장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비교적 후발주자인 테무(Temu)는 출시된 지 1년 반 만에 50개국에 진출하는 기염을 토했다. 중국 이커머스는 인천공항 등의 글로벌 배송물류센터(GDC)를 거쳐 빠르고, 저렴하게 수출길을 열면서 쏠쏠한 재미를 봤다. 이들이 한국시장 진출에 혈안이 된 이유 중 하나다. 

1조 쾌척

글로벌 배송물류센터(GDC, Global Distribution Center)는 전 세계 직구 시장의 핵심 시설로 급부상하고 있다. 해외 배송을 위한 GDC는 국내외 전자상거래 업체 제품을 보관하고, 주문에 맞춰 제품을 재포장해 인근 국가의 소비자에게 배송하는 ‘환적’의 기능을 주로 한다.

이곳을 통하는 물량은 관세와 부가세 감면이 가능하다는 이점도 있다. 중국 이커머스가 우리나라를 유통허브로 활용해 세계 시장공략에 나서는 분위기다.

알리바바그룹은 최근 “한국에 축구장 25배 규모의 통합물류센터를 짓겠다”며 3년간 1조5000억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또 한국 판매자의 글로벌 판매 지원에 1억달러(1316억원)를 투자하고 국내 중소기업의 수출 플랫폼 역할을 할 수 있는 글로벌 판매 채널을 연다는 계획이다.


와이즈앱·리테일·굿즈에 따르면 지난 2월 기준 국내 알리 앱 사용자는 쿠팡에 이어 2위에 올라섰다. 알리와 테무의 이용자 수를 합치면 1300만명이 넘는다.

이에 쿠팡은 알리의 2배 규모인 3조원을 물류에 투자하겠다고 맞섰다. 알리의 성장세에 대응해 고객 이탈을 방지하고 신규 고객 유치로 시장을 지키기 위한 행보로 풀이된다.

지난달 27일, 쿠팡은 3년간 3조원 이상을 투자해 2027년까지 ‘전 국민 100% 무료 로켓배송’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다만 알리가 향후에도 공격적인 물류 투자를 지속할 경우, 쿠팡이 경쟁력서 밀릴 가능성도 배제할 순 없다.

업계 관계자는 “쿠팡의 누적적자가 6조원에 이르는 상황서 신규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는 것은 알리를 견제하고 있다는 것”이라면서 “중국 이커머스와 출혈 경쟁으로 맞붙는 것이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실제로 알리바바그룹이 보유한 현금자산은 855억달러(114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 시장에 투자 규모를 계속 늘려 쿠팡과 알리의 경쟁이 지속되면 국내 유통 기업들의 피로감은 높아질 것으로 우려된다.

국내 진출 후발주자인 중국 전자상거래 기업 핀둬둬는 지난달 20일, 실적 발표를 통해 충격을 안겼다. 지난해 4분기(10∼12월) 매출액이 1년 전보다 123%나 증가해 전망치를 한참 옷돌았다. 경쟁사인 중국 알리·징둥닷컴의 소매부문 매출 증가율이 불과 2∼3%대인 것과 대비된다. 

“축구장 25배 규모 통합물류센터 짓겠다”
‘알·테·쉬’ 국내 진출···무서운 영향력


매출 급성장의 원동력은 핀둬둬의 해외용 플랫폼 테무(Temu)다. 2022년 9월 미국에 처음 출시된 테무는 유럽을 거쳐 지난해 7월 한국에 상륙했다. 테무의 지난해 상품 거래액은 약 164억달러(약 22조원). 지난해 전 세계서 가장 많이 다운로드한 쇼핑 애플리케이션 1위(3억3800만건)에 올랐다.

한국에선 지난달 월간 활성 이용자 수에서 G마켓을 제치고 쇼핑앱 4위(581만명)를 기록했다.

중국 이커머스의 초저가 공세가 거세지자, 공정거래위원회가 실태조사에 나섰다. 공정위는 지난달 26일 네이버, 쿠팡, 알리 등 국내외 사업자를 대상으로 이커머스 시장 실태조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공정위는 소수 이커머스 사업자의 독과점 폐해를 막기 위해 시장구조·경쟁 현황·거래 관행 등을 심층 분석할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이커머스 시장은 글로벌 이커머스 기업의 국내 진출이 활발해지면서 국내 소비자와 사업자의 피해가 발생하는 부작용을 겪고 있다.

특히, 알·테·쉬의 영향력이 증대하면서 ▲규정에 어긋나는 광고 ▲유통금지 품목이나 유해 상품 판매 ▲가품 ▲위해 식·의약품 ▲청소년 유해매체물(성인용품) ▲개인정보 침해 등 여러 가지 피해가 일어나는 상황이다.

1372소비자상담센터에 접수된 알리 관련 소비자 불만 접수는 2022년 93건서 지난해 465건으로 1년 사이 500% 급증했다. 한국인터넷기업협회는 지난 21일 “중국 이커머스를 통한 해외직구가 늘면서 제품 환불과 민원도 크게 증가하고 있지만 이를 규제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는 전무한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중국 이커머스 진출로 국내 GDC 및 항공사들은 반사이익을 누리고 있다. 인천국제공항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인천공항 GDC서 처리한 해상-항공 복합운송화물은 9만8560t으로 전년 대비 43% 증가했다. 복합운송화물은 해상으로 한국에 운송된 후 인천공항을 거쳐 해외로 나가는 화물을 말한다.

화물의 출발지는 99.6%가 중국으로 주로 동북부 전자상거래 물품이 실렸다. 모두 알·테·쉬 등에서 발송된 제품들이다. 이들 화물은 47%가 북미, 31%가 유럽으로 다시 운송된 것으로 전해진다. 

공사 관계자는 “중국 정부가 해외직구 물류거점으로 지정한 웨이하이의 경우 대형 화물공항이 없고 중국 국내 공항으로 육로 운송하는 것보다 인천~웨이하이가 더 짧다”며 “인천공항의 네트워크가 이점이 돼 상당량의 화물을 처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 GDC로 이득 본 해외 이커머스
국내 항공사 반사이익···쿠팡은 울상

공사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여객 없이 인천공항에 정기편으로 취항한 화물 항공사는 총 18곳이다. 미국 항공사가 6곳으로 가장 많고 유럽과 중국이 각각 4곳이다.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중국발 물동량을 흡수하려는 물류창고 업자들의 움직임도 감지됐다. 이커머스 기업 입장서 GDC의 장점은 한 물류센터에 물량을 모아 인근 국가로 보낸다는 것이다. 중국, 일본, 싱가포르 등 아시아 지역은 우리나라의 핵심 물류 거점인 인천공항, 인천항 등에 설치된 GDC를 통해 미국, 호주 등으로 수출하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결론이다.


이를 주목한 우리나라는 지난 2018년 GDC 제도 시범운영을 시작으로 유치를 확대해가고 있다. 현행법상 국내 GDC서 보관하고 있는 물품은 소비자에게 배송할 수 없다. 이에 정부는 GDC 운영과 직관된 법령을 손보고 있다. 지난 2020년 관세청은 중계무역만 가능했던 기존 규정서 GDC를 통해 들어온 해외 이커머스 물건이 한국 소비자에게 전달될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CJ대한통운 인천GDC센터의 경우, 지난 2018년 4월부터 인천공항 자유무역지역 내에서 운영을 시작했다. 부지 면적은 2만9430㎡로 1일 3만박스 정도를 처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센터는 글로벌 건강 라이프 쇼핑몰 ‘아이허브(iHerb)’의 아시아권 물류센터다. 미국서 들어오는 아이허브 제품을 보관했다가 일본, 싱가포르, 호주, 카자흐스탄 4개국으로 보낸다.

지난해부터는 센터 내 6264㎡를 증축해 물류 로봇 시스템 ‘오토스토어’를 도입했다. 오토스토어는 주문이 들어오면 실시간으로 로봇이 이동하면서 출고 작업자 앞으로 제품이 담긴 보관바구니를 전달하는 시스템이다. 다만, 물류 로봇 시스템 오토스토어는 가로 77.7m, 세로 29m, 높이 5.3m의 큐브형 창고로 운영돼 그 이상 부피가 큰 물건은 관리할 수 없다.

최근 유통업계에 따르면, 알리는 독자적인 물류 시스템을 운영하고자 경기도 파주 일대 등에 물류창고 사업자들과 보관 사용 계약을 맺으려 시도 중이다. 한 물류회사 출신 관계자는 <일요시사>와 통화서 “알리가 인천공항과 가까운 경기도 파주 인근에 위치한 물류창고를 이용하기 위해 시장조사 중”이라고 귀띔했다.

어수선

그러면서 창고 운영사업자들의 무분별한 투자를 우려하기도 했다. 해외 이커머스의 막대한 물량을 보관할 창고를 짓겠다는 명분으로 은행 대출을 받는 사업자들도 있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시장변화에 따라 무분별하게 세운 창고가 무용지물이 될까 봐 우려스럽다”며 “담보 가치가 떨어진 부동산을 현금화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smk1@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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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빅텐트 타령 국민의힘, 왜?

또 빅텐트 타령 국민의힘, 왜?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이 당심 반영 비율을 늘린 지방선거 경선 규칙을 발표했다. 이어 장동혁 대표를 필두로 지방선거 전략으로 ‘반명 빅텐트론’을 지난 대선에 이어 또 거론했다. 국민의힘이 6년째 내리 실패한 전략을 또 끌고 오는 이유는 무엇일까? 국민의힘이 지난달 25일 지방선거 경선 규칙을 발표했다. 국민의힘 지방선거 총괄기획단 대변인을 맡은 조지연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진행된 기획단 회의 후 “내년 지방선거 경선에서 당원투표 비중을 기존 50%에서 70%로 늘리기로 했다”고 밝혔다. 민심보다 당심으로? 국민의힘 지방선거 공천은 당원투표 70%와 국민 여론조사 결과 30%가 혼합돼 결정된다. 만 44세 이하 청년은 가점을 부여받고, 여성 신인은 만 45세 이상이어도 가산점이 부여된다. 광역의원 비례대표 후보자는 청년 인재 오디션을 거쳐 선출해 최우선 순위로 당선권에 배치할 예정이다. 지난 2022년 지방선거 당시 국민의힘 대표였던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가 시행했던 공직 후보자 기초 자격 평가는 기초자치단체장·기초의원 후보자들을 대상으로 진행된다. 국민의힘 지방선거 총괄기획단장은 5선 나경원 의원이 맡고 있다. 나 의원은 서울시장 출마 후보군 중 1명으로 거론된다. 현 시점에선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로 오세훈 서울시장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일각에선 “나 의원이 사심 때문에 경선 규칙을 정한 것 아니냐”고 의심한다. “오세훈 서울시장의 대중적 인기는 높지만, 당내 기반은 약하다”는 평가로부터 비롯되는 의심이다. 새로 정한 경선 규칙에 대해선 당내에서도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을 맡았던 김용태 의원은 지난 25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내년 지방선거를 시작으로 실질적인 수권 전략을 실현하려면, 공직선거 후보자 선출 규칙은 국민경선 100% 제도를 채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윤상현 의원도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비판했다. 윤 의원은 “민심이 곧 천심이고, 민심보다 앞서는 당심은 없다”며 “민의를 줄이고 당원 비율을 높이는 것은 민심과 거꾸로 가는 길이고, 폐쇄적 정당으로 비칠 수 있는 위험한 처방”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최근 사법부 압박 논란과 대장동 항소 포기 문제까지 있었는데도 우리 당 지지율은 떨어지고 여당 지지율이 오르는 이유는 무엇이겠느냐”며 “여당이 잘해서가 아니라 진정성 있는 성찰과 혁신 없이 표류하는 야당에 대한 국민적 실망이 더 크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라고 강조했다. 한국갤럽이 지난 18일부터 20일까지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정당 지지도 여론조사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지지율은 43%였고,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24%였다. 지난 7월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만 18세 이상 1003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전화 면접 여론조사 당시 국민의힘 지지율이 19%를 기록했던 것에 비하면 높지만, 두드러진다고 보긴 어렵다. 내부 비판 이어지는데 당심 비중↑ 비상계엄 사과 두고도 ‘옥신각신’ “국민의힘의 지지율이 당분간 크게 오르긴 어렵다”는 일각의 예측도 있다. 다음 달 3일은 비상계엄 1주년이라서 윤석열 전 대통령의 재임 중 실정과 ▲윤 전 대통령 탄핵소추 표결 불참 ▲윤 전 대통령 체포 저지 시도 ▲심야 대선후보 교체 시도 등 지난 1년 동안 국민의힘이 여론으로부터 비난을 받았던 행보들이 다시 주목받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국민의힘 일부 소장파 의원들은 비상계엄 사과 등을 통한 윤 전 대통령과의 확실한 절연을 요구하고 있다.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은 지난 24일 CBS 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 출연해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좀 더 명확한 메시지를 낼 필요가 있다는 얘기가 당내에서도 나온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역사와 국민 앞에 누군가 사과해야 할 상황이고, 국민의힘이 사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예측할 수 없었던 돌발적인 계엄이 있었고, 탄핵에 이어 정권을 잃은 후 국정의 주도권을 넘겨줬다”고 강조했다. 반면 같은 당 김재원 최고의원은 같은 달 26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일회성 사과로 과거의 잘못을 끊어내고 새로 출발할 수 있다고 믿는 것 자체가 잘못”이라며 “사과를 자꾸 하는 것은 오히려 현 상황을 악화시킬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국민의힘은 역사적 공과를 안고 가면서 어떤 정치를 할 것인지 고민하는 게 필요하다”며 “사과하는 것보단 앞으로 국민에게 믿음을 드리는 게 더 낫다”고 역설했다. 장 대표도 부정적인 의견을 밝히고 있다. 그는 같은 달 25일, 경북 구미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를 방문한 후 “사과 메시지를 내는 것은 지금 말씀드릴 단계는 아닌 것 같다”며 “국민의힘이 지금 싸워야 할 대상은 무도한 이재명정권과 의회 폭거를 이어가는 민주당”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구미역 광장에서 진행된 민생 회복·법치 수호 경북 국민대회에 참석해 “저들이 똘똘 뭉쳐 우리를 공격하고 손가락질할 때, 우리가 우리를 향해 손가락질·비판하는 게 부끄럽다”고 목소리 높였다. 그러면서 “대한민국과 자녀 세대를 위해 소리치는 우리가 아스팔트 세력이라고 손가락질당하는 게 부끄러운 게 아니라, 나라가 쓰러져가는데도 한마디도 못하는 게 부끄러운 것”이라고 강조했다. 해당 발언은 “사과해야 한다”는 일부 주장에 대한 반박으로 풀이된다. 돌발적인 계엄이다? 이재명 대통령·민주당에 대한 투쟁을 강조하는 장 대표의 주장은 빅텐트론으로 해석될 소지가 있다. 나 의원도 지난 10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대통령과 민주당을 비판하면서 “국민의힘은 네 탓 공방을 벌이면서 분열에 빠져 있다”며 “정당의 뿌리를 흔드는 내부는 경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하나로 뭉쳐 민주당의 독재 완성 계략에 단호히 맞서야 한다”고 했다. 국민의힘에선 각종 선거와 정국에 대응할 때마다 빅텐트론이 거론됐다. 시작은 황교안 당시 자유한국당 대표가 재임했던 지난 2019년이다. 이듬해엔 “각 정당·정파가 참여하는 통합추진위원회를 구성해 모든 자유민주 세력과 손을 맞잡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황 전 대표는 “통합 없이는 절대 이길 수 없단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며 “이 나라를 망치려는 사람들은 통합을 두려워한다”고 말했다. 황 전 대표가 주장했던 빅텐트론은 “자유민주주의·시장경제란 헌법 가치를 공유한다면, 태극기 세력부터 중도 보수 인사까지 아우른다”는 것이었다. 그의 주장을 토대로 자유한국당은 미래통합당으로 바뀌었다. 황 전 대표는 제21대 총선 패배 후 물러났다. 이 대표는 빅텐트론에 일관적으로 반대하면서 세대 포위론을 토대로 지난 2022년 대선을 지휘했다. 지난 6월 대선에 출마했던 이 대표는 국민의힘 등 보수 각계로부터 후보 단일화 요구를 받았다. 이 대표는 당시에도 국민의힘 등에서 주장했던 ‘반명 빅텐트론’을 강하게 비판하면서 대선을 완주했다. 일각에선 국민의힘의 빅텐트론을 놓고 “혁신 요구가 나올 때마다 제기되는 주장”이라고 비판한다. 빅텐트론의 핵심은 통합이다. 통합은 정치권에서 반대 계파·의견을 억압하는 수사로 활용되는 예가 잦다. 빅텐트의 핵심은 조정 능력이다. 여기엔 다양한 계파·의견을 조율해 갈등을 최소화하는 리더십이 필요하다. 장 대표는 지난달 16일 유튜브 채널 ‘이영풍 TV’에 출연해 “체제 전쟁 깃발 아래 모일 수 있는 모든 우파가 함께 모여서 이재명정권이 사회주의 독재체제로 가려는 걸 막기 위해 연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장 대표가 주장하는 ‘체제 전쟁’의 근거는 ▲검찰의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 ▲민주당의 배임죄 폐지·대법관 증원 시도 등이다. 장 대표는 공식적으로 국민의힘과 관계없는 황 전 대표가 지난 12일 내란 선동 혐의를 받아 내란 특검에 의해 체포되자 “우리가 황교안이다”라는 구호를 외쳤다. 이어지는 재탕 삼탕 이어 “국민의힘만으로 이재명정부·민주당과 싸우긴 어렵다”며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가 주도하는 자유통일당 ▲고영주 전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이 주도하는 자유민주당 ▲새누리당 조원진 전 의원이 주도하는 우리공화당 ▲황 전 대표가 주도하는 자유와혁신 등을 연대 대상으로 지목했다. 이들은 모두 부정선거론을 강하게 주장하고 있다. 그에 반해 개혁신당과 이 대표는 부정선거론을 강하게 비판한다. 장 대표가 주장하는 빅텐트론은 김문수 전 대선후보 등이 주장했던 빅텐트론과 큰 차이가 없다. 당시 김 전 후보는 “민주당 이재명 후보를 이기기 위해선 어떤 경우든 힘을 합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한덕수 전 총리 ▲황 전 대표 ▲이낙연 전 총리 ▲이 대표 등을 통합 대상으로 지명했다. 권성동 당시 원내대표는 김 전 후보·한 전 총리의 단일화를 지지하면서, 당시 당내 주류와 불화했던 국민의힘 김상욱 당시 의원(현 민주당 의원)에게 “스스로 거취를 결정하라”고 요구했다. 이는 장 대표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에게 당원 게시판 의혹 관련 압박을 가한 것과 비슷하다. 당시 권 전 원내대표는 “당원 대부분은 민주당 이 후보에게 대항하기 위해선 반명 빅텐트가 필요하단 의견을 갖고 있다”며 “지도부는 당원들의 의견을 존중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장 대표는 부정선거론을 주장하는 원외 강경 보수 4당과의 연대를 주장하면서, 개혁신당과의 연대설도 공개적으로 부정하진 않는다. 일각에선 “오 시장이 장 대표·이 대표의 가교 역할을 한다”고 관측하고 있다. 오 시장은 지난 9월 “개혁신당과의 연대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한 이후 꾸준히 개혁신당과의 연대를 주장하고 있다. 이후 정치권 일각에선 “오 시장이 서울시장으로 다시 출마하고, 이 대표가 경기도지사 야권 단일 후보로 출마하면 수도권에서 보수 진영이 선전할 수 있다”는 기대를 하고 있다. <미디어토마토>가 지난달 28일부터 이틀 동안 서울특별시 거주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무선·ARS 방식으로 진행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오 시장은 보수 진영에서 민심 27.5%·당심 50.3%의 지지를 얻어 서울시장 후보 중 가장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민주당이 서울시장 후보를 선출한 후 ‘여당 프리미엄’을 앞세워 오 시장에 대한 공세를 이어간다면, 재선을 장담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국민의힘이 중도층의 민심을 끝내 얻지 못하면, 오 시장으로선 힘겨운 선거가 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체제 전쟁” 명분으로 사과 거부 홍 “국힘은 보수 참칭 사이비 레밍” 당내에서도 나 의원 등 막강한 경쟁자가 있어 본선행을 확실하게 장담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하지만 이 대표는 지난달 23일 “국민의힘 내부에서 변화·쇄신 목소리가 전혀 안 나온다”며 “연대를 함께할 가능성은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국민의힘은 지난 대선에 이어 1990년대식 ‘뭉치면 이긴다’ 구호만 내세운다”며 “그 전략으로 패배한 사람은 황 전 대표였는데, 같은 선택을 하면서 다른 결과가 나오길 기대하는 건 이해가 안 간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내부에도 연대를 반대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국민의힘 지도부에서 강경 보수의 주장을 가장 강하게 내세우는 김민수 최고위원은 같은 달 25일, 채널A 유튜브 채널 ‘정치시그널’에 출연해서 “이 대표는 당내 많은 분쟁을 가져온 사람이라서 화합을 해칠 가능성이 있다”며 “개혁신당과의 연대는 득보다 실이 더 많을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김 최고위원의 주장은 오 시장의 주장에 대한 반박으로 해석되고 있다. 김 최고위원은 “개혁신당은 보수 정당인지, 진보 정당인지 모르겠고, 그 사이에 있다고 생각한다”며 “저는 최고위원이 되기 전부터 우측으로의 연대를 주장했다”고 설명했다. 대선은 기동전·총력전 성격이 강한 반면, 지방선거는 진지전 성격이 강하다. 선거의 성격이 다르지만, 국민의힘에선 똑같이 ‘반명 빅텐트’라는 구호를 거론하고 있다. 역사엔 위기 상황에서 변화를 거부했다가 돌이킬 수 없는 위기를 맞이한 사례가 다수 기록돼있다. 변화를 거부하는 세력이 그 집단을 주도할 때, 이 사례는 더욱 빈번하게 재현된다. 중국 청나라에선 수구파를 이끌던 서태후가 변법자강운동을 주도하던 광서제에게 반대해 정변을 일으켜 성공한 후 광서제를 유폐했다. 중국 정부가 지난 2008년 광서제의 능을 공식 발굴 조사한 결과, 광서제는 급성 비소 중독으로 사망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어 3세 나이로 즉위한 청나라 황제는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 감독의 영화 <마지막 황제>의 주인공인 선통제다. 선통제는 영화 제목 그대로 마지막 황제였다. 광서제의 개혁 시도는 청나라의 마지막 몸부림이었다. 자신에게 유리한 정보만 취사 선택해 그 정보를 근거로 자신의 주장을 전개하고, 불리한 정보는 의도적으로 외면하는 성향을 확증편향이라고 한다. 국민의힘에 대해선 “지역구 관리에만 능하고, 기득권·이익 추구에만 관심을 두는 의원들이 당을 주도하고 있다”는 의미에서 ‘언더 찐윤’이란 집단이 거론된다. 확증편향 소탐대실 일각에선 국민의힘이 변화·혁신에 거부감을 느끼면서 같은 선택을 반복하는 핵심 이유로 언더 찐윤을 거론한다. 홍준표 전 대구시장은 지난 6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은 이념도 없는, 보수를 참칭한 사이비 레밍 집단”이라고 주장했다. 이미 여러 번 선거에서 패배한 전략임에도 확증편향·소탐대실을 근거로 같은 선택을 고집한다면, 무리 지어 절벽에서 떨어지는 레밍과 비교되는 수모를 또 겪을 수도 있다. 하지만 국민의힘에선 또 빅텐트론이 반복되고 있다. 빅텐트는 국민의힘 주변을 배회하는 유령인 걸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