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엄한 죽음’ 자발적 안락사의 세계

  • 김민주 기자 alswn@ilyosisa.co.kr
  • 등록 2024.03.19 11:23:26
  • 호수 147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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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마지막을 선택하다

[일요시사 취재1팀] 김민주 기자 = “정말 죽음을 원합니까? 당신은 ○○씨가 맞나요? 이걸 마신다면 죽게 됩니다. 정말 당신의 뜻이 맞나요. 마지막 작별 인사를 하겠습니다.” 이 질문은 모두 자발적 안락사를 선택한 사람들이 마지막 순간 받는 질문이다. 질문을 받는 사람이 모두 “네”라고 대답하면 스스로 안락사 약을 복용하고, 곧 깊은 잠에 빠진다.

안락사는 불치병에 걸린 등의 이유로 치료나 생명 유지가 무의미하다고 판단되는 사람이나 생물에게 직·간접적 방법으로 고통을 느끼지 않고 죽음에 이르게 만드는 행위다. 안락사가 선택이 아닌 필수일 때가 있다. 드리스 판 아흐트 네덜란드 전 총리는 동갑내기 부인과 93세를 일기로 고향인 네덜란드 동부 네이메현에서 동반 안락사로 생을 마감했다. 

모두 다
스위스로

그는 평소 아내를 ‘내 여인’이라고 부르며 애정을 드러내는 등 아내 사랑으로 유명했는데, 이 부부의 사연이 알려진 뒤 국내서도 자발적 안락사의 관심이 일었다. 특히 한국은 초고령화 사회로, 내년부터는 한국인 10명 중 4명이 65세 이상이다.

국내는 안락사가 불법이다. 다만 질병이 있는 환자에 관해 의사가 치료할 수 없는 상태라고 판단했을 때 산소호흡기 등을 설치하는 연명 치료를 거부하는 소극적 안락사는 가능하다. 소극적 안락사의 경우 생명 유지에 최소한으로 필요한 진통, 영양, 물, 산소의 공급을 하지 않는다.

자발적 안락사가 가능한 곳은 현재 네덜란드, 벨기에, 룩셈부르크, 스위스, 콜롬비아, 캐나다는 안락사를 허용하고 있다. 미국은 주마다 다르다. 현재까지 오리건과 워싱턴, 몬태나, 버몬트, 캘리포니아, 뉴멕시코 6개주서 합법화됐다.


그렇다면 한국인에게 자발적 안락사는 불가능한 일일까? 국내서도 자발적 안락사를 원하는 사람들은 꽤 있다. A씨는 선천적으로 희귀병을 가지고 태어났다. 온몸에 마비가 되는 병이었고 외모도 일그러졌다.

수술과 재활을 하던 중 다리에 후유증도 생겼다. 무엇보다도 병이 언제 재발할지 모르는 고통으로 자발적 안락사를 희망하고 있다. A씨는 “태어날 때부터 있었던 병으로 항상 고통받고 살았다. 이제는 고통받고 싶지 않고 자발적 안락사가 내가 행복할 수 있는 길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자발적 안락사를 희망하는 사람은 대개 이런 이유가 있다. 그래서 이들이 찾는 것은 자발적 안락사를 도와주는 단체다. 스위스 바젤에 한 비영리단체는 자발적 안락사가 허락되지 않은 나라의 사람이 자발적 안락사를 희망할 때 절차를 도와준다. 이 단체는 2019년에 생겼으며 심각한 질병이나 장애가 없더라도 고령에 안락사를 선택하는 것을 지지한다.

초고령화 사회서 반드시 필요?
“스스로 선택한 후 평화로웠다”

이들은 건강 상태와 관계없이 정신적으로 건강한 성인이라면 누구나 죽음의 방식과 시기를 선택할 권리가 있다고 믿는다. 단체의 사이트에는 자발적 안락사를 선택한 사람의 사연들이 소개돼있다. 자발적 안락사를 선택한 B씨의 친구는 “난 스위스 바젤서 친구와 나흘 밤을 함께 보냈다. 친구는 죽기 12시간 전에 자신의 삶에 관해 이야기했다”고 설명했다.

B씨는 20대 때부터 쌓아 올린 경력을 35살에 그만뒀다. 갑자기 생긴 근육통성 뇌척수염과 만성 피로 증후군 때문이었다. 이때부터 B씨는 병원을 꾸준히 다녔지만 B씨의 병은 호전되지 않았다. 28세에는 갑상선을 제거했고, 50대에는 헤일리병이라는 희귀 유전 질환을 앓기 시작했다. 온몸에 물집이 생기는 질환으로, 이제 B씨에게는 ‘또 어떤 병이 올지 모르는 고통’만이 남아 있었다.

새로운 치료법이 나오길 기다리다가 치료를 받기도 했지만,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결국 B씨는 자발적 안락사를 선택하기 위해서 해당 단체에 연락했다.


이민을 간 뒤 B씨는 자원봉사를 시작했다. 삶의 마지막을 꾸민다는 생각이었고, 삶이 의미 있길 바랐다. 죽음을 선택하기 4~5년 전에는 집에서 나오지 않고 아무도 만나지 않았다. 죽을 수 있다는 희망이 삶의 원동력이 됐다. B씨는 그렇게 자신의 삶을 채우고 ‘존엄한’ 죽음을 맞이했다. 

B씨는 삶의 마지막 길을 해당 단체와 함께했다. 자발적 안락사를 선택한 마지막 길은 친구와 함께였고, 친구는 “그의 죽음은 평화로웠다”고 평했다.

해당 단체를 이용하기 위해서는 연간 100유로(한화 약 14만원 정도)가 필요하다. 이름, 주소, 생년월일, 국적, 여권 정보 등을 입력하면 가입할 수 있다. 가입 후에는 안락사를 신청해야 하는데, 이때 필요한 서류가 있다.

죽음 후
절차는?

필요 서류는 ▲자발적 안락사를 요청하는 이유 ▲시민권과 현재 생활 상황 ▲간단한 자기소개 ▲가족 상황 ▲건강 진단서 ▲연락 담당자 지명 ▲출생증명서 ▲거주 증명서(요금 고지서, 공과금 고지서 등) ▲결혼·이혼 증명서(미혼은 법정선언문) ▲화장, 유골 등의 주의사항이다. 

이 서류를 제출하면 해당 업체는 신청서를 검토한다. 승인이 나면 업체는 신청자와 함께 자발적 안락사를 할 날짜를 정한다. 자발적 안락사의 방법은 일반적으로 넴뷰탈(펜토바르바탈)을 정맥 주사로 투여받거나 마시는 방법이 있다. 이때 신청자가 직접 정맥 주사의 밸브를 열어야 하고, 마시는 것도 마찬가지다.

자발적 안락사를 하는 경우 필요한 비용은 총 1만유로(한화 약 1435만원)다. 여기에는 자발적 안락사가 가능한지 서류 평가와 관리 비용, 예약, 의료상담, 장례서비스, 사후 관리 비용까지 포함된다. 나라나 지역이 다른 경우는 비행기 값이나 숙소 비용이 추가된다. 

이 단체의 특징은 ‘장기간의 우울증’ ‘극심한 정신질환’을 가지고 있더라도 스스로 죽음을 선택할 수 있는 정신력을 가지고 있다고 믿는다. 그래서 정신질환이 있다고 자발적 안락사가 거절당하지 않는다.

중요한 점은 해당 업체는 영어를 잘 하지 않아도 안락사를 진행할 수 있다. <일요시사>는 해당 업체에 “영어가 능숙하지 않아도 진행할 수 있는지” “한국인 회원은 얼마나 있는지”를 물었다. 업체는 “영어가 부족해도 안락사가 필요한 사람은 어떻게든 적극적으로 도와준다. 한국인 회원이 있다”고 답했다.

스위스의 또 다른 업체는 회원이 되면 ‘위험한 자살 예방’ ‘완화 치료에 대한 조언과 지원’ 등의 정보를 보내준다. 평생 회원 회비는 140만원 정도이고, 연간 회원은 7만원 정도다. 이곳은 회원에 한해 자발적 안락사를 요청할 수 있다. 기본적으로 ▲불치병에 걸렸거나 ▲일상생활을 하기 힘들 정도의 장애가 있는 경우 ▲참을 수 없는 고통을 수반하고 있고 ▲가능한 치료와 대안에 대해 알고 있어야 한다.

정신질환
환자는?

또 ▲죽음을 다른 사람에게 영향받지 않고 스스로 선택해야 하고 ▲오랫동안 죽음을 원했으며 ▲가족에게 죽음을 통보한 경우여야만 했다.


이곳에서 안락사를 진행하고 싶으면 두 번의 의사 상담을 통과해야 하는데, 이때 의사는 회원을 진찰한다. 왜 죽고 싶은 건지, 온전한 정신에서 죽음을 선택했는지 판단하는 시간이다. 여기서도 마찬가지로 안락사는 회원이 직접 정맥 주사 밸브를 열어야 한다. 이것이 누구의 도움도 받지 않고 죽음을 원했다는 증거다. 해당 순간은 녹화된다.

해당 업체의 한 담당 의사는 고의적 살인 혐의로 재판을 받았다. 2019년 1심에는 징역 5년을 구형받았지만, 2심에서 무죄판결을 받았다.

검찰은 의사가 정신질환자의 의견을 듣고 안락사를 허용한 것을 두고 고의적 살인을 한 간접 가해자라고 판단했지만, 재판부는 안락사 회원이 상담 중에 “정신질환에 불만이 없다. 몸에서 오는 고통이 너무 힘들다. 치료할 수 없는 질환 때문에 죽음을 원한다”고 말한 것을 두고 스스로 죽음을 선택한 것으로 봤다.

해당 업체의 경우는 한국 사람은 거의 없고 일본 회원이 많은 편이었다.

마지막으로 알아본 업체는 창립자가 변호사이며, 의사들이 협력해 안락사 약물을 처방해 주는 곳이었다. 다른 곳과 다 비슷했지만, 이곳은 우울증과 같은 정신질환 병력이 있으면 진행이 매우 까다로웠다. 엄밀히 말하면 이곳은 말기 암 등 고통에 시달리는 환자들을 돕기 위한 곳이었다.

다른 곳에 비해 준비할 서류도 많고, 업체 쪽에서 언어를 도와주지 않았다. 그럼에도 이곳에서 안락사를 준비하는 한국 회원이 있었다.


합법적으로…금액은 1400만원 들어
본인이 직접 정맥 주사 밸브 열어야 

가장 최근 안락사가 합법화된 나라는 호주다. 호주서 인구가 가장 많은 뉴사우스웨일스(NSW)주에서는 자발적 안락사를 허용하는 존엄사법이 발표됐다.

지난해 11월28일 호주 <AAP 통신> 보도에 따르면 이날 NSW에서 안락사가 허용되면서 노던 준주(NT)와 수도 준주(ACT) 등 2개 준주를 제외한 호주의 모든 주에서 안락사가 가능해졌다. NSW주 의회는 2022년 5월 환자 자의에 따라 안락사를 허용하는 내용의 존엄사법을 통과시켰고 시행일은 1년6개월 뒤인 지난해 11월28일로 미뤄 놓은 상태였다.

이날 법이 시행되면서 기대 수명이 최대 6개월이라고 진단받은 불치병 환자나 기대수명이 최대 12개월이라고 진단받은 신경계 퇴행성 질환자는 안락사 신청을 할 수 있게 됐다. 안락사 신청은 NSW주에 최소 12개월 이상 거주한 자의식 있는 성인 환자가 직접 해야 한다.

안락사를 신청하면 보건부와 법무부 장관이 임명한 위원 5명이 승인해야 하며 이와 별도로 독립된 의사 2명의 승인도 필요하다. 안락사 지지 단체인 NSW 존엄사 협회는 첫 12개월 동안 약 600~900명의 말기 환자가 안락사를 선택할 것으로 예상했다.

NSW 존엄사 협회의 셰인 힉슨 대표는 “사람들이 이 법으로 여러 선택권이 있다는 사실에 큰 마음의 평화를 얻을 것”이라고 했다.

반면 기독교 단체인 호주 크리스천 보이스는 안락사법이 ‘반 생명 로비스트’에 의해 추진된 것이라며 “인간 생명의 신성함에 대한 터무니 없는 공격”이라고 비난했다.

한국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안락사에 대한 갑론을박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에 한국존엄사협회는 지난 8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조력 존엄사 정책토론회’를 열었다. 해당 토론회는 녹색정의당 정책위원회가 주최하고 한국존엄사협회가 함께 했다.

이날 화상회의 토론자로 척수염 환자 이명식(63)씨가 발표했다. 이씨는 3시간 이상 앉아 있기 어려운 탓에 화상회의를 통해 이날 토론에 참여했다. 그는 조력 존엄사를 입법하지 않은 현행법은 위험이라며 지난해 12월 헌법소원을 제기한 바 있다. 이씨는 “(국내서 조력 존엄사를) 반대하고 싶다면 제 통증을 완화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서 반대해야 할 것이다. 통증 완화나 치료 방법이 없는 상태에서는 무책임한 반대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반대하는 이들에게는 “지금 내 몸이 아무렇지 않게 건강하다고 해서 죽는 그 날까지 튼튼하게 살다가 죽을 것이라고 자신하느냐. 현대의학으로도 어찌할 수 없는 극심한 고통이라면 그 통증을 해소할 수 있는 방법을 찾거나 멈출 수 있는 마지막 자기 결정권을 존중해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내도
공론화

반대 측에서는 자발적 안락사가 법제화된다면 취약 계층의 생명권을 앗아갈 위험이 있다고 주장했다. 김정아 동아대학교 의과대학 교수는 “장애, 노령 등 자본주의 안에서 생산능력을 의심받는 이들에게는 (자발적 안락사가) 의무사항으로 여겨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의료인으로서의 양심의 자유 문제도 거론됐다. 김 교수는 “의사들에게는 이에 대한 실질적인 역할을 하거나, 이런 서비스를 제공하는 의사들에게 의뢰해야 하는 의무가 발생한다. 조력사가 윤리적으로 논쟁적인 지점에 있는 만큼, 어떤 의사들에게는 자신의 정체성과 상충하는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우려했다.

<alswn@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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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정보사, ‘북한 무인기’ 30대 남 수차례 접촉 확인

[단독] 정보사, ‘북한 무인기’ 30대 남 수차례 접촉 확인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북한에 무인기를 보낸 당사자’라고 주장한 30대 오모씨의 행위와 이력을 두고 파장이 일고 있다. 그는 윤석열정부 대통령실 출신이자 ‘평양 무인기 작전’을 목적으로 설립된 무인기 설계·제작 업체 이사였다. 2년 전부터의 행적도 수상하다. 정보사령부 휴민트 요원들과 수차례 접촉해 사실상 대북 공작을 준비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지난 17일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오씨와 정보사의 직접적 연결고리가 형성된 건 2024년 5월 이후다. 정보사와 오씨와의 접촉은 A 대령의 승인하에 이뤄졌다. 그는 정보사 블랙요원 명단 유출 사건 이후 속초 HID 부대장을 마치고 돌아온 인물로 조직개편 TF(태스크포스) 팀장 및 기반조성단장을 맡았다. 수상한 접촉 앞서 윤석열정부 대통령실 출신인 오씨는 윤정부 시절 ‘북한 무인기 대통령실 상공 침투’에 대응할 목적에서 설립된 무인기 설계·제작 업체의 이사로 근무했다. 그는 지난 16일 채널A와의 인터뷰에서 “북한이 공개한 무인기 외관과 위장 무늬, 색 등이 자신이 북한으로 보낸 무인기와 일치한다”며 북한에 무인기를 보낸 목적에 대해 “북한 우라늄 공장의 방사선과 중금속 오염도 측정”이라고 했다. 단순한 호기심으로 무인기를 북한으로 보냈다는 취지로 읽힌다. A 대령은 ‘정보사 기능·역량 강화’를 위해 추가적인 수도권 안가 설립을 기획했다. A 대령의 계획대로 B 소령은 오씨와 C 상사는 김모씨를 접촉했다. B 소령은 휴민트(HUMINT·820·인간정보) 요원이다. 이들은 오씨와 김모씨를 통해 북한으로 무인기를 날려 확보한 영상 증거를 확인했다. 이 시기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박선원 의원이 언급했던 정보사의 국방과학연구소(ADD) 접촉 및 무인기 개발 의혹이 시작되던 때와 겹친다. 당시 정보사는 ADD에 “드론에 전단통을 달 수 있느냐”고 문의한 바 있다. ADD 관계자는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했다”고 내란 특별검사팀에 진술했다. 정보사 간부는 “누구의 지시로 국방과학연구소에 드론과 관련해 연락했냐”는 특검팀의 질문에 “문상호의 지시였고 문 전 사령관이 원천희 전 국방정보본부장에게도 관련 내용을 보고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답했다. 오씨의 영상 증거가 북한의 상황을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판단한 A 대령은 이후에도 B 소령과 오씨의 접촉을 허가했다. ‘지속적 협력 관계’가 된 것으로 풀이된다. A 대령은 오씨에게 이른바 ‘협조비’를 제공한 의혹을 받는다. 사비가 아닌 ‘정보사 공작금’ 수십만원을 정기적으로 전달했다는 게 골자다. 이 같은 행위는 정보기관과 협조·정보원 간 이뤄지는 정상적 거래로 알려져 있다. 실제 정보기관은 국제범죄 및 마약 관련 첩보를 제공한 ‘야당’에게 많게는 수백만원의 금품을 제공하기도 한다. 정보사가 오씨의 행위를 적극적으로 지원했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2024년 여름 ‘대북 공작’ 의심 정보사와 지속적 접촉 정보사·ADD 연락 시기 겹쳐 ‘김태효 안보실’ 연루설도 <일요시사>와 접촉한 복수의 정보기관 관계자들은 A 대령이 오씨가 일반적 협력 관계에 불과하다고 전했다. 한 정보기관 관계자는 “대북 공작이라고 하기도 애매하다. 정보기관이라면 늘 하는 업무다. A 대령이 오씨에게 ‘무인기를 북으로 보내라’는 지시를 한 적이 없고 그저 오씨가 회사를 설립하는 데 지원해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B 소령은 오씨가 북한 전문 매체를 설립하는 데 도움을 줬던 것으로 파악됐다. 이 언론사는 오씨가 발행인으로 있는 곳으로 2025년 3월 중순부터 첫 기사가 작성되기 시작했다. 지난 11일을 끝으로 기사가 작성되지 않을 점을 보면 오씨가 언론 인터뷰를 시작하면서 회사 운영에도 차질이 생긴 것으로 보인다. 정보사 출신 한 소식통은 “오씨가 채널A 인터뷰에서 무인기를 세 번 날렸다고 하는데 그건 사실이 아닌 걸로 보인다. 적어도 수십번은 날렸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북한으로 무인기를 날린 건 정보사 조직 차원의 지시가 아니라 오씨의 독단적 행동이다. 오씨와 접촉했던 담당자들도 그의 무리수 때문에 거리를 둬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군 안팎에서는 단순히 넘길 일이 아니라는 목소리가 거세다. 오씨가 대통령실 출신임과 동시에 정보사와 접촉한 배경을 명확하게 규명해야 한다는 것이다. 윤정부 안보실 2차장 산하 정보 현안 대응팀에 파견됐던 HID 출신 오모 중령과 관련이 있는 게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오 중령은 2022년 8월 국정원장 비서실에 근무하다가 다음 해 3월 대통령실로 자리를 옮겼다. 그는 자신이 확보한 첩보를 인성한 전 2차장이 아닌 ‘안보실 실세’ 김태효 전 1차장에게 수차례 보고했다. 오 중령의 행위를 두고 대통령실 내부에서는 “비정상적 보고”라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김 전 1차장은 국방이 아닌 외교 전문가로 알려져 있다. 대북 문제에 어떤 군사적 방법으로 접근해야 하는지 전략을 세우는 데는 신원식 전 안보실장보다 한 수 아래였다는 평가다. 사실상 ‘국방 문외한’인 김 전 1차장은 2023년 강원도 속초에 위치한 HID 부대를 방문했다. 그는 “2023년 6월 초 정보 당국 관계자들과 HID 부대를 격려 방문한 바 있지만 1년7개월 전에 있었던 군 부대 격려 방문을 이번 계엄 선포와 연결 짓는 것은 터무니없는 비약”이라고 반박한 바 있다. "'평양 작전' 준비하려 일종의 테스트 아니었나 의심” "오씨 독단적 행동 무인기 날리라 지시한 적 없어” 정보사 고위 관계자는 <일요시사>에 “윤석열 전 대통령도 오려고 했다는 건 사실이다. 김태효가 그때 왜 왔는지 모르겠다. 와선 안 되는 건 아닌데 올 일이 없다. 우리 입장에서는 이해 가지 않는 해명”이라고 지적했다. 다른 정보사 관계자도 “윤 전 대통령이 오고 싶어 했고 안보실이 그의 HID 방문이 검토된 바 없다고 하는데 (이건) 말도 안 된다. 당시에 대통령 방문 가능성 때문에 대비 회의까지 한 바 있다”고 강조했다. 오 중령이 2023년 12월 안보실 2차장 산하 국가위기관리센터 안보현안대응팀에 들어가게 된 건 김 전 1차장이 HID를 방문한 직후다. 오 중령은 인 전 2차장의 통제를 받지 않았다. 인 전 2차장도 “공개된 자리서 말하기 어렵지만 제가 통제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오 중령을 포함한 팀원들의 보고서는 인 전 2차장이 아닌 김 전 1차장이 검토했다. 안보실은 이 비밀 TF가 “규정화된 테두리 밖에서 대북 특수정보를 분석하는 팀”이라며 계엄과 관련해 정보사와 소통한 적은 없다고 해명했다. 또 “비밀 조직이 아니라 위기관리센터에 배치된 ‘정보융합팀’이다. 정보융합팀은 문재인정부의 정보융합비서관실을 대북 정보 분석에 특화시켜 슬림화한 조직으로, 2022년 5월1일 대통령직 인수위 브리핑서도 해당 조직의 신설 취지와 배경을 밝힌 바 있다”고 설명했다. 한 정보기관 관계자는 “정보사 차원에서 북한으로 무인기를 보내는 건 부담이 크다. 그래서 민간과 협업해 일종의 테스트를 진행한 후 ‘나쁘지 않다’고 판단한 안보실이 평양 무인기 침투 작전을 적극적으로 기획 및 실행한 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든다”고 했다. 대북 공작 준비? 그러나 이는 아직 사실로 확인되지 않았다. 오 중령의 경우 내란 특별검사팀 소환 조사에서 김 전 1차장에게 정보 보고를 했던 사실은 인정했으나 ‘평양 무인기 침투 작전’을 기획하지는 않았다고 진술했다. 정부는 현재 군·경합동조사TF를 꾸려 무인기를 북한에 보낸 정확한 목적이 무엇이었는지 등을 수사 중이다. 무인기를 보냈다고 주장한 사람의 과거 이력과 정보사와의 접촉이 확인된 만큼 숨겨진 목적에 대해 수사가 이뤄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