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전국노래자랑’ 새 얼굴 남희석

채워지지 않는 송해 빈자리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전국노래자랑>의 MC가 돌연 바뀌었다. 일각에는 정치적인 이유, 내부적인 문제 등의 이유가 나오고 있다. MC 교체를 보류해달라는 시청자들의 의견이 나오지만 그럴 일은 전혀 없어 보인다.

<전국노래자랑>의 MC가 1년6개월여 만에 교체됐다. 코미디언 남희석이 새로운 MC로 발탁됐다. 종편 최장수 프로그램의 MC가 지상파 최장수 프로그램 MC가 됐다. 유행어 “빠라바라바라밤~”의 주인공 개그맨 남희석의 이야기다.

남희석은 1971년 7월6일 충남 보령군서 태어났다. 그는 고등학교 시절 영화 <내사랑 동키호테>서 동키의 동생 역을 맡은 김민종의 학교 친구 역으로 10초가량 나왔다. 이후 KBS1 <자니윤 쇼>에 1989년 11월에 나와 자니 윤의 성대모사로 주목받고 1991년 제1회 <KBS 대학개그제>로 데뷔했다.

개그맨으로
살아온 길

<해피투게더>에 KBS 공채 개그맨 7기 동기들과 함께 출연했을 때 언급된 바에 의하면, 그는 개그맨 시험 전날 술을 잔뜩 먹고 왔는데도 왠지 모르게 절대 떨어질 것 같지 않은 자신감을 풍겼다고 한다.

그리고 시험 현장에 이전에 쓰던 글짓기 대회 안내 현수막이 남아있는 것을 보더니 자기 순서에 심사위원들에게 ‘글짓기 심사하시느라 수고 많으십니다’라는 애드리브를 쳐서 바로 인상을 심어주기도 했다.


최고의 전성기는 SBS의 <좋은 친구들> <남희석 이휘재의 멋진 만남>을 진행할 때로 보는 시각이 많다. 실제 당시의 두 프로그램은 예능 프로그램 시청률 1, 2위를 다퉜으며 남희석도 개그맨 인기 순위 최정상에 있었다.

다만 한창 전성기를 누릴 시기에 건강에 문제가 생겨서 TV서 사라지며 짧은 전성기를 끝내게 된다.

공백기 이후에는 외국인과 어르신 전문 프로그램 MC로 이미지를 잡아가고 있다. 특히 2011년부터 채널A 개국과 동시에 탄생한 <이제 만나러 갑니다>의 MC를 맡고 있는데, 이 프로그램이 크게 히트하면서 다시금 재기에 성공했다는 평가다.  

남희석은 오는 31일부터 후배 코미디언 김신영의 뒤를 이어 <전국노래자랑> MC를 맡을 예정이다.

남희석은 KBS의 공식 발표 이후 “누가 해도 부담이 되는 자리고 정말 어려운 자리라는 걸 알고 있다. 그동안 해온 김신영이 너무 잘 해줘서 고맙다”며 “나도 이 자리서 어르신들과 공감을 형성할 수 있는 진행을 하겠다. 제 나이에 맞게 진행하면 되지 않을까 싶다”고 소회를 밝혔다.

<전국노래자랑>은 국내 최장수 프로그램이다. 1950년대 라디오 노래자랑을 거쳐 1980년 11월9일 정규 편성됐다. 

처음엔 <KBS배 쟁탈 전국노래자랑>이라는 이름이었다. 현재와 같은 일반인들의 장기자랑 프로그램이 아니라 대학가요제와 마찬가지로 가수 또는 지망생들이 노래 실력을 겨루는 오디션 형식의 프로그램이었다. 해당 프로그램은 1971년 10월16일 첫 방송 했으며, 1977년 4월2일까지 방영됐다.


지난 4일 KBS 전격 발표
“부담되고 어려운 자리”

이후 1980년 11월9일에 전국노래자랑으로 방영되기 시작했다. 

<전국노래자랑>은 일반인이 나와서 노래를 부르는 프로그램으로 특정 가수의 출연 여부에 따라 시청률이 오락가락하지 않으며 시청층도 50~70대가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어 고정적인 시청률도 나오는 편이다. 

게다가 젊은 세대들에게도 인기가 없다고 보기는 힘들다. 젊은 층의 참가자들도 많이 등장하는 데다가 프로그램 특성상 관심을 끄는 참가자가 많기 때문이다. 1980~1990년대에는 참가자 대부분이 20~30대였을 뿐만 아니라 20~30대 시청자들도 많았다. 

<전국노래자랑>은 전국 각 지방을 돌면서 주민이 참여하는 순회공연 형식이며, 공개 녹화 방식으로 녹화되고, 특정 시, 군, 자치구, 즉 기초자치단체 단위로 녹화를 한다.

예선을 거치고 선발된 지역주민들이 노래나 장기자랑을 선보이는 방식이며, 물론 초대 가수도 등장하고, 해당 지방자치단체장도 등장하여(구청장이나 시장, 군수를 비롯한 정치인들) 지역 소개도 하고 일부 지자체장들은 본인의 애창곡을 무대서 부르고 내려가기도 한다.

출연자들이 녹화 지역의 특산품이나 유명 음식을 가져와서 MC와 노래자랑 악단에게 권하는 장면은 <전국노래자랑>의 한 묘미로 꼽히기도 한다.

초대 MC 이한필을 시작으로 MC 이상용, 아나운서 고광수, 최선규 등이 거쳐갔다. 송해는 1988년 5월부터 2022년 6월까지 34년간 진행했다. 송해가 진행할 당시 <전국노래자랑>은 ‘신흥종교 송해교’가 아니냐는 우스갯소리도 나왔다. 그만큼 시청자들의 충성도가 높았다는 이야기다.

송해는 나이를 불문하고 오빠라 불렸다. 아이들과 여중고생들조차도 오빠라고 불렀으며 심지어 송해와 나이가 같거나 나이가 더 많은 여성 참가자 일부도 오빠라고 불렀다. 원조 국민 오빠인 셈이다.

송해는 생전 죽을 때까지 <전국노래자랑>을 진행한다고 선언했다. 하지만 2022년 고령의 나이와 코로나19 확진 후 체력 저하, 병원서 입원 치료를 받을 만큼 건강이 안 좋아져 제작진에 하차 의사를 전했다.

지난 2022년 6월8일 송해가 자택서 사망하면서 <전국노래자랑>과의 동행은 마무리됐다. 공식적인 후임 MC는 미정이었으나 2022년 7월10일부터 정규방송이 재개된 후로는 임시 MC였던 임수민 아나운서와 이호섭 작곡가가 후임이 정해질 때까지 임시로 진행을 맡았다.

최장수
프로그램


이후 2022년 10월16일부터는 김신영이 단독으로 MC를 맡았다. 

김신영 첫 방송은 전임 MC 송해의 뒤를 잇는 의미로 실향민이던 송해의 아내의 고향이자 본인도 제2의 고향으로 여기며 살아온 대구광역시 달서구 편으로 선정됐다.

첫 녹화 당시 어마어마한 인파가 방문했으며 젊은 층들의 방문이 눈에 띄었다. 이른바 김신영 효과라고 불렸다.
첫 방송 이후 임시 MC였던 이호섭, 임수민 아나운서 대의 6~8% 시청률을 극복하고 다시 송해 시대의 10%대에 근접한 9.2%의 시청률을 내기도 했다.

다만 지난해에 들어서 평균적으로 6% 대의 시청률을 뽑으며 초라한 성적을 내 <전국노래자랑> 위기설도 나왔다. 시청자들은 “어리고 어색한 MC” “아직은 경험이 부족하다”며 부정적인 시선을 보내기도 했다.

이 같은 이유인지 KBS는 지난 4일 “<전국노래자랑>의 새 진행자로 남희석이 확정됐음을 알린다”며 “고 송해에 이어 젊은 에너지로 이끌어주셨던 김신영에게 감사드리며 새로운 진행자 남희석에게 응원 부탁드린다”고 했다. 남희석의 첫 방송은 오는 31일로 예정됐다.

하지만 MC 교체 이유나 김신영의 일방적 하차 통보 주장과 관련해선 언급하지 않았다.


김신영 소속사 씨제스스튜디오는 “9일 인천 서구편 녹화를 끝으로 하차 통보를 받았다”면서 “제작진 역시 지난주 MC 교체 통보를 받고 당황하며 연락했다. 김신영은 2년여간 전국을 누비며 달려 온 제작진과 힘차게 마지막 녹화에 임할 것”이라고 일방적으로 하차 통보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김신영의 하차 발표 이후 일각에선 정치적 배경에 대한 의혹도 나온다. 

남희석이 여권 핵심 인사들과의 친분을 보여왔기 때문이다. 남희석은 지난해 12월 충남 보령시서 ‘보령을 바꾸는 시민들의 목소리’라는 강연을 열었다. 이 자리에는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소울메이트’라고 지칭한 장동혁 의원의 부인이 출연했다. 

남희석은 또 지난 1월 윤석열 대통령의 측근인 박성민 의원의 신년 인사회에 참석하기도 했다.

‘김신영이 문재인 전 대통령 시계를 자랑해서 잘렸다’는 주장도 나왔다. 이를 두고 전여옥 전 새누리당(전 국민의힘) 의원은 “김신영씨는 정치 성향을 드러낸 적이 없다. ‘문재인 시계’는 이번에 좌파 커뮤니티에 올라온 것을 보고 알았다”고 주장했다.

이어 “연예계와 정치판은 사람들의 인기를 먹고 사는 점에서 비슷한데, 연예계가 정치판보다 더 냉정하다”면서 “저도 방송국서 일해 보기도 했고 프리랜서도 하면서 전날 교체 통보받은 적도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새로운 MC로 발탁된 남희석이 보수 성향이라 뽑혔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서도 “남희석과 방송해 봐서 아는데 그는 정치적 발언조차 안 하는 얄미울 정도로 ‘중간’”이라며 “<전국노래자랑> MC 교체를 정치와 연관 짓지 말라”고 반박했다.

1년6개월
MC 변경

남희석 측 관계자는 “남희석은 국민의힘뿐 아니라 더불어민주당 인사들과도 많은 친분이 있다”며 “이번 MC 교체에 정치적 고려는 전혀 없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방송계에서는 KBS 경영진의 입김이 들어갔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우선 예전만 못한 <전국노래자랑>의 시청률이 김신영의 하차 이유로 꼽힌다.

여러 방송 관계자의 말을 종합하면, KBS는 <전국노래자랑>의 주 시청층인 노년 시청자를 다시 불러 모아 시청률을 끌어올리기 위해 김신영 교체를 선택했다는 것이다.

김신영 투입 후 10~30대 시청자의 관심은 높아졌지만 반대로 60대 이상 시청자의 호응은 전보다 줄었기 때문이다. 송해가 진행을 맡았을 때 10%대를 유지했던 시청률은 최근 하락세였다. 지난해 10월 시청률은 3~4%까지 떨어졌고 그 이후에도 4~5%대에 머물렀다.

또 다른 이유로는 KBS 전사적인 차원서 이뤄지고 있는 예산 감축, 예능 개편의 영향권서 <전국노래자랑>도 벗어나지 못했다는 것이다.

앞서 KBS 이사회는 총 1101억원의 인건비를 삭감하는 올해 종합예산안을 확정했다. 이로 인해 박민 사장은 전사적인 차원서 인원과 제작비를 축소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달 28일에는 특별명예퇴직 신청자와 희망퇴직 신청자 등 87명을 면직하는 인사발령을 냈다.

박 사장은 전사적인 프로그램 개편도 진행 중이다. 박 사장은 취임과 동시에 <더 라이브> <주진우 라이브>를 폐지했고 <뉴스9> 등 주요 뉴스 앵커를 시청자와 인사하지 못한 채 물러나게 했다.

예능 <홍김동전> <옥탑방의 문제아들> 시사교양 <역사저널 그날> 등도 갑작스럽게 폐지하거나 편성 중단했다. 세월호 10주기를 맞아 다큐 <인사이트-바람이 되어 살아낼게(가제)>가 당초 다음 달 18일 방송을 목표로 만들어지고 있었으나 사측 반대로 제작이 무산되기도 했다.

문제는 박 사장이 해당 프로그램 편성 중단과 출연진 교체를 통보했다는 것이다.

정치적·KBS 내부 의혹 제기
반대 청원 20건 넘게 나오기도

방송법과 KBS 편성 규약 등에 따르면 누구든 임의로 프로그램 폐지·편성 변경을 하거나 제작자나 출연진을 교체할 수 없다. 실무자 의견을 존중해 합리적 절차·방식에 따라 의사결정을 내려야 한다. 그러나 박 사장은 이 같은 절차를 계속해서 무시하고 있는 셈이다.

이에 KBS 내부에서는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또 시청자들도 KBS의 일방적인 통보에 대한 반발하고 있다.

지난 5일 기준 KBS 시청자 청원 게시판에는 김신영 하차에 반발하는 청원이 약 20여건 올라왔다. 

그중 “<전국노래자랑> 진행자 그대로 유지시켜 달라”와 “<전국노래자랑> 진행자 김신영 화이팅”이라는 제목으로 올라온 시청자 청원 두 건은 각각 1000명의 동의를 얻었다. KBS는 1000명 이상이 해당 청원에 동의할 경우 직접 답변해야 한다.

“<전국노래자랑> 진행자 김신영 화이팅”이라는 청원을 올린 임모씨는 글에서 “<전국노래자랑> 진행자 김신영의 진행 덕분에 그 시간은 많이 웃을 수 있었다”며 “바뀐 김신영 진행자가 <전국노래자랑>을 더 활기차고 웃음 가득하게 만들고 있었는데 갑자기 교체해야 할 이유가 어디 있냐. KBS가 국민의 방송이라면서 이렇게 진행자를 막무가내로 바꿀 수 있냐”고 물었다.

이외에도 “김신영 하차 반대” “KBS는 공영방송이다. <전국노래자랑>은 시민들의 방송이다. 제발 지켜주시라”며 김신영의 하차를 반대하는 내용의 청원 글도 다수 눈에 띄었다.

하차 사실이 알려진 뒤 KBS <전국노래자랑> 시청자 소감 게시판에도 수십개의 항의 글이 쏟아졌다. 그중에서도 특히 일방적인 하차 통보를 지적하는 글들이 많았다.

“막무가내식 MC 교체 반대합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쓴 문모씨는 청원서 “이 글 쓰려고 회원 가입했다”며 “어떤 이유도 없이 절차 없이 막무가내로 MC 교체는 안 된다. 국민을 위한 방송이라면 막무가내식 MC 교체는 아니라고 본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청원 글을 올린 작성자는 “최소한의 절차를 지키고 후보자를 검토해야 하지 않냐”며 “한 명의 시청자도 소중히 대하는 김신영 MC를 응원한다”고 했다.

하지만 <홍김동전> 등의 프로그램이 폐지될 때에도 올라온 글에도 KBS는 아무런 반응을 하지 않아 이번에도 무대응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시청률 때문?
교체 내막은…

일각에선 김신영이 여자 MC라서 교체됐다는 의견도 나온다. 한 매체는 김신영 측이 MC 교체를 듣는 과정서 ‘젊은 여자 MC는 (프로그램 특성에)맞지 않는다는 KBS 내부 의견을 들었다’고 보도했다. KBS 측은 “KBS 내부서 이런 여성 차별적 의견은 나온 적이 없을 뿐더러 KBS서 이런 말이 통하지도 않는다”며 “경영진 차원서(교체를) 결정한 것도 아니다”라고 전했다.

한편 남희석의 <전국노래자랑> 진행도 기대된다는 의견도 있다. KBS 시청자 게시판에는 “김신영도 열심히 했지만 남희석의 입담도 기대된다”는 글도 많은 공감을 받았다.

<kcj5121@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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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지난 6월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후보가 서영교 의원을 누르고 22대 더불어민주당 2기 원내대표로 당선됐다. 김 원내대표는 내란 종식과 헌정 질서 회복, 권력기관 개혁을 외쳤다. 이로부터 두 달 뒤인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정청래 신임 당 대표가 선출됐다. 이재명정부 첫 여당 지도부가 제모습을 갖추면서 안정 궤도에 접어드는 듯했다. 약 한 달도 지나지 않아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와 정청래 대표의 첫 갈등이 불거졌다. 정 대표가 지난 9월11일 여야 원내 지도부가 합의한 3대 특검법 합의안에 대해 “협상안을 수용할 수 없고, 지도부 뜻과 달라 재협상을 지시했다”고 밝히면서다. 불안불안 이인삼각 특검법 개정안의 핵심인 기간 연장을 제외한 채 합의해 특검법의 취지와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게 정 대표의 입장이다. 김 원내대표는 곧바로 반박했다. 원내 지도부와의 긴급회의를 거듭하던 그는 밖에서 기다리던 취재진을 향해 “정청래한테 공개 사과하라고 그래!”라며 소리쳤다. 이후 당 안팎에서 원성이 쏟아지자 김 원내대표는 오히려 취재진을 향해 “왜 자꾸 합의라고 그러느냐”고 물었다. 그는 “(합의가 아니라) 1차로 논의한 것이고, 무엇보다도 의원총회에서 추인을 받아야 한다”며 “수사 기간과 규모에 다른 의견에 있으면 그 의견을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제 총론만 (발표)하고 나갔는데 원내수석들이 각론에서 너무 많이 나갔다. 마치 합의가 된 것처럼 보도됐다”며 합의문이 아니라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두 사람 간의 갈등은 사흘 만인 13일 봉합됐다. 김 원내대표는 자신의 SNS에 “심려 끼쳐서 죄송하다. 심기일전해 내란 종식과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 분골쇄신하겠다”고 게시글을 작성했다. 이렇게 냉전은 끝났지만 지지층의 비난은 거셌다. 김 원내대표를 향해 ‘수박’ ‘변절자’ 등 원색적인 비판을 쏟아내며 의심의 눈길을 보냈다. 문재인정부 당시 민주당 대표를 지냈지만 지난 대선에서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의 손을 들어준 이낙연 전 국무총리의 행보와 비교하는가 하면 ‘역시 서영교 의원을 뽑아야 했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도 나왔다. 지지층의 미묘한 기류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번에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검사 징계안을 놓고 두 번째 갈등이 터졌다. 법사위 소속 범여권 의원들이 대장동 항소 포기에 반발한 검사장 18명을 고발한다고 밝힌 데 대해 “협의가 없었다”고 선을 그으면서 개혁 의지가 부족하다는 비판이 나온 것이다. 지난달 19일 법사위 소속 민주당·조국혁신당·무소속 등 범여권 의원들은 검찰의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에 이의를 제기한 검사장 18명을 국가공무원법 위반으로 경찰에 고발했다. 여당 간사인 민주당 김용민 의원은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 조직 기강과 헌정 질서를 무너뜨린 검사장 18명의 집단 항명 행위에 대해서 국가공무원법 위반 혐의로 고발한다”고 밝혔다. ‘당심’이 뽑은 정, ‘의심’이 뽑은 김 연일 삐거덕…벌써 이재명 리더십 부재? 김 원내대표는 고발 소식이 알려진 뒤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지금 봤다”며 “그렇게 민감한 것은 정교하고 일사불란하게 해야 한다. 협의를 좀 해야 했다”고 당혹한 기색을 보였다. 이어 “뒷감당은 거기서 해야 할 것”이라며 고발장을 제출한 법사위 쪽에 책임을 물었다. 법사위의 검사장 고발은 원내 지도부뿐 아니라 당 지도부와도 사전 논의가 없었다는 게 김 원내대표의 설명이다. 하지만 김용민 의원은 검사장 고발 문제에 대해 “당의 기조와 흐름이 잡혀 있는 상태에서 저희가 고발장을 그날 제출하는 기자회견을 한 것뿐, (원내 지도부와) 소통이 없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김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원내(지도부)와 소통할 때 이 문제를 법사위는 고발할 예정이라는 걸 얘기했다”며 “원내가 많은 사안을 다루다 보니까 (고발 문제를) 진지하게 듣거나 기억하지 못하셨을 가능성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저희가 더 적극적으로 설명을 해야 했지 않았느냐는 지적을 한다면 겸허하게 받아들이겠다”면서도 “소통이 아예 없지는 않았다”고 덧붙였다. 당시 한 여권 관계자는 “당 대표가 당 전체를 이끄는 일이라면 원내대표는 말 그대로 원내 상황을 조율하고 총괄하는 위치인데, 오히려 갈등을 키우고 있으니 (민주당) 의원들도 혼란스러운 것”이라며 “이런 상황이 조금씩 노출되면서 지지층까지 불안함을 느끼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당과 원내, 강경파와 온건파로 나뉜 민주당의 배경에는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의 선출 방식이 거론된다. 강경 지지층이 밀어 올린 정 대표와 달리 김 원내대표는 당내 의원 선거를 통해 당선됐다. 당시 원내에 친명(친 이재명)계가 다수 포진했던 만큼 김 원내대표 의중은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에 가깝다. 더 강하고 더 빠르게 개혁을 외치는 정 대표의 지지층과 사사건건 부딪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런 강성 지지층에게 김 원내대표는 이미 ‘투아웃’이다. 여기에 정 대표의 공약이었던 대의원과 권리당원 간 표 반영 비율을 ‘1대 1’로 변경하는 당헌·당규 개정이 부결되면서 지지층의 반발이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밑서 치솟고 위서 누르고 그동안 민주당은 당 대표나 최고위원 등 선출 시 대의원과 권리당원 투표 반영 비율을 20:1 미만으로 규정해 왔다. ‘동등한 1인1표제’는 정 대표가 당 대표 경선 당시 공약으로 내건 정책 중 하나로 “나라의 선거에서 국민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하듯 당의 선거에서도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해야 한다”고 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일부 의원들 사이에서조차 ‘졸속 추진’이라는 비판이 나오면서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 두 사람 모두 시험대에 올랐다. 정 대표 쪽에선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는 ‘이재명 대통령이 당 대표였던 때부터 추진됐던 개혁의 실현’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일각에서 ‘시기’와 ‘방법’을 문제 삼는 등 반대 의견에 부딪혔다. 권리당원의 힘으로 대표직에 오른 지 3개월이 조금 지난 상황에서 1인1표제를 추진하자 친명계 조직인 ‘더민주혁신회의’와 일부 당원 등을 중심으로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1인1표제를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이 최고위원은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논란이 커지고 있는데 이는 찬반의 문제라기보다 절차의 정당성·민주성 확보, 그리고 취약 지역(영남 등)에 대한 전략적 규제와 과소 대표성이 핵심”이라고 분석했다. 친명계인 윤종군 의원도 SNS를 통해 “당원주권 강화 방향에 동의한다”면서도 “전 지역 권리당원 표를 1인1표로 하는 것에는 이견이 있다. TK(대구·경북) 등 영남지역 당원 자긍심 저하, 당세 확장 장애 조성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현 상황과 관련해서 한 정치권 관계자는 “당 대표는 당 컨트롤이 안 되고, 원내대표는 의원들 컨트롤이 안 되는 상황”이라며 “지난 지도부(이재명 당 대표, 박찬대 원내대표)가 워낙 합이 좋았고 당 대표 리더십도 강했기 때문에 더욱 비교된다. 중심축이 없으니 엎치락뒤치락하면서 반 발자국만 앞서도 자기 정치라는 뒷말이 나오는 것”이라고 봤다. 결국 정 대표의 1인1표제는 중앙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지난 5일 치러진 투표 결과 중앙위원 총 593명 중 373명이 투표에 참여해 찬성 277표, 반대 102표로 과반이 찬성하지 않아 부결된 것이다. 남은 고비 얼마나? 원내 일각에서는 무리하게 밀어붙인 ‘정청래발 개혁’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김 원내대표의 고충 역시 이와 궤를 같이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대통령실에서조차 몇 차례 속도 조절을 주문했지만, 지지층을 등에 업은 정 대표는 ‘개혁 골든 타임’을 필두로 숨 가쁘게 달리고 있다. 그런 김 원내대표가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을 못 박으면서 ‘쓰리아웃’은 겨우 면했다는 분석이다. 그는 지난달 2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내란전담재판부는 국민의 명령이기 때문에 당연히 설치한다”며 “여기에 대해 더는 설왕설래하지 않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 제한’ 조치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김 원내대표는 “시간이 지나면 내란 사범이 사면돼 거리를 활보하지 못하도록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을 제한하는 법안도 적극 관철하겠다”며 “내란 사범을 사면하려면 국회 동의를 받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만일 윤석열 전 대통령 등 내란 주요 피의자에 대한 내란죄가 확정될 경우 사면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로부터 약 일주일 뒤인 지난 4일 범여권의 주도로 ‘내란전담재판부(내란특별재판부)’ 설치법이 법사위 전체회의를 통과했다. 법사위는 해당 법안을 이달 중 본회의에서 처리하겠다며 속도를 냈다. 해당 재판부는 12·3 내란 사태와 관련해 윤 전 대통령 등이 연루된 내란 사건 전담을 골자로 한다. 내란전담재판부 판사 및 영장전담법관 추천위원회는 헌법재판소장을 비롯한 법무부 장관과 판사회의에서 추천한 총 9명으로 구성된다. 내란전담재판부로 성난 지지층 달래도… 위헌 폭탄 껴안고 걸어가는 ‘불’꽃길 구성을 마친 추천위원회는 2주 안에 영장전담법관과 전담재판부를 맡을 판사 후보자를 각각 정원의 2배수로 추천해야 하며 최종 임명은 대법원장의 몫이다. 또 형사소송법상 피고인의 구속기간은 최대 6개월이지만 특별법에서는 내란·외환 관련 범죄에 대해 구속기간을 1년까지 연장할 수 있도록 했다. 국민의힘은 위헌 소지가 있다며 반발했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한마디로 판사가 마음에 안 든다고 골라 쓰겠다는 ‘지귀연 판사 바꾸자는 법’”이라며 “사법부의 무작위 배당 원칙을 위반하는 것일 뿐 아니라 이미 재판하는 사건도 뺏어서 다른 판사한테 맡기겠다는 삼권분립의 침해”라고 지적했다. 이날 법사위에 출석한 천대엽 법원행정처장 역시 “1987년 헌법 아래 누렸던 삼권분립, 사법부 독립이 역사의 뒤안으로 사라질 수 있다”며 “내란특별재판부법에 여러 가지 위헌 요소가 있다”고 반대했다. 천 처장은 “헌법재판소가 결국 이 법안에 대해 위헌 심판을 맡게 될 텐데 헌재소장이 추천권에 관여한다면 심판이 선수 역할을 하게 돼 룰에 근본적으로 모순이 생긴다”며 “헌법재판소장과 직·간접적 관계에 있는 헌법재판관들이 재판(위헌심판)을 맡을 수 없게 된다면 ‘내란특별헌법재판부’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이 법이 예정하고 있는 바”라고 설명했다.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으로 개혁 동력을 얻었지만 후폭풍까지 감당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위헌 가능성을 지닌 사법개혁을 진행하는 건 위험요소가 다분할뿐더러 원내대표로서 지방선거를 6개월 앞두고 중도층 민심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출신 의원은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지금 민주당은 집단 의존 증상이 있다. 지난 총선에서 이재명 당시 대표에게 충성하는 정치인만 대거 유입되다 보니 여당이 된 지금 제대로 갈피를 못 잡는 것”이라며 “2차 종합 특검 문제를 어떻게 할 것인지, 내란전담재판부를 어떻게 꾸릴 것인지, 조희대 대법원장을 어떻게 할 것인지 등에서 국민의 피로도를 높이지 않으면서도 종합적인 전략을 짤 사람이 없다”고 지적했다. 175석 버거웠나 그러면서 “내란전담재판부가 설치되면 국민의힘이 위헌을 걸 것이고, 법원에서 위헌 소지가 있다고 보는 만큼 위험성도 크다. 하지만 헌재에서 위헌 판결을 내리지 못하게 하려면 민심을 우리 편으로 끌고 와야 하는, 법률 싸움이 아닌 고도의 민심 싸움에서 이겨야 한다”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원팀’ 원내대표단?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단에 때아닌 ‘내 편 봐주기’ 논란이 일었다. 민주당 문진석 당 원내운영 수석 부대표가 인사청탁 의혹에 휩싸였지만 ‘엄중 경고’에 그치면서 팔이 안으로 굽은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앞서 지난 2일 문 수석이 본회의장에서 김남국 대통령실 디지털소통비서관에게 문자로 특정 인물을 거론하며 “내가 추천하면 강훈식 실장이 반대할 거니까 아우가 추천해줘”라고 보냈고, 이에 김 비서관이 “제가 (강)훈식이 형이랑 (김)현지 누나한테 추천할게요”라고 답한 것이 언론에 포착됐다. 인사 청탁 논란이 불거지자 문 수석은 “부적절한 처신에 송구하다”고 고개를 숙였지만 국민의힘은 ‘김현지 실세’ 프레임을 다시 띄우며 이재명정부를 압박했다. 김 원내대표의 엄중 경고로 논란을 수습하려는 분위기가 이어지자 강성 지지층은 “과감히 내쳐야 한다”며 더 강한 징계를 요구하고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