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전국노래자랑’ 새 얼굴 남희석

채워지지 않는 송해 빈자리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전국노래자랑>의 MC가 돌연 바뀌었다. 일각에는 정치적인 이유, 내부적인 문제 등의 이유가 나오고 있다. MC 교체를 보류해달라는 시청자들의 의견이 나오지만 그럴 일은 전혀 없어 보인다.

<전국노래자랑>의 MC가 1년6개월여 만에 교체됐다. 코미디언 남희석이 새로운 MC로 발탁됐다. 종편 최장수 프로그램의 MC가 지상파 최장수 프로그램 MC가 됐다. 유행어 “빠라바라바라밤~”의 주인공 개그맨 남희석의 이야기다.

남희석은 1971년 7월6일 충남 보령군서 태어났다. 그는 고등학교 시절 영화 <내사랑 동키호테>서 동키의 동생 역을 맡은 김민종의 학교 친구 역으로 10초가량 나왔다. 이후 KBS1 <자니윤 쇼>에 1989년 11월에 나와 자니 윤의 성대모사로 주목받고 1991년 제1회 <KBS 대학개그제>로 데뷔했다.

개그맨으로
살아온 길

<해피투게더>에 KBS 공채 개그맨 7기 동기들과 함께 출연했을 때 언급된 바에 의하면, 그는 개그맨 시험 전날 술을 잔뜩 먹고 왔는데도 왠지 모르게 절대 떨어질 것 같지 않은 자신감을 풍겼다고 한다.

그리고 시험 현장에 이전에 쓰던 글짓기 대회 안내 현수막이 남아있는 것을 보더니 자기 순서에 심사위원들에게 ‘글짓기 심사하시느라 수고 많으십니다’라는 애드리브를 쳐서 바로 인상을 심어주기도 했다.


최고의 전성기는 SBS의 <좋은 친구들> <남희석 이휘재의 멋진 만남>을 진행할 때로 보는 시각이 많다. 실제 당시의 두 프로그램은 예능 프로그램 시청률 1, 2위를 다퉜으며 남희석도 개그맨 인기 순위 최정상에 있었다.

다만 한창 전성기를 누릴 시기에 건강에 문제가 생겨서 TV서 사라지며 짧은 전성기를 끝내게 된다.

공백기 이후에는 외국인과 어르신 전문 프로그램 MC로 이미지를 잡아가고 있다. 특히 2011년부터 채널A 개국과 동시에 탄생한 <이제 만나러 갑니다>의 MC를 맡고 있는데, 이 프로그램이 크게 히트하면서 다시금 재기에 성공했다는 평가다.  

남희석은 오는 31일부터 후배 코미디언 김신영의 뒤를 이어 <전국노래자랑> MC를 맡을 예정이다.

남희석은 KBS의 공식 발표 이후 “누가 해도 부담이 되는 자리고 정말 어려운 자리라는 걸 알고 있다. 그동안 해온 김신영이 너무 잘 해줘서 고맙다”며 “나도 이 자리서 어르신들과 공감을 형성할 수 있는 진행을 하겠다. 제 나이에 맞게 진행하면 되지 않을까 싶다”고 소회를 밝혔다.

<전국노래자랑>은 국내 최장수 프로그램이다. 1950년대 라디오 노래자랑을 거쳐 1980년 11월9일 정규 편성됐다. 

처음엔 <KBS배 쟁탈 전국노래자랑>이라는 이름이었다. 현재와 같은 일반인들의 장기자랑 프로그램이 아니라 대학가요제와 마찬가지로 가수 또는 지망생들이 노래 실력을 겨루는 오디션 형식의 프로그램이었다. 해당 프로그램은 1971년 10월16일 첫 방송 했으며, 1977년 4월2일까지 방영됐다.


지난 4일 KBS 전격 발표
“부담되고 어려운 자리”

이후 1980년 11월9일에 전국노래자랑으로 방영되기 시작했다. 

<전국노래자랑>은 일반인이 나와서 노래를 부르는 프로그램으로 특정 가수의 출연 여부에 따라 시청률이 오락가락하지 않으며 시청층도 50~70대가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어 고정적인 시청률도 나오는 편이다. 

게다가 젊은 세대들에게도 인기가 없다고 보기는 힘들다. 젊은 층의 참가자들도 많이 등장하는 데다가 프로그램 특성상 관심을 끄는 참가자가 많기 때문이다. 1980~1990년대에는 참가자 대부분이 20~30대였을 뿐만 아니라 20~30대 시청자들도 많았다. 

<전국노래자랑>은 전국 각 지방을 돌면서 주민이 참여하는 순회공연 형식이며, 공개 녹화 방식으로 녹화되고, 특정 시, 군, 자치구, 즉 기초자치단체 단위로 녹화를 한다.

예선을 거치고 선발된 지역주민들이 노래나 장기자랑을 선보이는 방식이며, 물론 초대 가수도 등장하고, 해당 지방자치단체장도 등장하여(구청장이나 시장, 군수를 비롯한 정치인들) 지역 소개도 하고 일부 지자체장들은 본인의 애창곡을 무대서 부르고 내려가기도 한다.

출연자들이 녹화 지역의 특산품이나 유명 음식을 가져와서 MC와 노래자랑 악단에게 권하는 장면은 <전국노래자랑>의 한 묘미로 꼽히기도 한다.

초대 MC 이한필을 시작으로 MC 이상용, 아나운서 고광수, 최선규 등이 거쳐갔다. 송해는 1988년 5월부터 2022년 6월까지 34년간 진행했다. 송해가 진행할 당시 <전국노래자랑>은 ‘신흥종교 송해교’가 아니냐는 우스갯소리도 나왔다. 그만큼 시청자들의 충성도가 높았다는 이야기다.

송해는 나이를 불문하고 오빠라 불렸다. 아이들과 여중고생들조차도 오빠라고 불렀으며 심지어 송해와 나이가 같거나 나이가 더 많은 여성 참가자 일부도 오빠라고 불렀다. 원조 국민 오빠인 셈이다.

송해는 생전 죽을 때까지 <전국노래자랑>을 진행한다고 선언했다. 하지만 2022년 고령의 나이와 코로나19 확진 후 체력 저하, 병원서 입원 치료를 받을 만큼 건강이 안 좋아져 제작진에 하차 의사를 전했다.

지난 2022년 6월8일 송해가 자택서 사망하면서 <전국노래자랑>과의 동행은 마무리됐다. 공식적인 후임 MC는 미정이었으나 2022년 7월10일부터 정규방송이 재개된 후로는 임시 MC였던 임수민 아나운서와 이호섭 작곡가가 후임이 정해질 때까지 임시로 진행을 맡았다.

최장수
프로그램


이후 2022년 10월16일부터는 김신영이 단독으로 MC를 맡았다. 

김신영 첫 방송은 전임 MC 송해의 뒤를 잇는 의미로 실향민이던 송해의 아내의 고향이자 본인도 제2의 고향으로 여기며 살아온 대구광역시 달서구 편으로 선정됐다.

첫 녹화 당시 어마어마한 인파가 방문했으며 젊은 층들의 방문이 눈에 띄었다. 이른바 김신영 효과라고 불렸다.
첫 방송 이후 임시 MC였던 이호섭, 임수민 아나운서 대의 6~8% 시청률을 극복하고 다시 송해 시대의 10%대에 근접한 9.2%의 시청률을 내기도 했다.

다만 지난해에 들어서 평균적으로 6% 대의 시청률을 뽑으며 초라한 성적을 내 <전국노래자랑> 위기설도 나왔다. 시청자들은 “어리고 어색한 MC” “아직은 경험이 부족하다”며 부정적인 시선을 보내기도 했다.

이 같은 이유인지 KBS는 지난 4일 “<전국노래자랑>의 새 진행자로 남희석이 확정됐음을 알린다”며 “고 송해에 이어 젊은 에너지로 이끌어주셨던 김신영에게 감사드리며 새로운 진행자 남희석에게 응원 부탁드린다”고 했다. 남희석의 첫 방송은 오는 31일로 예정됐다.

하지만 MC 교체 이유나 김신영의 일방적 하차 통보 주장과 관련해선 언급하지 않았다.


김신영 소속사 씨제스스튜디오는 “9일 인천 서구편 녹화를 끝으로 하차 통보를 받았다”면서 “제작진 역시 지난주 MC 교체 통보를 받고 당황하며 연락했다. 김신영은 2년여간 전국을 누비며 달려 온 제작진과 힘차게 마지막 녹화에 임할 것”이라고 일방적으로 하차 통보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김신영의 하차 발표 이후 일각에선 정치적 배경에 대한 의혹도 나온다. 

남희석이 여권 핵심 인사들과의 친분을 보여왔기 때문이다. 남희석은 지난해 12월 충남 보령시서 ‘보령을 바꾸는 시민들의 목소리’라는 강연을 열었다. 이 자리에는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소울메이트’라고 지칭한 장동혁 의원의 부인이 출연했다. 

남희석은 또 지난 1월 윤석열 대통령의 측근인 박성민 의원의 신년 인사회에 참석하기도 했다.

‘김신영이 문재인 전 대통령 시계를 자랑해서 잘렸다’는 주장도 나왔다. 이를 두고 전여옥 전 새누리당(전 국민의힘) 의원은 “김신영씨는 정치 성향을 드러낸 적이 없다. ‘문재인 시계’는 이번에 좌파 커뮤니티에 올라온 것을 보고 알았다”고 주장했다.

이어 “연예계와 정치판은 사람들의 인기를 먹고 사는 점에서 비슷한데, 연예계가 정치판보다 더 냉정하다”면서 “저도 방송국서 일해 보기도 했고 프리랜서도 하면서 전날 교체 통보받은 적도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새로운 MC로 발탁된 남희석이 보수 성향이라 뽑혔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서도 “남희석과 방송해 봐서 아는데 그는 정치적 발언조차 안 하는 얄미울 정도로 ‘중간’”이라며 “<전국노래자랑> MC 교체를 정치와 연관 짓지 말라”고 반박했다.

1년6개월
MC 변경

남희석 측 관계자는 “남희석은 국민의힘뿐 아니라 더불어민주당 인사들과도 많은 친분이 있다”며 “이번 MC 교체에 정치적 고려는 전혀 없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방송계에서는 KBS 경영진의 입김이 들어갔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우선 예전만 못한 <전국노래자랑>의 시청률이 김신영의 하차 이유로 꼽힌다.

여러 방송 관계자의 말을 종합하면, KBS는 <전국노래자랑>의 주 시청층인 노년 시청자를 다시 불러 모아 시청률을 끌어올리기 위해 김신영 교체를 선택했다는 것이다.

김신영 투입 후 10~30대 시청자의 관심은 높아졌지만 반대로 60대 이상 시청자의 호응은 전보다 줄었기 때문이다. 송해가 진행을 맡았을 때 10%대를 유지했던 시청률은 최근 하락세였다. 지난해 10월 시청률은 3~4%까지 떨어졌고 그 이후에도 4~5%대에 머물렀다.

또 다른 이유로는 KBS 전사적인 차원서 이뤄지고 있는 예산 감축, 예능 개편의 영향권서 <전국노래자랑>도 벗어나지 못했다는 것이다.

앞서 KBS 이사회는 총 1101억원의 인건비를 삭감하는 올해 종합예산안을 확정했다. 이로 인해 박민 사장은 전사적인 차원서 인원과 제작비를 축소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달 28일에는 특별명예퇴직 신청자와 희망퇴직 신청자 등 87명을 면직하는 인사발령을 냈다.

박 사장은 전사적인 프로그램 개편도 진행 중이다. 박 사장은 취임과 동시에 <더 라이브> <주진우 라이브>를 폐지했고 <뉴스9> 등 주요 뉴스 앵커를 시청자와 인사하지 못한 채 물러나게 했다.

예능 <홍김동전> <옥탑방의 문제아들> 시사교양 <역사저널 그날> 등도 갑작스럽게 폐지하거나 편성 중단했다. 세월호 10주기를 맞아 다큐 <인사이트-바람이 되어 살아낼게(가제)>가 당초 다음 달 18일 방송을 목표로 만들어지고 있었으나 사측 반대로 제작이 무산되기도 했다.

문제는 박 사장이 해당 프로그램 편성 중단과 출연진 교체를 통보했다는 것이다.

정치적·KBS 내부 의혹 제기
반대 청원 20건 넘게 나오기도

방송법과 KBS 편성 규약 등에 따르면 누구든 임의로 프로그램 폐지·편성 변경을 하거나 제작자나 출연진을 교체할 수 없다. 실무자 의견을 존중해 합리적 절차·방식에 따라 의사결정을 내려야 한다. 그러나 박 사장은 이 같은 절차를 계속해서 무시하고 있는 셈이다.

이에 KBS 내부에서는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또 시청자들도 KBS의 일방적인 통보에 대한 반발하고 있다.

지난 5일 기준 KBS 시청자 청원 게시판에는 김신영 하차에 반발하는 청원이 약 20여건 올라왔다. 

그중 “<전국노래자랑> 진행자 그대로 유지시켜 달라”와 “<전국노래자랑> 진행자 김신영 화이팅”이라는 제목으로 올라온 시청자 청원 두 건은 각각 1000명의 동의를 얻었다. KBS는 1000명 이상이 해당 청원에 동의할 경우 직접 답변해야 한다.

“<전국노래자랑> 진행자 김신영 화이팅”이라는 청원을 올린 임모씨는 글에서 “<전국노래자랑> 진행자 김신영의 진행 덕분에 그 시간은 많이 웃을 수 있었다”며 “바뀐 김신영 진행자가 <전국노래자랑>을 더 활기차고 웃음 가득하게 만들고 있었는데 갑자기 교체해야 할 이유가 어디 있냐. KBS가 국민의 방송이라면서 이렇게 진행자를 막무가내로 바꿀 수 있냐”고 물었다.

이외에도 “김신영 하차 반대” “KBS는 공영방송이다. <전국노래자랑>은 시민들의 방송이다. 제발 지켜주시라”며 김신영의 하차를 반대하는 내용의 청원 글도 다수 눈에 띄었다.

하차 사실이 알려진 뒤 KBS <전국노래자랑> 시청자 소감 게시판에도 수십개의 항의 글이 쏟아졌다. 그중에서도 특히 일방적인 하차 통보를 지적하는 글들이 많았다.

“막무가내식 MC 교체 반대합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쓴 문모씨는 청원서 “이 글 쓰려고 회원 가입했다”며 “어떤 이유도 없이 절차 없이 막무가내로 MC 교체는 안 된다. 국민을 위한 방송이라면 막무가내식 MC 교체는 아니라고 본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청원 글을 올린 작성자는 “최소한의 절차를 지키고 후보자를 검토해야 하지 않냐”며 “한 명의 시청자도 소중히 대하는 김신영 MC를 응원한다”고 했다.

하지만 <홍김동전> 등의 프로그램이 폐지될 때에도 올라온 글에도 KBS는 아무런 반응을 하지 않아 이번에도 무대응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시청률 때문?
교체 내막은…

일각에선 김신영이 여자 MC라서 교체됐다는 의견도 나온다. 한 매체는 김신영 측이 MC 교체를 듣는 과정서 ‘젊은 여자 MC는 (프로그램 특성에)맞지 않는다는 KBS 내부 의견을 들었다’고 보도했다. KBS 측은 “KBS 내부서 이런 여성 차별적 의견은 나온 적이 없을 뿐더러 KBS서 이런 말이 통하지도 않는다”며 “경영진 차원서(교체를) 결정한 것도 아니다”라고 전했다.

한편 남희석의 <전국노래자랑> 진행도 기대된다는 의견도 있다. KBS 시청자 게시판에는 “김신영도 열심히 했지만 남희석의 입담도 기대된다”는 글도 많은 공감을 받았다.

<kcj5121@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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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떼거리 가등기’ 노량진 지주택 유령 조합원 실체

[단독] ‘떼거리 가등기’ 노량진 지주택 유령 조합원 실체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수백억원대 조합비를 횡령한 조합장이 구속되는 등 ‘지역주택조합’(이하 지주택)의 대표적인 실패 사례로 꼽힌 노량진 본동 일대가 60여명이 넘는 ‘떼거리 가등기’로 몸살을 앓고 있다. 사업 구역 내 건물에 수십명의 가등기를 설정한 이들은 “지주택 조합원으로 전 재산을 쏟았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그러나 일부 가등기권자는 지주택 분담금을 입금한 흔적조차 없었다. 지난달 초 주식회사 로쿠스는 서울 동작구 노량진 본동 일대에 주택건설사업을 추진하는 회사 자격으로 노량진 본동 지역주택조합원 재산보호연대(이하 재보연) 일부를 고소했다. 고소 취지는 ‘재보연이 허위가등기를 이용한 위계를 행사해 부동산실권리자명의등기에 관한 법률을 위반하고 고소인의 사업업무를 방해했다’는 것이었다. 협상력 높이려 현실판 알박기 현재 재보연은 법적 토지 소유권을 놓고 반발하면서 로쿠스와 갈등을 이어가고 있다. 실제로 재보연 관계자들은 2013년 7월부터 사업구역 내에 위치한 A, B, C 부동산에 가등기 및 공유지분 관계를 설정해 로쿠스의 업무를 방해하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가등기 말소가 이뤄지지 않은 건물은 철거조차 할 수 없어 노량진 본동 현장은 10년 넘게 슬럼화가 진행 중이다. 현재 로쿠스 측이 확보한 주택건설 대지면적은 95% 이상이다. 이 중 A, B, C 등은 1% 미만에 해당한다. 현재 A 빌라 502호는 기존 41명, 신규 12명 도합 53명, B 빌라 202호는 11명의 ‘떼거리 가등기’가 설정돼있다. C 건물의 경우 1명의 가등기권자가 설정된 상태다. 가등기란 본등기할 법적인 요건이 충분히 갖춰지지 못했을 때, 임시로 등기부에 올려 두는 것을 의미한다. 통상적으로 매매 예약, 대물변제에 따른 취득 등으로 매입할 것을 약속했을 때 아직 소유권을 확보하지는 못했으나 미래에 그 권리를 주장할 필요가 있는 경우에 이용한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가등기권자 중 일부는 재보연 소속으로 과거 노량진 본동 지주택 조합원이었다. 많게는 2~3억원씩 조합원 분담금을 납부한 투자자다. 그러나 일부는 조합계좌 또는 대우건설 계좌로 분담금 입금 내역조차 확인되지 않은 ‘허위 조합원’ 자격을 주장하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A 빌라 등기부상 가등기권자인 강모씨는 가등기를 설정한 이유에 대해 “왜 이런 걸 취재하나? 가등기를 설정한 이유가 있지 않겠냐”며 “전 재산을 투입했지만 대우건설이 뺏어가면서 피해를 입은 것”이라고 토로했다. 그러나 2005년부터 2010년까지 노량진 본동 지주택 조합원 분담금 입금 내역 자료에는 강씨의 이름이 존재하지 않는다. 강씨 외에 분담금 입금이 확인되지 않아 지주택 조합원이라고 볼 수 없는 가등기권자도 10여명 이상으로 드러났다. 재보연은 현재 주택개발 사업권자인 로쿠스 측에게 가등기말소를 원하면 1000억원 이상의 합의금을 내라는 입장이다. 전 재산 쏟았다더니··· ‘조합원리스트’에 없어 재보연 관계자는 <일요시사>와 통화서 “부동산 시세에 따라 가등기권자 1인당 기준 최소 9억원은 보상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로쿠스 측은 “조합원 자격도 없는 가등기권자에게 보상할 의무는 없지 않겠나”라며 “엄연히 사업을 방해하는 행위로 가등기말소 소송 중”이라고 답했다. 재보연이 사업 구역 내에 가등기를 설정한 취지가 불순하다는 의혹도 있다. 취재진이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재보연 관계자는 C 건물 가등기권자 김모씨에게 “소유권은 매도청구 대상이 되나, 가등기는 매도 청구 대상이 되지 않는다. 로쿠스가 사업을 진행하기 위해서는 가등기를 말소해야만 하기 때문에 로쿠스가 협상이 들어올 수밖에 없다”며 “로쿠스도 대출을 받아서 토지와 사업권을 매수했을 것인데, 시간이 지날수록 눈덩이처럼 이자가 불어나기 때문에 그때 가서 시가보다 높은 금액을 불러서 협상하면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소송이 아닌 협상으로 끝내야 돈을 많이 받을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가등기설정이 필요하다”며 “협상이 끝나면 가등기를 말소하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재보연 측은 허위로 매매예약서를 작성하고, 매매예약 체결을 조작하는 치밀함도 보였다. 실제로 김씨는 2018년 4월26일에 재보연 관계자를 만났으나, C 건물의 매매예약서상에는 2018년 3월28일로 소급해서 작성했다. 매매예약 날짜를 변경한 이유에 대해 김씨는 “하나자산신탁 소장을 접수한 2018년 3월30일 이전으로 매매예약을 정해야 의심을 받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하나자산신탁은 2016년 11월22일 관할관청인 동작구청장에게 주택건설사업계획승인을 신청했고, 동작구청장은 2017년 4월10일 주택건설사업계획을 승인했다. 하나자산신탁은 2018년 3월경 사업 지역 내에 97.81%에 해당하는 토지에 대한 사용권원을 확보했고, 주택법 제22조에 따라 사용권원을 확보하지 못한 대지에 대해서 매도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됐다. 허위 조합원 “왜 취재하냐” 하나자산신탁은 주택법에 따라 2018년 3월30일 C 건물 가등기권자인 김씨를 상대로 소유권이전등기소송을 제기했으며, 김씨가 소송장을 받은 것은 그해 4월9일이다. 재보연 측과 김씨는 2018년 4월26일에 만나 C 건물 1평에 대한 가등기를 설정했지만, 하나자산신탁이 소송한 3월30일보다 매매예약서를 일찍 체결한 것처럼 속인 것이다. 또 재보연 측은 김씨와 매매예약서상에 “본 예약의 증거금으로 3000만원을 입금한다”고 적었다. 이는 로쿠스와 협상용으로 매매예약서를 작성하는 것이었기에 돈을 주고받은 흔적이 필요했을 뿐이다. 실제로 2018년 4월26일 재보연은 매매예약서를 작성한 직후 김씨에게 2000만원을 송금했고, 김씨는 재보연 측의 지시에 따라 2000만원을 다시 돌려줬다. 김씨는 C 건물의 1평에 대해서만 가등기를 설정한 이유에 대해 “재보연이 내 명의로 가등기를 설정하도록 한 이유는 로쿠스의 사업을 방해해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목적”이라고 말했다. 재보연 측은 김씨와 작성한 매매예약서 제1조에 ‘1평의 매매대금을 1억원’으로 허위 기재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김씨는 “C건물 1평의 매매대금 1억원으로 기재한 이유는 재보연 측이 ‘이렇게 기재하면 로쿠스로부터 평당 1억원 이상 받을 수 있다’고 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하나자산신탁과의 매도청구 소송서 감정평가할 때에도 도움이 된다고 재보연이 말했다”고 덧붙였다. 결과적으로 김씨는 C 건물의 가등기를 설정하면서 10원 한 장도 투입하지 않았지만, 서류상 1평당 1억원의 부동산을 소유한 셈이다. 이는 엄연히 ‘부동산시장 교란 행위’라고 볼 수 있다. 가등기권자들이 사업 주체로부터 받은 보상금만큼 분양가는 상승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매매예약 가등기 방식의 소유권 획득’은 불법 부동산투기 방식으로 자주 쓰이는 수법이다. 한 예로 2013년 이성한 경찰청장은 후보자 시절 전매가 금지된 서울 마포구 성산동 시영아파트를 가등기 형태로 매입한 뒤 1년 만에 되판 것으로 드러나 불법 부동산투기 의혹에 휩싸였다. 그해 3월26일 백재현 민주통합당 의원에게 제출한 이 청장의 인사청문 자료를 보면, 이 후보자는 1987년 7월2일 권모씨로부터 시영아파트 한 채의 소유권을 ‘매매예약 가등기 형태’로 획득했다. 무주택자를 위해 분양한 시영아파트는, 주택건설촉진법 등에 따라 최초 공급일인 1986년 5월부터 2년간 전매가 금지돼있었다. 이 청장은 이 아파트를 전매 금지가 풀린 지 3개월여 만인 1988년 9월 안모씨에게 팔아넘겼다. 부동산 전문인 최광석 변호사는 “이 청장이 실제로 얼마나 시세차익을 거뒀는지는 모르겠지만 전매금지된 아파트를 사들인 뒤 1년 만에 팔아넘긴 것만으로도 부동산투기 의혹이 짙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이 청장 측은 “신혼 때 부동산 안내에 따라 (가등기로)구입했고 살아보니 주거환경이 좋지 않아 되팔았다”고 해명했다. 넣다 뺐다 조작 달인 현재 로쿠스 측은 재보연과 가등기권자를 상대로 가등기말소 소송을 걸었다. 로쿠스 측은 지난달 “수십명에게 각각 가등기말소 소송을 제기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이 경우 소장 송달부터 1심판결까지 가는 데도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며 과도한 금융비용이 발생한다”고 가등기권자들을 상대로 고소장을 제출한 이유를 밝혔다. 현재 주택법 제22조에 따라 주택건설 대지면적의 95% 이상의 사용권원을 확보한 경우, 사용권원을 확보하지 못한 대지의 모든 소유자에게 매도청구가 가능하다. 다만, 가등기말소 또는 근저당권 말소 등을 강제로 청구할 수 있는 법률 규정은 없다. 이에 따라 등기 또는 근저당권이 말소되지 않는 이상 사업을 추진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로쿠스 측은 재보연이 부동산실권리자명의등기에관한법률을 위반했다는 주장이다. 고소장에 따르면 “부동산에 관한 물권을 명의신탁약정에 따라 명의수탁자 명의로 등기해서는 안 되는데도 불구하고 (가등기권자들이)재산보호연대의 비용 9억6000만원으로 부동산 매매계약을 체결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가등기권자들이)해당 사건 사업 진행을 방해할 목적으로 사업 부지 내의 서울 동작구 본동 2필지에 허위의 가등기를 설정했다”며 “위계 또는 위력으로써 고소인 회사의 이 사건 사업업무를 방해했다”고 덧붙였다. 일각에선 재보연 일부가 지분 쪼개기를 통해 소유자를 늘려 사업주체의 업무를 방해하는 행위에 대해 “주택공급 지연과 공사 현장 방치로 인한 슬럼화를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또, 총회를 거쳐 조합원 지위를 회복한 이들은 재보연 일부의 지분 쪼개기 등으로 착공이 지연되면서 보상이 지연되는 등의 피해를 입고 있다. 앞서 노량진 본동 지주택은 2007년 본동 441일대에 368가구 규모의 아파트를 짓기 위해 토지 매입비 목적으로 총 1400억원을 모아 조합을 결성하고 대우건설을 시공사로 선정했다. 이어 대우건설의 보증으로 금융권서 자금을 빌려 사업을 진행했다. 이듬해인 2008년 조합설립인가를 받고 2010년 서울시 건축심의를 통과했지만, 서울시와 동작구가 재개발사업 기준을 강화하면서 사업이 지연되기 시작했다. 날짜도 금액도 틀린 매매예약서 평당 1억 뻥튀기···시세조작 의혹 결국 2012년 3월 PF 대출금 2700억원을 갚지 못한 조합은 파산했다. 당시 조합 측은 공사를 맡은 대우건설이 사업 승인과 착공서 늑장을 부렸기 때문에 일어난 일이라고 토로했다. 이에 대우건설은 지급보증으로 빚을 대신 갚았기에 피해자 입장이라고 주장해 왔다. 대우건설 측은 언론과 인터뷰서 “PF 대출을 갚지 못해 대위변제로 2700억원의 빚을 지불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토지 소유권을 얻는다고 해도 600억원의 손실을 감수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게다가 전 조합장 최모씨가 분담금 가운데 180억여원을 빼돌린 혐의로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결국 투자금 4100억원을 허공에 날리게 되면서 지주택 사업의 대표적인 실패 사례로 손꼽힌다. 2012년 10월12일 서울중앙지검 특수3부는 전 조합장 최씨가 이사장으로 재직 중인 서울 영등포구 소재 재단법인 사무실과 지방 거주지 등 2~3곳을 압수수색했다. 이 과정서 검찰은 최씨가 수백억원을 횡령한 단서를 잡았다. 최 전 조합장이 2011년말 구속 수감되면서 기존 지주택 조합원 중 156명은 철거, 설계업체 등 관련 업체 약 30여곳은 조합에 대한 반환금 채권+변호사비+기타 비용 명목으로 조합과 860억원(약 186건)의 금전소비대차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를 그대로 인정한다면 조합원 1인당 평균 2억5000만원을 추가 부담하게 된다. 당시 인근 래미안트윈파크 신축아파트 분양가가 7억8000여만원임을 고려하면 향후 대우건설과의 단체 협상서 유리한 지위를 확보하려는 ‘꼼수’라고 볼 수 있다. 이처럼 공증채권의 발생은 조합원 간 내분의 불씨를 제공하고, 대우건설이 보증연장을 할 수 없는 명분을 제공한 것이다. 결국, 대우건설도 2012년 3월24일 PF 연장을 포기했다. 조합 부도 이후 대우건설은 그해 4월10일까지 2700억원을 대위변제하고 처분권 취득한 사업부지는 공매하겠다고 코람코자산신탁을 통해 조합에 통지했다. 그러면서 시행사 로쿠스로 소유권 이전 등기되는 동시에 하나자산신탁으로 신탁등기(공매대금 2100억, 신탁등기비 100억)가 이뤄졌다. 수십년째 줄다리기 당시 로쿠스 측은 채권자 지위를 가진 지주택 조합원 156명에게 내용증명을 발송했다. 3차례 총회를 거쳐 156명 중 34명은 조합원 지위를 회복한 것으로 전해진다. 나머지 122명에 대해서는 제명 조치했다. 최종 388명이 현재 유효한 조합원이고, 조합 이사 A씨를 포함한 122명은 2012년 말 제명되면서 재보연을 꾸렸다. 로쿠스 측은 “재보연의 핵심 주동자들은 지분조차 없는 조합에 대한 공증채권증서 하나만 믿고, 무모한 소송으로 시간 끌기만을 반복하고 있다”며 “A, B, C 부동산 등에 대한 매도소송도 대법원 판결까지 확정됐음에도 최근 또다시 14명의 가등기권자가 본 등기를 실행했고, 본 등기자들이 또다시 가등기를 설정하면서 사업을 방해하려는 의도를 드러냈다”고 토로했다. <smk1@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재개발 슬럼화 현실 노량진 본동 주택개발사업이 수십 년째 지연되는 가운데, 철거가 진행 중인 상태의 슬럼화 가속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2010년 부산 여중생 살해 피의자 김길태의 은신처가 재개발 지역 내 빈집이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재개발 지역이 치안의 사각지대”라는 인식이 생겼다. 김길태가 당시 범행을 저지른 곳도 모두 재개발 지역 인근의 주택 옥상이었다. 경기도의 경우, 부천 소사3구역이 ‘재개발 슬럼화’의 대표적인 지역이다. 이 구역은 지난 2022년 10월부터 이주가 시작돼 7월 기준 92% 이주를 완료했으며 내년 상반기 착공할 예정이지만, 철거 전 약 1년여 동안 빈 주택으로 방치되면서 우범지대로 전락하고 있다. 실제 이 구역은 대부분 빈집으로 대문에는 ‘출입금지·철거 대상 건물’이라고 적힌 안내문이 붙어 있었지만,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출입할 수 있어 진입을 막을 수 없는 실정이었다. 일반적으로 1기 신도시와 인근 지역 등에 대한 재개발사업이 추진위 구성부터 사업이 완료될 때까지 길게는 20여년 정도 소요돼 이처럼 슬럼화를 부추긴다는 지적도 나온다. 부천시 관계자는 “철거 전까지 빈집 관리 및 우범지대 전락을 막기 위해 조합과 경찰 등 여러모로 안전을 위한 대책을 세우려고 한다”며 “조합에 미리 구역 진입을 막을 수 있는 안전담장 설치 등을 요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1기 신도시 정비 방향에 주민들의 의견이 다양하게 담겨야 한다고 강조한다. 실질적으로 주민들이 사업을 진행하는 만큼, 이들에게 실질적으로 혜택이 돌아갈 수 있는 방안 마련이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김우진 주거환경연구원장은 “개발·재건축을 진행하는 노후주거지 조합원들은 높아진 공사비에 따라 수억 원의 분담금을 부담해야 한다”며 “부동산 가격이 지속적으로 상승하는 시기가 아니라 분양 수익만으로 사업비를 감당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사업성이 떨어진다고 판단하는 사업지는 시공사가 사업을 포기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고 말했다. <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