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날의 자전거 여행 ②광양 섬진강 자전거길

매화 향 흩날리는 봄날에는, 광양 섬진강 자전거길

시인은 “매화꽃이 피면 / 다사강 강물 위에 / 시를 쓰고”(곽재구 ‘봄길’ 중), 상춘객은 매화꽃이 피면 섬진강 변에서 자전거를 타리라. 다른 꽃보다 일찍 피어 화괴(花魁), 즉 ‘꽃의 우두머리’라 불리는 매화가 지천인 섬진강 변에는 봄이 빨리 찾아든다. 꽃길과 물길 사이로 뻗은 광양 섬진강 자전거길 따라 봄으로 달려간다.

전북 임실서 전남 광양까지 이어지는 섬진강 자전거길은 국토종주 자전거길 중 자연미를 가장 잘 살린 코스다. 곳곳에 꽃이 피어 봄철 자전거 여행지로도 인기다. 봄이 시작되는 이맘때 빛을 발하는 곳은 단연 매화마을-배알도수변공원 구간이다.

매화마을

양쪽 어디서 출발해도 상관없지만, 자전거를 준비하지 못했다면 무료 대여소가 있는 매화마을서 시작하자. 매화마을 내 섬진강 테마로드 관광안내소서 신분증만 제시하면 누구나 자전거 대여가 가능하다. 매화마을서 실컷 꽃구경하고 자전거도 탈 수 있으니 일석이조.

지난 8일부터 17일까지 광양매화축제도 열리고 있다. 매화마을서 섬진강 쪽으로 내려가면 빨간 공중전화 부스 모양 무인인증센터가 보인다. 국토종주 자전거길 인증 스탬프가 비치된 장소로, 종주 인증수첩 소지자는 스탬프를 찍거나 ‘자전거행복나눔’ 모바일 앱을 통해 사이버 인증을 할 수 있다.

무인인증센터서 남쪽으로 달리자, 전망 좋은 자리에 선 정자가 눈에 띈다. 조선 선조 때 나주목사를 지낸 정설이 세웠다고 알려진 수월정이다. 송강 정철이 이곳 정취에 반해 <수월정기>를 남겼다는데, 오랜 세월이 흐른 지금도 정자서 보는 섬진강 풍경은 여전히 아름답다.


정자 주변에는 섬진강에 얽힌 두꺼비 전설을 보여주는 조형물과 안내판이 있다. 모래가 많아 다사강(多沙江)이라 불리다가, 두꺼비 섬(蟾) 자를 써 섬진강이라 불리게 된 유래를 알려준다.

섬진강 자전거길은 강과 거리를 벌렸다 좁혔다 하며 다양한 각도서 경치를 즐기게 한다. 섬진강을 사이에 두고 이웃한 경남 하동과 광양을 잇는 여러 다리도 만난다. 섬진강대교는 푸른빛이 가득한 산과 강의 풍경 속에 붉은빛이 강렬한 포인트를 살린다.

멀지 않은 곳에 빨간색 명물이 하나 더 있다. 인증 사진 하나쯤 남기고 싶은 우체통 모양 화장실이다. 외벽에 적힌 ‘바다와 하늘이 만나는 섬진강 / 마음의 편지를 보내는 곳’이라는 문구가 운치를 더한다.

봄바람, 강바람 따라 신나게 페달을 밟다 보니 어느새 섬진강 끝자락 망덕포구다. 섬진강이 바다와 만나는 망덕포구는 봄 벚굴, 가을 전어로 유명한 횟집거리인 동시에 윤동주의 흔적이 있는 곳이다. 횟집 사이로 윤동주 유고 보존 정병욱 가옥(국가등록문화재)이 자리한다. 시인의 주옥같은 작품이 세상의 빛을 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 공간이다.

섬진강 따라 달리는 자전거로드
이달 8일~17일 매화축제도 즐기기

윤동주가 생전에 시집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를 발간하려다 일제의 방해로 실패하자, 친우 정병욱이 그 원고를 망덕포구에 있는 부모님 댁에 맡겼다. 항아리 속에 몰래 보관한 원고는 광복 후 간행돼 세상에 알려졌다. 잠시 자전거에서 내려 강변 산책로를 따라 걸으며 포구와 시를 음미하자.

섬진강 자전거길의 기점이자 종점인 배알도수변공원이 망덕포구에서 가깝다. 그대로 자전거길을 따라 태인대교를 건너거나, 배알도 섬정원으로 이어지는 별헤는다리로 이동하면 된다. 화물차가 종종 다니는 태인대교 쪽보다 후자를 추천한다.


별헤는다리 끝에 감성 넘치는 배알도 섬정원이 있다. 예쁘게 정돈된 섬에는 빨간색 ‘배알도’ 조형물이 포토 존으로 인기다.

배알도 섬정원 다른 쪽에 놓인 해맞이다리를 건너면 배알도수변공원이다. 이곳에는 무인인증센터와 함께 종주 인증스티커를 발급하고 종주 인증수첩을 판매하는 유인인증센터도 있다. 별헤는다리와 해맞이다리는 보행교로, 자전거에서 내려 끌고 가야 한다.

매화마을과 배알도수변공원을 잇는 약 20㎞ 광양 섬진강 자전거길은 일부 오르막 구간이 있지만, 전반적으로 완만하다. 매화마을과 광양읍 쪽 운전면허시험장 입구에 자전거 무료 대여소가 있으니 일부 구간이라도 가볍게 즐겨볼만하다.

대여소는 이달 1일부터 11월30일까지 오전 9시~오후 6시(수·목요일, 주말 제외한 공휴일 휴무)에 운영 중이며, 대여 시 신분증을 지참해야 한다. 섬진강 자전거길이 지나는 섬진강끝들마을서도 일반 자전거와 어린이 자전거, 가족 자전거를 무료로 빌려준다. 전화(010-2605-1060) 예약 필수, 월요일은 쉰다.

자전거로 섬진강 변을 달린 뒤에는 광양 원도심으로 이동해 문화예술 탐방을 하자. 그 시작은 도시 재생 사업으로 탄생한 복합 문화 공간 인서리공원이다. 원도심의 낡고 빛바랜 곳이 제각각 새로운 쓰임새를 얻으며 골목 풍경을 바꿔 놓았다. 오래된 한옥은 아트숍과 카페, 숙소로, 버려진 양곡 창고는 갤러리로 변신해 색다른 즐거움을 선사한다.

인서리공원서 전남도립미술관까지 골목을 따라 사부작사부작 걸어본다. 옛 광양역 부지에 들어선 미술관은 유리로 된 외벽, 직선과 사선을 이용한 건축물이 눈길을 끈다. 시기별로 다양한 전시를 진행하며, 도슨트 전시 해설 프로그램을 정기적으로 운영한다. 참여형 교육 공간인 어린이아틀리에, 휴식 공간인 카페와 아트숍도 갖춰 알차다.

광양예술창고

미술관 바로 앞에 폐창고를 리모델링한 광양예술창고가 자리한다. 전남도립미술관과 함께 2021년 문을 열었으며, 미디어 A동과 소교동 B동으로 구성된다. 미디어 A동에는 영상실과 이경모아카이브, 갤러리가, 소교동 B동에는 문화쉼터와 어린이다락방, 다목적실이 있다. 흥미로운 인터랙티브 미디어 콘텐츠를 선보이는 영상실, 전시·체험 공간, 카페가 어우러진 문화쉼터는 놓치지 말아야 할 포인트다.
 

<여행 정보>
당일 여행코스
광양 섬진강 자전거길(매화마을-배알도수변공원)→인서리공원→전남도립미술관→광양예술창고

1박2일 여행 코스
-첫째 날 광양 섬진강 자전거길(매화마을-배알도수변공원)→구봉산전망대→광양와인동굴
-둘째 날 유당공원→전남도립미술관→광양예술창고→인서리공원

관련 웹 사이트 주소  
-광양시 문화관광 https://gwangyang.go.kr/tour
-자전거행복나눔 https://www.bike.go.kr
-인서리공원 https://inseori01.com
-전남도립미술관 https://artmuseum.jeonnam.go.kr
-광양예술창고 https://blog.naver.com/gycc0701

문의 전화 
-배알도수변공원 유인인증센터 061)791-9023
-광양시관광안내소 061)797-3333
-인서리공원 061)761-6701
-전남도립미술관 061)760-3242~3
-광양예술창고 061)762-0702


대중교통
-광양 매화마을
버스 서울-하동, 서울남부터미널서 하루 8회(06:40~19:30) 운행, 약 3시간50분 소요. 하동터미널 정류장서 35번·35-1번 버스 이용, 매화 정류장 하차, 매화마을 자전거 무료 대여소(섬진강 테마로드 관광안내소)까지 도보 약 7분.
*문의: 서울남부터미널 1688-0540, 시외버스통합예매시스템 https://txbus.t-money.co.kr, 광양시버스정보시스템 http://bis.gwangyang.go.kr

-배알도수변공원
버스 서울-중마(동광양), 센트럴시티터미널서 하루 8회(08:10 ~22:10) 운행, 약 4시간 소요. 중마버스터미널 정류장서 11-2번 버스 이용, 명당(태인5구) 정류장 하차, 배알도수변공원까지 도보 약 10분.
*문의: 센트럴시티터미널 02)6282-0114, 고속버스통합예매 https://www.kobus.co.kr, 광양시버스정보시스템 http://bis.gwangyang.go.kr

자가운전
-광양 매화마을 순천완주고속도로→구례화엄사톨게이트→용방교차로서 구례·지리산국립공원 방면→냉천교차로서 하동·화엄사 방면→냉천삼거리서 남해·하동 방면→섬진교회전교차로서 순천·광양 방면 3시 방향→신원교차로서 구례·다압 방면 2시 방향→섬진강매화로→광양 매화마을
-배알도수변공원 남해고속도로→진월톨게이트→진월 IC서 광양·광양제철소 방면→백운1로→태인대교 건너 우회전→배알도수변공원

숙박 정보
-연경당: 봉강면 중흥로, 061)763-2678, https://peepul.co.kr
-호텔락희 광양: 광양시 항만9로, 061)913-5000, https://hotel lackyae.com
-섬진강별빛야영장: 진월면 사평1길, 010-2605-1060

식당 정보
-청룡식당(재첩국·재첩회): 진월면 섬진강매화로, 061)772-2400
-세림식당(옛날오징어볶음): 광양시 발섬4길, 061)794-0795, https://www.instagram.com/serim_10.10
-대한식당(광양불고기): 광양읍 매일시장길, 061)763-0095

주변 볼거리
2024 광양매화축제 2024년 3월8~17일 매화마을 일원 https://gwangyang.go.kr/tour, 이순신대교, 광양역사문화관, 광양장도박물관, 백운산자연휴양림, 성불사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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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개혁안 이후⋯‘초상집’ 검찰 내부 분위기

검찰개혁안 이후⋯‘초상집’ 검찰 내부 분위기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검찰청을 폐지하고 공소청과 중대범죄수사청을 신설하는 정부 조직 개편안이 발표됐다. 개편안이 시행되는 것은 아직 1년여의 시간이 남았지만 검찰 내부에서는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검찰수사관, 지휘부와 일선 검사들은 물론 퇴직 검사들까지 나서서 검찰청 폐지에 반대 중이다. 특히 공소청장을 검찰총장으로 한다는 개혁안에 대해 위헌이라는 의견이 강하게 나오고 있다. 대선 기간부터 말이 나왔던 검찰개혁안이 발표됐다. 이재명정부가 들어서고 검찰개혁안에 대해 쉬쉬하던 검찰 내부에서는 이제야 조직을 지키려는 반발이 나오고 있다. 수사관, 검사, 퇴직 검사, 지휘부 등 모든 관계자들이 검찰 해체가 ‘위헌’이라는 목소리를 내는 등 늦게나마 조직을 지키기 위해 나섰다. “위헌” 목소리 지난 7일 고위당정협의회에서는 검찰청을 폐지하고 공소청과 중대범죄수사청을 신설하는 정부조직법 개편안에 의견을 모았다. 다만 시행 시기는 세부 방안 확정 등을 위해 1년 동안 유예하기로 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한정애 정책위원장은 “당정은 국정기획위원회에서 건의한 조직 개편안을 중심으로 사회 각계의 의견을 듣고 심도 있는 논의를 거쳐 마련한 정부 조직 개편방안을 추진했다”며 “개편 방안 중 검찰개혁을 가장 심도 있게 논의했다”고 말했다. 그는 “검찰개혁의 완성은 대통령의 핵심 공약”이라며 “그간 검찰의 견제받지 않은 권한의 남용과 공정성 훼손에 대해 지속적인 우려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당정은 검찰 수사·기소를 분리해 공소청과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을 각각 신설하며, 중수청은 행정안전부 장관 소속으로 두기로 확정했다. 한 위원장은 “검찰청을 폐지하고 공소의 제기와 유지, 영장 청구 등을 수행하기 위해 법무부 장관 소속으로 공소청을 신설하는 한편, 부패·경제 범죄 등 중대 범죄에 대한 수사를 수행하기 위해 행안부 장관 소속으로 중수청을 신설하겠다”고 설명했다. 헌법의 검찰총장 임명 조항과 관련해 ‘공소청장이 검찰총장이 되느냐’는 취재진의 물음에 그는 “그렇게 되는 것”이라고 답했다. 당정은 구체적인 검찰개혁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국무총리실 산하 범정부 검찰개혁추진단을 구성해 당정대 협의를 거쳐 이른 시일 내에 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한 위원장은 “오늘 협의 결과를 토대로 의원 입법을 통해 조속히 정부 조직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하고, 추석 이전에 개편안을 시행하기 위해 이달 말에 법안이 통과되도록 노력하기로 했다”며 “정부 조직 개편에 특별히 야당의 적극적인 협조를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지난 7일 정부 조직 개편안 발표 “잘못 인정하지만 폐지는 절대…” 민주당 정청래 대표도 지난 9일 야권에 ‘3대 개혁(검찰·사법·언론)’에 동참해줄 것을 촉구했다. 정 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검찰, 사법, 언론은 견제받지 않는 권력으로 무소불위의 권력을 누려온 곳”이라면서 “3대 개혁은 비정상적인 것을 제자리로 돌려놓고, 시대에 맞게 고치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 대표는 “절대 독점은 절대 부패한다”며 “절대 독점을 해소함으로써 권력기관은 스스로 절대 부패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개혁은 타이밍”이라며 “추석 귀향길 뉴스에 ‘검찰청은 폐지됐다, 검찰청은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는 기쁜 소식을 들려드리겠다”고 강조했다. 검찰 해체되는 검찰개혁안이 발표되자, 검찰 구성원은 이제야 뭉쳐 반발하는 분위기다. 노만석 검찰총장 직무대행(대검찰청 차장검사)이 ‘검찰청 폐지’를 토대로 한 정부 조직법 개편안을 두고 “검찰이 개명당할 위기에 놓였다”면서도 “이 모든 것은 우리 검찰의 잘못에서 기인한 것”이라고 밝혔다. 노 대행은 지난 8일 오전 출근길에 취재진을 만나 전날 정부여당이 내놓은 정부 조직 개편안과 관련해 “헌법에 명시돼있는 검찰이 법률에 의해 개명당할 위기에 놓였다”면서도 “하지만 이 모든 것은 우리 검찰의 잘못에 기인한 것이기 때문에, 저희들이 그 점에 대해선 깊이 반성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향후에 검찰개혁 방향에 대해서 세부적인 방향이 진행될 것인데, 그 세부적인 방향은 국민들 입장에서 설계됐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언급했다. ‘반성’을 앞세우면서도 ‘강제 개명’ ‘국민 입장’ 등 뼈 있는 표현을 동원한 것으로 보인다. 그는 “앞으로 진행되는 과정에서 저희 검찰도 입장을 내도록 하겠다”고 검찰 존치를 위해 노력하겠다는 뜻을 전했다. 검찰 수사관들은 전국 검찰 수사관회의를 열어 달라고 대검찰청에 요청하고 있다. 이대로 사라지나 수사관 A씨는 검찰 내부망 ‘이프로스’에 “현재 검찰 조직을 둘러싼 상황이 우리 가족에게, 내 친구들에게, 내 친척들에게, 내 이웃사촌들에게 어떤 영향을 끼치게 될지 정말 우려스럽다”는 심경을 밝혔다. 자신을 8년 차 수사관이라고 소개한 그는 “저희는 노조(노동조합)도 없고 직장협의회도 없다”며 “검찰이 해체되면 도대체 1년 뒤 어디로 가야 하는지도 모른 채 일을 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이어 “저는 수사가 하고 싶어 수사관이 됐는데, 앞으로 수사할 수도 없이 제가 8년간 소중히 여겨온 검찰 수사관이라는 직업을 빼앗겨야 한다”고 토로했다. A씨는 “대검 운영지원과에 조속히 전국수사관회의를 열어줄 것을 요구한다”며 “저희 검찰 수사관들을 위한 논의를, 검찰 조직의 방향을 위한 논의를, 형사법체계에 대한 논의를 반드시 검찰 구성원들끼리 나눠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문재인정부 때 더불어민주당이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입법을 강행하자 서울고검·대구지검 등 소속 검찰 수사관 수백명이 2022년 4월 검찰수사관회의를 열고 우려 입장을 밝혔다. 김건희 특검에 파견된 일부 검사들은 ‘원대 복귀’ 희망 의사를 특검 지휘부에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일명 건진법사 게이트와 통일교 수사팀장을 맡은 부장검사 2명이 팀원들의 의견을 취합해 특검보에게 “전원 복귀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한다. 다만 특검 관계자는 이날 브리핑에서 관련 보도에 대해 “정식으로 해당 내용을 확인한 바 없다”며 “내심의 의사는 모르지만 아직 전달받은 내용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퇴직 검사들도 검찰청 폐지를 철회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퇴직 검사 및 검찰공무원 모임인 검찰동우회는 성명서를 내고 “정부와 여당은 검찰청을 폐지하겠다는 정부 조직법 개정안을 즉각 철회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다시 살릴 방법은? 이들은 “검찰의 신뢰가 바닥에 떨어져 해체 위기까지 맞이하게 된 데 대해 국민 앞에 먼저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면서 “검찰이 권력의 시녀라는 비판을 받는 것을 넘어 개혁 대상이 된 현실은 검찰 구성원의 과오에서 비롯됐음을 통감하며 국민 질책을 달게 받겠다”고 말했다. 이어 “검찰 권한을 조정하고 조직을 개편하려는 입법부의 결단을 존중하며 국민을 위한 검찰개혁에 동참할 것”이라면서도 “개혁은 헌법 테두리 안에서 이뤄져야 함을 말씀드리지 않을 수 없다. 성급한 개혁은 위헌 논란을 야기해 개혁의 동력을 상실하게 할 위험이 크다”고 경계했다. 그러면서 “1948년 제헌 헌법은 수많은 직위 중 유독 검찰총장을 국무회의 심의 사항으로 명시했고 이 원칙은 70년 넘는 헌정사 동안 굳건히 지켜져 왔다. 검찰청과 그 책임자인 검찰총장이 단순한 행정 조직이 아닌 헌법적 차원에서 독립성과 중립성을 보장받는 헌법적 기관임을 명백히 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또 “헌법이 인정한 기관의 명칭을 법률로 변경하는 것은 헌법정신을 거스르는 일이며 법체계의 위계 질서를 무너뜨리는 행위”라며 “법률로 헌법상의 법원을 재판소로 바꾸거나 국무총리를 부통령으로 바꾸는 것과 다르지 않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국민이 원하는 진정한 개혁은 위헌적 논란을 감수하며 명칭을 바꾸는 방식이 아니어도 충분히 가능하다. 개혁의 핵심은 명칭이 아닌, 검찰이 국민을 위해 어떻게 기능할 것인가에 있어야 한다”며 “개혁의 과정에서 헌법적 가치가 훼손되는 일이 없도록 국가의 백년대계를 위한 올바른 길을 찾아주길 호소한다”고 덧붙였다. 검찰청 폐지 위헌 주장은 헌법 89조16호에서 비롯됐다. 차진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지난 4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검찰개혁 공청회’에 진술인으로 참석해 “‘공소청장’을 헌법 제89조 제16호의 ‘검찰총장’으로 본다”는 공소청 법안 규정을 두고, “헌법상의 기관을 헌법 하위의 법률로써 바꾸는 것은 위헌”이라고 주장했다. 헌법 89조 16항 발목 잡나 “규정 넣으면 실질 갖출 수도” 그는 “헌법에서 예정하고 있는 검찰총장은 검찰청이라고 하는 조직의 수장이고 검찰청은 수사와 기소권을 모두 갖고 있는 조직을 말하는 것인데, 이런 조직의 명칭만 바꾸는 것도 위헌이고 명칭을 그대로 두고 내용을 바꾸는 것도 위헌”이라고 밝혔다. 헌법 제89조 제16호는 국무회의 심의를 거쳐야 할 사항 가운데 하나로 ‘검찰총장·합동참모의장·각군 참모총장·국립대학교총장·대사 기타 법률이 정한 공무원과 국영기업체 관리자의 임명’을 규정하고 있다. 앞서 노태우정부에서도 합동참모본부를 국방참모본부로, 합동참모의장을 국방참모의장으로 각각 변경하는 내용의 국군조직법 개정안을 발의했다가 같은 헌법 89조에 따른 위헌 지적이 나오자 명칭 변경을 포기한 선례도 있다. 2010년에도 군 지휘구조 개편을 통해 합동참모본부를 합동군사령부로, 합동참모의장을 합동군사령관으로 변경하는 방안을 검토했으나 위헌 가능성이 있어 개정안을 발의하지 못했다고 한다. 더 나아가 검찰청 폐지 역시 검찰총장을 명시한 헌법을 위반한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헌법상 검찰총장은 검찰청이란 조직의 존재를 전제로 한 것인데 이를 없애거나 두지 않는 건 ‘위헌적 입법 부작위’라는 취지다. 공소청 설치법에서 공소청장을 ‘헌법상 검찰총장으로 간주한다’는 취지의 규정을 두는 것은 하위 법률로 헌법에서 정한 사항을 무력화하는 것이나 다름없다는 논리로 연결된다. 검찰청 폐지가 위헌이라는 지적이 검찰동인회뿐만 아니라 법조계와 학계에서도 나오자 당정은 ‘검찰청이 헌법기관이 아니라 폐지하면 위헌이라는 주장은 거짓’이라고 반박했다. 민주당 추미애 의원은 “검찰총장을 헌법상 기관으로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민주당 김용민 의원도 “검사는 개개인 독립된 행정관청이고, 검찰총장은 그 집합체의 장일 뿐 조직법상 직위가 만들어질 필요가 있는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총장 명시 헌법 위반? 헌법상 검찰총장이 명시돼있더라도 공석으로 임명하지 않은 채 충분히 신설 공소청장을 임명할 수 있다는 반론도 제기된다. 임지봉 서강대 로스쿨 교수는 “공소청장을 임명하면 검찰총장은 헌법 조문상에서만 존재하게 두고 법적 지위는 없어진 게 되는 것”이라며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헌법 92조), 국가원로자문회의(헌법 90조) 등 헌법상 사문화된 기관들이 많다”고 설명했다. 공소청 법안이 준비되면 공소청장 임명에 관한 규정에 ‘헌법 89조 16조의 검찰총장 임명 방식을 준용한다’는 규정을 넣으면 실질도 갖출 수 있다고 봤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법)법 역시 법적 미비점은 ‘형사소송법을 준용한다’ 등으로 명시해 근거를 마련했다는 게 근거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