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중 대응?’ 온라인 살인 예고 후일담

“걸리기만 해봐” 으름장 놓더니 솜방망이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12시간 동안 모든 범죄가 허용되는 설정의 영화 <더 퍼지>. 지난해 대한민국은 마치 <더 퍼지> 같았다. 연속된 ‘묻지마 범죄’와 난무한 ‘온라인 살인 예고’로 불안감에 하루하루를 살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정부가 엄정 대응한다고 밝혔지만 정작 제대로 된 처벌은 이뤄지지 않았다. 개정 법안도 아직 국회에 계류 중이다. 사건이 발생하고 시간이 지난 만큼 새로운 대응 방안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신림동 흉기 난동 살인사건과 서현역 흉기 난동 살인사건이 트리거가 돼 폭주했던 온라인 살인 예고 글에 대한 처벌이 미미하다. 검찰이 법정 최고형이 나올 수 있게 하겠다는 방침을 세운 것과 달리 법원은 가벼운 형량을 선고하고 있다. 

검찰에 따르면 지난해 8월부터 12월까지 5개월간 검찰에 송치된 189명의 온라인 살인 예고 글 게시자 중 32명이 구속 기소됐다. 

대부분
무죄·집유

하지만 이들 중 실형을 선고받은 사람은 단 5명에 불과하다. 이들을 제외하면 모두 무죄나 징역형 집행유예에 그쳤다. 당초 서현역 흉기 살인사건 이후 불특정 다수를 위협하는 게시글이 각종 온라인서 쏟아지자 경찰과 검찰은 엄정 대응을 시사했다. 

윤희근 경찰청장은 당시 “법이 허용하는 최대한 엄중 처벌할 것이며 해당 장소에 경찰특공대를 배치해 신속히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이원석 검찰총장은 두 차례 중대강력범죄 엄정대응 긴급회의를 열고 ▲강력범죄 전담부서 및 전담 검사 중심의 대응체계 정비 ▲사건 발생 초기부터 경찰과 긴밀히 협력해 피해 확산 방지 및 신병‧증거 확보 철저 ▲증거관계를 면밀히 살펴, 처벌 규정 적극 적용 ▲원칙적 정식 재판 회부 및 소년범이라도 기소유예 지양을 지시했다.

검찰은 해당 지시에 따라 실제 살인과 관련된 구체적 내용이 있고, 물리적 실행행위도 있는 경우에는 살인 예비, 경찰관 등이 동원돼 일반 치안활동에 지장을 초래했다면 위계공무집행방해, 생명·신체 등을 위협하는 내용이라면 협박, 반복적으로 공포감이나 불안감을 유발하는 내용이라면 정보통신망법 위반 등 가능한 법령과 처벌 규정을 적극 적용해 피의자들을 기소했다.

적용된 각각의 범죄의 법정 최고형은 살인 예비 징역 10년, 위계공무집행방해 징역 5년 또는 벌금 1000만원, 업무방해 징역 5년 또는 벌금 1500만원, 협박 징역 3년 또는 벌금 500만원이다. 

법무부에서는 경찰 등 관련 기관과 협의해 살인 예고 글 게시자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방침이다. 실제로 공항 테러·살인 예고 사건과 프로배구 선수단 칼부림 예고 사건의 범인들은 법무부로부터 각각 3200만원과 1200만원 규모의 손해배상소송을 제기당했다.

경찰청도 지난해 경찰 공권력이 낭비된 점에 대해 법무부 등 관계 부처와 협력해 손해배상을 추진한다고 밝힌 바 있다.

당시 경찰청 관계자는 “법무부 등 관계 부처와 협력해 살인 예고 글 게시자에 대한 엄정한 형사처벌과 함께 공권력 낭비로 인해 초래된 국가적 손해 등 상당액의 민사상 손해배상소송을 적극 추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어 “연이은 온라인 살인 예고 글 게시로 국민 일상에 미치는 피해는 물론 대규모 경찰력 동원 등으로 인한 행정력 낭비가 극심한 실정” 라며 “개별 사안마다 다를 수 있으나 실제 손해 산정액이 얼마나 소요되는지 등 소송과 관련한 부분에 대해 검토가 이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189명 검찰 송치…32명 구속
처벌 규정 없어 가벼운 형량

검찰이 해당 범죄를 적용해 구형했지만 실형을 선고받은 사례는 5번에 불과하다. 가장 형량이 높게 나온 사례는 공항 폭탄테러 예고다. 지난해 8월 인터넷 커뮤니티에 제주·김해·대구·인천·김포공항 5곳을 대상으로 폭탄테러와 함께 살인하겠다고 글을 게시한 A씨는 1심에서 징역 1년6개월을, 2심서 2년6개월을 선고받았다.

A씨는 지난해 8월 6일 오후 9시7분부터 이튿날 0시42분까지 약 3시간35분간 6차례에 걸쳐 국내 한 온라인 커뮤니티 게시판에 제주·김해·대구·인천·김포국제공항 등 5개 공항에 대한 폭탄테러와 살인 예고를 담은 글을 올린 혐의를 받는다.

A씨는 첫 게시글서 ‘내일 2시에 제주공항 폭탄테러 하러 간다. 이미 제주공항에 폭탄을 설치했고, 공항서 나오는 사람들을 흉기로 찌르겠다’고 주장했다.

조사 결과 A씨는 컴퓨터 관련 전공자로, 경찰 추적을 피하기 위해 해외 IP로 우회 접속해 게시물을 남겼으며 범행 후에는 컴퓨터와 휴대전화를 초기화하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범행을 강력히 부인했던 A씨는 객관적 증거를 제시하자 “경찰이 잡을 수 있는지 시험하고 싶었다. 좀 더 많은 관심을 받아야 경찰이 추적을 시작할 것 같아 여러 협박 글을 작성했다”고 진술하기도 했다.

A씨의 글이 게시된 후 당시 해당 공항에는 80여명의 인력이 투입됐고 장갑차와 순찰차, 폭발물 탐지 차량, 소방차, 구급차까지 일제히 배치되는 등 비상이 걸렸다.

제주지방법원 형사1단독 오지애 판사는 지난해 11월23일 “피고인은 비상식적인 범행동기를 갖고 범행을 저지른 데다 이 범행으로 인해 막대한 공권력이 낭비됐다. 또 범행 후 정황도 좋지 않다”며 “다만 실제 테러를 실행하지 않고 범죄 전력이 없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검찰은 “피고인은 반복적으로 다중의 안전을 위협하며 커다란 사회적 불안을 야기했다. 특히 이 사건 범행으로 국내 5개 공항에 경찰 등 대거 인력 투입으로 공권력이 낭비돼 그 죄질이 매우 불량하다”며 항소했고, 2심 재판부는 형량을 늘려 징역 2년6개월을 선고했다.

두 번째로 높은 형량을 선고받은 사례는 프로배구단 살인 예고다. 지난해 8월 스포츠 중계 앱을 통해 ‘프로배구 선수단 숙소서 칼부림하겠다’는 내용을 적은 B씨는 징역 1년6개월을 선고받았다.

B씨는 지난해 8월6일 “구미서 컵대회를 치르고 있는 프로배구 선수단 숙소서 칼부림합니다”라는 취지의 글을 올린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B씨는 경찰 조사 당시 “스포츠 베팅 사이트서 프로배구팀에 현금 5만원 상당의 포인트를 걸었으나 해당 팀이 경기서 지자 홧김에 글을 올렸다”고 진술했다.

큰소리 
치더니…


B씨의 글로 경찰은 18시간 동안 인력 230여명을 동원해 배구단 숙소 인근 지역 순찰 및 숙소 안전 점검에 나서는 등 치안 인력을 낭비했다. 배구단 역시 선수단 훈련 등 계획한 일정을 정상적으로 진행하지 못했다.

흉기 난동 관련 뉴스 동영상에 놀이동산서 일가족 대상으로 칼부림하겠다는 댓글을 여러 차례 작성한 C씨에게는 징역 6개월이 선고됐다. C씨의 글이 SNS에 올라온 당시 경찰관 수십 명이 현장에 출동해 대대적인 순찰과 수색을 벌이는 등 소동이 벌어졌다.

이외에도 서울숲역에서 기획사 임직원 9명을 살해하겠다는 내용의 게시물을 작성한 D씨와 모바일 야구 게임 회사에 찾아가서 칼부림하겠다는 내용의 게시물을 작성한 E씨는 징역형 1년을 판결받았다.

이들의 공통점은 여러 차례 살인 예고를 하거나 최소 수십명의 경찰력이 동원됐다는 점이다. 

검찰은 해당 5개의 사건은 물론 나머지 온라인 살인 예고 사건 재판 과정서도 모방 범죄 확산의 위험성, 심각한 사회 불안 초래, 공권력 낭비 상황 등 부정적 양형사유를 적극 주장하며 법정 최고형을 구형했다. 하지만 법원이 비교적 가벼운 형량을 선고하는 판결이 이어지고 있다.

최근 재판에 넘겨진 이들은 모두 벌금형과 집행유예형을 선고받았다. 지난해 7월 ‘신림역 흉기 난동’ 사건 이틀 후 인터넷에 “대림역서 특정 지역 출신 사람을 살해하겠다”는 글을 올려 재판에 넘겨진 F씨도 이날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당시 F씨의 글로 인해 당일 현장에는 경찰관 9명이 출동했고, 인근 시민들은 불안에 떨어야 했다.

재판부는 “F씨가 글을 올린 날은 조선(신림동 살인사건 범인)이 신림역서 흉기를 휘둘러 무고한 시민을 살해한 지 이틀 뒤”라며 “성인으로서 자신의 글 내용과 파급력에 대해 더 진지하게 생각했어야 한다”고 질책하면서도 징역형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지난해 11월8일에는 “신림역서 한녀(한국 여성) 20명을 죽이겠다”는 내용의 글을 작성한 G씨가 서울중앙지법서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같은 해 10월 26일에는 “인천 부평 로데오 거리서 여성만 10명 살해하겠다”는 글을 올린 40대 남성이 인천지법서 징역 2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같은 시기 용산역서 흉기 난동을 예고하는 온라인 방송을 진행한 20대에는 검찰이 징역 3년을 구형했으나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이 선고됐다.

적극적으로 
항소해도…

검찰은 이 같은 법원의 판결에 적극적으로 항소하고 있지만, 법조계에서는 항소에도 실형이 나올 확률은 희박하다고 보고 있다. 온라인 살인 예고라는 특이 상황에 관한 명확한 처벌 규정이 없으며 법원이 혐의가 적용되지 않다고 볼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법무법인 호암의 신민영 변호사는 “현행법상 살인 예고 글 사건에 적용되고 있는 법 조항으로는 처벌이 쉽지 않다”며 “협박만 해도 대상자가 특정이 안 되는 문제가 있고, 공무집행방해의 경우도 119에 전화한 것이 아닌 단순 장난 글을 올린 거라 애매하다”고 내다봤다.

이창현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항소 기각으로 집행유예가 확정될 확률이 99%”라며 “국민들이 겁을 먹고 잠재적 피해자들도 많기 때문에 6개월형 정도가 적당하다고 보이지만 법원의 전반적인 선고 분위기를 봤을 때 실형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검찰 출신 안영림 변호사는 “공중협박죄 처벌 규정이 없어 장난인지, 실제 가해 의사가 있었는지 여부에 대한 증거 유무에 따라 처벌 여부가 갈릴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수사기관과 법원의 판결이 갈리면서 온라인 살인 예고를 처벌할 수 있는 규정의 필요성이 다시 대두되고 있다.

앞서 검찰서도 법원의 판결과 구형이 계속해서 갈리자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무차별적으로 살인 등 범죄를 예고하는 행위는 현행법상 살인 예비, 위계공무집행방해, 협박, 정보통신망법위반 등의 적용을 검토할 수 있으나, 구체적 사안에서는 현행법만으로 처벌이 어려운 경우가 존재한다”고 인정했다.

대검찰청은 현행법의 한계 때문에 처벌 공백이 발생하면 안 된다며 이를 위해 공중협박행위에 대한 일반적 처벌 규정을 신설하는 내용의 형법 개정안을 법무부에 건의했다.

‘장난삼아’ 정상 참작?
단 5명만 실형 선고받아

국민의힘 박대출 의원도 지난해 공중협박법을 발의했다. 박 의원은 지난해 8월 묻지마 흉악범죄에 입법적으로 대응하는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과 ‘형법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박 의원이 대표 발의한 위 개정안은 묻지마 흉악범죄 대책 마련 당정협의회서 논의됐던 ▲범죄자 처벌 강화 ▲범죄 발생 억제 ▲피해자 보호 등의 3가지 방안 중 범죄자 처벌 강화 차원서의 1차적인 후속 입법 성격이나, 사안의 시급성을 감안해 의원 입법으로 추진한 것이다.

해당 개정안에는 형법 제118 조의 2를 신설해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사람의 생명이나 신체에 위해를 가할 것을 위협하거나 이를 가장해 공중을 협박하는 경우 처벌할 수 있도록 ‘공중협박죄’ 규정을 마련했다.

또 정당한 이유 없이 범죄 우려가 있는 흉기나 위험한 물건을 소지한 경우, 현행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만원 이하 벌금’서 벌금형 부분을 3000만원으로 상향하고, 범행 장소가 대중교통이나 공연장 등 공중이 밀집하는 장소일 경우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처벌 규정을 강화했다.

하지만 해당 개정안은 아직 국회에 계류 중이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지난해 12월7일이 돼서야 전체회의를 열고 공중협박죄를 신설하는 내용의 ‘형법 개정’과 공공장소 등에서 흉기 노출 및 휴대행위 등에 대한 일반적 처벌 규정을 마련한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 등에 대한 토론 등을 거쳐 법안심사제1소위원회로 회부했다.

박 의원이 발의한 해당 법안 외에도 국민의힘 김영식·김용판·홍석준 의원이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온라인 공간서 흉악범죄를 예고할 경우 징역 또는 벌금에 처할 수 있게 하는 등 처벌 규정을 명시하며 각각 대표 발의하기도 했다.

하지만 상임위서 단 한 차례도 다뤄지지 않았으며 결국 총선이 다음 달에 예정돼있어 제21대 국회에서는 자동 폐기됐다.

이에 일각에서는 신림동 살인사건이 발생하고 온라인 살인 예고가 난무하면서 국민들의 불안감은 높아만 갔는데 여‧야는 급한 민생 관련된 법안을 처리도 하지 않은 채 정쟁만 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왔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피습당했을 때에도 정치권 인사를 겨냥한 살인 예고도 4건이나 있었다. 하지만 총선 전에 개정될 가능성이 적이 해당 글 게시자들도 결국 무죄나 집행유예로 풀려날 것으로 보인다.

공중협박죄
신설하나?

국회에 법안이 계류돼있는 동안 이미 대부분 살인 예고 글 게시자들은 무죄나 집행유예로 사회에 나왔다. ‘장난삼아’라는 이유로 살인 예고 글을 게시한 만큼 언제든 재범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법무법인 광야의 양태정 변호사는 “단순히 처벌을 강화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재범을 방지할 수 있는 장치가 부족하다”면서 “처벌받은 사람에 대한 보호관찰이나 추적관찰을 할 수 있는 법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조언했다.

<kcj5121@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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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쪼개는 민주당발 음모론

민주당 쪼개는 민주당발 음모론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을 둘러싼 ‘공소 취소’ 논란이 뜨겁다. 진위는 사라지고 무수히 많은 뒷말과 갈라치기만 남았다. 단순 해프닝으로 끝내기엔 “도를 넘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당정청 모두 “황당하다”는 입장이지만 ‘스피커’로 불리는 외부 인사가 계속해서 당을 흔든다면 그 목적을 두고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는 우려가 나온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 대형 폭탄이 떨어졌다. 소위 말하는 ‘정부 고위 관계자’가 ‘고위급 검사’ 다수에게 “내 말이 곧 대통령의 뜻이다. 나는 대통령이 시키는 것만 한다. 공소 취소해 줘라”라고 주장했다는 것. 지난 10일 유튜브 채널 ‘저널리스트’를 운영하는 MBC 기자 출신 장인수씨는 친청(친 정청래)·친문(친 문재인) 성향으로 알려진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단독”이라고 강조하며 이같이 말했다. 안으로 겨눈 칼날 왜? 장씨는 “검찰은 이 메시지를 ‘아, 이재명정부가 우리랑 거래하고 싶어하는구나’(라고 생각할 것)”이라며 “여기까지는 팩트”라고 부연했다. 검찰과 정부가 보완수사권·검찰개혁 수위 등을 놓고 일종의 ‘거래’를 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는 부분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대장동·위례·백현동 개발 및 성남FC 후원금 ▲쌍방울 대북 송금 ▲경기도 법인카드 유용 ▲위증교사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등 5개 재판을 받았으나 대통령 당선 뒤 중단됐다. 장씨는 “이미 검찰은 이재명정부 말기 혹은 퇴임 후에 이 대통령을 털 생각을 하고 있다. 직권남용이라는 죄목까지 정해놨다”며 “이 대통령의 업무보고나 국무회의 생중계에서 지시하는 사안들을 직권남용으로 걸 생각”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이 임은정 동부지검장의 인천세관 마약 사건 수사팀에 백해룡 경정을 배치하라고 지시한 일을 사례로 들었다. 그러자 김어준씨는 “대통령의 뜻이라는 건 사실이 아닐 것이라 본다. 이 대통령이 법률가이기 때문에 법무부 장관을 통해 절차대로 하면 되는 것이지, 누굴 만나서 부탁할 일은 아니라는 걸 (잘 알고 있다)”면서도 “어떤 사람이 그런 발언을 하거나 메시지를 보냈다면 대단히 부적절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방송 직후 해당 발언은 ‘공소 취소 거래설’로 압축돼 여의도 전역에 퍼졌다. 코너에 몰렸던 국민의힘은 이를 ‘공소 취소 거래 게이트’로 규정하고 이 대통령에 대한 특검을 요구했다. 국민의힘 최수진 원내 수석대변인은 “특검을 통해 이 추악한 뒷거래 시도의 실체를 낱낱이 밝혀낼 것”이라며 “이 황당한 ‘사법 거래설’이 세간에 설득력을 얻는 이유는 명백하다. 최근 친명(친 이재명)계 주도로 이른바 ‘대통령 공소 취소 모임’이 결성됐고, 심지어 민주당은 오늘 그 빌드업의 일환으로 억지스러운 ‘국정조사 요구서’까지 제출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발등에 불이 떨어진 민주당과 친명계는 아수라장”이라며 “정권의 사법 거래 의혹을 두고 여권 내부에서 서로 삿대질해대는 참담한 촌극이 벌어지고 있다”고 혹평했다. 정부 고위급 관계자의 수상한 거래? “사법 농단 탄핵감” 국민의힘 맹공 국민의힘 박성훈 수석대변인 역시 “대통령 사건의 공소 취소와 검찰 수사권 문제를 맞바꾸려 했다면 이는 헌정질서를 뒤흔드는 중대한 범죄”라며 “관련자 처벌은 물론이고 사실로 확인될 경우 관련 정도에 따라 대통령 탄핵까지 가능한 사안”이라고 압박 수위를 높였다. 민주당은 곧바로 받아쳤다. 대표 친명계인 한준호 의원은 자신의 SNS에 ‘음모론도 모자라 탄핵까지, 정말 선을 넘었다. 참담하다’는 제목의 게시글을 통해 “확인되지 않은 음모론을 근거로 대통령 탄핵까지 입에 올리는 발언이 아무렇지 않게 방송에서 흘러나온다”며 “사실 확인도 없는 이야기로 음모론을 키우고 급기야 탄핵까지 거론하는 행위는 국정을 흔드는 무책임한 선동”이라고 지적했다. 민주당 이언주 의원은 직접적으로 여권 세력을 지적하고 나섰다. 이 의원은 “검찰개혁에 대해 조금이라도 진정성이 있는 사람이라면 공소 취소 거래설 자체를 감히 꺼낼 수 없다”며 “이 대통령에 대한 부당한 공소가 취소되기를 바라지 않는 이들이 많은 것 같다”고 꼬집었다. 이어 “윤석열 검찰 세력도, 국민의힘 윤 어게인 세력도 그렇지만 우리 내부에서도 대통령을 쥐고 흔들려는 이들이 많은 모양”이라고 비판했다. 이번 공소 취소 사건의 고위급 검사로 지목된 이들이 직접 해명에 나서기도 했다. 고위급 검사 중 한 명으로 지목된 임은정 서울동부지검장은 정성호 법무부 장관과 주고받은 문자 내역을 공개하며 “장관님께 문자메시지와 이메일로 종종 건의사항을 보내고 있는데, 가장 최근 문자를 받은 것은 지난 12월”이라고 밝혔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검사들에게 특정 사건 관련 공소 취소에 대해 말한 사실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정 장관은 “최근 제기된 황당한 음모론으로 인해 진지하게 숙의돼야 할 검찰개혁 논의가 소모적 논쟁에 휩싸이고 있다”며 “다시 건설적인 개혁의 논의에 집중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분명히 말씀드린다”고 말했다. 정 장관은 ‘의혹이 제기된 경위를 조사할 계획이냐’는 질문에는 “어디서 문제가 됐는지 조사한다는 게 불가능하고 적절치 않다고 생각한다”면서 “중요한 검찰개혁 문제가 엉뚱한 데로 빠지지 않았으면 좋겠고, 제 말씀을 국민이 합리적으로 잘 판단해 주시길 바란다”고 설명했다. 마지막 치명타 여권 인사들은 불씨를 댕긴 장씨를 향해 “출처를 밝히라”며 근거 제시를 요구했다. 이에 장씨는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긴급 라이브’ 공지를 띄우고 “방송 후 한준호 의원은 페이스북에 ‘저잣거리 소문만도 못한 근거 없는 음모론’이라고 표현했다. 다시 한번 말씀드리지만 누가 뭐라고 하든 제 취재 내용은 이미 벌어진 일이고 흔들릴 수 없는 팩트”라고 강조했다. 이어 “한 의원은 ‘누가 말했는지, 어떤 방식으로 전달됐는지 무슨 근거로 확인했는지 하나도 빠짐없이 공개하라’고 하는데 고민해 보겠다”며 “공개할 경우 후폭풍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다만 이날 라이브 방송에서 “죄송하지만 출처를 밝힐 수 없다. 출처를 밝히지 않기로 약속하고 취재했다”며 한 발 물러섰다. 공소 취소를 지시한 정부 고위 관계자의 신원도 “그 사람을 저격하기 위해 해당 취재 내용을 밝힌 것이 아니”라며 공개를 거부했다. 결국 공소 취소에 대한 사실관계는 사라지고 진영 논리와 경쟁구도만 남았다. 또다시 ‘정청래 VS 청와대’ ‘친명 VS 친청’ 프레임이 굳어지면서 오는 8월 치러질 전당대회를 향한 당권 경쟁이 벌써 과열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정 대표는 평소 김씨가 운영하는 인터넷 커뮤니티 ‘딴지일보’를 “민심의 척도”로 강조하는 등 김씨와 우호적인 관계였던 만큼 친청·친문계의 모든 행동이 ‘김민석 총리 당대표 차출설에 대응했다’는 주장으로 귀결된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어준의 뉴스공장’은 김 총리를 견제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 이름을 넣지 말아달라”는 총리실의 요청이 있었음에도 “내가 알아서 하겠다”며 거부하거나 이 대통령의 순방 기간에 벌어진 중동 사태에 대한 국무총리실의 대응을 두고 “국무회의도 없었다”며 국정 공백을 지적했다. 이에 총리실은 “대통령 순방 중에 정부는 중동 상황 발발 직후부터 매일 오후 비상 점검을 위한 관계 장관회의를 개최했다. 회의 후에는 대국민 브리핑을 진행해 왔다”고 직접 해명하기도 했다. 검찰개혁 뒷다리만 최근에는 ‘KTV 이매진(KTV의 유튜브 채널)’에 공개된 이재명 대통령의 싱가포르·필리핀 국빈 방문 출국길 영상을 논란 삼으면서 직접적으로 정부와 각을 세웠다. 해당 영상에 이 대통령과 정 대표가 악수하는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을 발견한 정 대표 지지자들이 ‘딴지일보’ 게시판을 통해 “의도적 삭제”라고 반발한 것. 김씨는 자신의 방송을 통해 “대통령과 당 대표자의 악수 장면이 없다는 것이 아니다. 실수일 수 있다”면서도 “그런 실수가 민주정부 정권 재창출을 막으려는 악의적인 시도에 이용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몇 차례 마찰이 있었지만 민주당 의원들은 공개적으로 비난하지 않았다. 조금씩 갈라지던 민주당 지지층이 이번 사태를 통해 정면으로 충돌하면서 누적된 갈등이 분출된 것으로 보인다. 공소 취소라는 민감한 소재에 대통령을 엮었다는 점이 도화선으로 작용한 것이다. 김씨와 정 대표가 한 달에 한 번꼴로 민주 진영에 내분을 일으켜 국정 운영의 발목을 잡는다는 게 이 대통령 지지자들의 설명이다. 기존 지지자와 더불어 ‘뉴이재명’으로 분류되는 이들은 전통 민주당 당권파와 다른 양상을 띠면서 표심이 어디를 향할지 예측할 수 없다는 특징을 지녔다. 전당대회를 앞두고 당권 투쟁 전선이 넓어진 것 역시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과 ‘당심(당원의 의중)’이 대척점에 서면서 모든 사안이 권력투쟁으로 흘러가기 때문이다. 이미 민주당 몇몇 의원들은 ‘공취모(이재명 공소 취소와 국정조사 추진을 위한 의원 모임)’를 중심으로 움직임에 나섰지만, 외부에서 여론을 흔드는 식으로 접근해서는 현 정부에 오히려 부담이 가중될 것이라며 불만을 표출했다. 민주당 한정애 정책위의장은 “‘대통령의 뜻’인지 ‘참칭’인지조차 불분명한 상황에서 대통령 직접 개입이라는 최대 해석을 전제로 했다는 점에서는 화가 치밀어 오른다”며 “정치적 파장이 큰 주장일수록 더 엄격한 증거 기준이 요구된다는 것을 잘 알면서 이렇게 음모론적으로 접근하는 이유는 대체 무엇 때문이냐”고 되묻기도 했다. ‘김어준 VS 청와대’ 유튜버에 휘청 8월 전대 앞두고 사방서 권력투쟁 정 대표는 “당에서 엄정한 조치를 취하겠다”며 갈등 진화에 나섰다. 그는 “윤석열 검찰 독재정권 치하도 아니고 가장 민주적인 이정부에서 이런 일은 상상할 수 없다”며 “있을 수도 없는 일이지만, 있어서도 안 되는 일이고 실제로 있는 일도 아니”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공소 취소는 거래로 될 일이 아니”라며 “합법적인 방법인 국정조사와 특검으로 윤석열 정권 치하에서 벌어진 조작 기소 사실이 드러나면 상응하는 조치와 대가를 치르게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정 대표와 김씨가 친분이 두터운 사이이나 강경 대응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커지자 수습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갈등 진화에도 민주 진영 커뮤니티는 이미 격양된 사용자들의 게시글로 도배가 됐다. “이 대통령이 보완수사권을 갖고 거래를 시도했다”는 주장이 있는가 하면, 다른 한쪽에서는 “유튜버가 정부를 흔드는 게 말이 되느냐”며 비대해진 유튜브 권력을 규탄하기도 했다. 정부의 검찰개혁인 이른바 ‘정부안’에 반대하는 세력이 의도적으로 공소 취소 거래설을 퍼뜨린 게 아니냐는 의심의 눈빛을 보내는 이들도 있었다. 친명·친청계 유튜버들이 이번 사태에 대거 참전해 분석에 나섰고, 해당 주장은 게시글로 가공돼 또다시 커뮤니티로 퍼지는 순환이 이어졌다. 청와대는 이번 논란에 대해 공식 대응을 삼가고 있다. 해명할 가치가 없을뿐더러 사사건건 대응한다면 오히려 국정 운영에 힘만 빠진다는 점에서다. 일각에서는 이번 사태가 일종의 ‘프레임 작전’이라며 상대방에 휘둘려서는 안 된다는 주장도 나온다. 민주당 노종면 의원은 “‘거래설 제기’가 정말인지부터 확인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별도 방송을 확인한 결과 어디에서도 ‘우리 정부 고위 관계자가 검찰과 공소 취소로 거래를 시도했다’는 말은 없었다”고 밝혔다. 노 의원은 ‘검찰개혁-공소 취소 거래설’의 근원지를 추적했다. 노 의원은 “네이버 기사 검색 결과에 따르면 가장 먼저 거래설을 띄운 건 <조선일보>”라며 “장씨의 주장 전체를 거래설 제기로 인식케 하는 교묘한 프레임이라 할 만하다. 이후 나온 보도들에서는 대놓고 거래설 제기로 규정했다”고 말했다. 배후는 누구? 이어 “장씨가 거론한 ‘거래’는 ‘우리랑 거래하자는 거구나’라는 검찰의 일방적 반응을 전하면서 말한 게 전부”라고 말했다. 논란의 문장 자체를 ‘거래 시도’로 해석한다면 해석하는 쪽과 다퉈야 할 문제라는 것이다. 아울러 장씨를 향해 “섣부르고 무책임했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다”면서도 “프레임에 갇혀 지금처럼 우리끼리 싸우면 별것도 아닌 것만 나와도 수습하기 어렵다. 잠시 숨을 고르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칼 빼든 민주당 “법적 조치 나서겠다” 더불어민주당이 공소 취소설을 제기한 MBC 기자 출신 장인수씨를 고발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공소 취소 거래설에 대해 강력 대응 방침을 밝힌 데 따른 것으로 해석된다. 지난 12일 민주당 국민소통위원장인 김현 의원과 허위조작 정보 대응 특별위원회 부위원장인 김동아 의원은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장씨를 정보통신망법 제70조 허위사실 적시 명예훼손 혐의로 고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논란이 된 발언이 ‘대통령과 정부의 명예를 훼손하는 허위 주장’이라는 게 주요 골자다. 앞서 시민단체인 사법정의바로세우기시민행동(이하 사세행)은 장씨와 더불어 김어준씨를 정보통신망법상 허위사실적시 명예훼손과 형법상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 위반 혐의로 고발했다. 사세행은 “김씨는 장씨 발언 내용에 대해 방송 이전에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음에도 장씨의 발언을 사전에 승인하고 그대로 방송에 출연시켰다”며 “장씨와 함께 공동으로 허위 사실을 유포, 정 장관의 검찰개혁 업무 특히 공소청법 및 중수청법 입법 추진을 심대하게 방해했다”고 설명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