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동네 레트로 ③동광극장과 보산동관광특구

레트로 여행, 동두천으로 가보자고!

 

동광극장 고재서 대표가 손가락을 들어 사진 한 장을 가리킨다. “저건 1967년일 거야. <학사 며느리> 포스터가 걸려 있잖아요. 그때 개봉한 영화니까.” 사진 속 동광극장 앞은 얼핏 봐도 1960~1970년대 번화가다. 극장 간판에 그림 포스터가 걸렸다. ‘미술부장’으로 불리던 간판화가가 그렸을 것이다. 배우들이 매니저 없이 활동하던 시절인데, 간판에 크게 나오기 위해 간판화가에게 밥이나 술을 사기도 했다.

동광극장은 지금도 운영 중이다. 그래서 예전 배경의 드라마나 영화, 유튜브 등에 자주 등장한다. 2015년 드라마 <응답하라 1988>을 동광극장서 촬영했다. 성인이 된 정환(류준열)과 동룡(이동휘)이 <포레스트 검프>를 보는 장면이다. 

2018년에는 그룹 god 리더 박준형이 진행하는 유튜브 채널 ‘와썹맨’에 소개되며 화제를 모았다. 당시 상영한 영화가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여서, 한동안 영화 속 에 등장한 지명인 와칸다왕국을 따 ‘와칸다 극장’으로 불렸다. 지난해에는 극장으로는 유일하게 ‘경기도 대표 오래된 가게(경기 노포) 12선’에 들었다. 그럴만하다. 고 대표의 말을 빌리면 ‘전국서 유일한 단관 극장’이다. 한창때는 영사 기사, 간판 화가 등 직원이 10명이 넘었다.

전국 유일 단관 극장

상영작은 최신 개봉작이 주를 이룬다. 상영관이 하나밖에 없어 두 영화를 교차 상영하기도 한다. 건물로 들어서기 전, 상영 시간표 앞에 멈춘다. 손으로 쓴 영화 제목이 반갑다. 대한뉴스, 문화 영화 칸도 보인다. 드라마 세트장 같아 포토 존으로 인기다. 건물 2층의 간판 포스터는 이제 그림이 아니라 사진이 걸린다. 그 위에는 <명량> <태극기 휘날리며> <괴물> 등 작은 포스터가 한 줄로 늘어섰다. 모두 관객 1000만이 넘은 우리 영화다.

극장 문을 밀고 안으로 들어서면, 시간이 1980~1990년대로 훌쩍 뛰어넘는다. 입구 옆에 매점이 있고 안쪽은 휴게실이다. 한쪽에 놓인 수족관도 예스럽다. 맞은편에 영사기가 눈길을 끈다. 20여년 동안 동광극장을 책임지다가 2009년 디지털 영화 <아바타>가 개봉하며 은퇴했다. 필름 상영 시대의 산증인이다.


다음은 상영관 내부. 283명을 수용하는데 밖에서 보는 것과 다르다. 갈색 가죽 의자가 반짝이고, 멀티플렉스 특별관에 있는 리클라이너도 눈에 띈다. 일부 좌석은 테이블과 보조 받침대를 따로 뒀다. 좌석 구성이 자유롭고 앞뒤 간격이 넉넉하다. 이 또한 동광극장이 주는 즐거움이다. 자유석이라 어느 자리든 먼저 앉는 사람이 주인이다.

상영이 끝나면 휴게실에서 만나는 <007 노 타임 투 다이> 포스터가 한 번 더 발길을 붙잡는다. 다니엘 크레이그가 출연한 007 시리즈 마지막 작품이다. 동광극장서 보는 007 시리즈 포스터는 감회가 남다르다. 숀 코너리가 주연한 <007 살인번호>(1962년)부터 <007 노 타임 투 다이>(2021년)까지 시리즈 25편을 모두 상영했을지 모른다.

그 사실만으로 살아 있는 극장 박물관이고, 서로 다른 세대의 추억이 숨 쉬는 현재 진행형 레트로 극장이다. 입구로 다시 나올 때는 영화 <시네마 천국>서 알프레도 할아버지가 고향을 떠나는 살바토레(토토)에게 한 말이 메아리치는 것 같다. “무슨 일을 하든 자신의 일을 사랑하렴. 네가 어렸을 때 영사실을 사랑했듯이.”

보산동관광특구(Camp Bosan)는 동광극장과 더불어 동두천의 역사를 증언한다. 동두천시는 한국전쟁 이후 미 2사단 캠프 케이시가 주둔해 다문화가 공존한다. 보산동 지명도 미군 부대 자리에 있던 보안리와 축산 부락서 한 글자씩 따서 지었다. 외국인 전용 클럽과 빅 사이즈 의류 매장 사이로 작은 공방이 옹기종기해 ‘작은 이태원’이라 부르기도 한다.

이제 캠프(Camp)는 미군 기지뿐만 아니라 ‘Culture&Art Market Place’의 약자다.

근대화를 느낄 수 있는 동광극장
그라피티·테마파크 등 다수 볼거리

특히 그라피티가 볼거리다. 경기문화재단서 지난 2015년부터 4년간 진행한 공공 미술 프로젝트 결과물이다. 이탈리아, 러시아, 태국, 덴마크 등 다양한 나라 작가들이 수도권 전철 1호선 보산역 지하철 교각과 거리에 그라피티를 선보였다.


프랑스 작가 호파레의 ‘Hopare’, 심찬양 작가의 ‘royal dog’ 등은 여행자들이 좋아한다. 호파레의 작품은 육대주 사람을 그려 보산동 색깔과 잘 어울린다.

레트로 음악 공간도 빼놓기 아쉽다. 보산동은 미국 음악을 접할 수 있어 뮤지션의 주 활동 무대가 되곤 했다. 우리나라 록의 대부 신중현이 이끈 밴드 애드훠(ADD4)가 대표적이다. 두드림뮤직센터는 1층 공연장, 2층 전시관 등으로 구성해 그 시절 음악의 자취를 살펴보고 LP 음악을 들으며 쉬기에 알맞다.

그라피티 ‘Hopare’가 있는 교각 옆으로 9개국 음식 문화를 접하는 월드푸드스트리트가 자리한다. 2월까지 휴식기를 갖고 3월부터 운영을 재개할 예정이다. 보산동관광특구를 돌아보기 전에 보산역 1번 출구 앞 동두천 커뮤니티센터에 들러 관광 안내 지도나 그라피티 지도 등을 받으면 편리하다.

동두천 놀자숲은 다양한 체험시설을 갖춘 숲 테마파크다. 겨울에는 주로 실내 놀이시설과 스노타운눈썰매장을 이용한다. 실내 체험시설은 펀클라임, 에어리얼로프 등 어드벤처시설이 주를 이룬다. 14가지 등반 코스로 구성한 펀클라임이 아이들의 모험심을 기르기에 좋아 인기다.

동두천 놀자숲은 무엇보다 동두천 자연휴양림이 이웃한 게 장점이다. 휴양림은 지난 2020년 개장해 시설이 깨끗하고 산뜻하다.

니지모리스튜디오&료칸은 에도시대를 배경으로 한 테마파크형 드라마 세트장이다. 일본의 옛 마을을 정교하게 재현해 이국적인 레트로 풍경이 특징이다.

사진 맛집

다도실, 책방, 음악 감상실 등 국내서 일본 여행 분위기를 느껴볼 수 있다. 기본 코스는 연못을 가운데 두고 계단에 올라 한 바퀴 돌아 나오는데, 세트장 전체가 ‘사진 맛집’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색색 조명이 불을 밝히는 밤 풍경이 특히 아름답다. 눈 내리는 날에는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소설 <설국>의 한 장면 같다. 연인들에게 데이트 코스로 사랑받는다.

 

<여행 정보>
당일 여행코스

천동광극장→보산동관광특구→니지모리스튜디오&료칸

1박2일 여행 코스
-첫째 날 동광극장→보산동관광특구→동두천 자연휴양림
-둘째 날 동두천 놀자숲→니지모리스튜디오&료칸

관련 웹 사이트 주소
-동두천시 문화관광 www.ddc.go.kr/tour
-동광극장 https://dong kwang.petitecine.com
-두드림뮤직센터 https://blog.naver.com/ddcmusic21
-동두천 놀자숲 https://noljasoop.modoo.at
-니지모리스튜디오&료칸 https://nijimori.modoo.at

문의 전화
-동두천시청 관광휴양과 031)860-2275
-동광극장 031)867-3030
-동두천 커뮤니티 센터 031)860-2727
-두드림뮤직센터 031)860-2726
-동두천 놀자숲 031)866-5560
-니지모리스튜디오&료칸 0507-1383-5557


대중교통
전철 수도권전철 1호선 보산역 1번 출구서 동두천 커뮤니티 센터까지 약 5m. 동두천 커뮤니티센터서 동광극장까지 도보 12~15분 소요.

*문의: 서울교통공사 1577-1234, www.seoul metro.co .kr

자가운전
세종포천고속도로 민락 IC→민락지하차도→민락교차로 동두천 방면→신평화로→평화로→강변로→동광극장→동광로→중앙로→중앙로361번길→동두천 커뮤니티센터

숙박 정보
-저스트슬립호텔 지행역점: 동두천시 중앙로, 031)859-8806, htt ps://justsleep.modoo.at
-호텔더그레이 동두천: 동두천시 중앙로246번길, 031)863-8087
-동두천 자연휴양림: 동두천시 탑동가산로, 031)860-3257, www.foresttrip.go.kr

식당 정보
-호수식당 본점(부대볶음): 동두천시 중앙로, 031)865-3324
-오륙하우스(돈가스): 동두천시 상패로, 031)865-3556
-송월관(떡갈비): 동두천시 큰시장로, 031)865-2428

주변 볼거리
소요산, 자유수호평화박물관, 경기북부어린이박물관, 소요별앤숲테마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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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문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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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립무원’ 여야 수장 동병상련

‘고립무원’ 여야 수장 동병상련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이재명 대통령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당내 강경파의 반발로 인해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다. 동병상련을 느낄 법한 두 사람은 여야 지도부 회동이라는 전략적 제휴에 가까운 선택으로 각자의 어려움을 풀고 정국에 대응할 것으로 보인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8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를 용산 대통령실로 초청했다. 오찬은 약 1시간 동안 진행됐고, 이 대통령과 장 대표는 30분 동안 비공개 영수회담을 진행했다. 유튜브 권력자? 이 대통령과 장 대표는 여야의 수장이지만, 각자의 이유로 자신의 진영에선 어려운 상황에 처해있다. 두 사람의 회담은 이 때문에 더욱 주목받았다. 정 대표는 지난달 26일 장 대표가 선출된 이후 줄곧 ‘무시’ 전술로 대응했다. 정 대표는 장 대표 선출 여부와 관계없이 국민의힘에 대해 정당해산심판 청구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강공 기조를 잇고 있다. 이 대통령은 이런 상황에서 여야 지도부 회동과 영수 회담을 진행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이 대통령이 장 대표와 만난 것 자체가 고립무원에 처한 이 대통령의 상황을 보여주는 것일 수도 있다”고 의심하고 있다. 이 대통령이 겪는 어려움은 여당인 민주당과의 관계로부터 시작된다. 이 대통령과 민주당의 관계에 대해선 “대통령 위에 방송인 김어준씨가 상왕으로 군림한다”는 설이 광범위하게 퍼져 있다. 이 대통령은 문재인 전 대통령 등 친문(친 문재인) 진영과 오랜 갈등 관계에 있었고 “민주당에서 세가 약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김어준 상왕설’은 이젠 진보 성향 언론에서도 공공연하게 거론한다. <주간경향>은 지난 8일 ‘김어준 상왕설’을 다루면서 “김씨가 비판·견제가 어려운 신성불가침 영역이 됐다”는 민주당 내부 반응과 “김씨는 민주당의 고정 상수고, 당의 일부 기능이 김씨의 유튜브 채널로 이관됐다”는 일부 정치평론가 반응도 소개했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위로 알려진 민주당 곽상언 의원은 지난 7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유튜브 권력이 정치 권력을 휘두르고 있다”면서 김씨를 강하게 비판했다. 다음 날엔 “저는 ‘유튜브 권력자’에게 머리를 조아리면서 정치할 생각은 없다”며 “이 방송에 출연하면 공천받는 것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얘기를 들은 기억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노 전 대통령은 지난 2002년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당시 ‘<조선일보>는 민주당 경선에서 손을 떼라’는 의견을 밝히셨다”고 강조했다. 곽 의원은 곧바로 반격을 받았다. 같은 당 최민희 의원은 지난 9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곽 의원을 일컬어 ‘부화뇌동 국회의원님’이라고 지칭하면서 “자존감을 좀 가지시라. 부끄럽지 않느냐”고 비판했다. 최 의원이 곧바로 반격한 것은 역설적으로 김씨와 이 대통령의 위상을 확인시켜 줬다. 이 대통령은 현재 각종 여론조사에서 50%가 넘는 높은 지지율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검찰 해체 ▲각종 외교 현안 ▲조국혁신당 성범죄 의혹 등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위에서 누르고 옆에서 치받고 이 대통령 앞에 수북한 난제 민주당에선 정 대표가 검찰개혁 관련 공세를 주도한다. 현재 진행 중인 3개의 특검(내란·김건희·채 상병)과 관련해 수사 기간·범위·인력 대폭 확대와 관련 재판 녹화 중계를 추진하는 특검법 개정안을 추진하고 있다. 개정안은 이미 국회 법사위를 통과했고, 국민의힘은 헌법재판소에 효력정치 가처분을 신청했다. 검찰을 겨냥해선 “추석 전 검찰을 해체하고, 중대범죄수사청(이하 중수청)과 공소청을 설치하겠다”는 방침을 유지하고 있다. 사법부를 겨냥해선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를 추진하고 있다. 민주당과 이재명정부 내부에선 중수청의 소속 부처를 놓고 이미 갈등이 있었다. 친명(친 이재명)계 좌장으로 알려진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지난달 27일 “중수청을 행정안전부에 설치하면 민주적 통제가 어려워질 수 있다”면서 사실상 ‘법무부 설치’를 주장했다. 그러자 친민주당 진영은 정 장관에게 강하게 반발했다. 그동안 친민주당 성향을 강하게 드러냈던 임은정 서울동부지검장은 지난달 29일 검찰개혁 공청회에서 “정 장관도 검찰에 장악돼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검찰개혁 후속 법안을 마련하는 정부 기구 구성과 관련해 정 대표와 대통령실 우상호 정무수석이 크게 언쟁을 했다”는 설까지 불거졌다. 장 대표는 이 대통령과 만났을 당시 공개 발언에서 특검 연장·특별재판부 설치와 관련해 이 대통령에게 거부권 행사를 요청했다. 장 대표가 거부권 행사를 요청한 명분은 ‘견제와 균형 붕괴’였다. 장 대표는 이어진 비공개 회동에서도 “오랫동안 되풀이된 정치 보복 수사를 끊어낼 수 있는 적임자는 이 대통령”이라면서 특검 연장·특별재판부 설치에 강한 우려와 유감의 뜻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 대통령은 장 대표에게 뚜렷한 답변을 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이 대통령의 반응을 놓고 “이 대통령이 제어하지 못하는 상황일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정 장관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중수청 소속 부처도 행정안전부로 결정됐다. 이에 대해서도 “이 대통령이 당의 의사를 이겨내지 못한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지난 4일(현지시각) 미국 조지아주에서 발생한 현대차·LG 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의 한국인 노동자 300여명 구금 사태도 이 대통령에게 비판의 화살이 집중되는 계기가 됐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25일(현지 시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진행했다. 그로부터 불과 10일 후 발생한 사태였다. 안팎 모두 꼬인 실타래 한미 양국은 정상회담 후 3500억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 펀드를 조성하기로 합의했고, 미국이 한국에 부과하는 관세율은 15%로 확정했다. 일본은 5500억달러 규모의 펀드를 조성하기로 한 후 15% 관세율을 받아냈다. 그런데 일본의 관세율 15%가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명령이 내려지면서 명문화된 것과 달리, 우리는 아직 문서를 받아내지 못했다. 미국 정부는 “3500억달러 투자처를 구체적으로 명시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노동자 300여명이 구금된 구체적인 이유는 이들이 최대 90일 동안 단기 체류만 할 수 있는 무비자 전자여행허가 제도를 통해 입국해 근무한 것이었다. 단기 체류 비자로 입국해 근무한 이상 불법체류자가 될 수밖에 없었다. 따라서 트럼프 대통령과 정상회담까지 진행한 이 대통령에겐 “미국을 왕래하는 국민의 비자 문제에조차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것이냐”는 비판이 제기될 가능성이 커진다. 일본과의 외교도 난항에 부딪힐 가능성이 있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23일,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와 정상회담을 진행한 후 17년 만에 공동언론발표문을 채택했다. 정상회담도 그만큼 훈훈한 분위기로 진행됐다. 하지만 낮은 지지율과 자유민주당(이하 자민당)의 지난 7월 참의원 선거 패배로 인해 사퇴 압력에 시달리던 이시바 총리는 지난 7일 결국 사퇴를 선언했다. 후임 총리 후보로는 자민당 다카아치 사나에 의원과 고이즈미 신지로 농림수산상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이시바 총리와 고이즈미 농림수산상은 자민당 내에서 파벌 색이 짙지 않아 비교적 온건한 정치 성향을 지닌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다카이치 의원은 강경한 우익 포퓰리스트였던 고 아베 신조 전 총리의 후계자로 알려졌다. 다카이치 의원은 ▲야스쿠니 신사 참배 ▲헌법 개정 ▲재무장 추진 ▲아베노믹스 계승 등 아베 전 총리와 거의 비슷한 정치색을 드러냈다. 지난 1994년엔 <히틀러 선거전략>이란 책의 추천사를 쓴 것으로 알려졌다. 이 책엔 “단기간에 여론을 모아 권력을 빼앗았다”거나 “긴급조치로 적을 섬멸했다”는 등의 독일 나치의 선거전략을 높이 평가하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설득할 수 없는 유권자는 말살한다”는 등 작전을 일본 정치인의 선거 승리 전략으로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노 전 대통령은 자신에게 호의적인 국내 여론을 조성하기 위해 고의로 신사 참배를 했던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일본 총리와 상당한 갈등을 빚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민주당 소속임에도 강경한 우익 성향으로 유명했던 노다 요시히코 전 총리와 갈등하면서 지난 2012년 전격적으로 독도를 방문하는 강수를 뒀다. 박근혜 전 대통령도 재임 중 아베 전 총리와 상당한 갈등을 빚으면서 대중국 외교에 공들였다. 다카이치 의원이 후임 총리가 되면, 이 대통령도 전임 대통령들처럼 상당한 갈등을 빚을 가능성이 있다. 혁신당 나비효과 게다가 우원식 국회의장은 지난 3일 중국 전승절 80주년 경축 행사에 참석한 것으로 보수 성향 유권자들에게 큰 비판을 듣고 있다. 우 의장은 행사에 함께 참석한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짧게 인사를 나눴다. 반면 민주당 박지원 의원은 김 위원장을 2번이나 불렀음에도 아무 반응을 얻지 못해, 이 역시 보수 성향 유권자들로부터 큰 비판을 받고 있다. 이 대통령은 대통령 취임 이후 친서방 외교에 유화적인 방향으로 선회하려고 했다. 하지만 민주당의 전통적 방향과 충돌하는 상황으로 해석되고 있다.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 내부에서 불거진 성추행·성희롱 사건도 이 대통령에게 불리하게 전개될 가능성이 있다. 혁신당은 조국 비상대책위원장 등 친문 핵심 일부가 창당했다. 이 사건은 혁신당 강미정 전 대변인이 탈당하면서 폭로해 외부에 알려졌다. 가해자로 지목된 김보협 수석대변인은 문 전 대통령과 친분이 돈독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우석 전 사무부총장은 조 비대위원장이 민정수석이었을 당시 민정수석실 행정관을 지냈다. 조 비대위원장은 그동안 특별한 반응을 보이지 않았고, 이 여파는 민주당과 이 대통령에게 번지고 있다. 기성세대 남성의 위선과 운동권 특유의 성 문화 논쟁으로 확대되면서,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과 오거돈 전 부산시장의 성범죄 사건까지 거론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대통령으로선 친문계와 빚고 있는 광범위하면서도 조직적인 엇박자가 국정에도 악영향을 미치는 상황에서 그 뒷감당까지 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한 것이다. 장 대표도 이 대통령 못지않은 고립무원 상황에 직면했다. 시작은 국민의힘 이준석 전 대표로부터도 신임받았던 김도읍 의원을 지난 1일 정책위의장으로 임명한 것이었다. 그러자 “장 대표 당선에 큰 공을 세웠다”고 자부하던 강경 보수 성향 유튜버들이 크게 반발했다. 특히 고성국 ‘고성국TV’ 대표는 지난 2일 “내년 지방선거에서 승리하려면, 국민의힘이 지자체장 30석을 자유통일당 등 자유 우파 정당 4개에 양보하면 된다”고 요구했다. 강경 보수 공세 친한 숙청 시동 민주당의 각종 입법 공세 방어 등 대여 공세 수단도 마땅치 않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노란봉투법 통과를 막기 위해 필리버스터를 동원했지만, 큰 의미를 두기 어려웠다. 노란봉투법은 국민의힘의 필리버스터 종료 직후 본회의를 통과했다. 국민의힘이 할 수 있는 일은 본회의 불참밖에 없었다. 3개의 특검은 이미 국민의힘을 사정권에 두고 있다. 현실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수단은 실질적으로는 아무런 의미가 없는 장외 집회밖에 없다. 장 대표는 강경한 대여 공세를 약속하면서 당 대표에 당선됐지만, 강경한 대여 공세를 할 수 있는 현실적인 수단은 처음부터 없었다. 따라서 여야 지도부 회동은 장 대표에겐 정치적으로 큰 의미가 있는 기회였다. 최소한 “이 대통령에게 우리의 요구를 가감 없이 전달했다”고 자부할 만한 명분이 마련된 것이었다. 내부 사정도 녹록하진 않다. 장 대표에겐 지난해 12월 결별한 친한계(친 한동훈)와의 내부 투쟁도 숙제로 남아있기 때문이다. 다만 장 대표가 당선된 것 자체가 이미 친한계엔 큰 타격이었다. 아울러 친한계엔 ▲김종혁 전 최고위원 ▲신지호 전 사무부총장 ▲윤희석 전 대변인 ▲송영훈 전 대변인 등 국민의힘을 대표해 각종 시사프로그램 패널로 출연하는 인사들이 다수 소속돼있었다. 이들은 대체로 친한계의 이해관계를 각종 방송에서 대변했다. 장 대표는 지난 7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서 “방송에서 당의 의견을 가장해 당에 해를 끼치는 발언을 하는 것도 해당 행위”라며 “국민의힘을 공식적으로 대변하는 인물임을 알리는 패널 인증제도를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장 대표의 방침은 “국민의힘 몫 토론자로 출연해 친한계를 대변하는 인사들을 방송에서 솎아내려는 것”이라는 취지로 해석된다. 이처럼 장 대표는 당내에서 양면 전선을 펼쳐놨기 때문에 현재 상황이 녹록지 않다. 강도 높은 내부 투쟁을 진행하는 이 대통령과 장 대표로선 여야 지도부 회동이 동병상련에 가까운 전략적 제휴였을 가능성이 있다. 장 대표는 비공개 회담에서도 국민의힘의 의견을 모두 전달한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도 뚜렷한 확답만 하지 않았을 뿐, 대통령 당선 이전 강성 이미지를 중화하려는 듯 유화적으로 대응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장 대표가 이 대통령과 정 대표의 불화를 이용하려고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다른 한편에선 “장 대표도 내부 반발이 있고, 강도 높은 내부 투쟁을 진행해야 해서 제 코가 석 자”라고 보고 있다. 아울러 이 대통령과 장 대표는 그동안의 이미지에서 벗어나 나름대로 중도를 지향하고자 강경파와 투쟁해야 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당분간 이들이 전략적 제휴를 맺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정 대표는 이 대통령과 장 대표의 회담 분위기를 무색하게 하듯이 다음 날인 지난 9일 진행된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내란 청산은 정치 보복이 아니”라며 “국민의힘이 내란 세력과 단절하지 못하면, 위헌정당 해산심판 대상이 될지도 모르니 명심하라”고 경고했다. 수북한 현안들 ‘내란’은 민주당이 국민의힘과 보수 진영을 공격하는 용도로 사용하는 일반 명사가 됐다. 정 대표는 대표적인 당내 강경파로서, 국민의힘에 대한 강경한 태도가 정치적 상징이 된 지 오래다. 이 대통령과 장 대표가 마주 보고 성과를 낼수록 정 대표는 설 자리를 잃는다. 정 대표의 제동은 “고립무원에 처한 여야 수장이 서로에게 동병상련을 느껴도 큰 의미가 없을 것”이란 경고 메시지로 해석될 수 있다. 바퀴들이 삐걱대는 사이 현안은 더욱 수북이 쌓이고 있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