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동네 레트로 ③동광극장과 보산동관광특구

레트로 여행, 동두천으로 가보자고!

 

동광극장 고재서 대표가 손가락을 들어 사진 한 장을 가리킨다. “저건 1967년일 거야. <학사 며느리> 포스터가 걸려 있잖아요. 그때 개봉한 영화니까.” 사진 속 동광극장 앞은 얼핏 봐도 1960~1970년대 번화가다. 극장 간판에 그림 포스터가 걸렸다. ‘미술부장’으로 불리던 간판화가가 그렸을 것이다. 배우들이 매니저 없이 활동하던 시절인데, 간판에 크게 나오기 위해 간판화가에게 밥이나 술을 사기도 했다.

동광극장은 지금도 운영 중이다. 그래서 예전 배경의 드라마나 영화, 유튜브 등에 자주 등장한다. 2015년 드라마 <응답하라 1988>을 동광극장서 촬영했다. 성인이 된 정환(류준열)과 동룡(이동휘)이 <포레스트 검프>를 보는 장면이다. 

2018년에는 그룹 god 리더 박준형이 진행하는 유튜브 채널 ‘와썹맨’에 소개되며 화제를 모았다. 당시 상영한 영화가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여서, 한동안 영화 속 에 등장한 지명인 와칸다왕국을 따 ‘와칸다 극장’으로 불렸다. 지난해에는 극장으로는 유일하게 ‘경기도 대표 오래된 가게(경기 노포) 12선’에 들었다. 그럴만하다. 고 대표의 말을 빌리면 ‘전국서 유일한 단관 극장’이다. 한창때는 영사 기사, 간판 화가 등 직원이 10명이 넘었다.

전국 유일 단관 극장

상영작은 최신 개봉작이 주를 이룬다. 상영관이 하나밖에 없어 두 영화를 교차 상영하기도 한다. 건물로 들어서기 전, 상영 시간표 앞에 멈춘다. 손으로 쓴 영화 제목이 반갑다. 대한뉴스, 문화 영화 칸도 보인다. 드라마 세트장 같아 포토 존으로 인기다. 건물 2층의 간판 포스터는 이제 그림이 아니라 사진이 걸린다. 그 위에는 <명량> <태극기 휘날리며> <괴물> 등 작은 포스터가 한 줄로 늘어섰다. 모두 관객 1000만이 넘은 우리 영화다.

극장 문을 밀고 안으로 들어서면, 시간이 1980~1990년대로 훌쩍 뛰어넘는다. 입구 옆에 매점이 있고 안쪽은 휴게실이다. 한쪽에 놓인 수족관도 예스럽다. 맞은편에 영사기가 눈길을 끈다. 20여년 동안 동광극장을 책임지다가 2009년 디지털 영화 <아바타>가 개봉하며 은퇴했다. 필름 상영 시대의 산증인이다.


다음은 상영관 내부. 283명을 수용하는데 밖에서 보는 것과 다르다. 갈색 가죽 의자가 반짝이고, 멀티플렉스 특별관에 있는 리클라이너도 눈에 띈다. 일부 좌석은 테이블과 보조 받침대를 따로 뒀다. 좌석 구성이 자유롭고 앞뒤 간격이 넉넉하다. 이 또한 동광극장이 주는 즐거움이다. 자유석이라 어느 자리든 먼저 앉는 사람이 주인이다.

상영이 끝나면 휴게실에서 만나는 <007 노 타임 투 다이> 포스터가 한 번 더 발길을 붙잡는다. 다니엘 크레이그가 출연한 007 시리즈 마지막 작품이다. 동광극장서 보는 007 시리즈 포스터는 감회가 남다르다. 숀 코너리가 주연한 <007 살인번호>(1962년)부터 <007 노 타임 투 다이>(2021년)까지 시리즈 25편을 모두 상영했을지 모른다.

그 사실만으로 살아 있는 극장 박물관이고, 서로 다른 세대의 추억이 숨 쉬는 현재 진행형 레트로 극장이다. 입구로 다시 나올 때는 영화 <시네마 천국>서 알프레도 할아버지가 고향을 떠나는 살바토레(토토)에게 한 말이 메아리치는 것 같다. “무슨 일을 하든 자신의 일을 사랑하렴. 네가 어렸을 때 영사실을 사랑했듯이.”

보산동관광특구(Camp Bosan)는 동광극장과 더불어 동두천의 역사를 증언한다. 동두천시는 한국전쟁 이후 미 2사단 캠프 케이시가 주둔해 다문화가 공존한다. 보산동 지명도 미군 부대 자리에 있던 보안리와 축산 부락서 한 글자씩 따서 지었다. 외국인 전용 클럽과 빅 사이즈 의류 매장 사이로 작은 공방이 옹기종기해 ‘작은 이태원’이라 부르기도 한다.

이제 캠프(Camp)는 미군 기지뿐만 아니라 ‘Culture&Art Market Place’의 약자다.

근대화를 느낄 수 있는 동광극장
그라피티·테마파크 등 다수 볼거리

특히 그라피티가 볼거리다. 경기문화재단서 지난 2015년부터 4년간 진행한 공공 미술 프로젝트 결과물이다. 이탈리아, 러시아, 태국, 덴마크 등 다양한 나라 작가들이 수도권 전철 1호선 보산역 지하철 교각과 거리에 그라피티를 선보였다.


프랑스 작가 호파레의 ‘Hopare’, 심찬양 작가의 ‘royal dog’ 등은 여행자들이 좋아한다. 호파레의 작품은 육대주 사람을 그려 보산동 색깔과 잘 어울린다.

레트로 음악 공간도 빼놓기 아쉽다. 보산동은 미국 음악을 접할 수 있어 뮤지션의 주 활동 무대가 되곤 했다. 우리나라 록의 대부 신중현이 이끈 밴드 애드훠(ADD4)가 대표적이다. 두드림뮤직센터는 1층 공연장, 2층 전시관 등으로 구성해 그 시절 음악의 자취를 살펴보고 LP 음악을 들으며 쉬기에 알맞다.

그라피티 ‘Hopare’가 있는 교각 옆으로 9개국 음식 문화를 접하는 월드푸드스트리트가 자리한다. 2월까지 휴식기를 갖고 3월부터 운영을 재개할 예정이다. 보산동관광특구를 돌아보기 전에 보산역 1번 출구 앞 동두천 커뮤니티센터에 들러 관광 안내 지도나 그라피티 지도 등을 받으면 편리하다.

동두천 놀자숲은 다양한 체험시설을 갖춘 숲 테마파크다. 겨울에는 주로 실내 놀이시설과 스노타운눈썰매장을 이용한다. 실내 체험시설은 펀클라임, 에어리얼로프 등 어드벤처시설이 주를 이룬다. 14가지 등반 코스로 구성한 펀클라임이 아이들의 모험심을 기르기에 좋아 인기다.

동두천 놀자숲은 무엇보다 동두천 자연휴양림이 이웃한 게 장점이다. 휴양림은 지난 2020년 개장해 시설이 깨끗하고 산뜻하다.

니지모리스튜디오&료칸은 에도시대를 배경으로 한 테마파크형 드라마 세트장이다. 일본의 옛 마을을 정교하게 재현해 이국적인 레트로 풍경이 특징이다.

사진 맛집

다도실, 책방, 음악 감상실 등 국내서 일본 여행 분위기를 느껴볼 수 있다. 기본 코스는 연못을 가운데 두고 계단에 올라 한 바퀴 돌아 나오는데, 세트장 전체가 ‘사진 맛집’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색색 조명이 불을 밝히는 밤 풍경이 특히 아름답다. 눈 내리는 날에는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소설 <설국>의 한 장면 같다. 연인들에게 데이트 코스로 사랑받는다.

 

<여행 정보>
당일 여행코스

천동광극장→보산동관광특구→니지모리스튜디오&료칸

1박2일 여행 코스
-첫째 날 동광극장→보산동관광특구→동두천 자연휴양림
-둘째 날 동두천 놀자숲→니지모리스튜디오&료칸

관련 웹 사이트 주소
-동두천시 문화관광 www.ddc.go.kr/tour
-동광극장 https://dong kwang.petitecine.com
-두드림뮤직센터 https://blog.naver.com/ddcmusic21
-동두천 놀자숲 https://noljasoop.modoo.at
-니지모리스튜디오&료칸 https://nijimori.modoo.at

문의 전화
-동두천시청 관광휴양과 031)860-2275
-동광극장 031)867-3030
-동두천 커뮤니티 센터 031)860-2727
-두드림뮤직센터 031)860-2726
-동두천 놀자숲 031)866-5560
-니지모리스튜디오&료칸 0507-1383-5557


대중교통
전철 수도권전철 1호선 보산역 1번 출구서 동두천 커뮤니티 센터까지 약 5m. 동두천 커뮤니티센터서 동광극장까지 도보 12~15분 소요.

*문의: 서울교통공사 1577-1234, www.seoul metro.co .kr

자가운전
세종포천고속도로 민락 IC→민락지하차도→민락교차로 동두천 방면→신평화로→평화로→강변로→동광극장→동광로→중앙로→중앙로361번길→동두천 커뮤니티센터

숙박 정보
-저스트슬립호텔 지행역점: 동두천시 중앙로, 031)859-8806, htt ps://justsleep.modoo.at
-호텔더그레이 동두천: 동두천시 중앙로246번길, 031)863-8087
-동두천 자연휴양림: 동두천시 탑동가산로, 031)860-3257, www.foresttrip.go.kr

식당 정보
-호수식당 본점(부대볶음): 동두천시 중앙로, 031)865-3324
-오륙하우스(돈가스): 동두천시 상패로, 031)865-3556
-송월관(떡갈비): 동두천시 큰시장로, 031)865-2428

주변 볼거리
소요산, 자유수호평화박물관, 경기북부어린이박물관, 소요별앤숲테마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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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틈 공략’ 이재명표 동진 정책 막전막후

‘틈 공략’ 이재명표 동진 정책 막전막후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새누리당 이혜훈 전 의원을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로 지명했다. 여야는 저마다 큰 충격을 받았다. 장동혁·한동훈·이준석 연대 등 위기 앞에서 다양한 경우의 수를 내던 국민의힘은 이 대통령의 동진 정책을 어떻게 이겨낼 것인가?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해 12월28일 새누리당 이혜훈 전 의원을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로 지명했다. 기획재정부는 지난해 9월 발표된 정부 조직 개편 방안에 따라, 지난 2일 재정경제부·기획예산처로 분리됐다. 이 지명자가 초대 장관으로 임명된 기획예산처는 예산 편성·재정 기획 기능을 담당한다. 연말 휴일 깜짝 발표 한나라당·새누리당 소속으로 서울 서초갑에서 3선 의원을 지냈던 이 후보자는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을 지낸 경제통이다. 수려한 언변을 바탕으로 높은 대중적 인지도를 누리고 있다. 그는 지명 다음날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이 마련된 서울 예금보험공사로 출근하면서 장관 후보자 지명 소감을 밝혔다. 이 후보자는 “불필요한 지출은 사전에 없애고, 민생과 성장엔 과감하게 투자하는 방식이 필요하다”며 “기획과 예산을 연동한 중장기 재정 운영을 통해 구조적 위기에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이 이 후보자를 임명하자, 정치권은 발칵 뒤집혔다. 일요일에 이 지명자 임명을 밝힌 것에 대해서도 “다음 날 조간 신문 톱을 노린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국민의힘 기획조정국은 같은 날 이 후보자를 제명하기로 한 서면 최고의원회의 의결 사항을 발표했다. 기획조정국은 “이 후보자는 국민의힘 서울 중·성동 당협위원장인데도 이재명정부 국무위원 임명에 동의해 현 정권에 부역하는 행위를 자처했다”며 “지방선거를 불과 6개월 남기고 국민·당원을 배신하는 사상 최악의 해당행위를 했다”고 비판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겉으론 이 대통령의 이 후보자 임명을 환영했다. 민주당 김현정 원내대변인은 같은 날 “여야를 가리지 않고 전문성을 인정받은 인사를 적재적소에 배치한 탕평인사”라면서 환영하는 논평을 발표했다. 그런데 이 후보자는 지난해 3월22일 손현보 세계로교회 목사가 주도한 집회에서 이 대통령을 강하게 비판하는 연설을 했다. 이 때문에 민주당에선 충격을 받은 듯한 반응이 나오고 있다.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이날 “윤 어게인을 외쳤던 사람도 통합 대상이 돼야 하느냐”며 “솔직히 쉽사리 동의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같은 당 윤준병 의원도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대통령을 향해 내란 수괴라고 외치고, 윤석열 전 대통령의 내란을 지지했던 이 전 의원에게 정부 곳간 열쇠를 맡기는 행위는 포용이 아니라 국정 원칙 파기”라고 주장했다. 일각에선 적진인 국민의힘의 유명 정치인을 핵심 보직에 발탁한 것과 관련해 “당내 영향력이 비교적 약한 이 대통령이 민주당에 견제 목적 충격을 주기 위해 이 후보자를 임명한 것 아니냐”는 반응이 나온다. 이 같은 주장의 바탕엔 예산 편성·재정 기획을 맡는 기획예산처의 특성이 있다. 기획예산처는 쉽게 말해 ‘금고지기’다. 이혜훈 기습 임명에 발칵 뒤집힌 국힘 적진 출신 곳간지기로…민주당 견제?” 일각에선 “국민의힘 내에서 영향력이 줄고 있는 이 후보자를 영입해 금고를 맡긴다는 건 민주당 의원들을 믿을 수 없다는 것 아니냐”며 “이 대통령이 민주당에 강력한 경고를 한 것”이라는 해석도 나왔다. 아울러 “각종 갑질 의혹이 불거져 정치적 입지가 매우 좁아졌던 민주당 김병기 전 원내대표를 엄호하기 위한 물타기를 강하게 한 것”이란 분석도 있다. 하지만 “당내 역학 관계만을 고려한 대응이라고 보긴 어렵다”는 해석도 존재한다. 국민의힘·개혁신당은 다양한 정치적 구도와 이슈가 뒤엉켜 있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연이은 혼란과 어지러운 합종연횡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중심 축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에 대해 이어지는 반발 속 ‘장동혁 체제’ 종말 가능성 ▲장 대표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의 갈등 ▲한 전 대표와 개혁신당의 오랜 갈등 ▲한 전 대표와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의 지난해 12월 깜짝 회동 ▲국민의힘·개혁신당의 특검 합의 등이다. 중심축만 해도 이렇게 많다. 이 틈은 이 대통령이 국민의힘의 허를 찌르는 기습을 시도할 수 있었던 결정적인 배경이다. 국민의힘이 이 후보자 제명을 언급하더라도, “적진 출신을 주요 부처 수장 후보자로 임명했다”는 압도적인 흐름을 극복하긴 어렵다. 보수 야권 내부에선 지난해 12월26일부터 ‘장한석 연대’라는 표현이 나왔다. ▲장 대표 ▲한 전 대표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 등이 연대할 가능성이 거론된 것이다. 국민의힘·개혁신당이 통일교 특검법을 공동 발의하고, 한 전 대표가 장 대표의 24시간 필리버스터를 긍정적으로 언급한 것을 근거로 제시된 가능성이다. 장 대표는 지난해 12월22일 오전부터 다음 날 오전까지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에 반대하는 필리버스터를 24시간 동안 진행했다. 이를 두고, 한 전 대표는 지난해 12월24일 자신의 SNS에 “장 대표가 장장 24시간 동안 온 힘을 쏟아냈고, 노고가 많으셨다”며 “민주당의 폭거가 선을 넘어도 한참 넘었으니, 모두 함께 싸우고 지켜야 할 때”라면서 장 대표를 추켜세웠다. 하지만 장 대표는 같은 날 “필리버스터의 절박함·필요성에 대해선 누구도 다른 의견이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고 일축했다. 극복 어려운 압도적 흐름 ‘장한석 연대’는 실제로 성사되면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단 분석이 나온다. 보수 야권의 대표로 통하는 정치인 3명이 서로 물고 물리는 앙숙 관계를 형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장 대표는 강경 보수를, 한 전 대표는 중·노년 여성을 축으로 한 중도 보수를, 이 대표는 젊은 남성을 축으로 한 개혁 보수를 상징한다. 이들 사이에 연대가 성사되면 사실상의 이념적 보수 대통합이다. 이 연합이 성사되면, 영남·강원 중심 토착 보수를 대표하는 국민의힘 내 언더 찐윤과 대적해볼 수 있다. 하지만 장 대표는 이 가능성에 대해 강하게 부인했다. 장 대표는 지난해 12월28일 국회서 진행된 기자간담회 중 “왜 ‘장한석’이란 말이 붙는지 잘 모르겠다”며 “당내 인사와 연대라는 것이 정치적으로 무슨 의미를 갖는 것인지, 당내 인사와 연대한다는 표현이 언제부터 사용됐는지 동의·이해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연대는 국민께서 수긍할 수 있는 명분을 갖고 감동을 줘야 한다”며 “지방선거를 5개월여 앞둔 상황에서 국민의힘은 변화와 쇄신을 위해 더 노력하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 전 대표와 연대할 가능성을 일축하면서도 이 대표와의 연대 가능성에 대해선 “당내 쇄신 후”라는 전제만 남겨놨다. 장 대표와 이 대표는 통일교 특검 추진이란 특정 이슈를 토대로 제한적 연대를 진행하고 있다. 근본적인 연대 가능성은 장 대표와 이 대표가 바라보는 지지층이 달라서 “실제로 가능하겠느냐”는 의문을 남긴다. 장 대표는 강경보수 결집을 위해 당 차원의 장외집회를 추진·주도했다. 하지만 이 대표는 특유의 합리성을 토대로 보수 성향 청년을 결집해 개혁신당의 정치적 공간을 일궜다. 정치적 공간 자체가 다르고, 그 공간 사이에 벽도 크게 세워져 있다. 현실적으로 벽을 허물고 손을 잡을 수 있을지 근본적인 회의를 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이 집단 사이에 세워진 벽은 윤석열 전 대통령이다. 국민의힘이 12·3 비상계엄에 대한 당 차원 공식 사과와 윤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공식화해 추진하면, 개혁신당은 근본적인 혼란에 처할 수 있다. 국민의힘과의 연대를 통해 정치적 공간을 더 넓힐 수 있지만, 근본적인 차별화가 어려워진다. 이 경우 개혁신당은 “국민의힘과 별개로 왜 따로 존재해야 하느냐”는 의문에 그대로 노출된다. 장 대표에게도 깊은 딜레마를 안긴다. 강경 보수는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를 추앙하고 있다. 사과·절연은 강경 보수가 정치적 영역화를 시도하던 장 대표에게 크게 반발하면서 선을 그을 것이다. 하지만 5개월 후 예정된 지방선거는 장 대표에게 외연 확장이란 숙제를 남긴다. 선거는 손 하나라도 더 있어야 수월하다. 그래서 사과나 절연을 하지 않으면, 개혁신당과의 선거 연대는 근본적으로 불가능하다. 경우의 수 윤 딜레마 한 전 대표에 대해선 당원 게시판 의혹과 관련된 조사 절차가 진행되고 있다. 친한(친 한동훈)계로 분류되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에 대해선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회가 당원권 정지 2년을 권고했다. 당원 게시판 의혹 조사 결과가 최종 발표되고, 한 전 대표에 대한 징계 권고에 이은 국민의힘 윤리위원회의 확정까지 이어지면, 한 전 대표는 국민의힘에서 사실상 축출된다. 그렇다고 신당 창당이란 모험을 하기도 어렵다. 신당 창당이란 실험은 이 대표가 이미 치렀다. 이 대표는 지난 2023년 12월 국민의힘을 탈당했고, 다음 달 창당해 그로부터 석 달 후 총선을 치러 국회 의석 3석을 확보했다. 이 대표는 경기 화성을에서 사실상 개인기로 선거를 치러 창당 직후 지역구에서 당선되는 기염을 토했다. 하지만 오는 6월엔 지방선거와 몇몇 지역구에 대한 재보궐선거만 진행된다. 정치의 중심지 국회에서 세를 확보하기 위한 선거가 아니다. 게다가 이 대표는 지난 2022년 국민의힘 대표로서 대통령·지방선거 승리를 주도했다. 반면 한 전 대표가 지휘했던 전국 단위 선거는 지난 2024년 총선이다. 당시 국민의힘은 108석만 확보하는 대형 참패를 당했다. 한 전 대표는 곧바로 비상대책위원장직을 사퇴했다. 한 전 대표가 ‘24시간 필리버스터’를 마친 장 대표를 위로한 한 이유로는 이 같은 현실적 상황이 거론된다. 하지만 장 대표의 반응은 차가웠다. 그는 한 전 대표를 콕 집어서 “당내 인사와 연대라는 표현이 언제부터 사용됐는지 동의하거나 이해하기 어렵다”고 저격했다. 이 발언은 사실상 한 전 대표의 항복을 요구하는 메시지로 해석되고 있다. 이 대표 입장에서도 창당된 지 불과 2년이 안 되는 개혁신당만으로는 지방선거를 치르기 어렵다. 그는 지난해 8월 국회에서 연찬회를 열어 “지방선거 후보자들이 300만원대 비용만으로 선거를 치를 수 있도록 하겠다”며 “재보궐선거에서도 최소 2~3석을 확보할 수 있도록 조기 선거 구상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개혁신당은 현실적으로 국민의힘과의 연대가 필요하다. 민주당의 세가 막강하므로 최소한 제한적·전략적 빅텐트를 쳐야 제한된 여건에서 최대한 많은 당선자를 배출할 수 있는 탓이다. 연대하지 않은 상황에서 민주당이 지방선거에서 압승하면, 국민의힘이 개혁신당에도 일정 부분 책임론을 전가해 공격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장·한·석 연대 좌충우돌 보수 대표 3인 각양각색 그런데 개혁신당은 이 대표와 국민의힘을 주도하는 친윤(친 윤석열)계와의 갈등 끝에 창당됐다. 친한(친 한동훈)계와도 언론을 통한 상호 공방을 거치면서 “보수의 적자는 누구냐”는 갈등을 이어가고 있다. 이 정서는 규모는 적지만 당과의 밀착도가 높은 개혁신당 지지자들에게도 고스란히 전해졌다. 뚜렷한 명분을 제시하지 않고선 당원·지지자의 비난을 이겨내기는 사실상 어렵다. 소규모 정당 특성상 사비를 모아 유세차를 마련해 선거운동을 할 정도로 열성적인 당원·지지자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다. 이 대표는 이미 개혁신당 창당 도중 이낙연 전 국무총리와 연대하려다가 당원·지지자의 거센 반발에 직면한 후 이를 취소하는 홍역을 치렀다. 국민의힘과 연대를 추진하려면, 당원·지지자를 설득할 수 있는 명분도 제시해야 한다. 이 대통령의 이 후보자 임명은 이런 상황에서 나온 강수다. 이 대통령은 민주당 대표였던 지난 2월 “민주당은 진보가 아닌 중도보수”라면서 보수 공략 의지를 밝혔다. 이어 ▲권오을 국가보훈부 장관 ▲허은아 대통령비서실 국민소통비서관 ▲새누리당 김용남 전 의원 등이 이 대통령의 권한으로 임명되거나 민주당에 입당했다. 이혜훈 후보자는 이 대통령이 받아들인 보수 출신 인사 중 가장 중량급이다. 그의 임명은 이 대통령이 민주당 대표 시절 추진했던 이념적 동진 정책을 계속 이어가고 있단 상징적 정치 행위라고 할 수 있다. 최근 민주당과 관련해선 강력한 부산시장 후보자로 여겨지던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도 휩쓸려 사퇴하는 등 사건이 발생하자 “통일교 관련 의혹이 민주당에도 스며든 것 아니냐”는 의심이 강하게 제기됐다. 민주당 김병기 전 원내대표 관련 의혹도 크게 불거지고 있다. 민주당도 크게 흔들려 정치적 아노미 상태에 놓을 수도 있었다. 이 대통령의 이 후보자 임명은 이런 상황에서 발표됐다. 이 대통령의 강수는 ▲보수 포용 이미지 형성 ▲보수 분열 시도 ▲민주당에 대한 부정적 시선 분산 등 효과를 노린 것으로 보인다. 지지부진한 상황을 거듭하는 국민의힘이 이에 제대로 대응할 수 있을지 장담하긴 어렵다. 그러던 중 국민의힘에 충격적인 여론조사 결과가 발표됐다.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지난해 12월22일부터 3일 동안 전국 성인남녀 1003명을 대상으로 실시해 발표한 전국 지표 조사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율은 41%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20%로 집계됐다. 특히 대구·경북 지역 내 국민의힘 지지율도 19%에 불과한 것으로 확인됐다. 텃밭서도 고작 19% 현재 국민의힘에 대해선 온갖 혼란·가설이 난무하는 상황에 이어 이 대통령의 강수를 접한 후 충격적인 여론조사 결과가 나온 것이다. 따라서 “지방선거 승리를 위한 중도 확정은커녕 전통적인 텃밭이나 제대로 사수할 수 있을지 의문”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다수의 홍이포를 보유한 대군은 성을 포위하고 있다. <남한산성>을 집필한 김훈 작가는 “안에서 무너지는 것이 더 두렵다”고 강조했다. 보수는 밖에서 무너질 것인가, 안에서 무너질 것인가. 아니면 되살아날 것인가?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