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시민덕희’ 실제 주인공 김성자

  • 김성민 기자 smk1@ilyosisa.co.kr
  • 등록 2024.02.13 10:42:32
  • 호수 146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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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스피싱 턴 세탁소 아줌마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오죽했으면 영화로 나왔을까? 지난달 24일 개봉한 보이스피싱 범죄 추적극 <시민덕희>가 박스오피스 1위에 올랐다. 덩달아 실화의 주인공 김성자씨도 재조명받고 있다. 보이스피싱 범죄는 수사당국의 주요 검거 대상 중 하나다. 지난해 금융보안원은 보이스피싱 사기 정보를 총 1만4158건 탐지했다고 밝혔다.

<시민덕희>는 평범한 중년 여성 ‘덕희’(라미란)가 중국의 보이스피싱 조직 총책임자를 추적하는 이야기다. 영화는 2016년 김성자씨가 보이스피싱 사기를 당해 고군분투하는 모습을 그렸다. 절망적인 순간에도 포기하지 않던 김씨가 직접 범죄조직을 잡는 데 나서면서 세간의 주목을 받아왔다.

김씨는 경기도 화성시에서 세탁소를 운영하는 평범한 중년 여성이다. 그러나 그의 평화로운 일상은 오래가지 못했다. 2012년 김씨의 4살배기 막내아들이 한 건물 주차장서 추락 사고를 당했다. 그는 떨어진 장난감을 주우려고 몸을 내민 아들이 추락하려던 순간 몸을 던졌다.

평범한 엄마
평생 모은 돈

그는 매체와 인터뷰서 “아들은 무사했지만, 이 사고로 온몸에 골절상을 입고 3년간 병원을 다녔다”며 “당시 안전망을 임의로 치워둔 건물주를 상대로 민사소송을 걸었다”고 토로했다. 김씨는 건물주와 법적 공방을 벌이던 2016년 1월 ‘압류 비용을 내라’는 전화 한 통을 받았다. 

사법기관을 사칭한 보이스피싱이었다. 김씨는 “소송 중 압류 비용이 필요할 수 있단 말을 들었을 때였다”며 “마침 보이스피싱범도 법원이니 검찰이니 얘기를 해서, 말로만 듣던 압류 비용을 내야 하는 줄 알았다. 그들이 보내온 가상계좌에 아들 명의로 돈을 이틀에 나눠 이체했다”고 증언했다.

이튿날 김씨는 또 한 번의 전화 한 통을 받았다. 본인 명의로 돈을 다시 입금하면 일전의 돈을 바로 돌려주고, 대출도 받게 해주겠다는 내용이었다. 그는 지인들에게 급히 돈을 빌려 그날 바로 이체했다. 물론, 끝내 돈은 돌려받지 못했다.

자신이 사기를 당했다는 사실을 깨달은 김씨는 수면제와 술로 나날을 보냈다. 세 아이를 키우던 김씨는 밤낮없이 미싱을 돌리면 번 돈을 날렸다는 생각에 잠을 이룰 수 없었다. 술과 수면제를 잔뜩 먹고 기억이 끊어졌던 어느 날, 눈을 떠보니 천장에 줄이 매달려 있었다. 김씨를 지켜보던 아들은 “엄마, 죽지 마”하며 울고 있었다.

김씨는 “아들이 나 때문에 엄마가 죽는 거 아니냐며 ‘죽지 마, 잘못했어’ 하고 엉엉 울었다”며 “그날부로 수면제를 전부 버리고 살아야겠다는 의지를 다잡았다”고 토로했다. 정신을 차린 김씨는 피해 사실을 경찰에 신고했다. 돌아온 경찰의 대답은 허무했다.

경찰은 “아줌마, 중국서 걸려온 전화라 (범인은)못 잡아요”라며 무시했다고 한다.

그랬던 그에게 보이스피싱 조직을 잡을 수 있었던 기회는 예고 없이 찾아왔다. 2016년 김씨는 자신에게 사기를 쳤던 조직원으로부터 전화 한 통을 받는다. 조직원은 “범죄조직서 벗어나고 싶으니 도와달라”고 김씨에게 요청해왔던 것이다. 그러면서 “김성자씨가 돈도 제일 빨리 보내고, 제일 끈질겨서 당신을 택했다”고 말했다.

박스오피스 1위···깜짝 흥행몰이
전화로 전 재산 잃은 여성 실화

당시 김씨는 “너네한테 더 뜯길 돈 없다”며 전화를 끊었다. 이후 조직원은 다시 전화해 “아줌마, 이번엔 진짜다. 총책이 설을 쇠러 중국서 한국으로 잠깐 들어가니 꼭 신고해달라”고 호소했다. 범죄조직서 탈출하고 싶었던 조직원은 총책의 최근 사진, 중국 산둥성의 사무실 주소, 보이스피싱 피해자 개인 정보 등을 넘겼다.

정보를 입수한 김씨는 곧바로 경찰에 신고했다. 그러나 화성동부경찰서(현재 오산경찰서)는 “아줌마, 또 돈 보냈어요? 그거 다 뻥이야”라며 제보를 무시했다고 한다. 화가 난 김씨는 경찰 대신 조직원을 설득했다. 김씨는 총책의 이름과 얼굴이 찍힌 사진, 주소 등 비교적 상세한 정보를 얻어냈다.

그는 보이스피싱 총책이 중국인 지인에게 부탁해 2016년 2월8일 10시25분 아시아나항공을 이용한다는 것까지 알아냈다. 그러자 경찰도 “이제부터 우리가 알아서 하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김씨는 중국에 거주하던 총책이 한국에 들어온다는 정보를 듣고 거주지를 찾아가 이틀간 잠복까지 감행했다. 하지만, 2월8일이 지나도 총책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경찰로부터도 아무런 연락을 받지 못한 것이다. 

그가 제공한 단서로 경찰은 닷새 만에 보이스피싱 조직을 검거했다. 총책을 잡은 뒤에도 돈을 되찾기 위해 면회도 여러 번 갔다. 김씨는 “내 돈 내놓으라고 닦달했더니 씩 웃으면서 ‘당신이 멍청해서 당한 거지. 어차피 경제사범은 몇 년 살지도 않아’ 그 말 듣고 집에 오는데 계속 눈물이 흘렀다”고 말했다. 

이후 김씨는 재판마다 쫓아다니면서 판사에게 엄벌을 요청하는 탄원서를 제출했다. 총책은 그에게 합의금 1000만원을 제안했으나 ‘총책이 하루라도 감형받는 건 용납할 수 없다’며 거절했다. 김씨는 “피해자들 중엔 1200만원을 사기당하고 목숨을 끊은 분도 있었다. 내가 그 돈을 받고 합의해주면 형량이 줄어들까 봐 차마 받을 수 없었다”고 했다.

전화비만 
70만원

재판 이틀 전, 김씨는 판사에게 엄벌을 요구하는 편지를 썼다. 결국 총책은 재판서 징역 3년을 선고받았다. 

김씨는 피해액을 단 한 푼도 돌려받지 못했다. 그는 경찰로부터 보이스피싱 신고 포상금을 받고자 했다. 합당한 보상이 있을 것이라고 믿었다. 그러나 경찰은 총책을 붙잡은 이후로도 수개월째 아무런 소식을 전하지 않았다. 경찰서에 확인해 보니 “깜빡했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김씨가 항의를 하고 나서야 경찰은 6개월 뒤 통장하고 신분증을 가져오라고 하더니 선심 쓰듯 100만원을 주겠다고 했다. 경찰은 김씨에게 “우리 경찰서는 돈이 없어서 원래 이것보다 덜 주는데, 특별히 더 주는 것”이라고 빈정거렸다고 한다.

화가 난 김씨는 100만원을 거절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최대 1억원의 신고보상금은 물론, 사기를 당한 3200만원도 받지 못한 것이다. 김씨는 100만원을 받지 않고 화성동부서에 업무태만을 고발하는 진정서를 제출했다. 경찰청, 법무부에 진정서를 내봤지만 ‘예산이 없다’ ’내부 규정이라 어쩔 수 없다’는 핑계로 거부당했다.

영화는 주인공 덕희가 총책을 잡으며 통쾌하게 끝났지만, 실제 김씨의 삶은 회복되지 못했다. 김씨는 언론 매체와 인터뷰서 “보이스피싱을 당한 이후로 눈만 뜨면 경찰서로 출근했다”며 “한참 앉아 있으면 경찰이 ‘아줌마, 애들 밥 주러 안 가?’냐고 물었다. 아직도 경찰차만 지나가면 화가 치민다”고 토로했다.

경찰이 김씨에게 제시한 포상금은 고작 100만원에 불과했다. 그는 조직원과 소통하면서 전화비만 70만원을 썼다. ‘한국 오면 소주 한 잔 사겠다’며 조직원을 달래며 검거에 필요한 자료를 모두 받아냈던 그였다.

끈질긴
추적기

김씨는 여전히 피해액과 포상금을 받지 못하고 있다. 김씨는 앞으로 계획에 대해 “잘 모르겠다”며 “경찰 입장도 이해가 안 가는 건 아니지만, 지금까지 민원을 넣어도 바뀌는 건 없었다”고 답했다.

대신 보이스피싱 피해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고 했다. 그는 “피해 사실이 알려진 후 ‘멍청해서 당한 거야’라는 비난이 정말 싫었다”며 “보이스피싱에 넘어간 건 절대 당신의 잘못이 아니다. 부디 혼자 모든 걸 짊어지려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힘줘 말했다.

김씨의 말대로 보이스피싱은 멍청해서 당하는 범죄가 아니다. 갈수록 증가하는 추세는 그만큼 범죄 수법의 고도화를 나타내는 반증이다. 최근 5년간 보이스피싱 피해금액은 1조7000억원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카카오톡 등 메신저를 활용한 보이스피싱 범죄가 3분의 1을 차지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해 9월30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황운하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8년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보이스피싱 피해 건수는 23만7859건, 피해 금액은 1조7499억원, 피해자는 14만8760명으로 집계됐다.

보이스피싱 유형별 피해 현황을 살펴보면 대출을 빙자한 피해 건수가 13만2699건, 피해 금액 1조240억원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기관 사칭 2만51건, 4090억원 ▲지인 사칭 8만5115건, 3169억원 등이다. 특히 메신저를 활용한 보이스피싱 피해 건수는 8만5115건으로 전체 보이스피싱 피해 건수의 35.7%의 비중을 차지한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도 포기한 총책 잡아
포상금은 고작 100만원뿐

메신저 종류별로는 ▲카카오톡 2만3680건, 755억원 ▲네이트온 713건, 53억원 ▲페이스북 474건, 6억5000만원 ▲지인 사칭 4만4241건, 3169억원 등이다. 다만, 인터넷은행을 포함한 시중 은행에 접수된 ‘통신사기피해환급법’상 보이스피싱 피해 환급금은 2018년 709억원서 2022년 256억원으로 63.8% 감소했다.

통상 통신사기피해환급법은 보이스피싱 피해자 구제신청이 있을 경우, 채권소멸 절차 등을 거쳐 지급정지된 보이스피싱 피해금액을 환급해준다. 다만, 피해자가 사기를 인지하고 구제신청을 통해 계좌가 지급정지되기 전 보이스피싱 범죄자들은 현금을 인출하거나 타 계좌로 이체한다.

이에 따라 구제받지 못하는 경우가 태반이라 피해 구제신청 절차를 개선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돼오고 있다.

국감서 황 의원은 “은행서 적극적으로 이상거래를 발견해 금융 소비자를 보호해야 할 필요가 있다”며 “범죄에 이용되는 플랫폼 회사도 적극 관련 범죄를 예방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한편, <시민덕희>를 본 김씨는 코미디 영화인데도 눈물을 멈출 수 없었다. 두 번째 봤을 땐 라미란 배우가 시원하게 욕을 해서 “속이 뻥 뚫렸다”고 했다. 그는 “영화화가 결정되고부터 주변서 라미란 배우가 하면 딱 맞겠다고 했다”며 “털털하고 욕 잘하는 것까지 저랑 똑같다. 같이 본 딸도 엄마 보는 줄 알았다고 했다”고 전했다.

그가 뽑은 명대사는 총책과 맞닥뜨린 덕희가 던진 한마디였다. “‘남의 눈에 눈물 나게 하면, 니네 눈엔 피눈물 나는 거야.’ 나도 총책한테 그 말을 똑같이 했다. 내가 멍청해서 당한 게 아니라는 걸 보여줘서, 무너졌던 자존심을 조금이나마 일으켜 세워줘서 감사할 뿐”이라고 웃어 보였다.

그가 죽기 직전까지 절망적인 순간에 놓인 순간, 영화화 제안이 왔다. 김씨는 “(제작진이)계속 싸우면 더 아프지 않나. 영화로 잘 만들어 드리겠다는 말에 마음이 녹아 허락했다”고 말했다.

실적은
경찰이

앞서 김씨는 자신이 당한 일과 억울함을 세상에 알리고 싶었다. 그는 2016년 7월 한 언론에 출연한 이후 페이스북에 자신의 억울함을 드러냈다. 곧 영화계의 관심도 이어졌다. 제작진 측은 김씨의 이야기를 듣고, 영화 제작을 제안했다고 한다. 그렇게 7년이 흘러 영화 <시민덕희>가 만들어졌다.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지난 4일 기준 93만424명의 누적관객을 기록 중이다.

<smk1@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연예인도 당하는 보이스피싱, 홍석천도 당했다

보이스피싱 범죄 피해를 겪은 실제 연예인들의 경험담이 눈길을 끈다.

지난 10일, 홍석천은 <홍석천의 보석함>에 게스트로 출연한 공명과 대화를 나누던 중 자신이 실제로 보이스피싱 피해를 입었음을 밝혔다.

그는 공명이 <시민덕희>서 보이스피싱 조직원 역할을 맡았다는 이야기를 듣자 “이 XX 봐라. 나 5년 전에 보이스피싱 당했잖아. 580만원 뜯겼다”고 분노했다.

그는 앞서 SBS 파워FM <두시탈출 컬투쇼>서도 피해 사실을 언급했던 바 있다.

홍석천은 “방콕서 촬영 중이었는데, 친한 형한테 문자가 왔다. 돈이 필요하다해서 일주일 후에 갚는다고 했고, 580만원이라는 구체적인 금액을 불러서 계좌로 쐈다”며 “촬영 후 돌아와서 한 달이 지나도 연락이 없었다. 전화가 와서 물어봤더니 자기가 뭘 빌렸냐고 하더라. 아는 사람 이름을 털어서 피싱을 한 것”이라고 털어놨다.

다행히 신고로 범인을 잡았지만, 돈은 돌려받지 못했다.

이에 앞서 방송인 박슬기도 방송에 출연해 보이스피싱 경험담을 털어놨다.

그는 보이스피싱으로 1200만원을 잃었다며 “사기를 당한 후 일주일 동안 벽에 머리를 계속 박았다. 내 자신이 너무 한심했다”고 심경을 밝혔다.

이어 “내 통장이 불법 도박 자금에 연루됐다더라. 박정식이라는 사람이 도박을 했는데, 그 사람이 나를 가해자로 몰았다고 했다”며 “그 사람들 말을 따라서 은행에 가서 인터넷 뱅킹 비밀번호까지 알려줬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박슬기는 “경찰에 신고하고 조서를 썼지만, 이미 1200만원이 빠져나간 상황이었다”고 밝혀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이처럼 유명 연예인마저도 그 보이스피싱 표적이 되고, 나날이 진화하는 교묘한 수법에 넘어가 거액을 잃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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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경찰 압수 비트코인 ‘1400억’ 털린 내막

[단독] 경찰 압수 비트코인 ‘1400억’ 털린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경찰이 압수한 비트코인 1700여개 중 1400개 이상이 사라졌다. 전체 피해액은 최소 1300억원에서 최대 1500억원 수준으로 추산된다. 충격적인 것은 탈취 시점과 방식, 그리고 접속 기기까지 모두 경찰 수사 과정과 맞물려 있다는 점이다. 단순 해킹으로 보기 어려운 정황이 잇따라 확인되면서 사건의 성격이 ‘내부 연루 의혹’으로 급격히 기울고 있다. 사건의 출발은 2021년 11월 광주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의 불법 도박사이트 수사였다. 광주청 수사과 소속 경사 김모씨 등은 범죄수익은닉 혐의 압수수색영장을 집행하며 불법 도박장 개설 혐의 등을 받은 비트세븐 거래소 대표 이모씨의 블록체인닷컴 지갑에 접속했다. 6분 간격 연결고리 당시 경찰은 피의자 이씨의 블록체인닷컴 지갑 계정에 접속해 비트코인 1798개를 확인했다. 경찰은 같은 날 오전 11시58분부터 약 40분간 27차례에 걸쳐 135개를 이체하며 1차 압수를 진행했다. 이후 접속이 차단됐다고 주장했지만, 불과 몇 시간 뒤인 11월10일 새벽과 오후, 경찰청 사무실에서 추가로 185개를 더 이체했다. 총 320개가 ‘정식 압수’됐다.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2021년 11월10일 오후 8시28분. 김 경사는 압수된 계정의 연동 이메일을 자신의 구글 계정으로 변경한다. 그리고 불과 12분 뒤인 8시40분부터, 지갑에 남아 있던 비트코인 1477개가 195차례에 걸쳐 외부 주소로 빠져나갔다. 압수 직후, 그것도 계정 권한이 경찰에게 완전히 넘어간 직후 벌어진 대규모 탈취였다. 블록체인닷컴이 제출한 IP 로그는 더욱 노골적이다. 11월9일부터 10일 오후 8시32분까지 모두 한국 IP를 사용한 수사관 접속 기록이다. 이후 마지막 김 경사의 접속 6분 뒤, 미국·우크라이나·캐나다 IP를 통한 접속이 연속으로 발생한다. VPN을 이용한 김 경사로 의심되는 ‘탈취자’의 접속이다. 수사관 로그인 → 6분 후 탈취 로그인 → 즉시 대량 이체로 이어진 것이다. 외부 해커의 우연한 침입이라 보기에는 타이밍이 지나치게 촘촘하고 정교하다. 결정적인 단서는 디바이스 로그다. 블록체인닷컴 측이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해당 계정에는 단 두 종류의 기기만 기록돼있다. 하나는 윈도우 기반 데스크톱, 다른 하나는 안드로이드 모바일이다. 이 중 안드로이드 접속은 단 한 번, 우크라이나 IP를 통해 이뤄졌다. 나머지 탈취 접속은 모두 윈도우 데스크톱이다. 문제는 그 윈도우 기기다. 로그에는 수사관이 사용한 윈도우 기기 외에 다른 데스크톱 기록이 존재하지 않는다. 즉, 탈취자가 사용한 윈도우 PC가 별도 기기였다면 반드시 추가 로그가 남아야 하지만 그마저도 없다. 탈취 접속에 사용된 윈도우 기기가 수사관이 사용한 기기와 동일하다는 것이다. 수사관 접속 후 VPN 유출 시작 경찰이 사용한 기기가 쓰였다? 탈취 당시 상황도 석연치 않다. 계정 연동 이메일이 김 경사의 개인 계정으로 바뀐 직후 탈취가 시작됐다. 이 과정에서 최소 198건의 출금이 발생했다. 정상이라면 동일 수량의 알림 이메일이 수신돼야 한다. 그러나 김 경사의 이메일에는 단 7건만 남아 있다. 나머지 191건은 흔적조차 없다. 더욱이 김 경사는 당시 사무실에 남아 있었고, 탈취 시간 동안 계정 재접속을 시도했다고 진술했다. 그럼에도 본인 이메일로 전송된 출금 알림을 전혀 인지하지 못했다는 설명이다. 단순 실수로 보기엔 삭제 규모가 과도하다. 선택적 삭제 가능성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수사 협조 전문가 박모씨의 분석 자료에서도 이해하기 어려운 정황이 발견됐다. 박씨는 11월11일 저녁, 탈취 자금 흐름을 분석한 노드 자료를 김 경사에게 전달했다. 그런데 해당 자료에는 그 시점 기준 아직 발생하지 않은 미래 트랜잭션이 포함돼있었다. 실제 해당 거래는 다음 날 새벽에야 블록체인에 기록된 것으로 확인된다. 블록체인 구조상 발생하지 않은 거래를 사전에 확인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불가능하다. 이 때문에 해당 자료가 사후 수정됐거나, 탈취 경로를 사전에 알고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이씨는 사건 발생 한 달 뒤 탈취 사실을 인지하고 검찰에 진정을 제기했다. 이후 추가 진정까지 제출했지만, 수사는 2024년까지 사실상 진행되지 않았다. 그러다 뒤늦게 수사가 이뤄졌고, 결과는 반전이었다. 탈취 의혹은 규명되지 않은 채, 오히려 피해자가 허위 고발을 했다며 무고 혐의로 기소된 것이다. 국가 수사기관이 압수한 비트코인이 경찰 손을 거친 직후 대량으로 사라졌으나, 코인의 주인은 구속되고 경찰은 의심에서 벗어났다. 단순 해킹이라 보기에는 시점과 방식, 그리고 이후 수사 흐름까지 모든 것이 비정상적이다. 법원도 이미 “누군가 계정에 접근해 비트코인을 이체했다”고 판단했고, 검찰은 수사 정보 유출 의혹까지 제기하고 경찰을 상대로 압수수색을 벌였다. 정작 탈취 의혹을 제기한 당사자는 무고 혐의로 법정에 서 있는 상황이다. ‘누가 훔쳤는가’라는 본질적 질문은 여전히 답을 얻지 못한 채 사건은 미궁으로 빠졌다. 알림 191건 흔적 없이… 경찰은 1일 전송 한도 때문에 압수가 며칠에 걸쳐 이뤄지는 사이, 이씨 측이 이를 빼돌렸다고 판단했다. 반면 이씨 측은 정반대 주장을 펼쳤다. 계정 접근권한을 사실상 장악한 수사기관 내부에서 탈취가 이뤄졌을 가능성을 제기한 것이다. 사건은 단순 범죄수익 환수 문제를 넘어 ‘압수된 국가 관리 자산이 어떻게 사라졌는가’라는 근본적 의문으로 확장됐다. 광주지법 항소심은 도박공간 개설과 범죄수익은닉 혐의 자체는 유죄로 인정하면서도, 사라진 1476개 비트코인에 대해서는 이씨의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누군가 이씨의 블록체인 계정에 접근해 당시까지 남아있던 비트코인 대부분을 다른 지갑으로 이체해 갔다”고 판시했다. 이는 곧 해당 비트코인의 이동 주체가 이씨로 특정되지 않았음을 의미한다. 그 결과 1심에서 600억원대에 달했던 불법 도박장 개설 혐의 등에 대한 추징금은 항소심에서 15억원 수준으로 대폭 줄어들었다. 이 판결은 중요한 함의를 갖는다. 법원이 최소한 “외부 혹은 제3자의 개입 가능성”을 인정했다는 점에서다. 즉, 단순히 피고인이 숨기거나 빼돌린 사건이 아니라, 압수된 계정에 대한 추가 접근이 있었고 실제 자산 이동이 발생했다는 사실 자체는 부정되지 않았다. 검찰 역시 이 사건을 단순히 피고인 책임으로만 보지 않았다. 2023년 11월 검찰은 광주경찰청과 서부경찰서를 상대로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수사 정보가 외부로 유출됐을 가능성과 압수 과정의 적법성을 확인하기 위한 조치였다. 이 과정에서 사건 브로커와 거액 자금 흐름까지 거론되며 사건은 더욱 복잡한 양상으로 번졌다. 단순한 도박사이트 수사가 아니라 수사 기밀, 로비, 가상자산 이동이 뒤엉킨 구조적 사건으로 확장된 것이다. 최근 공판에서는 또 다른 쟁점이 드러났다. 증인으로 출석한 전문가 박씨 측 인물은 사라진 비트코인의 이동 경로를 분석한 결과 특정 거래소 계열 지갑으로 이어지는 흐름이 확인된다며, 도박사이트 운영 세력이 직접 자금을 이동시켰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의심받는 수사관 반면 이씨 측은 사건 직후 오히려 검찰에 진정을 제기하며 탈취 의혹을 먼저 제기한 점을 강조하며, 스스로 범행을 저질렀다면 그런 행동을 할 이유가 없다고 반박했다. 또 블록체인닷컴 측 자료에 따르면 ‘탈취자’는 VPN을 이용해 해외 IP로 접속했으며, 일부 접속은 데스크톱 환경에서 이뤄진 것으로 분석됐다. 만약 이 분석이 사실이라면, 압수 과정에서 사용된 기기와 탈취에 사용된 기기가 동일하거나 밀접하게 연관됐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다만 이 같은 기술적 분석은 현재까지 법원에서 확정된 사실이 아니라는 점에서 추가적인 검증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메일 기록 역시 의문을 키운다. 탈취 과정에서 수백건에 달하는 출금이 발생했다면 이에 상응하는 알림 메일이 존재해야 정상이다. 그러나 일부 기록만 남아 있고 상당수는 확인되지 않는다는 주장도 나온다. 만약 실제로 알림이 발송됐음에도 기록이 남아 있지 않다면, 이는 단순 오류가 아니라 의도적 삭제 가능성까지 의심할 수 있는 대목이다. 결국 이 사건은 세 가지 축으로 압축된다. 첫째, 경찰이 압수한 가상자산이 왜 완전히 확보되지 못했는가. 둘째, 압수 이후 누가 해당 계정에 접근해 자산을 이동시켰는가. 셋째, 그 과정에서 수사기관 내부 혹은 외부 세력의 개입이 있었는가다. 상식적으로 국가가 압수한 자산은 그 어떤 개인소유보다도 안전하게 보호돼야 한다. 그러나 이 사건에서는 정반대 결과가 나타났다. 압수 직후 대규모 자산이 사라졌고, 책임 소재는 규명되지 않았으며, 의혹을 제기한 당사자는 오히려 피고인 신분이 됐다. 계정 변경 직후 사라져 이메일 변경 직후 작업 이 사건이 단순한 형사사건을 넘어서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만약 압수된 자산조차 안전하게 관리되지 못한다면, 국가 형사사법 시스템에 대한 신뢰 자체가 흔들릴 수밖에 없다. 특히 가상자산과 같이 추적과 관리가 기술적으로 가능한 자산에서 이런 일이 발생했다는 점은 더욱 심각하다. 현재까지 드러난 정황만 놓고 보면, 이 사건은 ‘탈취’가 아니라 ‘내부 유출’ 가능성을 강하게 의심케 한다. 한편, 지난달 15일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인물은 범행 주체가 경찰이 아니라 탈취범으로 지목된 이씨와 그의 아버지일 가능성이 크다는 취지로 증언했다. 광주지방법원 형사10단독 유형웅 판사는 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 등을 받고 있는 이씨 부녀에 대한 속행 공판기일 재판을 열었다. 이씨 부녀는 2021년 11월 경찰 압수수색이 진행되던 중 자신의 블록체인 지갑에 있던 비트코인 1476개를 빼돌린 혐의로 기소됐다. 검사는 이날 A씨를 증인으로 신청해 신문했다. A씨는 과거 이씨 측 부탁을 받고 비트코인 환전에 도움 준 인물이다. 현재는 코인 관련 별도 사기 혐의로 보석 상태에서 재판을 받고 있다. A씨는 이날 검사의 질문을 받고 “이씨 지갑에서 사라진 비트코인 1400여개의 행방을 쫓기 위해 거래 내역을 분석한 결과, 비트세븐 거래소와 연결된 지갑이 다수 등장했다”고 말했다. 이어 “당시 경찰은 일일 전송 제한량이 걸려 있어 이씨 지갑에 있던 비트코인을 여러 날에 걸쳐 경찰 지갑으로 옮겨 압수했는데, 같은 시기 탈취범은 순식간에 이씨 지갑에 있던 비트코인 1400여개를 빼간 것으로 나타났다”고 증언했다. 그러면서 “경찰과 달리 이씨 지갑에서 순식간에 다량의 비트코인을 탈취해 간 점, 탈취된 비트코인 이동 경로에 비트세븐 거래소 지갑이 활용된 점을 고려할 때 탈취범은 비트세븐 거래소를 통제할 수 있는 사람들”이라며 사실상 이씨 부녀를 겨냥했다. 구속된 코인 주인 A씨가 언급한 비트세븐 거래소는 정상적인 가상자산 거래소가 아니라, 이씨 부녀가 해외에 서버를 두고 운영했던 도박사이트라는 주장이다. 비트세븐 거래소와 관련해 이씨는 도박공간 개설 혐의 등으로 대법원에서 유죄 판결을 확정받았다. 다만 해당 재판에서 사라진 비트코인 1476개에 관한 추징(현 시세 기준 약 1620억원) 책임은 인정되지 않아, 검찰은 범죄수익은닉 혐의를 적용해 이씨를 부친과 함께 추가 기소했다. A씨의 증언에 대해 이씨 부녀 측은 즉각 반박하는 대신 별도 의견서를 재판부에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