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송사 휘말린 김수미

‘김수미’ 브랜드 막 돌렸나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배우 김수미씨와 그 아들 정명호씨가 식품업체로부터 횡령 혐의로 피소됐다. 김수미의 초상권을 무단을 판매한 혐의도 받는다. 김씨 측은 ‘연예인 망신 주기’라며 반박하고 있으며 해당 업체는 ‘연예인 망신 주기는 실익이 없다’며 진실공방을 이어가고 있다. 앞으로의 수사 결과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배우 김수미씨는 1970년 MBC 3기 공채 탤런트로 데뷔했다. 1980년부터 방영한 국민 농촌 드라마 <전원일기>의 ‘일용엄니’역으로 무려 21년 동안 열연하며 인기를 끌었다. 해당 드라마로 1986년에 MBC 연기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전원일기> 종영 후에도 일용 모친역을 발판으로 욕쟁이 할머니 캐릭터를 구축, 김수미만의 몸사림 없는 당찬 연기, 걸걸한 입담의 코믹 연기로 드라마, 영화를 종횡무진하며 큰 활약을 했다.

걸걸한 입담
할머니 캐릭터

대표작으로는 <백년손님> <아베의 가족> <성난 눈동자> <새아씨> <박순경> <아버지와 아들> <남자의 계절> <오박사네 사람들> <젊은이의 양지> <아스팔트> <사나이> <미망> <만남> <뱀파이어 아이돌> <전설의 마녀> <간 큰 가족> <맨발의 기봉이> <마파도> <가문의 영광 시리즈> <헬머니> 등 수많은 작품들이 있다.

김씨는 자타가 공인할 정도로 요리 실력이 상당한 것으로 유명하다. 수준급 요리 실력을 토대로 2008년 간장게장 및 김치 사업을 시작해 홈쇼핑서 120억원의 매출을 달성했고, 2010년엔 홈쇼핑 외에 온라인으로 판매처를 확대해 15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2018년에는 자신의 이름을 내건 요리 프로그램 <수미네 반찬>을 런칭, 동시간대 시청율 1위를 기록한 데 이어김치와 게장, 젓갈 등의 반찬을 제조·판매하는 식품유통 기업 나팔꽃F&B(이하 나팔꽃)를 설립했다. 해당 업체는 연 매출 270억원 규모의 중소식품기업이다.

김씨가 지분 20%, 그의 아들 정명호씨가 지분 40%를 보유해 김씨 모자가 가장 많은 지분을 갖고 있다. 나머지 회사 지분 40%는 기타 주주로 구성돼있다.

나팔꽃은 김수미의 김치 ‘엄마생각’,  ‘그때 그맛’ 등의 브랜드 상품을 마트와 홈쇼핑서 판매하며, 특히 최근에는 김치 사업으로 큰 호응을 얻고 있다. 나팔꽃 F&B는 전 세계적으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는데, 지난 3월에는 일본에 ‘수미네밥집’을 오픈하며 국제적인 성공을 거뒀고, 오는 11월 말에는 미국에 ‘수미반찬’ 가게를 오픈할 예정이었다.

회사 측과 김씨 모자 간 갈등은 정씨가 대표이사직서 해임된 이후 시작된 것으로 확인됐다. 정씨가 대표이사에서 해임되고 회사 설립 당시부터 이끌어온 3인의 이사 중 송모 이사가 새로운 대표이사로 선임되자 양측은 법적 공방을 진행 중이다.

나팔꽃은 김씨와 그의 아들 정씨를 배타적 독점 사용권을 타 업체에 팔고 회삿돈을 횡령한 혐의 등으로 고소했다.

경찰에 따르면 서울용산경찰서는 김씨와 정씨가 나팔꽃과 10년간 독점 계약한 ‘김수미’ 브랜드 상표권을 타인에게 판매했다는 취지의 고소장을 접수했다.

“배타적 독점 사용권 타 업체에 판매”
아들과 함께 무단판매·횡령 혐의 피소


나팔꽃 측은 고소장을 통해 “김수미와 정씨가 2019년부터 2020년까지 약 10회에 걸쳐 나팔꽃씨엔앰, 나팔꽃미디어 등 정씨가 운영하는 회사에 무단으로 김수미 브랜드를 판매해 약 5억6500만원의 이득과 사업 지분을 얻었다”고 주장했다.

나팔꽃은 “피고소인들의 상표권 판매사기 행위가 발각된 뒤 처음에는 김수미 브랜드의 이미지 손실을 우려해 회사 내부적으로 자체 수습해보려고 노력했으나, 여러 피해자들이 문제 삼고 회사가 자금 조달 등에 어려움을 겪자 부득이 이들 모자에게 책임을 묻게 된 것”이라고 고소 배경을 설명했다.

나팔꽃에 따르면 김수미 브랜드 판매사기 피해 사례는 2019년 8월부터 2020년 9월까지 1년간 OO명삼, OO꾸찌뽕, OOO한의원, OO물산, OOBNC, OO푸드, OO푸드빌 등 10건에 달한다. 계약주체는 정씨가 별도로 운영하는 회사 나팔꽃씨엔엠(2건)과 나팔꽃미디어(8건)이다.

또 나팔꽃은 정씨가 대표이사로 재직하던 당시 회사자금의 입출금을 맡으면서 총 6억2300만원가량을 횡령한 혐의가 있다고도 주장했다.

이 중에는 ‘정명호 가지급금’이라고 회계 처리해 무단으로 돈을 인출한 혐의(약 1억198만원), ‘선생님댁 김장’ ‘선생님 댁 유기그릇 세트’ 등으로 회계 처리하고 지급 의무 없는 금액을 대신 지급한 혐의(약 1억6900만원), 단기대여금 명목 횡령(약 3억670만원), 허위 용역 대금 지급(약 4529만원) 등이 포함됐다.

나팔꽃은 김씨 역시 개인 세금을 납부할 자금이 부족해지자 회사 은행 계좌서 임의로 3억원을 인출해 횡령했다고도 주장했다.

게다가 며느리인 배우 서효림씨와 정씨가 결혼할 당시 며느리에게 준 고가 선물, 집 보증금이나 월세, 김수미 홈쇼핑 방송 코디 비용과 거마비 등을 회삿돈으로 처리했다고도 지적했다.

김씨 측은 나팔꽃의 고소가 연예인 망신 주기라고 반박했고 회사 측은 ‘연예인 망신 주기는 실익이 없다’고 재반박에 나서며 진흙탕 싸움을 진행 중이다. 

대표 해임 
법적 공방

김씨와 정씨는 나팔꽃의 대표인 송씨가 그동안 수차례 자신에 대한 형사고소를 취하해줄 것을 요구해왔으나 김씨와 A씨가 이에 불응하자 김씨가 연예인이라는 점을 악용해 언론에 망신 주기와 여론몰이를 시도했다며 반박에 나섰다.

김씨 측 법률대리인 가로재 법률사무소 장희진 변호사는 지난 23일 “정씨는 2023년 11월 송씨를 사문서위조 및 행사, 횡령 및 사기 등 혐의로 서울 성동경찰서에 고소했다”면서 “송씨가 사문서위조를 통해 대표이사로 등기됐다는 판단 등에 대해 나팔꽃 F&B 관할인 광주지방법원 목포지원에 송씨에 대한 직무집행정지를 신청해 법원의 결정을 앞두고 있다”고 사건 경과에 대해 설명했다.

장 변호사는 “송씨가 김씨와 정씨를 고소하고, 언론에 제보한 것으로 의심된다”며 “수차례 자신에 대한 고소를 취하해달라고 요구했으나 김씨와 정씨가 이에 불응하자 김씨가 연예인인 점을 악용해 망신 주기와 여론몰이를 시도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회삿돈이 김수미 며느리인 배우 서효림·정씨의 결혼자금 일부로 쓰였단 주장에 대해서도 “허위 사실이 유포되고 있다. 김수미가 연예인이라는 이유로 억측과 허위사실유포의 먹잇감이 되지 않도록 도와달라”고 부인했다.

정 전 대표도 <더팩트>에 “지난해부터 회사 내부 갈등이 있는 건 맞지만 지금 나팔꽃 측이 저와 어머니를 고소했다는 건 어불성설”이라며 “저를 고소한 현재 대표이사의 치명적인 잘못이 드러나 회사가 어려움을 겪었고 제가 먼저 상대측에 횡령 사기와 사문서위조 등 두 건의 고소를 해놓은 상태”라고 입장을 밝힌 바 있다.

현재 김씨 측은 나팔꽃에 명예훼손 등의 책임을 엄히 물을 것이라며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나팔꽃 측은 김씨 측이 입장문을 발표한 날 오후 재반박 입장문을 내놨다.

나팔꽃은 입장문을 통해 “사실 2019년 중반부터 정씨는 김수미 브랜드를 경쟁업체에 이용케 하고 뒷돈을 받는 사기행위로 회사에 손해를 끼쳐왔지만 회사로서는 김수미 브랜드 가치의 훼손·손상을 막기 위해 이를 문제삼지 않고 법적 대응을 자제해왔다”고 밝혔다.

이어 “그런데 정씨는 2022년 9월 이후 회사에 거의 출근하지 않고 하와이 등지서 가족과 호화생활을 하며 회사 운영에 무관심하다가 갑자기 2023년 11월 8일 회사의 공인인증서 등을 무단 교체하면서 회사업무를 마비시켰고, 회사 정상화를 위해 부득이 정씨를 대표이사에서 해임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러자 정씨가 기존의 정상적인 회사 운영을 문제 삼아 근거없는 민·형사소송을 제기했고, 회사로서는 어쩔 수 없이 정씨의 그간의 위법행위를 고소하기에 이른 것”이라고 부연했다.


누구 말이…
진실공방

나팔꽃은 “회사는 1인(김수미) 단독 셀럽의 브랜드를 이용해 운영하고 있기에 김수미에 대한 의존도가 절대적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라며 “회사에서 부득이 김수미를 고소하는 심정을 헤아려 주시기 바란다. 일부 언론서 보도되는 ‘연예인 망신 주기’는 회사에 실익이 없다”고 덧붙였다.

정씨는 이미 김수미의 초상권, 영화 출연 등으로 두 차례 사기 의혹을 받았다.

경찰 등에 따르면 지난 2017년 영화제작사 필름블랙라벨 측은 정씨가 일본 투자자로부터 5억엔(약 50억원)을 투자받아 어머니가 주연하는 영화를 만들겠다며 수수료 명목으로 1000만엔(약 1억원)을 받아간 뒤 돌려주지 않았다며 사기 혐의로 고소했다.

당시 정씨는 “사기는 어불성설”이라며 “당초 계획보다 일이 조금 늦어진 것은 맞지만 아직 진행 중인 사안이고 곧 투자가 완료될 예정”이라고 해명했다.

김씨도 한 매체와의 인터뷰서 “영화 제작과 관련해 일정이 늦어진다고 들었지만 난데없이 사기 고소를 당했다고 하니 어안이 벙벙하다”며 “아들한테 얘기를 들어보니 단돈 1원도 본인이 쓰거나 유용한 게 없다고 한다”고 말했다.

또 정씨는 지난 2020년 김씨의 초상권 등을 활용해 ‘김수미 다시팩’ 등을 만들어 판매하는 공동사업계약을 체결한 식료품 생산업체 A로부터 계약 불이행에 의한 사기 혐의로 고소당했다.

고소장서 A 업체는 정씨로부터 김씨의 초상권을 이용해 2년간 활용해 제품을 독점 판매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받는 조건으로 수익금을 5대5로 분배하기로 약정했으나 정씨가 사업계약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아 큰 손실을 봤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10년간 독점 계약했는데…”  
“연예인 망신주기 여론몰이” 

이에 정씨 측은 “독점적 식품 비즈니스의 권한을 준 적이 없으며 이미 해결한 문제로 전혀 문제될 일이 아닌데 어머니 이름값과 유명세에 흠집을 내 압박하려고 고소를 진행했으며, 이 때문에 회사와 어머니 김수미의 명예에 심각한 상처를 입게 됐기에 강력하게 법적 대응으로 책임을 묻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해당 사건은 무혐의로 판정 났다.

김씨는 이와 관련해 KBS <아침마당>에 출연해 “우리 며느리가 결혼하고 2년 정도 됐을 때 아들이 사기 사건에 연루됐다고 매스컴에 나왔다. 지금은 무혐의로 판정 났다. 그때 며느리 마음이 상할까 봐 내가 며느리 앞으로 내 집을 증여해줬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는 “만약에 마음이 돌아서서 이혼하게 되면 법적인 위자료 5000만원밖에 못 받는다. 그래서 ‘넌 이 돈으로 아기하고 잘 살아라. 아무 때고 정말 살기 싫으면 살지 말라’고 인간 대 인간으로 이야기했다. 물론 만약의 이야기”라며 “지금은 너무 행복하게 잘 산다. 내가 시어머니한테 받은 대로 며느리한테 하게 되더라”고 설명했다.

나팔꽃은 정씨가 나팔꽃의 대표로 있을 당시에 꽃게 납품 대금 1억8000만원 상당을 미지급했다며 물품 대금 청구 소송을 당하기도 했다.

지난해 9월 인천광역시 중구 연안부두에 위치한 수산물 유통 전문회사 피쉬마스터는 2022년 11월 나팔꽃F&B를 상대로 인천지방법원에 1억7750만원의 물품 대금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2021년 12월4일 국산 암꽃게 3000kg, 절단꽃게 1000kg 등 1억800만원 어치, 사흘 뒤인 12월7일에는 암꽃게 2000kg, 절단 꽃게 500kg 등 6950만원어치를 나팔꽃에 납품했는데, 나팔꽃이 꽃게 납품 대금(1억7750만원)을 지급하지 않고 있어 지연손해금까지 포함해 민사소송을 제기하게 됐다는 게 피쉬마스터의 주장이다.

그러자 나팔꽃F&B는 “피쉬마스터와 꽃게 납품계약을 체결한 사실이 없으며, 피쉬마스터를 알지 못한다”고 반박했다.

나팔꽃 측은 재판 과정서 “원고(피쉬마스터)는 J수산유통에 꽃게를 납품하고 대금을 받지 못하자 피고(나팔꽃F&B)를 계약 당사자로 해서 대금을 받아내기 위해 대금 청구 소송을 제기한 것으로 추측된다”고 주장했다.

두 차례나
사기 혐의…

이어 “피고는 원고와 아무런 계약관계가 없고, 꽃게 대금은 이미 D수산에 지급한 바 있으며, D수산이 꽃게를 전부 납품하지 못하자 S사가 D수산을 대신해 꽃게를 납품한 것”이라며 소 기각 판단을 구했다.

정씨는 지난 2023년 11월까지 나팔꽃의 대표이사로 재직했지만 이사회의 결정에 따라 해임됐으며 현재는 나팔꽃의 사내이사를 맡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kcj5121@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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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발 검찰과의 전쟁 막전막후

여당발 검찰과의 전쟁 막전막후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검찰의 대장동 항소 포기 후폭풍이 거세다. 더불어민주당과 검찰의 시각이 크게 엇갈리면서 서로를 향해 날을 겨누는 형국이다. 검찰청은 내년 9월 폐지될 시한부 운명이지만, 더불어민주당은 ‘검찰개혁’을 필두로 이참에 검찰의 뿌리를 뽑겠다는 방침이다. 국민의힘을 등에 업고 버티기에 나선 검찰의 반발 또한 만만치 않아 당분간 양측 간의 힘겨루기가 이어질 전망이다. 지난 7일 서울중앙지검이 대장동 사건에 대한 항소 시한을 넘기면서 논란에 불이 붙었다. 서울중앙지검이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배임 등 혐의로 기소된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을 비롯해 ▲남욱 변호사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 ▲정민용 변호사 ▲정영학 회계사 등 대장동 일당에 대한 1심 판결에 항소하지 않은 것이다. 꺾이거나 되치거나 검찰이 항소를 포기하면서 ‘불이익변경 금지 원칙’에 따라 피고인에게 더 무거운 형을 선고할 수 없게 됐다. 대장동 개발 비리로 발생한 범죄수익의 국고 환수 규모가 축소될 것이란 해석에도 힘이 실린다. 화살은 곧바로 이재명 대통령에게로 향했다. 이 대통령은 대장동 사건에서 이해충돌방지법 위반 혐의 등을 받는데, 이미 대장동 민간업자 재판에서 무죄가 나온 만큼 항소 포기로 인해 추가로 다툴 여지를 차단했다는 게 국민의힘의 설명이다. 여기에 대통령실이 항소 포기에 개입했다는 의혹을 제기하면서 ‘이재명 면죄부’라고도 주장했다. 국민의힘 곽규택 대변인은 “대통령실 민정수석실 비서관 4명 중 3명, 법무부 장관 정책보좌관, 법제처장, 국정원 기조실장까지 모두 이 대통령의 변호인 출신”이라며 “이 대통령과 사법연수원 동기인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대장동 사건 주요 피고인 정진상, 김용, 이화영 등을 특별 면회하면서 ‘검찰은 증거가 없다’는 발언으로 회유를 시도한 인물”이라고 주장했다. 보수 성향인 ‘한반도 인권과 통일을 위한 변호사 모임’ 역시 “국가의 유례없는 사법 정의 포기 사태는 이재명정부의 책임”이라며 “공소 사실의 핵심에 무죄 선고가 난 사건에 검찰이 항소를 포기한 전례를 찾기 어렵다. 대통령의 어깨가 한결 가벼워진 것은 부인하지 못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정부 출범 이후 대검찰청 차장검사로 승진한 노만석 검찰총장을 겨냥해서는 책임론이 불거졌다. 법조계에 따르면 항소 시한을 앞두고 서울중앙지검은 대장동 일동에 대해 일부 무죄가 선고되는 등 다툼의 여지가 있는 1심 판결에 대해 “관행대로 항소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지만, 이를 전해 들은 대검 수뇌부가 받아들이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팔이 안으로 굽은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이에 노 대행은 지난 9일 “대장동 사건은 일선 검찰청의 보고를 받고 통상의 중요 사건의 경우처럼 법무부의 의견도 참고한 후 해당 판결의 취지 및 내용, 항소 기준, 사건의 경과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항소를 제기하지 않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며 “검찰총장 대행인 저의 책임하에 서울중앙지검장과의 협의를 거쳐 숙고 끝에 내린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 역시 대장동 일동에 대해 검찰의 구형량보다 높은 형량이 선고된 만큼 항소 포기가 ‘적절한 판단’이었다는 점을 강조하며 “항소 포기 지시는 없었다”고 일축했다. 화약고에 불붙인 ‘항소 포기’ 후폭풍 이재명·노만석·정성호 몽땅 도마 위로 정 장관은 지난 12일 국회에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 회의에 출석해 ‘(이진수) 법무부 차관에게 대장동 사건 관련으로 어떤 지시를 했느냐’는 국민의힘 배준영 의원의 질문에 “노 검찰총장 직무대행에게 지휘권을 행사할 수도 있으니 항소를 알아서 포기하라는 지시를 한 적이 없다”고 답했다. 이어 정 장관은 총 3번 정도 대장동 사건에 관해 이야기했다고 언급하며 “(두 번째인) 11월6일 목요일에는 국회에서 예결위 종합질의가 있어 국회에 왔는데, 예결위 끝나고 대검에서 항소할 필요성이 있다고 한 의견을 들었다”며 “당시 ‘중형이 선고됐는데 신중한 판단을 해야 하지 않는가’란 정도의 이야기만 하고 돌아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다음 날인 11월7일에도 마찬가지”라며 “저녁에 예결위가 잠시 휴정돼 검찰에서 항소할 것 같다는 구두 보고를 식사 중에 받았고, 그날 저녁 예결위가 끝난 후 최종적으로 항고하지 않았다는 보고를 받았다”고 부연했다. ‘신중하게 판단하라’는 대목을 놓고 국민의힘은 “신중한 검토(판단)가 곧 항소 포기인지 철저히 조사해야 한다”며 법무부가 사실상 외압을 행사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는 “신중하게 판단하라는 이 8글자에 모든 것이 함축적으로 들어가 있다”며 “법무부 장관이 개인적인 견해임을 전제로 하며 검찰에 지시한 것과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대장동 사건 수사·공판팀을 이끌었던 일선 검사를 중심으로 반발이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됐다. 김영석 대검찰청 감찰1과 검사는 검찰 내부망 이프로스를 통해 “검찰 역사상 일부 무죄가 선고되고 엄청난 금액의 추징이 선고되지 않은 사건에서 항소 포기를 한 전례가 있었나”라며 이번 결정으로 대장동 일당 등 민간업자에게 수천억원 상당의 범죄수익이 돌아간 점을 꼬집었다. 대장동 사건의 수사·공판팀을 이끌었던 강백신 대구고검 검사도 “항소 포기로 남욱·정영학을 상대로는 범죄수익을 단 한 푼도 환수할 수 없게 됐고, 김만배를 상대로는 당초 예상 금액의 1/10에 불과한 금액만 추징 선고가 이뤄졌음에도 이를 묵과할 수밖에 없게 됐다”고 지적했다. 기막힌 타이밍 검찰 안팎에서 책임론이 확산하자 결국 노 대행은 항소 포기 논란이 불거진 지 닷새 만에 사의를 표명했다. 그러자 일선 검사들은 ‘검찰총장 권한대행께 추가 설명을 요청드린다’는 제목의 글을 통해 항소 포기 과정에 대한 상세 설명을 요구하는 입장문을 냈다. 해당 입장문은 박재억 수원지검장을 비롯해 ▲박현준 서울북부지검장 ▲박영빈 인천지검장 ▲박현철 광주지검장▲임승철 서울서부지검장 ▲김창진 부산지검장 등 검사장 18명 명의로 작성됐다. 이들은 “서울중앙지검장은 명백히 항소 의견이었지만 검찰총장 권한대행의 항소 포기 지시를 존중해 최종적으로 공판팀에 항소 포기를 지시했다”며 “검찰총장 권한대행을 상대로 항소 의견을 관철하지 못하고 책임지고 사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반면 검찰총장 권한대행이 어제 배포한 입장문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의 항소 의견을 보고받고 법무부의 의견도 참고한 뒤 해당 판결의 취지 및 내용, 항소 기준, 사건의 경과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항소를 제기하지 않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며 “검찰총장 권한대행의 책임 하에 서울중앙지검장과 협의를 거쳐 숙고 끝에 항소 포기를 지시했다는 것”이라고 짚었다. ▲하담미 수원지검 안양지청장 ▲최행관 부산지검 동부지청장 ▲신동원 대구지검 서부지청장 등 8개 대형 지청을 이끄는 지청장들도 집단 성명을 냈다. 이들은 “이번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 지시는 그 결정에 이른 경위가 충분히 설명되지 않는다면 검찰이 지켜야 할 가치, 검찰의 존재 이유에 돌이킬 수 없는 치명적인 상처를 남기게 될 것”이라며 “그간 중앙지검장과 검찰총장 권한대행의 입장문, 법무부 장관의 설명만으로는 항소를 포기한 구체적 경위가 설명되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법적·행정적 모든 수단을 총동원해 정치 검사들의 반란을 분쇄하겠다”며 검찰의 집단 반발을 ‘항명’이라고 규정하고 이에 대한 징계를 예고했다. 현재 일반 공무원은 6단계 징계 처분(파면·해임·강등·정직·감봉·견책)이 가능하지만, 검사는 파면에 해당하는 징계 규정이 없다. 검사에 대한 징계는 검사징계법에 따라 이뤄지는데, 이를 ‘검사 특혜법’이라고 지적하며 폐지하겠다는 설명이다.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는 “정치 검사들의 반란에 철저하게 책임을 묻겠다”며 사실상 검찰과의 전쟁을 선포했다. 김 원내대표는 “정 법무부 장관께 강력히 요청한다. 항명 검사장 전원을 즉시 보직 해임하고 이들이 의원면직하지 못하게 징계 절차를 바로 개시하라”며 “항명에 가담한 지청장과 일반 검사들도 마찬가지”라고 강조했다. 이후 김 원내대표가 검사징계법 폐지 법률안·검찰청법 개정안을 각각 국회에 제출하면서 사실상 검찰 징계는 당론으로 추진될 전망이다. 항소 포기 논란 이후 박재억 수원지검장에 이어 송강 광주고검장이 연달아 사의를 표명했지만 민주당은 “사표를 수리하지 말고 징계 절차를 밟아야 한다”며 퇴로를 막았다. 항명? 투쟁? 법무부 내부에서 집단행동에 나선 일부 검사장을 대상으로 평검사 보직이동을 하거나 국가공무원법 위반 등으로 형사 처벌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지면서 또 다른 문제가 불거졌다. 검찰 측에서는 “보복용 강등”이라는 거센 반발이 나오지만 법무부는 “검사장은 직급이 아닌 보직”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강등·징계로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민주당은 검사장의 집단행동을 비판하며 징계의 타당성을 주장했지만, 일선 검사들은 항소 포기 판단 경위에 대해 추가 설명을 요청한 것이 어떻게 항명이냐며 갑론을박이 이어지는 상황이다. 그동안 민주당 의원들이 앞다퉈 일선 검사장을 향해 “빨리 나가라”고 윽박지르던 것과 달리 최근 지도부는 숨 고르기에 돌입한 모양새다. 국민의힘이 계속해서 이정부와 대장동을 엮어 공격하는가 하면, 이 대통령의 UAE(아랍에미리트) 순방 성과가 묻힐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톤 조절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와 김병기 원내대표는 이 대통령이 순방을 떠난 17일부터 이틀간 공개 석상에서 검사 항명, 징계 등 관련 현안에 대해 일절 언급하지 않았다. 민주당 전현희 최고위원 등 일부 최고위원이 내란전담재판부 도입을 주장했으나 당은 “지도부 차원의 의견은 아니”라며 거리를 뒀다. 정 법무부 장관 역시 지난 18일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검사장 징계 검토 관련 질문에 “어떤 것이 좋은 방법인지 고민을 많이 하고 있다. 가장 중요한 건 국민을 위해 법무부나 검찰이 안정되는 것”이라며 신중한 자세를 택했다. 낮은 볼륨을 유지하는 지도부와 달리 의원 개개인의 목소리는 점점 커지고 있다. 민주당 김현정 원내대변인은 한 라디오를 통해 정 법무부 장관의 ‘검찰조직 안정’ 발언에 대한 질문에 “아무 일 없었던 듯이 넘어가는 것이 조직의 안정을 위해서 도움이 되는 방법은 아니”라고 답했다. 이어 “정 법무부 장관은 법무부와 검찰 전체를 총괄하는 수장이기 때문에 고민이 있으신 것 같다”면서도 “다만 중요한 것은 원칙”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현재 민주당이 내세우는 원칙은 항명 검사에 대한 징계로, 그 원칙을 지키는 것이 국민 여론이라는 발언으로 해석된다. 몰아붙이던 지도부 잠시 숨 고르기 이제는 각개전투…검사들도 ‘부글’ 민주당이 다수 석을 차지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에서는 ‘집단 항명 검사장 18인’ 전원을 고발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항소 포기 결정에 반발하는 검사장 18명을 겨냥해 “헌정 질서의 근본인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과 검찰조직의 지휘 감독체계를 정면으로 무너뜨린 사건”이라고 비판하며 법적 조치에 나선 것이다. 지난 19일 법사위 여당 간사인 김용민 의원은 조국혁신당·무소속 의원과 함께 기자회견을 통해 이같이 밝히며 “검찰의 집단 항명은 정치적 집단행동으로 헌정 질서를 훼손하는 중대 범죄”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들의 행동은 단순한 의견 개진이 아니었으며 법이 명백히 금지한 공무의 집단행위, 즉 집단적 항명”이라고 규정했다. 이어 “피고발인 18명은 모두 각 검찰청을 대표하는 검사장급 고위 공무원으로서 정치적 중립성이 누구보다 강하게 요구되는 위치에 있다”며 “그런데 이들은 서로 합의해 공동성명을 작성하고 이를 동시에 내부망과 언론에 공개했다. 이는 다수가 결집해 실력으로 주장을 관철하려는 집단적 압력 행위”라고 말했다. 민주당의 압박이 거세지자 일각에서는 이 대통령의 임기가 끝난 뒤 검사들이 반격에 나설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권력이 교체됨에 따라 검사의 태도 역시 손바닥 뒤집듯 바뀌고, 만일 보수 세력에게 정권이 넘어갈 경우 검사의 날이 다시 이 대통령을 향할 것이란 점에서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내년 10월 해체 예정인 검찰청이지만 막강한 권력을 지니던 시절의 관행을 버리지 못한다면 이들을 중심으로 정치 검찰의 모습을 한 또 다른 집단이 탄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대통령실은 “검사 인사권은 법무부에 있다”며 이번 사안에 직접 개입하지 않겠다는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논란의 중심으로부터 최대한 거리를 유지하며 대통령실이 직접적으로 관여하지 않았다는 점을 부각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 민주당 관계자 역시 “‘대통령실 외압’은 궁지에 몰린 국민의힘의 프레임”이라며 “만약 5년 뒤에 검찰이 반기를 들면 그때는 (이 대통령의 거취를) 국민 여론에 맡기면 된다. 지난 몇 년간 수십번의 압수수색과 조사가 이뤄졌고, 그 결과를 전부 국민이 지켜봤다”고 설명했다. 피바람 과도기 이 모든 과정을 놓고 최요한 정치 평론가는 “과도기”라고 설명했다. 최 평론가는 <일요시사>를 통해 “검찰이 하나의 권력으로 등장해 민주주의를 유린했다. 그 대상을 개혁하는 일은 굉장히 어려운 문제고, 이정부는 그걸 시스템으로 헤쳐나가는 중”이라고 말했다. 이어 “개혁은 혁명보다 훨씬 어려운 일이다. 혁명은 싹을 자르면 되지만 그건 민주주의가 아니”라며 “검사 징계, 검찰개혁을 놓고 같은 진보라 하더라도 결이 다르지 않나. 다양한 논의와 의견을 두들겨 맞춰서 하나의 안을 만드는 게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개혁안은 보수도 일정 정도 동의를 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시스템 개혁이라는 건 단칼에 두부처럼 잘리는 게 아닐뿐더러 이정부가 끝날 때까지 (개혁을) 시도하는, 많은 시간이 걸리는 일일 수도 있다”고 부연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