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송사 휘말린 김수미

‘김수미’ 브랜드 막 돌렸나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배우 김수미씨와 그 아들 정명호씨가 식품업체로부터 횡령 혐의로 피소됐다. 김수미의 초상권을 무단을 판매한 혐의도 받는다. 김씨 측은 ‘연예인 망신 주기’라며 반박하고 있으며 해당 업체는 ‘연예인 망신 주기는 실익이 없다’며 진실공방을 이어가고 있다. 앞으로의 수사 결과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배우 김수미씨는 1970년 MBC 3기 공채 탤런트로 데뷔했다. 1980년부터 방영한 국민 농촌 드라마 <전원일기>의 ‘일용엄니’역으로 무려 21년 동안 열연하며 인기를 끌었다. 해당 드라마로 1986년에 MBC 연기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전원일기> 종영 후에도 일용 모친역을 발판으로 욕쟁이 할머니 캐릭터를 구축, 김수미만의 몸사림 없는 당찬 연기, 걸걸한 입담의 코믹 연기로 드라마, 영화를 종횡무진하며 큰 활약을 했다.

걸걸한 입담
할머니 캐릭터

대표작으로는 <백년손님> <아베의 가족> <성난 눈동자> <새아씨> <박순경> <아버지와 아들> <남자의 계절> <오박사네 사람들> <젊은이의 양지> <아스팔트> <사나이> <미망> <만남> <뱀파이어 아이돌> <전설의 마녀> <간 큰 가족> <맨발의 기봉이> <마파도> <가문의 영광 시리즈> <헬머니> 등 수많은 작품들이 있다.

김씨는 자타가 공인할 정도로 요리 실력이 상당한 것으로 유명하다. 수준급 요리 실력을 토대로 2008년 간장게장 및 김치 사업을 시작해 홈쇼핑서 120억원의 매출을 달성했고, 2010년엔 홈쇼핑 외에 온라인으로 판매처를 확대해 15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2018년에는 자신의 이름을 내건 요리 프로그램 <수미네 반찬>을 런칭, 동시간대 시청율 1위를 기록한 데 이어김치와 게장, 젓갈 등의 반찬을 제조·판매하는 식품유통 기업 나팔꽃F&B(이하 나팔꽃)를 설립했다. 해당 업체는 연 매출 270억원 규모의 중소식품기업이다.

김씨가 지분 20%, 그의 아들 정명호씨가 지분 40%를 보유해 김씨 모자가 가장 많은 지분을 갖고 있다. 나머지 회사 지분 40%는 기타 주주로 구성돼있다.

나팔꽃은 김수미의 김치 ‘엄마생각’,  ‘그때 그맛’ 등의 브랜드 상품을 마트와 홈쇼핑서 판매하며, 특히 최근에는 김치 사업으로 큰 호응을 얻고 있다. 나팔꽃 F&B는 전 세계적으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는데, 지난 3월에는 일본에 ‘수미네밥집’을 오픈하며 국제적인 성공을 거뒀고, 오는 11월 말에는 미국에 ‘수미반찬’ 가게를 오픈할 예정이었다.

회사 측과 김씨 모자 간 갈등은 정씨가 대표이사직서 해임된 이후 시작된 것으로 확인됐다. 정씨가 대표이사에서 해임되고 회사 설립 당시부터 이끌어온 3인의 이사 중 송모 이사가 새로운 대표이사로 선임되자 양측은 법적 공방을 진행 중이다.

나팔꽃은 김씨와 그의 아들 정씨를 배타적 독점 사용권을 타 업체에 팔고 회삿돈을 횡령한 혐의 등으로 고소했다.

경찰에 따르면 서울용산경찰서는 김씨와 정씨가 나팔꽃과 10년간 독점 계약한 ‘김수미’ 브랜드 상표권을 타인에게 판매했다는 취지의 고소장을 접수했다.

“배타적 독점 사용권 타 업체에 판매”
아들과 함께 무단판매·횡령 혐의 피소


나팔꽃 측은 고소장을 통해 “김수미와 정씨가 2019년부터 2020년까지 약 10회에 걸쳐 나팔꽃씨엔앰, 나팔꽃미디어 등 정씨가 운영하는 회사에 무단으로 김수미 브랜드를 판매해 약 5억6500만원의 이득과 사업 지분을 얻었다”고 주장했다.

나팔꽃은 “피고소인들의 상표권 판매사기 행위가 발각된 뒤 처음에는 김수미 브랜드의 이미지 손실을 우려해 회사 내부적으로 자체 수습해보려고 노력했으나, 여러 피해자들이 문제 삼고 회사가 자금 조달 등에 어려움을 겪자 부득이 이들 모자에게 책임을 묻게 된 것”이라고 고소 배경을 설명했다.

나팔꽃에 따르면 김수미 브랜드 판매사기 피해 사례는 2019년 8월부터 2020년 9월까지 1년간 OO명삼, OO꾸찌뽕, OOO한의원, OO물산, OOBNC, OO푸드, OO푸드빌 등 10건에 달한다. 계약주체는 정씨가 별도로 운영하는 회사 나팔꽃씨엔엠(2건)과 나팔꽃미디어(8건)이다.

또 나팔꽃은 정씨가 대표이사로 재직하던 당시 회사자금의 입출금을 맡으면서 총 6억2300만원가량을 횡령한 혐의가 있다고도 주장했다.

이 중에는 ‘정명호 가지급금’이라고 회계 처리해 무단으로 돈을 인출한 혐의(약 1억198만원), ‘선생님댁 김장’ ‘선생님 댁 유기그릇 세트’ 등으로 회계 처리하고 지급 의무 없는 금액을 대신 지급한 혐의(약 1억6900만원), 단기대여금 명목 횡령(약 3억670만원), 허위 용역 대금 지급(약 4529만원) 등이 포함됐다.

나팔꽃은 김씨 역시 개인 세금을 납부할 자금이 부족해지자 회사 은행 계좌서 임의로 3억원을 인출해 횡령했다고도 주장했다.

게다가 며느리인 배우 서효림씨와 정씨가 결혼할 당시 며느리에게 준 고가 선물, 집 보증금이나 월세, 김수미 홈쇼핑 방송 코디 비용과 거마비 등을 회삿돈으로 처리했다고도 지적했다.

김씨 측은 나팔꽃의 고소가 연예인 망신 주기라고 반박했고 회사 측은 ‘연예인 망신 주기는 실익이 없다’고 재반박에 나서며 진흙탕 싸움을 진행 중이다. 

대표 해임 
법적 공방

김씨와 정씨는 나팔꽃의 대표인 송씨가 그동안 수차례 자신에 대한 형사고소를 취하해줄 것을 요구해왔으나 김씨와 A씨가 이에 불응하자 김씨가 연예인이라는 점을 악용해 언론에 망신 주기와 여론몰이를 시도했다며 반박에 나섰다.

김씨 측 법률대리인 가로재 법률사무소 장희진 변호사는 지난 23일 “정씨는 2023년 11월 송씨를 사문서위조 및 행사, 횡령 및 사기 등 혐의로 서울 성동경찰서에 고소했다”면서 “송씨가 사문서위조를 통해 대표이사로 등기됐다는 판단 등에 대해 나팔꽃 F&B 관할인 광주지방법원 목포지원에 송씨에 대한 직무집행정지를 신청해 법원의 결정을 앞두고 있다”고 사건 경과에 대해 설명했다.

장 변호사는 “송씨가 김씨와 정씨를 고소하고, 언론에 제보한 것으로 의심된다”며 “수차례 자신에 대한 고소를 취하해달라고 요구했으나 김씨와 정씨가 이에 불응하자 김씨가 연예인인 점을 악용해 망신 주기와 여론몰이를 시도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회삿돈이 김수미 며느리인 배우 서효림·정씨의 결혼자금 일부로 쓰였단 주장에 대해서도 “허위 사실이 유포되고 있다. 김수미가 연예인이라는 이유로 억측과 허위사실유포의 먹잇감이 되지 않도록 도와달라”고 부인했다.

정 전 대표도 <더팩트>에 “지난해부터 회사 내부 갈등이 있는 건 맞지만 지금 나팔꽃 측이 저와 어머니를 고소했다는 건 어불성설”이라며 “저를 고소한 현재 대표이사의 치명적인 잘못이 드러나 회사가 어려움을 겪었고 제가 먼저 상대측에 횡령 사기와 사문서위조 등 두 건의 고소를 해놓은 상태”라고 입장을 밝힌 바 있다.

현재 김씨 측은 나팔꽃에 명예훼손 등의 책임을 엄히 물을 것이라며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나팔꽃 측은 김씨 측이 입장문을 발표한 날 오후 재반박 입장문을 내놨다.

나팔꽃은 입장문을 통해 “사실 2019년 중반부터 정씨는 김수미 브랜드를 경쟁업체에 이용케 하고 뒷돈을 받는 사기행위로 회사에 손해를 끼쳐왔지만 회사로서는 김수미 브랜드 가치의 훼손·손상을 막기 위해 이를 문제삼지 않고 법적 대응을 자제해왔다”고 밝혔다.

이어 “그런데 정씨는 2022년 9월 이후 회사에 거의 출근하지 않고 하와이 등지서 가족과 호화생활을 하며 회사 운영에 무관심하다가 갑자기 2023년 11월 8일 회사의 공인인증서 등을 무단 교체하면서 회사업무를 마비시켰고, 회사 정상화를 위해 부득이 정씨를 대표이사에서 해임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러자 정씨가 기존의 정상적인 회사 운영을 문제 삼아 근거없는 민·형사소송을 제기했고, 회사로서는 어쩔 수 없이 정씨의 그간의 위법행위를 고소하기에 이른 것”이라고 부연했다.


누구 말이…
진실공방

나팔꽃은 “회사는 1인(김수미) 단독 셀럽의 브랜드를 이용해 운영하고 있기에 김수미에 대한 의존도가 절대적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라며 “회사에서 부득이 김수미를 고소하는 심정을 헤아려 주시기 바란다. 일부 언론서 보도되는 ‘연예인 망신 주기’는 회사에 실익이 없다”고 덧붙였다.

정씨는 이미 김수미의 초상권, 영화 출연 등으로 두 차례 사기 의혹을 받았다.

경찰 등에 따르면 지난 2017년 영화제작사 필름블랙라벨 측은 정씨가 일본 투자자로부터 5억엔(약 50억원)을 투자받아 어머니가 주연하는 영화를 만들겠다며 수수료 명목으로 1000만엔(약 1억원)을 받아간 뒤 돌려주지 않았다며 사기 혐의로 고소했다.

당시 정씨는 “사기는 어불성설”이라며 “당초 계획보다 일이 조금 늦어진 것은 맞지만 아직 진행 중인 사안이고 곧 투자가 완료될 예정”이라고 해명했다.

김씨도 한 매체와의 인터뷰서 “영화 제작과 관련해 일정이 늦어진다고 들었지만 난데없이 사기 고소를 당했다고 하니 어안이 벙벙하다”며 “아들한테 얘기를 들어보니 단돈 1원도 본인이 쓰거나 유용한 게 없다고 한다”고 말했다.

또 정씨는 지난 2020년 김씨의 초상권 등을 활용해 ‘김수미 다시팩’ 등을 만들어 판매하는 공동사업계약을 체결한 식료품 생산업체 A로부터 계약 불이행에 의한 사기 혐의로 고소당했다.

고소장서 A 업체는 정씨로부터 김씨의 초상권을 이용해 2년간 활용해 제품을 독점 판매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받는 조건으로 수익금을 5대5로 분배하기로 약정했으나 정씨가 사업계약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아 큰 손실을 봤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10년간 독점 계약했는데…”  
“연예인 망신주기 여론몰이” 

이에 정씨 측은 “독점적 식품 비즈니스의 권한을 준 적이 없으며 이미 해결한 문제로 전혀 문제될 일이 아닌데 어머니 이름값과 유명세에 흠집을 내 압박하려고 고소를 진행했으며, 이 때문에 회사와 어머니 김수미의 명예에 심각한 상처를 입게 됐기에 강력하게 법적 대응으로 책임을 묻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해당 사건은 무혐의로 판정 났다.

김씨는 이와 관련해 KBS <아침마당>에 출연해 “우리 며느리가 결혼하고 2년 정도 됐을 때 아들이 사기 사건에 연루됐다고 매스컴에 나왔다. 지금은 무혐의로 판정 났다. 그때 며느리 마음이 상할까 봐 내가 며느리 앞으로 내 집을 증여해줬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는 “만약에 마음이 돌아서서 이혼하게 되면 법적인 위자료 5000만원밖에 못 받는다. 그래서 ‘넌 이 돈으로 아기하고 잘 살아라. 아무 때고 정말 살기 싫으면 살지 말라’고 인간 대 인간으로 이야기했다. 물론 만약의 이야기”라며 “지금은 너무 행복하게 잘 산다. 내가 시어머니한테 받은 대로 며느리한테 하게 되더라”고 설명했다.

나팔꽃은 정씨가 나팔꽃의 대표로 있을 당시에 꽃게 납품 대금 1억8000만원 상당을 미지급했다며 물품 대금 청구 소송을 당하기도 했다.

지난해 9월 인천광역시 중구 연안부두에 위치한 수산물 유통 전문회사 피쉬마스터는 2022년 11월 나팔꽃F&B를 상대로 인천지방법원에 1억7750만원의 물품 대금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2021년 12월4일 국산 암꽃게 3000kg, 절단꽃게 1000kg 등 1억800만원 어치, 사흘 뒤인 12월7일에는 암꽃게 2000kg, 절단 꽃게 500kg 등 6950만원어치를 나팔꽃에 납품했는데, 나팔꽃이 꽃게 납품 대금(1억7750만원)을 지급하지 않고 있어 지연손해금까지 포함해 민사소송을 제기하게 됐다는 게 피쉬마스터의 주장이다.

그러자 나팔꽃F&B는 “피쉬마스터와 꽃게 납품계약을 체결한 사실이 없으며, 피쉬마스터를 알지 못한다”고 반박했다.

나팔꽃 측은 재판 과정서 “원고(피쉬마스터)는 J수산유통에 꽃게를 납품하고 대금을 받지 못하자 피고(나팔꽃F&B)를 계약 당사자로 해서 대금을 받아내기 위해 대금 청구 소송을 제기한 것으로 추측된다”고 주장했다.

두 차례나
사기 혐의…

이어 “피고는 원고와 아무런 계약관계가 없고, 꽃게 대금은 이미 D수산에 지급한 바 있으며, D수산이 꽃게를 전부 납품하지 못하자 S사가 D수산을 대신해 꽃게를 납품한 것”이라며 소 기각 판단을 구했다.

정씨는 지난 2023년 11월까지 나팔꽃의 대표이사로 재직했지만 이사회의 결정에 따라 해임됐으며 현재는 나팔꽃의 사내이사를 맡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kcj5121@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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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고객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쿠팡의 태도가 도마 위에 올랐다. 현재까지 대응만 봐서는 국민은 물론, 정부와도 전면전을 벌일 기세다. 새어나간 정보의 범위와 규모가 ‘역대급’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최악의 사태임에도 불구하고 쿠팡의 고개는 꺾일 줄 모르고 있다. 일각에서는 ‘뭘 믿고 저러나’ 소리가 나오는 중이다. 쿠팡의 고객 개인정보 유출 사건, 이른바 쿠팡 사태가 점입가경이다. 사태가 일어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수습은커녕 국민의 화만 돋우고 있다. 쿠팡의 대응 태도가 미지근한 수준을 넘어 뻔뻔한 지경에 이르렀기 때문. 김범석 의장은 모습을 비추지 않고 보상안은 꼼수로 가득하다. 국민을 조롱하는 게 아니냐는 말이 나올 정도다. 한 달 만에 고개 숙여 지난해 11월 말 3370만명에 이르는 쿠팡 고객의 개인정보가 ‘탈탈’ 털렸다. 앞서 쿠팡은 4500여건의 고객 정보가 유출됐다고 정부 당국에 신고했지만 2주 만에 그 수치는 7500배까지 늘어났다. 전 국민의 65% 수준이며 지난해 4월 SKT 개인정보 유출 사태 범위(2300만명)를 훌쩍 넘는 사태였다. 쿠팡은 이커머스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갖고 있다. 대형마트 등이 규제에 막혀 뒷걸음질 칠 때 쿠팡은 로켓배송으로 시장을 싹쓸이했다. 전날 저녁에 주문해도 새벽이면 물건이 문 앞에 와 있는 총알 배송에 소비자는 쿠팡으로 몰렸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비판을 받던 물류센터는 거점 역할을 하고 있다. 이번 사태는 아이러니하게도 쿠팡이 국민의 실생활에 얼마나 스며들어있는지를 바로 보여줬다. 쿠팡 사태가 터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은 “쿠팡이 경쟁자가 없는 시장 지위를 누리고 있고 한국 고객이 데이터 유출에 덜 민감해 보인다”며 “잠재적 고객의 이탈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내놨다. 그래서일까? 쿠팡은 역대 최악의 정보 유출 사태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고도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 심지어 대통령이 언급하고 정부 차원의 TF가 꾸려졌는데도 불구하고 오히려 ‘힘겨루기’를 하는 태도를 보이는 중이다. 최근에는 정부의 반박에도 자체 조사 결과를 고집하는 등 이해할 수 없는 행보로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쿠팡은 지난달 25일 ‘정보 유출자는 3300만개 계정에 접근했으나 실제 저장한 정보는 3000여개에 불과하며 제3자 유출 정황은 없는 등 피해가 미미하다’는 내용의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그러면서 “(유출자는)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언론 보도를 접한 이후 저장했던 정보를 모두 삭제하고 범죄에 사용한 노트북을 파손해 하천에 던졌다”고 주장했다. 쿠팡은 “잠수부들이 벽돌에 담긴 쿠팡 가방에 든 노트북을 하천에서 회수했고 유출자가 클라우드 계정에 등록한 일련번호와 해당 노트북의 일련번호가 일치하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어 “범행에 사용된 PC 와 노트북 등 모든 장치를 회수해 안전하게 확보했고 글로벌 보안업체들의 조사 결과도 진술 내용과 같았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 매출 90% 나오는데 정보 유출 태도·대응 낙제점 쿠팡이 발표한 대로라면 고객 정보 유출 피해 규모는 기하급수적으로 줄어든다. 또 유출자와 접촉해 장치를 확보했으니 추가 피해는 없다. 전체적으로 사건이 축소되는 것이다. 쿠팡의 발표에 정부는 강하게 반발했다. 쿠팡의 조사 내용은 사전에 정부와 어떤 논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진행됐다는 설명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는 “정보 유출 종류와 규모, 경위 등은 민관합동조사단이 조사 중인 사안”이라며 “쿠팡이 발표한 내용은 조사단에 의해 확인된 바 없다”고 밝혔다.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과도 “쿠팡 측이 제출한 진술서와 노트북 등 증거물을 분석 중”이라며 “사실관계를 면밀하게 확인하겠다”고 했다. 논란이 계속되자 쿠팡은 정부의 지시를 받아 조사를 진행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경찰은 사전 협의가 없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사실관계가 엇갈리고 있는 것이다. 쿠팡은 지난달 26일 내놓은 입장문에서 “정부의 지시에 따라 수주간 진행한 조사였다”고 선을 그었다. 같은 달 9일 정부가 쿠팡 측에 유출자와 접촉할 것을 제안했고 14일 쿠팡은 유출자를 처음 만난 뒤 해당 사실을 정부에 보고했으며 16일에는 정부 지시에 따라 유출자의 데스크톱과 하드드라이브를 정부에 제공했다는 게 쿠팡 측 주장이다. 하지만 국가정보원(이하 국정원)도 “쿠팡의 입장문 형식의 보도자료에서 정부와 협력했다는 내용 중 일부 국정원으로 추정되는 부분도 사실과 다르거나 왜곡된 부분이 있다”고 반박했다. 쿠팡이 자체 조사와 관련해 정부와 사실 공방을 벌이고 있는 와중에 김범석 쿠팡 의장이 사건 발생 한 달여 만에 사과했다. 그동안 박대준 전 대표가 청문회 등에서 뭇매를 맞고 있는 동안에도 김 의장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랬던 그가 정부의 압박이 거세지자 처음으로 입을 연 것이다. 5만원 상당 속사정은? 김 의장은 지난달 28일 “쿠팡의 창업자이자 이사회 의장으로서, 쿠팡 전체 임직원을 대표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저희의 책임으로 발생한 이번 데이터 유출로 인해 많은 분께서 자신의 개인정보가 안전하지 않다는 두려움과 불안을 느꼈고 사고 초기부터 명확하게 직접적으로 소통하지 못한 점으로 인해 큰 좌절감과 실망을 안겨 드렸다”며 “사고 직후 미흡했던 초기 대응과 소통 부족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김 의장은 한 달 만에야 입을 연 부분에 대해 “무엇보다 제 사과가 늦었다”면서 “모든 사실이 확인된 이후에 공개적으로 소통하고 사과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판단했다. 돌이켜보면 이는 잘못된 판단”이라고 고개를 숙였다. 비판과 질책을 겸허히 받아들인다고도 했다. 하지만 자체 조사 논란에 대해서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김 의장은 “쿠팡은 조사 초기부터 정부에 전면적으로 협력해 왔다”며 “일련의 과정에서 많은 오정보가 확산하는 상황에서도 정부의 ‘기밀 유지’ 요청을 엄격히 준수했다”고 주장했다. 김 의장의 사과는 국회 6개 상임위원회가 참여하는 대규모 연석 청문회를 이틀 앞두고 나왔다. 정부가 범부처 TF를 과기부 총리 산하로 확대하고 다각도로 압수수색과 조사를 진행하는 등 대응 수위를 높이는 상황에 압박을 느꼈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그러나 사과와는 별개로 김 의장은 청문회에 불출석하겠다고 밝혔다. 김 의장뿐만 아니라 동생인 김유석 쿠팡 부사장, 강한승 전 쿠팡 대표 등이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면서 쿠팡에 대한 부정적 여론에 기름을 부었다. 여기에 쿠팡이 내놓은 보상안도 도마 위에 올랐다. 쿠팡은 지난달 29일 고객 정보 유출 사태와 관련해 총 1조6850억원 규모의 보상안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전체적으로 보면 1인당 5만원 상당이다. 하지만 세부적으로 뜯어보면 쿠팡의 ‘꼼수’가 보인다. 청문회는 나 몰라라 보상안은 ▲쿠팡 전 상품 구매 이용권 5000원 ▲쿠팡이츠 5000원 ▲쿠팡트래블 2만원 ▲명품 플랫폼 알럭스 2만원 등으로 구성됐다. 소비자들은 보상금의 상당 부분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 등 평소 이용 빈도가 낮은 서비스 이용권 위주로 구성된 점을 지적했다. 실제 이번 보상안을 통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를 처음 알게 됐다는 소비자도 있다. 시민단체도 쿠팡의 보상안에 반발했다. 참여연대는 “1인당 5만원 보상이라고 했지만 현금이 아닌 구매 이용권으로 사실상 강제 소비를 유도하는 방식”이라며 “보상이 아니라 매출 확대를 위한 마케팅에 불과하다”는 내용의 논평을 발표했다. 쿠팡의 행보는 사사건건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국민을 조롱하고 정부를 기만하는 게 아니냐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쿠팡이 미국 시장에 상장한 기업이지만 매출 대부분을 우리나라에서 벌어들이는 상황인데도 이 같은 태도를 보이는 것에 분노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회원 탈퇴, 보상안 거부, 집단소송 참여 움직임이 거세지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심지어 이재명 대통령도 쿠팡 사태에 대해 여러 차례 언급했다. 이 대통령은 쿠팡 사태가 일어나고 사흘 뒤인 지난달 2일 “쿠팡 때문에 국민의 걱정이 많다”면서 “사고 원인을 규명하고 엄중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관계부처는 해외 사례를 참고해 과징금을 강화하고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도 현실화하는 등 실질적인 실효적 대책에 나서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뒤늦은 사과·꼼수 보상안 도마 위에 이래서 정치권 인사 영입했나? 의혹 12일에도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반복되는 것에 대해 “경제 제재가 너무 약해서 규정 위반을 밥 먹듯이 한다”며 “앞으로는 규정을 위반해 국민에게 피해를 주면 엄청난 경제 제재를 당해서 ‘회사가 망한다’는 생각이 들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규정을 위반하면 난리가 나야 하는 것 아니냐”며 “그런데 위반해도 태도를 보면 ‘그래서 어쩔 건데’ 이런 느낌이 든다”고 지적했다. 정부도 쿠팡에 강력하게 경고하며 전방위 대응을 예고했다. 실제로 같은 달 29일, 배경훈 부총리 겸 과기부 장관 주재로 ‘쿠팡 사태 범정부TF’ 회의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과기부와 경찰청, 개인정보위원회, 금융위원회 등은 역할을 분담해 신속한 조사를 진행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배 부총리는 “쿠팡이 국내 고객 정보 3000만건 이상을 유출한 것은 명백한 국내법 위반 사항으로 정부는 쿠팡이 관련 법령을 위반한 사실이 확인될 경우, 다른 기업과 동일하게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상황에 따라서는 영업정지 여부도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 사방에서 몰아치는 압박에도 쿠팡이 연달아 이상한 행보를 보이자 ‘믿는 구석’이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그 정도로 쿠팡의 현재 대응 방식을 이해할 수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쿠팡이 미국 기업인 것에 주목하고 있다. 미국 증시가 쿠팡의 모든 결정에 가장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소라는 것이다. 실제 쿠팡이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한 다음 날 미국 뉴욕 증시에서 쿠팡의 주가는 6% 급등했다. 국내에서는 쿠팡의 ‘셀프 조사’에 분통을 터트리고 있는데 미국 시장에는 호재로 작용한 것이다. 쿠팡이 정치·국회 인사를 대거 영입한 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정치권 인사를 영입해 쿠팡 관련 각종 논란을 틀어막고 있다는 의혹이다. 해당 의혹은 ‘강력 경고’ ‘전방위적 대응’ 등의 수사를 사용하고 있지만 실제 조사는 흐지부지될 것이라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나오는 배경으로도 꼽힌다. 변죽 울리다 무사통과? 실제 최근 원내대표직에서 사퇴한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의원이 국정감사를 한 달여 앞둔 시점에 박대준 전 쿠팡 대표 및 대관 총괄과 오찬을 한 사실이 드러났다. 당시 쿠팡이 일용직 퇴직금 미지급 사건에서 검찰 외압 의혹, 물류센터·배송 기사의 과로 및 산재 사망 문제가 제기된 상황이었던 만큼 적절성 논란이 불거졌다. 김 의원은 그달 16일 자신의 SNS에 “공개 일정이고 적어도 5명이 (함께) 식사했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만남보다 대화의 내용이 중요한 것 아니냐? 참고로 지난해 7월16일 쿠팡 물류센터도 방문했었다”고 적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