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개념 범죄 집합소 ‘메타버스’ 두 얼굴

  • 김민주 기자 alswn@ilyosisa.co.kr
  • 등록 2024.01.23 07:07:28
  • 호수 146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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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들은 모르는 로블록스? 제페토?

[일요시사 취재1팀] 김민주 기자 = 내가 원하는 외모와 체형으로 변할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메타버스’가 바로 꿈을 이룰 수 있는 실현 장소다. 아동·청소년들은 코로나19 팬데믹을 겪으며 메타버스를 이용하기 시작했지만, 동시에 성범죄 장소로 둔갑했다. 진짜 문제는 범죄가 일어나 경찰에 신고해도 처벌이 어렵다는 것이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각광받은 것이 있다. 메타버스가 이것. 메타버스는 Web 3.0과 NFT 기술 발전과 함께 차세대 플랫폼으로 주목받는다. Web 3.0은 인공지능과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맞춤형 정보를 제공하고 데이터 소유를 개인화하는 3세대 인터넷이며, NFT는 대체 불가능한 토큰이란 의미로 블록체인 기술을 이용해서 디지털 자산의 소유주를 증명하는 가상토큰이다.

경제적 활동
사회적 활동

메타버스는 이용되지 않는 분야가 없다. 게임뿐만 아니라 관광, 문화예술, 교육, 의료, 오피스 등에서도 사용된다. 
메타버스가 다양한 분야서 활용되고 사용이 증가하는 이유는 그 특징 때문이다. 기존 사이버 공간은 온라인이라는 특성이 있는데, 메타버스는 온라인과 오프라인 간 경계가 모호해 사용자가 높은 실재감이나 몰입감을 느낄 수 있다.

단순히 아바타를 활용한 게임이나 오락 서비스 제공에 그치지 않고 현실 세계와 유사한 사회·문화·경제활동이 가능한 장을 마련한다. 그런데 이 같은 특징 때문에, 기존 인터넷 환경서 발생하지 않았던 사이버 범죄뿐만 아니라 오프라인까지 각종 위협에 노출된다.

문제는 메타버스의 사용자 대부분이 미성년자라는 것이다. 닐슨코리아 조사에 따르면, 국내서 가장 잘 알려진 메타버스 플랫폼의 이용자의 연령은 ▲7~12세 50.4% ▲13~18세 20.6%로 아동·청소년이 전체 이용자의 70% 이상이다. 성별로 봤을 때 여성 이용자가 전체 이용자의 77%에 달한다. 


결국 메타버스는 규범의식이 자리 잡지 않은 아동·청소년들이 범죄 대상이 될 수도 있고, 범죄를 저지를 수 있는 장이 된 것이다. 특히 단일 게임 플랫폼이 아닌 경제적 활동과 사회적 활동이 함께 결합된 방법으로 성장하고 있어 범죄에 악용될 우려 또한 커지고 있다.

메타버스 이용자는 원하는 아이템이나 서비스를 구매하는 등 현실과 마찬가지인 상황이 발생하는 과정서 ▲가상화폐를 노리는 사기 ▲공갈 ▲해킹 ▲성폭력 범죄까지 노출된다. 여기서 성폭력 범죄는 아바타를 상대로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를 유발하는 행동 ▲스토킹 ▲공연 ▲음란 등 새롭게 등장한 범죄 행위로 단속이 쉽지 않다.

우선 메타버스서 일어나는 사이버 범죄는 크게 두 가지로 구분된다. 첫 번째로는 경찰청서 분류한 사이버 범죄에 해당하는 범죄다. 

이용자 대부분 여성·아동·청소년
꿈 이루는 실현 장소? 범죄 악용도

구체적으로는 ▲접근 권한을 부여받지 않은 사람이 컴퓨터나 정보통신망에 침입해 저지른 시스템 데이터를 훼손·멸실·변경 등의 행위가 포함된 정보통신망 침해 범죄 ▲피싱·스미싱 등의 개인·위치정보 침해 ▲저작권 침해 등의 정보통신망 이용 범죄 ▲법률서 금지하는 재화와 서비스 또는 정보를 정보통신망을 통해 배포 및 판매·임대·전시하는 불법 콘텐츠 범죄다.

두 번째는 메타버스서 사용자와 동일시되는 아바타의 법적 지위 및 기존 사이버상서 찾을 수 없었던 기술과 급진적인 발전 속도와 넓어진 활용 범위 등으로 유형을 구분하기 어려운 범죄다.

정보통신망 침해 범죄 사례로는 2020년 5월, 로블록스 해킹 사건이 있다. 로블록스 직원이 뇌물수수 후 해커에게 사용자의 개인정보를 획득할 수 있는 백엔드 고객 지원 패널에 접근해 한 달 간 1억명이 넘는 활성 사용자의 개인정보를 조회하고, 플랫폼 내의 가상화폐를 부여할 수 있는 권한을 해커에게 넘긴 사건이다.


로블록스는 ‘로블록스 코퍼레이션’이 운영하는 게임 플랫폼으로 단일 게임이 아닌 여러 대형 게임에 관한 정보가 모두 유출됐다. 무료로 기본 제공되는 창작 툴을 이용해 이용자가 자유롭게 게임을 만들고 이를 통해 다른 유저에게 인게임 소액 결제 상품을 판매할 수 있는 구조인데, 단일 게임이 아닌 여러 대형 게임에 관한 정보가 다 유출된 것이다.

전문 게임 크리에이터들은 로블록스의 플랫폼서 기업 형태로 창작 활동을 하고 로블록스는 해당 크리에이터들로부터 중간서 수수료를 취하는 형태로 운영돼왔다. 많은 양의 정보를 가진 해킹 가해자는 로블록스의 주요 게임들에 관련된 정보가 담긴 스프레드시트와 직원들의 민감한 정보들을 볼모삼아 금전적 이익을 취득하려 시도했다.

그러나 로블록스는 협상에 응하지 않았고, 4GB에 달하는 자료가 결국 한 온라인 포럼에 업로드됐다.

넘치는 유혹
다양한 사기

로블록스는 “탈취된 문서는 (해킹범이)갈취 시도의 일환으로 불법적으로 획득한 것이며, 우리는 해킹범의 요구에 따르지 않았다. 사건 발생 이후 조속히 외부 전문가들과 접촉, 자체 보안팀으로 보완했으며 비슷한 시도의 식별과 방지를 위해 시스템을 조정했다”고 전했다.

실제 블록체인 데이터 분석 기업 체이널리시스는 2022년 해킹을 통해 도난당한 가상자산은 19억달러라고 발표한 바 있다. 주공격 대상은 블록체인 기반 금융시스템 디파이(DeFi·탈중앙화 금융)였다.

해킹 외에도 기존 사이버 환경 대비 실시간 소통과 높은 현실감을 보이는 메타버스 특징으로 인해 아바타에 대한 추행이나 폭행 등의 사건도 발생하고 있다.

지난해 3월에는 메타버스 아바타를 이용해 10대 여자아이를 상대로 ‘그루밍 성범죄’를 저지른 30대 남성에게 구속영장이 청구됐다. 국내서 메타버스 아바타를 이용한 성범죄자에 대한 첫 번째 수사다. 일산동부경찰서는 아동청소년성보호에 관한 법률·아동복지법 위반으로 A씨(38)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에 따르면 미국에 거주하던 A씨는 2022년 1월 네이버 메타버스 플랫폼인 ‘제페토’를 통해 캐나다에 학교를 다니던 B(11)양에게 접근해 뽀뽀하는 모습이나 입 벌린 사진, 결혼서약서 등을 받은 혐의를 받았다.

경찰 조사 결과, A씨는 B양의 나이를 알고 있었음에도 “나이를 비밀로 하고 놀자”며 아바타 관련 아이템을 사주고 환심을 산 뒤 집주소, 전화번호 등 개인정보를 수집했다.

또 B양에게 “숙녀로 보인다. 네가 존댓말 쓸 때면 흥분된다. 행동을 확실히 하라” “몸 찍은 영상이나 사진 보내 볼래?” “초콜릿 기프티콘 선물로 줄게. 역할 놀이 하자” 등 심리적으로 지배하려는 전형적 가스라이팅 행위를 벌이기도 했다. 

아바타
법적 지위?


A씨는 제페토에 가입한 뒤 미소년 같은 외모로 아바타를 치장하고 피해자에게 접근해, 길게는 1, 2개월간 연락하며 친분을 쌓은 뒤 성적 대화를 나눴다. 자신의 신체를 찍은 영상을 피해자들에게 보내기도 했다. 같은 수법으로 메타버스서 약 1년간 초등학생부터 고교생까지 아동 청소년 11명의 신체 사진 등을 받아 성착취물을 제작해 보관했다.

국내에 거주 중이던 B양 부모는 A씨 행각을 알게 된 뒤 고소장을 제출했다. 수사에 나선 경찰은 A씨에 대한 체포영장을 발부받은 뒤 법무부를 통해 범죄인인도청구를 요청했다.

그러나 법무부는 “전례가 없는 범죄로 신병을 구속·인도하는 절차에 적합하지 않다”는 이유로 범죄인인도 불 청구 결정을 내렸다.

경찰은 무혐의를 주장하기 위해 귀국한 A씨를 공항서 체포했다. 경찰 관계자는 “선물을 주면서 관계를 돈독하게 한 뒤 피해자들이 노출 사진과 영상을 보내도록 만드는 A씨의 수법은 전형적인 온라인 그루밍”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아바타를 스토킹하는 행위는 처벌이 어렵다. 아바타가 행위의 객체라는 지위를 갖지 않아서 법 적용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스토킹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2조서 스토킹 행위를 ‘상대방의 의사에 반해 정당한 이유 없이 상대방 또는 그의 동거인, 가족에 대해 불안감 또는 공포심을 일으키는 것’이라고 정의해, 행위의 주체가 사람만 인정되고 있다.

앞서 지난 2022년 6월, 더불어민주당 신현영 의원은 메타버스 내 아바타 범죄를 처벌하는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해당 법안이 처벌 대상 행위를 ‘성적 언동’이라는 포괄적 표현으로 반영한 반면, 같은 당 윤영덕 의원이 대표 발의한 개정안에는 ‘성적 수치·혐오감을 일으키는 행위’와 ‘스토킹’으로 불법 행위를 구체화했다. 그만큼 메타버스 스토킹 범죄가 심각하다고 본 것이다.


“기프티콘 줄게 역할 놀이 하자”
그루밍, 스토킹, 성착취 등 빈번

온라인 스토킹 피해 실태 조사 결과, 20대 여성 응답자 903명 중 715명(79.2%)이 온라인 스토킹을 경험해본 적이 있다고 답했다. 피해 유형은 대부분 스토킹처벌법의 테두리를 벗어난 것들이었다. ▲개인정보를 알아내 저장하기 56.8% ▲사생활 캐내기 56.4% ▲원치 않는 글‧이미지 전송하기 54% 등의 온라인 스토킹을 경험했다는 응답자 수가 절반을 넘었다.

중학교 2학년 C양은 최근 한 메타버스 플랫폼서 사이버 스토킹과 성희롱을 당했다. 한 남성 아바타가 C양의 아바타를 계속 쫓아오며 말을 걸었다. C양이 이를 계속 무시하자 욕설과 함께 성희롱성 발언을 퍼부은 것은 물론 의도적으로 아바타의 신체를 접촉하기도 했다. 

초등학교 6학년 D양은 메타버스를 기반으로 하는 게임서 한 남성 아바타에게 계속 쫓기고 성적인 요구를 받았다. 제페토, 로블록스 등 메타버스 플랫폼서 ‘아바타’를 대상으로 한 성폭력과 스토킹, 그루밍 등 디지털 성범죄가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온라인 및 가상공간에서는 현실 세계와 달리 타인의 접근과 호의에 대한 거부감이 덜하다는 점을 악용하는 이들이 많고, 이런 점 때문에 아동·청소년이 성범죄에 노출되고 있는 실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은 사이버 범죄에 대응하기 위한 인력이 현저히 부족해, 경찰의 사건 예방은 기대기 힘든 게 현실이다.

경찰청은 경찰공무원 경력 경쟁 채용시험을 실시해 사이버수사 분야에 전문적인 인력을 선발하고는 있지만, 범죄 발생 건수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하다. 물리적인 인력 부족과 더불어 지능화하는 범죄 수법에 대한 무지도 수사력 가름에 배제할 수 없는 원인이다.

충분한 인력과 전문성이 보장되지 않은 상황서 새로운 영역인 메타버스서 발생하는 범죄 수사까지 하게 된다면, 수사 효율의 저하 등의 악영향을 초래할 수밖에 없다.

은밀화
지능화

결국 메타버스 이용자가 아동·청소년인 만큼,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교육을 철저히 하는 수밖에 없다. 이석원·김민영 자주스쿨 대표는 “최근 10년간 의무적으로 성폭력 예방교육을 진행한 결과 아이들이 성적 자기 결정권, 성적 동의, 성폭력의 정의와 유형, 현실서 해도 되는 성 행동과 하지 말아야 하는 성 행동 등은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가상공간의 성교육은 보편화돼있지 않은 데다 어른들조차 로블록스, 제페토, 이프랜드, 게더타운 등이 뭔지 모르는 만큼 메타버스 시대에 대비해 자녀는 물론 부모의 성교육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alswn@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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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보이스피싱·스캠 조직 캄보디아 ‘셀허브’ 추적

[단독] 보이스피싱·스캠 조직 캄보디아 ‘셀허브’ 추적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캄보디아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의 민낯이 드러났다. 주로 수도인 프놈펜 인근과 시아누크빌 범죄 단지가 그들의 주둔지였다. 국내 조직폭력배가 중국 갱단과 결탁해 만든 ‘셀허브’의 경우 피해자만 수십명이다. 이들은 엔터테인먼트 기업을 가장했다. 사이트에는 유명인의 사진이 수차례 도용된 것으로 확인됐다. 현재는 사라진 셀허브 엔터테인먼트의 홈페이지. 지난해 7월 <일요시사>가 취재한 이후 대표이사의 이름과 사진이 여러 차례 바뀌었다. 유인촌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에게 표창장을 받았다며 문서를 위조하기도 했다. 이 기업의 정체는 로맨스 스캠 조직이다. 확인된 피해액만 약 40억원, 피해자는 수십명이다. 한 언론사는 보도자료까지 작성하며 홍보하기도 했다. 조직적 준비 경찰 수사 중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지난 24일, 셀허브 조직원 3명을 각각 구속·불구속으로 서울중앙지검에 송치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이들은 조건 만남 사이트를 운영한 로맨스 스캠 조직이다. 여성 관련 데이트 상품을 판매하거나 연애 빙자 사기를 일삼았다. 셀허브 조직원이던 A씨는 “연예인 지망생이나 모델과 연락하게 해 준다며 50만원에서 100만원까지 대포통장 계좌에 돈을 입금하게 한 뒤 텔래그램 아이디를 알려주고 연락하게 하는 시스템”이라며 “연결된 여자는 실제 남성이고 한국에서 조직폭력배로 활동하던 사람들이 대부분”이라고 주장했다. 이 조직은 지난해 3월 캄보디아 범죄 밀집 지역인 태자 단지에서 인력을 모으기 시작했다. 같은 해 5월 사이트를 개설해 조직원들에게 민간인 협박, 중국어 통역 등의 역할을 맡기고 수십명으로부터 약 40억원을 뜯어냈다. 같은 해 7월 <일요시사> 취재가 시작되자 이 조직은 셀허브 엔터테인먼트 대표이사의 이름을 ‘김현숙’에서 ‘박소희’로 변경하고 유명인의 사진을 수차례 도용했다. 유 전 장관에게 표창장까지 수여받았다며 피해자들의 의심을 피하려는 꼼수도 서슴지 않았다. A씨는 “조직에서 탈출하려는 사람은 밤새 맞거나 강제로 마약을 투약당하기도 했다. 조직폭력배 출신 한국 사람들이 간부고 일반 조직원은 교민 사이트를 통해 ‘한 달에 500만~1000만원을 벌 수 있다’는 거짓말에 속아 일하게 된 사람들”이라고 설명했다. 이 사건은 서울경찰청이 수사하기 이전인 지난해 7월부터 강서·영등포·구로경찰서 등에 여러 고소장이 접수됐었다. 하지만 수사는 원활하지 않았다. 주요 혐의자가 해외에 거주 중이거나 피의자 특정이 어려운 게 난관이었다. 수사를 담당했던 한 경찰 관계자는 “캄보디아 프놈펜에 주요 혐의자들이 거주한다는 사실을 파악하고 지난해부터 공조를 요청했으나 캄보디아 당국이 비협조로 일관했다”며 “고소인분들이 ‘왜 안 잡냐’ ‘내 돈 어떻게 하냐’는 등 불만이 많으셨다. 매번 죄송하다고 말씀드리는 것 외에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캄보디아가 협조하지 않으면 조치가 불가능했다”고 토로했다. 지난해 3월부터 조직원 모집…태자 단지서 모의 ‘유인촌 표창장’ 걸어 놓고 ‘정상 기업’ 홍보 막막했던 수사는 대학생 박모씨 피살 사건이 사회적 파장을 일으키면서 풀리기 시작했다. 이재명정부가 캄보디아를 압박했고 현지에 구금된 한국인 범죄자 겸 피해자 수십명을 국내로 송환했다. 송환된 인원 중 일부는 셀허브 사건과도 연관된 것으로 파악됐다. 정성학 충남경찰청 수사부장은 지난 20일 청내 프레스센터에서 브리핑을 열고 “이들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사기) 및 범죄단체 가입 및 활동 혐의로 전원 구속했다”고 밝혔다. 현재까지 부건(총책 가명, 40대 초반, 한국말을 쓰는 외국인 추정) 조직으로부터 확인된 피해 건수는 110건, 피해액은 93억여원에 달했다. 약 100명의 조직원을 거느린 부건은 지난해 중순부터 올해 7월까지 주로 프놈펜 웬치(범죄 단지) 및 태국 방콕 등지에서 한국인을 상대로 범행을 벌여왔다. 부건 조직은 지난 2018년 중국에서부터 활동을 시작해 그동안 단속을 피하려 태국, 캄보디아 등지로 거주지를 옮겨가며 범행을 계속해 왔다. 이들은 데이터베이스, 입출금 등을 지원·관리하는 CS팀과 광고를 보고 접근한 피해자를 기망하는 로맨스팀, 검찰 사칭 보이스피싱팀, 코인투자리딩 사기팀, 공무원 사칭 노쇼 사기팀 등 총 5개 팀으로 이뤄진 조직체계를 갖췄다. 이들은 가구판매업을 하러 캄보디아에 갔다고 진술했으나 이후 지역 선·후배 권유, 고액 아르바이트 인터넷 광고 등을 접하고 범죄에 연루된다는 걸 알면서도 조직에 가입해 활동한 것으로 조사됐다. 속아서 조직에 들어갔다고 진술하지 않은 이들의 유입 경로는 ▲지인 포섭 29명 ▲인터넷 광고 등 포섭 8명 ▲현지 카지노 포섭 6명 ▲기타 2명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남성 42명과 여성 3명으로 연인도 있었다. 대부분은 20~30대 연령으로 최소 2개월부터 최대 16개월까지 범행에 가담해 왔던 것으로 드러났다. 조건 만남 사이트 경기북구경찰청 형사기동대도 전기통신금융사기특별법 위반 등 혐의로 피의자 15명 중 11명을 구속 송치했다. 이들은 지난해 8월부터 한 달간 캄보디아 범죄 단지에서 여성을 사칭, 조건 만남 등을 명목으로 피해자들로부터 돈을 가로챘다. 또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이성 만남 광고를 낸 후 이를 보고 연락해 온 피해자에게 여성인 척 채팅으로 유인했다. 여성을 소개받기 위해서는 자신들이 개발한 조건 만남 사이트에 회원 가입과 인증을 받아야 한다고 속여 인증을 위한 돈을 요구했다. 3차례에 걸친 인증 절차 과정에서 여러 게임에 성공하면 가입비를 돌려준다고 속여 피해자로부터 1인당 적게는 수십만원에서 많게는 수억원을 받아 챙겼다. 피해자들이 믿을 수 있도록 별도의 만남 인증과 후기글을 남기는 ‘화력방’도 운영했다. 현재까지 확인된 피해 규모는 피해자 36명, 피해금 16억원 상당이며, 1인당 최대 피해 금액은 2억1000만원이다. 이들은 대부분 20~30대 남녀다. 최초 범죄집단을 구성한 캄보디아 프놈펜 지역 명칭 ‘툴콕’을 의미하는 ‘TK’파로 스스로를 부르며 총책을 정점으로 한 지휘·통솔 체계를 갖췄다. 조직 운영을 총괄하는 총책, 이를 보좌하며 실무 전반과 인력 공급 등을 담당하는 총관리자, 각 파트 팀원의 근태를 관리하고 지시하는 팀장으로 구성됐다. 또 자체적인 조건 만남 홈페이지를 제작하는 개발자, SNS에 광고 글을 게시하는 홍보팀과 광고를 보고 접근한 피해자를 기망하는 로맨스 2개팀으로 역할을 분담했다. ▲상호 가명 사용 ▲근무 중 휴대전화 금지 ▲사진 촬영 금지 ▲야간에는 커튼으로 외부 차단 ▲다른 부서와의 업무 내용 공유 금지 등의 규칙에 따라 생활하기도 했다. 중국 국적 100명 뒷배 이들은 총책이 마련한 건물에서 2인1조로 합숙했는데 프놈펜 툴콕 지역의 13층 건물을 사용하다가 지난 8월, 현지 단속을 피해 센소크 지역 7층 건물로 이전해 범행을 이어오던 중 현지 수사 당국에 의해 검거됐다. 이들은 경찰 조사에서 경제적 이익을 목적으로 SNS 구직 광고나 조직원을 통해 범죄단체에 가입했다고 진술했으며 사기임을 알고도 범행을 지속한 것으로 조사됐다. 피의자 대부분은 현지에서 구금된 중에도 총책이 이른바 관작업을 통해 자신들을 석방시켜 줄 것이라는 말만 믿고 대사관의 도움을 거절하고 귀국하지 않았다. 셀허브 사건 간부들은 타 사건에도 연루됐다. 지난 7일 캄보디아 바벳에 인접한 베트남 떠이닌 지역 국경 검문소 인근에서 30대 여성 B씨가 차 안에서 숨진 채 발견됐는데, 숨지기 직전까지 셀허브 간부와 같이 있었다. B씨의 사인은 마약 과다 투약이었다. 국내 정보·수사기관은 B씨가 셀허브에서 한국인 명의의 대포통장을 공급해 왔다고 보고 있다. A씨는 “셀허브에서 일할 사람을 모집하는 역할을 했던 B씨인데 통장을 팔려고 캄보디아에 도착한 한국인들을 유인해 범죄 단지로 팔아넘기고 유인하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실제 정보·수사기관도 B씨에 의해 범죄 단지에 넘겨지는 피해를 입거나 유흥업소 일을 강요당한 사례를 확인하고 조사 중이다. 정보기관 관계자는 “사실상 마약을 강제로 과다하게 투약당한 살인사건이라는 첩보는 아직 확인 중”이라며 “특정 조직과 사이가 좋지 않았던 건 현지 경찰도 수사 중인 내용”이라고 말했다. 대개 조직폭력배 출신…지휘는 중국 조직이 맡아 40억 피해액 환수 불가능 “자금 세탁 끝났다” 첫 데이트하던 연인을 치어 여교사를 숨지게 했던 이른바 ‘대전 머스탱 교통사고’의 피의자도 셀허브 조직원으로 확인됐다. 피의자 전모씨는 2019년 2월10일 오전 10시14분 대전 중구 대흥동에서 면허도 없이 외제차를 운전하던 중 인도를 걷던 조모씨와 박모씨를 들이받아 박씨를 숨지게 하고, 조씨에게 중상을 입혔다. 전씨가 대여한 외제차는 불법 대여 차량이었다. 이 차량은 애초 대구에 사는 C씨가 자신 명의로 캐피털에서 월 115만원씩 주는 조건으로 60개월간 대여한 것이다. C씨는 사촌 안모씨와 함께 인터넷 중고거래 사이트에서 나모씨가 올린 ‘외제차 저렴하게 빌려줄 사람을 찾는다”는 글을 보고 접근, 한 달에 136만원씩 받기로 하고 대여한 머스탱 차량을 재임대했다. 나씨는 이렇게 빌린 머스탱 차량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활용해 “외제차를 빌려준다”고 광고하며 또다시 대여업을 했다. 전씨는 나씨가 올린 이 글을 보고 일주일에 90만원씩 주기로 약속하고 머스탱을 빌려 운전했다. 매년 확정되는 범죄수익 추징금은 30조원을 넘지만 환수 금액은 1%에도 미치지 않는다. 법무부가 캄보디아에서 보이스피싱과 로맨스 스캠 등의 범죄로 발생한 현지 범죄수익을 국내로 환수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우선 법무부는 “캄보디아 내에서 벌어진 범죄 가운데 현재 국내에서 수사 중이거나 재판 중인 사건이 1차 현지 수사 의뢰 대상”이라며 “이후 국내에서 유죄 선고를 받으면 최종적으로 환수 대상이 된다”고 밝혔다. 국제형사사법공조 조약에 따르면 해외에서 발생한 범죄라 하더라도 피해자가 국내에 있고 피해액이 특정될 경우, 우리 정부가 해외에 범죄수익 환수를 요청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2019년 캄보디아와 국제형사사법공조 조약을 체결해 2021년 정식 발효됐다. 주요 간부들 타 사건 연루 정보기관 관계자는 “범죄자 개인이 아닌 조직을 대상으로 한 범죄수익 환수 사례는 거의 없다. 특히 국내에서 수사와 재판이 끝나야 한다”며 “정부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나서는 건 좋지만 이미 늦었다. 범죄조직 특성상 이미 코인이나 대포 통장으로 제3국에 은닉하거나 세탁을 하고도 남았을 시간”이라고 지적했다. 부장검사 출신 한 변호사도 “수사가 끝나고 유죄 판결이 나기까지 수년이 걸리는데 환수 절차는 이 모든 사법절차가 종료돼야 가능하다. 특히 조세회피처로 범죄수익을 옮겨놨다면 환수는 불가능에 가깝다”고 봤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