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연재> 대통령의 뒷모습 (65)분단된 나라의 비극

  • 김영권 작가
  • 등록 2024.01.15 05:00:00
  • 호수 146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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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권의 <대통령의 뒷모습>은 실화 기반의 시사 에세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재임 시절을 다뤘다. 서울 해방촌 무지개 하숙집에 사는 이들의 이야기를 듣고 있노라면 당시의 기억이 생생히 떠오른다. 작가는 무명작가·사이비 교주·모창가수·탈북민 등 우리 사회 낯선 일원의 입을 통해 과거 정권을 비판하고, 그 안에 현 정권의 모습까지 투영한다.

자기네 파의 악은 잠재의식 속에 집어넣어 두곤 그걸 모두 상대의 악성 종양인 양 서로 투사하거나 반사시키며 희룽거린다. 

즉, 남을 때려죽일 놈이라고 욕하는 건 바로 자기 자신이 그렇게 되길 바라는 것과 같다. 그 사이에서 순수한 어린아이들의 정신은 세뇌당해 세계적인 괴상스런 인형으로 변해 간다.

이것이야말로 분단된 나라에서 살아가야 하는 반쪼가리 의식을 가진 사람들의 비극이다.

마치 청홍색 모자를 쓴 나그네를 보고 서로 착각한 채 싸우는 한 마을 사람들처럼…. 

익숙한 착각


사실 우리는 오랜 세월 동안 반쪽으로 쪼개진 상황에서 살아왔기 때문에 반쪽을 온전한 모양이라고, 반달을 온달이라고 착각 혹은 자위하는 데 익숙해져 버렸는지도 모른다.

우리 국력이 이만큼 성장했는데도 외국 사람들이 이따금 한국인을 향해 이상야릇한 미개인 쳐다보듯 하는 건 그런 탓이 아닐까?

아무리 잘난 사람일지라도 분단국에서 사는 이상 온달 의식을 갖기 어렵다. 생각하고 공상할 순 있을지 몰라도 일상생활에서 실행하긴 지난하다는 얘기다.

정치, 경제, 사회, 문화, 학문, 기타 등등 거의 모든 분야에서 마찬가지이리라. 

남북이 통일되면 물론 여러 가지 어려운 문제들이 생겨나겠지만, 무엇보다 우리들 자신의 진면목을 바로 볼 수 있고, 나아가 남들에게 우리 한민족의 얼굴을 바르게 보여 줄 수 있을 것이다.

반쪽 괴물이 아닌 온전한 우리의 얼굴을…. 

통일의 장단점을 시시콜콜 따지고 앉아 있으면 끝이 없다. 우리 세대의 이해관계에 플러스하여 미래 자손들의 이익도 감안해야 한다. 그것이 바로 역사의식이리라.


당장은 좀 손해보는 감이 있더라도 탱크처럼 밀고 나가야 한다. 불도저처럼 쓰레기를 밀어 치워야 한다.

그 쓰레기는 미 일 중 러 등등 주변 강대국의 외세라기보다 우리들 자신의 내부에 또아리 튼 반쪼가리 고정관념과 외세에 대한 의타심 그리고 사리사욕에 가려 미래를 바로 보지 못하는 눈….

아, 더 언급해 봤자 무엇하리오. 통일이 현실로서 눈앞에 닥치기 전엔 어차피 별 관심을 갖지 않을 텐데 말이다. 

독일의 경우도 분단 당시엔 이념 차이와 여러 가지 이해관계로 인해 반대 목소리가 많았으며, 흔히 생각하는 것보다 통일 과정이 훨씬 어려웠다고 한다.

하지만 그들은 해냈다. 과연 어떻게?(왜 우리는?)

물론 사리사욕 아닌 조국의 미래를 내다보는 훌륭한 정치가들이 많아서 그랬겠지만, 그 바탕엔 분단 과정과 현실 상황 그리고 앞날에 관해 끊임없이 성찰한 국민들의 역량이 함께 모여 든든한 디딤돌이 돼 주었기 때문이 아닐는지?

우리에겐 그런 정치가들이 없기에 순서를 바꿔 국민들이 먼저 나서서 반석을 쌓아야 한다. 아마 그러면 좋은 정치가들이 우후죽순처럼 나올 수도 있다.

현재 통일 독일에도 어려운 문제가 많다고 하나마, 다시 분단 시절로 돌아가고 싶어하는 사람은 별로 없다고 한다. 반쪼가리 아닌 그들의 온전한 얼굴은 전 세계인들에게 미소를 던져 주었고, 덕분에 가치는 훨씬 높아졌다.

만약 남북한이 통일된다면, 상황이 무척 어려웠던 만큼, 한층 더 온 세상의 주목을 받을 뿐만 아니라 평화의 빛이 되고 나아가 중심적인 위치가 될 것이다.(여기서 마침표보다 느낌표를 하나 찍고 싶으나, 여러분이 한결 현명하게 판단한 터이므로  강조하지 않겠다!!) 

반쪽자리 고정관념에 사로잡힌 세대 
외세 의해 멀어진 통일 현실만 안주

통일 대박론은 좋다. 다만 북진 흡수 통일이 아니라 평화공존 통일이어야만 진정한 대박론이 될 것이다.

계절답지 않게 차갑고 스산한 바람이 불어대는 날이었다. 피에로 씨가 잔뜩 우거지상을 지은 채 들어왔다.


평소 같지 않게 맥이 빠져 보였다. 

“왜 그러세요?” 

“뭐가?” 

“기운이 없어도 있는 척 공상을 하면 힘이 생긴다면서요.” 

“로봇도 아닌 사람이 늘 그럴 수야 있겠나. 더군다나 먹고 사는 일 따위가 아니고 로맨스에 멍이 들었는데….” 

“글쎄, 무슨 일인데요?”


피에로 씨는 한숨을 푹 내쉬었다.

“윤 여사가 절교 선언을 하잖아. 고귀한 사랑을 그렇게 일방적으루 매정스레 짓뭉개 버리다니….”

“아니, 서로 사귀지도 않았는데 뭔 로맨스니 절교니 그래요.”

“무슨 소리야! 참사랑이란 내 마음속의 님을 애절히 그리워하는 것 아니겠어?”

“그건 짝사랑이나 외사랑이지 무슨 참사랑이에요.”

“마음이 아파. 너무 잔인하게 말하지 말아줘.”

“알았어요. 사랑이라고 치죠 뭐. 그런데 왜 뭔 일이 있었어요?”

“나 참 기가 막혀서…. 그 사꾸라 교주 영감탱이가 기어이 사고를 치고 말았지 뭐야.”

“네?”

“탈북녀들에게 사기를 쳐서 돈을 욹어 먹었다잖아.” 

“그 사람들에게 무슨 돈이 있다고 그래요.”

“정부에서 주는 정착 지원금이나 생활 보조금 따위겠지 뭐. 원 참, 차라리 벼룩 간을 빼먹는 게 낫지. 그 피 같은 것을 다 노리다니.”

“대체 어떻게 그랬대요?”

“글쎄 뭐, 북한에 있다는 조상 땅 문서를 내고 수작을 부렸던가 봐. 아마 거기다 사이비 종교수법을 가미했겠지.”

“그래서 어찌 됐어요?”

“붙잡혀서 감방에 들어가 있다더군. 영감탱이가 소식이 감감하더니만 결국 그 꼴이라니….”

“윤 여사 사무실에 있는 여자를 그랬대요?”

“그건 아니고, 소개를 받고 받아 이리저리 거미줄을 쳐서는 그랬다는데… 윤 여사인지 뭔지 고 얄미운 계집애는 괜히 애꿎게 나만 달달 볶아대잖아. 이제 다시는 오지도 말래. 아, 쓸쓸하고 억울해.”

소망 없는 시대

그는 볼멘소리를 냈다. 

“같이 어울려 다니니까 한패로 생각했나 보죠.”

“말도 안 돼! 나야 성공학과 통일철학을 통해 어디까지나 우 나라와 탈북민들에게 획기적인 도움이 되길 바랄 뿐 그런 짓거리는 아예 안 하지. 아! 그녀와 나의 사랑이 이루어져 남남북녀끼리 결혼해… 통일된 나라에서 살면서 예쁘고 튼튼한 아이를 낳아 키운다면 얼마나 좋을까!”

피에로 씨는 가슴속의 갈망을 영탄조로 내뱉으며 긴 한숨을 쉬었다.

북한에서는 영변의 어느 지하굴에서 또다시 핵실험을 하고 동해를 향해 장거리 미사일을 쏘아 올렸다는 뉴스가 전해졌다.

백악관과 청와대 그리고 대체로 보수적인 언론들은 북한을 비난하며 제재를 더욱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음호에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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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해산’ 민주당 딜레마

‘국민의힘 해산’ 민주당 딜레마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국민의힘이 위태위태하다. 끝나지 않는 내부 총질에 “이럴 바엔 해산하라”는 날 선 비판까지 나온다. 이 모습을 바라보는 더불어민주당은 만감이 교차한다. 정당해산 카드를 꺼내자니 보수 결집이, 그대로 놔두자니 개혁에 걸림돌이 되는 딜레마의 연속이다. 이번 국민의힘 전당대회는 ‘윤 어게인(Again)’과 전한길씨의 싸움으로 자리 잡았다. 누가 대표가 되더라도 ‘내란 정당’이라는 꼬리표를 떼기에는 역부족이다. 이에 발맞춰 국민의힘 해산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덩달아 높아지고 있다. 내란 수괴와 45명의 적 국민의힘 해산 요구는 지난 6·3 조기 대선 정국서부터 불거졌다. 서부지검 폭동 사태와 헤어 나오지 못한 탄핵의 강 등 내란 사태가 지속되자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정당해산 가능성을 언급한 것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탈당하기 전 당시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는 “국민의힘은 윤석열을 비호하고 내란에 동조하며 국가적 위기와 사회적 혼란을 키운 씻을 수 없는 큰 책임이 있다”며 제명을 촉구했다. 윤 전 대통령을 수호한 45명의 의원을 ‘인간 방패’라고 꼬집으며 제명을 요구했다. 민주당이 호명한 45명은 국민의힘 ▲강대식 ▲강명구 ▲강민국 ▲강선영 ▲강승규 ▲구자근 ▲권영진 ▲김기현 ▲김민전 ▲김석기 ▲김선교 ▲김승수 ▲김위상 ▲김은혜 ▲김장겸 ▲김정재 ▲김종양 ▲나경원 ▲박대출 ▲박성민 ▲박성훈 ▲박준태 ▲박충권 ▲서일준 ▲서천호 ▲송언석 ▲엄태영 ▲유상범 ▲윤상현 ▲이달희 ▲이상휘 ▲이만희 ▲이인선 ▲이종욱 ▲이철규 ▲임이자 ▲임종득 ▲장동혁 ▲조배숙 ▲조은희 ▲조지연 ▲정동만 ▲정점식 ▲최수진 ▲최은석 의원이며 이들이 내란 정당의 주축이라고 봤다. 대선후보 마감을 앞두고 국민의힘이 새벽을 틈타 ‘후보 바꿔치기’를 시도하던 때에는 보수 진영에서도 쓴소리가 나왔다. 당원이 뽑은 김문수 후보의 선출을 취소하고 전 국무총리던 한덕수 무소속 예비후보를 입당시켜 당의 대선후보로 등록한 것이다. 밤사이 일어난 촌극에 홍준표 전 대구시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니들이 저지른 후보 강제 교체 사건은 직무 강요죄로 반민주 행위고 정당해산 사유도 될 수 있다”며 “기소되면 정계(에서) 강제 퇴출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자기들이 저지른 죄가 얼마나 무거운지도 모르고 윤통(윤석열 전 대통령)과 합작해 그런 짓을 했나”라며 “그 짓에 가담한 니들과 한덕수 추대 그룹은 모두 처벌받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홍 전 시장은 지난달 자신의 온라인 소통 플랫폼 ‘청년의 꿈’에서 한 지지자가 국민의힘 복당 등에 대해 질문하자 “해산될 정당에 다시 들어갈 일은 없을 것”이라며 국민의힘 해산 가능성에 힘을 실었다. 민주당은 통합진보당(이하 통진당)이 헌법재판소(이하 헌재)에 의해 위헌정당해산심판으로 해체된 사례를 예로 들며 해산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2014년 12월 헌재는 통진당이 “북한식 사회주의 혁명 노선을 추종하며 자유민주적 기본 질서를 위협한다”며 재판관 8대 1의 의견으로 정당해산을 결정한 바 있다. 정당해산의 주요 원인은 이석기 전 의원의 내란 음모 사건이었이다. 알면서 잡은 썩은 동아줄…속내 복잡 남은 건 ‘내란 정당해산’ 심판대뿐 당시 황교안 법무부 장관은 해산 청구 이유에 대해 “통진당의 강령 목적이 우리 헌법의 자유민주주의적 기본 질서에 반하는 북한식 사회주의를 추구하고, 핵심 세력인 RO(지하 혁명 조직)의 내란 음모 등 그 활동도 북한의 대남 혁명 전략에 따른 것으로 분석됐다”며 헌법의 민주적 기본 질서에 위배된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민주당은 실행되지 않은 예비 음모 혐의와 내란 선동만으로 통진당이 해산됐는데, 내란을 실행한 자를 옹호한 국민의힘의 죄는 통진당보다 더 크다고 보고 있다. 지난해 12월3일 이후부터 새로운 정권이 들어서기까지, 국민의힘은 내란에 동조했을 뿐더러 극우 단체와 함께 저항권 행사를 선동했다고도 주장했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의원이던 당시 국회에 정당해산심판 청구 요구권을 부여하는 내용의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 그는 민주당 최전방에서 국민의힘 해체를 요구했던 만큼 이제는 당 대표 직권으로 개정안을 밀어붙일 가능성이 제기된다. 헌법재판소법 제55조에 따르면 “정당의 목적이나 활동이 민주적 기본 질서에 위배될 때에는 헌법재판소에 정당해산심판을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며 주체는 ‘정부’로 명시하고 있다. 정 대표가 발의한 개정안이 통과된다면 정당해산심판 청구 요건에 ‘국회 본회의 의결이 있을 때’라는 요건이 추가돼 해산심판 주체가 ‘국회’를 포함하게 된다. 당시 정 대표는 한 라디오를 통해 “국민의힘이 제1야당이라 법무부가 직접 나서기엔 부담이 있을 수 있다”며 “그렇기 때문에 국회가 의결을 통해 정당해산 청구를 국무회의 심의 안건으로 올리는 방식이 현실적”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사면으로 정치권에 복귀한 조국혁신당 조국 전 대표도 국민의힘 정당해산을 주장하고 나섰다. 조 전 대표는 “윤석열 파면과 대선 패배 이후에도 여전히 친윤(친 윤석열)계가 당권을 장악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여전히 계엄과 내란에 대해서 옹호하는 정당”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당 정 대표가 정당해산을 주장한 데 대해서는 “정당해산을 하려면 12·3 내란과 관련해 국민의힘 지도부가 조직적으로 관여했음이 확인돼야 한다. 적어도 1심 판결까지 기다려야 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뼈아픈 공포탄? 개헌 저지선인 100석을 겨우 넘긴 국민의힘이지만 민주당발 정당해산만큼은 피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거센 풍파를 겪었던 보수가 재건할 새도 없이 또다시 무너진다면 그야말로 회생 불가능한 상태에 빠질 것이란 우려에서다. 최근 전 정부와 국민의힘을 옥죄는 특검이 동시다발적으로 이어지자 정당해산의 신호탄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국민의힘은 최근 통일교와 자당 간의 연결고리를 좇는 특검 수사를 언급하며 “국민의힘과 특정 종교를 억지로 결부시켜 정당해산의 빌미를 인위적으로 조작하려고 하는 정치 보복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최은석 수석 대변인 역시 “여당 대표가 정당해산을 입에 올리자 (특검이) 곧장 달려든 모습은 수사기관이 아니라 정권의 ‘행동대장’ ‘'친위부대’로 전락한 모습”이라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은 전당대회 기간 동안 “우리도 자칫 통합진보당 꼴이 될 수 있다”며 우려를 내비쳤다. 그는 자신의 SNS를 통해 “불법 계엄은 어떤 변명도 통하지 않는, 헌정사 최악의 법치 유린”이라며 “그것을 옹호하거나 침묵하는 사람이 대표가 된다면, 그 즉시 우리 당은 ‘내란 정당’으로 낙인 찍히고 해산의 길로 내몰릴 수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연일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지만 공포탄이 실탄으로 바뀔지는 미지수다. 내란 정당인 국민의힘은 10번 100번도 해산해야 한다지만 막상 야당에 칼을 겨누자니 여당으로서의 현실적인 고민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실제 정당해산심판이 이뤄진다면 오히려 국민의힘이 똘똘 뭉치는 계기가 마련될 수 있다. 특검이 국민의힘을 포위하자 전당대회를 앞두고 사분오열 흩어졌던 보수가 잠깐이나마 하나가 돼 단체 농성에 나서는 등 결집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정당해산은 이 대통령이 강조하는 통합 정치와도 거리가 멀다. 민주당은 내란 세력을 뿌리 뽑기 위함이라고 주장하지만, 대화는커녕 당 대표끼리 악수조차 못하는 상황에서 곧바로 해산 청구를 했다가는 여당이 의석수로 야당을 찍어 누르는 듯한 모습으로 비쳐질 것이란 분석이다. 서로 실책에 기대는 반사이익 구조도 문제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최근 정부여당 지지율이 떨어지긴 했어도 국민의힘이 저런 식으로 행동하는 한 국민은 이들을 야당이 아닌 내란 세력의 현재 진행형으로 볼 것”이라며 “고질적인 문제지만 한국 정치는 반사이익 구조를 벗어날 수 없다. 정당해산으로 국민의힘이 사라진다면 과연 민주당에 득이겠느냐”라고 의아해했다. 뿔뿔이 흩어질까 이어 “지금 민주당의 모든 정책, 개혁은 내란 세력 척결이라는 원포인트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며 “내란 세력이 사라지면 민주당의 날카로움이 돋보이지 않는, 오히려 개혁의 동력이 떨어지는 모순적인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정당해산심판을 청구하기 보다 구심점을 잃고 자중지란을 겪고 있는 야당을 그대로 두는 게 더 낫다는 설명이다. 정당해산이 말로만 그쳐도 문제다. 지난 민주당 전당대회서 강성 당원들은 시원하게 개혁을 외치고 날카롭게 국민의힘을 찌른 정 대표를 당의 수장으로 세웠다. 정당해산을 소리 높여 주장하는 정 대표가 막상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다면 그 실책은 고스란히 민주당이 떠안게 된다. 국민의힘 스스로 분열의 길에 접어들면서 또 다른 선택지가 주어졌다. 친윤·친한(친 한동훈), 찬탄(탄핵 찬성)·반탄(탄핵 반대)으로 단단하게 굳어 심리적 분당 상태에 빠진 국민의힘이 자진해서 해체하는 방법이다. 민주당 일각에서는 국민의힘의 분열을 기회로 보고 있다. 편 가르기의 결과로 당이 쪼개져 자진 해산한다면 민주당은 정당 해체 심판을 청구하는 수고로움을 덜 수 있다. 혹시 모를 지지율 역풍과 보수 결집 등의 고민도 해결된다. 장동혁 당시 대표 후보가 정당해산 프레임을 같은 편에 덧씌우면서 공세 수위를 높인 것이 한몫했다는 분석이다. 그는 탄핵 찬성파인 안철수·조경태 후보를 겨냥한 듯 “소신이라는 이유로 사사건건 당론을 어기고 급기야 탄핵까지 찬성했던 분들이 대표가 된다면 정청래(민주당 대표)와 짬짜미해서 당을 해산시킬지 우려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진짜 해산돼야 할 위헌 정당은 국민의힘이 아니라, 온갖 방법으로 헌법 질서를 파괴하고 일당 독재를 하는 민주당”이라고 주장했다. 전당대회를 앞두고 탄핵에 찬성한 이들과 차별화를 두기 위한 강력한 한 수를 던진 셈이다. 이 과정을 지켜보던 민주당은 “분당이나 정당해산을 피하려면 윤 어게인 세력과 결별하라”고 지적했다. 상처만 남은 전대 이대로 알아서 해산? 민주당 전현희 최고위원은 “국민의힘은 전당대회를 분당대회로 이름을 바꿔라”라며 “윤석열 재입당 공약과 전한길의 선동 사태는 친길(친 전한길)파와 반길(반 전한길)파의 분당 예고편 같다. 진정 분당과 정당해산을 피하고 싶다면 이제라도 전한길과 윤 어게인 세력과 결별 하길 권고드린다”고 말했다. 이들의 내부 총질은 전당대회를 앞둔 마지막 토론회서 화룡점정을 찍었다. ‘반탄파(탄핵 반대)’인 김문수·장동혁 후보와 ‘찬탄파(탄핵 찬성)’인 안철수·조경태 후보 간의 살벌한 대치가 이어지면서 정당해산 카드를 꺼내기도 전 스스로 분당 수순에 접어들었다는 것이다. 1, 2차 토론회와 마찬가지로 김 후보와 조 후보는 비상계엄 문제를 놓고 대립했다. 김 후보는 “비상계엄은 잘못됐고 헌법재판소에서 탄핵이 될 만큼의 불법성이 있다”면서도 “헌재 판결은 받아들이지만 그 자체가 모든 면에서 완전하다고 받아들일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조 후보는 “강성 지지층인 윤 어게인을 의식한 발언”이나며 “우리나라는 민주주의 국가이지 ‘윤주주의’ 국가가 아니지 않는가”라고 받아쳤다. 그러자 김 후보는 “민주당 조경태 의원이 말하는 것은 그렇다고 할 수 있지만, 조 후보는 국민의힘 의원”이라며 사퇴를 촉구하기도 했다. 토론 단골 주제인 유튜버 전한길씨도 화두에 올랐다. 장 후보는 내년 치러질 재보궐선거에 만일 공천을 한다면 한동훈 전 대표와 전씨 중 누구를 택하겠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열심히 싸우고 있는 분에 대해서는 공천을 줄 수 있다”며 전씨를 택했다. 반면 조 후보는 “오늘 토론회를 보면서 상당히 마음이 아픈 게 장 후보가 재보궐선거에 공천할 후보로 전씨를 선택한 것”이라며 “전씨는 윤 어게인을 주창하는 분이고 그분이야말로 내란 동조 세력”이라고 마지막까지 비판했다. 당 대표 선출서 갈등이 최고조에 올랐던 만큼 선거가 끝난 이후에도 쉽사리 봉합되지 않고 있다. 특히 내년 지방선거라는 대목을 앞두고 치열한 계파 싸움이 예고되면서 당의 앞날이 불안정하다는 평이다. 여의도 안팎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민주당은 특검 수사 진행 상황에 따라 정당해산 압박 수위를 조절할 것으로 예상된다. 내란 수사가 진행되는 동안 민주당은 국민의힘을 향해 언제든지 정당해산이라는 카드를 쥐고 흔들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어느 쪽도 진퇴양난 한 야권 관계자는 “국민의힘은 정당해산에 대해 가능성 없는, 반민주적 행위라고 주장하지만 내심 불안해하는 것 같다며 “국민의힘이 빈말이라도 ‘할 테면 해 봐라’라는 식의 이야기를 입 밖으로 꺼내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과거처럼 당 간판만 갈아 치워서는 국민의 마음을 돌릴 수 없다는 걸 본인들이 가장 잘 알 것”이라며 “‘먹히는 개혁안’을 찾아야 한다. 같은 편끼리 지지고 볶다 자진 해산하나, 민주당 손에 이끌려 강제 해산하나 불명예스럽긴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이것’으로 뭉친 국힘 서로를 거칠게 비판하던 국민의힘이 당원 명부를 놓고 결집했다. 김건희 특검팀이 ‘2022년 통일교 입당 의혹’과 관련해 국민의힘 중앙당사 압수수색을 시도하자 하나로 뭉쳐 이를 저지한 것이다. 국민의힘은 “국민의 정치적 활동과 일상생활을 감시하겠다 것”이라며 크게 반발했다. 이들은 조를 편성해 24시간 중앙당사에서 비상 체제를 유지했고 결국 특검팀은 국민의힘과 절충점을 찾지 못해 압수수색은 불발됐다. 국민의힘은 특검팀의 압수수색 시도를 “야당 탄압” “정치 보복”으로 규정하고 농성을 이어갈 예정이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