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101세에 나오는 정명석

“손바닥으로 하늘이 가려지나”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나는 신이다>로 많은 공분을 산 정명석이 징역 23년을 선고받았다. 선고대로라면 현재 78세인 정명석은 101세에 출소한다. <일요시사>는 수년간 계속된 정명석의 성범죄 스캔들을 되짚어봤다.

기독교복음선교회(이하 JMS) 총재 정명석이 징역 23년의 철퇴를 맞았다. 신도를 성폭행하고 강제추행한 혐의다. 지난 2022년 11월 첫 재판이 열린 뒤 1년여 만에 선고가 이뤄졌다.

2023년 12월22일 대전지법 제12형사부(부장판사 나상훈)는 준강간·준유사강간·준강제추행·강제추행 혐의로 기소된 정명석에게 징역 23년을 선고했다. 이어 재판부는 신상정보 공개 및 고지 10년, 아동·청소년 및 장애인 관련 기관 취업제한 10년, 위치추적 전자장치(전자발찌) 부착명령 15년 등을 명령했다.

1년 만에 선고
2046년 출소

이는 대법원 양형위원회의 양형 기준(징역 4년∼징역 19년3개월)을 넘어선 형량이다.

정씨 측은 재판 과정서 “피해자들의 진술이 현장에 있던 다른 신도들의 주장과 배치돼 신빙성이 없고 항거 불능에 대해서도 메시아라 칭한 적이 없다. 현장 녹음파일 또한 사본은 원본이 삭제돼 원본과의 동일성이 확인되지 않아 증거능력이 없다”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제출된 녹음파일이 사본이며 원본은 삭제돼 사본과 원본의 동일성이 확인되지 않아 증거능력이 없고 피해자들 진술 역시 현장에 있던 다른 신도들과 진술이 배치돼 신빙성이 없으며 항거불능 상태가 아니었고 자신을 스스로 메시아라고 칭하지도 않았고 주장하고 있다”며 “다만 증거로 제출된 사본 녹음파일 4개 중 3개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감정 결과와 법원 재생 청취 결과 피해자와 참고인 수사기관 진술 및 증언 등을 토대로 원본과 동일성이 입증돼 증거로 인정할 수 있다”고 판시했다.

이어 “1시간40분에 가까운 내용임에도 내용상 맥락이 자연스럽고 끊기거나 위화감이 드는 부분이 없어 편집 흔적이 없다고 판단했으며 피고인 측에서 어느 부분이 위작이고 원래 무슨 내용이었는지 제시하지 못했다”며 “피해자들의 진술 역시 고소 이전부터 일관되고 구체적이며 생생하며 탈퇴한 과거 선교회 간부 등 진술을 토대로 보면 피해자들의 진술에 신빙성이 있다고 보인다”고 설명했다.

또 재판부는 “정씨가 스스로를 재림 예수 메시아로 칭하고 절대적인 지위를 갖고 있던 사실이 인정되며 선교회 교리 내용 등 관계에 비춰보면 피해자들이 성적 자기결정권을 온전히 행사할 수 없는 상태서 범행을 저질렀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부연했다.

신도 2명이 자신을 허위 고소했다며 맞고소해 추가된 무고 혐의도 인정됐다.

재판부는 “무고 부분을 보면 피고인의 성범죄 사실이 모두 인정됨에 따라 피고인을 고소한 피해자들을 무고라고 볼 수 없고 이러한 것을 오히려 역으로 고소한 것은 허위 사실을 토대로 고소한 행위로 평가할 수 있다”며 “나이가 고령이지만 종교적 약자며 항거불능 상태인 피해자들을 상대로 상습적인 성폭행 범죄를 저질렀고 심지어 23건 범죄 중 16건은 누범 기간 중 저질렀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여성신도들과 쌓인 인적 신뢰감을 이용하거나 심신장애 상태를 이용해 범행을 저질러 죄질이 나쁘고 동종범죄로 10년 동안 수감돼있다가 나와 또다시 범행을 저질렀다”며 “현장 녹음파일이 있음에도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듯이 이 사건 범행을 모두 부인하며 피해자들을 인신공격하고 무고죄로 고소까지 하는 등 사건 범행을 반성하지 않고 기피 신청권을 남용해 재판을 지연시키고 정당한 형사사법권의 행사를 방해하는 등 정황도 나쁘다”고 강조했다.

정씨는 선고 직후 사실오인과 법리 오해, 양형부당 등을 이유로 항소했다.


정씨의 이번 범죄는 2022년 3월 홍콩계 영국인인 메이플 잉 퉁 후엔(이하 메이플)의 폭로로 불거졌다. 당시 메이플은 기자회견을 열고 자신의 피해 사실을 공개적으로 밝히면서 정씨를 고발했다. 기자회견서 외국 국적인 피해자들은 정씨가 출소한 뒤 수차례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했다.  

여신도 성폭행 징역 23년 선고 
대법원 양형 기준 넘어선 형량

메이플씨는 2011년 신도가 된 뒤 정씨를 재림 예수라고 믿게 돼 한국에 들어왔다고 밝혔다. 또 2018년부터 충남 금산에 있는 JMS 수련원서 생활하며 정씨로부터 성추행 7회, 유사간음 6회, 성폭행 2회 등의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피해를 당했을 때 이상하고 혼란스러웠지만 ‘믿음의 시험’이라며 나 자신을 설득했다”며 “지인들의 조언으로 정신이 들었다. 더 이상 나 같은 피해자가 없도록 하기 위해 이 자리에 나왔다”고 말했다.

호주 국적인 다른 피해자 A씨도 영상을 통해 피해 사실을 증언했다. 2014년 신도가 됐다는 A씨는 정씨 출소에 맞춰 한국에 들어왔다가 2018년 7월 처음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했다.

당시 그는 호주로 돌아갈 계획을 세웠으나 정씨의 압박 등으로 2019년 12월까지 한국에 머물렀고 이 기간에 총 5차례에 걸쳐 준강제추행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메이플은 JMS의 수법에 대해서도 폭로했다. 그는 “(JMS는)너는 하나님의 신부라 하며 모든 시간과 사랑을 성령, 성자, 성부 하나님께 바치게 한다. 삼위일체가 이 땅에 보낸 재림주 정명석에게 모든 걸 바치면 성부, 성자, 성령께 하는 것과 똑같다고 정명석을 메시아로 섬기게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천주교 수녀처럼 하나님만을 위해 살고 결혼하지 않는 ‘스타’를 뽑는다. 스타는 하나님과 결혼한 셈이고 메시아 정명석과 결혼한 셈”이라며 “스타를 외모로 뽑지 않고 하나님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뽑는다고 하지만 결국 키 크고 예쁘고 젊은 여자를 뽑는 게 대부분”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JMS는)그런 스타를 편지와 돈 등 다양한 방식으로 특별히 관리하며 신랑이 신부를 사랑하는 것처럼 관리한다. 목회자들은 스타들에게 다른 이성을 쳐다보지 말고 정씨를 더 사랑하고 기도하고 말씀을 연구하고 정씨와 편지로 소통하라고 하며 정성껏 정씨를 사랑하게끔 한다”고 폭로했다.

이들의 폭로와 추가 고소로 인해 정씨는 지난 2022년 10월 다시 구속됐다. 

해당 내용은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나는 신이다:신이 배신한 사람들>에 적나라하게 방송되며 더욱 관심을 받았다. JMS는 <나는 신이다> 방영을 막아달라는 방송금지 가처분을 신청했지만 기각됐다. 

서울서부지법 민사합의21부는 “넷플릭스 등은 상당한 분량의 객관적, 주관적 자료를 수집해 이를 근거로 프로그램을 구성한 것으로 보인다”며 “JMS 측이 제출한 자료만으로는 프로그램 중 JMS와 관련된 주요 내용이 진실이 아니라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지금도
혐의 부인

해당 다큐멘터리의 공익성에 대해선 “JMS 교주는 과거에도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일으킨 사실이 있는 공적 인물”이라며 “프로그램 내용이 공공의 이해에 관한 사항이 아니라고 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검·경의 수사가 진행되며 정씨의 범행이 JMS의 조직적인 성범죄임이 드러났다. 정씨의 범행을 도운 간부 5명에게도 징역형이 선고됐다. 

대전지법 제12형사부(부장판사 나상훈)는 JMS 2인자 김지선(가명 정조은)씨에게 징역 7년과 80시간의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이수와 10년간 아동 관련 장애인복지시설 취업제한을 명령했다. 김씨와 함께 정명석의 범행에 가담한 JMS 간부 5명에게는 징역 3년~6개월이 선고됐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과거 단순히 정명석의 범행 현장에 머무르는 정도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일부 범행에 직접 가담한 것으로 확인됐다”며 “피고인이 정명석의 범행에 관여한 것에 대해 어떠한 반성도 없어 행위에 대한 비난 가능성이 크다”고 판시했다.

또 “피고인은 정명석이 과거 피해자들의 무고로 억울하게 수감됐다고 설파하는 등 선교회 내에서 정명석 신격화에 앞장서 정명석이(이전 성범죄로) 출소한 후에도 여신도를 상대로 한 범행 여건을 제공했다”며 “선교회 대외협력국을 통해 피해자가 정명석을 고소한 점에 대해 언론이나 수사기관에 알리는 것을 저지하도록 적극적으로 회유하고 협박하는 등 범행 후 정황도 좋지 않다”며 이같이 양형했다.


이 밖에 피고인 5명 중 징역 3년을 선고받은 김모씨에 대해 “피고인은 정명석의 성범죄를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거나 성폭행 피해자 요구에 따라 데려다준 것에 불과하다고 주장한다”며 “그러나 공소 사실과 마찬가지로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이 인정되고 피고인과 정명석 등 사이의 통화녹취록 등 증거가 있다. 피고인이 오랜 기간 성범죄에 부역한 바 있고 이 사건 범행 외에도 피해자를 회유한 정황이 있어 동조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판시했다.

엄모씨에 대해선 “정명석의 범행을 방조한 행태가 비교적 적극적임에도 모순되는 증거로 반성하지 않고 있고 용서받지도 못했다”며 “피고인 범행으로 피해자가 준유사강간 등 피해를 입어 범행 결과가 중하다”고 2년6개월을 선고했다.

계속된
스캔들

또 다른 김모씨에게는 “피고인과 정명석의 통화 녹음을 보면 피고인이 주사랑교회서 목회활동을 하며 어린 신도들이 정명석과 만나도록 적극적으로 노력한 정황이 있어 죄질이 나쁘다”며 징역 1년6개월을 선고했다.

징역 1년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한 차모씨 대해선 “허위진술을 일관되게 하고 있고 범행에 대해 반성하지 않는다”며 “피해자로부터 용서받지 못해 죄질이 가볍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이 밖에 윤모씨에겐 “범행에 관여한 정도가 가볍게 보기 어렵고 범행을 반성하지 않으며 피해자로부터 용서받지 못해 죄질이 가볍다고 볼 수 없다”며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정씨는 1999년부터 대만으로 도주한 뒤 홍콩과 중국을 전전하며 도피 행각을 벌였다. 2003년에는 한국 검찰의 요청으로 인터폴 적색 수배 대상에 올랐으며 2007년 중국 공안에 체포돼 2008년 한국으로 강제 송환됐다.

당시 그는 대법원 항소심서 혐의가 확정돼 10년간 복역했다. 그에게 적용된 혐의는 준강간·강제추행·준강제추행·강간치상 죄 등이다. 다만 대법원서 유죄를 확정한 사건은 한국서 저지른 성폭력이 아니라 그가 해외 도피 도중 가한 성폭력이었다.

판결문에 등장하는 피해자는 5명이었다. 이들 중 자매였던 B씨와 C씨는 2003년경 정씨가 두 사람을 홍콩으로 불렀다. 자매는 부모도 속이고 출국했고 정씨는 그의 권위를 이용해 이들은 자기 성욕을 해소했다.

정씨는 두 사람을 차례로 성폭행했다. 재판 당시 정씨는 두 사람을 홍콩으로 불러 방에서 안마를 받고 양 옆에서 팔베개하고 눕도록 한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강간은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또 다른 피해자 D씨는 2006년 4월 중국서 정씨를 만났다. 정씨는 이때 D씨와 단둘이 목욕탕으로 가 속옷을 벗으라고 강요하고 강제로 성관계를 가졌다.

또 다른 고소인 E씨는 정씨가 2001년 말레이시아에 머무를 당시 추행을 당했다. 판결문에 따르면 정씨는 의학박사 자격증도 있고 하나님을 통해 부인과 검사를 해준다며 E씨를 추행했다. 

조직적인 성범죄 드러나
JMS 간부도 징역형 선고

1심 재판부는 피해자 B씨, C씨, D씨에게 가한 성폭력만 인정하며 징역 6년을 선고했으나 항소심 재판부는 E씨의 피해 역시 인정하며 징역 10년을 선고했다. 대법원은 항소심의 판결이 옳다며 징역 10년을 확정했다.

정씨는 일본서도 성범죄를 저질렀다. 2000년대 초 일본 오사카나 지바의 측근 자택에 머무르며 하루에 2~3명서 10명까지 여학생들을 매일 같이 불러 ‘건강체크’의 명목하에 성적인 행위를 반복했다고 한다.

측근들은 여성 신도들에게 교주가 만나고 싶어 한다며 은신처로 불렀고 정씨의 범행 이후 ‘이 사실을 누군가에게 말하면 지옥에 떨어진다’는 식으로 강하게 입막음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피해자 중 한 명인 F씨는 “성폭행당하고 있을 때는 무엇이 일어나는지 이해하지 못했고 머릿속이 혼란해 교주가 하라는 대로 할 수밖에 없었다”고 현지 언론서 토로하기도 했다. 

이 같은 일본 언론의 대대적인 보도가 나온 이후 대학가엔 ‘위험한 종교단체 주의’라는 포스터가 대학 캠퍼스 곳곳에 붙기도 했다. 왕성하게 활동하던 JMS 교회들은 문을 닫고 잠적했다.

정씨는 대전지방법원 형사12부에 항소장을 제출한 상태다. 정씨 측 변호인은 “피해자들을 성폭행 또는 추행한 사실이 없다“며 “본인을 재림예수 등 신적인 존재라고 자칭한 사실도 없고 피해자들이 항거불능 상태도 아니었다”고 여전히 주장하고 있다.

앞서 2009년 대법원 판결에도 억울한 누명을 쓰고 옥살이를 했다고 주장했으며 신도들은 이를 철저히 믿었다. 당시 JMS가 제작한 팸플릿에는 ‘언론과 방송이 조성한 여론의 영향을 받은 종교 편향적 재판, 증거 없는 자유 심증주의에 의한 편파적 판결’ ‘유죄의 결정적 증거는 없고 무죄를 입증할 증거는 철저히 배제된 형사재판의 기본원칙이 무시된 결과’라고 적혀있다.

최근 상황도 별반 다를 바 없다. 1심 선고 직후 방청하던 JMS 신도들은 울음을 터뜨리거나 강하게 항의하며 반발했다. 이들은 정씨의 범행을 다룬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나는 신이다> 방영 이후 국민적 관심이 커지면서 여론 재판에 떠밀렸다고 주장했다.

JMS 교인협의회는 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명석 목사는 증거에 의한 공정한 재판이 아닌 여론재판을 받았다”면서 “넷플릭스에 방영된 음성은 여성 신음을 짜깁기하고 허위로 자막을 내보낸 것으로 진실이 밝혀질 때까지 멈추지 않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JMS 피해자 모임 ‘엑소더스’의 김도형 단국대 교수는 이제 시작이라는 입장이다. 이 교수는 “이제 겨우 1심 판결이 나온 것”이라며 “추가로 고소한 피해자가 18명 더 있다”고 했다. 이어 “18명 중 미성년자 시절에 피해를 본 3명이 고소한 사건이 최근 검찰로 송치됐는데, 이 사건도 조만간 기소돼 1심 재판이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18명 더...
추가 고소

그러면서 “추가 고소인 중 1명은 부모님 모두 JMS 신도”라며 “그녀가 부모에게 피해 사실을 말했다가 오히려 어머니께 혼났다고 한다”고 했다. 이어 “그 어머니 말이 ‘나도 젊은 시절 (정명석)선생님이 건강검진을 해주셨는데 넌 왜 그걸 못 받아들이고 평지풍파를 일으키려고 하냐’라고 말했다더라”며 “이런 말 하는 부모를 이해할 수 있는가? 거리에 나와 시위하는 (JMS) 사람 중에는 이런 신도가 많다”고 덧붙였다.

<kcj5121@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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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위기설’ 보수 합종연횡 시동

‘2월 위기설’ 보수 합종연횡 시동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일각에서 “장동혁 체제를 무너트린 후 비상대책위원회를 가동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된다. 장동혁 대표는 ‘중도 확장’을 언급하면서도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를 몰아낼 준비를 하고 있다. 친한계는 개혁신당과 갈등하면서도 친윤계와 일시적 휴전을 하고 있다. 장동혁·친윤·친한·개혁신당은 얽히고설킨 합종연횡을 시작했다. 국민의힘 윤한홍 의원·주호영 국회부의장이 각각 지난 5일과 9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의 강경 보수 노선을 비판했다. 이후 국민의힘에선 장 대표가 물러난 후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가 출범할 가능성도 언급된다. 장 다음은 신 비대위? 장성철 공감과 논쟁 정책센터 소장은 지난 9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언더 찐윤 그룹 내 대구·경북에 지역구를 둔 몇몇 의원이 장 대표에 대해 ‘이 사람으로 되겠느냐’는 얘기를 하는 것 같다”면서 “장 대표가 물러나면 누구에게 비대위원장을 시키면 좋겠느냐는 얘기까지 나온다”고 주장했다. 장 소장은 “그들이 국민의힘 신동욱 최고위원에게 비대위원장을 맡기려 한다”고도 했다. 그에 따르면, 국민의힘 일부 의원들이 신 최고위원에게 비대위원장직을 맡기려는 이유로 경북 상주·언론사 앵커 출신이란 점이 거론된다. 장 소장은 “급소에 침을 넣을 수 있는 핵심은 국민의힘 박성민 의원”이라고 강조했다. 박 의원이 핵심인 이유는 “언더 찐윤의 구심점이자, 장동혁 체제를 만든 5인방 중 1명”이란 것이다. 구 친윤(친 윤석열)계 일원으로 알려진 국민의힘 김대식 의원은 지난 12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장 대표에게 제시할 노선 변경 시한은 연말”이라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비상계엄 관련 대국민 사과를 하지 않은 장 대표가 판단을 잘했다고 보긴 힘들다”며 “국민이 원하면 국민의 뜻을 따라야지, 국민을 이기려고 정치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도부가 연말까지 노선 변경에 대한 전향적 의견을 밝히지 않으면, 상당한 혼선이 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여기서 ‘상당한 혼선’은 장 대표 체제 붕괴 가능성을 언급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하지만 장 대표는 국민의힘 김민수 최고위원과 함께 흔들림 없이 강경 보수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장 대표는 지난 15일 국민의힘 김민수 최고위원을 당 국민소통위원장에 임명했다. 국민의힘 장예찬 전 청년 최고위원은 국민의힘의 싱크탱크 여의도연구원 부원장에 임명됐다. 김 최고위원은 그로부터 4일 전인 지난 11일 TV조선 유튜브 채널 ‘엄튜브’에 출연해 “지난해 12월3일 계엄군의 총구를 잡은 안귀령 대통령실 부대변인의 행동은 사실상 즉각 사살해도 되는 행동”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다시 같은 방송에 출연해 국민의힘 지지율이 낮게 집계되는 여론조사에 대한 강한 불만을 제기하는 방식으로 장 대표를 엄호했다. 김 최고위원은 국민의힘 지지율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지지율을 오차범위 내에서 앞섰단 결과가 나온 유튜브 채널 ‘고성국 TV’ 등이 발표한 여론조사를 제시했다. 이어 “한국갤럽 여론조사 외엔 국민의힘 지지율이 오른단 여론조사 결과가 대부분”이라며 “장 대표의 투쟁에 모두 단결했으면 더 올라갔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공개 제시된 장동혁의 시간은 ‘연말’ ‘통일교 특검’ 매개로 손잡은 장·이 장 부원장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청년 참모 1호로 알려졌던 친윤계 일원으로서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의 가족이 연루됐다”는 논란이 발생한 당원 게시판 의혹에 강하게 대응하고 있다. 그는 지난해 총선에서 부산 수영구 공천을 받았다가 “과거에 부적절한 발언을 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한동훈 당시 비대위원장은 장 부원장 공천을 취소했고, 이후 장 부원장은 친한(친 한동훈)계와 대립하고 있다. 장 부원장은 같은 날 MBC 라디오 <권순표의 뉴스하이킥>에 출연해 “김 의원은 지도부를 흔들기 위한 게 아니라 건설적 대안을 제시하겠다는 취지로 말씀하신 것”이라며 “연말까지 고름 같은 당내 문제를 해결하면, 새해부터는 대여 투쟁·민생에 집중해서 중도·외연 확장을 할 길을 열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가 언급한 ‘고름 같은 당내 문제’는 당원 게시판 의혹을 말한다. 국민의힘 이호선 당무감사위원장은 지난 9일 당원 게시판 의혹 중간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 위원장은 “한 전 대표와 가족 명의로 게시된 글들의 실제 작성자를 확인하고 있다”며 “한 전 대표 가족과 같은 이름을 사용하는 3명은 서울 강남병 소속이고, 휴대전화 끝자리가 같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중 1명은 재외국민 당원으로 확인됐고, 거의 같은 시기에 탈당했다”면서 한 전 대표 가족 실명도 공개했다. 지난 16일엔 친한계 일원으로서 활발한 방송 활동을 하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에 대해 “당원권 정지 2년 중징계를 내려달라”고 윤리위원회에 요청했다. 당무감사위는 지난달 26일부터 김 전 최고위원을 조사했다. 윤리위가 당무감사위의 의견대로 징계를 확정하면, 김 전 최고위원은 내년 지방선거에 출마할 수 없다. 정당 활동이 멈춰 총선 공천에서도 큰 불이익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김 전 최고위원은 같은 날 “터무니없는 결정”이라며 “윤리위가 당원권 정지를 결정하면 가처분을 신청할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 위원장이 밝힌 김 전 최고위원 징계 사유는 “우리 당 운영을 파시스트적이라고 표현하면서, 북한 노동당에 비유했다”는 것이었다. 이어 “당원을 망상에 빠진 정신질환자에 비유하는 등 모욕적 표현을 했고, 사이비 교주의 영향을 받아 입당했다는 특정 종교 비난·종교 차별 발언을 했다”는 점도 덧붙였다. “영혼을 팔았다”는 등 장 대표를 비판한 것도 징계 사유로 제시됐다. 고름 같은 당내 문제 한편 장 대표는 통일교 특검법을 매개로 개혁신당에 연대를 제안했다. 장 대표는 지난 15일 최고위원회의 중 “통일교 특검법 통과를 위해 개혁신당과 뜻을 모으겠다”고 말했다. 그 이유로는 “지금껏 찾아볼 수 없었던 무자비·포악한 이재명 정권을 막기 위해선 모두 함께 힘을 모아 맞서 싸워야 한다”는 것을 제시했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곧바로 “16일부터 특검법 논의에 착수하겠다”고 화답했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와 개혁신당 천하람 원내대표는 지난 17일 만나 큰 틀에서 ‘통일교 특검 추진’에 합의했다. 이 대표는 지난달 26일 YTN 라디오 <김영수의 더 인터뷰>에 출연해 “장 대표는 미래통합당 황교안 전 대표와 다르지 않은 선택을 하는 것 같다”며 “같은 선택을 하면서 다른 결과를 바라는 것은 멍청한 행동”이라는 등 장 대표의 강경 보수 노선을 강하게 비판했다. 이어 “장 대표가 용꿈을 꾼다”는 평소 지론을 다시 강조하면서 “국민의힘 대표를 하면, 대권주자로서 약 20% 정도의 지지를 얻으니, 다른 주자가 사라지면 내가 유일한 대권후보란 착각에 빠진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민주당의 통일교 유착 의혹이 제기된 후 두 사람은 제한적으로라도 연대할 가능성을 내비치고 있다. 최근 언론 보도에 따르면, 통일교 관계자들은 민주당 일부 정치인들에게도 후원금을 제공했다. 하지만 김건희 특검은 “교단의 지시를 어긴 관계자 개인의 일탈이었다”면서 기소하지 않았다. 보수 야권으로선 특검의 공정성 문제를 대대적으로 제기할 수 있는 소재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의원 상당수가 특검의 수사 대상이었던 국민의힘으로선 “되돌려줄 기회가 온 것 아니냐”고 바라보는 시선도 있다.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은 “지난 2018년부터 3년 동안 현금·명품 시계 등을 받았다”는 의혹이 불거져 수사 대상이 된 후 장관직에서 물러났다. 아울러 장 대표가 친한계 정리 작업을 이어가는 상황에서 친한계와 개혁신당도 사이가 매우 좋지 않단 사실도 주목받고 있다. 친한계와 개혁신당은 쿠팡 새벽 배송 논란 관련 토론회 개최를 놓고 크게 갈등했다. 국민의힘 김은혜·우재준 의원은 지난 15일 ‘새벽 배송 금지, 누구의 새벽을 위한 선택인가’라는 토론회를 개최했다. 개혁신당은 사흘 뒤인 지난 18일, 김성열 수석 최고위원이 주관하는 ‘새벽 배송 금지, 누구를 위한 것인가’라는 토론회를 개최했다. 친윤·친한 여전한 갈등 김 최고위원은 지난 12일 자신의 페이스북 게시글을 통해 “김·우 의원이 토론회 개최를 예고했다가 취소해서, 개혁신당이 마음 다친 관계자들을 모시고 토론회를 기획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개혁신당 주최 토론회가 개최될 것이란 사실을 뻔히 알면서 다시 토론회를 개최하는데, 눈치 보다가 남의 것을 빼앗아서 하는 토론회에 무슨 진정성이 있겠느냐”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앞으로는 토론회에도 ‘원조’ 표기를 하고, 상표권도 등록해야겠다”고 덧붙였다. 우 의원은 곧바로 반박했다. 그는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 게시글을 통해 “새벽 배송 논쟁은 국민의힘이 먼저 제기했고, 우리 토론회는 원래부터 15일 개최가 예정돼있었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토론회 개최 직전 발생한 쿠팡 개인정보 유출 사태로 사회적 관심이 분산될 가능성을 우려해 일정 연기도 검토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여론 흐름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결과, 원래 계획대로 진행하는 게 적절하다고 판단됐다”고 설명했다. 우 의원이 15일 개최를 중요시 여긴 이유 중 하나는 지난 16일 진행된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전체 회의라고 한다. 구도를 정리하면, 장 대표는 당내 친윤계·친한계와 갈등하면서 개혁신당과 제한적 연대를 추진해 중도 확장·대여 공세라는 두 마리 토끼를 한번에 잡으려고 한다. 개혁신당은 장 대표와의 제한적 연대를 통해 오랜 갈등 관계인 친한계와의 다툼을 이어가고 있다. 친한계는 장 대표·개혁신당과 갈등하면서 마찬가지로 오랜 갈등 관계인 친윤계와 중도 확장·지방선거 승리라는 대의 앞에서 일시적으로 휴전한 것 같은 구도를 만들었다. 이를 단순하게 볼 수만은 없다. 장 대표는 지난 17일 경기 고양에서 연탄 배달 봉사활동 이후 기자들을 만나 “국민의힘이 새롭게 태어나기 위해선 방향·보수 가치 재정립 과정이 필요하다”며 “그에 수반돼 많은 의원이 말씀하시는 당명 개정도 필요하다면 함께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당명 개정’은 당내 다수를 차지하는 친윤계와의 갈등을 진화하기 위한 승부수가 될 수 있다. 다만 선거에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을지는 쉽게 장담하기 어렵다. 김민수·장예찬 내세워 한동훈 축출 작전? 개혁신당과 쿠팡 갈등…친윤과 일시 휴전? 개혁신당은 국민의힘 내 이준석계와 구 친윤계의 갈등 끝에 이준석계가 국민의힘을 이탈한 후 창당됐다. 이 대표는 지난 대선에 출마한 후 각계에서 언급했던 국민의힘 대선후보와의 단일화를 끝까지 뿌리친 후 완주했다. 이는 구 친윤계와의 화학적 결합은 창당 배경·당 정체성이란 측면에서 사실상 불가능했기 때문에 진행된 흐름이었다. 하지만 민주당의 통일교 게이트 연루 가능성이 제기되자, 천 원내대표가 특검 추진 합의를 위해 구 친윤계의 일원이었던 송 원내대표와 손을 맞잡는 그림을 연출했다. 제한적 빅텐트가 구성된 것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이 구도가 ‘화학적 결합’으로 해석된다면, 지난해 2월 이낙연 전 총리와 함께 빅텐트를 치려다가 당원의 강한 항의를 들은 후 무산됐던 것과 같은 사태가 재현될 수도 있다. 이 때문인지 이 대표는 지난 17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장 대표는 황 전 대표처럼 굉장히 대통령이 되고 싶어하는 것 같다”며 “장 대표가 주장한 ‘우리가 황교안’이란 구호대로라면, 황 전 대표의 좋은 점·나쁜 점·정치적 진로 및 결과까지 다 답습할 것”이라는 등 선을 그었다. 이 전 대표가 지난 2022년 당원권 정지 6개월을 받은 후 탈당해 개혁신당을 창당하기까지의 과정은 개혁신당 구성원·지지자들에게 분명하게 각인돼있다. 이들은 국민의힘을 틈을 비집고 들어간 후 언젠가 극복해야 할 대상으로 여긴다. 친한계는 김 전 최고위원에 대한 징계가 현실이 될 위기에 처했다. 당원 게시판 의혹에 대한 조사·징계가 막힘없이 흐르는 현 상황대로라면, 한 전 대표에 대한 징계가 현실이 될 수도 있다. 이 경우 한 전 대표가 국민의힘 후보로서 선거에 출마하는 방법이 막힐 위험이 있다. 이렇게 되면 친한계는 생존 자체를 걱정해야 한다. 개혁신당과의 갈등은 이로부터 비롯된다. 유권자를 상대로 “한 전 대표와 이 전 대표 중 누가 보수의 젊은 적자냐”는 질문에 대한 답을 얻어야 한다. 이 전 대표를 제치고 ‘보수의 젊은 적자’라는 명분을 얻어야 장 대표·구 친윤계와의 당내 다툼에서 명분을 얻을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국민의힘에 비상이 걸릴 수도 있는 여론조사 수치가 발표됐다. 여론조사기관 리서치뷰는 지난 12일부터 이틀 동안 만 18세 이상 서울시민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서울시장 선거 양자구도 관련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만약 최근 주목받는 정원오 성동구청장이 오세훈 서울시장과 양자구도를 이루면, 45.2%의 지지를 얻어 38.1%의 지지를 얻은 오 시장을 이길 수도 있단 결과가 확인됐다. 비상 걸린 지방선거 이는 민주당이 여의도 정치와 거리를 두고 행정 경험이 풍부한 새로운 후보를 내세우면 서울시장 선거에서 이길 가능성을 암시한다. 이는 ▲장 대표 ▲구 친윤계 ▲친한계 ▲개혁신당 등 보수 4자 합종연횡 구도가 더욱 복잡하게 얽히고설킬 가능성도 함께 내포한다. 장 대표에게 사실상 주어진 시한은 연말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형사재판 제1심 선고가 진행될 예정인 내년 2월까지 윤 전 대통령과 절연하는 등 매듭 짓지 않으면, 지도부가 무너질 수도 있다”는 ‘2월 위기설’이 현실화될지도 모른다. 장 대표와 국민의힘은 과연 어떤 연말·연초를 맞이할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