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龍)기 뿜뿜! 새해 여행 ①삼척 수로부인헌화공원과 해가사의터

청룡의 해를 기운차게 여는 여행

갑진년(甲辰年), 푸른 용의 해가 시작됐다. 새해를 맞이하는 이맘때는 언행에 좀 더 신중해지고 곧잘 의미를 부여한다. 여행을 대하는 자세도 그렇다. 이왕이면 복된 기운을 받으며 새해 소망을 기원하는 여행이면 좋겠다. 이런 갈망을 담아 삼척으로 떠난다. 삼척 해안 남단과 북단에 자리한 수로부인헌화공원과 해가사의터는 <삼국유사>에 실린 수로부인 설화를 바탕으로 조성한 곳이다. 수로부인은 강릉 태수 순정공의 아내로, 향가 ‘헌화가’와 ‘해가’의 주인공이기도 하다.

수로부인헌화공원은 임원항 인근 남화산 정상에 있다. 지상과 산을 연결하는 높이 약 50m의 엘리베이터를 설치해 오르기 쉽다. 바다가 내다보이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오른 뒤, 산책로를 따라 정상까지 걷는다. 정상에 이르는 길에 설화 관련 전시물, 바다전망대, 거북바위 같은 소소한 볼거리가 있다.

소소한 볼거리

정상에 도착하면 드넓은 공원이 펼쳐지고, 용을 탄 수로부인 조형물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다. 천연 석재를 깎아 만든 조형물은 높이 10.6m, 무게 500t에 이를 만큼 규모가 대단하다. 해룡이 수로부인을 모시고 나타나는 ‘해가’ 관련 장면인데, 조각상 뒤로 망망대해가 보여 더욱 생동감 넘친다. 짙푸른 동해를 배경으로 여의주를 문 초대형 용이 당장이라도 날아오를 듯하다.

조형물 아래 받침돌에는 <삼국유사> 속 이야기를 그림으로 담았다. 순정공이 강릉 태수로 부임하던 중, 동해안에서 해룡이 갑자기 나타나 수로부인을 납치했다. 이에 한 노인이 백성을 모아 막대기로 땅을 치며 노래 부르니, 용이 다시 부인을 모시고 왔다고 한다. 이때 부른 노래가 ‘해가’로 받침돌에 그 가사가 있다.

수로부인 조형물과 마주한 언덕길에는 ‘해가’를 부르는 백성을 표현한 조각상이 설화 속 장면을 완성도 있게 재현한다. 언덕에 오르면 막대기로 땅을 치는 백성과 용을 타고 등장한 수로부인의 모습이 한눈에 들어온다. 기세등등한 바다까지 합세한 풍경을 눈에 담는 것만으로 기운이 좋아지는 느낌이다.


언덕 위에 정교하면서도 해학적인 십이지신 나무 조각상이 있다. 본인의 띠를 찾거나 올해의 주인공인 용과 함께 기념사진을 남겨보자. 단아한 수로부인 흉상이나 ‘I love U’ 같은 포토 존도 놓치기 아쉽다.

공원 내 카페는 시원한 바다 전망이 일품이다. 노인 행복 일자리 카페로, 음료가 3000~4000원대라 부담이 없다. 카페 앞 울릉도전망대에서는 맑은 날 맨눈으로 울릉도가 보인다. 안내판에 적힌 ‘삼대에 걸쳐 많은 덕을 쌓아야 보인다’는 문구를 감안해 큰 기대는 접어둘 것.

울릉도를 보지 못해도 탁 트인 바다를 조망하는 것으로 충분히 만족스럽다. 수로부인헌화공원 운영 시간은 동절기(11~2월) 오전 9시~오후 5시(매월 18일 전후 하루 휴관 / 방문 전 임시 휴관 확인), 입장료는 어른 3000원, 청소년 2000원, 어린이·경로 1500원이다.

수로부인 설화를 담은 또 다른 장소, 해가사의터로 여행을 이어가자. 삼척 최북단 해변인 증산해변 입구에 해가사의터 기념비가 있다. 소규모 공간이라 스쳐가기 쉬운데, 의외의 재미가 숨어 있으니 꼭 들러볼 것. 임해정은 ‘해가사’라고도 불리는 ‘해가’ 관련 설화를 토대로 복원했다. 정자에서 증산해변과 그 너머로 해돋이 명소인 동해시 추암 촛대바위까지 보인다. 고요하게 바다를 감상하기 적당한 장소다.

정자 앞에 설치한 ‘드래곤볼’ 조형물도 흥미롭다. 지름 1.3m, 높이 1.67m의 구형 석재에 ‘해가’와 ‘헌화가’ 내용을 글과 그림으로 새겼다. 그림이 꽤 정교하고 자연 빛을 받아 오묘하다. 수로부인을 태운 용의 용맹한 자태가 돋보인다. ‘드래곤볼’은 눈으로만 보는 작품이 아니다.

수로부인 설화 장소 해가사의터
이외에도 숨은 재미가 곳곳에

조형물을 돌려서 용을 탄 수로부인 그림이 본인 앞에 멈추면 소망한 일이 모두 이뤄진단다. 사랑도 확인해보자. ‘헌화가’ 장면서 멈추면 연인의 사랑이 영원하고, ‘해가’ 장면이 나오면 마음에 묻어둔 사랑이나 잃어버린 사랑을 되찾을 수 있다고. 믿거나 말거나, 새해니까 재미 삼아 한 번 돌려볼 일이다.


해가사의터는 증산해변, 삼척해변, 이사부사자공원, 추암해변, 쏠비치 삼척 등 유명 관광지와 인접해 지나는 길에 들르기 편하다. 증산해변이나 추암해변, 추암 촛대바위서 해돋이를 감상하고 해가사의터에서 ‘드래곤볼’을 돌리며 소망을 기원하면 새해맞이 여행 코스로 완벽하다. 해가사의터는 상시 운영하며(연중무휴), 입장료는 없다.

삼척에는 특별한 해안 여행지가 여럿이다. 우선 절경을 자랑하는 초곡용굴촛대바위길이 있다. 이 일대는 원래 육상 접근로가 없어 기암괴석을 보려면 배를 타고 나가야 했다. 2019년 덱과 출렁다리로 된 초곡용굴촛대바위길이 개장하면서 육로로 편하게 접근하는 곳이 됐다. 바다와 맞닿은 탐방로를 걸어 촛대바위, 거북바위 같은 기암괴석을 가까이서 감상할 수 있다.

오랜 세월 일반인 출입을 통제하다가 2021년 개방한 덕봉산해안생태탐방로도 빠뜨려선 안 된다. 맹방해변과 덕산해변 사이에 있는 이 길은 2개 코스로 나뉜다. 산 정상 전망대로 오르는 내륙 코스와 산 둘레를 걷는 해안 코스다. 전체 코스가 길지 않아 남녀노소 모두 무난하게 걸어볼 만하다. 맹방해변과 덕산해변 일대가 훤히 내다보이는 전망대와 두 해변에 놓인 외나무다리가 인기 사진 포인트다.

갈남항

한적하고 아담한 갈남항도 주목할만하다. 인근 장호항보다 덜 알려졌지만, 아름다운 풍경으로 입소문이 나면서 사진작가와 여행자가 알음알음 찾아든다. 빨간 등대와 하얀 등대가 마주 선 항구가 포근하고, 아기자기한 갯바위가 늘어선 해변이 아늑하다. 차분히 바다를 즐기고 싶은 이들에게 추천한다.

 

<여행 정보>
당일 여행코스

해가사의터→덕봉산해안생태탐방로→초곡용굴촛대바위길→갈남항→수로부인헌화공원

1박2일 여행 코스
-첫째 날 수로부인헌화공원→갈남항→삼척해상케이블카→초곡용굴촛대바위길→덕봉산해안생태탐방로
-둘째 날 증산해변→이사부사자공원→해가사의터→삼척해변→이사부길

관련 웹 사이트 주소
삼척문화관광 www.samcheok.go.kr/tour.web

문의 전화
-수로부인헌화공원 033)570-4995
-해가사의터 033)570-3077
-초곡용굴촛대바위길 033)575-4605
-덕봉산해안생태탐방로 033)570-3089
-삼척관광안내소 033)575-1330

대중교통
-수로부인헌화공원 버스 서울-임원, 동서울종합터미널서 시외버스 하루 11회(07:10~20:05) 운행, 약 3시간25분 소요. 임원정류소서 수로부인헌화공원까지 도보 약 9분.

*문의: 동서울종합터미널 1688-5979, 시외버스통합예매시스템 https://txbus.t-money.co.kr

-해가사의터 버스 서울-삼척, 서울고속버스터미널에서 고속버스 하루 19회(06:20~22:30) 운행, 약 3시간30분 소요. 동서울종합터미널서 고속버스 하루 11회(06:45~20:10) 운행, 약 3시간20분 소요. 동서울종합터미널서 시외버스 하루 8회(07:40~20:05) 운행, 약 3시간5분 소요. 삼척종합버스터미널 정류장서 111번·112번 버스 이용, 쏠비치 정류장 하차, 해가사의터까지 도보 약 4분.


*문의: 서울고속버스터미널 1688-4700, 고속버스통합예매 www.kobus.co.kr, 동서울종합터미널 1688-5979, 시외버스통합예매시스템 https://txbus.t-money.co.kr, 삼척시대중교통정보 www.samcheok-pti.kr

자가운전
-수로부인헌화공원 동해고속도로→근덕톨게이트→근덕 IC에서 울진·근덕 방면→동해대로→임원교차로서 임원 방면→임원항구로→수로부인헌화공원
-해가사의터 동해고속도로→동해톨게이트→동해 IC서 삼척 방면→동해대로→공단삼거리서 동해러시아대게마을·추암해변·북평국가산업단지 방면→공단1로→추암해변 방면→수로부인길→해가사의터

숙박 정보
-더블유펜션: 근덕면 용화길, 033)574-4343, http://samcheo kwpension.com
-장호비치캠핑장: 근덕면 삼척로, 033)576-0884, www.janghocamping.kr
-쏠비치 삼척: 삼척시 수로부인길, 1588-4888, www.sonohotelsresorts.com/sb/sc

식당 정보
-삼고정문(간장새우정식): 삼척시 새천년도로, 033)575-8686
-부림해물(대구김칫국): 삼척시 동해대로, 033)576-0789
-이화루(비빔짬뽕): 근덕면 교가길, 033)573-7749

주변 볼거리
대금굴, 환선굴, 삼척해양레일바이크, 삼척 죽서루, 가곡유황온천 등

<webmaster@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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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의 100일 결정적 장면들

이재명의 100일 결정적 장면들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체감상 1년은 된 것 같다.” 어느 덧 이재명정부가 출범 100일째를 맞았다. 이재명 대통령에겐 숨 가쁜 3개월이었다. 12·3 비상계엄 선포, 탄핵 정국, 조기 대선 등 대형 정치 이슈는 지나갔다. 이제 본격적으로 국정 운영의 청사진을 실현해야 하는 시기다. 지지율은 이미 요동치고 있다. 어떤 이슈가 이정부를 뒤흔들었던 걸까? 지난 6월3일 21대 대통령선거가 열렸다. 지난해 12월3일 윤석열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지 6개월 만에 대선이 치러졌다. ‘어대명(어차피 대통령은 이재명)’이라는 말이 대선 전부터 파다했고 실제로 이변은 없었다. 재수 끝에 대통령에 당선된 이재명 대통령은 역대 최다 득표수를 기록했다. 다만, 과반 득표율에는 미치지 못했다. 무정부 상태 산적한 이슈 이번 대선은 대통령 탄핵으로 치러진 보궐선거여서 인수위원회 기간 없이 바로 임기가 시작됐다. 이 대통령 앞에는 비상계엄 사태 수습, 민생 회복, 국민 통합 등 국내 문제는 물론 미국발 통상 전쟁 등 국외 문제까지 이슈가 산적한 상태였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무정부’나 다름없는 상태로 6개월 동안 이어진 국정 공백을 메워야 했다. 이 대통령은 당선이 확정된 후 소감 연설에서 “이 나라의 민주주의를 회복하고 민주공화정 공동체 안에서 국민이 주권자로 존중받고 협력하면서 함께 살아가는 세상을 만드는 것, 반드시 그 사명을 지키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내란 극복 ▲민생 회복 ▲국민 안전 ▲한반도 평화 ▲국민 통합 등을 언급했다. 실제 이 대통령은 국회의 과반 의석을 등에 업고 ‘윤석열정부 지우기’에 드라이브를 걸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이재명 정부 1호 법안으로 ‘내란 특검법’ ‘김건희 여사 특검법’ ‘채 해병 특검법’ 등을 통과시켰다. 김건희 특검법, 채 해병 특검법 등은 윤정부에서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로 번번이 폐기됐던 법안이다. 이 대통령은 취임 엿새 만인 6월10일 국무회의에서 3대 특검법을 의결했다. 그는 국무회의 이후 SNS를 통해 “이재명 정부 1호 법안인 3대 특검법은 내란 심판과 헌정 질서 회복을 열망하는 국민의 뜻을 받들기 위한 결정”이라고 밝혔다. 특검은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를 구속 기소하는 등 수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침체된 내수를 회복하기 위한 소비쿠폰도 지급했다. 비상계엄과 탄핵 정국을 거치면서 사회 분위기가 흉흉해졌고 이는 곧 경기 부진으로 이어졌다. 정치 상황이 좋지 않다 보니 사람들이 소비를 줄이기 시작한 것이다. 특히 연말 연초 대목 장사를 망친 자영업자는 폐업을 걱정해야 할 지경에 몰렸다. 민생 회복 소비쿠폰 지급은 이 대통령이 대선후보 때부터 내세운 공약이다. 지난 7월21일부터 전 국민을 상대로 1차 소비쿠폰이 지급됐다. 기본 15만원에 인구 감소 지역 등에 일정 금액을 더했다. 2차 소비쿠폰은 상위 10%를 제외한 국민 90%가 오는 22일부터 신청할 수 있다. 13조원의 재정이 투입됐다. 윤정부 때부터 이어진 의료계와 정부의 갈등은 이재명정부 들어서도 쉽게 출구 전략을 찾지 못하는 모양새다. 무엇보다 의대생 수업 복귀에 대한 이정부의 행보에 민주당 지지자 사이에서도 불만이 제기됐다. 의료 정상화를 이유로 조건 없이 의대생 복귀를 추진하는 모습에 공정과 원칙이 깨졌다며 실망감을 표출한 것이다. 두 번의 도전 끝에 당선 내란 종식, 민생 첫 손에 의정 갈등은 윤정부 시기인 지난해 2월 의대 정원을 2000명 늘리겠다는 보건복지부의 발표로 시작됐다. 이 과정에서 전공의는 집단 사직하며 병원을 떠났고 의대생은 집단 휴학을 강행했다. 응급실 뺑뺑이 사건 등 의료 공백이 가시화되고 의료 붕괴까지 우려되다가 비상계엄 사태 이후 핵심 이슈에서 멀어졌다. 새 정부의 현안으로 넘어간 것이다. 이 대통령이 정은경 전 질병관리청장을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하면서 의정 갈등 해소에 대한 기대가 커졌다. 정 장관 지명 이후 의료계에서 일제히 환영 입장을 내놨기 때문이다. 하지만 의대생 복귀와 관련해 특혜 논란이 나왔고 국민 여론은 최악으로 치달았다. 의료계와 국민 여론의 괴리가 큰 상황이라 해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산재와의 전쟁’은 임기 초 이정부의 ‘트레이드 마크’가 되는 모양새다. 이 대통령은 산재 사망사고가 발생한 SPC 공장을 현장 방문하는가 하면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반복 공시로 주가 폭락’ 등 수위 높은 발언으로 건설업계를 겨냥했다. 이 대통령이 산업재해 근절을 외치자 건설업계가 납작 엎드렸다. 산재 사고가 발생하면 사용주에게도 책임을 물을 수 있다는 내용의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되고도 일터에서 근로자가 죽는 사례가 거듭 일어나자 대통령이 직접 칼을 빼든 것이다. 연이어 산재 사고가 발생한 포스코이앤씨는 대표이사가 바뀌었고 DL건설은 임직원 전원이 사의를 표명했다. 일각에서는 이정부가 지나치게 기업을 ‘잡도리’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코스피 5000’을 외치며 주가 부양을 공언한 것과 실제 행보는 정반대라는 의견이다. 지금까지의 주가 상승은 이정부에 대한 기대감에서 비롯됐다면 앞으로의 상승분은 실물 경제에서 끌어 올려야 하는데 이를 이끌 기업을 너무 옥죄는 게 아니냐는 주장이 나온다. 경제 정책의 방향도 엇박자를 내고 있다는 의견이 꾸준히 제기된다. 지난달 1일 코스피 지수가 126.03포인트(3.88%)나 하락했다. 주가 3200선이 깨졌고 하락률은 미국발 상호 관세 부과로 충격을 받았던 지난 4월7일(-5.57%) 이후 4개월 만에 가장 컸다. 이른바 ‘검은 금요일’의 배경은 전날 이재명 정부가 발표한 세제 개편안이라는 게 중론이었다. 침체된 경기 소비쿠폰으로 이정부는 주식 양도소득세 과세 대상인 대주주 기준을 50억원에서 10억원으로 낮추고 최고 35% 배당소득 분리과세 도입 등을 담은 세제 개편안을 공개했다. 금융투자소득세 도입 조건부로 인하된 증권거래세율도 현재의 0.15%에서 2023년 수준인 0.2%로 환원됐다. 또 법인세 세율을 모든 과세표준 구간에 걸쳐 1%포인트씩 일괄 인상한다고 발표했다. ‘검은 금요일’의 후폭풍은 상당했다. 무엇보다 국내 주식시장에 대한 투자 심리가 위축됐다는 게 문제였다. 주가가 폭락한 지난달 1일 이후 열흘 사이에 거래 대금이 20%가량 줄었다. 이른바 ‘국장’에서 빠져나간 개인 투자자들이 ‘미장(미국 주식시장)’으로 몰려가면서 나스닥은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가뜩이나 관세 협상으로 전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이 확산되고 있는 상황에서 국내 증시 부양책에 대한 의구심이 커졌다는 방증이었다. 일명 ‘노란봉투법’으로 불리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제2·3조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한 점도 우려를 더하고 있다. 지난달 29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노란봉투법은 하청 노동자에게 원청과의 교섭권을 부여하고 파업 노동자에 대한 기업의 손해배상청구를 제한하는 내용이 골자다. 법안이 통과되면 기업 활동이 위축될 것이라는 예상이 끊이지 않았다. 법안이 통과되기 전부터 한국경영자총연합회 등 경영계를 대표하는 경제단체는 물론 주한미국상공회의소(암참) 등이 노란봉투법에 반대 의사를 드러냈다. 법안이 통과되면 기업이 규제가 덜한 외국으로 나갈 것이라는 주장도 제기됐다. 경제단체 등은 법안이 통과되더라도 시행을 유예해 달라고까지 했지만 그대로 진행됐다. 대통령실은 법안 통과 이후 상황을 주시하는 모습이다. 이 대통령은 노란봉투법 통과 이후 “노란봉투법의 진정한 목적은 노사의 상호 존중과 협력 촉진”이라며 “노동계도 상생의 정신을 발휘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책임 있는 경제 주체로서 국민 경제 발전에 힘을 모아주시기를 노동계에 각별히 당부드린다”고 강조했다. 광복절을 앞두고는 사면 문제가 불거졌다. 취임한 지 2개월 밖에 되지 않았고 전임 정부에서 임기 초 정치인 사면을 한 적이 없던 터라 이정부 역시 같은 길을 갈 것이라는 의견이 우세했다. 사면 대상으로 거론되던 조국혁신당 조국 전 대표가 자녀 입시 비리 혐의 등으로 징역 2년을 선고받고 수감된 지 8개월 밖에 안된 점도 ‘사면 불가론’에 힘을 더했다. 주가 부양 공약 반대되는 정책 지난해 12월12일 대법원은 자녀 입시 비리와 청와대 감찰 무마 등의 혐의로 기소된 조 전 대표에게 징역 2년에 추징금 600만원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조 전 대표는 나흘 뒤인 12월16일 서울구치소에 수감됐다. 만기 출소일은 내년 12월15일이었다. 조 전 대표가 이끌던 조국혁신당은 당시 대선에서 후보를 내지 않고 이 대통령을 지지했다. 조 전 대표의 사면 관련 언급이 나올 때마다 ‘대선 청구서’라는 말이 따라붙은 것도 이 때문이다. 이후 종교계, 시민단체, 정치권 일부에서 조 전 대표를 사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조 전 대표가 검찰의 횡포에 억울한 옥살이를 하고 있다는 주장도 일부 진영에서 제기됐다. 특히 문재인 전 대통령이 대통령실 등이 조 전 대표의 사면을 직접 요구했다는 언론 보도가 나오면서 정국의 핵으로 떠올랐다. 조 전 대표는 문재인정부 시절 민정수석, 법무부 장관 등 요직을 맡은 바 있다. 문 전 대통령은 조 전 대표에게 ‘마음의 빚이 있다’고 언급하는 등 각별히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통령은 빗발치는 사면 요구에 고심을 거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정치권 등에서 조 전 대표를 사면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것과 달리 여론이 좋지 않았기 때문. 특히 민주당 지지층 내에서도 조 전 대표의 사면을 달갑지 않게 여기는 목소리가 나왔다. 대법원에서 유죄가 확정된 입시 비리 혐의 등이 민주당 지지층이 중요하게 여기는 공정과 상식의 가치에 반한다는 것이다. 지지율이 떨어지는 등 민심 이반이 예상된다는 주장이 나왔지만 이 대통령은 장고 끝에 조 전 대표의 사면을 결정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11일 조 전 대표를 비롯해 윤미향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 은수미 전 성남시장, 이용구 전 법무부 차관 등 정치인과 고위공직자 27명을 포함해 총 83만6678명에 대한 대규모 특별사면을 단행했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분열과 반목의 정치를 끝내고 국민 대화합 차원에서 이뤄지는 광복절 특사’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광복절 사면은 이 대통령의 지지율을 뒤흔들었다. 사면 논의가 시작됐을 때부터 하락세를 보이기 시작한 지지율은 발표 이후 눈에 띄게 꺾였다. 조 전 대표가 사면 이후 ‘광폭 행보’를 보이며 노출도가 높아진 것도 한몫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세제 개편안·사면으로 지지율 흔들 한일·한미 정상회담은 긍정적 평가 조 전 대표는 이 대통령의 지지율 하락에 대해 ‘(사면이 끼친 영향은) N분의 1 정도’라고 발언한 부분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조 전 대표는 수감 한 달여 만에 정국의 핵으로 떠올랐다. 여권 내에서도 조 전 대표의 행보를 불편해하는 기류가 감지되며 야권에서는 이정부를 공격하는 소재가 된 모양새다. 특히 조 전 대표를 비롯한 조국혁신당에서 우리의 길을 가겠다는 ‘마이웨이’ 행보를 공언하면서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계 개편이 일어나는 게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 대통령의 임기 5년간 외교 방향을 가늠할 수 있는 정상회담도 잇따라 열렸다. 이 대통령이 취임하기 전부터 전 세계를 뒤흔들고 있던 ‘트럼프발 통상 전쟁’의 대응 방향이 윤곽을 드러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당선 직후부터 ‘관세’를 무기로 전 세계에 싸움을 걸었다. 우리나라의 경우 ‘한미 FTA’로 쌀 등 일부 품목을 제외하고 관세가 ‘0’이었기에 타격이 불가피했다. 여기에 트럼프 대통령은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국방비 증액 등을 언급했다. 시장을 개방하고 미국에 이른바 ‘동맹 비용’을 내라는 요구였다. 실무진이 진행한 관세 협상은 그 시발점이었고 정상회담은 미국발 청구서의 윤곽이 드러난 자리였다. 이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의 정상회담은 표면상으로는 성공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각국 정상을 불러놓고 면전에서 망신주기 하는 등 어디로 튈지 모르는 방식의 트럼프 대통령과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한 점 등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일각에서는 정작 중요한 사안은 하나도 논의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앞서 조선업 협력, 원전 문제를 비롯해 자동차 등 주력 산업에 붙는 관세까지 불확실성을 해소하지 못했다는 주장이다. 일반적으로 실무진이 틀을 만들고 정상회담에서 결정되는 방식의 외교 관행이 트럼프 대통령에게는 먹히지 않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 이번 한미 정상회담에서 공동성명이나 합의문 등은 나오지 않았다. 이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 앞서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와도 만났다. 이 대통령은 일본 방문 전 과거 한일 간 위안부 합의와 징용 배상 문제와 관련해 “국가 간 약속은 존중돼야 한다”며 기존 합의를 유지하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당시 한일 정상회담에서는 미국발 관세 관련 논의도 이뤄졌다. 당분간 민생 집중 취임 후 첫 외교 시험대를 넘은 이 대통령은 당분간 민생을 살피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31일 “당분간 국민의 어려움을 살피고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기 위해 민생과 경제에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이규연 대통령실 홍보소통수석은 “몇 주간 정상회담에 몰두했기 때문에 국내, 특히 민생·경제성장과 관련된 부분을 앞으로 주력해서 챙기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