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김하성 약점 잡은 임혜동

깽값으로 4억 받고 또?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골든글러브’를 수상하며 자타공인 최고의 야구선수로 인정받은 메이저리그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김하성 선수(28)에 악재가 꼈다. 친동생처럼 아끼던 전직 후배 선수를 폭행했다는 의혹에 휩싸인 것이다. 김하성은 지속적인 공갈협박을 당했다며 반박에 나섰다. 국민적 관심이 모아지는 가운데 경찰 수사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이하 MLB)서 뛰고 있는 김하성에 대한 공갈·명예훼손 사건이 일파만파 확산 중이다. 김하성 측과 사건 당사자인 전직 야구선수 임혜동은 진실공방을 벌이고 있다. 사건을 수사 중인 경찰은 임씨를 출국금지 조치하는 등 수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공갈·명예훼손
일파만파 확산

1996년 9월7일 경기도 의정부서 출생한 임씨는 청량중과 신일고를 졸업했다. 신일고 당시 에이스였던 그는 황금사자기와 청룡기 등에서 맹활약을 펼치기도 했다.

고교 시절 시속 144㎞의 공을 던지는 등 당시에는 유망한 투수였다. 당시 3라운드서 지명을 받을 것이라는 평가를 받았지만, 구위 문제와 대학에 진학하려 한다는 이야기가 있어 순위가 밀렸다.

임씨는 2015년 2차 8라운드 전체 78번으로 넥센 히어로즈에 지명됐다. 8라운드 지명자치고는 6000만원이라는 많은 계약금을 받았다.


하지만 지명 이후 단 한 번도 1군에 올라오지 못했다. 2015년 퓨처스리그서 7경기 등판해 승 없이 1패, 10과 1/3이닝 방어율 10.45를 기록했으며 이듬해에는 아예 퓨쳐스리그에도 올라오지 못했다. 결국 2016년 시즌 종료 후 웨이버 공시되며 방출됐다.

이후 임씨는 김하성이 소속됐던 매니지먼트 회사에 들어가 그의 로드매니저로 활동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서로 막역한 사이였다. 

<디스패치>에 따르면 임씨는 김하성을 ‘우리 형’이라고 불렀으며 야구를 그만두려던 임씨를 붙잡으며 입단 테스트까지 주선했다. 김하성은 2020년 10월부터 12월까지 틈나는 대로 임혜동에게 적게는 5만원서 많게는 100만원까지 여러 차례 입금해주며 챙기기도 했다.

김하성은 MLB로 향할 때 임씨를 개인 매니저로 고용하는 등 브로맨스를 보여주기도 했다. 그는 본인의 에이전트 회사 정식 직원이 아니었던 임혜동과 함께하기 위해 본인 수입으로 월급 300만원을 줬고, 식비까지 제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이가 좋던 김하성이 임씨를 공갈·공갈미수 혐의로 고소한 계기가 된 사건은 지난 2021년 2월 발생했다. 이들은 당시 서울 강남의 한 술집서 술을 마시다 몸싸움을 벌였다.

당시 논란의 술자리에 함께 있었다는 A씨는 SBS를 통해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A씨는 “(둘이)말다툼이 조금 있었다. 혜동이가 ‘쳐봐, 쳐봐’ 이러니까 ‘하지 마라. 왜 그러냐’면서 제가 말리다 얼굴 쪽을 맞았다”며 “그걸 본 하성이가 ‘너 뭐하는 거야’하면서 서로 멱살을 잡고 밀치게 됐다”고 회상했다. 

미국 진출 직전 술자리 몸싸움
합의 후 계속된 공갈협박, 왜?


이어 “서로 정말 엄청 친한 사이다. 친한 사이끼리 주먹다짐을 못하니까 남자들 자존심 싸움처럼 ‘네가 먼저 쳐봐’하며 넘어뜨리려고 하는 다툼이 있었다”면서 “일방적 폭행이 있거나 그런 거는 전혀 없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일방적인 폭행이었다면 병원을 갔겠지만, 혜동이도 ‘하성이형, 제가 죄송하다. 선을 넘어서 형 미안해’라고 하고 하성이도 ‘형도 너한테 말 너무 막 해서 미안하다’고 했다”며 이후 이들은 서로 화해한 뒤 함께 밥을 먹고 사우나까지 하고선 이튿날 함께 미국으로 출국했다”고 부연했다.

함께 미국으로 갔던 이들의 관계는 무너졌다. 김하성 측은 임씨가 2021년 12월과 2022년 2월에 합의금을 받고도 “코로나 기간에 집합 금지 의무를 위반하고 함께 술을 마시지 않았냐”며 지속적으로 협박했다고 주장했다. 

김하성 측 법률대리를 맡은 법무법인 최선은 임씨가 합의금을 받은 후에도 계속 금품을 요구했다고 주장했다. 최선은 “2021년 당시 임씨가 김하성의 군인 신분을 이용해 협박하며 합의금 명목의 돈을 요구했다”며 “직간접적으로 연락하거나 불이익한 일체의 행위 등을 하지 않는 조건으로 돈을 지급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하성은 지난달 27일 그를 공갈 협박으로 경찰에 고소했다.

임씨는 지난 7일 김하성의 주장에 정면으로 반박했다. 그는 동료 선수와 술자리 다툼이 아니라 로드매니저를 상습적으로 폭행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임씨는 “김하성이 가장 잘하는 게 나를 무자비하게 폭행하고 무릎 꿇는 것이었다. 나도 모르게 가스라이팅을 당하고 있었던 것 같다”며 “심하게 구타당한 건 세 차례고 그 외 가벼운 폭행과 술자리서 술병을 던지거나 운전 중 뒤통수를 때리는 건 너무 일상적이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2년 동안 연락하지도, 금전 요구도 단 한번도 없었다”고 덧붙였다.

얼마나
때렸길래?

이날 유튜브 채널 ‘가로세로연구소’서 임씨는 폭행 피해 증거로 얼굴, 배 등에 난 상처를 공개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2021년 12월 김하성에게 4억원을 받고 합의했는데, 최근 그가 비밀 유지 의무 약속을 위반해 위약금 청구소송을 진행하자 오히려 자신이 고소당한 것이라고 항변했다.

김하성 측도 즉각 입장문을 냈다. 입장문에 따르면 “(임혜동)주장이 사실이라면 고소장을 정식 제출하라”면서 “김하성은 조사에 성실히 임해 결백함을 밝히고, 허위 내용의 고소에 대해선 무고 책임을 철저히 물을 것”이라고 맞받았다.

김하성은 지난 8일 <디스패치>에 임씨가 증거로 내놓은 사진 속 상처가 가정폭력 때문임을 보여주는 카카오톡 메시지를 공개하기도 했다. 당시 이들은 “ㅋㅋㅋㅋㅋ UFC 뛰고 왔냐” “형 이건 아니죠 ㅋㅋㅋㅋㅋ” 등 친분이 있는 카톡을 나눴다.

카카오톡 메시지 마지막서 임씨는 “아버지가 먼저 욕했어요” “가정폭력의 현실입니다”라며 가정폭력을 당했다고 말했다.


임씨는 집안서 아버지한테 폭행당한 사진인데 김하성에게 폭행당한 사진으로 거짓 조작했다는 보도가 나오자 “그동안 맞았던 것들이나 이런 것들의 증거들을 취합하다가 아마도 그 사진(집안 폭행)이 묶음으로 잘못 들어간 것 같다”고 해명했다.

이어 “묶음 그대로 변호사님한테 전달했을 때 제가 추가 설명을 안했기 때문에 변호사님이 그걸 기자들한테 전달하는 데 있어서는 잘못 전달된 부분이다. 바로 이제 정정 요청했고 그 부분에 있어서는 제가 잘못 전달한 게 맞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김하성이 잘못되는 걸 원하는 게 아니라 제가 공갈협박을 하지 않았다는 것은 입증해야 할 것 같다”며 “잘못을 명명백백히 따져야 한다고 하면 저는 형사 절차를 밟아야 된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법적 공방을 예고했다.

김하성의 법률대리인 측은 임씨에 대한 새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군인 신분
뭐가 무서워?

법률대리인은 “여러 매체를 통해 보도된 바와 같이 김하성은 최근 후배인 전 프로야구 선수를 공갈 및 공갈미수 혐의로 고소했고 경찰 조사를 마쳤다”며 “2021년 당시 상대 선수는 김하성이 군인 신분인 점을 이용해 협박하며 합의금 명목의 돈을 요구했고, 상대 선수가 직간접적으로 연락하거나 불이익한 일체의 행위 등을 하지 않는 조건으로 돈을 지급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럼에도 상대 선수는 또다시 김하성에게 연락하는 등 합의사항을 위반하는 행위를 반복했다”며 “이에 추가 피해를 방지하고자 형사 고소에 이른 것이고 이와 별도로 합의 위반에 따른 위약벌 등을 청구하는 민사소송 및 가압류를 진행했다”고 전했다.

또 “김하성이 일방적으로, 그리고 상습적으로 상대 선수를 폭행했다는 내용은 전혀 사실이 아님을 다시 한번 말씀드린다”고 강조했다. 

결국 김하성은 지난 11일, 임씨를 명예훼손으로 추가 고소했다. 김씨 측은 추가 고소 사유로 ‘다수의 인터뷰를 통해 허위 사실을 유포하고 거짓 증거사진을 언론에 제보한 행위’를 적시했다. 이어 “이번 사건은 임씨의 공갈 등 범죄행위로 인해 피해를 입은 김씨가 추가 피해를 방지하고자 임씨를 고소한 사안”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마치 피고소인인 임씨가 일방적, 상습적인 폭행을 당한 것처럼 허위 사실을 발언하고 있는 점에 대해 유감을 표한다”며 “더 이상의 허위 사실 유포가 이뤄지지 않기를 희망한다”고 했다.

임씨는 미국 로드매니저로 일할 당시 김하성이 노예처럼 부렸다고도 주장하고 있다. 임씨는 “미국서 2개월 동안 소파서 잤다”며 “미국서 4시간이 이상 잠을 잔 적이 없다”고 고통을 호소했다. 임씨는 부조리를 못 견디고 한국으로 귀국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병역특혜로 협박해 합의금
‘진실공방’ 경찰 조사 시작

김하성 측은 당시 메이저리그 진출이 불확실한 상황이라 좋은 숙소를 잡지 못해 임씨가 소파 베드서 잠을 잤으며 부친의 건강 문제로 임씨가 먼저 귀국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해당 사건은 서울 강남경찰서에서 수사 중이다. 김하성은 지난달 27일 공갈 협박 혐의로, 지난 11일 정보통신망법위반(명예훼손) 혐의로 임씨를 고소했다.

경찰은 지난 8일과 9일 이틀에 걸쳐 다른 프로야구 선수 2명과 에이전트 임직원 2명 등 김하성과 임씨 주변인들을 참고인으로 불러 조사했다. 경찰이 현재까지 조사한 참고인은 총 5명이다. 정확한 사실관계를 파악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경찰은 참고인 진술을 토대로 사건을 중대하게 보고 있다. 이를 증명하듯 지난 12일 경찰은 임씨에 대한 출국금지 조치를 내렸다. 수사기관은 통상 경미한 사건 피의자의 출국은 금지하지 않는다. 임씨의 출국금지는 경찰이 이번 사건을 가볍게 보지 않는다는 방증인 셈이다. 

다만 김하성과 임씨가 진실공방을 벌이고 있는 만큼 두 사람, 참고인들의 진술이 엇갈릴 가능성이 있다. 그렇게 되면 경찰은 압수수색으로 확보한 증거나 정황을 토대로 피의자 진술의 신빙성을 확인할 것으로 예상된다.

경찰 관계자는 “압수수색 여부는 확인해주기 어렵다”며 “아직 피고소인(임혜동) 소환 전이라 사건과 관련해 구체적으로 말할 수 없다”고 했다.  

경찰은 조만간 피고소인인 임씨를 불러 조사할 예정이다. 김 선수와 임씨의 대질조사는 이뤄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경찰 관계자는 대질조사에 대해 “검토 중”이라며 “피고소인(임혜동) 조사도 이뤄지지 않은 시점에 대질조사를 언급하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법조계에서는 금액적 측면이나 국민적 관심이 높은 사건이라 경찰이 수사력을 집중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서초동 한 변호사는 “공갈 범행에 의한 물질적인 이득이 5억원을 넘어가게 되면 특경법이 적용돼 가중된 처벌을 받을 수 있다”며 “폭행으로 합의금을 받은 이후 상대가 유명인임을 빌미로 계속 협박을 했다면 가중처벌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속속 나오는 
그날 증인들

공갈죄와 협박죄는 목적에 가장 큰 차이가 있다. 공갈죄는 재물이나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반면, 협박죄는 상대방의 의사결정이나 행동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 목적이다.

처벌 수위도 다르다. 형법 제350조에 따르면 공갈죄는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형법 제283조에서는 협박죄를 3년 이하의 징역, 500만원 이하의 벌금, 구류 또는 과료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kcj5121@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합의금으로 사치?

김하성 선수를 공갈 협박한 의혹을 받고 있는 전직 야구선수 임혜동이 김하성에게 받은 돈으로 사치를 부린 정황이 드러났다.

또 다른 야구선수 B씨는 <디스패치>에 “차도 바꾸고 카지노도 가고 명품 가방도 샀다. 정말로 돈을 받긴 받았구나 싶더라”라며 임씨와 나눈 카카오톡 메시지 내용을 공개했다. 

카카오톡서 임씨는 B씨에게 “카지노서 1000(만원) 날렸다”고 메시지를 보내거나 명품 가방을 구매한 것을 자랑하기도 했다.

또 임씨는 김 선수가 아닌 또 다른 빅리거를 협박해 돈을 받아낸 것으로도 전해졌다. 정확한 액수는 알려지지 않았다. <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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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2조 물먹은’ 한양 수상한 계열사와 의문의 돈거래

[단독] ‘2조 물먹은’ 한양 수상한 계열사와 의문의 돈거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광주 노른자위 땅을 개발하는 사업이 건설사 간의 갈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총사업비 2조여원의 초대형 프로젝트가 양측이 제기한 고소·고발로 표류하는 모양새다. 갈등의 본질은 사업을 좌지우지하는 특수목적법인(SPC)의 최대주주 지위가 누구에게 있는지다. 최근 지분확보를 위한 소송 과정서 의문의 돈거래가 포착됐다. 2020년 7월1일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따라 도시계획시설서 도시공원으로 지정해놓은 개인 소유의 땅에 20년간 공원 조성을 하지 않을 경우 땅 주민의 재산권 보호를 위해 도시공원서 해제하는 제도인 ‘도시공원 일몰제’가 시행됐다. 도시공원 일몰제의 도입으로 민간공원 특례사업이 주목받기 시작했다. 민관 합작 윈윈 사업 민간공원 특례사업은 민간에 사업시행권을 주고 공원을 조성해 지자체에 기부채납하도록 하는 제도다. 민간 사업시행자는 공원부지 30% 범위서 아파트 건설 등 비공원사업을 진행해 수익을 챙길 수 있다. 정부나 지자체는 민간 자본으로 공원을 조성할 수 있다는 점에서, 민간 사업시행자는 주택 공급 사업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서로 이득 볼 수 있는 구조다. 현재 전국 각지서 진행하고 있는 민간공원 특례사업 중 ‘중앙공원 1지구 민간공원 특례사업’의 규모가 가장 크다. 광주시 서구 금호동과 화정동, 풍암동 일대 243만5027㎡에 공원시설과 비공원시설을 건축하는 초대형 프로젝트다. 비공원시설 부지에는 지하 3층~지상 28층, 39개동 총 2772세대 규모의 아파트가 들어설 예정이다. 총사업비가 2조2000억원에 달한다. 2020년 1월 사업시행사인 특수목적법인(SPC) 빛고을중앙공원개발(이하 빛고을)이 설립되면서 추진되기 시작한 사업은 최근 시행사 지위와 시공권 등을 두고 고소·고발이 난무하고 있다. SPC 설립 시점부터 컨소시엄에 참여한 한양과 이후 시공자로 들어온 롯데건설, 지분 다툼을 벌이고 있는 우빈산업, 케이앤지스틸 등이 갈등의 주체다. SPC 빛고을 설립 초기 한양이 30%로 최대주주, 우빈산업(25%), 케이앤지스틸(24%), 파크엠(21%) 등이 주주로 참여했다. 한양이 우빈산업과 케이앤지스틸의 SPC 빛고을 참여를 위한 초기자본 49억원을 댔다. 한양이 우빈산업에 49억원을 빌려주고 우빈산업이 다시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대여해 지분을 분배했다. 이때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빌려주면서 ‘콜옵션’ 계약을 맺은 것으로 보인다. 콜옵션은 특정한 기초자산을 만기일이나 만기일 이전에 미리 정한 행사가격으로 살 수 있는 권리를 뜻한다. 다시 말해 우빈산업은 언제든지 원할 때 케이앤지스틸의 지분을 회수할 수 있는 조건을 걸어둔 것이다. ‘초대형’ 중앙공원 1지구 사업의 이면 한양-케이앤지스틸 모종의 관계 의혹 SPC 빛고을 주주구성에 변화가 생긴 시점은 컨소시엄 구성 당시 한양이 맡기로 한 시공권이 롯데건설로 넘어가면서부터다.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의 지분 24%를 위임받아 주주권을 행사해 롯데건설과 중앙공원 1지구 아파트 신축 도급 약정을 체결했다. 이 과정서 30% 지분의 한양은 배제됐다. 롯데건설을 시공자로 선정할 당시 우빈산업에 지분을 위임했던 케이앤지스틸의 태도가 변한 시기는 2022년 5월경으로 추정된다. SPC 빛고을 관계자에 따르면, 당시 케이앤지스틸은 우빈산업에 25억3000만원(대여금 24억원+이자)을 송금한 뒤 주주권을 주장하고 나섰다. SPC 빛고을 설립 과정서 빌린 돈을 갚았으니 24% 지분만큼 주주권을 행사하겠다는 것이다. 그러자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빌려주면서 맺었던 콜옵션을 행사하고 49%의 지분을 확보해 SPC 빛고을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이후 우빈산업 내부 사정이 변하면서 한 차례 더 지분구조에 변화가 생겼다. 우빈산업은 대출금 100억원에 대해 채무불이행을 선언하고 부도 처리됐다. 지급보증을 섰던 롯데건설은 우빈산업이 보유하고 있던 지분을 넘겨 받으면서 49%를 확보했다. 지분양도는 롯데건설이 근질권(담보물에 대한 권리)을 행사해 채무를 대신 갚아주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우빈산업이 빠진 자리에 롯데건설이 들어오면서 현재 기준 빛고을 SPC 지분구조는 한양 30%, 롯데건설 29.5%, ㈜파크엠 21%, 허브자산운용 19.5%로 재편된 상태다. 허브자산운용이 보유한 19.5%는 롯데건설로부터 양도받은 것이다. SPC 빛고을 내에서 롯데건설의 발언권이 커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나뉜 지분 콜옵션으로? 사업시행권과 시공권을 두고 롯데건설과 우빈산업, 한양과 케이앤지스틸이 궤를 같이 하면서 분쟁이 이어지고 있다. 쟁점은 우빈산업과 케이앤지스틸이 가진 지분이 최종적으로 누구의 소유냐는 것이다. 두 회사의 지분이 어느 쪽으로 움직이느냐에 따라 SPC 빛고을의 최대주주가 바뀔 수 있다. 케이앤지스틸은 우빈산업에 주금 대여금을 갚았으니 24%에 대한 주주권이 자사에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양은 SPC 빛고을 설립 과정서 우빈산업에 49억원의 출자금을 대여하면서 맺은 특별약정을 내세웠다. 해당 약정에 한양이 중앙공원 1지구 사업의 비공원시설 시공권을 전부 갖는데 우빈산업이 의결권을 행사한다는 항목이 존재한다고 주장했다. 우빈산업이 주도해 롯데건설로 시공사를 바꾼 것은 특별약정에 어긋난다는 설명이다. 광주지방법원은 케이앤지스틸과 한양이 각각 우빈산업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서 모두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주주권 확인 소송서 승소 판결을 받았다. 우리가 SPC 주식을 실제로 소유한 주주라는 뜻”이라고 강조했다. 한양 관계자도 “1심 법원은 우빈산업이 한양에게 49억원의 손해배상금을 지급하고 보유 주식 25% 전량을 양도하라는 판결을 내렸다”고 말했다. 반면 롯데건설은 소송 판결 한 달 전, 우빈산업의 지분을 인수했다고 설명했다. 우빈산업이 한양에 양도할 주식이 남아 있지 않다는 것이다. 이 과정서 한양은 우빈산업의 ‘고의 부도’를 의심하고 있다. 한양은 1심 법원 판결을 근거로 자사가 지분 55%(한양 30%+우빈산업 25%)의 SPC 빛고을 최대주주라고 주장하고 있다. 다만 대법원서 한양에 ‘시공권이 없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놓으면서 시공자 지위는 잃게 됐다. 소송 이겨도 지위 잃었다 최근 SPC 빛고을 지분 갈등서 케이앤지스틸의 역할이 관심사로 떠올랐다. 케이앤지스틸은 상하수도 설비공사 업체로 2003년에 설립됐다. SPC 빛고을에 우빈산업과 함께 참여했다가 현재는 빠진 상태다.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전 대표가 우빈산업과 친분이 있어서 (SPC 빛고을에)참여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현 사태서 롯데건설과 우빈산업은 이른바 ‘비한양파’로 묶여있다. 두 업체의 지분 이동도 비교적 명확히 드러나 있는 상황이다. 반면 케이앤지스틸과 한양은 두 업체 모두 우빈산업과 소송을 진행하면서도 서로 명확하게 선을 그었다. 한양 관계자는 “적(우빈산업)이 같을 뿐 특별히 관계가 있는 업체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한양의 모기업인 보성그룹 계열사에 속한 ‘앤유’라는 업체가 케이앤지스틸에 2022년 4월, 2억원을 빌려줬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앤유는 이기승 보성그룹 회장의 동생인 이점식씨가 지분 83.6%를 가지고 있는 친족회사다. 전기 조명장치 제조업체로 2007년에 설립됐다. 2022년 기준 매출은 28억2900만원, 영업이익은 3억300만원으로 확인된다. 한양과의 거래를 통해 27억7900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앤유는 케이지앤지스틸에 2억원을 빌려주는 과정서 1주일짜리 주식근질권을 설정했다. 1주일 뒤 케이앤지스틸이 2억원을 갚지 못하면서 케이앤지스틸의 주식이 전부 앤유로 넘어온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또 1주일 뒤 케이앤지스틸의 대표이사를 비롯해 사내이사 3명 등 4명이 등기이사로 이름을 올렸다. 이 가운데 1명은 앤유 대표인 정모씨의 아내로 추정된다. 케이앤지스틸 수뇌부가 물갈이된 것이다. 당시 케이앤지스틸의 채무가 수십억원에 이를 정도로 적자가 누적된 상태였다고 해도 2억원을 갚지 못해 회사의 지배권을 넘겨준 것을 두고 석연찮은 의문이 일었다. 1주일이라는 짧은 주식 근질권 설정도 의문으로 떠올랐다. 보성그룹에 기생하는 ‘앤유’ 푼돈 주고 1주 만 회사 꿀꺽? 더 흥미로운 대목은 같은 해 5월 케이앤지스틸이 우빈산업에 주금 대여금 25억3000만원을 송금한 뒤 주주권을 주장하기 시작했다는 의혹이 동시에 불거진 점이다. 다시 말해 2억원을 갚지 못해 회사의 지분 100%를 앤유에 넘겨주고 한 달 만에 20억원이 넘는 돈을 융통해 SPC 빛고을 지분을 확보하려 했다는 의혹이다. 여기에 우빈산업을 상대로 한 주주권 확인 소송 등에 김앤장을 변호인으로 선임하면서 수임료에 대한 의혹이 추가로 제기됐다. 일각에서는 케이앤지스틸이 지분확보를 위해 사용한 자금 출처가 한양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한양 입장서 케이앤지스틸이 가지고 있는 지분을 확보하면 54%로 SPC 빛고을의 최대주주가 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대법원 판결로 시공자 지위는 상실했지만 롯데건설에 넘어가 있는 시공권을 흔들 수 있는 상황이 생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지분 갈등 구조가 롯데건설과 우빈산업, 한양과 케이앤지스틸로 정리되는 셈이다. 하지만 한양과 케이앤지스틸 모두 두 업체 간 모종의 관계 의혹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선을 그었다. 한양 관계자는 “앤유라는 계열사가 있는지도 잘 몰랐다. 앤유서 케이앤지스틸에 2억원을 빌려줬다거나 주금 대여금을 대줬다는 의혹은 전혀 사실무근이다. 우빈산업서 (1심)소송에 져서 계속 근거 없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는 듯하다. 대응 가치를 느끼지 못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보다 광주시가 우빈산업과 결탁해 여러 가지로 유리하게 상황을 봐주고 있다고 판단해 광주시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광주시는 사업시행자이자 감독관청으로서 해야 할 일이 참 많은데 그런 일을 하지 않아 공모 제도가 다 무너졌다.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은 광주시의 행정행위에 대해 소송을 제기해 재판이 진행 중”이라고 덧붙였다. 석연찮은 자금 출처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한양이 주금 대여금을 대줬다는 의혹에 대해 “우빈산업서 하는 얘기”라고 일축했다. 그러면서 “새로운 주주가 들어와 투자가 이뤄지면서 주금 대여금을 갚은 것이다. 우빈산업에서는 (우리가)한양의 위장계열사 아니냐, 대표이사 선임 과정이 의심스럽다, 자금 출처가 어디냐 같은 의혹을 제기하는데 그건 주주권 확인 소송서 져서 그러는 것이다. 한양이랑 우리랑은 큰 관계가 없는데 자꾸 엮어서 흠집을 내려 한다”고 주장했다. 2022년 4월 회사가 어려운 시기에 케이앤지스틸 대표로 오게 된 이유에 대해서는 “이 사업이 잘 마무리되면 우리 회사에 300억원 정도의 수익이 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시행이익을 1100억원으로 계산했을 때 우리 회사 지분이 24% 정도니까 그렇게 계산한 것이다. 수익성이 있다고 생각해서 회사를 맡게 됐고, 새로운 주주들도 그 사업성을 보고 투자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