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윤호 교수의 대중범죄학> 치안센터는 없어져야 하는가?

  • 이윤호 교수
  • 등록 2023.12.02 00:00:00
  • 호수 145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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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 분야, 민간 분야를 막론하고 효과성 그 이상의 효율성을 따지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 됐다. 민간 분야는 이익이나 이윤을 높여서 자원을 어느 정도 확보할 수도 있겠지만, 거의 전적으로 예산에 의존하는 공공 분야는 그 예산 자원에 언제나 우선순위가 있고 당연히 그에 따라 한계가 있기 마련이다.

특히 치안 예산은 국가 예산서 최상위 순위에 해당한다고 보기 쉽지 않은 것 또한 사실이다. 그만큼 경찰 예산이란 자원은 한계가 명확하다.

그래서일까? 최근 예산이나 경찰 자원과 관련된 두 가지 흥미로운 사건이라면 사건이라고 할 수 있는 일이 있었다. 하나는 경찰 예산을 절감했다는 포상으로 특별승진이 있었다는 소식이고, 나머지 하나는 예산·인력 상 어려움으로 치안센터를 대대적으로 폐쇄할 계획이라는 소식이었다.

사실 예산 절감은 자원의 한계에 민감할수록 중요한 일이고, 그 보상으로 특별승진까지 주어질 정도다. 하지만 달리 생각하면 막무가내식 예산 절감은 오히려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음으로써 절감되는 예산이라면 포상이 아니라 처벌의 대상이어야 한다.

예산 절감이 중요하지 않고 하지 말라는 것이 아니라 신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치안센터의 폐지는 훨씬 더 깊은 고민이 필요했다는 생각이 든다. 없던 것을 새로 만들기도 어렵지만 없앴던 것을 되살리기는 더 어렵기 때문이다.

물론 치안센터 대부분이 상근 직원이 없이 거의 비워 있어 제대로 된 역할을 할 수 없을 뿐 아니라 방치 수준에 가깝다고 하고, 더 이상 방치되면 흉물이 되고 마치 Broken Windows, 깨진 창 이론이 경고하는 상황으로까지 악화되지 말라는 법도 없다.


이런 상황서 인력과 예산에 목마른 경찰이 어쩌면 쉽게 끄집어낼 수 있었던 카드가 될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어차피 현재 인력도 예산도 없어서 거의 활용하지 못한다면, 그 인력과 예산이 거의 투입되지 않고도 원래 치안센터가 목표로 했던 역할 또는 그에 준하는 역할을 할 수 있는 새로운 시도는 없을까? 얼핏 이 뉴스를 접하며, 영국의 Police Box나 일본의 주재소가 불현듯이 떠올랐다.

영국의 Police Box는 마치 우리의 공중전화 부스처럼 생기고 또 그와 유사한 긴급 신고 등 경찰과의 소통 기능을 주로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반면 일본에서는 일찍부터 교번을 중심으로 지역 경찰이나 지역사회 경찰활동을 활성화시키지 않았는가.

특히 직주일체형, 즉 직장과 거주가 통합된 형태의 주재소는 흥미롭지 않을 수 없다. 물론 단점도 없지 않지만 농어촌 지역에서는 우리도 시도해봄직한 대안으로 생각되기도 한다.

그러나 우리의 사회적, 문화적 특성과 생활유형, 거주형태 등을 고려하고, 예산과 인력의 한계 및 제약을 고려한다면 직주일체형 주재소마저 부담된다면, 그리고 영국식 Police Box로는 우리 동네 치안을 의존하기에는 부족하다면 우리식의 새로운 모형의 개발이 필요하지 않을까?

현대사회는 안전에 대한 욕구와 수요가 증대하기 마련이고, 불행하게도 경찰만으로는 모든 국민의 안전을 다 감당할 수는 없는 것 또한 현실이기에 개인적으로는 수익자 부담원칙에 따른 치안, 안전 서비스 용역이 부족함을 보완하고, 집단적으로는 자경주의에 입각한 활동들을 필요로 하게 됐다. 

이 같은 추세를 제대로 실현할 수 있는 방안을 바로 치안센터의 활용으로부터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현재의 치안센터를 지역의 치안 거점으로 활용하자는 것이다.


현재 범죄, 교통, 방범 등 경찰, 치안 관련 단체나 조직을 위한 근거지가 되고, 단체 간 상호 정보를 공유하고 공조를 논하는 지역 치안 통합의 장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녹색 어머니 교통, 해병 전우회 자율 방범대, 청소년 선도위원회 등 다양한 영역서 활동하는 경찰 관련 단체를 위한 거점시설로 활용하자는 것이다. 어쩌면 현대 경찰서 특별히 요구되는 진정한 지역사회 경찰 활동의 상징이 되고, 이제 시작한 자치경찰의 활성화에도 상당한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이름이 치안센터가 아니라도 좋다. 농어촌 지역의 마을회관처럼 도시 마을의 사랑방으로서 이웃간의 소통과 교류의 장이 되고, 현대사회 안전과 범죄예방으로 각광받고 있는 ‘환경설계를 통한 범죄예방(CPTED)’의 한계인 사회환경의 개선, 즉 인적 교류와 순환은 보완될 수 있어 기계의 눈(CCTV)이 아니라 살아있는 눈으로 감시하고 보호할 수 있을 것이다.

[이윤호는?]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명예교수
고려사이버대 경찰학과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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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