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연재> 대통령의 뒷모습 (56)체제 선전 도구된 구호나무

  • 김영권 작가
  • 등록 2023.11.13 13:27:14
  • 호수 145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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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권의 <대통령의 뒷모습>은 실화 기반의 시사 에세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재임 시절을 다뤘다. 서울 해방촌 무지개 하숙집에 사는 이들의 이야기를 듣고 있노라면 당시의 기억이 생생히 떠오른다. 작가는 무명작가·사이비 교주·모창가수·탈북민 등 우리 사회 낯선 일원의 입을 통해 과거 정권을 비판하고, 그 안에 현 정권의 모습까지 투영한다.

정도전이란 유학자는 왕 이성계에게 전국 8도 사람들의 기질론을 만들어 바쳤다. 

심심해서 재미삼아 그런 것 같진 않으니 아마 통치하는 데 참고하려고 파악해 본 노릇일까? 그런데 수많은 사람을 한 마디씩으로 묶어 규정한 건 그닥 올바른 일이 아닌 듯싶다.

더구나 땅이 넓은 것도 아니고 손바닥만한 판인데 그걸 또 세분해 딱 고착화시킬 필요가 뭔가.

옛사람 통찰

그는 경상도를 태산교악(泰山喬嶽)이라 하고 전라도를 풍전세류(風前細柳)라고 묘사했는데, 사실상 경상도에도 전라도 같은 사람이 살고 전라도에도 경상도 같은 기질을 지닌 사람이 거주한다.


충청도에 청풍명월(淸風明月)만 있는 것도 아니며 강원도에 암하노불(岩下老佛)만 모여 있진 않다.

황해도의 석전경우(石田耕牛), 경기도 사람을 표현한 경중미인(鏡中美人) 또한 다양한 인간의 한 면만 본 것 같다. 평안도는 맹호출림(猛虎出林)이요, 이성계의 고향 땅인 함경도는 이전투구(泥田鬪狗)라고 했다.

옛날과 요즘의 뜻이 좀 달라진 경우도 있다. 진흙탕에서 이익을 위해 개싸움질한다는 이전투구는 원래 풍산개 두 마리면 호랑이도 잡는다는 강인성을 의미했단다.

아마 다른 것도 시절에 따라 바뀌었을 수 있다. 우리는 옛사람의 통찰로부터 각 도(道)의 장점만 모아 전국민적인 기질로 발전시키고 단점일랑 싸그리 내버려야 한다.

미국이나 중국의 한 지방보다 작은 땅에서 뭔 8도 기질로 나눠 가타부타하랴. 내 한 마음속에 다 들어 있다고 보는 게 훨씬 타당하리라.

통일 후의 수도를 놓고도 서울이니 평양이니 이전투구할지 모른다. 그러나 서울도 안 되고 평양도 안 된다. 제3의 좋은 땅을 골라 행정수도를 새롭게 건설하고, 서울과 평양은 옛 도읍의 아름다움을 지닌 현대인의 도시로 순화시켜야 한다.

사람의 심성은 고정불변하는 물건이 아니다.


서울과 평양의 특권을 나누어 각 지방에 넘기고 그 특색에 맞게 골고루 발전시킬 때, 통일 한국 사람들의 정신과 마음은 반 쪼가리 불구 상태를 극복하고 보름달처럼 환히 빛날 것이다. 장담할 순 없고 아마도….

구호나무 한동안 교주 영감을 따라 양동 뒷골목을 들락거리던 피에로 씨가 어느 날 좀 상기된 얼굴로 내 방엘 들어왔다. 그는 버릇이 돼 버린 눈깜박임질을 몇 번 연속하더니 헛기침을 뱉곤 말했다.

“좋은 아이디어가 생겼는데 말씀이야.”

“뭔데요?”

“북한의 성공학에 대해 잘 연구해서 책을 한 권 내 보면 어떨까?”

“굶어 죽는 사람이 많다는데 무슨 성공학까지 있을라구요.”

“아니지. 그럴수록 살아남기 위해 무의식적으로라도 성공학을 구사하게 돼 있어. 더군다나 거기에도 나름 성공해서 잘 먹고 잘 사는 사람들이 많이 있으니 한번 시도해 볼 만하다구.”

“아니, 통일 대박에 관해 탐구한다더니….”

각 도 장점으로 전국민적 기질 발전
통일 이후의 수도·행정 문제 보니…

“당연히 하고 있지. 이건 서로 연결이 된다구. 북한의 잘사는 사람들을 연구한 뒤 그걸 대한민국의 성공인들과 비교해 고찰한다면 통일 대박에도 큰 도움이 되리라고 봐.”

“아마 그런 면도 있긴 있겠죠. 그런데 쉽지 않을 텐데요.”

“윤 여사의 카운셀링을 좀 받아야지 뭐.”


“글쎄요, 그분 같은 경우 북한에서 살기 어려워 이곳으로 탈출해 왔잖아요.”

“그래도 어쨌건 보고 들은 건 있겠지. 그리고 실패도 뒤집어서 보면 타산지석으로 참고할 점이 있잖냔 말야.”

“물론이죠. 하지만 그곳은 태어나면서부터 신분이 결정돼 버리잖아요. 집안이 좋거나 두뇌와 신체 능력이 탁월하지 않으면 그 신분을 벗어나기가 어렵다는데 무슨 보편적인 성공학이 가능하겠어요.”

“그건 우리 한국과 비슷하구만 뭐. 비슷한 것으로 대박 승부를 걸 필욘 없지. 찾아보면 아마 북한만의 성공학이 있을 거야.”

“세습 금수저들의 특별한 성공학. 제목을 그렇게 지으면 되겠네.”

“금수저 물고 나온 놈이나 영재로 선발돼 특수 교육을 받은 사람이라고 모두 다 성공하는 건 아니잖겠어. 그 속에도 극심한 경쟁이 있을 테고 그걸 극복해낸 자만이 진정한 성공인이 되겠지. 그들을 주인공으로 삼아 멋진 스토리를 꾸미면 히트 칠 것 같은데 말야.”


“글쎄요, 사람을 감동시킬 만한 요소는 별로 없을 것 같은데…. 윤 여사가 보내 준 탈북민 수기 파일을 읽어 보니, 부모덕이든 자기 능력으로든 경쟁을 통과해 나름 성공했다는 사람 중에서 반동분자로 낙인찍혀 하루아침에 나락으로 떨어져 죽을 뻔하다 겨우 탈출해 내려온 사람도 많더군요. 철저히 세뇌되어 체제에 복종하지 않으면 뛰어난 천재도 실패자로 전락하는 세상의 성공학은 대체 어떤 가치가 있을까요?”

“세상 바닥은 다 비슷할 텐데 뭘. 어쨌든 간에 적응자는 선택이요, 부적응자는 퇴출되는 게 우주적 법칙 아닌가 말씀이야.”

“타고난 순응형은 복종이든 아부든 쉽게 할 수 있겠죠. 하지만 진실하게 살고 싶은 사람에겐 일종의 지옥이 아닐까 싶어 씁쓸하군요. 탁월한 영혼과 정신을 지닌 사람들에게 김일성 수령의 범상한 자손들을 신처럼 우러러보아야 한다는 건 얼마나 우스꽝스럽겠어요? 참된 학자나 예술가들에겐 정신적인 고문이겠죠. 그러니 그들은 자살하거나 낙오되고, 굽실굽실 추종하는 데 능한 자들만 살아남을 거예요. 보통 인민들도 아마 고요한 밤이면 자기 생각과 천성적인 감정이 그리워 이따금 한숨을 쉬지 않을까요?”

“어릴 때부터 뭔가 자기네 나름의 정신교육을 시켜 놓으면 대부분 잘 적응할 것 같기도 한데….”

억눌린 의식

“인간은 로봇이 아니잖아요. 아무리 철저히 교육해도, 아니 그럴수록 억눌린 잠재의식이 튀어나와 실수를 할 텐데…. 김씨 왕조에 관한 비판은 좁쌀 반쪽만큼도 허용하지 않는다잖아요. 고의든 실수든 발각되는 순간 성공적이었던 가정은 풍비박산이 나고, 본인은 알몸뚱이 신세로 총살당하거나 강제노동수용소로 끌려가는 사람들에게 성공학이란 풀 끝에 맺힌 이슬의 생존법 정도밖엔 안 될 듯….”

탈북 수기에서 본 구호나무 얘기가 떠올랐다. 원래 그건 일제 강점기에 독립군들이 나무 껍질을 벗겨내어 조국 광복의 염원과 항일 투쟁의 구호를 새겨놓았던 나무이다. 그런데 1986년 김일성의 지시로 백두산 유격대가 새긴 구호나무 발굴 작업이 시작되면서 북한 체제의 선전 도구로 이용되고 있단다.


<다음호에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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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위기설’ 보수 합종연횡 시동

‘2월 위기설’ 보수 합종연횡 시동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일각에서 “장동혁 체제를 무너트린 후 비상대책위원회를 가동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된다. 장동혁 대표는 ‘중도 확장’을 언급하면서도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를 몰아낼 준비를 하고 있다. 친한계는 개혁신당과 갈등하면서도 친윤계와 일시적 휴전을 하고 있다. 장동혁·친윤·친한·개혁신당은 얽히고설킨 합종연횡을 시작했다. 국민의힘 윤한홍 의원·주호영 국회부의장이 각각 지난 5일과 9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의 강경 보수 노선을 비판했다. 이후 국민의힘에선 장 대표가 물러난 후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가 출범할 가능성도 언급된다. 장 다음은 신 비대위? 장성철 공감과 논쟁 정책센터 소장은 지난 9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언더 찐윤 그룹 내 대구·경북에 지역구를 둔 몇몇 의원이 장 대표에 대해 ‘이 사람으로 되겠느냐’는 얘기를 하는 것 같다”면서 “장 대표가 물러나면 누구에게 비대위원장을 시키면 좋겠느냐는 얘기까지 나온다”고 주장했다. 장 소장은 “그들이 국민의힘 신동욱 최고위원에게 비대위원장을 맡기려 한다”고도 했다. 그에 따르면, 국민의힘 일부 의원들이 신 최고위원에게 비대위원장직을 맡기려는 이유로 경북 상주·언론사 앵커 출신이란 점이 거론된다. 장 소장은 “급소에 침을 넣을 수 있는 핵심은 국민의힘 박성민 의원”이라고 강조했다. 박 의원이 핵심인 이유는 “언더 찐윤의 구심점이자, 장동혁 체제를 만든 5인방 중 1명”이란 것이다. 구 친윤(친 윤석열)계 일원으로 알려진 국민의힘 김대식 의원은 지난 12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장 대표에게 제시할 노선 변경 시한은 연말”이라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비상계엄 관련 대국민 사과를 하지 않은 장 대표가 판단을 잘했다고 보긴 힘들다”며 “국민이 원하면 국민의 뜻을 따라야지, 국민을 이기려고 정치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도부가 연말까지 노선 변경에 대한 전향적 의견을 밝히지 않으면, 상당한 혼선이 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여기서 ‘상당한 혼선’은 장 대표 체제 붕괴 가능성을 언급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하지만 장 대표는 국민의힘 김민수 최고위원과 함께 흔들림 없이 강경 보수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장 대표는 지난 15일 국민의힘 김민수 최고위원을 당 국민소통위원장에 임명했다. 국민의힘 장예찬 전 청년 최고위원은 국민의힘의 싱크탱크 여의도연구원 부원장에 임명됐다. 김 최고위원은 그로부터 4일 전인 지난 11일 TV조선 유튜브 채널 ‘엄튜브’에 출연해 “지난해 12월3일 계엄군의 총구를 잡은 안귀령 대통령실 부대변인의 행동은 사실상 즉각 사살해도 되는 행동”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다시 같은 방송에 출연해 국민의힘 지지율이 낮게 집계되는 여론조사에 대한 강한 불만을 제기하는 방식으로 장 대표를 엄호했다. 김 최고위원은 국민의힘 지지율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지지율을 오차범위 내에서 앞섰단 결과가 나온 유튜브 채널 ‘고성국 TV’ 등이 발표한 여론조사를 제시했다. 이어 “한국갤럽 여론조사 외엔 국민의힘 지지율이 오른단 여론조사 결과가 대부분”이라며 “장 대표의 투쟁에 모두 단결했으면 더 올라갔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공개 제시된 장동혁의 시간은 ‘연말’ ‘통일교 특검’ 매개로 손잡은 장·이 장 부원장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청년 참모 1호로 알려졌던 친윤계 일원으로서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의 가족이 연루됐다”는 논란이 발생한 당원 게시판 의혹에 강하게 대응하고 있다. 그는 지난해 총선에서 부산 수영구 공천을 받았다가 “과거에 부적절한 발언을 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한동훈 당시 비대위원장은 장 부원장 공천을 취소했고, 이후 장 부원장은 친한(친 한동훈)계와 대립하고 있다. 장 부원장은 같은 날 MBC 라디오 <권순표의 뉴스하이킥>에 출연해 “김 의원은 지도부를 흔들기 위한 게 아니라 건설적 대안을 제시하겠다는 취지로 말씀하신 것”이라며 “연말까지 고름 같은 당내 문제를 해결하면, 새해부터는 대여 투쟁·민생에 집중해서 중도·외연 확장을 할 길을 열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가 언급한 ‘고름 같은 당내 문제’는 당원 게시판 의혹을 말한다. 국민의힘 이호선 당무감사위원장은 지난 9일 당원 게시판 의혹 중간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 위원장은 “한 전 대표와 가족 명의로 게시된 글들의 실제 작성자를 확인하고 있다”며 “한 전 대표 가족과 같은 이름을 사용하는 3명은 서울 강남병 소속이고, 휴대전화 끝자리가 같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중 1명은 재외국민 당원으로 확인됐고, 거의 같은 시기에 탈당했다”면서 한 전 대표 가족 실명도 공개했다. 지난 16일엔 친한계 일원으로서 활발한 방송 활동을 하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에 대해 “당원권 정지 2년 중징계를 내려달라”고 윤리위원회에 요청했다. 당무감사위는 지난달 26일부터 김 전 최고위원을 조사했다. 윤리위가 당무감사위의 의견대로 징계를 확정하면, 김 전 최고위원은 내년 지방선거에 출마할 수 없다. 정당 활동이 멈춰 총선 공천에서도 큰 불이익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김 전 최고위원은 같은 날 “터무니없는 결정”이라며 “윤리위가 당원권 정지를 결정하면 가처분을 신청할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 위원장이 밝힌 김 전 최고위원 징계 사유는 “우리 당 운영을 파시스트적이라고 표현하면서, 북한 노동당에 비유했다”는 것이었다. 이어 “당원을 망상에 빠진 정신질환자에 비유하는 등 모욕적 표현을 했고, 사이비 교주의 영향을 받아 입당했다는 특정 종교 비난·종교 차별 발언을 했다”는 점도 덧붙였다. “영혼을 팔았다”는 등 장 대표를 비판한 것도 징계 사유로 제시됐다. 고름 같은 당내 문제 한편 장 대표는 통일교 특검법을 매개로 개혁신당에 연대를 제안했다. 장 대표는 지난 15일 최고위원회의 중 “통일교 특검법 통과를 위해 개혁신당과 뜻을 모으겠다”고 말했다. 그 이유로는 “지금껏 찾아볼 수 없었던 무자비·포악한 이재명 정권을 막기 위해선 모두 함께 힘을 모아 맞서 싸워야 한다”는 것을 제시했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곧바로 “16일부터 특검법 논의에 착수하겠다”고 화답했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와 개혁신당 천하람 원내대표는 지난 17일 만나 큰 틀에서 ‘통일교 특검 추진’에 합의했다. 이 대표는 지난달 26일 YTN 라디오 <김영수의 더 인터뷰>에 출연해 “장 대표는 미래통합당 황교안 전 대표와 다르지 않은 선택을 하는 것 같다”며 “같은 선택을 하면서 다른 결과를 바라는 것은 멍청한 행동”이라는 등 장 대표의 강경 보수 노선을 강하게 비판했다. 이어 “장 대표가 용꿈을 꾼다”는 평소 지론을 다시 강조하면서 “국민의힘 대표를 하면, 대권주자로서 약 20% 정도의 지지를 얻으니, 다른 주자가 사라지면 내가 유일한 대권후보란 착각에 빠진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민주당의 통일교 유착 의혹이 제기된 후 두 사람은 제한적으로라도 연대할 가능성을 내비치고 있다. 최근 언론 보도에 따르면, 통일교 관계자들은 민주당 일부 정치인들에게도 후원금을 제공했다. 하지만 김건희 특검은 “교단의 지시를 어긴 관계자 개인의 일탈이었다”면서 기소하지 않았다. 보수 야권으로선 특검의 공정성 문제를 대대적으로 제기할 수 있는 소재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의원 상당수가 특검의 수사 대상이었던 국민의힘으로선 “되돌려줄 기회가 온 것 아니냐”고 바라보는 시선도 있다.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은 “지난 2018년부터 3년 동안 현금·명품 시계 등을 받았다”는 의혹이 불거져 수사 대상이 된 후 장관직에서 물러났다. 아울러 장 대표가 친한계 정리 작업을 이어가는 상황에서 친한계와 개혁신당도 사이가 매우 좋지 않단 사실도 주목받고 있다. 친한계와 개혁신당은 쿠팡 새벽 배송 논란 관련 토론회 개최를 놓고 크게 갈등했다. 국민의힘 김은혜·우재준 의원은 지난 15일 ‘새벽 배송 금지, 누구의 새벽을 위한 선택인가’라는 토론회를 개최했다. 개혁신당은 사흘 뒤인 지난 18일, 김성열 수석 최고위원이 주관하는 ‘새벽 배송 금지, 누구를 위한 것인가’라는 토론회를 개최했다. 친윤·친한 여전한 갈등 김 최고위원은 지난 12일 자신의 페이스북 게시글을 통해 “김·우 의원이 토론회 개최를 예고했다가 취소해서, 개혁신당이 마음 다친 관계자들을 모시고 토론회를 기획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개혁신당 주최 토론회가 개최될 것이란 사실을 뻔히 알면서 다시 토론회를 개최하는데, 눈치 보다가 남의 것을 빼앗아서 하는 토론회에 무슨 진정성이 있겠느냐”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앞으로는 토론회에도 ‘원조’ 표기를 하고, 상표권도 등록해야겠다”고 덧붙였다. 우 의원은 곧바로 반박했다. 그는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 게시글을 통해 “새벽 배송 논쟁은 국민의힘이 먼저 제기했고, 우리 토론회는 원래부터 15일 개최가 예정돼있었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토론회 개최 직전 발생한 쿠팡 개인정보 유출 사태로 사회적 관심이 분산될 가능성을 우려해 일정 연기도 검토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여론 흐름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결과, 원래 계획대로 진행하는 게 적절하다고 판단됐다”고 설명했다. 우 의원이 15일 개최를 중요시 여긴 이유 중 하나는 지난 16일 진행된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전체 회의라고 한다. 구도를 정리하면, 장 대표는 당내 친윤계·친한계와 갈등하면서 개혁신당과 제한적 연대를 추진해 중도 확장·대여 공세라는 두 마리 토끼를 한번에 잡으려고 한다. 개혁신당은 장 대표와의 제한적 연대를 통해 오랜 갈등 관계인 친한계와의 다툼을 이어가고 있다. 친한계는 장 대표·개혁신당과 갈등하면서 마찬가지로 오랜 갈등 관계인 친윤계와 중도 확장·지방선거 승리라는 대의 앞에서 일시적으로 휴전한 것 같은 구도를 만들었다. 이를 단순하게 볼 수만은 없다. 장 대표는 지난 17일 경기 고양에서 연탄 배달 봉사활동 이후 기자들을 만나 “국민의힘이 새롭게 태어나기 위해선 방향·보수 가치 재정립 과정이 필요하다”며 “그에 수반돼 많은 의원이 말씀하시는 당명 개정도 필요하다면 함께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당명 개정’은 당내 다수를 차지하는 친윤계와의 갈등을 진화하기 위한 승부수가 될 수 있다. 다만 선거에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을지는 쉽게 장담하기 어렵다. 김민수·장예찬 내세워 한동훈 축출 작전? 개혁신당과 쿠팡 갈등…친윤과 일시 휴전? 개혁신당은 국민의힘 내 이준석계와 구 친윤계의 갈등 끝에 이준석계가 국민의힘을 이탈한 후 창당됐다. 이 대표는 지난 대선에 출마한 후 각계에서 언급했던 국민의힘 대선후보와의 단일화를 끝까지 뿌리친 후 완주했다. 이는 구 친윤계와의 화학적 결합은 창당 배경·당 정체성이란 측면에서 사실상 불가능했기 때문에 진행된 흐름이었다. 하지만 민주당의 통일교 게이트 연루 가능성이 제기되자, 천 원내대표가 특검 추진 합의를 위해 구 친윤계의 일원이었던 송 원내대표와 손을 맞잡는 그림을 연출했다. 제한적 빅텐트가 구성된 것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이 구도가 ‘화학적 결합’으로 해석된다면, 지난해 2월 이낙연 전 총리와 함께 빅텐트를 치려다가 당원의 강한 항의를 들은 후 무산됐던 것과 같은 사태가 재현될 수도 있다. 이 때문인지 이 대표는 지난 17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장 대표는 황 전 대표처럼 굉장히 대통령이 되고 싶어하는 것 같다”며 “장 대표가 주장한 ‘우리가 황교안’이란 구호대로라면, 황 전 대표의 좋은 점·나쁜 점·정치적 진로 및 결과까지 다 답습할 것”이라는 등 선을 그었다. 이 전 대표가 지난 2022년 당원권 정지 6개월을 받은 후 탈당해 개혁신당을 창당하기까지의 과정은 개혁신당 구성원·지지자들에게 분명하게 각인돼있다. 이들은 국민의힘을 틈을 비집고 들어간 후 언젠가 극복해야 할 대상으로 여긴다. 친한계는 김 전 최고위원에 대한 징계가 현실이 될 위기에 처했다. 당원 게시판 의혹에 대한 조사·징계가 막힘없이 흐르는 현 상황대로라면, 한 전 대표에 대한 징계가 현실이 될 수도 있다. 이 경우 한 전 대표가 국민의힘 후보로서 선거에 출마하는 방법이 막힐 위험이 있다. 이렇게 되면 친한계는 생존 자체를 걱정해야 한다. 개혁신당과의 갈등은 이로부터 비롯된다. 유권자를 상대로 “한 전 대표와 이 전 대표 중 누가 보수의 젊은 적자냐”는 질문에 대한 답을 얻어야 한다. 이 전 대표를 제치고 ‘보수의 젊은 적자’라는 명분을 얻어야 장 대표·구 친윤계와의 당내 다툼에서 명분을 얻을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국민의힘에 비상이 걸릴 수도 있는 여론조사 수치가 발표됐다. 여론조사기관 리서치뷰는 지난 12일부터 이틀 동안 만 18세 이상 서울시민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서울시장 선거 양자구도 관련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만약 최근 주목받는 정원오 성동구청장이 오세훈 서울시장과 양자구도를 이루면, 45.2%의 지지를 얻어 38.1%의 지지를 얻은 오 시장을 이길 수도 있단 결과가 확인됐다. 비상 걸린 지방선거 이는 민주당이 여의도 정치와 거리를 두고 행정 경험이 풍부한 새로운 후보를 내세우면 서울시장 선거에서 이길 가능성을 암시한다. 이는 ▲장 대표 ▲구 친윤계 ▲친한계 ▲개혁신당 등 보수 4자 합종연횡 구도가 더욱 복잡하게 얽히고설킬 가능성도 함께 내포한다. 장 대표에게 사실상 주어진 시한은 연말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형사재판 제1심 선고가 진행될 예정인 내년 2월까지 윤 전 대통령과 절연하는 등 매듭 짓지 않으면, 지도부가 무너질 수도 있다”는 ‘2월 위기설’이 현실화될지도 모른다. 장 대표와 국민의힘은 과연 어떤 연말·연초를 맞이할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