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한국인 최초 골드글러브 김하성

빅리그 황금장갑 낀 ‘어썸 킴’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김하성이 꿈을 이뤘다. 세계 최고 야구리그라 불리는 메이저리그(MLB)서 내셔널리그 유틸리티 플레이어 부문 골드글러브를 수상했다. 한국인 메이저리거 첫 골드글러브인 동시에 아시아 출신 내야수 첫 골드글러브다. MLB 진출 초기 불안한 공격력을 보완해 실버 슬러거 후보에도 올랐다.

“김하성은 샌디에이고 내야서 다재다능함의 모델이다.” MLB닷컴이 김하성의 골드글러브 수상을 두고 이같이 호평했다. 김하성은 여러 포지션을 소화하는 유틸리티 부문서 수상자로 선정됐다. 한국인 선수 최초다. 2루수, 3루수, 유격수서 높은 수비율 보이며 ‘어썸 킴’으로 불렸다.

다재다능
괴물 신인

김하성은 1995년 10월17일 경기도 부천시에서 태어났다. 중학생 시절까지 고향인 부천서 다니다가 경기도 내 야탑고등학교로 진학했다. 야탑고에 진학한 후 1학년 때부터 주전으로 기용되면서 가능성을 인정받았다. 

1, 2학년에는 주로 유격수와 3루수로 나섰다. 기회는 많았지만 1, 2학년 합산 타율이 2할 초반일 정도로 타격서 다소 아쉬운 성적을 남기다가 3학년이 되면서 날아 올랐다. 2루수와 유격수로 출장하면서 높은 출루율과 장타율을 기록하기도 했다.

이 같은 성적을 발판 삼아 2014 KBO 신인 드래프트서 1, 2라운드에 거론됐고, 넥센 히어로즈의 2차 3라운드 지명을 받아 전체 29번째 순위로 프로에 입단했다.

프로에 입단한 뒤에는 임병욱, 하영민, 이용하와 함께 2014년 애리조나 캠프에 참여했다. 신인 중에서는 홀로 오키나와 캠프까지 따라갔다. 오키나와 캠프에서는 5경기 동안 18타수 10안타 4타점 6득점을 올리며 인상 깊은 활약을 보이기도 했다. 

당시 염경엽 넥센 히어로즈 감독은 “대주자로 활용할 수 있다면 내년 신인 중 가장 먼저 1군에 올라올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순철 SBS스포츠 해설위원은 김하성의 경기를 보고 “대졸 선수인 줄 알았는데 고졸 선수”라며 “고졸 선수가 저렇게 플레이하는 건 본 적이 없다. 몇 십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한 센스있는 내야수”라고 평가했다.

김하성은 1년 차 고졸 신인 선수임에도 감독과 코치진의 신뢰를 받았다. 주로 넥센 히어로즈의 유격수인 강정호의 백업으로 출전했다. 그가 1년 차에 출전한 경기 수는 60경기에 달한다. 1년 차에 플레이오프와 한국시리즈 명단에 포함되기도 했다.

그가 빛을 발한 건 2015년도부터다. 주전이었던 강정호가 피츠버그 파이리츠에 포스팅돼 메이저리그로 진출했기 때문이다. 김하성은 윤석민, 김지수, 백승룡, 임병욱과 유격수 자리를 두고 경쟁했다. 

2015년에는 신인왕에 도전했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입단 5년 이내에 누적 투구 이닝 30이닝 이하인 투수와 60타석 이하인 타자에게 신인왕 후보 자격을 준다. 2014년에는 60경기에 나서 59타석을 서며 아슬아슬하게 기준에 부합했다. 

아시아 내야수 최초
유틸리티 부문 수상

그해 김하성은 괄목할만한 성적을 거뒀지만 신인왕 수상에는 아쉽게 실패했다. 2년 차에 144경기 중 140경기에 출전해 타율 2할9푼, 홈런 19개 도루 22개를 기록했다. 넥센은 메이저리그로 건너간 강정호의 빈자리를 완벽하게 메꿨다고 평가했다. 히어로즈는 해당 성적으로 김하성의 연봉을 구단 최초로 300% 인상하기도 했다. 

2015년부터 2017년까지 수상과는 연이 없었다. 신인왕과 골든글러브 모두 2위로 수상에 실패했다. 특히 김하성의 2018년 성적은 냉탕과 온탕을 오갔다.

2018년 전반기 팔렘방자카르타아시안게임에서는 금메달을 획득했다. KBO 올스타전서 제러드 호잉을 단 1표 차로 제치고 미스터 올스타로 선정되기도 했다. 시즌 후에는 드디어 두산 베어스 김재호를 제치고 유격수 부문 골든글러브까지 수상했다. 그 동안 받지 못했던 상을 몰아서 받는 듯했다.

하지만 2위를 기록한 김재호와 비교했을 때 클래식 누적 스탯인 안타, 홈런, 타점 등에서는 더 뛰어나지만 비율스탯인 타율, 출루율, 장타율, 조정득점창출력(WRC+)은 모두 밀려 논란이 일었다. 

김하성은 논란을 겪고 더 강해졌다. 2019년 타율 3할7리, 19홈런, 득점 112(1위), 타점 104(2위), 33도루(2위)를 기록하며 커리어하이를 찍었다. 2020년 시즌에도 타율 3할6리, 30홈런, 109타점을 기록하며 ‘거포 유격수’의 계보를 이어갔다. 

2018년부터 2020년까지는 KBO 유격수 부문 골든글러브를 수상했다. 자타공인 국내 최고 유격수로 인정받은 것이다. 

김하성의 야망은 국내 최고서 그치지 않았다. 프로에 진출한 지 7년 만에 세계 최고 리그인 MLB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MLB서도 김하성의 진출을 눈여겨봤다. MLB닷컴은 김하성을 전 동료였던 강정호와 비교하며 콘택트와 수비, 그리고 운동능력이 더 뛰어나고 젊은 인재라고 평가했다.

절치부심
MLB 진출

김하성은 7시즌 동안 KBO서 타율 0.294, 133홈런, 575타점을 기록했다. 이는 강정호가 9시즌 동안 기록한 타율 0.298, 139홈런, 545타점과 비교해도 전혀 손색없다고 평가받는다. 강정호는 MLB 진출 첫해 아시아 우타자 한 시즌 최다 홈런의 기록을 세웠다. 김하성의 안정적인 MLB 진출을 기대했던 이유다. 

김하성은 2021년 새해를 하루 앞두고 샌디에이고와 4년 2800만달러 계약에 성공했다. 그에게 관심을 보였던 구단은 토론토 블루제이스, 텍사스 레인저스, 보스턴 레드삭스, 뉴욕 메츠, 신시내티 레즈 등이었다.

김하성은 이 중 MLB서 리그 최정상급 내야진을 갖춘 샌디에이고서의 경쟁을 선택했다. 샌디에이고의 3루에는 매니 마차도가, 유격수 자리에는 페르난도 타티스 주니어가 자리 잡고 있었다. 

매니 마차도는 볼티모어 오리올스의 프렌차이즈 스타였다. 당시 그는 3루수와 유격수를 모두 수준급으로 맡아 오리올스 내야수 전설인 브룩스 로빈슨, 칼 립켄 주니어의 후계자로 불렸다. 그는 올스타 6회, 아메리칸 리그 3루수 골드 글러브 2회, 아메리칸 리그 플래티넘 글러브, 내셔널 리그 3루수 실버 슬러거, All-MLB 퍼스트 팀 2회 등을 수상했다. 

페르난도 타티스 주니어는 샌디에이고서 유격수를 맡고 있다. 그는 아직 프로로 데뷔도 하지 않은 2016년 제임스 실즈와 트레이드 대상이 돼 샌디에이고 파드리스로 넘어왔다. 또 2019년 베이스볼 아메리카 선정 유망주 순위 2위에 선정되며 전미 탑급 유망주로 뽑혔다. 내셔널리그 신인왕 3위에도 올랐다. 

기대를 모았던 김하성의 MLB 첫 시즌은 실망스러웠다. 공격 부분에서는 타율 2할2리, 홈런 8개로 저조했다. 이로 인해 스트레스로 원형탈모까지 생겼다. 김하성은 이를 감추기 위해 염색에 장발을 했다. 원정경기 때 호텔 방으로 돌아와선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최정상 수비
공격력 의문?

김하성은 “인생서 정신적으로 가장 낮은 지점이었다”고 첫 시즌을 회상했다.

수비에서는 빛을 발했다. 저조한 공격력에도 수비력을 바탕으로 메이저 리그 액티브 로스터에 붙어있을 수 있었다. 그해 김하성은 유격수로 260이닝, 3루수로 165.2이닝, 2루수로 148이닝을 소화했다. 그는 가장 널리 쓰이는 선수의 수비 능력 평가 기준인 UZR(Ultimate Zone Rating)서 100이닝 이상 소화한 선수들 기준 유격수 ML 24위, 3루수 ML 9위, 2루수 ML 1위를 달성했다.

꿈의 리그서 첫해를 수비력으로 버텨낸 그는 공격력을 올리는 데 집중했다. 그는 밤마다 고속 피칭 머신을 상대로 수백번씩 스윙 연습을 했다. 피나는 노력으로 MLB 투수들의 강속구에 반응할 수 있는 선구안을 기른 것이다.

김하성은 MLB 데뷔 이듬해인 지난 시즌 WRC+이 70서 105로 크게 증가한 모습을 보였다. 페르난도 타티스 주니어의 부상과 약물 징계로 인해 1년 내내 주전으로 나서기도 했다. 수비력은 더욱 발전해 내셔널 리그 골드 글러브 유격수 부문 최종 후보에 선정되기도 했다. 야구팬들은 이제야 KBO서의 모습을 보여준다고 평했다.

김하성은 여기에 만족하지 않았다. 그는 올해 더욱 발전했다. 우선 공격에서는 타율이 지난해에 비해 1푼 올랐으며, 특히 볼넷을 75개나 얻어냈다. 더욱 발전한 선구안을 보여준 셈이다. 이 덕에 출루율이 0.025 가량 크게 상승했으며, 장타율도 0.400에 거의 가까운 수준으로 끌어올려 출루율과 장타율의 합산인 OPS(On-base Plus Slugging)가 지난해에 비해 0.050가량 올라갔다.

원래 기대받던 수비의 경우에도 타격이 각성된 7월에 반대급부로 잠시 부침을 겪었지만 그 외 기간에 꾸준히 리그 정상급 지표를 보여줬다. 미국야구연합회(SABR)이 만든 수비 통계 자료(SABR Defensive Index, SDI)서 내셔널리그 전체 9위, 2루수 1위에 랭크됐다. 

샌디에이고는 포지션을 가리지 않고 공을 잡아내는 김하성을 수비 핵심으로 두고 전천후로 활용했다. 김하성은 올 시즌 2루수로 856.2이닝, 3루수로 253.1이닝, 유격수로 153.1이닝을 소화하며 확실한 주전으로 자리 잡았다.

특히 넓은 수비 범위와 안정적인 포구, 팬들의 관심을 사로잡는 허슬플레이를 하며 ‘어썸 킴’이라는 애칭도 얻었다. 올 시즌 후반 MLB닷컴서도 김하성을 최고의 2루수로 소개하기도 했다. 

2루수 3루수 유격수 높은 수비율
실버슬러거 유틸리티 부문도 후보

어썸 킴 김하성이 올해 골드글러브를 수상하며 최고의 시즌을 보낸 것이 증명됐다. 지난 6일 MLB 사무국은 2023 롤링스 골드글러브 수상자를 발표했다.

내셔널리그 2루수, 유틸리티 부문 최종 후보에 이름을 올렸던 김하성은 무키 베츠(LA 다저스), 토미 에드먼(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을 제치고 내셔널리그 유틸리티 부문을 수상했다. 유틸리티 부문은 그동안 존재하지 않았다가 지난해 신설됐다.

2011년 이후 골드글러브 최종 후보에 오른 아시아 출신 선수는 구로다 히로키(2011년), 추신수(2012년), 다나카 마사히로(2018년), 마에다 켄타와 아키야마 쇼고(이상 2020년), 김하성(2022~2023년)에 불과하다.

한국인 선수로 골드글러브를 수상한 것도, 아시아 출신 내야수가 골드글러브를 받은 것도 올해 김하성이 처음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남다르다. ‘아시아 출신 외야수’까지 범위를 넓히더라도 2001년부터 10년 연속으로 골드글러브를 수상한 외야수 스즈키 이치로 이후 이번이 두 번째다.

공격과 수비를 함께 평가하는 KBO리그의 골든글러브와 달리 미국의 골드글러브는 포지션별로 최고의 수비를 선보인 선수들에게 돌아가는 상이다. 미국의 골드글러브는 각 구단 코칭스태프 투표와 미국야구연구협회(SABR)가 제공하는 수비 지표를 각각 75%, 25% 반영한다. 그만큼 김하성에 대한 평가가 높다는 뜻이다.

많은 관심을 모았던 내셔널리그 2루수 부문에서는 니코 호너(시카고 컵스)가 브라이언 스톳(필라델피아 필리스)과 김하성을 제치고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김하성은 골드글러브 수상 후 소속사인 서믹매니지먼트를 통해 “먼저 하나님께 영광을 돌린다”며 “기대했던 골드글러브를 수상하게 돼 진심으로 기쁘다”고 소회를 밝혔다. 이어 “무엇보다 메이저리그에 한국 야구를 알리게 된 점과 메이저리그를 꿈꾸는 한국 후배들에게 좋은 동기 부여가 된 것 같아 가장 기쁘다”며 “한국 야구를 더욱 빛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김하성은 내셔널리그 유틸리티 부문 실버슬러거 최종 후보에도 등록됐다. 실버슬러거는 타율·홈런·타점을 종합해 포지션별로 가장 타격이 뛰어난 선수에게 주는 상이다. 올해 김하성은 공수와 상관없이 최고의 퍼포먼스를 보인 셈이다.

소속팀 선수를 제외한 각 구단의 감독과 코치의 투표를 거쳐 각 수비 위치서 가장 타격이 좋은 선수에게 주어지는데, 투수가 타격하지 않는 아메리칸리그에는 실버슬러거 투수상이 없다. 지난해부터 내셔널리그 지명타자 제도가 도입되면서 투수 자리를 유틸리티 부문이 채웠다.

사실 김하성의 실버 슬러거 수상은 쉽지 않다. 경쟁자들의 성적이 워낙 좋기 때문이다. 베츠는 타율 3할7리, 39홈런, 107타점, OPS 0.987로 리그 최우수선수(MVP)급 성적을 냈고, 벨린저는 타율 3할7리, 26홈런, 97타점, OPS 0.881로 재기에 성공했다. 스티어의 성적은 타율 2할7푼1리, 23홈런, 86타점, OPS 0.820이다. 

자타공인
공수 활약

내년 3월 김하성이 다시 한국서 경기에 나선다. 오는 2024년 3월 20일과 3월21일 양일간 MLB World Tour의 일환으로 서울시리즈가 확정됐기 때문이다. 그가 뛰고 있는 샌디에이고와 유독 한국과 인연이 깊은 LA다저스가 맞대결을 펼친다. 

김하성도 한국 땅에서의 경기에 기대감을 드러냈다. 그는 “조국서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 메이저리그 야구를 대표할 기회가 있을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다”며 “디에이고 유니폼을 입고 한국서 뛸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기쁘고 행복한지 말로 표현할 수 없다”고 말했다.

<kcj5121@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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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점’ 더 깊은 늪에 빠진 국민의힘

‘점점’ 더 깊은 늪에 빠진 국민의힘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지방선거 공천에선 인물난 속에서도 조직표를 놓지 못하는 흔적들이 감지된다. 서울시장 경선 참여자들은 장동혁 대표의 지원 유세에 난감해하고 있다. 조직표에 기반한 정당이 집권하지 못했던 과거 사례들은 국민의힘을 더 깊은 늪으로 몰고 있다. 리얼미터·한국갤럽이 지난달 각각 진행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이재명 대통령·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지지율은 높지만,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리얼미터가 발표한 이 대통령의 지지율은 62.2%로 확인됐다. 이 조사는 지난달 23일부터 27일까지 5일 동안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2513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가면 갈수록 지지율 격차 민주당 지지율은 51.1%로 집계됐고, 국민의힘 지지율은 30.6%로 집계됐다. 이 조사는 지난달 26일부터 27일까지 이틀 동안 전국 18세 이상 유권자 1006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다. 두 조사 모두 무선 자동응답 방식을 활용해 무작위 생성 표집틀을 통한 임의 전화걸기 방법으로 실시했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한국갤럽도 비슷한 기간 동안 유사한 조사를 진행했다. 한국갤럽이 발표한 이 대통령 지지율은 65%였다. 정당 지지율은 민주당 46%로 집계됐고, 국민의힘은 19%로 집계됐다. 이 조사는 지난달 24일부터 26일까지 3일 동안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두 조사 모두 무작위로 추출된 무선전화 가상번호에 전화 조사원이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이 조사 결과들을 놓고 “민주당과 국민의힘 간 지지율 격차가 상당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는 지방선거에서 언제나 중요한 승부처로 거론되는 서울시장·경기도지사 선거와 관련해 국민의힘이 인물난을 겪고 있는 현 상황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국민의힘에선 양향자 최고위원·새누리당 함진규 전 의원 등 2명이 경기도지사 선거 출마를 선언했다. 민주당에서 김동연 경기도지사·추미애 의원·한준호 의원이 치열한 경쟁을 하는 것과 대비된다. 이 때문에 국민의힘에선 유승민 전 의원에게 지속해서 출마를 권유했다. 국민의힘으로선 “중도 성향 유권자에게도 설득력이 있다”는 평가를 받는 유 전 의원이 경기도지사 후보로 적임이란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유 전 의원은 “국민의힘 의원들이 지난달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선언한 이후에도 당의 강경 노선에 큰 변화가 없다”는 인식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지난달 27일 서해수호의 날 기념식에서 만났던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의 출마 권유에도 “불출마한다는 생각엔 변화가 없다”면서 끝내 거절했다. 그러자 양 최고위원은 같은날 KBS 라디오 <세상의 모든 정보 윤인구입니다>에 출연해 “정당·국가 운영과 공천은 원칙·절차적 정당성 확보가 중요하다”며 “어떤 분이 제게 ‘절대로 떠밀려서 나오는 선거는 하면 안 된다’고 말했는데, 확실한 소명 의식을 가진 사람이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이정현 전 공천관리위원장은 지난달 30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공천이 마무리되는 대로 당이 필요로 하는 가장 어려운 곳에서 제 역할을 다할 준비를 하겠다”며 “아무도 가지 않으려는 곳에서 또 다른 역할을 할 것”이라고 썼다. 이는 전남·광주통합특별시장 출마 암시로 해석됐고, “유 전 의원에게도 출마를 간접 압박하는 것”이란 해석도 나왔다. 겹치는 악재에 강경 보수 조직표 의존? 장동혁 지원 유세? 각지 후보들 ‘난색’ 하지만 유 전 의원은 불출마 의사를 바꾸지 않았다. 이 전 위원장은 지난달 31일 “유 전 의원의 뜻을 존중하기로 했다”며 “현재 신청하신 훌륭한 두 분을 포함해 여러 방안을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지방선거 공천이 사실상 완료됐다”며 전남·광주통합특별시장 출마를 선언한 후 사퇴했다. 부산에선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과 부산시장 후보 경선을 치러야 하는 박형준 부산시장이 손영광 울산대 교수를 공동선대본부장으로 임명했다. 손 교수는 윤 전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를 주도한 손현보 목사의 아들이다. 이는 박 시장이 직접 지난달 24일 CBS 라디오 <박성태의 뉴스쇼>에 출연해 “손 교수는 역량이 뛰어난 사람이고, 누구의 아들이라고 매도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해명해야 할 정도로 큰 논란이 됐다. 박 시장은 국민의힘 내에서 합리적 보수 이미지가 강한 인물로 평가된다. 손 교수 영입에 대해선 “경선을 앞두고, 부산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가진 대형 교회 조직표를 의식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대구시장 후보 경선에서 공천 배제된 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에 대해서도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이 전 위원장은 지난달 29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진행된 2026 KBO리그 개막전을 방문해 ‘대구시장 예비후보 이진숙’이란 어깨띠를 두르고 시민들에게 인사했다. 이에 대해선 “이 전 위원장이 대구시장 선거에 무소속 출마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반대로 “국민의힘이 이 전 위원장의 공천 자체를 배제한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는 분석도 있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지난달 24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전 위원장은 정권의 무도함에 맞선 최전선 투사”라며 “대구시장 후보에 현역 의원이 공천되면, 그 지역구 재보궐선거에 이 전 위원장을 공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전 위원장을 경기도지사 후보로 공천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국민의힘 조광한 최고위원은 지난달 26일 기자들을 만나 “이 전 위원장이 경기도지사 후보로도 추천되고 있다”며 “이 전 의원장의 결심 여하에 따라 선택지가 굉장히 다양하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이 전 위원장은 경기도지사 공천 가능성은 강하게 부정하고 있다. 이 전 위원장은 지난달 25일 <조선일보>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경기도지사 출마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제 인지도 하나만 달랑 갖고 경기도지사를 하겠다는 건 경기도민에 대한 우롱”이라고 주장했다. 그러자 <경기일보>는 지난달 27일 ‘국힘, 경기지사가 경선 탈락자 처리장이냐’는 제목의 사설을 공개했다. 이 사설엔 “국민의힘 경기도지사 후보 경선에 나선 주자는 중량감·연고성 등이 모두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는 2명”이라며 “급기야 대구시장 탈락자 차출설도 나오는데, 이쯤 되면 경기도민 모욕 아니냐”고 비판했다. 낮은 당 지지율과 공천 과정의 잡음이 이어지면서 급기야 지방선거 출마자들이 장 대표의 지원 유세에도 난감해하는 상황도 이어졌다. 유권자에게 “공개적 절윤 선언과 달리 인적 절연이 제대로 안 되고 있다”는 인상을 준 영향이라고 분석되고 있다. 7년 만에 대표 거부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달 27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저도 장 대표를 선거 유세에 모시고 싶다”면서도 “변신한 모습으로 와주시면 감사하겠다”고 말했다. 서울시장 선거 출마를 선언한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도 지난달 26일 같은 프로그램에 출연해 “장 대표의 지원 유세는 조금 예민한 문제”라며 “시민 눈높이에서 해결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선거는 후보가 시민이 듣고 싶어 하는 말을 잘 전하는 시민을 위한 시간”이라며 “장 대표는 노선형 정치인이 됐으므로, 정책 선거 현장이 정치 선거로 비화하면 유불리를 떠나 서울시민께 도리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다 논란이 이어지자 지난 1일엔 의견을 바꿔 채널A 라디오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저는 국민의힘이 확장해야 한다는 것에 공감대가 확실히 있다고 생각한다”며 “정공법을 선택하겠다”고 말했다. 주요 선거 후보들이 당 대표의 지원 유세에 난감해하는 것은 지난 2018년 지방선거 당시 주요 후보들이 자유한국당 대표였던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지원 유세를 거부한 상황을 연상시킨다. 낮은 지지율과 혼란을 거듭하는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해선 “이미 예고됐던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국민의힘은 윤석열 전 대통령이 지난 2024년 12월 비상계엄을 선포한 이후 대규모 집회 개최 및 참여 등 강경 보수 행보를 유지했다. 당시 진행됐던 대규모 집회는 손 목사·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담임목사·유튜버 전한길씨 등이 주도했다. 울림이 큰 방에서 나는 소리는 메아리가 돼 돌아온다. 이는 특정 성향·신념이 일치하는 사람들이 모여 비슷한 정보·주장을 계속 접하면서 그 의견이 굳어지는 현상을 비유하는 데 활용된다. 이를 두고 에코 체임버 현상이라고 한다. 보통은 SNS에서 일어나지만, 최근엔 정치권에서도 구조화되고 있다. 정치인의 관점에서 대규모 집회에서 동원한 인파·우호적인 사이트에서 확인할 수 있는 열렬한 지지는 쉽게 눈에 띈다. 선거에선 이게 독이 되는 경우가 많다. 후보의 캠프에선 이를 유권자의 보편적 정서로 착각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기 때문이다. 아울러 최근엔 당원투표의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 당원의 뜻이 공천에 반영되면, 정당의 민주적 구조가 탄탄해진다. 하지만 조직표 동원 경선이 될 위험이 커진단 치명적인 단점도 있다. 당내 강경파·특정 조직의 관성은 중도층·무당층까지 포함하는 전체 민심과 방향이 다른 경우가 많다. 집권은 불가능 후보도 선거를 치르면서 조직표를 움직이는 지역 토착 세력·강경 지지층을 만나는 과정에서 현장 분위기를 착각한다. 설령 당선되더라도 이들의 포로가 되는 경우가 많다. 이와 같은 확증 편향 현상은 “누구나 현실을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대부분 사람은 자신이 보고 싶은 현실만을 본다”던 고대 로마 정치인 율리우스 카이사르의 격언이 현재진행형임을 알 수 있게 한다. 조직표는 장단점이 명확하게 나뉜다. 일정한 득표를 보장하는 것은 분명한 장점이다. 하지만 득표 이상의 목표 달성을 불가능하게 만든다. 전형적인 사례는 일본 공명당이다. 공명당은 창가학회란 종교를 배경으로 두고 있다. 덕분에 공명당은 엄청난 조직력을 동원할 수 있다. 창가학회 회원 1명은 강력한 선거운동원이 된다. 그 1명은 주변 지인 모두에게 공명당 선거운동을 한다고 보면 된다. 정치와 종교의 결합이 흔히 발생하는 중요한 원인이다. 일본 자유민주당(이하 자민당)은 공명당과 연정을 하면서 창가학회·공명당의 조직력을 토대로 많은 정치적 이익을 얻었다. 공명당 후보가 출마하지 않는 지역구에선 그 조직력이 고스란히 자민당 후보의 선거 조직이 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공명당은 종교 기반 정당이기 때문에 그 틀을 벗어나긴 어려웠다. 그래서 공명당이 정치적으로 확장할 수 있는 최대치는 집권당의 연정 파트너였다. 공명당과 손을 잡았다고 무조건 선거에서 좋은 결과를 얻는다고 보긴 어렵다. 이는 지난 2월 진행된 제51회 일본 중의원 의원 총선거(이하 중원선)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제1야당 입헌민주당(이하 입민당)은 자민당과 결별한 공명당과 손잡고 ‘중도개혁연합’이란 선거 연대를 구성했다. 하지만 선거 결과는 참혹했다. 입민당·공명당은 원래 총 169석을 보유했지만, 선거 결과 49석만 확보하는 대참패를 당했다. 이 중 입민당이 확보한 의석수는 21석에 불과했다. 중도개혁연합이 해체되면 각각 28석을 확보한 공명당·국민민주당이 제1야당 반열에 오를 수 있을 정도의 대참패였다. 조직력보다 더 중요한 것은 민심이란 걸 보여준 선거였다. 경기도지사 후보 인물난…유승민은 거듭 고사 손현보 아들 등장·컷오프 이진숙 못 놓는 이유? 절대로 몰락하지 않는 안정적인 하한선을 보유했지만, 상한선·기대치도 낮은 사례로 일본 공명당만 있는 것은 아니다. 성향이 강한 특정 집단을 기반으로 유지되는 정당은 그에 대한 다른 유권자의 거부감 때문에 집권이 불가능하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독일 좌파당 ▲영국 민주연합당 ▲이스라엘의 샤스·유대교 토라 연합 등을 거론할 수 있다. 독일 좌파당은 독일 통일 이후 구동독 지역 사회주의 통합당 후신이 모여 조직됐다. 따라서 구동독 지역의 고령 유권자·옛 공산당 관료·강성 노동계급 등이 핵심 지지층을 이루고 있다. 이런 연유로 구동독 지역에선 큰 영향력을 행사하지만, 전체 민심과 조화를 이루긴 어렵고, 주요 정당의 연정 파트너로 주로 거론된다. 영국 민주연합당은 북아일랜드 강성 개신교·연합주의자 조직에 기반한다. 이들의 강경한 종교 성향은 잉글랜드·스코틀랜드 등의 정서와 많이 멀다. 따라서 이들도 북아일랜드 지역 정당 겸 주요 정당의 연정 파트너로 거론된다. 지난 2017년엔 영국 보수당이 과반 확보에 실패하자 민주당과 신임 공급 협약을 맺고 정부를 구성할 수 있었다. 이스라엘의 샤스·유대교 토라 연합은 이스라엘 내 극단적인 유대교 원칙주의자들로서 사회적 민폐라고 거론되는 하레디를 기반으로 구성된 정당이다. 이들은 사회적인 활동보다 경전 공부에 몰두한다. 극단적인 일부 하레디는 19세기 생활 양식을 고집하고, 일체 생산 활동을 하지 않면서 정부 보조금에 의존한다. 이들은 출산율이 높아 이스라엘 재정에 부담을 주지만, 이스라엘 내 유대인 인구 비율 유지를 고려하면, 정부가 이들을 지원하지 않을 수 없는 측면도 있다. 이들은 랍비의 지시에 따라 절대적인 투표 성향을 유지한다. 이스라엘의 보수 정당 리쿠드당은 이들과의 연정을 통해 조직표를 동원한다. 일본 자민당은 원래 다양한 성향의 여러 파벌이 모여 구성된 특성을 역설적으로 정권 유지 비결로 활용했다. 총리를 배출하는 회파만 바뀌어도 국정 기조가 바뀌어 유권자에게 정권교체 체감을 주는 유사 정권교체 효과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 2월 중의원 의원 선거 대승은 자민당으로서도 기존과 다른 형태였다.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의 기민한 유튜브·SNS 활용 ▲실용적 포퓰리즘으로 통하는 사나에노믹스 등 다카이치 총리의 개인 팬덤이 강력하게 형성된 것이 승리로 연결됐다. 공명당 등 해외 사례 표면적으로는 국민의힘은 이미 지난 2월에 입증된 자민당의 승리 비결을 외면하고, 공명당의 길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주요 후보들이 당 대표 지원 유세에 신중한 반응을 보이는 것 자체가 국민의힘이 ‘더 깊은 늪’에 들어가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는 일면일 수도 있다. 국민의힘은 늪에서 나올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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