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한국인 최초 골드글러브 김하성

빅리그 황금장갑 낀 ‘어썸 킴’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김하성이 꿈을 이뤘다. 세계 최고 야구리그라 불리는 메이저리그(MLB)서 내셔널리그 유틸리티 플레이어 부문 골드글러브를 수상했다. 한국인 메이저리거 첫 골드글러브인 동시에 아시아 출신 내야수 첫 골드글러브다. MLB 진출 초기 불안한 공격력을 보완해 실버 슬러거 후보에도 올랐다.

“김하성은 샌디에이고 내야서 다재다능함의 모델이다.” MLB닷컴이 김하성의 골드글러브 수상을 두고 이같이 호평했다. 김하성은 여러 포지션을 소화하는 유틸리티 부문서 수상자로 선정됐다. 한국인 선수 최초다. 2루수, 3루수, 유격수서 높은 수비율 보이며 ‘어썸 킴’으로 불렸다.

다재다능
괴물 신인

김하성은 1995년 10월17일 경기도 부천시에서 태어났다. 중학생 시절까지 고향인 부천서 다니다가 경기도 내 야탑고등학교로 진학했다. 야탑고에 진학한 후 1학년 때부터 주전으로 기용되면서 가능성을 인정받았다. 

1, 2학년에는 주로 유격수와 3루수로 나섰다. 기회는 많았지만 1, 2학년 합산 타율이 2할 초반일 정도로 타격서 다소 아쉬운 성적을 남기다가 3학년이 되면서 날아 올랐다. 2루수와 유격수로 출장하면서 높은 출루율과 장타율을 기록하기도 했다.

이 같은 성적을 발판 삼아 2014 KBO 신인 드래프트서 1, 2라운드에 거론됐고, 넥센 히어로즈의 2차 3라운드 지명을 받아 전체 29번째 순위로 프로에 입단했다.


프로에 입단한 뒤에는 임병욱, 하영민, 이용하와 함께 2014년 애리조나 캠프에 참여했다. 신인 중에서는 홀로 오키나와 캠프까지 따라갔다. 오키나와 캠프에서는 5경기 동안 18타수 10안타 4타점 6득점을 올리며 인상 깊은 활약을 보이기도 했다. 

당시 염경엽 넥센 히어로즈 감독은 “대주자로 활용할 수 있다면 내년 신인 중 가장 먼저 1군에 올라올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순철 SBS스포츠 해설위원은 김하성의 경기를 보고 “대졸 선수인 줄 알았는데 고졸 선수”라며 “고졸 선수가 저렇게 플레이하는 건 본 적이 없다. 몇 십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한 센스있는 내야수”라고 평가했다.

김하성은 1년 차 고졸 신인 선수임에도 감독과 코치진의 신뢰를 받았다. 주로 넥센 히어로즈의 유격수인 강정호의 백업으로 출전했다. 그가 1년 차에 출전한 경기 수는 60경기에 달한다. 1년 차에 플레이오프와 한국시리즈 명단에 포함되기도 했다.

그가 빛을 발한 건 2015년도부터다. 주전이었던 강정호가 피츠버그 파이리츠에 포스팅돼 메이저리그로 진출했기 때문이다. 김하성은 윤석민, 김지수, 백승룡, 임병욱과 유격수 자리를 두고 경쟁했다. 

2015년에는 신인왕에 도전했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입단 5년 이내에 누적 투구 이닝 30이닝 이하인 투수와 60타석 이하인 타자에게 신인왕 후보 자격을 준다. 2014년에는 60경기에 나서 59타석을 서며 아슬아슬하게 기준에 부합했다. 

아시아 내야수 최초
유틸리티 부문 수상

그해 김하성은 괄목할만한 성적을 거뒀지만 신인왕 수상에는 아쉽게 실패했다. 2년 차에 144경기 중 140경기에 출전해 타율 2할9푼, 홈런 19개 도루 22개를 기록했다. 넥센은 메이저리그로 건너간 강정호의 빈자리를 완벽하게 메꿨다고 평가했다. 히어로즈는 해당 성적으로 김하성의 연봉을 구단 최초로 300% 인상하기도 했다. 


2015년부터 2017년까지 수상과는 연이 없었다. 신인왕과 골든글러브 모두 2위로 수상에 실패했다. 특히 김하성의 2018년 성적은 냉탕과 온탕을 오갔다.

2018년 전반기 팔렘방자카르타아시안게임에서는 금메달을 획득했다. KBO 올스타전서 제러드 호잉을 단 1표 차로 제치고 미스터 올스타로 선정되기도 했다. 시즌 후에는 드디어 두산 베어스 김재호를 제치고 유격수 부문 골든글러브까지 수상했다. 그 동안 받지 못했던 상을 몰아서 받는 듯했다.

하지만 2위를 기록한 김재호와 비교했을 때 클래식 누적 스탯인 안타, 홈런, 타점 등에서는 더 뛰어나지만 비율스탯인 타율, 출루율, 장타율, 조정득점창출력(WRC+)은 모두 밀려 논란이 일었다. 

김하성은 논란을 겪고 더 강해졌다. 2019년 타율 3할7리, 19홈런, 득점 112(1위), 타점 104(2위), 33도루(2위)를 기록하며 커리어하이를 찍었다. 2020년 시즌에도 타율 3할6리, 30홈런, 109타점을 기록하며 ‘거포 유격수’의 계보를 이어갔다. 

2018년부터 2020년까지는 KBO 유격수 부문 골든글러브를 수상했다. 자타공인 국내 최고 유격수로 인정받은 것이다. 

김하성의 야망은 국내 최고서 그치지 않았다. 프로에 진출한 지 7년 만에 세계 최고 리그인 MLB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MLB서도 김하성의 진출을 눈여겨봤다. MLB닷컴은 김하성을 전 동료였던 강정호와 비교하며 콘택트와 수비, 그리고 운동능력이 더 뛰어나고 젊은 인재라고 평가했다.

절치부심
MLB 진출

김하성은 7시즌 동안 KBO서 타율 0.294, 133홈런, 575타점을 기록했다. 이는 강정호가 9시즌 동안 기록한 타율 0.298, 139홈런, 545타점과 비교해도 전혀 손색없다고 평가받는다. 강정호는 MLB 진출 첫해 아시아 우타자 한 시즌 최다 홈런의 기록을 세웠다. 김하성의 안정적인 MLB 진출을 기대했던 이유다. 

김하성은 2021년 새해를 하루 앞두고 샌디에이고와 4년 2800만달러 계약에 성공했다. 그에게 관심을 보였던 구단은 토론토 블루제이스, 텍사스 레인저스, 보스턴 레드삭스, 뉴욕 메츠, 신시내티 레즈 등이었다.

김하성은 이 중 MLB서 리그 최정상급 내야진을 갖춘 샌디에이고서의 경쟁을 선택했다. 샌디에이고의 3루에는 매니 마차도가, 유격수 자리에는 페르난도 타티스 주니어가 자리 잡고 있었다. 

매니 마차도는 볼티모어 오리올스의 프렌차이즈 스타였다. 당시 그는 3루수와 유격수를 모두 수준급으로 맡아 오리올스 내야수 전설인 브룩스 로빈슨, 칼 립켄 주니어의 후계자로 불렸다. 그는 올스타 6회, 아메리칸 리그 3루수 골드 글러브 2회, 아메리칸 리그 플래티넘 글러브, 내셔널 리그 3루수 실버 슬러거, All-MLB 퍼스트 팀 2회 등을 수상했다. 

페르난도 타티스 주니어는 샌디에이고서 유격수를 맡고 있다. 그는 아직 프로로 데뷔도 하지 않은 2016년 제임스 실즈와 트레이드 대상이 돼 샌디에이고 파드리스로 넘어왔다. 또 2019년 베이스볼 아메리카 선정 유망주 순위 2위에 선정되며 전미 탑급 유망주로 뽑혔다. 내셔널리그 신인왕 3위에도 올랐다. 


기대를 모았던 김하성의 MLB 첫 시즌은 실망스러웠다. 공격 부분에서는 타율 2할2리, 홈런 8개로 저조했다. 이로 인해 스트레스로 원형탈모까지 생겼다. 김하성은 이를 감추기 위해 염색에 장발을 했다. 원정경기 때 호텔 방으로 돌아와선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최정상 수비
공격력 의문?

김하성은 “인생서 정신적으로 가장 낮은 지점이었다”고 첫 시즌을 회상했다.

수비에서는 빛을 발했다. 저조한 공격력에도 수비력을 바탕으로 메이저 리그 액티브 로스터에 붙어있을 수 있었다. 그해 김하성은 유격수로 260이닝, 3루수로 165.2이닝, 2루수로 148이닝을 소화했다. 그는 가장 널리 쓰이는 선수의 수비 능력 평가 기준인 UZR(Ultimate Zone Rating)서 100이닝 이상 소화한 선수들 기준 유격수 ML 24위, 3루수 ML 9위, 2루수 ML 1위를 달성했다.

꿈의 리그서 첫해를 수비력으로 버텨낸 그는 공격력을 올리는 데 집중했다. 그는 밤마다 고속 피칭 머신을 상대로 수백번씩 스윙 연습을 했다. 피나는 노력으로 MLB 투수들의 강속구에 반응할 수 있는 선구안을 기른 것이다.

김하성은 MLB 데뷔 이듬해인 지난 시즌 WRC+이 70서 105로 크게 증가한 모습을 보였다. 페르난도 타티스 주니어의 부상과 약물 징계로 인해 1년 내내 주전으로 나서기도 했다. 수비력은 더욱 발전해 내셔널 리그 골드 글러브 유격수 부문 최종 후보에 선정되기도 했다. 야구팬들은 이제야 KBO서의 모습을 보여준다고 평했다.


김하성은 여기에 만족하지 않았다. 그는 올해 더욱 발전했다. 우선 공격에서는 타율이 지난해에 비해 1푼 올랐으며, 특히 볼넷을 75개나 얻어냈다. 더욱 발전한 선구안을 보여준 셈이다. 이 덕에 출루율이 0.025 가량 크게 상승했으며, 장타율도 0.400에 거의 가까운 수준으로 끌어올려 출루율과 장타율의 합산인 OPS(On-base Plus Slugging)가 지난해에 비해 0.050가량 올라갔다.

원래 기대받던 수비의 경우에도 타격이 각성된 7월에 반대급부로 잠시 부침을 겪었지만 그 외 기간에 꾸준히 리그 정상급 지표를 보여줬다. 미국야구연합회(SABR)이 만든 수비 통계 자료(SABR Defensive Index, SDI)서 내셔널리그 전체 9위, 2루수 1위에 랭크됐다. 

샌디에이고는 포지션을 가리지 않고 공을 잡아내는 김하성을 수비 핵심으로 두고 전천후로 활용했다. 김하성은 올 시즌 2루수로 856.2이닝, 3루수로 253.1이닝, 유격수로 153.1이닝을 소화하며 확실한 주전으로 자리 잡았다.

특히 넓은 수비 범위와 안정적인 포구, 팬들의 관심을 사로잡는 허슬플레이를 하며 ‘어썸 킴’이라는 애칭도 얻었다. 올 시즌 후반 MLB닷컴서도 김하성을 최고의 2루수로 소개하기도 했다. 

2루수 3루수 유격수 높은 수비율
실버슬러거 유틸리티 부문도 후보

어썸 킴 김하성이 올해 골드글러브를 수상하며 최고의 시즌을 보낸 것이 증명됐다. 지난 6일 MLB 사무국은 2023 롤링스 골드글러브 수상자를 발표했다.

내셔널리그 2루수, 유틸리티 부문 최종 후보에 이름을 올렸던 김하성은 무키 베츠(LA 다저스), 토미 에드먼(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을 제치고 내셔널리그 유틸리티 부문을 수상했다. 유틸리티 부문은 그동안 존재하지 않았다가 지난해 신설됐다.

2011년 이후 골드글러브 최종 후보에 오른 아시아 출신 선수는 구로다 히로키(2011년), 추신수(2012년), 다나카 마사히로(2018년), 마에다 켄타와 아키야마 쇼고(이상 2020년), 김하성(2022~2023년)에 불과하다.

한국인 선수로 골드글러브를 수상한 것도, 아시아 출신 내야수가 골드글러브를 받은 것도 올해 김하성이 처음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남다르다. ‘아시아 출신 외야수’까지 범위를 넓히더라도 2001년부터 10년 연속으로 골드글러브를 수상한 외야수 스즈키 이치로 이후 이번이 두 번째다.

공격과 수비를 함께 평가하는 KBO리그의 골든글러브와 달리 미국의 골드글러브는 포지션별로 최고의 수비를 선보인 선수들에게 돌아가는 상이다. 미국의 골드글러브는 각 구단 코칭스태프 투표와 미국야구연구협회(SABR)가 제공하는 수비 지표를 각각 75%, 25% 반영한다. 그만큼 김하성에 대한 평가가 높다는 뜻이다.

많은 관심을 모았던 내셔널리그 2루수 부문에서는 니코 호너(시카고 컵스)가 브라이언 스톳(필라델피아 필리스)과 김하성을 제치고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김하성은 골드글러브 수상 후 소속사인 서믹매니지먼트를 통해 “먼저 하나님께 영광을 돌린다”며 “기대했던 골드글러브를 수상하게 돼 진심으로 기쁘다”고 소회를 밝혔다. 이어 “무엇보다 메이저리그에 한국 야구를 알리게 된 점과 메이저리그를 꿈꾸는 한국 후배들에게 좋은 동기 부여가 된 것 같아 가장 기쁘다”며 “한국 야구를 더욱 빛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김하성은 내셔널리그 유틸리티 부문 실버슬러거 최종 후보에도 등록됐다. 실버슬러거는 타율·홈런·타점을 종합해 포지션별로 가장 타격이 뛰어난 선수에게 주는 상이다. 올해 김하성은 공수와 상관없이 최고의 퍼포먼스를 보인 셈이다.

소속팀 선수를 제외한 각 구단의 감독과 코치의 투표를 거쳐 각 수비 위치서 가장 타격이 좋은 선수에게 주어지는데, 투수가 타격하지 않는 아메리칸리그에는 실버슬러거 투수상이 없다. 지난해부터 내셔널리그 지명타자 제도가 도입되면서 투수 자리를 유틸리티 부문이 채웠다.

사실 김하성의 실버 슬러거 수상은 쉽지 않다. 경쟁자들의 성적이 워낙 좋기 때문이다. 베츠는 타율 3할7리, 39홈런, 107타점, OPS 0.987로 리그 최우수선수(MVP)급 성적을 냈고, 벨린저는 타율 3할7리, 26홈런, 97타점, OPS 0.881로 재기에 성공했다. 스티어의 성적은 타율 2할7푼1리, 23홈런, 86타점, OPS 0.820이다. 

자타공인
공수 활약

내년 3월 김하성이 다시 한국서 경기에 나선다. 오는 2024년 3월 20일과 3월21일 양일간 MLB World Tour의 일환으로 서울시리즈가 확정됐기 때문이다. 그가 뛰고 있는 샌디에이고와 유독 한국과 인연이 깊은 LA다저스가 맞대결을 펼친다. 

김하성도 한국 땅에서의 경기에 기대감을 드러냈다. 그는 “조국서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 메이저리그 야구를 대표할 기회가 있을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다”며 “디에이고 유니폼을 입고 한국서 뛸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기쁘고 행복한지 말로 표현할 수 없다”고 말했다.

<kcj5121@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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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캄보디아 주범 ‘리광호’ 정보기관 추적, 왜?

[단독] 캄보디아 주범 ‘리광호’ 정보기관 추적, 왜?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캄보디아를 향한 정부의 압박이 매섭다. 피해자이자 피의자인 한국인 수십명을 발 빠르게 송환한 데 이어 캄보디아에 대한 경제적 지원도 옥죌 계획이다. 정보·수사기관은 제일 먼저 대학생 피살 사건 핵심 인물인 리광호를 추적 중이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리광호는 이미 캄보디아를 떠나 라오스로 밀입국한 것으로 파악됐다. “리광호는 지난주에 이미 떴어요.” 리광호에게 대포통장을 만들어준 보이스피싱 조직원 A씨가 <일요시사>와의 연락에서 한 말이다. 리광호는 캄보디아 대학생 박모씨 피살 사건 주범으로 지목된 인물이다. 이미 캄보디아 시아누크빌에서 라오스 밀입국했다. 정보·수사기관도 관련 첩보를 입수하고 추적 중이다. “지난주에 이미 떴다” 리광호의 신상은 이미 이달 중순부터 텔레그램과 SNS 등을 통해 공개됐다. 1991년생인 리광호는 중국 길림성 훈춘시 출신이다. 키는 160㎝로 단신이며 각진 턱과 짧은 머리가 특징이다. 최종 학력은 초등학교(소학교) 졸업인 것으로 알려졌다. 캄보디아 수사당국은 박씨를 살해한 혐의로 중국 국적 조직원 3명을 체포했다. 앞서 박씨는 지난 7월17일 “현지 박람회에 다녀오겠다”고 한 뒤 캄보디아로 출국한 뒤 연락이 두절됐다가 3주 뒤 깜폿 보코산 인근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캄보디아 캄폿지방검찰청은 지난 10일 박씨를 살해한 혐의 등으로 이들을 재판에 넘겼으나 핵심 인물은 따로 있다. 이들 조직원 3명은 박씨의 시신을 옮길 때 현장에 있었을 뿐이었다. A씨는 “캄보디아 경찰이 박씨를 살해한 혐의로 리광호를 잡기 위해 지난 8월 그의 은신처를 급습했었는데 리광호가 몇 시간 전에 미리 알고 도주했다”고 말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국내 인터폴, 경찰, 국정원 등 정보·수사기관도 캄보디아와의 공조를 통해 리광호를 추적 중이다. 그는 이달 초 캄보디아 시아누크빌에서 라오스로 밀입국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라오스로 넘어갈 때 캄보디아 국경을 관리하는 공무원들에게 수천만원을 줬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넘어가기 직전에 대포 통장과 핸드폰을 급하게 만들어달라고 한 이후에 연락이 끊겼다. 지금은 미얀마로 넘어갈 준비라는 소문이 파다하다”고 주장했다. 수사기관 관계자도 “관련 첩보를 입수하고 추적 중인 건 맞다”며 “현지 경찰과도 공조 중이다. 자세한 내용은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말했다. 리광호는 5년 전 베트남 하노이에서 보이스피싱 조직의 중간 관리자였다고 한다. 조직 내 수익을 빼돌리려는 계획이 탄로나자 잠시 한국에 들어왔다가 지난해 7월 캄보디아 프놈펜으로 출국해 자신과 친분을 쌓은 이들을 모아 시아누크빌에 자리 잡았다. 리광호와 친분을 쌓은 인물 대부분은 조선족인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리광호는 조직에서 간부급은 아니었다. 납치 담당, 고문·협박 담당 등 맡는 일이 다 다른데 리광호는 가리지 않았다. 머리가 좋지 않아서 몸으로 하는 일을 주로 했다”고 설명했다. 라오스 북부 통해 미얀마 밀입국 준비 다른 주범 김, 강남 마약 음료 총책 이어 “조직 간부인 중국인들에게 무시당할 때마다 구금된 여자를 강간하거나 남자들에게 강제로 마약을 먹이고 폭행한다. 이건 리광호만 그런 게 아니다. 그러다가 구금된 이들이 죽으면 시신을 태운다”고 주장했다. 리광호는 현재 영등포경찰서와 인천지검의 수배 대상자다. 인터폴에서도 적색수배 상태로 확인됐다. 정보기관 관계자는 “중국에서도 마약 밀수 혐의로 수배에 오른 인물이다. 중국에 다시는 못 들어간다. 들어갔다가 걸리면 사형”이라고 말했다. 국내 정보·수사기관은 리광호 외에 김모씨도 추적 중이다. 김씨는 리광호와 함께 박씨 사건 주범으로 의심되는 인물이다. 특히 리광호와 김씨는 2년 전 강남 대치동에서 발생했던 마약 음료 사건의 유통책으로 확인됐다. 마약 음료 사건은 지난 2023년 이모씨 등이 필로폰과 우유를 섞어 만든 음료를 강남 대치동 학원가에서 미성년자에게 제공하고 마시게 했던 사건이다. 당시 이씨 일당은 마약 음료 수백병을 만든 뒤 2023년 4월 대치동 학원가에서 ‘집중력 강화 음료’ 시음 행사라며 미성년자 13명에게 제공하고 실제 9명이 마시게 했다. 이후 음료를 마신 학생의 부모에게 연락해 “당신 자녀가 마약 음료를 마셨으니, 경찰에 신고하겠다”고 협박해 금품을 뜯으려고 시도했다. 불특정 다수의 미성년자를 속여 급성 중독성 마약을 투약하고 부모까지 노린 신종 보이스피싱 범죄라는 점에서 사회적 파장을 불렀다. 중국에 있던 주범 이씨는 사건 발생 50여일 만인 2023년 5월 중국 지린성 내 은신처에서 중국 공안에 검거돼 강제로 송환됐다. 대법원은 지난 4월 이씨에게 징역 23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마약 음료 제조자 길모씨는 징역 18년, 마약 공급책 박모씨는 징역 7년이 확정됐다. 진짜 두목 따로 있다 당시 필로폰을 공급한 중국 국적 총책은 검거돼 캄보디아 법원에서 26년형을 선고받았다. 정보기관 관계자는 “리광호와 김씨는 수사를 통해 추적해 왔던 인물이다. 필로폰 4kg 이상을 밀반입하는 걸 주도했고 그걸 이씨와 박씨가 국내에 뿌렸던 사건으로 파악됐다”고 전했다. 리광호가 속한 캄보디아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의 웹사이트 중 일부는 북한 IT 전문가들이 구축한다는 게 <일요시사>와 접촉한 이들의 설명이다. 또 다른 조직원 B씨는 “전부 다 북한 애들이 하진 않는다. 허술한 웹사이트는 북한 전문가들의 작품이 아니다. 한국인 범죄자들은 피싱으로 중국 조직에 1억원의 수익을 안겨주면 수수료로 7~10%의 수고비를 받는다. 북한과 조선족은 더욱 싸다. 3~5% 정도면 굉장히 열심히 한다”며 “중국 조직 입장에서는 한국인들보단 북한이나 조선족을 동원하는 경우를 선호한다”고 했다. 최근 정부는 김진아 외교부 2차관을 단장으로 정부 합동 대응팀을 캄보디아에 파견했는데 여기에는 경찰청, 국정원 등이 참여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캄보디아 스캠 범죄를 매우 심각하게 여기고 국정원에 “발본색원해 완전히 해결될 때까지 조직의 사활을 걸고 확실하게 해결해 국민 걱정을 덜어드려라”는 특별지시를 내렸을 정도로 정보기관 내부에서는 리광호와 김씨와 같은 조직원들 추적에 사활을 건 분위기다. 국정원은 캄보디아 스캠 범죄조직은 중국 등 다국적 범죄조직이 캄보디아로 침투해 만들어진 것으로서 프놈펜, 시아누크빌을 비롯해 총 50여곳에 약 20만명의 조직원이 있는 것으로 추산했다. 이들 조직들의 범죄수익은 2023년 기준 125억 달러(약 18조원)로 캄보디아의 국내 총 GDP의 절반 수준에 달했다. 다국적 범죄조직 이들 조직은 과거 카지노 자금 세탁 등을 했던 조직으로 코로나 팬데믹 이후 국경이 폐쇄되면서 캄보디아로 침투해 스캠 범죄로 범죄를 변경했다. 이들 조직은 자체적으로 무장경비원까지 배치하고 있다. 비정부 무장단체가 장악한 지역이나 경제특구 등 캄보디아의 다양한 지역에 분포돼있어서 캄보디아 정부도 단속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국정원은 한국인들의 현지 방문 인원과 스캠 단지(웬치) 인근 한식당 이용 현황 등을 통해 스캠 단지에 있는 한국인 범죄 가담자를 1000~2000명가량으로 추산했다. 국정원은 이들에 대해 “100%는 아니지만, 피해자라기보다는 범죄에 가담한 사람들이라고 보는 게 더 정확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캄보디아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의 자금을 관리하는 배후로는 프린스그룹과 후이원이라는 현지 기업이 언급된다. 이 두 기업은 웬치에서 감금, 사기 행각을 벌이거나 북한 해킹 조직의 자금을 세탁하는 등 전방위 범죄를 저지르며 천문학적 수익을 벌어들였다. 프린스그룹은 캄보디아 최대 범죄 거점으로 지목된 ‘태자 단지’를 운영하는 등 조직적 인신매매와 불법 감금, 사기 등의 배후로 알려졌다. 중국에서도 불법 도박이나 성매매 등으로 범죄 자금을 벌어들였다. 베트남 국경 지역에 있는 진베이 단지는 중국 9개 성의 법원에서 심리된 83건의 형사사건에 연루된 상황이다. 천즈 프린스그룹 회장이 기업을 성장시킬 수 있었던 배경에는 훈 센 전 총리 등 캄보디아 고위층과 긴밀한 유착 관계를 형성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천즈는 수많은 논란에도 훈 센 전 총리 정권에 막대한 자금을 바치며 캄보디아의 최고위층 귀족 칭호인 ‘옥냐’를 캄보디아 국왕으로부터 수여받았다. 국내 은행사가 이들의 범죄 자금을 유통·세탁하는 데 이용됐을 우려도 나온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국민은행·전북은행·우리은행·신한은행·IM뱅크 등 국내 금융사의 캄보디아 현지 법인 5곳은 프린스그룹과 총 52건의 거래를 진행했다. 거래액은 1970억4500만원에 달한다. 아직 900억원이 넘는 자금이 여전히 현지에 남아 있다. 보이스피싱·스캠 조직 웹사이트 서버 북한이? 국정원·정보사 해외 파트·대북팀 동원해 추적 후이원은 범죄조직의 자금을 세탁하며 회사의 규모를 키웠다. 후이원은 ‘캄보디아의 알리페이’라고 불리는 후이원페이를 가지고 있는 금융, 결제, 정보기술(IT) 서비스 복합 기업이다. 이들은 자사의 기술력을 활용해 국제 해킹 조직이 사이버 사기, 랜섬웨어 등으로 얻은 범죄수익을 세탁해 왔다. 후이원페이는 훈 센 전 총리의 조카인 훈 토가 주요 주주로 등록된 회사이기도 하다. 정보기관에 따르면 이 기업은 북한 정찰총국 산하 해킹 그룹 ‘라자루스’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후이원은 공개·비공개 텔레그램 등 채팅방을 이용해 사기 조직과 자금 세탁범을 연결하고 범죄수익을 해외로 유출하는 역할을 담당했다. 2021년 이후 700억~890억 달러 규모의 가상화폐 거래를 중개했고 일부는 라자루스로 흘러 들어갔다. A씨는 “북한 IT 전문가들이 피싱·스캠 관련 웹사이트를 제작하기 시작한 건 4~5년 전부터”라며 “북한이 제작한 사이트의 경우 퀄리티가 상당하다. 그 대가로 후이원이 스테이블코인을 만들어 북한 쪽에 수익을 전달하기도 한다”고 주장했다. 국정원 해외 파트인 해외정보국과 대북 업무 담당자 상당수는 이미 캄보디아를 포함한 동남아 곳곳에서 관련 첩보를 입수 중이다. 국정원은 1차장이 해외 파트, 2차장이 대북·대공 업무를 담당한다. 2차장은 특히 북한 정보수집·분석 등 국정원의 대북 분야 실무를 총괄하는 자리다. 이외에도 국군정보사령부 동남아팀 휴민트(HUMINT·인간정보)들도 현지서 국정원과 정보를 공유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정보사 출신 한 군 고위 관계자는 “캄보디아 수도권에 대남공작원들이 많긴 하지만 웬치에 북한 대사관 관계자나 공작원들이 있진 않다. 그건 말도 안 되는 소리고, 단지 대가를 받고 캄보디아 범죄조직 사이트를 만들어주거나 불법적으로 벌어들인 자금으로 세탁해 주는 게 북한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김정은 배후? 북한 연루설 다른 정보기관 관계자도 “국정원을 비롯한 정보사가 이번 캄보디아 사건에서 할 수 있는 건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으로 인해 우리 국민이 피해를 본 금액이 얼마나 많은지와 북한에도 그 금액이 흘러 들어갔는지, 북한과 관련된 인물들이 얼마나 있는지 등이다. 캄보디아에서의 대남 관련자들은 절대로 개인적으로 특정 행위를 하지 않는다. 예시로 캄보디아 무역 또는 사업가, 식당을 운영하는 인물 등이 대남공작원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