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한국인 최초 골드글러브 김하성

빅리그 황금장갑 낀 ‘어썸 킴’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김하성이 꿈을 이뤘다. 세계 최고 야구리그라 불리는 메이저리그(MLB)서 내셔널리그 유틸리티 플레이어 부문 골드글러브를 수상했다. 한국인 메이저리거 첫 골드글러브인 동시에 아시아 출신 내야수 첫 골드글러브다. MLB 진출 초기 불안한 공격력을 보완해 실버 슬러거 후보에도 올랐다.

“김하성은 샌디에이고 내야서 다재다능함의 모델이다.” MLB닷컴이 김하성의 골드글러브 수상을 두고 이같이 호평했다. 김하성은 여러 포지션을 소화하는 유틸리티 부문서 수상자로 선정됐다. 한국인 선수 최초다. 2루수, 3루수, 유격수서 높은 수비율 보이며 ‘어썸 킴’으로 불렸다.

다재다능
괴물 신인

김하성은 1995년 10월17일 경기도 부천시에서 태어났다. 중학생 시절까지 고향인 부천서 다니다가 경기도 내 야탑고등학교로 진학했다. 야탑고에 진학한 후 1학년 때부터 주전으로 기용되면서 가능성을 인정받았다. 

1, 2학년에는 주로 유격수와 3루수로 나섰다. 기회는 많았지만 1, 2학년 합산 타율이 2할 초반일 정도로 타격서 다소 아쉬운 성적을 남기다가 3학년이 되면서 날아 올랐다. 2루수와 유격수로 출장하면서 높은 출루율과 장타율을 기록하기도 했다.

이 같은 성적을 발판 삼아 2014 KBO 신인 드래프트서 1, 2라운드에 거론됐고, 넥센 히어로즈의 2차 3라운드 지명을 받아 전체 29번째 순위로 프로에 입단했다.


프로에 입단한 뒤에는 임병욱, 하영민, 이용하와 함께 2014년 애리조나 캠프에 참여했다. 신인 중에서는 홀로 오키나와 캠프까지 따라갔다. 오키나와 캠프에서는 5경기 동안 18타수 10안타 4타점 6득점을 올리며 인상 깊은 활약을 보이기도 했다. 

당시 염경엽 넥센 히어로즈 감독은 “대주자로 활용할 수 있다면 내년 신인 중 가장 먼저 1군에 올라올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순철 SBS스포츠 해설위원은 김하성의 경기를 보고 “대졸 선수인 줄 알았는데 고졸 선수”라며 “고졸 선수가 저렇게 플레이하는 건 본 적이 없다. 몇 십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한 센스있는 내야수”라고 평가했다.

김하성은 1년 차 고졸 신인 선수임에도 감독과 코치진의 신뢰를 받았다. 주로 넥센 히어로즈의 유격수인 강정호의 백업으로 출전했다. 그가 1년 차에 출전한 경기 수는 60경기에 달한다. 1년 차에 플레이오프와 한국시리즈 명단에 포함되기도 했다.

그가 빛을 발한 건 2015년도부터다. 주전이었던 강정호가 피츠버그 파이리츠에 포스팅돼 메이저리그로 진출했기 때문이다. 김하성은 윤석민, 김지수, 백승룡, 임병욱과 유격수 자리를 두고 경쟁했다. 

2015년에는 신인왕에 도전했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입단 5년 이내에 누적 투구 이닝 30이닝 이하인 투수와 60타석 이하인 타자에게 신인왕 후보 자격을 준다. 2014년에는 60경기에 나서 59타석을 서며 아슬아슬하게 기준에 부합했다. 

아시아 내야수 최초
유틸리티 부문 수상

그해 김하성은 괄목할만한 성적을 거뒀지만 신인왕 수상에는 아쉽게 실패했다. 2년 차에 144경기 중 140경기에 출전해 타율 2할9푼, 홈런 19개 도루 22개를 기록했다. 넥센은 메이저리그로 건너간 강정호의 빈자리를 완벽하게 메꿨다고 평가했다. 히어로즈는 해당 성적으로 김하성의 연봉을 구단 최초로 300% 인상하기도 했다. 


2015년부터 2017년까지 수상과는 연이 없었다. 신인왕과 골든글러브 모두 2위로 수상에 실패했다. 특히 김하성의 2018년 성적은 냉탕과 온탕을 오갔다.

2018년 전반기 팔렘방자카르타아시안게임에서는 금메달을 획득했다. KBO 올스타전서 제러드 호잉을 단 1표 차로 제치고 미스터 올스타로 선정되기도 했다. 시즌 후에는 드디어 두산 베어스 김재호를 제치고 유격수 부문 골든글러브까지 수상했다. 그 동안 받지 못했던 상을 몰아서 받는 듯했다.

하지만 2위를 기록한 김재호와 비교했을 때 클래식 누적 스탯인 안타, 홈런, 타점 등에서는 더 뛰어나지만 비율스탯인 타율, 출루율, 장타율, 조정득점창출력(WRC+)은 모두 밀려 논란이 일었다. 

김하성은 논란을 겪고 더 강해졌다. 2019년 타율 3할7리, 19홈런, 득점 112(1위), 타점 104(2위), 33도루(2위)를 기록하며 커리어하이를 찍었다. 2020년 시즌에도 타율 3할6리, 30홈런, 109타점을 기록하며 ‘거포 유격수’의 계보를 이어갔다. 

2018년부터 2020년까지는 KBO 유격수 부문 골든글러브를 수상했다. 자타공인 국내 최고 유격수로 인정받은 것이다. 

김하성의 야망은 국내 최고서 그치지 않았다. 프로에 진출한 지 7년 만에 세계 최고 리그인 MLB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MLB서도 김하성의 진출을 눈여겨봤다. MLB닷컴은 김하성을 전 동료였던 강정호와 비교하며 콘택트와 수비, 그리고 운동능력이 더 뛰어나고 젊은 인재라고 평가했다.

절치부심
MLB 진출

김하성은 7시즌 동안 KBO서 타율 0.294, 133홈런, 575타점을 기록했다. 이는 강정호가 9시즌 동안 기록한 타율 0.298, 139홈런, 545타점과 비교해도 전혀 손색없다고 평가받는다. 강정호는 MLB 진출 첫해 아시아 우타자 한 시즌 최다 홈런의 기록을 세웠다. 김하성의 안정적인 MLB 진출을 기대했던 이유다. 

김하성은 2021년 새해를 하루 앞두고 샌디에이고와 4년 2800만달러 계약에 성공했다. 그에게 관심을 보였던 구단은 토론토 블루제이스, 텍사스 레인저스, 보스턴 레드삭스, 뉴욕 메츠, 신시내티 레즈 등이었다.

김하성은 이 중 MLB서 리그 최정상급 내야진을 갖춘 샌디에이고서의 경쟁을 선택했다. 샌디에이고의 3루에는 매니 마차도가, 유격수 자리에는 페르난도 타티스 주니어가 자리 잡고 있었다. 

매니 마차도는 볼티모어 오리올스의 프렌차이즈 스타였다. 당시 그는 3루수와 유격수를 모두 수준급으로 맡아 오리올스 내야수 전설인 브룩스 로빈슨, 칼 립켄 주니어의 후계자로 불렸다. 그는 올스타 6회, 아메리칸 리그 3루수 골드 글러브 2회, 아메리칸 리그 플래티넘 글러브, 내셔널 리그 3루수 실버 슬러거, All-MLB 퍼스트 팀 2회 등을 수상했다. 

페르난도 타티스 주니어는 샌디에이고서 유격수를 맡고 있다. 그는 아직 프로로 데뷔도 하지 않은 2016년 제임스 실즈와 트레이드 대상이 돼 샌디에이고 파드리스로 넘어왔다. 또 2019년 베이스볼 아메리카 선정 유망주 순위 2위에 선정되며 전미 탑급 유망주로 뽑혔다. 내셔널리그 신인왕 3위에도 올랐다. 


기대를 모았던 김하성의 MLB 첫 시즌은 실망스러웠다. 공격 부분에서는 타율 2할2리, 홈런 8개로 저조했다. 이로 인해 스트레스로 원형탈모까지 생겼다. 김하성은 이를 감추기 위해 염색에 장발을 했다. 원정경기 때 호텔 방으로 돌아와선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최정상 수비
공격력 의문?

김하성은 “인생서 정신적으로 가장 낮은 지점이었다”고 첫 시즌을 회상했다.

수비에서는 빛을 발했다. 저조한 공격력에도 수비력을 바탕으로 메이저 리그 액티브 로스터에 붙어있을 수 있었다. 그해 김하성은 유격수로 260이닝, 3루수로 165.2이닝, 2루수로 148이닝을 소화했다. 그는 가장 널리 쓰이는 선수의 수비 능력 평가 기준인 UZR(Ultimate Zone Rating)서 100이닝 이상 소화한 선수들 기준 유격수 ML 24위, 3루수 ML 9위, 2루수 ML 1위를 달성했다.

꿈의 리그서 첫해를 수비력으로 버텨낸 그는 공격력을 올리는 데 집중했다. 그는 밤마다 고속 피칭 머신을 상대로 수백번씩 스윙 연습을 했다. 피나는 노력으로 MLB 투수들의 강속구에 반응할 수 있는 선구안을 기른 것이다.

김하성은 MLB 데뷔 이듬해인 지난 시즌 WRC+이 70서 105로 크게 증가한 모습을 보였다. 페르난도 타티스 주니어의 부상과 약물 징계로 인해 1년 내내 주전으로 나서기도 했다. 수비력은 더욱 발전해 내셔널 리그 골드 글러브 유격수 부문 최종 후보에 선정되기도 했다. 야구팬들은 이제야 KBO서의 모습을 보여준다고 평했다.


김하성은 여기에 만족하지 않았다. 그는 올해 더욱 발전했다. 우선 공격에서는 타율이 지난해에 비해 1푼 올랐으며, 특히 볼넷을 75개나 얻어냈다. 더욱 발전한 선구안을 보여준 셈이다. 이 덕에 출루율이 0.025 가량 크게 상승했으며, 장타율도 0.400에 거의 가까운 수준으로 끌어올려 출루율과 장타율의 합산인 OPS(On-base Plus Slugging)가 지난해에 비해 0.050가량 올라갔다.

원래 기대받던 수비의 경우에도 타격이 각성된 7월에 반대급부로 잠시 부침을 겪었지만 그 외 기간에 꾸준히 리그 정상급 지표를 보여줬다. 미국야구연합회(SABR)이 만든 수비 통계 자료(SABR Defensive Index, SDI)서 내셔널리그 전체 9위, 2루수 1위에 랭크됐다. 

샌디에이고는 포지션을 가리지 않고 공을 잡아내는 김하성을 수비 핵심으로 두고 전천후로 활용했다. 김하성은 올 시즌 2루수로 856.2이닝, 3루수로 253.1이닝, 유격수로 153.1이닝을 소화하며 확실한 주전으로 자리 잡았다.

특히 넓은 수비 범위와 안정적인 포구, 팬들의 관심을 사로잡는 허슬플레이를 하며 ‘어썸 킴’이라는 애칭도 얻었다. 올 시즌 후반 MLB닷컴서도 김하성을 최고의 2루수로 소개하기도 했다. 

2루수 3루수 유격수 높은 수비율
실버슬러거 유틸리티 부문도 후보

어썸 킴 김하성이 올해 골드글러브를 수상하며 최고의 시즌을 보낸 것이 증명됐다. 지난 6일 MLB 사무국은 2023 롤링스 골드글러브 수상자를 발표했다.

내셔널리그 2루수, 유틸리티 부문 최종 후보에 이름을 올렸던 김하성은 무키 베츠(LA 다저스), 토미 에드먼(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을 제치고 내셔널리그 유틸리티 부문을 수상했다. 유틸리티 부문은 그동안 존재하지 않았다가 지난해 신설됐다.

2011년 이후 골드글러브 최종 후보에 오른 아시아 출신 선수는 구로다 히로키(2011년), 추신수(2012년), 다나카 마사히로(2018년), 마에다 켄타와 아키야마 쇼고(이상 2020년), 김하성(2022~2023년)에 불과하다.

한국인 선수로 골드글러브를 수상한 것도, 아시아 출신 내야수가 골드글러브를 받은 것도 올해 김하성이 처음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남다르다. ‘아시아 출신 외야수’까지 범위를 넓히더라도 2001년부터 10년 연속으로 골드글러브를 수상한 외야수 스즈키 이치로 이후 이번이 두 번째다.

공격과 수비를 함께 평가하는 KBO리그의 골든글러브와 달리 미국의 골드글러브는 포지션별로 최고의 수비를 선보인 선수들에게 돌아가는 상이다. 미국의 골드글러브는 각 구단 코칭스태프 투표와 미국야구연구협회(SABR)가 제공하는 수비 지표를 각각 75%, 25% 반영한다. 그만큼 김하성에 대한 평가가 높다는 뜻이다.

많은 관심을 모았던 내셔널리그 2루수 부문에서는 니코 호너(시카고 컵스)가 브라이언 스톳(필라델피아 필리스)과 김하성을 제치고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김하성은 골드글러브 수상 후 소속사인 서믹매니지먼트를 통해 “먼저 하나님께 영광을 돌린다”며 “기대했던 골드글러브를 수상하게 돼 진심으로 기쁘다”고 소회를 밝혔다. 이어 “무엇보다 메이저리그에 한국 야구를 알리게 된 점과 메이저리그를 꿈꾸는 한국 후배들에게 좋은 동기 부여가 된 것 같아 가장 기쁘다”며 “한국 야구를 더욱 빛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김하성은 내셔널리그 유틸리티 부문 실버슬러거 최종 후보에도 등록됐다. 실버슬러거는 타율·홈런·타점을 종합해 포지션별로 가장 타격이 뛰어난 선수에게 주는 상이다. 올해 김하성은 공수와 상관없이 최고의 퍼포먼스를 보인 셈이다.

소속팀 선수를 제외한 각 구단의 감독과 코치의 투표를 거쳐 각 수비 위치서 가장 타격이 좋은 선수에게 주어지는데, 투수가 타격하지 않는 아메리칸리그에는 실버슬러거 투수상이 없다. 지난해부터 내셔널리그 지명타자 제도가 도입되면서 투수 자리를 유틸리티 부문이 채웠다.

사실 김하성의 실버 슬러거 수상은 쉽지 않다. 경쟁자들의 성적이 워낙 좋기 때문이다. 베츠는 타율 3할7리, 39홈런, 107타점, OPS 0.987로 리그 최우수선수(MVP)급 성적을 냈고, 벨린저는 타율 3할7리, 26홈런, 97타점, OPS 0.881로 재기에 성공했다. 스티어의 성적은 타율 2할7푼1리, 23홈런, 86타점, OPS 0.820이다. 

자타공인
공수 활약

내년 3월 김하성이 다시 한국서 경기에 나선다. 오는 2024년 3월 20일과 3월21일 양일간 MLB World Tour의 일환으로 서울시리즈가 확정됐기 때문이다. 그가 뛰고 있는 샌디에이고와 유독 한국과 인연이 깊은 LA다저스가 맞대결을 펼친다. 

김하성도 한국 땅에서의 경기에 기대감을 드러냈다. 그는 “조국서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 메이저리그 야구를 대표할 기회가 있을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다”며 “디에이고 유니폼을 입고 한국서 뛸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기쁘고 행복한지 말로 표현할 수 없다”고 말했다.

<kcj5121@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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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구로발’ 국민의힘 당원 명부 유출 의혹

[단독] ‘구로발’ 국민의힘 당원 명부 유출 의혹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서울의 한 지역구에서 특정 당의 당원 명부가 유출됐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2020년부터 2022년까지 총선, 지방선거 등을 치르는 과정에서 일어난 일로, 당 관계자의 업무용 노트북에 담겨있던 정보가 뒤늦게 드러난 것이다. 올림픽 육상 100m 경기를 생각해 보자. 8개 레인에 각 나라를 대표하는 선수들이 선다. 이 선수들은 국내 선발전에서 1등을 차지했을 것이다. 국가대표로 뽑힌 선수는 올림픽에 출전해 예선을 치르고 결승에서 금메달을 다툰다. 0.01초 차이로 메달 색깔이 달라지는 경기에서 승자는 늘 단 1명뿐이다. 치열한 공천 경쟁 선거는 올림픽보다도 더 확고한 ‘승자 독식’ 구조다. 올림픽에선 2등에게 은메달, 3등에게 동메달이라도 주지만 선거에서 2등은 꼴찌와 같다. 당선자는 후보자에서 국회의원, 시·군·구의원, 구청장·군수, 시·도지사 등으로 신분 상승이 이뤄진다. 명예와 권력을 동시에 거머쥘 수 있는 자리로 순식간에 올라가는 셈이다. 이렇다 보니 선거에 출마하려는 후보들은 당선 가능성이 큰 자리로 몰린다. 어떤 경기든 일단 출발선에 서야 경쟁을 할 수 있듯, 선거에서 공천은 본선으로 가기 위한 1차 관문이 된다. 자리는 하나, 후보는 여럿이니 경쟁이 치열할 수밖에 없다. 일례로 최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서 불거진 공천 헌금 의혹은 자리를 돈으로 사려 했다는 내용으로, 관련자는 구속됐다. 최근 서울 구로구에서 일어난 당원 명부 유출 의혹도 공천 경쟁 과정에서 시작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의 업무용 노트북에서 수십개의 엑셀 파일이 발견됐는데 그중 일부가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 명부였고 이름, 연락처, 거주지 등이 포함된 이 파일이 상대 당의 후보 경선에 사용됐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2020년 21대 총선 당시 서울 구로을 지역구에서 거물급 인사가 후보로 맞붙었다. 구로을 지역은 서울에서 민주당 지지세가 가장 강한 곳이다. 17대(2004년)부터 지난 22대(2024년) 총선까지 20여년간 민주당이 이겼다. 민주당(당시 통합민주당)이 사상 최악의 패배를 당한 18대 총선에서도 구로을 지역은 넉넉하게 수성한 바 있다. 업무용 노트북에서 발견 이름·연락처·거주지 담겨 구로에서만 평생 살았다는 한 시민은 “선거 때마다 텃밭, 험지 이런 말을 많이 쓰지 않나. 구로는 국민의힘 입장에서 ‘사지’다. 민주당이 아주 꽉 잡고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 보니 총선 등에서 민주당 후보가 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하다. 몇몇 인사들은 바닥부터 훑어가며 선거를 준비한다. 민주당은 21대 총선 때 구로을 지역 후보로 윤건영 의원을 전략공천 형태로 낙점했다. 윤 의원은 당시 문재인정부 청와대 국정기획상황실장을 맡고 있었다. 현재까지도 문재인 전 대통령의 최측근이자 복심으로 불린다. 국민의힘은 서울 양천을 지역에서 내리 3선을 지낸 김용태 전 의원을 ‘자객’ 공천했다. 민주당의 독식으로 관심 지역에서 벗어나 있던 구로을이 순식간에 ‘격전지’로 떠올랐다. 문제는 구로을 지역 총선 출마를 준비하던 예비후보들이 있었다는 점이다. 이 가운데 민주당 조규영 전 서울시의원의 반발이 거셌다. 조 전 시의원은 2006년 지방선거에서 서울 비례대표로 정치권에 입성, 이후 구로2선거구에서 서울시의원으로 재선했다. 조 전 시의원은 최소한 경선은 치를 수 있게 해달라며 민주당의 전략 공천을 비판했다. 당시 조 전 시의원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기존 지역 당원 수보다 더 많은 권리당원을 모았다. 열심히 뛰었다. 누구와 경쟁하든 경선에서 이길 자신이 있었다”며 “그러나 결과는 낙하산 공천이었다. 저는 특혜나 찬스를 원하지 않았다. 공정한 경선만을 바랐다. 낙하산 공천은 공정하지도 않고 본선 경쟁력도 없다”고 강조했다. 어디에 사용했나 조 전 시의원은 노숙 단식까지 해가며 경선을 촉구했지만 결국 낙천했다. 이후 다른 선거에도 출마하지 않았다. 잊히는 듯했던 조 전 시의원의 이름이 최근 다시 거론되고 있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업무용 노트북에서 조 전 시의원의 이름이 표기된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 명부가 발견된 것이다.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국민의힘 당원들의 이름과 연락처, 행정동 등이 기재된 엑셀 파일은 ‘(보안철저)저쪽디비’ 폴더에 담겨있었다. 해당 파일의 ‘구분’ 부분에 ‘조규영 일반 당원’이라고 표기돼있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는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 명부가 맞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 명부에 민주당 구로을 국회의원 예비후보였던 조 전 시의원의 이름이 기재돼있다는 점에서 의심이 촉발됐다. 동시에 누가 노트북에 해당 파일을 옮겼는지도 관심사로 떠올랐다. 문서가 발견된 노트북은 2020년 총선 과정에서 당원협의회에 업무용으로 지급된 것으로 알려졌다. 다시 말해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만 사용할 수 있었다는 뜻이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 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 비례대표로 구로구의회에 입성한 A 구의원이 해당 노트북을 사용했다. A 구의원은 2022년 국민의힘 비례대표 후보로 공천을 받아 당선됐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여성부장을 맡은 이력도 있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에 따르면, 문제의 노트북은 A 구의원이 여성부장으로 활동할 무렵 사용했다가 후임자에게 넘겼다. 그는 “이후 여성부장이 바뀔 때까지 쭉 A 구의원이 가지고 있던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쉬쉬하다 이제서야 눈여겨볼 대목은 A 구의원의 이력이다. 그는 2022년 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 소속으로 비례대표 순번을 받아 당선됐지만, 2020년 총선 때까지만 해도 민주당 조 전 시의원을 보좌하는 수행비서 역할을 했다. 실제 조 전 시의원이 예비후보로 선거운동을 하는 모습이 찍힌 사진 곳곳에서 A 구의원을 확인할 수 있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에 따르면 “A 구의원은 조 전 시의원 낙천 이후 김용태 전 의원 배우자의 수행비서로 발탁됐다. 김 전 의원의 측근이 A 구의원을 추천한 것으로 안다”며 “2020년 총선에서 김 전 의원이 낙선하고 당협위원장으로 있을 당시 A 구의원이 비례대표로 공천받았다”고 설명했다. 민주당 측 정치인을 수행했던 인사가 국민의힘 소속으로 선거에 출마한 데 이어, 그가 직접 사용한 노트북에서 자신이 보좌했던 사람의 이름으로 파일명이 기재된 국민의힘 당원 명부가 발견된 셈이다. A 구의원이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 명부를 민주당 측에 유출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 대목이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는 “A 구의원이 조 전 시의원을 수행할 당시 지역구 경선을 대비해 당원 명부를 입수한 게 아닌가 싶다”며 “당시 경선까지 진행되지 않았기에 당원 명부가 실제 사용됐는지는 알 수 없지만 그 문서를 가지고 있었다는 자체만으로도 의아한 점이 많다”고 말했다. 또 다른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는 “사실 이 문제는 올해 1월경에 처음 드러났다. A 구의원이 당원협의회에 노트북을 반납하고 확인하는 과정에서 해당 폴더가 발견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쉬쉬’하다가 최근에 문제가 수면 위로 올라왔다”고 설명했다. 당협 회의에서 논의 A 구의원 “문제없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A 구의원의 당원 명부 유출 의혹은 지난 1월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에서 논의됐다. 해당 의혹이 구로 지역에서 확산하자 A 구의원이 먼저 이 문제를 먼저 거론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당원협의회 회의에 참석했던 관계자에 따르면 대부분 위원은 ‘덮고 가자’는 쪽으로 의견을 모았다고 한다. 문제가 불거지면 지방선거를 망칠 수 있다는 주장이었다. 일부 관계자가 “심각한 개인정보 유출” “해당 행위”라고 주장하면서 조사를 요청했지만 그 수가 많지 않아 관철되지 않았다. 회의에 참석한 한 위원은 “선거를 치르다 보면 당원 명단이 일부 흘러 다니는 경우가 있긴 하지만 이렇게 명부가 통째로 유출되는 건 심각한 일”이라며 “명백한 해당 행위다. 자체 조사를 통해 징계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윤리위원회 규정 제20조(징계사유)에 따르면 ▲당에 극히 유해한 행위를 했을 때 ▲현행 법령 및 당헌·당규·윤리 규칙을 위반해 당 발전에 지장을 초래하거나 그 행위의 결과로 민심을 이탈케 했을 때 등의 사유로 징계할 수 있다고 돼있다. 해당 관계자는 A 구의원의 행위가 당에 극히 유해한 행위라고 주장했다. 경찰 수사가 진행될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 해당 행위? 징계 가능성? A 구의원은 해당 의혹은 전부 해명됐다는 입장이다. 그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당협 회의에서 이 문제가 논의됐는데 문제없다고 결론 났다. (당원 명부 유출 의혹은) 일고의 논의 가치도 없는 주장”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해당 의혹을 언급한 제보자에게 허위사실 유포, 명예훼손 등으로 조치할 수 있다는 점을 전해 달라”고 말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