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가 있는 고택 ③인천시민애집

인천 근현대사 중심지 시민의 공간이 되다!

1883년 1월1일, 개항 직후 인천항 주변에는 외국인이 모여 살기 시작했다. 일본과 청나라 사람은 물론, 미국과 영국, 독일 등 서양인도 인천항 인근에 조계지를 형성했다. 이들은 인천구조계조약(일본), 인천구화상지계장정(청나라), 인천제물포각국조계장정(그 외 나라) 등을 체결해 경계를 나누고 개발에 나섰다. 1899년 경인선이 개통돼 외국인이 서울로 빠져나가기 전만 해도 이곳은 세계 각지서 온 이들로 북적거렸다고 전해진다.

지금도 인천항 주변인 인천개항장문화지구와 차이나타운에 일본과 청나라 조계지 모습이 남아 있다. 조계지 구역은 그 흔적이 적지만, 서양인이 사교 모임을 하던 구 제물포구락부(인천유형문화재) 건물이 건재하다. 그 앞에 자리한 인천시민애(愛)집도 조계지의 역사를 품고 있다. 자유공원 정상부에 있던 독일계 상사 세창양행 부지를 일본인 사업가가 매입해 저택을 짓고 살았기 때문이다.

조계지의 역사

인천시민애집 내력은 부침이 잦은 우리 근대사를 빼닮았다. 세창양행이 부지를 일본인에게 매각한 뒤, 광복 때까지 일본식 가옥이 있었다. 지금의 한옥은 인천시가 저택을 매입해 1966년에 완공한 건물이다. 인천시는 이 건물을 2001년까지 시장 관사로 활용했다.

바로 앞에 있는 중구청 청사가 인천시 청사였던 시절이다. 인천시청이 이전하며 시장이 떠난 관사는 인천역사자료관으로 꾸몄다가, 2021년 7월에 재정비를 마치고 시민에게 개방했다. 이때부터 인천시민애집이라는 이름을 얻었다.

인천시민애집은 크게 세 공간으로 나뉜다. 관사동이던 한옥을 ‘1883모던하우스’, 앞마당과 정원을 아울러 ‘제물포정원’, 경비동 건물을 ‘역사전망대’로 재구성했다. 달라진 부분은 많지 않다. 일본식 가옥이었을 때나 시장 관사였을 때의 흔적이 곳곳에 있다.


역대 인천시장이 거주한 1883모던하우스는 일본식 저택을 철거한 자리에 근대식 한옥을 올려 완성했다. 건물의 기초가 되는 기단은 남기고 외관을 변형한 ‘ㄷ 자형’ 한옥이다. 양쪽 날개는 각각 사랑채와 안채, 가운데 튀어나온 부분이 대청마루 역할을 했다.

나무 창틀에 커다란 유리창을 달아 실내에서도 정원을 감상할 수 있다. 시장 관사 시절에 사랑채는 집무실이었으며, 대청마루에서는 종종 행사나 연회를 열었다고 한다.

내부는 전통적인 가옥 형태에 1960~ 1990년대 가정집이 절묘하게 섞인 모습이다. 사랑채 천장에는 서까래가 보이지만, 다른 방에서는 눈에 띄지 않는다. 건물을 확장하며 당시 유행에 따라 조명과 천장 마감재를 바꾼 것이다. 수십년이 흐르며 시대에 맞게 여러 차례 보수한 흔적이기도 하다.

현관에 들어서면 왼쪽으로 사랑채, 오른쪽으로 대청마루와 디지털갤러리, 랜디스다원 등이 이어진다. 사랑채쉼터는 탁 트인 유리창 너머로 아름다운 정원을 감상하기에 적당하다. 창가에 의자와 쿠션 등을 비치했으며, 반대쪽 서가에는 책이 가득하다.

우리 근대사를 닮은 곳
다양한 전시 프로 있는 역사전망대도

지역 서점이 선정한 인천의 역사와 문화, 예술 관련 도서가 대부분이다. 공연과 전시, 소모임 등도 한다. 지난 8월에는 tvN 예능 프로그램 〈알쓸별잡〉을 이곳서 촬영했다.

복도인 역사회랑에서는 개항기부터 현대까지 인천의 역사를 살펴볼 수 있다. 인천을 거쳐 간 여러 인물, 특히 선교사들의 뒷이야기가 흥미롭다. 부엌은 디지털갤러리로 재탄생했다. 대형 디스플레이를 설치해 인천의 주요 관광자원을 영상으로 소개한다.


‘공과 사, 그 경계의 공간’에는 인천시민애집이 담긴 엽서, 1883모던하우스 밑그림에 나만의 감성으로 색을 채우는 컬러링 프로그램이 준비돼있다.

1883모던하우스의 가장 깊숙한 곳은 랜디스다원이다. 시장 관사 시절 안채로 쓰여서인지 사방이 탁 트인 쉼터와 달리 비교적 조용한 분위기다. 일행과 담소할 수 있도록 좌식 테이블과 방석 등을 갖췄다. 이곳서 향긋한 차를 마시며 이야기하는 멤버십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한국의 슈바이처’로 불린 엘리 랜디스(Eli B. Landis)의 숭고한 정신을 기리며 지은 공간 이름이다.

제물포정원은 1883모던하우스를 감싸고 있다. 부지 용도가 여러 차례 바뀌었어도 정원에는 일본식 저택 모습이 남았다. 경사도를 고려해 수직적으로 설계했으며, 큼지막한 바위로 계단과 주변을 꾸몄다. 바위를 끌어안은 나무뿌리가 정원의 역사를 가늠케 한다.

넓은 마당서 야외 행사도 개최한다. 마당 뒤에 굳게 닫힌 철문은 과거 방공호로 사용한 곳이다.

역사전망대는 인천항과 주변 풍경을 조망하는 건물이다. 개항기부터 현재까지 인천항의 역사를 한 눈에 내려다볼 수 있다. 역사전망대 내부는 1883모던하우스와 인근 제물포구락부를 보조하는 전시관 역할을 한다. 다양한 전시 프로그램이 있으니 잠시 들러보자.

조계지의 모습이 엿보이는 주변 관광지도 있다. 제물포구락부는 러시아 출신 건축가 아파나시 세레딘사바틴(Afanasii Ivan -ovych Seredin-Sabatin)이 설계해 1901년에 완공했다. 인천 조계지에 거주하던 외국인이 사교 모임 장소로 사용했다. 2층 양옥에 사교실, 도서실, 당구대, 식당 등이 있었다고 전해진다.

광복 후 이곳에 인천시립박물관이 들어섰다가, 2020년 복합 문화 공간으로 재탄생했다. 각종 문화·예술·공연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시민을 위한 방송 송출 시스템을 갖췄다.

대불호텔은 한국 최초의 서양식 호텔이다. 인천항으로 입국한 외국인이 서울로 향하기 전에 묵은 곳으로 알려졌다. 서양인을 상대로 영업한 만큼 영어 응대가 가능했고, 양식을 제공했다고 한다. 아쉽게도 대불호텔 건물은 남아 있지 않고, 2018년 과거의 모습을 토대로 재건축해 전시관을 개관했다.

대불호텔전시관에는 호텔 터에서 발견한 유구와 투숙객이 남긴 기록이 있으며, 당시 객실도 재현했다.

한국근대문학관

한국 근대사의 중심지로 꼽히는 인천에는 개항기 역사를 다루는 전시관과 박물관이 많다. 한국근대문학관도 그중 하나다. 일제강점기 물류 창고 건물을 리모델링해 근대 작가와 그들의 작품을 소개한다. 조선왕조가 몰락하는 1894년부터 광복 직후인 1948년까지 한국 근대문학의 형성과 흐름을 시간에 따라 구성했다. 곳곳에 멀티미디어를 활용한 전시와 포토 존, 엽서 쓰기 등 간단한 체험 프로그램이 있으니 그냥 지나치지 말자.



<여행 정보>
당일 여행코스

인천시민애집→제물포구락부→대불호텔전시관→한국근대문학관

1박2일 여행 코스
-첫째 날 인천시민애집→제물포구락부→대불호텔전시관→한국근대문학관
-둘째 날 인천개항박물관→짜장면박물관→자유공원→차이나타운

관련 웹 사이트 주소
-인천시민애집, 제물포구락부 https://jemulpoclub.org
-인천중구문화재단(대불호텔전시관) https://ijcf.or.kr
-한국근대문학관 http ://lit.ifac.or.kr

문의 전화
-인천시민애집, 제물포구락부 032)765-0261
-대불호텔전시관(중구생활사전시관) 032)766-2202
-한국근대문학관 032)773-3800

대중교통
전철 수도권 전철 1호선 인천역 1번 출구서 인천시민애집까지 도보 약 11분. 수인분당선 신포역 3번 출구서 인천시민애집까지 도보 약 17분.

*문의: 철도고객센터 1544-7788


자가운전
제2경인고속도로 능해 IC에서 우회전→고속종점지하차도서 숭의역 방면 지하차도→능안삼거리서 중구청 방면 좌회전→1.9㎞ 이동, KT항동지사 앞 삼거리서 홍예문로 방면 우회전→300m 이동, 신포로39번길 방면 좌회전→인천시민애집(자유공원공영주차장이나 인천중구청주차장 이용)

숙박 정보
-호텔월미여관: 중구 월미로, 032)764-0720
-유앤아이호텔: 미추홀구 미추홀대로722번길, 032)433-2500
-하버파크호텔: 중구 제물량로, 032)770-9500, www.harborparkhotel.com

식당 정보
-개성집(칼국수·만두): 중구 신포로23번길, 032)763-7070
-체나콜로 트라토리아(파스타): 중구 신포로15번길, 032)773-8155
-신승반점(유니자장면): 중구 차이나타운로44번길, 032)762-9467, http://ss-chinese.com

주변 볼거리
자유공원, 신포국제시장, 월미도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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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생기업 잡은’ 신정훈 의원실 수상한 보도자료

[단독] ‘생기업 잡은’ 신정훈 의원실 수상한 보도자료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한 업체가 국회의원실발 보도자료에 직격탄을 맞았다. 해당 업체는 보도자료의 내용이 사실과 다르다고 억울함을 토로했다. 보도자료를 쓴 의원실 보좌관은 “잘못된 부분이 없다”고 반박했다. 양측의 입장이 첨예하게 엇갈리는 상황에서 <일요시사>가 사건의 전말을 파헤쳐 봤다. 국회의원은 최고 헌법기관인 국회의 구성원인 동시에 개개인이 헌법기관이라는 이중적 지위를 갖는다. 법률을 만들고 개정하는 입법 기능 외에도 인사청문회, 국정감사 등을 통해 행정부를 견제하고 감시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투표로 선출된 ‘국민의 종’으로서 국회의원은 기자회견, 보도자료 등을 통해 국민에게 활동 상황을 보고한다. 국회의원 민원 창구? 국회의원 이름으로 하루에도 수건씩 보도자료가 쏟아진다. 법안을 발의하거나 지역구 예산을 수주했다는 내용, 자료와 데이터를 바탕으로 정부 기관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내용 등이다. 언론은 국회의원실발 보도자료를 받아 기사로 작성한다. 언론 보도는 사정기관의 감사나 수사 등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최근 한 국회의원실에서 나온 보도자료가 논란이 되고 있다. 보도자료에 언급된 정부 기관, 그 기관과 일하는 업체 등이 후폭풍에 휘말렸다. 보도자료를 받아 쓴 일부 매체는 언론중재위원회에 제소됐다. 언론사 기자들의 이메일로 배포된 보도자료는 국회의원실 보좌관이 직접 작성한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5월14일 더불어민주당 신정훈 의원실 오모 보좌관은 ‘경찰청, 순찰차 납품 지연 및 특정 업체 유착 의혹에도 자료 제출 거부!’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작성해 언론사 기자들에게 보냈다. 신정훈 의원은 전남 나주·화순을 지역구로 하는 3선 의원으로, 현재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다. 경찰청은 행정안전위원회의 피감기관이다. 순찰차는 일반 차량에 특장 작업을 거쳐 경찰청에 납품된다. 멀리서도 순찰차임을 확인할 수 있는 리프트 경광등을 달고 겉면에 스티커를 부착하는 ‘데칼’ 작업을 거쳐 수배·체납·도난 차량을 확인할 수 있는 멀티캠을 내부에 다는 등의 작업을 거친다. 순찰차 한 대를 특장하는 데 약 1700만원의 비용이 드는 것으로 알려졌다. 매년 1000여대의 노후 순찰차가 교체된다. 신정훈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해 노후 순찰차 959대를 교체하기 위해 총 491억원의 예산이 집행됐다. 하지만 이 중 약 225억원 상당인 343대가 납기를 맞추지 못했고 완성 검사를 통과하지 못했다. 또 납품업체의 문제로 순찰차 납품이 늦어졌는데도 불구하고 발주 기관인 경찰청은 지체상금 부과, 계약 해지 등의 조치를 하지 않는 등 직무유기를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신정훈 의원실의 자료 요구에 경찰청이 제출을 거부하고 있다고도 덧붙였다. 신정훈 의원실은 ‘공공계약에 정통한 한 법조계 관계자’의 “경찰청이 계약성 권리조차 행사하지 않고 이를 묵인한 데다 국회의 자료 제출 요구도 거부한 것은 행정 편의주의를 넘어 법적 의무의 명백한 방기”라며 “이 정도 사안이면 감사원 감사는 물론 직권남용과 배임 혐의까지 적용될 수 있는 중대한 사안”이라는 코멘트를 인용했다. 순찰차 납품 과정 지적 해당업체 “사실과 달라” 납품업체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신정훈 의원실은 “동일한 지배 구조를 가진 Y사(보도자료에는 A사)와 N사(B사)가 10여년간 경찰청의 대형 계약을 반복적으로 수주해 왔다”며 “수의계약이나 경쟁입찰의 형식을 빌린 사실상의 내정 또는 담합 행위로 해석될 수 있다. 공정거래법상 ‘부당 공동행위’ 및 ‘입찰 방해’에 해당될 여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N사는 Y사의 임직원이 만든 회사로 두 업체는 모회사-자회사 관계다. 신 의원은 “국민의 세금으로 집행되는 치안 장비 도입 사업이 법적 절차와 원칙을 무시한 채 일부 업체에 특혜로 왜곡되고 있다”며 “기존 계약분에 대한 의혹이 해소되지 않은 상태에서 신규 발주가 진행돼서는 안 된다. 철저한 진상 조사와 책임자 처벌, 재발 방지 대책이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보도자료를 바탕으로 몇몇 언론이 기사를 냈다. 보도 이후 납품업체인 Y사가 보도자료 내용에 사실과 다른 부분이 있다고 주장했다. Y사는 경찰, 법무부 등에 차량을 개조해 납품하는 특장업체다. Y사 관계자는 “보도자료가 배포되기 전, 기사가 나가기 전에 신정훈 의원실이나 언론으로부터 단 한 차례의 연락도 받지 못했다. 보도가 나간 이후 오 보좌관을 만나 사실과 다른 부분을 상세히 설명했지만 아무것도 반영되지 않았다. 오히려 지난달에 관련 보도가 한 차례 더 나갔다”고 주장했다. Y사는 경찰청과 직접 계약을 맺거나 현대자동차로부터 하도급을 받는 형태로 이번 납품에 참여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경찰청은 현대자동차로부터 616대(소나타), Y사로부터 73대(스타리아 37대, 넥쏘 36대), N사로부터 270대(아이오닉 181대, 그랜저 89대) 등 총 959대를 납품받았다. Y사 관계자는 신정훈 의원실에서 지적한 납품 지연과 검사 불합격에 대해 “제작은 이미 완료됐고 출고를 기다리던 중에 검사 하나가 마무리되면 또 다른 검사를 요청하는 식으로 5개월 동안 시간을 끌었다”며 “2015년부터 경찰청에 순찰차를 납품해 왔지만 이번을 제외하고 단 한 번도 납기에 늦은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우리와 N사의 계약 차량은 납품까지 5개월 넘게 걸렸고 H사의 계약 차량은 검사 하루 만에 출고 처리됐다”며 “그동안 경찰청 검사가 미진했다고 주장하려면 우리든 H사든 같은 잣대로 진행해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사실 확인 안 했다? H사는 순찰차에 설치하는 리프트 경광등을 제작하는 업체로 현대자동차와 하도급 계약을 맺고 납품한 것으로 알려졌다. Y사와 N사가 담합해 경찰청 계약을 10년 동안 수주해 왔다는 내용에 대해서는 “경찰청은 조달사업법에 따른 나라장터 종합쇼핑몰 우선 구매 제도를 통해 (업체들과) 계약했다. 나라장터에 물건을 올리면 경찰청에서 선택하는 방식”이라면서 “우리와 N사는 같은 차종으로 경쟁한 적이 단 한 차례도 없다”고 반박했다. 반면 오 보좌관은 순찰차 사업과 관련해 드러난 문제를 고치라고 여러 차례 얘기했는데 시정되지 않자 보도자료를 통해 지적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난 1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비서실에서 <일요시사>와 만나 “공무원이 어떤 업무를 하다가 다소간 실수가 발생할 수 있고 관행적으로 잘못된 부분이 있을 수 있다. 그걸 인정하고 시정하면 끝까지는 안 간다”고 말했다. 이어 “순찰차 관련 문제를 (경찰청에) 수도 없이 얘기했는데 고쳐지지 않았다. 1차 차량 검사에서 불합격이 나왔는데 2차 검사를 할 때 보니 1차에서 나온 문제가 하나도 시정되지 않았다. 3차 검사는 나도 모르게 진행됐다. 시험성적서를 달라는 말에도 개인 정보를 이유로 주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번에 납품한 순찰차에 설치된 경광등이 사양서에 맞지 않는다고도 지적했다. 오 보좌관은 “리프트 경광등의 핵심 기능은 주야간 150m 구간에서 잘 보여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번에 납품된 것은 그게 안 된다. 30m만 떨어져도 잘 보이지 않는다. 순찰차에 치명적인 장애”라고 비판했다. Y사 관계자는 “사양서가 존재하는데 30m 밖에서 안 보인다는 건 말이 안 된다. 경찰청에서 3회가량 시연회를 진행했고 현장에서도 더 밝다는 의견이 있었다. 경광등이 사양서와 일부 맞지 않는 건 애초에 사양서 자체가 H사의 제품에 맞춰진 것이기 때문”이라면서 “오히려 H사의 경광등이 경찰청 순찰차 사양서에 적용돼 2015년부터 2024년, 우리와 문제가 생기기 전까지 10여년간 독점적으로 사용됐다”고 반박했다. “현장 직원들 사이에서 고장이 잦아 수리 비용이 많이 나온다는 말을 들은 적 있다”는 이 관계자는 “이번 일이 일어난 것도 H사가 자사의 경광등을 납품하기 위해 오 보좌관에게 문제 제기를 한 게 시발점이 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시정 안 해” “문제 없다” 순찰차를 납품하는 업체들이 자사의 경광등이 아닌 다른 업체의 것을 사용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H사가 민감하게 반응하면서 이번 일이 일어났다는 것이다. Y사 관계자는 “2022~2023년 H사 경광등에 문제가 발생해 현대자동차가 납기를 놓치는 일이 일어났다. 이 일을 계기로 지난해 5~6월 경광등 납품업체를 바꾸려는 시도가 있었던 걸로 안다”고 주장했다. Y사 역시 H사와 경광등 발주 문제로 갈등을 겪었다. Y사 관계자는 “지난해 6월부터 11월까지 H사에 경광등 발주 견적서를 달라고 요청했지만 답을 받지 못했다. 납기가 (지난해) 12월12일까지라 우리한테도 시간이 많지 않았다. 그래서 (지난해) 11월15일 경찰청과 경광등 업체를 바꾸는 문제로 협의를 진행했고, 11월26일에 바뀐 업체의 경광등으로 우리 공장에서 시연회를 열었다”고 말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H사는 순찰차 납품업체들과의 갈등을 ‘민원’을 통해 해결하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 H사 대표가 신정훈 의원실 오 보좌관을 만나 억울함을 토로했고 그 내용이 지난 5월 나온 보도자료의 배경이 됐다는 의혹이다. 실제로 오 보좌관은 처음에는 민원을 받아 보도자료를 작성한 게 아니라고 했다가 나중에는 H사 대표를 만났다고 인정했다. 지난해 8월경 지역의 향우회장과 함께 H사의 대표가 찾아왔다는 것이다. 공교롭게도 오 보좌관이 경찰청의 순찰차 사업을 들여다보기 시작한 시기와 일치한다. 오 보좌관은 지난 5월14일에 나온 보도자료에 대해 묻자 “지난해 8월부터 이 문제를 파고 있었다”며 “내부에서 나온 정보도 있고 경찰청에서도 (순찰차 사업에 대해) 문제 의식을 갖고 있었다. 이 문제로 경찰청 관계자를 30~40번 만났다”고 밝혔다. 눈여겨볼 대목은 H사 대표가 같은 시기 신 의원에게 정치후원금을 냈다는 점이다. <일요시사>가 나주시·화순군 선거관리위원회를 통해 입수한 신 의원의 ‘연간 300만원 초과 기부자 명단’을 확인한 결과 H사 대표는 지난해 8월22일 500만원을 기부했다. 신 의원은 2014년 7월30일 보궐선거에서 당선돼 국회의원이 됐고 20대(2020년), 21대(2024년) 총선에서 배지를 달았다. 2014~2016년, 2020~2024년 등 신 의원이 국회의원 활동을 하는 동안 H사 대표가 후원금을 낸 건 지난해 8월이 유일하다. 경광등 업체 변경 문제 때문? “사기업 갈등에 보좌관이 왜?” 오 보좌관은 H사 대표가 신 의원에게 후원금을 낸 사실을 알았냐는 질문에 “몰랐다”면서 “회계를 관리하는 직원은 나주에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H사 대표에 대해 “이전까지 전혀 몰랐던 사람”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전체 정치후원금 모금 한도) 3억원 중에 500만원을 후원했다고 해서 지난해 8월부터 지금까지 이 문제에 매달리겠느냐”며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한 업체의 문제 제기가 합당하다고 생각했고, 자료를 받아보니 문제가 있다고 판단해 진행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보좌관은 “경찰차 특장 시장 자체가 그렇게 크지 않아 뛰어드는 업체도 많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맨날 같이 했던 업체를 빼버리면 가만히 있겠나. 나는 Y사가 욕심을 부리면서 이 상황까지 왔다고 생각한다. 기존에 해왔던 곳과 똑같이 하면 되지, 더 이익을 취하려 하느냐”고 되물었다. 업체 간 중재의 의도도 있었다는 것이다. H사 대표는 신 의원에게 후원금을 낸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민원과는 전혀 관계가 없다고 주장했다. 신 의원을 지지하는 차원에서 후원금을 냈다는 것이다. H사 대표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일을 잘하신다는 말을 들어서 후원금을 냈다. 지금 이 문제와는 무관하다”며 “사업을 접을까 생각할 정도로 머리 아픈 문제”라고 말했다. 지난해 8월 오 보좌관을 만나 민원을 넣었는지는 “오래돼서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고 했다. Y사는 신정훈 의원실발 보도자료로 큰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했다. Y사 관계자는 “정부 기관에 납품하는 제품을 만드는 건 맞지만, 엄연히 사기업 간 일어난 일에 국회 보좌진이 개입하는 게 맞는지 모르겠다”며 “기사가 나간 이후 우리 회사는 경제, 이미지 부분에서 큰 타격을 받았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경찰청과 지체상금에 대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업체 문제로 인한 지연이 결정되면 지체상금을 물어야 하는 상황이다. 차량 출고가 늦어지면서 보관을 위한 토지 대여료가 1억2000만원 정도 나갔다. 무엇보다 자회사인 N사의 신용등급 하락, 기사로 인한 이미지 훼손 등 무형적인 피해도 만만찮다”고 하소연했다. 받아쓴 언론 “취하해 달라” 한편 Y사는 신정훈 의원실에서 나간 보도자료로 기사를 작성한 매체 3곳을 언론중재위원회에 제소했다. Y사는 “언론의 잘못된 보도로 인해 명예가 심각하게 훼손됐으며 국민에게 경찰 장비 도입 과정에 대한 불신을 초래했다”며 “신청인(Y사)의 업무 수행 능력과 투명성에 대한 의구심을 야기해 치안 활동에 대한 신뢰도 저하로 이어질 수 있는 회복할 수 없는 피해를 입어 정정보도를 구한다”고 조정을 신청했다. Y사 관계자는 “2곳의 매체에서 ‘기사를 내릴 테니 소를 취하해 달라’는 내용의 답변을 언론중재위원회에 보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