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알쏭달쏭 민낯 남현희

모르고 만났나 알고도 받았나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짧은 팔다리의 악재를 극복한 펜싱 국민 영웅이 몰락하고 있다. 재벌 3세이며 대단한 투자자를 사칭한 전청조와 사랑에 빠진 남현희 전 펜싱 국가대표의 이야기다. 남현희는 자신의 유명세를 빌려주고 사기에 가담했다는 의혹에 피해자라고 주장하고 있다. 희대의 사기꾼인 전청조와의 결혼 발표부터 10일간 이야기를 <일요시사>가 다뤘다.

“그 악마를 제가 믿고 함께했던 그 시간들이 저 또한 어떻게 이럴 수가 있지라는 생각이 들어요.” 남현희 전 펜싱 국가대표가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나와 한 말이다. 이처럼 남현희는 전청조의 사기 행각을 몰랐다고 부인하고 있다. 전청조가 검거된 후 남현희가 이미 다 알고 있었다는 폭로가 나오며 상황은 급변하고 있다.

수강생에서
약혼남으로

남현희는 대한민국의 전 펜싱 국가대표였다. 그는 아시아 최초 국제펜싱연맹 세계랭킹 1위였으며 아시안게임과 올림픽 등 국제대회서 메달 99개를 획득한 한국의 펜싱 영웅이다. 2020년 8월부터 TV예능 <노는 언니> <골때리는 그녀들>에 출연하며 대중들에게 친근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남현희는 은퇴 후 서울 강남서 펜싱 학원을 운영했다. 28세 여성인데 펜싱을 남현희에게 직접 배우고 싶다는 전청조의 요청으로 이들의 인연은 시작됐다. 펜싱 수업을 진행하며 친구로, 친구서 동거인으로 관계는 점점 깊어졌다.

지난 8월21일, 남현희는 SNS로 이혼을 발표하면서 새로운 연인(전청조)이 생겼음을 알렸다. 남현희는 선수 시절인 2011년 11월20일 사이클 선수 공효석과 결혼했고 2013년 4월25일 딸을 출산했다. 지난달 23일에는 <여성조선>과의 인터뷰를 통해 재벌 3세이자 15세 연하인 전청조와 재혼한다고 밝혔다.


남현희는 이 시기 전청조에게 받은 각종 명품과 2억9000만원서 3억원을 호가하는 벤틀리 벤테이가 등 고가의 선물을 자신의 SNS에 자랑하듯 올리기도 했다.

하지만 재혼 발표 이후 상황은 바뀌었다. 언론사 홈페이지나 유튜브, 각종 커뮤니티에 약혼자인 전청조에 관해 사기, 사기 미수, 재벌 3세 사칭 등 여러 의혹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이에 남현희는 지난달 24일 SNS를 통해 “축하 주시는 분들, 걱정 주시는 분들 모두 그저 감사하다. 저 이제는 정말 행복하고 싶다. 딸과 행복하게 살 거다. 여기서 많은 이야기를 다 담을 수는 없지만 세상에 정말 못된 사람 많은 거 같다. 걱정해주시는 것만큼 하나씩 하고픈 말 풀면서 세상 더 잘 살아가겠다”고 밝혔다.

이어 “최근 보도된 기사를 통해 거짓 또는 악의적이거나 허위 사실을 담은 게시글 등으로 허위 사실이 유포될 경우 강력히 대응해나갈 예정”이라고 경고했다.

다음날 전청조의 사기에 관해 뒷받침해주는 증거와 자료들이 언론에 공개됐다. 전과도 점차 밝혀졌다. 전청조는 ‘원금 보장 투자 사기’ ‘결혼 사기’ ‘재벌 3세 사칭’ 등의 방법으로 피해자들을 상대로 현금을 편취했다. 전청조에 관한 다수의 고소·고발이 이어지기도 했다. 

재혼 발표 후 혼외자·성전환·임신 수면 위로
“악마에게 속았다” 폭로 상황 180도 뒤집혀

남현희는 논란이 거세지자 “다 전씨가 하자고 주도해서 움직인 것들이 거의 다”라며 “하나부터 열까지 전부였다”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그는 “전청조가 상위 0.001%의 고위층 자녀들을 대상으로 하는 펜싱 사업이기 때문에 집도 시그니엘로 이사해야 하고 명품을 입어야 하고 고가의 차를 타야 한다며 자신을 조종했다”고 설명했다. 남현희는 전청조가 자신의 유명세를 이용하려 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자신을 이용해서 주변 사람들을 타깃으로 삼았다고 말했다. 

전청조가 가짜 임신테스트기를 통해 임신인 것처럼 속였으며 “내가 파라다이스를 물려받을 건데 나도 내 자식에게 물려주고 싶다”고 말했다고도 폭로했다. 

그러나 사설탐정 겸 유튜버 ‘카라큘라’가 전청조 사기 사건 관련 남현희의 공범을 가능성을 제기하며 사건은 다른 양상으로 흘러갔다. 카라큘라는 유튜브 ‘카라큘라 탐정사무소’ 커뮤니티에 ‘남현희 감독님, 정말로 무고한 피해자 맞습니까’로 시작하는 글을 올렸다.

카라큘라는 벤틀리 소유주, 펜싱협회, 대기업 아나운서 출신 며느리, 펜싱 학원비 등에 관한 여러 의혹을 제기했다.

카라큘라는 “남현희가 전청조에게 선물받은 벤틀리는 전액 현금으로 구입한 3억8000만원 상당의 ‘남현희 소유’ 차량이며 이와 더불어 채무 변제금과 명품 선물까지 합치면 남현희는 전씨에게서 최소 10억원을 제공받은 셈”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전청조가 평소 타고 다니던 벤츠 마이바흐 차량은 남현희 명의로 계약된 리스 차량이다. 심지어 마이바흐가 아닌 벤츠 S450 차량으로, 엠블럼만 가짜로 붙인 짝퉁”이라고 의혹을 제기했다.

이어 “전청조가 펜싱계에 30억원을 투자한다는 빌미로 펜싱협회장을 함께 만나서 차기 회장 자리 약속받고 밥도 먹고 술도 먹은 것도 남현희는 원치 않았던 일인데 전청조가 푸시해서 한 일이냐”고 따져 물었다.

사기 공범?
진흙탕 싸움

다만 펜싱협회 관계자는 전청조와 만남을 가진 것은 맞지만 문제가 될까 우려해 투자 제안을 거절했다고 설명했다. 더불어 남현희 측이 투자 대가로 차기 협회장 자리를 요구했다는 의혹은 사실이 아니라고 부인했다.

카라큘라는 “펜싱 클럽에 자녀를 보낸 모 대기업 일가의 며느리이자 아나운서 출신으로 유명한 학부모를 전청조에게 소개해준 것도 남현희 본인 아니냐”며 “본인 개인 빚 1억4000만원은 왜 전청조가 대신 갚아줬나? 이것도 본인은 원하지 않은 건데 전청조가 억지로 한 것이냐”고 꼬집었다.

그는 “펜싱 클럽서 교육생들에게 사업자 통장이 아닌 개인 통장으로 교육비를 받으셨던데 설마 이것도 전청조가 억지로 시킨 건가”라고 묻기도 했다.

그러면서 “사기친 돈으로 함께 호의호식하다 모든 것이 밝혀지고 난 뒤 ‘난 몰랐다’는 눈물의 호소와 의혹을 제기하는 자들에게는 무더기 경찰 고소(했다)”라며 “화가 난 일가 친척들이 집으로 달려가 말싸움이 벌어지고 새벽 4시에 경찰이 출동할 만큼, 난리가 났던데 혹시 벤틀리가 전청조가 사준 올캐시 현금 차량인 걸 그동안 가족들에게 숨겼던 것이냐”고 남현희의 모순적인 행동을 지적했다.


입을 다물고 있던 전창조도 남현희 주장에 대해 반박하며 진흙탕 싸움은 더욱 깊어졌다. 전청조는 언론 인터뷰를 통해 자신이 유명 그룹의 혼외자이자 재벌 3세가 아닌 할머니와 함께 자란 ‘법적 여성’이라고 시인했다. 이어 앱 개발 등 투자 사기로 고소·고발된 사건에 대해 금전적 이득을 챙긴 사실도 인정하면서도 받은 투자금 대부분은 남현희와 남현희의 가족에게 전달했다고 주장했다.

전청조는 “남현희 대출금 갚아주고, 남현희 차 사주고 남현희 딸에게 용돈 등으로 쓰이기도 했고, 남현희 어머님한테 매달 용돈 드렸고, 남현희 명품 뭐 이런 것들 카드값 내주고”라면서 “따로 모아놨거나 그런 돈은 없다”고 반박했다.

전청조는 남현희가 재벌 3세가 아니라는 자신의 실체를 지난 2월에 알았다고 주장했다. 재벌 3세로 사칭하려 기자 역할 대행을 고용한 사실을 남현희가 알아챘고, 그 당시 모든 걸 사실대로 털어놨다는 것이다.

또 현재 법적으로 여성이 맞고 성전환이 끝난 게 아니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그는 “현재 법적으로 여자다. 성전환 수술을 하지 않았고, 남자가 되기 위해 현재 그 과정을 거치고 있는 중이다. 호르몬 주사를 맞았다”고 주장했다.

대질조사 요구
수사 상황은?

지난 7월 가슴 절제 수술을 했는데, 이는 남현희가 먼저 권유했다고 주장했다. 전청조는 “(남현희가)저한테 줄곧 ‘너가 가슴 때문에 남들한테 여자라고 들키겠어’라는 말을 했고, 진심으로 (남현희를)사랑했기 때문에 저 또한 큰 결심을 해서 수술을 하러 간 거였다”고 말했다.


또 남현희에게 가짜 임신테스트기를 건넨 적도 없다고 주장했다. 산부인과도 함께 찾았는데, 의사로부터 ‘유산이 된 것 같다’는 진단도 받았다고 한다.

전청조는 “임신테스트기는 모두 경호원분들이 사서 전달했고 두 줄이 나왔다”고 했다. 남현희가 자신과의 관계로는 임신이 불가능하다는 걸 알고 있었음에도 아이를 낳자고 한 이유에 대해 전청조는 “누구 아이라도 중요하지 않았다”고 했다.

남현희는 전청조의 범행에 연루됐다는 의혹이 제기되자 전청조와 대질조사를 경찰에 요구했다. 남현희 측 변호인은 의혹을 해소하기 위해 어떤 형태의 조사에도 응하겠다며 거짓말탐지기 조사도 요청했다. 거짓말탐지기 조사는 재판 과정서 직접 증거로 채택되기 어렵다. 하지만 공범 의심을 받는 남현희가 억울함을 벗겠다는 뜻으로 이를 신청했으며 전청조와 직접 만나 결백을 입증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전청조를 고소·고발한 다수 건에 관한 수사는 서울송파경찰서 관할로 병합됐다. 경찰은 지난달 30일, 전청조에 관한 체포영장과 통신내역 등 압수수색 영장을 신청했다. 다음날 서울동부지법은 오후 1시45분경 전청조에게 청구된 체포·통신·압수영장을 발부했다. 다만 압수영장은 청구된 2건 중 1건만 발부됐다.

경찰은 영장이 발부된 지 3시간도 지나지 않아서 전청조를 경기도 김포 소재의 친척집서 체포했다. 앞서 지난 2일, 경찰은 전청조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언론 플레이’ 서로에게 자충수
사기 가담 여부…조만간 조사

경찰에 따르면 전청조에 의한 사기 범행 피해자 수는 15명으로 피해 규모는 19억원이 상회한다. 전청조는 조사 과정서 대체로 혐의를 인정한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 관계자는 “수사 진행 상황에 따라 피해 규모는 계속 늘어날 수 있다”고 밝혔다.

한편 전청조는 사기 혐의와 별건으로 스토킹 혐의, 아동폭행 혐의로 성남중원경찰서에서 내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남현희가 전청조에게 받은 벤틀리 차량이 남현희의 명의로 등록돼있고 전청조가 운영한 펜싱학원 수익을 본인 계좌로 받았다는 정황이 곳곳서 나오면서 남현희가 공범이 아니냐는 의견도 나온다.

남현희는 아직 입건되지 않았다. 다만 남현희에 대한 고소도 진행된 만큼 조만간 입건될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전청조가 범죄수익을 남현희를 위해 사용했다고 주장한 만큼 남현희는 사기 및 범죄수익 관련 피의자가 될 가능성이 높다.

남현희와 전청조의 주장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어 남현희의 사기 행위에 대한 공조 및 가담 여부가 이번 사건의 쟁점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남현희가 전창조의 사기 행위를 인지하고 있었고 자신의 신용을 이용하도록 하고 이익을 분배받았다면 사기죄에 대한 공범으로 처벌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기망행위를 인지하고 있었다는 것도 방조범으로 같이 처벌받을 수도 있다.

주목되는 부분은 남현희가 전청조의 피해자들에게 직접 요리를 해줬다는 증언이다. 남현희가 전청조의 기망 행위를 인지하고도 전청조가 데려온 사기 피해자들에게 요리를 해줘 신뢰를 쌓았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안영림 법무법인 선승 변호사는 “남현희에 대한 고소도 같이 진행되고 있기에 단순 참고인으로 볼 수 없다. 전청조의 앞선 진술도 있기에 남씨가 사기 및 범죄수익 관련 피의자로 전환될 것 같다”며 “남현희가 요청한 대질조사를 통해 스스로 ‘혐의 없음’을 입증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남현희, 전청조의 주장이 상이한 만큼 중요한 증거가 있다. 김민석 강서구의회 의원이 MBN서 공개한 전청조의 통화 녹취에 따르면 전청조는 남현희가 경찰에 제출한 자신의 ‘세컨폰’에 공모한 정황이 담겨있다고 주장했다. 경찰은 해당 휴대전화 포렌식 작업을 진행 중이다. 

경찰도 진상규명에 열중이다. 윤희근 경찰청장이 지난달 30일 정례 간담회서 “전청조 관련 사건을 국가수사본부 차원서 최대한 신속하고 엄정하게 수사하겠다”며 “남씨의 공범 여부도 종합적으로 확인할 방침”라고 말했다. 송파경찰서는 현재 남현희 측과 참고인 조사와 고소인 조사 시점을 조율 중이다. 

여전히 피해자
공범입증 쟁점

남현희는 여전히 자신도 피해자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남현희는 송파경찰서에 전창조와 그의 어머니에 대한 고소장 및 고발장을 접수했다. 이와 함께 김 의원에 대해서도 무고, 허위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를 진행했다.

앞서 김 의원은 경찰에 전청조의 사기와 관련해 “남현희는 전청조로부터 명품 가방 등을 선물받았고, 전청조가 (투자금을 돌려 달라는)피해자들에게 ‘남현희에게 달라고 하면 된다’고 말할 정도로 깊은 관계로 보인다”며 남현희의 공범 여부를 수사해달라고 진정서를 접수했다. 

<kcj5121@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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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생기업 잡은’ 신정훈 의원실 수상한 보도자료

[단독] ‘생기업 잡은’ 신정훈 의원실 수상한 보도자료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한 업체가 국회의원실발 보도자료에 직격탄을 맞았다. 해당 업체는 보도자료의 내용이 사실과 다르다고 억울함을 토로했다. 보도자료를 쓴 의원실 보좌관은 “잘못된 부분이 없다”고 반박했다. 양측의 입장이 첨예하게 엇갈리는 상황에서 <일요시사>가 사건의 전말을 파헤쳐 봤다. 국회의원은 최고 헌법기관인 국회의 구성원인 동시에 개개인이 헌법기관이라는 이중적 지위를 갖는다. 법률을 만들고 개정하는 입법 기능 외에도 인사청문회, 국정감사 등을 통해 행정부를 견제하고 감시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투표로 선출된 ‘국민의 종’으로서 국회의원은 기자회견, 보도자료 등을 통해 국민에게 활동 상황을 보고한다. 국회의원 민원 창구? 국회의원 이름으로 하루에도 수건씩 보도자료가 쏟아진다. 법안을 발의하거나 지역구 예산을 수주했다는 내용, 자료와 데이터를 바탕으로 정부 기관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내용 등이다. 언론은 국회의원실발 보도자료를 받아 기사로 작성한다. 언론 보도는 사정기관의 감사나 수사 등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최근 한 국회의원실에서 나온 보도자료가 논란이 되고 있다. 보도자료에 언급된 정부 기관, 그 기관과 일하는 업체 등이 후폭풍에 휘말렸다. 보도자료를 받아 쓴 일부 매체는 언론중재위원회에 제소됐다. 언론사 기자들의 이메일로 배포된 보도자료는 국회의원실 보좌관이 직접 작성한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5월14일 더불어민주당 신정훈 의원실 오모 보좌관은 ‘경찰청, 순찰차 납품 지연 및 특정 업체 유착 의혹에도 자료 제출 거부!’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작성해 언론사 기자들에게 보냈다. 신정훈 의원은 전남 나주·화순을 지역구로 하는 3선 의원으로, 현재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다. 경찰청은 행정안전위원회의 피감기관이다. 순찰차는 일반 차량에 특장 작업을 거쳐 경찰청에 납품된다. 멀리서도 순찰차임을 확인할 수 있는 리프트 경광등을 달고 겉면에 스티커를 부착하는 ‘데칼’ 작업을 거쳐 수배·체납·도난 차량을 확인할 수 있는 멀티캠을 내부에 다는 등의 작업을 거친다. 순찰차 한 대를 특장하는 데 약 1700만원의 비용이 드는 것으로 알려졌다. 매년 1000여대의 노후 순찰차가 교체된다. 신정훈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해 노후 순찰차 959대를 교체하기 위해 총 491억원의 예산이 집행됐다. 하지만 이 중 약 225억원 상당인 343대가 납기를 맞추지 못했고 완성 검사를 통과하지 못했다. 또 납품업체의 문제로 순찰차 납품이 늦어졌는데도 불구하고 발주 기관인 경찰청은 지체상금 부과, 계약 해지 등의 조치를 하지 않는 등 직무유기를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신정훈 의원실의 자료 요구에 경찰청이 제출을 거부하고 있다고도 덧붙였다. 신정훈 의원실은 ‘공공계약에 정통한 한 법조계 관계자’의 “경찰청이 계약성 권리조차 행사하지 않고 이를 묵인한 데다 국회의 자료 제출 요구도 거부한 것은 행정 편의주의를 넘어 법적 의무의 명백한 방기”라며 “이 정도 사안이면 감사원 감사는 물론 직권남용과 배임 혐의까지 적용될 수 있는 중대한 사안”이라는 코멘트를 인용했다. 순찰차 납품 과정 지적 해당업체 “사실과 달라” 납품업체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신정훈 의원실은 “동일한 지배 구조를 가진 Y사(보도자료에는 A사)와 N사(B사)가 10여년간 경찰청의 대형 계약을 반복적으로 수주해 왔다”며 “수의계약이나 경쟁입찰의 형식을 빌린 사실상의 내정 또는 담합 행위로 해석될 수 있다. 공정거래법상 ‘부당 공동행위’ 및 ‘입찰 방해’에 해당될 여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N사는 Y사의 임직원이 만든 회사로 두 업체는 모회사-자회사 관계다. 신 의원은 “국민의 세금으로 집행되는 치안 장비 도입 사업이 법적 절차와 원칙을 무시한 채 일부 업체에 특혜로 왜곡되고 있다”며 “기존 계약분에 대한 의혹이 해소되지 않은 상태에서 신규 발주가 진행돼서는 안 된다. 철저한 진상 조사와 책임자 처벌, 재발 방지 대책이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보도자료를 바탕으로 몇몇 언론이 기사를 냈다. 보도 이후 납품업체인 Y사가 보도자료 내용에 사실과 다른 부분이 있다고 주장했다. Y사는 경찰, 법무부 등에 차량을 개조해 납품하는 특장업체다. Y사 관계자는 “보도자료가 배포되기 전, 기사가 나가기 전에 신정훈 의원실이나 언론으로부터 단 한 차례의 연락도 받지 못했다. 보도가 나간 이후 오 보좌관을 만나 사실과 다른 부분을 상세히 설명했지만 아무것도 반영되지 않았다. 오히려 지난달에 관련 보도가 한 차례 더 나갔다”고 주장했다. Y사는 경찰청과 직접 계약을 맺거나 현대자동차로부터 하도급을 받는 형태로 이번 납품에 참여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경찰청은 현대자동차로부터 616대(소나타), Y사로부터 73대(스타리아 37대, 넥쏘 36대), N사로부터 270대(아이오닉 181대, 그랜저 89대) 등 총 959대를 납품받았다. Y사 관계자는 신정훈 의원실에서 지적한 납품 지연과 검사 불합격에 대해 “제작은 이미 완료됐고 출고를 기다리던 중에 검사 하나가 마무리되면 또 다른 검사를 요청하는 식으로 5개월 동안 시간을 끌었다”며 “2015년부터 경찰청에 순찰차를 납품해 왔지만 이번을 제외하고 단 한 번도 납기에 늦은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우리와 N사의 계약 차량은 납품까지 5개월 넘게 걸렸고 H사의 계약 차량은 검사 하루 만에 출고 처리됐다”며 “그동안 경찰청 검사가 미진했다고 주장하려면 우리든 H사든 같은 잣대로 진행해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사실 확인 안 했다? H사는 순찰차에 설치하는 리프트 경광등을 제작하는 업체로 현대자동차와 하도급 계약을 맺고 납품한 것으로 알려졌다. Y사와 N사가 담합해 경찰청 계약을 10년 동안 수주해 왔다는 내용에 대해서는 “경찰청은 조달사업법에 따른 나라장터 종합쇼핑몰 우선 구매 제도를 통해 (업체들과) 계약했다. 나라장터에 물건을 올리면 경찰청에서 선택하는 방식”이라면서 “우리와 N사는 같은 차종으로 경쟁한 적이 단 한 차례도 없다”고 반박했다. 반면 오 보좌관은 순찰차 사업과 관련해 드러난 문제를 고치라고 여러 차례 얘기했는데 시정되지 않자 보도자료를 통해 지적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난 1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비서실에서 <일요시사>와 만나 “공무원이 어떤 업무를 하다가 다소간 실수가 발생할 수 있고 관행적으로 잘못된 부분이 있을 수 있다. 그걸 인정하고 시정하면 끝까지는 안 간다”고 말했다. 이어 “순찰차 관련 문제를 (경찰청에) 수도 없이 얘기했는데 고쳐지지 않았다. 1차 차량 검사에서 불합격이 나왔는데 2차 검사를 할 때 보니 1차에서 나온 문제가 하나도 시정되지 않았다. 3차 검사는 나도 모르게 진행됐다. 시험성적서를 달라는 말에도 개인 정보를 이유로 주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번에 납품한 순찰차에 설치된 경광등이 사양서에 맞지 않는다고도 지적했다. 오 보좌관은 “리프트 경광등의 핵심 기능은 주야간 150m 구간에서 잘 보여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번에 납품된 것은 그게 안 된다. 30m만 떨어져도 잘 보이지 않는다. 순찰차에 치명적인 장애”라고 비판했다. Y사 관계자는 “사양서가 존재하는데 30m 밖에서 안 보인다는 건 말이 안 된다. 경찰청에서 3회가량 시연회를 진행했고 현장에서도 더 밝다는 의견이 있었다. 경광등이 사양서와 일부 맞지 않는 건 애초에 사양서 자체가 H사의 제품에 맞춰진 것이기 때문”이라면서 “오히려 H사의 경광등이 경찰청 순찰차 사양서에 적용돼 2015년부터 2024년, 우리와 문제가 생기기 전까지 10여년간 독점적으로 사용됐다”고 반박했다. “현장 직원들 사이에서 고장이 잦아 수리 비용이 많이 나온다는 말을 들은 적 있다”는 이 관계자는 “이번 일이 일어난 것도 H사가 자사의 경광등을 납품하기 위해 오 보좌관에게 문제 제기를 한 게 시발점이 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시정 안 해” “문제 없다” 순찰차를 납품하는 업체들이 자사의 경광등이 아닌 다른 업체의 것을 사용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H사가 민감하게 반응하면서 이번 일이 일어났다는 것이다. Y사 관계자는 “2022~2023년 H사 경광등에 문제가 발생해 현대자동차가 납기를 놓치는 일이 일어났다. 이 일을 계기로 지난해 5~6월 경광등 납품업체를 바꾸려는 시도가 있었던 걸로 안다”고 주장했다. Y사 역시 H사와 경광등 발주 문제로 갈등을 겪었다. Y사 관계자는 “지난해 6월부터 11월까지 H사에 경광등 발주 견적서를 달라고 요청했지만 답을 받지 못했다. 납기가 (지난해) 12월12일까지라 우리한테도 시간이 많지 않았다. 그래서 (지난해) 11월15일 경찰청과 경광등 업체를 바꾸는 문제로 협의를 진행했고, 11월26일에 바뀐 업체의 경광등으로 우리 공장에서 시연회를 열었다”고 말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H사는 순찰차 납품업체들과의 갈등을 ‘민원’을 통해 해결하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 H사 대표가 신정훈 의원실 오 보좌관을 만나 억울함을 토로했고 그 내용이 지난 5월 나온 보도자료의 배경이 됐다는 의혹이다. 실제로 오 보좌관은 처음에는 민원을 받아 보도자료를 작성한 게 아니라고 했다가 나중에는 H사 대표를 만났다고 인정했다. 지난해 8월경 지역의 향우회장과 함께 H사의 대표가 찾아왔다는 것이다. 공교롭게도 오 보좌관이 경찰청의 순찰차 사업을 들여다보기 시작한 시기와 일치한다. 오 보좌관은 지난 5월14일에 나온 보도자료에 대해 묻자 “지난해 8월부터 이 문제를 파고 있었다”며 “내부에서 나온 정보도 있고 경찰청에서도 (순찰차 사업에 대해) 문제 의식을 갖고 있었다. 이 문제로 경찰청 관계자를 30~40번 만났다”고 밝혔다. 눈여겨볼 대목은 H사 대표가 같은 시기 신 의원에게 정치후원금을 냈다는 점이다. <일요시사>가 나주시·화순군 선거관리위원회를 통해 입수한 신 의원의 ‘연간 300만원 초과 기부자 명단’을 확인한 결과 H사 대표는 지난해 8월22일 500만원을 기부했다. 신 의원은 2014년 7월30일 보궐선거에서 당선돼 국회의원이 됐고 20대(2020년), 21대(2024년) 총선에서 배지를 달았다. 2014~2016년, 2020~2024년 등 신 의원이 국회의원 활동을 하는 동안 H사 대표가 후원금을 낸 건 지난해 8월이 유일하다. 경광등 업체 변경 문제 때문? “사기업 갈등에 보좌관이 왜?” 오 보좌관은 H사 대표가 신 의원에게 후원금을 낸 사실을 알았냐는 질문에 “몰랐다”면서 “회계를 관리하는 직원은 나주에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H사 대표에 대해 “이전까지 전혀 몰랐던 사람”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전체 정치후원금 모금 한도) 3억원 중에 500만원을 후원했다고 해서 지난해 8월부터 지금까지 이 문제에 매달리겠느냐”며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한 업체의 문제 제기가 합당하다고 생각했고, 자료를 받아보니 문제가 있다고 판단해 진행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보좌관은 “경찰차 특장 시장 자체가 그렇게 크지 않아 뛰어드는 업체도 많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맨날 같이 했던 업체를 빼버리면 가만히 있겠나. 나는 Y사가 욕심을 부리면서 이 상황까지 왔다고 생각한다. 기존에 해왔던 곳과 똑같이 하면 되지, 더 이익을 취하려 하느냐”고 되물었다. 업체 간 중재의 의도도 있었다는 것이다. H사 대표는 신 의원에게 후원금을 낸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민원과는 전혀 관계가 없다고 주장했다. 신 의원을 지지하는 차원에서 후원금을 냈다는 것이다. H사 대표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일을 잘하신다는 말을 들어서 후원금을 냈다. 지금 이 문제와는 무관하다”며 “사업을 접을까 생각할 정도로 머리 아픈 문제”라고 말했다. 지난해 8월 오 보좌관을 만나 민원을 넣었는지는 “오래돼서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고 했다. Y사는 신정훈 의원실발 보도자료로 큰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했다. Y사 관계자는 “정부 기관에 납품하는 제품을 만드는 건 맞지만, 엄연히 사기업 간 일어난 일에 국회 보좌진이 개입하는 게 맞는지 모르겠다”며 “기사가 나간 이후 우리 회사는 경제, 이미지 부분에서 큰 타격을 받았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경찰청과 지체상금에 대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업체 문제로 인한 지연이 결정되면 지체상금을 물어야 하는 상황이다. 차량 출고가 늦어지면서 보관을 위한 토지 대여료가 1억2000만원 정도 나갔다. 무엇보다 자회사인 N사의 신용등급 하락, 기사로 인한 이미지 훼손 등 무형적인 피해도 만만찮다”고 하소연했다. 받아쓴 언론 “취하해 달라” 한편 Y사는 신정훈 의원실에서 나간 보도자료로 기사를 작성한 매체 3곳을 언론중재위원회에 제소했다. Y사는 “언론의 잘못된 보도로 인해 명예가 심각하게 훼손됐으며 국민에게 경찰 장비 도입 과정에 대한 불신을 초래했다”며 “신청인(Y사)의 업무 수행 능력과 투명성에 대한 의구심을 야기해 치안 활동에 대한 신뢰도 저하로 이어질 수 있는 회복할 수 없는 피해를 입어 정정보도를 구한다”고 조정을 신청했다. Y사 관계자는 “2곳의 매체에서 ‘기사를 내릴 테니 소를 취하해 달라’는 내용의 답변을 언론중재위원회에 보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