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초대석> 무당 조심하라는 무당 이야기

  • 김민주 기자 alswn@ilyosisa.co.kr
  • 등록 2023.11.07 17:16:35
  • 호수 1452호
  • 댓글 0개

“선무당이 떼돈 번다”

[일요시사 취재1팀] 김민주 기자 = 지난달 24일 오후 2시 <일요시사>는 경기도 모처에 신당을 차린 무당 이지선(가명, 40세) 보살을 만났다. 이 보살은 “무당은 넘어진 사람의 손을 잡아주는 역할을 한다. 지금 찾아오는 신도 중에서 무당에게 사기당한 사람도 있고 나도 신내림 받기 전에 그랬다. 이 부분이 너무 안타깝다”고 말했다.

무당이 100만명을 넘는 시대다. 무당이 아파트나 빌라에 신당을 차린 경우는 티가 나지 않지만 어떤 지역은 한 집 건너 한 집에 무당집 표식인 깃발이 걸려있다. 한국에 그만큼 무당이 많다는 의미다. 그렇다고 무당 본인은 무당이 되고 싶었을까? 대부분 무당은 본인이 선택해서 되는 게 아니다. 하고 싶은 일, 공부는 물론, 심지어는 가족까지 버리면서 무당의 길을 택한다.

떡잎부터
다르다

그만큼 무당들은 험난한 길을 걷는다. 이들은 자신의 신당, 굿당 등에서 의례를 한다. 기운이 좋다고 알려진 유명한 산에 직접 찾아가 낮이나 밤이나 치성을 드리고 굿을 한다. 신도를 위해 기도해야 하는 만큼, 끊임없이 도를 닦는 마음으로 산다. 

마음 놓고 연애나 결혼도 하지 못한다. 일반인들에게는 당연한 인생 계획도 이들에겐 사치다. 모든 것은 무당이 모시는 신령에게 물어서 선택한다. 이 보살도 마찬가지였다. 어렸을 때부터 남들과 달랐다. 

이 보살은 “어릴 적부터 예지몽을 많이 꿨고 나도 모르게 점을 보기도 했다. 그런데 우리 집은 천주교 집안이어서 어릴 때 일요일이면 항상 성경책을 들고 성당에 가 세례도 받았다. 이런 상황이니 부모님께 많이 혼났다”고 말했다.

어린 이 보살의 말을 부모는 부담스럽게 여겼다. 엄마가 운전면허 시험을 치르러 가는 날에도 특별한 꿈을 꿨다. 이 보살은 운전면허 시험을 치러 가는 엄마를 향해 “엄마, 꿈에서 엄마가 머리에 가위를 가져와서 자르는 느낌이 들었는데 자르진 않았어. 엄마 운전면허 시험 붙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 보살은 자신의 꿈에서 엄마가 머리를 잘랐으면 면허에 떨어지지만 머리를 자르지 않았으니 면허에 붙을 거라고 이해했다. 이 보살의 예상대로 엄마는 시험에 붙었다. 시험을 제대로 친 것은 아닌데 시험 감독관이 배려해줘서 붙은 것이다.

8세 때는 농악놀이, 풍물놀이 꿈을 자주 꿨다. 눈을 감으면 상모 돌리는 모습이 보이기도 했다. 그냥 꿈이라고 하기엔 싸한 느낌이었다. 이런 말을 부모님에게 하면 “쓸데없는 소리하지 말라”고 야단맞기 일쑤였다. 

그러나 그냥 넘기기엔 너무 생생한 꿈이었다는 이 보살은 “지금도 어렸을 때 꿨던 꿈이 꿈인지 생시인지 분간이 안 된다. 매일 그런 꿈을 꾸는 것은 아니고 잊을만하면 꿨다. 그래도 어릴 때는 내가 이상하다고 생각은 안 했는데 학교에 입학하고 친구가 많이 생기니 내가 남들과 다르다는 것을 알았다”고 전했다.

초등학교 3학년 때는 방과 후 친구들과 뛰어놀다가 넘어져 무릎을 다쳤다. 놀란 친구가 뛰어와 괜찮냐고 묻자 그는 “내 옆에 할머니가 도와주잖아”라고 괜찮다고 했다.

‘할머니가 어디 있느냐’는 물음에 이 보살은 “그때는 정확하게 할머니가 보인 것은 아니다. 화사한 빛이 느껴졌다. 그래서 나도 모르게 그렇게 말했던 것”이라며 “지금 생각하면 왕따 당하지 않은 게 다행이다. 친구들은 ‘쟤 왜 저래’라고 생각했다”고 과거를 회상했다.

“예수님, 부처님 모두 있다고 믿어”
무당 아닌데 사기 당해 무당 되기도

이때부터 이 보살은 정확하게 본인이 친구들과 다르다는 것을 알았다. 내가 보이는 게 남들에게 보이지 않는다는 점을 정확하게 인지한 것이다.

어쨌든 부모는 이 보살이 ‘남들이 보지 못하는 것’ ‘미래를 예언하는 것’을 싫어했기 때문에 모르는 척했다. 집안 가세가 기우는 것도 이쯤부터였다. 저렴한 콩나물을 잔뜩 사서 한 달을 버텼다. 집안 형편상 그는 고등학교 졸업 후 취직을 해야 했다. 어린 마음에 집안에 보탬이 되고 싶었던 것이다.

당시 그의 영험함을 알고 있던 주위의 지인들은 “무당이 돼야 하는 것 아니냐”고 넌지시 제안했지만 이 보살은 무당이 싫었다. 가까운 지인 중 두 명의 무당이 있었는데 모두 다 너무 가난했던 탓이다. 신당은 차렸지만 손님이 없어서 파리만 날리는 수준이었다.

이들의 신 선생은 “굿을 해야 입이 터진다” “특별 기도를 해야 한다”고 종용했으며, 실제로 그에게 쓴 돈만 1억원이 넘을 지경이었다. 

무당이 신당을 차린 후 문을 닫는 과정은 파란만장하다. 초창기엔 호기심에 신도들이 찾아와도 점이 틀리니 재방문은 있을 리가 없었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혼자 기도 다녔고, 우연히 만난 무당이 “점을 잘 보게 해준다”고 해서 따라갔다가 사기를 당하기도 했다. 

이 보살은 “무당이라고 하면 정말 지긋지긋하다. 주위서 신 선생에게 사기당하는 것을 너무 많이 봤다. 나도 이상한 일을 많이 겪어서 죽어도 무당은 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그런데 20대 초반부터 머리가 돌기 시작했다”고 회상했다.

여기서 말하는 ‘머리가 돈다’는 의미는 일반적인 정신병을 말하는 게 아니다. 이 보살은 평상시에 멀쩡히 생활했다. 그러다가 사람만 보면 뭐가 쓰인 것처럼 점을 보고 싶었고 입을 멈출 수 없었다.

이 보살은 “남들이 보면 그냥 정신병자다. 그때 나도 차라리 그냥 미쳤으면 했다. 그러면 정신병원 가서 고치면 되니까. 집에서는 나를 빙의 환자 취급했다”고 힘들었던 과거에 대해 회상했다.

내 옆에
누군가…

그만큼 웃을 수 없는 사연도 많았다. 친구들과 술집에 놀러 갔을 때의 일화도 털어놨다. 작은 술집이라 옆 테이블 간 거리가 가까웠는데 이 보살 옆에는 또래 남성 4명이 술을 마시고 있었다. 

그때 이 보살이 갑자기 앉아있던 남성에게 울면서 “야, 내가 너 할머니야”라고 말을 걸었다. 당연히 모두 놀랐고 친구들은 그만 하라며 말렸다. 하지만, 이 보살 입에선 “너, 나 때문에 마음 상하지 마라. 슬퍼하지 마라. 울지 마라. 나 잘갔다. 그러니 나 때문에 힘들어하지 말라”는 말이 튀어나왔다.

그 말을 들은 남성도 눈물이 터졌다. 알고 보니 그는 부모가 아닌 할머니 아래서 자랐는데, 고등학교 졸업 후 미국으로 유학 간 사이에 돌아가셨던 것이다. 할머니 임종을 지키지 못했다는 마음에 1년 동안 괴로워하고 있었는데 이 보살 몸에 할머니가 들어와서 마음을 전했던 것이다.

이 보살은 “남성 얼굴을 스치듯 보고는 순간 할머니가 그냥 떠올랐다. 이런 식으로 나도 모르게 점을 봤는데 참을 수가 없었다. 사람만 보면 점을 보고 싶고 이상한 말이 나왔다. 전혀 통제가 안 됐다”고 말했다.

이 보살은 정신병원에 가자는 말을 듣기 싫어 핸드폰에 만세력 앱도 설치했다. 도무지 참을 수 없을 때는 만세력으로 사주를 봐주는 척하며 점을 봐줬다. 사주를 볼 줄 모르지만 그래도 미친 사람 소리를 듣진 않았다.

이 보살은 “계속 이런 식으로 살다가 어느 순간이 되니 일을 할 수가 없었다. 일하다가 목이 너무 뜨거워서 화장실에 들어가서 울었다. 계속 말을 토해내고 싶은데 그럴 수가 없으니까. 그래서 결국 신내림을 받게 됐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이 같은 증상을 멈추기 위한 노력이 없었던 것도 아니다. 부모와 함께 무당을 찾았는데, 이 보살이 빙의된 것으로 판단했다. 그는 “무당이 빙의됐다고 굿하는 데 끌려가서 눕혀놓고 무구(무당이 굿을 할 때 사용하는 각종 도구)로 때렸다. 그래도 소용없었다”고 설명했다.

일상생활이 불가능해지니 신내림은 이젠 선택사항이 아니었다. 그에게 중요한 것은 어떤 신 선생을 선택하느냐였다. 당시 무당 지인들은 모두 망해 그만둔 상태였다. 지인들이 만난 신 선생은 모두 사기만 쳤지 제대로 된 무당이 아니었다.

신 선생에 
빚진 제자

그때 방송에 출연했던 한 무당에게 연락했더니 흔쾌히 신내림을 받게 도와주겠다고 했다. 그리고 이 선택으로 이 보살은 고통을 받았다.

유명하니까 믿었다고 해야 할까? 해당 무당은 스스로 신내림, 퇴송 전문이라고 광고했다. 워낙 유명하고 인지도 있는 무당이라 사기를 당할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당시 그는 이 보살보다 나이가 어렸다. 이 보살 외에 다른 제자도 있었는데 일정 기간이 되면 제자를 모았다.

그러나 신내림을 받은 뒤에도 이 보살을 부른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이후 시간이 지나 “신 선생을 만나러 가는데 왜 안 오느냐”며 무당 제자로부터 연락이 왔다. 이 정도로 연락이 없었던 만큼 그는 열흘에 한 번씩 연락했다. 원래는 무당에게 점치는 법이나 굿하는 법을 배워야 하는데 이런 게 전혀 없었다.

이 보살에게 굿을 하고 싶어하는 신도가 있어 도와달라고 무당에게 연락했지만, 그를 쏙 빼고 신도와 굿을 했다. 이런 일이 있어도 제자 중 한 명이 알려주기 전까진 까맣게 모를 수밖에 없었다.

화가 났지만 당장에 할 수 있는 것은 없었다. 차분히 다른 제자들의 말을 들어보니 무당은 말이 안 되는 행동을 하고 있었다. 그의 제자는 20대 초반이 많았다. 기본적으로 제자들에게 “너는 부모와 연이 좋지 않다” “부모와 계속 연락하면 점을 잘 볼 수 없다”면서 부모와 연락하지 못하게 했다.

그는 제자들에게 말 그대로 ‘신적’인 존재였다. 어린 제자들은 그에게 내쳐질까 무서워서 반발하지 못했고 대부분은 2~3년 동안 부모를 만나지 못했다.

제자의 신용카드로 마음대로 쇼핑을 하기도 했다. 물론 돈이 많았던 제자도 아니었다. 그는 백화점 명품관서 물건을 샀는데, 카드값만 3000만원이 나왔다. 결국 이 결제 금액은 제자의 부친이 대신 갚았다.

2000만원 정도 돈을 빌리는 건 예사였고 한 제자에겐 1억5000만원의 빚까지 졌다. 이런 상황에도 제자들은 오랜 시간 무당에게 가스라이팅을 당해 반발하지 못했다. 1억5000만원 빚이 생긴 제자는 결국 파산 신청을 했다.

“말도 안 될 정도 비싼 점사비 요구
갑자기 굿 하자고 하면 믿지 마라
유튜브 광고해도 안 믿는 게 좋다”

결국 제자들은 그의 곁을 모두 떠났다. 20대 초반에 신내림을 받은 이들은 빚쟁이가 돼 흩어졌다. 결국 무당은 제자들의 돈을 마음대로 쓰기 위해 부모와의 연까지 끊었던 것이다.

이 보살은 “나도 처음이라 잘 몰랐는데 신내림을 받을 때 이상하게 신 선생의 무구가 계속 망가졌다. 방울을 들고 흔들면 방울이 떨어졌고 칼을 들고 뛰면 부러졌다. 그때 이상한 것을 알았어야 했는데”라고 말끝을 흐렸다.

첫 번째 신 선생은 제대로 된 무당은 아니었지만 지금도 그를 만난 것에 대해 후회하지 않는다. 만약 이 보살이 신 선생의 제자로 들어가지 않았더라면 아직까지 제자들이 고통받고 있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 보살은 무당이 일반인들에게 사기 치는 법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이 보살의 신도도 한 무당에게 사기를 당했다. 해당 신도가 무당에게 점을 보러 갔는데 “당장 굿을 해야 한다”고 재촉하는가 하면 “바로 굿을 하지 않으면 큰일난다”고 협박 아닌 협박을 하기도 했다.

결국 신도는 돈을 끌어모아서 급하게 굿을 했다. 시간이 지나고 보니 사기당했다는 것을 알았지만 무당은 “내가 굿을 해서 네가 아무 일이 일어나지 않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사 예정인 두 집을 두고 고민하다가 무당에게 자문을 구하기도 한다. 신도 중 한 명은 두 집 모두 마음에 들어 어디를 선택해야 좋은지 물었다. 신도는 무당이 선택해준 집으로 이사했는데, 전세 사기를 당했다. 무당의 공수가 잘못된 것인데 결국 신도는 전 재산을 다 잃고 말았다.

무당에게 사기당하는 모습을 경험했던 이 보살은 자신은 이렇게 하지 않겠다고 항상 다짐한다. 그래서 ‘인건비만 받는 무당’으로 소개받기도 한다. 큰돈을 들여서 차리는 제사상보다 정성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런 마음으로 오늘도 이 보살은 108배를 한다. 이것이 신 선생에게 사기당했을 때 잘 이겨낸 비결이라면 비결이다. 

이 보살은 “나는 우리 종교만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분명히 예수님도 계실 거다. 결국 부처님, 예수님처럼 신 선생이 자신을 신격화해서 제자를 가스라이팅하고 돈을 착취한 것이다. 나도 산전수전 다 겪으며 살았다고 생각했는데, 여기 있으면 나보다 더한 사람이 많이 온다”고 허탈해했다. 

스스로 신격화
가스라이팅도

이어 “내 지인도 무당에게 사기당해서 쓴 돈만 1억원이다. 나 같은 사람은 이상한 무당을 피할 수 있지만, 일반인들은 힘들다. 무당이 말도 안 될 정도로 비싼 점사비를 요구하거나 갑자기 굿을 보자고 하면 믿지 마라. 특히 유튜브서 광고하는 무당도 안 믿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아울러 “지인 무당은 점 보는 걸 그만뒀는데 같은 제자였던 무당 중에는 교통사고를 당하거나 극단적 선택을 하기도 했다. 그만큼 신 선생을 찾는다면 신중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alswn@ilyosisa.co.kr>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대구에 부는 ‘김부겸 바람’ 해부

대구에 부는 ‘김부겸 바람’ 해부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김부겸 전 국무총리가 등장하자 보수의 심장인 대구가 좌우로 흔들리고 있다. 광폭 행보에 나선 김 전 총리를 바라보는 대구 시민들도 양가감정이 교차하는 모양새다. 더불어민주당은 1995년 민선 시장 선출 이래 대구에서 단 한 번도 시장을 배출하지 못했다. 그러나 대구 민심이 심상치 않은 만큼 최초의 진보 대구시장이 탄생할지 이목이 쏠린다. 대구는 보수 정당 지지세가 가장 강한 광역자치단체이다. 지난 6·3 조기 대선 당시 이재명 대통령 후보는 대구에서 23.22%(37만9130표)를 득표하는 데 그쳤다. 반면 국민의힘 대선주자였던 김문수 후보는 67.62%(110만3913표)를 기록했다. 이처럼 대구는 윤석열정부 퇴진 이후 치러진 선거에서조차도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약세를 보이는 지역이었다. 적절한 타이밍 그런 대구에서 최근 국민의힘이 힘을 못 쓰고 있다. 지도부를 중심으로 당이 지리멸렬하는 사이 김부겸 전 국무총리가 대구시장에 출사표를 던졌고, 민주당이 빠르게 치고 나가면서 우위를 선점했다. 지난달 30일 김부겸 후보는 “지역주의 극복과 지역 균형발전, 그것이 저의 마지막 소명”이라며 공식 출마를 선언했다. 김 후보는 대구에 당선된 경험이 있는 유일한 인물이다. 그는 2012년과 2014년 각각 제19대 총선·제6회 전국동시지방선거(대구광역시장)에서 낙선했으나 2016년 제20대 총선을 통해 대구광역시 수성구 갑에서 당선됐다. 이후 제21대 총선에서 또다시 낙선하면서 고배를 마셨다. 당시 김 후보는 캠프 해단식에서 “20년 전이나 지금이나 별반 바뀐 게 없는 것 같다. 면목이 없다”면서도 “포기하지 않겠다. 새로운 날들을 향해 걸어가겠다”고 다짐했던 바 있다. 그로부터 6년이 지난 지금 김 후보가 다시 대구 전면에 등장했다. 김 후보는 대구시장 출마 기자회견을 통해 “대구가 점점 나빠지고 있다”며 “굳이 이런저런 수치를 열거하지 않겠다. 대구의 정치, 한 당이 독식하는 구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김 후보는 “정치인이 일을 안 한다. 일 안 해도 서울에서 공천만 받으면 또 된다. 대구 시민을 표 찍어주는 기계로 취급한다”며 “요즈음 시장 공천 과정을 보면 도대체 무엇이 달라졌냐는 생각이 든다. 지금 국민의힘이 보여주는 모습은 제대로 된 보수가 아니”라고 지적했다. 이어 “대구 시민과 함께 대구의 미래 희망을 찾겠다”는 포부를 밝히면서 “지금 대구에 필요한 사람, 김부겸이다. 나를 잘 써달라. 김부겸과 함께 대구를 바꾸자”고 제안했다. 이날 김 후보는 자신의 개인 전화번호도 공개했다. 김 후보는 “대구시장에 출마하는 김부겸으로서 시민들의 이야기를 직접 듣겠다”며 “경기도 군포 초선 시절부터 해왔던 대로 제 전화번호를 공개하겠다. 대구를 위해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언제든 전화해 달라”고 말했다. 아울러 “국민의힘을 버려야 진짜 건강한 보수가 살아난다”며 “이번 선거는 대구가 다시 숨 쉴 수 있는 마지막 기회다. 지역주의 극복과 지역 균형 발전이 제 마지막 소명이다. 대구 시민과 함께 대구의 미래 희망을 찾겠다”고 강조했다. 사정없이 흔들리는 ‘보수 심장’ ‘민주당’ 없는 민주당 동진 전략 지난 3일 민주당 공천관리위원회는 중앙당의 만장일치로 김 후보를 대구광역시장 후보자에 선정했다. 이를 시작으로 김 후보는 광폭 행보를 보였는데, 특히 김 후보는 ‘민주당’이라는 여당 프리미엄을 전면에 세우는 대신 “김부겸을 도구로 써달라”는 실용주의를 내세웠다. 김 후보는 대구·경북(TK)의 상징인 박근혜·박정희 마케팅도 마다하지 않았다. 그는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한 평가가 어느 정도 있고 대구 시민들이 자부심을 느꼈다면 과오 논쟁을 넘어 대구의 미래를 향한 논쟁으로 넘어갈 수 있어야 한다”고 포용의 정치를 강조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 예방 가능성을 열어둔 데 이어 ‘박정희컨벤션센터’ 공약을 언급하기도 했다. 다만 민주당 한병도 원내대표는 KBS에서 김 후보의 박 전 대통령 예방에 대해 “대구 현실에 대한 판단으로 존중한다”고 말했다. 박 전 대통령 측근인 국민의힘 유영하 의원이 회동의 전제 조건으로 ‘박 전 대통령의 실질적인 명예회복 방안’을 언급한 데 대해서는 “당 차원의 명예회복 조치는 없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최요한 정치평론가는 김 후보의 선거 전략을 조명했다. 그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출마 선언문을 보면 김 후보는 민주당을 강조하는 대신 대구의 발전 방향만 이야기했다”며 “김 후보가 민주당 출신인 것을 모르는 대구 시민은 없다. 그럼에도 ‘내란’ ‘계엄’ 등 예민한 단어를 빼버림으로써 시민들은 김부겸이란 인물에만 집중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대신 김 후보는 국민의힘을 비판한다. ‘지금까지 국민의힘이 대구시장을 해 왔는데 대구가 뭐가 바뀌었냐, 그건 국민의힘이 무능해서’라는 메시지를 명확하게 준다. 절대 왼쪽으로 치우쳐지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최 평론가는 “(현재 보수는) 박 전 대통령 탄핵 사태 때보다 지금이 훨씬 더 분위기가 안 좋다. 그때는 TK를 제외하고 몽땅 내줬지만 지금은 그보다 더 처절하게 패배할 것”이라며 “국민의힘이 명확하게 ‘절윤’하지 못한 것도 문제지만 워낙 김 후보가 전략을 잘 세우고 있다”고 평가했다. ‘민주당’ 빼고 ‘경제’ 넣고 홍준표 전 대구시장도 참전했다. 홍 전 시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대구에 도움이 된다면 당을 떠나 정치꾼이 아닌 역량 있는 행정가를 뽑아야 한다”며 김 후보를 추켜세웠다. 그는 “부산은 스윙 보터 지역이라 민주당이 가덕신공항도 해주고 해수부도 이전해 주지만, 대구는 막무가내식 투표를 하니까 민주당 정권이 도와주지도 않고 버린 자식 취급을 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후임 대구시장이 능력 있고, 중앙정부와 타협이 되는 사람이 됐으면 좋겠다는 뜻에서 김부겸 전 총리를 언급한 것”이라며 “민주당을 지지한 게 아니라 김부겸을 지지했다고 봐주시면 한다”고 설명했다. 김 후보의 지지율이 연일 상승하면서 안정궤도에 돌입했다는 평이 나온다. TBC가 리얼미터에 의뢰해 지난달 28~29일 대구 시민 80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김 후보는 차기 대구시장 적합도 49.5%를 기록해 국민의힘 추경호 의원(15.9%)을 큰 격차로 앞섰다. 김 후보와 국민의힘 후보 간의 1대1 가상 대결에서도 추 의원과 맞붙을 경우 52.3% 대 36.6%로 오차범위 밖 우세를 보였다. 해당 여론조사는 무선전화 자동응답 방식으로 진행됐으며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5%p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그동안 김 후보는 꾸준히 상위권을 차지했지만 정치권에서는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이하 방통위원장)과 국민의힘 주호영 의원이 컷오프되자 반발 차원에서 대구 시민이 역결집한 것으로 봤다. 그러나 최근까지도 오름세를 보이면서 이 같은 현상은 단순 역결집이 아니라 실제 보수 민심에 변화가 일어난 것으로 봐야 한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민주당도 김 후보 지원사격에 나섰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지난 8일 대구에서 최고위원 회의를 열고 김 후보를 ‘제2의 노무현’ ‘제2의 이재명’이라고 평가했다. 정 대표는 “노무현이 종로 꽃길을 마다하고 부산 가시밭길에 도전했듯이 김부겸도 군포 꽃길을 마다하고 대구 가시밭길에 내려왔다”며 “김부겸도 이재명도 대구·경북 사람이고 민주당에서 비주류였다”고 말했다. 이날 정 대표는 당정 차원에서 지역 숙원사업도 해결하겠다고 약속했다. 정 대표는 “이 대통령이 지난 대구 타운홀미팅에서 TK 신공항 건설, 취수원 문제 등 대구 숙원 사업 추진 의사를 밝혔다”며 “그 의지는 앞으로 예산을 통해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팍팍 깎이는 현지 민심 TK 통합에 대해선 “국민의힘이 우왕좌왕, 갈팡질팡하는 바람에 통합이 멈춰 섰다”며 “김 전 총리와 힘을 합쳐 통합을 반드시 이뤄내겠다”고 약속했다. 이에 화답하듯 김 후보는 “이 대통령이 대구에 중요한 약속을 했고, 정 대표도 ‘무엇이든지 다해드림센터장’이 되겠다고 했다. 이 보증수표를 믿고 대구를 메딕시티, AI·로봇 수도, 미래 모빌리티 산업 선도 도시로 만들어 그 약속을 시민의 삶과 연결하는 일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김 후보의 전략은 ‘민주당’을 빼고 대신 ‘대구 발전’ ‘민생’에 초점을 맞추는 것으로 해석된다. 지난 9일 김 후보는 후보 등록을 마친 뒤 취재진들과 만나 1호 공약을 소개하는 등 민생·경제 살리기에 집중하고 있다. 1호 공약으로 대구의 지역 경제 발전을 꼽으며 “지역의 주요 기관과 단체, 어른들께 조속히 인사를 올리는 것이 급선무다. 대구 곳곳을 마주하며 지역의 어려움과 스스로의 부족함을 동시에 체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지역 최대 현안인 인구 유출 문제를 언급하며 “젊은이들이 떠나는 것이 하나의 흐름으로 굳어져서는 안 되는데 이를 막지 못하는 현실에 시민들이 아픔을 느끼고 있다”며 “그만큼 책임감이 무겁다”고 강조했다. 그는 “청년 일자리 해결과 경제 도약에 집중할 것”이라며 “대구의 절실한 요구를 예산과 법률로 뒷받침하겠다는 것이 핵심 공약”이라고 설명했다. 국민의힘은 안방마저 내줄 상황에 몰렸다. 김 후보가 우후죽순 치고 나가고 있지만 국민의힘은 당내 교통 정리에서조차 애를 먹으면서 표가 갈릴 위험에 처한 것이다. 하루가 멀다고 싸움이 일어나는 만큼 여의도에서는 ‘김 후보의 러닝메이트가 장동혁 대표’라는 웃지 못할 농담도 나온다. 국민의힘을 향한 대구의 실망감은 숫자로도 나타났다. 지난 9일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지난 6일부터 8일까지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전국지표조사(NBS)에서 이번 지방선거에 ‘여당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는 의견은 54%, ‘야당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는 응답은 30%로 집계됐다. 특히 TK에서 여당 44%·야당 34%로 집계되면서 국민의힘에서도 위기감을 감지한 모양새다. 잘나가는 김 멍 때리는 장 대구 달서병을 지역구로 둔 국민의힘 권영진 의원은 “대구 여론이 보통 심각한 것이 아니”라며 “모두 기득권을 버리겠다는 각오를 하지 않는다면 사상 처음으로 민주당이 대구시장을 차지하는 모습을 보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권 의원은 MBC 라디오를 통해 최근 대구 민심에 대해 “그동안 국민의힘에 대한 불만으로 ‘이번에는 갈아보자’고 했지만 대안이 없어 ‘미워도 다시 한번’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저도 한번도 느껴보지 못한 민심”이라고 말했다. 이어 “대구에 반이재명 정서가 강했지만 요즘은 사람들이 많이 달라졌다. ‘윤석열보다는 이재명이 잘한다’, 심지어 ‘얄밉게 잘한다’는 사람도 있다”며 여기에 “김부겸이란 대안도 있어 대구 민심이 그 대안으로 옮겨가기 직전”이라고 지적했다. 권 의원은 국민의힘 지도부의 안일한 태도를 지적하기도 했다. 그는 “이런 상황인데도 당은 ‘무난히 여섯 명(예비 후보) 중 한 명을 뽑으면 된다고 하고 있다”며 “자칫 잘못하면 국민의힘에 대한 실망으로 ‘김부겸을 통해 이익이라도 챙기자’라고 할 가능성이 대단히 높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주호영, 이진숙을 다독거려서 될 문제가 아니다. 6명 중에서 뽑힌 후보가 김부겸을 이기기 힘들 만큼 대구 민심은 훨씬 더 나쁘다”며 “상황이 이렇기에 보수 기득권에 안주하는, 보수 결집으로 이기겠다라는 마음을 버려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현재 이진숙 전 방통위원장은 무소속 출마 쪽으로 마음을 굳혔으며, 가처분이 기각된 주호영 의원은 “항고심을 지켜본 뒤 거취를 판단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주 후보는 “이번 지방선거의 최대 장애물은 장동혁 대표 체제 그 자체”라며 국민의힘 지도부를 정면으로 비판하기까지 했다. 앞서 주 의원은 지난달 26일 법원에 컷오프 효력을 정지해 달라는 가처분 신청을 제출했고 법원은 지난 3일 이를 기각했다. 이후 주 의원은 기자회견을 열고 장 대표를 향해 “민심을 붙잡을 대책도, 보수를 다시 세울 노선도, 국민 앞에 사과하고 변화를 약속하는 모습도 없다”며 “대신 곳곳에서 공천 작당만 벌였다는 비판만 커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 “대구 현장에서도 장 대표가 싫어 국민의힘을 못 찍겠다는 말이 적지 않다. 장 대표가 먼저 결단해야 한다”며 “비상대책위원회든 선거대책위원회든 새로운 책임 체제를 즉각 구성하라”라고 장 대표의 후퇴를 촉구했다. 이번 대구시장 선거의 변수는 시민들의 막판 결집력이다. “당장 내일 선거가 치러지면 김부겸을 찍겠다”는 이들조차 투표소에 들어가면 “그래도 보수를 찍어야지”라는 마음으로 돌아설 수 있기 때문이다. 그냥 그렇게 삼진 아웃? 다만 한 정치권 관계자는 이런 ’습관성 투표‘ 가능성은 크지 않을 것으로 봤다. 이 관계자는 “‘보수가 큰일 났다’ ‘대구가 위험하다’라는 위기의식이 있어야 이들이 똘똘 뭉쳐 결집하고 표가 된다”며 “지금은 장 대표가 위기 그 자체다. 그래서 ‘이번에는 김부겸 한번 믿어보자’는 기대감이 오히려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2014년 (박 전 대통령 탄핵 상황)과 지금은 다르다. 보수에 대한 인식이 조금씩 바뀌어 가면서 보수 지역 민심도 그에 맞춰가는 것”이라며 “김 후보가 크게 실수하지 않는 이상 ‘이대로라면 대구가 민주당에 뺏긴다’라는 위기감보다 ‘그래도 보수를 먼저 살려야지’라는 여론이 형성될 것이라 본다”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